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00:00:16,300 --> 00:00:20,300
nf2srt: Daaak
20230928 THU
2
00:00:30,750 --> 00:00:31,625
네
3
00:00:32,583 --> 00:00:35,750
여기는 제가 글을 쓰는
오두막입니다
4
00:00:37,000 --> 00:00:39,875
여기서 지낸 지 30년 됐습니다
5
00:00:39,958 --> 00:00:41,166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
“로알드 달 저”
6
00:00:41,250 --> 00:00:42,916
아주 중요한 게 있는데
7
00:00:43,000 --> 00:00:46,708
시작하기 전에
필요한 건 모두 갖춰야 합니다
8
00:00:48,083 --> 00:00:52,208
담배는 물론이고
커피와 초콜릿까지요
9
00:00:53,958 --> 00:00:57,875
저는 글 쓰기 전에 반드시
연필을 뾰족하게 깎아 둡니다
10
00:00:59,916 --> 00:01:03,458
연필은 6자루 있어요
보드도 청소해야 합니다
11
00:01:05,666 --> 00:01:07,083
지우개 가루가 너무 많네요
12
00:01:08,833 --> 00:01:09,666
됐습니다
13
00:01:11,958 --> 00:01:13,875
그리고 드디어 시작합니다
14
00:01:17,125 --> 00:01:20,708
우선 수정할 것들을 수정하죠
15
00:01:23,458 --> 00:01:24,291
그렇지
16
00:01:29,541 --> 00:01:30,375
이건…
17
00:01:34,250 --> 00:01:38,041
헨리 슈거는 41세의
부유한 독신자였다
18
00:01:38,666 --> 00:01:41,625
지금은 세상을 뜬 아버지가
부자였기에 부유했고
19
00:01:41,708 --> 00:01:45,791
이기적인 사람이라 재산을
아내와 나누기 싫어 독신이었다
20
00:01:45,875 --> 00:01:50,291
키는 188cm이고
본인 생각만큼 잘생기진 않았다
21
00:01:50,375 --> 00:01:52,958
옷차림에 신경을 많이 써서
22
00:01:53,041 --> 00:01:55,250
비싼 양복점에서 정장을 맞추고
23
00:01:55,333 --> 00:01:58,666
셔츠도, 구두도
비싼 곳에서 맞췄다
24
00:01:58,750 --> 00:02:01,583
머리는 열흘에 한 번 다듬었는데
25
00:02:01,666 --> 00:02:04,458
그때마다 손톱 손질도
같이 받았다
26
00:02:04,541 --> 00:02:06,083
그가 몰던 페라리 자동차는
27
00:02:06,166 --> 00:02:08,666
시골 집 한 채와
맞먹는 가격이었다
28
00:02:10,291 --> 00:02:14,000
친구들도 모두 부자였고
평생 단 하루도 일해본 적 없었다
29
00:02:15,000 --> 00:02:19,500
바다에 떠다니는 해초마냥
어디서든 볼 수 있는 타입으로
30
00:02:19,583 --> 00:02:23,291
딱히 나쁜 사람도
그렇다고 좋은 사람도 아니었다
31
00:02:24,458 --> 00:02:26,416
인테리어 소품 같았달까
32
00:02:28,375 --> 00:02:30,625
헨리와 같은 부자들에게는
33
00:02:30,708 --> 00:02:32,750
공통점이 있다
34
00:02:32,833 --> 00:02:34,875
더 부유해지겠다는 강한 욕망
35
00:02:35,791 --> 00:02:38,625
천만 달러든 2천만 달러든
만족하지 못한다
36
00:02:38,708 --> 00:02:41,583
돈에 대한 채워지지 않는 욕망과
37
00:02:41,666 --> 00:02:45,250
어느 날 갑자기 빈털터리가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 속에 산다
38
00:02:45,333 --> 00:02:48,583
재산을 불리는 방식도
참 다양하다
39
00:02:48,666 --> 00:02:51,333
주식을 사놓고
등락을 지켜보기도 하고
40
00:02:51,416 --> 00:02:53,875
토지, 미술품
다이아몬드에 투자하거나
41
00:02:53,958 --> 00:02:56,333
룰렛, 블랙잭, 경마도 하고
42
00:02:56,416 --> 00:02:58,416
도박이라면 뭐든지 하기도 한다
43
00:02:58,500 --> 00:03:02,541
헨리 슈거도 그런 유였는데
속임수도 불사했다
44
00:03:03,500 --> 00:03:04,458
어느 여름의 주말
45
00:03:04,541 --> 00:03:08,166
헨리는 런던에서 차를 몰고
윌리엄 W. 경의 집으로 갔다
46
00:03:08,250 --> 00:03:10,583
저택은 웅장했고
주변 경관은 아름다웠지만
47
00:03:10,666 --> 00:03:14,166
헨리가 도착한 토요일엔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48
00:03:14,250 --> 00:03:17,458
집주인과 다른 손님들은
게임을 하며 오후를 보내는데
49
00:03:17,541 --> 00:03:21,708
헨리는 우울한 얼굴로
창문을 때리는 빗방울만 바라봤다
50
00:03:21,791 --> 00:03:24,416
헨리는 응접실에서 나와
현관 홀에 들어섰다
51
00:03:25,125 --> 00:03:29,375
정처 없이 집 안을 걷다가
서재로 들어가게 됐다
52
00:03:32,250 --> 00:03:35,916
윌리엄의 부친은 책 수집가였고
그 큰 방의 모든 벽면엔
53
00:03:36,000 --> 00:03:39,291
바닥에서 천장까지 온통
가죽 장정본 책들이 꽂혀 있었다
54
00:03:39,375 --> 00:03:40,708
별 흥미가 생기진 않았다
55
00:03:40,791 --> 00:03:44,166
탐정 소설이나 스릴러만 읽는데
그런 책은 없었으니까
56
00:03:44,250 --> 00:03:45,708
방을 나서려는데
57
00:03:45,791 --> 00:03:48,875
굉장히 색다른 것이
눈에 들어왔다
58
00:03:48,958 --> 00:03:50,458
워낙 두께가 얇아
59
00:03:50,541 --> 00:03:53,541
양옆의 책들보다 튀어나와 있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이다
60
00:03:53,625 --> 00:03:55,166
책을 뽑아 들었다
61
00:03:55,250 --> 00:03:59,166
두꺼운 종이로 표지를 만든
애들 연습장 같았다
62
00:03:59,250 --> 00:04:01,833
짙은 푸른색 색상 표지엔
아무것도 안 적혀 있었다
63
00:04:01,916 --> 00:04:05,750
첫 페이지에 검은 잉크로
정갈하게 쓰여 있는 내용은
64
00:04:05,833 --> 00:04:06,958
“임다드 칸에 대한 보고”
65
00:04:07,041 --> 00:04:08,958
“눈 없이도 볼 수 있는 자
Z.Z. 차터지”
66
00:04:09,041 --> 00:04:10,958
이상하군, 요상해
67
00:04:11,625 --> 00:04:12,541
이게 뭐지?
68
00:04:13,291 --> 00:04:16,750
팔걸이 의자에 앉아
처음부터 읽어 내려갔다
69
00:04:16,833 --> 00:04:19,875
헨리가 그 얇은 연습장에서
읽은 내용은 다음과 같다
70
00:04:24,958 --> 00:04:28,916
내 이름은 Z.Z. 차터지
캘커타 병원 외과 과장이다
71
00:04:29,000 --> 00:04:31,083
1935년 12월 2일 오전
72
00:04:31,166 --> 00:04:33,291
나는 의사 휴게실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73
00:04:33,375 --> 00:04:36,916
다른 의사 3명과 함께였다
마셜, 미트라, 맥팔레인
74
00:04:37,000 --> 00:04:38,500
노크 소리가 들렸다
75
00:04:38,583 --> 00:04:39,750
‘들어와요’ 내가 말했다
76
00:04:41,458 --> 00:04:44,750
실례합니다만
부탁 하나 드려도 될까요?
77
00:04:44,833 --> 00:04:46,500
‘여긴 전용 공간입니다’
내가 말했다
78
00:04:46,583 --> 00:04:48,750
네, 압니다
불쑥 나타나 죄송합니다만
79
00:04:48,833 --> 00:04:51,791
아주 흥미로운 것을
보여드릴까 합니다
80
00:04:51,875 --> 00:04:54,208
우리 모두 짜증 나서
대꾸하지 않았다
81
00:04:55,208 --> 00:04:59,375
여러분, 저는 눈 없이도
볼 수 있는 사람입니다
82
00:05:00,208 --> 00:05:02,625
60대에 왜소한 체격
흰 콧수염을 길렀고
83
00:05:02,708 --> 00:05:05,375
희한하게 검은 털들이
귀에서 자라나 있었다
84
00:05:05,458 --> 00:05:08,291
붕대 50개쯤을 들여서
제 얼굴을 감싸셔도
85
00:05:08,375 --> 00:05:10,500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86
00:05:10,583 --> 00:05:14,166
너무 진지한 말투였고
내 안에서 호기심이 일어났다
87
00:05:14,250 --> 00:05:15,250
들어오시죠
88
00:05:22,166 --> 00:05:23,333
좋습니다
89
00:05:24,333 --> 00:05:25,791
마셜 선생이 펼친 손가락 개수는?
90
00:05:25,875 --> 00:05:27,291
- 7개요
- ‘한 번 더’ 내가 말했다
91
00:05:27,375 --> 00:05:28,750
- 9개
- ‘한 번 더’ 내가 말했다
92
00:05:28,833 --> 00:05:29,833
- 3개
- 한 번 더
93
00:05:29,916 --> 00:05:31,291
- 또 3개네요
- 한 번 더
94
00:05:32,250 --> 00:05:33,166
손가락이 없군요
95
00:05:35,458 --> 00:05:36,333
무슨 수를 쓴 거죠?
96
00:05:36,416 --> 00:05:40,333
수를 쓴 게 아니라
오랜 훈련으로 얻은 능력입니다
97
00:05:40,416 --> 00:05:41,708
어떤 훈련이죠?
