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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야말로 사랑의 본질’
- 제인 오스틴

 

“제인 오스틴 북 클럽”

 

기다릴 시간 없댔잖아
왜 이래?

 

이유가 뭐야? 왜 그래?

 

알아, 여보, 지금 갈게

 

죄송합니다
가방 안 좀 볼게요

 

“업무 종료”

 

이리 오세요

 

비키세요, 어서요

 

잠깐만요!

 

‘주차권을 뽑아 주세요’

 

‘주차권을 뽑아 주세요’

 

“시간 엄수
입장권 2매시 3달러”

 

‘주차권을 뽑아 주세요’

 

뭐야? 왜 도로 나와?

 

‘카드를 넣어주세요’

 

‘카드를 넣어주세요’

 

‘카드를 넣어주세요’

 

‘카드를 넣어주세요’

 

다시는 아빠 차 안 따라가
완전 거북이 운전이잖아

 

버니 아줌마, 오랜만예요

 

- 너무 안됐죠?
- 가슴이 찢어져

 

- 가엾은 조슬린
- 제정신이 아녜요

 

- 여보, 걘 조슬린의 전부였어
- 고양이털이다

 

이래서 내가 검은 옷 안 입어
하긴, 거울도 안 보지만 말야

 

진작에 그럴걸

 

아주 특별했던 삶을 기념하며

 

조슬린의 소중한 동반자였던
프라이디 사하라 모건의 명복을 빕니다

 

여보, 조금만 더 있다 가
조슬린이 강아지 때부터 키운 개야

 

오후에 사무실 안 들어가면

 

월요일에 정신없어

 

쟨 알레그라 생일 파티에
늘 왔었단 말야

 

정신차려, 알레그라는 사람이야
사람이랑 개는 다르잖아

 

조슬린이 애가 있었어도

 

개를 위해 그렇게 화려한
장례식을 준비했을까?

 

제정신이 아냐

 

- 기분 나쁘네
- 뭐가?

 

나도 독신으로 살지도 몰라

 

물론 어떤 레즈비언은
결혼도 하고 애도 키우지만

 

획일적일 필요는 없거든

 

아무리 그래도 사람은

 

사람을

 

사귀어야지

 

그래야 정도 나누고
대화도 하고, 섹스도 하잖아

 

아빠는 그게 엄마라야 가능한 거고
아줌마는 개랑도 가능한 거야

 

네 차 좀 쓰자

 

아빠 가셔야 된대

 

조슬린을 혼자 두는 건 안 좋아

 

우리 다 같이 뭐 배우러 다닐까?
포르투갈어 배워 브라질로 여행 가자

 

난 지금도 충분히 바빠요

 

알았어요, 언니 말이 맞아요
친구를 못본척 할순 없죠

 

얘도 참, 가까이 살면 좋을 텐데

 

트레이, 돌려줘

 

어서, 이리 내

 

잘 가

 

“파리”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안녕하세요?

 

- 트레이예요, 네
- 이름이 트레이지?

 

‘파리맛 기행’?

 

‘파리 맛기행’ 이네요

 

남편이랑 파리로 여행 가

 

그인 파리가 처음이거든
나도 그렇고

 

- 출장 가는 거야
- 그래요?

 

특별석 항공권을

 

일반석 두 개로 바꿀 거야
나도 묻어서 가려고

 

- 알뜰하시네요
- 응

 

프랑스엔 한번도 못 가봤어

 

퀘벡은 가본 적 있지만 그건...

 

- 그건... 그래
- 그렇죠

 

이 책 차까지 운반해 드려요?

 

- 괜찮아
- 알았어요

 

- 잘 다녀오세요
- 그래

 

엽서 보내세요

 

- 여보
- 왔어?

 

늦어서 미안해
뭘 좀 사오느라고 말야

 

그래? 뭔데?

 

- 왜?
- 여보, 미안해

 

얘기한 줄 알았어

 

- 죽을 쑤는군
- 뭘?

 

오늘 내내 저래, 저 선수...

 

파리행 취소됐어

 

- 취소됐다고?
- 거긴 데일이 갈 거야

 

난 콘솔리데이티드 사장 모시고
프로 농구 플레이오프전에 가래

 

그자들이 농구광인가 보더라고

 

이번 경기 이기면
샌안토니오는 우승이 확정돼

 

이변이 없는 한 말야

 

어쨌든 이번 출장은
일주일 정도 걸릴 거야

 

열흘까지 갈 수도 있고

 

장모님더러 와 있으라지 그래?

 

엄마랑 열흘간 같이 지내라고?

 

프루디

 

상관 명령인데 싫다고 해?

 

마누라 만족시키기 정말 힘드네요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어요

 

“마멀레이드
카페”

 

요전 날 조슬린 집에서
알레그라가 한 말을

 

생각해봤어

 

울적해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 그만 비아냥대
- 그런 거 아냐

 

- 개가 죽었잖아
- 알아

 

그래서 나도 괜히
울적하더라고

 

- 진짜야
- 알았어, 믿을게

 

어쨌든 그날 알레그라랑

 

동반자의 역할에 대해

 

얘길 했거든

 

난 대화도 하고, 섹스도 하고

 

정을 나누는 게 동반자랬지

 

알레그라 말이 난 당신을 통해
그걸 모두 충족한대

 

갑자기 슬퍼지더군

 

여보, 알레그라한테도
짝이 생길 거야

 

걔가 아니라
우리 때문에 말야

 

솔직히 난 그게

 

20년 넘게 산 배우자와도
가능한 건지

 

잘 모르겠거든

 

어쩌면 시간이 어느 정도
경과되면 불가피하게...

 

대체...

 

어쩌면 다른 사람을 통해

 

그 욕구를 충족해야
되는 건지도 몰라

 

나, 회사 여직원과 사귀어

 

6개월 됐어

 

우린 실패한 게 아냐

 

결혼 생활을
성공적으로 해왔다고

 

장수 부부인 데다
훌륭한 자식이 셋이나 되지

 

다들 커서 직장을...

 

차 문이나 열어
티슈가 필요하단 말야

 

애들이 잘 자란 건
다 당신 덕이지

 

걔들을 위해 희생한 거 알아

 

하지만 박수 칠 때 떠나라잖아

 

애들도 이해할 거야

 

난 지금 당신 말이
하나도 이해 안 돼

 

여직원 누군데?

 

더 이상은 당신한테
거짓말하기 싫어

 

더 이상은 팸한테
지키지 못할 약속하기도 싫고

 

당신이나 팸이나
그런 대우받을 이유 없어

 

무슨 일이 있어도
팸은 포기 못해

 

실비아

 

“새크라멘토 영화회
제인 오스틴 축제”

 

에드먼드 캐릭터가 맘에 들어요
이 영화 보셨어요?

 

정말 좋죠

 

맞아요, ‘맨스필드 파크’ 엔
못 미치지만요

 

다소 설명조예요

 

- 원작 읽으셨어요?
- 네

 

실은 영화과 교수죠

 

- 이 영화 맘에 들어요?
- 아뇨

 

패니 프라이스랑 원작 작가랑
막 섞어놓은 거 알어요?

 

게다가 버트램 경이
노예를 소유했다뇨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그렇게라도 세상에
제인 오스틴을 알렸잖아요

 

됐어요, 지금껏 그런 식으로
인생을 살아왔죠

 

남편이

 

농구 경기 본다고
파리 여행을 취소했어요

 

덕분에 난 제자들 앞에서
사기꾼이 됐다고요

 

불어 교사가 프랑스에
한번도 못 가보다뇨

 

대본이 훌륭해요

 

잠시만요, 얘기 좀 해요
나랑 같이 가요

 

제인 오스틴에 대해
많이 아나 봐요

 

그래요

 

프루디, 내가 지금껏
결혼을 여섯 번 해봤거든

 

신혼때야 다 행복하지
하지만 마지막이 어떤가가 중요해

 

봐서 일곱 번까지 채울까
생각 중이지

 

벤 와인버그랑이 제일 좋았어
이 반지도 벤이 준 거야

 

프레드 아스테어 영화 제작자였지
나이 많은 남자라고 얕보지 마

 

작은 연못이 있는
비벌리힐스 저택에서 살았어

 

교각과 금붕어도 있었지

 

조슬린을 만난 게 그때야

 

- 카를로스
- 알겠습니다

 

벤이 조슬린의 대부였거든
걔네 진짜 부자야

 

조슬린이 누구랬죠?

 

걔 때문에 독서회를 생각했댔잖아
개 잃은 애 말야

 

먹어, 독서회 회원으론

 

먼저, 조슬린과 실비아가 있어

 

실비아는 고등학교 때
조슬린의 소개로 대니얼을 만나

 

지금까지 잘 살아

 

실비아로선 대니얼을
독서회에 끌어들이고 싶겠지만

 

난 여자들만 했으면 좋겠어

 

남자들은 거만한 데다
딴사람이 말할 틈을 안 주잖아

 

- 제 생각엔...
- 말 허리 자르는 것도

 

다 남자야, 혼자 잘났다고
계속 떠들어대지

 

그럼 우린 기분 나쁠까 봐
참고 들어줘

 

- 하지만...
- 남자들은 독서회 못해

 

여자들과는 달리
좋은 책은 독점하려 들거든

 

책을 읽는다면 말야

 

남편은 책 읽어?

 

인터넷은 읽죠

 

사실 실비아한텐
고역일 거야

 

안 읽은 책이 없거든

 

주립 도서관에서 일해
그래, 맞다!

 

이렇게 해

 

이미 읽은 책을 또 읽는 거야
기발하지 않아?

 

공통으로 어떤 책을 읽었는지
어떻게 알죠?

 

뻔하지 않아?

 

‘맨스필드 파크’, ‘오만과 편견’
‘엠마’, ‘노생거 사원’, ‘설득’

 

- 그리고...
- ‘이성과 감성’

 

맞아

 

그거 읽은 지 3년 됐네
소변 보고 올게

 

온수랑 레몬 좀 부탁해

 

아직 두 자리가 비어

 

총 여섯 권이니

 

머릿수도 거기에 맞춰야지

 

역시 제인 오스틴이라니까!

 

만병 통치약이야

 

- 만병 통치약요?
- 인생의...

