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eisha.1953.XviD.AC3.CD1-ACE

거짓말이에요
아버지한테 쫓겨났다고 했잖아요

 

당신처럼 한심한 사람이
제일 싫어요

 

미츠키에도 외상
잔뜩 쌓아두고

아직도 미련이 남은 마냥
게이샤 집에 놀러오고

 

여기는 말이죠
깔끔하게 돈 쓰는 곳이에요

 

난 너와 결혼할 생각이었어

게이샤라고 생각했으면
사귀지도 않았어

 

전 결혼할 마음 따위 없어요

 

그럼, 그 약속은 거짓말이잖아!

 

게이샤의 거짓말은
거짓말이라고 안해요

 

장사 수완이라고 하죠

 

손님 기분에 맞춰주는
것도 모르겠어요?

젠장!

 

이봐, 뭐하는 거야!

 

무슨 짓이에요! 하지 마요!

 

남자답게 조용히 돌아가요

 

장사 열심히 하고, 쉴 생각으로
온다면 그때 다시 보죠

 

좋아! 네가 한 말 잊지 마!

 

구두 내드려

뭐야, 난동이나 부리고

그런 것도 모르나

이번에 망신 좀 당했으니
다신 낯짝도 못 내밀겠지

고생 모르는 문방구점
주인이니 저런 거야

 

미에코 짱이잖아

 

누님 계신가요?

있긴 한데 무슨 일이야?

 

누구라고?

저번에 돌아가신 분 따님이...

 

- 들어오라고 해요
- 예

 

- 들어와요
-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 무슨 일이야?
- 안녕하세요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로
삼촌은 심한 소리만 해요

 

- 어머니는 뭐 하나 안 남겼는데
- 우선 이쪽으로 와

 

어머니는 아무것도
안 남겼는데

 

장례식에는 돈이
잔뜩 들었어요

 

어차피 별 재주도 없으니..

 

몸으로 일해서 갚으라고
그런 소리만...

잘도 그런 소릴 하는군

장례식 비용은 누님이
옛정을 봐서 내줬는데

그건 됐어요

 

그래, 에이코 짱은
무슨 생각으로 여기 온 거야

저.. 기녀가 되고 싶어요

 

기녀가?

 

이대로 삼촌 집에 있다간
미쳐버릴 거 같아요

 

그것보단 차라리 돈을
버는 게 낫겠다 싶어서요

 

마에코, 되고 싶다고 하지만

게이샤란 게 그리
깔끔한 일이 아닌 거 알아?

 

- 올해 몇 살이지?
- 16살이에요

 

호적은 어디로 돼있는데?

어머니 쪽이에요

 

사와모토 씨는 그 후로
어떡하고 계셔?

 

장례식 때도 못 만났는데

 

병 때문에 장사를 그만두고
니시지 쪽에 있다고 해요

 

역시 그렇구나

 

네 엄마가 한창
잘 나갈 때는

사와모토 씨가 대단한
기세로 접근해서

 

모두가 부러워했었지만

 

인생이란 게
정말 모를 일이야

 

기예에 대해서
배운 적은 있니?

엄마한테 조금 배웠어요

 

그럼 잠깐 서보렴

 

뒤쪽으로 서보고

 

체구는 괜찮구나

 

누님, 이대로
이 아이 받아들이게요?

쫓아낼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요

 

하지만 맘대로
받아들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버지도 싫어하실 테니
솔직하게 말씀 드려야겠지

알겠습니다, 그럼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 짓죠

네가 잠깐 지방에 다녀와야겠다

너도 아는 분인데
옛날에 신세졌던 사와모토 씨라고

- 정중하게 말씀 드리렴
- 예

 

하필이면 미누카 집에 가다니

 

별수 없는 녀석이구만

 

그런 어려운 이야기
부탁하러 갈 사이는 아니잖아

 

손님과 기녀 사이였을 뿐이지

 

그런데 그렇게 염치없이
그런 부탁이나 하러가다니

 

아무튼 난 아무
얘기도 못 들은 거야

그러지 마시고 어떻게 좀
보증인이 되어주실 수 없겠습니까

 

누님도 옛정도 있고 해서
받아들이겠다고 하니까요

 

삼촌도 그런 사람이니

보증을 아버님께서 서주시면..

거참 좀 봐주게나

부탁해야 할 건 오히려 나야
이 몸을 보면 알 수 있잖나

 

제가 따라 마시겠습니다

 

병은 걸렸지
앞으로 좋은 일도 없지

내 앞가림하는 것만도
정신이 없는데

딸내미 사정 봐주고
말고 할 여유가 없어

하지만 아버지가 되시니
따님 장래 문제도

방관할 순 없잖습니까

 

자네 말 뜻은 알겠는데

 

하지만 말일세

 

미에코가 뭐가 되든
내겐 책임 없어

그런 전제라면
내 보증 도장을 찍지

 

도장 찍어 줄 테니

 

앞으로는 일절 연관되지
않게 해줬으면 좋겠어

 

그러면 누님이 안심하고
저 아이를 돌볼 수 없잖아

무슨 말을 듣든
도장을 받아와야지

 

이곳 생활 몇 년이라고
아직도 그 모양이냐

그렇지만 전혀
관여할 생각이 없었어요

사와모토 씨도 사와모토 씨야
자기 딸 문제 아니냐

그것도 제대로 얘기했습니다

 

정말 도움이 안 되는군

 

누님, 죄송합니다

 

아버지가 그럴 줄 알았어요

 

언니, 보증인이 없어도

어떻게 좀 여기 있게
해주시면 안돼요?

