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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적인 음악]

 

[바람 솨 분다]

 

[어두운 음악]

 

[숨소리]

 

[숨소리]

 

[목걸이가 짤랑거린다]

 

[윤아의 숨소리]

 

[윤아의 숨소리]

 

- [자동차 엔진소리]
- [감성적인 음악]

 

[정민] 작은 도시의 읍내는

 

언제 봐도 평화롭다

 

[여학생들의 웃음소리]

 

하지만 여기서도
온갖 일들이 일어난다

 

[화면 내 정민]
변호인 접견 왔습니다

 

흔히들 변호사란
누구를 대변하는 사람

 

누군가를 옹호하고
지켜주는 사람이라고 한다

 

하지만 누군가를 지켜준다는 게
정말 어떤 건지

 

그 사건을 만나기 전까진

 

알지 못했다

 

[어두운 음악]

 

[윤아의 겁먹은 숨소리]

 

[성진의 힘쓰는 소리]
[윤아의 비명]

 

[문이 철컥 열린다]

 

[윤아의 겁먹은 숨소리]

 

[다가오는 발소리]

 

[덜컥 의자 소리]

 

이정민 변호사입니다

 

[문이 쿵 닫힌다]

 

앉으실까요?

 

[정민] 다치신 것 같던데
좀 어떠세요?

 

[윤아] 괜찮아요

 

공소장은 읽어보셨죠?

 

 

좋아요

 

그럼 처음부터 차근차근
얘기해 볼까요?

 

저는 별로 드릴 말씀 없어요

 

[윤아] 거기 나와있는 그대로예요

 

왜요? 다시 얘기하는 게
힘들어서 그러세요?

 

[정민] 그래도 변호사가
자초지종을 다 들어봐야죠

 

그래야 성윤아 씨를
잘 도와드릴 수 있죠

 

저는 그냥 재판
빨리 끝내고 싶어요

 

[한숨]

 

성윤아 씨

 

전 국선이라도 최선을 다해서
해드릴 거예요

 

하지만 저한테 뭐든지 다
터놓고 얘기해 주셔야 돼요

 

[정민] 그래야 제가 제대로
도와드릴 수 있어요

 

변호사님
[숨을 들이쉰다]

 

제가 그랬어요

 

[윤아] 제가 너무 힘들었고요

 

그래서 다 끝내버렸어요

 

근데 뭘 더 얘기해야 돼요?

 

[정민의 한숨]

 

[정민] 전 어차피 이 사건
무죄라고 생각해요

 

윤아 씨

 

[정민] 이건 윤아 씨 재판
아니에요

 

이 사건에서 진짜
재판받아야 할 사람이

 

윤아 씨인가요?

 

윤아 씨 이렇게 만든 사람이잖아요

 

그러지 말고 우리
천천히 얘기해 봐요

 

[정민] 처음엔 본인이
안 그랬다고 했잖아요

 

첫 조사에서

 

그렇죠?

 

어떤 게 맞는 말이에요?

 

[정민] 처음 부인한 거예요
아니면

 

그 후에 자백한 거예요?

 

자백했는데 왜 경찰은
접착제도 못 찾은 거죠?

 

[숨을 내쉬며] 변호사님

 

제가 한 거 맞아요

 

다 후회하고 있으니까

 

법정에서 그렇게 얘기해 주세요

 

[윤아] 그럼 들어가 보겠습니다

 

송윤아 씨

 

[문이 철컥 열리는 소리]

 

- [한숨]
- [문이 철컥 닫히는 소리]

 

[황 과장] 아이구야, 이게
진짜로 자다가 당한 거래요?

 

정확히 말하면 약하고 자다가
당한 거죠

 

[황 과장 의 놀라는 숨소리]

 

어디 보자, 그러니까

 

[황 과장] 프로포폴 하고선
자는 동안에, 그

 

코하고 입에다가 막, 그, 본드를

 

들이부었다

 

- [중수의 놀라는 숨소리]
- [카메라가 플래시 소리]

 

[무전기로 교신하는 소리]

 

[중수] 야, 여자 신병
확보 잘 해라

 

[경찰 무전기 소리]

 

[황 과장] 그 남편이
사업가였다는데

 

재산이 많았나 봐요

 

이래저래 의심받을 만은 해요

 

수십억 유산에다가

 

자기 앞으로 들어있는
보험도 여러 개라

 

[황 과장] 자백은 했죠?

 

- [정민] 그런 셈이에요
- 셈이요?

 

처음엔 부인했어요

 

그러다 경찰이 압수한 다이어리
들이대니까 자백했다고 나와요

 

다이어리요?

 

네, 범행 계획 같은 거 적어둔
[숨을 들이마신다]

 

프로포폴 치사량 같은 거랑

 

이것저것 일기같이
써놨더라고요

 

[황 과장] 아이고, 그러면 뭐

 

빼도 박도 못하겠네

 

[숨 들이마시는 소리]

 

- 과장님
- [황 과장] 예

 

이거 전체 수사기록 맞아요?

 

어, 이거 통째로
복사해 온 건데 왜요?

 

이 다이어리 말이에요
압수 수색 영장에 없어요

 

- 임의 제출한 것도 아니고
- [황 과장] 아

 

아이, 자식들, 하여튼
여기, 저기, 강력계 애들이

 

[황 과장] 대충대충 하긴 해요, 네

 

이거, 집안 뒤져서 그냥
들고 간 거 아니에요?

 

[황 과장] 그런 것까지
인제, 지적을 하면

 

[황 과장] 국선이 너무 오버한다
그러지 않겠어요?

 

본인이 자백도 한 마당에

 

국선이라도 할 건 해야죠

 

[쩝 입소리, 감탄하는 숨소리]

 

역시, 응

 

[황 과장] 이래서 이 변호사님한테
이번 사건을 맡긴 거구나, 예?

 

원래는 여기 국선이

 

이렇게 순번대로 돌아가잖아요

 

근데 이번엔

 

최은주 판사님이

 

변호사님을 콕 집어서
선정했다 그러더라고요

 

[황 과장] 어

 

[황 과장] 좋죠
그 양반한테 인정 받으면야

 

[씁 숨을 들이마신다]
이 쬐끄만 동네에서

 

하나밖에 없는
형사부 재판장이니

 

- [은진] 과장님
- [황 과장] 응, 응

 

은진 씨, 나 이거 금방 끌게, 진짜

 

- [황 과장] 금방, 금방
- 변호사님, 여기요

 

[정민] 고마워요

 

[황 과장] 아, 그 여자
결혼하기 전엔

 

배우였다면서요?

 

실물은 어때요?

 

[황 과장 이 창문을 쿵 닫으며]
변호사님

 

[황 과장] 그냥 쉽게

 

읍소 작전으로 가시죠

 

교회에서 봉사도
많이 했다고 그러던데

 

[황 과장] 신도들한테 탄원서
최대한 받아 가지고 내보세요

 

성윤아 씨 교회 다닌다고요?

 

성당이라 그랬던가
그, 이건 뭐예요, 근데 이거?

 

[부스럭 엽서를 들며]'하바나'?

 

[쓸쓸한 음악]

 

"하바나의 노을"

 

안 오실 줄 알았는데요

 

왜요?

 

더 할 얘기 없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숨을 들이마시며]
전 아직 물어볼 거 있습니다

 

[정민] 윤아 씨

 

성당 다니시죠?

 

네?

 

[정민] 누가 이걸 저한테 보냈어요

 

하바나라는 사람

 

[정민] 누군지 아세요?

 

아니요, 몰라요

 

[숨을 들이마신다]

 

[정민] 거기 한번
펼쳐 보시겠어요?

 

책갈피 꽂힌 페이지요

 

윤아 씨한테 보내는
말인 것 같아요

 

[직 지퍼 잠그는 소리]

 

[정민] 윤아 씨

 

거기 성경 위에 손 얹고
한 번 말해 주실래요?

 

[정민] 성경책 위에 손 얹고

 

다시 한번

 

윤아 씨가 한 일이라고요

 

그럼 제가 그대로 변론 할게요

 

[성경을 슥 밀며] 똑같은 얘기예요

 

전 할 말 없어요

 

그럼 민지는요?

 

아이한텐 엄마가 필요하잖아요

 

옆에 있어 줘야죠

 

[정민] 윤아 씨가 이렇게 놔버리면
민지는 누가 돌보죠?

 

저보고 뭘 어떡하라고요?

 

최선을 다해야죠

 

최선을 다해서 재판 치르고

 

[정민] 아이한테 돌아 가야죠

 

[한숨]

 

[법정경위]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주십시오

 

앉으십시오

 

2021고합455호 피고인 성윤아

 

[은주] 피고인

 

이름이 어떻게 되죠?