 

내가 ‘오만과 편견’ 할게

 

도서관엔 기관지염에
걸렸다고 했어

 

앤 마리가 원주민과의 만남을
내주로 미루겠다더라

 

출근해야 돼

 

팸 가워, 버클리 법대 졸업
2002년도 사법 고시 합격

 

아직 애잖아

 

페리, 리브만, 아빌라엔
2006년에 입사했대요

 

2005년에 이혼했네

 

나쁜 년, 입사하자마자 덤볐군

 

45살이에요

 

젊지도 않잖아

 

- 그 자식 혹시 뇌종양 아냐?
- 그 여자를 사랑해

 

뇌종양이 맞아

 

우리 나이엔 사랑이 불가능해
날 보면 알아

 

- 사랑 못해봤어요?
- 파트너는 있었지

 

사랑이 싫지는 않은데

 

왠지 다 가짜 같아

 

진짜 가짜는 20년 결혼 생활을
충동적으로 내팽개친

 

그 인간이야

 

20년 내내
그런 생각하며 살았을까?

 

날 벗어나고 싶다고 말야

 

- 내가 그렇게 매력 없어?
- 그렇지 않아

 

- 이 나이에 혼자가 되다니
- 엄마는 혼자가 아냐

 

혼자가 됐다고
세상이 끝나는 건 아냐

 

네 결혼 생활만큼이나
내 독신 생활도 행복했어

 

너무 불공평해

 

남자는 이 나이에도

 

다시 시작할 수 있지만
여자는 아냐

 

엄마 아직 아름다워

 

그래, 게다가 교양 있고
매력이 넘치지

 

너한테도 기회는
얼마든지 있어

 

기회가 있는 건 대니얼이지
스무 살 아가씨들이

 

불나방처럼 달려들걸
다들 그런 그를 부러워할 거야

 

하지만 내가 그래 봐
추하다고 손가락질할 거야

 

맞아, 내 또래 남자애들이
워낙 덜떨어졌어야지

 

- 난 너무 늙었어
- 그렇지 않아

 

나랑 같이 운동 다니자
거기서 좋은 남자 만날 수도 있어

 

그런 거 필요 없어

 

그냥 이불 뒤집어쓴 채
책이나 읽었으면 좋겠어

 

군것질하면서

 

배고파

 

알레그라, 계란 한 줄 가져와

 

- 푸딩 만들래
- 알았어

 

주말 동안 여기 있어

 

- 실은 이사 들어오려고요
- 정말?

 

전세 계약도 다 끝나가는 데다
엄마 혼자 있는 거 걱정돼서요

 

착하기도 해라, 고마워
네가 최고야

 

이래서 자식을 낳는 건가 봐

 

10살 때 아빠가 집을 나갔는데
실비아한테 제일 먼저 털어놓게 되더라

 

그때 우린 둘도 없는
친구란 걸 깨달았어

 

스톡턴에서 열리는
사육자 총회에 가야 돼

 

급한 일 생기면 연락해

 

“환영합니다
사냥개 사육자 협회”

 

“애완 동물 영매 시범”

 

- 버피 팬 집회에 오셨나요?
- 아뇨

 

실례합니다

 

우리 개 목걸이랑
똑같네요

 

- 방금 걔 투명 인간이에요
- 네?

 

흡혈귀로 분장했잖아요

 

이렇게 팔짱 끼고 있을 땐

 

안 보이는 척해줘야 돼요

 

그래서 걔도 당신한테
대답 안 한 거예요

 

고맙네요

 

- 난 그릭이에요
- 그렉?

 

그릭요, G-R-I-G-G

 

누가 기다려서요

 

알겠습니다

 

위스키 스트레이트요

 

저기요, 사과할게요
난 조슬린이에요

 

친구가 안 온대요?

 

좀 늦는대요

 

‘가짜 흡혈귀’ 에 관해선
어떻게 그렇게 잘 알죠?

 

재미있네요

 

내가 여기 온 건
공상 과학 집회 때문이에요

 

버피도 공상 과학의
지류라 할 수 있죠

 

공상 과학 소설 많이 읽어요?

 

그보단 제인 오스틴이나
‘제인 에어’ 를 즐기죠

 

그렇군요, 전 그런...

 

그런 책은 안 읽어봤다?
네, 알아요

 

집이 어디예요?

 

얼마 전 새크라멘토로 옮겼죠
그곳 대학 기술 지원 부서에 있어요

 

책 몇 권 추천해도 돼요?
어설라 르 귄의 작품이죠

 

‘어둠의 왼손’, ‘천국의 선반’

 

공상 과학 소설이지만
글이 아주 맛깔스러워요

 

- 읽어봐야겠네요
- 네

 

우리 누나들도 좋아하는 책이니
아마 맘에 들 거예요

 

저도 책 좀 추천해주세요

 

정말로요, 추천해주면

 

꼭 읽는다고 약속해요

 

이메일 주소를 알려줄게요

 

이건 옛날 이메일 주소예요
책 제목도 써줄게요

 

뭐 하나 물어봐도 돼요?

 

연상의 여자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좋죠, 그럼요

 

제가 누나가 셋이거든요

 

여자는 다 좋아요

 

좋아요, 잘됐네요

 

- 고마워요, 연락할게요
- 그래요

 

좋아요

 

- 잘 가요
- 안녕

 

프루디, 어서 와

 

자리 좀 지키고 있어
조슬린, 프루디야

 

- 반가워요
- 안녕하세요?

 

- 뭘로 마실래?
- 두유 카푸치노요

 

다섯 번만 참석할게요

 

그 이상은 안 돼요

 

- 아줌마, 엄마는 주차 중이에요
- 어서 와

 

프루디야, 인사해

 

아직 한 명이 모자라
갑자기 대니얼이 아쉽네

 

제인 오스틴이 누군지도 모르겠지만
머릿수는 채워줄 수 있었잖아

 

프루디 때문에라도
오스틴에 문외한은 안 돼

 

그럼 토론이 안 되거든

 

실은 남자를 초대했어요
생각해보고 온댔어요

 

- 남자?
- 그런 사이 아녜요

 

아주 온순한 청년이죠
독서회에 관심있대서요

 

대니얼도 제인 오스틴 알아요

 

제인 오스틴을 안다면

 

애인 때문에 조강지처를
버리는 일은 안 해

 

위스키 섞은 차이 라테요

 

미안해요, 일이 너무 밀려서요

 

인터넷으로 주문받는데
완전 폭주 상태죠

 

맨 위에 구슬을
몇 개 더 달까 하는데

 

- 어떻게 생각해요?
- 글쎄요

 

액세서리라고 부르려면

 

코코 샤넬이 1920년대에 만든
비잔틴 시리즈 정도는 돼야죠

 

물론이죠, 맞아요

 

이름을 스카이 걸로 바꾸고
히피 공동 생활체에서

 

아이를 낳은 여자의 외동딸로 살다보니
수공예품이라면 환멸이 느껴지더군요

 

저기 오네

 

실은 독서회에 가입할지
아직 결정 못했어요

 

실비아가 없을 때 물어봐야지
엄마 어떻게 지내?

 

아직 상처에서 못 벗어났어요

 

- 빨리 분노 단계가 됐으면 좋겠어요
- 동감이야

 

아빠가 엄마를 떠났거든요

 

결혼에 배신당한 걸로 치면
프루디도 실비아 못지않아

 

저희는 요즘 괜찮아요

 

결혼했어요?
결혼 반지를 안 꼈네요

 

오른손에 꼈어요
불어를 가르치거든요

 

불어를 가르치면
결혼 반지를 오른손에 끼나요?

 

- 유럽 전통이거든요
- 유럽 사람이에요?

 

프루디, 어떤 책으로 할지
결정했어?

 

‘설득’ 으로 하려고요

 

애수적인 어조가
너무 마음에 들거든요

 

- 독서회 안 할래요
- 해야 돼

 

어서 책 골라

 

얼마 전에 ‘이성과 감성’ 을
영화로 봤어요

 

게다가 엄마랑
다시 한 집에서 살고 있으니

 

성격이 정반대인 성인 여자 둘이

 

함께 살면서 어떻게 친해지는지
알아보는 것도 흥미롭겠죠?

 

집으로 돌아오니 이상해?

 

‘이성과 감성’ 의 주인공은
모녀가 아니라 자매죠

 

자매가 완벽한 사랑을 찾아
서로를 떠나는 얘기예요

 

어쨌든 매리언과
엘리너의 관계라는 게...

 

영화를 보는 대신
책을 읽었다면...

 

- 난 ‘엠마’ 로 할래
- 그럼 남는 건?

 

‘노생거 사원’ 과
‘맨스필드 파크’ 요

 

“오늘의 명상
사랑은 자유롭게 해주는 것”

 

어떤 게 실비아한테 맞을까?

 

이 독서회도 사실
실비아를 위해 만든 거잖아

 

전 절 위해
만든 건 줄 알았는데요

 

- 맞아
- ‘노생거 사원’

 

안 돼요, 난 반대예요

 

춤 얘기만 잔뜩 나오다

 

갑자기 ‘나이트메어’ 로
바뀌잖아요

 

제가 생각한 독서회는
이런 게 아니었어요

 

자기가 작가보다
잘났다고 생각하다니

 

그건 아니잖아요

 

기꺼이 빠져주죠

 

- 알레그라, 거기 서
- 알레그라, 이리 돌아와

 

제인 오스틴이라니
기막힌 선택이야

 

- 어서 와
- 안녕, 책은 골랐어?

 

실비아, 여긴 프루디야

 

미안해요
실비아 아빌라예요

 

- ‘맨스필드 파크’ 어때?
- 좋지

 

- 난 패니 프라이스 좋더라
- 말도 안 돼

 

그 무늬만 공주가?

 

한 명이 모자라니
‘노생거 사원’ 은 빼자

 

- 좋아요
- 틸니 씨를 뺀다고?

 

- 하긴
- 희대의 바람둥이를 빼다니

 

여섯 권 다 안 해도 되잖아요

 

여섯 권 다 한다는 소리에
독서회에 가입했어요

 

그런 게 아니라면 싫어요

 

- 알았어요
- 그럼 자기 남편 데려올래?

 

그인 오스틴을 읽은 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이렇게 하죠

 

한 달에 한 번씩
각자의 집을 돌아가며...

 

그냥 중간 지점에서 만나죠

 

커피숍은 별로야

 

첫 모임은 우리 집에서 하죠
작품은 ‘엠마’

 

음식엔 크게
신경 안 쓰기로 해요

 

빵을 구워와!