 

전 이제 언니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어요

 

일도 중간에 그만둬서
갈 데도 없어요

 

반드시 잘 참고 견딜게요

우리 집도 아무도
돌봐줄 사람이 없는데

단단히 맘먹으면
뭔 일이든 못하겠어요

 

부탁드려요
기녀가 되고 싶어요

받아주세요

 

열심히 연습해서 좋은 연주
할 수 있는 기녀가 되겠어요

 

말은 쉽지만 괴로운 바닥이야

 

견딜 수 있겠어?

 

견딜게요

 

어머니한테 뒤지지 않는
일류가 되려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해

어떤 고생도 참고 견딜게요

 

- 정말이지?
- 예

 

스케 씨, 이 아이 받아들이겠어요

그렇습니까, 잘 부탁드립니다

 

여러분들도 아는 것처럼
외국인이 일본에 오면

모두들 후지산 게이샤를

일본의 아름다운
소녀로 기억합니다

그 게이샤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고 대표적인 것이

이 쿄토 기온의 기녀입니다

일본의 자랑인 차의
의미와 마찬가지로

살아있는 예술 작품이죠

무형문화제라고 해도 괜찮겠죠

 

여러분들도 그 일본의 아름다운
소녀로서의 긍지와 의식을 가지고

- 매일 공부해야 합니다
- 예

 

팔이 길어

 

여기 확실히 접고

이쪽도 제대로 넣고

 

내려, 더 내려

손은 올리고

 

아직 1년밖에 안 배웠지만

의외로 배우는 게 빨라

연회에 내보내서
빨리 적응시킬까 해서 이렇게

시간 참 빠르구나

 

- 그애가 온 지 벌써 1년이 돼가나?
- 예

한번 내보내 보는 게 어떤가?

 

요즘은 옛날이랑 달라서
기예 쪽은 적당히 하지

 

그러니 의상을
훌륭하게 차려입어야 해

 

 

제가 기녀였을 때 입던 것이
조금 남아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아무리 얼굴이 예쁘다고 해도

 

돈 많이 들인 애들이랑
같이 세우는 건 힘든 일이야

 

무엇보다 옷이 좋지 않으면
연회에 못 나가는 세상이니까

그렇죠

어차피 돈 들일 바엔
할 수 있는 만큼은 해주려구요

그렇겠지

 

한 30만 정도는
준비해 뒀겠지

 

그래서 실은 언니한테
부탁해 볼까 해서 이렇게

 

바보

 

너 잔뜩 모아뒀던 거 아니었어?

아니요, 언니

그런 돈이 있다면
이런 고생 안해요

갑자기 그런 거금이
어디 있겠어

 

뭐.. 자네랑 나 사이니
어떻게 마련은 해보겠지만..

 

부탁 좀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해요

별수 없잖아

 

정말 죄송합니다

 

안녕하세요

 

가게 처음 나가는 날은
다들 아침 일찍 제일 먼저 오더라구

 

어젯밤은 기뻐서
잠도 제대로 못 잔 거 아냐?

 

자 이제, 네 몸이 장사 밑천이니
예쁘게 치장해야지

 

남자한테 빠지고
그러면 장사 안된다

 

지금까지 돌봐준 묘하루 씨를
봐서라도 열심히 해야 해

예, 알았어요

- 안녕하세요
- 예, 어서 와요

 

자, 오늘부터는 묘에 짱이야

알았지?
누님 이름에서 따온 거야

 

- 그거 잊어버리면 안돼
- 네

 

네가 입고 있는 의상이
얼마짜린 줄 알아?

한두 푼이 아니야

 

네가 연회를 죽을 둥 살 둥
뛰어다녀도

그 3분의 1도 못 벌 거야

 

그렇게 좋은 옷을
이렇게 입게 됐잖아

 

누님의 정성을
잘 헤아려야 하는 거야

 

스케 씨랑 코우 씨도
갈 준비 하셔야죠

 

언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어느 가게를 가든
거기 언니들한테

정중하게 인사해야 해

 

앞으로 귀여움 받아서 여기저기
불려 다녀야 하지 않겠니

 

예쁘구나

 

- 언니, 잘 부탁드려요
- 축하해요

 

-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려요
- 축하해요

- 묘하루 씨의 동생 분
- 묘에 씨입니다

 

- 잘 부탁드립니다
- 축하해요

 

- 축하해요
- 잘 부탁드립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묘하루 씨의 동생 분
- 묘에 씨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오, 축하해

 

정말 예쁘구나

 

- 돌아다니느라 힘들었지? 어서 올라와
- 감사합니다

코우 씨랑 스케 씨는
올라와서 뭐 좀 들어요

 

마침 잘 됐네
지금 쿠스다 씨가 와 계셔

어머, 쿠스다 씨가요?

- 들어가서 인사드리렴
- 예, 알겠습니다

 

- 언니, 잘 부탁드립니다
- 축하해요

 

너무 예쁘네

 

어려울 거 하나도 없습니다

 

당신 도장을 한 번..
아시겠죠?

쿠스다 씨는 너무
속 편한 소리를 하는군

 

그래도 8백만 엔이란
돈이 움직이는 일인데..

 

저같이 입지가 약한 놈은
발주도 못합니다

 

어떻게 할 수가 없네요

칸자키 씨

 

차기 국장이란 소문이
자자한 분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다뇨

- 안 그렇습니까? 전무님
- 본청의 사정도 있다구요

아, 냉장고 하나 보내겠습니다

 

- 그러시면 곤란한데요
- 잘 부탁합니다

- 곤란하다구요
- 뭐 다 그런 거지요

 

농담으로 얼버무리면 곤란한데

 

그래서라도 이 도장은
확실히 받아내겠습니다

 

무섭구만

 

쿠스다 씨

 

- 잠시 괜찮습니까?
- 그래, 뭔데?

