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00:01:45,760 --> 00:01:48,240 흔히 말하는 노인들의 치매증이라는 것은 2 00:01:48,840 --> 00:01:51,100 자신이 살아온 지난날의 생애를 3 00:01:51,200 --> 00:01:54,840 오늘에서 옛날로 다시 한 번 거꾸로 살아가는 일이었다 4 00:01:55,880 --> 00:01:59,880 노모가 이미 40여 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찾으실 때는 5 00:02:00,800 --> 00:02:03,800 두 분이 한참 새살림을 일구고 계실 무렵 6 00:02:05,000 --> 00:02:07,000 시어머니 저녁상 걱정을 하실 때는 7 00:02:07,680 --> 00:02:11,200 당신이 갓 시집 오신 젊은 새색시 시절로 8 00:02:12,160 --> 00:02:14,720 그리고 보퉁이를 싸들고 집을 나서실 때는 9 00:02:15,440 --> 00:02:18,280 시집도 오기 전에 그 아득한 처녀 적으로 10 00:02:19,040 --> 00:02:22,520 그렇듯 자꾸 옛날로 돌아가고 계시기 때문이다 11 00:02:25,880 --> 00:02:29,200 평촌 양반 우리 엄니 못 봤수? 12 00:02:30,080 --> 00:02:32,060 아니, 또 집 나가셨수? 13 00:02:32,160 --> 00:02:35,560 예, 참말로 환장하겠네 14 00:02:39,320 --> 00:02:42,840 아마 독도 친정에 가신다고 이러시는 모양인디요 15 00:02:44,600 --> 00:02:49,600 이제 간척도 잘 됐고 해서 육로로도 얼마든지 다닐 수 있는데 16 00:02:50,440 --> 00:02:53,000 노인네가 새색시 적에 17 00:02:53,840 --> 00:02:57,560 배를 타고 다니던 시절로 착각을 한 모양이여 18 00:02:59,640 --> 00:03:03,100 아재, 고맙소 회동 아재, 고맙소 19 00:03:03,200 --> 00:03:04,520 - 잘 모시쇼 - 예 20 00:03:07,760 --> 00:03:14,120 엄니, 어째 이러요 어찌 이러냐 말이요! 참말로! 21 00:03:14,840 --> 00:03:16,360 우리 집 갈란다 22 00:03:17,200 --> 00:03:21,320 수년 전 한 친구가 양쪽 신장을 다 잃게 되어 23 00:03:22,160 --> 00:03:24,240 이식 수술에 필요한 공여자를 찾다가 24 00:03:25,040 --> 00:03:30,160 여덟 남매나 되는 동기간에다 두 자식, 어머니, 모두 합하면 25 00:03:30,760 --> 00:03:33,160 신장 수가 도합 22개나 되는데 26 00:03:33,680 --> 00:03:38,300 말 시늉일망정 누구 하나 내 걸 가져가라는 사람이 없다며 27 00:03:38,400 --> 00:03:40,240 탄식하는 소릴 들은 적이 있다 28 00:03:45,640 --> 00:03:47,600 엄니! 저게 누구요? 29 00:03:48,520 --> 00:03:52,720 뭐 땀시 벌건 대낮에 할딱 벗고 저러고 있다요? 30 00:03:55,720 --> 00:03:59,400 그때 나는 대견스럽게도 내 인후한 노모를 떠올리며 31 00:04:00,120 --> 00:04:05,360 당신의 그 건강한 장수에 얼마나 감사하고 마음 든든했는지 32 00:04:06,880 --> 00:04:10,700 노인이라면 당신의 자식에게 한쪽만이 아니라 33 00:04:10,800 --> 00:04:13,320 양쪽 신장을 다 떼어 넘겨주시래도 34 00:04:14,040 --> 00:04:17,960 백 번, 천 번이라도 그러시지 행여 마다하실 분인가? 35 00:04:18,760 --> 00:04:23,060 어쨌거나 노인의 건강한 장수는 잔병치레가 많고 36 00:04:23,160 --> 00:04:26,520 술, 담배질까지 심한 내 부실한 건강에도 37 00:04:27,160 --> 00:04:30,240 늘 안심스런 위안과 희망을 준다 38 00:04:31,280 --> 00:04:36,460 노인이 그토록 장수를 누리시니 그 체질을 이어받은 나의 건강도 39 00:04:36,560 --> 00:04:40,200 그리 쉽게 무너지지 않으리라는 자기 위안 때문이다 40 00:04:42,720 --> 00:04:43,320 여보 41 00:04:46,520 --> 00:04:47,200 여보 42 00:04:50,160 --> 00:04:51,200 어머니가... 43 00:05:09,900 --> 00:05:11,620 형수님이세요 예, 접니다 44 00:05:12,900 --> 00:05:14,220 몇 시쯤이예요? 45 00:05:18,020 --> 00:05:20,840 지금 11시니까 늦어도 7시까진 도착할 겁니다 46 00:05:20,940 --> 00:05:21,420 네 47 00:05:23,580 --> 00:05:25,660 뭐 하고 있어? 은행 가서 돈 찾아오지 않고? 48 00:05:26,540 --> 00:05:27,700 얼마나 찾아와요? 49 00:05:28,460 --> 00:05:30,480 얼마고 뭐고 어딨어? 다 찾아와 50 00:05:30,580 --> 00:05:32,300 돈 나올 데라곤 우리밖에 더 있어? 51 00:05:33,420 --> 00:05:36,020 그리고 학교 가서 은지 데려오고 52 00:05:43,540 --> 00:05:46,580 아빠, 할머니 또 돌아가셨어? 53 00:05:47,420 --> 00:05:48,660 강릉 가는 거야? 54 00:05:51,580 --> 00:05:53,320 내가 매달 쓰던 거니까 55 00:05:53,420 --> 00:05:55,660 글 앞에 독자 양해 구하는 말 좀 적어 주고 56 00:05:56,260 --> 00:05:59,260 물론 박 차장이 쓴다면 내가 굳이 확인을 안 해도 안심이지 57 00:05:59,860 --> 00:06:02,420 잘 부탁드리고 송규식 좀 바꿔 줘요 58 00:06:04,300 --> 00:06:07,220 규식이, 아까 얘기하던 상여꾼들 말이야 59 00:06:08,500 --> 00:06:11,260 왜 하는 일 없이 술 먹고 돌아다니는 놈들 있잖아 60 00:06:12,060 --> 00:06:15,780 그놈들이 여름마다 낚시 와서 노인네를 여러 번 뵌 적 있으니까 61 00:06:16,526 --> 00:06:18,286 상여 맬 자격은 있는 셈이라고 62 00:06:19,220 --> 00:06:23,140 연락들 해서 발인이 모레니까 내일까진 도착해야 된다고 해 63 00:06:24,826 --> 00:06:25,706 그래, 수고 64 00:06:27,780 --> 00:06:31,720 네, 지난번같이 깨어나시면 다행이겠지만 65 00:06:31,820 --> 00:06:32,980 어디 또 그러시겠어요? 