 

성윤아입니다

 

[은주] 생년월일은 언제입니까?

 

1985년 7월 24일생입니다

 

[은주] 피고인은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에 대해서는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있습니다
피고인, 자리에 앉아주세요

 

검찰 측, 기소요지 진술하시죠

 

 

피고인은 남편인 피해자 이성진과

 

평소 사이가 좋지 않은 데다가

 

피해자가 자신을 폭행하는
일이 잦아지자

 

그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2021년 8월 21일 새벽 2시경

 

피해자의 집에서
미리 보관하고 있던

 

치사량의 프로포폴을

 

피해자의 오른쪽 팔 부위에
주사하여

 

피해자를 마취시킨 후

 

호흡 및 의식이 저하된
피해자의 코와 입에

 

인테리어용 강력 접착제를
쏟아 부어

 

기도 폐색 등을 일으키는
방법으로

 

피해자를 질식시켜
살해하였습니다

 

변호인, 검사가 말한
공소 사실을 인정하십니까?

 

인정하지 않습니다

 

[정민] 피고인은 남편을
살해한 사실이 없습니다

 

오히려 피고인은

 

상습적으로 폭력을 당해온
피해자입니다

 

피고인도 변호인과
같은 생각이십니까?

 

[은주] 피고인?

 

 

[사람들이 저마다 얘기한다]

 

피해자를 살해한 사실이
없다는 얘기죠?

 

 

[여기자의 한숨]

 

[은주] 좋습니다

 

그럼 증거 조사에 들어가겠습니다

 

검찰 측, 증거 자료 제출해 주세요

 

[홍창] 증거 목록 제출하겠습니다

 

[은주] 변호인은 증거에 대한
동의 여부 말씀해 주세요

 

 

우선 경찰이 작성의
피의자 신문 조서는

 

내용 부인합니다

 

[정민이서류를 넘기며]
검찰 작성의 피의자 신문 조서와

 

피의자의 동생 이지영 등

 

참고인들의 진술 조서도
모두 부동의합니다

 

국과수 부검 의견서는
동의합니다

 

그리고 증거물에 대하여는

 

압수된 다이어리는
피고인 소유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 입증 취지는
부동의합니다

 

[홍창] 잠깐만요

 

검사 신문 조서 까지 부인하는 건
이유가 뭡니까?

 

피고인이 수사 내내 강압적인
상황에 있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어이없어하는 숨소리]

 

증거물 수집 등을 포함한
경찰 수사가

 

피고인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졌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이 사건을 초동 수사한
여주경찰서 소속

 

김중수 경장을 증인으로
신청합니다

 

검찰 측은
신청하실 증거 있습니까?

 

저희는 변호인이 부동의한
참고인 중에서

 

피해자의 여동생인

 

[홍창] 이지영을 증인으로
신청하겠습니다

 

[은주] 예, 좋습니다

 

그럼 다음 기일에는
김중수 경장을 먼저

 

[은주]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기일은

 

2주 후, 26일 오후 2시입니다

 

[정민] 윤아 씨

 

잘하셨어요

 

 

변호사님

 

 

저희 애한테 한번
가봐 주실 수 있을까요?

 

아, 네

 

엄마가 돌봐주시긴 하는데

 

엄마도 몸이 편찮으셔서
걱정이 돼서요

 

민지한테 엄마 잘 있다고 좀
전해주세요

 

걱정 마세요

 

제가 만나볼게요

 

[윤아] 감사합니다

 

[윤아 모] 아유

 

여기까지 오시느라고

 

- [정민] 감사합니다
- 예

 

민지 그림 그리는 거 좋아하는구나

 

아저씨는 엄마 친구야
엄마 도와주는 사람

 

엄마가 아저씨한테

 

민지 잘 지내나
물어보라고 해서 왔어

 

[정민] 민지 할머니랑 잘 지내지?

 

엄마는 아주 잘 지낸대

 

[정민] 금방 민지 보러 올 거래

 

무슨 그림이야?

 

얼굴

 

그렇구나, 누구 얼굴이야?

 

[숨을 들이마신다]

 

[휴대 전화 진동 소리]

 

어, 수아야, 어디야?

 

- [수아] 여기 시청 앞
- 시청 앞?

 

[수아] 오빠한테 먼저 선택권 줄게

 

검은 고양이가 좋아
흰 고양이가 좋아?

 

[정민] 이걸 꼭 직접 해야 돼?

 

[수아] 요즘도 하루에
수십 마리씩

 

살처분되는 거 몰라서 그래?

 

이건 기자이기 전에
시민의 의무야

 

[정민] 이런 것까지 꼭 써야 되고?

 

[수아] 응

 

잘 어울리는데, 왜?

 

오빠도 길냥이들 안쓰러워 했잖아

 

[정민] 그래, 어련하시겠냐?

 

[수아] 애는 잘 만났어?

 

[정민] 응, 근데 좀 그랬어

 

아이가 거의 말을 안 하더라고

 

[수아] 그렇지, 충격이 컸을거야

 

근데 그 여자 말이야

 

일부러 계획적으로 죽인 거라면
지금

 

엄청나게 연기하는 걸 수도
있잖아?

 

뭐, 인터넷에 올라오는
그런 얘기들?

 

[수아] 잘 생각해봐, 남편이

 

죽으면 그 재산이
자기 애한테 상속되니까

 

그럼 결국 다 자기 재산
되는 거 아니야?

 

그런 거 아닐 거야

 

뭐, 눈빛이 착해 보인다
그런 거 아니지?

 

그런 거 아니야

 

그런 거 아니면?

 

[정민] 내 생각엔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것 같아

 

그게 아니라면

 

그게 아니라면?

 

수사 과정에서
심한 압박을

 

[정민] 받아서 허위 자백을
했든가

 

하긴, 그 현장 검증 동영상 보면

 

그, 좀 심하게 하긴 하더라

 

무슨 동영상?

 

못 봤어?

 

아니, 며칠 전에 누가
친구 신청해서 들어가봤더니

 

- [정민] 응
- 이런 게 있던데?

 

뭐야, 이게?

 

[정민] 증인은 현재
여주경찰서 강력반 형사로

 

- 근무하고 있죠?
- 네, 맞습니다

 

증인, 이 사건 초동 수사부터
쭉 담당했나요?

 

 

여기 증 제1호가
증인이 압수한 다이어리죠?

 

네, 맞습니다

 

[숨을 들이마시며]
저희가 현장 가택을 수색하다가

 

이 다이어리가 나왔습니다

 

근데 그 안에

 

피고인 자필로 뭐
프로포폴 치사량이라든지

 

[중수] '수면제'

 

'죽어, 죽어'
그런 말들 쓰여있는 게 있어서

 

바로 증거물로 압수했습니다

 

[서류를 쓱 집는다]

 

혹시 당시에 법원으로부터

 

압수 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나요?

 

아니요

 

임의 제출 형식으로
압수한 걸로 기억합니다

 

증거물을 임의 제출 받으려면
소유자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동의받으셨나요?

 

네, 동의받았습니다

 

어떻게요?

 

[정민] 피고인 서명을 받으셨나요?

 

아니, 뭐, 그런 건 아니고 [한숨]

 

당시 현장에 있던
피고인 어머니한테

 

동의받았습니다

 

결국 소유자인 피고인 동의는
안 받으신 거네요?

 

[중수] 변호사님

 

그, 수사실무 잘 모르시나 본데요

 

가족들 동의받고 다 그렇게 합니다

 

[정민] 수사실무는 증인만큼
모를지 몰라도요

 

제가 지금 말씀드리는 건
법률 규정입니다

 

[중수] 그런 거 다 따지면서

 

어떻게 수사합니까?

 

증인은 지금 명확한 법 규정을
무시해도 된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은주] 변호인, 그만하면
될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넘어가시죠

 

[정민] 증인은 아까 검찰 측
신문 에서

 

2021년 8월 29일

 

현장 검증도 피고인의
자발적 참여 아래

 

범행을 재연한 것이라고
증언하셨죠?

 

네, 자발적으로 진행했습니다

 

재판장님

 

당시 한 시민이

 

현장 검증을 촬영한
동영상이 있는데

 

잠깐 법정에서 틀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 [화면 속 형사] 일로 좀 오라고
- [화면 속 중수] 그렇지

 

- 갖다 부으라고, 좀!
- [화면 속 형사] 앉으라고

 

[화면 속 중수] 아니, 접착제를
이렇게 좀 해 가지고

 

부으라니까, 좀!