 

애들 전부 모였어요

- 그래? 올라오라고 해
- 그렇습니까?

전무님, 이번에 묘하루 씨가
동생을 하나 얻으셨어요

잠시 인사를 드릴까 해서요

 

들어와, 들어와

 

- 뭐하는 거야, 얼른
- 실례합니다

 

- 실례하겠습니다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 자, 이리들 와서 앉아

 

- 이 애야?
- 예, 잘 좀 봐주세요

제법 예쁘네, 이름이 뭔가?

묘에예요

아무것도 모르는 애이니
잘 좀 가르쳐 주세요

어떻습니까? 과장님
제법 예쁘지 않습니까?

그렇군요

 

전무님, 이쪽 분은?

- 너 처음이야?
- 예

늘 신세지고 있는
관청의 칸자키 씨

그래요

묘하루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제 얼굴에 뭐 묻었나요?

아뇨

 

한 번 받으면 세 번 알지?

전무님, 너무 먹이지 마세요

왜 그래? 오늘은
이 아이 축하일 아닌가

야, 언니는 늙었으니까
본받으면 안돼

예, 잘 마시겠습니다

 

적당히 마셔

 

여보게

 

왜 그러세요?

 

여보게, 지금
묘하루한테 이거 있나?

 

전무님 맘에 드셨어요

 

주책없긴
이제 와서 무슨 소리예요

 

아냐 아냐
전무님은 동생 쪽이야

 

- 묘에요?
- 그렇다구

 

전무님 술버릇 나쁜데
또 무슨 주책을 부릴까

그건 됐고

지금 묘하루한테
임자가 있냐 없냐 이거지

임자요? 없어요

정말이지?

정말이죠

 

뭐예요?

 

대작전을 구상중이지

 

조심해

 

괜찮다구요

정말 대책 없는 아이로구나
정신 좀 차려봐

 

질리겠구나, 정말

연회 나가서 그렇게 마시고
취해버리는 아이가 어딨니

죄송합니다

 

제가 그렇게 많이 마셨어요?

 

바보 같긴
이렇게 될 지경까지 마시고

그거야 손님이 계속 주니까

주는 걸 어떡해
받아 마셔야지

장단 맞춰주다 보니
좀 취한 거 뿐이야

 

역시 아직 멀었구나

 

언니는 미련해

뭐니 그게

미련 곰탱이라구요

 

- 물 좀 줘요
- 알았습니다

 

아까 사와모토 씨한테서
소포가 왔어요

거기에 놔뒀어요

 

응, 그래요?

 

- 정말 미안해요
- 앉아봐, 묘에 짱

 

어머, 이거 아버지가
축하 선물로 보내왔어

 

뭐가 온 걸까?

 

설마 유카타 한 벌이라도..

이렇게 축하해 주는 건
역시 부모야

그런 돈 있으면 엄마 죽었을 때
제대로 해줬으면 좋잖아

 

이제 와서 뭐람

 

그때는 사정이 힘들었고
큰 부채를 안고 있었으니까

 

너도 이제부터
여러 연회에 가잖니

 

이런 저런 분들을
많이 뵙게 될 텐데

 

성공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몰락하는 사람들도 있어

 

아버지도 말은 그렇게 했지만

힘든 형편에서도
이렇게 선물을 보내오는 건

 

나에 대한 의리

 

너에 대한 배려 아니겠니

 

돈이 얼마가 있어도 의리
인정이란 걸 잊으면 안돼

 

의리란 게 뭔데

인정은 또 뭐고

난 그런 거 몰라

 

아줌마, 얘 좀 방에 눕혀요

 

이그, 이런 데서 자면 안돼

 

즉, 헌법에 규정된
기본적인 인권에 의해

여러분의 자유가
보장되고 있다는 소리지요

- 선생님
- 예

 

그럼, 연회에서 손님이
무리하게 접근해 오면

기본적인 인권을
무시한 게 되지요?

이론적으로는 그렇게 되지요

 

그건 헌법을 어기는 거잖아요

 

그렇다고 할 수 있죠

 

따라서, 고소해도
괜찮다는 소리가 됩니다만

그래도 되나요?

그래도 되냐니
누구한테 하는 소리인가요?

그거야

그런 건 선생님한테
물어보면 안되지

변호사한테 물어봐야지

 

묘에 짱

임자를 얻는다는 게
어떤 건지 알고 있어?

몰라, 어떤 건데?

정말 몰라?

응, 제대로는 모르는데

시집가는 거랑 같은 거야
하나의 번듯한 여자가 되는 거지

그게 어쨌는데?

나 임자 얻게 됐거든

 

그럼 시집 가면 되잖아

 

62살의 할아버지인 걸

 

62살?

거절하면 되잖아

그럴 순 없어
엄마가 시킨 거니까

 

왜?

 

네 친엄마잖아?

친엄마니까 거역을 못하지

 

우리 엄마도 기녀 그만두고
임자 얻어서 나를 낳은 거잖아

그런 식으로 되어 있어

내가 아무리 싫다고 해도
소용없는 걸

 

잠시는 괴롭겠지만 꼭
행복해질 거라고 다들 그러지만

 

- 묘에에게 임자 말이에요?
- 그래

쿠스다 씨가 그 애
재밌다고 하시잖니

 

하지만 자리에 나선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건 그다지

무슨 소릴 하니
그런 소릴 하면 얘기만 늦어져

그 애에겐 빨리 임자 만나는 게
여러모로 도움이 되잖니

 

그렇긴 하지만...

