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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갈 거야?

 

레이크 하우스

 

- 저기요...
- 네, 잠깐만요

 

- 이거 적고 기다리세요
- 전 닥터 포스터예요

 

새로 근무할...

 

회진 때 볼 환자가
1, 2층에 22명이야

 

- 22명이요?
- 좀 많지?

 

힘들면 삐삐를 쳐
첫날이니까

 

잔일은 의대생들 시키고

 

왜 아직 MRI를 안 찍었어?

 

- 4시간 뒤에 데리러 온대요
- 그땐 죽을지도 몰라

 

됐어, 직접 데려가

 

좌, 우로 꺾어서
승강기를 타

 

회진에 늦지 않도록
빨리 돌아와

 

닥터 클리...

 

- 어디 가는 거요?
- 저도 잘 몰라요

 

- 컨디션은 어떠세요?
- 나, 살 수 있겠소?

 

그럼요, 물론이죠

 

알렉스!

 

시금치 파이를 만들었어!
트레일러는 따뜻해!

 

지금 못 가!

 

오늘 추워!
자기 감기 들면 나 속상해!

 

난 감기 안 걸려!

 

참, 집 샀다며?
나만 모르고 있었잖아!

 

내가 말 안했나?

 

잠깐만!

 

어디야?

 

변두리야
미시건 호수 위!

 

호수 위에 무슨 집이...

 

맙소사, 혹시 철근으로
대충 지은 그...

 

- 괜찮아?
- 응, 정신 나갔어?

 

그런 집을 뭐 하려고 사?

 

유리집이라
밖에서 다 보여!

 

모나?

 

장화나 사 신어

 

- 430호
- 길을 잃었어요?

 

- 네
- 며칠 헷갈리죠

 

- 난 매드비예요
- 케이트 포스터예요

 

딴 층이네, 어디서
레지던트를 마쳤어요?

 

북쪽 호숫가
동네 병원에서요

 

새 입주자께,
이사를 축하드립니다

 

저만큼 이 집에서

 

좋은 추억을
만드시길 바라요

 

주소변경 신고는 해뒀지만

 

혹시 우체국의 실수로

 

제 편지가 오면
좀 부쳐주실래요?

 

아래에 적힌 게
제 새 주소입니다

 

미리 감사드려요
추신...

 

"집 앞의 개 발자국은
원래부터 있었습니다"

 

"다락에 있는 상자도요"

 

개 발자국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지?

 

안녕, 재키

 

전구를 갈고

 

개 먹을 거 사야겠네

 

사람 먹을 것도

 

야, 이리 와!

 

밸런타인데이에 15도라니...
시카고 같지 않아요

 

온난화 때문에 큰 문제야

 

미래에는 빙하가 녹아서
다 물에 잠긴대

 

우린 그 전에
죽으니 다행이지

 

뭐예요?

 

네 아버지가
읽으시던 책이야

 

- 도스토예프스키?
- 그래

 

한 남자가 불쌍한 노파를
도끼로 살해한 뒤에

 

절망 속에 방황하는
부분까지 읽었어

 

이거 참 맛있다

 

- 그래요?
- 응, 정말 맛있어

 

무슨 생각하니?

 

아니에요

 

네 아빠가 돌아가신 후
난 계속 힘들었어

 

이 책을 읽으면
아빠의 체취가 느껴져

 

구절마다 그 양반의

 

손때가 묻은 것 같고...

 

맙소사!
교통사고예요!

 

델리 광장으로
구급차를 보내줘요

 

구급 요원도요

 

올라가세요!

 

인도로 올라가요!

 

인도로 올라가요!
올라가요!

 

17동 토대 공사를
오늘 끝내요

 

역시 초짜라 뭘 모르는군

 

네?

 

다음 주까지
17동을 시작하지 못해

 

지붕 공사 인원이
남잖아요

 

클레멘스와
로드리게즈를 부르고

 

14동의 남는
굴착기를 돌려요

 

7동, 10동에 빈둥대는

 

인부들 많던데...

 

폴리, 칼로스, 프랭크, 대니...
키 큰 친구는 누구죠?

 

- 라파엘
- 라파엘

 

- 서둘러요
- 알았어

 

이봐!

 

케이트

 

교통사고 얘기 들었어

 

살리려고 무지 애썼다며?

 

네, 다 물거품이 됐지만...

 

젊은 닥터들은
이런 충고를 안 듣지만

 

자네는 명심하면 좋겠어

 

비번인 날엔 가급적
병원쪽은 얼씬대지 마

 

멀리 떨어진 곳에 가서
다 잊고 푹 쉬라고

 

포스터 양께

 

메모 잘 받았습니다

 

뭔가 착오가 있나 본데

 

이 호수 집은 몇년간
비어 있었습니다

 

혹시 저 아래 별장을
말하신 건가요?

 

"이 집엔 사람이
안 살았습니다"

 

"개 발자국 얘긴
또 뭔가요?"

 

와일러 씨,
전 그 별장을 잘 압니다

 

거기 산 적 없어요

 

제가 살았던 집은
별장치곤 너무 넓죠

 

전 분명히

 

호수 집에서 살다가
이사했습니다

 

시카고 노스 라신
1620번지예요

 

편지가 잘못 가면
보내주세요

 

참, 지금은 2006년입니다

 

사람들에게 물어보세요

 

2006년?

 

그건 또 무슨
엉뚱한 소리야?

 

젠장!

 

- 와일러 소장님
- 나오셨어요?

