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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막 번 역 : 황 석 희

Modify by Blue-Bird™

 

1952년 1월 10일
뉴저지

 

엄마랑 아빠가
옆에 있을 거야

 

불이 꺼질 건데

 

음악이 크게 나오니까
놀라지 마

 

안에 캄캄하댔잖아

 

- 안 들어갈래
- 재밌을 거야

 

영화관 처음 간다고
내내 들떠 있었잖아

 

- 사람들 엄청 크다며!
- 무슨 사람들?

 

영화에 나오는 사람은
거인 같댔잖아

 

화면이 커서 그러지
진짜 거인은 아니야

 

- 꿈같은 거지
- 꿈 무서워

 

무서운 꿈도 있지만
이건 좋은 꿈이야

 

서커스와 광대
곡예사도 나오고

 

아빠가 설명해줄까?

 

큰 조명이 들어있는
영사기란 기계가 있는데

 

그게 광대와 곡예사의
사진을 영사하는 거야

 

- 코끼리랑 재밌는 것들도
- 영사는 내보낸단 뜻이야

 

거대한 손전등에서 쏘는
빛 같은 건데

 

사진들이 빛을
아주 빠르게 통과해서

 

초당 24장이나 지나가

 

사진 한 장은 머릿속에서
1/15초씩 머무는데

 

그걸 잔상 효과라고 불러

 

뇌에서 지워지는 것보다
사진이 빨리 지나가서

 

멈춰 있는 사진들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

 

그래서 '활동사진'이라
부르는 거야

 

영화는 꿈이란다
잊히지 않는 꿈

 

보고 나면 너도 모르게
활짝 웃고 있을걸

 

입장한다

 

지상 최대의 쇼

 

기관실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자고

 

문 열어

 

내려놔

 

- 무슨 소리지?
- 다음 열차야

 

엔젤이 기차에 있어

 

돈 챙겼으면 됐지
빨리 출발해

 

저 기차에
라이트 비춰야겠어

 

이 정신 나간 놈
운전대 내놔

 

라이트 비춰야 한다니까!

 

기차 세워!

 

기차 세워!

 

멈춰!
라이트 안 보여?

 

기차다, 세워!

 

엔젤!

 

엔젤!

 

어느 장면이
제일 좋았어?

 

새미, 하누카에 뭐 할까?

 

ㅂㅜㄹㅇㅏㄴㄱㅏㅁ
자극한다고 가지 말랬잖아

 

얘 또래엔
ㅅㅏㅇㅅㅏㅇㄹㅕㄱ...

 

그렇게 말하는 거
치사해

 

동네 조명이 달라져서
집 찾기도 힘드네

 

조명 없이 캄캄한 게
우리 집이야

 

하누카에 그거 하고 싶어

 

- 뭐?
- 크리스마스 등!

 

미안해

 

유대인은
크리스마스 등 안 달아

 

촛불을 8개 켜지

 

무얼 더 바라리오?

 

무얼 더 바라리오?

 

오실로스코프
옆에 두고 자도 돼?

 

빨리 빠져나가자

 

- 무슨 소리지?
- 다음 열차야

 

엔젤이 기차에 있어

 

저 기차에
라이트 비춰야겠어

 

기차 세워! 기차 세워!

 

엔젤!

 

엄마! 엄마!

 

하누카에 하고 싶은 거
떠올랐어!

 

감사합니다

 

새미

 

빨리 입어봐야지

 

이른 아침
정거장 아래

 

한 줄로 서 있는
꼬마 기관차

 

작은 손잡이를
당기는 역장

 

칙칙폭폭 잘도 간다

 

이른 아침
정거장 아래

 

한 줄로 서 있는
번쩍이는 열차

 

꼬리를 물고
모험을 떠나네

 

칙칙폭폭 잘도 간다

 

바깥쪽은 접지
가운데는 동력

 

엔진 아래 두 바퀴가
회로를 완성하는 거야

 

또 사셨어요, 공학자 씨?

 

RCA에서 봉급 올려줬니?

 

엄청 비싼 트램 같구나

 

트램이 아니라
라이오넬 기차예요

 

올해는 컴퓨터 개발팀
봉급 인상 없대요

 

망가진 TV 더미 덕에
하나씩 사는 거죠

 

수리도 하거든요

 

애기 감전사 조심해라

 

'겁주지 마세요'

 

- 기다려라
- 괜찮아

 

플로리다 가는 기차에
할미도 태워줘야지

 

아이고

 

아주 앉으셨네

 

누가 일으키라고요?

 

누가 일어난대요?

 

새미 특급열차 타고
마이애미 갈 건데

 

눌러보렴

 

정교한 장난감이야

 

함부로 다룰 거면
못 만지게 할 거야

 

함부로 안 했어
나 기차 좋아해

 

좋아하는 거면
아껴줘야 하는 거야

 

주말에 같이 갖고 놀자

 

그래도 충돌하는 거
보고 싶었어

 

이해가 안 되네
충돌을 뭐 하러 봐?

 

늦었어
불 켜둘 거야?

 

아직 잠이 안 와서

 

내려가는 음표 보이지?
'탄식 저음'이라고 해

 

그 라디오 예술 프로에서
연주하라니까

 

언제 복귀하냐고
계속 묻더라

 

그럴 시간 없어

 

보모 쓰면 되지

 

우리 형편에?
이젠 틀렸지

 

애가 하나면 몰라

 

하긴

 

피아노에서 뭐가 제일
그리운지 알아?

 

곡에 항복하고

 

바흐의 목소리를
듣는 거야

 

처음엔 이 음
그리고 이 화음

 

그리고 손을 벌려
옥타브를 연주하면서...

 

아늑하고 행복한
작은 세상을 만드는 거

 

고마워

 

그래서 충돌하는 걸
봐야 했던 거구나

 

자기만의 세상을
통제해보려는 거야

 

새미

 

아빠 카메라로 찍어놓자

 

충돌은 한 번만이야

 

현상해서 마음껏 보자
안 무서워질 때까지

 

이러면 기차도
안 망가질 거야

 

한 가지만 더

 

아빠한텐 말하지 말자

 

너와 나만의
비밀 영화인 거야

 

- 알았지?
- 응

 

늦어서 미안
모이나한 씨 TV 가져오느라

 

작업실 꽉 찼는데
둘 데 없을까?

 

- 거실에 둘래?
- 그래

 

늦어서 미안해

 

파벨만 부인 모셔 오느라
어디 두면 될까?

 

'내려놔, 이놈아!
남사스럽게!'

 

- 그거 왔어?
- 탁자에 있어

 

짓궂기는

 

브리스킷이니?

 

내 영화 왔다!

 

저녁 먹고

 

자성의 양은 코어 자재의
자성 투과율에 달렸어

 

투과율을 어떻게
높이느냐가 관건이지

 

나만 못 알아들어?

 

자기장은 뭔지 알지?

 

알지, 그게...

 

새미, 자기장이
뭔지 아니?

 

- 잠깐 일어나도 돼?
- 아니

 

잠깐이면 돼

 

뭐가 그리 급한데?

 

얘야, 맛이 요상하다

 

- 플라스틱 포크라 그래
- 엄마

 

은식기는 대통령 오면
쓰려는 거니?

 

문제는 트랜지스터가 아니라
진공관을 쓰고 있어서

 

- 접촉하는 자기 코어가...
- 35,000개야

 

새미, 아빠 카메라에
필름 다 쓰면 어떡하지?

 

필름을 더 넣어

 

컴퓨터도 똑같아

 

테이프를 더 넣는데
그럼 속도가 느려져

 

- 오늘 정말 맛있었어
- 그런데 방법이 있지

 

10초마다 테이프를
갈지 않아도

 

지금 개발 중인...

 

- 비즈맥!
- 비즈맥!

 

그거면 한 번에 정보를
검색할 수 있어

 

테이프 교체가 없으니
10배는 빨라지지

 

우리 남편
정말 똑똑하지?

 

베니가 설명해줘서
그나마 알아듣지만

 

엄마, 올라갈래

 

다 먹어야 올라가지

 

깨끗이 비웠네

 

아니야

 

새미

 

너도 밑에
뭐 있나 본데?

 

- 새미
- 없거든?

 

어디 보게 들어봐
뭔가 움직였어

 

쫀드기네

 

아저씨는 쫀드기
진짜 좋아해

 

베니 삼촌
진짜 징그러워!

 

나탈리
네 삼촌 아니다

 

그렇게 웃기지도 않고

 

친하니까
그렇게 부르는 거죠

 

친척이 아니야

 

내 아들 직원이니까
여기 있는 거지

 

절친한 친구니까
여기 있는 거예요

 

어머님도 마음 깊은 곳에선
절 친구로 여기실걸요

 

내 마음 깊은 곳은
자네 소관이 아니지

 

식탁 치워야겠다
도와줘

 

- 나탈리, 모서리 잡아
- 모서리

 

나도 도와줄까?

