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00:00:58,188 --> 00:01:10,354 {\an4}피아니스트 잉그리드 후지코 게오르기 헤밍 2 00:01:04,938 --> 00:01:08,654 잉그리드 후지코 게오르기 헤밍 내 본명이지 3 00:01:08,688 --> 00:01:11,104 게오르기는 러시아식 이름이야 4 00:01:11,355 --> 00:01:19,287 {\an4}2차 대전 이전 베를린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은 일본에서 보냈다 5 00:01:12,455 --> 00:01:17,570 아버지가 아는 건 후지산밖에 없었을 거야 6 00:01:17,905 --> 00:01:21,754 그래서 '후지코' 아닐까? 누가 이름을 지었는지는 몰라 7 00:01:20,538 --> 00:01:26,954 {\an4}후지코는 나이를 밝히지 않는다 8 00:01:38,840 --> 00:01:40,590 {\an8}여름 방학 일기 9 00:01:40,599 --> 00:01:44,849 {\an1}14세 여름 방학 때 이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10 00:01:44,855 --> 00:01:51,237 1946년 8월 13일 화요일 맑음 11 00:01:52,605 --> 00:01:57,620 우리 어머니는 몹시 엄하시다 내가 잠시 신문을 읽고 있으면 12 00:01:58,155 --> 00:02:03,004 '공부를 하렴 시간을 유용하게 써야지' 13 00:02:03,121 --> 00:02:06,254 '너는 남들과 달라' 14 00:02:06,371 --> 00:02:10,304 '음악가가 될 거니까' 라고 하신다 15 00:02:11,171 --> 00:02:14,970 오늘도 2층에서 뭘 좀 읽고 있으니 16 00:02:14,971 --> 00:02:17,854 아래층에서 '후지코, 뭐 하고 있니?' 17 00:02:18,471 --> 00:02:22,770 '저요? 약 바르고 있어요' 18 00:02:23,221 --> 00:02:29,237 이렇게 둘러대고 마지못해 피아노를 향한다 19 00:02:25,138 --> 00:02:27,320 {\an4}피아노 연습 20 00:02:44,005 --> 00:02:51,754 파리의 피아니스트 후지코 헤밍의 시간들 21 00:02:52,138 --> 00:02:59,104 파리를 갈망하다 22 00:03:05,188 --> 00:03:11,937 파리를 동경하던 소녀는 수십 년 후 드디어 파리에서 살게 되었다 23 00:04:10,005 --> 00:04:17,304 1889년에 지어진 이 아파트에서 그녀는 1년의 반을 보낸다 24 00:05:33,505 --> 00:05:37,920 고양이 세 마리와 함께 지낸다 25 00:05:42,721 --> 00:05:43,887 총총! 26 00:05:46,009 --> 00:05:46,970 총총! 27 00:05:51,821 --> 00:05:57,270 가장 예뻐하는 고양이, 총총 28 00:06:09,288 --> 00:06:13,954 난 은을 아주 좋아해 이건 아랍 거야 29 00:06:15,088 --> 00:06:20,670 고양이가 발톱으로 긁어 놔서 나무를 덧댔어 30 00:06:21,388 --> 00:06:24,020 이런 장식 정말 좋아 31 00:06:24,438 --> 00:06:30,720 저건 300년도 더 됐어 아프가니스탄 것이라 했나 32 00:06:31,138 --> 00:06:34,854 몇 년 동안 열지 않아서 시체가 나올 수도 있어 33 00:06:35,738 --> 00:06:39,070 이 그림도 참 좋아 어린 시절 추억이 생각나 34 00:06:39,438 --> 00:06:42,904 숟가락이나 포크로 낚시 흉내를 냈지 35 00:06:43,071 --> 00:06:46,820 비 오는 날엔 남동생과 이러고 놀았어 36 00:06:48,921 --> 00:06:52,170 집 장식하는데 10년은 걸린 것 같아 37 00:06:52,288 --> 00:06:58,554 인테리어 구상하는 걸 좋아하는데 하루 이틀로 되지 않아 38 00:06:58,805 --> 00:07:03,554 걸어 보고 마음에 안 들면 이리 저리 옮기고 왔다 갔다 해 39 00:07:05,771 --> 00:07:11,387 이 창문 좀 봐! 좀 아는 사람들은 깜짝 놀라지 40 00:07:11,521 --> 00:07:16,020 모두 손으로 만든 거야 수제 유리 공예품이지 41 00:07:16,155 --> 00:07:18,187 저 창도 마찬가지야 42 00:07:18,855 --> 00:07:20,954 이게 무지하게 비싸다지 43 00:07:21,621 --> 00:07:25,237 아직 남아있는 게 놀랍다고 해 44 00:07:25,621 --> 00:07:30,504 1880년 당시의 유리 그대로니까 45 00:07:32,505 --> 00:07:35,204 옛 서적들을 꽂아 두는 게 꿈이었어 46 00:07:36,455 --> 00:07:43,504 헌책방에서 잔뜩 사왔고 점점 늘어나 이렇게 됐어 47 00:07:45,138 --> 00:07:46,270 쇼팽 사진 48 00:07:55,820 --> 00:07:59,904 느긋하게 이 책들을 다 읽고 싶은데 49 00:08:00,988 --> 00:08:03,536 언제 시간이 생길지 몰라 50 00:08:10,588 --> 00:08:14,370 이렇게 앉아서 생각에 잠기는 걸 좋아해 51 00:08:16,421 --> 00:08:21,754 오늘은 사람들이 보내준 크리스마스 카드에 답장을 썼어 52 00:08:40,771 --> 00:08:42,904 날씨가 꽤 추워 53 00:08:49,705 --> 00:08:52,754 프랑스 예술에 몹시 빠져들어 지냈어 54 00:08:52,955 --> 00:08:58,170 너무나도 신비롭고 훌륭한 세계인 거야 55 00:08:58,538 --> 00:09:05,587 철이 들 무렵부터 프랑스로 유학 가고 싶다고 생각했어 56 00:09:06,838 --> 00:09:09,137 우리 집에 있는 거하고 비슷하지? 57 00:09:09,971 --> 00:09:11,687 색만 좀 다르지 58 00:09:41,638 --> 00:09:42,887 맘에 들어 59 00:09:45,138 --> 00:09:52,187 파리의 거리를 개와 걷다 보면 몯모든 길모퉁이가 다 예술이야 60 00:09:52,305 --> 00:09:54,604 전쟁 피해도 없었으니 말야 61 00:09:54,771 --> 00:10:01,904 파리를 히틀러에게 내주었지만 프랑스인들은 정말 대단해 62 00:10:34,521 --> 00:10:41,937 밤에는 혼자 피아노를 연주한다 63 00:10:55,588 --> 00:11:03,387 {\an1}월광 소나타 클로드 드뷔시 (프랑스) 1862-1918 64 00:12:32,338 --> 00:12:35,220 {\an3}고구마 도둑 그림 65 00:12:33,055 --> 00:12:36,520 7월 21일 일요일 66 00:12:36,805 --> 00:12:39,470 정말로 바쁜 일들이 많다 67 00:12:39,688 --> 00:12:44,937 청소, 피아노 연습, 숙제, 속옷 깁기 68 00:12:45,238 --> 00:12:49,787 알감자 껍질 벗기기 외출복 바느질 69 00:12:50,571 --> 00:12:52,570 세어 보니 끝이 없다 70 00:13:03,621 --> 00:13:06,754 이 광장에서 종전이 발표됐어 71 00:13:06,755 --> 00:13:09,504 드골이 발표했지 72 00:13:11,338 --> 00:13:12,754 문을 닫았네 73 00:13:12,971 --> 00:13:15,470 프랑스인은 게으름뱅이야 74 00:13:27,105 --> 00:13:28,104 고맙습니다 75 00:13:30,038 --> 00:13:31,204 정말 고마워요 76 00:13:31,538 --> 00:13:32,954 좋은 하루 되세요 77 00:13:34,655 --> 00:13:36,570 이거 맛있어 78 00:13:43,255 --> 00:13:47,587 오늘은 친구가 오기로 했다 79 00:14:49,271 --> 00:14:50,404 어서 와 80 00:14:53,121 --> 00:14:54,370 잘 지냈어? 81 00:14:54,371 --> 00:14:57,487 마침 네가 보낸 엽서를 다시 읽고 있었어 82 00:14:58,571 --> 00:15:02,087 바쁜데 방해했나? 괜찮아? 83 00:15:03,255 --> 00:15:05,037 - 잘 지냈어? - 그럼 84 00:15:05,088 --> 00:15:06,087 잉그리드! 85 00:15:06,455 --> 00:15:07,454 건강하지? 86 00:15:07,455 --> 00:15:14,720 {\an4}친구는 파리에 사는 화가다 87 00:15:13,471 --> 00:15:16,537 정말 예쁘지? 그림 같지? 88 00:15:17,421 --> 00:15:18,354 나 혼자만 왔어 89 00:15:18,471 --> 00:15:20,187 - 걔는 거기 있고? - 맞아 90 00:15:21,805 --> 00:15:24,754 비자가 3개월짜리잖아 91 00:15:24,971 --> 00:15:30,920 미국 갈 서류가 준비 되면 봄에 다시 갈 거야 92 00:15:31,555 --> 00:15:33,604 그럼 거기서 작업하면 되니까 93 00:15:34,688 --> 00:15:37,687 '토라야' 빵이야 먹어 봐 94 00:15:38,938 --> 00:15:42,020 나 요즘 살쪘는데 뭘로 할까? 95 00:15:42,605 --> 00:15:45,487 1월, 2월 일정은 어때? 96 00:15:46,105 --> 00:15:47,737 1월, 2월 말이야 97 00:15:48,021 --> 00:15:50,904 연습해야지 98 00:15:51,121 --> 00:15:51,987 파리에 계속 있어? 99 00:15:52,121 --> 00:15:53,237 응, 파리에 있어 100 00:15:54,288 --> 00:16:02,420 {\an4}후지코는 일본은 물론 전 세계를 돌며 연주를 한다 101 00:15:54,371 --> 00:15:56,537 연습은 매일 하잖아? 102 00:15:56,655 --> 00:16:03,004 모스크바 공연이 추가됐어 모스크바, 하바로프스크, 또 어디였더라? 