 

[화면 속 형사]
얼굴에다 부었잖아!

 

[화면 속 중수] 그 다음
접착제 어떻게 했어, 그 다음?

 

어떻게 했냐니까?

 

아니, 접착제를 어떻게 했냐고
접착제를, 다음에?

 

얻다 버렸어?

 

[탁 통이 떨어지는 소리]

 

[화면 속 중수] 아이, 나, 진짜

 

[화면 속 형사] 접착제 숨겼을 거
아닙니까, 어디든?

 

[화면 속 중수]
처음부터 다시 합시다

 

접착제 붓는 거야, 얼굴에, 어?
자, 줘 봐

 

[방청객의 수근거림]

 

본 변호인한테는 이 상황이
도저히 자발적으로 보이지

 

[정민] 않는데요?
증인, 동의하십니까?

 

[중수] 일부 과정일 뿐입니다

 

전체적으로 아무 문제 없었습니다

 

이게 문제가 없었다고요?

 

그럼 그동안 했던 경찰 수사가

 

아무 문제 없는 이런 방식으로
이뤄진 겁니까?

 

변호사님

 

[중수] 저 여자 남편을 잔인하게
죽인 여자입니다

 

유죄 판결 아직 안 났습니다

 

됐습니다, 거기까지 하시죠

 

- [정민의 한숨]
- [은주] 증인 수고하셨습니다

 

들어가셔도 됩니다

 

변호인

 

더 하실 거 있으신가요?

 

바로 이어서 피고인 신문
짧게 하겠습니다

 

[정민] 피고인

 

 

피고인은 수사받으면서

 

진술이 조금 왔다 갔다 했는데

 

[숨을 들이마시며]
오늘 이 자리에서 모든 걸

 

사실대로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정민] 피고인은 남편 이성진 씨가
살해된 당일 아침

 

바로 경찰에 연행돼서
조사를 받았지요?

 

[윤아] 네

 

처음 조사 땐 어떻게
진술했습니까?

 

같이 약을 맞고 잠들었는데

 

아침에 깨보니까 남편이
죽어 있었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런데, 피고인

 

사실 그날 밤
밖에 나갔다 온 적이 있죠?

 

 

[정민] 어디 나갔다 왔습니까?

 

차를 몰고

 

무작정 돌아다니다가
돌아왔습니다

 

한밤중에 왜 그랬죠?

 

먼저 깼는데

 

옆에 누워있는 남편을 보니까

 

도저희 집에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왜죠?

 

좀 더 구체적으로 이유를
말씀해 주시겠어요?

 

무서웠어요

 

뭐가요?

 

거기 그대로 있으면

 

제가 남편을 죽일 것 같았습니다

 

그게 무서웠어요

 

왜 남편을 죽일 것 같았나요?

 

[정민] 그날 약을 맞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나요?

 

[방청객의 안타까운 숨소리]

 

[정민] 이 상처들은

 

그날 남편한테 맞은 거죠?

 

 

그 다음엔요?

 

그 다음엔…

 

강제로 성행위를 했나요?

 

 

[정민] 결국

 

피고인은 그날 남편에게

 

심한 폭행과 강간을 당하고
강제로 주사를 맞고

 

잠들었던 것밖에 없죠?

 

 

[정민] 그러다가 먼저 깨서
밖에 나갔다

 

새벽에 돌아와 보니까

 

남편이 살해당해 있었던 거죠?

 

 

[정민] 결국 피고인이

 

집을 비운 사이에 누군가 들어와

 

남편을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네요

 

잘 모르겠습니다

 

[정민] 이상입니다

 

[은주] 검사님

 

피고인한테 물어보실 것
있으신가요?

 

한두 가지만 확인하겠습니다
피고인

 

그날 밤 남편과 함께
프로포폴을 맞고 잠들었다가

 

[홍창] 피고인은
먼저 깨어났다고 했죠?

 

- 네
- [홍창] 그때 먼저 일어나서

 

남편한테 프로포폴 추가로
투약한 거 아닙니까?

 

아닙니다

 

그럼 누가 그랬다는 겁니까?

 

경찰이 조사한 바로는

 

외부인이 침입한 흔적이
없다는 건데

 

[홍창] 피해자가 스스로

 

치사량에 가까운 프로포폴을
투약했다는 말입니까?

 

판사님, 외부침입 흔적이
없다는 건

 

경찰의 8월 25일자 수사 보고서에

 

달랑 두 줄로 적혀있는
내용입니다

 

[정민] 그렇게 판단할
아무 근거도 없이요

 

검찰은 지금

 

객관적인 근거가 부족한
사실을 전제로

 

[정민] 피고인을
추궁하고 있습니다

 

[은주] 우선 피고인의 말을
한번 들어봅시다

 

피고인

 

[은주] 혹시 피해자가 스스로
다량의 프로포폴을

 

투약했을 가능성이 있나요?

 

확실히는 모르지만

 

남편이 점점 투약하는 양을
늘려왔던 건 사실입니다

 

좋습니다

 

검사님, 더 있으신가요?

 

아닙니다, 마치겠습니다

 

- [바스락 종이 소리]
- [은주] 증인 수고하셨습니다

 

[홍창] 이 변

 

[정민] 네, 검사님

 

왜 이렇게 열심히 해?

 

열심히 해야죠

 

[옅은 웃음] 너 지금
다 알면서 그러는 거지?

 

무슨 말씀이시죠?

 

아, 진짜 몰라서 그래?

 

저 여자가 죽인 거잖아

 

안 그러면 왜 다이어리에
그런 말을 써놨겠어?

 

그 다이어리는 증거에서
빠졌잖아요

 

[홍창] 아니 [옅은 웃음]

 

증거 능력이 있든 없든
다 아는 거잖아

 

검사님

 

변호인한테 이런 얘기
사적으로 하셔도 되는 겁니까?

 

씁, 당신 나중에
검사 할 거 아니야?

 

구조 공단에서 몇 년 경력 쌓고
검사 지원할 거 아니었어?

 

[홍창] 아니, 그러면

 

본인 진짜 소속이 어딘지도 좀
생각을 해야지

 

열심히 하는 건 좋은데

 

선배가 다 해놓은 사건
꼬이게 만들면 [콧웃음]

 

[홍창] 안 돼

 

검사님

 

저 이 사건 변호사인데요

 

그래서요?

 

검찰이 이 사건에서 좀
실수를 하신 것 같은데요

 

제가 한번 바로잡아 보겠습니다

 

어 [콧방귀]

 

그래요, 변호사님

 

그럼 다음 재판 때 봅시다

 

[홍창의 어이없는 웃음]

 

[홍창의 멀어지는 발걸음]

 

[자동차 엔진음]

 

얼굴 많이 상했다

 

어쩐 일이세요?

 

당연히 와봐야죠

 

할 말 있어서 오신 거죠?

 

[지영] 진짜 걱정돼서 온 거예요

 

하긴

 

20분이면 짧은 시간이니까

 

법정에서 다시 부인하셨다면서요

 

어쩌려고 그래요?

 

[윤아의 한숨]

 

이제 사실대로 말 하려고요

 

[지영] 왜 그러세요?

 

저한테까지 그럴 필욘
없잖아요

 

찾아오신 이유가 뭐예요?

 

그래요

 

제가 유리한 증언을 좀
해드리면 어떨까 하는데

 

무슨 증언을요?

 

죽은 사람한텐 좀 미안하지만

 

'우리 오빤 완전 폭력적인
쓰레기였다'

 

[지영] '우리 오빠지만 올케한테
더 미안하다'

 

'올케가 그럴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이거, 다 진심이에요

 

결국 다시 범행을
인정하라는 거네요

 

언니

 

너무 욕심부리지 마요

 

[지영] 이 정도면

 

집행 유예로
나오는 데 문제없어요

 

[한숨] 왜 오셨어요, 진짜?

 

[한숨]

 

나도 진짜 언니랑 민지
도와주고 싶어서 이러는 거예요

 

대신 민지 양육권만
포기해줘요

 

[옅은 웃음]

 

[한숨] 여전하구나

 

[지영] 어제 법원에
소장 냈어요

 

[윤아의 놀라는 숨소리]

 

양육권자 변경해 달라고

 

[지영] 가정 법원 판사님들

 

애들 미래 끔찍하게
생각한다는데

 

아마 살인자한테
애를 맡기진 않을 걸요

 

난 죽이지 않았어요! [한숨]

 

 

억울한 표정 짓지 마

 

솔직히 너 매일매일
죽이고 싶었잖아

 

[떨리는 한숨]

 

당신도 나만큼 죽이고 싶었잖아

 

[지영] 그래도 너 만큼은 아니었어

 

한번 잘 생각해 보세요

 

[당황스러운 탄식]

 

[문이 철컥 열렸다가 쿵 닫힌다]

 

[음산한 바람 효과음]

 

[윤아의 떨리는 숨소리]

 

[윤아의 두려워하는 숨소리]
[어두운 음악]

 

- [성진의 기합]
- [윤아의 비명]

 

- [퍽 때리는 소리]
- [윤아의 신음]

 

- [성진의 기합, 퍽 소리]
- [윤아의 비명]

 

[윤아의 떨리는 숨소리]

 

[성진] 윤아야

 

어디 갔다 왔어?