 

새미

 

잔뜩 충돌시켰는데
기차는 안 망가졌어

 

세상에

 

'지상 최대의 쇼'
보는 줄 알았네

 

또, 또, 또!

 

머리 뒤로, 벌려

 

캔디콘 넣고

 

'아' 하고 뒤로

 

케첩, 됐어

 

아픈 것처럼 소리 질러

 

뽑아!

 

새미!

 

눈가리개 벗어

 

새미?

 

다음 해

 

레지, 나탈리, 내려와
아빠가 중대 발표 있대

 

비즈맥 개발 덕에
GE에 스카우트됐어

 

내 전자 열람 시스템을
이용해서...

 

다 말해봐야
모를 것 같고

 

아빠가 돈을
더 받게 됐어

 

베니 삼촌도 같이 가?

 

아빠랑 아직 상의를...

 

베니는 같이 안 가

 

여보

 

베니가 많이 그립겠지만
피닉스는 정말 멋진 곳이야

 

나도 갓 들어가서
연줄이 없는데

 

내 조수까지 써달라고
부탁할 수가 없어

 

- 그게 쉽질 않아
- 그냥 자기가 채용해

 

관리자로 간다면서
자기가 채용하면 되지

 

새미는 누가 보라고?

 

나처럼 RCA에서도
잘 해낼 거야

 

뉴저지에 있으면서
내 그늘을 벗어나면

 

- 당신이 도와줘야지
- 밖에 토네이도 불어!

 

여기도 하나 분다

 

가끔은 당신 참 무서워

 

인사나 툭 던지고
갈 생각이었어?

 

- 엄마!
- '나중에 보자'

 

우리 가고 나면
누가 있어?

 

절친한 친구면
당신이 도와줘야지

 

- 정신 좀 차려
- 엄마!

 

- 왜?
- 토네이도야, 무서워

 

장난 아니었구나!

 

가까운 거야?

 

왜 하늘이 주황색이야?

 

가자! 가자!

 

보러 가자

 

미츠!

 

어디 가는 거야?

 

미츠, 어디를...

 

여보!

 

어디 가는데?

 

미츠!

 

미츠!

 

어디 있어?
이제 안 보여

 

앞에 있겠지
찾아보자

 

엄마, 저기야!

 

이거 안전할까?

 

당연히 안전하지
엄마랑 가는데

 

엄마, 멈춰!

 

모든 일엔 이유가 있다

 

모든 일엔 이유가 있다

 

모든 일엔 이유가 있다

 

따라 해 봐

 

모든 일엔 이유가 있다

 

모든 일엔 이유가 있다

 

모든 일엔 이유가 있다

 

모든 일엔 이유가 있다

 

애리조나

 

도로에 뭐 죽은 거
있는 거 같아

 

레지, 손 흔들어봐

 

저기 봐

 

- 다 왔네
- 다 왔다

 

주차하는 거 찍게
나 내려줘

 

- 오줌 마려워
- 나도!

 

내릴래!

 

- 오줌 마렵다니까!
- 오줌 마렵다니까!

 

계속 와

 

계속 와
잘하고 있어

 

이제...

 

멈춰!

 

가만있어

 

도시락통 줘봐

 

- 도시락통 빨리!
- 새미가 뭐 잡았나 봐

 

여기 새끼들 있어

 

- 살이 새끼 찾았대
- 이거 봐

 

새미, 딘
여기 둥지가 있어

 

- 들어보자
- 큰 둥지야

 

미쳤다

 

- 떼로 있네
- 전갈 떼다

 

- 둥지가 아니라 굴이야
- 둥지야

 

장난 아니다

 

새끼 전갈은
독이 두 배로 세

 

- 그래서 값도 더 쳐줘
- 50마리는 되겠다

 

- 연구실에서 얼마 주는데?
- 마리당 50센트

 

- 그럼 25달러네?
- 우리 부자다

 

뭐 사게?

 

12달러

 

기능장은 영화가 아니라
사진으로 받는 거잖아

 

정지 사진을 들고
이야기해야 해

 

영화도 정지 사진이야

 

여러 장이고
움직일 뿐이지

 

근데 어떤 영화
만들 건데?

 

새미, 저기 봐
재닛 베네딕트야

 

- 너 말도 못 걸지?
- 걸었었어

 

- 웃기시네
- 뻥 친다

 

- 진짜 말 걸었었어?
- 새미?

 

바로 앞에 가서
말 걸었었어

 

재닛한테 갔었다고?

 

- 뭐라고 했는데?
- 별거 없었어

 

애들한테 말해줘

 

아무 일 없었어

 

무슨 일 있었네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

 

같은 걸지도 몰라

 

같은 게
맞는 것 같은데

 

확실해

 

새미가 옆을 보면서
쭉 따라갔는데

 

무슨 용기가 났는지
완전 느끼한 톤으로

 

- '안녕, 재닛'
- 지어내지 좀 마

 

그때 재닛의 코에
뭔가 묻은 게 보였지

 

그래서 그 핑계로
말을 걸기로 했어

 

그 길로 가서
'미안한데 재닛'

 

'코에 얼룩이
묻은 거 같아'

 

- 닥쳐, 하크
- 얼룩이 아니었어

 

- 얼룩처럼 보였어
- 그리고 작지도 않았지

 

닥치라니까!

 

코딱지였어

 

재닛 베네딕트의
초대형 코딱지

 

서쪽으로 가게, 젊은이
명성과 모험을 찾게

 

새미

 

돈은 두고 가라

 

어떤 영화 만들 거야?

 

돈은 두고 가라

 

계속 소리 질러
소리 질러

 

먼지 더 있어야 해
아빠, 보드판!

 

아빠, 그만

 

- 레지, 기침 그만해!
- 먼지 때문에 그래!

 

- 먼지 더
- '죽이지 마세요' 해야지

 

레지, 기침 그만해

 

파벨만 씨, 내 마차가
흙투성이 되겠어요

 

- 기침 못 참아?
- 닦아드릴게요

 

카메라 좀 그만 봐
장면 못 쓰잖아

 

가짜야

 

완전 가짜

 

저거 들려?

 

생방 나가기 전에
손톱 좀 자르라 해

 

내일이 연주야

 

어려운 곡이고
중요한 일이니까

 

제발 입 좀 다물고
리허설 들어 달랬잖아

 

미안, 미츠
정말 좋았어

 

아르페지오로 슬픈 음들
살리는 거 들었지?

 

바단조 곡인데도
생동감이 넘쳐

 

타자기 치는 줄 알았네

 

진짜 내가 미쳐

 

따라란 따라란

 

탁탁탁탁 띵!

 

손톱 소리 들렸어?

 

당신 연주에
집중하긴 했는데...

 

했는데 뭐?

 

- 투손까지 들렸을걸
- 내가 너무 익숙해졌나

 

GE에서 고무 골무라도
만들어야겠다

 

미츠 파벨만 여사님
음악을 마주할 시간입니다

 

이런...

 

가까이 오지 마

 

모스 부호가 아니라
베토벤이야

 

무지향성 리본 마이크라서
이대로 가면 소리가...

 

남편이 하셔야지!

 

아빠, 하지 마

 

깎아, 깎아

 

다 할퀴어버릴 거야!

 

루빈스타인이
손톱 길렀을 거 같아?

 

- 호로비츠, 슈나벨, 켐프는?
- 하기만 해봐

 

- 리버라치는!
- 리버라치는!

 

하시지요, 파벨만 씨

 

GE 디자인 팀장의
힘을 보여주시죠

 

50달러나 주고
한 거란 말이야

 

안 돼!

 

하나, 둘, 셋

 

저리 가셔, 데릴라

 

데릴라?

 

그만 놀려먹어
나머진 내가 할게

 

진짜 미치겠네

 

내일 외워서
치게 생겼잖아

 

진짜 연주자처럼
악보도 손톱도 없이

 

총을 떨어뜨려?

 

나다

 

보안관 눈빛 봐라

 

어떻게 한 거야?

 

최고다, 새미!

 

포연

 

샘 파벨만
사진 기능장

 

아빠가 하는 일도
감독 비슷하지 않아?

 

그래?

 

우리 부서가 달성할
목표를 파악하고

 

직원들이 달성하도록
방법을 찾아내거든

 

그러게, 비슷하네

 

어떻게 총격을
진짜처럼 만들었어?

 

핀으로

 

핀?