 

- 핑거 푸드로 할 거예요
- 그냥 사다 먹어요

 

그럼 제인 오스틴
분위기가 안 나잖아

 

- 맙소사
- 안녕

 

- 진짜 왔네
- 네

 

미안해요, 다른 스타벅스에서
기다렸지 뭐예요?

 

요즘은 어디에나
스타벅스라니까요

 

전세계에서 수입한
독특한 커피를 파니까...

 

- 이쪽은 그릭이야
- 버나뎃이야

 

- 프루디예요
- 프루디, 알레그라

 

- 실비아
- 그릭 해리스예요

 

안녕하세요?

 

기대가 커요

 

제인 오스틴은 처음 읽거든요

 

그게 뭐야?

 

제목당 한 권씩 사려고
서점에 갔는데

 

이게 있더라고요

 

여섯 권이 한 시리즈인가 보죠?

 

참조할 일 있으면
이게 편하겠다 싶어서

 

이걸로 사왔어요

 

이 순서대로 읽으면
되는 거예요?

 

커피 마실래?

 

아뇨, 괜찮아요
기다리는 동안 실컷 마셨거든요

 

이걸 사니까
공짜로 계속 채워주더라고요

 

 

참, 나한테 소개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댔죠?

 

응, 우리 다를 말한 거야

 

남자의 시각도
필요할 것 같아서 말야

 

- 우린 테스토스테론이 부족하거든
- 맞아

 

- 좋아요, 다들 싱글인가요?
- 프루디는 아녜요

 

좋아요, 그럼 책은
연대별로 읽나요? 아니면...

 

- ‘엠마’ 부터 할 거야
- ‘엠마’ 요?

 

중간부터 한단 말이죠?

 

- 이건 시리즈가 아냐
- 아녜요?

 

잘됐네요, 순서에
구애 안 받아도 되잖아요

 

- 대체 왜 그랬어?
- 귀엽잖아요

 

실비아 좀 재미있게
해주려고요

 

걘 자극이 필요하거든요
문제가 되면 쫓아낼게요

 

- 웬 자전거죠? 술 마셨어요?
- 아뇨, 원래 자전거 자주 타요

 

집이 어디야?

 

북쪽으로 30km쯤 가야 돼요
비스타 마르라고...

 

- 그 분양지에 산단 말야?
- 네, 맞아요

 

소프트웨어 회사를 운영할 때
회계사가 그러더군요

 

‘집을 사세요’

 

그때 마침 차가
그 지역을 지나가고 있었죠

 

그래서 차를 세우게 한 다음

 

그 자리에서 한 채 골라 샀어요

 

- 간단하네
- 그런데 팔아야 할 것 같아요

 

아니면 최소한 가구는 사든가

 

하긴, 독서회 모임 때문에라도
가구가 필요하겠네요

 

“페리스 밸리
스카이다이빙”

 

알레그라

 

- 잘 가요
- 안녕

 

전 아직 책 안 골랐잖아요

 

그 사원에 관한 책 해도 돼요?

 

- 그럼, 그렇게 해
- ‘노생거 사원’ 말이군?

 

좋아요, 그만 가볼게요

 

- ‘엠마’ 라, 중간부터 해봅시다
- 좋았어

 

가장 지루한 책을 고르다니
이렇게 고마울 수가!

 

제일 짧은 걸 고른 거예요

 

- 잘 보이려고 그런 거야
- 프루디, 잘 가

 

잘 보이려고 하는 거 봤죠?
여자를 좋아해요

 

- 바람직한 남성상이에요
- 그래

 

- 실비아의 흥미를 끌까요?
- 두고 봐야지 뭐

 

- 잘 가
- 잘 가요

 

당신 차례예요

 

맘껏 날아봐요!

 

괜찮아요?

 

이봐요, 부탁이 있어요

 

우리 엄마한테
알리지 말라고 해요

 

꼭 부탁할게요

 

아빌라 부인? 전 코린이에요

 

- 그러니까, 알레그라의 친구죠
- 알레그라요

 

알레그라가 어머님한테
전화를 걸어달라고 해서요

 

저희는 지금 바카빌의...

 

- 보석 박람회
- 보석 박람회에 와있는데

 

알레그라가 제 스쿠터를 타다가
굴러 떨어졌어요

 

손목을 다쳤는데
심하진 않아요

 

아뇨, 안 오셔도 된대요
지금 병원에 있어요

 

의사 선생님 말이
약간 아플 거래요

 

오늘 밤 못 들어가도
걱정 마시라고 전화했어요

 

그렇게 전할게요
월요일 밤 독서회 모임요

 

“2월”

 

“엠마”

 

미안해

 

원래는 이쪽으로
쇼핑 안 오거든

 

미안해

 

여기서 쇼핑 해
다시는 여기로 안 올게

 

독서회 때 마실 포도주 사러 갔다
대니얼을 만났어

 

그 여자도 있더라

 

- ‘세상에’
- 그래

 

저녁 만들러 집으로 가는데

 

그이가 지퍼 달린 재킷을
입고 있는 거야

 

- 설마
- ‘그이가 그런 걸 입다니’

 

갑자기 이 집이 너무 낯설어

 

맨스필드 파크에서 추방당한
패니 프라이스 기분이야

 

- 내 꼴이 그렇다고
- 그렇지 않아

 

‘괜찮아?’

 

네가 고독을 즐기는 건 알지만
그래도 쓸쓸할 때 없니?

 

그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독서회의 그릭

 

네가 좋으면 나도 좋아

 

- 눈이 정말 예쁘지?
- 잘 못 봤어

 

그럼 잘 봐

 

포도주는 일찍 필요하니
내일 일찍 와

 

그렇지, 잘했어

 

순종 로디지안 리즈백이야

 

- ‘순종’ 이라 함은...
- 혈통이 분명하단 거지

 

개는 혈통에 따라
값이 매겨져

 

얘들은 세렝게티의 퀴니야
멋진 사냥개지, 지금은 멸종됐어

 

원래는 프라이디와
짝을 지어주려고 키운 거였어

 

수캐야, 아주 착한 녀석이었는데
지난달에 세상을 떠났지

 

- 유감이군요
- 고마워

 

아직도 그리워
하지만 진짜 스타는 퀴니야

 

리즈백은 모계를 따르거든
아주 매력적인 특징 중 하나지

 

안 돼! 사하라, 떨어져!

 

미안, 미안해

 

사하라는 난소가 없어
갑상선에 문제가 있어 들어냈지

 

그래도 아직 경연 대회에 나가
자기 부문에선 강력한 후보야

 

- 부문요?
- 남장 암캐 부문

 

책 가져왔어요

 

제가 권해드린
어설라 르 귄의 책 말예요

 

맞아, 고마워
정말 생각이 깊네

 

그런데 집 주인한테
선물 안 갖다줘도 돼

 

그냥 독서회잖아

 

엠마와 나이틀리 사이엔
왜 불꽃이 안 튀죠?

 

둘은 열정이 없어요

 

프랭크 처칠과 페어팩스를 보세요

 

행동만 봐도 연인인 걸 알 수 있죠

 

그게 바람직하단 말야?

 

엠마와 나이틀리한테선
성적인 게 느껴지지 않아요

 

어쨌든 나이틀리는
진짜 멋있어

 

오스틴 책에 등장하는 남자 중
가장 호감이 가

 

‘열정이 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 그건 제인의 주제가 아녜요
- 제인?

 

둘이 친군가 봐

 

이 책에서 관심 가져야 할 건
열정의 결핍이나 통제

 

또는, 열정에 대한 거부가 아녜요

 

‘나중에야 홍수가 지든
무슨 상관이냐’

 

프루디 말이 맞아
사실 나머지 책도 다 그래

 

‘이성과 감성’ 도 그렇고

 

‘맨스필드 파크’ 에서는
마리아가 바람을 피잖아

 

‘맨스필드 파크’ 에
불륜이 나오는 걸 깜박했네

 

오스틴은 까발리는 걸 싫어하죠

 

하지만 육체적인 매력은
통제가 안 되는 거 아닌가요?

 

중력처럼 말예요
그래서 사랑이 멋진 거잖아요

 

내리막길에서 양팔을 벌린 채
브레이크를 놓을 때처럼...

 

맞아요, 사랑은
이성을 마비시키죠

 

- 그건 악행의 변명이 못 돼
- 동감이야

 

나이틀리는 스스로 ‘미치도록’
사랑에 빠져있다면서도

 

늘 신사로서의 예를 갖췄어

 

- 네, 잔소리꾼 신사요
- 모두한텐 아니죠

 

자신이 사랑하는
엠마한테만 그랬어요

 

‘맞아요, 그게 남자예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뭐든 하죠

 

오스틴이 말하고자 한 건
그게 아닐 거야

 

나이틀리를 사랑하게 되면서
엠마도 이성적이 되잖아

 

책의 주제는 그거야
‘사랑은 이성적인 행위다’

 

‘엠마’ 에선 광기가 느껴져요

 

집시라든가
제인 페어팩스의 보트 사고

 

우드하우스의 고민

 

오스틴이 말하고자 한 건
그게 다 꿈이라는 거야

 

엠마는 환상 속에서
행동한다고

 

맞아요, 그릭
완전히 빗나갔네요

 

어디선가 읽었는데

 

엠마 같은 만물박사 미녀의
꽁지 내리기는 플롯으론 최고래

 

맞아, 실패가 없지

 

좋아요, 한 가지 맘에 안 드는 건

 

엠마가 친구 해리엇을
엘튼과 연결시켜주려고 하다가

 

해리엇의 아빠가
누군지를 알고는

 

‘으! 농부도 감지덕지네’
한다는 거예요

 

그게 제인의 모순이야
많은 사람들이 그걸 간과하지

 

- 엠마는 속물이에요
- 그렇지 않아

 

외모가 비슷한 사람한테 끌리는 건
본능적인 거거든

 

미녀는 미남과
추녀는 추남과 결혼하잖아

 

품종 개량은 물 건너간 거지

 

조슬린은 엠마를 꼭 닮았어
안 그래?

 

개, 사람, 안 가리고
짝지어 주길 좋아한다니까

 

저랑 대니얼을
맺어준 것처럼요

 

그래서 예쁜 아이들이
태어났잖아

 

아냐, 그냥 앉아있어
홍차 내올게, 미안해

 

엄마

 

그릭이 겁 안 났나 몰라

 

- 재빨리 자릴 뜨던데요
- 익숙해질 거야

 

독서회 시작한 거 후회해?