 

바람 쐬고 온 거예요

 

바람?

 

[성진 ] 어디 바람?

 

누구랑?

 

[성진의 킁킁 콧소리]

 

[윤아의 신음]

 

[두려운 숨소리]

 

[성진의 한숨]

 

- [윤아의 놀라는 숨소리]
- [성진] 씨발

 

[윤아의 비명]

 

[윤아의 신음]

 

말해 봐

 

다시는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다신 실망시키지 않을게요

 

니가 날 이렇게 만든 거잖아
그렇지, 응?

 

어서 말해

 

[성진이 고함치듯]
어서 말하라니까, 씨!

 

미안해요

 

내가 이렇게 만들었어요

 

[윤아의 아파하는 신음]

 

씨발, 쳐다보지 마
죽여 버릴 거니까

 

[헐떡이는 숨소리]

 

[성진의 거친 숨소리]

 

- [윤아의 신음]
- [성진의 헐떡임 소리]

 

[윤아의 한숨]

 

[음산한 음악]

 

[음악이 고조된다]

 

[민지] 엄마

 

[놀라는 숨소리]

 

[힘주는 소리]

 

[비명]

 

[비명]

 

[교도관] 4688번

 

진정하세요

 

거기 좀 잡아봐

 

4688번!

 

어떻게 된 거예요?

 

[한숨]

 

[철컹 밀고 끄는 소리]

 

[한숨] 무슨 일인데요?

 

- [정민] 누가 그랬어요?
- [한숨]

 

잠깐만요

 

[정민] 변호인 접견할 땐
자리 비켜줘야 되는 거 아니에요?

 

이 수갑은 뭡니까?

 

[교도관] 특별관리 대상이라서요

 

무슨 일이죠?

 

[교도관] 교도관하고
물리적 충돌이 있었습니다

 

[윤아] 시누이가 찾아왔었어요

 

[정민] 시누이요? 이지영 씨가요?

 

[윤아의 한숨]

 

[정민의 한숨] 뭐라고 하던가요?

 

민지를 뺏어 가려고 해요 [한숨]

 

네?

 

민지를 데려가려고 한다고요

 

무슨 말인지 자세히 얘기해 보세요

 

[한숨]

 

그쪽이 양육권 소송을 냈어요

 

[윤아, 정민의 한숨]

 

그 여자가 민지를 데려갈 거예요

 

어떻게든요 [한숨]

 

- 윤아 씨
- [윤아의 한숨]

 

지금은 재판에 집중해요

 

우린 지금 잘하고 있어요
증거 많이 깨졌고요

 

이제 저쪽 증인은
이지영 하난데

 

그것만 잘 막으면 돼요

 

그럼 윤아 씨 곧 나갈 수 있어요

 

[정민] 석방되면

 

양육권 소송 아무리 들어와도
애 함부로 못 데려가요

 

[정민] 저 믿고 재판에 집중해요

 

빨리 무죄 판결 받아요

 

그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에요

 

[수긍하는 숨소리] 네

 

[정민의 한숨]

 

[윤아의 한숨]

 

참, 그리고

 

저희 사무장님 얘기가

 

검찰이 요즘 주변 CCTV를

 

다시 뒤지고 다닌다고 하더라고요

 

[정민] 윤아 씨 집도 한 번 더
압수 수색 했고요

 

혹시 제가 더 알아야 할 건
없는 거죠?

 

네, 더 얘기할 거 없어요

 

[여자1] 흰색인지 은색인지
좀 어두워 가지고

 

[남자1] 정확히 무슨 색인진
알 수가 없고요

 

- [경찰관] 정확하게는?
- [남자1] 네

 

[경찰관] 그럼 시간대가 좀
어떻게…

 

[여자1] 조금 해질 때 그때였지?

 

[남자1] 8시…

 

- [음산한 음악]
- [영상 속 차가 덜컹거린다]

 

[홍창의 씁 입소리]

 

계장님 분명히
사건 당일 밤 거 맞죠?

 

예, 그거 찾으려고
박 계장이랑

 

며칠 동안 CCTV만 봤습니다

 

[정 계장] 우리 마누라
얼굴 본 시간보다 많을 걸요?

 

강변공원에 들어가는
성윤아 차가 찍혔다는 거죠?

 

[정 계장] 예

 

[홍창] 목격자 탐문은
계속 하고 있는 거죠?

 

거기 밤 운동하는 사람들 많아서

 

찾아보면 나올 가능성 있어요

 

[비닐 부스럭거리는 소리]

 

[윤아의 가쁜 숨소리]

 

[덜컥 차 문 열리는 소리]

 

[쾅 차문 닫히는 소리]

 

[코를 훌쩍이는 소리]

 

[남자2] 둘이 끌어안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피고인이 당일 입었던 코트입니다

 

영장 발부받아 피고인의 집에서
확보한 것입니다

 

[홍창] 증인

 

증인이 본 사람이 입고 있던 옷이

 

- 이 옷 맞습니까?
- [남자2] 네

 

옷이 먼저 눈에 띄더라고요

 

[웃음] 한 여름에 긴 코트라서요

 

증인이 강변공원에서
목격한 사람이 여기 있는 피고인

 

[홍창] 성윤아 씨 틀림없죠?

 

아, 네, 맞습니다

 

[홍창] 성윤아 씨가 차에
탄 다음에

 

운전자를 끌어안았고

 

키스도 했습니까?

 

[남자2] 씁, 하

 

그, 제가

 

사실 자세히는 보지 못했습니다

 

[남자2] 막 작정하고
들여다본 게 아니라서요

 

운전자의 대체적인 인상착의라도
기억나시나요?

 

씁, 아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뛰다가 본 거라서요

 

차 번호나 차종은요?

 

[남자2의 한숨]

 

번호도 잘 모르겠습니다

 

 

흰색 큰 승용차였던 것 같습니다

 

[남자2] 아우디였나?

 

[홍창] 재판장님

 

모든 정황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은 사건 당일 밤

 

밖에서 공범인 내연남을 만나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남은 건

 

피고인이 단독으로 범행을
실행했냐

 

아니면 공범과 같이
범행을 저질렀냐입니다

 

[정민] 재판장님

 

지금 검사의 말은
추정에 지나지 않습니다

 

추정만 가지고 기존 공소장에 없는
공모 혐의를 추가할 순 없습니다

 

 

양측 법률적 주장은 나중에
따로 하시고요

 

일단 증인신문을 마쳐 주시지요

 

[은주] 검사님, 더 물어보실 거
있으십니까?

 

아닙니다, 이상입니다

 

변호인

 

[은주] 반대 신문 있으신가요?

 

 

한두 가지만 묻겠습니다

 

[정민] 증인

 

증인이 검찰에 처음 진술한 게
사건 발생 후

 

[정민] 두 달이 더 지난 다음이죠?

 

네, 그게 지난주니까요

 

꽤 오래전 일인데요

 

당시 피고인이 차에 타서
누군가와 포옹이나 키스를 했다

 

이런 거 정말 다 기억합니까?

 

네, 분명히 기억합니다

 

증인이 전혀 모르는 사람인데도요

 

[남자2] 글쎄

 

전, 전 기억이 나는데요

 

당시 장소가 꽤 어두웠을 텐데요

 

[남자2] 그래도 제가 봤는데요

 

[남자2] 사실 제가

 

성윤아 씨 나온 영화를
본 적이 있어서요

 

'로스트'인가? 거기서
여검사 역 하시지 않았나요?

 

이상 신문 마치겠습니다

 

재판장님, 오늘 증인의 증언으로

 

피고인이 사건 당일 밤

 

밖에서 누군가와 만남을
가졌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피고인에게

 

당시 만난 사람이 누구였는지
답변할 것을 요구하겠습니다

 

피고인은 그 점에 대해서
진술을 거부하겠습니다

 

그건

 

그건 개인적인 사생활이고
본 건과 관련이 없기 때문입니다

 

[홍창] 제가 잘
이해가 안 돼서 그러는데

 

내연남과 공모한 게 아니라면
왜 누군지 못 밝힙니까?

