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암소의 발라드(Ballad of a White Cow, 2020)

제 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모세가 그의 백성에게 이르되

 

"하나님께서 너희들에게 명령했노라
암송아지 한 마리를 잡아 바치라."

 

그들이 응답하더라

 

"당신은 우리들을 조롱하는가?"
- 암소의 장(알-바까라), 꾸란

 

면회 왔어요

 

면회 시간 아닙니다

 

남편이 처형돼요

 

흰 암소의 발라드

 

오늘 영화관 갈 거지?

 

아니, 못 가

 

- 화요일이잖아
- 집에 가서 할 일 있어

 

영화는 집에서 같이 보자
알았지?

 

왜 얼굴을 찌푸려?

 

찌푸린 거 아냐
피곤해서 그래

 

- 나 학교 안 갈래
- 왜?

 

- 이유를 묻잖아
- 다 싫어

 

너한테 뭐라고 했니?

 

어쩌려고 학교를 안 가?

 

까막눈 될래?

 

취직은 안 해?

 

난 일하기 싫어

 

선생님 좀 봬야겠다

 

우리 선생님 못됐어
학교 너무 싫어

 

커서 좋은 직업
갖고 싶지 않아?

 

난 일하기 싫어

 

엄마 늙으면 어떻게
돌봐줄 건데?

 

계속 전화했었는데,
안 받더군

 

공장에선 전화기 꺼놔

 

공장에선 꺼놨다라

 

집에 들어오란 소리도
안 하네?

 

비타 잠들었어

 

밤 11시야
아침에 출근해야 해

 

그냥 해본 소리야

 

아버지가 비타를 찾으셔

 

놀러 오라고
형수한테 전해달래

 

아버지는 형이 모아둔
돈이 있는데

 

형수가 숨긴다고 생각하셔

 

직장 때문에 못 간다고 전해줘

 

검정 옷 그만 입고
본인 생각 좀 해

 

형 떠난 지 일 년이야
별수 없었잖아, 운명인걸

 

인생 좀 즐기며 살아

 

자책 좀 그만하고

 

여기 앉아 있어, 알았지?

 

들어오세요

 

- 남편의 퇴직연금은요?
- 없어요

 

언제 처형됐죠?

 

일 년 전에요

 

- 전에 다 말씀드렸는데요
- 언제요?

 

몇 달 전에 신청할 때요

 

확답은 못 드리지만
지원금이 없진 않을 거예요

 

얼마 정도 될까요?

 

청각장애 아동 지원금 정도요

 

- 그게 얼마죠?
- 매달 20만 토만 정도요

 

위원회 심사를 거쳐야 해서
몇 주 기다리셔야 해요

 

- 따님이 몇 살이죠?
- 일곱 살이요

 

- 청각장애는 유전인가요?
- 아니요

 

어쩌다 그런 거죠?

 

임신 스트레스를 겪었어요

 

그땐 왜 지원금 신청을
안 하셨죠?

 

당시엔 여유가 있어서
필요 없었어요

 

미나, 왜 이렇게 늦었어?

 

안녕하세요

 

- 안녕
- 복지국에 다녀왔어요

 

뭐래?

 

위원회 심사를 기다려야 한대요

 

코딱지만큼 주면서
심사는 무슨!

 

저녁밥을 많이 했어
가져가

 

괜찮아요
저희 건 제가 만들게요

 

많이 남았으니까 가져가

 

감사해요
비타 들여보내고 갈게요

 

- 그래, 기다릴게
- 감사해요

 

- 여깄어
- 감사합니다

 

밀린 집세는 걱정 마
남편한테 말해 놨어

 

- 몇 주 안으로 드릴게요
- 그래

 

자기 주려고 빈 병
모아 놨어, 가져올게

 

여깄어

 

- 너무 감사해요
- 별소릴

 

- 잘 가
- 갈게요

 

비타

 

- 학교는 어땠니?
- 싫었어

 

- 왜?
- 선생님한테 그만둔다고 했어

 

왜 그런 소릴 했어?

 

태도 불량으로 빵점 받았어

 

빵점?

 

왜?

 

체육복 없다고

 

사 달라고 하지,
왜 말 안 했어?

 

돈 있어?

 

엄마 돈 있어
넌 걱정 마

 

아빠한테 부탁하면 안 돼?

 

아빤 멀리 떠나셨어
거기에 안 계셔

 

딴 감옥에 갔어?

 

아빤 죄수가 아니었어

 

우릴 위해 돈 벌러
가셨던 거야

 

지금은 딴 곳으로...