98
00:05:41,791 --> 00:05:44,208
죄송합니다만
그건 공개할 수 없습니다
99
00:05:45,125 --> 00:05:46,291
뭘 해드리면 되죠?
100
00:05:46,375 --> 00:05:49,333
제가 속해 있는 유랑극단이
오늘 캘커타에 도착했고
101
00:05:49,416 --> 00:05:52,791
오늘 밤 로열팰리스 홀에서
첫 공연이 있습니다
102
00:05:52,875 --> 00:05:54,375
제 공연의 제목은
103
00:05:54,458 --> 00:05:56,708
‘임다드 칸, 눈 없이도
볼 수 없는 자’입니다
104
00:05:56,791 --> 00:05:58,750
새로운 도시에 도착할 때마다
105
00:05:58,833 --> 00:06:00,250
저는 제일 큰 병원에 가서
106
00:06:00,333 --> 00:06:03,791
최대한 철저하고 전문적인
방식으로 눈을 가려주십사 하죠
107
00:06:03,875 --> 00:06:06,125
의사 선생님들께서
해주시지 않으면
108
00:06:06,208 --> 00:06:08,208
사람들이 속임수라고
생각하거든요
109
00:06:08,291 --> 00:06:11,041
그다음엔 거리로 나가
위험한 일을 합니다
110
00:06:11,125 --> 00:06:12,333
동료 의사들을 돌아봤는데
111
00:06:12,416 --> 00:06:15,458
미트라와 맥팔레인은
진료가 있었다, 가봐요
112
00:06:15,541 --> 00:06:18,541
- 마셜 선생은…
- 좋아요, 제대로 해봅시다
113
00:06:18,625 --> 00:06:20,708
아무것도 안 보이게
확실히 가려보자고
114
00:06:20,791 --> 00:06:23,208
정말 친절하시군요
원하시는 대로 해주십시오
115
00:06:23,291 --> 00:06:25,000
‘붕대를 감기 전에’ 내가 말했다
116
00:06:25,083 --> 00:06:27,250
‘부드러우면서 밀도 높은 걸
눈에 얹는 게 좋겠어’
117
00:06:27,333 --> 00:06:29,500
- 밀가루 반죽?
- 좋아, 제과점에 가봐
118
00:06:29,583 --> 00:06:31,375
난 수술실로 모셔가서
눈꺼풀을 봉할게
119
00:06:31,458 --> 00:06:33,916
나는 임다드를 데리고
긴 복도를 지나 수술실로 갔다
120
00:06:34,000 --> 00:06:35,250
‘누우시죠’ 내가 말했다
121
00:06:35,333 --> 00:06:37,666
나는 선반에서
콜로듐 병을 꺼냈다
122
00:06:37,750 --> 00:06:39,916
이걸로 눈꺼풀을
붙여드리겠습니다
123
00:06:40,000 --> 00:06:41,291
나중에 어떻게 떼죠?
124
00:06:41,375 --> 00:06:44,833
속눈썹 아래에 조심스럽게
알코올을 묻히면 됩니다
125
00:06:44,916 --> 00:06:47,583
마를 때까지 눈을 감고 계세요
126
00:06:47,666 --> 00:06:48,625
2분 후
127
00:06:48,708 --> 00:06:51,041
‘눈을 떠보세요’ 내가 말했다
당연히 뜨지 못했다
128
00:06:51,125 --> 00:06:55,000
마셜이 가져온 반죽으로
임다드의 한쪽 눈을 덮었다
129
00:06:55,083 --> 00:06:56,333
눈 전체를 덮되
130
00:06:56,416 --> 00:06:59,000
반죽이 눈 주면 피부까지
닿도록 했다
131
00:06:59,083 --> 00:07:00,791
다른 쪽 눈에도 똑같이 했다
132
00:07:00,875 --> 00:07:02,583
반죽 가장자리를 세게 눌렀다
133
00:07:02,666 --> 00:07:04,166
‘불편하진 않으세요?’
내가 물었다
134
00:07:04,250 --> 00:07:05,416
전혀요, 감사합니다
135
00:07:05,500 --> 00:07:07,291
‘붕대 좀 감아줘’ 마셜에게 말했다
136
00:07:07,375 --> 00:07:09,000
손이 끈적거려서
137
00:07:09,083 --> 00:07:11,833
그러지, 우선 이것부터 놓고
138
00:07:11,916 --> 00:07:15,333
마셜이 반죽으로 덮은 눈 위에
물 적신 솜을 얹었다
139
00:07:15,416 --> 00:07:16,375
제대로 붙었다
140
00:07:16,458 --> 00:07:17,416
일어나 주세요
141
00:07:18,125 --> 00:07:21,416
마셜이 7.5cm 너비의 붕대로
얼굴과 머리를 감았다
142
00:07:21,500 --> 00:07:23,833
숨 쉬어야 하니
코는 막지 말아주세요
143
00:07:23,916 --> 00:07:24,750
물론이죠
144
00:07:25,750 --> 00:07:28,500
꽉 맞는 부분은 좀 낄 수도 있어요
145
00:07:31,166 --> 00:07:32,166
어때?
146
00:07:32,250 --> 00:07:33,250
‘훌륭하군’ 내가 말했다
147
00:07:33,333 --> 00:07:35,708
엄청난 뇌수술을 받은
환자 같았다
148
00:07:35,791 --> 00:07:36,666
어떠신가요?
149
00:07:36,750 --> 00:07:37,833
아주 좋네요
150
00:07:37,916 --> 00:07:40,916
이렇게 꼼꼼하게 해주시다니
정말 훌륭하십니다
151
00:07:41,000 --> 00:07:44,166
임다드 칸은 침대에서 일어나
곧장 문을 향해 갔다
152
00:07:51,291 --> 00:07:52,958
맙소사! 봤어?
153
00:07:53,041 --> 00:07:54,458
문고리를 단번에 잡았다
154
00:07:54,541 --> 00:07:55,958
마셜 입가의 웃음이 사라졌다
155
00:07:56,541 --> 00:07:59,583
임다드는 정상적인 자세로
빠르게 복도를 걸어갔다
156
00:07:59,666 --> 00:08:03,000
우린 5m쯤 뒤에서 따라갔는데
왠지 섬뜩했다
157
00:08:03,083 --> 00:08:06,000
붕대 감은 거대한 머리로
저렇게 경쾌하게 걷다니
158
00:08:06,083 --> 00:08:07,166
‘저걸 봤어!’ 내가 소리쳤다
159
00:08:07,250 --> 00:08:09,875
‘저 트롤리를 본 거야
굉장하군’
160
00:08:09,958 --> 00:08:11,333
마셜은 대답이 없었다
161
00:08:11,416 --> 00:08:13,500
충격으로 굳은 얼굴이었다
162
00:08:14,250 --> 00:08:16,708
임다드는 계단도
거침없이 내려갔다
163
00:08:16,791 --> 00:08:18,208
난간조차 잡지 않았다
164
00:08:18,291 --> 00:08:21,166
계단에서 마주친 몇 사람은
저런 반응을 보였다
165
00:08:21,875 --> 00:08:25,125
계단을 다 내려가서는
정문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166
00:08:25,833 --> 00:08:28,166
마셜과 나는 그 뒤를 바짝 쫓았다
167
00:08:28,250 --> 00:08:31,583
출입문 밖에는 100명쯤 되는
맨발의 아이들이 소릴 지르며
168
00:08:31,666 --> 00:08:33,166
하얀 머리통의 남자에게
몰려들었다
169
00:08:33,250 --> 00:08:35,500
남자는 두 팔을 번쩍 들어
인사하고
170
00:08:35,582 --> 00:08:38,832
곧장 자전거 쪽으로 가 타더니
페달을 밟아 8자 모양을 그렸다
171
00:08:38,916 --> 00:08:41,707
맨발의 아이들은 환호하고
웃으며 그를 따라갔다
172
00:08:41,791 --> 00:08:44,583
그는 속도를 올려
혼잡한 도로로 들어갔고
173
00:08:44,666 --> 00:08:47,916
차들은 빵빵대며
자전거 주위를 쌩쌩 달렸다
174
00:08:48,000 --> 00:08:49,625
자전거 실력이 대단했다
175
00:08:49,708 --> 00:08:51,708
그렇게 잠시 시야에 머물다가
176
00:08:51,791 --> 00:08:53,750
모퉁이를 돌아 사라졌다
177
00:08:53,833 --> 00:08:55,708
‘믿을 수가 없군’ 마셜이 말했다
178
00:08:55,791 --> 00:08:57,375
믿을 수가 없군
179
00:08:57,458 --> 00:08:58,958
‘나도 그래’ 내가 말했다
180
00:08:59,041 --> 00:09:01,250
우리 방금 기적을 본 것 같아
181
00:09:01,333 --> 00:09:03,875
그 후 온종일 바쁘게 진료하고
182
00:09:03,958 --> 00:09:06,541
오후 6시에 집에 가서
옷을 갈아입었다
183
00:09:06,625 --> 00:09:08,000
찬물로 오래 샤워하고
184
00:09:08,083 --> 00:09:11,500
허리에 수건 하나 두른 채
베란다에서 위스키 소다를 마셨다
185
00:09:11,583 --> 00:09:14,500
그리고 7시 10분 전
로열팰리스 홀에 도착했다
186
00:09:14,583 --> 00:09:16,000
공연은 2시간 동안 계속됐다
187
00:09:16,083 --> 00:09:17,791
놀랍게도 재미있었다
188
00:09:17,875 --> 00:09:19,458
저글링, 뱀 공연, 불 쇼
189
00:09:19,541 --> 00:09:22,666
양날칼을 위장까지
집어넣는 칼 쇼까지
190
00:09:22,750 --> 00:09:24,458
마지막으로 트럼펫 팡파르와 함께
191
00:09:24,541 --> 00:09:27,000
우리 친구 임다드 칸이
무대에 올랐다
192
00:09:27,083 --> 00:09:29,291
관중 몇이 무대에 올라가
안대를 씌우자
193
00:09:29,375 --> 00:09:32,041
임다드는 어린 소년의
몸 주위로 칼을 던지고
194
00:09:32,125 --> 00:09:34,541
머리 위의 깡통을
총으로 쏘아 맞혔다
195
00:09:34,625 --> 00:09:38,458
그리고 마침내 붕대를 감은 머리에
금속 드럼통이 씌워졌다
196
00:09:38,541 --> 00:09:42,291
소년이 임다드의 양손에
바늘과 실을 각각 쥐여줬다
197
00:09:42,375 --> 00:09:44,708
그리고 커다란 돋보기를
그 손 앞에 갖다 댔다
198
00:09:44,791 --> 00:09:46,375
한 번의 실수도 없이
199
00:09:46,458 --> 00:09:49,125
깔끔하게 바늘에 실을 꿰었다
200
00:09:54,208 --> 00:09:55,208
놀랄 ‘노’자였다
201
00:09:57,583 --> 00:10:00,125
무대 뒤로 가 보니
임다드가 스툴에 조용히 앉아
202
00:10:00,208 --> 00:10:01,625
분장을 지우고 있었다
203
00:10:01,708 --> 00:10:03,416
궁금해서 오셨군요
204
00:10:03,500 --> 00:10:04,666
‘너무 궁금하네요’ 내가 말했다
205
00:10:04,750 --> 00:10:08,583
귀에서 자라난 검은 털에
다시 한번 놀랐다
206
00:10:08,666 --> 00:10:10,916
그런 귀는 본 적이 없었다
207
00:10:11,000 --> 00:10:13,458
제안할 게 있습니다
제가 전문 작가는 아닙니다만
208
00:10:13,541 --> 00:10:17,083
눈 없이 보는 능력을 갖게 된
경위를 말씀해 주시면
209
00:10:17,166 --> 00:10:18,833
그대로 받아적어서
210
00:10:18,916 --> 00:10:21,833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에
게재하도록 하겠습니다
211
00:10:21,916 --> 00:10:23,125
유명 잡지도 가능하겠죠
212
00:10:23,208 --> 00:10:25,375
그러면 유명해지는 데에
도움이 될까요?