 

오스틴은 이혼율이
하늘을 찌른다는 걸 모르니까요

 

그래, 제인은 결혼에만 관심있지

 

맞아, ‘제인’ 이라고
부르는 거 들었어?

 

- 프루디요?
- ‘제인과 난 주제를 알아요’

 

왜 매번 불어로 말하죠?

 

그렇게 불어가 좋으면
프랑스로 가든가

 

난 프루디가 안됐어
남편이 완전히 원시인이야

 

댈러스에 도착하는 대로
전화할게

 

호텔에 가서 하는 게 낫겠어

 

- 다들 맘이 급할 테니까
- 맘대로 해

 

장모님이랑 좋은 시간 보내

 

- 장모님
- 잘 다녀와

 

엄마, 차 안에 있으랬잖아

 

벌금 물게 생겼어!

 

- 여보세요!
- 여자랑 재미 많이 봐!

 

우리 뭐 할까?

 

저 오늘 수업 있어요

 

집에 가서 기다리세요

 

아니면 차를 빌려드릴 테니
영화라도 보시든가요

 

- 네 학교에 가볼까 봐
- 안 돼요

 

그건 금지돼 있어요

 

엄마, 제발... 맙소사

 

이건 도저히...

 

엄마, 나 늦었어요
빨리 타요

 

그냥 결근해

 

엄마가 같이 있길 원한다고
얘기하면 되잖아

 

옷이 왜 그 모양이니?
항공기 승무원 같구나

 

직업이 교사잖아요
이렇게 입어야 안 헷갈리죠

 

엄마, 정신 좀 차려요
모두를 위해서

 

고등학교 선생은 왜 해?

 

난 선생이라면 질색이었어

 

집에 모셔다 드릴게요

 

아냐, 학교로 가자
거기서 내가 운전하고 갈게

 

- 이 상태로 운전한다고요?
- 뭐?

 

됐어요, 3시에 데리러 오세요

 

잊으면 안 돼요

 

‘브리가둔’ 에 출연하는데
대사 연습 좀 도와주실래요?

 

‘난 괜찮소’

 

‘당신한테 일이 생긴다면
난 죽고 말 거예요’

 

‘당신을 사랑해요’

 

‘하루 만에 어떻게 알 수 있지?’

 

‘글쎄요’

 

‘여자는 사랑의 썰물을
본능적으로 감지하죠’

 

- 왜?
- 억양이 좋아서요

 

내 전공이 언어잖아
난 그냥...

 

불어 선생님이죠

 

선생님 차례예요

 

‘날 사랑한다고 생각하나요?’

 

‘생각? 생각은 뭐 하러 하지?’

 

‘내 느낌이 말해주는데’

 

‘뭐라고 말인가요, 토미?’

 

그런 다음 키스예요

 

상대역이 누구니?

 

캐런 바브요

 

나랑 어떻게든 엮어보려고
오디션 본 게 분명해요

 

도서관에서 절 훔쳐 보셨죠?

 

- 그렇지 않아
- 훔쳐 봤잖아요

 

아냐, 책을 읽고 있었어

 

- 훔쳐 봤어요
- 책을 읽었다니까

 

- 책을 읽었어
- 그래요?

 

맨스필드 파크라는 집의
사람들 이야기야

 

- 오스틴 거요?
- 그래

 

졸업반 때 할 작품이
‘맨스필드 파크’ 예요

 

책도 벌써 사놨죠
뜸들이느라 아직 안 읽었지만

 

맛있는 건
나중에 먹는 것과 같죠

 

- 어떤 내용이에요?
- 그게...

 

연극을 하기로 결정하고는

 

다 같이 연습을 하는데
차츰 본능이 이성을 지배하지

 

그 중 둘이 사랑에 빠지는데

 

여자인 마리아 버트램은...
하지 마

 

- 이미 정혼자가 있어
- 파혼하겠네요

 

글쎄, 내 생각엔...

 

난 오스틴이 연극의 위험성을
보여주려 했다고 생각해

 

분장실의 허물없는 분위기와
기다림, 속삭임

 

무대 위에서의 은밀한 시선
그리고 ‘사랑해’ 란 말

 

그건...

 

네가 더 잘 알잖아

 

네, 하지만 캐런 바브와는
그럴 일 없어요

 

처음부터 다시 할까요?

 

“3월”

 

“맨스필드 파크”

 

“조슬린 집
멋진 여자야, 개부자지”

 

“리즈백에 대해 알아?”

 

“이 여자한테 자꾸 끌려”

 

“누나들 모두
어설라를 좋아한다고 했어”

 

여보세요?

 

- 네
- 그릭, 조슬린이야

 

- 안녕하세요?
- ‘안녕’

 

- ‘맨스필드 파크’ 잘 읽고 있어?
- 그럼요

 

내가 방해가 됐나?

 

누나들한테 당신에 대해
이메일 쓰는 중이었어요

 

‘어설라에 대해서도요’

 

- ‘어둠의 왼손’ 읽었어요?
- ‘아직’

 

‘버나뎃이랑 얘기했는데’

 

지난 번에 알레그라 때문에
놀라지 않았나 해서

 

- 누가 알레그라죠?
- ‘실비아의 딸’

 

아주 예쁘고, 열정적이며
끝내주는 여자

 

오늘 시간 있나 물어봐

 

오늘 실비아랑
점심 먹을 수 있어?

 

실비아가 이혼 문제로
대니얼과 함께 법정에 있다고 해

 

실비아를 위로해줘야지

 

‘실비아네 전화 번호 알지?’

 

당신도 와요?

 

두 사람이 나이 차가
많은 건 알지만

 

둘이 잘 맞을 거야

 

사하라, 그만 끊을게

 

나한테 정말로
관심이 있는 건지 헷갈려

 

나보다 한참 어린
알레그라란 애랑 데이트하래

 

“테스트하나?”

 

걔 엄마랑 점심을 먹으라는군

 

“이거 정상이야?”

 

금융 자산은 균등하게 나눕니다

 

자동차는 기존대로
소유권이 유지되고

 

부대 비용과 보험은
각자가 전적으로 부담합니다

 

집에 대한 공동 명의는
그대로 유지되며

 

재산세, 유지비, 수리비는
각자 균등하게 부담합니다

 

집 거주자는 실비아로 합니다

 

그 인간 50살이 되는 날
고꾸라질 테니 두고봐

 

‘맨스필드 파크’ 가 그러더라

 

결혼은 두 사람 중
약한 쪽만큼만 강하다고

 

대니얼은 늘 폭풍이 몰아쳐야
중심을 찾을 수 있댔어

 

폭풍치곤 심하지

 

‘맨스필드 파크’ 는
폭풍으로 꽉 찼어

 

레이디 베트램은 자식들이
말썽부리는 걸 내버려두지

 

패니 프라이스가
그 집안의 기둥이야

 

패니의 사촌 마리아는
결혼 6개월 만에 남편을 버렸어

 

패니의 아버지는
실직한 알코올 중독자지

 

약자와 결혼하면 끝이란 걸
말해주는 거야

 

오스틴이 왜 독신이었는지 알겠군
정말 끔찍해

 

- 드디어 그가 미워지기 시작했어
- 좋았어

 

나 왔어요, 또 나갈 거예요
독서회 모임이 있어요

 

조금만 더 일찍 오지

 

방금 어떤 남자를 탱크에 넣고
목에까지 바퀴벌레로 채우는 게 나왔어

 

진짜 바퀴벌레 말야

 

그런 거 TV로 보여줘도
법에 안 걸리나 몰라

 

숟가락 들고 와

 

여기서 나가요

 

항공권 예약할 테니
짐 싸세요

 

- 내가...
- 네

 

- 어쩌다 부러졌어?
- 떨어졌어요

 

다행이죠

 

그 덕에 코린을 만났거든요
코린은 작가죠

 

저한텐...

 

“10대 레즈비언 동맹”

 

...불행이죠

 

코린한테 나랑 집필 중에
선택하라고 한다면

 

집필을 택할 테니까요

 

걘 선택할 필요 없고
넌 결과를 알 필요 없어

 

레즈비언이구나
전적으로?

 

실수로 남자랑
자기도 하냐는 거예요?

 

아니, 우리 누나 캣은
양쪽 다 사귀거든

 

아이다호에 살고 있지

 

설마 캣 해리스?

 

- 누나를 아세요?
- 버나뎃 아줌마는 마당발이에요

 

라구나 니구엘에 사는 의사 친구
비앙카 실만 소개로 만났어

 

비앙카 누나도 아세요?

 

비앙카랑 캣이랑 자매지!

 

두 사람이 자기 누나라니!

 

세상 정말 좁다니까

 

내 주제는
참을성 많은 딸이에요

 

다들 눈치챘겠지만

 

‘맨스필드 파크’ 의
참을성 많은 패니 프라이스는

 

‘설득’ 의 참을성 많은
앤 엘리엇을 연상시키죠

 

난 패니 프라이스가 싫어요

 

우린 지금 인기 투표를
하는 게 아냐

 

여기가 고등학교라면

 

엘리자베스 베넷이
인기 투표 1위고

 

패니가 꼴찌겠지만 말야

 

- 엘리자베스 베넷이 누구죠?
- ‘오만과 편견’ 의 주인공

 

너무 앞서가지 말아요
아직 거긴 못 읽었어요

 

- ‘오만과 편견’ 몰라?
- 네

 

오스틴은 등장 인물 중
패니 프라이스를 제일 좋아했대

 

- 패니는 따분해요
- 한결 같은 거야

 

‘새 알을 품은
코끼리 호튼’ 처럼 말야

 

한번 둥지에 앉으면
절대 움직이지 않지

 

인간이 나약하다는 걸
인정했다면

 

훨씬 친근감이 들었을 거야

 

- 스스로에게도 엄했어요
- 맞아

 

헨리 크로포드가
왜 나쁜지 모르겠어요

 

맞아, 고마워, 그릭
왜 에드먼드여야 하지?

 

오스틴은 매력적인 사람은
늘 색안경을 끼고 보죠

 

‘맨스필드 파크’ 에
제발 딱 한 번만

 

패니가 헨리 크로포드랑
섹스하는 게 나왔으면 좋겠어

 

바로 그거예요!

 

소설을 읽어보면

 

오스틴은 짓궂은 남자를
좋아한 것 같아요

 

누군들 안 그러겠어?