103 00:16:04,255 --> 00:16:05,454 어쨌든 러시아야 104 00:16:06,388 --> 00:16:14,220 {\an4}1년에 약 60회 콘서트를 한다 105 00:16:08,005 --> 00:16:10,754 1월, 2월은 파리에서 연습을 한단 거네 106 00:16:10,921 --> 00:16:14,004 3월도 파리에 있을 거야 3월 3일이 파리 공연이니까 107 00:16:28,654 --> 00:16:31,070 저 녀석은 팔방미인이야 108 00:16:34,788 --> 00:16:39,336 두 달 동안의 휴가가 끝났다 109 00:16:40,705 --> 00:16:47,836 첫 콘서트는 빈에서 온 하이든 사중주단과의 협주 110 00:17:42,605 --> 00:17:44,937 아주 좋아, 오케이 111 00:17:45,071 --> 00:17:47,404 브라보! 112 00:17:48,571 --> 00:17:51,070 - 내일도 리허설 하지? - 맞아요 113 00:18:07,371 --> 00:18:13,220 전쟁 사망자 명단인가? 1차 세계 대전 114 00:18:23,355 --> 00:18:28,487 부다페스트의 교회에는 리스트가 늘 앉았던 자리가 있어 115 00:18:30,355 --> 00:18:33,537 언제나 그 자리에 앉아서 기도를 했다지 116 00:18:43,371 --> 00:18:49,587 {\an1}파리, 루브르 예배당 협주: 하이든 사중주단(오스트리아) 117 00:19:08,438 --> 00:19:15,954 {\an1}파가니니 연습곡 6번 주제의 변주 프란츠 리스트 (헝가리) 1811-1886 118 00:19:48,521 --> 00:19:57,154 {\an1}피아노 협주곡 1번 프레데리크 쇼팽 (폴란드) 1810-1849 119 00:20:29,405 --> 00:20:32,237 어젯밤 늦게까지 연습을 했어 120 00:20:32,355 --> 00:20:35,570 아주 좋았어요 121 00:20:35,688 --> 00:20:38,404 예배당의 울림도 좋았어요 122 00:20:38,571 --> 00:20:39,870 맞아 123 00:20:42,988 --> 00:20:44,837 참 좋았어 124 00:20:51,421 --> 00:20:55,220 정말 걱정이 돼 언제까지 연주할 수 있을지 125 00:20:55,388 --> 00:20:58,554 얼마 전부터 손목이 아프게 됐어 126 00:20:59,005 --> 00:21:00,387 엄청난 고통이 와 127 00:21:00,505 --> 00:21:03,604 어제 톤톤이 파스를 줘서 마침 다행이었지 128 00:21:03,805 --> 00:21:07,220 내 집엔 10년 전에 사용 기한이 끝난 파스가 있는데 129 00:21:07,305 --> 00:21:09,820 그래도 효과가 있더라고 신기해 130 00:21:17,738 --> 00:21:20,904 이 차를 타고 131 00:21:19,905 --> 00:21:28,704 {\an4}옛 시트로앵에 대한 꿈을 지금도 버리지 못한다 132 00:21:21,738 --> 00:21:27,037 장 보러 가는 게 꿈인데 타 본 적이 없어 133 00:21:29,705 --> 00:21:35,054 이렇게 훌륭한 차를 왜 이젠 안 만드는지, 이해가 안 돼 134 00:21:46,638 --> 00:21:48,137 도쿄 타워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135 00:22:01,488 --> 00:22:05,570 일본, 도쿄 136 00:22:07,588 --> 00:22:09,254 아름다워라 137 00:22:13,838 --> 00:22:18,504 그래도 일본은 옛 일본이 아니라서 난 싫어 138 00:22:18,638 --> 00:22:22,170 모든 게 사라졌어 모습을 다 바꿔 버렸지 139 00:22:22,338 --> 00:22:26,354 일본인들은 새로운 걸 좋아하는 것 같아 140 00:22:28,355 --> 00:22:32,487 1년 내내 새로운 빌딩이 지어지지 141 00:22:41,690 --> 00:22:45,190 {\an4}도쿄, 시모키타자와 142 00:22:47,071 --> 00:22:51,870 시모키타자와는 20년 전하고 거의 달라지지 않았어 143 00:22:52,838 --> 00:22:55,087 계속 이런 상태이면 좋겠어 144 00:22:52,921 --> 00:23:01,754 {\an4}연극의 거리 시모키타자와에는 40년대의 정취가 남아 있다 145 00:22:55,588 --> 00:23:00,587 작고 귀여운 가게들이 일본 거리의 장점이야 146 00:23:00,721 --> 00:23:04,637 그래서 외국인들은 시모키타자와를 좋아해 147 00:23:05,221 --> 00:23:11,054 그걸 모르고 뉴욕처럼 바꾸니까 지긋지긋해 148 00:23:20,155 --> 00:23:26,370 어머니가 남겨주신 도쿄의 집 149 00:23:29,455 --> 00:23:36,087 이곳은 한때 극단의 연습실이었다 150 00:23:41,388 --> 00:23:49,887 어머니가 들려주신 '녹턴' 소녀는 그 아름다운 음색을 사랑했다 151 00:24:02,038 --> 00:24:09,537 {\an4}어머니는 종종 독일 유학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152 00:24:04,905 --> 00:24:10,670 집이 불타 시부야 NHK 근처 판잣집에 살았어 153 00:24:10,671 --> 00:24:13,954 밤이면 온 식구가 나란히 요를 깔고 잤어 154 00:24:13,955 --> 00:24:17,254 밤에 내가 '옛날 얘기 해줘' 라고 말하면 155 00:24:17,538 --> 00:24:21,054 갖가지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정말 재미있었지 156 00:24:19,505 --> 00:24:26,137 {\an9}어머니 오츠키 토아코는 피아니스트이자 피아노 교사였다 157 00:24:21,721 --> 00:24:26,387 어머니가 브리스틀의 호텔에 갔는데 방이 전혀 없었대 158 00:24:26,471 --> 00:24:28,937 목욕탕만 비어 있어서 목욕탕에서 묵었다지 159 00:24:28,971 --> 00:24:33,270 하루에 몇 번이나 목욕을 했다고 하시면서 웃었어 160 00:24:33,305 --> 00:24:37,854 그 호텔이 아직도 있어서 얼마 전에 가 봤어 161 00:24:37,855 --> 00:24:43,120 파리에서 잘츠부르크로 갔다가 그 브리스틀의 호텔에 묵었어 162 00:25:02,255 --> 00:25:09,437 {\an4}후지코가 5살이었을 무렵부터 어머니는 엄하게 피아노를 가르쳤다 163 00:25:03,805 --> 00:25:07,520 어머니는 오사카 사투리로 164 00:25:07,605 --> 00:25:12,604 하루 종일 '바보야'라고 하며 엄청 화를 내셨고 165 00:25:12,605 --> 00:25:17,320 난 진짜 내가 바보라고 생각했어 마흔 넘을 때까지 그렇게 믿었지 166 00:25:17,605 --> 00:25:21,570 남보다 많이 모자라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했지 167 00:25:21,905 --> 00:25:27,570 남보다 못한 바보인 나 같은 여자가 치는 168 00:25:27,988 --> 00:25:31,904 형편없는 피아노로는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 169 00:25:32,005 --> 00:25:35,870 다 포기하고 피아노 교사 자격증을 땄어 170 00:25:36,005 --> 00:25:40,337 오래도록 그런 생각에 빠져 살았지 171 00:25:47,421 --> 00:25:51,887 초등학교에서 음악회를 했던 일이 그립게 느껴진다 172 00:25:52,805 --> 00:25:57,520 그때 참 즐거웠다는 생각을 하면 견딜 수 없다 173 00:25:58,238 --> 00:26:02,487 집을 떠나 사는 1년 동안 혼자서만 연습하게 되어 174 00:26:02,605 --> 00:26:05,537 실력은 뚝 떨어졌다 175 00:26:05,821 --> 00:26:10,954 공부를 포기하고 연습하면 '내년엔 음악회에 나갈 수 있다'라고 176 00:26:11,705 --> 00:26:16,337 크로이처 선생님이 말했지만 학교 공부도 해야 한다 177 00:26:14,621 --> 00:26:17,954 {\an8}레오니드 크로이처 178 00:26:17,005 --> 00:26:21,304 일단 열심히는 해 보자 179 00:26:21,588 --> 00:26:26,420 하지만 어느샌가 난 또 공상에 빠져든다 180 00:26:23,588 --> 00:26:28,087 {\an7}아침에 학교에 갔다 181 00:26:29,471 --> 00:26:33,937 두 번째 피아노 선생님은 어머니의 은사, 피아니스트 크로이처였다 182 00:26:34,055 --> 00:26:37,654 그는 나치 독일을 떠나 일본에 와서 죽을 때까지 살았다 183 00:26:37,938 --> 00:26:42,154 아마 난 그 분이 가르친 유일한 아이였을 거야 184 00:26:43,105 --> 00:26:47,454 바흐와 쇼팽을 연주했더니 그는 몹시나 기뻐했어 185 00:26:47,538 --> 00:26:51,204 '이 아이는 놀라운 재능이 있어!' 186 00:26:51,238 --> 00:26:55,087 '무료로 피아노를 가르치겠다'라고 말해주셨지 187 00:26:55,288 --> 00:27:00,504 '이런 식으로 치거라' 하시며 항상 직접 연주를 보여주셨어 188 00:26:56,588 --> 00:27:05,754 {\an4}레오니드 크로이처는 오래 전 후지코 어머니에게 피아노를 가르쳤다 189 00:27:00,621 --> 00:27:04,887 로맨틱한 분이셔서 악보대로가 아니라 노래하듯이 치라고 하셨어 190 00:27:05,221 --> 00:27:09,504 처음부터 그랬어 아주 운이 좋았던 거지 191 00:27:09,938 --> 00:27:14,304 다른 교사들은 기계적인 연습만 계속 시키거든 192 00:27:14,305 --> 00:27:17,104 보통은 그래 그건 아주 위험한 일이야 193 00:27:17,521 --> 00:27:21,404 난 늘 상상을 했어 그냥 기계적으로 치는 게 아니라 194 00:27:21,438 --> 00:27:27,204 '누군가가 노래하는 것처럼' 피아노를 쳤지 195 00:27:27,788 --> 00:27:32,287 악보에는 없지만 길게도 하고 짧게도 치면서 196 00:27:32,788 --> 00:27:37,287 변주를 하고 움직임을 줬지 197 00:27:59,321 --> 00:28:04,820 {\an1}시카고, 샴버그 프레리 센터 포 아트 198 00:28:13,988 --> 00:28:21,254 미국, 시카고 199 00:28:44,521 --> 00:28:46,737 호텔 가서 잘 거야 200 00:28:46,988 --> 00:28:50,154 일로 올 때는 다른 걸 즐기지는 않아 201 00:28:50,488 --> 00:28:59,120 {\an4}올해 북남미 투어는 한 달 동안 5개 도시 10회 공연을 한다 202 00:28:52,071 --> 00:28:56,454 다음 공연을 위해 쉬어야 해 203 00:28:56,621 --> 00:29:00,420 여기선 산 적이 없어서 익숙하지 않거든 204 00:29:06,255 --> 00:29:13,270 {\an1}산티아고 테아트로 오리엔테 205 00:29:15,021 --> 00:29:17,937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6 00:29:27,988 --> 00:29:33,154 칠레, 산티아고 207 00:29:51,338 --> 00:29:57,437 미국, 뉴욕 208 00:30:06,321 --> 00:30:09,487 바로 전날에는 피아노는 잘 안 쳐 209 00:30:10,021 --> 00:30:13,620 피아노는 조금만 치고 산책을 하지 210 00:30:13,871 --> 00:30:19,587 그래야 잘 돼, 중요하지 담배도 많이 피우면 안 돼 211 00:30:21,788 --> 00:30:26,370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건 아주 어려워 212 00:30:29,221 --> 00:30:35,387 공연 전날은 술 안 마셔 커피도 차도 마찬가지야 213 00:30:38,471 --> 00:30:44,020 공연이 없어도 후지코는 하루 