213
00:10:25,458 --> 00:10:27,416
- 큰 도움이 될 겁니다
- 잘됐네요
214
00:10:27,500 --> 00:10:30,333
환자들 병력을 기록할 때 쓰는
나만의 속기법으로
215
00:10:30,416 --> 00:10:33,500
그날 밤 임다드 칸이 해준
모든 이야기를 받아적었다
216
00:10:33,583 --> 00:10:35,750
그가 말한 그대로
여러분께 전하려 한다
217
00:10:37,041 --> 00:10:39,208
“그날 밤 임다드 칸이
내게 해준 모든 이야기”
218
00:10:39,291 --> 00:10:40,541
“(토씨 하나까지 같음)”
219
00:10:42,708 --> 00:10:45,791
나는 1873년
카슈미르에서 태어났습니다
220
00:10:45,875 --> 00:10:48,916
아버지는 국유 철도회사의
검표원이셨지요
221
00:10:49,000 --> 00:10:52,291
어느 날, 학교에서
마술 공연을 봤습니다
222
00:10:52,375 --> 00:10:53,833
넋 놓고 봤어요
223
00:10:53,916 --> 00:10:55,833
2주 후, 저축한 돈을 모두 들고
224
00:10:55,916 --> 00:10:58,375
집을 나와
유랑극단에 들어갔습니다
225
00:10:58,458 --> 00:11:01,708
1886년, 13세 때의 일입니다
226
00:11:01,791 --> 00:11:02,791
3년 동안
227
00:11:02,875 --> 00:11:05,500
극단과 함께
펀자브 전역을 돌았습니다
228
00:11:05,583 --> 00:11:08,125
그즈음엔 극단에서
가장 인기가 많아졌죠
229
00:11:08,208 --> 00:11:10,666
버는 돈은 줄곧 저축했고
230
00:11:10,750 --> 00:11:14,541
그 액수가 3천 루피도 넘었습니다
231
00:11:14,625 --> 00:11:16,333
그때쯤, 소문을 들었는데
232
00:11:16,416 --> 00:11:19,958
한 유명한 요가 수행자가
공중부양 능력을 얻었다더군요
233
00:11:20,041 --> 00:11:21,666
그 수행자가 기도할 때면
234
00:11:21,750 --> 00:11:26,125
바닥에서 최소 45cm 이상
몸 전체가 떠오른다는 겁니다
235
00:11:26,208 --> 00:11:27,291
강렬한 인상을 받았죠
236
00:11:28,375 --> 00:11:29,208
콧수염은?
237
00:11:31,666 --> 00:11:33,000
유랑극단을 나와서
238
00:11:33,083 --> 00:11:36,375
갠지스강 유역의
작은 마을로 갔습니다
239
00:11:36,458 --> 00:11:38,375
그 수행자가 거기에 산다더군요
240
00:11:38,458 --> 00:11:41,333
어느 날, 그리 멀지 않은
깊은 정글에 혼자 사는
241
00:11:41,416 --> 00:11:44,583
어떤 은둔자를 만났다는
여행자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242
00:11:44,666 --> 00:11:45,958
그거면 충분했죠
243
00:11:46,041 --> 00:11:48,166
마차를 빌리려고
당장 뛰쳐나갔습니다
244
00:11:49,083 --> 00:11:50,708
마부와 흥정하는데
245
00:11:50,791 --> 00:11:53,291
한 남자가 다가와서는
자기도 그쪽으로 간다며
246
00:11:53,375 --> 00:11:56,291
마차를 같이 타고
돈을 나눠 내자는 겁니다
247
00:11:56,375 --> 00:11:59,166
이런 행운이 또 있을까요?
248
00:11:59,250 --> 00:12:00,541
얘길 나누다 보니
249
00:12:00,625 --> 00:12:03,625
바로 그 위대한 요가 수행자의
제자였고
250
00:12:03,708 --> 00:12:06,541
스승을 만나러 가던 길에
절 만난 거였습니다
251
00:12:06,625 --> 00:12:07,458
불쑥 소리쳤죠
252
00:12:07,541 --> 00:12:10,416
‘내가 찾는 사람입니다!
만날 수 있을까요?’
253
00:12:10,500 --> 00:12:13,291
동행자가 저를 가만히 보더니
254
00:12:13,375 --> 00:12:15,458
그건 안 된다고 하더군요
255
00:12:15,541 --> 00:12:18,750
그 이후로 뭘 물어도
대답해 주지 않았습니다
256
00:12:18,833 --> 00:12:21,416
그래도 한 가지는 알아냈죠
257
00:12:21,500 --> 00:12:24,625
수행자가
명상을 시작하는 시간을요
258
00:12:24,708 --> 00:12:28,958
동행자는 마차를 세우더니
내려서 가버렸습니다
259
00:12:29,041 --> 00:12:31,625
저는 계속 가는 척하다가
모퉁이를 돌자마자
260
00:12:31,708 --> 00:12:33,875
마차에서 내려
길을 되짚어갔습니다
261
00:12:33,958 --> 00:12:36,750
남자는 정글 속으로
사라지고 없었죠
262
00:12:36,833 --> 00:12:38,750
덤불 속에서 소리가 나더군요
263
00:12:38,833 --> 00:12:41,125
‘그 사람이 아니라면
호랑이겠군’ 생각했죠
264
00:12:41,208 --> 00:12:43,750
‘곧 달려들어 날 물어뜯겠지’
265
00:12:43,833 --> 00:12:46,583
‘갈기갈기 뜯겨
잡아먹히고 말 거야’
266
00:12:47,958 --> 00:12:48,833
그 사람이었습니다
267
00:12:51,125 --> 00:12:54,583
그 사람이 걸어가는 경로엔
길이라곤 없었습니다
268
00:12:54,666 --> 00:12:58,791
커다란 대나무와 무성한 풀들을
헤치고 나아갔죠
269
00:12:58,875 --> 00:13:02,833
저는 100m쯤 뒤에서
숨죽인 채 따라갔습니다
270
00:13:02,916 --> 00:13:05,916
시야에서 놓치는 일이
다반사였는데
271
00:13:06,000 --> 00:13:08,458
그럴 때면 발소리를 듣고
따라갔습니다
272
00:13:08,541 --> 00:13:11,750
이 따라잡기 게임은
30분쯤 지속됐는데
273
00:13:11,833 --> 00:13:14,666
갑자기 발소리가
뚝 끊겨버렸습니다
274
00:13:14,750 --> 00:13:16,625
멈춰 서서 귀 기울였죠
275
00:13:16,708 --> 00:13:18,583
그 순간 무성한 덤불 사이로
276
00:13:18,666 --> 00:13:21,166
좁은 공터와
작은 움막 2채가 보였습니다
277
00:13:21,250 --> 00:13:22,458
두근거렸죠
278
00:13:22,541 --> 00:13:24,833
가까운 움막 옆엔 물웅덩이가 있고
279
00:13:24,916 --> 00:13:26,916
그 옆엔 기도용 매트가
그리고 뒤쪽으로는
280
00:13:27,000 --> 00:13:31,208
잎이 무성한 아름답고
커다란 바오바브나무가 있었죠
281
00:13:31,291 --> 00:13:33,583
정오의 열기를 견디며
기다렸습니다
282
00:13:33,666 --> 00:13:36,500
습기 가득한 오후의
무거운 열기도 버텨냈죠
283
00:13:36,583 --> 00:13:37,958
5시가 되어 갈 때
284
00:13:38,041 --> 00:13:41,416
조용히 나무에 올라가
무성한 잎 사이에 숨었습니다
285
00:13:41,500 --> 00:13:43,625
마침내 수행자가 움막에서 나와
286
00:13:43,708 --> 00:13:45,541
매트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습니다
287
00:13:45,625 --> 00:13:48,208
움직임 하나하나가
조용하고 부드러웠죠
288
00:13:48,291 --> 00:13:50,791
무릎에 손바닥을 대고 앉아
289
00:13:50,875 --> 00:13:53,041
코로 긴 숨을 내뱉었는데
290
00:13:53,125 --> 00:13:56,875
제 눈에는 이미 수행자의 몸을
감싸는 빛이 보였습니다
291
00:13:56,958 --> 00:14:00,291
그 자세로 14분 동안
한 치도 움직이지 않았죠
292
00:14:00,375 --> 00:14:04,000
그리고 제 이 두 눈으로
분명히 봤습니다
293
00:14:04,083 --> 00:14:06,166
그의 몸이 천천히
바닥에서 떠올랐죠
294
00:14:07,666 --> 00:14:11,333
30cm, 40cm, 45cm, 50cm
295
00:14:12,083 --> 00:14:14,166
매트로부터 60cm
296
00:14:14,250 --> 00:14:15,958
나무 위에서 혼잣말을 했죠
297
00:14:16,041 --> 00:14:19,125
‘내 눈앞에
공중부양하는 사람이 있어’
298
00:14:20,458 --> 00:14:24,416
제 시계로 재보니 46분 동안
공중부양 자세를 유지했습니다
299
00:14:24,500 --> 00:14:26,708
그러더니 천천히 바닥으로 내려가
300
00:14:26,791 --> 00:14:29,333
엉덩이가 다시 매트에 닿았습니다
301
00:14:29,416 --> 00:14:31,916
전 나무에서 내려가
곧장 달려갔죠
302
00:14:32,000 --> 00:14:34,291
수행자는 손발을 씻고 있었습니다
303
00:14:34,375 --> 00:14:36,583
‘언제부터 거기 있었지?’