 

패니 프라이스 빼고요

 

그만 해, 난 패니가 좋아
매사에 열심이잖아

 

- 자신보다 가족을 위했어
- 엄마, 알았어

 

에드먼드도
끝까지 사랑했고 말야

 

메리 크로포드랑
바람피우는 에드먼드를

 

한결같이 사랑했다고

 

맙소사

 

‘맨스필드 파크’ 는
안전 지대 아니었어?

 

여섯 권 다 읽기
힘들겠어요

 

제인 오스틴 작품은
지뢰밭과 같아

 

오늘 조용하네, 그릭
할 말 없어?

 

있죠

 

아, 여기 있네요!

 

에드먼드와 패니의 관계는

 

친남매와 비슷해요

 

하지만 결국에는
‘제국의 역습’ 처럼 돼요

 

남녀 성만 바꾸면 돼요
‘제다이의 귀환’ 에서 루크가

 

레아 공주와 남매인 걸 알곤
마음을 접잖아요

 

에드먼드가 크로포드를 포기하고
사촌인 패니한테 마음을 연 게...

 

그런 생각해본 적 없어요?

 

- 실비아랑 점심 안 먹었어?
- 네

 

- 알레그라가 레즈비언인 거 알죠?
- 당연하지

 

당신 집 가구가 맘에 들던데

 

‘노생거 사원’ 차례가 오기 전에
소파를 사둬야...

 

- 두 사람 뭔가 있어?
- 그릭, 난...

 

소파 고르는 것 좀
도와줄래요?

 

실비아랑
점심 같이 먹겠다면

 

그러죠

 

좋아, 잘 생각했어

 

- 그럼 잘 가
- 그래요

 

- 가볼게요
- 이런, 미안해요

 

그릭이 내 가슴
훔쳐 보는 거 봤어

 

저거 좋네

 

- 맘에 들어요
- 색상이 난해해

 

난 난해한 게 좋아요
이걸로 살래요

 

잠깐만, 너무 성급하잖아

 

- 크기가 맞는지도 봐야지
- 괜찮아요

 

배고파요?

 

그릭, 무례하다고
생각하진 마

 

부자야?

 

어떻게 대답할지
모르겠네요

 

네, 돈은 충분해요

 

기술 지원 일은
내가 좋아서 하는 거죠

 

- 그거 먹어도 돼요?
- 그럼

 

실비아랑 여기로 와
분위기가 좋네

 

도서관 기금 모금 행사 때문에

 

- 바쁠걸요
- 전화해

 

혼자란 힘든 거야

 

- 남편이 돌아올지도 모르죠
- 어쩌면

 

제인 오스틴이
그런 얘길 쓰면 재밌을 텐데

 

벌써 썼어, ‘설득’ 이란 책이야

 

앤 엘리엇이란 여자가
웬트워스란 해군과 사랑에 빠지는데

 

여자 집에서 반대를 해

 

- 좋아요
- 그래서 남자가 떠나는데

 

얼마 후 부자가 돼서
돌아와

 

- 하지만 사랑이 식은 후였지
- 더 이상 말하지 말아요

 

- 오스틴 책이 점점 재미있나 봐
- 맞아요, 어설라 책은 어때요?

 

- 별로예요?
- 아직 못 읽었어

 

직접 해보지 않으면
좋은지 싫은지 어떻게 알죠?

 

내 나이 되면 다 알아

 

또 나이 얘기네

 

나이는 핑계에 불과해요

 

난 제인 오스틴 같은
여자들 책도 기꺼이 읽었는데...

 

여자들 책 아냐

 

그렇더군요

 

당신도 깨닫게 될지 모르잖아요
공상 과학이...

 

- 외계인이 다가 아니란 걸?
- 그래요

 

식사 마저 끝내요
보여주고 싶은 게 있어요

 

어릴 때 아버지랑 난

 

늘 여자들 틈바구니에서
살아야만 했어요

 

어머니에, 누나에
어머니 친구, 누나들 친구까지

 

최소한 15명은 들끓었죠

 

아버진 뒤뜰 창고를 피난처 삼아
아무도 접근 못하게 했어요

 

그리곤 거기서 야구도 듣고
담배도 피우곤 하셨죠

 

그러다 얼마 전에
구강암으로 돌아가셨어요

 

- 유감이야
- 어쨌든, 그러던 어느 날

 

제가 10살 때였는데
아버지가 창고로 부르더니

 

잡지를 보여주시는 거예요

 

이러면서요, ‘남자들만 보는 거야
절대 비밀이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공상 과학
이야기”

 

그때 이후로

 

난 공상 과학을 통해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었죠

 

이 책들을 통해
독서의 즐거움을 배웠기에

 

잊을 수가 없어요

 

아서 C. 클락
상상력이 풍부한 작가죠

 

시어도어 스터전
역시 환상적이에요

 

필립 K. 딕
남자라면 꼭 읽어야 돼요

 

- 안드레 노튼
- 아주 남성적이군

 

그 말 취소하고 싶을걸요
안드레 노튼, 앤드루 노튼

 

- 앨리스 메리 노튼, 모두 동일인이에요
- 설마

 

-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 들어본 적 있어

 

본명은 앨리스 셸던이에요
팻 머피

 

- 패트리스 앤...
- 여전히 여자들 틈에서 살았군

 

그때쯤엔
여자가 좋아지더군요

 

자기가 이겼어
어설라 책 읽을게

 

좋아요

 

- 비밀 얘기해줘
- 네 차례야

 

천만에, 어서 말해봐
난 믿어도 돼

 

어서

 

좋아, 이건 진짜 비밀이야

 

나보다 한 학년 위에
베니란 장애아가 있었어

 

늘 모자를 이렇게 눌러쓴 채
귀만 내놓고 다녔지

 

그리곤 농구공을
들고 다니면서...

 

내가 4학년 때였는데

 

어느 날 베니가 손으로
고추를 잡고 있는 걸 봤어

 

물론 그대로 돌아서왔지

 

나중에 아빠가
학교로 데리러 오셨는데

 

나한테 관심이 없는 거야

 

그래서 지금도
이유를 모르겠는데

 

아빠한테 얘길 했어
‘아빠, 어떤 애가 고추를 보여줬어’

 

- 걔 이름이 뭐라고?
- 베니

 

아빠는 주소를 알아내
그곳으로 향했어

 

베니의 엄마가 문을 열어줬는데
나이가 무척 많아 보이더라

 

숱 없는 흰머리를 양갈래로 땋았더라고
아빠는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지

 

그러자 베니 엄마가 울면서 말했어
‘죄송하지만 저더러 어쩌라고요?’

 

아빠가 말했어
‘아드님한테 말하세요’

 

그때 베니 엄마 뒤로 베니가
나타나서는 농구공을 든 채...

 

아빠가 갑자기 입을 다물더군

 

왜냐면 돌아가신 삼촌 중에
그런 분이 있었거든

 

맙소사

 

차로 돌아왔는데
아빠는 아무 말씀이 없었어

 

그러더니 이러더군
‘네가 가장 중요한 얘길’

 

‘일부러 빼놓고 안 했구나’

 

난 너무 미안했어

 

일이 그렇게 될 줄 몰랐거든

 

난 그저 아빠 관심을
받고 싶었던 것뿐인데 말야

 

지금 제정신이야?

 

전화할까...
전화할까 생각했는데

 

- 깨울까 봐서
- 불쑥 찾아오면 곤란해

 

잔디 깎아야 되잖아

 

사람 살 거야

 

여긴 내 집이야
함부로 이러면 곤란해

 

손님이라도 와있으면
어쩔 거야?

 

- 남자 생겼어?
- 잔디깎이 갖다놔

 

이상하게 받아들이지 마

 

그냥 잘 지내나
궁금하더라고

 

알레그라는 날 쳐다도 안 보고
디에고랑 앤디는

 

학교에서 전화했는데
별 말 안 하더라고

 

아빠가 창피하대

 

디에고한테 들었는데
샤워 핸들이 느슨하다며?

 

- 30초면 돼
- 내가 알아서 할 거야

 

내가 보면
안 되는 거라도 있어?

 

집 관리 안 할까 봐
걱정돼?

 

- 그게 아니라...
- 남편 역할을 하고 싶다?

 

되돌리고 싶어?

 

그건 불가능해

 

당신은 내 남편이 아니거든

 

- 모두 끝났어
- 다음 주말에 전화해도 돼?

 

- 아니, 하지 마
- 알았어

 

가끔 연락할게

 

“4월”

 

“노생거 사원”

 

엄마가 오토바이를 사고 싶으면
제가 벌어서 사래요

 

그게 조건이죠

 

요즘 쇼핑 센터에서 일해요

 

올 여름 전국을
횡단하려 했는데

 

물 건너갔죠 뭐

 

난 18살이니까
오토바이 살 수 있어요

 

오토바이 있었잖아

 

별로 안 좋아했지

 

기억 안 나?

 

기억 안 나? 체육관 반대편에
늘 세웠었잖아

 

검붉은색 오토바이 말야

 

오토바이 관리하는 거
지겹다고 했으면서

 

무슨 소리예요?

 

내가 뭔가 원할 때마다
우리 엄만 그렇게 날 속였어

 

‘작년에 생일 파티 해줬잖아’

 

‘기억 안 나?
케이크가 얼마나 컸는데’

 

‘분홍색 크림에
온통 장미로 장식돼 있었잖아’

 

‘네가 싫어했지’

 

완전히 뻥이군요

 

- 생일 파티 안 해주려고
- 세상에

 

덕분에 난 늘 내 생일 파티가
굉장했다고 생각했어

 

풍선에, 발레리나에
롤러코스터까지

 

그런 거짓말을 하다니
진짜 너무하네요

 

‘그렇게 성대한 파티를
매년 열 수는 없단다’

 

거짓말인 걸 언제 알았어요?

 

엄마가 다른 방식으로
또 날 속이려 했을 때

 

원하는 걸 하나 말해봐

 

좋아요

 

모텔로 가요

 

이미 다녀왔다고 쳐

 

그럼 그냥 포기해요?

 

끈질기질 못했군요

 

- 트레이, 나한테 이러면 안 돼
- 왜요?

 

당신은 교사니까?

 

나... 우리 이러면 안 돼

 

딴 데로 가요

 

우리 집으로 가요
그냥 얘기만 할게요

 

이미 그랬다고 쳐

 

그런 연극 싫어요

 

우리 늦었어

 

잠깐만요

 

맙소사

 

- 좀 으스스하지 않아?
- 조용하네요

 

- 실비아, 너무 근사하다!
- 섹시하네!