4시간은 꼭 연습한다 214 00:30:50,271 --> 00:30:57,820 {\an4}그 습관은 유명해지기 전부터 일상이었다 215 00:30:52,121 --> 00:30:58,204 화가는 어느 정도 그린 뒤에 내버려 두고 잘 수가 있어 216 00:30:58,455 --> 00:31:01,920 그리고 다음 날 다시 보고 새로 그릴 수가 있지 217 00:31:01,955 --> 00:31:07,087 음악의 경우는 하루 쉬고 술을 마시게 되면 218 00:31:07,121 --> 00:31:13,170 그다음 날엔 실력이 예전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힘들어져 219 00:31:18,388 --> 00:31:22,970 벌써 15분 전이야 오늘은 좀 피곤해 220 00:31:25,605 --> 00:31:29,104 연습이 힘들지는 않아 너무 애를 쓰며 치지는 않거든 221 00:31:29,155 --> 00:31:31,870 지금은 촬영을 하니까 기교를 넣어서 치긴 했어 222 00:31:31,871 --> 00:31:33,787 힘을 빼고 치면 이렇게 돼 223 00:31:37,271 --> 00:31:38,787 제대로 치게 되면 224 00:31:47,488 --> 00:31:49,587 이렇게 달라 225 00:31:50,638 --> 00:31:52,704 연주법은 다 기억하고 있어 226 00:31:54,655 --> 00:31:56,654 덥네 227 00:31:58,005 --> 00:31:59,670 나가면 추우려나? 228 00:31:59,705 --> 00:32:00,537 뭐? 229 00:32:01,038 --> 00:32:02,337 밖은 춥다고? 230 00:32:03,371 --> 00:32:04,754 가여워라 231 00:32:13,638 --> 00:32:18,604 얘랑 같은 종을 나도 키워 검은 색이지 232 00:32:18,721 --> 00:32:21,437 - 나도 개 세 마리 있어요 - 그래요? 233 00:32:22,438 --> 00:32:23,937 좋은 친구들이죠 234 00:32:26,905 --> 00:32:27,904 감사합니다 235 00:32:28,521 --> 00:32:32,820 항상 뭔가를 주지 그냥 지나치지 말라고 성서에도 써 있어 236 00:32:33,071 --> 00:32:37,204 천사가 우리를 시험해 보는 건지도 몰라 237 00:32:40,505 --> 00:32:43,337 아침부터 네온이 이렇게 번쩍이는 거야? 238 00:32:45,421 --> 00:32:48,087 한밤중에? 한밤중엔 꺼지나? 239 00:32:49,138 --> 00:32:51,137 역시 미국이네 240 00:33:01,638 --> 00:33:02,887 피아니스트 후지코 해밍 공연 4월 4일 오후 8시 241 00:33:03,405 --> 00:33:05,654 피아노 상태가 아주 나빠 242 00:33:16,621 --> 00:33:19,454 피아노가 안 좋아 낡았어 243 00:33:23,755 --> 00:33:24,870 그럴 만도 하지 244 00:33:31,421 --> 00:33:37,770 {\an1}뉴욕, 바르크 퍼포밍 아트 센터 엥겔만 리사이틀홀 245 00:34:02,538 --> 00:34:07,503 다른 사람 손보다 두 배는 두껍거든 246 00:34:08,138 --> 00:34:13,720 이 손으로 피아노를 치도록 태어났다고 생각해 247 00:34:14,421 --> 00:34:20,220 일본 여자들은 다들 가늘고 예쁜 손을 갖고 있지 248 00:34:20,688 --> 00:34:23,220 부럽기는 하지 249 00:34:32,871 --> 00:34:37,070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250 00:34:59,221 --> 00:35:05,520 매진이긴 한데 피아노가 가정용 베이비 그랜드 피아노야 251 00:35:05,771 --> 00:35:09,437 모처럼 열린 아르헨티나 공연인데 252 00:35:09,571 --> 00:35:12,987 매진이라 객석도 꽉 찰 텐데 253 00:35:13,188 --> 00:35:15,737 이런 피아노로 연주하고 싶지는 않아 254 00:35:15,788 --> 00:35:20,570 너무 볼품없어 '뭐야? 베이비 피아노잖아?' 싶을 거야 255 00:35:20,705 --> 00:35:25,620 어리석은 사람들은 그것만 보고 안 좋게 평가하겠지 256 00:35:25,788 --> 00:35:30,304 바이올린이나 기타는 자기 악기를 들고 다니며 연주할 수 있지만 257 00:35:30,471 --> 00:35:33,054 피아노는 이래서 힘들어 258 00:35:37,838 --> 00:35:45,770 {\an1}부에노스아이레스 베토벤 재단 259 00:35:50,738 --> 00:35:55,370 {\an1}피아노 소나타 11번, K. 331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오스트리아) 1756-1791 260 00:37:41,138 --> 00:37:45,304 이번 아르헨티나 공연만은 좋지 않았어 261 00:37:45,938 --> 00:37:49,020 피아노가 안 좋았지 쇼크였어 262 00:37:49,355 --> 00:37:54,270 공연 직전까지 피아노를 빌려 오자고 이야기했지 263 00:37:54,938 --> 00:37:57,904 공연을 취소할까 생각을 했을 정도니까 264 00:37:58,705 --> 00:38:01,904 그들에게 말을 해 봤자 이해하지 못해 265 00:38:04,371 --> 00:38:09,287 '소리 괜찮은데 왜 저래?'라고들 하지 중요한 차이를 모르니까 266 00:38:10,255 --> 00:38:14,754 그 낡은 피아노 탓에 난 꽤 힘들었어 267 00:38:15,421 --> 00:38:19,220 산티아고에서도 잠깐 쳤는데 손이 새까매졌어 268 00:38:19,255 --> 00:38:22,387 아무도 치지 않는다는 거지 269 00:38:23,305 --> 00:38:26,470 아무도 타지 않으면 자동차도 녹이 슬잖아? 270 00:38:26,521 --> 00:38:30,820 그런데도 '아직 굴러가네'하는 거랑 마찬가지야 271 00:38:50,371 --> 00:38:55,670 난 지금 사랑에 빠져 있어 그 지휘자하고 272 00:38:57,305 --> 00:39:02,254 그의 생각이 어떤지는 잘 몰라 난 나이가 들어서 창피하긴 해 273 00:39:04,605 --> 00:39:07,020 그래서 편지를 썼어 274 00:39:07,105 --> 00:39:10,104 '당신처럼 젊어지고 싶다'라고 썼지 275 00:39:11,938 --> 00:39:14,570 마음을 알아줄지는 모르겠지만 말야 276 00:39:15,438 --> 00:39:17,904 다음에 그를 좀 만나줘 277 00:39:18,688 --> 00:39:22,037 어쨌든 사랑에 빠지는 건 멋진 일이야 278 00:39:23,121 --> 00:39:26,487 2, 3년 동안이라도 행복하면 좋잖아 279 00:39:36,805 --> 00:39:40,087 여기 음악은 밤새 들을 수도 있어 280 00:39:40,755 --> 00:39:44,854 나는 밤이 될수록 말짱해지고 아침에는 영 맥을 못 춰 281 00:39:46,688 --> 00:39:52,554 너무 즐거워서 내일 다시 비행기 타는 게 싫을 정도야 282 00:40:09,955 --> 00:40:16,387 미국, 로스앤젤레스 283 00:40:24,255 --> 00:40:25,937 파도가 아름다워 284 00:40:29,471 --> 00:40:32,804 역시 아르헨티나와 칠레가 좋아 285 00:40:33,688 --> 00:40:37,654 뉴욕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별로야 286 00:40:37,771 --> 00:40:40,487 브로드웨이만 좋아 287 00:40:42,155 --> 00:40:44,954 여기가 훨씬 미국다워 288 00:40:46,038 --> 00:40:48,454 이 야자수가 근사해 289 00:40:51,588 --> 00:40:59,087 산타 모니카에 있는 후지코의 집 290 00:41:04,471 --> 00:41:10,437 후지코 헤밍이라는 이름보다는 집을 남기고 싶어 291 00:41:10,688 --> 00:41:13,520 나는 집에 애정이 크거든 292 00:41:13,605 --> 00:41:18,687 특정한 사람이 살았던 집에 가 보는 걸 아주 좋아해 293 00:41:19,188 --> 00:41:22,570 가령 하야시 후미코 씨가 살던 집이라던가 294 00:41:22,021 --> 00:41:25,987 {\an4}후지코는 다람쥐와 새가 사는 이 집을 매우 좋아한다 295 00:41:32,280 --> 00:41:37,199 {\an8}2011년 8월 후지코 2015년 4월 296 00:41:50,021 --> 00:41:54,887 몇 년을 더 살 수 있을까 생각하면 좀 슬퍼지지 297 00:41:58,688 --> 00:42:02,020 아예 여기로 와서 살 수도 없고 말이야 298 00:42:02,238 --> 00:42:08,370 고양이와 개가 파리에 있고 데려오는 것도 쉽지 않잖아 299 00:42:10,705 --> 00:42:15,087 우리 어머니가 젊은 시절을 보낸 그런 시대를 좋아해 300 00:42:15,205 --> 00:42:18,620 영화든 뭐든 그때 것을 몹시 사랑하지 301 00:42:18,871 --> 00:42:21,170 그 시대를 아주 동경해 302 00:42:21,388 --> 00:42:27,087 라흐마니노프도 1920년대에 살았던 분이잖아 303 00:42:21,638 --> 00:42:27,004 {\an4}어머니가 좋아했던 피아니스트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304 00:42:27,171 --> 00:42:29,437 그 시대 음악을 정말 좋아해 305 00:42:32,188 --> 00:42:34,187 바로 이런 거지 306 00:42:55,038 --> 00:42:56,420 이런 느낌 307 00:42:57,338 --> 00:43:01,587 일본 음악 같은 곡도 있어 308 00:43:11,638 --> 00:43:14,770 이건 '라일락'이라는 곡인데 309 00:43:14,771 --> 00:43:17,737 사랑에 빠져서 쓴 것 같아 310 00:43:29,788 --> 00:43:35,454 {\an4}지금도 남아 있는 라흐마니노프(1873-1943)의 집 311 00:43:32,155 --> 00:43:38,037 그의 곡을 들으면 꿈꾸는 듯한 기분이 들지 312 00:43:38,171 --> 00:43:43,420 저 집을 볼 수 있어서 좋아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아 313 00:43:45,755 --> 00:43:51,520 {\an9}후지코가 찍은 사진 314 00:43:56,638 --> 00:44:01,354 더워서 아침부터 수영복을 입고 피아노를 쳤다 315 00:44:03,488 --> 00:44:06,904 해질 무렵에는 얼굴에 화장을 하고 316 00:44:07,488 --> 00:44:10,787 어머니가 아끼시는 독일제 목걸이도 하고 317 00:44:10,871 --> 00:44:14,154 주렁주렁 치장을 하고 장난을 쳤다 318 00:44:18,421 --> 00:44:21,254 따뜻하게 덮을 것 좀 줘 319 00:44:21,671 --> 00:44:22,920 추우세요? 320 00:44:23,255 --> 00:44:27,087 {\an4}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단골 미용실 321 00:44:23,305 --> 00:44:24,804 스트레이트는 별로죠? 322 00:44:25,055 --> 00:44:27,887 난 곱슬곱슬한 게 어울려 323 00:44:28,005 --> 00:44:29,470 이거야, 이런 머리 324 00:44:29,721 --> 00:44:32,220 그런 거 말이죠? 