수행자가 쏘아붙였습니다
304
00:14:36,666 --> 00:14:39,208
그러더니 벽돌을 집어
제 쪽으로 세게 던졌고
305
00:14:39,291 --> 00:14:41,791
제 정강이에 맞은 벽돌은
둘로 쪼개졌습니다
306
00:14:41,875 --> 00:14:44,000
흉터도 있으니 보여드리죠
307
00:14:46,916 --> 00:14:48,708
그런데 그게 행운이었어요
308
00:14:48,791 --> 00:14:51,791
수행자는 이성을 잃고
벽돌을 날려선 안 되니까요
309
00:14:51,875 --> 00:14:56,250
굴욕과 후회 속에
자신에게 크게 실망한 수행자는
310
00:14:56,333 --> 00:14:59,625
저를 제자로 받아줄 수는 없지만
311
00:14:59,708 --> 00:15:02,541
절 공격한 데 대한 사죄의 의미로
312
00:15:02,625 --> 00:15:04,708
비공식적인 가르침을 주겠다더군요
313
00:15:04,791 --> 00:15:07,125
공격당할 만한 짓을 했는데요
314
00:15:07,208 --> 00:15:09,041
때는 1890년
315
00:15:09,125 --> 00:15:11,041
17세가 되기 조금 전이었습니다
316
00:15:13,000 --> 00:15:15,250
수행자는 어떤 가르침을
주었냐고요?
317
00:15:15,333 --> 00:15:16,875
바로 이겁니다
318
00:15:16,958 --> 00:15:21,541
정신이란 아주 복잡한 것이다
동시에 수천 가지를 생각하지
319
00:15:21,625 --> 00:15:24,250
주변에서 보이는 것들
소리들, 냄새들
320
00:15:24,333 --> 00:15:27,208
생각나는 것들
생각 안 하려 애쓰는 것들
321
00:15:27,291 --> 00:15:29,583
정신을 집중하는 법을 배워야 돼
322
00:15:29,666 --> 00:15:32,916
딱 한 가지, 오직 한 가지만
눈앞에 그리는 거지
323
00:15:33,000 --> 00:15:37,458
노력하면 원하는 한 가지 대상에만
정신을 집중하게 될 수도 있다
324
00:15:37,541 --> 00:15:39,458
약 3분 30초 정도
325
00:15:39,541 --> 00:15:42,625
매일 열심히 수행한다면
20년쯤 걸릴 것이다
326
00:15:42,708 --> 00:15:44,291
‘20년이요?’ 제가 외쳤죠
327
00:15:44,375 --> 00:15:46,083
그래, 더 걸릴 수도 있어
328
00:15:46,166 --> 00:15:48,875
보통 20년쯤 걸리지
성공 못 할 수도 있고
329
00:15:48,958 --> 00:15:50,541
그때쯤이면 늙었을 텐데요
330
00:15:50,625 --> 00:15:53,416
걸리는 시간은 다 달라
10년일 수도, 30년일 수도
331
00:15:53,500 --> 00:15:55,208
아주 드문 경우지만
332
00:15:55,291 --> 00:15:59,250
특별한 능력이 있어서
1, 2년 안에 성공하기도 하는데
333
00:15:59,333 --> 00:16:01,250
십억 명 중 한 명이고 넌 아니야
334
00:16:01,333 --> 00:16:03,625
정신을 집중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
335
00:16:03,708 --> 00:16:06,458
불가능에 가깝지, 해보겠나?
336
00:16:06,541 --> 00:16:08,166
눈 감고 뭔가 생각해 봐
337
00:16:08,250 --> 00:16:11,291
하나의 사물을 생각하고
눈앞에 형상을 그리는 거야
338
00:16:11,375 --> 00:16:14,750
몇 초 후면 집중이 흐트러져서
다른 생각들이 튀어나오지
339
00:16:14,833 --> 00:16:16,541
아주 어려운 일이야
340
00:16:16,625 --> 00:16:18,625
위대하고 현명한 수행자는
이렇게 말하였노라
341
00:16:20,708 --> 00:16:23,500
그렇게 수련을 시작했습니다
342
00:16:24,083 --> 00:16:26,500
매일 저녁 눈을 감고 앉아
343
00:16:26,583 --> 00:16:28,916
가장 사랑하는 이의
모습을 떠올렸지요
344
00:16:29,000 --> 00:16:32,333
열 살 때 혈액 질환으로
사망한 제 형입니다
345
00:16:32,416 --> 00:16:36,208
형의 얼굴에 집중하다가
정신이 흐트러지는 즉시
346
00:16:36,291 --> 00:16:40,458
수련을 멈추고 몇 분간 휴식한 후
다시 시작했습니다
347
00:16:40,541 --> 00:16:42,291
5년간 매일 수련한 결과
348
00:16:42,375 --> 00:16:45,208
형의 얼굴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349
00:16:45,291 --> 00:16:46,750
1분 30초가 되었습니다
350
00:16:46,833 --> 00:16:48,166
진전이 있었죠
351
00:16:51,791 --> 00:16:55,833
그즈음, 마술 공연으로
꽤 큰 돈을 벌기 시작했죠
352
00:16:55,916 --> 00:16:58,041
훌륭한 손재주를 타고났거든요
353
00:16:58,125 --> 00:17:00,708
그래도 수련은 계속했습니다
354
00:17:00,791 --> 00:17:04,583
어디에 있든 매일 저녁이면
조용한 곳에 앉아
355
00:17:04,665 --> 00:17:07,333
형의 얼굴에 정신을 집중했죠
356
00:17:07,415 --> 00:17:10,583
때로는 촛불을 켜고
불꽃을 들여다봤습니다
357
00:17:10,665 --> 00:17:14,040
아시겠지만 촛불은
3개의 부분으로 나뉘죠
358
00:17:14,125 --> 00:17:16,540
위쪽의 노란 불꽃
중간의 연보라색 불꽃
359
00:17:16,625 --> 00:17:17,875
그리고 안쪽의 검은 부분
360
00:17:17,958 --> 00:17:22,458
얼굴에서 40cm 거리
정확히 눈높이에 촛불을 뒀습니다
361
00:17:22,540 --> 00:17:25,458
눈을 위아래로 움직이느라
눈 근육을 움직이는 일조차
362
00:17:25,540 --> 00:17:26,915
피하기 위해서였죠
363
00:17:27,000 --> 00:17:31,041
검은 부분을 노려보다 보면
주변 모든 게 사라지는데
364
00:17:31,125 --> 00:17:35,000
그때 눈을 감고
형의 얼굴에 집중했습니다
365
00:17:35,916 --> 00:17:39,041
1907년, 34세에는
366
00:17:39,125 --> 00:17:43,125
정신이 흐트러지는 일 없이
3분간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367
00:17:43,208 --> 00:17:46,458
그리고 그때쯤 제게 어떤 능력이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368
00:17:46,541 --> 00:17:48,291
뭔가 묘한 느낌이었는데
369
00:17:48,375 --> 00:17:51,375
눈을 감고
강렬한 의지를 불태우며
370
00:17:51,458 --> 00:17:52,750
뭔가를 열심히 쳐다보면
371
00:17:52,833 --> 00:17:55,541
보고 있는 대상의
윤곽이 보였습니다
372
00:17:55,625 --> 00:17:57,583
그 수행자의 말이 생각나더군요
373
00:17:57,666 --> 00:18:01,250
‘어떤 신성한 이들은
집중력이 극도로 발달한 나머지’
374
00:18:01,333 --> 00:18:03,333
‘눈을 감고도
볼 수 있다고 하더라’
375
00:18:04,083 --> 00:18:08,416
매일 밤, 촛불 수련을 마친 후
376
00:18:08,500 --> 00:18:11,333
커피를 한 잔 마신 다음
눈을 가리고
377
00:18:11,416 --> 00:18:13,875
의자에 앉아 눈을 쓰지 않고
보는 연습을 했습니다
378
00:18:13,958 --> 00:18:16,125
카드 한 벌로 시작했죠
379
00:18:16,208 --> 00:18:18,333
카드 뒷면을 보며
숫자를 추측하는 건데
380
00:18:18,416 --> 00:18:20,583
처음부터 성공률은
60%나 됐습니다
381
00:18:20,666 --> 00:18:24,625
그 후에는 지도와 항법표를 사다가
벽 여기저기에 붙였습니다
382
00:18:24,708 --> 00:18:29,083
눈을 가린 채 몇 시간 동안
작은 글씨들을 읽으려 애썼죠
383
00:18:29,166 --> 00:18:33,291
그렇게 8년 동안
매일 같은 훈련을 했습니다
384
00:18:33,375 --> 00:18:36,000
1915년이 됐을 땐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385
00:18:36,083 --> 00:18:37,958
눈을 가린 채 읽을 수 있게 됐죠
386
00:18:38,041 --> 00:18:39,291
해낸 겁니다!