 

핀으로 필름에
구멍 뚫어서

 

- 새미
- 응

 

엔지니어처럼 생각하는구나

 

앞에 봐, 아빠

 

새미, 앞에 봐

 

편집기 없으면
편집을 못 해

 

그것만 있으면
자르고 붙이고...

 

캠핑 끝나고
다시 가 보자

 

캠핑지까지 3시간이야

 

네가 면허증 따야
운전 교대로 하지

 

알았어

 

'시야가 제한적이고
경보 장치 없는 건널목에서'

 

'제한 속도는...'

 

근데 새로 찍는 영화는
딴 게 아니라...

 

아빠가 참전했던
2차대전 얘기야

 

볼렉스 H8로 찍고 있어
장난 아닐 거야

 

드디어 더블런 필름을
쓸 수 있단 말이야

 

릴 교체 없이
6분이나 찍어

 

그 카메라 빌리는 데
얼마나 들었어?

 

20달러

 

내 돈 썼으니까
그것까진...

 

거기에 편집 머시기까지?

 

- 맨스필드 8mm 편집기야
- 얼만데?

 

- 80달러
- 말이 되니?

 

취미에 100달러를?

 

취미 아니야

 

영화에 쏟는 시간의 반만
수학에 쏟으면...

 

수학 싫어, 왜...

 

쓸 데도 없잖아

 

뭔가 만들 땐
꼭 쓰이는 거야

 

아빠가 어릴 땐

 

온갖 것들의 원리가
다 궁금했어

 

차, 백미러, 방향 지시등

 

근데 난
영화 만들고 싶어

 

실재하는 것들 얘기야

 

가상의 것들 말고

 

실제로 쓸모가
있는 것들

 

운전 면허증처럼

 

나 토할 거 같아!

 

새미, 차 좀 세워
얘 나한테 토하겠어

 

속도 줄여

 

운전 되게 못 하네
차 망가지겠다

 

여기 비포장도로고
지금 시속 5km야

 

잘하고 있어

 

조심해
앞에 웅덩이 있다

 

안이 녹색인 가지를 써야
불에 타지 않아

 

밝은 녹색이면 살아있어서
아직 수분이 있는 거야

 

그리고 삼각형으로
세우는 이유가 있어

 

한 점으로 연결하고
중력의 중심만 잡으면

 

균형이 완벽해지거든

 

역시 우리는
쿵짝이 잘 맞는다니까

 

밥바루 루밥

 

좋아

 

피라미드 알지?

 

- 역사적으로도...
- 가자, 얘들아!

 

'날 달로 날려 보내줘'

 

아주...

 

놀라운 형태야

 

안녕!

 

한 번 더

 

잠깐, 내가 해볼게

 

그래, 한 번 더

 

- 준비됐어?
- 얘들아, 불 피운다!

 

- 셋, 둘, 하나
- 세게!

 

간다!

 

- 부러지는 줄 알았어
- 불붙었다!

 

부러질 뻔했어

 

크리넥사이카, 윈덱사이카
그녀는 섹시하니까

 

알파카, 알라스카, 남아프리카

 

레닌그라드, 페테로그라드

 

거짓말 미안해, 아빠

 

차 열쇠 훔쳐서
몰래 타고 다녔어

 

화병 걸린 아비
이러다가 걸릴라

 

심장마비!

 

- 홀아비가 좋아하는
- 가리비!

 

- 그리고 또...
- 돼지갈비

 

- 족제비
- 생각이 안 나비

 

내가 이겼다!

 

우리 집은 애리조니아
텅텅 빈 황무지야

 

있는 건 바위뿐이야

 

음식은 소시지뿐이야

 

정답!

 

그런 류의 FPU는
산업용이 아니라서

 

문제만 일으킬 거야
몇 비트인데?

 

플로트 64

 

64비트? 장난해?

 

11명 동시 사용?

 

사무기기 만드는 거
위에서 알면

 

우리 해고될 거야

 

- 아니야
- 진짜야

 

GE는 사무기기가 아니라
중공업 장비 만들잖아

 

대표한테 얘기했다간
산 채로 가죽 벗길걸

 

'뱅크 오브 아메리카'가
구매해주면 수익이 돼

 

수익을 내는 건
대표의 역할이고

 

내 역할은 레이시온에
트랜지스터 만 개를

 

차질 없이 보내는 거고

 

자네 역할은 배선도를
피트니 보우스에 보내서

 

때가 되면 정렬 프로그램을
컴퓨터에 심는 거야

 

둘 다 GE에서 잘리면
피트니에서 데려가 준대?

 

잘리더라도 만들만한
가치가 있지 않아?

 

자네야 그렇겠지!

 

그러다가 잘려도 되잖아
'캘리포니아여, 내가 간다!'

 

IBM이 기다리니까

 

- 우리 캘리포니아로 이사 가?
- 너희 아빠 간단다

 

- 아니야
- 뭐?

 

IBM에서 기분 좋으라고
하는 소리지

 

기분 좋으라고?

 

컴퓨터 업계 사람이면
누구나 환장할 제안이야

 

자넨 캘리포니아에 가서
FP64로 컴퓨터 만들고

 

난 애리조나에 남아서
40와트 전구나 만들겠지

 

진정 좀 해

 

네 엄마한테
결정하라고 해놨어

 

엄마가 찬성 안 하면
이사 안 가

 

이 좋은 데를 두고
캘리포니아를 왜 가?

 

여기엔 그랜드캐니언...

 

그쪽엔 샌안드레아스
지진대가 있지

 

난 결정했어

 

난 애리조나 안 떠나
애리조나도 날 안 떠나고

 

얘들아, 눈 감아라

 

새미

 

저거 안 찍어?

 

조명이 부족해서

 

GE, 전기적으로 나은 삶을!

 

엄마?

 

드레스 다 비쳐 보여

 

레지, 비켜봐

 

그만하라고 해줄래?

 

- 와서 앉아
- 싫어

 

삼촌 보지 마!

 

다 짜증 나!

 

우리 엄마는
정말 좋은 엄마야

 

많이 사랑해

 

나 여기 있어

 

바로 옆에 있어

 

손잡고 있어

 

내가 꼭 쥔 거
느껴져?

 

사랑해, 엄마

 

엄마?

 

눈을 뜨셨어요

 

간호사님

 

엄마, 여기 있어
나 여기 있어

 

엄마, 나 봐

 

엄마, 제발

 

맨스필드 8mm 편집기야
이거 갖고 싶댔지?

 

세상에

 

대신 부탁 좀 하자

 

그래, 그래
부탁 있다니까

 

우리 캠핑 영화 만들어줘

 

편집기도 익숙해질 겸
네 엄마도 위로할 겸

 

알았어

 

어젯밤 네 엄마 춤
정말 근사하더라

 

내일 시작해줄래?

 

내일 촬영 시작하는데?

 

'도피할 수 없는 탈출'
주말 내내 찍어

 

다음 주말에 찍어

 

영화 촬영 때문에
40명쯤 온단 말이야

 

캠핑 영화 작업은
월요일에 해줄게

 

네 엄마 때문에
하는 부탁이야

 

응, 그래서 한다니까
내일만 빼줘

 

이기적으로 굴지 마
할머니가 돌아가셨잖아

 

네 취미보단 중요하지

 

취미라고 하지 좀 마

 

네 엄마가 보면서
기운도 좀 내고...

 

엄마가 돌아가셨는데
그걸로 무슨 힘이 나?

 

네가 엄마를 위해
만든 거니까

 

어딘가 좀 이상해

 

나도 어째야 할지
모르겠어

 

좀 도와줄래?

 

여보세요

 

미츠

 

미츠

 

엄마?

 

누군가 오고 있어

 

엄마?

 

엄마, 무슨...

 

- 못 들어오게 해
- 엄마

 

- 들여보내면 안 돼
- 엄마, 안 들려

 

나 무서워

 

그 사람 집 안에
못 들어오게 해

 

엄마, 좀...

 

들여보내면 안 돼

 

- 들이면 안 돼
- 뭐? 누가 오는데?

 

문 열지 마

 

엄마

 

엄마, 아직은 가지 마

 

악몽 꾼 거야

 

음식이 너무 많아

 

엄마가 좀 우울해서

 

그 악몽이 잊히질 않아

 

어젯밤에 엄마한테
전화 온 꿈 꿨어

 

경고하려 하더라고

 

- 할머니 돌아가셨잖아
- 무슨 경고?

 

뭔가 오고 있다고
대비하라는 거야

 

절대 다 못 먹어

 

누구지?

 

보리스 삼촌이야

 

누구?

 

엄마?

 

삼촌 얘기였어!

 

우리 엄마 오빠야!

 

엄마가 어릴 때
엄청 무서워했댔어!