알았어요 325 00:44:34,855 --> 00:44:38,687 난 언제나 열여섯 살 소녀인 것만 같아 326 00:44:40,105 --> 00:44:42,320 인형 같은 거 좋아하고 327 00:44:42,521 --> 00:44:46,654 열여섯 살로 머물러 있고 싶어 328 00:44:46,955 --> 00:44:52,570 때때로 내 나이를 생각하면 소름이 돋아 이걸 어쩌나 싶어져 329 00:44:58,038 --> 00:45:01,204 실은 좀 더 흰 게 좋은데 330 00:45:01,338 --> 00:45:04,004 저 달빛 같은 색 말이야 331 00:45:06,638 --> 00:45:14,520 내가 태어난 곳, 베를린 332 00:45:18,605 --> 00:45:25,070 몇 개월 동안의 해외 공연이 끝나고 파리로 돌아간다 333 00:45:29,071 --> 00:45:35,037 그리고 숨 돌릴 틈도 없이 독일 베를린을 향한다 334 00:45:36,871 --> 00:45:41,504 갈아타는 것 포함 편도 8시간의 여정 335 00:45:43,921 --> 00:45:49,254 가장 먼저 맡겨 둔 강아지를 데리러 간다 336 00:45:56,938 --> 00:46:03,487 베를린에서 태어난 후지코 337 00:46:04,021 --> 00:46:10,704 전쟁 혼란 탓에 그녀는 오래도록 국적을 잃었다 338 00:46:13,038 --> 00:46:19,420 그 사실을 알게 된건 해외 유학을 준비하던 때였다 339 00:46:20,088 --> 00:46:25,087 일단 빨리 유럽에 가고 싶었어 친구들은 벌써 다 유럽에 갔는데 340 00:46:25,205 --> 00:46:31,754 난 국적이 없어서 출국할 수가 없었지 341 00:46:31,921 --> 00:46:38,020 독일 대사님이 신경을 많이 써주셨어 342 00:46:37,771 --> 00:46:43,820 {\an4}독일대사의 노력으로 난민 여권으로 베를린으로 유학 343 00:46:38,438 --> 00:46:42,237 덕분에 베를린에서 장학기금까지 받고 유학을 갈 수 있었어 344 00:46:42,355 --> 00:46:45,354 굉장히 기뻤어 345 00:46:53,955 --> 00:46:58,237 어머니는 베를린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346 00:46:58,371 --> 00:47:03,754 역시 난 남들하고 달라서 고생을 꽤나 했어 347 00:47:05,788 --> 00:47:10,637 사람들이 날 이해하지 못했어 그게 몹시 슬펐지 348 00:47:20,771 --> 00:47:24,187 1960년대, 서른 직전에 피아니스트로 활동 시작 349 00:47:24,405 --> 00:47:27,187 음악가로서는 늦은 출발이었다 350 00:47:29,855 --> 00:47:34,204 베를린 교외의 작은 마을 351 00:47:34,705 --> 00:47:37,620 여기도 옛날 그대로야 352 00:47:38,455 --> 00:47:41,037 50년이 지났어도 변함없어 353 00:47:50,288 --> 00:47:57,270 후지코는 매니저를 두지 않고 모든 것을 혼자 직접 한다 354 00:47:59,005 --> 00:48:05,520 귀가 좋지 않아서 연락은 편지나 팩스를 이용한다 355 00:48:07,921 --> 00:48:09,720 후지코, 잘 지냈죠? 356 00:48:11,438 --> 00:48:12,687 오랜만이에요 357 00:48:15,605 --> 00:48:21,354 친구 딸 가족이 늘 따스하게 맞아준다 358 00:48:24,488 --> 00:48:26,987 이번에도 스케줄이 바쁘죠? 359 00:48:29,371 --> 00:48:30,320 그렇죠? 360 00:48:31,371 --> 00:48:34,654 7월엔 폴란드 음악제에서 공연을 해 361 00:48:34,788 --> 00:48:35,654 멋진데요 362 00:48:35,788 --> 00:48:38,420 슈체친에서 하지 363 00:48:38,538 --> 00:48:40,837 여기서도 가깝지 364 00:48:41,005 --> 00:48:43,420 여름이라 좋겠네요 365 00:48:46,555 --> 00:48:49,087 내일 개가 올 거야 366 00:48:49,221 --> 00:48:51,337 여기로 온다고요? 367 00:48:52,355 --> 00:48:55,554 지금은 도그 시터가 데리고 있지 368 00:48:57,605 --> 00:49:02,604 후지코는 이 지하실 집을 독일에서 지내기 위해 구매했다 369 00:49:04,688 --> 00:49:08,520 이 피아노도 샀어 엄청 낡았지 370 00:49:09,488 --> 00:49:11,270 마침 팔길래 샀지 371 00:49:12,205 --> 00:49:17,954 {\an4}이 집에도 가족 사진이 걸려 있다 372 00:49:12,655 --> 00:49:16,370 지난 번에 누구냐고 물었지? 같은 사진이거든 373 00:49:16,488 --> 00:49:22,587 우리 아버지야 스톡홀름의 초등학교였다고 했나 374 00:49:22,755 --> 00:49:28,087 여기 동그라미가 있지? 여기는 가위표가 있고 375 00:49:28,638 --> 00:49:31,387 싫었던 친구였나 봐 아버지가 그린 거야 376 00:49:32,055 --> 00:49:35,104 아버지하고 고모 377 00:49:35,638 --> 00:49:40,937 우리 할머니, 독일인 피가 섞였다지 순수 독일인이었나? 378 00:49:41,105 --> 00:49:44,770 할아버지를 천국에서 뵙고 싶어 늘 그리웠거든 379 00:49:44,988 --> 00:49:51,287 할아버지는 동물 병원 원장님이셨어 개하고 찍은 사진이야 380 00:49:52,488 --> 00:49:56,287 어머니가 우에노의 음악 학교에 다니시던 때야 381 00:49:53,621 --> 00:49:57,037 {\an4}어머니가 다닌 음악 학교 단체 사진 382 00:49:57,071 --> 00:50:00,120 이쪽에 독일인들이 많아 다 선생님들이지 383 00:50:00,288 --> 00:50:05,587 이 분들 영향으로 어머니는 독일에 가신 거야 384 00:50:07,055 --> 00:50:08,837 어느 분이 어머니시죠? 385 00:50:09,221 --> 00:50:13,554 누군지 알 수 없어 미인들만 모였지 386 00:50:13,771 --> 00:50:16,770 일본 여성들은 참 아름다웠어 387 00:50:15,171 --> 00:50:21,854 {\an4}그녀는 아직도 사진에서 어머니를 찾지 못했다 388 00:50:18,055 --> 00:50:23,687 좋은 집안 딸들인 것 같아 모두 얼굴에 품위가 있어 389 00:50:24,688 --> 00:50:27,854 음악가 타키 렌타로 씨가 교사였다고 들었어 390 00:50:35,655 --> 00:50:39,120 1년에 한두 번밖에 안 오는 집이지만 391 00:50:40,238 --> 00:50:44,087 이곳도 아주 좋아하는 집이다 392 00:50:53,221 --> 00:50:57,220 채식주의자인 후지코는 외식을 하면 주로 야채 수프를 먹는다 393 00:51:03,471 --> 00:51:05,104 포춘 쿠키 394 00:51:10,271 --> 00:51:13,237 '문제는 스스로 해결하라' 395 00:51:16,621 --> 00:51:18,787 저 개 찍었어? 396 00:51:21,371 --> 00:51:26,037 후지코는 길에서 개를 만나면 그냥 지나치지 못 한다 397 00:51:30,721 --> 00:51:32,504 감사합니다 복 받으세요 398 00:51:36,555 --> 00:51:38,554 됐어, 다음에 살래 399 00:51:45,771 --> 00:51:47,270 앙지! 400 00:51:48,521 --> 00:51:49,820 나야! 401 00:51:50,155 --> 00:51:52,154 이리 오렴! 402 00:51:52,238 --> 00:51:55,287 저기 오네 너무 예쁘지? 403 00:51:55,360 --> 00:51:56,320 앙지! 404 00:51:57,690 --> 00:51:59,127 앙지! 405 00:51:59,238 --> 00:52:01,237 그래, 그래 나도 반가워 406 00:52:06,705 --> 00:52:08,620 오랜만에 왔지? 407 00:52:14,305 --> 00:52:15,837 오래 기다렸어? 408 00:52:15,971 --> 00:52:16,920 아니요 409 00:52:21,471 --> 00:52:28,937 도그 시터는 독일 바이올리니스트 410 00:52:43,955 --> 00:52:46,254 저 꽃도 줘요 411 00:52:46,421 --> 00:52:48,120 - 두 개요? - 네 412 00:52:48,288 --> 00:52:55,920 후지코가 다녔던 음악 학교 현재는 베를린 예술 대학 413 00:52:57,805 --> 00:53:02,804 이곳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414 00:53:07,221 --> 00:53:08,437 후지코 415 00:53:09,105 --> 00:53:11,020 옛 집으로 돌아왔구나 416 00:53:11,071 --> 00:53:12,604 들어가시죠 417 00:53:13,438 --> 00:53:15,770 꽃 고마워 418 00:53:16,405 --> 00:53:21,787 {\an4}학창 시절의 하숙집을 방문했다 변함없는 주인과 아들 419 00:53:21,321 --> 00:53:25,087 꽃을 꽂아야겠네 참 예쁜 꽃이야 420 00:53:25,288 --> 00:53:26,287 그렇죠? 421 00:53:27,505 --> 00:53:31,620 난 이렇게 큰 항아리가 좋아 422 00:53:32,588 --> 00:53:35,337 수프를 담을 때 쓰지 423 00:53:36,638 --> 00:53:44,520 홍차 준비할게 홍차랑 먹을 쿠키는 있지 않니? 424 00:53:45,971 --> 00:53:53,354 당시 신문 광고로 발견한 최초의 하숙집 425 00:53:53,688 --> 00:53:58,570 아주 오래됐죠 우리가 1957년에 이사 왔거든요 426 00:54:00,905 --> 00:54:03,370 난 하루 종일 피아노를 쳤어 427 00:54:03,705 --> 00:54:08,204 이 분이 늘 음식을 만들어 나보고 먹으라고 하셨지 428 00:54:21,638 --> 00:54:23,270 여덟 살 정도였겠죠 429 00:54:24,805 --> 00:54:29,387 우리 가족이 여기서 살았는데 후지코는 연주 공간이 필요했죠 430 00:54:29,438 --> 00:54:34,020 그리고 후지코는 위층으로 들어와 살았어요 431 00:54:34,355 --> 00:54:37,237 