66 00:06:33,620 --> 00:06:37,020 형님만 내려오시고요 다른 사람들한텐 알리지 마십쇼 67 00:06:37,700 --> 00:06:38,220 네 68 00:06:44,380 --> 00:06:51,340 - 은지야, 이은지! - 네, 아빠 69 00:06:52,340 --> 00:06:53,780 은지는 지금 마음이 어떠니? 70 00:06:54,780 --> 00:06:57,140 슬퍼해야 되는데 별로 슬프지 않아요 71 00:06:58,540 --> 00:07:01,180 지금 우리는 할머니 장례식을 치르러 가는 거다 72 00:07:02,260 --> 00:07:05,860 - 은지는 장례식이 뭔 줄 아니? - 죽은 사람 땅에 묻는 거? 73 00:07:06,660 --> 00:07:08,620 그건 장례식의 한 부분이야 74 00:07:16,820 --> 00:07:22,260 여보세요, 나다 뭐? 회생하셨어? 75 00:07:23,140 --> 00:07:24,700 예, 어머니 76 00:07:27,679 --> 00:07:29,119 전화 바꿨소 77 00:07:31,792 --> 00:07:35,312 손발까지 묶어 놓은 지가 세 시간이 넘었는디 78 00:07:35,860 --> 00:07:39,820 눈을 떠 부렀으니 사람들이 얼매나 혼비백산했것소 79 00:07:41,060 --> 00:07:47,140 인제 미음도 몇 숟가락 받아 드셨고 시방은 한숨 소리까지 내시는 것이 80 00:07:47,940 --> 00:07:52,220 이러다가 정신까지 온전해지는 건 아닌지 모르것소 81 00:07:54,900 --> 00:07:58,560 나도 모르것소 벌써 정신이 들어와 계심서 82 00:07:58,660 --> 00:08:01,520 죽었다 살아나면은 자식들이 어쩌는가 볼라고 83 00:08:01,620 --> 00:08:04,540 일부로 저러고 계시는지 누가 알것소 84 00:08:05,100 --> 00:08:09,060 그나저나 저 음식 다 어쩔까 모르것소 85 00:08:11,460 --> 00:08:12,100 예 86 00:08:14,500 --> 00:08:18,600 그럼 서둘지 말고 찻길이나 조심해서 천천히 오시오 87 00:08:18,700 --> 00:08:19,800 함평 고모 오시네 88 00:08:19,900 --> 00:08:25,860 아이고, 우리 엄니 불쌍해서 어떡하나? 엄니 89 00:08:27,580 --> 00:08:29,500 아니여, 아니랑께 90 00:08:38,020 --> 00:08:39,100 작은아버지 오셨는게라? 91 00:08:40,860 --> 00:08:42,000 오셨는게라? 92 00:08:42,100 --> 00:08:44,860 은지 자는데 누가 좀 방에 눕혀 줄래요? 93 00:08:45,740 --> 00:08:46,900 들어가시죠 94 00:08:47,540 --> 00:08:49,580 - 동서 온가? - 자네 왔는가? 95 00:08:51,140 --> 00:08:52,020 이제 오는가? 96 00:08:52,860 --> 00:08:54,140 오느라고 고생했네 97 00:08:54,820 --> 00:08:57,040 창졸간에 얼마나 놀랬는가? 98 00:08:57,140 --> 00:09:00,140 원님 덕에 나팔 분다고 동네 잔치 되어 부렀네 99 00:09:01,079 --> 00:09:03,684 노인 양반이 어떻게 하나 보자 하고 100 00:09:03,784 --> 00:09:05,824 시피엑스를 걸어 본 것 아니것어? 101 00:09:06,366 --> 00:09:07,420 이 사람이 102 00:09:13,740 --> 00:09:16,060 엄니, 준섭이 왔으라우 103 00:09:20,540 --> 00:09:24,260 저 준섭이예요 뭐 좀 드셨어요? 104 00:09:26,380 --> 00:09:29,780 우리는 대충 혔어 105 00:09:31,100 --> 00:09:38,140 요기나 좀 하고 방도 있으니께 자고 가시오 106 00:09:39,300 --> 00:09:41,460 저렇게 아들도 못 알아보신당께 107 00:09:43,620 --> 00:09:48,200 기력이 많이 떨어지신 거 같은데 뭐 좀 보 되는 거라도 좀 드셔야 108 00:09:48,300 --> 00:09:50,880 보는 뭔 보? 109 00:09:50,980 --> 00:09:54,700 가실 때 힘만 드시제 안 그러요 110 00:09:56,660 --> 00:10:02,100 호남일보에 부고가 이렇게 나부렀네요 서울 친구분들이 알린 모양이구만요 111 00:10:04,580 --> 00:10:13,120 들어들 가, 친딸인 내 처지에서도 노인양반이 이번에 그냥 돌아가셔서 112 00:10:13,220 --> 00:10:18,580 굳은 땅에 꼭꼭 묻어 드리고 갔으면 싶었는디 자네가 오죽하겠는가? 113 00:10:19,460 --> 00:10:21,160 회생하셨다고 해도 114 00:10:21,260 --> 00:10:23,500 저 나이에 사시면 얼마나 더 사시겠는가? 115 00:10:24,580 --> 00:10:26,460 자네가 고생 쪼까 더 하소 116 00:10:28,060 --> 00:10:32,640 아이고, 자고 내일 가제 이 밤중에 광주까지 언제 갈랑가? 117 00:10:32,740 --> 00:10:35,440 - 가 봐야 돼 - 조심히 가라 118 00:10:35,540 --> 00:10:38,080 - 동생, 애써 - 조심히 가 119 00:10:38,180 --> 00:10:38,860 그려 120 00:11:01,000 --> 00:11:05,960 은지네 할머니는 은지보다 나이가 14갑절이나 많으십니다 121 00:11:06,886 --> 00:11:11,926 지난봄 할머니는 일흔 살을 지내는 큰 잔치를 치르셨으니까요 122 00:11:13,086 --> 00:11:14,931 그래도 할머니는 언제나 123 00:11:15,031 --> 00:11:19,276 은지를 엄마보다 더 자상하게 돌봐 주시고 124 00:11:19,376 --> 00:11:22,381 아빠보다 더 알뜰히 귀여워해 주십니다 125 00:11:22,481 --> 00:11:24,281 할머니 귀찮게 하고 있구나 126 00:11:25,013 --> 00:11:26,458 애비야, 그만두거라 127 00:11:26,558 --> 00:11:31,598 이 어린 것이 무슨 속이 있다고 야단이야, 여깄다 128 00:11:32,513 --> 00:11:36,273 그런데 은지에게는 알 수 없는 일이 한 가지 있었습니다 129 00:11:37,427 --> 00:11:40,785 엄마나 아빠보다 나이가 더 많으시고 130 00:11:40,885 --> 00:11:43,970 집안에서 제일 어른 노릇을 하시는데도 131 00:11:44,070 --> 00:11:47,350 할머니는 엄마나 아빠보다 키가 작으십니다 132 00:11:48,499 --> 00:11:51,384 일흔 살이 넘는 잔치를 치르고부터는 133 00:11:51,484 --> 00:11:53,729 더욱더 작아져 가십니다 134 00:11:53,829 --> 00:11:59,309 그야 우리 은지가 이 할미 나이를 다 뺏어 먹으니까 그렇지 135 00:12:00,530 --> 00:12:04,950 할머니도 원래는 엄마나 아빠보다 크시는데 136 00:12:05,050 --> 00:12:08,630 어른이 되시고부터 그 나이를 아빠나 엄마에게 137 00:12:08,730 --> 00:12:12,210 나누어 주느라 그 만큼씩 작아지신 거란다 138 