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00:00:13,567 --> 00:00:19,980 허펭밍 한 중국인의 회상 2 00:04:07,848 --> 00:04:13,320 살아온 이야기를 처음부터 하겠어요 3 00:04:18,340 --> 00:04:23,542 해방 직전에 란저우 대학에서 학생을 뽑았어요 4 00:04:24,490 --> 00:04:28,862 쉽게 란저우 대학 외국어 계열에 들어갔어요 5 00:04:29,977 --> 00:04:37,033 영어를 좋아해 영어 전공이었어요 6 00:04:37,710 --> 00:04:43,342 고등학교 내내 대학 가기를 꿈꿨어요 7 00:04:44,640 --> 00:04:48,021 늘 착실한 학생이었고 8 00:04:48,567 --> 00:04:53,955 대학에 가 지식으로 9 00:04:54,310 --> 00:05:02,440 사회에 이바지하는 인물이 되려 생각했어요 10 00:05:04,940 --> 00:05:11,593 그래서 란저우 대학에 시험을 봐 11 00:05:13,130 --> 00:05:14,840 합격했어요 12 00:05:16,053 --> 00:05:18,980 1949년 8월 26일에 란저우가 해방됐어요 13 00:05:19,830 --> 00:05:25,120 해방군이 시내로 들어왔고 14 00:05:25,220 --> 00:05:28,804 모두 나가 환영했어요 15 00:05:29,533 --> 00:05:36,644 얼마 뒤에 친구들과 란저우 대학을 찾았어요 16 00:05:38,573 --> 00:05:42,193 해방군들이 거기 와서 17 00:05:42,293 --> 00:05:46,172 혁명 가곡집을 나눠줬어요 18 00:05:47,813 --> 00:05:51,692 '너는 등대'나 '동방홍'같은 19 00:05:53,693 --> 00:05:59,962 금세 그 노래들을 외웠어요 20 00:06:00,493 --> 00:06:04,760 해방감에 젖어 하늘은 푸르고 21 00:06:05,952 --> 00:06:07,599 모든 게 달라 보였어요 22 00:06:09,665 --> 00:06:16,572 갑자기 대학이 무의미하고 따분해졌어요 23 00:06:16,673 --> 00:06:21,880 혁명에 동참하는 길을 찾으려고 24 00:06:22,573 --> 00:06:26,805 란저우 대학 입학을 포기했어요 25 00:06:27,733 --> 00:06:31,300 당시 란저우에서 간쑤일보가 창간되어 26 00:06:31,400 --> 00:06:33,968 사원을 모집했어요 27 00:06:34,273 --> 00:06:40,326 고등학교 때 작문을 잘했고 28 00:06:40,426 --> 00:06:46,259 기자와 편집사원을 뽑는다는 말에 29 00:06:46,437 --> 00:06:48,377 귀가 솔깃했어요 30 00:06:48,693 --> 00:06:53,847 혁명의 물결에 자신을 던져 자기를 단련하고 31 00:06:54,173 --> 00:06:56,950 인민을 위해 봉사하고 싶었어요 32 00:06:57,173 --> 00:07:02,884 그래서 대학을 포기하고 간쑤일보에 지원했어요 33 00:07:04,240 --> 00:07:07,220 채용 과정은 간단했어요 34 00:07:07,960 --> 00:07:12,446 자기소개서를 쓰라고 했어요 35 00:07:12,546 --> 00:07:17,284 17살이었고 소개랄 게 없었어요 36 00:07:19,373 --> 00:07:22,276 가족 사항과 37 00:07:22,376 --> 00:07:26,024 왜 지원하게 됐는지 38 00:07:26,165 --> 00:07:32,542 혁명의 포부를 간단히 적었어요 39 00:07:34,068 --> 00:07:39,928 면접 때 청삼을 입고 갔는데 40 00:07:40,028 --> 00:07:45,864 채용된 뒤에 남들처럼 41 00:07:47,108 --> 00:07:50,787 회색 제복을 내줬어요 42 00:07:51,846 --> 00:07:54,481 그 제복을 입고 보니 43 00:07:54,847 --> 00:08:00,399 진짜 혁명가가 된 것처럼 우쭐했어요 44 00:08:02,667 --> 00:08:06,268 1957년 5월에 베이징에서 열린 45 00:08:07,274 --> 00:08:11,168 전국농업전람회에 참석하게 됐어요 46 00:08:11,434 --> 00:08:16,035 각지의 신문사 대표들을 보냈는데 47 00:08:16,301 --> 00:08:19,231 간쑤일보의 농민보 대표로 뽑혀 48 00:08:19,331 --> 00:08:24,254 간쑤일보 부주필과 함께 베이징에 갔어요 49 00:08:24,354 --> 00:08:28,091 당시에는 베이징에 갈 기회가 흔치 않았고 50 00:08:28,191 --> 00:08:35,224 더구나 전국농업박람회는 큰 행사였어요 51 00:08:35,324 --> 00:08:40,561 아주 운 좋게 뽑혔어요 52 00:08:43,161 --> 00:08:50,494 간쑤일보에 다니며 일 열심히 했고 53 00:08:50,594 --> 00:08:57,150 그에 대한 보상과 격려 같은 것이었어요 54 00:08:57,472 --> 00:09:05,605 5월 1일 당 중앙의 새로운 지시가 신문에 발표됐는데 55 00:09:06,250 --> 00:09:10,421 그게 반우파 운동의 시작이었어요 56 00:09:10,521 --> 00:09:13,793 당시에는 아무도 크게 생각하지 않았고 57 00:09:13,893 --> 00:09:19,240 우리는 관광하느라 바빴어요 58 00:09:19,538 --> 00:09:24,630 그때 나는 베이징이 처음이라 59 00:09:24,731 --> 00:09:29,161 모든 명소를 다 보고 싶었어요 60 00:09:29,261 --> 00:09:35,961 자금성과 하궁 등등 61 00:09:38,841 --> 00:09:46,430 또 란저우의 여고 동창들과도 만났어요 62 00:09:47,415 --> 00:09:53,715 시장에서 여주를 파는 걸 보고 놀랐어요 63 00:09:53,861 --> 00:09:55,807 란저우에선 살 수 없었는데 64 00:09:55,907 --> 00:09:58,761 베이징에선 어디나 있었어요 65 00:09:58,861 --> 00:10:06,674 당시 시세로 근당 5, 6마오밖에 안 했어요 66 00:10:10,072 --> 00:10:12,603 베이징으로 가기 직전에 67 00:10:13,905 --> 00:10:17,161 인민일보 사설에 정풍운동이 나왔는데 68 00:10:17,261 --> 00:10:23,340 아까 말했듯이 큰 관심도 없었고 69 00:10:23,440 --> 00:10:25,561 영향을 받을 줄 몰랐어요 70 00:10:25,661 --> 00:10:32,627 그리고 란저우로 돌아왔어요 71 00:10:34,262 --> 00:10:43,661 근데 그 사설이 반우파 투쟁의 신호였어요 72 00:10:44,661 --> 00:10:51,188 당이 계속 민심을 동원하는 분위기였어요 73 00:10:52,361 --> 00:10:56,861 그때만 해도 너무 순진했어요 74 00:10:56,961 --> 00:11:00,372 당 지도부의 의견에 고무되어 75 00:11:00,472 --> 00:11:06,027 적극 참여하기로 하고 큰 대자보를 써서 76 00:11:06,127 --> 00:11:15,349 일부 하급 간부들의 잘못을 지적했어요 77 00:11:15,661 --> 00:11:17,772 별생각 없었어요 78 00:11:18,661 --> 00:11:22,861 남편인 왕징차오가 내가 베이징에 가 있는 동안 79 00:11:22,961 --> 00:11:24,790 몇 편의 글을 썼어요 80 00:11:24,978 --> 00:11:28,239 지도부에서 시킨 일이었어요 81 00:11:29,121 --> 00:11:37,532 당시 마오 주석이 인민일보의 논조를 바꾸라는 82 00:11:37,632 --> 00:11:41,531 글을 실었어요 83 00:11:41,631 --> 00:11:46,584 그때는 문회보가 사상의 전위였고 84 00:11:46,853 --> 00:11:50,926 인민일보는 뒤처졌어요 85 00:11:51,151 --> 00:11:55,161 중앙의 지시를 간쑤일보는 따랐어요 86 00:11:55,261 --> 00:11:59,840 간쑤일보 인원 중에 87 00:11:59,940 --> 00:12:06,428 제일 진보적이고 유능한 필진을 동원해 88 00:12:06,528 --> 00:12:10,139 새 운동에 관한 글을 쓰게 했어요 89 00:12:10,442 --> 00:12:14,111 그때 남편이 쓴 첫 글이 90 00:12:14,975 --> 00:12:17,382 '관료주의에 관한 소고' 였어요 91 00:12:18,521 --> 00:12:24,465 이 글이 신문사를 크게 술렁이게 했어요 92 00:12:25,061 --> 00:12:35,483 그해 2월에 마오 주석이 유명한 연설을 했어요 93 00:12:36,121 --> 00:12:41,494 인민 내부의 모순에 관한 것으로 94 00:12:41,594 --> 00:12:47,538 과도한 관료주의를 비판했어요 95 00:12:47,961 --> 00:12:52,670 '문화와 학술 사상 부문에 백가쟁명이 이뤄져야 하며' 96 00:12:53,554 --> 00:12:58,038 '백화제방과 백가쟁명으로 관료의 인민 억압을 막아라' 97 00:12:58,381 --> 00:13:05,586 남편은 마오 주석의 부름에 호응한 것이었어요 98 00:13:07,131 --> 00:13:16,746 아주 솔직하고 예리한 글이었고 99 00:13:17,861 --> 00:13:21,311 힘찬 비판이었어요 100 00:13:23,762 --> 00:13:27,995 당시 관료주의가 인민을 억압한다 생각했고 101 00:13:28,095 --> 00:13:31,909 '지위를 과시하고 무능하다' 했어요 102 00:13:33,461 --> 00:13:40,361 아픈 곳을 찔렀고 큰 반향을 일으켰어요 103 00:13:40,511 --> 00:13:44,618 다들 잘 썼다고 했어요 104 00:13:45,061 --> 00:13:48,351 그 뒤에 두 번째 글을 썼어요 105 00:13:50,861 --> 00:13:52,994 그때 썼던 게 106 00:13:55,505 --> 00:13:58,772 '간부의 세 가지 이반' 으로 107 00:13:58,872 --> 00:14:03,961 당과 지도부, 대중에서 멀어진 간부들에 관해서였어요 108 00:14:04,061 --> 00:14:08,450 일부 간부들이 건설적인 비판을 109 00:14:08,550 --> 00:14:12,461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지적했어요 110 00:14:12,561 --> 00:14:19,161 물론 이 글을 상부에선 곱게 보지 않았어요 111 00:14:20,041 --> 00:14:23,083 일부 간부와 아첨배들이 112 00:14:23,183 --> 00:14:26,901 징차오를 멀리하기 시작했고 113 00:14:27,001 --> 00:14:29,702 대중이 거기 따랐어요 114 00:14:30,561 --> 00:14:36,027 이제 지도부도 쓴 글을 이미 못마땅하게 여겼고 115 00:14:36,127 --> 00:14:42,171 '독초'란 말이 나돌았는데 남편은 몰랐어요 116 00:14:44,701 --> 00:14:48,304 그리고 세 번째 글을 썼어요 117 00:14:49,978 --> 00:14:52,412 그 글의 제목이 118 00:14:53,354 --> 00:14:57,010 '정서의 충돌' 이었던가 119 00:14:57,487 --> 00:15:03,068 이 세 번째 글은 발표되지 못했어요 120 00:15:05,061 --> 00:15:12,287 당시 왕징차오는 간쑤일보의 주요 필자였고 121 00:15:12,387 --> 00:15:19,352 지도부에서 유망한 인재로 높이 평가했어요 122 00:15:20,865 --> 00:15:26,678 시안의 서북대학에 다녔고 123 00:15:26,778 --> 00:15:32,478 시안이 해방됐을 때 깐수 공작단에 참가해 124 00:15:32,578 --> 00:15:35,398 란저우로 행군해 왔어요 125 00:15:35,709 --> 00:15:43,187 1949년 9월 간쑤일보 창간을 126 00:15:43,287 --> 00:15:49,365 서북대학 동창들과 주도했어요 127 00:15:49,465 --> 00:15:56,187 핵심 인물 중 하나였고 최고의 필자였어요 128 00:15:56,765 --> 00:16:01,598 중요한 탐방이 있으면 파견했어요 129 00:16:06,665 --> 00:16:09,687 반우파 투쟁이 시작되면서 130 00:16:09,788 --> 00:16:13,054 남편의 글들이 불온하다 낙인찍혔어요 131 00:16:14,165 --> 00:16:19,838 당시 나는 우샨에 탐방 나가 있었어요 132 00:16:19,938 --> 00:16:25,570 신문사에서 반우파 투쟁이 시작된 줄도 몰랐고 133 00:16:26,726 --> 00:16:31,675 거기 관련되리라곤 생각도 못 했어요 134 00:16:32,265 --> 00:16:37,544 농민보의 상사가 연락했어요 135 00:16:37,644 --> 00:16:41,972 빨리 돌아와서 투쟁에 참가하라고 136 00:16:42,965 --> 00:16:46,555 우샨에 있는 동안 남편에게 자주 편지를 썼어요 137 00:16:46,655 --> 00:16:56,040 백화제방 기간이었고 편지에서 138 00:16:57,022 --> 00:17:03,055 우리에게 우파 성향이 있나 물었어요 139 00:17:03,155 --> 00:17:05,377 당시는 아직 자기 반문과 모색을 통해 140 00:17:05,477 --> 00:17:08,265 발전하려는 시기였어요 141 00:17:08,365 --> 00:17:14,565 돌아와 투쟁에 참여하라는 편지를 받았을 때 142 00:17:14,665 --> 00:17:18,099 그 일이 내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143 00:17:18,199 --> 00:17:19,888 상상도 못 했어요 144 00:17:19,988 --> 00:17:26,089 기차를 타고 란저우로 돌아왔어요 145 00:17:26,444 --> 00:17:32,392 자정이 되어 집에 도착해 남편은 잠자리에 들었어요 146 00:17:33,565 --> 00:17:36,177 씻고 잠자리에 갔더니 147 00:17:36,422 --> 00:17:39,466 이렇게 말했어요 148 00:17:39,777 --> 00:17:43,447 '간쑤일보에 범죄집단이 있는데' 149 00:17:43,665 --> 00:17:47,095 '그 두목이 나 왕징차오라 한다' 150 00:17:47,935 --> 00:17:49,842 깜짝 놀랐어요 151 00:17:50,765 --> 00:17:57,955 어떻게 반당 반사회주의 분자라 규탄할 수 있고 152 00:17:58,055 --> 00:18:03,493 더구나 범죄집단이라니 153 00:18:04,365 --> 00:18:07,855 6, 7명을 한패로 규정했다 했어요 154 00:18:09,065 --> 00:18:16,065 그러면서 열흘째 밤낮으로 비판회를 연다고 했어요 155 00:18:16,165 --> 00:18:20,665 당시 간쑤일보 4층 대회의실에 156 00:18:20,765 --> 00:18:23,465 2백 명이 모여 비판회를 시작했어요 157 00:18:23,565 --> 00:18:27,954 그때 편집부 인원이 백 명이었고 158 00:18:28,054 --> 00:18:32,854 다른 부서 인원이 백 명이었어요 159 00:18:32,954 --> 00:18:38,358 이 모든 사람이 며칠째 비난을 퍼부었어요 160 00:18:38,458 --> 00:18:40,247 범죄집단의 두목이라고 161 00:18:41,465 --> 00:18:48,336 어떻게 하루아침에 이런 일이 생겼는지 162 00:18:48,436 --> 00:18:51,165 짐작도 안 갔고 163 00:18:52,365 --> 00:18:57,069 결국 나까지 우파 분자로 찍힐 줄은 164 00:18:57,169 --> 00:18:59,092 꿈에도 몰랐어요 165 00:18:59,565 --> 00:19:04,009 믿을 수가 없었어요 166 00:19:05,753 --> 00:19:11,209 왜 남편이 정치 박해의 목표가 됐는지 몰랐어요 167 00:19:11,309 --> 00:19:14,554 그날 밤 한숨도 못 잤고 168 00:19:14,654 --> 00:19:21,849 남편에게서 비판회 이야기를 들었어요 169 00:19:21,965 --> 00:19:25,798 이튿날 아침에 평소처럼 일하러 갔어요 170 00:19:25,898 --> 00:19:33,248 남편은 문화부에서 일했고 나는 농민보 소속이었어요 171 00:19:34,665 --> 00:19:38,209 당시 책상 위에 걸려 있던 172 00:19:38,309 --> 00:19:44,456 홍기 경연 실적표가 아직 기억나요 173 00:19:45,571 --> 00:19:48,949 우리 반에서 홍기를 많이 탔어요 174 00:19:49,049 --> 00:19:54,838 돌아오니 동료들이 일을 넘겨줬지만 175 00:19:54,938 --> 00:19:57,051 말 한마디 없었어요 176 00:19:58,265 --> 00:20:03,065 오후에 나는 2층에서 일했고 177 00:20:03,165 --> 00:20:07,216 남편은 3층의 비판회에 있었어요 178 00:20:07,571 --> 00:20:10,593 나는 참석이 허용 안 됐지만 179 00:20:11,271 --> 00:20:13,615 시인하라고 외치는 180 00:20:14,224 --> 00:20:16,127 고함 소리가 들렸어요 181 00:20:18,365 --> 00:20:24,605 남편이 당과 사회주의의 원수라면서 182 00:20:25,765 --> 00:20:31,260 화강암 같은 머리를 묘비로 써야 한다고 했어요 183 00:20:33,065 --> 00:20:35,209 헛소리한다고 외쳐댔고 184 00:20:35,309 --> 00:20:37,965 남편도 헛소리라 맞받아쳤어요 185 00:20:38,565 --> 00:20:44,987 남편은 반당 반사회주의자가 아니었어요 186 00:20:47,165 --> 00:20:48,876 당시 상황이 그랬어요 187 00:20:53,265 --> 00:20:57,076 말할 틈을 안 줬고 말문을 막아버렸어요 188 00:20:57,465 --> 00:21:04,976 대화를 통한 비판회라 해놓고 일방적인 대화였어요 189 00:21:07,165 --> 00:21:11,320 그렇게 한 주가 지난 뒤에 190 00:21:11,420 --> 00:21:13,654 나에 대한 대자보가 나붙었어요 191 00:21:13,754 --> 00:21:22,376 분명히 선을 긋고 왕징차오를 비판하라 했어요 192 00:21:22,476 --> 00:21:27,231 이렇게 썼어요 '왜 늘 서로 말을 맞추고' 193 00:21:27,331 --> 00:21:30,709 '보조를 함께하느냐?' 194 00:21:30,809 --> 00:21:37,169 분명히 선을 그으라는데 어떻게 그러겠어요? 195 00:21:38,536 --> 00:21:41,395 반당 반사회주의자가 아닌 줄 알면서 196 00:21:41,495 --> 00:21:43,693 어떻게 남편을 비판해요? 197 00:21:46,265 --> 00:21:53,202 일주일 뒤에 나에 대한 비판회를 시작했어요 198 00:21:54,315 --> 00:21:55,680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199 00:22:35,765 --> 00:22:37,354 계속할까요? 200 00:22:46,565 --> 00:22:50,432 몇 주 뒤에 비판회가 시작됐고 201 00:22:51,115 --> 00:22:53,135 나한테는 '소우파'라 했어요 202 00:22:53,235 --> 00:22:57,343 혁명에 참여한 날부터 203 00:22:58,120 --> 00:23:02,690 당의 노선을 일관되게 따랐어요 204 00:23:02,978 --> 00:23:06,527 지도부가 시키는 대로 다 했고 205 00:23:06,678 --> 00:23:12,250 양심적이고 성실하게 열심히 일했어요 206 00:23:13,487 --> 00:23:18,843 그래서 내 비판회에는 20명쯤만 모였고 207 00:23:18,943 --> 00:23:25,040 대개 농민보 동료들이었어요 208 00:23:26,309 --> 00:23:31,781 하지만 처음부터 우파 분자로 낙인찍혔고 209 00:23:32,136 --> 00:23:36,726 모두 앉아 있는 앞에서 210 00:23:36,827 --> 00:23:40,798 차렷 자세로 서 있어야 했어요 211 00:23:41,589 --> 00:23:47,221 갖은 비판과 중상을 들었어요 212 00:23:47,409 --> 00:23:49,898 너무 고통스러웠어요 213 00:23:52,694 --> 00:23:55,333 부끄러워 죽고 싶었어요 214 00:23:56,077 --> 00:24:00,946 혁명을 위해 대학을 포기했고 215 00:24:01,369 --> 00:24:04,756 그토록 혁명에 매진했는데 216 00:24:04,856 --> 00:24:09,767 1949년부터 1957년까지 217 00:24:09,867 --> 00:24:13,611 일 잘한다는 소리만 들었어요 218 00:24:13,711 --> 00:24:15,478 근데 반당 반사회주의자라니 219 00:24:15,578 --> 00:24:18,346 그 자리에서 죽고 싶었어요 220 00:24:18,549 --> 00:24:21,078 하루아침에 계급의 적이 됐어요 221 00:24:26,509 --> 00:24:27,840 비판하고 비난하고 222 00:24:29,749 --> 00:24:33,320 그중에 어떤 이는 223 00:24:33,420 --> 00:24:38,947 왕징차오가 글 쓰는데 공모했다고까지 했어요 224 00:24:39,265 --> 00:24:41,643 그때 베이징에 있었는데 225 00:24:41,743 --> 00:24:45,156 어떻게 그럴 수 있냐 물었어요 226 00:24:45,465 --> 00:24:48,676 집에 있을 때 이야기했을 거랬어요 227 00:24:48,965 --> 00:24:56,425 사전에 짜고 이야기했다고 228 00:24:56,525 --> 00:25:03,283 비밀을 털어놓으랬어요 몰래 한 이야기를 모두 229 00:25:04,431 --> 00:25:07,715 털어놓을 비밀 같은 건 없었어요 230 00:25:12,165 --> 00:25:14,198 우린 처음부터 231 00:25:15,285 --> 00:25:21,633 당과 사회주의의 사랑을 나누며 결합했어요 232 00:25:23,005 --> 00:25:25,672 둘 다 일에 뛰어났어요 233 00:25:25,920 --> 00:25:29,531 남편은 대학을 그만두고 혁명에 참여했고 234 00:25:29,632 --> 00:25:33,520 난 대학에 갈 꿈을 접었어요 235 00:25:35,572 --> 00:25:40,075 당시 아무나 란저우 대학에 못 들어갔어요 236 00:25:40,665 --> 00:25:44,065 많은 고교 동창이 못 들어갔고 237 00:25:44,165 --> 00:25:49,476 몇 안 되는 합격자 중 하나였어요 238 00:25:49,576 --> 00:25:52,072 혁명을 위해 다 포기하고 239 00:25:52,172 --> 00:25:56,672 당에 헌신했어요 