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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막 번 역 : 황 석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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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됐어요?

 

준비됐어요

 

다 잊을 준비됐어요

 

좋아요, 램버트 씨

 

그럼 눈을 감으세요

 

둘 다

 

이제 숨을 들이쉬고

 

점점 졸려지면서

 

둘 다 작년을
기억 못 하게 됩니다

 

'더 먼 곳'이란
장소는 없습니다

 

달튼이 혼수상태였던 것과

 

회복한 것만 기억합니다

 

어두움은 저 멀리...

 

멀리 흘려보내세요

 

'9년 후'

 

"범사에 기한이 있고"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죽일 때가 있고"

 

"치료할 때가 있으며"

 

"헐 때가 있고"

 

"세울 때가 있으며"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슬퍼할 때가 있고
춤출 때가 있으며"

 

"잠잠할 때가 있고"

 

"말할 때가 있으며"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으며"

 

"전쟁할 때가 있고
평화할 때가 있느니라"

 

아멘

 

아멘

 

이제 육신을 땅으로
돌려보냅니다

 

흙은 흙으로
재는 재로

 

먼지는 먼지로

 

아멘

 

'헌신적인 어머니이자 사랑받는 할머니
로레인 레베카 램버트를 추모하며'

 

할머니에게 어울리는
아름다운 장례식이었어

 

할머니는 너희를
정말 사랑하셨어

 

- 모친께선 좋은 분이셨네
- 감사합니다

 

할머니 그립다

 

할머니도 그러실 거야

 

죽은 사람은
그리워하지 않아

 

아니야, 할머니는
너 그리워하셔

 

다음 주말에 보자

 

달튼

 

달튼!

 

내 말대로지?

 

떠나려니 싱숭생숭한 거지

 

다음 주에 대학 가잖아

 

알아

 

알아

 

여러모로 고생 많았어

 

신경도 못 썼는데

 

쟤 학교 태워다줄래?

 

당신 학교 개학까지
몇 주 남았잖아

 

- 달튼이 싫어할 거야
- 자기가 아빠잖아

 

- 자기가 싫다면 몰라도...
- 못 하겠어

 

왜?

 

그냥 말해봤어

 

둘이 가까워질
기회일까 싶어서

 

쟤 금방 가잖아

 

아무튼 생각해봐

 

안녕, 잘 가

 

저기요

 

저기요

 

우리 구면인가요?

 

어머님을 알았죠

 

오래전에...

 

연락 끊긴 친구였어요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칼이에요

 

반가워요, 칼

 

와주셔서 감사해요
붙잡아서 죄송해요

 

- 머리가 복잡해서요
- 그렇겠죠

 

죽음은 추억들을
불러오는 법이니까

 

하지만 추억은
또 만들면 돼요

 

그렇죠

 

잘 가요, 조쉬

 

 

칼...

 

'나: 생각해봤는데'

 

'달튼: ?'

 

'나: 다음 주에
내가 학교 태워다줄까?'

 

그냥 말해봐
말해봐, 달튼

 

갈아줘?

 

그냥 기저귀 그대로
차고 있을까?

 

응?

 

이렇게 하자

 

기저귀 닦아내고

 

이거 다시 차는 거야

 

그럴까?

 

그래, 그러자

 

옷은 뭐 입을까?

 

옷은 뭐 입을까?

 

그래, 말해봐

 

아빠한테 말만 해

 

어서

 

'달튼: 그러든가'

 

우리 아들 최고네

 

젠장

 

아니...

 

'나: 좋아!'

 

좋지

 

그래

 

그래, 그래

 

" 인시디어스 : 빨간 문 "

 

'아빠, 엄마, 나, 포스터, 캘리'

 

'어젯밤엔 잠든 나를 내려다보고
멀리 날아갔다'

 

배고파?

 

그렇게 까칠하게 굴면
며칠 서로 괴로워져

 

'엄마: 잘 가고 있어?'

 

'나: 최악'

 

'응'

 

원하던 미술 교수라며?
그 남자 이름 뭐야?

 

여자야, 알메건

 

실력 좋아?

 

최고야

 

잘됐네

 

비싼 돈 내는데
그래야지

 

'주의 빛과 진리를 보내시어'

 

'입학을 환영합니다'

 

다 왔네, 재밌겠다

 

'제인 피어스 대학교'

 

너 이리 와봐

 

안녕
JPU에 잘 왔어

 

형제단 사교클럽?
나도 했었는데

 

오래전이지만

 

내가 전해줄게
고마워

 

안녕!