00:12:13,983 --> 00:12:17,503 그런데도 할머니 키가 여전히 작아지고 계신 것은 139 00:12:18,130 --> 00:12:19,950 은지가 태어나면서부터 140 00:12:20,050 --> 00:12:23,930 이번엔 또 은지에게 나이를 나누어 주고 계시기 때문이지 141 00:12:25,130 --> 00:12:28,430 사람이 나이를 먹으며 키가 자란다는 것은 142 00:12:28,530 --> 00:12:30,570 은지도 이미 알고 있는 일입니다 143 00:12:31,450 --> 00:12:33,990 그런데 은지가 먹고 있는 나이가 144 00:12:34,090 --> 00:12:36,710 할머니께서 나누어 주신 나이라는 것은 145 00:12:36,810 --> 00:12:38,610 은지도 처음 안 일입니다 146 00:12:39,370 --> 00:12:42,550 그것은 신기하고 고마운 일이었지만 147 00:12:42,650 --> 00:12:45,290 할머니한테는 미안한 일이기도 했습니다 148 00:12:46,330 --> 00:12:51,330 하지만 사람들은 그게 싫더라도 누구나 다 어른이 되기 마련이란다 149 00:12:52,650 --> 00:12:57,030 할머니께서도 우리 은지가 그렇게 되길 바라시고 150 00:12:57,130 --> 00:12:58,490 그렇고말고 151 00:12:59,330 --> 00:13:03,350 우리 은지가 훌륭하게 커서 어른이 된다면 152 00:13:03,450 --> 00:13:05,870 이 할미 나이를 덜어 주는 것쯤이야 153 00:13:05,970 --> 00:13:07,770 조금도 아까울 게 없지 154 00:13:08,970 --> 00:13:14,330 이제 이 할미의 시절은 지나고 우리 은지의 세상이 올 거니까 155 00:13:17,410 --> 00:13:19,690 은지는 비로소 마음이 밝아졌습니다 156 00:13:20,410 --> 00:13:24,150 할머니에 대한 미안함보다 고마움을 가지고 157 00:13:24,250 --> 00:13:28,330 열심히 자라는 게 옳은 일임을 은지는 깨달았습니다 158 00:13:39,229 --> 00:13:39,989 어머니! 159 00:13:42,330 --> 00:13:42,930 어머니! 160 00:13:50,130 --> 00:13:52,330 - 어머니 - 어머니 161 00:14:49,957 --> 00:14:54,357 황산 김씨, 옥남풍! 162 00:15:02,709 --> 00:15:04,789 아니요, 그게 아니고요 163 00:15:05,616 --> 00:15:08,656 회생하셨다가 새벽에 다시 돌아가셨다고요 164 00:15:09,816 --> 00:15:10,583 예 165 00:15:11,630 --> 00:15:17,870 많이들 잡수고 우리 노인 양반 곱게 모시고 가시오 166 00:15:21,896 --> 00:15:24,296 야! 이놈들아! 먹고 잡냐? 167 00:15:25,330 --> 00:15:30,610 그 밥은 이 집 할머니 저승길 모시고 갈 사자님들 밥이여 168 00:15:31,643 --> 00:15:33,608 사잣밥은 개도 안 건드린다는 거여 169 00:15:33,708 --> 00:15:36,868 아버지, 집도 비었는디 어서 들어가 보시오 170 00:15:48,570 --> 00:15:51,210 백동 양반한테도 부고를 올려야 할 텐데 171 00:15:53,130 --> 00:15:57,610 호상은 아치실 아저씨께서 맡아 주시기로 했고요 172 00:15:58,670 --> 00:16:02,710 집사는 여기 새말 형님께서 맡도록 했습니다 173 00:16:04,149 --> 00:16:07,989 그리고 상일은 제가 평소에 모시던 174 00:16:08,680 --> 00:16:12,240 해남에 사시는 분께서 맡아 주시기로 했습니다 175 00:16:13,120 --> 00:16:15,240 여기도 좋은 지관이 있는디 176 00:16:16,320 --> 00:16:20,020 굳이 해남 분을 모실 필요가 있갔는가? 177 00:16:20,120 --> 00:16:23,640 준섭이가 하는 일인디 오죽 알아서 하겠어? 178 00:16:24,800 --> 00:16:26,440 외삼촌, 전화 왔는디요 179 00:16:48,800 --> 00:16:51,840 아니, 이거 또 생사람 잡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180 00:17:35,200 --> 00:17:37,560 아이고, 어머니 181 00:17:41,000 --> 00:17:43,800 그렇게 가시기가 싫었소? 182 00:17:45,200 --> 00:17:47,960 불쌍하고 원통해서 어쩌나? 183 00:17:49,000 --> 00:17:53,160 아이고, 아이고 184 00:17:55,160 --> 00:17:56,920 아이고, 어머니 185 00:17:58,560 --> 00:18:00,200 엄니 186 00:18:19,307 --> 00:18:21,232 선생님의 글을 보면은 187 00:18:21,332 --> 00:18:23,772 어머니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잖아요? 188 00:18:24,347 --> 00:18:27,592 그래서 그분의 마지막 모습이 어떤지, 그리고 189 00:18:27,692 --> 00:18:31,412 어떻게 마무리 지어지는지 한번 직접 보고 싶어서 왔어요 190 00:18:32,230 --> 00:18:34,510 여기저기 휘졌지 말고 조용히 다녀 191 00:18:35,470 --> 00:18:37,050 마감 때 무슨 지방 출장이냐고 192 00:18:37,150 --> 00:18:39,670 펄펄 뛰는 부장 간신히 달래 놓고 왔어요 193 00:18:40,470 --> 00:18:42,770 건져 가는 거 없으면 난 모가지예요 194 00:18:42,870 --> 00:18:43,990 협조 잘해 주시겠죠? 195 00:18:46,120 --> 00:18:49,140 여보세요? 예, 허 선생님이세요? 196 00:18:49,240 --> 00:18:50,700 예, 거기가 어디신데요? 197 00:18:50,800 --> 00:18:54,420 노인 방에 걸린 난초 그림이 저 양반 그림이라고 했어? 198 00:18:54,520 --> 00:18:55,260 그려? 199 00:18:55,360 --> 00:18:59,300 - 명필이래요, 명필 - 명필 좋아한다 200 00:18:59,400 --> 00:19:02,340 그 길 따라 쭉 오시다 보면 남평현이라는... 201 00:19:02,440 --> 00:19:04,820 저 양반 글씨 하나 받으면 수백만을 벌어요 202 00:19:04,920 --> 00:19:08,080 그 길 따라 쭉 오시면 돼요 그럼 조심히 오세요 203 00:19:09,720 --> 00:19:11,400 거기 안에 기름 좀 갖고 와 204 00:19:28,560 --> 00:19:30,680 저기 오동 아짐 오시네 205 00:19:32,200 --> 00:19:32,840 오셨습니까? 