240 00:25:56,772 --> 00:25:59,843 근데 반당 반사회주의자라니 241 00:25:59,943 --> 00:26:02,109 도저히 참을 수 없었어요 242 00:26:02,209 --> 00:26:07,918 고개를 들 수 없었고 차라리 죽는 게 나았어요 243 00:26:09,320 --> 00:26:14,276 비판회 중에는 말도 못 하게 했어요 244 00:26:14,376 --> 00:26:16,794 더욱이 245 00:26:18,831 --> 00:26:23,664 한마디 변명도 못 하고 246 00:26:23,765 --> 00:26:27,201 온갖 비난과 중상을 247 00:26:28,685 --> 00:26:30,755 듣고 있어야만 했어요 248 00:26:31,605 --> 00:26:35,842 그날 밤 집에 왔을 때 너무나 속상했어요 249 00:26:35,942 --> 00:26:39,295 징차오에게 비판회 이야기를 했어요 250 00:26:39,395 --> 00:26:42,274 나더러 우파 분자라 했다고 251 00:26:44,154 --> 00:26:48,720 몇 주째 겪어봐서 내 심정을 잘 알았어요 252 00:26:49,449 --> 00:26:53,027 나를 안아주며 말했어요 253 00:26:55,485 --> 00:27:02,141 '우리 예쁜 샤오 자오자오를 왜 그렇게 괴롭히지?' 254 00:27:03,172 --> 00:27:05,252 아직 아주 젊을 때였어요 255 00:27:06,252 --> 00:27:09,018 여러 애칭으로 불렀지만 256 00:27:09,118 --> 00:27:11,865 샤오 자오자오라 한 적은 없었어요 257 00:27:11,965 --> 00:27:18,118 비판회가 있고 나서야 그렇게 불러줬어요 258 00:27:24,085 --> 00:27:30,558 집에선 그럴 수 있어도 냉혹한 세상에선 무력했어요 259 00:27:33,285 --> 00:27:35,152 입을 열 수 없었어요 260 00:27:36,565 --> 00:27:40,843 달리 날 위로할 수 없었어요 261 00:27:46,672 --> 00:27:52,875 그때는 죽는 게 낫다 생각했어요 262 00:27:54,045 --> 00:27:55,528 살기 힘들었어요 263 00:27:56,522 --> 00:28:00,538 그래도 자살하지 않았던 건 264 00:28:00,638 --> 00:28:04,038 이기적인 것 같아서예요 265 00:28:06,532 --> 00:28:09,539 내가 죽으면 징차오 혼자 남아요 266 00:28:09,927 --> 00:28:12,652 애들도 둘인데 267 00:28:12,752 --> 00:28:15,339 혼자 키우게 둘 수 없었어요 268 00:28:16,631 --> 00:28:20,871 내가 죽으면 어미 없는 애들이 돼요 269 00:28:23,627 --> 00:28:25,627 엄마 없이 둘 수 없었어요 270 00:28:29,172 --> 00:28:34,482 죽고 싶을 때마다 남편과 애들을 생각했어요 271 00:28:34,972 --> 00:28:40,650 남편과 애들이 고생하게 둘 수 없었어요 272 00:28:45,972 --> 00:28:50,194 그 뒤 비판회는 계속됐어요 273 00:28:53,938 --> 00:28:58,616 대개 비판회는 오후에 열렸고 274 00:28:58,994 --> 00:29:01,885 오전에는 사무실에 있었어요 275 00:29:03,912 --> 00:29:05,583 일을 맡기고 나갔어요 276 00:29:06,149 --> 00:29:09,949 하루는 사무실에 있다가 277 00:29:10,072 --> 00:29:14,888 죽고 싶은 마음에 죽음을 결심했어요 278 00:29:16,288 --> 00:29:21,043 '관두자, 너무 고통스럽다 죽는 게 낫다' 생각했어요 279 00:29:23,652 --> 00:29:27,456 사망의 계곡에 들어가면 280 00:29:27,822 --> 00:29:32,202 모든 고통이 사라질 것 같았어요 281 00:29:33,242 --> 00:29:38,801 가족 생각도 안 났고 고통을 견딜 수가 없었어요 282 00:29:40,572 --> 00:29:45,822 그래서 사무실을 나와 283 00:29:45,922 --> 00:29:50,442 수면제를 사러 약국에 갔어요 284 00:29:50,542 --> 00:29:56,738 불면증에 걸려본 적이 없어서 285 00:29:56,838 --> 00:30:00,674 무슨 약을 사야 할지도 몰랐어요 286 00:30:00,774 --> 00:30:05,220 약사가 얼마나 필요하냐고 묻길래 287 00:30:06,322 --> 00:30:19,024 정상 복용량보다 10배나 20배 달라고 했어요 288 00:30:19,462 --> 00:30:22,606 그리고 곧장 집에 와 약을 다 삼켰어요 289 00:30:26,172 --> 00:30:28,040 약을 먹고 누웠어요 290 00:30:28,496 --> 00:30:31,384 사무실을 나오다가 291 00:30:31,540 --> 00:30:34,535 탁아소의 막내아들과 마주쳤어요 292 00:30:34,724 --> 00:30:39,413 '엄마, 엄마' 불렀는데 모른 척했어요 293 00:30:40,046 --> 00:30:45,557 더는 자식마저도 안중에 없었어요 294 00:30:46,334 --> 00:30:50,846 고통에 못 이겨 죽고만 싶었어요 295 00:30:51,322 --> 00:30:56,822 그래서 집에 와 약을 삼키고 누웠어요 296 00:30:56,922 --> 00:31:00,457 사무실로 안 돌아오자 동료들이 걱정됐나 봐요 297 00:31:02,172 --> 00:31:06,972 숙사로 찾아와 문을 두드리며 298 00:31:07,638 --> 00:31:10,771 왜 나갔는지 물었어요 299 00:31:12,172 --> 00:31:17,838 빈 약 봉지를 보더니 뭐가 들었는지 물었어요 300 00:31:17,938 --> 00:31:23,649 이미 누가 자살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어요 301 00:31:24,572 --> 00:31:27,238 아무것도 아니라 했더니 302 00:31:27,338 --> 00:31:29,238 사무실로 돌아가자고 했어요 303 00:31:29,961 --> 00:31:36,339 가기 싫었지만 억지로 데려갔어요 304 00:31:36,872 --> 00:31:41,403 알고 보니 약이 듣지 않았어요 305 00:31:41,772 --> 00:31:49,402 며칠 동안 졸리더니 지나갔어요 306 00:31:49,502 --> 00:31:51,961 아무도 내가 한 일을 몰랐어요 307 00:31:58,427 --> 00:32:02,971 당시 징차오를 간쑤일보 최고의 우파 분자라 여겨 308 00:32:03,072 --> 00:32:08,661 신문출판계의 대 비판회가 열리게 됐어요 309 00:32:09,352 --> 00:32:27,117 간쑤일보를 포함한 신문과 출판, 방송계까지 310 00:32:27,217 --> 00:32:31,273 강당에서 비판회를 열었어요 311 00:32:35,472 --> 00:32:39,684 나도 가야 했는데 312 00:32:41,172 --> 00:32:45,962 아직 이름이 신문에 안 났을 때라 313 00:32:46,062 --> 00:32:53,961 시선을 끌지 않으려고 구석에 가 있었어요 314 00:32:54,350 --> 00:32:59,426 비판회가 시작되고 우파 분자라 호명하며 315 00:32:59,727 --> 00:33:02,450 하나하나 앞으로 불러냈어요 316 00:33:06,772 --> 00:33:12,122 다음에 의자에 올려보내 그대로 서 있게 했어요 317 00:33:12,222 --> 00:33:16,772 그걸 '공개'한다고 했어요 318 00:33:18,527 --> 00:33:22,282 다음에 누가 외치기 시작했어요 319 00:33:23,172 --> 00:33:26,916 '왕징차오의 처를 세워라' 320 00:33:27,512 --> 00:33:33,920 그래서 숨어 있던 구석에서 끌려 나와 321 00:33:34,494 --> 00:33:37,983 남들과 함께 서야 했어요 322 00:33:38,672 --> 00:33:40,561 바로 그 공개 자세로 323 00:33:45,701 --> 00:33:49,045 비판회는 점점 가열됐어요 324 00:33:50,472 --> 00:33:56,134 무엇보다 그렇게 서 있는 게 견딜 수 없었어요 325 00:33:58,172 --> 00:34:02,256 그런 비판회가 서너 차례 더 있었어요 326 00:34:07,022 --> 00:34:10,889 전체가 다 모이거나 신문 쪽만 모이거나 327 00:34:11,832 --> 00:34:15,422 비판회가 있으면 으레 328 00:34:15,522 --> 00:34:19,333 간쑤일보의 왕징차오가 범죄단 두목이고 329 00:34:19,433 --> 00:34:25,333 범죄 계획과 비밀 음모를 실토하라 했어요 330 00:34:27,422 --> 00:34:30,399 요구가 점점 강해졌어요 331 00:34:33,172 --> 00:34:38,183 한 번은 비판회가 끝난 뒤 332 00:34:39,372 --> 00:34:43,672 남편이 먼저 사무실을 나갔는데 333 00:34:43,772 --> 00:34:47,650 집에 와보니 살충제 냄새가 났어요 334 00:34:48,738 --> 00:34:52,064 당시 숙사에 빈대가 많아 335 00:34:52,165 --> 00:34:59,061 보건소에서 '66분'이란 살충제를 타왔어요 336 00:34:59,161 --> 00:35:05,105 침상 밑에 뒀는데 병이 없어졌고 337 00:35:05,972 --> 00:35:09,800 집안에 약 냄새가 진동해 338 00:35:10,327 --> 00:35:13,338 남편이 먹었을까 봐 잔뜩 겁먹었어요 339 00:35:13,438 --> 00:35:15,527 '먹었어? 먹었어?' 물었어요 340 00:35:15,627 --> 00:35:19,571 울면서 계속 물었어요 '먹었지? 먹었지?' 341 00:35:20,783 --> 00:35:27,617 먹을 생각을 했지만 못 했다고 했어요 342 00:35:29,950 --> 00:35:36,642 반당 음모를 자백하라는 압박이 심하댔어요 343 00:35:36,742 --> 00:35:41,372 하지만 처음부터 조작된 걸 어떻게 자백하겠어요? 344 00:35:41,605 --> 00:35:47,472 자백을 안 하자 비판회는 아주 험악해졌어요 345 00:35:47,694 --> 00:35:54,072 그래서 죽는 게 낫다고 느꼈나 봐요 346 00:35:54,172 --> 00:35:56,294 그래서 자살을 생각했고 347 00:35:58,672 --> 00:36:02,328 약을 안 먹었다는 걸 알고서야 348 00:36:02,872 --> 00:36:06,152 겨우 마음이 놓였어요 349 00:36:06,253 --> 00:36:11,728 그날 밤 식사도 안 하고 불도 안 켠 채 350 00:36:13,072 --> 00:36:16,394 둘이 함께 누워 있었어요 351 00:36:19,772 --> 00:36:24,461 징차오는 내 어깨에 기대 울었어요 352 00:36:25,652 --> 00:36:30,818 결혼한 지 7, 8년 됐는데 353 00:36:30,918 --> 00:36:33,762 내 앞에서 운 적은 없었어요 354 00:36:34,407 --> 00:36:37,996 그때 우는 걸 처음 봤어요 355 00:36:40,172 --> 00:36:44,008 없는 음모를 자백할 수 없댔어요 356 00:36:45,238 --> 00:36:52,305 범죄니 비밀 음모니 다 조작된 것이었어요 357 00:36:57,793 --> 00:37:02,756 그때는 둘 다 아주 비참했어요 358 00:37:03,172 --> 00:37:06,222 정말 죽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359 00:37:06,333 --> 00:37:10,967 혼자 남아 고통받을 걸 알기에 360 00:37:11,833 --> 00:37:14,884 서로를 떠날 수 없었어요 361 00:37:17,527 --> 00:37:20,611 그 모든 고난 속에서 362 00:37:22,488 --> 00:37:29,000 사랑이 더 진해지는 것 같았어요 363 00:37:29,100 --> 00:37:32,544 그 어느 때보다 친밀했어요 364 00:37:37,172 --> 00:37:42,511 사랑이 고난을 겪으면서 꽃피웠고 365 00:37:44,085 --> 00:37:46,933 아주 아름다운 것이었어요 366 00:37:55,727 --> 00:38:00,827 둘만의 것이라 더욱 소중했어요 367 00:38:00,927 --> 00:38:04,827 다른 사람과는 나눌 수 없고 368 00:38:05,497 --> 00:38:09,216 우리만 아는 것이었어요 369 00:38:12,527 --> 00:38:17,705 그날 밤은 괴로우면서도 달콤했고 370 00:38:17,805 --> 00:38:21,894 슬픔 속에 깃든 기쁨이었어요 371 00:38:26,649 --> 00:38:34,816 결국 비판회는 지도부에서 372 00:38:35,505 --> 00:38:38,294 뜻한 대로 끝났어요 373 00:38:40,198 --> 00:38:41,960 이른바 범죄집단 374 00:38:44,011 --> 00:38:51,689 우파로 낙인찍힌 명단이 신문에 발표됐어요 375 00:38:51,789 --> 00:38:55,333 결백하든 않든 시인해야 했어요 376 00:38:57,427 --> 00:39:07,411 명단에 오른 모두가 자인서에 서명해야 했어요 377 00:39:07,978 --> 00:39:14,527 좋든 싫든 서명해야지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378 00:39:14,627 --> 00:39:19,978 서명하고 나면 운명이 결정됐어요 379 00:39:26,094 --> 00:39:33,605 마침내 1958년 4월 하순에 처분이 내려졌어요 380 00:39:37,304 --> 00:39:42,882 간쑤일보의 우파로 지목된 7, 8명 중에 381 00:39:42,982 --> 00:39:47,738 첸슈렌이란 남자가 있었어요 382 00:39:48,127 --> 00:39:51,727 같은 숙사에 살진 않았는데 383 00:39:52,016 --> 00:39:57,160 처리가 결정 났을 때 이미 죽은 뒤였어요 384 00:39:58,227 --> 00:40:02,205 수면제를 먹고 자살했다 들었어요 385 00:40:02,305 --> 00:40:04,905 그게 죄의 증거고 386 00:40:05,375 --> 00:40:07,842 처벌을 벗어나려 죽었다 했어요 387 00:40:08,219 --> 00:40:12,708 비판회에 안 나와 집에 가보니 388 00:40:12,808 --> 00:40:17,775 가족들도 모르게 자살한 뒤였어요 389 00:40:18,041 --> 00:40:24,530 죽은 뒤에도 비판회는 끝나지 않았어요 390 00:40:24,642 --> 00:40:33,219 처벌을 면하려고 죽은 거라 주장했어요 391 00:40:36,341 --> 00:40:43,319 아무튼 7, 8명을 우파로 처리했는데 392 00:40:43,708 --> 00:40:47,697 계속 명단을 덧붙였어요 393 00:40:47,958 --> 00:40:52,786 5명을 범죄집단으로 추가했어요 394 00:40:53,588 --> 00:40:57,888 대부분 평소에 말도 안 해본 사람들인데 395 00:40:57,988 --> 00:41:00,688 내 이름을 거기 끼워 넣었어요 396 00:41:00,788 --> 00:41:07,432 왕징차오의 역겨운 처라면서 397 00:41:07,543 --> 00:41:09,899 그렇게 한패 취급했어요 398 00:41:11,388 --> 00:41:16,190 4월 하순에 처분이 결정 났고 399 00:41:16,553 --> 00:41:20,923 남편이 간쑤일보의 최고 우파라면서 400 00:41:21,023 --> 00:41:23,428 태도가 악질이랬어요 401 00:41:23,528 --> 00:41:27,388 비판회에서 헛소리라 맞받아쳤다고 402 00:41:27,488 --> 00:41:30,972 태도를 문제 삼았을 거예요 403 00:41:31,206 --> 00:41:34,988 극우 분자로 결정 나 공직에서 배제되고 404 00:41:35,161 --> 00:41:39,409 지아비앙고의 농장에서 노동 교양을 받게 됐어요 405 00:41:41,188 --> 00:41:46,183 나도 태도가 나쁘다고 했지만 406 00:41:46,416 --> 00:41:50,266 처벌이 극심하진 않았어요 407 00:41:50,366 --> 00:41:55,641 5급 강등됐어요 408 00:41:55,988 --> 00:41:59,566 행정 18급에서 23급으로 409 00:42:01,788 --> 00:42:06,899 그때 애가 둘이었는데 410 00:42:07,632 --> 00:42:12,588 큰애는 유치원에 작은애는 탁아소에 있었어요 411 00:42:13,448 --> 00:42:15,646 징차오가 상사에게 부탁했어요 412 00:42:15,746 --> 00:42:17,832 내가 란저우에서 노동하면서 413 00:42:19,088 --> 00:42:22,288 애들을 돌보게 해달라고 414 00:42:22,388 --> 00:42:26,121 친정어머니가 몇 년째 아프셨고 415 00:42:26,421 --> 00:42:29,188 우리가 부양했어요 416 00:42:29,488 --> 00:42:34,488 어머니의 건강이 좋지 않아 417 00:42:34,588 --> 00:42:37,377 혼자 애들을 돌볼 수 없었어요 418 00:42:38,888 --> 00:42:42,444 상사는 요청을 거절했어요 419 00:42:44,088 --> 00:42:47,199 그러면서 다른 제안을 했어요 420 00:42:47,866 --> 00:42:52,032 징차오는 고향에 돌아가 노동하던가 421 00:42:52,132 --> 00:42:57,488 다른 길을 찾을 수 있었어요 422 00:42:57,610 --> 00:43:00,432 노동교화소에 안 가도 됐어요 423 00:43:01,554 --> 00:43:04,377 근데 노동 교양을 받으면 424 00:43:04,477 --> 00:43:08,266 우파란 낙인을 더 빨리 벗고 425 00:43:08,511 --> 00:43:11,334 사회에 복귀할 수 있댔어요 426 00:43:12,688 --> 00:43:17,812 그때는 우리가 너무 순진했어요 427 00:43:19,612 --> 00:43:25,612 정말 더 빨리 정치적 복권이 될 거라 믿었어요 428 00:43:25,712 --> 00:43:30,590 또 남편은 오랫동안 고향에 가지 않았어요 429 00:43:33,188 --> 00:43:36,688 지금 이렇게 가는 건 면목이 없고 430 00:43:36,788 --> 00:43:41,221 정치적 복권이 무한정 늦춰질지도 몰랐어요 431 00:43:41,688 --> 00:43:43,421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했지 432 00:43:44,548 --> 00:43:48,888 끝이 그렇게 될 줄 알았으면 433 00:43:48,988 --> 00:43:50,648 절대 안 보냈을 거예요 434 00:43:50,748 --> 00:43:54,710 지아비앙고 농장으로 가는 건 435 00:43:54,810 --> 00:43:56,321 죽음의 길이었어요 436 00:43:57,888 --> 00:44:05,155 근데 순진하게 당과 복권 약속을 믿었어요 437 00:44:06,688 --> 00:44:15,788 그래서 4월 28일인가 29일에 438 00:44:15,888 --> 00:44:19,177 함께 기차를 타고 439 00:44:19,488 --> 00:44:25,877 서로 다른 농장으로 향했어요 440 00:44:26,588 --> 00:44:28,555 서쪽으로 서쪽으로 441 00:44:29,588 --> 00:44:33,999 이튿날 오후에 남편이 내릴 주취안에 닿았어요 442 00:44:34,488 --> 00:44:42,966 남편은 한 간부에게 내가 내릴 안시까지 443 00:44:43,066 --> 00:44:47,133 동행하면 안 되겠냐고 물었어요 444 00:44:47,296 --> 00:44:49,366 남편은 나를 걱정했어요 445 00:44:49,688 --> 00:44:55,632 20대 때 나는 아주 마르고 허약했어요 446 00:44:57,021 --> 00:45:02,459 간쑤일보의 여동료들이 강풍에 날아갈 거라 놀렸어요 447 00:45:03,199 --> 00:45:08,288 집안이 풍족하진 않았어도 먹고 살 만큼은 됐어요 448 00:45:08,388 --> 00:45:12,710 혁명에 참여한 뒤론 의식주는 걱정 없었어요 449 00:45:13,888 --> 00:45:19,666 남편과는 달리 큰 고생 안 해봤어요 450 00:45:19,766 --> 00:45:25,233 그래서 내가 안시까지 무사히 가는 걸 확인하고 451 00:45:25,455 --> 00:45:30,199 다시 자신에게 배정된 지아비앙고로 돌아오려 했어요 452 00:45:30,910 --> 00:45:35,699 근데 간부가 허락하지 않았어요 453 00:45:36,888 --> 00:45:43,052 또 남편은 공직을 잃고 다시 돌아올 차비도 없어서 454 00:45:43,788 --> 00:45:47,410 주취안에서 내릴 수밖에 없었어요 455 00:45:49,388 --> 00:45:54,496 기차에는 동행이 대여섯 있었는데 456 00:45:54,788 --> 00:45:59,321 다 우파로 지목된 사람들이었어요 457 00:45:59,421 --> 00:46:05,530 그중 우리만 부부라 다들 딱하게 여겼나 봐요 458 00:46:07,188 --> 00:46:15,891 모두 남편의 짐 내리는 걸 도왔고 459 00:46:16,212 --> 00:46:18,144 작별의 악수를 했어요 460 00:46:18,673 --> 00:46:21,166 내가 끝으로 작별 인사를 한 뒤 461 00:46:21,664 --> 00:46:24,099 남편을 역에 남기고 462 00:46:24,258 --> 00:46:28,137 계속 안시로 향했어요 463 00:46:28,773 --> 00:46:33,720 역에 혼자 선 모습을 보고 가슴이 미어졌어요 464 00:46:34,388 --> 00:46:41,260 아주 슬프고 창백한 얼굴로 손도 못 흔들었어요 465 00:46:41,799 --> 00:46:45,951 너무나 비통한 심정이었어요 466 00:46:46,947 --> 00:46:53,182 다시 만날 때까지 얼마나 걸릴지 몰랐어요 467 00:46:54,214 --> 00:46:58,332 그 순간에 생각했어요 468 00:47:00,932 --> 00:47:04,527 자신보다 나를 더 걱정한다고 469 00:47:07,998 --> 00:47:13,065 내가 남편의 세상이고 하늘이고 태양이었어요 470 00:47:15,388 --> 00:47:23,240 근데 갑자기 태양이 사라졌어요 471 00:47:27,388 --> 00:47:31,819 영원히 나를 잃을까 걱정했던 것 같았어요 472 00:47:33,561 --> 00:47:39,988 나를 잃으면 자신은 암흑 속에 잠기게 된다고 473 00:47:47,344 --> 00:47:48,244 나는 474 00:47:53,288 --> 00:47:56,110 벼락 맞은 기분이었어요 475 00:47:57,461 --> 00:47:59,632 앞날이 막막했어요 476 00:48:02,216 --> 00:48:05,133 홀로 닥칠 고난을 어떻게 견디나 477 00:48:08,920 --> 00:48:14,844 란저우에선 그 비판회의 와중에도 478 00:48:14,944 --> 00:48:18,166 집에 오면 밖에서 할 수 없던 479 00:48:18,383 --> 00:48:21,203 다정한 말들이 오갔어요 480 00:48:21,436 --> 00:48:25,333 이젠 떨어지게 됐으니 481 00:48:28,088 --> 00:48:30,677 누구한테 하소연해요? 