387
00:18:39,375 --> 00:18:41,291
마침내 능력이 생겼어요
388
00:18:42,833 --> 00:18:45,541
아시다시피 그 능력으로
마술 공연을 하게 됐는데
389
00:18:45,625 --> 00:18:48,791
관중은 좋아하긴 해도
믿진 않았죠, 지금까지도요
390
00:18:48,875 --> 00:18:52,333
선생님처럼 직접 꼼꼼하게
제 눈을 가려준 의사들조차
391
00:18:52,416 --> 00:18:55,375
눈 없이 앞을 본다는 걸
믿으려 하지 않죠
392
00:18:55,458 --> 00:18:58,708
형상을 뇌에 전달하는
다른 방법이 있다는 걸 몰라요
393
00:18:58,791 --> 00:19:00,208
임다드 칸은 조용해졌다
394
00:19:00,291 --> 00:19:01,208
피로해 보였다
395
00:19:01,291 --> 00:19:02,666
‘어떤 방법이 있나요?’
내가 물었다
396
00:19:04,750 --> 00:19:06,333
솔직히 저도 모릅니다
397
00:19:08,083 --> 00:19:10,958
신체의 다른 부분이 보는 거죠
398
00:19:11,041 --> 00:19:11,958
어느 부분이요?
399
00:19:22,125 --> 00:19:23,666
그날 밤
난 잠자리에 들지 않았다
400
00:19:23,750 --> 00:19:26,833
과학자들이 알면
난리가 날 만한 일이었다
401
00:19:26,916 --> 00:19:28,875
현존하는 가장 가치 있는
사람이 분명했다
402
00:19:28,958 --> 00:19:32,625
그 원리를 알아내야 했다
생물학이든, 화학이든, 마법이든
403
00:19:32,708 --> 00:19:35,375
눈으로 보지 않고도
형상을 뇌로 전하는 원리를
404
00:19:35,458 --> 00:19:38,833
맹인이 보고, 농인이 듣고
뭐든 가능할지도 모른다
405
00:19:38,916 --> 00:19:41,541
이 엄청난 사람의 존재가
묻혀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406
00:19:41,625 --> 00:19:45,333
그날 밤 임다드 칸이 한 얘기를
모두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407
00:19:45,416 --> 00:19:47,416
쉬지 않고 5시간 동안 썼다
408
00:19:50,125 --> 00:19:53,583
아침 8시에 병원에 갔다
중요한 부분은 모두 적은 후였다
409
00:19:53,666 --> 00:19:55,041
방금 여러분이 읽은 부분이다
410
00:19:55,125 --> 00:19:57,958
마셜 선생은 휴식 시간에야
만날 수 있었다
411
00:19:58,041 --> 00:20:00,291
그 10분 동안
최대한 많은 얘길 해줬다
412
00:20:00,375 --> 00:20:02,916
‘극장에 가볼 거야’ 내가 말했다
‘이대로 놓칠 순 없어’
413
00:20:03,000 --> 00:20:04,291
나도 같이 가지
414
00:20:04,375 --> 00:20:06,875
오후 6시 45분, 차를 몰고
로열팰리스 홀로 갔다
415
00:20:06,958 --> 00:20:09,041
주차하고 극장 쪽으로 걸어갔다
416
00:20:09,541 --> 00:20:11,250
‘뭔가 이상해’ 내가 말했다
417
00:20:11,333 --> 00:20:13,625
관람객도 없고 문도 닫혀 있었다
418
00:20:13,708 --> 00:20:17,666
공연 포스터가 붙어 있었는데
그 위에 뭔가 적혀 있었다
419
00:20:17,750 --> 00:20:19,833
‘오늘 공연 취소’
420
00:20:20,875 --> 00:20:24,208
잠긴 문 옆의 수위에게 물었다
‘어떻게 된 건가요?’
421
00:20:24,291 --> 00:20:25,583
사람이 죽었습니다
422
00:20:25,666 --> 00:20:26,500
‘누가요?’
423
00:20:26,583 --> 00:20:27,958
물론 누군지 알고 있었다
424
00:20:28,041 --> 00:20:29,916
눈 없이도 보는 남자입니다
425
00:20:30,666 --> 00:20:32,208
‘어쩌다가요?’ 내가 외쳤다
426
00:20:32,291 --> 00:20:34,250
잠자리에 들었다가
깨어나지 않았습니다
427
00:20:35,208 --> 00:20:36,375
흔히 있는 일이죠
428
00:20:39,750 --> 00:20:41,416
차로 천천히 돌아갔다
429
00:20:46,125 --> 00:20:48,500
엄청난 슬픔과 분노가
밀려들었다
430
00:20:48,583 --> 00:20:50,583
그 귀한 사람 곁에서
떨어지지 말걸
431
00:20:50,666 --> 00:20:52,500
내 침실을 내주고 돌볼걸
432
00:20:52,583 --> 00:20:54,000
임다드 칸은 기적을 행했고
433
00:20:54,083 --> 00:20:58,333
범인들은 닿을 수 없는
신비로운 힘을 지닌 이였다
434
00:20:58,416 --> 00:21:00,083
그런 그가 죽었다
435
00:21:00,166 --> 00:21:01,833
‘끝났군’ 마셜이 말했다
436
00:21:02,625 --> 00:21:03,541
끝났군
437
00:21:04,500 --> 00:21:05,500
‘그래’ 내가 말했다
438
00:21:06,833 --> 00:21:07,750
‘끝났어’
439
00:21:12,625 --> 00:21:15,083
임다드 칸과의 두 번의 만남에서
일어난 모든 일을
440
00:21:15,166 --> 00:21:17,291
사실 그대로 정확하게
기록하는 바이다
441
00:21:20,416 --> 00:21:21,625
이런
442
00:21:22,708 --> 00:21:24,791
아주 흥미로운 얘기로군
443
00:21:26,166 --> 00:21:28,333
정말 엄청난 정보잖아
444
00:21:29,916 --> 00:21:31,333
내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겠어
445
00:21:51,125 --> 00:21:53,541
헨리가 말한 정보라 함은
446
00:21:53,625 --> 00:21:55,750
임다드 칸이 연습을 통해
447
00:21:55,833 --> 00:21:58,833
뒷면만 보고도 무슨 카드인지
알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448
00:21:58,916 --> 00:22:01,541
앞서 언급했듯
정직하지 못한 도박꾼으로서
449
00:22:01,625 --> 00:22:03,291
헨리는 직감했던 것이다
450
00:22:03,375 --> 00:22:05,083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걸
451
00:22:05,166 --> 00:22:07,500
아래층 식기실로 내려가
452
00:22:07,583 --> 00:22:10,208
초와 촛대, 자를 받아서는
453
00:22:10,291 --> 00:22:14,041
침실로 가져가 문을 잠그고
커튼을 친 다음 불을 껐다
454
00:22:14,125 --> 00:22:16,625
화장대에 초를 올려놓고
의자를 가져왔다
455
00:22:16,708 --> 00:22:20,083
초의 심지가 자기 눈높이와
정확히 맞는 걸 보고 만족했다
456
00:22:20,166 --> 00:22:24,000
자를 사용해 얼굴과 초 사이의
거리를 40cm로 맞췄다
457
00:22:24,083 --> 00:22:25,541
책에 적힌 대로였다
458
00:22:25,625 --> 00:22:29,125
임다드 칸은 가장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떠올렸는데
459
00:22:29,208 --> 00:22:31,666
그의 경우엔 죽은 형이었다
460
00:22:31,750 --> 00:22:33,458
헨리에겐 형제가 없었다
461
00:22:34,041 --> 00:22:36,958
본인 얼굴을 떠올리기로 했다
462
00:22:43,750 --> 00:22:46,875
촛불 가장 안쪽의
작은 검은 부분을 바라보자
463
00:22:46,958 --> 00:22:48,583
아주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464
00:22:48,666 --> 00:22:51,791
머릿속이 완전히 텅 비면서
뇌가 움직임을 멈췄고
465
00:22:51,875 --> 00:22:55,083
갑자기 불타는 공허와도 같은
촛불의 작은 검은 부분이
466
00:22:55,166 --> 00:22:58,708
편하고 아늑하게
온몸을 감싸는 느낌이 들었다
467
00:22:59,291 --> 00:23:01,500
지속된 시간은 겨우 15초였다
468
00:23:01,583 --> 00:23:03,791
하지만 그 후로 어디서 뭘 하든
469
00:23:03,875 --> 00:23:07,291
이런 촛불 훈련을
하루 5번씩은 꼭 했다
470
00:23:07,375 --> 00:23:11,041
이렇게 열정적으로 무슨 일에
집중한 것은 처음이었고
471
00:23:11,125 --> 00:23:13,291