206 00:19:34,280 --> 00:19:36,180 이게 뭔 일이라요? 207 00:19:36,280 --> 00:19:38,240 아짐, 아재는 어찌 안 오시고? 208 00:19:41,127 --> 00:19:45,527 네, 규식이 그래, 언제쯤 도착할 건가? 209 00:19:47,606 --> 00:19:49,246 그래, 수고했네 210 00:19:50,440 --> 00:19:52,160 나 담배 하나 주그라 211 00:19:53,720 --> 00:19:56,040 이거 어짜끄나? 212 00:19:57,440 --> 00:20:01,560 아짐, 아이고, 아짐 213 00:20:05,287 --> 00:20:08,087 - 몰라보시겠어요? - 어떻게 알고 왔냐? 214 00:20:13,035 --> 00:20:18,000 명사인 삼촌을 둔 덕분이지만 신문에 난 부고를 보고서야 215 00:20:18,100 --> 00:20:21,100 이런 일을 알게 된 내 처지가 한심하네요 216 00:20:22,447 --> 00:20:25,247 근데 못 올 때를 왔는가요? 217 00:21:21,720 --> 00:21:23,880 인덕이 아부지, 이거 받으쇼 218 00:21:27,320 --> 00:21:28,760 자네 고생했네 219 00:21:34,240 --> 00:21:39,300 고생한다 내가 좀 거들거나? 220 00:21:39,400 --> 00:21:41,780 비키쇼, 그 힘 갖고 되간디? 221 00:21:41,880 --> 00:21:44,940 아이고, 이 할미가 십 년만 젊었어도 222 00:21:45,040 --> 00:21:47,760 어린 너를 이렇게끔 고생시키지 않을 건디 223 00:21:48,600 --> 00:21:54,320 오살한 년, 불로초 구하러 갔다냐? 새서방 구하러 갔다냐? 224 00:21:55,960 --> 00:22:00,280 제주도 귤 따러 간단 년이 달포가 지나도 무소식이니 225 00:22:00,960 --> 00:22:03,240 돈 벌어 와서 집 살 거라고 안 합디요? 226 00:22:03,800 --> 00:22:07,000 귤 따 주고 집 사야? 호랭이가 물어가겠네 227 00:22:07,940 --> 00:22:11,940 썩을 년, 지 새끼들은 지가 간수해야제 228 00:22:18,240 --> 00:22:20,600 오메, 평춘 아재가 웬일이신고? 229 00:22:29,880 --> 00:22:32,440 시집 올 때는 참말로 고왔제 230 00:22:33,160 --> 00:22:37,660 저 건너 독도 친정서 열일곱 나이로 시집을 왔는디 231 00:22:37,760 --> 00:22:42,120 어찌나 예쁘던지 진봉리 일대가 환해 버렸당게 232 00:22:42,640 --> 00:22:44,460 얼굴만 이뻤간디? 233 00:22:44,560 --> 00:22:50,240 일을 허면은 어찌나 악착같이 했던지 상머슴 두 사람 몫은 조이 했응게 234 00:22:51,200 --> 00:22:54,080 근디 뭔 놈의 팔자가 그리도 시던지 235 00:22:55,680 --> 00:22:59,020 시집온 지 3년 만에 시아버지 돌아가셔 236 00:22:59,120 --> 00:23:01,800 이태 후에는 시어머니 또 돌아가셔 237 00:23:02,320 --> 00:23:07,340 그런데다가 천하 한량 신랑은 이 자식 만드는 재주만 있지 238 00:23:07,440 --> 00:23:12,520 일은 손끝도 안 대는 위인이라 온갖 험한 일 당신 차지여 239 00:23:13,720 --> 00:23:15,080 설상가상이여 240 00:23:15,600 --> 00:23:18,700 뭔 놈의 운수가 그리도 비색하던지 241 00:23:18,800 --> 00:23:22,640 그나마 그 알량한 신랑마저 또 덜꺽 급사해부니 242 00:23:23,320 --> 00:23:27,220 줄줄이 7남매 끌어안고 죽을 고생 하다가 243 00:23:27,320 --> 00:23:31,600 쪼까 살 만해징께 이번엔 큰아들 놈이 애물이여 244 00:23:33,040 --> 00:23:36,820 완도에다가 5개 내려 주고 나머진 청산도에 부리면 되제? 245 00:23:36,920 --> 00:23:38,320 그 배 어디로 가요? 246 00:23:39,040 --> 00:23:41,020 근처에 가면 우리도 좀 타고 갑시다 247 00:23:41,120 --> 00:23:42,720 아니요, 오늘도 먼 데 가요 248 00:23:43,400 --> 00:23:48,520 그놈 건달같이 노는 거 보기 시려 일찍 장가 들여 놓으니 249 00:23:49,280 --> 00:23:52,500 땅 팔아 배 꾸며 지 친구 한 놈이랑 250 00:23:52,600 --> 00:23:56,680 이 섬 저 섬에 고추며 생선이며 나르는 장사를 하는디 251 00:23:57,480 --> 00:24:02,020 술, 기집 좋아하는 두 놈이 하는 장사가 온전하겠어? 252 00:24:02,120 --> 00:24:04,700 지난번에 대식구 간 거 상비 받았던가? 253 00:24:04,800 --> 00:24:06,280 이번에 가서 받아 낼라누만 254 00:24:07,000 --> 00:24:09,460 벌써 받아서 이걸로 쓴 거 아녀? 255 00:24:09,560 --> 00:24:10,880 에이, 뭔 소리를 256 00:24:11,960 --> 00:24:14,720 금방 배 말아 먹고 집 말아 먹고 257 00:24:15,240 --> 00:24:17,720 새끼만 또 셋 남기고 죽어 버렸제 258 00:24:18,720 --> 00:24:21,845 저기 단발머리 하신 분이 광주 큰누님이시죠? 259 00:24:21,945 --> 00:24:22,585 그려 260 00:24:23,600 --> 00:24:26,520 저기 나오시는 분들이 함평 누님 부부시고? 261 00:24:27,160 --> 00:24:27,680 그려 262 00:24:29,080 --> 00:24:32,520 홍어 들고 오는 저 사람은 광주 누님의 큰아들 수남 씨고? 263 00:24:33,120 --> 00:24:35,840 그 뒤에 저 청년은 함평 누님 아들이죠? 264 00:24:36,680 --> 00:24:39,800 그려, 맞어 거그 아들이지 265 00:24:41,600 --> 00:24:43,860 손발이 맞아야 뭘 해 먹제 266 00:24:43,960 --> 00:24:47,320 못 보던 처자인디? 어떻게 잘 아슈? 267 00:24:48,920 --> 00:24:52,400 근데 저기 저 야한 여자는 누구예요? 268 00:24:54,680 --> 00:24:56,480 처음 보는 여잔디? 269 00:24:57,880 --> 00:25:01,640 차림새를 보아하니 서울서 온 모양이구먼 270 00:25:02,640 --> 00:25:04,960 아따 번쩍번쩍 하구마 271 00:25:06,760 --> 00:25:11,460 강진 아짐, 나 모르것소? 나 용순이여 272 00:25:11,560 --> 00:25:14,080 옛날 이 집 천덕꾸러기 딸 용순이라고요 273 00:25:15,720 --> 00:25:19,060 네가 용순이냐? 이게 얼마 만이여? 274 00:25:19,160 --> 00:25:20,820 복창 터져! 275 00:25:20,920 --> 00:25:24,100 지년이 뭐라고 낯짝 쳐들고 이 집에 밀고 들어와 276 00:25:24,200 --> 00:25:26,020 부정 타! 