482 00:48:32,941 --> 00:48:37,488 아픈 마음을 누구한테 털어놔요? 483 00:48:42,321 --> 00:48:48,254 나락으로 떨어진 기분이었어요 484 00:48:48,905 --> 00:48:50,543 자유를 잃고 485 00:48:52,865 --> 00:48:58,781 가까운 친지들에게 호소할 권리도 잃고 486 00:49:03,753 --> 00:49:06,176 그랬어요 487 00:49:09,323 --> 00:49:14,267 그런 생각을 하면서 488 00:49:14,678 --> 00:49:20,467 남편을 남겨두고 계속 안시로 향했어요 489 00:49:22,386 --> 00:49:28,089 내가 배치된 곳은 안시현에서 3, 40리 떨어진 490 00:49:28,190 --> 00:49:29,834 '시부 농장'이었는데 491 00:49:30,061 --> 00:49:34,328 철길이 닿지 않았어요 492 00:49:35,072 --> 00:49:39,317 우리에겐 짐이 많아서 493 00:49:41,239 --> 00:49:43,206 작은 여관에서 잠시 머물렀어요 494 00:49:43,983 --> 00:49:46,450 간쑤에선 이런 말이 있어요 495 00:49:46,550 --> 00:49:50,550 '지아위관을 나서면 눈물 난다' 496 00:49:50,728 --> 00:49:53,839 그 관문을 넘어왔으면서도 497 00:49:53,982 --> 00:49:57,216 내겐 해당 안 된다고 순진하게 생각했어요 498 00:49:57,686 --> 00:50:04,505 농장 노동을 통해 자신을 개조한다고 여겼어요 499 00:50:04,917 --> 00:50:12,172 몇 년 동안 열심히 일하면 당이 복권할 것이며 500 00:50:12,272 --> 00:50:16,750 인민의 품으로 되돌아갈 거라고 501 00:50:16,905 --> 00:50:21,983 그럼 새 출발 할 수 있다고 502 00:50:23,694 --> 00:50:29,317 앞으로 겪을 고생을 상상도 못 했어요 503 00:50:31,438 --> 00:50:34,972 며칠 뒤에 모든 짐들을 504 00:50:35,972 --> 00:50:41,928 트랙터 짐칸에 싣고 농장으로 향했어요 505 00:50:42,028 --> 00:50:46,348 3, 40리의 먼 길이었고 506 00:50:46,448 --> 00:50:50,450 아침 먹고 곧 출발했어요 507 00:50:51,788 --> 00:50:55,617 농장은 좋아 보였고 508 00:50:55,717 --> 00:50:58,988 작은 환영식까지 열어줬어요 509 00:51:01,488 --> 00:51:05,888 신설된 집단농장이었고 510 00:51:05,988 --> 00:51:11,128 제대군인들과 현지 농민들이 시작했어요 511 00:51:11,228 --> 00:51:14,376 환영사에서 우리에게 512 00:51:14,476 --> 00:51:18,832 '과오를 저지른 동지들' 이라 했어요 513 00:51:20,188 --> 00:51:24,544 그 말에 모두 좀 놀랐어요 514 00:51:24,855 --> 00:51:28,855 란저우에서 우리는 계급의 적이었고 515 00:51:28,955 --> 00:51:31,832 다들 동지라 부르지 않았어요 516 00:51:31,932 --> 00:51:35,887 동지라 안 불러주는 게 너무나 가슴 아팠어요 517 00:51:36,188 --> 00:51:38,988 그래서 농장장의 말에 아주 감격했어요 518 00:51:39,088 --> 00:51:43,877 '과오를 저지른 동지들을 환영한다'는 말에 519 00:51:44,266 --> 00:51:51,822 각자 역량에 맞는 일을 하게 될 것이며 520 00:51:52,183 --> 00:51:57,974 남들처럼 대우받고 차별은 없을 거랬어요 521 00:51:59,188 --> 00:52:02,932 당시에 잘못 들은 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522 00:52:05,488 --> 00:52:12,810 란저우에선 계급의 적이지 동지가 아니었어요 523 00:52:13,199 --> 00:52:16,899 반우파 투쟁이 아직 여기까진 524 00:52:16,999 --> 00:52:19,410 안 미쳤나보다 추측했어요 525 00:52:20,409 --> 00:52:23,210 이곳 사람들에겐 우린 그저 526 00:52:23,755 --> 00:52:29,044 약간의 과오를 저지른 동지였어요 527 00:52:30,788 --> 00:52:34,288 그 뒤로 모두 동지라 불러줬어요 528 00:52:35,699 --> 00:52:37,950 2, 3년인가 529 00:52:40,477 --> 00:52:41,799 2년쯤인가 530 00:52:43,177 --> 00:52:47,157 정말 열심히 일했어요 531 00:52:47,268 --> 00:52:52,355 당시의 사회 상황이 그랬어요 532 00:52:52,658 --> 00:52:58,561 정치적 과오를 저질러 당에서 비판받아도 533 00:52:58,661 --> 00:53:03,547 노동을 통해 자신을 개조할 수 있었어요 534 00:53:03,988 --> 00:53:08,836 노동에 매진해 심신을 단련한다고 여겼어요 535 00:53:08,936 --> 00:53:11,936 첫 몇 년 동안 정량 급식했고 536 00:53:12,247 --> 00:53:14,200 배고픈 문제는 없었어요 537 00:53:14,888 --> 00:53:19,688 지도부에선 우파 분자에게 538 00:53:19,788 --> 00:53:26,188 교직이나 회계 같은 특별한 기술이 있으면 539 00:53:26,289 --> 00:53:33,166 그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일터에 배치했어요 540 00:53:33,499 --> 00:53:39,188 육체적으로는 힘들더라도 541 00:53:39,288 --> 00:53:44,244 정치적으로 차별해 괴롭히진 않았어요 542 00:53:44,766 --> 00:53:50,343 그 농장에서 2년 동안 비교적 즐겁게 지냈어요 543 00:53:51,987 --> 00:53:58,155 1959년 늦여름 국경절을 맞아 544 00:53:58,344 --> 00:54:04,722 농장의 여러 우파가 복귀됐어요 545 00:54:05,166 --> 00:54:08,322 희망의 빛이 보였어요 546 00:54:10,188 --> 00:54:13,077 근데 갑자기 1959년 말에 모든 우파 분자를 547 00:54:13,565 --> 00:54:16,655 4곡 농장으로 옮긴댔어요 548 00:54:17,788 --> 00:54:21,895 그게 진짜 고난의 시작이었어요 549 00:54:22,410 --> 00:54:26,588 4곡 농장은 노역 농장이었고 550 00:54:27,110 --> 00:54:32,443 간부와 관리자들이 더 엄했어요 551 00:54:32,988 --> 00:54:35,444 계급 구분을 확실히 했고 552 00:54:36,318 --> 00:54:39,596 우리를 계급의 적으로 봤어요 553 00:54:40,074 --> 00:54:43,518 가서 제대로 먹지도 못했어요 554 00:54:43,618 --> 00:54:47,674 간부들은 밀가루를 먹으면서 우리에겐 밀겨를 줬어요 555 00:54:48,043 --> 00:54:52,373 옮기고 싶지 않았어요 556 00:54:52,821 --> 00:54:57,253 정치적 비판이 두려웠어요 557 00:54:57,353 --> 00:55:03,642 시부 농장에선 감시 없이 지냈어요 558 00:55:03,742 --> 00:55:07,086 일하면서 웃고 이야기했어요 559 00:55:08,042 --> 00:55:16,453 근데 4곡 농장에서 일하는 남자 전과자들 때문에 겁이 났어요 560 00:55:16,553 --> 00:55:22,064 관리자들은 문제가 생긴다고 성별로 분리했어요 561 00:55:22,164 --> 00:55:28,935 담당에게 옮기고 싶지 않다고 했어요 562 00:55:29,288 --> 00:55:34,931 노동 개조로 크게 향상됐다 생각했어요 563 00:55:35,031 --> 00:55:40,531 당시 내 태도가 별난 건 아니었어요 564 00:55:40,631 --> 00:55:43,742 노동으로 자신을 개조하러 왔잖아요 565 00:55:43,964 --> 00:55:47,886 근데 농장장에게 보고했어요 566 00:55:48,888 --> 00:55:51,819 쉬푸이렌이 먼저 옮겨갔어요 567 00:55:52,787 --> 00:55:57,297 가서 만났는데 이렇게 말했어요 568 00:55:57,697 --> 00:56:01,688 '조심해라 리 농장장이 이렇게 말했다' 569 00:56:01,788 --> 00:56:05,453 '오지 않으려 했던 여자 우파 분자들을' 570 00:56:05,688 --> 00:56:08,808 '꽉 묶어놓고 다잡겠다' 571 00:56:10,997 --> 00:56:15,797 다른 선참자에게도 들었어요 572 00:56:15,897 --> 00:56:20,408 꽉 묶어놓고 꼼짝 못 하게 한다고 573 00:56:21,338 --> 00:56:24,682 잔뜩 겁에 질려서 574 00:56:24,782 --> 00:56:30,771 이전 농장으로 되돌려보내달라 요청했어요 575 00:56:30,871 --> 00:56:36,649 그때 같이 왔던 여자들이 쉬티앙아이와 왕구이팡이었어요 576 00:56:36,988 --> 00:56:39,471 들 일 하는 게 더 쉬웠고 577 00:56:39,737 --> 00:56:44,787 정치적인 압박이 심했어요 578 00:56:44,888 --> 00:56:50,230 동료들끼리 서로 말을 못 하게 했어요 579 00:56:50,396 --> 00:56:55,538 누구와도 이야기하지 못했고 장부 기계 같았어요 580 00:56:55,638 --> 00:57:01,696 관두라고 할 때까지 계속 일했어요 581 00:57:01,996 --> 00:57:07,088 육체노동은 아니었지만 업무량이 과중했어요 582 00:57:07,188 --> 00:57:11,296 매일 저녁 7시 반부터 자정까지 일했어요 583 00:57:13,887 --> 00:57:15,160 늘 배고팠어요 584 00:57:16,221 --> 00:57:17,720 불 좀 켤까요? 585 00:57:18,008 --> 00:57:18,921 그래요 586 00:57:36,788 --> 00:57:39,188 시력이 점점 나빠졌어요 587 00:57:39,288 --> 00:57:43,560 매일 장부를 보다 보니 그랬어요 588 00:57:45,165 --> 00:57:49,120 거기선 새 안경을 구할 수 없어 589 00:57:50,288 --> 00:57:54,155 눈을 가까이 대고 봐야 590 00:57:54,888 --> 00:58:01,355 겨우 읽을 수 있었어요 591 00:58:01,455 --> 00:58:07,543 근시가 심해졌지만 어쩔 수가 없었어요 592 00:58:09,888 --> 00:58:15,799 그때 병원에서 일하던 우샨 출신 전과자를 만났어요 593 00:58:15,944 --> 00:58:22,266 나도 우샨에 탐방 가봐서 이야기를 하게 됐어요 594 00:58:22,488 --> 00:58:29,778 시력 회복에 좋은 간유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595 00:58:30,664 --> 00:58:33,532 구할 수 있냐 물었더니 596 00:58:34,177 --> 00:58:39,120 그렇다며 필요하냐 해서 그렇다고 했어요 597 00:58:40,165 --> 00:58:42,910 작은 병 하나를 줬어요 598 00:58:44,688 --> 00:58:49,299 당시 사정으로는 599 00:58:50,555 --> 00:58:57,177 처방전이 필요했지만 600 00:58:57,403 --> 00:59:03,717 의사가 내줄 것 같지 않아 그냥 받았어요 601 00:59:05,188 --> 00:59:12,258 마시는 걸 누가 못 본 줄 알았는데 602 00:59:12,358 --> 00:59:16,336 며칠 뒤에 603 00:59:16,436 --> 00:59:19,892 재무과장이 불러 말했어요 604 00:59:21,859 --> 00:59:26,703 간유를 받은 게 사실이냐 했어요 605 00:59:28,488 --> 00:59:31,548 그렇다고 했어요 606 00:59:31,941 --> 00:59:39,240 간유를 받는 걸 본 사람이 있댔어요 607 00:59:41,188 --> 00:59:47,010 그러면서 하는 말이 '그게 공짜인 줄 아느냐?' 608 00:59:47,588 --> 00:59:53,699 '신세 졌으니 다른 호의를 바랄 거다'랬어요 609 00:59:54,087 --> 00:59:56,243 참 언짢은 말이었어요 610 00:59:57,898 --> 01:00:02,354 분명히 간유를 받았지만 611 01:00:02,988 --> 01:00:08,899 여전히 급여 받으며 일하고 612 01:00:08,999 --> 01:00:12,643 건강 관리를 받을 자격이 있는데 613 01:00:12,880 --> 01:00:16,100 간유 한 병 갖고 따지잖아요 614 01:00:16,321 --> 01:00:21,755 과장은 사무실에서 봐준 것처럼 이야기하면서 615 01:00:21,855 --> 01:00:25,377 일장 훈시를 했어요 616 01:00:26,288 --> 01:00:31,910 어제 일처럼 생생하고 공책에 그 일을 적어뒀어요 617 01:00:35,488 --> 01:00:40,288 나중에 누가 받는 걸 봤는지 의심이 들었어요 618 01:00:40,887 --> 01:00:44,644 동숙인 중 하나가 밀고했다 생각했어요 619 01:00:44,745 --> 01:00:50,615 농장에서 그런 일이 자주 있었어요 620 01:00:51,288 --> 01:00:56,412 서로 염탐하곤 했어요 621 01:00:57,078 --> 01:01:01,401 4곡 농장으로 옮겨온 뒤 622 01:01:02,789 --> 01:01:05,788 지아비앙고에 식량이 부족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623 01:01:05,888 --> 01:01:11,566 당연히 남편이 걱정됐고 편지를 기다렸어요 624 01:01:12,741 --> 01:01:16,200 2주쯤 뒤에 편지가 왔어요 625 01:01:18,168 --> 01:01:20,377 단 한 장뿐이었어요 626 01:01:21,126 --> 01:01:22,688 그전에도 627 01:01:24,449 --> 01:01:26,206 간단했어요 628 01:01:26,844 --> 01:01:32,366 용수로를 파느라 바쁘다고만 썼어요 629 01:01:34,265 --> 01:01:39,166 월 몇 위안의 식량 보조금을 받는댔어요 630 01:01:42,889 --> 01:01:47,724 근데 월 2통만 서신이 허락된다면서 631 01:01:48,688 --> 01:01:56,616 한 달에 2통 이상은 편지를 보내지 말랬어요 632 01:01:58,066 --> 01:02:00,877 너무 실망했어요 633 01:02:01,448 --> 01:02:05,466 반우파 투쟁 이후에도 634 01:02:07,488 --> 01:02:13,179 마오 주석이 인민의 공민권을 제한하지 말랬어요 635 01:02:13,599 --> 01:02:16,134 란저우를 떠나기 전에 636 01:02:16,855 --> 01:02:21,555 편지를 마음대로 보내도 좋다고 약속받았어요 637 01:02:24,088 --> 01:02:30,199 편지만이 서로의 소식을 알리는 통신 수단이었어요 638 01:02:30,588 --> 01:02:34,210 검열관이 남편 편지를 읽는 것 같았어요 639 01:02:34,310 --> 01:02:36,538 편지를 봉하지도 않았어요 640 01:02:40,710 --> 01:02:45,899 봉하지 않은 편지를 보고 알았어요 641 01:02:45,999 --> 01:02:48,450 통신의 자유를 침해했어요 642 01:02:48,551 --> 01:02:54,499 이제 어떻게 사사로운 이야기를 쓰겠어요? 643 01:02:57,766 --> 01:03:01,499 내 편지는 검열되지 않았고 644 01:03:01,599 --> 01:03:04,366 긴 편지를 써서 보냈어요 645 01:03:04,688 --> 01:03:07,468 이쪽 농장이 어떻고 646 01:03:07,568 --> 01:03:13,910 동숙인들이 누구며 어디 출신이고 647 01:03:16,365 --> 01:03:19,077 무슨 일을 하는지 등등 648 01:03:19,566 --> 01:03:23,344 그 뒤론 한 달에 2통만 보내게 됐어요 649 01:03:23,788 --> 01:03:30,332 원래 편지할 때 서로 끝에 이렇게 썼어요 650 01:03:30,432 --> 01:03:31,939 '입맞춤을 보낸다' 651 01:03:32,188 --> 01:03:34,799 남편이 탐방을 나가면 652 01:03:34,899 --> 01:03:38,499 일주일에 한 번 편지를 주고받았어요 653 01:03:39,288 --> 01:03:47,539 근데 이 편지들은 눈에 띄게 간단했어요 654 01:03:49,488 --> 01:03:52,077 일과 생활 이야기만 했어요 655 01:03:53,698 --> 01:03:56,754 내 편지는 더 길었어요 656 01:03:58,588 --> 01:04:04,258 끝에는 꼭 '입맞춤을 보낸다'고 썼어요 657 01:04:04,358 --> 01:04:06,377 검열관이 보든 말든 658 01:04:12,764 --> 01:04:15,754 다음 편지가 왔는데 이랬어요 659 01:04:17,277 --> 01:04:21,810 '오늘 급료를 탔는데' 660 01:04:22,288 --> 01:04:25,466 '매점에 가 과자를 1근 사' 661 01:04:25,566 --> 01:04:31,366 '그 자리에서 1근을 다 먹어버렸다' 662 01:04:33,007 --> 01:04:37,960 '몸이 여위어서 안경이 헐겁다' 663 01:04:39,188 --> 01:04:44,655 편지를 보니 굶주리는 게 분명했어요 664 01:04:49,388 --> 01:04:51,038 어릴 때 665 01:04:53,099 --> 01:04:53,988 굶주렸고 666 01:04:54,088 --> 01:04:58,255 중학생 때나 전선에서도 그랬어요 667 01:04:58,421 --> 01:05:05,566 그래도 어릴 때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었어요 668 01:05:05,666 --> 01:05:10,977 학교 친구들과 밭에서 고구마를 서리해 먹었어요 669 01:05:11,244 --> 01:05:16,866 근데 지금은 노동 개조 중이라 670 01:05:17,944 --> 01:05:20,532 규율을 어길 수 없었어요 671 01:05:20,632 --> 01:05:23,143 그대로 굶는 수밖에는 672 01:05:25,788 --> 01:05:33,210 그걸 알기에 너무 가슴 아팠어요 673 01:05:34,953 --> 01:05:37,743 하지만 손 쓸 수가 없었어요 674 01:05:39,432 --> 01:05:45,667 강등된 뒤 급여가 고작 월 58.24위안이었어요 675 01:05:46,092 --> 01:05:50,254 그중에 35위안을 란저우의 애들에게 보내고 나면 676 01:05:51,872 --> 01:05:55,387 월 20위안 정도만 남았어요 677 01:05:55,712 --> 01:06:00,080 석 달에 10위안씩 보내자 결심했어요 678 01:06:00,312 --> 01:06:03,110 매달 3위안꼴로 679 01:06:03,472 --> 01:06:09,342 그 돈으로 과자라도 사 먹게 680 01:06:09,559 --> 01:06:14,348 좀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어요 681 01:06:21,771 --> 01:06:26,680 받는 편지들이 거의 안 봉해졌어요 682 01:06:27,804 --> 01:06:32,692 답장에서 편지를 봉하라고 강조해 썼고 683 01:06:32,792 --> 01:06:36,182 검열관들이 봤을 거예요 684 01:06:36,882 --> 01:06:39,029 그래도 여전히 뜯겨서 왔어요 685 01:06:39,804 --> 01:06:47,804 검열관들은 우리에겐 금쪽같은 편지인 줄 알면서도 686 01:06:48,117 --> 01:06:51,548 우리를 개만도 못하게 취급했어요 687 01:06:52,404 --> 01:06:53,840 읽고 나서 688 01:06:55,826 --> 01:06:57,591 봉할 생각도 안 했어요 689 01:07:00,704 --> 01:07:03,326 어떻게 속마음을 말하겠어요? 