 

공부하러 가셨어

 

감옥이 뭔지는 알아?

 

에그발리 씨,
사무실로 오세요

 

안녕하세요

 

- 부르셨어요?
- 전화받아요

 

여보세요?

 

무슨 일이시죠?

 

 

전화기 꺼놨어요, 누구시죠?

 

내일 몇 시요?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 앉으세요

 

바박 파르사 씨의
미망인 되십니까?

 

 

선생님은 형제시고요?

 

맞습니다

 

아버지가 편찮으셔서
대신 왔습니다

 

갑자기 연락드려 죄송합니다

 

부군의 사건에 관련된
첫 번째 목격자가

 

지난달 저희를 찾아왔습니다

 

그는 두 번째 목격자가
실제 범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저흰 그 주장을 토대로
사건을 재수사했습니다

 

금전 문제로 의견 다툼 중

 

한 명이 다른 한 명을
비난한 모양입니다

 

목격자들의 증언과

 

두 번째 목격자의
자백에 근거하여

 

저흰 그자가 진범임을
확신하게 됐습니다

 

무슨 말씀이죠?

 

피해자 라세디 씨는 바박 씨의
주먹질에 쓰러졌으나

 

바박 씨가 현장에서
도망쳤을 때

 

피해자는 살아있었고

 

두 번째 목격자가 피해자의
머리를 때려 살해한 겁니다

 

두 목격자 모두 피해자에게
빚이 많았습니다

 

가책을 느낀 바박 씨가
죄를 인정했기에

 

재판부 역시 유죄로
판결 내렸던 겁니다

 

판단 오류가 있었으며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책임을 통감하여 최대한의
보상을 해드리고자

 

상속인께 270만 토만을
지급하겠습니다

 

물론 고인을 되살릴 순
없습니다만, 결국...

 

신의 뜻 아니겠습니까

 

진범이 용서를 구하는데,
원하시면 만남을 주선하겠습니다

 

자긴 아직 젊잖아

 

운명을 받아들이고
딸을 잘 키워야 해

 

강해져야 해

 

비타에겐 자네뿐이야

 

애가 엄마 표정 보며
눈치 보잖아

 

마셔, 진정될 거야

 

잊고 살 방법을 찾아봐

 

누군 약이나 술을 찾고,
난 터키 드라마를 봐

 

떠나고 없는 사람

 

유죄든 무죄든 무슨 소용이야

 

이미 땅에 묻혀버렸는걸

 

헛수고예요!

 

아미니 판사님은 여기 없어요!

 

불만 있으면 판사한테 가요!

 

왜 만날 여길 와요?

 

- 그럼 어디로 가요?
- 법원에 가봐요

 

판사 문제를 판사한테 맡겨요?

 

죄 없는 남편이 처형됐어요!

 

왜 나한테 따져요?
난 그냥 경비원인데

 

그럼 누구한테 물어봐요?

 

탄원서를 쓰면 전달해...

 

그걸로 되겠어요?
가서 쓰세요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전 레자라고 합니다

 

바박의 친구로서
명복을 빕니다

 

처음 뵙죠?
감사합니다

 

소식을 듣고 마음이 쓰였습니다

 

드릴 말씀이 있는데...

 

바박에게 빚을 졌습니다

 

빚 얘긴 전혀 없었어요

 

실은 제게 돈을 맡겼습니다

 

성함이 뭐라고 하셨죠?

 

레자 에스판...

 

에스판디아리입니다

 

저희가 총각 땐
자주 봤었습니다

 

면회도 한 번 갔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이 앞에서 실언했네요

 

죄송합니다

 

비타는 못 들어요

 

남편이 무죄란 거 아셨나요?

 

진범이 자백했어요

 

아셨나요?

 

 

소식 들었습니다

 

죄송해요

 

그이가 얼마나 맡겼죠?

 

10만 토만쯤 됩니다

 

제겐...

 

말을 안 해줬어요

 

진즉에...

 

왔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별말씀을요

 

와주셨단 게 중요하죠

 

여깄습니다

 

천천히 주셔도 됐는데요

 

- 목돈이 필요한 건 아녔어요
- 어차피 갚을 돈입니다

 

먼저 가봐도 될까요?
늦어서요

 

모셔다드리겠습니다

 

딸 픽업해서 출근해야 해요

 

같이 가시죠

 

폐 끼치기 싫어서요
여기서 멀거든요

 

저와 가시는 게 빠를 겁니다

 

사실 드릴 말씀도 있고요

 

은행 가느라
근무 시간을 바꿨거든요

 

따님은 어디에 맡기세요?