 

피고인의 무죄를
증명해줄 수도 있는 증인인데요

 

[우배석] 부장님
사건 재밌어지는데요

 

- [은주] 네
- [우배석] 피고인 측 신빙성이

 

- 확 약해진 거잖아요
- [은주] 그러게요

 

[우배석] 그 내연남이
공범인 건가?

 

누군지 궁금해지는데

 

[은주] 증인 아직 남았으니까
좀 더 지켜보시죠

 

[우배석] 네

 

[어두운 음악]

 

[윤아] 어디로 가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윤아의 가쁜 숨소리]

 

- [낙엽 부스럭 소리]
- [가쁜 숨소리]

 

[자동차 엔진음]

 

- [끽 브레이크 소리]
- [윤아] 모든 게

 

끝이라고 생각한 순간

 

- [자동차 문이 탁 열린다]
- [윤아] 기적처럼

 

- [달려오는 발소리]
- 그 사람이 왔다

 

[남자3] 오늘 얘기해 볼 책은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입니다

 

- [책장 넘기는 소리]
- 작가가 처음 붙였던 제목은

 

'디 아워스'
즉 시간이었다고 하는데요

 

울프는 나중에 '더 이어스'

 

즉 세월이라는 또 다른 작품을
집필했죠

 

작가는

 

우리가 살아가는

 

매 순간의 시간들이 쌓여서

 

영원한 세월을 만든다고
생각을 했다고 해요

 

- 그럼 이제부터
- [따뜻한 음악]

 

작가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를 해볼까요?

 

작가가 죽기 전에

 

연인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편지가 하나 있는데요

 

한번 읽어 보겠습니다

 

'우리가 함께한 그 세월'

 

'소중한 시간들
영원히 간직 할게요'

 

'우리가 영원히 함께 한 시간을요'

 

'영원히 함께한 세월을요'

 

'영원한 그 사랑을요'

 

'영원한 그 세월을요'

 

[종이 쓱 넘기는 소리]

 

[정민이 서류를 쓱 넘기는 소리]

 

결국 누군가 있었네

 

[수아] 어떻게 오빠한테도 숨겨?

 

아, 재판 끝나고 얘기는 해 봤어?

 

[정민] 응

 

누굴 만났는지는 말 못하겠대

 

그거 물어보려면
변호인 그만둬달래

 

[헛웃음] 엄청 당당하시네

 

[황 과장] 아휴, 그, 지금까지
그, 분위기 좋았는데, 예?

 

아니, 이대로 가면 무죄는, 뭐

 

좀 어렵겠어요

 

뭐, 거의 둘이 공모한 각인데요?

 

아니, 그럴 수도 있다는 거지

 

쩝, 아니다

 

- 나도 이젠 잘 모르겠다
- [황 과장] 아이고

 

이거 뭐, 벌써 포기할 건 아니고

 

아이, 좀 더 파 보세요, 좀, 어?

 

[황 과장] 그 시누이 증언도
남아 있잖아요, 예?

 

변호사님이

 

이거를 계속 물고 늘어지잖아요?

 

그러면 저절로 윗대가리들
눈에, 이게 띄게 돼 있어요

 

막말로 이런 사건 아니면

 

여기 촌동네 출신이 나중에

 

서울지검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에이

 

이거는 무조건 '고'

 

- [황 과장] '고' 하세요
- [수아] 그래, 이 변

 

서울 가자

 

[프린터 작동음]

 

[계속되는 프린터 작동음]

 

[수아] 강아지 안락사시키는 일을
했나봐

 

간호사 출신에 마취제를
다뤘으면

 

이지영이
윤아 부부한테 약을 댔나?

 

[황 과장] 도대체 누굴까요?
이런 걸 보낸 사람이

 

[정민의 한숨]

 

하바나겠죠

 

[황 과장의 호응]

 

잠깐

 

그때 수아 너한테
동영상 알려줬다는 사람 있지?

 

그 사람 페북 한번 볼 수 있어?

 

응, 잠깐만

 

계정이 사라졌어

 

[황 과장] 씁, 근데 이걸
믿어도 될까 모르겠어요, 예?

 

누가 보낸 건지도 모르는데

 

직접 가서 확인해보면 되지

 

어떻게?

 

황 과장님 강아지 있잖아

 

우리 루비요?

 

[수아] 네, 다 왔어요

 

B동 건물이라고 하셨죠?

 

- 네
- [휴대 전화 통화 종료음]

 

[한숨]

 

[수아] 루비

 

무사히 데리고 와야 돼요

 

[수아] 걱정 마세요

 

- [수아의 힘주는 소리]
- 조심조심

 

정말 괜찮겠어? 그냥 내가 갈까?

 

기자 뭘로 보고?
오빠는 얼굴이 팔렸잖아

 

- 그래도 조심해
- [수아] 걱정 마

 

[수아의 한숨]

 

[어두운 음악]

 

[수아의 한숨]

 

[초인종이 딩동 울린다]

 

[도어록이 띠리리 열린다]

 

[한숨] 갑자기 늦은 시간에
연락 드려서 죄송해요

 

[지영] 아니에요, 들어오세요

 

- [문이 쾅 닫힌다]
- [도어록이 띠리리 잠긴다]

 

[지영] 카페 글 보고 오셨다고요?

 

 

[지영] 현금 챙겨오셨죠?

 

네, 그럼요

 

앉으세요

 

[수아의 옅은 호응]

 

어 [옅은 웃음]

 

아직 어려 보이는데?

 

아 [옅은 웃음]

 

얘가 워낙 동안이라서요

 

[수아의 기침 소리]

 

[지영] 감기 걸리셨나 봐요

 

[수아] 네

 

[슥 서랍 여는 소리]

 

정말 고통 없이 하는 거 맞죠?

 

[지영] 네, 걱정 마요

 

그냥 깊이 잠드는 거예요

 

저, 혹시 그게 프로포폴인가요?

 

네, 맞아요

 

사람한테 놓는 거 똑같이 써요

 

그럼 사람한테도 놔 주시나요?

 

어떻게 오셨어요?

 

강아지 때문에 오신 거 아니에요?

 

이제 주세요 [옅은 한숨]

 

아, 잠깐만요

 

[수아] 제가 12년 동안
키운 애라서요

 

오늘 하루만 더 고민해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지영] 잠깐만요

 

잘해 드려요

 

직접 맞으시는 것도

 

[정민] 온다, 온다

 

[수아의 탄식]

 

[황 과장] 어, 루비야, 루비야
아이고, 루비야, 어

 

아이고, 어이쿠

 

[황 과장] 왜 이렇게 땀이 났어?

 

괜찮아? 별일 없었어?

 

아, 내 심장이야

 

잠깐만

 

녹음 안 됐다

 

- [황 과장] 응?
- 뭐?

 

- [수아의 한숨] 뻥이야
- 아이

 

- [정민의 한숨]
- [수아의 웃음]

 

깔끔하지
오빠 나한테 뭐 해줄래?

 

- 하여튼
- [수아의 옅은 웃음]

 

[수아의 한숨] 근데, 그 여자

 

나한테도 맞으라 그러던데?

 

뭐?

 

이야, 이거 완전 대박이네

 

잘해준다는데 한번 가볼까나?

 

- [정민] 으이그, 정말
- [수아의 웃음]

 

[정민의 한숨]

 

됐다, 이제, 가자

 

- [수아] 가자
- [자동차 가속음]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를 말하고

 

만일 거짓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

 

[홍창] 이지영 씨, 증인은

 

피해자 이성진 씨의 여동생이자

 

피고인의 시누이시죠?

 

네, 맞습니다

 

피해자가 생전에

 

아내인 피고인과 사이가 어땠나요?

 

저기, 검사님

 

제가 먼저 재판장님께 한 말씀
드려도 될까요?

 

증인, 우선 묻는 말에 답변하세요

 

나중에 필요하면
따로 얘기할 기회 드릴게요

 

제가 너무 억울해서 그래요

 

[지영] 저 죽은 사람 생각하면

 

[흐느낌 소리]

 

[지영] 죽은 오빠 생각해서라도

 

민지는 꼭 제 손으로
키우려고요

 

그래서 양육권 소송까지
낸 거예요

 

[홍창] 자, 증인

 

흥분하지 말고
천천히 얘기해 봅시다

 

[지영의 한숨]

 

이성진 씨가 죽기 전에

 

아내인 피고인과 사이가 어땠나요?

 

- [홍창] 자주 다퉜나요?
- 오빠가 죽기 전에

 

무섭다는 말을 여러번 했어요

 

뭐가 무섭다는 거죠?