 

상대는 쿠스다
차량 회사의 전무고

 

조건이 그렇게
나쁜 것도 아니잖아

 

뭐 맡겨주면
남부끄럽지 않게 해줄게

 

하지만 언니
저희들 젊을 때와는 다르게

 

요즘 애들은 또랑또랑하고
주관이 뚜렷해서

 

남이 하는 말 같은 거
듣지도 않아요

그런 걸 오냐오냐
다 받아주면 안돼

앞으로도 걔한테
많은 돈이 들 테고

게다가 걔한테
처음에 마련해 준 돈

그것도 어떻게
해야 하지 않겠니

 

실은 이 얘긴 너한테는
안하려고 했는데

 

그 돈, 사실은..
쿠스다 씨한테서 나온 거야

 

- 전무님요?
- 그래

 

그럴 수가.. 언니
전 언니한테 부탁했는데

갑자기 어디서 30만 엔이란
목돈을 구하겠니

네가 하도 부탁을 하니
무리해서 전무님한테 부탁한 거잖니

 

- 묘에 일은 그렇게 알아둬
- 그럴 수가..

 

도대체.. 너 말이다

네가 임자 안 얻었다고 동생도
그런 식으로 이끌면 안돼

그러게 혼자 고생하지 말고
누구 좋은 사람 얻는 게 어떻겠니

 

이제 와서 저 같은 게...

아직 젊은데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잘 생각해봐

 

예, 매번 감사합니다

 

예, 요시키미 씨 댁 말이죠?

 

두 사람 다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요시키미 씨께서 두 분 같이
쿠스다 씨 자리에 오라는군요

 

- 에이코 짱
- 응?

- 너 먼저 가 있어라
- 예

 

그럼 먼저 가볼게요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 어서 와요

 

- 언니, 안녕하세요
- 그래, 어서 와라

 

너 전무님의 후지무라 연회
어떻게 할래?

 

동경에 가겠니?

 

예, 가고는 싶지만

가보지 그러니

 

쿠스다 씨가 데리고 가도
좋다고 하셨어

어머, 그래요?

기쁘네요

 

아 잠깐, 오늘 자넨 저쪽이야

 

더운데 유카다로
갈아입으시지 그러세요?

괜찮아

그래요?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어요?

 

- 그럼, 부탁해요
- 예, 수고하셨어요

 

전무님은요?

 

쿠스다 씨는 2층에 있소

그렇군요

 

오랜만에 뵙네요

 

기억하고 있었나?

기억하고 말고요

 

2층은 북적북적하네요

 

쿠스다 씨는 애들 모아서
노는 걸 좋아하는군

 

뭘요, 저 정도는
늘상 있는 일이죠

 

나로선 도무지 저런
취미를 이해할 수 없군

그거야 아직 젊으시니까요

 

그럴지도 모르지
자, 받아요

 

감사합니다

 

잘 마시겠습니다

 

난 반대로 조숙한 여인이
취미인지도 모르겠어

어머, 기뻐라
자, 받으세요

 

어머, 장난만 치시고

 

자, 받으세요

 

네 나이에 임자 얻는 게
수치라고 생각하니?

어째서요?

어째서라니
그거야 젊으니까 그렇지

전 별로 수치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데요

그래, 또 건방진 소리할 거야?

 

쿠스다 씨는 기온 거리에서
일류 손님이야

어머, 그래요?
그럼 다시 보도록 하죠 뭐

다시 보도록 한다?

다시 한번 잘 보고
답변하겠습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 언니
- 응

 

- 사미센 주세요
- 그래

 

사미센..
아줌마 사미센 좀 줘요

 

깜짝 놀랬어요
칸자키 씨 혼자 계셔서

 

그 사람은 쿠스다 씨의
최고 손님이야

 

잘 모셔야 해

 

너의 그 색기에
푹 빠진 거 같더라

- 무슨 말씀이세요
- 정말이라니까

 

묘에는 뭐라고 해요?

 

생각하던 거하곤
전혀 다르던데

 

요즘 젊은 것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더라

 

그럼 거절했나요?

아니, 얼굴 좀 다시 보고
말하겠다더라

 

의외로 쿠스다 씨한테
관심이 있을지도 모르지

 

너 언제부터 와 있었냐?

예, 지금 막요

 

남의 얼굴을 왜
빤히 쳐다보고 그래? 응?

 

이상한 녀석일세

 

움직이면 안돼요

 

지금 열심히 연구중이니까

연구중?

 

전무님

 

묘하루가, 도쿄에 같이
따라가겠다고 하네요

아, 그래?

좋아, 너도 같이 가자

그래도 돼요?

그럼, 이쪽도 같이 가는데 뭐

어머! 좋아라

 

- 자 한 잔 받아
- 예, 잘 마실게요

뭐하는 거니?

- 내가 따라야지
- 그럼요

 

- 감사합니다
- 고마워요

 

자, 차가운 거라도
마시고 쉬자꾸나

 

못 자겠어요

왜?

도쿄는 태어나서 처음인 걸요

 

설레서 잠이 안 와요

 

그냥 밤 샐래요

 

그럼, 쿠스다 씨랑
같이 있지 그래

 

식당에 계실 거야

 

- 맞아, 이거 갖다드려
- 싫어요

 

연회에 나가면
서비스를 하지만

밖에 나오면 숙녀인 걸요

 

대단한 기세구나

남자가 서비스를 해야죠

 

아빠다!