 

못 들어오게 해

 

서커스에 계셨어요?

 

엄마한테 듣기론
사자 조련사셨다고...

 

처음엔 그냥
천막이나 치고

 

동물 우리나 치웠지

 

그런데 어느 날 밤

 

사자가 감기로
앓아누운 거야

 

근데 나더러
사자랑 지내라더라

 

거짓말이지?

 

이야기 들려주시는 거야

 

너도 잘 알지?

 

여동생들 염병하게
성가신 거

 

너무하시잖아요

 

- 욕하셨어!
- 알아

 

그럼 영화 일은
언제 시작하셨어요?

 

1927년

 

최초의 유성 영화
'재즈 싱어' 나온 해잖아요

 

근데 내가 찍은 건
'톰 아저씨의 오두막'이었다

 

무성 영화였지

 

셀릭 스튜디오 영화였고
해리 폴라드가 감독했다

 

매기 머시긴가 하는
여자랑 결혼한 양반

 

그 양반 작품이야

 

접시 좀 들어주세요

 

블러드하운드를 쓰는
장면이 있었는데

 

내 친구 플레이샤커라고
개 연기 전문가가 있었어

 

주로 푸들

 

그 친구가 폴라드한테
말하기를

 

'하운드나 푸들이나
뭐 다르겠어요?'

 

그래서 갔단다

 

그 친구도 유대인 혐오를
지긋지긋하게 겪었었지

 

서커스에 그런 부류가
어지간히 많았거든

 

유대인은 별로 없고
혐오자들은 많고

 

- 네
- 그런데 영화계에선...

 

내가 편지를 보니까
'보리스, 보리스!'

 

'할리우드는 아늑하다네'

 

'더글라스 페어뱅크스랑
리카르도 코르테즈랑 예배도 드려'

 

'할리우드로 오게'
그래서 갔지

 

네 아내는
설거지 안 하니?

 

피아노 쳐서요

 

우리 조카 손주께서
영화 좋아한다고?

 

그 병장을
언덕에 세워두고

 

밑에서 찍어서
하늘과 잡을 거예요

 

병장이 뭘 보는지
우리는 못 보고...

 

경악하는 표정만
보는 거예요

 

병장은 끔찍한 뭔가를
보고 있는 거고요

 

그때 카메라를
돌려서 보여주는 거죠

 

다른 공책에 있어요
잠깐만요

 

저 영화면...

 

설명할 거 없이
보여주기 그러냐?

 

이건 아빠가 부탁한
허접한 캠핑 영상이에요

 

엄마 기운 나게 해준다고
캠핑 영화를 만들래요

 

상심이 클 테니
부탁한 게지

 

엄마를 잃었잖니

 

그런데 우리 감독님은
그딴 건 하기 싫고

 

이 전쟁 영화를
찍고 싶은 거지?

 

그래

 

나도 아주 잘 알아

 

가족, 예술

 

사람을 반으로 찢어놓지

 

들리냐?

 

- 엄마가 연습하는...
- 쉿, 조용히 하고 들어라

 

어려서부터
진작 저렇게 쳤지

 

콘서트 피아니스트가
될 아이였어

 

꼬마 루빈스타인이었지

 

그때 치던 곡이...

 

뭐든 말만 하면
다 쳤단다

 

그리고...

 

신시내티 살 때
집에 한번 갔는데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꿈이라고 하더구나

 

그런데 포기했지

 

잘 치시긴 해요

 

- TV에서도 쳤어요
- 고작 TV?

 

빈의 무지크페라인에서
연주했을 아이야

 

네 엄마의 가슴속에도
우리와 같은 게 있었어

 

예술

 

나나 너처럼

 

우린 약쟁이야
예술은 우리의 마약이고

 

가족은 사랑하지만

 

예술은
우리를 미치게 하지

 

나라고 여동생들과
부모를 떠나서

 

머리를 사자 주둥이에
처넣고 싶었겠니?

 

사자 입에 머리를
넣는 게 예술이에요?

 

아니, 사자 입에
머리를 넣는 건 용기지

 

사자가 내 머리를
먹지 않게 하는 것

 

그게 예술이다

 

티나는 네 엄마에게
이런 말 안 했어

 

'하고 싶은 일을 하렴'

 

좋은 사람이었지만
걔는 두려워했어

 

네 엄마가 어찌 될까 봐
그저 두려워했지

 

그래서 미츠는
꿈을 포기했단다

 

얼마나 아팠는지
기억하기 바란다

 

사람들이 말할 때

 

'무슨 일 해?
귀엽네, 취미잖아'

 

'우표나 나비 수집
같은 거야'

 

그때 그 얼굴의
고통을 떠올려라

 

살 떨어질 뻔했어요

 

그래야 보리스 할아버지의
말을 기억하지

 

넌 그 서커스 판에
들어가게 될 거야

 

서둘러서 들어가겠지

 

얼마나 가고 싶겠어

 

열심히 코끼리 똥을
푸다 보면

 

'새미, 이제 코끼리 타라'

 

저 사람들 사랑하지?

 

여동생, 엄마, 아빠
그런데 말이다

 

이건 예외야

 

넌 이걸 더 사랑해

 

- 아니에요
- 아니긴

 

도망쳐도 좋다만
너도 이해할 게다

 

넌 네 영화를 만들고
예술을 하게 될 거야

 

그리고 그 고통을
떠올릴 거다

 

알아듣겠니?

 

예술이 하늘의 왕관과
땅의 월계관을 줄 테지

 

허나...

 

네 가슴을 찢어놓고
널 외롭게 할 게다

 

넌 네 가족의
수치가 되고

 

사막으로 추방당한
집시가 될 게다

 

예술은 장난이 아니야

 

사자의 입처럼 위험하지
네 머리를 물어뜯을걸

 

날 봐라

 

날 봐

 

티나가 날 멀리한 게
당연해 보이지 않니?

 

티나, 티나

 

티나

 

그만, 그만하세요!

 

애도하는 사람
처음 보냐?

 

그만 자자

 

제가 침낭 쓸게요
위에서 주무세요

 

애도 기간엔
바닥에서 자는 거다

 

너도 바닥에서 잘래?

 

네 할머니였잖니
옷 찢고 바닥에서 자라

 

잘 자라

 

인사드려야지

 

- 안녕히 가세요
- 안녕

 

엄마가 뭘 그리
걱정하셨나 모르겠네

 

저렇게 다정하신데

 

우웩

 

이런 게 인생이지

 

'여러분의 주의가
산불을 막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작품이야

 

날 꿰뚫어 보는구나

 

아주 제법인데?

 

새미, 훌륭했어

 

죽어라, 미국놈들아!

 

후퇴하라!

 

공격!

 

엄폐해!

 

독일놈들이 깔렸어!

 

너무 많아!

 

돌아보고

 

컷! 좋아

 

이리 와봐

 

이 광경을 보면서
1분만 서 있어

 

1분 내내?

 

움직여도 되면
신호 줄게

 

60초 세야 해?
하나, 둘...

 

아니, 아니
그럴 건 없고...

 

경악한 표정으로
보면 돼

 

'내 부하들이
모조리 죽다니!'

 

연기를 하란 거네

 

그래

 

내 소대가 전멸해서
슬픈 감정이라거나

 

그래, 소대

 

전우들이 몰살당한 거야

 

너한테는
가족 같은 전우들

 

가족 같은 존재들이
네 잘못으로 죽었어

 

네가 그런 거고...

 

나치 짓이라며

 

그런데 죽음의 계곡으로
보낸 건 너니까

 

네가 결정했던 거야
그럴 게 아니라...

 

지켜줬어야 하는데

 

널 믿고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는데...

 

이제 그걸 보면서...

 

네가 저지른 짓을
보고 있지만

 

전우들을
구할 수가 없는 거야

 

이미 죽었으니까

 

- 진짜...
- 그래

 

울컥하네

 

그래

 

알았어

 

됐지?

 

알아들었어, 그래

 

좋아

 

새미?

 

어디까지 가게 두려고?

 

컷!

 

컷이야, 안젤로

 

- 안젤로!
- 안젤로!

 

돌아와!

 

안젤로!

 

도피할 수 없는 탈출

 

- 기가 막히지?
- 브라보!

 

브라보!

 

새미!

 

아들!

 

이제 일반인이 아니네

 

저 영화 정말...

 

안녕하세요, 아주머니

 

드밀 감독님, 이리 오시죠!

 

- 저기 오네요
- 어서 와

 

축하한다

 

아버님 전쟁담을
바탕으로 한 거지?

 

그렇긴 한데요
말씀 잘 안 하셔서

 

- 그러시겠지
- 그래

 

엄마는 베니 삼촌이랑
먼저 집으로 간대

 

- 마지막 신...
- 피가 뭐 그리 많아?