 

데려와도 된다고 허락받았어요

 

테헤란에 친척이 계십니까?

 

가깝게 지내는 이웃이 있어요

 

돈 감사해요

 

당연한걸요

 

'당연'의 뜻이 변했나 봐요

 

남편을 사형시킨 사람들은
당연한 듯 절 무시해요

 

어쩌다 잘못 처형된 거죠?

 

남편의 무죄 주장을 무시했어요

 

결국 남편 스스로
유죄라고 믿게 만들었어요

 

잘못은 돈으로 덮고

 

딴 사람 처형하면
되는 줄 알아요

 

이제 부인의 역할은 끝난 겁니다

 

제 역할은 없었어요

 

그게 한이 돼요

 

그들도 몰랐다잖습니까

 

죽음은 인간의 권한 밖이죠

 

제 남편의 죽음은요?

 

글쎄요

 

아마도 신의 뜻이겠죠

 

인간은...

 

언젠간 죽잖습니까

 

하지만

 

어떻게 죽느냐도 중요하죠

 

할 말 있다고 하셨잖나요?

 

아니요...
없습니다

 

아버지가 양육권 소송하시겠대

 

우리랑 살림 합치는 쪽으로
설득해 본다곤 했어

 

망할 보상금 받으면
괜찮은 집 구해서

 

다 같이 살자고 했는데

 

들은 척도 안 하셔

 

형수도 마찬가지고

 

오랫동안 외로웠잖아
그만 털고 일어나야지

 

형수가 맘잡으면
아버지도 그만하실 거야

 

내 말 좀 들어

 

미나!

 

- 안녕하세요?
- 안녕, 잠깐 좀 봐

 

마침 찾아뵈려고 했는데,
집세 내일 드릴게요

 

고마워, 서둘 거 없는데

 

밀려서 죄송해요

 

미나, 사정이 생겼어

 

남편이 자기 집에서
웬 남자를 봤다고

 

역정을 냈어

 

남편이 이번 달 말까지
집을 빼달라고 하네

 

미안하게 됐어

 

오히려 잘됐다 싶어

 

남편이 병적으로 의심이 많아

 

차라리 맘 편한 곳에 가서 살아

 

- 안녕하세요
- 무슨 일이시죠?

 

명예회복 요청 광고를 내려고요

 

- 서류 갖고 오셨어요?
- 네

 

본인 관련이세요?

 

제 남편이요

 

어떤 내용이죠?

 

부당한 처형이요

 

전 권한이 없어요
저야 돈 벌면 좋지만

 

집주인이 독신녀에겐
세를 안 줘요

 

아이가 있어요

 

이혼녀는 더더욱 안 돼요

 

남편과는 사별했어요

 

안녕하세요, 별일 없죠?

 

네, 인편으로 열쇠 보냈어요

 

아직 안 왔어요?

 

네, 제가 처리할게요

 

네, 안녕히 계세요

 

과부나 약쟁이

 

개나 고양이를 키우면
안 받아줘요

 

속였다간 난리 나요

 

최근에 누가
거짓말했다가 걸려서

 

집주인이 세간을 내다
버린 일도 있어요

 

다들 예민해요

 

까딱하면 큰일 나요
애도 있으신데

 

평생 사죄하며 살게요

 

어쩌다 남편분을
범인으로 확신했을까요

 

남편분도, 제 남편도
다 떠나고 없네요

 

남편분의 무죄 소식을 들은 후
한숨도 못 잤어요

 

죄스러워서 이제야 왔어요

 

안 열어 주셔도 이해해요

 

저흰 오늘 진범을 용서했어요

 

부디 저희를 용서해 주세요

 

- 세 부에 얼마죠?
- 6천 토만이요

 

- 안녕하세요
- 또 뵙네요

 

- 잘 지내시죠?
- 네, 안녕하시죠?

 

덕분에요

 

여긴 무슨 일이세요?

 

친구 사무실이 근처에 있습니다

 

- 그러세요?
- 네

 

전 신문 사러 왔어요

 

남편에 대한 공식 사과문
요청 광고를 냈거든요

 

여깄어요

 

보시겠어요?

 

네...
생수 하나 주세요

 

고맙습니다

 

-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 저도요

 

부동산에 약속이 있어서
이만 가 볼게요

 

부동산에는 왜요?