 

좀 어색해요

 

- 코린은 어떠니?
- 잘 지내요

 

‘노생거 사원’ 에 대한
그릭의 멋진 해석 들을 준비됐어요?

 

됐어, 잘할지 누가 알아?

 

- 소파가 배달됐나 몰라
- 바닥에 앉아도 돼

 

- 스프레이 치즈 나눠 먹으면서요?
- 그만 해

 

그릭도 성인이야
다들 놀랄 테니 두고봐

 

알았어요

 

‘환영합니다
어서 오십시오’

 

- 세상에
- 그릭? 엄마야!

 

오늘이 할로윈인 줄 아나 봐

 

- ‘노생거 사원’ 처럼 고딕으로 꾸민 거야!
- 맞아요!

 

‘아무도 살아서 나갈 수 없어!’

 

- 난 이런 거 싫어, 싫다고
- 실비아!

 

- 그릭? 그릭? 그릭?
- 실비아, 장난이잖아

 

- 그냥 장난일...
- 실비아, 실비아!

 

장난이에요, 미안해요

 

- 봐요
- ‘노생거 사원’ 을 패러디했어

 

- 컴퓨터 프로그램이에요
- 버나뎃, 전화 왔어요

 

이건 원격 조종기
모두 센서로 움직이죠

 

프루디?
딘, 프루디가 늦는대?

 

- 할로윈엔 뭐 해?
- 그땐 제대로 하죠

 

이 정도는 약과예요
할로윈 때 직접 와서 보세요

 

- 잠깐만요
- 끔찍해라

 

‘우돌포의 비밀’ 에서
영감을 받았죠

 

‘노생거 사원’ 에서 캐서린이
집착하는 책 있잖아요

 

- ‘우돌포의 비밀’ 을 읽었어?
- 음식이다!

 

- 그릭, 색깔이 딱 맞네
- 언제...

 

- 그릭이 ‘우돌포의 비밀’ 을 읽었대
- 와

 

‘노생거 사원’ 의
등장 인물들이 읽는 책?

 

맞아, 까만 베일과
로렌티나의 해골

 

- 멋지지 않아?
- 네, 진짜 멋져요

 

딘, 정말 유감이야
프루디가 많이 힘들겠군

 

‘프루디가 그러는데’

 

무슨 책에 대해
발표를 해야 된다면서요?

 

‘설득’

 

샌디에고에서
언제 돌아올지 몰라서요

 

못할지도 모르겠대요

 

‘설득’ 은 맨마지막에 한다고 해

 

그 편이 더 나아
오스틴의 마지막 저서니까

 

마지막 저서는
‘노생거 사원’ 아녜요?

 

- 출판은 그래, 쓰긴 가장 먼저 썼어
- 어쩐지

 

- 왜?
- 무슨 일이야?

 

소재가 소설이거든요

 

그 젊은 작가를 자신으로 보고
끊임없이 질문해요

 

‘주인공은 누구인가?
좋은 소설의 조건은 무엇인가?’

 

‘소설은 시간 낭비인가?
소설을 쓸 것인가? 어떤 얘기를?’

 

- 멋진데
- 대단한 통찰력이야

 

고마워요

 

프루디가 모친상을 당했어

 

- 네?
- 이런

 

어제 샌디에고에서
교통 사고를 당했나 봐

 

주차장에서 나오면서 좌회전하다
마주 오던 차와 충돌했대

 

- 세상에
- 끔찍해라

 

- 엄마랑 친했대요?
- 그렇진 않아

 

어쩌지? 다음 책이 ‘설득’ 인데
모친상당한 사람한테

 

무리가 아닐까?

 

소설엔 죽는 얘기 안 나와

 

‘이성과 감성’ 엔
아빠가 죽는 얘기 나와요

 

그럼 ‘오만과 편견’ 어때?

 

나야말로 지금
다시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

 

- 로맨스에 젖을 준비됐어?
- 물론이죠

 

그럼 ‘오만과 편견’ 부터 해
그게 프루디한테도 좋아

 

‘우돌포의 비밀’ 을 읽었다니
아직도 못 믿겠어

 

- 브라보, 그릭, 브라보
- 구운 아티초크 맛있네

 

- 우리 집으로 이사 와요, 그릭
- 해골은 가져오면 안 돼

 

얘가 정말 맛있어하네

 

요즘 그릭이랑 데이트해?

 

아뇨, 그릭은 실비아한테 관심있어요
그게 원래 계획이었잖아요

 

싸우기 싫어

 

그냥 차에 데리고 가서

 

섹스하지 그랬어?
당신이 원하는 게 그거였잖아

 

5분도 얘기 안 했어

 

5분도 훨씬 넘었어

 

수술로 부풀린 가슴이
그렇게 좋아?

 

프루디, 당신 친구한테
예의를 갖춘 것뿐이야

 

클로이 베어는 내 친구 아냐

 

걔가 엄마 장례식에 온 건
날 조롱하기 위해서라고

 

그런 애와 눈이 맞다니!

 

- 난... 난...
- 너무해!

 

그런 적 없어

 

고등학교 1학년 때

 

난 ‘줄리어스 시저’ 를 주제로
약강 5보격 시를 쓴 적이 있어

 

클로이 베어는 내 사물함에서 그걸 꺼내
애들 앞에서 큰 소리로 읽었어

 

모두 날 비웃었단 말야

 

여보, 고등학교는 끝났어

 

고등학교는 절대 안 끝나

 

“5월
‘오만과 편견’”

 

‘그는 뒤돌아서서
잠시 엘리자베스를 쳐다보다’

 

‘시선이 마주치자
눈길을 피하며 차갑게 말했다’

 

‘그저 괜찮은 정도지
내 마음을 끌기엔 부족해’

 

‘난 지금 다른 남자한테
마음을 쏟고 있는 아가씨한테’

 

‘신경 쓸 기분 아냐’

 

‘자네 파트너한테 돌아가
그녀의 미소를 즐겨’

 

‘시간 그만 낭비하고’

 

다음 주에 ‘오만과 편견’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도서관 만찬이 있잖아

 

우리도 거기 갈까 봐요
대니얼이 팸을 데리고 온대요

 

- 좀 너무하네
- 내 말이요

 

- 회사에서 티켓을 샀대요
- 그럼 우리도 사

 

독서회 회원 모두 말야

 

- 단결력을 보여주자고
- 좋죠

 

‘센트럴 밸리 리버 시티
불멸의 제인 오스틴 독서회’

 

그릭이 그렇게 부르더군요

 

재미있는 친구야
실비아랑 잘돼서 다행이지

 

점심 같이 먹는대

 

댄스 타임이 있나 몰라

 

다이어트 중이야

 

내가 주최하는 기금 모금 파티에
남편이 여자를 데려온대

 

‘오만과 편견’ 을 다시 읽는 동안

 

이런 생각이 들었어
‘데이트는 쉽지’

 

- 오스틴 책에 이혼 다룬 거 봤어?
- 쉽다는 말은 그러네요

 

상대에 따라 다르죠

 

- 조슬린이 누구 사귄 적 있어요?
- 가끔

 

고등학교 다닐 땐
내 남편이랑 사귀었어

 

그러다 나한테 넘겼지

 

조슬린한테 처음으로
개를 사준 사람이 대니얼이야

 

- 개가 좋아 남자를 버린 거예요?
- 내가 조슬린을 좋아하긴 하지만

 

사랑이 정말로
상대를 자유롭게 해주는 거라면

 

조슬린을 차지하고 싶은 남자는
걔 손가락을 하나씩 잘라놔야 될걸

 

- 안녕
- 안녕

 

안녕

 

같이 글 쓰는 린 알지?

 

- 아니, 알레그라야
- 안녕

 

코린한테 정말 잘해주나 봐

 

너랑 함께한 이후로
소재가 풍부해졌거든

 

지난 주에 코린이 쓴 글
굉장하지 않아?

 

알레그라랑 난
내 일에 대한 얘긴 안 해

 

알았어

 

‘코린 메이헌 양에게’

 

“벌레인 스몰 출판사
보 노리스 편집장”

 

‘귀하가 보내주신 단편 세 편은
출판이 불가능합니다’

 

‘‘베니의 농구공’ 은
이야기는 좋지만’

 

‘장애아가 성기를 만지는 부분에 관한
묘사가 읽기에 좀 불편하더군요’

 

‘‘푸딩용 달걀 깨기’ 란 제목은
귀하의 부모가 이혼했다는 사실을’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내주지 않나요?’

 

‘‘스카이다이버’ 는
정말 황당하더군요’

 

‘이기적인 아름다운 레즈비언이
왜 비행기에서 뛰어내리죠?’

 

같이 갈까 해서요

 

서둘러야겠어
실비아 혼자 어색할 거야

 

- 사하라, 이리 와
- 벌써 도서관으로 갔어요

 

- 일찍 가야 된다더라고요
- 데려다주고 오는 길이야?

 

아뇨, 점심 시간에 들었어요

 

멋진데요

 

다녀올게

 

바이오디젤 차로 개조했어요
유지만 넣어줘도 작동되죠

 

잘됐어요, 이런 기회 아니면
차를 통 안 쓰거든요

 

청소도 안 하고

 

헤어스타일 맘에 들어요

 

오늘 밤 실비아랑
춤추는 거 잊지 마

 

- 춤출 줄 알지?
- 당연하죠

 

누나가 셋이에요
춤출 줄 알아요

 

이 차선으로 계속 가면
파티에 늦어

 

연료 넣을 때마다
유지를 바이오연료로

 

변형시켜줘야 하기 때문에
속도 많이 안 내려고요

 

굼벵이가 따로 없군

 

어설라의 책 읽었어요?

 

난 진짜 사람에 관한
얘기가 좋아

 

엘리자베스 베넷은 실존 인물이고
공상 과학 캐릭터는 아니다

 

이건가요?

 

공상 과학에도 사람은 등장하지만
주제가 사람이 아니잖아

 

사람이란 복잡한 거야

 

공상 과학에도 종류가 많아요

 

한 권이라도 읽고서 얘기한다면
당신 의견 귀담아듣죠

 

- 왜 이 길로 빠졌어?
- 강을 따라 가려고요

 

마크 트웨인이야?