 

그래, 좋은 아침
좋은 아침!

 

와일러 군

 

아버지

 

굳이 말하면
루프의 디자인은

 

푸가 곡에서
영감을 얻었죠

 

- 기운도 좋아, 두시간이나!
- 한마디도 안 하셨는데?

 

순 새디스트! 저렇게 지독한
노친네는 정말 처음 봐

 

너무 오버하는 거 아냐?

 

어디 가?

 

이 똥차, 아직도 굴러가?

 

 

꼴이 가관이네

 

나도 보고 싶었다

 

노친네는 신경 꺼

 

- 콘도?
- 리비에라 단지

 

- 농담이지?
- 4년 만에 만난 형한테

 

- 잘난 척이 심하다?
- 뭐가?

 

프랭크 로이드 행세는
그만 해

 

- 내가 뭘?
- 아버지의

 

설계회사에 볼모로 잡혀

 

자질구레한 프로젝트나
처리하는 주제에...

 

그런 말 할 처지야?

 

조립식 새장 같은
콘도나 지으면서

 

그것도 날림공사로
내 말 틀려?

 

봐! 넌 역시
통찰력이 있다니까

 

그래서 말인데

 

나 실은 얼마 전에 집 샀다

 

- 어디?
- 호수 위

 

호수 집?
돈 잘 버나봐?

 

사람이 안 살던
낡은 집이야

 

버려진 유령 집에서 산다?

 

개털 된 거야?

 

그래서 날림업자와
손을 잡았어?

 

- 무시하지 마, 개도 있어
- 그러셔?

 

그냥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났어

 

- 여긴 왜 왔어?
- 편지 전해주려고

 

여긴데?
노스 라신 1620번지

 

여긴...

 

빈 공터잖아

 

'노스 라신 아파트 부지'

 

누구 만나기로 했어?
여기 산대?

 

몰라

 

그런 줄 알았는데

 

벨을 눌러볼까?

 

친애하는 포스터 양

 

그 주소지에 갔더니
아무것도 없더군요

 

건축 공사장이었습니다

 

조감도는 근사해도
완공은 멀었던데

 

뭐가 어떻게 된 거죠?

 

주소도 날짜처럼
착각하신 건가요?

 

이런 게임, 피곤하네

 

정말 2004년에
살고 계신다면

 

한 가지

 

경고해 드리죠

 

'2004년 4월 3일'

 

그날 기억나니?
추워서 너 혼났었지?

 

알아

 

좋아요
당신 얘길 믿어드리죠

 

말씀대로 정말
2004년에 살고 계시다면

 

이게 필요할 거예요

 

그해 봄, 폭설로
감기 환자가 많았죠

 

그러니까 푹 쉬고 물 많이 드세요
의사의 명령이에요

 

눈? 기가 차서!

 

어디 먹어볼까?

 

'이런 일이 가능한가요?'

 

'불가능할 거 없죠'

 

재키!

 

잭!

 

잭, 이리 와
옳지, 착하지?

 

"이건 분명
불가능한 일인데"

 

"벌어지고 있어요"

 

내가 어딨냐구?

 

머리 좀 썼네

 

"호수 집에요"

 

댁도 나하고
같은 곳에 있군요?

 

슬슬 지치네요
그만 가볼래요

 

잘 있어요
고마웠어요

 

우리 제대로
인사나 나누죠

 

난 의사예요
인술을 베푸는...

 

그러려고 노력하죠

 

난 집을 짓는 건축가예요

 

지금 맡은 일은
맘에 안 들지만

 

덕분에 여기 오게 됐으니
그걸로 만족해요

 

지금 시카고의
병원에서 일하신다면

 

내 현재 연도에는
어디 있었죠?

 

2년 전인 그 해에는

 

매디슨에서
인턴 생활을 했어요

 

미래에 대해 좀 알려줘요

 

2006년도는 어때요?

 

뭐 특별히
달라진 건 없어요

 

우주복을 입고
비행접시를 타고 다니며

 

초능력으로 의사소통을
한다는 걸 제외한다면요

 

하지만 남자들은 지금도

 

그때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어요

 

참, 집 앞의
개 발자국 말이에요

 

어떻게 된 걸까요?
아마 같은 개인가 봐요

 

댁의 개는
어떻게 생겼어요?

 

수의사 말이
잭은 지금 8살이래요

 

그땐 6살이겠죠

 

말랐고, 눈빛이 슬프고
코를 골고, 사람처럼 자요

 

난 잭이라고 불러요

 

안녕, 잭

 

안녕

 

왜 안 자?
잘 시간인데

 

전 요리하는 거 싫어해요

 

저 둘이 결혼할까요?

 

- 어떨 것 같아?
- 남자가 너무 늙었어요

 

그렇게 안 늙었어

 

울 엄마 애인은
대머리였어요

 

착했는데

 

울 엄마가 찼어요

 

기다리면
훨씬 더 멋진 남자가

 

나타난대요

 

저 언니도 기다리지...

 

- 멋진 남자가 나타날 텐데
-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평생
기다리다 말 수도 있어

 

올 때 뭐 좀 사올까?

 

와인 한병 사와요

 

축하하게

 

며칠 동안
편지 못해서 미안해요

 

일주일 내내
야근이었어요

 

반가워요
어디 가버린 줄 알았어요

 

당신이 미래와의
유일한 끈인데...