 

여자 나오는 영화
또 만들 거야?

 

- 뭐?
- 여자들

 

남자들은 맨날
멍때리잖아

 

여자가 대활약하는
신도 있어야지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5단계는?

 

하나, 날 못 붙잡게
뒤쪽에서 접근한다

 

둘, 팔로 그 남자의
가슴을 감싸 안는다

 

- 여자일 수도 있어
- 셋

 

오빠는 겁 많아서
여자 가슴 못 건드려

 

셋, 내 가슴에 얹고
뒤로 누워 수영한다

 

그리고 가슴은
너 생기면 파티하자

 

파티에서
가슴 상도 주고

 

네 번째는?

 

- 젠장
- 요구조자를 땅으로 데려간다

 

다섯 번째는?

 

장의사를 부른다

 

장난 아니야

 

구조 기능장 받으려면
다 외워야 한다고

 

청소년 사망 사고 중에
수영 사고가 1위야

 

미안해

 

엄마는 맨날 농담이야

 

알았어
다섯 번째는 뭔데?

 

재미도 없는데
꼭 깔깔 웃고

 

늘 관심의 중심이
못 돼서 안달이야

 

먹어

 

그리고 음식 물고
말하지 마

 

수영 시험 전에
이걸 왜 먹어?

 

먹고 물에 들어갔다가
경련 오면 빠져 죽어!

 

그만 소리 질러!

 

새미, 젠장할!

 

어떻게 몇 주 내내
엄마를 이렇게 무시해!

 

무시?

 

왜 이리 막되게 굴어?
난 네 엄마야!

 

아니면 좋겠어!

 

좀 보자

 

어떡해

 

내가 어쩌자고...

 

말해봐

 

대체 무슨 일인지
말 좀 해봐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기나 하니?

 

가지 마

 

엄마

 

엄마

 

말 안 할게

 

말 안 할게

 

말 안 할게

 

안 해

 

정말 괜찮겠니?

 

여기 돈 받으세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걸작 찍기 전에
필름 사러 왔니?

 

아니

 

그래, 캘리포니아보단
여기가 필름이 싸지

 

거긴 다 비쌀걸

 

단골손님 없어지네요

 

가족이 다 이사 가요

 

방금 카메라 팔았어요

 

그래요? 왜?

 

관둔다더군요

 

오래 기다리셨어요

 

특별히 주문한 거예요

 

카메라를 샀어?

 

네 거다!

 

전쟁 영화 찍을 때
애지중지하길래

 

하나 사주고 싶었어

 

기운 내라고
나중에 보자고

 

널 믿는다고 주는
베니 삼촌 선물이야

 

내가 주는 거라서?

 

이럴 거야?

 

네 아빠에겐
최고의 순간이야

 

네 아빠는
그럴 자격이 있어

 

RCA에 있을 때부터
컴퓨터의 귀재였지

 

IBM은?

 

그런 곳이야말로
재능을 발휘할...

 

세상을 바꿀 회사야
이건 옳은 선택이야

 

여러모로...

 

그래서 나도 기뻐

 

나 알잖아

 

하지만 보고 싶을 거야

 

너희 가족 모두

 

내게 어떤 나쁜 감정을
품고 있는지 몰라도

 

너 영화 그만두면
엄마 마음 무너질 거야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네가 엄마한테
그러면 안 되지

 

35달러에 살게

 

엄청나게 깎는구나

 

그래도 영화는
그만둘 거야

 

캘리포니아에선
다들 영화를 만들어

 

- 뭐야!
- 잔돈은 가져

 

캘리포니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새집 공사는
언제 끝나?

 

몇 달이면 돼

 

내 방도 있어?

 

자기 방 다 줄게

 

- 야호!
- 좋았어

 

어젯밤에 꾼
웃긴 꿈 생각난다

 

뭐였는데?

 

별 꿈을 다 꾸네

 

베니와 말싸움하다가

 

내가 끌고 가서
얼굴을 한방 갈겼어

 

- 왜 그래?
- 엄마 멀미해?

 

바람 좀 쐬고 오겠지

 

베니와 나는...

 

우린 정말...

 

네가 상상한 선까지
가진 않았어

 

상상한 적도 없어

 

아빠가 알까?

 

엄마 말은...

 

말했냐는 뜻은 아니야
안 한 거 알아

 

그래도...

 

눈치는 챘을까?

 

몇 번이고 말할 뻔했어

 

말할 거 있다고
하려고 했어

 

근데 우린 아무 문제 없는
부부라는 표정을 보고는

 

'집에 개미 있어'라고 했어

 

아니면 안테나 고쳐 달랬는데
바로 가서 고치더라

 

네 아빠는 못 당해

 

그 다정함을
무슨 수로 당해

 

명품 드레스까지
사다 주는 사람한테

 

엄마 이러라고
보여준 거 아니었어

 

죄책감은
쓸모없는 감정이야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네 엄마로 살고

 

네 여동생들의 엄마로
사는 거지

 

수도 없이 잘못하더라도
그것들을 망칠 순 없어

 

이기적으로
살지 않을 거야

 

버트는 다정하고
똑똑하고 현명하고

 

인내심 있고 예의 있고
이해심 많은 남자야

 

헤어질 생각은 없어

 

잠깐 빌리는 거야

 

새집은 눈 깜짝할 새
완성될 거야

 

깜짝했어

 

그래도 여기네

 

평생 풀 죽어 지낼 거야?
아니면 좀 풀릴 거야?

 

꺼져

 

아예 엄마랑 나란히
울상 기능장을 받아

 

엄마는 침대에서
나오지도 않고

 

규칙 하나 만들자

 

등교할 때만이라도

 

그 판잣집에서 있던 일
얘기하지 않기

 

하루 8시간이라도
학교에서 평범하게 살게

 

그랜드 뷰 고등학교

 

낙하산 타고 거인들 땅에
내린 기분이야

 

가자

 

지나갈게, 미안

 

그렇지
잘한다, 존슨

 

더 높이!

 

좋아

 

좋았어, 로건

 

다시 해봐

 

잘한다

 

계속 집중하고 움직여

 

돌아, 좋아, 제이크
잘했어, 크리스

 

파벨만, 안 다쳐

 

대포알도 아니고
배구공이잖아

 

서브해

 

잘한다!

 

반응 좋아, 가자

 

이런, 미안해
고의는...

 

- 이리 와
- 죽여버릴 거야

 

채드

 

진정해

 

일부러 한 건 아니야

 

아팠어, 이 새끼야

 

말조심해라, 로건

 

공이나 가져와

 

그래

 

하자

 

전학생

 

이름이 뭐야?

 

 

성은?

 

파벨만

 

내가 유대놈이랬지?

 

쟤는 유대인 싫어해

 

유대인을 누가 좋아하냐?

 

다른 유대인

 

그래

 

베이글만

 

그 이름 아니야
그렇게 부르지 마

 

너 때문에 내 절친이
뇌진탕 왔었어

 

아니야, 보내줘

 

 

따지지 마

 

심각한 뇌진탕이었어

 

어떻게 갚을래?

 

이건 어때?

 

급수대 가서 물 마셔

 

내가 뒤로 가서 팍!

 

앞니 다 털어버리게

 

날 봐

 

쟤 진짜 미친놈이야

 

그러니까 조심해

 

문 닫아!

 

엄마가 원숭이 데려왔어

 

왜 원숭이를 데려와?

 

웃고 살려고

 

이거 좀 도와줘
방향이 안 맞아

 

- 조심조심
- 내려와

 

바나나 가져올게

 

빌린 집이니까
커튼 조심해

 

안녕하세요, 누구시죠?

 

내 원숭이야

 

뭐라고 불러?

 

이름은 베니야

 

정신과 가기 싫어

 

애들이 무서워하잖아
하루 종일 잠만 자고

 

사막이 그립고
더운 날씨도 그리워

 

피아노는
포장도 안 뜯고

 

요리나 쇼핑은커녕
짐도 안 풀고

 

정신과에선
감정의 원인이나 말해주지

 

감정을 바꿔주진 못해

 

어머님 돌아갔을 때처럼
풀이 죽어 있는데

 

아무도 안 죽었잖아

 

알았어

 

원숭이 이름 바꿀게

 

IBM은
베니 수준이 아니야

 

베니는...

 

내 절친한 친구였어

 

그런데 IBM에서
필요로 하질 않아

 

내가 알기론 그래

 

나한테도 필요 없고

 

베니는 당신 친구가
아니었어

 

내 친구였던 거
알고 있었잖아

 

무슨 뜻이야?

 

유대인 구멍

 

땡땡이의 날
자원봉사자 구함!