690 01:07:04,404 --> 01:07:09,582 나는 모든 생활을 썼지만 691 01:07:09,904 --> 01:07:14,204 남편은 고생한다는 말 한마디 못 했어요 692 01:07:15,204 --> 01:07:17,182 뭐라고 했다가 693 01:07:19,997 --> 01:07:21,804 비판에 오른다는 걸 694 01:07:23,117 --> 01:07:24,704 잘 알았어요 695 01:07:28,104 --> 01:07:30,526 4곡 농장에 온 뒤로 696 01:07:30,626 --> 01:07:33,237 급식량이 15근으로 줄었다는 걸 697 01:07:33,444 --> 01:07:35,970 편지에 써 보냈어요 698 01:07:36,304 --> 01:07:38,837 나보다 사정이 더 어려운 줄 알았지만 699 01:07:39,801 --> 01:07:45,812 중요한 일이었기에 소식을 알려야 했어요 700 01:07:46,257 --> 01:07:53,201 이젠 굶주림과 맞서야 했어요 701 01:07:53,302 --> 01:07:55,101 곧 편지를 못 쓰게 됐고 702 01:07:56,817 --> 01:07:59,824 남편 편지도 끊겼어요 703 01:08:02,404 --> 01:08:09,893 정량이 준 뒤로도 계속 재무과에 있었는데 704 01:08:10,104 --> 01:08:14,971 하루는 간부 장체닌이 내일부터 나오지 말랬어요 705 01:08:15,404 --> 01:08:19,815 이튿날부터 병원으로 가 706 01:08:20,059 --> 01:08:24,415 병동 온돌에 불 때는 일을 하랬어요 707 01:08:28,387 --> 01:08:35,507 농장 한쪽에 지어놓은 임시 병원이었어요 708 01:08:37,076 --> 01:08:44,104 다음 날 아침 먹고 불 때러 갔어요 709 01:08:44,587 --> 01:08:48,485 불이 잘 안 붙을지 몰라 710 01:08:48,585 --> 01:08:54,427 휘발유를 작은 통에 넣어 갔어요 711 01:08:54,996 --> 01:09:00,607 병원에 들어가 보니 712 01:09:00,707 --> 01:09:06,950 다섯 칸에 온돌이 다섯이었어요 713 01:09:09,474 --> 01:09:14,589 담요들은 더러웠고 714 01:09:15,116 --> 01:09:19,314 환자들로 꽉 차 있었어요 715 01:09:19,796 --> 01:09:23,186 불쏘시개가 더 필요할 것 같아 716 01:09:23,797 --> 01:09:30,240 낫을 들고 밖에 나가 717 01:09:30,540 --> 01:09:33,329 잡초들을 베어와 718 01:09:33,429 --> 01:09:38,351 온돌마다 불을 붙였어요 719 01:09:40,529 --> 01:09:46,240 병원으로 보내진 게 마음에 들진 않았어요 720 01:09:46,860 --> 01:09:54,289 막 아침 먹었는데 금세 또 배가 고팠어요 721 01:09:54,668 --> 01:09:58,820 그래도 시키니까 해야 했어요 722 01:10:01,420 --> 01:10:08,360 환자들은 다 노동 개조하러 온 남자들이었고 723 01:10:08,460 --> 01:10:11,616 농장의 규칙을 잘 알아 724 01:10:12,060 --> 01:10:15,814 나한테 말 걸거나 725 01:10:16,500 --> 01:10:18,730 뭘 물어보지 않았어요 726 01:10:19,420 --> 01:10:25,689 나는 그냥 불붙이는 데만 집중했어요 727 01:10:30,300 --> 01:10:34,234 첫날 그곳에 728 01:10:34,334 --> 01:10:38,589 환자가 아닌 일하는 젊은이들이 있었어요 729 01:10:38,689 --> 01:10:45,440 신문지를 병원의 창에 붙이고 있었어요 730 01:10:47,023 --> 01:10:51,372 근데 남들보다 낯빛이 좋아 보였어요 731 01:10:51,945 --> 01:10:58,977 그중 하나가 바르고 있던 밀가루 풀을 내밀며 732 01:10:59,260 --> 01:11:02,491 좀 먹어보겠느냐 했어요 733 01:11:02,900 --> 01:11:05,712 싫다고 했어요 734 01:11:05,812 --> 01:11:09,578 아무리 굶주려도 풀을 먹을 순 없었어요 735 01:11:12,420 --> 01:11:15,492 그다음 날 736 01:11:16,743 --> 01:11:22,976 불을 붙이는데 누가 뒤에 와서 737 01:11:23,076 --> 01:11:29,652 여기서 뭐 하냐고 물었어요 738 01:11:30,265 --> 01:11:38,600 이전 농장에서 반장이던 우양샤라는 우파였어요 739 01:11:39,140 --> 01:11:43,452 온돌에 불 때는 일을 맡았다고 했더니 740 01:11:45,660 --> 01:11:47,742 우양샤는 잊지 못할 말을 했어요 741 01:11:48,176 --> 01:11:51,854 '지금 우리는 모두 생존 투쟁 중이다' 742 01:11:54,465 --> 01:11:58,090 그리고 잠시 서 있다 갔어요 743 01:11:59,900 --> 01:12:04,928 내겐 아주 중요한 말이었어요 744 01:12:06,287 --> 01:12:07,420 정말 중요한 745 01:12:08,843 --> 01:12:13,710 그때 생사의 갈림길에 처해 있었지만 746 01:12:14,754 --> 01:12:18,650 그 말을 입 밖에 내지 못했어요 747 01:12:20,020 --> 01:12:24,765 반우파 투쟁 당시 748 01:12:24,865 --> 01:12:27,411 분파주의와의 투쟁이니 749 01:12:27,511 --> 01:12:31,153 당을 위한 투쟁이니 했지만 750 01:12:31,253 --> 01:12:35,213 생존 투쟁이란 말을 감히 어떻게 하겠어요? 751 01:12:35,620 --> 01:12:40,694 하지만 생각해 볼수록 맞는 말 같았어요 752 01:12:41,667 --> 01:12:45,740 생존을 위한 투쟁이었어요 753 01:12:46,309 --> 01:12:49,186 목숨이 위태로웠고 754 01:12:49,286 --> 01:12:56,560 살아남기 위해선 살길을 찾아야 했어요 755 01:12:59,273 --> 01:13:03,824 계속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756 01:13:05,220 --> 01:13:08,147 입 밖에 내진 못했어요 757 01:13:08,809 --> 01:13:14,139 그날 아침 불 때는 일을 마치고 758 01:13:14,559 --> 01:13:18,791 식사하러 숙사에 돌아왔어요 759 01:13:22,197 --> 01:13:24,250 모두 굶주리고 있었지만 760 01:13:25,731 --> 01:13:29,374 들은 말을 동숙인들에게 할 수 없었어요 761 01:13:32,460 --> 01:13:35,983 굶주린다고 불평하는 건 762 01:13:36,083 --> 01:13:39,332 당의 양식 정책을 비판하는 것이고 763 01:13:39,972 --> 01:13:41,897 죄가 가중돼요 764 01:13:42,340 --> 01:13:46,049 생존 투쟁이란 말을 감히 할 수 없었어요 765 01:13:46,760 --> 01:13:51,131 하지만 속으로는 옳은 말이라 생각했어요 766 01:13:54,180 --> 01:13:58,960 어느 날 밤 동숙인들끼리 이야기를 나눴어요 767 01:13:59,580 --> 01:14:03,289 너무 견디기 힘드니 768 01:14:03,620 --> 01:14:08,978 뭐라도 먹을 길을 찾아야겠다고들 했어요 769 01:14:13,540 --> 01:14:19,649 나는 여전히 우파란 낙인을 걱정해 770 01:14:20,100 --> 01:14:22,660 어리석은 말을 했어요 771 01:14:24,840 --> 01:14:29,092 '규칙을 어겼다간 복권이 막힐 수 있다'고 772 01:14:29,700 --> 01:14:36,139 이 말을 듣고 딴 여자들이 한마디씩 했어요 773 01:14:36,780 --> 01:14:40,455 쉬티앙아이는 '지금 이 지경인데 무슨 복권 걱정이냐?' 했고 774 01:14:41,489 --> 01:14:42,789 쉬푸리안은 775 01:14:42,889 --> 01:14:46,612 '간부들은 사람들이 굶어 죽어도' 776 01:14:46,712 --> 01:14:48,979 '신경도 안 쓴다' 했어요 777 01:14:51,540 --> 01:14:55,658 결국 살아남으려면 778 01:14:56,620 --> 01:15:03,400 무슨 수를 써야 한다는데 뜻을 모았어요 779 01:15:03,820 --> 01:15:06,852 왕구이팡의 남편은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780 01:15:06,952 --> 01:15:13,540 농장을 탈출해 신장에 숨어 있었어요 781 01:15:13,729 --> 01:15:16,136 모두 머리를 짜보자고 했어요 782 01:15:17,468 --> 01:15:26,530 훔치는 게 상책이라는 결론이 나왔어요 783 01:15:26,900 --> 01:15:30,256 나로선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어요 784 01:15:30,496 --> 01:15:34,196 농장의 간부와 관리인들은 785 01:15:34,802 --> 01:15:40,491 훔치는 게 제일 나쁜 해당 행위라 했어요 786 01:15:40,924 --> 01:15:47,240 남의 양식보다 더 받는 것도 나쁘지만 787 01:15:47,429 --> 01:15:49,760 훔치는 건 훨씬 더 하댔어요 788 01:15:51,646 --> 01:15:52,783 최악이라고 789 01:15:53,068 --> 01:15:57,139 하지만 살기 위해선 훔쳐야 했어요 790 01:15:58,368 --> 01:16:02,480 당시 재무과 뒤에 791 01:16:02,580 --> 01:16:06,440 큰 목화씨 더미가 있었어요 792 01:16:07,420 --> 01:16:13,640 여자들은 나더러 밤에 가 좀 집어 오랬어요 793 01:16:18,335 --> 01:16:24,691 내가 재무과에 있었기에 그 주위를 돌아다녀도 794 01:16:24,791 --> 01:16:29,224 이상하게 안 볼 거라면서 795 01:16:29,324 --> 01:16:32,213 양식을 훔치는 것도 아니고 796 01:16:32,313 --> 01:16:35,524 양식 정책을 어기는 게 아니랬어요 797 01:16:35,624 --> 01:16:40,280 작은 목화씨일 뿐이라고 798 01:16:42,676 --> 01:16:47,465 할만한 사람이 나뿐이라 799 01:16:47,565 --> 01:16:49,371 밤에 몰래 가서 800 01:16:50,576 --> 01:16:54,937 큰 손수건에 목화씨를 담아 오랬어요 801 01:16:57,165 --> 01:17:05,932 근데 가보니 더미가 큰 방수포에 싸여 있었어요 802 01:17:06,032 --> 01:17:11,654 겨우 벌어진 틈을 찾아 803 01:17:11,754 --> 01:17:17,695 손수건에 목화씨를 담기 시작했어요 804 01:17:17,940 --> 01:17:22,387 갑자기 외치는 소리가 들렸어요, '거기 누구야?' 805 01:17:24,032 --> 01:17:26,096 돌아봤어요 806 01:17:27,820 --> 01:17:35,280 시부 농장에서 알던 간부였어요 807 01:17:35,380 --> 01:17:43,014 꼭 연극 무대에서 하듯 서로를 마주 봤어요 808 01:17:44,109 --> 01:17:47,968 고발하지 않을 걸 알았기에 809 01:17:48,068 --> 01:17:53,760 그대로 씨를 담아 숙사로 돌아왔어요 810 01:17:54,952 --> 01:17:56,867 고발하지 않았어요 811 01:17:58,307 --> 01:18:01,218 그 남자도 우파였어요 812 01:18:02,380 --> 01:18:09,240 목화씨를 먹었지만 먹으나 마나였어요 813 01:18:09,460 --> 01:18:15,358 씨가 너무 작아 속이 안 찼고 814 01:18:15,458 --> 01:18:19,697 허기에 도움이 안 됐어요 815 01:18:20,614 --> 01:18:25,781 다른 먹을 걸 찾아보자 했어요 816 01:18:27,339 --> 01:18:30,125 씨티앙아이가 말했어요 817 01:18:30,870 --> 01:18:33,600 '목화씨로는 안 되겠다' 818 01:18:33,700 --> 01:18:40,448 '10월부터 24근이었던 양식을 줄인다고 한다' 819 01:18:40,548 --> 01:18:45,812 '빨리 먹을 걸 못 찾으면 다 쓰러진다' 820 01:18:47,404 --> 01:18:52,130 그러면서 제분소에서 밀가루를 훔쳤댔어요 821 01:18:52,740 --> 01:18:59,715 호주머니에 좀 집어넣고 숙사로 돌아와 822 01:18:59,815 --> 01:19:04,937 더운물에 타 마셨다고 823 01:19:05,037 --> 01:19:09,894 목화씨보다야 훨씬 낫댔어요 824 01:19:11,420 --> 01:19:18,132 제분소에서 밀가루를 훔쳐 오쟀어요 825 01:19:20,337 --> 01:19:22,250 없는 것보다 낫다고 826 01:19:24,093 --> 01:19:27,737 그 무렵 다른 농장에서 827 01:19:27,837 --> 01:19:31,057 많이들 죽는다는 말을 들었어요 828 01:19:31,300 --> 01:19:36,837 그곳 병원에서도 몇이 죽는 걸 봤어요 829 01:19:36,937 --> 01:19:38,915 동숙인들에게 말은 안 했지만 830 01:19:39,940 --> 01:19:44,840 아무튼 왕구이팡과 쉬티앙아이가 831 01:19:44,940 --> 01:19:47,176 제분소에서 일했기에 832 01:19:47,500 --> 01:19:52,210 밀가루를 좀 훔쳐 오자고 뜻을 모았어요 833 01:19:53,580 --> 01:19:57,892 모두 안 죽고 싶지 누가 죽고 싶겠어요 834 01:20:00,540 --> 01:20:04,533 생존의 문제였어요 835 01:20:05,374 --> 01:20:08,920 쉬티앙아이에겐 어린 딸이 있었고 836 01:20:09,020 --> 01:20:11,351 나도 죽고 싶지 않았어요 837 01:20:13,463 --> 01:20:16,259 가족을 위해 살아야만 했어요 838 01:20:17,440 --> 01:20:22,738 남편의 생사도 몰랐지만 839 01:20:24,780 --> 01:20:32,937 란저우의 아이들과 부모님을 다시 만나 840 01:20:34,140 --> 01:20:37,474 억울하게 몰린 걸 말해야 했어요 841 01:20:37,574 --> 01:20:41,320 우리가 죽으면 누가 말하겠어요? 842 01:20:44,446 --> 01:20:48,174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어요 843 01:20:50,835 --> 01:20:54,213 근데 어찌어찌 밀가루를 훔쳐도 844 01:20:54,313 --> 01:20:58,280 어떻게 조리하겠어요? 845 01:20:59,068 --> 01:21:05,255 쉬티앙아이가 물만두를 잘 만든댔어요 846 01:21:06,013 --> 01:21:12,080 밀가루만 있으면 물만두를 만든댔어요 847 01:21:12,180 --> 01:21:14,016 근데 어떻게 끓이겠어요? 848 01:21:14,580 --> 01:21:20,480 부침개를 만들자는 말도 나왔지만 849 01:21:21,902 --> 01:21:27,050 우리 숙사 바로 곁에 직공들 공방들이 있어 850 01:21:27,220 --> 01:21:33,120 굽는 냄새를 맡을지 몰랐어요 851 01:21:33,509 --> 01:21:37,465 국수를 만들자고도 했지만 852 01:21:37,660 --> 01:21:42,520 조리할 때 누가 들어오면 853 01:21:43,232 --> 01:21:46,432 그 자리에서 발각되고 말아요 854 01:21:46,532 --> 01:21:49,732 만일 들키게 되면 855 01:21:49,832 --> 01:21:53,988 동숙인들이 제분소에서 쫓겨날 테고 856 01:21:54,387 --> 01:22:01,120 그렇게 되면 밀가루를 구할 수 없었어요 857 01:22:03,147 --> 01:22:05,741 생 밀가루를 어떻게 먹을지 858 01:22:06,598 --> 01:22:10,768 머리를 맞대고 궁리했어요 859 01:22:13,420 --> 01:22:17,800 결국 해결책을 찾았어요 860 01:22:18,100 --> 01:22:23,299 하루는 일하고 와보니 861 01:22:24,700 --> 01:22:29,490 왕구이팡이 제분소에서 밀가루를 훔쳐 왔어요 862 01:22:30,100 --> 01:22:35,094 그날 저녁 식당에서 먹던 국물을 들고 와 863 01:22:35,578 --> 01:22:40,800 아직 따뜻한 국물에 밀가루를 섞어 864 01:22:41,700 --> 01:22:46,694 그대로 마셨어요 865 01:22:50,140 --> 01:22:56,520 그다음부터 그렇게 했어요 866 01:22:57,583 --> 01:23:00,796 여기저기서 밀가루를 조금씩 훔쳤어요 867 01:23:00,896 --> 01:23:05,739 눈치 못 채도록 너무 많지 않게 868 01:23:06,729 --> 01:23:10,977 숙사에 우리만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869 01:23:12,980 --> 01:23:17,560 뜨거운 물에 섞어 마셨어요 870 01:23:17,893 --> 01:23:19,602 그게 잘 통했고 871 01:23:20,314 --> 01:23:24,057 한시름 놨어요 872 01:23:25,460 --> 01:23:32,172 그 무렵 여전히 아침마다 병원에서 불 때는 일을 했는데 873 01:23:32,700 --> 01:23:38,252 하루는 일하다가 갑자기 식은땀이 났어요 874 01:23:41,100 --> 01:23:48,600 아무래도 쓰러질 조짐 같았어요 875 01:23:49,133 --> 01:23:53,489 숙사로 돌아와 쉬푸이란에게 이야기했어요 876 01:23:55,089 --> 01:24:02,256 의사가 약을 줬지만 안 들었고 그래서 이야기했어요 877 01:24:02,900 --> 01:24:09,120 하는 말이 '간부와 직공들 대다수가' 878 01:24:09,295 --> 01:24:13,700 '일하러 안 나온다' 879 01:24:13,800 --> 01:24:17,889 '왜 우리만 일하느냐' 하면서 880 01:24:19,660 --> 01:24:21,371 하루 쉬자고 했어요 881 01:24:22,783 --> 01:24:28,296 다음 날 쉬푸이란과 둘이 숙사에 남았어요 882 01:24:29,127 --> 01:24:32,068 거기 온 뒤로 하루도 못 쉬어 883 01:24:32,360 --> 01:24:34,652 몹시 지쳤어요 884 01:24:35,979 --> 01:24:42,431 쉬티앙아이와 왕구이팡이 간부들에게 하루 쉴 걸 요청해 885 01:24:42,998 --> 01:24:44,131 침상에서 잤어요 886 01:24:45,880 --> 01:24:50,572 쉬푸이란이 9시 반쯤 깨웠어요 887 01:24:51,246 --> 01:24:55,015 둘이 나가 급식 줄에 섰어요 888 01:24:56,100 --> 01:25:00,879 직공들은 여전히 월 15근 급식이었고 889 01:25:02,613 --> 01:25:11,538 몇 주 일 안 해도 그렇게 나왔어요 890 01:25:12,460 --> 01:25:15,857 차례를 기다렸는데 앞에서 더 타가 891 01:25:16,118 --> 01:25:22,202 뒤에선 반도 안 되기도 했어요 892 01:25:22,302 --> 01:25:25,507 사람들이 굶주려 그런 식으로 됐어요 893 01:25:28,835 --> 01:25:33,256 모자랄까 걱정했는데 정량을 받았어요 894 01:25:34,340 --> 01:25:39,224 모두 국자만 주시했어요 895 01:25:39,324 --> 01:25:45,400 정량대로 주나 안 주나 896 01:25:46,291 --> 01:25:50,481 죽이 진한지 묽은지 897 01:25:50,735 --> 01:25:56,680 확인하느라 바빴어요 898 01:25:56,820 --> 01:26:01,530 아무 소리 없이 그것만 살펴봤어요 899 01:26:01,940 --> 01:26:07,253 다행히 맨 앞줄에서 죽을 받았어요 900 01:26:07,609 --> 01:26:11,600 쉬푸이란은 자기 죽이 묽다고 생각했지만 901 01:26:11,900 --> 01:26:17,353 불평할 순 없었어요 902 01:26:17,832 --> 01:26:23,681 숙사로 돌아와 딴 사람들이 오길 기다렸어요 903 01:26:23,965 --> 01:26:29,458 밀가루를 가져오면 넷으로 나눠서 904 01:26:29,854 --> 01:26:33,154 죽에 섞어 먹었어요 905 01:26:33,254 --> 01:26:37,090 그렇게 먹고 나면 훨씬 나았어요 906 01:26:38,887 --> 01:26:45,120 그나마 그 밀가루 덕에 영양 보충을 했어요 907 01:26:45,912 --> 01:26:51,669 둘이 제분소에서 일해 다행이었어요 908 01:26:52,443 --> 01:26:54,920 모두가 그러진 못했어요 909 01:26:56,380 --> 01:27:02,560 그 약간의 훔친 밀가루가 우리 목숨을 살렸을 거예요 910 01:27:03,843 --> 01:27:05,421 그러다 911 01:27:08,732 --> 01:27:12,865 1960년 12월 20일이었나 912 01:27:13,643 --> 01:27:21,743 월 급식량을 15근에서 24근으로 올려줬어요 913 01:27:21,843 --> 01:27:24,476 우린 최악의 농장들을 914 01:27:24,576 --> 01:27:26,773 해산하기로 한 걸 몰랐어요 915 01:27:27,387 --> 01:27:30,968 란저우에서 열린 서북지역 간부회의에서 916 01:27:31,068 --> 01:27:36,254 남편이 있던 지아비앙고 농장을 917 01:27:36,376 --> 01:27:38,993 1960년 12월에 해산하기로 했어요 918 01:27:39,340 --> 01:27:45,593 그 무렵 지아빙아고는 재난이었어요 919 01:27:45,693 --> 01:27:47,915 우리 농장에서도 사망자가 나왔지만 920 01:27:48,171 --> 01:27:50,804 지아비앙고에 비할 데가 못 됐어요 921 01:27:51,020 --> 01:27:53,293 그래도 우리는 12월 20일부터 922 01:27:53,504 --> 01:27:56,968 월 급식량이 다시 24근이 됐어요 923 01:27:57,068 --> 01:28:01,238 4곡 농장에 온 뒤로 924 01:28:01,338 --> 01:28:03,414 지아비앙고에 갈 엄두를 못 냈어요 925 01:28:03,780 --> 01:28:08,092 시부 농장보다 4곡 농장의 분위기가 훨씬 엄했어요 926 01:28:09,149 --> 01:28:12,457 간부들이 요청을 거부할 거라 생각했어요 927 01:28:14,271 --> 01:28:19,800 또 돈 문제도 있었어요 928 01:28:20,180 --> 01:28:26,748 지아비앙고는 먼데 기찻삯이 없었어요 929 01:28:26,949 --> 01:28:32,669 또 우파라고 행동의 자유가 없었어요 930 01:28:32,993 --> 01:28:36,860 보내줄 리 없었어요 931 01:28:37,420 --> 01:28:42,540 행여 허락해도 돈 없이 어떻게 돕겠어요? 932 01:28:43,265 --> 01:28:46,491 12월 말에 아버지한테서 편지가 왔어요 933 01:28:49,054 --> 01:28:52,019 남편을 돕고 싶어도 934 01:28:52,232 --> 01:28:56,287 아이들은 어리고 부모님들은 나이 들어 935 01:28:56,387 --> 01:29:01,276 먼 란저우에서 갈 수 없으니 936 01:29:01,376 --> 01:29:07,600 훨씬 가까운 안시에 있는 나더러 가보라 했어요 937 01:29:07,940 --> 01:29:13,333 편지를 당서기에게 보여줬어요, 류지귀라는 938 01:29:15,500 --> 01:29:20,200 놀랍게도 당장 가보랬어요 939 01:29:20,460 --> 01:29:25,358 이미 간부들은 위급 상황을 알고 있었어요 940 01:29:25,458 --> 01:29:31,053 부모님들도 당원이 아니라 돌아가는 걸 모르셨어요 941 01:29:31,772 --> 01:29:35,838 곧장 숙사로 돌아와 부모님께 편지를 썼어요 942 01:29:35,938 --> 01:29:40,080 내가 가서 남편을 돕겠다고 943 01:29:41,260 --> 01:29:46,971 필요한 경비를 두보에게 빌려달랬어요 944 01:29:47,339 --> 01:29:53,005 나처럼 강등되어 급여가 삭감됐지만 945 01:29:53,105 --> 01:29:56,177 돈 쓸데가 많지 않았어요 946 01:29:57,749 --> 01:30:04,964 또 농장 식당에서 일했고 부양가족도 없었어요 947 01:30:07,472 --> 01:30:13,039 가보라는 허락을 받자마자 948 01:30:13,316 --> 01:30:16,969 가서 100위안을 빌렸어요 949 01:30:17,983 --> 01:30:23,194 가기 전에 눈이 많이 왔는데 950 01:30:23,449 --> 01:30:28,171 트럭 짐칸에 앉아 갔어요 951 01:30:28,367 --> 01:30:34,327 차 좌석에는 식당 취사원의 처가 탔어요 952 01:30:34,816 --> 01:30:37,257 그때 농장엔 서열이 있었고 953 01:30:37,357 --> 01:30:42,567 모두 식당 취사원과 잘 지내려 했어요 954 01:30:43,355 --> 01:30:49,960 그래서 외투를 둘러쓰고 짐칸에 앉았어요 955 01:30:51,557 --> 01:30:53,955 몇 시간 뒤 역에 닿았고 956 01:30:54,067 --> 01:30:58,935 바로 차표를 끊어 기차에 올랐어요 957 01:30:59,567 --> 01:31:05,390 밍수이 역에서 내렸는데 958 01:31:05,490 --> 01:31:06,678 1분만 정차했어요 959 01:31:08,979 --> 01:31:16,779 남편에게 줄 음식 보따리와 돈과 양식표가 있었고 960 01:31:16,879 --> 01:31:19,434 혹시 거기 없으면 961 01:31:19,634 --> 01:31:24,467 란저우로 돌아가야 해서 옷 보따리도 있었어요 962 01:31:26,034 --> 01:31:30,390 밍수이 역은 승강장도 없이 아주 작은 역이었고 963 01:31:30,490 --> 01:31:35,634 짐 챙겨 기차에서 내렸을 때는 964 01:31:35,734 --> 01:31:37,667 벌써 캄캄했어요 965 01:31:38,645 --> 01:31:42,887 역 근처의 인가로 가서 966 01:31:42,987 --> 01:31:47,002 농장 가는 길을 물었어요 967 01:31:47,102 --> 01:31:54,475 남자가 눈에 덮인 작은 길을 가리키며 968 01:31:54,575 --> 01:31:57,667 서쪽으로 가다 보면 농장이 나온댔어요 969 01:31:59,459 --> 01:32:02,592 밖은 아주 캄캄했고 970 01:32:03,139 --> 01:32:07,170 눈에 덮인 길엔 나뿐이었어요 971 01:32:07,270 --> 01:32:11,579 기차에서 나만 내렸어요 972 01:32:12,179 --> 01:32:18,170 역을 나오면서부터 973 01:32:18,271 --> 01:32:21,948 아무도 못 만났어요 974 01:32:22,739 --> 01:32:29,127 인적이 끊긴 작은 눈길을 975 01:32:29,227 --> 01:32:33,013 10리는 걸어야 했어요 976 01:32:33,483 --> 01:32:38,306 짐이 무거웠지만 한 가지만 생각했어요 977 01:32:39,427 --> 01:32:44,840 내가 와서 구해주기를 남편이 기다린다고 978 01:32:46,861 --> 01:32:49,605 위급할지도 몰라 979 01:32:50,716 --> 01:32:56,305 쉬지 않고 계속 걸었어요 980 01:32:56,405 --> 01:32:59,183 그러다 보리수 숲까지 왔는데 981 01:32:59,283 --> 01:33:02,127 길이 없어지기 시작했어요 982 01:33:02,227 --> 01:33:07,771 짐을 내려놓고 주변을 살폈어요 983 01:33:35,019 --> 01:33:42,197 눈으로 덮인 길 위에는 사람이라곤 안 보였어요 984 01:33:43,885 --> 01:33:49,852 뒷날 가오지에를 만났는데 985 01:33:50,441 --> 01:33:53,830 농장에서 탈출한 이야기 '도망'을 쓴 사람이었어요 986 01:33:54,185 --> 01:33:58,146 나더러 이리와 안 마주친 게 천운이랬어요 987 01:33:58,246 --> 01:34:03,079 그날 밤 이리를 생각할 겨를도 없었어요 988 01:34:06,339 --> 01:34:08,917 남편을 구하러 가야 했어요 989 01:34:10,150 --> 01:34:12,228 날 기다리고 있었어요 990 01:34:14,739 --> 01:34:20,472 숨이 붙어 있을 때 가기만 하면 991 01:34:22,216 --> 01:34:24,983 구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어요 992 01:34:27,539 --> 01:34:31,606 이리 생각 같은 건 하지도 않았어요 993 01:34:34,059 --> 01:34:38,295 남편을 구하려는 일념뿐이었어요 994 01:34:40,050 --> 01:34:44,720 가오는 책에서 자기 스승이 이리에게 잡아먹혔댔어요 995 01:34:45,305 --> 01:34:50,143 그러면서 내가 천운으로 이리와 안 마주쳤댔어요 996 01:34:50,398 --> 01:34:52,042 난 생각도 못 했어요 997 01:34:53,179 --> 01:34:58,934 농장에서 알게 된 펭쉬웨이한테 이런 이야기를 들었어요 998 01:34:59,034 --> 01:35:04,145 현에서 식자재를 사 오다가 이리 떼에게 쫓겼대요 999 01:35:05,299 --> 01:35:12,745 소달구지를 계속 따라왔대요 1000 01:35:12,845 --> 01:35:19,119 빨리 가면 빠르게 늦게 가면 느리게 1001 01:35:19,507 --> 01:35:25,307 그 이야기를 들었지만 내 생사는 염두에 없었어요 1002 01:35:27,829 --> 01:35:30,918 날 기다리는 남편만 생각했어요 1003 01:35:35,299 --> 01:35:40,974 길을 잃고 주위를 살펴보니 1004 01:35:41,299 --> 01:35:48,476 한쪽으로 길 같은 게 나 있어서 1005 01:35:48,576 --> 01:35:53,476 짐을 들고 계속 걸었어요 1006 01:35:54,339 --> 01:35:56,810 좀 뒤에 사람을 만났어요 1007 01:35:59,721 --> 01:36:02,365 농장 가는 길을 물었더니 1008 01:36:03,021 --> 01:36:10,160 저 앞에 보이는 불빛이 농장 사무소랬어요 1009 01:36:12,259 --> 01:36:15,692 길에만 신경 쓰다 보니 1010 01:36:15,792 --> 01:36:20,748 불빛을 미처 못 봤어요 1011 01:36:21,739 --> 01:36:27,103 농장에 가족을 찾아온 사람 같았어요 1012 01:36:27,581 --> 01:36:31,760 근데 가족을 찾지 못하고 1013 01:36:32,347 --> 01:36:35,640 돌아가는 길이었을 거예요 1014 01:36:36,652 --> 01:36:40,185 간부가 아니라 밤길을 나섰을 거고 1015 01:36:42,030 --> 01:36:47,200 불빛을 따라 사무소에 갔어요 1016 01:36:47,789 --> 01:36:52,474 안에 들어가니 두 남자가 앉아 있었어요 1017 01:36:54,819 --> 01:36:58,297 왕징차오를 찾아왔다 했어요 1018 01:37:00,263 --> 01:37:07,663 두꺼운 장부를 꺼내더니 넘겨보기 시작했어요 1019 01:37:08,374 --> 01:37:13,118 농장이 아주 큰 거 같았어요 1020 01:37:13,918 --> 01:37:19,474 소속을 찾는 데 한참 걸렸어요 1021 01:37:22,674 --> 01:37:27,033 마침내 찾아냈어요 1022 01:37:28,454 --> 01:37:31,321 왕징차오는 12월 13일 죽었다고 했어요 1023 01:37:33,654 --> 01:37:37,800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어요 1024 01:37:38,523 --> 01:37:44,021 구하려는 일념으로 달려왔는데 죽고 말았다니 1025 01:37:47,899 --> 01:37:50,655 나무 의자에 주저앉았어요 1026 01:37:51,190 --> 01:37:54,690 사무실에는 가구가 별로 없었어요 1027 01:37:56,590 --> 01:37:59,790 처음에는 충격에 빠졌어요 1028 01:38:01,934 --> 01:38:03,760 울음도 안 나왔어요 1029 01:38:04,804 --> 01:38:06,640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어요 1030 01:38:07,100 --> 01:38:11,760 남편은 이제 여기 없구나 1031 01:38:12,248 --> 01:38:14,198 이 세상을 떠났구나 1032 01:38:16,587 --> 01:38:18,426 영영 가버렸구나 1033 01:38:25,790 --> 01:38:27,649 울음이 터져 나왔어요 1034 01:38:28,548 --> 01:38:34,160 두 간부는 못 본 척하며 일만 계속했어요 1035 01:38:34,765 --> 01:38:37,165 위로 한마디 하지 않았어요 1036 01:38:42,574 --> 01:38:45,800 사별하는 가족들을 하도 봐서 1037 01:38:46,214 --> 01:38:51,230 그렇게 대하는 게 습관이 됐나 봐요 1038 01:38:56,280 --> 01:38:58,363 얼마를 울었는지 1039 01:38:58,582 --> 01:39:01,485 우파 한 사람을 부르더니 1040 01:39:03,590 --> 01:39:06,223 잘 곳을 마련해주라 했어요 1041 01:39:09,245 --> 01:39:12,046 함께 사무소를 나왔어요 1042 01:39:13,750 --> 01:39:15,646 캄캄한 밤이었어요 1043 01:39:19,618 --> 01:39:26,956 한참 걸어 데려간 게 땅굴 같은 곳이었어요 1044 01:39:28,774 --> 01:39:32,194 사무소에는 석유등이 있었지만 1045 01:39:32,294 --> 01:39:36,396 이 굴속에선 잉크병을 등으로 썼어요 1046 01:39:36,496 --> 01:39:38,674 우리 농장과 같았어요 1047 01:39:40,452 --> 01:39:41,720 큰 굴이었고 1048 01:39:42,314 --> 01:39:46,205 나무판자와 천으로 주위를 둘렀어요 1049 01:39:47,980 --> 01:39:50,502 굴 뒤로 데려가 1050 01:39:51,925 --> 01:39:54,136 이불 두 벌을 주면서 1051 01:39:55,094 --> 01:40:01,303 밤에 추우면 덮으랬어요 1052 01:40:02,011 --> 01:40:06,403 좀 뒤에 또 한 우파 남자가 들어왔어요 1053 01:40:06,774 --> 01:40:12,074 굴 안에 간이 벽돌 화로와 1054 01:40:12,785 --> 01:40:15,674 불쏘시개가 있었어요 1055 01:40:16,004 --> 01:40:20,274 그 위에 냄비 물을 끓이고 1056 01:40:20,918 --> 01:40:24,996 쌀국수를 삶았어요 1057 01:40:25,096 --> 01:40:31,907 한 남자가 말했어요 우한의 고모가 보낸 거라고 1058 01:40:32,007 --> 01:40:34,651 배고프냐고 물어 그렇다고 했어요 1059 01:40:35,272 --> 01:40:40,880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 먹었어요 1060 01:40:41,584 --> 01:40:44,996 선심 쓰는 게 고마웠어요 1061 01:40:47,974 --> 01:40:55,920 사무소의 간부들은 식사 배려 따윈 없었어요 1062 01:40:56,707 --> 01:41:00,952 무관심했고 상관 안 했어요 1063 01:41:01,052 --> 01:41:08,873 같이 먹자고 해서 좋다고 했어요 1064 01:41:08,984 --> 01:41:14,384 하루 종일 굶어 정말 배고팠어요 1065 01:41:14,654 --> 01:41:21,718 여유가 없는 줄 알기에 조금만 먹었어요 1066 01:41:21,818 --> 01:41:24,662 그 사람들에겐 국수를 나눠주는 게 1067 01:41:24,762 --> 01:41:27,484 아주 큰 일이었어요 1068 01:41:27,995 --> 01:41:30,400 그래서 조금만 먹었어요 1069 01:41:31,150 --> 01:41:37,080 들고 온 꽃빵을 좀 나눠줬어요 1070 01:41:37,494 --> 01:41:42,261 정말 맛있다며 먹었어요 1071 01:41:42,361 --> 01:41:45,817 그때 우리 급식량은 30근이었고 1072 01:41:46,214 --> 01:41:50,716 간부들처럼 꽃빵을 만들어 먹었어요 1073 01:41:52,538 --> 01:42:00,694 먹고 나서 두 사람은 곧 잠자리에 들었어요 1074 01:42:01,205 --> 01:42:07,194 둘은 굴 저 끝에 나는 맞은편 끝에 있었어요 1075 01:42:08,691 --> 01:42:12,320 편한 데 잠자리를 펴랬어요 1076 01:42:13,595 --> 01:42:17,228 둘은 이부자리에 누웠지만 1077 01:42:18,028 --> 01:42:22,320 나는 불편했어요 그때는 아직 젊은 여자였고 1078 01:42:22,528 --> 01:42:29,120 낯선 남자 둘과 굴에서 어떻게 잠이 오겠어요? 1079 01:42:29,438 --> 01:42:35,238 어찌할 줄 모르고 앉아 있었어요 1080 01:42:36,414 --> 01:42:39,963 날 데려왔던 이가 눈치챘는지 말했어요 1081 01:42:40,079 --> 01:42:44,800 '걱정 말고 푹 쉬어라 괜찮다' 1082 01:42:45,436 --> 01:42:52,103 너무 늦었고 어쩔 수 없다 생각했어요 1083 01:42:52,747 --> 01:42:57,658 건네받은 이부자리를 폈어요 1084 01:42:57,758 --> 01:43:01,554 이 안에서 죽은 사람 게 분명했어요 1085 01:43:01,813 --> 01:43:05,113 굴은 거의 비었는데 1086 01:43:05,934 --> 01:43:08,536 이부자리는 꽉 차 있었어요 1087 01:43:12,093 --> 01:43:15,713 이부자리를 펴고 외투를 덮었어요 1088 01:43:16,024 --> 01:43:22,310 굴 천장을 판지와 나뭇가지로 덮어놨는데 1089 01:43:22,410 --> 01:43:27,587 그 틈새로 별이 보였어요 1090 01:43:29,336 --> 01:43:35,314 또 그 틈새로 바람이 새어 들어왔어요 1091 01:43:36,774 --> 01:43:42,303 그날 밤 잠을 이룰 수 없었어요 1092 01:43:43,574 --> 01:43:48,670 긴 여행에 피로했고 한참 울고 난 뒤였지만 1093 01:43:49,336 --> 01:43:52,480 계속 잠을 설쳤어요 1094 01:43:53,054 --> 01:43:59,398 누워서 천장의 별을 보며 생각했어요 1095 01:44:02,642 --> 01:44:07,742 이 굴에서 죽은 사람들을 생각했어요 1096 01:44:07,854 --> 01:44:13,443 여전히 여기 있을 거다 혼령이 여길 못 떠날 거다 1097 01:44:15,198 --> 01:44:22,454 굴의 틈새로 들여다보고 있을 거다 1098 01:44:23,974 --> 01:44:27,621 무슨 일이 있나 하고 1099 01:44:30,384 --> 01:44:32,443 억울한 이 고혼들은 1100 01:44:37,927 --> 01:44:43,285 이승을 떠나고 싶지 않았어요 1101 01:44:45,063 --> 01:44:47,618 세상에서 배척당했어요 1102 01:44:52,207 --> 01:44:56,063 지금 어둠 속을 떠돌며 1103 01:44:58,654 --> 01:45:02,276 가고 싶지 않아 했어요 1104 01:45:07,009 --> 01:45:11,913 서둘러 저승길로 떠나고 싶지 않아 했어요 1105 01:45:12,014 --> 01:45:14,265 아직 이승에 미련이 있었어요 1106 01:45:23,454 --> 01:45:29,032 하지만 세상은 이미 등을 돌렸어요 1107 01:45:33,814 --> 01:45:36,098 가까운 사람들과 영영 1108 01:45:38,976 --> 01:45:40,709 떨어지게 됐어요 1109 01:45:43,811 --> 01:45:48,134 이 세상에서 이런저런 꿈이 있었어요 1110 01:45:54,334 --> 01:45:56,012 이제 그런 꿈은 1111 01:45:57,545 --> 01:46:00,256 잊히게 됐어요 1112 01:46:05,901 --> 01:46:08,379 물론 남편 생각도 했어요 1113 01:46:17,478 --> 01:46:21,154 자신을 개조해서 1114 01:46:21,478 --> 01:46:25,800 인민의 품속으로 돌아오려 했어요 1115 01:46:28,374 --> 01:46:33,052 다시 글을 쓰면서 1116 01:46:33,607 --> 01:46:38,763 새 출발 하려 했는데 영영 가버렸어요 1117 01:46:39,963 --> 01:46:42,541 이젠 다시 볼 수 없었어요 1118 01:46:49,574 --> 01:46:55,241 혹독했던 비판회 시절이 떠올랐어요 1119 01:46:59,454 --> 01:47:01,674 나를 껴안아 주며 1120 01:47:04,862 --> 01:47:09,640 다정하게 '예쁜 자오 자오'라 했어요 1121 01:47:10,474 --> 01:47:13,241 남편의 심장 소리가 들리는 거 같았어요 1122 01:47:14,345 --> 01:47:17,901 우리의 심장이 함께 뛰었어요 1123 01:47:21,934 --> 01:47:25,714 이제 그 심장이 1124 01:47:25,814 --> 01:47:29,734 뛰는 걸 멈추고 말았어요 1125 01:47:31,574 --> 01:47:35,467 그 소리를 다신 들을 수 없었어요 1126 01:47:39,772 --> 01:47:46,262 나와 애들만 고난 속에 남겨두고 떠났어요 1127 01:47:46,734 --> 01:47:49,118 난 여전히 우파 분자였어요 1128 01:47:50,654 --> 01:47:55,530 남편을 잃고 변함없이 우파였어요 1129 01:48:02,374 --> 01:48:06,163 어찌 살아갈지 몰랐어요 1130 01:48:10,425 --> 01:48:14,485 혼자 그 짐을 견딜 수 없었어요 1131 01:48:18,174 --> 01:48:22,541 힘없고 약한 우파 분자가 1132 01:48:23,374 --> 01:48:26,327 어떻게 혼자 두 아이를 키우겠어요? 1133 01:48:39,734 --> 01:48:42,701 란저우에서 남편이 인용했던 1134 01:48:42,801 --> 01:48:45,201 '전쟁과 평화'의 한 구절이 떠올랐어요 1135 01:48:45,814 --> 01:48:47,467 '살아 있어 행복하다' 1136 01:48:50,254 --> 01:48:55,756 이젠 이 세상에서 사라졌어요 1137 01:48:58,145 --> 01:48:59,401 그 행복 1138 01:49:02,431 --> 01:49:08,843 모두가 누릴 그 행복을 이젠 알지 못했어요 1139 01:49:13,190 --> 01:49:18,370 남편이 저 위에서 1140 01:49:18,494 --> 01:49:23,621 날 내려다보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1141 01:49:29,071 --> 01:49:35,880 그날 밤을 어떻게 났는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1142 01:49:36,049 --> 01:49:39,038 잤다 깼다 계속 뒤척였어요 1143 01:49:46,814 --> 01:49:51,361 그러다 마침내 날이 밝았어요 1144 01:49:56,694 --> 01:50:00,538 이튿날 아침 한 남자는 일찍 나갔어요 1145 01:50:02,091 --> 01:50:07,994 자리에서 일어나 남은 남자한테 말했어요 1146 01:50:09,242 --> 01:50:11,505 왕징차오의 무덤에 가겠다고 1147 01:50:12,374 --> 01:50:16,274 간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댔어요 1148 01:50:16,549 --> 01:50:22,494 나갔다 오더니 무덤이 멀리 떨어져 있고 1149 01:50:22,594 --> 01:50:25,883 잘 묻어줬으니 걱정 말랬어요 1150 01:50:29,614 --> 01:50:32,029 아무리 멀어도 좋다고 했더니 1151 01:50:32,549 --> 01:50:34,727 그래도 가지 말랬어요 1152 01:50:35,374 --> 01:50:39,705 그래서 의심이 들었어요 1153 01:50:40,174 --> 01:50:44,834 우리 농장에서도 많이 죽었고 1154 01:50:44,934 --> 01:50:47,785 급하게 묻었어요 1155 01:50:48,397 --> 01:50:54,318 무덤을 못 찾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1156 01:50:55,276 --> 01:50:59,808 그렇다고 낯선 사람 묘에 가서 1157 01:51:02,141 --> 01:51:03,360 곡하고 1158 01:51:06,994 --> 01:51:07,960 절하겠어요? 