 

참, 여태 취미를
안 물어봤네요

 

잭에게 책 읽어주는 게
취미예요

 

- 걘 어떤 작가를 좋아해요?
- 도스토예프스키요

 

내가 좋아하는 건
맑은 날의

 

이 도시 풍경이에요

 

햇살에 비친 건물이
예술이죠

 

보여줄게요, 토요일에
나랑 산책합시다

 

미쳤군요, 왜 나땜에
사서 고생을...

 

고생은요
이제 여름이요

 

이제 당신 차례예요
어떨 때 행복해요?

 

뭣부터 말할까요?
우선...

 

어디서 꽃향기가 풍길 때

 

피크닉이 끝날 무렵
비가 올 때

 

또, 잭의 발 냄새를
맡을 때요

 

남편 얘긴 통 안 하는군요

 

참, 난 남편을 사랑해요
그이도 의사죠

 

가축 성형외과 의사요

 

나도 결혼했어요

 

애가 여덟인데
다 날 안 닮았어요

 

- 고민이에요
- 그렇겠네요

 

난 싱글이에요

 

나도요

 

27번 건물

 

아버지 말로는

 

그 건물이 이 도시
모든 건물의 조상이래요

 

어릴 땐 아버지와
자주 산책했었죠

 

- 알렉스?
- 왜요?

 

정말 함께 걷고 싶어요

 

'케이트, 난 당신 곁에 있어요
함께 걸어줘서 고마워요'

 

어떤 것 같아요?

 

좋은 사람 같구나

 

좋은 사람 같다?
그게 다예요?

 

- 글씨를 꽤 잘 쓰네
- 엄마

 

편지에 쓰여 있는
날짜를 봐요

 

날짜 틀린 거?

 

- 그건 별 거 아냐
- 별 거 아니라고요?

 

며칠 전엔 미안했다

 

그때 하필 내가
무척 바빴거든

 

그러셨겠죠

 

LP판이 많네요

 

그래, 음악은 큰 위안이 돼

 

니체도 말했지

 

- "음악없는 삶은..."
- "무의미하다"

 

내가 말했었던가?

 

술 한잔 해라

 

이젠 와인도
즐길 줄 알아야지

 

그래야겠죠

 

애비로서 주제넘은
질문이다만

 

몇년 동안 어디 있었니?

 

방황할 나이는
지난 거 아니냐?

 

- 뭐라고요?
- 뭐?

 

이리 올라와봐

 

뭐 하시는 거예요?

 

내 삶을 돌아보는 중이야

 

별로 즐거운 일은
아니구나

 

동기도 썩 순수하진 않지

 

네 애비는
회고록 쓰는 중이다

 

- 저희 얘기도 들어가요?
- 들어가면 좋겠냐?

 

아버지는요?

 

당연하지, 너희들은
애비 자식들인데

 

왜 3인칭으로 말하세요?

 

몰라

 

글을 쓰니까 날 객관화하게 돼
왜, 이상하냐?

 

보여드리고 싶어서
가져왔어요

 

뭐냐?
네가 설계한 집이야?

 

아뇨, 아버지 작품이에요

 

제가 이 집을 샀어요
호수 집

 

그게 너였냐?
웬 날림 콘도업자가

 

헐값에 샀다더니

 

좀 웃어
애비의 조크야

 

박자 좀 맞춰주면 안돼?

 

인상 펴!

 

말해봐

 

어디 있었니?
너무 궁금해

 

아버질 잊으려고
노력했어요

 

용서하든가

 

성공했냐?

 

아뇨

 

제 기억이 필요하면
연락하세요

 

알았다, 그러마

 

아드레날린 1밀리와
아미오다린을 준비해요

 

- 준비됐죠?
- 네

 

이제 튜브를 삽입해요

 

맥이 느리네

 

- 맥박이 좀 잡혀요?
- 네, 약하게요

 

요즘 정말 힘드네요

 

30시간 내리 근무했어요

 

잠시 쉴 틈이 생기면

 

외로움이 뼈저리게
엄습해 와요

 

이러다 우울증에
걸리겠어요

 

그거? 알았어

 

실력이 대단한데?
잘했어

 

하지만 난
내 일을 사랑해요

 

당신 덕에 시카고를
사랑하게 됐지만

 

호수 집이 그립네요

 

그 나무들도

 

나무들이 보고 싶어요

 

걱정마요
우린 곧 만나게 될 거요

 

당신에게
가까이 갈 방법을

 

내가 꼭 찾을게요

 

케이트!

 

먹어

 

- 많이 좀 먹어, 너무 말랐어
- 안 말랐어요

 

어릴 땐 뭐든
잘 집어 먹었잖니

 

- 손으로
- 네, 기억나요

 

혹시, 편지를
주고받은 적 있어요?

 

- 네 아빠랑?
- 그럼 아빠지

 

누구겠어요?

 

실은...

 

뭔데요?

 

네 아빠를 만나기 전에

 

사귀던 남자가 있었어

 

그를 사랑했어요?

 

그래

 

그런데 왜 결혼 안했어요?

 

언젠가 네게
이 질문을 받기 위해서

 

전엔 커 보였는데

 

언제 완공하셨지?

 

네가 태어나기 전에
내가 8살 때

 

르 코르뷔지에와
로이드가 만났군

 

둘 다 아버지의
포커 친구였어

 

- 대마초 친구 겸...
- 그랬나?