 

로건, 진짜 보고 싶었어

 

너 누구야?

 

누구야?

 

베이글만!

 

사물함에 간식 넣었는데
맛있게 먹었어?

 

배 안 고팠나 보네

 

그 베이글 그거...

 

그걸 뭐라더라?

 

코셔 음식

 

그만해, 멍청아

 

안 이러기로 했잖아

 

가자, 연습 늦겠다

 

왜 저래? 유대인이야?

 

뭐...

 

쫄아서 말도 못 하네

 

아니야

 

쟤한테 사과해

 

뭘?

 

끈적하게 쳐다보면서
침 흘린 거

 

침 안 흘렸어

 

그럼 예수 죽인 거
사과하든가

 

왜 부추기는 거야?

 

예수님 죽인 거
사과해보라니까

 

가지 마

 

연습 구경해

 

그럴 기분 아니야

 

네가 있어야 힘이 나

 

예수님 죽였다고 사과해
이 개새끼야!

 

집에 갈래

 

그냥 미안하다고 해

 

나까지 난처하잖아

 

난 2,000살도 아니고
로마에도 안 가 봤어

 

난 사과 안 해

 

근데 내가 아니라
네 남친이 사과해야지

 

계단에서 빨간 머리 애랑
키스하고 있던데

 

거짓말이야
그런 적 없어

 

걔랑 끝냈다고 했잖아

 

이 거짓말쟁이!

 

클라우디아

 

너 실수한 거야

 

네가 한 실수니까
네가 수습해

 

- 갈겨버려!
- 닥쳐, 채드!

 

내일 오자마자 찾아가서
거짓말이라고 해

 

무서워서 그랬다고
알아서 둘러대

 

다 거짓말이라고
나 본 적 없다고

 

아니면 태어난 걸
후회하게 해줄 거야

 

알았어?

 

알아들었으면 끄덕여

 

누가 그랬는지
말을 안 해

 

당신이 물어봐

 

누구 짓인지 말해
그 집 쳐들어가서

 

어떤 놈인지
패버릴 테니까

 

코 부러진 거니?

 

코 부러졌으면
여기 앉혀뒀겠어?

 

누가 때렸지?

 

할 수 있는 것도 없는데
알아서 뭐 해?

 

무슨 일인지부터 말해

 

난 여기 싫어

 

아빠가 멋대로
끌고 온 거지

 

좋은 직장 생겨서
이사 온 거잖아

 

어디서 살든
상관도 안 하잖아

 

일만 할 수 있으면
아이슬란드든 어디든

 

그 거지 같은 기계나
주물럭거리면서

 

아주 행복하게
그 후진 인생...

 

됐어!

 

카펫에 피 떨어져

 

빌린 집이잖아!

 

우리가 여기
싫어하는 거 알잖아

 

유대인이라곤 우리뿐인데
괜찮을 거 같아?

 

아빠 잘못인 거
신경이 쓰이긴 해?

 

전부 아빠가 우리를 데리고
도망 와서 벌어진 일이야!

 

난 10배의 책임감으로
10배 열심히 일하러 왔어

 

다들 모르는 모양이지만

 

- 나도 한마디 할게
- 멋진 집을 만들어 주려고

 

집이고 직장이고 핑계야
아빠는 도망친 거야!

 

뭐 할 말 있어?

 

그럼 말 돌리지 말고
똑바로 말을 해!

 

나 정신과 치료 시작했어

 

아무튼...

 

분명히 말하지만
어제 했던 말은...

 

내가 거짓말한 거야

 

미안해

 

왜 그랬어?

 

내가 뭘 어쨌길래?

 

너 때문이 아니야

 

그건 나쁜 짓이잖아

 

상처 주려던 건 아니야

 

난 진짜 로건을
사랑하거든

 

걔 바람피운 줄 알고
울다 잠들었대

 

다른 사람 감정도
생각을 해야지

 

근데 로건이 나더러
예수님을 죽였다잖아

 

- 그건 채드가 그랬지
- 왜 그랬대?

 

로건도 재밌다고 웃었잖아

 

쟤 유대인이야

 

진짜?

 

그래, 할례받은 후로?

 

근데 빨간 머리란 건
어떻게 알았어?

 

미쳤다
르네랑 키스하던 거야?

 

거짓말이라면서
머리 색은 어떻게 알았어?

 

아파?

 

그럼 넌
예수님 안 믿어?

 

모니카는 예수님을
완전 좋아하거든

 

그분 없인 못 살지

 

5,000년이나
없이 살았는데

 

못 살 건 없지

 

혹시 나중에...

 

같이 기도라도 할래?

 

너랑 둘이?

 

우리 마음속으로
와달라고 기도하고

 

어떻게 될지 보자

 

그래, 그럼...

 

언제? 오늘?

 

많지?

 

무슨 제단 같네

 

남자들 제단

 

엄청 많다

 

섹시한 남자들이야

 

그런 거 같네

 

예수님 빼고

 

예수님도 섹시해

 

그런 말 죄 아니야?

 

몰라

 

세상에 남자로 오셨잖아
잘생긴 청년으로

 

여자나 노인으로
오실 수도 있었고

 

아니면 나병 환자로...

 

어떻게 생겼는지는
아무도 몰라

 

아마 너처럼 생기셨을걸

 

그분이...

 

유대인이니까

 

잘생긴 유대인 청년

 

너처럼

 

기도하자

 

눈 감아

 

주님, 제 친구
새미와 왔습니다

 

샘이야

 

제 친구 샘과 왔습니다
유대인이고

 

괜찮은 아이예요

 

걔는 착하고 용감하고

 

아주 재밌어요

 

그리고...

 

걔가 좋아요

 

힘 빼

 

부탁드려

 

네게 와달라고
부탁드려봐

 

네게 들어와달라고

 

안녕하세요, 예수님

 

저예요, 샘 파벨만

 

진짜 계신다면
어떤 계시나 뭐...

 

예수님한테 그런 걸
요구하면 안 돼

 

겸손해야지

 

간청해야 하는 거야
내가 할게

 

성령님께 와달라고
간청할 거야

 

성령님을 빨아들일 거야

 

성령님, 들어와 주세요!

 

제발요, 성령님!

 

제 친구 새미를 위해
성부님, 도와주세요

 

샘이야

 

저희에게 와주세요, 예수님!
우리 기도를 들어주세요!

 

입 벌려, 입 벌려!

 

예수님의 영을 받아들여

 

모니카, 새미
간식 만들어놨다

 

나가요

 

내일 학교 끝나고
운동장 뒤에서 만나

 

- 그래
- 좋아

 

또 기도하자

 

난 어릴 때 슬프면

 

원숭이 보러
동물원 갔었어

 

원숭이 보면 웃겨서?

 

응, 웃기잖아

 

근데 웃겨서만은 아니야

 

쟤들도 자기들이 철장 속
구경거리란 사실을 알아

 

인간의 잔인함을
알고 있다는 거지

 

그런데 오래 보다 보면

 

우리가 상상도 못 할
중요한 걸 아는 것 같아

 

그걸 우리에게는
알려주지 않지

 

인간은 몰라도 되고
자기들만 알면 되는...

 

모르겠다

 

평정심

 

맞아

 

자기의 주인은
자기라는 거지

 

자기가 자기 주인이면

 

쟤들 고향으로
돌려보내지 그러니?

 

아무튼 그래서
원숭이가 생긴 거야

 

정신과 의사도

 

똥 집어던졌어

 

의사가?

 

아니, 원숭이

 

그래서 난 호텔에
묵고 있단다

 

그러실 거 없어요
방 많아요

 

랍비가 집에 있는 원숭이는
코셔가 아니라더라

 

그래서
안 먹을 생각이에요

 

소아마비 접종은
일정 잡았어?

 

- 원숭이도 걸려요?
- 콩 좀 줄래?

 

- 인간이랑 비슷하니까
- 쟤는 병원을 무서워해

 

우리 집은 과학자들과
예술가들의 전쟁터란다

 

새미는 우리 팀이야
날 닮아 재능이 있어

 

엄마

 

- 과학 진짜 못 하고
- 수학도

 

운동도

 

그만 좀 할래?

 

카메라 보여줬었어

 

- 오빠 키스 잘해?
- 나중에 말해줄게

 

시끄러워!

 

- 카메라 베개 밑에 두고 자
- 아니야!

 

근데 찍질 않아

 

'땡땡이의 날'
찍으면 되겠다!