 

미안

 

여기구나
네가 먼저 왔네

 

침대 골라

 

엄마가 충전기
같은 거 줬네

 

이건 뭐야?
콘센트 둘, USB

 

점퍼 케이블도 있고

 

쓸모없겠지만

 

자, 됐다

 

그래

 

아직도 써?

 

엄마가 넣었나 봐

 

장난 아니네
요새 그린 거야?

 

- 넣어놔
- 진짜 잘 그렸다

 

떠올리면서 그렸어?

 

집에 있던 사진 보고

 

표정이 꼭...

 

뭘 숨기는 표정?

 

느낌이 그래

 

한 몇 년째
그런 느낌이야

 

싱글맘으로
힘들게 사셨으니까

 

그래, 힘드셨지

 

난 저 벽에
걸리지도 못하네

 

자업자득이지

 

요새 못 챙겨줘서
미안하다

 

나야 아버지가
아예 없었지만...

 

이렇게라도
있는 게 나아

 

단지 좀...

 

몇 년째 머리가
멍한 게...

 

그냥...

 

애를 써도...

 

여유가 안 나서

 

너희를 못 챙겼어

 

병원 안 가봤어?

 

그냥 버텨보려고

 

- 네가 달튼 램버트야?
- 응, 네가...

 

크리스 윈슬로우

 

- 무슨 문제 있어?
- 아니, 없어

 

그냥 룸메이트가
예상이랑 달라서

 

남자인 줄...

 

그래

 

여기 자유인문대잖아
말 그대로 '자유'지

 

응, 이름 때문에
헷갈렸나 봐

 

그래, '달튼'은
그럴 일 없을 텐데

 

기숙사 사무실 가서
해결해보마

 

아뇨, 괜찮아요
달튼 아버님

 

제가 갈게요
남자들 시간 방해했네요

 

금방 올게요

 

저기...

 

내가 챙겨왔어

 

한번 가봐

 

싫으면 무시해

 

근데 가면 재밌을걸

 

진짜 날 모르는구나
형제단 들어가라고?

 

그냥 노는 데야

 

가서 좀 놀아봐

 

태워다준 날 봐서라도

 

- 오기도 싫었잖아
- 오고 싶었어

 

거짓말 그만해!

 

장례식 때
엄마가 시킨 거잖아

 

그래도 왔잖아

 

그래서 모범 아빠 나셨어?

 

넌 아빠라도 있지

 

아빠가 잘못하고
할아버지 팔지 마

 

40년 전에 떠난 사람
그만 들먹여

 

아빠한테 휘둘리면서
살 생각 없어

 

그걸 말이라고 해?
널 어떻게 키웠는데!

 

이런 싸가지는
어디서 배웠어?

 

이러니 엄마가 이혼했지

 

태워줘서 고마워

 

딱 들어도
샤니아 트웨인이지?

 

 

사감이 뭐래?

 

"안됐네" 이러더라

 

오늘은 여기서 자래

 

내일 방 옮겨준다니까
오늘까지만이야

 

슬프지?

 

- 미대생이야?
- 응, 넌 음대?

 

수학 전공
음대도 생각했는데

 

예술가는 수입도 불안정하고
악착같이 살아야 하니까

 

근데 너는
완전 성공할걸

 

- 불어볼래?
- 뭐?

 

연주할 줄 알아?

 

피아노만 조금

 

똑같아, 불어봐

 

옮는 병 없어

 

무슨 노래야?

 

엄마가 쓴 곡이야

 

좋다

 

그럼...

 

넌 어디가 이상해?

 

모르겠어

 

"모르겠어"

 

안 이상한 사람 없어

 

너부터 해봐

 

일요일마다 단안경 끼고
영국 억양으로 테이크아웃해

 

진짜 이상하다

 

고마워

 

나는 가끔...

 

인스턴트 오트밀을

 

물이나 우유 없이

 

생으로 먹어

 

너 되게 못 한다

 

다시 해보자

 

10살 때 부모님 돌아가시고
할머니랑 살았는데

 

무좀으로 실명 위기까지
가셨던 분이야

 

난 10살 때
기억이 안 나

 

거의 1년 통째로

 

무슨 뜻이야?

 

혼수상태였거든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으로

 

그랬었다는 얘기는
몇 번 들었지만

 

아무 기억이 없어

 

아팠던 기억도 없고

 

자다 깨니까
1년이 지난 기분이야

 

안타깝다

 

진짜 이상하기도 하고

 

잘했어

 

솔직히 난 유년기
1년쯤 잊고 싶다

 

뇌수박인지 뭔지 걸려서

 

그리고...