 

신호등마다 걸리게 생겼잖아

 

좋은 신랑감들 많네

 

실리콘 밸리의 부자들
반이 다 모였어

 

로맨스를 위하여

 

- 안녕
- 안녕

 

소프트웨어 남작이랑 결혼해
펨벌리로 이사 갈까 봐

 

부자들은 여자 갈아치우는 데
선수인 거 아시죠?

 

- 안녕하세요?
- 안녕

 

딘입니다

 

이인 독서회 같은 거
관심없어요

 

심적으로 돕고 있죠
지난 몇 주간 힘들었거든요

 

- 원한다면 가입해도 돼
- 됐어요

 

전 그만 바에 가볼게요
여자분들끼리 얘기하세요

 

바는 없어, 도서관이잖아

 

- 리큐르 마셔
- 그거면 충분해

 

필요한 거 없으세요?

 

오는 길에 크게 다퉜어요

 

- 샴페인 마셔
- 엄마?

 

코린이랑 헤어졌어

 

세상에, 알레그라

 

- 멋지군
- 시간 아직 많아요

 

무슨 일이 있었는진 몰라도
이렇게 쉽게 관두면 안 돼

 

- 엄만 몰라요
- 걔가 널 때렸니?

 

나쁜 말했어?

 

하여튼 넌 너무 쉽게
사랑에 빠져 탈이야

 

금세 뜨거웠다 금세 식지
네 아빠처럼 말야, 참을성이 없어

 

‘고장났어? 고쳐
안 되면 그냥 부수든가’

 

사랑하는 사람과 쉽게 헤어져선 안 돼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해봐

 

이건 엄마, 아빠 경우와 달라요

 

아빠는 아직도 엄마를 사랑하지만
코린은 아니라고요

 

그러니 엄마야말로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세요

 

아빠가 섹스 포기하고
돌아올지 누가 알아요?

 

- 알레그라
- 코린과 난 끝났어요

 

- 파티에 가긴 틀렸어
- 택시 부를게요

 

대니얼이 팸과 들어설 때
실비아 혼자 두고 싶지 않단 말야

 

휴대폰 있어요?

 

공중 전화 찾아볼게요

 

실비아한테 끌려?

 

그럼요, 아주... 착하잖아요

 

착한 것 이상이지
똑똑하고 재미있고...

 

- 남편을 아직 사랑하죠
- 걘 그 생각 버려야 해

 

실비아 인생이에요
그만 간섭하는 게 어때요?

 

단짝 친구의
행복을 바라는 게

 

간섭이라면
그만두고 싶지 않아

 

난 뭐죠?
당신 친구인가요?

 

아니면 실비아의 행복에
사용될 도구인가요?

 

왜 날 독서회에
가입시켰죠?

 

날 처음 본 순간
무슨 생각했어요?

 

‘제인 오스틴 소설을
못 읽어서 환장한 남자군’

 

- 그렇게 생각했어요?
- 아니

 

난 이렇게 생각했어요
‘정말 아름답군, 날 봐줬으면’

 

당신이 좋아하는 책 읽어주면
당신도 그래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니더군요
당신은 지배하고 싶었던 거예요

 

그래서 개를 키우는 거죠

 

유명한 로맨스 소설인데도

 

‘오만과 편견’ 속의 결혼들은
괴상하기 그지없어요

 

난 거기 나오는 결혼
다 해봤어

 

첫 남편은 정치가였는데
내가 뭘 하든 창피해하는 거야

 

내가 시끄럽고
무례하다면서 말야

 

가슴 좀 그만 내밀고
다니라더군

 

그때 난 17살이었어
샬롯 루카스가 따로 없었지

 

첫 번째 구혼자와
결혼했거든

 

‘누구나 뒤돌아볼 땐
현자가 된다’

 

누구나 이혼하기 전까진
자기 결혼은 문제없다 생각하죠

 

내 생각에 샬롯 루카스는
레즈비언 같아요

 

정말요, 엘리자베스한테 자긴
그 정도로 로맨틱하지 않다고 할 때

 

그런 뜻이었던 것 같아요

 

샬롯 루카스는 레즈비언이 아냐
그냥 선택의 여지가 없을 뿐이야

 

잠깐만, 샬롯이
레즈비언이 아니라는 거야?

 

아니면 샬롯이 레즈비언인 걸
오스틴이 몰랐다는 거야?

 

등장 인물들한테
작가도 모르는 비밀이 있다는 게

 

맘에 들어

 

솔직히 난 샬롯을 존경해요

 

자기 상황을 파악하고
콜린스와 결혼하기로 하잖아요

 

콜린스가
‘꿈속의 왕자님’ 은 아니지만

 

상관없다 이거죠

 

바로 그래서 조슬린은
샬롯을 싫어하겠지만요

 

조슬린은

 

사랑에 타협하는 사람을
경멸하죠

 

그래서 아직도
결혼을 못한 거예요

 

늦어서 미안해

 

- 안녕
- 어서 와요

 

유지가 바닥나 늦었어

 

- 그릭 해리스입니다
- 딘 드러먼드입니다

 

- 잠깐만요, 당신도 독서회?
- 맞아요

 

프루디가 그냥 ‘그릭’ 이라고 해서
남자라곤 생각 못했어요

 

그럼 여자인 줄 알았어요?

 

딘은 ‘오스틴’ 이
텍사스 주 주도인 줄 알아요

 

 

제인의 소설 중에

 

결혼 후의 삶을 다룬 건 없어요

 

어쩌면 엘리자베스는
다시와 서로 증오하게 돼

 

펨벌리로 가서

 

정신병자가 됐는지도 몰라요
자기 엄마처럼요

 

왜냐면 엄마는 모두
시한 폭탄이거든요

 

딸의 몸속에 들어가
터질 기회만 엿보죠

 

베넷 부인 얘기는
그만 하도록 하지

 

- 아버지 얘길 하는 게 어때요?
- 무슨 아버지요?

 

엄마가 아빠라면서
제복 입은 남자 사진을 보여주더군요

 

어쩌면 가짜였는지 몰라요

 

중고품 파는 데서
산 건지도 모른다고요

 

그것도 모르고
난 그걸 방에다 모셔놨죠

 

내 방에 모셔놨다고요

 

그만 해

 

딘, 내가 가볼게요

 

버나뎃

 

대니얼 안 왔어요

 

다행이군

 

제자랑 사랑에 빠졌어요

 

아직까진 별 일 없었어요

 

내가 억눌렀거든요

 

하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 몰라요

 

늘 걔에 관한 꿈을 꿔요

 

엄마가 돌아가셔서
슬퍼서 이러는 거야

 

걔가 쳐다볼 땐 전 아이스크림
걘 스푼이 된 기분이에요

 

다음 책이 ‘이성과 감성’ 인 게
천만 다행이군

 

“6월”

 

“이성과 감성”

 

- 당신을 사랑해요
- 하루 만에 어떻게 알 수 있지?

 

글쎄요, 여자는 사랑의 썰물을
본능적으로 감지하죠

 

- 날 사랑한다고 생각하나요?
- 생각?

 

생각은 뭐 하러 하지?
내 느낌이 말해주는데

 

- 깁스 풀었군요
- 네

 

- 어때요?
- 시원해요

 

잡을 수 있어
팔을 쭉 뻗어 봐

 

그렇지
밧줄을 살짝 흔들어

 

할 수 있어, 발을...

 

오른발을 파란 발판에 올려

 

겁내지 말고

 

- 꼭 잡아
- 넌 할 수 있어

 

- 쭉 뻗어
- 됐어

 

좋아, 잘하고 있어

 

괜찮아, 다친 데 없어
별거 아니라니까

 

여기서 기다리세요

 

타박상 말곤
이상이 없겠지만

 

며칠 두고봤으면 해서요

 

전 닥터 옙입니다
궁금한 거 있으면 연락하세요

 

알레그라가 사고가 난 게
이걸로 몇 번째지?

 

- 사내 녀석들은 괜찮은데 늘 얘야
- 얘가 원래

 

등산이나 스케이트보드
스노우보드 같은 걸 좋아하잖아

 

낙하산 안 탄 게 신기해

 

하여튼 과격하다니까

 

코린이랑도
화산처럼 타오르더니

 

어느 새 돌아서선
증오한대

 

- 얘 괜찮겠지?
- 그럼

 

머리에 혹 하나
생긴 것뿐이야

 

애가 다쳐서 드러누워 있는데

 

이런 말하긴 그렇지만

 

다 같이 한 방에 있으니
너무 좋아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간 기분이야

 

정상, 그럼

 

팸이랑 헤어진 지
두 달쯤 됐어

 

인생이 확 달라졌겠네

 

오늘 아침에

 

알레그라랑 내가 속해있는
독서회에 대해 생각해봤어

 

첫 모임 때...

 

당신이랑 헤어진 후로
알레그라랑 같이 살고 있는데

 

첫 모임 때랑 비교해
내가 달라진 게 느껴지는 거야

 

당신이 떠났을 때
난 이런 모습이 아니었어

 

내 눈에도 보여
당신 많이 변했어

 

당신도 마찬가지일 거야

 

마음을 비우면
이렇게 되는 건가 봐

 

우리 정말
떨어져 있길 잘했어

 

우리가 자랑스러워

 

그릭이 한마디만 하면
그대로 나올 거예요

 

조금만 참아
오늘 지나면 한 권 남았어

 

자기가 알아서
탈퇴해주면 얼마나 좋아

 

오스틴은 엘리너, 에드워드, 루시의
삼각 관계를 흥미롭게 그리다가

 

끝에 가선 갑자기
루시를 에드워드의 형과

 

달아나게 만들어요

 

- 그래, 좀 생뚱맞지
- 난 좋던데

 

난 매리언과 브랜든 대령이
맺어지는 게 좀 억지스럽던데

 

- 동의하는 분?
- 난 그 부분 좋던데

 

말 탄 왕자님이
여자를 말에 태우고 사라지잖아

 

브랜든 대령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매리언에게만 집중하죠

 

반면, 그녀는
윌러비에게 맘을 줘요

 

윌러비는 바람둥이예요

 

여자는 착한 남자를 싫어해

 

그런 불평하는 남자야말로

 

알고보면
그렇게 착하지 않더라고

 

진짜 놀라운 게 뭔지 알아?

 

대시우드 부인은 브랜든 대령보다
겨우 몇 살 많잖아

 

그런데 왜 브랜든은
엄마 대신 딸을 선택했지?