 

여기 있었구만

어머, 사와모토 씨

 

- 잘 지냈나
- 별고 없으셨어요?

교토 역에서 우연히
모습이 보이더라구

 

면목은 없지만 모르는 체
할 수도 없어서 말이야

 

이야, 아주 예뻐졌구나
몰라보겠어

나, 쿠스다 씨 있는 데
갔다 올래

- 얘! 아버지는..
- 됐어요, 됐어

 

거참, 인생무상이라고
이런 가난뱅이 꼴로 나타나다보니..

 

고맙네, 잘 마실게

 

힘 좀 내세요

 

가난하다고 가난하단 걸
내세우면 끝이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여기저기 빚에 쪼들려서

 

여기저기 도망다니다 보니
정말 거처할 곳이 없어

 

이 열차를 탄 것도 도쿄 쪽에
뭔가 길이 있나 해서 말이야

 

거기서 뭔가 하지 않으면
이제 교토엔 못 가

 

아, 그래?

 

여보세요? 칸자키 씨?

 

대답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됐나요?

 

아, 될 것 같다구요?

 

그거 참 고맙습니다

 

그럼, 지금 어디 계세요?

 

야쿠샤요?
이거 참 늦게까지 죄송합니다

 

어디 들르지 말고
바로 오세요

 

교토에서 미인을
데리고 왔습니다

 

묘하루와 묘에

 

정말입니다

다녀왔습니다

 

그래, 어때?
재밌게 놀다왔어?

예, 즐거웠어요

 

드디어 긴자에 데리고
가주시는 건가요?

응, 옛날 친구 가게에
들러 한잔하려고

 

전무님

묘에를 정말 귀여워
해주실 건가요?

왜 그래? 새삼스럽게

 

혹시 심심풀이로 생각하신다면
그냥 놔주셨으면 좋겠어요

 

돌봐온 지도 꽤 돼서
정도 들었고

 

제 친딸을 시집보내는 기분이니

 

진지하게 생각해 주셨으면
그거보다 기쁜 일은 없을 거예요

갖고 놀 생각이라면
자네 말을 다 듣고 있지도 않지

- 그런가요
- 그래, 잘 알았어

 

오래 기다리셨죠?

 

뭐야, 그 꼴로 어디 갈 생각이야?

긴자의 바죠

 

기가 차구만

왜 그러세요
이건 제 정복이라구요

 

뻔한 기모노를 입고 걸으면
그렇고 그런 여자잖아요

 

이런 차림을 해야
기온의 기녀라고 알아주죠

 

뻔한 거로는 사람 마음을
끌 수 없어요, 이 세상은

 

- 무슨 소리니
- 왜요?

 

실례합니다
일행이 오셨습니다

아, 그래

 

아, 칸자키 씨 어땠나요?

어휴, 어떻고 자시고 힘들었어요

그러셨겠죠

 

힘 쓰느라 지금
아주 죽겠어요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일단 씻고 편히 계세요

 

여흥은 그 뒤에..

 

오, 이분 방으로 안내해드려

 

자네, 잠깐

 

알고 있지?

 

자넨 오늘밤 칸자키 씨와
같이 보내게

 

그럴 수가.. 전무님

 

저 그런 약속으로
도쿄에 온 거 아니에요

무슨 소리야
요시카미 씨한테 안 들었어?

 

아뇨, 아무것도

 

다 알고 따라온 거 아니야?

 

이제 와서 그런
소리하면 곤란하지

 

그렇다고 해도 정말 무리에요

 

갑자기 이런 데서..
곤란해요

나도 곤란해

 

지금 자네한테 거절당하면
아무것도 안 돼

 

부탁 좀 할게

 

자, 촌스러운 소리 말고
내 체면 좀 세워줘

 

이번엔 내가 죽느냐
사느냐 하는 갈림길이야

 

눈 좀 감아줘, 응?

 

그 대신 앞으로
절대 섭섭하게 안할 테니까

 

자네 몸은 내가 알아서
보장해 줄 테니까, 알았지?

 

그렇다고 해도...

응? 부탁 좀 해

 

아, 칸자키 씨

 

애인 데리고 왔습니다

 

일전엔 감사했습니다

 

여전히 요염하구만

 

쿠스다 씨는
이제 볼일 없지 않나?

어이쿠, 실례했습니다

칸자키 씨 피곤하시니
잘 모셔, 부탁해

 

칸자키 씨
너무 무리하진 마시구요

그럼 쉬세요

 

자, 그럼

 

너 정말 그 꼴로
긴자에 갈 생각이니?

예, 그런데요

재밌는 녀석이네

 

아, 저거 좀

 

여기요

 

왜 그러세요?

 

안 입으세요?

 

됐어

 

뭐하려고요?

이쪽으로 와, 응?

 

괜찮으니까 이쪽으로 와

 

싫어, 하지 마요

 

이 녀석, 잠자코 있어

싫어요!

 

싫다구요!

 

언니!

 

언니!

 

싫어!

어때? 이 치즈 맛있어
먹어봐

 

- 잘 먹겠습니다
- 언니!

 

잠시만요

 

어머나! 피가...

 

에이코, 너 왜..

 

너 무슨 짓을 한 거야!

 

쿠스다 씨
정신 차려 보세요!

 

정말 죄송합니다

 

뭐래요? 묘하루랑 묘에는
사과하러 왔나요?