1159 01:51:09,782 --> 01:51:11,749 놔두라고 했어요 1160 01:51:11,849 --> 01:51:17,271 무덤을 못 찾는다면 아무 소용 없었어요 1161 01:51:19,974 --> 01:51:24,194 그날 밤 다른 새 굴로 옮기게 했어요 1162 01:51:26,694 --> 01:51:31,294 안에 세 사람이 있었어요 1163 01:51:31,572 --> 01:51:37,805 텐수이에서 온 남매는 페이지펑의 자식들이었어요 1164 01:51:39,774 --> 01:51:43,727 또 한 명은 우체국 여직원이었어요 1165 01:51:44,694 --> 01:51:50,950 페이지펑은 전직 교사로 농장에서 죽었어요 1166 01:51:52,245 --> 01:51:55,772 우체국 여직원의 남편도 그랬고 1167 01:51:56,214 --> 01:52:00,605 나는 기자였고 역시 남편이 죽었다 했어요 1168 01:52:01,254 --> 01:52:04,416 그 뒤론 서로 별말 없이 1169 01:52:07,902 --> 01:52:10,814 그냥 울기만 했어요 1170 01:52:13,454 --> 01:52:16,070 다른 할 말이 뭐 있겠어요? 1171 01:52:19,174 --> 01:52:26,536 그 동굴도 고인들의 이부자리가 여기저기 널렸어요 1172 01:52:26,802 --> 01:52:29,878 이불에 싸서 묻거나 1173 01:52:29,978 --> 01:52:32,034 그마저 안 한 사람들도 있어 1174 01:52:32,534 --> 01:52:34,812 그렇게 남았을 거예요 1175 01:52:38,214 --> 01:52:41,267 그날 밤 그 이부자리에서 잤어요 1176 01:52:41,814 --> 01:52:48,067 다른 굴에도 우리 같은 과부와 고아들이 있고 1177 01:52:48,494 --> 01:52:53,010 농장의 생존자들도 있었겠지만 1178 01:52:53,311 --> 01:52:56,571 아무도 못 만났어요 1179 01:52:56,694 --> 01:53:03,055 간부들은 자기 일만 끝내고 신경도 안 썼어요 1180 01:53:07,832 --> 01:53:14,055 오기 전에 불상사에 대비했어요 1181 01:53:14,155 --> 01:53:21,289 혹시 남편이 죽었을 때 란저우로 가게 돼 있었어요 1182 01:53:21,389 --> 01:53:23,700 란저우를 떠날 때 1183 01:53:23,800 --> 01:53:27,011 큰아들이 7살 작은아들이 4살이었고 1184 01:53:27,112 --> 01:53:29,833 오랫동안 보지 못했어요 1185 01:53:31,054 --> 01:53:36,155 이제 관할에서 벗어나 란저우로 가도 됐어요 1186 01:53:36,366 --> 01:53:40,500 그때는 차표 구하기가 힘들어 1187 01:53:40,600 --> 01:53:44,422 간부에게 표를 부탁했어요 1188 01:53:50,694 --> 01:53:52,200 좋다고 했어요 1189 01:53:53,334 --> 01:53:57,744 몇 시간 뒤 돌아오더니 1190 01:53:57,844 --> 01:54:01,560 표를 안 사도 된댔어요 1191 01:54:02,990 --> 01:54:06,634 상부에서 새 지시가 내려왔대요 1192 01:54:06,735 --> 01:54:13,278 농장의 수용자를 모두 집에 돌려보내라고 1193 01:54:13,646 --> 01:54:23,490 그날 오후에 기차가 출발한댔어요 1194 01:54:23,590 --> 01:54:28,668 그래서 모두 표를 안 사고 돌아가게 됐어요 1195 01:54:30,157 --> 01:54:34,468 그날 란저우로 떠났어요 1196 01:54:36,334 --> 01:54:40,823 밍수이가 아닌 가오타이 역에서 출발했어요 1197 01:54:42,174 --> 01:54:48,453 밍수이에선 기차가 1분만 정차했고 1198 01:54:48,554 --> 01:54:50,397 승강장도 없었어요 1199 01:54:53,908 --> 01:54:56,942 그때 만난 게 왕치였어요 1200 01:54:57,614 --> 01:55:04,481 짐이 많아 도와줄 사람을 농장에 부탁했더니 1201 01:55:04,581 --> 01:55:07,281 왕치를 보내줬어요 1202 01:55:09,574 --> 01:55:13,441 역에 가보니 피난민들처럼 1203 01:55:13,541 --> 01:55:16,760 서로 밀면서 기차에 타려 했어요 1204 01:55:17,327 --> 01:55:20,849 왕치는 뒤에 남아야 했고 1205 01:55:21,216 --> 01:55:27,649 남은 꽃빵을 줬더니 뒷날 그걸 기억했어요 1206 01:55:29,385 --> 01:55:31,080 징차오는 모른댔어요 1207 01:55:34,614 --> 01:55:39,294 나중에 기차 안에서 누가 와 1208 01:55:39,394 --> 01:55:41,750 왕징차오의 처냐 물었어요 1209 01:55:42,574 --> 01:55:48,541 내가 온 줄 알았지만 만나지 못하게 했대요 1210 01:55:49,374 --> 01:55:51,396 그 사람이 주천셩이었어요 1211 01:55:52,432 --> 01:55:58,282 38사단의 고참 간부였는데 1212 01:55:59,216 --> 01:56:06,838 젊은 여자와 동거해 사생아를 낳아 1213 01:56:07,871 --> 01:56:14,194 군직에서 쫓겨나 노동 교양을 받게 됐어요 1214 01:56:16,682 --> 01:56:20,040 왕징차오를 잘 안다면서 1215 01:56:20,445 --> 01:56:25,202 의젓한 사람이라 모두 존경했대요 1216 01:56:25,523 --> 01:56:31,800 아직 상중이라 긴 이야기는 못 나눴어요 1217 01:56:34,174 --> 01:56:38,990 먼 길이었는데 기차가 아주 느렸어요 1218 01:56:41,579 --> 01:56:50,946 거기다 먹을 걸 주지 않았어요 1219 01:56:51,668 --> 01:56:55,600 우리 몫의 빵이 없었어요 1220 01:56:57,853 --> 01:57:03,457 빵을 제공한다고 해놓고 하지 않았어요 1221 01:57:03,968 --> 01:57:08,324 가져온 음식은 벌써 다 먹었어요 1222 01:57:10,094 --> 01:57:13,445 옆에 한 농민이 앉았는데 1223 01:57:15,214 --> 01:57:18,594 볶은 밀가루가 있었어요 1224 01:57:18,834 --> 01:57:26,044 돈과 양식표를 좀 주고 반 사발과 바꿨어요 1225 01:57:26,422 --> 01:57:29,155 그것만 먹었어요 1226 01:57:30,174 --> 01:57:34,394 딴 사람들은 어떻게 했는지 몰라요 1227 01:57:34,494 --> 01:57:43,407 가는 내내 속였어요 조금만 더 가면 된다고 1228 01:57:43,814 --> 01:57:48,552 '거의 다 왔다 조금만 기다려라' 1229 01:57:48,652 --> 01:57:51,960 '이제 거의 다 왔다'면서 1230 01:57:52,449 --> 01:57:57,769 란저우에 다 왔을 때는 먹을 게 다 떨어졌고 1231 01:57:58,424 --> 01:58:00,536 받은 게 없었어요 1232 01:58:02,094 --> 01:58:07,591 집에 가면 먹긴 하겠지 생각했어요 1233 01:58:10,934 --> 01:58:13,647 란저우도 기근인 걸 몰랐어요 1234 01:58:14,780 --> 01:58:22,758 내가 없는 동안 란저우 사람들도 굶주렸어요 1235 01:58:26,334 --> 01:58:29,720 그때 여동생이 둘이었는데 1236 01:58:29,820 --> 01:58:34,231 하나는 소학교 또 하나는 중학교에 다녔어요 1237 01:58:34,331 --> 01:58:40,270 둘이 일요일에 힘든 일을 했대요 1238 01:58:41,189 --> 01:58:46,320 멀리까지 가 당근 잎을 모아왔대요 1239 01:58:46,574 --> 01:58:48,555 당근 잎은 전에 안 먹었어요 1240 01:58:50,800 --> 01:58:58,409 농민들이 남겨둔 당근 잎을 모아 1241 01:58:58,807 --> 01:59:02,833 자루에 담아 집에 가져왔대요 1242 01:59:03,622 --> 01:59:05,933 전에는 입에도 안 댔어요 1243 01:59:07,703 --> 01:59:13,167 여동생과 내 아들들이 란저우에서 굶주리고 있었어요 1244 01:59:14,014 --> 01:59:16,789 집에 들어서는데 1245 01:59:17,400 --> 01:59:20,400 나 혼자인 걸 보고 다 눈치챘어요 1246 01:59:20,500 --> 01:59:24,844 겨울방학이라 여동생들도 집에 있었어요 1247 01:59:26,374 --> 01:59:31,130 아버지는 상황이 그렇게 나쁜 줄 모르셨어요 1248 01:59:32,785 --> 01:59:37,634 겨울방학이 되면 여동생들을 1249 01:59:37,734 --> 01:59:44,252 남편에게 보낼 생각도 하셨어요 1250 01:59:44,774 --> 01:59:48,396 하지만 내가 갔을 때는 죽은 지 한 달 지났어요 1251 01:59:52,572 --> 01:59:53,840 그래도 1252 01:59:55,654 --> 02:00:02,194 집에 오니 마음이 놓이고 속 편했어요 1253 02:00:06,372 --> 02:00:09,972 큰일 치르고 왔어요 1254 02:00:12,291 --> 02:00:15,920 그 뒤 신문사로 돌아가 1255 02:00:16,849 --> 02:00:19,260 한동안 잡일을 했어요 1256 02:00:21,214 --> 02:00:27,993 그러다 1961년 9월 하순에 1257 02:00:28,894 --> 02:00:32,200 전체간부회의에서 갑자기 1258 02:00:32,816 --> 02:00:35,560 우파들을 복권한다 선포했어요 1259 02:00:36,374 --> 02:00:41,285 그토록 기다렸던 날이었지만 1260 02:00:41,385 --> 02:00:44,754 왕징차오를 비롯해 죽은 사람들을 1261 02:00:44,854 --> 02:00:51,000 사후 복권한다는 소식에 1262 02:00:51,496 --> 02:00:53,396 울음만 나왔어요 1263 02:00:55,734 --> 02:01:01,323 이제 와 무슨 소용이에요? 다 가고 없는데 1264 02:01:14,694 --> 02:01:16,412 나는 살아남았고 1265 02:01:17,711 --> 02:01:25,640 아들에게 돌아왔어도 깨어진 가족이었어요 1266 02:01:26,094 --> 02:01:31,634 신문사에서 작은 집을 내줘 아들들과 옮겼어요 1267 02:01:31,734 --> 02:01:35,222 복권된 뒤로는 1268 02:01:35,323 --> 02:01:41,668 62년부터 자료실에서 일하게 됐어요 1269 02:01:43,033 --> 02:01:48,080 당시 58.24위안으로는 세 식구가 살기 쉽지 않았어요 1270 02:01:49,869 --> 02:01:55,944 여전히 배가 고팠고 62년에도 식량이 부족했어요 1271 02:01:57,454 --> 02:02:01,732 그래도 셋이 근근이 지냈어요 1272 02:02:05,214 --> 02:02:09,498 문화혁명 중에 또 같은 일이 벌어졌어요 1273 02:02:09,598 --> 02:02:11,320 아직 안 한 이야기예요 1274 02:02:12,273 --> 02:02:15,765 다시 우파 분자로 낙인찍혔어요 1275 02:02:16,294 --> 02:02:18,432 1969년 3월 1276 02:02:20,094 --> 02:02:24,183 그때 신문사가 극좌파인 군이 운영했는데 1277 02:02:24,574 --> 02:02:27,472 6, 70명을 감금하고 1278 02:02:28,794 --> 02:02:30,120 1명을 체포했어요 1279 02:02:31,214 --> 02:02:33,679 나는 태도가 불손하다고 1280 02:02:33,780 --> 02:02:37,235 중징계를 받았어요 1281 02:02:37,512 --> 02:02:40,934 우파 분자로 낙인찍혀 공직에서 쫓겨나고 1282 02:02:41,445 --> 02:02:44,356 노동 개조를 하게 했어요 1283 02:02:45,490 --> 02:02:46,901 후이닝으로 보냈는데 1284 02:02:47,367 --> 02:02:50,011 아버지 고향이지만 가본 적도 없었어요 1285 02:02:52,012 --> 02:02:54,890 어쩔 수가 없었어요 1286 02:02:57,885 --> 02:03:03,112 우리 집안이 지주 성분이랬어요 1287 02:03:03,414 --> 02:03:09,070 집안이 땅을 가진 적 없다고 써냈는데도 1288 02:03:09,414 --> 02:03:10,920 우린 노동자 성분이었어요 1289 02:03:12,134 --> 02:03:17,247 아버지 고향인 후이닝에 관해 많이 물었어요 1290 02:03:19,094 --> 02:03:24,703 고향에서 제일 가까운 인민공사 이름도 몰랐어요 1291 02:03:25,492 --> 02:03:28,381 수십 년이 흘렀는데 어찌 알겠어요? 1292 02:03:29,094 --> 02:03:33,792 깐거우란 곳을 물었어요 1293 02:03:33,892 --> 02:03:41,581 어릴 때 아버지한테 들어봤다 했어요 1294 02:03:42,658 --> 02:03:49,791 그때부터 친가의 친척들한테 연락을 보냈어요 1295 02:03:50,574 --> 02:03:52,647 그러다 4월 초에 1296 02:03:54,814 --> 02:04:00,247 후이닝으로 노동 개조를 보냈어요 1297 02:04:01,381 --> 02:04:07,481 도착하던 날 큰 눈보라가 몰아쳤어요 1298 02:04:08,374 --> 02:04:13,925 후이닝 출신의 왕수란 할머니가 이렇게 말했어요 1299 02:04:14,025 --> 02:04:19,925 '두 손이 있는데 왜 도시에서 빈둥거리나' 1300 02:04:20,103 --> 02:04:25,760 이 말을 듣고 전국적으로 도시의 실업자들을 1301 02:04:26,305 --> 02:04:29,703 농촌으로 보내기 시작했어요 1302 02:04:32,623 --> 02:04:38,592 그렇게 4월 초에 후이닝에 갔는데 1303 02:04:38,692 --> 02:04:41,559 그때 이미 큰아들은 농촌으로 간 뒤고 1304 02:04:41,992 --> 02:04:45,003 작은아들은 중학교에 다녔어요 1305 02:04:45,583 --> 02:04:48,914 원래는 나와 함께 보내려 했어요 1306 02:04:49,931 --> 02:04:55,680 나는 파직 되고 걔를 누가 돌봐줘야 했어요 1307 02:04:56,347 --> 02:04:59,503 근데 애가 영리했어요 1308 02:05:00,023 --> 02:05:05,181 농촌에 가면 힘들다는 걸 알고 1309 02:05:05,480 --> 02:05:09,047 '노동선전대' 선생에게 물어봤어요 1310 02:05:09,147 --> 02:05:13,891 선생은 바라지 않으면 안 가도 된다고 했어요 1311 02:05:14,743 --> 02:05:19,134 그래서 주소를 어머니 집으로 옮기고 1312 02:05:19,423 --> 02:05:23,536 란저우에 남도록 했어요 1313 02:05:23,637 --> 02:05:29,669 학교에선 내가 가는 걸 돕게 며칠 쉬게 했어요 1314 02:05:32,569 --> 02:05:38,536 후이닝에는 아버지의 이복형제들인 숙부들이 있었어요 1315 02:05:38,636 --> 02:05:43,158 한 아버지에 어머니가 달랐어요 1316 02:05:44,183 --> 02:05:50,960 그쪽이 후이닝으로 옮긴 건 1317 02:05:52,616 --> 02:05:54,649 이야기가 좀 복잡해요 1318 02:05:56,238 --> 02:05:59,027 할아버지한테 본처와 후실이 있었어요 1319 02:05:59,283 --> 02:06:01,361 아버지는 본처 소생이고 1320 02:06:01,461 --> 02:06:03,661 숙부들은 후실 소생이었어요 1321 02:06:05,423 --> 02:06:08,423 할아버지가 1947년에 돌아가시자 1322 02:06:08,533 --> 02:06:12,191 후실은 란저우를 떠났어요 1323 02:06:12,490 --> 02:06:18,042 그때 후이닝으로 가서 2, 30묘의 땅을 빌렸어요 1324 02:06:18,143 --> 02:06:24,423 나중에 그 작은 땅 때문에 지주 성분이 됐고 1325 02:06:24,523 --> 02:06:30,745 온 가족이 지주 성분으로 분류됐어요 1326 02:06:31,183 --> 02:06:39,523 지주라고는 하나 숙부들은 몹시 가난했어요 1327 02:06:39,943 --> 02:06:47,754 내가 갔을 때 서류에는 숙부 집에 있게 돼 있었어요 1328 02:06:47,854 --> 02:06:53,510 '편의 제공'이라고 늘 쓰는 말 있잖아요 1329 02:06:53,823 --> 02:07:00,092 근데 가보니 내게 내 줄 방이 없었어요 1330 02:07:00,423 --> 02:07:05,779 큰 숙부래 봐야 7, 8살 위였어요 1331 02:07:07,823 --> 02:07:14,545 처와 애들 네댓이 있었고 1332 02:07:14,645 --> 02:07:20,412 온 식구가 한방을 쓰고 큰 침상에서 함께 잤어요 1333 02:07:20,743 --> 02:07:26,798 다른 숙부들은 더 해서 토굴집 같은 데 살았어요 1334 02:07:26,898 --> 02:07:31,054 방 내줄 형편이 못 됐어요 1335 02:07:33,087 --> 02:07:36,743 또 숙부들은 내가 우파라는 걸 알았는데 1336 02:07:36,891 --> 02:07:40,220 가뜩이나 지주 성분이라 압박이 심했어요 1337 02:07:41,303 --> 02:07:46,103 나한테 이렇게 말했어요 1338 02:07:48,925 --> 02:07:52,692 '집이 너무 작고' 1339 02:07:53,103 --> 02:07:58,600 '또 아무래도' 1340 02:07:58,903 --> 02:08:01,870 '한솥밥을 안 먹는 게 낫겠다' 1341 02:08:03,287 --> 02:08:07,043 그 말뜻 알아요? 1342 02:08:07,183 --> 02:08:12,443 같이 지내게 되면 더 눈총받는다는 거였어요 1343 02:08:12,898 --> 02:08:19,887 지주가 아닌 집이 좋겠으니 그렇게 하랬어요 1344 02:08:19,987 --> 02:08:24,943 그때 동행했던 간부가 장씨 성으로 좋은 사람이었어요 1345 02:08:25,043 --> 02:08:29,087 아직 마을에 있었고 1346 02:08:29,454 --> 02:08:34,132 지방 간부 집에 묵고 있었어요 1347 02:08:34,543 --> 02:08:43,014 숙부는 가기 전에 빨리 붙잡아 1348 02:08:43,114 --> 02:08:47,314 다른 지낼 곳을 부탁해 보랬어요 1349 02:08:48,467 --> 02:08:55,012 숙부는 지방 간부의 집으로 나를 데려갔고 1350 02:08:55,112 --> 02:08:57,668 장 씨 간부한테 사정을 말했어요 1351 02:08:59,583 --> 02:09:06,563 숙부 집에 지낼 방이 없다고 했어요 1352 02:09:06,663 --> 02:09:08,734 사정을 이해했어요 1353 02:09:09,183 --> 02:09:13,543 지낼 방도 없고 1354 02:09:13,703 --> 02:09:18,049 가져온 물건을 둘 데도 없다고 했어요 1355 02:09:19,972 --> 02:09:21,550 그때 가져온 게 1356 02:09:22,005 --> 02:09:25,838 한 차 분량은 되는데 1357 02:09:26,103 --> 02:09:28,272 어디 둘 데가 없었어요 1358 02:09:30,272 --> 02:09:35,443 간부는 생각해 보자며 우리를 돌려보냈고 1359 02:09:35,583 --> 02:09:40,716 그날 밤은 숙부 집에서 잤어요 1360 02:09:41,461 --> 02:09:45,817 이튿날 간부가 한 농민 집에서 받아주겠다니 1361 02:09:48,365 --> 02:09:49,783 그리 가랬어요 1362 02:09:50,488 --> 02:09:57,405 그날 작은 숙부들이 짐 옮기는 걸 도왔어요 1363 02:09:57,688 --> 02:10:01,237 농민의 성은 왕 씨고 빈농 성분이었어요 1364 02:10:01,821 --> 02:10:05,388 숙부는 그 말을 듣고 1365 02:10:05,488 --> 02:10:11,039 왕 씨가 사람 좋고 잘해줄 거랬어요 1366 02:10:11,368 --> 02:10:16,681 그렇게 손수레에 짐을 싣고 농민의 집으로 갔어요 1367 02:10:17,008 --> 02:10:19,941 농민의 집은 둥근 움집이었어요 1368 02:10:20,365 --> 02:10:23,280 움집이 뭔지 알아요? 1369 02:10:24,128 --> 02:10:30,532 네, 둥근 흙 굴집인데 처음 봤어요 1370 02:10:31,143 --> 02:10:33,765 진흙 벽을 세워놓고 1371 02:10:34,025 --> 02:10:40,252 가난해서 서까래나 기와를 올릴 여유가 없어 1372 02:10:40,585 --> 02:10:45,674 천장을 흙벽돌로 둥글게 해놨어요 1373 02:10:47,582 --> 02:10:52,982 거기 빈방이 있어 그리 짐을 옮겼어요 1374 02:10:53,082 --> 02:10:56,215 취사도 됐어요 1375 02:10:56,694 --> 02:11:02,800 방의 폭이 2, 3미터 됐고 1376 02:11:04,549 --> 02:11:10,832 길이가 6, 7미터에 온돌이 있었어요 1377 02:11:10,932 --> 02:11:14,920 취사용 쇠 냄비를 가져갔어요 1378 02:11:16,187 --> 02:11:19,509 농촌에선 큰 냄비를 쓰는데 1379 02:11:19,731 --> 02:11:22,254 내 건 좀 더 작았어요 1380 02:11:22,354 --> 02:11:31,032 숙부가 방구석에 작은 화덕을 만들어줘 1381 02:11:31,609 --> 02:11:33,554 취사할 수 있었어요 1382 02:11:34,228 --> 02:11:43,696 다음에 불쏘시개로 불을 피워 1383 02:11:44,107 --> 02:11:51,216 냄비에 물을 끓이게 했어요 1384 02:11:51,532 --> 02:11:58,388 집에서 보온병을 가져와 늘 더운물을 먹게 됐어요 1385 02:11:58,866 --> 02:12:01,760 왕 씨 농민이 진짜 잘 해줬어요 1386 02:12:03,277 --> 02:12:08,139 사실 아주 먼 친척 관계였어요 1387 02:12:10,121 --> 02:12:13,778 그 집 할아버지는 자기를 왕 할아버지라 부르랬어요 1388 02:12:13,878 --> 02:12:18,232 촌수가 어찌 되는지는 잘 몰라도 1389 02:12:18,333 --> 02:12:21,279 나를 한 집안사람처럼 대했어요 1390 02:12:21,379 --> 02:12:26,639 그때 난 30대였는데 50대 부부를 1391 02:12:26,739 --> 02:12:28,560 왕 어머니 왕 아버지라 불렀어요 1392 02:12:29,690 --> 02:12:39,059 그때는 아직 호구에 안 올라 양식표를 받지 못 해 1393 02:12:39,159 --> 02:12:43,292 첫날 저녁을 그 집 식구와 같이 먹었어요 1394 02:12:44,746 --> 02:12:48,840 메밀국수와 집에서 담근 짠지였어요 1395 02:12:49,832 --> 02:12:58,159 말했듯이 아주 먼 친척 간이라 했고 1396 02:12:58,259 --> 02:13:04,508 한 숙부와 잘 아는 사이였어요 1397 02:13:04,608 --> 02:13:08,039 그날 밤 왕 어머니 말이 1398 02:13:08,139 --> 02:13:16,873 그 빈방을 오래 안 썼는데 온돌을 데워놨댔어요 1399 02:13:16,973 --> 02:13:19,564 그날 밤 따뜻하게 잤어요 1400 02:13:20,405 --> 02:13:23,560 저녁 먹고 바로 잠들었어요 1401 02:13:25,539 --> 02:13:29,240 이튿날 아침 일어나 1402 02:13:32,835 --> 02:13:38,918 양식표를 신청하러 공사 사무소로 갔어요 1403 02:13:39,109 --> 02:13:44,880 사무소가 십리 길이었고 절차 밟을 게 많아 1404 02:13:44,981 --> 02:13:52,160 그날은 일 안 했어요 1405 02:13:55,006 --> 02:14:00,876 양식표가 나왔는데 한 달 치 밀가루였고 1406 02:14:01,640 --> 02:14:08,407 부근에서 밀가루를 타 따로 취사하게 됐어요 1407 02:14:09,349 --> 02:14:13,373 또 왕 아버지 말대로 버들 망태기를 샀어요 1408 02:14:17,278 --> 02:14:22,834 등에 메고 다니는 망태기였어요 1409 02:14:22,934 --> 02:14:28,189 농촌에선 누구나 이 망태기를 썼어요 1410 02:14:28,289 --> 02:14:33,445 거름 나르는 일할 때 썼고 1411 02:14:33,545 --> 02:14:43,642 또 불쏘시개를 모으고 1412 02:14:43,841 --> 02:14:51,774 땔감인 당나귀와 말 똥을 주워 왔어요 1413 02:14:54,809 --> 02:14:59,085 사흘째부터 일했는데 거름을 날랐어요 1414 02:15:02,300 --> 02:15:09,411 생산 대장이 사람들에게 이미 내 이야기를 해놨어요 1415 02:15:09,609 --> 02:15:13,422 란저우에서 온 우파 분자라고 1416 02:15:14,082 --> 02:15:18,133 농민들은 별로 개의치 않았어요 1417 02:15:19,609 --> 02:15:25,942 대장은 