빨리 비켜! 이 도둑년아! 277 00:25:26,120 --> 00:25:31,160 뭐? 도둑년? 왜 지랄이야? 내가 니들 보러 왔냐? 278 00:25:31,720 --> 00:25:34,740 내가 내 할머니 초상 치를라고 왔는데 왜 지랄이야? 279 00:25:34,840 --> 00:25:37,280 나가! 재수 없어! 부정 타! 280 00:25:39,080 --> 00:25:40,860 건드리지 마! 이년들아! 281 00:25:40,960 --> 00:25:43,100 내가 옛날 그 부엌대기 용순인 줄 알아? 282 00:25:43,200 --> 00:25:45,220 뭐? 이년들아? 283 00:25:45,320 --> 00:25:48,600 야들아! 왜 이러냐? 여기 시방 어떤 자린디 이려? 284 00:25:49,679 --> 00:25:51,679 - 이제 보니 용순이네? - 어떻게 되는 사이예요? 285 00:25:55,800 --> 00:25:59,060 쟈는 준섭이 죽은 형이 286 00:25:59,160 --> 00:26:01,740 밖에서 낳아 가지고 데리고 들어온 아이여 287 00:26:01,840 --> 00:26:05,420 아부지, 뭔 쓰잘때기 없는 소릴 하고 있어요? 288 00:26:05,520 --> 00:26:06,640 얼른 들어가쇼! 289 00:26:07,526 --> 00:26:11,566 들어가시랑께요! 참말로 환장하것네 290 00:26:18,480 --> 00:26:23,320 즉, 말하자면은 저것이 말이여 저승 가서 쓰실 호적 초본이여 291 00:26:23,960 --> 00:26:25,000 이제 쓰는 거야? 292 00:26:26,560 --> 00:26:29,880 과연 명필일세 참말로 잘 쓰는구먼 293 00:26:59,846 --> 00:27:00,726 안녕하세요 294 00:27:04,686 --> 00:27:06,006 장혜림이라고 해요 295 00:27:06,510 --> 00:27:09,450 문학시대라는 잡지에서 기자 일을 하고 있어요 296 00:27:09,550 --> 00:27:10,550 보신 적 있으세요? 297 00:27:13,790 --> 00:27:16,310 뭐 글 쓰는 사람들 이외에는 별로 안 보는 책이에요 298 00:27:20,230 --> 00:27:23,830 전 이 선생님 가족에 대해서 잘 안다고 생각을 했어요 299 00:27:24,590 --> 00:27:27,830 소설의 대부분에 실제 가족들이 많이 나왔고 300 00:27:28,510 --> 00:27:29,650 직접 여기 와서 보니까 301 00:27:29,750 --> 00:27:33,110 그 느낌이나 인상착의들까지도 소설과도 너무나도 흡사해요 302 00:27:34,470 --> 00:27:37,910 근데 용순 씨의 존재는 솔직히 의외에요 303 00:27:38,590 --> 00:27:41,830 왜 조카이면서 한 번도 소설에 언급이 안 됐을까요? 304 00:27:42,590 --> 00:27:45,470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쓴 사람에게 직접 묻지 305 00:27:48,910 --> 00:27:49,870 뭘 훔쳤어요? 306 00:27:50,670 --> 00:27:51,750 훔치긴 뭘 훔쳐? 307 00:27:52,270 --> 00:27:54,970 십 년 동안이나 식모살이 한 걸로 쳐도 그거보단 많아! 308 00:27:55,070 --> 00:27:56,910 그나마도 이자 쳐서 다 부쳐 줬다고! 309 00:28:00,270 --> 00:28:03,570 난 국민학교 졸업하고 쌔빠지게 일만 했는데 310 00:28:03,670 --> 00:28:07,510 지년 고등학교 입학금 해 놓은 거 내가 좀 썼다고 뭐 그리 대수야? 311 00:28:14,449 --> 00:28:19,569 씨팔, 돈 벌어서 할머니 모시고 사는 게 꿈이었는데 312 00:28:20,736 --> 00:28:21,856 칠갑산 알아요? 313 00:28:24,110 --> 00:28:26,090 주병선이 부른 칠갑산 몰라요? 314 00:28:26,190 --> 00:28:29,510 예, 그거 많이 듣긴 했는데요 부를 줄은 몰라요 315 00:28:31,510 --> 00:28:41,390 콩밭 매는 아낙네야 316 00:28:43,030 --> 00:28:49,710 베적삼이 흠뻑 젖는다 317 00:28:53,430 --> 00:29:02,910 무슨 설움 그리 많아 318 00:29:04,076 --> 00:29:11,196 포기마다 눈물 심누나 319 00:29:13,663 --> 00:29:22,583 홀어머니 두고 시집 가던 날 320 00:29:24,790 --> 00:29:31,230 칠갑산 산마루에 321 00:29:37,120 --> 00:29:41,800 서울에다 모셔 놓고 호강 한 번 시켜 드리고 싶었는데 322 00:29:43,280 --> 00:29:46,160 씨팔, 마음대로 돼야지 323 00:29:49,113 --> 00:29:50,633 낳아 주신 어머니는요? 324 00:29:53,080 --> 00:29:58,080 몰라요, 이곳저곳 술집으로 흘러다니다가 병들어 죽었대니까 325 00:29:59,173 --> 00:30:01,013 워낙 술집 여자였거든요 326 00:30:05,719 --> 00:30:06,719 아버지는요? 327 00:30:09,213 --> 00:30:13,173 밉지만 보고 싶어요 할머니만큼이나 328 00:30:16,861 --> 00:30:20,426 뭣이야? 술 안 준다고야? 329 00:30:20,526 --> 00:30:24,286 니그 아버지 외상술 줄라고 새 술통 헐어야 330 00:30:24,766 --> 00:30:28,966 밀린 술값 갖고 와서 술 주라 그래라 그러더만요 331 00:30:30,720 --> 00:30:35,480 니미랄년! 돈 팍팍 쓸 때는 간까지 다 빼줄 거 같더니! 332 00:30:36,920 --> 00:30:40,460 아버지 장사 망하고 그 빚에 집 넘어가자 333 00:30:40,560 --> 00:30:42,440 가족들이 다 흩어져 살았어요 334 00:30:43,400 --> 00:30:47,440 난 어느 뒷간 같은 움막에서 아버지랑 둘이 살았고요 335 00:30:49,213 --> 00:30:50,493 내가 누구냐? 336 00:30:57,160 --> 00:30:58,800 내가 누구냐니까? 337 00:31:00,320 --> 00:31:01,440 아버지요 338 00:31:03,720 --> 00:31:07,360 오냐, 내가 네 아버지다 339 00:31:21,166 --> 00:31:28,086 이 여자는 누구냐? 