아까 묘하루만 왔었네

바로 쫓아냈어

그러셨군요

 

뭐라고 사과를 드려야 할지

 

저도 이런 어이없는
경우는 처음이에요

 

이대로 넘어갔다간
세상의 웃음거리가 될 텐데

진심으로 사과드려요

 

전무님, 저희도
이대로는 장사 못해요

 

여보게, 묘에는 둘째 치고

 

문제는 묘하루 쪽이야

칸자키 씨는 어떻게 할 건가

 

지금 그거 때문에
죽을 맛 아닌가

 

왜요?

왜라니, 묘하루가 칸자키 씨
모시는 걸 거부했으니까 그렇지

 

건방지게 말이야

그 때문에 8천 만엔짜리
일이 발주가 안 돼

그쪽에서 주문이 끊겼다고

 

회사가 지금 위기야

 

이번 주문을 받아서
공장을 가동하지 않으면

위급한 사태가 터진다고!

어머, 그렇게
중요한 일이었나요

지금 우리 회사는 이번 일에
사운을 걸고 있단 말이야

 

자네 집에 우리가
얼마나 많이 갔나!

 

- 그렇지요
- 그렇지?

- 알고 있죠?
- 알고 있습니다

 

칸자키 씨는 이제
다른 애들로는 무리야

 

이걸 어떻게 할 거요!

 

그렇게까지 묘하루에게
마음이 있었던 건가요?

- 그렇다구
- 그랬군요

 

알겠습니다
이번엔 꼭 정리할게요

정말이오?

정말입니다

괜찮겠지?

괜찮습니다

 

상처가 심상치 않은 것 같더라

 

병원에선 다 나으려면
한 달은 걸린다더라

 

정말 큰일을 저질렀구나

 

저도 잘못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렇게 하는
수밖에 없었는 걸요

 

너 쿠스다 씨 싫었니?

 

너도 참 놀랐겠구나

 

나 어떻게 해요
어떻게 해...

 

여보세요?
예, 그런데요

 

아, 잠시만 기다리세요

 

언니, 요시키미 씨예요

 

언니예요?

 

여러모로 죄송해요

 

그럼, 바로 찾아 뵙겠습니다

 

저도 가서 사과할게요

네가 나설 자리가 아니야

 

손님이 무슨 장난을 치든

 

그걸 능숙하게 받아치는 게
게이샤의 역할 아니니?

 

거래처 손님 접대하는 걸
거절했다고 들었는데

 

손님에게 상처를 입혔는데
가만히 있겠어?

 

창피해서 밖에
얼굴을 내밀 수가 없어

 

대체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할 거니?

 

죄송합니다

죄송하단 말로
끝날 일이 아니야

 

묘에도 묘에지만 너도 너야

 

칸자키 씨한테
모욕을 줬다며

 

도대체 넌 어디까지
날 바보로 만들 셈이니

 

언니, 그건 저도 마찬가지예요

 

전 처음부터 아무것도 몰랐고

 

게다가 그 난리통에..

아무것도 몰랐다니
네가 어린애니?

 

전후 사정에 상관없이
잘 처신하는 게 게이샤야

 

너, 게이샤 생활 몇 년이니

 

네가 여기까지 온 게
누구 덕이라고 생각하니

 

조금은 내 사정도
헤아려주는 게 도리 아니니?

 

잠깐

 

내가 그쪽에 한마디만 하면
너 어떻게 되는지 아는 거니?

 

잠깐만요, 언니

 

언니 눈 밖에 나면
기온 거리에서 장사 못해요

그 사실을 알고 있다면
잘 좀 생각해 보렴

 

이번 일은 네가
정말 나쁘게 처신한 거야

 

묘에 일은 전무님이
퇴원하신 다음에 어떻게 되겠지만

 

칸자키 씨 문제는
이대로 넘어갈 수 없어

 

지금 이 시점에서
네가 전무님 체면을 살려주면

나도 이번 일은 그냥
눈감아 달라고 부탁해 보겠어

 

네 힘이 되어주겠다고 하잖니

 

어때?

 

어때?

 

그렇다고 해도 언니

 

좋아하는 사람도 아닌데
그렇게 간단하게...

 

그건 말이다
돈 있는 사람이 할 말이야

 

돈도 없는 주제에
건방진 소리 하는 게 아니야

 

그런 잘난 소리 할 거면

 

묘에가 처음 연회 나설 때
전무님이 도와준 30만 엔

 

네가 갚겠니?

 

못 갚잖니

 

어떻게 해서라도
갚도록 할게요

그래, 갚겠다고?

 

그럼 그 얘기가 마무리 될 때까지
여기에 발붙이지 말아라

 

어서 오세요

 

- 오셨어요
- 오셨어요

 

언니, 먼저 준비했어요

 

곤란한 일에 말려들었군요

 

 

와서 준비해요

 

고마워요

 

예, 매번 감사합니다

 

아, 지금 준비하고 있는데요

 

예?

 

예.. 아, 그렇습니까

 

누구예요?

 

오카노 씨요

 

에이코 짱의 연회는
사정이 있어서 취소됐다고 하네요

 

내가 받을게요

 

예, 묘하루입니다

 

다이토 씨세요?

 

그럼 취소할 수밖에 없겠네요

 

 

실례합니다

 

무슨 일이에요?

 

저기, 만토니 댁에서 왔는데요

저기, 오늘 연회 그게...

 

무척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그게...

 

언니께서.. 그게...

취소해 달라는 말씀이시죠?

예, 맞아요

정말 죄송합니다

조심해서 가요

안녕히 계세요

 

오늘은 그 애가 없네
어서 불러와

못 불러요

왜?