문혁을 내세워 위세 부리는 인물이었어요 1418 02:15:26,042 --> 02:15:31,909 함께 일하는 여자들은 친절하고 호기심이 많아 1419 02:15:32,010 --> 02:15:35,877 이것저것 물어봤어요 1420 02:15:39,741 --> 02:15:46,941 처음에는 대장과 함께 일했는데 1421 02:15:47,041 --> 02:15:56,852 망태기에 너무 무겁게 지운다고 딴 여자들이 말했어요 1422 02:15:56,952 --> 02:16:04,385 자기들과 같이하면 일이 훨씬 편할 거랬어요 1423 02:16:04,863 --> 02:16:11,317 빨리 해야 하고 쉴 틈 없던 농장과는 달랐어요 1424 02:16:11,501 --> 02:16:16,274 농민들이 말했어요 '공동의 일이니 슬슬 하라'고 1425 02:16:17,209 --> 02:16:21,218 그게 그랬어요 혼자 아무리 열심히 해봐야 1426 02:16:21,431 --> 02:16:22,880 돌아가는 건 같았어요 1427 02:16:24,649 --> 02:16:29,553 농장 일보다 수월했어요 1428 02:16:30,917 --> 02:16:36,198 대장은 언제든 작업을 중단시키고 1429 02:16:36,298 --> 02:16:41,931 남자들과 나무 판에 흙 말로 장기를 뒀어요 1430 02:16:43,176 --> 02:16:47,343 자신은 일하는 시늉만 했어요 1431 02:16:49,488 --> 02:16:52,654 이번이 두 번째라 1432 02:16:52,755 --> 02:16:57,523 복권될 기회가 없으리라 생각했어요 1433 02:16:58,033 --> 02:17:02,480 생산대의 농민들은 1434 02:17:05,889 --> 02:17:07,811 나를 남처럼 대하지 않았어요 1435 02:17:08,449 --> 02:17:15,711 한 번은 대장이 없는 틈에 빈둥대고 있었는데 1436 02:17:16,129 --> 02:17:23,763 누가 말했어요, '장 대장 온다 뭐랄지 모르니 조심해라' 1437 02:17:24,911 --> 02:17:29,119 자기들은 별 상관없지만 1438 02:17:29,219 --> 02:17:33,141 내가 걸리면 문책받는 걸 알았어요 1439 02:17:34,549 --> 02:17:41,982 농민들은 날 봐주고 가족처럼 대했어요 1440 02:17:42,569 --> 02:17:47,738 온 직후에 왕 어머니가 사람들에게 말했어요 1441 02:17:47,838 --> 02:17:52,682 우파 분자라고 날 따돌리면 안 된다고 1442 02:17:53,529 --> 02:17:59,429 무슨 분자니 하는 식으로 1443 02:17:59,529 --> 02:18:02,518 사람을 대하지 말고 1444 02:18:02,809 --> 02:18:07,240 손님으로 한 가족으로 대하랬어요 1445 02:18:09,666 --> 02:18:17,741 첫날 온돌에 어떻게 불 피울지 몰랐는데 1446 02:18:17,841 --> 02:18:21,269 불 피우는 걸 도와주고 1447 02:18:21,369 --> 02:18:24,678 보살펴 줬어요 1448 02:18:24,778 --> 02:18:31,179 매일 왕 어머니는 문 앞에 불쏘시개를 놔뒀어요 1449 02:18:31,679 --> 02:18:37,067 늘 딸처럼 대하며 살펴줘서 1450 02:18:38,111 --> 02:18:42,208 따뜻한 온돌에서 잠들었어요 1451 02:18:42,309 --> 02:18:46,027 농장에서 오래 춥게 지냈던지라 1452 02:18:46,305 --> 02:18:50,805 여기가 별천지 같았고 1453 02:18:52,180 --> 02:18:54,772 큰 자유를 찾은 기분이었어요 1454 02:18:56,009 --> 02:18:59,860 그래도 농촌 생활은 힘들었고 1455 02:18:59,960 --> 02:19:02,216 우물도 없었어요 1456 02:19:03,089 --> 02:19:07,287 빗물을 받아놓고 썼어요 1457 02:19:07,409 --> 02:19:10,280 세수할 때는 1458 02:19:11,769 --> 02:19:18,036 물을 조금 떠서 문지르면 그만이었어요 1459 02:19:18,249 --> 02:19:25,925 근데 특별히 나한테는 대야를 쓰게 해줬어요 1460 02:19:26,025 --> 02:19:28,400 나한테 잘 해줬어요 1461 02:19:31,126 --> 02:19:35,866 근데 한 달이 지나고 점점 힘든 일이 생겼어요 1462 02:19:36,032 --> 02:19:41,763 타온 밀가루를 다 먹고 밀을 갈아야 했어요 1463 02:19:41,929 --> 02:19:49,451 그때 거긴 맷돌질 할 연장이나 당나귀가 없었어요 1464 02:19:49,551 --> 02:19:51,518 당나귀는 공공 재산이었고 1465 02:19:52,174 --> 02:19:56,241 손으로 갈아야 했어요 1466 02:19:56,718 --> 02:20:02,680 밀을 까부르는 건 남들이 도와줬지만 1467 02:20:03,185 --> 02:20:05,463 가는 건 본인이 해야 했어요 1468 02:20:06,129 --> 02:20:12,373 그게 힘들었어요 익숙하지 않아서 1469 02:20:13,339 --> 02:20:19,195 힘든 일은 아닌데 왠지 어지러웠어요 1470 02:20:19,689 --> 02:20:23,362 하루는 하다가 갑자기 땀이 났어요 1471 02:20:23,689 --> 02:20:27,251 왕 어머니가 왜 그러냐 물었어요 1472 02:20:28,148 --> 02:20:31,815 '왜 그렇게 땀 흘리느냐?' 1473 02:20:32,809 --> 02:20:35,029 '안색이 안 좋다'며 1474 02:20:35,129 --> 02:20:38,659 어지럽다고 했어요 1475 02:20:38,937 --> 02:20:44,760 왠지 갈다 보면 어지럽다고 1476 02:20:46,426 --> 02:20:51,326 앉아 있으라고 하더니 대신 일을 해줬어요 1477 02:20:51,659 --> 02:20:54,837 이전의 농장 일은 힘들었어도 1478 02:20:55,404 --> 02:20:58,982 몸에 밴 일이었어요 1479 02:20:59,082 --> 02:21:03,193 이 일은 더 쉬운데 왠지 잘 안됐어요 1480 02:21:04,488 --> 02:21:10,720 어째야 할지 몹시 걱정했어요 1481 02:21:11,770 --> 02:21:13,239 조금도 못 갈았어요 1482 02:21:15,969 --> 02:21:19,102 그 가족이 다시 해결해 줬어요 1483 02:21:19,980 --> 02:21:24,313 당나귀가 있는 산의 농가를 왕 어머니가 알았어요 1484 02:21:24,633 --> 02:21:30,758 그 집에 말해서 당나귀를 빌려왔고 1485 02:21:30,858 --> 02:21:34,491 그렇게 밀을 갈 수 있었어요 1486 02:21:34,769 --> 02:21:42,658 나한테 어려운 일이 생기면 늘 나서서 도와줬어요 1487 02:21:43,064 --> 02:21:46,360 그 뒤론 손으로 밀을 갈지 않았어요 1488 02:21:49,154 --> 02:21:56,636 내가 간 첫해는 후이닝에 비가 많이 와 풍년이었어요 1489 02:21:56,736 --> 02:22:05,286 그때는 아직 젊고 건강해 일 많이 했어요 1490 02:22:07,081 --> 02:22:12,833 그해에 양식을 충분히 받아 1491 02:22:13,049 --> 02:22:17,225 이듬해까지 먹고 지냈어요 1492 02:22:18,637 --> 02:22:24,538 근데 3년째에 가뭄으로 양식이 모자랐어요 1493 02:22:27,194 --> 02:22:31,850 후이닝에선 낫으로 밀을 베지 않았어요 1494 02:22:33,726 --> 02:22:34,960 잡아 뽑았어요 1495 02:22:35,526 --> 02:22:39,920 농장에선 낫을 썼지 1496 02:22:40,363 --> 02:22:43,163 손으로 해본 적이 없었어요 1497 02:22:46,852 --> 02:22:54,963 하루는 밭일을 나갔는데 뽑다가 손에 물집이 잡혔어요 1498 02:22:55,129 --> 02:22:58,463 왕 어머니가 보고 말했어요 1499 02:22:58,769 --> 02:23:06,102 '그 손으로 내일 어떻게 일하겠느냐?' 1500 02:23:06,689 --> 02:23:12,002 낫만 써봤다고 했더니 1501 02:23:12,633 --> 02:23:19,558 '진작 말하지 낫을 빌려주마' 했어요 1502 02:23:22,404 --> 02:23:27,018 밀의 키가 작아 쭈그려 앉아야 했어요 1503 02:23:27,249 --> 02:23:31,749 근데 농촌 여자들은 전족을 해 앉을 수가 없었어요 1504 02:23:32,022 --> 02:23:36,802 그래서 무릎 꿇고 일했어요 1505 02:23:36,969 --> 02:23:41,640 다들 집에서 만든 무릎 받침을 썼어요 1506 02:23:43,548 --> 02:23:47,616 왕 어머니는 나이 들어 밭일을 못 해 1507 02:23:47,716 --> 02:23:54,072 자기 무릎 받침과 낫을 빌려줬어요 1508 02:23:55,369 --> 02:24:00,538 농장 일처럼 힘들진 않았어요 1509 02:24:01,602 --> 02:24:05,226 공사의 사람들은 1510 02:24:05,489 --> 02:24:07,822 내게 잘 해줬어요 1511 02:24:07,922 --> 02:24:10,069 계급의 적이 아니라 1512 02:24:10,300 --> 02:24:12,644 인간답게 대했어요 1513 02:24:18,049 --> 02:24:21,378 가뭄이 들고 1514 02:24:22,369 --> 02:24:24,622 먹을 게 부족했어요 1515 02:24:25,809 --> 02:24:27,133 힘든 시절이었어요 1516 02:24:28,449 --> 02:24:34,871 개에게 줄 물도 없었어요 1517 02:24:35,409 --> 02:24:42,869 다들 강물을 먹으라고 밤에 개들을 풀어놨어요 1518 02:24:42,969 --> 02:24:48,726 강물이 탁했지만 사람 먹을 물도 모자라 1519 02:24:48,929 --> 02:24:51,005 개들을 풀어놨어요 1520 02:24:55,169 --> 02:24:59,191 첫 해 겨울에 감자를 많이 수확했어요 1521 02:25:00,329 --> 02:25:03,560 몇백 근 됐어요 1522 02:25:03,826 --> 02:25:10,140 그 감자를 광에 저장해 놓고 1523 02:25:10,289 --> 02:25:13,400 요긴하게 먹었어요 1524 02:25:14,080 --> 02:25:20,829 감자녹말로 국수도 해 먹었어요 1525 02:25:20,929 --> 02:25:23,291 지금도 감자를 안 먹어요 1526 02:25:23,701 --> 02:25:26,046 그때 하도 물려서 1527 02:25:29,182 --> 02:25:34,040 가뭄으로 농민들은 굶주렸어요 1528 02:25:34,547 --> 02:25:39,369 나는 집에서 보낸 양식표로 지냈어요 1529 02:25:40,636 --> 02:25:46,669 농민들은 말이 아니었고 개들도 굶어 죽었어요 1530 02:25:48,329 --> 02:25:51,913 대장은 양식을 훔쳤어요 1531 02:25:53,369 --> 02:25:57,200 농민들은 굶는데 1532 02:25:57,771 --> 02:26:04,349 훔친 걸로 자기 돼지들을 살찌운다는 1533 02:26:04,449 --> 02:26:06,638 말이 나돌았어요 1534 02:26:07,294 --> 02:26:14,894 그 집 식구들은 쉬운 일만 하면서도 1535 02:26:14,994 --> 02:26:19,071 남들 몫과 똑같이 받았어요 1536 02:26:19,172 --> 02:26:22,320 양식을 훔쳐 굶주리지 않았어요 1537 02:26:24,009 --> 02:26:27,298 그 무렵 계급투쟁이 격화됐고 1538 02:26:27,835 --> 02:26:31,931 린뱌오가 지시를 내렸어요 1539 02:26:32,769 --> 02:26:37,487 몇 호 지시인지는 잘 기억 안 나지만 1540 02:26:37,858 --> 02:26:41,076 도시인들을 농촌에 내려보내란 것이었어요 1541 02:26:42,009 --> 02:26:45,365 똑똑히 기억은 안 나도 그랬어요 1542 02:26:48,017 --> 02:26:51,851 란저우에서 상당수가 왔어요 1543 02:26:55,160 --> 02:26:59,960 대장이 일장 훈시를 했어요 1544 02:27:02,630 --> 02:27:04,982 '지금은 전시와 같다' 1545 02:27:06,569 --> 02:27:12,189 '우파 분자들의 행동에 따라' 1546 02:27:12,289 --> 02:27:17,282 '즉결 처분해 총살해도 무방하다' 1547 02:27:21,489 --> 02:27:24,100 근데 1972년에 1548 02:27:24,775 --> 02:27:27,633 문화대혁명 대상자를 다시 선별했어요 1549 02:27:29,289 --> 02:27:37,600 많은 신문 사원을 체포해 농촌으로 보냈고 1550 02:27:37,700 --> 02:27:40,140 나 같은 우파 분자들을 1551 02:27:40,240 --> 02:27:45,760 반혁명 분자 파괴 분자로 처리했어요 1552 02:27:46,049 --> 02:27:52,127 절도로 비판받은 이가 있었는데 1553 02:27:53,291 --> 02:27:57,272 처가 일이 없고 살기가 곤궁했어요 1554 02:28:00,471 --> 02:28:01,960 뭐랬냐 하면 1555 02:28:04,571 --> 02:28:09,585 석탄인가를 훔쳤다 했어요 1556 02:28:09,849 --> 02:28:14,038 석탄 조금 훔쳤다고 1557 02:28:14,138 --> 02:28:16,560 파괴 분자라며 농촌에 보냈어요 1558 02:28:17,538 --> 02:28:24,238 당시에는 이중으로 처벌받았어요 1559 02:28:24,338 --> 02:28:30,449 당에서 제명당하고 공직에서 쫓겨났어요 1560 02:28:30,549 --> 02:28:38,271 그때 란저우의 친척에게서 편지가 왔어요 1561 02:28:38,849 --> 02:28:44,449 란저우로 돌아와 재심사를 받아보라고 1562 02:28:44,794 --> 02:28:46,600 어떻게 그렇게 해요? 1563 02:28:47,060 --> 02:28:51,894 근데 여동생이 전보를 보냈어요 1564 02:28:52,710 --> 02:28:56,305 작은아들이 폐렴이니 돌아오라고 1565 02:28:56,590 --> 02:29:01,141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1566 02:29:01,870 --> 02:29:08,503 근데 간부는 전보가 공식적이 아니랬어요 1567 02:29:09,681 --> 02:29:14,436 그 전보로는 공식 증명이 안 된다면서 1568 02:29:16,598 --> 02:29:20,866 여동생은 작은 공장에 다녔고 1569 02:29:21,390 --> 02:29:25,310 상사와 사이가 좋았어요 1570 02:29:25,410 --> 02:29:28,140 그래서 다시 전보를 보냈어요 1571 02:29:30,550 --> 02:29:33,303 공장의 직인을 찍어서 1572 02:29:34,790 --> 02:29:41,268 다시 요청했더니 란저우로 돌아가도 좋댔어요 1573 02:29:42,900 --> 02:29:50,215 물론 내 본뜻은 재심사받는 것이었어요 1574 02:29:52,470 --> 02:29:59,069 당시 란저우에선 호구조사가 엄격했어요 1575 02:29:59,510 --> 02:30:05,170 아들과 어머니 집에 있었는데 1576 02:30:05,270 --> 02:30:10,666 한밤중에 검사관들이 찾아와 1577 02:30:11,147 --> 02:30:13,403 호구조사를 했어요 1578 02:30:15,870 --> 02:30:19,581 그중 하나가 친척이었어요 1579 02:30:20,033 --> 02:30:25,090 날 알면서도 몇 가지 묻곤 1580 02:30:25,225 --> 02:30:31,214 눈을 찡끗하더니 별다른 조사 없이 나갔어요 1581 02:30:31,314 --> 02:30:34,547 그 뒤 여동생 숙사로 갔어요 1582 02:30:34,647 --> 02:30:38,660 직원 숙사고 조사가 없었어요 1583 02:30:39,070 --> 02:30:44,280 여동생은 갓난애가 있어 도움이 필요했어요 1584 02:30:44,670 --> 02:30:47,787 애 돌보고 가사 일 하는 1585 02:30:48,030 --> 02:30:56,028 집안일을 봐주면서 재심사 소식을 기다렸어요 1586 02:30:57,070 --> 02:31:01,470 신문사를 군이 관리하고 있어 1587 02:31:02,147 --> 02:31:06,803 처리가 더디게 진행됐어요 1588 02:31:06,903 --> 02:31:13,680 냉담한 태도였고 호의라곤 없었어요 1589 02:31:14,870 --> 02:31:20,222 모든 서류가 공안국을 거쳤어요 1590 02:31:20,662 --> 02:31:23,968 공안국을 거쳐야 일이 진행됐어요 1591 02:31:25,576 --> 02:31:32,051 처음에는 공안국에서 복직 신청을 거부하고 1592 02:31:32,273 --> 02:31:37,160 후이닝으로 돌아가랬어요 1593 02:31:38,150 --> 02:31:43,241 다행히 사촌의 남편이 공안국에서 일했어요 1594 02:31:46,070 --> 02:31:53,658 공안국에서 근무한 지 얼마 안 됐지만 1595 02:31:53,790 --> 02:31:57,624 상사가 힘이 좀 있었어요 1596 02:31:57,876 --> 02:32:01,152 그렇게 뒷 경로를 통해 1597 02:32:02,133 --> 02:32:09,387 마침내 재심을 받아들여 신문사에 복직했어요 1598 02:32:11,720 --> 02:32:16,244 1972년 4월에 란저우로 돌아왔지만 1599 02:32:17,870 --> 02:32:20,907 1974년 8월이 되어서야 1600 02:32:21,830 --> 02:32:26,950 신문사에 복직할 수 있었어요 1601 02:32:30,670 --> 02:32:33,810 근데 오래 못 있을 거 같았어요 1602 02:32:33,996 --> 02:32:38,858 정치적 압박이 심했어요 1603 02:32:39,310 --> 02:32:45,300 막 복직한 우파 분자라고 보는 눈이 곱지 않았어요 1604 02:32:45,532 --> 02:32:48,265 란저우에서 딴 일을 찾아보려 했어요 1605 02:32:51,070 --> 02:32:53,099 그때 어머니는 60대였고 1606 02:32:53,765 --> 02:32:56,462 건강이 안 좋으셨어요 1607 02:32:57,350 --> 02:33:02,369 여동생은 수력 발전 설계를 전공했는데 1608 02:33:02,469 --> 02:33:06,513 문화혁명을 겪으면서 1609 02:33:07,457 --> 02:33:09,103 공장 일을 하게 됐어요 1610 02:33:09,350 --> 02:33:11,725 어린아이들이 있었는데 1611 02:33:12,113 --> 02:33:18,333 어머니가 병으로 육아나 가사를 못 도왔어요 1612 02:33:18,433 --> 02:33:23,402 내가 자료과에서 일하며 늦게 돌아가는 게 1613 02:33:23,769 --> 02:33:25,260 어머니한테 안 좋았어요 1614 02:33:25,550 --> 02:33:32,850 그래서 란저우에서 이직하고 1615 02:33:32,950 --> 02:33:38,927 집안일을 도울 생각이었어요 1616 02:33:39,027 --> 02:33:46,474 그때 란저우는 문화혁명으로 교사가 부족했어요 1617 02:33:46,808 --> 02:33:49,333 특히 중학교 교사가 그랬어요 1618 02:33:50,385 --> 02:33:56,063 신문사에 내가 심장병이 있고 1619 02:33:56,330 --> 02:34:00,063 어머니가 편찮으셔서 1620 02:34:00,285 --> 02:34:05,840 신문사를 관두고 교사로 일하고 싶댔어요 1621 02:34:06,852 --> 02:34:08,952 어차피 날 못마땅하게 여겼어요 1622 02:34:09,433 --> 02:34:17,800 근데 최후 통지를 해왔어요 1623 02:34:19,055 --> 02:34:20,560 간난으로 가라고 1624 02:34:23,210 --> 02:34:30,480 석 달 안에 안 가면 일자리가 없댔어요 1625 02:34:32,788 --> 02:34:38,320 복직한 지 얼마 안 되는데 뭐라 따지겠어요? 