 

수영은 못해

 

물로 연결된 계단이나
갑판이 없잖아

 

이 집은 유리상자야

 

바깥의 사방을
훤히 볼 수는 있지만

 

다가갈 순 없지

 

주변과의 소통이
단절된 집이야

 

꼭 그렇진 않은데?
가운데 단풍나무를

 

- 심으셨잖아
- 가둔 거지

 

억압과 통제의 상징으로

 

이 집의 컨셉은
소통이 아닌 소유야

 

물론 아름답고
매혹적이지

 

하지만 불완전해

 

아버지가
집은 잘 지으시지

 

가정이 없는 껍데기 집

 

우린

 

다르게 살길 바라시지만

 

내색을 못하셔

 

자신이 부족한
아버지였다는 걸

 

인정하기 싫으니까

 

그래서 힘드신 거야

 

엄마랑 여기서
살았던 기억나?

 

엄마는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하셨어

 

우리랑

 

아버지랑

 

미래 비전은 어찌됐어?

 

- 그게 뭐?
- 몰라서 물어?

 

날림 콘도나 짓는 게
형의 꿈은 아닐 거 아냐?

 

그럼 3류밖에 못 돼

 

- 1류는 뭔데?
- 비전이 있어야지!

 

형의 아이디어였잖아

 

그 상호명은 네가 가져

 

말도 안돼!
둘이 같이 해야지

 

헨리, 미안한데

 

난...

 

- 왜?
- 딴 계획이 있어

 

여자 친구 생겼어?

 

아니

 

그건 아니고

 

- 뭐야? 수상하네
- 그런 거 아냐

 

난 여자 사귈 시간 없어

 

바쁘다고 연애를 못해?

 

내 말을 들으면
미쳤다고 할 거다

 

친애하는 와일러 씨

 

우리 재미있는
게임 할래요?

 

2년 전 오늘 난
리버사이드에서 기찰 탔는데

 

역에 뭘 두고 탔어요

 

아빠가 주신 선물인데

 

혹시 찾으면
우편함에 넣어주실래요?

 

내겐 소중한 거예요

 

당신의 친구, 케이트

 

5시 46분발 매디슨행
지금 출발합니다!

 

속히 탑승하세요!

 

전화할게

 

'설득 - 제인 오스틴'

 

찾았어요
내가 갖고 있어요

 

언젠간 꼭 전해줄게요

 

소중한 물건이라면서요

 

기억 못하겠지만
우린 서로를 봤어요

 

적어도 난 봤죠

 

그렇게 아름다운 줄
몰랐어요

 

딴 여자를 보셨나 보군요

 

그 해에는
머리가 미웠는데

 

긴 갈색 머리에
부드러운 눈빛

 

네, 네, 그래요

 

날 보셨나 본데

 

난 당신 얼굴을 몰라요

 

그럼 언제 한번
날 직접 만나서

 

어떤지 평가해주지 그래요?

 

데이트예요

 

좋아요

 

2006년 7월 10일에
나한테 전화해요

 

밤 9시 5분에

 

- 여보세요?
- 케이트?

 

- 네?
- 모건이야

 

모건

 

시카고에 왔는데
면접이 취소돼서

 

전화해봤어

 

참, 저녁은 먹었어?

 

- 안 먹었는데...
- 나도! 갑자기 배고프네

 

간단히 뭐 좀 먹자

 

그럴까?

 

이 식당이 괜찮네

 

- 좋지?
- 모건, 여긴 좀...

 

여기서 먹자

 

알았어

 

안녕하세요

 

죄송해요, 잠시만요

 

- 두 사람인데요
- 성함이 뭐죠?

 

예약은 안했어요

 

죄송합니다
10월까지 찼어요

 

10월이요?

 

나중에 오죠

 

밥 먹기 힘드네

 

그럴 수도 있지

 

괜찮아, 잊어버려

 

그 식당은 원래
자리 잡기 힘들어

 

- 그래서가 아냐
- 그럼 왜 그래?

 

거짓말을 했어

 

- 면접은 없었지?
- 부담 안 주고 싶었어

 

당했네

 

커피나 한잔 하며
식사 약속을 잡고

 

- 또...
- 또 뭐?

 

내가 가끔 좀
앞서 가는 거 알아

 

좀 앞서 가?
자긴 열 발자국 먼저 뛰어가

 

일주일 데이트하곤

 

장래 계획까지
세웠었잖아

 

내 수련기간 때 집 보러 다니고
집에 놀러 가면

 

온 동네 사람들에게
인사시키고

 

자긴 그중 한 사람과
급속히 친해졌지

 

무슨 말이야?

 

알잖아

 

- 그 남자 말이야
- 누구?

 

- 딴 짓하다 내게 들킨...
- 딴 짓이라니?

 

우리가 중학생이야?

 

딴 짓이 아니면?

 

키스 한번 했어!

 

웬 낯선 남자와
키스 한번 했을 뿐이야

 

몇년 전에...

 

여러분!

 

리비에라 단지 381동이
완공됐습니다

 

축하합니다
수고들 했어요!

 

- 1개동 완공!
- 44개동 남았어

 

공사 일정이
예상보다 꽤 늦어지네

 

잘 될 거야
더 속도를 내야지

 

굴착기가 부족해

 

14동 방수도 해야 되고...

 

시끄러워

 

- 뭐?
- 자기한테 실망이야

 

- 왜?
-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잖아

 

- 다 하고 있어
- 이건 왜 몰라봐?

 

장화 사 신으라며?

 

그래, 예쁘네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지만...