그 성과는 매우 놀라웠다
472
00:23:14,166 --> 00:23:15,166
6개월 후에는
473
00:23:15,250 --> 00:23:18,625
머릿속 자신의 얼굴에만
3분 동안 집중할 수 있었다
474
00:23:18,708 --> 00:23:21,000
그 어떤 다른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475
00:23:21,625 --> 00:23:23,166
‘나였어’ 헨리는 생각했다
476
00:23:23,250 --> 00:23:25,375
‘엄청난 속도로
요가 수련을 완성할 수 있는’
477
00:23:25,458 --> 00:23:27,791
‘십억 명 중 한 명이 나였어’
478
00:23:28,333 --> 00:23:31,000
1년이 다 돼 갈 즈음엔
5분 30초로 늘어났다
479
00:23:32,250 --> 00:23:33,375
때가 왔다
480
00:23:37,666 --> 00:23:39,833
헨리의 런던 집 거실, 자정
481
00:23:39,916 --> 00:23:41,458
헨리는 기대감에 몸을 떨며
482
00:23:41,541 --> 00:23:44,291
처음으로 카드 한 벌을
뒷면이 보이도록 놓고
483
00:23:44,375 --> 00:23:46,041
맨 위의 카드에 집중한다
484
00:23:46,125 --> 00:23:49,833
처음엔 빨간 선들로 이뤄진
카드 뒷면의 무늬만이 보인다
485
00:23:49,916 --> 00:23:52,750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카드 뒷면 디자인일 것이다
486
00:23:52,833 --> 00:23:56,375
헨리는 곧 카드의 반대쪽 면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487
00:23:56,458 --> 00:24:00,500
보이지 않는 카드 아래쪽에
온 신경을 집중하는 것이다
488
00:24:00,583 --> 00:24:03,416
30초가 흐른다
1분, 2분, 3분
489
00:24:03,500 --> 00:24:04,916
헨리는 꼼짝도 하지 않는다
490
00:24:05,000 --> 00:24:07,500
고도로 발달된 집중력은
가히 완벽하다
491
00:24:07,583 --> 00:24:09,500
카드 반대쪽 면을 연상한다
492
00:24:09,583 --> 00:24:12,000
그 어떤 다른 생각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못한다
493
00:24:12,083 --> 00:24:14,375
4분이 지나자
뭔가 달라지기 시작한다
494
00:24:14,458 --> 00:24:16,333
천천히, 마법처럼
하지만 명확하게
495
00:24:16,416 --> 00:24:20,125
검은 점은 스페이드가 되고
꼬불거리는 선은 5가 된다
496
00:24:20,208 --> 00:24:21,708
스페이드 5
497
00:24:21,791 --> 00:24:25,000
헨리는 떨리는 손으로
카드를 집어 뒤집는다
498
00:24:26,041 --> 00:24:27,250
‘해냈어’ 헨리가 말한다
499
00:24:28,333 --> 00:24:29,541
광분하는 헨리
500
00:24:29,625 --> 00:24:31,791
식음료 사러 갈 때 외엔
집에서 나가지 않는다
501
00:24:32,375 --> 00:24:34,250
온종일, 때론 밤 늦게까지
502
00:24:34,333 --> 00:24:36,583
스톱워치를 들고
카드를 들여다보며
503
00:24:36,666 --> 00:24:38,833
1초씩, 1초씩 기록을 단축한다
504
00:24:38,916 --> 00:24:41,791
한 달 후엔 1분 30초
6개월 후엔 20초
505
00:24:41,875 --> 00:24:43,708
다시 7개월 후엔 10초
506
00:24:43,791 --> 00:24:45,000
목표는 5초다
507
00:24:45,083 --> 00:24:47,708
최대 5초 안에
카드를 읽지 못하면
508
00:24:47,791 --> 00:24:49,875
카지노에서 이 방법은
쓸 수 없을 테니까
509
00:24:49,958 --> 00:24:53,083
목표에 가까워질수록
달성하기는 더 어려워진다
510
00:24:54,000 --> 00:24:56,166
10초에서 9초가 되는 데에
4주가 걸리고
511
00:24:56,250 --> 00:24:58,083
9초에서 8초가 되는 데에
5주가 걸린다
512
00:24:58,166 --> 00:25:02,375
이제 강도 높은 훈련도
12시간 연속 연습도 힘들지 않다
513
00:25:02,458 --> 00:25:04,791
성공하리라는 확신이 있으니까
514
00:25:04,875 --> 00:25:07,333
마지막 2초가 가장 힘들다
11개월이 걸린다
515
00:25:07,416 --> 00:25:09,041
어느 토요일의 늦은 오후
516
00:25:16,708 --> 00:25:20,583
5초, 헨리는 나머지 카드 모두
시간을 재가며 읽는다
517
00:25:20,666 --> 00:25:24,458
5초
518
00:25:25,500 --> 00:25:27,833
이 순간을 맞이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519
00:25:28,666 --> 00:25:30,708
3년 3개월간의 부단한 노력
520
00:25:33,208 --> 00:25:35,625
런던에는 합법적 카지노가
100군데 넘게 있었다
521
00:25:35,708 --> 00:25:39,750
헨리는 그중 10군데의 회원이었고
로드하우스를 가장 좋아했다
522
00:25:39,833 --> 00:25:43,041
웅장한 조지아풍 건축물에 자리한
런던 최고의 카지노였다
523
00:25:43,125 --> 00:25:44,166
안녕하십니까, 슈거 씨
524
00:25:44,250 --> 00:25:46,916
얼굴을 기억하는 게
직업인 남자가 말했다
525
00:25:47,000 --> 00:25:50,125
근사한 계단을 올라
칩 교환소로 향했다
526
00:25:50,208 --> 00:25:52,250
1만 파운드짜리 수표를 썼다
527
00:25:52,333 --> 00:25:54,250
룰렛 판 주위에 모인 여자들은
528
00:25:54,333 --> 00:25:56,416
모이통에 모여든
토실한 암탉 떼 같았고
529
00:25:56,500 --> 00:25:59,458
불쾌한 얼굴에 시가를 물고
칩을 세는 남자들은
530
00:25:59,541 --> 00:26:01,125
탐욕 가득한 눈빛이었다
531
00:26:02,541 --> 00:26:04,541
기이하게도
헨리는 생전 처음으로
532
00:26:04,625 --> 00:26:07,583
지긋지긋한 부자들을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보았다
533
00:26:07,666 --> 00:26:09,291
헨리는 블랙잭 테이블 중
534
00:26:09,375 --> 00:26:12,166
딜러의 오른쪽 자리가
비어 있는 곳을 찾았다
535
00:26:12,250 --> 00:26:15,250
딜러는 헨리의 플라크를
빈 슬롯에 꽂아 넣었다
536
00:26:15,333 --> 00:26:18,458
젊은-듯도 한 딜러는
검은 눈에 잿빛 피부의 남자로
537
00:26:18,541 --> 00:26:20,791
절대 웃지 않았으며
필요한 말만 했는데
538
00:26:20,875 --> 00:26:23,583
아주 가느다란 손가락에
계산기라도 달린 듯했다
539
00:26:23,666 --> 00:26:26,875
25파운드짜리 칩
여러 개를 집어 쌓아놓았는데
540
00:26:26,958 --> 00:26:29,708
셀 필요도 없었다
그의 손가락은 늘 정확하니까
541
00:26:29,791 --> 00:26:31,250
칩을 헨리 앞으로 밀어놓았다
542
00:26:31,333 --> 00:26:32,708
헨리는 칩을 정리하며
543
00:26:32,791 --> 00:26:34,875
딜러의 슈 속
제일 위 카드를 보았다
544
00:26:34,958 --> 00:26:38,375
5초 안에 10이라는 걸 알고
칩 8개, 2백 파운드를 밀어놓았다
545
00:26:38,458 --> 00:26:40,583
로드하우스에서 허용되는
최대 베팅이었다
546
00:26:40,666 --> 00:26:43,083
10 카드를 받았고
두 번째는 9였다
547
00:26:43,166 --> 00:26:44,333
합이 19
548
00:26:44,416 --> 00:26:45,416
그럴 땐 카드를 그만 받고
549
00:26:45,500 --> 00:26:49,083
딜러의 패가 20이나 21이
아니길 바라는 게 정석이다
550
00:26:49,166 --> 00:26:51,708
- 딜러가 헨리를 향해…
- 19입니다
551
00:26:51,791 --> 00:26:54,333
그리고 다음 순서로 넘어갔다
‘잠깐만요’ 헨리가 말했다
552
00:26:54,416 --> 00:26:55,958
딜러가 다시 헨리 쪽을 보았다
553
00:26:56,041 --> 00:26:58,333
차가운 눈빛에
눈썹을 치켜올린 채였다
554
00:26:58,416 --> 00:27:00,583
- 19인데 더 받으시겠습니까?