 

새 집을 구해야 해서요

 

또 뵐게요

 

- 살펴 가세요
- 안녕히 계세요

 

에그발리 씨!

 

정말 그렇게 저렴한가요?

 

집이 너무 좋네요

 

전 세입자가 그 정도 냈습니다

 

최근에 이사 갔습니다

 

더 비싸게 내놓으셔도 되겠어요

 

낡았습니다

 

- 뜯어낼 겁니다
- 너무 아깝네요

 

고쳐 써도 될 텐데요

 

네, 어쩌면요

 

청소 좀 시켜 놓겠습니다

 

며칠 후에 들어오시면 됩니다

 

창고에 가구가 좀 있는데
쓰셔도 됩니다

 

옮겨 놓으라고 할까요?

 

- 신경 쓰지 마세요
- 별일 아닙니다

 

점심은 드셨습니까?

 

아침을 늦게 먹었어요

 

먹을 것 좀 사 오겠습니다

 

- 전 괜찮아요
- 전 좀 출출합니다

 

금방 오겠습니다

 

감사해요

 

가시죠

 

너무 친절하세요

 

괜찮으니까 마음 바뀌시면
연락 주세요

 

정말 괜찮습니다

 

이삿짐 싸시면 됩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죠?

 

별말씀을요

 

오늘 차를 안 가져왔습니다

 

이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한 블록 가시면 지하철역입니다

 

그럼 가 볼게요

 

- 안녕히 계세요
- 안녕히 가세요

 

마이삼

 

마이삼

 

저 왔어요

 

한 주 내내 어딨었니?

 

바빴어요

 

전화도 안 받던데

 

왜 찾으셨어요?

 

왜긴, 걱정했잖아

 

머리는 왜 깎았어?

 

군대 가요

 

언제?

 

내일요

 

어디로?

 

- 남부요
- 지역은?

 

뭔 상관이세요?

 

아빠가 면제시켜 준댔잖아?

 

됐어요
만날 바쁘시잖아요

 

사직했어

 

애먼 사람 죽이고 나서요?

 

그건 어떻게 알았니?

 

서재에 있는 미망인의 편지요

 

읽었어요

 

누명 쓴 줄 몰랐어

 

동료 판사들도 사형에 동의했고

 

다 한통속이잖아요

 

누군간 해야 할 판결이야

 

사형제가 없다면
범법자들 관리가 되겠니?

 

사형제 없는 나라들은 뭔데요?

 

내 첫 사형 판결이었어

 

이제 익숙해지시겠네요

 

그 미망인과 아이를...

 

돕고 있어

 

내 과실을 밝혔고...

 

용서받았어

 

떠난단 얘긴 왜 안 했니?

 

아버지한테 바라는 거 없어요

 

아버지 앞길 안 막아요

 

윗분이 보내서 왔네

 

자네 때문에 화가 나셨어

 

모든 판사가 똑같이
오판을 했다는 건...

 

신의 뜻일세

 

인권을 부정해선 안 되네

 

사형제는 인권일세

 

확신하는가 보군?

 

의심을 용서하소서!

 

신의 말씀에 오류란 없네

 

'신의 처벌법은 생명의 본질'
(암소의 장)

 

예언자께서도 두 증인의
증언을 토대로 판단하셨지

 

자네도 마찬가지고

 

- 두 증인은 살인범이었네
- 자네가 알았던가?

 

형사법원에 온 걸 후회하네

 

자백도 받았는데
뭐가 문제지?

 

누명 쓴 자의 억지 자백이었지

 

우리 탓이야

 

종신형을 줬더라면
지금쯤 석방했을 테지

 

한 명을 위해
법을 바꿀 순 없잖나

 

사형은 불가역적이지만
종신형은 가역적인가?

 

감옥에서 20년 산 사람도
그리 여길까?

 

고작 첫 사형 판결에
흔들리는 겐가?

 

이런 일 못 하겠네

 

지금 복귀하지 않으면
영원히 못 돌아오네, 레자

 

미망인에게 보상금이나
빨리 주라고 전해 주게

 

그리 전하지

 

인샬라, 후회하게 될 걸세

 

잘 지내게

 

물 부을 건데
비켜주시겠어요?

 

부으세요

 

아뇨
몸이 좀 안 좋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집 청소는 해 놨습니다

 

별거 아닙니다

 

내일 이사 오셔도 됩니다

 

열쇠는 윗집에 맡겨 놨습니다

 

성함 말씀하시면 내줄 겁니다

 

보일러 고치러 내일
정오에 들르겠습니다

 

주소 기억하십니까?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전 에그발리라고 해요

 

판베, 들어가!