 

나 이상한 점이
하나 더 있는데

 

혼수상태 이후로

 

캄캄한 걸 무서워해

 

나는 바비 인형
무서워했어

 

최근까지

 

무서워하는 게
무슨 잘못이야

 

밤새 환하게
불만 안 켜면 되지

 

- 진심?
- 미안

 

그래라

 

괜찮아, 참아볼게

 

달튼이에요

 

전화 못 받으니까
메시지 남겨주세요

 

아들, 나야

 

적응 잘하고 있나
전화해봤어

 

네가 했던 말
생각해봤어

 

그런데...

 

진짜 모르겠어

 

내가 왜 이런지

 

근데 알아낼 거야

 

그건 알아줬으면 해서

 

끊을게

 

반갑다

 

알메건 교수다

 

휴대폰 끄고

 

포트폴리오 열어서

 

내가 관심 가질만한
그림을 꺼내봐

 

이젤에 끼우고

 

그림 옆에

 

당당하게 서 있어

 

알렉 앤더슨

 

기술이 명확해서

 

- 사진처럼 보여
- 감사합니다

 

칭찬 아니었어

 

찢어버려

 

네?

 

그림 찢으라고

 

힘들게 그린 그림이에요

 

아쉬울 사람 없어

 

싫어요

 

저런, 첫 사상자군

 

보통은 관두기 전에
소개라도 하는데

 

- 그만둔 거 아니에요!
- 그만뒀어

 

네가 아직
모르고 있을 뿐이지

 

가봐도 돼

 

행운을 빈다

 

기술은 바보라도
배울 수 있고

 

통달할 수도 있어

 

내면에서 비롯되지 않은
그림은 무의미해

 

난 예술의 규칙에
관심이 없어

 

우린 규칙을 부수고

 

그것들을 다시 부숴서

 

어디까지
부서지는지 볼 거야

 

달튼 램버트

 

네, 교수님

 

그 아름다운 그림을
대체 왜 찢었지?

 

한 번 더 해보겠니?

 

그리 어렵지 않지?

 

좋아, 과거는 잊어라

 

성장하기 위해선
껍질을 벗어야지

 

열을 셀 테니까

 

숫자마다
자신의 내면으로

 

깊이 들어가는 거야

 

목탄을 종이에서
떼지 마라

 

 

아홉

 

여덟, 일곱, 여섯

 

다섯

 

넷, 셋, 둘

 

하나

 

떠오르는 대로 그려

 

너희를 만든 경험

 

가장 추하고
내밀한 생각들을

 

끄집어내는 거다

 

널 가두고 있는 문?
아니면 내보내는 문?

 

헤드폰을 쓰세요

 

기계가 시끄럽겠지만
제 말은 들리실 거예요

 

검사가 끝날 때까지
최대한 가만히 계세요

 

못 참으시겠을 땐

 

이걸 꼭 쥐면
쉬게 해드릴게요

 

괜찮으시죠?

 

기분 좋은데요

 

올라가시죠

 

이걸 누르세요

 

편안하세요?

 

네, 얼른 끝내죠

 

저기요?

 

브로워 선생님?

 

브로워 선생님?

 

누군가 당신과 있다

 

네? 뭐라고요?

 

브로워 선생님, 뭐라고요?

 

참 나

 

내보내 주실래요?

 

저기요!
좀 꺼내주실래요?

 

문은 열려있다

 

됐어, 내보내 줘요
브로워 선생님!

 

내보내 주세요

 

좀 내보내 줘요

 

저기요! 이봐요!

 

좀 내보내 줘요
내보내 줘요

 

브로워 선생님, 돌겠네

 

내보내 줘요

 

됐어, 됐어

 

램버트 씨?

 

- 뭐야? 뭐였어요?
- 괜찮으세요?

 

아까 누구예요?
불이 왜 꺼져요!

 

진정하세요

 

불이 꺼졌다고요?

 

불이 꺼지고
안에 갇혀 있었어요

 

근데...

 

- 무슨...
- 램버트 씨

 

15분 동안 주무셨어요

 

완전히 잠드셨고
MRI 잘 마쳤어요

 

- 네?
- 천천히 옷 입으세요

 

입고 나오세요

 

신체적으론 정상이세요
뇌에 종양도 없고요

 

걱정하실 건 없네요

 

좋은 소식이에요

 

네, 아는데...