쉬어요, 언니랑 같이

요시카미 언니 명령으로
어디든 호출 금지예요

부르는 데 있으면
가는 게 게이샤 아니야?

호출이 있으면
그냥 가면 되는 거지

요시카미 언니의 눈 밖에
나면 어디에도 못 가요

그거 참 엄하구만

그런 얘긴 관두고 춤춰요

 

이제 곧 축제구나

 

할 일 없는 게이샤 둘이

 

저런 데 어울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언니

 

저.. 요시카미 언니 댁에 가서
쿠스다 씨의 제안 돌려볼게요

 

바보로구나

 

이제 와서 무슨 소리니

 

그 일 이후로
나도 생각은 해 봤는데

 

손님을 다치게
한 건 잘못됐지만

 

나도 네 마음은 잘 알아

 

묘하루 있나?

 

이봐, 들어와
들어와

실례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실례합니다

안녕하세요

이봐, 어떻게 된 거야

 

칸자키를 찬 게 너라며?

 

다른 데 안 찾아보는 거야?

신수가 훤하시네요

몰라보겠어요

 

너한테 차인 덕분에
난 지금 아주 잘 나가

너한텐 정말
감사하고 있다니깐

 

뭐야, 요즘 사정은 어때?

 

손님 좀 이쪽으로 돌려줄까?

얼마나 필요해?

 

고맙습니다
마음은 감사히 받지요

 

곤란할 때는 언제든지 말해

언제든지 손님 돌려줄 테니까

 

지금은 돈이 남아 돌아

 

네 충고가 몸에 사무쳤다니깐

 

아, 이거 선물이야
아시칸베, 차가워

 

너도 참 차가워

 

- 안녕히 계쇼
- 안녕히 계세요

 

언니

 

이딴 거 내다버려

 

묘에 짱, 힘내야 해

기운 내

 

정신 똑바로 차리고

 

다시 보자, 묘에 짱

응, 고마워

 

- 안녕
- 안녕

 

갈게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묘하루란 분이 여기 있나요?

 

누구세요?

 

어머, 사와모토 씨

 

제대로 찾아왔구만

얼핏 들어서 만날 수나
있을까 싶었는데 잘 왔네요

어서 올라오세요

 

미에코는 잘 지내고 있어요?

 

연회 준비하나?

 

아니요, 올라오세요

 

참 좋은 집이네

 

내 집보다 훨씬 좋구만

 

이거 별거 아니지만..
받아요

어머, 감사합니다

- 고마워요
- 대단한 건 아냐

 

근데 묘하루한테 할 말이
있는데, 들어줄 수 있으려나

 

안된다는 건 알고 있지만

 

돈 문제인가요?

 

그려

도쿄는 어떻게 됐어요?

 

그게 말이여, 딱히 갈 만한 데도
없이 갔다가 별 소득도 없어서

 

정말 갈 데가 없어
여기까지 온 거 아닌가

 

물건은 팔리지도 않고

 

빚 독촉만 들어오지

 

지금 어떻게 해서라도
5만 내지 10만을 구하지 못하면

 

이번에야말로 정말 끝이야

 

그래서 말인데 어떻게
좀 도와줄 수 없겠나

 

돈이 있을 것 같나요

 

그야 돈이 있으면
도와드리고 싶지만

갑자기 그러시니까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그건 그렇지

 

하지만 어떻게 좀 안 되겠나

 

뭐 자네 덕에 에이코도
인기인이 된 거 같던데

 

어떻게 내 사정 좀
봐줄 수 없겠나?

 

그건 또 무슨 소리예요?

 

말도 참 잘 하시네요

 

에이코의 신원보증도 거절하시고

 

갑자기 이제 와서
딸을 찾으시는 거예요?

아니, 그거야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나도 이렇다 보니

 

실은 저도 에이코도
장사에 못 나가는 신세예요

응? 그건 어째서?

 

조금 실수가 있어서요

 

반지에 장식품에 시계

 

제가 할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어요

 

부디 잘 쓰세요

아, 고맙소, 고마워

 

잘 받겠소

 

단, 부디 같은 피가
흐른다는 이유만으로

애한테 기대려는
패기 없는 짓은 하지 마세요

알겠소

 

한잔 하시지 그러세요

 

 

또 그 대답이에요?

기다리시는 분이 오시면
바로 말씀 드릴게요

 

조금만 참으세요

 

아뇨, 당신으로 충분합니다

저로 충분하다니
인사도 참 거창하네요

 

어쨌든 말이야
내가 칸자키 씨한테 사죄하는 뜻으로

 

억지로 이렇게
모시고 왔단 말이야

 

오늘밤 그냥 이대로
보내면 난 이거야

회사는 파산하고
엉망이 되는 거지

 

당신이 묘하루
목덜미를 붙들어서라도

끌고 오기 전에는
난 한 발짝도 안 움직여

 

얼굴 보여주기 전까진
안 돌아가

알겠습니다

알겠으니까 일단
먼저 방에 모시세요

제게 다 맡기고
일단 그렇게 하세요

- 이번엔 정말이지?
- 정말이에요

 

실패하면 안돼

괜찮아요, 저한테
맡기라고 하잖아요

 

예, 묘하루입니다

 

어머, 언니예요?

안녕하세요

 

예? 에이코가요?

거기에 있다고요?

그래, 사과하러 왔다고 그러네

 

쿠스다 씨 있는데
데려다 달라고 그러는데

 

일단 자네한테
말해야지 싶어서

 

오늘밤 사정에 따라선
안 돌아갈지도 모르겠는데

괜찮겠어?