 

들어가라고!
죄송해요

 

에스판디아리 씨께서
열쇠 맡기셨다고 하셔서요

 

맞아요, 근데
사장님 이름 바꾸셨나요?

 

- 아닐 거예요
- 이사 오셨어요?

 

- 네, 저랑 딸이요
- 환영해요

 

- 사장님 친척이세요?
- 네

 

- 좀 도와드려요?
- 괜찮아요

 

- 열쇠 가져올게요
- 네

 

들어오시라곤 못 해요

 

간밤에 손님이 와서
엉망이거든요

 

밖에서 기다릴게요

 

서랍장은 모퉁이에 놔주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들어오세요

 

실례합니다

 

- 잘 지내셨죠?
- 바쁘시네요

 

감사해요
집이 깔끔해졌어요

 

별거 아닙니다

 

보일러는 계단 아래 있어요

 

마당에 웬 개가 있죠?

 

윗집 강아지인데
마당을 좋아하네요

 

불결하니까 못 들어오게 하세요

 

애완견인데 불결하긴요

 

죄송한데, 대접할 게 차뿐이네요

 

- 좀 드릴까요?
- 괜찮으시면요

 

- 잘 마시겠습니다
- 앉으세요

 

감사합니다

 

보일러를 오랫동안 안 쓰셨네요

 

교체하셔야겠는데요

 

전에 누가 살지 않았나요?

 

- 교체하세요
- 알겠습니다

 

드세요

 

감사합니다

 

계약서 가져오셨나요?

 

아니요, 깜박했습니다

 

근처 부동산에서 쓰셔도 돼요

 

안 급하니 다음에 쓰시죠

 

일 때문에 시간 내기가
힘들어서요

 

실례할게요

 

안녕, 난 잘 지내

 

비타도 잘 있고

 

아버님이?

 

말도 안 돼!

 

맘대로 하시라고 해!

 

죄송해요

 

무슨 일이죠?

 

남편의 동생이에요

 

시아버지가 소송을 거신대요

 

무슨 소송이요?

 

비타의 양육권이요

 

안 될 겁니다

 

어떻게 아세요?

 

판사를 매수하면 어쩌죠?

 

법원에 친구가 있습니다

 

신경 써달라고
부탁해 보겠습니다

 

부동산에서 하는 게
안 나으세요?

 

원하시면 그렇게 하죠

 

확실한 걸 원하실 것 같아서요

 

아뇨, 매한가지입니다

 

월세 드릴 때가 됐는데,
계좌번호 주세요

 

천천히 하시죠

 

읽어보시고 서명하세요

 

윗집에 얘기할까요?

 

무슨 얘기요?

 

사람 사는데 시끄럽잖습니까

 

괜찮아요
저희 집이 적막하잖아요

 

윗집의 생기가 전해져서 좋아요

 

삼촌이랑 영화관 가자

 

- 삼촌 바빠
- 뭐라는 거죠?

 

삼촌이랑 영화관 가자네요

 

애가 영화광이에요

 

영화를 온종일 봐요

 

남편이 영화광이었어요

 

그래서 이름도 비타로 지었어요

 

영화 '비타' 보셨죠?

 

'구구시'가 나오잖아요

 

기억이 안 나는군요

 

늦었네요, 가보겠습니다

 

계약서는 갖고 계세요

 

또 뵙죠

 

신경 써주셔서 감사해요

 

바박에게 빚이 있습니다

 

내일이 첫 기일이라
참배 갈 거예요

 

함께 가시겠어요?

 

오전에 좀 바쁩니다

 

오후에 가도 괜찮아요

 

생각해 보겠습니다

 

- 가보겠습니다
- 안녕히 가세요

 

여보세요?

 

말씀하세요

 

누구시죠?

 

소속이 어디시죠?

 

어느 보안 부서요?

 

뭐라고요?

 

이거 협박입니까?

 

날 협박하는 겁니까?

 

여보세요?

 

여보세요?

 

오늘 너무 즐거웠어요

 

오랜만이었어요

 

소풍은 엄두도 못 냈었어요

 

제가 안아서 옮겨드릴까요?

 

제가 깨울게요

 

화요일에 저희랑 영화관
가실래요?

 

시간 되면, 좋습니다

 

제가...
확인 전화 드릴게요

 

알겠습니다

 

신께서...