 

- 맘에 들어?
- 멋져

 

이따 별일 없으면
나하고 데이트해

 

잭? 잭!

 

이리 와, 잭!

 

알렉스, 같이 가!

 

잭!

 

- 댁의 개예요?
- 네, 죄송해요, 감사합니다

 

가자, 잭

 

너 왜 그래?
나 훈련시키냐?

 

- 이런 적 없었는데...
- 잘 지키셔야겠네요

 

- 이놈, 이름 뭐예요?
- 암컷이에요, 잭

 

이름은 수컷 같네요

 

내 여자 친구도
개를 좋아해요

 

- 우리, 본 적 있나요?
- 아닐걸요?

 

- 모건 프라이스예요
- 알렉스 와일러예요

 

들어드릴까요?

 

언제 이사 왔어요?

 

몇달 전에요
호수 집으로요

 

- 호수 집? 재밌네요...
- 찾았네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이쪽은 모건
이쪽은 모나

 

안녕하세요

 

- 반갑습니다
- 네, 저도요

 

장화가 멋지네요

 

이 술 내가 다
마실 거 아녜요

 

밤에 파티할 건데
시간이 되면 와요

 

참, 알렉스?

 

명함이에요

 

그 집이 비면 연락 좀 줘요

 

여자 친구, 케이트가
이 집은 싫대요

 

매디슨에서
레지던트를 마치면

 

이사 가볼까 하구요

 

- 여자 친구가 의사세요?
- 네

 

알렉스

 

- 반가웠어요
- 나도요

 

오늘밤 파티가 몇 시예요?

 

8시요
케이트 생일이에요

 

케이트 생일이래

 

가자, 잭!

 

- 뭘 드릴까요?
- 화이트 와인이요

 

- 고마워요
- 천만에요

 

일반적 사회통념으로 볼 때

 

밤 10시 넘어서
혼자 술을 마실 땐

 

사연이 있는 거야

 

자네 사연은 뭐야?

 

그런 거 없어요

 

난 있어

 

막내딸 마리가 오늘
대학 기숙사로 떠났어

 

기저귀 차고
물장구치며 놀던 게

 

볼보에 짐을 싸서
캘리포니아로 갔다고

 

고생길이 훤한 걸
알기나 하는지...

 

과를 맞춰볼까요?

 

- 의예과?
- 빙고!

 

어서들 와요
잘 왔어요

 

인사해요

 

알렉스, 모나
이쪽은 파티 갱들

 

수잔, 쟈니

 

뭐 한잔씩 마셔요
바는 이쪽이요

 

왜 얘기 안했어?

 

케익이라도 준비할걸

 

나이 1살 더 먹는 게

 

뭐 대단한 거라구요

 

그렇게 조용히

 

사는 것도 좋긴 한데

 

너무 일밖에
모르는 것 같아 딱해

 

여태 애인도 없어?

 

있었죠, 한때

 

이름이 모건이었어요

 

모건? 모건...

 

섹시한 이름이네

 

깜짝파티!

 

생일 축하해, 케이트

 

생일 축하해!

 

- 이쪽은 케이트
- 반가워요

 

알렉스와 모나야

 

호수 집을 알아봐준대

 

케익 안 먹어?

 

그 사람과는 끝냈어요

 

지금이 편해요
잘 끝낸 거 같아요

 

편지는 누구한테 써?

 

병원에서 틈만 나면
열심히 뭘

 

- 쓰던데...
- 어떤 사람이 있어요

 

가까이 갈 수 없는 사이죠

 

- 어떻게 만났어?
- 만난 적 없어요

 

- 난 늘 그런 식이에요
- 농담 마

 

늘 거리를 두게 돼요

 

모든 사람과...

 

내게 청혼까지 했던

 

눈앞의 남자는

 

자꾸만 밀어내게 되고

 

여태

 

한번도 만난 적 없는

 

미지의 남자에게
마음을 자꾸 뺏겨요

 

그 남자가 편지를
잘 쓰나 보네

 

편해요

 

부담없고...

 

- 맙소사, 감옥에 있구나?
- 아니에요

 

- 범죄자를 좋아해?
- 아니에요

 

호수 위의 집에 사는
건축가예요

 

맙소사

 

생일 축하해요

 

고마워요

 

- 행복한 한해 되세요
- 고마워요

 

전 알렉스예요

 

호수 집에 사는...

 

아, 네, 반가워요

 

앉아도 돼요?

 

저희 집도
알아봐 주신다고요?

 

적당한 집이 있으면요

 

부동산 업자세요?

 

아뇨, 그냥
호수 집에 살 뿐이에요

 

살만 해요?

 

네, 그 집으로
이사 오실 걸요?

 

그래요?

 

케이트, 읽어봤어요?

 

'설득'이란 소설

 

네?

 

- 제인 오스틴이 쓴...
- 누가 썼는지 알아요

 

실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소설이에요

 

그런데 갑자기
그 얘긴 왜 묻죠?

 

얼마 전에 친구가
그 책을 줬는데

 

어떤 책인가 해서요

 

좋은 작품이에요

 

그래요?

 

기다림에...

 

관한 책이죠

 

어떤 두 남녀가 만났는데

 

서로 좋아하지만
인연이 엇갈려서

 

그냥 헤어져요

 

그리고...

 

세월이 흘러서

 

둘은 다시 만나지만

 

시간의 장벽 앞에서
또 망설이죠

 

너무 오랜...

 

헤어짐 때문에
두려워하면서요

 

그 소설이 왜 좋아요?