늘 혼자 피아노를 쳤죠 432 00:54:37,655 --> 00:54:39,404 언제였지? 433 00:54:39,621 --> 00:54:43,620 1961년에 쓴 거네 어릴 때의 후지코 모습일까? 434 00:54:46,921 --> 00:54:49,120 어머니는 게스트 북을 간직하고 계시죠 435 00:54:49,171 --> 00:54:52,454 그래서 기억이 잘 안 날 땐 게스트 북을 찾아봐요 436 00:54:57,638 --> 00:55:03,104 게스트 북에 기록된 많은 시절들 437 00:55:07,938 --> 00:55:16,270 하숙집 주인 모자와는 거의 반세기 동안 가족처럼 교류를 해왔다 438 00:55:27,121 --> 00:55:34,620 {\an1}탄식 프란츠 리스트 (헝가리) 1811-1886 439 00:55:39,671 --> 00:55:46,354 베를린 유학 시절 연하의 음대생과 사랑에 빠졌다 440 00:55:47,688 --> 00:55:54,187 후지코에게 처음으로 데이트 신청을 한 사람이었다 441 00:55:55,938 --> 00:56:02,454 그의 졸업 시험을 위해 후지코가 방과 후에 가르쳐준 곡 442 00:56:13,255 --> 00:56:19,804 그는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443 00:56:23,421 --> 00:56:30,104 하지만 오케스트라에 입단한 그는 곧바로 베를린을 떠났다 444 00:56:32,388 --> 00:56:38,187 후지코의 사랑은 끝났다 445 00:58:26,221 --> 00:58:32,554 다음 날 후지코는 10년 만에 어떤 장소를 찾아갔다 446 00:58:36,688 --> 00:58:38,354 여기서 내려야 해 447 00:58:45,071 --> 00:58:49,654 후지코가 태어난 집 448 00:58:51,455 --> 00:58:53,120 오래된 집이야 449 00:58:53,788 --> 00:58:55,837 정말 아름답지? 450 00:59:02,671 --> 00:59:09,270 1920년대 후반 부모님이 살았던 아파트가 남아 있다 451 00:59:09,271 --> 00:59:10,554 정말 감격스러워 452 00:59:11,305 --> 00:59:16,470 이건 옛날에 쓰던 엘리베이터야 453 00:59:18,340 --> 00:59:20,719 {\an8}정원 300kg 또는 4명 454 00:59:23,355 --> 00:59:26,070 어머니가 여기 사셨어 455 00:59:53,471 --> 00:59:58,404 7, 80년 전의 아파트가 남아 있는 경우는 거의 없어 456 00:59:58,571 --> 01:00:03,354 30년 전 처음 보러 왔고 그 후 종종 들르곤 해 457 01:00:00,021 --> 01:00:07,487 {\an4}이 집에서 젊은 시절의 부모님이 살았다 458 01:00:03,521 --> 01:00:07,154 복도를 걷는데 나이 든 아주머니가 다가오는 거야 459 01:00:07,455 --> 01:00:14,204 '제가 여기서 태어났는데 혹시 옛날 일도 아세요?'라고 물으니 460 01:00:14,921 --> 01:00:21,170 '이 부근엔 러시아 군인이 많았고 전쟁 후엔 그들이 관리했다' 461 01:00:21,255 --> 01:00:23,837 '그들은 매우 친절했다'라고 했어 462 01:00:23,921 --> 01:00:28,304 '이 지역에 있던 군인들은 아이들에게 다정하고' 463 01:00:28,421 --> 01:00:32,887 '좋은 사람들이었다'라는 말을 들었어 464 01:00:37,138 --> 01:00:38,820 어머니 손길도 닿았겠지 465 01:00:51,488 --> 01:00:53,204 내가 태어난 집이에요 466 01:00:55,955 --> 01:00:59,204 어머니는 5년이나 여기 사셨어요 467 01:01:04,005 --> 01:01:07,970 이 아파트 창가에서 어머니가 찍은 풍경 사진이 있다 468 01:01:19,271 --> 01:01:23,270 {\an7}내 인형 노라 469 01:01:21,571 --> 01:01:27,487 1946년 7월 31일 수요일 470 01:01:27,988 --> 01:01:33,404 피아노 연습을 끝내고 남동생과 이발소에 갔다 471 01:01:33,871 --> 01:01:37,170 부끄러움을 타는 남동생이 머리 밀어달란 말을 못 해서 472 01:01:37,288 --> 01:01:40,287 내가 같이 가서 이야기해줘야 한다 473 01:01:40,955 --> 01:01:44,420 거울 속엔 남동생 얼굴이 없다 474 01:01:44,921 --> 01:01:48,637 어쩔 줄 몰라 하며 아래쪽만 보다가 475 01:01:48,971 --> 01:01:53,887 이발사가 잠시 자리를 뜨면 슬쩍 거울을 본다 476 01:01:54,138 --> 01:01:57,554 어쨌든 아주 귀여워졌다 477 01:02:06,405 --> 01:02:09,737 내 이름은 오츠키 울프 478 01:02:09,788 --> 01:02:12,454 한자로는 커다란 달 울프는 늑대가 아니야 479 01:02:12,571 --> 01:02:15,320 전통적인 스웨덴어 이름인데 아버지가 지었지 480 01:02:15,455 --> 01:02:19,954 늑대처럼 고독하고 강하게 살라고 울프라 했을 수도 있고 481 01:02:16,155 --> 01:02:23,787 {\an7}'가면라이더' 시리즈 등 특촬물에서 주로 활약 강한 개성으로 외국인 역을 많이 맡음 482 01:02:20,171 --> 01:02:23,787 아버지 이름은 죠스타 게오르기 헤밍 483 01:02:23,921 --> 01:02:26,470 어머니는 오츠키 토와코 484 01:02:26,588 --> 01:02:31,137 외할아버지가 그물 낚시를 좋아해서 그물이란 뜻으로 '토와코'라 지었다지 485 01:02:41,988 --> 01:02:44,104 피아니스트라 누나 손이 예쁘지 486 01:02:44,238 --> 01:02:46,854 날마다 마사지를 하니까 487 01:02:46,988 --> 01:02:50,620 내 손은 더 굽어졌어 늙어서 말이지 488 01:02:51,871 --> 01:02:55,370 초등학교 등교할 때 누나는 항상 489 01:02:55,488 --> 01:02:58,037 나쁜 애들한테 괴롭힘을 당했어 490 01:02:58,155 --> 01:03:03,004 애들이 숨어 있다가 '이방인'이라며 돌을 던졌어 491 01:03:03,121 --> 01:03:04,337 - 그랬어 - 무서웠지 492 01:03:04,338 --> 01:03:05,537 머리카락도 잡아당기고 493 01:03:05,755 --> 01:03:10,254 내가 같이 가서 쫓아준 적도 있었지 그래도 난 남자애니까 494 01:03:10,388 --> 01:03:12,920 누나는 늘 괴롭힘을 당했어 495 01:03:13,171 --> 01:03:16,354 그런데 누나는 어머니하고는 싸웠어 대단했지 496 01:03:16,471 --> 01:03:20,354 엄청난 기세로 싸워서 동네 사람이 다들 모여들었지 497 01:03:20,471 --> 01:03:23,687 누나는 '싫어! 놀고 싶어!'하며 화를 냈어 498 01:03:23,821 --> 01:03:26,437 어머니가 줄곧 피아노 연습만 하라고 하니까 499 01:03:27,071 --> 01:03:29,854 누나도 지지 않았어 500 01:03:30,071 --> 01:03:35,487 어머니는 늘 '바보야, 바보야' 하며 우리를 많이 혼내셨어 501 01:03:35,621 --> 01:03:37,954 바보가 아닌데도 말야 502 01:03:38,071 --> 01:03:39,504 칭찬하신 적이 한 번도 없었어 503 01:03:39,621 --> 01:03:46,504 사촌 집에는 업라이트 피아노도 있고 레코드도 잔뜩 있었어 504 01:03:46,838 --> 01:03:51,670 레코드에 천 조각이 붙어 있었는데 거기서 음악이 나오는 거야 505 01:03:51,838 --> 01:03:56,770 누가 노래를 할까? 싶어서 남몰래 천을 뜯었어 506 01:03:57,371 --> 01:04:03,454 사촌들이 '그 속에 있는 사람이 노래한다'라고 우리를 속였거든 507 01:04:03,605 --> 01:04:10,020 그 사람이 너무나 궁금해서 천을 뜯은 기억이 나 508 01:04:10,338 --> 01:04:16,604 나는 아버지를 몰라 목소리를 들은 적도 없지 509 01:04:16,738 --> 01:04:21,204 좀 큰 뒤에 편지는 받았지만 난 영어를 몰랐거든 510 01:04:21,338 --> 01:04:22,670 난 아버지를 전혀 몰라 511 01:04:22,821 --> 01:04:26,820 내가 기억하는 아버지 목소리는 512 01:04:27,188 --> 01:04:30,237 전화로 '헬로, 헬로' 하시던 게 다야 513 01:04:29,055 --> 01:04:37,120 {\an4}아버지와 울프가 함께 찍은 유일한 사진 514 01:04:30,371 --> 01:04:34,820 내가 늘 '저나, 저나전화'라고 말했다고 어머니께 들었어 515 01:04:34,988 --> 01:04:41,170 아버지가 전화로 '헬로'하신 것 외엔 아무런 기억이 없어 516 01:05:05,105 --> 01:05:12,204 후지코의 인생은 기억의 파편을 모으는 여행과도 같다 517 01:05:13,321 --> 01:05:15,787 아버지 죠스타 게오르기 헤밍 518 01:05:16,738 --> 01:05:20,787 어머니보다 7세 연하, 스웨덴인 당시 젊고 뛰어난 디자이너였다 519 01:05:23,205 --> 01:05:32,470 피아노 유학을 했던 베를린에서 어머니는 아버지를 만나 결혼 520 01:05:34,555 --> 01:05:40,137 '아버지가 그린 어머니의 초상 521 01:05:41,305 --> 01:05:47,070 아버지는 늘 2층에서 일만 하셨어 조용한 분이었지 522 01:05:43,605 --> 01:05:50,754 {\an4}후지코가 태어난 뒤 가족은 도쿄로 이주했다 523 01:05:47,188 --> 01:05:50,270 아버지는 댄스 음악을 좋아하셔서 524 01:05:50,405 --> 01:05:53,787 댄스 음악을 틀고 나하고 춤을 췄어 525 01:05:51,571 --> 01:05:56,287 {\an4}일본, 1930년대 초 526 01:05:54,621 --> 01:05:59,620 난 어렸지만 아버지와 춤을 췄어 그 기억이 다야 527 01:05:59,755 --> 01:06:04,120 부모님이 서로 멱살을 잡고 싸우신 것도 조금 기억이 나 528 01:06:04,288 --> 01:06:06,920 다른 건 전혀 모르겠어 529 01:06:11,921 --> 01:06:17,720 '일자리 찾으면 꼭 부를 테니 기다리라' 말하고 530 01:06:19,971 --> 01:06:25,820 아버지는 가족을 두고 일본을 떠났다 531 01:06:28,488 --> 01:06:33,820 그 후 두 번 다시 아버지를 만나지 못했다 532 01:06:42,088 --> 01:06:47,454 저녁노을이 물든 고추잠자리를 533 01:06:47,588 --> 01:06:52,920 업힌 채로 보았던 건 언제였을까 534 01:06:53,055 --> 01:06:56,720 이 노래를 합창하면 눈물이 뚝뚝 떨어졌어 535 01:06:57,605 --> 01:07:00,304 가사가 정말 예뻤지 536 01:07:00,638 --> 01:07:04,154 '장대 끝에 걸터앉았네' 하고 가사가 끝나거든 537 01:07:04,321 --> 01:07:07,570 누가 만든 노래인지 몰라도 참 곱다고 생각했어 538 01:07:07,688 --> 01:07:14,154 등에 업혀서 아름다운 벚꽃을 보았던 일이 539 01:07:14,405 --> 01:07:18,620 나의 가장 오래된 추억이야 540 01:07:28,171 --> 01:07:35,720 어머니는 친정에서 보내는 용돈과 피아노 교습비로 아이들을 키웠다 541 01:07:39,271 --> 01:07:41,636 아침부터 집 청소를 하고 542 01:07:41,805 --> 01:07:44,770 낮엔 밀가루 배급을 받으러 갔다 543 01:07:44,905 --> 01:07:48,320 남동생과 이노가시라까지 배급을 타러 갔는데 544 01:07:48,988 --> 01:07:51,404 이모네 것까지 받아 와야 했다 545 01:07:51,521 --> 01:07:55,737 그 덕에 무거워서 숨이 차고 괴로웠다 546 01:07:56,488 --> 01:08:02,953 점심도 못 먹고 피아노 연습만 계속하라고 해서 힘들었다 547 01:08:03,454 --> 01:08:07,587 세상에, 점심이 나온 건 오후 5시쯤이었다 548 01:08:08,505 --> 01:08:13,470 뭐든지 배급이었어 가게에서 살 수 있는 게 없었지 549 01:08:13,588 --> 01:08:17,087 배급 제도인데 우리는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550 01:08:17,221 --> 01:08:21,220 이웃의 심술 궂은 목수 부인이 551 01:08:21,355 --> 01:08:26,104 우리가 배급도 못 타게 했어 552 01:08:26,238 --> 01:08:31,437 그래서 이모가 우리를 너무나 걱정했어 553 01:08:31,571 --> 01:08:34,654 이모가 '이러다 애들 큰일난다'라며 554 01:08:35,121 --> 01:08:38,703 어머니에게 애들을 어서 오카야마로 보내라 하셨어 555 01:08:39,121 --> 01:08:41,737 그래서 우린 그곳을 떠났어 556 01:08:44,338 --> 01:08:49,953 {\an4}이주한 곳은 할아버지의 고향인 오카야마였다 557 01:08:45,204 --> 01:08:49,953 난 외국인 피가 섞였다는 것을 애써 숨기려 했지 558 01:08:50,288 --> 01:08:52,970 그랬더니 어떤 여자아이가 559 01:08:53,137 --> 01:09:00,136 '너 눈이 외국인 같아'라고 했을 때 무서워서 식은땀이 흘렀지 560 01:09:01,021 --> 01:09:03,470 딱 한 번 나빴던 기억은 561 01:09:03,721 --> 01:09:08,404 난 꾸미는 걸 좋아해서 어릴 때부터 늘 리본을 머리에 묶었어 562 01:09:08,521 --> 01:09:11,820 이 정도로 작은 거였는데 563 01:09:11,988 --> 01:09:17,320 선생님이 리본을 확 잡아떼며 '내일부턴 리본 금지야!'라고 했어 564 01:09:17,488 --> 01:09:19,487 지금도 잊을 수 없어 565 01:09:20,205 --> 01:09:23,920 그때 굉장히 무서웠던 기억이 나 566 01:09:33,138 --> 01:09:38,587 전쟁 후, 유복했던 외갓집은 망하고 용돈이 끊어졌다 567 01:09:41,471 --> 01:09:50,687 어머니는 미군 캠프에서 피아노를 가르쳐 두 아이를 길렀다 568 01:10:01,205 --> 01:10:07,504 {\an1}서머타임 조지 거슈윈 (미국) 1898-1937 569 01:10:10,755 --> 01:10:16,254 후지코는 16세였을 때 중이염을 앓았다 570 01:10:20,805 --> 01:10:28,387 그리고 중이염 치료 실패로 오른쪽 귀 청력을 잃었다 571 01:10:33,688 --> 01:10:37,654 그럼에도 17세 때 독주회 개최 572 01:10:37,788 --> 01:10:42,870 22세에 도쿄예술대 졸업 573 01:10:45,921 --> 01:10:53,504 하지만 목표했던 해외 유학은 이룰 수 없었고 574 01:10:56,005 --> 01:11:02,354 레스토랑에서 피아노를 치며 몹시 괴로운 날들을 보냈다 575 01:11:11,021 --> 01:11:16,020 30세를 앞두고 염원하던 해외 유학이 실현된다 576 01:11:16,155 --> 01:11:21,237 현 베를린 예술 대학에 입학 577 01:11:24,238 --> 01:11:30,087 분단시대 독일의 다양한 문화를 흡수했다 578 01:11:34,088 --> 01:11:37,337 어머니는 종일 교습을 나가셨어 579 01:11:37,471 --> 01:11:41,754 어머니에겐 미국인 친구도 많았는데 모두 좋은 사람들이었어 580 01:11:41,888 --> 01:11:47,387 그들은 우리 남매를 위해 초콜릿이나 과자를 구워줬고 581 01:11:47,555 --> 01:11:51,404 어머니는 수요일마다 그걸 들고 밤 늦게 집에 오셨어 582 01:11:51,571 --> 01:11:54,737 어머니가 들어오는 그때의 그 발소리란! 583 01:11:54,905 --> 01:11:58,904 너무나 지쳐 직직 소리를 내며 걸으셨어 584 01:11:59,071 --> 01:12:05,070 '아, 엄마가 또 돌아오셨다' 생각했지 늘 과자를 들고 돌아오셨어 585 01:12:07,655 --> 01:12:14,004 오늘 아침엔 열이 나서 동생이 나 대신 학교로 심부름을 갔다 586 01:12:14,421 --> 01:12:21,337 재미있게도 여학교 문 앞에서 두 남학생이 동생에게 587 01:12:21,755 --> 01:12:27,137 '헬로, 헬로, 츄잉껌 주세요'라고 하며 588 01:12:27,305 --> 01:12:29,854 끈질기게 따라왔다고 했다 589 01:12:30,271 --> 01:12:34,354 그 이야기를 들은 어머니는 몹시 분개하셨다 590 01:12:35,155 --> 01:12:40,270 밤에 어머니는 꿰매다 만 내 블라우스를 다시 깁기 시작하셨다 591 01:12:40,488 --> 01:12:44,904 그러다 어머니가 잠시 주무시길래 592 01:12:45,121 --> 01:12:52,620 동생과 붓으로 어머니 코에 윈도 그리고 수염도 그리면서 재미있게 놀았다 593 01:12:53,788 --> 01:12:59,254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는데 나는 일꾼에게 부탁을 했어 594 01:12:59,421 --> 01:13:02,754 옆 강당에 있는 카라얀에게 쪽지를 전해 달라고 595 01:13:02,921 --> 01:13:08,437 쪽지엔 '내 피아노 연주를 들려주고 싶어요'라고 썼지 596 01:13:08,605 --> 01:13:12,854 그랬더니 10분 만에 휙휙 소리 내며 부르는 거야 597 01:13:12,971 --> 01:13:16,070 그때 너무 기뻐서 소름이 돋았지 598 01:13:16,188 --> 01:13:19,770 가서 인사를 하니 '무슨 곡을 칠래?'라고 묻는 거야 599 01:13:19,905 --> 01:13:24,454 '오늘 칠 건 아닌데요'라고 답하고 치지 않았어 600 01:13:27,788 --> 01:13:32,954 지휘자 카라얀이나 작곡가 레너드 번스타인 등 601 01:13:35,038 --> 01:13:40,754 위대한 음악가들의 인정을 받아 602 01:13:40,888 --> 01:13:45,137 후지코는 신인 유망주로 많은 관심을 받게 됐다 603 01:13:46,688 --> 01:13:52,220 하지만 불행히도 심한 감기를 앓게 되어 604 01:13:52,355 --> 01:13:55,654 연주회 직전에 귀가 들리지 않게 되었다 605 01:13:59,988 --> 01:14:09,404 실의에 빠진 후지코는 치료에 전념했고 왼쪽 귀는 40% 정도 회복되었다 606 01:14:11,955 --> 01:14:19,804 {\an1}그 후 15년 동안은 음악 교사로서 유럽을 전전했다 607 01:14:26,055 --> 01:14:31,554 {\an3}1995년 8월 독일을 떠나기 3개월 전 608 01:14:33,471 --> 01:14:40,154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2년 뒤 후지코는 조용히 일본으로 돌아왔다 609 01:14:44,371 --> 01:14:49,320 어쨌거나 세상은 돈이 움직이는 거고 나는 가난했기 때문에 610 01:14:49,488 --> 01:14:53,170 어쩔 수 없다 싶어서 자포자기했지 611 01:14:54,538 --> 01:14:57,120 일본으로 돌아왔을 땐 다 포기한 상태였어 612 01:14:59,538 --> 01:15:04,920 자신감은 끓었지만 그럼에도 내 무대는 천국에나 있을 거라 생각했어 613 01:15:05,171 --> 01:15:07,587 그래서 일본으로 돌아간 거지 614 01:15:09,471 --> 01:15:12,770 그리고 갑자기 내가 알려지기 시작했을 때 615 01:15:12,888 --> 01:15:18,320 그 후 이런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어 616 01:15:26,205 --> 01:15:32,154 1946년 9월 8일 일요일 맑음 617 01:15:32,621 --> 01:15:35,120 어쨌거나 아침부터 맹 연습 618 01:15:35,505 --> 01:15:42,304 늘 잘 쳐지면 좋겠다 싶지만 그게 쉽지가 않다 619 01:15:42,838 --> 01:15:47,137 8번 테크닉이 잘 안 되어 폭발해버렸다 620 01:15:47,555 --> 01:15:54,137 히스테리처럼 건반을 막쳐 봤자 전혀 도움이 안 되지만 621 01:15:54,721 --> 01:16:01,570 며칠 전 음악가들이 나를 비웃는 꿈까지 꾸었기 때문에... 622 01:16:02,521 --> 01:16:04,820 비참했어, 굉장히 623 01:16:05,621 --> 01:16:10,287 이렇게 덧없이 일본에서 죽는구나 싶었어 날마다 그런 기분이었어 624 01:16:18,421 --> 01:16:24,420 귀국 후 생계는 더욱 힘들었지만 꿈을 위해 1년에 한 번 연주회를 하며 기회를 기다렸다 625 01:16:25,638 --> 01:16:30,104 소문을 들은 한 방송사가 후지코 이야기를 소개했다 626 01:16:30,605 --> 01:16:35,720 심야에 방송된 그 프로그램은 627 01:16:36,188 --> 01:16:39,570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628 01:16:40,021 --> 01:16:45,320 하룻밤 사이에 후지코는 화제의 인물이 되었다 629 01:16:45,905 --> 01:16:51,404 CD가 200만장 이상 판매된 건 클래식 쪽에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630 01:16:51,955 --> 01:16:58,170 각지에서 열린 콘서트 티켓은 곧바로 매진 631 01:16:59,755 --> 01:17:04,554 염원하던 미국 카네기 홀에서도 연주를 했다 632 01:17:05,721 --> 01:17:09,420 이때 후지코의 60대는 저물고 있었다 633 01:17:11,188 --> 01:17:18,087 18년 후 신데렐라가 되다 