네 엄니다, 썩을 년! 340 00:31:29,080 --> 00:31:30,260 잡히기만 해 봐라 341 00:31:30,360 --> 00:31:32,840 다리 몽댕이를 확 분질러 버릴탱께! 342 00:31:33,880 --> 00:31:37,980 생으로 늙은 여편네도 팔고 거렁뱅이 새끼들도 팔고 343 00:31:38,080 --> 00:31:41,180 찾아보면 아직도 팔아먹을 것이 쌔고 쌘는디 344 00:31:41,280 --> 00:31:44,120 억울해서 어떻게 이렇게 죽어 버렸다냐? 345 00:31:44,920 --> 00:31:49,700 만날 홧술만 마시던 아버지는 그마저 마실 사정이 안 되자 346 00:31:49,800 --> 00:31:51,600 농약병을 털어 마시고 말았어요 347 00:31:52,920 --> 00:31:56,420 아버지 돌아가시자 할머니 친정 동네 348 00:31:56,520 --> 00:31:59,360 어느 빈집을 빌려 식구들이 모여 살았어요 349 00:32:00,480 --> 00:32:02,580 내게는 차라리 움막에서 350 00:32:02,680 --> 00:32:05,640 아버지랑 둘이 지낼 때가 속 편할 때였어요 351 00:32:08,320 --> 00:32:09,160 용순아! 352 00:32:10,480 --> 00:32:11,360 용순아! 353 00:32:13,080 --> 00:32:15,840 너 항아리에 물 채워 놓으랑께 여태 뭐 하고 자빠졌냐? 354 00:32:17,080 --> 00:32:20,180 난 이 집 자식인지 머슴인지 모르겠당께 355 00:32:20,280 --> 00:32:21,380 뭣이여? 356 00:32:21,480 --> 00:32:23,820 아니 고것이 싫으면 너 좋은 데로 나가그라! 357 00:32:23,920 --> 00:32:25,060 아쉬울 거 없응께! 358 00:32:25,160 --> 00:32:27,420 동네 사람들이 뭐라는 줄 알아유? 359 00:32:27,520 --> 00:32:29,200 뭐라고 허댜? 360 00:32:29,760 --> 00:32:34,740 외동댁이 새경도 안 주는 새끼만 움직여서 좋것다고 합디다! 361 00:32:34,840 --> 00:32:39,060 뭣이야? 옷 해 입혀! 밥 해 처먹여! 학교 보네! 362 00:32:39,160 --> 00:32:42,520 이 세상에서 그런 머슴 있다는 말 들어 봤냐? 들어 봤어? 363 00:32:44,760 --> 00:32:48,060 어른 할 소리 애기가 허고 애기 할 소리 어른이 허고 364 00:32:48,160 --> 00:32:49,400 고만들 둬라잉! 365 00:32:50,160 --> 00:32:53,000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지긋지긋해요! 366 00:32:53,960 --> 00:32:57,080 어쩜 그렇게 서로 미워하면서 살았을까? 367 00:32:57,880 --> 00:33:00,720 - 가난해서일까요? - 어서 오쇼 368 00:33:01,320 --> 00:33:03,140 - 잘 있었어? - 오랜만이야, 박 양 369 00:33:03,240 --> 00:33:05,460 - 점점 예뻐져 - 여기 방 하나 잡아 줘 370 00:33:05,560 --> 00:33:06,960 여긴 웬일들이세요? 371 00:33:07,293 --> 00:33:08,013 장 기자? 372 00:33:08,607 --> 00:33:11,212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더니 373 00:33:11,312 --> 00:33:12,952 벌써 문상들 와요? 374 00:33:13,666 --> 00:33:15,426 우리 상여꾼들이라 내일 밤에 들어가 375 00:33:15,600 --> 00:33:16,800 모레 상여만 메면 되거든 376 00:33:17,360 --> 00:33:19,400 내려온 김에 낚시나 하고 가려고 하루 일찍 온 거야 377 00:33:19,920 --> 00:33:23,560 준섭이한텐 절대 비밀이야! 우린 오늘 여기서 안 만난 거라고! 378 00:33:24,320 --> 00:33:26,140 하여튼 잘 만났어 379 00:33:26,240 --> 00:33:28,280 지난번엔 생쥐처럼 잘도 빠져나갔지 380 00:33:28,800 --> 00:33:31,840 내 오늘은 장 기자랑 결판을 내고야 말겠어 381 00:33:32,360 --> 00:33:35,460 이런, 이 교수라는 놈이! 야, 이놈아! 382 00:33:35,560 --> 00:33:37,420 장 기자 술 먹여 자빠뜨리려다가 383 00:33:37,520 --> 00:33:39,840 지가 취해 먼저 꼬꾸라진 놈이 한두 놈인 줄 아냐? 384 00:33:43,080 --> 00:33:45,360 용순이 저 미친년이 제정신이 아니여! 385 00:33:46,280 --> 00:33:49,360 용순이 그 미친년이 남정네들이랑 노래방까지 갔대요 386 00:33:50,267 --> 00:33:54,112 똥거름 밭에서 나온 꼴에 누가 잡부 딸년 아니랠까 봐서 387 00:33:54,212 --> 00:33:56,337 지 애미 놀아먹다 죽은 술집 동네 가서 388 00:33:56,437 --> 00:33:58,397 본색 자랑하고 있다 안 하요 시방! 389 00:33:59,127 --> 00:34:01,287 창피해! 아이고 390 00:34:02,633 --> 00:34:04,358 이 여자가 이렇게 갈 때도 있나? 391 00:34:04,458 --> 00:34:06,098 여기 걸레 좀 주세요 392 00:34:15,840 --> 00:34:17,560 둘이서 얼마나 마셨어요? 393 00:34:19,952 --> 00:34:24,208 회 한 접시에 소주가 다섯 병이던가? 여섯 병이던가? 394 00:34:26,840 --> 00:34:27,900 쌌어 395 00:34:49,417 --> 00:34:53,320 우리 삼촌은 역시 하늘이 내리신 효자라니까 396 00:34:54,153 --> 00:34:59,153 이 늦은 시간까지 할머니 시신을 혼자 지키고 계시니 말이에요? 397 00:35:00,680 --> 00:35:01,640 취한 모양이군 398 00:35:02,593 --> 00:35:03,513 취했죠 399 00:35:05,240 --> 00:35:09,480 삼촌 친구들, 점잖은 서울 신사분들하고요 400 00:35:10,440 --> 00:35:11,560 어디가 좀 쉬어라 401 00:35:12,840 --> 00:35:14,640 장 기자란 여자도 있었어요 402 00:35:15,880 --> 00:35:20,340 삼촌 친구들 얘기론 그 여자 삼촌 소설뿐만 아니라 403 00:35:20,440 --> 00:35:23,640 몸속까지 속속들이 다 알고 있을 줄 모른다던데요? 