 

이유 없이 좋은 친구를
보내주신 것만 같아요

 

어쩌면...
이유가 있으시겠죠

 

가 볼게요

 

안녕히 가세요

 

재판관들의 과실로 볼
증거는 없습니다

 

실수였습니다

 

보상금 청구권만 있으십니다

 

억울한 죽음이
돈으로 보상되나요?

 

당당한데 왜 절 피하죠?

 

제 앞에서 실수를
인정할 순 없나요?

 

"무고한 남편을 죽여서
죄송합니다." 라고

 

사과해 줄 순 없나요?

 

직접 만난다고
달라질 건 없습니다

 

오판이었다로 끝입니다

 

법적으로 그렇습니다

 

그래도 불만이시면
대법원으로 가세요

 

시간 낭비일 테지만요

 

- 삼촌은?
- 못 오신대

 

여보세요?

 

영화관 가자고 전화했었어요

 

네?

 

언제요?

 

바로 갈게요

 

주소 알려주세요
제가 갈게요

 

불러 주세요

 

바로 갈게요

 

엄마 두 시간 정도
나갔다 올게

 

너 혼자 있어야 해

 

레인지는 만지지 말고

 

숙제하고 있어, 알았지?

 

위층 이모한테 말해 놓을게

 

세상에!

 

병원에 가셔야 해요

 

일어나세요

 

비보는 언제 받으셨어요?

 

울지 마시고요
차 키 어딨어요?

 

차 키 어딨어요?

 

재킷에요

 

자칫하면 뇌졸중으로
쓰러지셨을 거예요

 

호흡 문제도 있으셔서
스트레스는 금물이에요

 

진정제를 놔 드렸어요

 

두 시간 후에 귀가하시고요

 

간병에 신경 써주세요

 

아드님은 어떻게 된 거죠?

 

약물 과다 복용이요

 

살았나요?

 

사망했대요

 

왜 여기로 왔죠?

 

의사가 혼자 계시면 안 된대요

 

왜요?

 

옆에서 누가 돌봐줘야 한대요

 

집에 가야 합니다

 

집에 데려다주세요

 

혼자 계시게 둘 순 없어요

 

돌봐 줄 사람 있으세요?

 

어차피 본인 집이고...

 

모르는 사이도 아닌데
들어오세요

 

저쪽으로요

 

베게 갖다 드릴게요

 

재킷 벗겨 드릴게요

 

누워서 주무세요

 

엄마

 

- 삼촌이 자고 있어
- 그래

 

어젯밤에 삼촌이 아파서
엄마가 병원에 데려갔었어

 

왜 아픈데?

 

삼촌 아들이 멀리 떠났어

 

너무 슬퍼서 아픈신 거야

 

삼촌 외롭지 말라고
엄마가 집에 초대했어

 

우리가 잘 돌봐드리자
알았지?

 

이제 아침 먹어

 

얼른 교실로 가

 

안녕하세요

 

따님의 성적 부진
문제가 아니라

 

행실 문제로 뵙자고 했어요

 

반 애들한테 아버님과
가족에 대해 거짓말을 해요

 

아빠가 엄청 부자였는데

 

불우이웃에게 전 재산을
기부했다고 하고

 

외국 유학 가셨다더군요

 

또 친구분이 와서
돈을 줬다고 하고요

 

제가 해준 말이에요

 

사실대로 말해줄 수 없었어요

 

남편분 돌아가신 거 맞죠?

 

맞아요

 

작년에 뇌졸중으로요

 

사장님? 놀랐네요

 

강아지가 마당에 들어갔는데
꺼내주시겠어요?

 

저깄네요!
어디 갔었니?

 

요 말썽쟁이!
사장님 귀찮게

 

죄송해요, 마당에서 놀게
미나 씨께 부탁했었거든요

 

거리에 나가는 건 불법이라서요

 

죄송해요

 

그만 가볼게요

 

안녕히 계세요
Bye.

 

- 안녕하세요
- 오셨어요

 

몸은 좀 어떠세요?

 

괜찮습니다

 

전화를 계속 안 받으시던데

 

빵 사 왔어요, 아침 드세요

 

휴대전화로 연락하지
말아 주세요

 

출근 안 하셨어요?

 

하루 휴가 냈어요

 

가보겠습니다

 

어딜요?

 

집에요

 

의사가 혼자 두지 말랬어요

 

며칠만 더 계세요

 

빈 병 갖다 줄게

 

여기 20만 토만

 

- 만들 수 있겠어?
- 그럼요

 

다음 주에 가지러 올게
정성껏 해

 

그럴게요

 

일복 터졌네요

 

선물용 병 주문이
많이 들어왔어요

 

곧 밸런타인데이잖아요

 

무슨 데이요?