 

모르겠어요

 

아니, 뭐 얘기가
아름답긴 한데...

 

- 좀 궁상이죠
- 네, 맞아요

 

- 궁상맞아요
- 그래요

 

맞아요, 궁상맞죠

 

개인적인 질문이지만

 

혹시 그런 경험
해본 적 있어요?

 

저요? 아뇨

 

사실은...

 

16살 때

 

어떤 남자 아이를
굉장히 좋아했어요

 

걘 기타를 쳤죠

 

난 그 애와 살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로
가출했어요

 

내 목소리가 예쁘다는
그 아이의 말에

 

가수가 될 생각도 했었죠

 

샌프란시스코는 멋져요

 

걘 내 첫사랑이었어요

 

유일한 사랑일지도 모르죠

 

- 멋진 사람이었나 봐요
- 모르겠어요

 

그 사랑이 곧
끝나버렸거든요

 

솔직히 이젠...

 

얼굴도 잘 기억 안 나요

 

- 정말이요?
- 네

 

슬프네요

 

실은 아빠가
날 데리러 왔었죠

 

난 된통

 

혼난 뒤에
시카고로 끌려왔어요

 

그 후 아빠는 병이 드셨죠

 

아빠는 내가
의사가 되길 바랐어요

 

그런 아빠의 꿈이
내 꿈으로 변했고요

 

아빠가 옳았어요

 

난 내 일에 보람을 느껴요

 

그 후, 돌아가셨어요

 

케이트

 

왜요?

 

난...

 

당신은 뭐요?

 

난 말이요...

 

뭐요?

 

이 노래 알아요?

 

 

- 노래 잘해요?
- 아뇨

 

거의 음치예요
들으면 귀 버려요

 

노래하란 얘기는

 

아니었는데...

 

춤은 좀 춰요

 

케이트?

 

모건...

 

알렉스와 호수 집 얘길
하던 중이야

 

- 근사한 집 같네
- 다행이군

 

알렉스, 늦었어

 

그래

 

알았어

 

- 갈게요
- 네

 

당신이었군요

 

왜 아무 말 안했어요?

 

날 미친 주정뱅이로
취급할까 봐요

 

당신이 좋았었는데...

 

무슨 말이든
하지 그랬어요

 

당신 옆엔
애인이 있었잖아요

 

변명 관둬요
당신은 겁쟁이예요

 

천만에, 아니에요

 

그럼 옆에 있던
당신 애인은 뭐죠?

 

뭐라고요?

 

- 애인이 아니라고 했잖아요
- 모건도 애인이 아니에요

 

그래요?
그럼 뭐죠, 친척 오빠?

 

농담이 썰렁하네요
부업으로 에어컨 장사해요?

 

드디어 첫 싸움을 했네요

 

그 얘기를 작곡해서
음반을 내봐요

 

누구야?

 

여보세요?

 

헨리

 

뭐?

 

아버지 병실을 찾는데요
사이먼 와일러

 

- 건축가 와일러 씨요?
- 네

 

부친의 담당 의사
클리진스키예요

 

많이 안 좋으세요?

 

아뇨, 심장마비가 왔는데
심각하진 않아요

 

심폐기능도 괜찮긴 한데

 

수술은 해야 돼요

 

내일 하기로
동의하셨어요

 

직업 정신이
여전하시네요

 

왜 왔니?
난 아무렇지도 않아

 

건강하다고

 

심장마비가 왔다면서요?

 

잠깐 통증이
있었던 것뿐이야!

 

별 거 아니라고

 

과잉반응 안 하면
고맙겠다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하세요

 

커피

 

네?

 

못 들었냐?

 

커피요

 

내가 말 안한 게 있어요

 

호수 집은
우리 아버지 작품이에요

 

직접 지으셨죠

 

그때는 유명해지기
전이셨고

 

가족과 엄마를
사랑하셨죠

 

그 집은 엄마에 대한
선물이었어요

 

엄마는 재밌고
똑똑하셨죠

 

능력이 있었지만
우리 가족을 위해

 

자신을 헌신하셨어요

 

아버지는 성공한 후로
점차 괴팍해졌죠

 

아버지 때문에
힘들어진 엄마는

 

아버지를 떠나셨고

 

몇달 후 병이 드셨어요

 

그래도 끝까지
아버지를 사랑하셨지만

 

아버지는 장례식에도
안 오셨죠

 

내가 이유를 묻자...

 

말해봐요
뭐라셨어요?

 

"집을 나간 순간
네 엄마는 이미 죽었다"

 

그리고는 '올해의 건축가'다운
미소를 지으셨죠

 

간호사 3명의

 

눈을 피해서
간신히 숨겨왔어요

 

젠장, 뜨겁네

 

디카페인은 아니지?

 

네, 몸엔 해롭지만요

 

맛이 괜찮구나
고맙다

 

아들아

 

- 천만에요
- 동생은 어딨냐?

 

보냈어요
기운 없어 뵈길래

 

걔가 걱정이 많잖아요

 

네 엄마도
늘 걱정이 많았지

 

걘 엄마를 닮았어

 

뭘 보세요?

 

볼래?

 

누가 보내온
박물관 설계도야

 

- 누가요?
- 신인 건축가

 

통로의 채광이
맘에 드네요

 

자재는 뭐죠?

 

화강암과 알루미늄

 

흰 판넬은 마이어풍인데

 

창으로 보이는
실내의 색이 독특해요

 

새롭진 않지만
심플하네요

 

맘에 들어요

 

너, 언제
바르셀로나에 갔었지?