- 건조한 어조로 물었다
555
00:27:00,666 --> 00:27:04,208
패를 망치지 않을 카드는
에이스와 2, 둘뿐이고
556
00:27:04,291 --> 00:27:08,250
2백 파운드나 베팅하고
카드를 더 받을 바보는 없다
557
00:27:08,333 --> 00:27:11,375
딜러가 건드리지도 않은
다음 카드의 뒷면이 보였다
558
00:27:11,458 --> 00:27:14,833
‘네, 한 장 더요’ 헨리가 말했다
어깨를 으쓱하고 카드를 주는 딜러
559
00:27:14,916 --> 00:27:18,083
헨리 앞의 10과 9 카드 옆에
클로버 2 카드가 놓였다
560
00:27:18,166 --> 00:27:19,708
- 21입니다
- 딜러가 침착하게 말했다
561
00:27:19,791 --> 00:27:22,750
그의 검은 눈동자가
헨리의 얼굴에 머물렀다
562
00:27:22,833 --> 00:27:24,500
조용히 경계하는 당황한 눈빛
563
00:27:25,666 --> 00:27:27,083
헨리 때문에 평정심을 잃었다
564
00:27:27,166 --> 00:27:29,208
19에서 카드를 받는 일은 없는데
565
00:27:29,291 --> 00:27:33,333
침착하게, 확신에 차서
카드를 받은 데다 따버렸으니까
566
00:27:34,083 --> 00:27:37,166
딜러의 눈빛을 본 헨리는
실수했음을 직감했다
567
00:27:37,250 --> 00:27:39,500
관심을 끌어버린 것이다
‘실례합니다’
568
00:27:39,583 --> 00:27:41,000
다시는 그래선 안 된다
569
00:27:41,083 --> 00:27:44,125
매우 조심해야 하고
가끔씩 잃기도 해야 했다
570
00:27:44,208 --> 00:27:45,250
게임은 계속됐다
571
00:27:45,333 --> 00:27:47,041
너무나도 유리한 상황인지라
572
00:27:47,125 --> 00:27:49,583
적당히 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573
00:27:49,666 --> 00:27:52,416
1시간 동안 3만 파운드를 땄고
거기서 멈췄다
574
00:27:52,500 --> 00:27:54,208
백만 파운드도
딸 수 있었을 것이다
575
00:27:55,000 --> 00:27:56,208
고마워요
576
00:27:56,291 --> 00:27:58,958
이제 헨리는
세상 누구보다도 빠르게
577
00:27:59,041 --> 00:28:01,291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578
00:28:03,666 --> 00:28:04,500
흥미로운 일이다
579
00:28:09,041 --> 00:28:11,333
이게 실화가 아니라
허구의 이야기였다면
580
00:28:11,416 --> 00:28:15,583
놀랍고도 흥미진진한 엔딩을
만들어 내야 했을 것이다
581
00:28:15,666 --> 00:28:17,250
드라마틱하고 독특한 엔딩을
582
00:28:17,333 --> 00:28:20,416
예를 들면
헨리가 집에 가서 돈을 세는데
583
00:28:20,500 --> 00:28:23,333
갑자기 몸이 안 좋아지고
584
00:28:23,416 --> 00:28:24,875
가슴에 통증이 느껴진다
585
00:28:25,875 --> 00:28:28,333
당장 쉬기로 마음먹고
옷을 벗은 다음
586
00:28:28,416 --> 00:28:30,250
알몸으로 잠옷을 입으러 가는데
587
00:28:30,333 --> 00:28:33,458
벽에 걸린 전신 거울 앞을
지나다가 멈춰 선다
588
00:28:33,541 --> 00:28:36,541
그리고 습관적으로
집중하기 시작한다
589
00:28:36,625 --> 00:28:38,833
문득 몸속이 꿰뚫어 보인다
590
00:28:38,916 --> 00:28:41,250
엑스레이보다 더 명확해서
모든 게 다 보인다
591
00:28:41,333 --> 00:28:43,666
동맥, 정맥, 혈관을 흐르는 피
592
00:28:43,750 --> 00:28:46,541
간, 신장, 소장, 펄떡거리는 심장
593
00:28:46,625 --> 00:28:48,708
통증이 느껴지는 곳을 보니
594
00:28:48,791 --> 00:28:52,958
우측 심장으로 들어가는 대정맥에
작은 검은 덩어리가 있다
595
00:28:53,041 --> 00:28:55,916
혈전이다
처음엔 멈춰 있는 듯하다
596
00:28:56,000 --> 00:28:59,083
그러다 움직인다
1mm쯤, 살짝 이동한다
597
00:28:59,166 --> 00:29:03,083
혈액이 혈전을 지나 올라가자
혈전이 다시 움직인다
598
00:29:03,166 --> 00:29:06,166
1cm 넘게 전진하는데
헨리는 두려움 속에 지켜본다
599
00:29:06,250 --> 00:29:09,166
정맥을 따라 움직이는
커다란 혈전은
600
00:29:09,250 --> 00:29:10,666
결국 심장으로 들어갈 테니까
601
00:29:11,208 --> 00:29:12,500
곧 죽는 것이다
602
00:29:12,583 --> 00:29:16,416
허구의 엔딩으로는 괜찮지만
이건 허구가 아니라 팩트다
603
00:29:16,500 --> 00:29:19,333
사실이 아닌 것은
헨리 슈거라는 이름뿐이다
604
00:29:19,416 --> 00:29:22,750
본명은 알릴 수 없고
알려서도 안 된다
605
00:29:22,833 --> 00:29:24,875
그 외엔 모두 실화이며
606
00:29:24,958 --> 00:29:28,000
그러므로 진짜 엔딩이 존재한다
607
00:29:28,083 --> 00:29:29,583
실제로 일어난 일은 이렇다
608
00:29:33,916 --> 00:29:35,208
헨리는 1시간 동안 걸었다
609
00:29:35,291 --> 00:29:38,583
선선하고 쾌적한 저녁
도시의 활기는 여전했다
610
00:29:38,666 --> 00:29:42,041
재킷 안주머니에 든
두툼한 돈다발을 느끼고는
611
00:29:42,125 --> 00:29:43,500
톡톡 두드렸다
612
00:29:43,583 --> 00:29:45,708
1시간이나 들고 다니기엔
큰돈이지만
613
00:29:45,791 --> 00:29:47,791
그런 생각을 할 여력이 없었다
614
00:29:47,875 --> 00:29:51,583
이런 대성공을 거뒀는데도
별로 신나지 않는 게 이상했다
615
00:29:51,666 --> 00:29:54,333
수행하기 전인 3년 전에
이런 일이 생겼다면
616
00:29:54,416 --> 00:29:56,041
극도로 흥분해서는
617
00:29:56,125 --> 00:29:58,666
가까운 나이트클럽으로 달려가
축배를 들었겠지만
618
00:29:58,750 --> 00:30:00,750
전혀 신이 나지 않았다
619
00:30:00,833 --> 00:30:02,083
오히려 슬펐다
620
00:30:02,166 --> 00:30:04,916
베팅만 하면 딸 게 확실하니
621
00:30:05,000 --> 00:30:07,541
스릴도, 서스펜스도
위험부담도 없는 것이다
622
00:30:08,166 --> 00:30:11,083
이제 전 세계를 여행하며
엄청난 돈을 벌 수 있지만
623
00:30:11,166 --> 00:30:12,750
그게 재미가 있을까?
624
00:30:12,833 --> 00:30:15,000
또 한 가지
이런 가능성은 없을까?
625
00:30:15,083 --> 00:30:17,166
수련을 통해 능력을 얻는 과정에서
626
00:30:17,250 --> 00:30:20,833
헨리의 인생관이
완전히 달라졌을 가능성
627
00:30:20,916 --> 00:30:22,041
가능한 일이었다
628
00:30:22,750 --> 00:30:25,458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깨
일어난 헨리의 눈에
629
00:30:25,541 --> 00:30:28,916
화장대에 놓인
엄청난 돈다발이 들어왔는데
630
00:30:29,541 --> 00:30:30,416
갖고 싶지가 않았다
631
00:30:54,500 --> 00:30:55,333
뭡니까?
632
00:30:55,416 --> 00:30:58,875
안녕하십니까
선생한테 드리는 선물입니다
633
00:30:58,958 --> 00:30:59,791
어…
634
00:31:01,000 --> 00:31:01,833
뭐요?
635
00:31:02,625 --> 00:31:03,958
주머니에 넣으세요!
636
00:31:05,458 --> 00:31:06,291
그럽시다
637
00:31:15,208 --> 00:31:16,250
뭐지?
638
00:31:16,333 --> 00:31:17,166
돈이야
639
00:31:17,250 --> 00:31:18,083
가져요!
640
00:31:24,583 --> 00:31:25,416
이봐요!
641
00:31:28,875 --> 00:31:29,708
저것 봐
642
00:32:04,541 --> 00:32:05,708
초인종이 울렸다
643
00:32:05,791 --> 00:32:07,541
이게 대체 무슨 짓입니까?
644
00:32:07,625 --> 00:32:10,208
안녕하십니까, 죄송합니다
돈을 나눠주고 있었거든요
645
00:32:10,291 --> 00:32:12,750
- 폭동을 일으킨 거요!
- 돈을 나눠준 건데요
646
00:32:12,833 --> 00:32:15,000
다신 안 그러겠습니다
곧 다들 흩어질 거예요
647
00:32:15,083 --> 00:32:18,000
경관은 뒷짐 졌던 손을 풀어
50파운드 지폐를 내밀었다
648
00:32:18,083 --> 00:32:21,333
- 하나 챙기셨군요
- 증거물입니다, 돈의 출처는요?
649
00:32:21,416 --> 00:32:24,166
블랙잭에서 땄습니다
어제 운이 무척 좋았거든요
650
00:32:24,250 --> 00:32:26,875
헨리가 카지노 이름을 말하자
경관은 수첩에 받아적었다
651
00:32:26,958 --> 00:32:28,333
아마 확인해 줄 겁니다
652
00:32:28,416 --> 00:32:29,583
경관은 수첩을 내렸다
653
00:32:29,666 --> 00:32:30,666
- 상관없습니다
- 그런가요?
654
00:32:30,750 --> 00:32:33,583
전혀요
선생 이야기를 믿습니다만
655
00:32:33,666 --> 00:32:36,541
그렇다고 좀 전 행동의
변명은 되지 않습니다
656
00:32:36,625 --> 00:32:38,958
불법적인 일은 안 했는데요
657
00:32:39,791 --> 00:32:40,708
불법이요?
658
00:32:41,458 --> 00:32:42,583
어리석은 사람!
659
00:32:43,333 --> 00:32:46,708
운이 좋아서 그렇게 큰돈을 땄는데
660
00:32:46,791 --> 00:32:49,750
마구 나눠주고 싶다면
창밖으로 던질 게 아니라
661
00:32:49,833 --> 00:32:51,791
좋은 곳에 썼어야지요
662
00:32:51,875 --> 00:32:53,958
병원이나 고아원 같은 곳에요
663
00:32:54,041 --> 00:32:56,125
전국의 수많은 병원과 고아원들은
664
00:32:56,208 --> 00:32:59,375
돈이 없어서 아이들
크리스마스 선물도 못 사주는데
665
00:32:59,458 --> 00:33:01,208
어려움이라고는 겪어본 적 없는
666
00:33:01,291 --> 00:33:03,666
세상 물정 모르는
웬 부잣집 아들이
667
00:33:03,750 --> 00:33:06,666
길바닥에 돈을 마구 뿌리다니요!