634 01:17:29,321 --> 01:17:34,904 그 방송이 없었다면 지금도 수렁에 빠져 살았을 거야 635 01:17:35,955 --> 01:17:40,254 어딘가에서 피아노를 가르치며 지냈겠지 636 01:17:43,288 --> 01:17:50,587 신기한 일이야 신이 나를 파도에 태워준 것 같아 637 01:18:06,071 --> 01:18:10,237 연말연시는 파리에서 지내는 일이 많아졌다 638 01:18:12,288 --> 01:18:20,204 {\an3}파리에 있는 친구 둘과 새해 맞이 국수를 먹는다 639 01:18:12,905 --> 01:18:16,920 후지코 씨는 냉두부죠? 640 01:18:17,088 --> 01:18:19,920 냉두부, 시금치 641 01:18:21,588 --> 01:18:23,504 건배 642 01:18:23,638 --> 01:18:25,337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643 01:18:33,221 --> 01:18:34,270 이리 와 644 01:18:48,771 --> 01:18:55,320 {\an4}일본인인 에이지로는 바리톤 성악가 645 01:18:51,488 --> 01:18:55,204 - 그 조끼 어디 거야? - 일본 제품이에요 646 01:18:56,371 --> 01:18:59,420 그런데 얼마 전에 갔더니 가게가 없어졌더라고요 647 01:19:01,755 --> 01:19:03,754 디저트예요 648 01:19:03,788 --> 01:19:10,087 {\an4}프랑스인 다미앵은 콘서트 프로듀서 649 01:19:04,088 --> 01:19:09,754 이게 후지코 씨 거 다미앵이 만든 팥 케이크예요 650 01:19:10,471 --> 01:19:12,254 맛은 없을 거예요 651 01:19:15,771 --> 01:19:17,770 드세요 652 01:19:27,105 --> 01:19:27,987 맛있어 653 01:19:28,105 --> 01:19:31,737 많이 달지 않고 맛있죠? 654 01:19:32,455 --> 01:19:39,920 이 둘은 후지코가 없을 때 동물들을 돌봐준다 655 01:19:41,755 --> 01:19:46,037 에이지로는 처음부터 나한테 656 01:19:46,171 --> 01:19:51,337 '다미앵은 내 파트너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어 657 01:19:51,471 --> 01:19:53,504 솔직하지 난 그가 정말 좋아 658 01:19:54,005 --> 01:19:57,687 둘 다 인간성도 좋고 아주 믿음직해 659 01:19:55,771 --> 01:20:02,437 {\an4}후지코는 에이지로와 다미앵의 결혼 증인으로서 서명을 했다 660 01:19:58,388 --> 01:20:00,687 뭐든 해주고 661 01:20:02,738 --> 01:20:04,237 큰 도움이 돼 662 01:20:04,405 --> 01:20:10,687 파리에 가면 이 둘이 있고 늘 나를 도와주니 든든해 663 01:20:13,071 --> 01:20:15,704 노트르담 대성당 664 01:20:18,905 --> 01:20:22,754 사람들은 거리로 나가 새해를 축하한다 665 01:20:24,005 --> 01:20:26,504 후지코는... 666 01:21:27,171 --> 01:21:34,187 이번에 뉴욕에서 베토벤 '월광 소나타'를 연주할 거라서 667 01:21:34,938 --> 01:21:39,437 잘하고 싶은 거야 어릴 때 이후로 친 적이 없거든 668 01:21:39,555 --> 01:21:44,654 요청이 많아서 치기로 했어 그리 어렵진 않지만 669 01:21:49,321 --> 01:21:53,404 총총이 아무것도 안 먹어 어쩌면 좋을까 670 01:21:53,655 --> 01:21:56,454 열흘째 전혀 먹지 않아 671 01:21:56,788 --> 01:22:02,620 걱정이야 어차피 죽게 될 거지만 672 01:22:02,205 --> 01:22:08,804 {\an4}파리의 가족인 총총의 몸에서 암이 발견됐다 673 01:22:03,088 --> 01:22:08,887 힘들게 죽게 하고 싶진 않아 먹을 수 있는 게 없을까 찾고 있어 674 01:22:09,638 --> 01:22:12,754 우유를 좀 줘 볼까 675 01:22:39,288 --> 01:22:46,537 동물들은 죽을 때 사람 눈에 띄지 않게 숨는다고 하잖아 676 01:22:51,388 --> 01:22:55,387 도쿄, 시모키타자와 677 01:22:58,605 --> 01:23:04,020 오늘도 근처 체육관에서는 선수들이 땀을 흘리고 있다 678 01:23:05,188 --> 01:23:09,520 후지코도 오케스트라 협연을 위해 반주자와 함께 연습에 몰두한다 679 01:23:41,355 --> 01:23:45,154 {\an1}도쿄 예술극장 680 01:23:47,355 --> 01:23:52,487 {\an1}부다페스트 필하모니 관현악단 (헝가리) 681 01:23:54,621 --> 01:23:58,787 {\an1}지휘자 마리오 코식 682 01:24:00,371 --> 01:24:04,337 최근 후지코와 콘서트 투어나 레코딩을 종종 한다 683 01:24:05,288 --> 01:24:06,337 너무 빠른데요 684 01:24:06,371 --> 01:24:07,337 - 뭐? - 빠르다고요 685 01:24:07,705 --> 01:24:08,420 - 빨라? - 네 686 01:24:09,671 --> 01:24:11,337 중간에 서지 말아줘 687 01:24:11,505 --> 01:24:12,670 알겠습니다 688 01:24:12,971 --> 01:24:14,670 저를 보세요 689 01:24:31,188 --> 01:24:35,487 빡빡한 투어 일정 탓인지 이날은 둘의 호흡이 맞지 않았다 690 01:24:39,488 --> 01:24:44,120 이번엔 템포가 느렸어요 오케스트라하고 안 맞아 691 01:25:03,855 --> 01:25:12,020 컨디션에 따라 청력이 달라져서 때때로 후지코는 곤란을 겪는다 692 01:25:20,571 --> 01:25:27,370 도입부 오케스트라 소리가 안 들렸어 아주 작은 소리였거든 693 01:25:27,538 --> 01:25:31,720 안 들리니까 어느 타이밍에 들어가야 할지 알 수가 없었어 694 01:25:32,088 --> 01:25:39,220 지휘자가 너무 빨리 들어간다고 하길래 안 들린다고 한 것뿐야 695 01:25:41,855 --> 01:25:43,054 어쨌거나 696 01:25:44,805 --> 01:25:46,470 어떻게든 해야지 697 01:25:50,571 --> 01:25:53,404 난 지금 몹시 지쳤어 698 01:25:54,605 --> 01:25:58,620 모레는 야마가타였나 더 고될 거야 699 01:25:58,821 --> 01:26:03,287 기차 타고 가서 곧장 무대에 오르거든 700 01:27:02,388 --> 01:27:04,770 귀가 전혀 안 들려 701 01:27:04,888 --> 01:27:06,637 마사지와 침술로 그렇게 됐어요? 702 01:27:06,771 --> 01:27:09,570 침을 맞아서 이렇게 됐나? 703 01:27:14,988 --> 01:27:16,570 후지코 씨, 편히 쉬세요 704 01:27:16,738 --> 01:27:18,487 잘 되긴 했는데 705 01:27:18,621 --> 01:27:19,704 푹 좀 쉬세요 706 01:27:19,821 --> 01:27:22,237 잘 들리지 않았어 707 01:27:22,405 --> 01:27:23,570 알고 있어요 708 01:27:24,288 --> 01:27:26,420 아키타 공연 때는 나아질 거예요 709 01:27:29,755 --> 01:27:32,420 내가 백 살까지 살아서 거리를 걸어 다니면 710 01:27:32,555 --> 01:27:36,420 다들 '백 살 넘었대!'하고 소곤거리겠지 711 01:27:36,588 --> 01:27:39,087 끔찍한 일이야 절대 싫어 712 01:27:39,305 --> 01:27:43,720 마지막엔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고 싶어 713 01:27:46,271 --> 01:27:51,187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곳에 가서 개, 고양이와 함께 지낼래 714 01:28:03,821 --> 01:28:07,837 교토에 있는 후지코의 집 715 01:28:10,705 --> 01:28:13,954 교토 집에 오면 어린 시절이 생각나 716 01:28:14,088 --> 01:28:17,337 어릴 때 저런 상가에 살았거든 717 01:28:17,505 --> 01:28:22,304 어머니가 오사카 출신이셔서 그리운 느낌이 들어 718 01:28:24,105 --> 01:28:29,637 이 집은 상점가에 있는 낡은 민가였다 719 01:28:31,471 --> 01:28:39,020 {\an4}헐린다는 말을 듣고 후지코가 구입한 집이다 720 01:28:34,488 --> 01:28:38,320 일본 가옥처럼 가구가 적은 게 좋아 721 01:28:38,438 --> 01:28:43,237 장롱이 딱 하나 있는 게 좋아 많은 건 별로야 722 01:28:40,705 --> 01:28:47,037 {\an4}전통 가옥 전문 목수에게 의뢰하여 내부를 고쳤다 723 01:29:24,905 --> 01:29:29,920 {\an1}교토 콘서트 홀 724 01:29:31,121 --> 01:29:32,954 쭉 가시면 끝에 있어요 725 01:29:35,455 --> 01:29:41,170 동생 울프가 주최하는 콘서트에선 항상 그가 객석을 돌며 인사한다 726 01:29:41,171 --> 01:29:43,337 - 저 사람 울프야? - 맞아요 727 01:29:45,605 --> 01:29:47,104 뭐 하는 거야? 728 01:29:49,521 --> 01:29:51,604 생명을 소중히 하세요 729 01:29:57,905 --> 01:29:59,770 꼬마는 몇 학년이야? 730 01:29:59,905 --> 01:30:01,737 - 6학년요 - 그래? 