 

꽤 됐죠, 엄마랑
모두 갔잖아요

 

까사델라에 갔던 거
기억나냐?

 

빈민 구호소요?

 

응, 아까 마이어 얘기했지?

 

그의 박물관이
까사델라 바로 옆에 있어

 

같은 햇볕을 받으면서

 

그는 지붕에 미늘형 채광창을
많이 만들었지

 

미술품들이 햇볕을 많이 받게
간접 채광으로!

 

그게 중요해, 예술품은
조명이 좌우하거든

 

물론 너도 그런 건
훤히 알겠지만, 망할 녀석

 

이 건물

 

어디다 세우면 좋겠냐?

 

모르겠어요

 

- 맘에 든다며?
- 컨셉만요

 

감이 안 잡혀?

 

너도 알잖니
바르셀로나의 햇살은

 

도쿄의 햇살과 다르고

 

도쿄의 햇살은
프라하와 다르다는 거

 

시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진정으로 위대한 건축물은

 

환경과 조화를 이뤄야 돼

 

그걸 생각해야 프로지

 

건축물은 자연 속에서
생명을 얻는 거야

 

건축가는 빛에 대해
고민해야 돼

 

그걸 염두에 둬라, 항상

 

'사망 진단서'

 

'애나 클리진스키'

 

나랑 근무 좀 바꿔줄래요?

 

여보세요?

 

- 와일러 씨?
- 네

 

시카고 병원의
클리진스키 박사예요

 

너무나 애석한
소식이 있어요

 

정말로 안됐네요

 

곁에 있어주고 싶어요

 

아버님이 지으신
이 집에서 함께

 

호수를 바라보고 싶어요

 

당신이 늘 내게 힘을 줬듯

 

나도 위로해주고 싶은데

 

미래의 시간에 있는 내가

 

여기서

 

당신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건

 

이것뿐이네요

 

몇년 후에나 발간될 텐데

 

미리 보면 더 좋잖아요

 

'사이먼 와일러 회고록'

 

아버님 마음을
읽을 수 있을 거예요

 

'호수 집에서
아들 알렉스와 함께'

 

'이번엔 진짜로
만나고 싶어요!'

 

장소를 정해요
꼭 나갈게요

 

내일 어때요?

 

난 내일이지만

 

- 당신은 2년 후예요
- 상관없어요, 기다릴게요!

 

만날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난 100% 확신해요

 

좋아요, 2년 후에 봐요

 

내일 봅시다

 

장소는

 

어디로 할까요?

 

일 마레

 

원하시는 예약일은요?

 

2년 후 내일이요

 

- 2년 후 내일이요?
- 네

 

- 2년 후요?
- 내일로부터

 

- 안녕하세요
- 성함이요?

 

포스터요

 

- 성함이요?
- 와일러요

 

와일러로 되어
있을지도 몰라요

 

- 예약이 가능할 것 같네요
- 고마워요

 

와일러요?

 

와일러

 

곧 안내해드릴 겁니다

 

안녕하세요

 

서비스입니다

 

- 고마워요
- 좋은 시간 되세요

 

한잔 더 드릴까요?

 

안 나왔더군요

 

약속 장소에

 

이해가 안되네요

 

무슨 일이 있었나 봐요
미안해요

 

시간이 많으니까
다시 약속을 잡읍시다

 

아니에요, 알렉스
이젠 늦었어요

 

소용없다고요
못 만났잖아요

 

포기하지 말아요

 

'설득'이란 책
기억 안 나요?

 

그들은 오랜 세월 끝에
다시 만났잖아요

 

인생은 책과 달라요

 

한순간에 끝날 수도 있죠

 

엄마와 델리 광장에
있었는데

 

한 남자가
사고를 당했어요

 

죽어가는 그를 보며

 

생각했죠

 

"밸런타인데이에 죽다니
말도 안돼"

 

"사랑하는 친구들과
가족들을"

 

"다신 못 보다니..."

 

그리곤 또 생각했어요

 

"만약 아무도 없다면?"

 

"기다려주는 사람이 없다면
얼마나 슬플까?"

 

난 뭔가 답을 찾아
호수 집으로 갔어요

 

당신이 있는

 

그리곤 상상에
빠진 거예요

 

시간이 영원히 멈추는
아름다운 상상에요

 

하지만 그건
환상일 뿐이죠

 

이젠 현재의 시간 속에서
사는 걸 배울래요

 

다시는 편지 쓰지 말아요

 

날 찾지도 말고

 

당신을 보내게 해줘요

 

여보세요?

 

뭐? 안 들려
미안해, 잠깐만...

 

잠깐만, 잠깐만

 

여보세요?

 

오랜만이야

 

온 지 얼마나 됐어?

 

친구들과 바에 왔어

 

맛있네

 

목소리 들으니까
반갑던데?

 

그렇게 반가울 줄
나도 몰랐어

 

면접은 잘 됐어?

 

- 응
- 정말?

 

응, 취직됐어

 

- 진짜?
- 응

 

축하해

 

통신회사 고문 변호사 일인데
보수도 상당히 좋아

 

사무실이 여기야

 

시카고

 

정말

 

잘됐네

 

왜?

 

잭!

 

이번 주말에 올 거야?

 

나 안 보고 싶어?

 

많이는 아니고 조금?