 

밸런타인이요

 

전 세계 연인들이
선물 주고받는 날이요

 

우리나라도 해요

 

좀 도와드릴까요?

 

제 일인 걸요
또 비타가 도와줘요

 

왜 찡그려요?

 

뭐라고?

 

하나 고르세요

 

- 어떻게 해줄까?
- 만날 저래요

 

영화 셋 중에 하나
골라달란 거예요

 

아빠가 키우던 비둘기예요

 

소피아 로렌이라고 부르셨어요

 

왜 마니예에 관한
거짓말을 지어냈어?

 

내가 또 뭘 가져왔나 봐요

 

봐요

 

비타, 할 말이 있어

 

타, 데려다줄게

 

됐어, 알아서 갈게

 

말도 없이 이사 갔던데

 

집주인한테 쫓겨났어

 

쫓겨났다라

 

왜 연락 안 했어?

 

보증금은 어디서 났어?

 

필요 없었어

 

다음 주에 재판 출석해야 해

 

소환장이 옛날 집으로 갔어

 

문자로 연락 갈 거야

 

아버지가 완강하셔

 

보상금 받는데 10년은
걸리는 거 아는데

 

아버지 알잖아...
기대가 크셔

 

자네가 찾아왔을 때 말했잖나

 

난 복직 못 하네

 

수차례 말했잖나?

 

더는 못 하겠네

 

내가 어떤 상태인지 아나?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아나?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여력이 없네

 

하고 싶지 않네

 

나중에 연락하겠네

 

- 안녕하세요
- 오셨어요

 

약 사 왔어요

 

시내 약국까지 갔었어요

 

저 때문에 고생하시네요

 

시장하시죠, 식사 준비할게요

 

아닙니다, 생각 없습니다

 

전 이만 가볼까 합니다

 

허락 못 해요

 

스튜 만들려고 셀러리
사 왔어요

 

비타랑 영화 보고 계세요

 

제발 그만하세요

 

키루스는 더 이상
절 사랑하지 않아요

 

그만하세요, 아버지
깃털을 모아요

 

깃털을 모아요

 

오늘 대법원에 다녀왔어요

 

판사들에 대한 항의서를 냈어요

 

죗값을 치를 겁니다

 

그럴까요?
다음 생에요?

 

내일 아들 시신이 옵니다

 

어디로요?

 

시체 안치실로요

 

- 저도 갈게요
- 괜찮습니다

 

가고 싶어요

 

출근하시잖아요?

 

- 해고됐어요
- 왜요?

 

파업 중인데 다들
체포되거나 해고됐어요

 

전 다행히 해고만 됐고요

 

유감입니다

 

저까지 폐를 끼치는군요

 

천만에요

 

많이 회복됐습니다

 

내일 돌아가겠습니다

 

덕분에 비타와 저는 좋아요

 

이젠 외롭지 않거든요

 

마음 편히 지내세요

 

안 가실 거죠?

 

자러 가겠습니다

 

이제 어떡하실 거예요?

 

- 어떤 걸요?
- 장례식 등등이요

 

안 할 겁니다

 

그래도 돼요?

 

가족이 없습니다

 

아드님의 친모는요?

 

없습니다

 

엄마가 삼촌 아들
여행 갔다고 했잖아

 

맞아, 먼 곳으로 갔대

 

우리도 거기 갈 거야?

 

모르겠네, 어쩌면

 

그럼 우리 아빠도
안 돌아오겠네

 

그래

 

아빠 안 와

 

나중에 나이 들면

 

우리가 그곳으로
만나러 갈 거야

 

그 과부를 못 봤다고요?

 

첫 두 재판 땐
병가 중이었고

 

서면만 읽어봤었네

 

그 여성은 주심과 만났고

 

피고인의 가족은 못 봤다?

 

피고인의 아버지와 동생만 봤네

 

그러곤 과부의 집에 찾아갔다?

 

외간 여자의 집에

 

보상을 하고 싶었네

 

- 무슨 보상?
- 내 과실에 대한

 

딴 뜻은 없었네

 

보상하고 싶었다면서
왜 신분을 숨겼죠?

 

밝힐 수 없었네

 

집은 왜 내줬죠?

 

집을 구한다길래

 

왜 그 집에서 잤죠?

 

몸이...