404 00:35:31,040 --> 00:35:34,720 그래서 그런지 그 여자한테서 삼촌은 하느님보다 더 하대요? 405 00:35:35,640 --> 00:35:38,800 말끝마다 따뜻하고 아름답고 406 00:35:39,360 --> 00:35:42,560 깊이 있는 작가 이준섭 선생님, 선생님 407 00:35:43,360 --> 00:35:45,200 그래서 내가 좀 알려 줬죠 408 00:35:45,920 --> 00:35:48,760 삼촌이 얼마나 겉과 속이 다른 위선자인지 409 00:35:49,920 --> 00:35:51,880 아무리 그래도 곧이들어야 말이죠 410 00:35:59,800 --> 00:36:03,640 근데 지금 혼자 무슨 생각 하고 계세요? 411 00:36:05,160 --> 00:36:08,440 할머니 생전을 소설로 다 써서 팔아먹었으니 412 00:36:09,560 --> 00:36:12,880 인제 당신 죽음까지 써서 팔 궁리를 하고 계신 거 아니에요? 413 00:36:21,192 --> 00:36:25,277 은지가 동네학교 다니기 시작한 여덟 살 무렵에는 414 00:36:25,377 --> 00:36:28,737 은지와 할머니의 키는 거의 비슷해졌습니다 415 00:36:29,453 --> 00:36:32,418 할머니는 밤에 변소에 갔다 오시다 416 00:36:32,518 --> 00:36:35,643 마루나 부엌 같은 데서 주무시기도 하시고 417 00:36:35,743 --> 00:36:40,543 또 옛날에 돌아가신 집안 어른들을 살아 계신 양 찾기도 하시고 418 00:36:40,953 --> 00:36:45,158 어떤 때는 할머니 방에서도 남의 집에 와 계신 양 419 00:36:45,258 --> 00:36:48,938 늦기 전에 돌아가야 한다고 집을 나서기도 하셨습니다 420 00:36:49,579 --> 00:36:55,299 우리 엄니가 내 생일 선물로 이렇게 고운 옷을 지어 주셨단다 421 00:36:55,970 --> 00:36:58,890 그래서 새 옷 더럽히지 않고 422 00:36:59,850 --> 00:37:03,970 깨끗이 아껴 입으려고 내가 이렇게 보따리에 싸 두었지 423 00:37:04,810 --> 00:37:10,810 아빠? 할머니께선 요즘에 어째서 자꾸 옛날 얘기만 하세요? 424 00:37:11,810 --> 00:37:14,570 그리고 점점 어린애가 돼 가세요 425 00:37:16,970 --> 00:37:20,890 그건 할머니께서 은지에게 나이를 덜어 주실 때 426 00:37:21,730 --> 00:37:24,810 그 나이에 담긴 지혜를 함께 나누어 주시기 때문이지 427 00:37:26,050 --> 00:37:29,170 그래서 그것들만큼씩 옛날로 되돌아가시며 428 00:37:29,730 --> 00:37:31,490 어린애처럼 되어 가시는 거란다 429 00:37:32,250 --> 00:37:35,010 그건 신기하고도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430 00:37:35,570 --> 00:37:37,990 그러나 할머니가 자기 때문에 431 00:37:38,090 --> 00:37:42,250 어린애가 되어 가시는 것은 여전히 은지 마음에 걸렸습니다 432 00:37:42,930 --> 00:37:44,910 은지가 어른이 되려면 433 00:37:45,010 --> 00:37:47,010 할머니의 지혜를 마다할 수 없는 거야 434 00:37:47,850 --> 00:37:51,190 훌륭한 어른이 되는 것은 키만 크는 것이 아니라 435 00:37:51,290 --> 00:37:54,730 할머니처럼 밝은 지혜도 쌓아 가는 일이거든 436 00:37:55,250 --> 00:37:59,030 할머니는 은지에게 나이와 지혜를 나누어 주시며 437 00:37:59,130 --> 00:38:01,690 즐거운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계시지 않니? 438 00:38:02,355 --> 00:38:04,040 그래서 은지하고도 439 00:38:04,140 --> 00:38:06,660 가장 마음이 잘 통하는 친구가 되어 주시고 440 00:38:07,396 --> 00:38:10,276 그건 은지를 위해서도 할머니를 위해서도 441 00:38:10,736 --> 00:38:12,216 기뻐해야 할 일이 아니겠니? 442 00:38:13,309 --> 00:38:16,509 그건 정말 은지도 기뻐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443 00:38:17,296 --> 00:38:21,296 할머니의 지혜가 은지를 훌륭한 어른으로 만들어 주니까요 444 00:39:12,935 --> 00:39:15,780 며느리만 안 보이면 들일 나간 줄 알고 445 00:39:15,880 --> 00:39:18,925 해 놓은 밥을 또 해 놓고 또 해 놓고 446 00:39:19,025 --> 00:39:24,985 걸핏하면 마른 빨래를 걷어다가 물에 담그고, 말려 놓으면 또 담그고 447 00:39:25,436 --> 00:39:28,916 마당가 감나무는 익기도 전에 매타작당하제 448 00:39:30,333 --> 00:39:33,650 감 따는 것이여? 밤 따는 것이여? 449 00:39:33,750 --> 00:39:38,390 아짐, 익지 않은 생감을 다 타작해부요? 450 00:39:39,130 --> 00:39:41,930 지 혼자 언제 다 딸라고? 451 00:40:30,490 --> 00:40:32,930 - 백 석이요 - 백 석이요 452 00:40:36,010 --> 00:40:38,650 - 천 석이요 - 천 석이요 453 00:40:42,170 --> 00:40:44,930 - 만 석이요 - 만 석이요 454 00:40:54,810 --> 00:40:58,270 팔십 노인이 어디서 그렇게 힘이 솟아나는지 455 00:40:58,370 --> 00:41:01,630 눈 한번 깜빡 한눈팔면 십 리 밖에 가 있고 456 00:41:01,730 --> 00:41:04,010 찾아다 놓고 돌아서면 없어져 457 00:41:04,930 --> 00:41:09,530 그 노인네 찾아 댕기느라고 외동댁 공알에서 불나 버렸어 458 00:41:14,130 --> 00:41:18,650 진봉리 사람들 한 달이면 두세 번씩 자다가도 불려나가 459 00:41:18,903 --> 00:41:21,948 삭금리, 갯나들 저기 뭐시냐? 460 00:41:22,048 --> 00:41:26,768 양아, 가학리까지 찾아 헤매느라고 곤욕들을 치뤘응께 461 00:41:29,849 --> 00:41:30,729 아짐! 462 00:41:31,930 --> 00:41:34,295 - 아짐! - 여보, 있소 463 00:41:34,395 --> 00:41:36,915 - 아짐! - 할머니 찾았소 464 00:41:39,896 --> 00:41:44,423 아이고 참, 어디 가시려고 하필 후미진 데를 찾아왔을까? 465 00:41:44,523 --> 00:41:47,003 그 속을 누가 알겠어? 저승 귀신이나 알지? 466 00:41:47,476 --> 00:41:48,596 꼭 붙드시오 467 00:42:19,570 --> 00:42:23,770 갯일을 허다 본께 이 집 우로 연기가 펄펄 안 나요 468 00:42:24,410 --> 00:42:26,930 그래서 외동 성님하고 쫓아와 본께 469 00:42:27,450 --> 00:42:30,850 방안은 천지 분간을 못하게 연기가 자욱허제 470 00:42:31,523 --> 00:42:37,208 노인네는 댓돌 위로 구르고 있제 집 다 꼬실러 먹을 뻔했는디 471 00:42:37,308 --> 00:42:42,508 고것이 노인네가 담배 피우다 그랬다는 게 아니것소, 참말로 472 00:42:43,177 --> 00:42:46,697 엄니, 오늘부터 담배 끝이요 473 00:43:01,483 --> 00:43:06,488 엄니, 요즘은 짧은 머리 숏컷으로 유행이고 474 00:43:06,588 --> 00:43:10,353 보글보글 지지고 볶은 파마머리도 유행인 세상잉께 475 00:43:10,453 --> 00:43:13,613 요놈 자른다고 아깝다 생각지 마쇼 476 00:43:14,143 --> 00:43:16,983 누가 그랬어? 