 

사진사 못 구했대
너 자원해봐

 

- '땡땡이의 날'이 뭐니?
- 안 갈 거예요

 

졸업반 학생들이
연말에 하는 거야

 

학교 땡땡이치는
흉내를 내면서

 

산타크루즈 해변까지
버스로 가는 거예요

 

너도 가야지!
애들 전부 가

 

우리 아빠한테
카메라 빌리면 돼

 

천 달러인가 하는
엄청 비싼 거야

 

에어 뭔가였는데

 

- 아리플렉스는 아니지?
- 맞아!

 

너희 아빠한테
16mm 아리플렉스가 있어?

 

16mm 카메라면...

 

보통은 선생님이 찍는데
진짜 너무 싫어

 

하루에 한 롤이면
10달러예요

 

졸업 선물인 셈 치자

 

너무 비싸요

 

아빠가 학교에
청구하면 돼

 

16mm 편집기까지 빌리려면
얼마가 더 들지 몰라요

 

- 못해요
- 아빠가 빌려줄 거야

 

얼만지 몰라도
빌리면 되지

 

버트?

 

볼렉스로는 안 되니?

 

좀 도와줘도 되잖아

 

뭘?

 

다시 영화 만들게

 

그 얘기가 아니라...

 

- 이제 철들었나 보지
- 무슨 철?

 

여기 온 이후로
카메라 안 들었잖아

 

9월이면 대학 가니까
마음이 변한 걸 거야

 

이제 철드는 거지
나는 응원하고 싶어

 

- 영화 찍는 거 좋아하잖아
- 진짜 미치겠네

 

내 얘기
그만하면 안 돼?

 

네가 가장 잘 알겠지만

 

너희 집 가든지 하자

 

소명이라는 건...

 

알았어
장비 빌려주자

 

해변도 싫어하잖아
그래서 안 가는 거야

 

당신의 소명이 아니라고
존중 안 하는 거야?

 

열심히만 한다면
난 전부 존중해

 

겁나는 거야

 

또 맞을까 봐 겁나겠지

 

아니야
누가 걔들 겁난대?

 

맞았다고?

 

당신은 남들 일을
그냥 무시해버려

 

놀이니, 뭐니
취미니 하면서

 

당신이 이겼어

 

난 항복이야
자꾸 끌어들이지 마

 

그만하면 안 돼?
나 창피해지잖아

 

내가 접종시키겠다고
몇 번을 말했었잖아

 

말만 그렇게 했지

 

- 매일 말만...
- 주사를 무서워해!

 

의사 무서워한다고

 

저 원숭이 새끼
내가 병원 데려갈게

 

소리 못 지르게
진정제 놔야 할걸

 

아빠한테 카메라
빌려달라고 해줄래?

 

좋다고 하실걸

 

고마워

 

'땡땡이의 날' 찍자

 

좋은 생각 같아

 

무서워하지 마

 

엄마가 피닉스가
그리워서 그래

 

사실대로 말해

 

근데 아빠 직장 때문에
갈 수가 없어

 

안 돼

 

정말 너무해

 

어떻게 이래?

 

엄마는 그립다고만 하고
아빠는 못 간대고

 

베니가 너무 그리워

 

그래서?

 

우리도 그리워

 

이건 다른 그리움이야

 

왜 다른데?

 

베니를 사랑해서?

 

아빠 안 사랑해?

 

사랑하지

 

- 아빠 사랑하지
- 나도 사랑해

 

그럼 갑자기
왜 이러는데?

 

같이 살아!

 

서로 사랑하고
우리를 사랑하잖아

 

우린 이러기 싫어

 

오가며 살기도 싫고
따로 살기도 싫어

 

우린 못 해!

 

엄마가 맨날 아빠한테
못되게 하잖아!

 

그래서 이혼하는 거야

 

엄마 때문이야!

 

엄마한테 그러지 마
여긴 내가 오자고 했어

 

그런 말 하지 마

 

아니야

 

베니 때문이라잖아
거짓말 그만해!

 

둘 다 거짓말 그만해!

 

난 네 엄마에게
기회를 주는 거야

 

피닉스로 돌아가서...

 

어떻게 저 난리를 겪고도
영화를 만들어?

 

너랑 난 다르니까

 

엄마가 베니랑 결혼할까?

 

하고 싶으면 하겠지

 

그렇게 이기적인
사람도 없을 거야

 

엄마도 힘들었을 거야

 

천재랑 결혼했잖아

 

아빠는 엄마를 떠받들었어

 

알아

 

근데 힘들 수도 있어

 

나와 수준이 다른 사람이
날 떠받든다는 거

 

엄마는 베니의
농담에 웃었지만

 

아빠는 엄마의 말이라면
뭐든 잘 들어줬어

 

이러지 마

 

엄마 괜찮을 거야

 

모든 일엔 이유가
있다고나 하겠지

 

평소처럼 변명이나 하고

 

오빠는 엄마보다
더 이기적이야

 

그래서 엄마한테
화난 거잖아

 

엄마가 겁을 내서

 

오빠처럼

 

엉망진창으로 조각 난...

 

이 가족에서

 

엄마랑 제일 닮은 게
바로 오빠야

 

잠깐만

 

애들한테 보여주기 전에
같이 봐줄래?

 

숨 참아!

 

받아

 

예수님을 찾은 거야?

 

보석상에서

 

9월에 LA 가면

 

영화 스튜디오에
취직해보려고

 

대학 안 가고?

 

혹시...

 

같이 갈 생각 있어?

 

나 '텍사스 A&M' 가잖아

 

알아, 그런데 혹시나...

 

생각이 바뀌었을까 봐
왜냐면...

 

왜?

 

내가 널 사랑하니까

 

- 새미!
- 미안해!

 

미안, 미안

 

그건 불가능해

 

뭐? 할 수 있어
사랑해

 

불가능해, 새미

 

 

사귄 지도
얼마 안 됐는데...

 

좀 전까진 멀쩡하다가
갑자기 이상하게...

 

이제 상황이 달라졌어

 

이혼한대

 

무슨 소리야?

 

엄마, 아빠 헤어진대

 

진짜 미치겠네!
졸업 무도회잖아!

 

졸업 무도회에서
누가 그런 말을 해!

 

잠깐만

 

모니카!

 

그건 우리랑
상관없는 일이야

 

그래서 사랑한다고
말한 게 아니고

 

너희 부모님 결혼 생활에
문제가 있다고

 

내 인생 계획을 바꾸고
널 따라가긴 싫어

 

방금 찼으니까
환불해도 돼

 

헤어지자는 거야?

 

오늘은 아니지만
그렇게 되겠지

 

기도해줄게

 

널 위해 정말로
열심히 기도할게

 

넌 사귀기엔
정말 재밌지만...

 

감사합니다
멋졌어요, 멋졌어요

 

밴드에게
박수 부탁드립니다

 

고칠 수 없는 것도
있는 거야

 

그럴 땐
겪어내는 수밖에

 

이제 무도회를
잠시 쉬어갈 겸

 

1964년 졸업반의
특별한 순간을 즐겨보죠

 

사무엘 파벨만 군
어디 있죠?

 

어디 있죠?

 

저기 있군요

 

베이글만!

 

베이글만! 베이글만!

 

이쪽 보고 앉으세요

 

스크린 가까이

 

앞으로 오세요

 

좋아요

 

파벨만 군
수고 많았어요

 

이제 걸작을 공개해주시죠

 

'1964년 땡땡이의 날'

 

저 아래 할리우드랜드에선
이렇게 말하죠

 

조명...

 

조명, 카메라, 액션!

 

땡땡이의 날

 

 

가자!

 

됐어, 됐어

 

로건, 정말 멋졌어

 

진짜...

 

왜 그랬어?

 

뭘?

 

왜 날 그렇게
보이게 했어?

 

- 영화에서?
- 그래, 영화에서!

 

젠장!

 

너 왜 그래?

 

내가 괴롭히고
코도 부러뜨렸는데

 

코 안 부러졌어

 

저렇게 찍어놔?
어디 아프냐?

 

난 카메라 들고
그대로 찍은 거야

 

개소리!

 

날 무슨 영웅처럼
찍어 놨잖아

 

방금 클라우디아가
전교생 앞에서 키스했어

 

잘됐네

 

- 그렇게 막 대했는데
- 고맙긴, 뭘

 

아니, 가지 마

 

왜 그랬는지 알아야겠어

 

몰라
머리가 어떻게 됐나

 

내가 너 괴롭힌 거
후회하라는 거야?

 

- 후회하긴 해?
- 알 거 없어

 

- 후회해야지
- 그래서 그랬구나!

 

네가 나한테 5분 만이라도
잘해줬으면 했나 보지!

 

아니면 영화 잘 만들려고
그랬는지도 모르고

 

너처럼 재수 없는 놈은
평생 처음이야

 

우리 집 원숭이도
너보단 똑똑해!

 

이 등신 같은
반유대 쓰레기야!