 

뭔가 실제적인 이유를
기대했거든요

 

이 흐릿함을
설명해줄 만한 이유

 

기억 상실 말씀이라면

 

원인이 워낙 다양합니다

 

스트레스 증가
일상 습관의 변화

 

댁에서 힘든 일을
겪으신 게 있나요?

 

어머니가
최근에 돌아가셨어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들이 대학 때문에
떠났고

 

전처는
말도 잘 안 하고

 

- 스트레스가 심하시겠군요
- 네

 

애도 상담사가
도움이 될지 몰라요

 

네, 그렇겠네요

 

혹시 집안에
정신병력이 있을까요?

 

정신병이요?

 

걱정하실 거 없어요

 

진단에 도움이
되는 정보라서요

 

아는 바론 없어요

 

한번 찾아보세요

 

기억력을 자극하는
훈련과 게임도 있어요

 

애들이 하는
짝 맞추기 게임 같은

 

애들 게임을 하라고요?

 

아이들에게도
배울 게 많답니다

 

그렇죠

 

고마워요

 

너 뭐 해?

 

새 방 배정받았어

 

팬티 파티도 끝이네

 

근데 다행히 323호야

 

바로 윗방

 

그러니까 조심해라

 

한밤중에 소시지 때리는
소리 다 들리니까

 

- 형제단 들어가게?
- 뭐?

 

아니, 아빠가 두고 갔어

 

가보자

 

가서 금수저들
비웃어주게

 

장식 다 했으면

 

아빠 부탁인데
좀 들어드려라

 

나빠야 얼마나 나쁘겠어?

 

기저귀 푸딩 먹을래?

 

난 됐어

 

됐어

 

그러든지

 

진짜 가?

 

그만 징징대고 이리 와

 

달튼이 재미 본 밤을
추억하기 위해!

 

마셔! 마셔!

 

형제단 주스가 뭐야?

 

- 물어보지 마
- 어이!

 

내 이름은 닉이야

 

꽈추닉! 꽈추닉! 꽈추닉!

 

형제단 하우스에 잘 왔어
개강하니까 좋네

 

다들 알겠지만
전국의 형제단들이

 

공격당하고 있어

 

우린 파티할 권리를
지켜내야 해

 

멋질 권리를!

 

하얗든 까맣든 갈색이든
파랗든 모두 환영해

 

이 사실 한 가지만
존중한다면

 

형제단 하우스는
남자가 남자일 수 있는

 

인류의 마지막 집이야!

 

고... 고마워

 

술은 많이 준비했지만

 

페이스 조절해

 

또 사고 나면 안 돼

 

파티가 허접해

 

그러게, 위층 가서
방이나 뒤지자

 

와봐

 

빨리 하고 가자

 

진행 승인 완료

 

잠깐만

 

안 돼

 

닉의 방이잖아

 

치질 연고네

 

공용 화장실에
발라놓고 올게

 

잠깐만

 

저기...

 

괜찮은 거야?

 

물이라도 갖다줘?

 

멈추게 해줘
멈추게 해줘

 

멈추게 해줘

 

문 닫아

 

문을...

 

문 닫아!

 

뭐 좀 가지고
금방 올게

 

안녕, 페이지
난 닉이야

 

오늘은 너의 밤이야
오늘은 너의 밤

 

여기 있구나

 

'트로이 콘돔 특대형'

 

이리 와

 

너답게 굴어

 

춤출래?

 

춤 좋지, 추자

 

춤추자

 

오늘은 너의 밤이야

 

조용히 해!

 

괜찮아?

 

방금 뭘 봤는데...

 

뭐?

 

그만 가자

 

- 빨리
- 이제 재밌어지는데

 

- 내 방에 누구 있어?
- 젠장

 

누군지 몰라도
처맞을 준비해라

 

뭐야?

 

깜짝이야, 미안

 

조용한 곳을 찾다가...

 

우리 그거 하려고

 

우리 부모님이
하는 걸 보고 말지

 

근데 있어도 돼

 

이따가 취하면
예뻐 보일지 아냐?

 

골 때리게 생겼지만

 

꽈추닉이라고?

 

난 꽈추킥이
더 맘에 드는데

 

뛰어!

 

대처력 대박이지?

 

그...

 

맞다

 

키스하기 전에
물어봤어야 되지?

 

미안해
본능적으로 그랬어

 

- 아니야
- 괜찮아?

 

괜찮아, 그냥...