 

피고인이요

 

[지영] 최근에 둘이 자주 싸웠대요

 

그러다가 오빠가 손찌검을
한 적도 있었나 봐요

 

근데 그때마다 저 여자도 같이
치고받고 난리도 아니었었대요

 

그렇게 부부 사이가 안 좋았으면

 

성윤아 씨 입장에서는
남편을 죽이고 싶을 수 있겠네요?

 

[정민] 이의 있습니다, 재판장님

 

명백한 유도 신문입니다

 

[홍창] 아, 예, 좋습니다

 

증인, 조금 전에

 

피고인 부부가
심하게 싸웠다고 했는데

 

왜 그렇게 싸웠다고 하던가요?

 

오빠가

 

올케한테 다른 남자가
있다고 했어요

 

다른 남자요?

 

[지영] 네

 

그리고 올케가

 

그 남자랑 무슨 일을
꾸밀 것 같다고

 

[지영] 늘 불안해했어요

 

[홍창] 무슨 일을 꾸밀 것 같다고
불안해했다고요?

 

 

신변에 위협을 느낀다고요

 

[홍창] 이상입니다

 

[정민] 아까 검사님 신문 중에

 

피고인의 딸 이민지 양에 대해서

 

법원에 양육권 소송을
냈다고 했죠?

 

 

그럼 엄마 대신 증인이

 

민지 양을 기르겠다고

 

후견인 선임 청구를
했다는 건가요?

 

[지영] 네, 그렇습니다

 

[정민] 증인, 평소 조카딸 양육에
관심이 있었습니까?

 

네, 당연히 관심 있죠

 

[정민] 만약에 피고인이

 

살인죄로 유죄 판결이 확정되면

 

피고인은 상속인 자격을 잃고

 

이성진 씨의 모든 유산은

 

피고인의 딸인
이민지에게 돌아가죠

 

[정민] 증인도 그런 사실
잘 알고 있죠?

 

지금 그런 걸
왜 물어보시는 거예요?

 

만약에 증인이

 

조카인 이민지 양의
양육권자가 되면

 

[정민] 증인은 죽은 오빠의
모든 재산을 관리하면서

 

아이가 클 때까지

 

재산을 사실상 증인 마음대로

 

- 처분할 수 있죠?
- [홍창] 재판장님

 

변호인은 지금 공소 사실과
관계 없는 질문으로

 

[홍창] 증인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아닙니다

 

이건 증인의 증언 동기에 관한
중요한 질문입니다

 

일단 한번 들어보도록 하죠

 

하지만 변호인

 

더 나가면 바로 제지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다시 묻겠습니다

 

증인은 피고인이
유죄 판결을 받고난 후

 

조카인 이민지 양의
양육권자가 되어

 

죽은 오빠의 재산을
관리할 계획이죠?

 

살인범 집안에서 아이를
키우게 할 수 없지 않나요?

 

피고인 말에 의하면

 

증인은 작년 가을경

 

오빠에게 증인 남편의 사업자금을

 

빌려 달라고 한 적이 있다고
하는데

 

[정민] 사실인가요?

 

- 그런 일 없습니다
- [정민] 그때 이성진 씨는

 

증인 남편은 뭘 해도
안 되는 사람이라면서 거절했고

 

증인은 그 후부터

 

[정민] 죽은 오빠와 피고인을
함께 원망해 왔다고 하는데

 

[정민] 사실이죠?

 

그게 무슨 말이에요?

 

저 여자가 다 꾸며낸 거잖아요

 

이건 증인의 최근 통화기록입니다

 

[정민] 증인은
이성진 씨 사망 직전에

 

보험회사 여러 곳에 전화를 해서

 

이성진 씨 명의로 가입된

 

생명보험이 있는지
알아본 사실이 있는데

 

그건 왜 그런 거죠?

 

도대체 그게 이 사건하고
무슨 상관이에요?

 

증인

 

증인은 오래 전에
간호사로 일한 적이 있죠?

 

네, 그런데요?

 

증인은 프로포폴도 다루죠?

 

이렇게 피해자 유족을
모독해도 되는 겁니까?

 

[정민] 증인, 프로포폴을 사용해서

 

반려동물들 안락사시키는 일을
계속해 오지 않았나요?

 

재판장님, 이의 있습니다

 

지금 변호인은 본 사건과
관계없는 질문을 하고 있습니다

 

아닙니다

 

증인은 피해자에게

 

향정신성 의약품을
계속 공급해 온 사람입니다

 

증인

 

증인은 프로포폴을
사람한테도 놓죠?

 

[정민] 즉, 증인의 주된 고객은
사실 반려동물이 아니라

 

음성적으로 프로포폴을
맞으려는 사람들이죠?

 

계속 이런 식이면
답변 거부하겠습니다

 

[정민] 다시 묻겠습니다

 

증인이 프로포폴을 이성진 씨한테
제공해 왔죠?

 

- 그런 적 없습니다!
- [정민] 증인!

 

혹시 사건 당일
오빠 집에 갔었습니까?

 

대답 안 하겠습니다

 

안 갔습니다!

 

오빠 이성진 씨가 약을 하는 때를
기다렸다가

 

[정민] 증인이 몰래 집에 들어가

 

치사량의 프로포폴을
주사한 것 아닙니까?

 

- 그런 적 없습니다!
- [홍창] 재판장님!

 

변호인은 지금 아무 증거 없이

 

[홍창] 증인을 무고하고 있습니다

 

[은주] 변호인

 

그만하시죠

 

알겠습니다, 이상입니다

 

[은주] 증인,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들어가셔도 됩니다

 

[정민] 재판장님

 

이지영 씨가 반려동물 안락사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어느 고객과 대화한 내용을
녹취록 형태로 제출하겠습니다

 

검사님, 증거에 대한 의견
말씀해 주시죠

 

당사자가 누구인지도 알 수 없는
녹취록입니다

 

조작됐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기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대화 당사자 중 한 사람이
이지영이라는 점은

 

녹음 파일상 분명합니다

 

[정민] 필요하면 음성파일도

 

별도로 제출하겠습니다

 

일단 증거 채택은 보류하겠습니다

 

다음 기일에 결정하겠습니다

 

변호인

 

제 사무실에서 잠깐 뵐까요?

 

[한숨]

 

[은주] 이번 건 때문에
고생이 많죠?

 

[정민]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공단 근무 끝나면

 

검사 지원할 거라고 들었는데

 

 

검사 갈 사람이 찍히겠는데요?

 

상관 없습니다, 제 일인데요

 

[호로록 마시는 소리]

 

그 녹취록은 어떻게 구한 거예요?

 

부장님, 비밀 지켜주실 건가요?

 

누구 시켜서 도청하고 다니세요?

 

아닙니다

 

도청이 아니라 대화 당사자가
녹취한 겁니다

 

제가 증거 채택 한다고 해도

 

무죄 증거는 안 되는 거
알고 계시죠?

 

이지영이 평소에 약을 대왔다면

 

사건 날 몰래 들어가서
그랬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물론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지금으로선
약을 공급했다는 것 말고는

 

확실한 게 없잖아요

 

그 정도로는

 

어차피 상급심에 가면
곧바로 깨질 거예요

 

- 하지만
- [은주] 이 변호사님은

 

피고인 말을 정말 다 믿으세요?

 

피고인이 결백하다는 건 믿습니다

 

하지만 피고인이 그날 알리바이는
안 밝히잖아요

 

변호인한테도
이야기 안 하고 있는 거죠?

 

분명히 감추고 싶은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민] 하지만
제가 밝혀 내겠습니다

 

글쎄

 

근데 그게 정말
피고인이 원하는 걸까요?

 

[은주] 피고인이

 

감추고 싶어 한다면

 

감출 수 있게 도와줘야 되는 거
아닐까요?

 

변호인이라면?

 

변호인이 진실을 알아야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든 제가 밝혀 내겠습니다

 

그래요

 

결국은

 

그날 밤 만난 누군가가
나와야 되지 않을까 싶네요

 

[TV 속에서 흘러나오는 소리]

 

[민지의 놀라는 숨소리]

 

민지 만화 보고 있었구나?

 

[민지] 네

 

[지영] 저 만화 재밌어?

 

- 네
- [TV 속에서 흘러나오는 소리]

 

할머니 잠깐 나가셨어

 

고모가 민지랑 잠깐
얘기하고 싶어서 온 건데

 

우리 저 TV 좀 끌까?