 

하늘을 나는 사람처럼
만들어 줬더니

 

근데 난 못 날아

 

산타클라라 카운티에선
내가 제일 빨리 달려

 

그러려고 엄청 노력했는데

 

너 때문에 실패자나
사기꾼이 된 기분이야

 

네가 만든 남자는
꿈에서도 못 따라잡아

 

어디서 데려온
누군지 모르겠지만

 

그 남자를 화면에 띄우고
그게 나라고?

 

그건 내가 아니야
그건...

 

젠장!

 

젠장할

 

너 속상하라고
그런 건 아니야

 

이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네 생각이 뭐였든
알 게 뭐야

 

파벨만!

 

젠장

 

이 사기꾼 새끼
넌 내 손에 죽었어

 

저 새끼 수작에
잘도 넘어가셨네

 

이 멍청한 새끼야

 

나도 때리려고?

 

너 진짜 위험하게 산다

 

아니야

 

위험해

 

내가 울컥했던 거
누구한테 말하면

 

후회할 줄 알아

 

우리 비밀이야
알았어?

 

알았어

 

영화로 만든다면 모를까

 

물론 안 그러겠지만

 

너 설마...

 

어떤 기분이야?

 

모든 게 얼마나
뒤죽박죽인지 보여줘

 

내 뜻대로 되는 게
없다는 것도...

 

그게 상관없다는 것도

 

안 하는 게 낫겠다

 

안 그래도 머리가
뒤죽박죽이거든

 

웃긴 새끼라니까

 

난 가련다
클라우디아가 기다려

 

인생은 영화랑 달라

 

그럴지도 모르지
그런데 끝에 가선...

 

여자를 차지했잖아

 

대단한 밤이었나 보네

 

모니카가
코르사주 좋아했어?

 

- 응
- 좋아할 거랬잖아

 

내가 너 때렸을 때

 

피닉스에서...

 

너도 기억날 거야

 

딱히

 

평생 널
때린 것도 아니고

 

딱 한 번 때렸어

 

기억 안 날 리가 없지

 

수영 시험 전에?

 

그래, 수영 시험 전

 

네 등을 내리쳤지

 

얼마나 세게 쳤는지
넌 시험도 망치고

 

기능장을 못 따서
이글 스카우트 못 될 뻔했어

 

결국 됐잖아
별거 아니야

 

네 등에
손바닥 자국도 나고

 

날 용서한다고
말해주면 좋겠어

 

그래, 용서할게

 

왜냐면...

 

왜냐면 내 자식이니까

 

엄마, 용서할게

 

자식은 세상 무엇보다
내게 중요한 존재야

 

엄마, 용서할게

 

내가 어떻게 날 용서해
난 못 해

 

엄마...

 

내가 용서할게

 

달걀 탄다

 

맙소사

 

이런다니까

 

이게 옳은 건지
모르겠지만

 

나한테는 생사가
걸린 일이야

 

남들은 삶에 적응하느라
그렇게들 애쓰는데

 

어찌 됐건...

 

우리도 결국엔
다 괜찮아질 거야

 

내가 온 마음으로
사랑하는 네 아빠도...

 

나한테 너무나도
과분한 사람이지만

 

베니에겐 내가 필요해

 

나도 베니가 필요하고

 

베니가 없으면 나는
나도 모를 사람으로 변해

 

너희들도
날 못 알아볼 거야

 

네 등에 끔찍한 짓을 한
여자처럼 될 테니

 

이건 내 평생
가장 이기적인 짓이야

 

그래도 해야겠어
왜냐면...

 

사람은 가슴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거야

 

네 삶은 온전히
너만의 것이야

 

나도 상관없는

 

다 탔니?
더 만들어 줄게

 

아니, 탄 거 좋아

 

모니카한테 차였어

 

정말?

 

이혼 얘기 꺼내자마자

 

청혼하지 말 걸 그랬어

 

너 설마...

 

하긴 했어

 

정말?

 

주절주절

 

모니카 불쌍해라

 

1년 후

 

로스앤젤레스

 

아빠?

 

아빠, 나 왔어

 

새미?

 

심장마비 올 거 같아

 

어디 보자

 

공황이 온 거야
네 엄마도 그랬어

 

- 그럴 땐 어떡했어?
- 차를 끓여줬지

 

그래

 

게다가 지쳐서 그래

 

잠을 안 자잖아

 

밤새 돌아다니거나
타자 치고

 

매일 대학교까지
3시간 차로 왕복하고

 

그 기숙사로는
안 돌아가

 

네 룸메이트도
좀 진정됐겠지

 

걔 골드워터한테 투표했어
난 못 돌아가

 

아빠

 

더 어째야 할지
모르겠어

 

실망시키기도 싫고

 

참아보겠다고
약속도 했지만

 

2년이 평생 같아
학교 너무 싫어

 

정말

 

영화계나 방송계에서
일하고 싶은데

 

편지를 아무리 보내도
답장이 안 와

 

인생은 빨리 가는데
뭐 하나 되는 게 없어

 

천천히 마셔보렴
진정될 거야

 

여기

 

수프 데울 테니까
우편물 확인해봐

 

엄마가 보냈어

 

동네 파티에서 찍은
웃긴 사진들

 

아빠?

 

아빠, 왜...

 

일부러 그런 건...

 

학교가 그렇게 싫으면
가지 마

 

그래도...

 

아빠...

 

영화계에서 어떻게 될지
몰라서 그랬는데

 

1년 전쯤 져줄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뭐든 네가 최선을
다할 거란 건 알아

 

넌 날 닮았으니까

 

우린 서로를
모를 수가 없어

 

그걸 어떻게 알아?

 

아빠랑 엄마는
서로를 모르잖아

 

아니, 알아

 

앞으로도 그럴 거야

 

내가 알아

 

우린 '끝'이라고 말하기엔
너무 멀리 왔으니까

 

하나 빠뜨렸구나

 

CBS 알프란 프로덕션

 

좋은 소식이니?

 

30분짜리
32편을 주문했어

 

9월 17일, CBS에서
금요일 8시 반 프로

 

이미 나갈 작품이
여섯 개야

 

'제17 포로수용소', '대탈주'
그게 더 재밌지

 

이건 TV용이야

 

- 재밌지
- 네

 

재밌어야 할 텐데

 

'호간의 영웅들'
제목 어때?

 

- 쏙 들어오지?
- 그러네요

 

잘된다면

 

다음 시즌에 자리를
제안할 수도 있어

 

조수의 조수의 조수로

 

근데 TV 쪽엔
관심 없다며

 

편지에 잔뜩 썼더만

 

그나저나 편지 잘 썼네

 

나도 자네 나이 때
이런 걸 잔뜩 썼지

 

영화 만들고 싶다고?

 

네, 맞아요

 

그렇지만 어디서든
시작할 수만 있으면...

 

그분 만나면 되겠다

 

자리를 달라고는
못 하겠지만

 

역사상 최고의 감독
만나보고 싶어?

 

복도 건너편에 있어

 

가자

 

잠깐만 기다려

 

이쪽은 노나야
노나가 챙겨줄 거야

 

지금 없다는군

 

- 점심 들고 계세요
- 그래요

 

- 기다릴 거예요?
- 기다리죠, 앉아

 

행운을 빌어

 

몇 시간 걸릴 텐데

 

좋아, 5분이야

 

아마 1분일걸

 

일어서

 

넥타이 푸는 게
좋게 보일 거야

 

감독이 되고 싶다고?

 

네, 그렇습니다

 

왜?

 

이 직업은
사람 피를 말려

 

저기...

 

포드 감독님, 전...

 

예술에 대해
아는 게 뭐지?

 

감독님 영화를
정말 좋아해요

 

아니, 예술

 

저 그림 보이나?

 

네, 네

 

네, 보여요

 

앞으로 가봐

 

뭐가 그려져 있지?
설명해봐

 

 

남자 두 명이
말을 타고

 

뭔가 찾고 있어요
아마도...

 

아니, 아니

 

지평선은 어디 있지?

 

지평선요?

 

어디 있지?

 

바닥에요

 

그래

 

이 그림으로 가봐

 

거긴?

 

카우보이 다섯 명이...

 

빌어먹을 지평선
어디 있냐고

 

저기요

 

- 어디?
- 그림 꼭대기에요

 

좋아, 이리 와

 

이걸 명심해

 

지평선이 바닥에 있으면
흥미롭고

 

지평선이 꼭대기에 있으면
흥미롭고

 

지평선이 가운데 있으면
더럽게 재미없어

 

행운을 빈다

 

이제 여기서 꺼져!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레아를 위해"

 

"아놀드를 위해"

 

자 막 번 역 : 황 석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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