 

그런 말 들어서
기분 안 좋겠다

 

상관없어

 

꼴통들이 그러든 말든
신경 써주기도 아까워

 

아들, 또 아빠야

 

병원 다녀왔어

 

근데 이상 없대

 

괜찮진 않지만
알아보려 노력 중이야

 

시간 되면 전화 줘

 

그리고...

 

요전에 했던 말
정말 미안해

 

그래, 끊을게

 

내 마요네즈 어딨어?

 

누구야?

 

너 진짜 어디
이상한 애 아니지?

 

뭐? 아니야

 

그럼 무슨 일이야?

 

들어와

 

내 눈에 이상한 것들이
보이고 있어

 

형제단 하우스에서
사고 난 애 있잖아?

 

내가 봤어
죽었다는 애를

 

미술 수업 때 시작됐어

 

교수님이 무의식에 있는
기억을 그리랬는데

 

그리고 보니까
어떤 문이었어

 

형제단 주스 깨고
얘기하자

 

나 진지해

 

오늘 밤엔
칠하다가 잠들었는데

 

깨어났더니
어떤 랜턴이 있었어

 

꿈 같았는데
꿈은 아니었어

 

그리고 네 방으로
걸어가서...

 

어떻게 들릴지 알아

 

뭔가에 가까워지고 있는
기분이야

 

그게 나한테
다가오는 거든지

 

베개 남는 거 있어?

 

'달튼: 형제단 파티 갔었어'

 

'허접하더라'

 

좋아

 

포스터

 

르네

 

달튼

 

캘리

 

달튼

 

달튼?

 

달튼

 

엄마

 

좋아

 

엄마, 도와주세요

 

캘리

 

달튼, 달튼

 

엄마

 

엄마?

 

엄마

 

모르겠다, 모르겠어

 

좋아

 

제기랄

 

'벤 버튼'

 

명암법은

 

빛과 그림자의 춤이다

 

대상의 볼륨과 디테일을
만들기도 하지만

 

보이지 않는
특정한 광원도 만들지

 

이건 고야의
최고작 중 하나야

 

여백이 우리의 시선을
사투르누스로 모으고 있어

 

어둠을 표현한 걸까?
아니면 빈 공간?

 

고야는 훌륭한
작품을 그려냈지만

 

이 존경받던 궁중 화가는
사실 가족과 건강 문제로

 

어둠 속에 빠져

 

아버지가 아들을
집어삼키는

 

괴이한 초상화를
그리게 된 거야

 

우린 이 명암의 균형을
추구해야 하는 거야

 

준비해

 

자신의 경험이
작품을 형성하는 거야

 

받아들이고 이용해

 

기억의 어둠 깊숙이
잠기는 거야

 

 

아홉

 

여덟

 

일곱

 

여섯

 

다섯

 

 

 

 

하나

 

'벤자민 버튼'

 

- 안녕, 찐따
- 빨간 문

 

보라색 꼬추?

 

뭐 떠오르는 거 없어?
빨간 문

 

오늘따라 더 이상하네

 

미술 수업 때 그린
그림 얘긴데

 

기억을 그리는 거였거든

 

어린 시절에
봤던 건가 하고

 

엄마한테 물어봤어?

 

아니, 걱정시키기 싫어

 

엄마가 왜 걱정해?

 

- 몰라
- 대학 가면 원래 그래?

 

사람이 막 음침해지고?

 

그런가 봐

 

그럼 난 안 갈래

 

저번의 그 꿈인 듯
꿈 아닌 꿈 후로

 

그런 생각이 들었어

 

"달튼이 이상하긴 해도
미친 애는 아니잖아?"

 

방 열쇠 돌려줘

 

그래서 인터넷을
뒤져봤더니

 

뭐가 나왔게?

 

넌 미친 게 아니야

 

넌 유체이탈자야

 

이거 봐

 

전자 대리점 직원들이
쉴 때 찍은 거 같네

 

안녕하세요, 심령 탐험단
스펙스, 터커예요, 인사해

 

- 싫어
- 우린 PPI예요

 

프로 초자연현상 탐정

 

오늘은 많이 물어보신 걸
얘기해볼 거예요

 

유체이탈

 

실재하는 현상이고
육체가 잠들면

 

유체가 육체를 떠나

 

다른 세계로 날아가죠

 

- 딱 저런 느낌이었어
- 내가 뭐랬어?