 

[TV 종료음]

 

[리모콘을 탁 내려 놓는다]

 

[옅은 웃음] 아유

 

우리 민지 참 야무지고
똑똑하다

 

[옅은 웃음]

 

[지영] 민지
엄마 많이 보고 싶지?

 

엄마 안 보고 싶어?

 

- 보고 싶어요
- [지영] 그래

 

우리 민지
엄마 많이 보고 싶을 거야

 

[지영] 너 그날 밤 말이야

 

아빠 돌아가시던 날

 

그날 너 뭐 봤니?

 

[겁에 질린 숨소리] 아니에요

 

잘 생각해 봐

 

민지야, 그날 엄마랑 아빠랑
싸우던 날이잖아

 

[겁에 질린 숨소리] 못 봤어요

 

뭐를? 뭘 못 봤는데?

 

아무것도 못 봤어요

 

민지야

 

잘 생각해 봐

 

네가 솔직하게 다 애기해야지

 

[지영] 엄마도 빨리 나올 수 있어

 

말해 봐

 

뭘 못 봤는데, 응?

 

아니에요

 

- [지영] 민지야
- 못 봤어요

 

아무것도 못 봤어요

 

- [지영] 민지야
- [흐느끼며] 아니에요

 

아니에요, 아니에요 [울음]

 

[윤아 모의 놀라는 숨소리]

 

- [정민] 민지 좀 어때요?
- 열은 많이 내렸어요

 

[정민의 한숨]

 

근데 계속

 

[윤아 모] 잠만 자네요

 

대체 무슨 일이에요?

 

애 고모가 찾아왔었어요

 

[윤아 모] 윤아는 별 일 없죠?

 

네, 걱정 마세요

 

[윤아 모의 안도하는 숨소리]

 

[간호사] 보호자분, 잠깐만요

 

[윤아 모] 아, 잠깐 앉아계세요

 

[정민의 호응]

 

[정민의 한숨]

 

아저씨 누군지 기억나?

 

엄마 친구

 

[민지] 엄마는

 

언제 와요?

 

엄마 곧 올 거야

 

엄마가 빨리 못 와서 미안하대

 

아저씨

 

 

무서워요

 

괜찮아, 민지야

 

뭐가 무서워?

 

[민지] 꿈에

 

자꾸 나와요

 

꿈에?

 

누가?

 

아빠요

 

[민지] 아저씨

 

엄마 친구 맞죠?

 

그럼

 

엄마 친구 맞아

 

아저씨

 

 

민지 혹시

 

아저씨한테 하고 싶은 말 있니?

 

[한숨]

 

그래, 민지야

 

얘기하기 싫으면 얘기 안 해도 돼

 

[민지] 약속했어요

 

[정민] 약속?

 

아무 말 안 하기로

 

엄마랑 약속했어요

 

[민지] 그럼

 

엄마 빨리 올 거예요

 

그쵸, 아저씨?

 

그럼

 

엄마 금방 올 거야

 

[한숨]

 

[한숨]

 

"하바나 서점"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

 

[신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여자2] 사장님, 계산 좀 해주세요

 

[사장] 네

 

 

[포스기 작동음]

 

[사장] 고맙습니다

 

어서 오세요

 

[정민] 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주시겠어요?

 

[사장] 예

 

- [달그락 커피머신 조작음]
- [한숨]

 

[커피 그라인딩 소리]

 

[사장] 커피 나왔습니다

 

여기서 모임 같은 걸 하나요?

 

예, 독서 모임이 있어요

 

[사장] 책 좋아 하시면
언제 한번 나오세요

 

혹시 성윤아 씨를 아시나요?

 

오, 윤아 씨 아세요?

 

저희 서점 자주 오세요

 

혹시 사장님이 저한테
성경책 보내셨나요?

 

네?

 

여기서 팩스도 보낼 수 있죠?

 

 

네, 복합기 있으니까
부탁하시면 해드리죠

 

[사장] 근데

 

윤아 씨랑은 무슨 사이세요?

 

사장님은 윤아 씨랑

 

무슨 사이세요?

 

어허

 

저야 그냥 친구 사이죠

 

[한숨]

 

[윤아의 다가오는 발걸음]

 

[윤아의 한숨]

 

[윤아] 날이 많이 풀렸네요

 

[정민] 네

 

[윤아] 내일이 마지막 재판이겠죠?

 

[정민] 네

 

[윤아의 한숨]
벌써 세 달이 넘었어요

 

[윤아의 한숨]

 

아무리 그래도

 

민지가 엄마를
낯설어하지는 않겠죠?

 

[옅은 웃음]

 

요즘 민지 생각밖에 안 해요

 

[정민] 윤아 씨

 

검찰이 민지를
증인으로 신청했어요

 

네?

 

[정민] 검사 말로는

 

민지가 그날 뭔가를 목격했대요

 

안 돼요

 

반대는 해보겠지만
쉽지 않을 것 같아요

 

- 중요 증인이라니까
- [윤아] 민지 아직

 

8살밖에 안 됐다고요
절대 안 돼요!

 

[윤아] 지금 상황만으로도
힘들 애한테

 

증언까지 하라니요!

 

[한숨]

 

민지 그때 자고 있었다고요

 

윤아 씨

 

[정민] 정말 솔직하게
얘기해 주셔야 돼요

 

뭘요?

 

저 하바나 서점에
다녀오는 길이에요

 

[정민] 윤아 씨도 잘 아는 곳이죠?

 

서점 주인분이랑
잘 아는 사이 같던데요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사건 날 차에서 만났던 사람이

 

그 사람인가요?

 

[정민] 그날 윤아 씨 말고

 

누군가 집에 있었나요?

 

[정민] 민지가
그 사람을 본 거예요?

 

아니라면 말 좀 해 보세요

 

그 사람이 윤아 씨 무죄
증명해 줄 수 있는 사람이잖아요

 

[정민] 왜 그렇게 그 사람을
숨기려고 해요?

 

제가 한 짓이에요

 

[한숨]

 

성윤아 씨

 

또 왜 이러세요?

 

[윤아] 아니요, 제가 그랬어요

 

윤아 씨

 

- 이건 아니죠
- [윤아] 제가 자백하면

 

민지도 나올 필요 없겠죠

 

그쵸?

 

애를 걱정하는 건 맞아요?

 

아니면 애가 할 증언이
두려운 거예요?

 

가보세요, 변호사님

 

이제 정말 다 자백할게요

 

거짓말 좀 그만해요!

 

윤아 씨 도와주려고 하잖아요

 

그만 가보시라고요

 

윤아 씨!

 

[한숨]

 

절 도와준다고요?

 

아무도 우릴 못 도와줘요

 

[한숨]

 

[한숨]

 

[어두운 음악]

 

[정민] 그녀는 내게
진실을 말한 적이 없다

 

하지만 그녀의 거짓말엔

 

늘 어떤 진실한 게 있었다

 

[자동차 엔진음]

 

[은주] 결국은

 

그날 밤 만난 누군가가
나와야 되지 않을까 싶네요

 

[자동차 가속음]

 

[자동차 가속음]

 

[한숨]

 

[법정경위] 모두 일어서 주십시오

 

앉으십시오

 

검찰 측, 증인신청서 내셨죠?

 

예, 피고인의 딸 이민지 양을
증인으로 신청합니다

 

안 됩니다

 

[방청객들이 수군거린다]

 

[한숨]

 

만 7살밖에 안 된 아이인데

 

꼭 증인으로 불러야겠습니까?

 

아이가 사건의 목격자입니다

 

중요한 증인이므로 반드시
신문해야 합니다

 

[홍창] 소환해 주십시오

 

[은주] 변호인 의견은요?

 

걱정 마세요

 

[정민의 한숨]

 

괜찮으시겠어요?

 

검찰 측 증인 신청에 대한
의견에 앞서

 

피고인 측도 증인 한 사람을
신청하겠습니다

 

[정민] 지금 법정에 나와 있는
재정 증인이므로 채택해 주시면

 

이 자리에서 바로
신문하도록 하겠습니다

 

[정민] 이민지 양의
증인 채택 여부는 그 후에

 

- 결정해 주십시오
- [홍창] 이의 있습니다

 

지금 검찰 측 증인 신청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데

 

변호인이 새 증인을 신청하면서
조건을 단다고요?