668
00:33:06,750 --> 00:33:09,666
경관은 그 말을 남기고
쿵쾅대며 계단을 내려갔다
669
00:33:09,750 --> 00:33:10,666
헨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670
00:33:10,750 --> 00:33:14,750
분노에 차 뱉어낸 경관의 말이
마음 깊이 꽂혀버린 것이다
671
00:33:14,833 --> 00:33:15,708
부끄러웠다
672
00:33:16,458 --> 00:33:17,708
끔찍한 기분이었다
673
00:33:23,916 --> 00:33:25,000
그리고 갑자기
674
00:33:25,083 --> 00:33:28,500
강력한 전기가 온몸을
훑고 지나는 느낌이 들더니
675
00:33:28,583 --> 00:33:32,208
모든 걸 바꿔놓을 훌륭하고도
근사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676
00:33:32,291 --> 00:33:33,791
헨리는 방을 왔다 갔다 하며
677
00:33:33,875 --> 00:33:36,916
그 아이디어를 실현시킬
방법들을 생각했다
678
00:33:37,000 --> 00:33:41,708
첫째, 나는 앞으로 평생 매일
엄청난 돈을 딸 것이다
679
00:33:42,500 --> 00:33:46,250
둘째, 같은 카지노 방문은
6개월에 한 번으로 제한한다
680
00:33:46,333 --> 00:33:49,000
셋째, 한 자리에서
너무 많이 따면 안 된다
681
00:33:49,083 --> 00:33:51,333
하룻밤에 5만 파운드를
최대로 한다
682
00:33:51,416 --> 00:33:55,166
넷째, 하루 5만 파운드씩
1년 365일이면
683
00:33:55,250 --> 00:33:57,916
1,825만 파운드다
684
00:33:58,000 --> 00:33:59,166
다섯째, 계속 이동한다
685
00:33:59,250 --> 00:34:01,791
한 도시에서
3일 넘게 머무르지 않는다
686
00:34:01,875 --> 00:34:03,958
런던, 몬테카를로, 칸, 비아리츠
687
00:34:04,041 --> 00:34:07,083
도빌, 라스베이거스, 멕시코시티
부에노스아이레스, 나소
688
00:34:07,166 --> 00:34:11,416
여섯째, 번 돈으로 전 세계에
병원과 고아원을 짓는다
689
00:34:11,500 --> 00:34:13,791
맞아, 그냥 꿈이라면
진부한 감상이겠지만
690
00:34:13,875 --> 00:34:16,083
난 분명히 이 일을 해낼 수 있어
691
00:34:16,166 --> 00:34:20,208
진부하기는커녕
정말이지 근사할 거라고
692
00:34:20,291 --> 00:34:21,791
일곱째, 파트너가 필요하다
693
00:34:21,875 --> 00:34:25,541
책상머리에 앉아 돈을 받아서
필요한 곳에 보낼 사람
694
00:34:25,625 --> 00:34:28,791
내가 언제까지나 진정으로
전적으로 믿을 수 있는 사람
695
00:34:28,875 --> 00:34:32,041
존 윈스턴은 헨리의 부친과
헨리의 회계사였고
696
00:34:32,125 --> 00:34:34,708
존 윈스턴의 부친은
헨리의 부친의 부친의 회계사였다
697
00:34:34,791 --> 00:34:36,708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될 수 있습니다
698
00:34:38,833 --> 00:34:41,000
세계 최고의 부자는
되고 싶지 않은데
699
00:34:43,583 --> 00:34:46,250
잉글랜드에선 못 합니다
세금으로 다 뺏길 거예요
700
00:34:46,333 --> 00:34:48,416
스위스로 가야 하는데
당장은 안 됩니다
701
00:34:48,500 --> 00:34:51,125
슈거 씨처럼 부양가족 없는
혼자 몸이 아니니까요
702
00:34:51,208 --> 00:34:54,000
가족과도 얘기하고
동업자들에게도 알리고
703
00:34:54,083 --> 00:34:56,541
여기 집을 팔고
스위스에 집을 마련해야 하고
704
00:34:56,625 --> 00:34:58,916
애들 전학 문제도 있고
시간이 걸립니다
705
00:34:59,000 --> 00:35:02,125
1년 후, 헨리가 로잔에 있는
윈스턴에게 보낸 돈은
706
00:35:02,208 --> 00:35:04,000
총 1억 2천만 파운드였다
707
00:35:04,083 --> 00:35:05,708
헨리는 일주일에 5일
708
00:35:05,791 --> 00:35:08,541
윈스턴 슈거 LLC라는
스위스 소재 회사로 송금했다
709
00:35:08,625 --> 00:35:12,708
돈의 출처와 사용처를 아는 건
존과 헨리뿐이었다
710
00:35:12,791 --> 00:35:14,458
월요일 송금액이 가장 컸는데
711
00:35:14,541 --> 00:35:17,125
은행이 문을 닫는
금, 토, 일요일 분량을
712
00:35:17,208 --> 00:35:18,333
한꺼번에 보냈기 때문이다
713
00:35:18,416 --> 00:35:20,041
헨리는 엄청난 속도로 움직였다
714
00:35:20,125 --> 00:35:22,750
한 주에 여러 차례
신원을 바꿀 때도 있었다
715
00:35:22,833 --> 00:35:25,416
존은 헨리가 돈을 보내는
은행의 주소를 보고
716
00:35:25,500 --> 00:35:27,833
헨리의 거취를 짐작할 뿐이었다
717
00:35:27,916 --> 00:35:29,250
그야말로 근사한 일이었다
718
00:35:49,541 --> 00:35:52,958
헨리는 63세이던 작년에
폐색전으로 사망했다
719
00:35:53,041 --> 00:35:56,166
다가오는 죽음을 직접 봤지만
마음은 매우 평화로웠다
720
00:35:56,250 --> 00:35:58,833
계획대로 움직인 지
20년이 조금 넘은 시기였고
721
00:35:58,916 --> 00:36:01,458
총 6억 4천4백만 달러를 벌었다
722
00:36:01,541 --> 00:36:02,500
또한 전 세계에
723
00:36:02,583 --> 00:36:06,208
21개의 훌륭한 어린이 병원과
고아원을 지어 훌륭히 운영했는데
724
00:36:06,291 --> 00:36:10,333
행정 및 재정 관리는 로잔에 있는
존 윈스턴과 직원들이 담당했다
725
00:36:10,416 --> 00:36:11,666
임무를 완수한 것이다
726
00:36:16,125 --> 00:36:18,375
그럼 나는 이걸 어떻게 알았을까?
727
00:36:18,458 --> 00:36:20,208
좋은 질문이다, 대답하겠다
728
00:36:20,291 --> 00:36:23,791
헨리가 죽고 얼마 안 있어
스위스의 존이 전화를 걸어 왔다
729
00:36:23,875 --> 00:36:25,291
자신을 간단히 소개했는데
730
00:36:25,375 --> 00:36:28,750
윈스턴 슈거 LLC라는
회사의 대표라고 했다
731
00:36:28,833 --> 00:36:31,000
나더러 로잔으로 와서
자길 만나고
732
00:36:31,083 --> 00:36:34,000
회사의 간략한 역사를
글로 써보겠냐고 했다
733
00:36:34,625 --> 00:36:36,250
날 선택한 경위는 알 수 없다
734
00:36:36,333 --> 00:36:39,125
작가 명단을 앞에 놓고
아무 데나 찍은 걸지도
735
00:36:39,208 --> 00:36:41,375
원고료는 후하게 쳐주겠다며
덧붙였다
736
00:36:41,458 --> 00:36:43,583
‘얼마 전에 대단한 인물이
사망했습니다’
737
00:36:43,666 --> 00:36:45,291
‘헨리 슈거라는 분이지요’
738
00:36:45,375 --> 00:36:49,125
‘그분이 세상을 위해 한 일을
조금은 알려야 할 것 같습니다’
739
00:36:49,208 --> 00:36:50,916
아무것도 몰랐던 나는
740
00:36:51,000 --> 00:36:54,541
글로 적어 출판할 정도로
흥미로운 이야기냐고 물었는데
741
00:36:54,625 --> 00:36:58,041
존 윈스턴은 빈정이 상했다
모욕으로 받아들인 듯도 했다
742
00:36:58,625 --> 00:37:00,083
5분간 통화하며
743
00:37:00,166 --> 00:37:03,041
헨리 슈거의 비밀스러운
행적에 대해 들었다
744
00:37:03,125 --> 00:37:04,541
이젠 비밀이 아니었다
745
00:37:04,625 --> 00:37:08,083
헨리는 죽었고
카지노에 갈 일은 없으니까
746
00:37:08,166 --> 00:37:10,083
‘가지요’ 내가 말했다
747
00:37:10,166 --> 00:37:13,000
나는 로잔에서 일흔이 넘은
존 윈스턴을 만났다
748
00:37:13,083 --> 00:37:14,291
동석한 맥스 잉글먼은
749
00:37:14,375 --> 00:37:17,583
저명한 메이크업 전문가로서
헨리와 전 세계를 다니며
750
00:37:17,666 --> 00:37:20,166
훌륭한 분장 솜씨로
신원을 감춰줬다
751
00:37:20,250 --> 00:37:24,333
둘 다 헨리의 죽음에 무너졌는데
맥스는 존 윈스턴보다 더 심했다
752
00:37:24,416 --> 00:37:26,625
그를 사랑했습니다
위대한 사람이었어요
753
00:37:26,708 --> 00:37:29,666
존 윈스턴은 짙은 푸른색
연습장을 실제로 보여줬다
754
00:37:29,750 --> 00:37:32,666
Z.Z. 차터지가 1935년에
캘커타에서 기록한 내용이었다
755
00:37:32,750 --> 00:37:34,833
나는 그 내용을 그대로 필사했다
756
00:37:34,916 --> 00:37:36,375
‘하나만 더 묻죠’ 내가 말했다
757
00:37:36,458 --> 00:37:40,083
‘계속 헨리 슈거라 칭하면서
진짜 이름이 아니라고 하시는데’
758
00:37:40,166 --> 00:37:43,375
‘이야기를 통해 그분의 신원을
밝히지 않기를 원하시나요?’
759
00:37:43,458 --> 00:37:44,750
- 그래요
- 존 윈스턴이 대답했다
760
00:37:44,833 --> 00:37:47,208
그분 신원을 밝히지 않기로
맥스와 약속했습니다
761
00:37:47,291 --> 00:37:49,750
아마 조만간에 알려지긴 하겠죠
762
00:37:49,833 --> 00:37:51,833
영국의 유명한 가문 출신이니까요
763
00:37:51,916 --> 00:37:54,500
그래도 알아내려 하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764
00:37:54,583 --> 00:37:56,791
부탁이니 헨리 슈거 씨라고
칭해주세요
765
00:37:58,833 --> 00:38:00,291
난 그 말대로 했다
766
00:38:07,791 --> 00:38:11,583
“로알드 달은
‘기상천외한 헨리 슈거 이야기’를”
767
00:38:11,666 --> 00:38:15,375
“버킹엄셔 그레이트 미센든의
작업실 ‘집시 하우스’에서”
768
00:38:15,458 --> 00:38:18,416
“1976년 2월부터
12월에 걸쳐 집필했다”
769
00:39:19,375 --> 00:39:24,375
자막: 여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