 

우리의 멘토셨던
엘리스 레이니어 박사님은

 

그 세계에
이름을 붙이셨죠

 

- '더 먼 곳'
- 잠깐만

 

'엘리스 레이니어'

 

저는 엘리스예요

 

모두 반가워요

 

오늘은 유체이탈과

 

'더 먼 곳' 얘길 하죠

 

좋아요

 

잠깐만요

 

 

 

하나

 

'더 먼 곳'은

 

어두운 세계로

 

고통받는 망자의
영혼으로 가득한데

 

그중 어떤 이들은...

 

생전 최악의 실수를

 

영원히 반복하며
지내야 해요

 

유체이탈을 하거나

 

이 세계로 들어가면

 

이 영혼들이

 

우리의 존재를
느끼고 깨어나요

 

우리의 냄새를 맡죠

 

살아있는 존재

 

그들이 갈구하는 건
생명이니까요

 

그래서 더 깊이
들어갈수록

 

위험은 더 커져요

 

그들은 생명을 원하고

 

생명을 취하려
우리 세상으로 나오죠

 

담대하게 나아가세요

 

눈 굴리는 거 봐라
또 뭔데?

 

형제단 하우스에서
본 애 있잖아

 

토하는 애?

 

응, 뭔가 말했었어

 

"문 닫아"

 

당연히 그랬겠지
쪽팔렸을 텐데

 

근데 다른 걸
의미했던 거면?

 

이 문 얘기라면?

 

그래서 다시 가서
물어보자고?

 

진심?

 

난 알아야겠어

 

걔가 불쌍하긴 하지만

 

어둠의 세계는
진짜 피하고 싶다

 

이 그림에는...

 

뭔가 중요한 게 있어

 

알아내야겠어

 

알았어

 

근데 꽈추닉이
순순히 들여보내고

 

유령이랑 수다 떨게
두진 않을걸

 

내가 간 거 모를걸

 

계획이 뭔데?

 

- 할 수 있어
- 어떻게 왔어?

 

안녕, 브래지어를

 

닉의 방에 두고 왔어
혹시 방에 있어?

 

방에서 페이지랑
공부 중일걸

 

잘했어

 

낭독해줄게
제목은 '불꽃 속에서'

 

아주 감성적인 작품이야
"모닥불을 바라보며..."

 

캄캄한 방이 필요해

 

알았어

 

가서 어쩌게?

 

공중을 날아서
유령처럼 휙...

 

유령 같은 건 아니야

 

그런 태도로는
절대 유령 못 돼

 

빙고

 

침대보가 찐득찐득하게
생기지 않았냐?

 

저 정도면
찐득한 게 굳었겠다

 

바닥이 낫겠네

 

좋아

 

- 조금만 뒤로 가줄래?
- 그래, 미안

 

좋아, 준비됐어?

 

열, 아홉

 

여덟, 일곱

 

여섯, 다섯

 

넷, 셋

 

둘, 하나

 

아직 안 떠올랐어?

 

안녕, 여행자여

 

너 여기 있어?

 

문예창작
복수 전공 할까봐

 

근데 금융 쪽도 잘해서

 

재능을 낭비하긴 싫어

 

그거 언제까지
바르고 있을 거야?

 

이제 됐다

 

모공 좋아졌어

 

좀 걸리겠어

 

더러워

 

달튼?

 

달튼

 

불 좀 켜줘!

 

달튼

 

달튼

 

달튼, 일어나

 

- 돌겠네
- 크리스

 

누가 장난치는 거야?

 

문 닫아!

 

문 닫아!

 

달튼?

 

- 문 닫아!
- 크리스!

 

맙소사

 

제발!

 

크리스

 

무슨...

 

제발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정신병원'

 

'환자
벤자민 P. 버튼'

 

'비상 연락처
로레인 램버트'

 

'관계: 아내'

 

'진단명: 조현병'

 

'전기충격 요법'

 

'비정상 행동을 보임
정신병, 수면마비 가능성'

 

'유체이탈'

 

뭐?

 

'사망'

 

'JPU 보건실'

 

크리스

 

- 그럴 생각은...
- 놔

 

괜찮은지만 보러 왔어

 

괜찮아

 

미안, 현실의 누군가가
다칠 줄은 몰랐어

 

다칠 수도 있네

 

너 위험한 장난을
하는 거야

 

난 이제 빠질 거야

 

너도 이제 그만둬
다음엔 못 깰지도 몰라

 

- 안녕
- 안녕

 

이번 주말 아니잖아
캘리는 친구 집에서 자고

 

- 포스터는...
- 애들 때문이 아니야

 

얘기 좀 할래?