 

맞아, 왜 그런 거야?

 

대시우드 부인은
관심을 보여주지 않았거든요

 

- 주인공이 젊은 사람들이라 그래요
- 맞아, 제인 오스틴은

 

여자가 25살이 넘으면
따분하다고 생각해

 

솔직히 여자가 자기보다
몇 살 어린 남자를 유혹하는 얘기가

 

훨씬 흥미로워요

 

대시우드 부인을
윌러비와 맺어주면 어떨까?

 

안 될 것 없죠

 

덥고 긴 여름이잖아요

 

대시우드 부인은
그렇게 지각이 없진 않아

 

대화 중심을 조연보단
주연에 두면 안 될까요?

 

섹스는 골치 아파

 

대시우드 부인은
정돈된 삶을 원했는지도 몰라

 

그래서 조연으로
머문 건지도 모르죠

 

- 오스틴 소설을 읽어봤다면...
- 읽었어요

 

당신이 읽으라고 해서요

 

그럼 그녀가 늘 질서와 감정 정리를
좋아했다는 걸 알겠군

 

- 어리석은 건 없어
- 느긋하죠

 

그러니까 이게
기본서라도 된다는 건가요?

 

나쁘지 않지

 

오스틴이 사랑에 빠지는 여자에 대해
글을 쓴 건 외로워서예요

 

말도 안 돼

 

오스틴은 충만한 삶을 살았어
원한다면 언제든 결혼할 수 있었다고

 

- 결혼할 뻔한 적도 있잖아
- 맞아요

 

- 그런데 안 하기로 했죠
- 왜요? 너무 골치 아파서?

 

해리스 빅-위더랑 약혼했다
하루 만에 파혼했죠

 

‘오, 해리스 빅-위더!’
별걸 다 아시네요

 

브랜든 대령이
매리언을 선택한 건

 

매리언이 젊어서가 아니라

 

자신에게 관대하기 때문이에요

 

감정에 충실할 준비가 돼있었거든요
규범도, 두려움도 잊고

 

- 그러다 윌러비한테 유린당했어
- 남자를 잘못 골랐거든요

 

규범도, 두려움도 잊고

 

맘에 드네요

 

“7월”

 

“설득”

 

- 여보
- 독서회에 그렇게 입고 가?

 

버나뎃이 이번 모임은
해변에서 열자는 의견을 냈어

 

소설 속에서
다들 라임에 가거든

 

영국에 있는 해변이야

 

이 책이 마지막이지?

 

몇 권 더 하기로 했어

 

프루디는 몇 시간 늦을 거래고
그릭은 여자를 데려오겠대

 

오늘로 끝인 게 다행이네요

 

그러게, 소설과 현실을
구분 못하는 사람이 생겨서 말야

 

그릭 탓도 아니지

 

오스틴의 소설은 사람을
성적으로 대범하게 만들거든

 

안녕하세요?

 

병원에서 알레그라랑 읽었는데
재미있더군요

 

토론회에 참여하려고?

 

- 그래도 돼? 그러고 싶어
- 어서 와

 

- 대니얼이 함께 토론하겠대
- 회원이 아니잖아요

 

부탁해, 오스틴 책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거야, 현재로선

 

실수와 두 번째 기회에
관한 얘기지

 

알았어

 

포도주 줄까?

 

“정지하세요”

 

“건너가세요”

 

“제인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정지하세요”

 

마지막 모임에 여자를
데려오다니 믿을 수가 없군

 

- 너랑 연결시켜 주려고 했는데
- 나랑?

 

네 애인 물려받았다가

 

이 꼴 됐어

 

- 어서 와
- 안녕

 

- 반가워
- 이쪽은 캣이에요

 

- 안녕하세요?
- 그릭의 누나죠

 

정말 잘됐네요, 그러니까...
네, 정말 잘됐어요

 

그릭의 누나였군요
난 조슬린, 여긴 실비아예요

 

- 반가워요
- 네

 

- 고마워요
- 오랜만이야

 

- 이렇게 또 만나네요
- 세상에!

 

- 더 근사해졌네
- 반가워요

 

고마워요

 

- 아이다호에서 오신 거예요?
- 네

 

그동안 이메일을 주고받았는데
도대체 어떤 분들이기에

 

그릭한테 제인 오스틴을
읽게 만들었는지 궁금하더군요

 

그래서 이렇게 직접 왔죠
같이 산책할래요?

 

좋아요

 

잠시만요

 

버니 아줌마! 엄마! 엄마!

 

- 어서 와
- 닥터 옙?

 

사만다라 부르세요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늦어서 죄송해요
- 괜찮아요, 프루디도 아직 안 왔어요

 

저기 아빠야?

 

- 가서 인사해
- 그래

 

닥터?

 

하여튼 화산 같다니까요

 

- 아빠! 우리 왔어!
- 어서 와

 

부탁 하나 해도 돼?

 

책 좀 읽어줄래?

 

부탁이야, 지금 읽어줘

 

책 읽으려고 독서회에
가입한 거 아니었어?

 

당신이 읽어줘

 

부탁이야, 딘

 

이건... 그게...

 

프루디, 날 변화시키고
싶어한다는 거 알아

 

하지만 난 나야
내가 아닌 척 꾸미고 싶지 않아

 

‘오스틴’ 이 텍사스에 있다고
믿는 게 나라고

 

그 얘긴 그만 해
내가 나빴어

 

내가 통과할 수 없는 시험은
강요하지 마

 

그런 게 아냐
이건 시험이 아니라고

 

함께 나누고 싶어서 그래

 

무슨 내용인데?

 

과거에 사랑했던
두 사람에 관한 거야

 

어느새 사랑을 잊었지만

 

스스로를 설득해
다시 한번 시도하려 하지

 

내가 읽어줄게

 

- ‘서머셋의...’
- 프루디

 

‘...켈린치 홀의 월터 엘리엇 경은’

 

‘재미로 책을 읽는 사람이...’

 

정말로 그걸 다
읽을 생각은 아니지?

 

1페이지만 읽어

 

‘그는 소일거리로 되고
마음에 위로도 될 수 있는’

 

‘직업을 찾아냈다’

 

- 이리 와
- ‘설득’ 에서

 

웬트워스와 앤이
서로를 증오하는 마음을

 

언제 거두게 됐는지
궁금해요

 

다 같이 라임에 갔을 때야

 

루이자 머스그레이브가
추락하고

 

앤이 루이자를 질투하도록
웬트워스가 일을 꾸민 다음 말야

 

루이자를 이용한 거예요?

 

그래, 그렇게
해석하는 사람도 있어

 

- 전 그가 원한 건...
- 다시 존중받고 싶었던 거지

 

바보 같은 행동이었어요

 

앤 없인 아무것도
아니란 걸 알면서 말예요

 

과거나 현재나
변함없이 사랑하잖아요

 

오스틴은 남자들에게
설명할 기회를 줘서 맘에 들어

 

‘오만과 편견’ 에서도
다시는 엘리자베스에게

 

프랭크는 엠마에게
편지를 쓰지

 

네, ‘설득’ 에선 웬트워스가
그녀에게 남긴 쪽지가

 

- 모든 걸 좌우했고요
- 맞아, 좀 비열했지

 

아뇨, 영리한 거죠
타이밍이 완벽했잖아요

 

그래

 

진심어린 편지를
과소평가하지 말자고

 

그릭은 늘 개를 좋아했죠

 

하지만 집에서 키우는 건
금지였어요

 

개와 책, 그게 그릭이죠

 

동생이 알면 화내겠지만
그릭은 당신을 좋아해요

 

하지만 절대 고백 안 할 테니
모든 건 당신한테 달렸어요

 

꼭 우리 자매들 탓은
아니겠지만

 

쟨 상대를 배려하는 맘이 지나쳐
먼저 접근을 못하죠

 

- 어서 와
- 안녕

 

제인 오스틴이 책을
더 많이 썼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네요

 

‘모두 조용히,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가는 데 동의했으나’

 

‘루이자만은 예외였다’

 

‘웬트워스 대위는
그녀를 안고 뛰어내렸다’

 

‘무사히 계단을 내려온 그녀는
기쁜 마음에’

 

‘다시 계단을 올라갔다’

 

‘그가 경고하려 했으나...’

 

젠장
젠장

 

미안해, 전화하고 오는 건데
자기가 준 책들 읽었어
미안해, 전화하고 오는 건데
자기가 준 책들 읽었어

 

정말 재밌더라고
정말 재밌더라고

 

멈출 수가 없었지
멈출 수가 없었지

 

다음이 궁금해 ‘바닷길’ 을 사러
밤에 스테이트 가 가판대에 갔는데
다음이 궁금해 ‘바닷길’ 을 사러
밤에 스테이트 가 가판대에 갔는데

 

- 안 파는 거야
- ‘바닷길’ 빌려줘요?
- 안 파는 거야
- ‘바닷길’ 빌려줘요?

 

그 책... 나한테...

 

당신이 좋아할 만한
작가들 많아요

 

엄마

 

왔니?

 

이렇게 빨리
화해할 줄은 몰랐어

 

잠깐만

 

“도서관 만찬”

 

“바로 그 다음해”

 

패트릭 오브라이언의 소설
읽어본 사람 있어요?

 

- 영국 해군에 관한 거?
- 네, 1805년이 무대죠

 

그거 모두 20권이잖아요

 

- 독서회 회원도 많이 늘었어
- 나 끼워줘

 

- 세상에, 버나뎃 아녜요?
- 코스타리카에 있는 줄 알았는데

 

모두 잘 있었어?
이쪽은 오반도 씨야

 

- 안녕하세요?
- 어서 오세요

 

- 반가워요
- 그인 영어를

 

- 난 스페인어를 배우고 있지
- 안녕하세요?

 

이이를 정말로 사랑해

 

우리 결혼해

 

- 세상에!
- 축하해요!

 

- 너무 잘됐어요!
- 축하해요!

 

- 정말 잘됐어요
- 고마워

 

- 축하해요
- 축하드려요

 

- 아빠, 이것 봐
- 한잔하셔야죠, 다시 씨

 

- 빨리 와요
- 일곱 번째 결혼이에요

 

- 뭐?
- 네

 

여러분, 잠깐만요

 

오반도 씨는 오스틴 책
안 읽었잖아요

 

가엾어라

 

우리가 가르쳐주면 돼요

 

- 건배!
- 건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