 

[홍창] 증인이
누군지도 모르는데요

 

검사님도 궁금해
하시던 증인입니다

 

[정민] 지난번에

 

검찰 측은 피고인이 사건 당일 밤
누굴 만났는지 궁금해 하셨죠

 

바로 그 사람이 오늘 증인으로
나와 있습니다

 

[방청객들이 웅성거린다]

 

변호인 측이 신청할 증인은

 

이 사건 재판장인
최은주 부장 판사입니다

 

[방청객들이 웅성거린다]

 

[홍창] 변호인, 지금

 

무슨 말도 안 되는…

 

[방청객들이 수군거린다]

 

본 재판장 자신이

 

이 사건 증인으로 신청되었으므로

 

이 사건을 회피하도록 하겠습니다

 

후속절차를 위해 잠시
휴정하였다가 속개하겠습니다

 

[방청객이 소란스럽다]

 

[법정경위]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주십시오

 

[법정경위] 앉으십시오

 

[지원장] 종전 재판장인
최은주 판사가

 

이 사건 재판을 공정하게
진행하기 어렵다는 사유로

 

회피 신청을 했습니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지원장인 제가 이 사건 재판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변호인, 새로운 증인 신청
있으시다고요?

 

네, 변호인 측 증인으로

 

최은주 부장 판사님을 신청합니다

 

[지원장] 너무 이례적인 일이라…

 

네, 증인 신문 허가합니다

 

증인 앞으로 나오시죠

 

[한숨]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를 말하고

 

만약 거짓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

 

[지원장] 증인

 

잘 아시겠지만 거짓말하면

 

위증죄로 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

 

네, 신문하시죠

 

[정민] 증인은 조금 전까지
재판장으로서

 

이 사건 재판을 맡았던
법관이시죠?

 

 

동시에 증인은

 

이 사건 당일 밤

 

피고인 성윤아 씨를
목격한 사람이기도 하죠?

 

네, 맞습니다

 

[정민] 정확히 말하면

 

증인은 그날 밤

 

피고인과 강변공원에서
함께 차 안에 있었죠?

 

네, 그렇습니다

 

[방청객이 소란스럽다]

 

증인

 

그날 밤 있었던 일을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피고인과 저는…

 

사랑하는 사이입니다

 

[쓸쓸한 음악]

 

- [한숨]
- [은주] 윤아야

 

지금 민지 데리러 가자

 

[은주] 민지 데리고
우리 집으로 가자

 

안 돼

 

그 사람 어떻게 해서든
나랑 민지 찾아낼 거야

 

- [윤아] 무슨 짓 할지 몰라
- 윤아야, 겁 먹지 마

 

너 아무 잘못도 안 했어

 

아무것도 네 탓 아니야

 

넌 지금

 

그 사람한테 조종당하고 있는 거야

 

[코 훌쩍이며 한숨]

 

우리 이제 그만 보자

 

무슨 말이 그래?

 

힘들잖아, 둘 다

 

그 사람 혹시라도 알게 되면

 

아니, 누구라도 알게 되면…

 

바보 같은 소리 좀 하지 마

 

[한숨]

 

윤아야, 기억나?

 

우리

 

둘이 몰래 성당에 들어갔던 날

 

[은주] 그때 같이 기도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구절도
보여줬었잖아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게 있다'

 

[은주] 내가 네 곁에 있을게

 

내가 늘 네 편으로 있을게, 응?

 

[흐느낌 소리]

 

그러니까 두려워하지 마

 

방법을 찾아보자, 우리, 응?

 

[훌쩍이는 소리]

 

갈게, 그 사람 깨기 전에

 

윤아야

 

[정민] 분명 피해자가 깨기 전에
들어간다고 했다는 거죠?

 

네, 그렇습니다

 

그때가 대략 몇 시쯤 됐나요?

 

새벽 3시가 다 됐을 겁니다

 

재판장님

 

이것은 증인이 본 변호인에게

 

미리 제공한
차량 블랙박스 영상입니다

 

[정민] 증인이 지금 증언한

 

차 안에서의 모든 대화 내용이

 

여기 저장되어 있습니다

 

이 블랙박스 녹화 내용에 의하면

 

피고인은 최은주 증인의 차에서

 

8월 21일 새벽 0시 15분부터
2시 56분까지

 

함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됩니다

 

[정민] 따라서 피고인은

 

이성진의 사망 추정 시각인

 

그날 밤 새벽 2시경에

 

사건 현장에 있지 않았습니다

 

[지원장] 동영상은 그 내용상

 

추후 비공개 절차에서
확인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증인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으신가요?

 

[고민하는 콧소리]

 

[한숨]

 

제가…

 

[한숨]

 

더 일찍 이 자리에 섰어야 했는데
[한숨]

 

용기가 부족했습니다 [옅은 웃음]

 

제가 가진 모든 걸 잃어버릴까 봐

 

두려웠습니다, 그런데

 

한 사람을

 

잃는다는 게

 

[은주] 제가 가진

 

모든 걸

 

잃는다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지금 [흐느낌]

 

[은주가 울먹이며] 그 사람에게
너무 미안합니다

 

증언 감사합니다

 

[지원장] 검사님

 

수사 다시 하셔야 되는 거
아닙니까?

 

증인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돌아가셔도 됩니다

 

[중얼거리듯] 미안해

 

[흐느끼는 소리]

 

[따뜻한 음악]

 

버지니아 울프 좋아하세요?

 

[엔진 가속음]

 

어디 가고 싶어요?

 

아무 데나 사람 좀 없는 데?

 

[윤아] 우리 좀 뛰러 갈래요?

 

[은주의 숨차하는 숨소리]

 

[옅은 웃음]

 

[윤아, 은주의 웃음]

 

- [한숨]
- [달려오는 발걸음]

 

[은주가 헐떡이며] 윤아야

 

[한숨] 산책하는 길이었어

 

[숨차하는 숨소리]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응?

 

[윤아의 한숨]

 

저기 가고 싶다

 

[은주] 어디?

 

[윤아] 저기, 진짜 하바나

 

[은주] 가면 되지

 

가서 뭐 할까?

 

[윤아] 사실, 예전부터
저기 가보고 싶었어

 

아주 오래전부터

 

세상에서 제일 먼 데 같았거든

 

[은주] 이젠 변호사님께 맡길게요

 

정말

 

증언해도 괜찮으시겠어요?

 

말들이 많겠죠

 

우릴 두고

 

어떻게 마음을 바꾸신 건가요?

 

제가 윤아를 지키고 싶은 것처럼

 

윤아도 지키고 싶은 게
있을 테니까요

 

[은주] 저도 그걸 꼭

 

지켜주고 싶네요

 

[한숨]

 

엄마

 

나 아무한테도 말 안 했어

 

 

민지가 약속 잘 지켜서
엄마 이렇게 왔잖아

 

[민지] 엄마

 

나 꿈꾼 거 맞지?

 

[민지] 나

 

꿈에서 아빠 혼내줬어

 

[민지] 엄마 못 때리게

 

그래

 

나쁜 꿈은 빨리 잊어버리면 돼

 

이제 다 잊어버리면 돼

 

[정민] 이젠 잘 자는 것 같네요

 

그렇게 무섭다고 하더니

 

[부드러운 음악]

 

[정민] 뭔진 모르겠지만

 

끔찍한 느낌이네요

 

이건 어떤 아이가
그린 그림일까요?

 

그게 아이가 겪을 일은
아니었잖아요

 

[어두운 음악]

 

민지

 

그날 자고 있었던 것 맞죠?

 

[윤아의 흐느낌]

 

[쏴 수돗물 소리]

 

[윤아의 울음]

 

[물이 뚝 끊긴다]

 

민지야

 

[윤아의 한숨]

 

지금부터 엄마랑
약속 하나 하는 거야, 어?

 

[윤아의 한숨]

 

[피의자] 계장님, 제가 그게
법에 걸리는 건지 몰랐어요

 

알았으면 그걸 길렀섰어요?

 

[수사관] 뻔한 얘길 자꾸 하시네

 

아니, 동네에서 아저씨 집이
제일 많이 길렀어요

 

[피의자] 아니, 그게 동네에서

 

- 다들 기르니까
- [여직원] 검사님

 

- [뚜르르 전화벨 소리]
- [피의자] 저도 식구들…

 

[여직원] 이 건
바로 구속 영장 칠까요?

 

[피의자] 딴 건 절대 안 혀요

 

[피의자] 계장님, 그러지 말고…

 

조금만 더 생각해 볼게요

 

- 한 번만 더 불러보죠
- [여직원] 네

 

[마우스 클릭음]

 

[정민] 이 일을 하면서
쉽게 결정하지 못할 때가 많다

 

나한테 정말 중요한 건

 

사실을 밝히는 게 아니라

 

진실을

 

지켜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뜻한 음악]

 

[민지의 웃음]

 

[윤아, 은주의 웃음]

 

- [민지의 가쁜 숨소리]
- [터벅터벅 발소리]

 

[은주의 들뜬 숨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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