무슨 악기를 해? 731 01:30:01,871 --> 01:30:03,904 - 피아노요 - 피아노 치니? 732 01:30:04,038 --> 01:30:07,287 비밀이지만 원래 피아노는 말야 733 01:30:07,455 --> 01:30:11,587 남자가 치는 악기야 쇼팽이나 리스트 다 남자잖아? 734 01:30:11,705 --> 01:30:15,620 여성 작곡가는 없잖아 이런 말 하면 누나한테 뺨 맞겠지만 735 01:30:24,838 --> 01:30:31,937 {\an1}월광 소나타 3악장 루트비히 판 베토벤 (독일) 1770-1827 736 01:31:16,238 --> 01:31:17,687 울프는 바로 갔어? 737 01:31:17,905 --> 01:31:20,320 네, 신칸센 타고 가셨어요 738 01:31:25,205 --> 01:31:29,204 교토, 폰토초 739 01:31:35,921 --> 01:31:40,720 얼마 전 파리에서 예뻐하던 고양이가 죽었잖아 740 01:31:41,305 --> 01:31:46,087 총총 말이야 아주 슬펐어 741 01:31:48,971 --> 01:31:53,770 큰 위안을 준 고양이였어 총총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어 742 01:31:54,805 --> 01:31:59,770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물으면 다들 결혼하고 애가 태어나고 743 01:31:59,938 --> 01:32:03,937 아이가 어릴 때가 가장 예쁘고 제일 행복했다고들 말해 744 01:32:04,071 --> 01:32:09,954 그럴 거라 생각은 하지만 난 그게 안 되니까 말야 745 01:32:10,155 --> 01:32:15,454 교회에 가서 상의한 적이 있어 아이를 입양할 수 없을까 하고 746 01:32:15,588 --> 01:32:19,920 그런데 남편이 없어서 안 된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747 01:32:20,288 --> 01:32:24,554 그래서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했어 고양이는 전혀 변함이 없어 748 01:32:24,671 --> 01:32:29,437 사람은 열서너 살 정도에 반항기가 오고 749 01:32:29,555 --> 01:32:33,687 아주 밉게 굴고 감당 못 하게 되잖아 750 01:32:33,805 --> 01:32:36,520 그러다 결국 언젠가는 집을 나가지 751 01:32:37,605 --> 01:32:41,604 하지만 고양이는 마지막까지 752 01:32:42,271 --> 01:32:47,620 정말 죽을 때까지 사랑스러워 곁을 떠나지 않아 753 01:34:59,371 --> 01:35:04,704 어머니도 나를 화려한 무대에 세우는 건 꿈도 안 꾸셨어 754 01:35:04,921 --> 01:35:08,470 피아노 선생이어도 전 세계를 다닐 수는 있으니까 755 01:35:08,505 --> 01:35:11,004 그 정도 실력만 갖추길 원하셨던 거야 756 01:35:11,305 --> 01:35:15,354 어머니 의지로 됐다고들 하지만 그건 오해야 757 01:35:17,438 --> 01:35:23,654 후지코가 어머니께 연주의 기초를 배웠던 블뤼트너 피아노 758 01:35:25,355 --> 01:35:32,037 어머니가 베를린 시절에 샀던 소중한 피아노다 759 01:35:33,288 --> 01:35:37,954 제조 후 110년이나 지나 안팎으로 낡았다 760 01:35:40,121 --> 01:35:46,004 후지코는 과거의 음색을 되찾게 하려고 장기간 수리를 맡겼다 761 01:36:14,655 --> 01:36:16,037 아름답지? 762 01:36:16,155 --> 01:36:19,670 여기 천사 보이지? 몸은 고양이야 763 01:36:32,305 --> 01:36:33,404 좋아 764 01:36:34,138 --> 01:36:36,020 훌륭해, 근사한 소리야 765 01:36:43,221 --> 01:36:49,354 다른 사람이 연주하는 '라 캄파넬라'하고 내 것을 비교해도 좋아 766 01:36:49,788 --> 01:36:51,654 그 곡만은 말야 767 01:36:54,021 --> 01:36:56,020 자부심을 갖고 말할 수 있어 768 01:36:56,788 --> 01:37:01,670 왜냐하면 정신적인 면이 다 드러나거든 769 01:37:01,821 --> 01:37:07,487 속일 수가 없어 필사적으로 쳐야 하는 곡이라서 770 01:37:07,938 --> 01:37:11,954 연주자의 내면이 저절로 드러나게 되지 771 01:37:12,071 --> 01:37:16,420 일상의 언행과 정신까지도 772 01:37:20,638 --> 01:37:25,804 아는 사람만이 알아 모르는 사람에겐 다 똑같이 들리지 773 01:37:34,805 --> 01:37:35,970 또 이러네 774 01:37:40,438 --> 01:37:41,637 잘 안 돼 775 01:38:19,605 --> 01:38:22,770 타자기를 치는 사람도 마찬가지야 776 01:38:22,905 --> 01:38:27,237 다른 곳을 보면서도 손은 제대로 치는 사람 있잖아 777 01:38:27,355 --> 01:38:29,487 물론 난 타자는 못 치지만 778 01:38:29,821 --> 01:38:31,820 타이핑과 마찬가지야 779 01:38:33,238 --> 01:38:36,904 단지 타이핑은 정신을 담을 필요가 없지만 780 01:38:37,738 --> 01:38:43,837 난 정신을 담아야 하고 아름다운 소리로 쳐야 하지 781 01:38:45,755 --> 01:38:51,087 가령 아주 근사한 예술품인 그릇이 있다고 해봐 782 01:38:53,838 --> 01:38:59,520 어마어마하게 유서가 있고 몇 백 년도 더 된 거라면 783 01:38:59,688 --> 01:39:04,854 이가 빠지고 금이 가도 문제 삼지 않거든 784 01:39:05,321 --> 01:39:09,654 하지만 기계로 만든 싸구려 사기 그릇은 785 01:39:10,155 --> 01:39:16,320 금이 가면 버리지 누구도 가지려 하지 않아 786 01:39:16,455 --> 01:39:18,120 그와 마찬가지로 787 01:39:18,571 --> 01:39:24,504 조금은 실수를 해도 그런 건 전혀 문제가 안 돼 788 01:39:25,421 --> 01:39:28,670 때때로 청중을 향해 '실수한 부분이 많아요'라고 말하는데 789 01:39:28,805 --> 01:39:32,337 루빈스타인도 '실수를 한 바가지 했다'는 말을 했다지 790 01:39:35,471 --> 01:39:39,854 후지코 헤밍 자선 콘서트 지극히 작은 생명을 위해 791 01:39:44,021 --> 01:39:48,270 후지코는 동물보호를 위해 다양한 자선 활동에 힘을 쏟는다 792 01:39:58,205 --> 01:40:02,620 {\an1}도쿄 오페라시티 콘서트 홀 타케미츠 기념관 793 01:40:21,688 --> 01:40:27,020 {\an1}라 캄파넬라 프란츠 리스트 (헝가리) 1811-1886 794 01:40:39,121 --> 01:40:44,837 가능하면 음이 갈라지지 않게 연주하려고 애쓰지 795 01:40:46,171 --> 01:40:50,337 갈라진 음이 나는 건 좋아하지 않아 796 01:40:50,505 --> 01:40:56,637 왜냐하면 음에는 정말 색이 있거든 그림과 마찬가지야 797 01:41:02,938 --> 01:41:08,320 '후지코의 연주법은 구시대적이다'라고 하는 사람도 많았어 798 01:41:09,738 --> 01:41:12,987 건축도 똑같아 옛날 건물들에는 799 01:41:13,105 --> 01:41:17,370 천사나 나체 여인도 있고 아주 훌륭하단 말야 800 01:41:17,538 --> 01:41:22,370 지금은 화장품 상자 같은 건물만 있잖아 801 01:41:22,755 --> 01:41:25,004 매력이 없어졌어 802 01:41:32,838 --> 01:41:35,837 난 지금 훨씬 자신감이 있어 803 01:41:36,505 --> 01:41:41,304 남이 나보다 잘하면 어쩌지라는 마음을 가지면 안 돼 804 01:41:42,888 --> 01:41:45,354 난 좀 자만하고 있는데 805 01:41:45,805 --> 01:41:51,154 최고의 연주라 믿고 피아노를 치지 그래서 잘 해낼수 있어요 806 01:46:47,705 --> 01:46:55,954 여든이 넘은 후지코는 두 달 동안 12개 도시에서 18회 콘서트로 갈채를 받았다 807 01:47:06,588 --> 01:47:07,970 그리고 808 01:47:09,305 --> 01:47:15,237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이라 앞으로 몇 번 더 연주할 수 있을까 하고 809 01:47:15,571 --> 01:47:18,187 생각하면 걱정이 돼 810 01:47:18,355 --> 01:47:23,370 저렇게 반응이 좋으면 또 연주를 하고 싶어지지만 811 01:47:24,705 --> 01:47:30,870 어둠 속에서 더듬어가며 걷는 듯한 기분이야 812 01:47:31,171 --> 01:47:33,837 그래도 할 수 있을 때 해야지 813 01:47:40,388 --> 01:47:43,387 언제나 어머니 생각을 해 814 01:47:47,888 --> 01:47:51,887 호텔에 머물 때도 구름이 보이면 815 01:47:52,055 --> 01:47:56,654 '어머니는 어찌 지내실까' 생각하며 기도를 했어 816 01:48:04,071 --> 01:48:10,487 모두 살아 계신다고 난 믿어 꼭 다시 만날 거라 믿고 있어 817 01:48:15,921 --> 01:48:17,620 메리, 이리 와 818 01:48:21,588 --> 01:48:28,004 다음 콘서트 투어 장소는 아프리카 대륙이다 819 01:48:39,488 --> 01:48:46,537 여정 속에서 또 어떤 피아노를 만나게 될까 820 01:49:00,921 --> 01:49:05,887 만일 죽어서 천국에 갔는데 821 01:49:06,055 --> 01:49:09,554 즐거운 일만 잔뜩 있고 822 01:49:09,721 --> 01:49:12,637 슬픈 일이 전혀 없다면 별로일 것 같아 823 01:49:12,771 --> 01:49:15,137 슬픈 감상에 젖는 것도 좋은데 말야 824 01:52:25,121 --> 01:52:29,420 요코하마 일본 우편선 역사박물관 825 01:52:29,971 --> 01:52:32,420 아버지는 나와 달리 826 01:52:32,588 --> 01:52:36,604 뭐든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사람이었어 827 01:52:39,221 --> 01:52:41,270 난 어머니를 닮았지 828 01:52:41,855 --> 01:52:43,354 색감이 예뻐 829 01:52:57,238 --> 01:53:01,254 후지코의 아버지가 작업한 세계 일주 크루즈선 광고 830 01:53:01,788 --> 01:53:04,420 20대 때 디자인하신 거야 831 01:53:04,521 --> 01:53:08,537 실력이 좋으면서 고집도 엄청났대 832 01:53:09,805 --> 01:53:12,720 어머니는 아버지에 대해 833 01:53:13,055 --> 01:53:17,437 '천재 청년'이라고 독일인에게 소개를 받았다지 834 01:53:20,005 --> 01:53:24,754 {\an4}오래도록 잊혀졌던 작가 죠스타 게오르기 헤밍은 835 01:53:23,005 --> 01:53:27,337 어디서 그리셨을까? 시부야의 하타가야에 살 땐가? 836 01:53:25,171 --> 01:53:30,087 {\an4}딸 후지코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면서 837 01:53:29,438 --> 01:53:31,087 색도 바래지 않았네 838 01:53:30,471 --> 01:53:34,354 {\an4}광고 디자이너로서 재조명되었다 839 01:53:35,138 --> 01:53:38,887 아버지는 항상... 아냐, 관두자 840 01:53:39,971 --> 01:53:42,154 천국에서 기뻐하고 계실까? 841 01:53:49,621 --> 01:53:53,454 나쁘기만 한 사람은 아니었을 거야 842 01:53:53,655 --> 01:53:55,787 이런 걸 만들었으니까 843 01:54:01,038 --> 01:54:02,504 이제 돌아가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