 

그래

 

와우!
한 주에 두 통이나

 

- 까불지 마
- 친구 못 사귀었어?

 

나 혼수상태 때
기억나는 거 말해봐

 

엄마랑 얘기해봐

 

내가 그리는...

 

- 그 그림에...
- 문?

 

이제 어떤 남자가
망치를 들고 있어

 

망치?

 

혼수상태로 과거가
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단서일 것 같아
이유는 모르겠지만

 

- 요즘 갑자기...
- 잠깐만

 

 

왜 그래?

 

나도 몇 년째
떠오르는 게 있어

 

엄마는 악몽이라고
별거 아니라는데...

 

뭔데? 말해봐

 

우리가 지하실 같은
어떤 방에 있어

 

그거 기억나?

 

듣고 있어?

 

난 아버지보단
나은 사람이 되고 싶었어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었어

 

자긴 좋은 아빠야

 

달튼 생각은 다를걸

 

위안이 될지 모르겠지만
나한테도 연락 없어

 

아버지는 가족을 버렸는데

 

나도 똑같은 짓을 했어

 

아니야

 

자긴 다른 사람이야

 

아버지한테
화낼 자격 있어

 

아주 오랫동안
화가 나 있었어

 

만난 적도 없는
사람한테

 

1978년에 정신병원
옥상에서 뛴 사람한테

 

죽은 지 40년이
넘은 사람이야

 

아버지야

 

벤 버튼

 

근데 어떻게 현실에서
날 겁줄 수가 있지?

 

- 날 공격하고...
- 자길 공격해?

 

그래, 내가 미친 거야?

 

모르겠어

 

죽던 날 엄마한테
이걸 남겼대

 

'이건 나로 끝난다'

 

뭐가 끝나지?

 

- 조쉬
- 그냥 나도 미친 걸까?

 

내 안에도
광기가 있는 거야?

 

그래서 몇 년째
멍한 거야?

 

내 아이들에게도
이 저주를 물려준 걸까?

 

- 조쉬, 조쉬
- 애들도 공격할까?

 

- 그만, 그만
- 왜 엄마는 이걸 숨겼지?

 

당신 안 미쳤어

 

당신 안 미쳤어

 

그럼 왜 이런 거야?

 

'달튼: 혼수상태가 아니었어
답을 찾을 거야'

 

달튼

 

그러니까 달튼이랑 내가
다른 차원으로...

 

여행을 하고

 

거기서 유령과 고블린에게
쫓겼다는 거야?

 

심령체에 가깝지

 

그 사진 속의 유령들이
당신을 쫓아왔어

 

당신 아버지도
그것들을 보셨잖아

 

뭔가 말하려고
오셨을지 몰라

 

어머님에게 말했지만
이해 못 하셨고

 

어떻게 도울지도
모르셨을 거야

 

당신처럼 도우라고?

 

우리 기억을 억눌러서?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어
당신도 동의했고

 

그런데 당신이 멍해졌어

 

기억을 억눌러서
생각도 느려지고

 

어머님이랑 난
어째야 할 줄 몰랐어

 

사실대로 말하기도
너무 무서웠고

 

달튼 말이 맞았어

 

할머니가 우리에게
뭔가 숨긴다고 했는데

 

당신도
그랬을 줄 몰랐네

 

10년을...

 

- 나도 얼마나 힘들었는데
- 10년이나 숨기다니

 

- 왜 그랬어?
- 당신은 몰라

 

- 왜? 왜?
- 당신은 몰라

 

당신이 우리 가족을
죽이려 했으니까!

 

당신이 방망이 들고
온 집안을 쫓아다녔어!

 

- 뭐?
- 당신 짓도 아니고

 

그 유령 짓이라지만
애들이 이해하겠어?

 

포스터는
야간 공포증도 있었어

 

진짜 기억이 아니라고
애들을 10년이나 속였어

 

"그냥 네 상상이야"

 

"아빠는 널 해치지 않아"

 

당연하지

 

근데 그랬잖아

 

당신이 뭐에 조종당했든
애들한텐 중요하지 않아

 

당신 얼굴을 봤잖아
당신이 고통의 원인이라고

 

그래서 내가
거리를 둔 거야

 

더는 그렇게
살 수가 없어서

 

그래도...

 

함께 헤쳐나갈 수도
있었어

 

이거 아빠야?

 

달튼이 방금 보냈어

 

요즘 악몽을 꾸고
환영을 본대

 

빨간 문에 대한 거

 

근데 이것까지...

 

이제 어떡하지?