 

안 좋아서 병원에 갔었는데

 

퇴원할 때 의사 말이
혼자 있지 말라더군

 

난 가족이 없네

 

이미 사직한 후였네

 

사표는 왜 냈죠?

 

나랏돈으로 판사 딱지 달고
맘대로 때려치워도 되나?

 

인터넷에 성명서도 올렸던데?

 

인권 운동가가 되셨나?

 

당분간 출국 금지입니다

 

테헤란을 벗어나지 마십시오

 

가보십쇼

 

안녕하세요, 레자 씨

 

어떻게 지내세요?

 

잘 지내요, 감사해요

 

 

내일 법원에 가는데
같이 가실래요?

 

바쁘시면 신경 쓰지 마세요

 

좋아요

 

아침에 전화드릴게요

 

그럼...

 

쉬세요

 

이건 '환영합니다'

 

- 맞아요
- 그렇구나

 

'맛있게 드세요'

 

맛있게 드세요

 

'맛있게 드세요'
이렇게 '맛있게 드세요'

 

- 끝났어요!
- 어떻게 됐어요?

 

- 제가 이겼어요!
- 잘 됐네요

 

믿기지가 않아요

 

판사가 너무 쉽게
엄마 편을 들어줬어요

 

홀로 아이를 키우는
여성을 괴롭혔다고

 

원고한테 부끄러운 줄
알라고 했어요

 

이건 기적이에요!

 

신께서 도우셨군요

 

세상에나!

 

안 오시길 잘했어요

 

판사가 원고한테
항소할 생각도 말라더라고요

 

- 다 끝났어요
- 축하드려요

 

한시름 놨어요, 세상에

 

시동생이 한다는 말이...

 

나 참, 시동생 얘길 왜 한담?

 

신경을 썼더니 목이 타네요

 

혹시 차에 물 있나요?

 

글쎄요
대시보드에 보세요

 

편의점 나오면
제가 사 올게요

 

주차를 먼 곳에 하셨네요?

 

법원 근처에 주차할
곳이 없더군요

 

점심 먹으러 가요
제가 쏠게요

 

약속 때문에
한 시간 내로 가야 해요

 

그럼 저녁 식사해요
축하해야죠

 

그래야죠

 

저기 편의점 있네요

 

생수 사 올게요

 

별일 없었지?

 

- 둘이 뭐 했어?
- 얘기

 

- 심심하니?
- 아니

 

우리 예쁜이

 

여보세요?

 

여보세요?

 

이겨서 좋아?

 

왜 전화했어?

 

누가 도와줬어?

 

어떻게 이긴 거야?

 

지 남편 죽인 놈이랑
몸을 섞어?

 

무슨 소리야?

 

옆에 놈 누군지 알아?

 

형 사형시킨 놈이야!

 

널 만나주지도 않던
그 판사 새끼!

 

말이 돼?

 

양심이 있어?

 

형이 땅속에서 통곡하겠어
불결하다, 불결해!

 

드세요

 

맛있게 먹으렴

 

마이삼이 듣던 CD가
여기 있었는데

 

이름이 쓰여있을 텐데

 

여기 있었는데

 

거울 속 내 얼굴을 바라보네

 

나는 지친 입술로 나에게 묻네

 

이 낯선 자는 누굴까?
내게 뭘 원하는 걸까?

 

그가 날 보는 걸까,
내가 그를 보는 걸까?

 

비타는요?

 

윗집에요

 

괜찮으세요?

 

우유를 데웠으니까 드세요

 

정말 기쁜 밤이군요

 

감독
베타쉬 사나에에하, 마리암 모그하담

 

제작
골람레자 무사비

 

제작
에티엔느 드 리코

 

마리암 모그하담
(미나 역)

 

알리레자 사니파르
(레자 역)

 

포리아 라히미삼
(바박의 동생 역)

 

아빈 푸르라우피
(비타 역)

 

파리드 고바디
(레자의 동료 역)

 

릴리 파하드푸어
(임대인 역)

 

각본
베타쉬 사나에에하, 마리암 모그하담, 메흐르다드 쿠로슈니야

 

촬영 감독
아민 자파리

 

편집
아타 메흐라드, 베타쉬 사나에에하

 

프로덕션, 의상 디자인
아투사 갈람파르사이에

 

사운드 디자인
호세인 구르치안

 

음향
압돌레자 헤이다리

 

번역: 3-2(3dasi2)

 

#33 2023.09.30
3dasi2.blogspot

 

미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