1626 02:34:40,155 --> 02:34:45,533 간신히 복직했는데 1627 02:34:45,633 --> 02:34:47,933 다시 잃을 순 없었어요 1628 02:34:49,277 --> 02:34:53,466 결국은 하는 수 없이 1629 02:34:53,833 --> 02:34:56,633 간난으로 가야 했어요 1630 02:34:58,866 --> 02:35:01,944 다른 이유도 있었어요 1631 02:35:02,044 --> 02:35:03,944 그때 재혼했는데 1632 02:35:04,121 --> 02:35:08,432 두 번째 남편이 간난에 있었어요 1633 02:35:10,165 --> 02:35:18,310 서북민족학원에서 일했는데 그 조직을 해체하고 1634 02:35:18,410 --> 02:35:23,733 상당수의 인원을 간난으로 보냈어요 1635 02:35:23,833 --> 02:35:30,960 간난은 추운 고산지대였어요 1636 02:35:32,543 --> 02:35:38,309 해발 2천9백 미터였어요 1637 02:35:38,409 --> 02:35:43,065 딴 데면 어머니를 모시고 가겠는데 1638 02:35:43,165 --> 02:35:50,533 고산지대라 어머니 건강에 더 안 좋았어요 1639 02:35:51,609 --> 02:35:58,079 옮겨야 했지만 1640 02:35:58,890 --> 02:36:01,533 한참을 미루다가 1641 02:36:02,368 --> 02:36:05,881 1975년 4월에 갔어요 1642 02:36:06,133 --> 02:36:08,017 나한테는 말 안 하셨지만 1643 02:36:08,590 --> 02:36:11,943 어머니가 친구분들에게 그러셨대요 1644 02:36:12,043 --> 02:36:15,151 '펭민이 가면 난 오래 못 산다'라고 1645 02:36:15,745 --> 02:36:19,293 어머니가 계신 집에는 1646 02:36:19,926 --> 02:36:22,003 화장실이 없었어요 1647 02:36:22,481 --> 02:36:26,800 내가 가면 손주 둘 뿐이었어요 1648 02:36:28,041 --> 02:36:31,013 용변을 보려면 1649 02:36:31,721 --> 02:36:37,637 제일 가까운 공중화장실이 7, 8분 거리였어요 1650 02:36:37,881 --> 02:36:43,322 이미 한 눈을 실명하셨고 1651 02:36:43,422 --> 02:36:47,960 다른 눈도 잘 안 보였어요 1652 02:36:48,921 --> 02:36:53,143 더는 자신을 돌볼 수가 없었어요 1653 02:36:54,388 --> 02:36:58,244 그래서 내가 가면 오래 못 산다셨어요 1654 02:36:59,401 --> 02:37:02,913 그래도 어쩔 수가 없었어요 1655 02:37:03,041 --> 02:37:05,921 간난에 가서 뭘 하겠냐 물어 1656 02:37:06,521 --> 02:37:13,540 중학교 국어 교사를 하겠다고 했어요 1657 02:37:14,081 --> 02:37:18,814 고졸 출신이라고 이력에 나와 있었지만 1658 02:37:19,303 --> 02:37:20,941 할 수 있다고 했어요 1659 02:37:21,214 --> 02:37:24,292 당시 신설된 간난 민족학교에 1660 02:37:24,503 --> 02:37:28,390 국어 교사로 보내줬어요 1661 02:37:28,683 --> 02:37:35,605 그때 여동생 편지가 왔어요 어머니가 몹시 아프다고 1662 02:37:35,949 --> 02:37:39,149 답장을 썼어요 1663 02:37:39,338 --> 02:37:42,738 치료해 보고 1664 02:37:42,994 --> 02:37:49,280 그래도 호전 안 되면 전보를 보내라고 1665 02:37:50,321 --> 02:37:55,441 일주일도 안 돼 전보가 왔어요 1666 02:37:55,641 --> 02:38:00,627 내 답장을 받기도 전이었는데 1667 02:38:01,334 --> 02:38:06,023 빨리 집에 오라 했어요 1668 02:38:06,123 --> 02:38:09,745 학교 동료들이 수상하게 생각했을 거예요 1669 02:38:10,345 --> 02:38:18,480 이제 막 와선 집에 가보겠다 했으니 1670 02:38:19,014 --> 02:38:23,023 집에 와보니 병이 위중했어요 1671 02:38:23,934 --> 02:38:27,810 어머니가 걷지를 못하셔서 1672 02:38:27,921 --> 02:38:33,200 제부가 병원에 모시고 갔어요 1673 02:38:33,561 --> 02:38:39,434 근데 병원에선 죽어간다고 안 받아줬어요 1674 02:38:42,361 --> 02:38:48,013 난 우파 분자에 여동생은 공장 직원 1675 02:38:48,294 --> 02:38:52,172 제부는 하방 돼 온 처지였어요 1676 02:38:52,801 --> 02:38:54,361 아무 힘이 없었어요 1677 02:38:56,161 --> 02:39:02,461 결국 간신히 한의원에 모셔갔어요 1678 02:39:04,554 --> 02:39:09,238 망막 출혈이 뇌에 이르렀고 1679 02:39:09,572 --> 02:39:17,272 지나치게 신경 쓴 게 병이 된 것 같으며 1680 02:39:17,372 --> 02:39:20,805 치료가 안 된다고 했어요 1681 02:39:21,872 --> 02:39:27,216 내가 가면 오래 못 사실 걸 어머니는 아셨어요 1682 02:39:28,418 --> 02:39:33,094 나중에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1683 02:39:33,534 --> 02:39:37,285 간쑤일보가 내 가족 둘을 죽였다 1684 02:39:37,885 --> 02:39:40,268 처음에는 남편 다음엔 어머니 1685 02:39:40,368 --> 02:39:44,601 날 안 보냈으면 그렇게 빨리 안 돌아가셨어요 1686 02:39:46,601 --> 02:39:52,440 그때 나한테는 아직 수업이 배정 안 됐어요 1687 02:39:53,134 --> 02:39:58,797 한 여동생은 공장에 휴가 낼 형편이 못 됐어요 1688 02:39:59,112 --> 02:40:05,368 또 한 여동생은 애가 둘인데 1689 02:40:05,468 --> 02:40:10,640 걸음마 하는 애와 갓난애였어요 1690 02:40:12,680 --> 02:40:17,591 내가 휴직계를 내고 어머니를 돌봤어요 1691 02:40:19,491 --> 02:40:21,898 두세 달 뒤에 1692 02:40:23,435 --> 02:40:28,146 어머니는 긴 병환 끝에 세상을 떠나셨어요 1693 02:40:32,913 --> 02:40:40,169 장례식은 간소하게 치렀어요 1694 02:40:41,148 --> 02:40:45,101 나와 작은 여동생 둘 뿐이었어요 1695 02:40:45,824 --> 02:40:49,635 동생은 며칠 휴가를 냈어요 1696 02:40:50,904 --> 02:40:53,935 큰 여동생은 못 왔어요 1697 02:40:57,424 --> 02:41:00,524 나중에 겨울 휴가 때 여동생들이 집에 왔고 1698 02:41:01,824 --> 02:41:08,646 어머니 묘에 작은 묘비를 세웠어요 1699 02:41:13,064 --> 02:41:20,391 1978년 12월에 마침내 나는 정치적으로 복권됐어요 1700 02:41:20,780 --> 02:41:25,413 왕징차오는 간쑤일보의 우파 우두머리라며 1701 02:41:25,780 --> 02:41:28,280 1979년에야 복권됐어요 1702 02:41:28,468 --> 02:41:34,512 결국 신문사의 우파 11명이 모두 복권됐어요 1703 02:41:36,291 --> 02:41:37,360 그 뒤 1704 02:41:41,357 --> 02:41:43,790 79년에 민족학원으로 옮겼어요 1705 02:42:26,332 --> 02:42:28,499 1990년에 비로소 1706 02:42:29,264 --> 02:42:32,533 농장에서 같이 고생했던 사람들에게 연락을 취했어요 1707 02:42:33,100 --> 02:42:34,590 그중에 1708 02:42:37,866 --> 02:42:41,400 가오타이에 사는 샤오종화라고 있었어요 1709 02:42:41,500 --> 02:42:48,760 편지를 보냈더니 바로 답장이 왔어요 1710 02:42:49,624 --> 02:42:54,596 이렇게 썼어요 '지금 가오타이에 사는데' 1711 02:42:54,697 --> 02:43:00,391 '남편이 있었던 농장과 멀지 않다' 1712 02:43:01,235 --> 02:43:08,050 '남편이 밍수이에서 죽은 건 알지만' 1713 02:43:08,150 --> 02:43:10,280 '남편 이름은 몰랐다' 1714 02:43:10,743 --> 02:43:14,873 '남편의 묘를 찾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지만' 1715 02:43:14,973 --> 02:43:21,560 '편지를 받기 전까진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1716 02:43:22,869 --> 02:43:28,542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묘 찾는 걸 돕고 싶다' 1717 02:43:30,808 --> 02:43:37,235 그동안 나도 같은 소망을 품고 있었어요 1718 02:43:37,335 --> 02:43:43,297 1961년 농장에서 나올 때 간부들이 거짓말했어요 1719 02:43:44,967 --> 02:43:48,056 남편의 묘를 찾지 못 해 1720 02:43:48,156 --> 02:43:52,498 고별의 예를 갖추지 못했어요 1721 02:43:52,811 --> 02:43:56,720 수십 년 동안 마음에 품고 있었어요 1722 02:43:58,465 --> 02:44:04,925 마침내 1991년 큰아들 파샤와 함께 1723 02:44:05,205 --> 02:44:12,200 가오타이로 가서 애아버지 묘를 찾아 1724 02:44:16,219 --> 02:44:19,052 제사를 올리게 됐어요 1725 02:44:23,459 --> 02:44:25,952 당시 그곳에는 1726 02:44:27,099 --> 02:44:32,897 묘지로 길이 안 나 있었는데 1727 02:44:33,299 --> 02:44:36,450 그곳 지리를 잘 아는 샤오종화가 1728 02:44:36,607 --> 02:44:41,827 자전거로 안내했어요 1729 02:44:42,218 --> 02:44:44,384 아들 파샤는 자전거를 빌렸고 1730 02:44:44,485 --> 02:44:46,628 나는 샤오종화의 자전거 1731 02:44:47,273 --> 02:44:50,107 뒤에 타고 갔어요 1732 02:44:52,362 --> 02:44:55,360 30여 년이 흘렀지만 1733 02:44:56,539 --> 02:45:01,095 남편이 묻힌 곳을 찾아내기를 바랐어요 1734 02:45:02,172 --> 02:45:07,439 묘를 찾는 가족들을 위해 1735 02:45:08,498 --> 02:45:12,120 농장의 간부들이 1736 02:45:14,154 --> 02:45:24,532 고인의 묘 위에 이름이 적힌 돌을 놔뒀어요 1737 02:45:26,619 --> 02:45:32,142 검정 잉크나 붉은 물감으로 써놨어요 1738 02:45:33,529 --> 02:45:40,596 글씨가 안 지워지도록 돌을 엎어놨어요 1739 02:45:43,979 --> 02:45:47,951 널린 무덤들을 보며 아주 비통했어요 1740 02:45:48,499 --> 02:45:54,596 그동안 과연 남편 무덤을 찾을 수 있을지 몰랐어요 1741 02:45:56,307 --> 02:46:01,718 여기서 나올 때 애들은 아기였어요 1742 02:46:01,818 --> 02:46:06,474 이제 다 큰 아들을 데리고 1743 02:46:06,619 --> 02:46:09,529 그 애 아버지가 묻힌 곳에 왔어요 1744 02:46:10,739 --> 02:46:14,995 묘지에 들어서면서부터 울음이 터져 나왔어요 1745 02:46:16,259 --> 02:46:23,418 아주 큰 묘지에 무덤들이 꽉 차 있었고 1746 02:46:23,518 --> 02:46:27,251 이 무덤 저 무덤을 다니면서 1747 02:46:27,499 --> 02:46:31,887 돌을 다 뒤집어봤지만 이름이 다 지워졌어요 1748 02:46:32,819 --> 02:46:39,279 샤오종화가 1979년에 왔을 때는 1749 02:46:39,380 --> 02:46:43,576 아직 이름이 보였다고 했어요 1750 02:46:45,552 --> 02:46:50,127 이젠 너무 오랜 세월이 흘렀어요 1751 02:46:50,552 --> 02:46:58,600 셋이 모든 무덤을 돌아다니며 1752 02:46:58,859 --> 02:47:04,759 돌을 집어 이름을 살펴봤지만 1753 02:47:04,859 --> 02:47:09,694 남편 무덤을 찾을 수 없었어요 1754 02:47:10,419 --> 02:47:16,648 모든 무덤이 같았어요 이름이 다 지워졌어요 1755 02:47:18,139 --> 02:47:23,120 결국 묘지의 한 공터에서 1756 02:47:23,659 --> 02:47:26,748 제물을 올렸어요 1757 02:47:27,281 --> 02:47:35,451 샤오종화가 현지에서 복숭아와 과일을 사 왔고 1758 02:47:35,608 --> 02:47:41,393 우리는 란저우에서 대련을 가져왔어요 1759 02:47:43,326 --> 02:47:46,215 내가 써온 '수조가두'와 1760 02:47:46,548 --> 02:47:48,592 함께 고난을 겪은 1761 02:47:49,128 --> 02:47:54,840 양캉과 두버지의 추도문이었어요 1762 02:47:56,939 --> 02:48:01,171 파샤가 대련을 읽기 전에 아버지라 외쳤어요 1763 02:48:01,579 --> 02:48:06,526 30년 만에 처음이었어요 1764 02:48:07,373 --> 02:48:11,306 아버지라 불러보질 못했어요 1765 02:48:12,579 --> 02:48:18,118 말을 배우기도 전에 아버지를 잃었어요 1766 02:48:18,362 --> 02:48:23,535 처음으로 아버지라 부르는 걸 듣고 1767 02:48:23,635 --> 02:48:27,446 너무나 감격스러웠어요 1768 02:48:28,701 --> 02:48:31,813 그 애가 대련을 읽고서 모두 통곡했어요 1769 02:48:34,899 --> 02:48:39,927 그날 날씨는 좀 흐렸어요 1770 02:48:42,859 --> 02:48:47,955 묘지는 아주 조용했어요 1771 02:48:48,608 --> 02:48:51,910 새 소리나 벌레 소리도 없었어요 1772 02:48:52,934 --> 02:48:59,453 그 정적 속에서 아들의 대련을 태우고 1773 02:48:59,899 --> 02:49:04,120 무덤에 엎드려 흐느꼈어요 1774 02:49:09,299 --> 02:49:17,502 다음에는 내가 써온 '수조가두'를 읽었는데 1775 02:49:17,602 --> 02:49:20,098 계속 목이 메었어요 1776 02:49:32,139 --> 02:49:39,336 내 생각을 담아온 것이라 끝까지 읽어야 했어요 1777 02:49:40,769 --> 02:49:47,914 가까스로 읽기를 마쳤어요 1778 02:49:51,536 --> 02:49:53,403 그리고 샤오종화가 1779 02:49:53,659 --> 02:49:58,213 두버지와 양캉의 추도문을 읽었어요 1780 02:50:00,899 --> 02:50:06,788 남편이 핍박받게 된 세 편의 글이 1781 02:50:08,099 --> 02:50:09,360 후세에 남을 것이며 1782 02:50:11,659 --> 02:50:16,166 고이 잠들기를 빌었어요 1783 02:50:18,859 --> 02:50:26,426 다음에는 현지 풍습에 따라 종이를 불태웠어요 1784 02:50:36,126 --> 02:50:40,690 샤오종화는 묘지에서 먼 곳에 살았지만 1785 02:50:40,899 --> 02:50:46,002 나보다 10살 아래고 체력이 좋아 1786 02:50:46,102 --> 02:50:50,745 자전거 뒤에 나를 태웠어요 1787 02:50:50,846 --> 02:50:54,058 길이 험했지만 1788 02:50:54,267 --> 02:50:59,790 별 탈 없이 뜻한 대로 됐어요 1789 02:50:59,890 --> 02:51:02,590 제사를 끝내고 1790 02:51:03,499 --> 02:51:05,657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1791 02:51:06,339 --> 02:51:12,061 오래전에 내가 묵었던 굴의 사진도 있었어요 1792 02:51:13,659 --> 02:51:22,339 당시의 모든 걸 상세하게 담아두고 싶었어요 1793 02:51:25,139 --> 02:51:30,156 가슴 아팠지만 1794 02:51:30,689 --> 02:51:32,356 오랜 숙원을 풀고 1795 02:51:33,019 --> 02:51:35,308 란저우로 돌아가게 됐어요 1796 02:51:36,979 --> 02:51:41,680 우린 30년 만에 제사를 올렸지만 1797 02:51:41,952 --> 02:51:46,430 모든 가족이 다 그렇진 못했어요 1798 02:51:46,531 --> 02:51:49,386 우리뿐일지도 몰랐어요 1799 02:51:51,830 --> 02:51:58,999 돌로 둘러싸인 무덤도 있었어요 1800 02:51:59,099 --> 02:52:03,331 가족들이 찾아왔지만 1801 02:52:04,059 --> 02:52:09,797 유해를 옮기지 못한 것 같았어요 1802 02:52:10,386 --> 02:52:17,774 숱한 사람들이 애통하게 같은 길을 오갔을 거예요 1803 02:52:18,379 --> 02:52:22,706 나는 남편의 무덤을 못 찾았어요 1804 02:52:22,806 --> 02:52:25,706 고인을 찾아왔는데 1805 02:52:26,350 --> 02:52:28,739 제대로 매장 안 된 유해들도 있었어요 1806 02:52:29,406 --> 02:52:31,295 무덤 중에는 1807 02:52:32,619 --> 02:52:38,694 유골이 드러난 곳이 있었어요 1808 02:52:39,163 --> 02:52:43,953 입을 벌린 해골들이 1809 02:52:45,072 --> 02:52:48,880 모래에 반쯤 묻혀 있었어요 1810 02:52:49,075 --> 02:52:51,977 이렇게 외치는 것 같았어요 1811 02:52:52,247 --> 02:52:54,915 억울하게 죽어 1812 02:52:55,899 --> 02:52:58,699 고이 잠들 수 없다고 1813 02:53:04,099 --> 02:53:09,519 1978년의 11기 3중전회 이후 55호 문건으로 1814 02:53:09,619 --> 02:53:12,120 대다수 우파 분자가 복권됐고 1815 02:53:13,410 --> 02:53:17,560 우파라는 낙인에서 벗어났어요 1816 02:53:19,539 --> 02:53:24,010 공식 통계에 따르면 1817 02:53:24,299 --> 02:53:29,061 55만 2,827명의 우파 분자가 복권됐고 1818 02:53:29,699 --> 02:53:33,817 이 숫자는 1819 02:53:34,139 --> 02:53:39,539 우파로 낙인찍힌 이들의 99.98%예요 1820 02:53:40,095 --> 02:53:42,294 96명만 복권 안 됐어요 1821 02:53:42,593 --> 02:53:48,674 '좌파의 화'란 책에 그렇게 나와요 1822 02:53:49,197 --> 02:53:54,119 현재는 대여섯 명만 남았다고 하는데 1823 02:53:54,875 --> 02:53:57,675 실제로는 96명이에요 1824 02:53:58,219 --> 02:54:04,186 다이후앙이 쓴 '구사일생'에도 96명으로 나와요 1825 02:54:04,499 --> 02:54:10,563 하지만 기록된 것보다 규모가 훨씬 광범위했어요 1826 02:54:10,758 --> 02:54:18,400 아무튼 기록된 숫자의 99.98%가 복권됐어요 1827 02:54:19,739 --> 02:54:24,925 나머지 0.02% 1828 02:54:25,025 --> 02:54:31,600 그러니까 이 96명만 실제 남았는데 1829 02:54:32,558 --> 02:54:36,692 반우파 투쟁은 철저히 부정되지 않았어요 1830 02:54:36,792 --> 02:54:41,336 철저히 부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1831 02:54:42,059 --> 02:54:49,225 이 55여만 명이란 게 기록된 숫자일 뿐이에요 1832 02:54:50,170 --> 02:54:55,362 55여만 외에 기록 안 된 게 허다해요 1833 02:54:55,619 --> 02:54:59,186 예를 들어 대학생들은 1834 02:54:59,619 --> 02:55:03,530 냉혹하게 처리됐어요 1835 02:55:04,979 --> 02:55:09,424 란저우 대학의 많은 학생을 1836 02:55:09,524 --> 02:55:12,924 우파라며 노동 개조 보냈고 1837 02:55:13,541 --> 02:55:19,124 살아서 돌아오지 못 한 사람도 있었어요 1838 02:55:20,699 --> 02:55:25,766 우리 가족만 박해받은 게 아니라 1839 02:55:25,888 --> 02:55:30,177 주위의 많은 사람이 고난을 겪었고 1840 02:55:30,365 --> 02:55:34,521 그 사실을 써야겠다 생각했어요 1841 02:55:35,019 --> 02:55:40,065 그래서 1989년 은퇴한 뒤 책을 쓰기 시작했어요 1842 02:55:40,943 --> 02:55:43,479 처음에는 많이들 말렸고 1843 02:55:43,786 --> 02:55:46,676 여동생들까지 그랬어요 1844 02:55:48,886 --> 02:55:52,011 '왜 쓰느냐?' 했어요 1845 02:55:52,779 --> 02:55:57,151 '써봐야 발표도 못 할 텐데 왜 쓰느냐?'고 1846 02:55:57,339 --> 02:56:01,560 친구들은 이런 걱정도 했어요 1847 02:56:02,019 --> 02:56:07,320 기억을 되살리는 게 너무 가슴 아플 거라고 1848 02:56:08,379 --> 02:56:12,209 왜 그 쓰라린 기억을 들추려는지 1849 02:56:12,309 --> 02:56:15,043 이해를 못 했어요 1850 02:56:16,539 --> 02:56:18,921 '왜 들추려느냐?' 1851 02:56:20,498 --> 02:56:22,000 '한 번으로 족하지 않으냐?'면서 1852 02:56:24,876 --> 02:56:30,351 바로 그렇게 아픈 경험이었기에 1853 02:56:30,539 --> 02:56:34,651 역사의 기록으로 남겨야 했어요 1854 02:56:34,899 --> 02:56:39,610 내가 직접 겪은 사실들이라 1855 02:56:39,710 --> 02:56:45,877 쓸 이유가 충분하다 생각했어요 1856 02:56:46,299 --> 02:56:50,338 무엇보다 나 자신의 이야기고 1857 02:56:50,819 --> 02:56:55,543 나보다 누가 더 잘 알겠어요? 1858 02:56:57,459 --> 02:57:00,237 내가 안 쓰면 누가 쓰겠어요? 1859 02:59:48,759 --> 02:59:50,281 전화 받아야겠네 1860 02:59:56,259 --> 02:59:57,159 여보세요? 1861 02:59:58,626 --> 02:59:59,782 네, 그래요 1862 03:00:03,339 --> 03:00:06,415 아니 못 들었어요 1863 03:00:10,912 --> 03:00:11,812 그래요 1864 03:00:15,357 --> 03:00:16,324 그래요 1865 03:00:18,779 --> 03:00:20,046 다른 생존자 1866 03:00:21,290 --> 03:00:22,190 그래요 1867 03:00:27,279 --> 03:00:28,179 그래요 1868 03:00:28,357 --> 03:00:30,760 남편과 같은 농장에 있었어요 1869 03:00:36,786 --> 03:00:38,386 74살쯤 돼요 1870 03:00:43,219 --> 03:00:44,397 나보다 손위예요 1871 03:00:50,219 --> 03:00:55,440 아들이 둘인데 큰애는 2003년에 죽었어요 1872 03:00:57,697 --> 03:00:58,828 지금은 작은애뿐이에요 1873 03:01:00,308 --> 03:01:02,441 그럼 복권됐어요? 1874 03:01:03,190 --> 03:01:05,053 우파였어요? 1875 03:01:05,864 --> 03:01:06,764 아니 1876 03:01:07,904 --> 03:01:09,297 그랬어요? 1877 03:01:09,895 --> 03:01:13,683 나중에 복권됐어요? 1878 03:01:18,641 --> 03:01:20,341 문화혁명 때는 괜찮았군요 1879 03:01:26,007 --> 03:01:30,451 이름과 전화번호를 말해줘요 1880 03:01:30,785 --> 03:01:32,160 펜 가져올게요 1881 03:01:50,348 --> 03:01:51,400 됐어요 1882 03:01:53,259 --> 03:01:55,525 '정확하다'의 '증'? 1883 03:01:56,664 --> 03:01:58,260 샤오증샹? 1884 03:01:58,904 --> 03:02:01,320 네, 네, 네 1885 03:02:02,224 --> 03:02:04,215 전화 고마워요 1886 03:02:05,270 --> 03:02:06,170 안녕히 계세요 1887 03:02:16,241 --> 03:02:18,760 쿤밍의 또 다른 생존자에게서 온 전화예요 1888 03:02:50,035 --> 03:02:52,102 이 영화를 혁명기를 살아간 1889 03:02:52,202 --> 03:02:55,868 혁명가와 혁명의 피해자 모두에게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