 

나 무서워

 

괜찮을 거야

 

- 괜찮을 거야
- 모르겠어

 

아무 일 없을 거야
엄마가 약속할게

 

동생 챙겨, 달튼

 

괜찮아

 

밀어

 

왜 아빠가 우리한테
화가 난 거야?

 

엄마, 엄마

 

내가 어두운 세계로 가서
아빠 찾아볼게

 

- 안 돼, 위험해
- 그래도 할 수 있어

 

알았어, 조심해

 

이리 와

 

안 돼! 멈춰!
뭐 하는 거야?

 

멈춰! 뭐 하는 거야?

 

아빠, 제발 멈춰

 

멈춰!

 

안 돼!

 

멈춰!

 

괜찮나 보러 왔어

 

그래

 

바닥에 희한하게 앉아있고
지극히 정상이네

 

괜찮은 거지?

 

정전됐길래 어둠의 세계인지
뭔지 또 하나 했어

 

넌 어두운 거
전혀 안 무섭댔으니까

 

네 방을 밝혀주러 왔지

 

내가 네 인생을
밝혀준 것처럼

 

이제 어둠 안 무서워

 

그래

 

간신히 가져왔는데
도로 가져가야겠네

 

근데 너
진짜 짜증 난다

 

있잖아

 

네 문자 받고
답문자 까칠하게 썼는데

 

그냥 지웠어

 

할머니가 문자로
싸움 키우지 말랬거든

 

문자는 오해 산다고

 

근데 내 의견
필요한 거면

 

말해줄게

 

과거를 파헤치지 마

 

어떤 건 묻어두는 게
낫기도 해

 

그리고...

 

어떨 땐 잊고
나아가야 하는 거야

 

달튼?

 

저기...

 

달튼, 괜찮아?

 

달튼

 

달튼

 

달튼?

 

달튼?

 

안 돼

 

안 돼, 안 돼

 

아빠 왔어

 

데리고 나가줄게, 달튼

 

여기서 나가서
집으로 가는 거야

 

다신 돌아오지 말자

 

달튼, 왜 그래?

 

달튼

 

너 거기 있는 거지?

 

달튼

 

거기 있는 거 알아

 

또 날 건드리면
박살 내 줄 거야

 

아빠, 안 돼!

 

날 죽이려고 했잖아

 

- 내가 아니었어
- 아빠였어!

 

이것들은 우리 몸을
빼앗기도 해

 

나도 당했었고
너도 당한 거야

 

너한테 오고 있어

 

가야 돼

 

가자

 

오고 있어!

 

뛰어!

 

달튼, 도와줘!

 

같이 막아줘!

 

- 안 돼!
- 막을 순 없어

 

그래도 해봐야지

 

저리 가!

 

안 돼!

 

안 돼! 안 돼!

 

달튼, 어서!

 

막을 걸 찾아야 해
봉인할 걸 찾아

 

빨리 가자

 

- 아빠, 제발
- 아빠!

 

우리 가야 돼!

 

괜찮아

 

 

 

저리 가!

 

안 돼!

 

안 돼! 맙소사

 

조쉬

 

조쉬

 

이건 나로 끝난다

 

물감?

 

물감이야, 달튼이구나

 

이거 없애버려

 

태우고 잊어버려

 

잊는 건 소용없어
기억해야 해

 

아픈 상처라도

 

'벤 버튼'

 

아빠?

 

괜찮아, 괜찮아

 

달튼은 괜찮아?

 

- 괜찮아
- 그래

 

'달튼'

 

달튼이야

 

달튼

 

아빠 돌아왔어?

 

응, 돌아왔어, 무사해

 

다음 주 금요일에 봐

 

포스터한테 도와줄 테니
역사 숙제 가져오라고 해

 

좀 일찍 와서
저녁 같이 해

 

그럴게, 고마워

 

집 예쁘네요

 

감사해요

 

- 여기 살아요?
- 그럼 좋겠네요

 

대답이 이상하죠?

 

기억을 좀 잃어서요

 

곧 채워질 거예요

 

당신을 알아요

 

본 적 있을 거예요

 

어머니를 알아요

 

어머니에게
할 말이 많아요

 

알아요
전할 수 있어요

 

언젠가
하게 될 거예요

 

당신에겐
밝은 미래가 있어요

 

당신과 달튼에겐

 

담대하게 나아가요

 

나도 벽에 걸렸구나

 

그래

 

사랑한다, 아들

 

나도 사랑해

 

자 막 번 역 : 황 석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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