그건 곤란해요

어쨌든 바로 돌려보내주세요

 

뭘 그리 정색을 하고 그래

 

오는 게 어때?

 

실은.. 오늘 여기에
칸자키 씨도 계신데

 

너에게 할 얘기가
있다고 하는데

 

너 올 때까지
묘에 여기 둘 테니까

알겠지?

 

아줌마, 요시키미 씨 댁에
전화 좀 해줘요

 

여보세요? 요시키미 씨예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여보세요, 언니예요?

 

저 지금 거기 들를게요

 

그 대신 에이코는
바로 돌려보내주셔야 해요

 

기온 거리의 나카니시 댁이죠?

 

그럼 바로 찾아 뵙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아줌마, 갈아입을 옷 내줘요

 

바보! 멋대로
거길 찾아가다니

 

어서 들어가!

 

오셨어요

그래요? 알았어요

왔어? 어디?

 

얼른 얼른

 

얼른

 

- 안녕하세요
- 인사는 됐고

 

언니, 안녕하세요

- 이제야 왔구나, 잘 왔어
- 정말 고맙소

 

자네 아니었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어

 

한잔 받아요

 

댁은 생명의 은인이요

구세주지, 정말로

 

언니, 그럼 묘에 일은
용서해 주시는 거죠?

아무렴

 

내일부터 부를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자, 쭉 마셔 쭉

 

쭉 마셔요

 

안녕하세요

 

누구요?

 

저 묘하루입니다

기다렸어

 

안녕하세요

 

아줌마, 묘하루 씨
연회 자리에서 온 거예요

고마워요

언니는요?

점심 전에 어딘가 나가셨어요

누구랑?

 

글쎄요, 전 잘 모르겠는데요

아, 그리고 말이죠
오늘밤 우리 집 연회에

언니랑 묘에 씨도
같이 부탁드려요

미에코 짱도?
시간은 언제죠?

6시예요

 

그럼, 부탁드려요

- 안녕히 계세요
- 예, 고마워요

 

6시면 슬슬 준비해야겠네

 

에이코 짱, 어서 준비해

 

어서요

 

다녀왔습니다

 

어서 오세요

 

- 선물이에요
- 고마워요

 

요시키미 씨한테
연회 연락왔어요

응, 들었어요

 

에이코, 준비하고 있어?

 

잠깐 와봐

 

너 여름 핸드백
갖고 싶다고 했지? 여기

 

이것저것 많이 사왔어

 

여름 띠 좋은 게 있단다

 

어때? 이거

언니, 이런 거 살 돈이
어디서 났어?

 

네가 걱정할 문제 아냐

 

언니, 요시키미 씨
댁에서 묵었지?

게이샤가 언니 집에 묵는 게
뭐가 이상해

언니! 나 때문에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한테 갔으니

 

나 기녀 그만둘래

 

무슨 소리니
난 그런 짓 안했어

 

거짓말!
언니는 거짓말쟁이!

 

모두들 거짓말쟁이뿐이야

 

교토의 유명인도
세상의 유명인들 모두 거짓말쟁이야

 

돈으로 뭐든지 할 수 있는
사람은 출세하고

 

못하는 사람은 우리처럼
무시당하는 거잖아

 

이제 싫어!

몸 팔아 살아가는
세상이라면 난 기녀 그만둘래

언니도 게이샤 그만둬!

 

이 녀석, 건방지게!

그게 할 말이니!

건방지든 뭐든 말할 거야!
언니하곤 상관 없잖아

관두려면 관두렴
관두면 되잖니

 

관두면 너 어쩔 건데?

 

삼촌 집에 갈래?

아빠한테 신세질 수 있어?

어디 갈 건데?

 

얘, 에이코

 

난 이 생활이 몸에 배였으니
이제 와서 어떻게 할 수도 없지만

 

너만큼은 깨끗하게
지켜주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

 

어려운 세상이다보니

 

너같이 세상물정 모르는
애는 살기 힘들어

 

하지만 난 네 맘을 최대한
헤아리려고 노력하고 있어

 

난 부모 형제도 없는
외로운 여자지만

 

사람의 정만큼은
간직하고 살 생각이야

 

실은 말이다, 에이코

 

너에겐 말은 안했지만
얼마 전에 아버지가 오셨었어

 

너무나 안 돼 보이길래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성의를 보였어

 

사람 하나가 죽느냐
사느냐 갈림길이었고

 

게다가 에이코의 아버지잖아?

 

인간이 아무리
돈과 지위가 있어도

 

홀로 있게 되면 누구나
불안하고 외로운 법이야

 

하물며 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려울 때 서로 도와가며
살 수밖에 없잖아

 

얘, 에이코

 

난 너도 남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친동생처럼 생각한단다

 

알겠지?

 

응..

 

언니!

 

미안

알아

 

다 알아

 

나갈 준비해야지

 

얼굴이 그게 뭐니

 

오늘부터 묘에 짱의
임자는 나야

알았지?

 

자, 화장하자
화장해

 

오늘 연회는 힘내서
화려하게 치장해 보자

 

기온 거리 사람들이
분명 깜짝 놀랄 거야

 

예..

 

여보세요?
다이토 씨 댁이요

예, 8시요

감사합니다

 

예, 예.. 만토미 씨

10시, 10시 말이죠?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언니, 들으셨죠?

응, 들를게요
접수해 놔요

 

오늘밤은 축제야
바쁠 거야

 

아이고, 기다리게 했네요

 

- 준비할까요?
- 예, 부탁해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