 

아니, 알았어, 응

 

케이트, 내가 다시 걸게

 

호수 집에 아직도
관심 있어요?

 

케이트는 원할 텐데...

 

그걸 당신이 어떻게 알죠?

 

날 믿어요

 

안녕? 나 기억나지?

 

어떤 것 같아?

 

이건 편집증이야, 알아?

 

왜 일은 안 하고

 

호수 집에만 집착해?

 

그녀의 집이니까

 

그녀라면...
미래에 산다는 그 여자?

 

케이트야

 

아직도 편지 주고받아?

 

- 아니
- 왜?

 

그녀가 관두재

 

뭣 때문에?

 

시간

 

기운내!

 

도리어 잘된 거야
현실의 여자를 만나

 

- 진짜 여자!
- 내 말 들어봐

 

들어봐

 

편지를 주고받을 동안
그녀는 누구보다도

 

살아 숨쉬는
생생한 존재였어

 

난 그녀를 만났고

 

키스도 했어

 

사랑했다고

 

그런데 떠났어

 

떠나버렸어

 

여기 좋네요
여기서 묵어요

 

뭘 좀 먹어야지

 

내가 요리해 볼게요

 

요리를 싫어한다며?

 

네, 전 요리하는 거
싫어해요

 

하지만 닭을 사왔으니까
한번 해볼게요

 

소리 좀 줄여줄래?

 

"두 사람의 마음은
하나였다"

 

"좋아하는 취향마저"

 

"한몸처럼 닮아 있었다"

 

해피 뉴이어!

 

'2006년 해피 뉴이어'

 

들어와

 

안녕

 

안녕

 

어때?

 

이거 보러 오라고 한 거야?

 

- 수리해야 돼
- 차라리 싹 헐고 새로 짓지?

 

리모델링 전문회사를
알아놨어

 

내일 간다고 했어

 

한방 먹었네

 

아파트에서 벌써
1년 넘게 살았잖아

 

환경 좀 바꿔보자고

 

- 신설 회사래
- 그럼 경험도 없겠네

 

시공비는 싸겠지

 

포스터 박사님, 잠시만요

 

네, 고마워요

 

'미래 비전 설계사무소'

 

참...

 

해피 밸런타인데이!

 

어쩌지?
난 준비를 못했는데

 

미안해, 내가 요즘
너무 바빠서

 

괜찮아

 

- 왜 이렇게 덥지?
- 온난화 탓이야

 

닥터 포스터?

 

- 안녕하세요
- 또 뵙네요, 케이트

 

- 모건이에요
- 바네사 밴더벡이에요

 

전에 말씀하신
안마당 설계도면입니다

 

와, 정말 멋지네요

 

유리와 철근구조는
그대로 살릴 거죠?

 

퇴근 후 한잔 할래?

 

밸런타인데이라
바네사와 데이트해야 돼

 

잠깐만

 

방금 뭐랬지?

 

밸런타인데이라서
데이트 할 거라고

 

굴과 샴페인에
초콜릿도 먹고

 

- 오늘이 며칠이니?
- 2월 14일

 

- 2006년 2월 14일?
- 응

 

- 정말 기대가 커요
- 감사합니다

 

헨리가 계속
연락드릴 거예요

 

모든 게 맘에 드네요

 

감사합니다

 

왜?

 

나 사무실에
들어가봐야 돼

 

이거 누가 그린 거죠?

 

제 형이 그린 건데요
제 형이 그린 건데요

 

형이 누구신데요?
형이 누구신데요?

 

알렉스 와일러요
알렉스 와일러요

 

아세요?
아세요?

 


 

알아요
알아요

 

혹시 만나볼 수 있나요?
혹시 만나볼 수 있나요?

 

지금 어디 계신지...
지금 어디 계신지...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형은... 죽었어요
형은... 죽었어요

 

2년 전 오늘
2년 전 오늘

 

사고가 있었죠
사고가 있었죠

 

어디서요?
어디서요?

 

케이트!
케이트!

 

잠깐만 좀 서봐!
잠깐만 좀 서봐!

 

내 얘기 안 들려?
내 얘기 안 들려?

 

왜 그래?
왜 그래?

 

'밸런타인데이'
'밸런타인데이'

 

'델리 광장'
'델리 광장'

 

밸런타인데이에
15도라니...
밸런타인데이에
15도라니...

 

시카고 같지 않아요
시카고 같지 않아요

 

온난화 때문에 큰 문제야
온난화 때문에 큰 문제야

 

더우면 좀 참죠, 뭐
더우면 좀 참죠, 뭐

 

그렇게 간단치 않대
그렇게 간단치 않대

 

알렉스
알렉스

 

그날 못 온 이유를
알았어요
그날 못 온 이유를
알았어요

 

사고를 당한 게
당신이었어요
사고를 당한 게
당신이었어요

 

바로 당신
바로 당신

 

제발 오지 말아요
제발 오지 말아요

 

그냥 기다려줘요
제발 날
그냥 기다려줘요
제발 날

 

찾으려 하지 마요
찾으려 하지 마요

 

날 찾지 말아요
날 찾지 말아요

 

당신을 사랑해요
당신을 사랑해요

 

 

오랫동안 말 못했지만
사랑해요

 

 

날 만나고 싶다면

 

 

기다려줘요

 

 

나도 기다릴게요

 

 

기다려줘요
기다려줘요

 

 

2년만 기다렸다가

 

 

호수 집으로 와요

 

 

나 여깄어요

 

 

기다렸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