우리 애기 그래 그래 477 00:43:17,163 --> 00:43:18,683 이 머리카락 좀 봐 478 00:43:19,663 --> 00:43:22,868 이 비녀는 약속대로 다시 돌려 드릴 테니께 479 00:43:22,968 --> 00:43:24,493 너무 상심 마쇼 480 00:43:24,593 --> 00:43:27,793 며느리 손으로 그 긴 머리 단속하기도 힘들고 481 00:43:28,409 --> 00:43:32,489 손자들이 씹대고 해쌍께 홀딱 깎아 버렸제 482 00:43:33,196 --> 00:43:36,361 옛날 여자들은 비녀 꽂을 낭주가 없으면은 483 00:43:36,461 --> 00:43:37,901 여자 꼴이 아니라나서 484 00:43:38,476 --> 00:43:43,721 그때부터는 부끄러운 것도 잃어뿔고 노망이 부쩍 심해져 부렀제 485 00:43:43,821 --> 00:43:47,866 엄니, 여기 밥 비벼 놓고 감자도 삶아 놨응께 486 00:43:47,966 --> 00:43:49,491 배고프면 드쇼 487 00:43:49,591 --> 00:43:54,111 난 저기 옥빈네 콩밭 메러 갈 것잉께 해걸음이 넘을 것이여 488 00:43:54,963 --> 00:43:56,323 꼼짝 말고 계쇼! 489 00:44:00,557 --> 00:44:04,957 - 볼일은 여기다 보쇼 - 답답항께 너 따라갈란다 490 00:44:06,197 --> 00:44:07,037 에미야 491 00:44:08,703 --> 00:44:12,663 갇힌 것이 아니라 계시던 방에 자물쇠만 채운 거죠 492 00:44:13,437 --> 00:44:15,682 눈만 뜨면 없어지시는디 493 00:44:15,782 --> 00:44:19,662 두 식구 살림에 만날 지키고 앉아 있을 수만도 없고, 어쩌것소? 494 00:44:20,203 --> 00:44:23,528 그럼 이준섭 선생님도 그 사실을 알고 계셨어요? 495 00:44:23,628 --> 00:44:24,958 물론이죠 496 00:44:25,650 --> 00:44:29,930 며느리, 자식 된 처지에 원일 어메 혼자 맘대로 그랬것어요? 497 00:44:31,170 --> 00:44:35,530 준섭이 형님하고도 다 오갈 얘기가 있었으니께 그랬지라우 498 00:44:36,803 --> 00:44:40,808 하여간 그 형님도 노인네 땜에 서울서 내려올 때마다 499 00:44:40,908 --> 00:44:44,068 마을 사람들 선물 돌리느라고 돈 꽤나 퍼부었제잉 500 00:44:49,216 --> 00:44:50,136 할머니 501 00:44:53,910 --> 00:44:57,550 마지막 가시는 길이니께 정표들이나 넣어 드려 502 00:45:03,357 --> 00:45:08,722 엄니, 머리 깎으믄서 돌아가실 때는 503 00:45:08,822 --> 00:45:11,222 다시 돌려드린다고 약속 안 혔소 504 00:45:12,416 --> 00:45:18,016 엄니, 여그 있소 폼나게 꼽고 가쇼 505 00:45:23,863 --> 00:45:28,543 엄니, 내가 보고 시프믄 요것 보쇼 506 00:45:30,410 --> 00:45:35,570 엄니, 저세상 가셔서 아부지 만나가꼬 재미나게 사쇼 507 00:45:36,016 --> 00:45:37,936 내 정신 좀 보소 508 00:45:40,150 --> 00:45:45,310 할머니, 꼭 좋은 데로 가셔야 돼요, 예, 할머니? 509 00:45:46,556 --> 00:45:50,556 - 저승 가시는 노잣돈이요 - 할머니 510 00:45:54,596 --> 00:45:58,721 아짐 내 아픈 허리 다 가지고 가쇼 511 00:45:58,821 --> 00:46:02,346 내 무르팍 아픈 것도 좀 다 가져가쇼 512 00:46:02,446 --> 00:46:04,046 달포 전인가? 513 00:46:04,383 --> 00:46:08,783 그날따라 엄니가 멀쩡한 얼굴로 이것을 내놓으시믄서 514 00:46:09,600 --> 00:46:12,480 나 죽을 때 갖고 갈란다 안 혀요 515 00:46:13,480 --> 00:46:18,800 알고 본께 3년에 한 번 오는 윤달마다 하루 날 잡아서 516 00:46:19,640 --> 00:46:22,740 세 군데 절을 댕기며 부적을 받아 모으면 517 00:46:22,840 --> 00:46:28,840 자식들 무병하고 또 복 받는다는 소릴 어디서 들었는지 518 00:46:29,600 --> 00:46:32,920 생전 절간 근처도 댕기지 않으시는 분이 519 00:46:33,760 --> 00:46:38,460 천관사로 옥룡사로 또 장한사로 520 00:46:38,560 --> 00:46:44,280 하루 세 군데 절간을 찾아댕기믄서 이 부적을 모았다 안 혀요 521 00:46:45,760 --> 00:46:47,620 힘도 없는 노인네가 522 00:46:47,720 --> 00:46:52,800 어떻게 그런 험한 산길을 댕기셨는지 참말로 기도 안 차요 523 00:46:53,760 --> 00:46:57,160 엄니가 누굴 위해서 간절한 정성을 들였것소? 524 00:46:58,147 --> 00:47:03,107 자 한번 열어 보고 아제 손으로 넣어 드리쇼 525 00:47:04,840 --> 00:47:10,680 그만큼 부적을 모을라고 하믄은 족히 수십 년 세월은 다녔을 텐디 526 00:47:11,280 --> 00:47:14,080 날마다 얼굴 맞대고 산 나도 몰랐으니 527 00:47:15,353 --> 00:47:21,713 누가 알면 행여 그 정성 새나갈까 그렇게 꼭꼭 숨겼을고 528 00:47:24,480 --> 00:47:26,780 할머니는 계속 키가 작아져서 529 00:47:26,880 --> 00:47:30,440 은지보다 더 작은 또래의 어린이 모습이 되어 갔습니다 530 00:47:31,160 --> 00:47:33,740 말씨나 몸짓, 하시는 노릇들도 531 00:47:33,840 --> 00:47:36,880 은지보다 더 어린 아이들을 닮아 가셨습니다 532 00:47:38,280 --> 00:47:42,460 할머니는 이미 재미없어진 어린애들의 놀이를 하자고 533 00:47:42,560 --> 00:47:44,300 떼를 쓰기도 하시고 534 00:47:44,400 --> 00:47:48,280 은지가 아끼는 물건들을 꺼내서 망가뜨려 놓기도 하십니다 535 00:47:49,480 --> 00:47:50,080 너! 536 00:47:55,600 --> 00:47:56,400 은지야 537 00:48:01,800 --> 00:48:03,000 그게 무슨 짓이냐? 538 00:48:04,040 --> 00:48:08,200 할머니는 은지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은지를 돌봐 왔고 539 00:48:08,920 --> 00:48:12,080 또 나이를 나누어 주시느라 어린애처럼 됐는데 540 00:48:12,720 --> 00:48:15,480 마땅히 은지도 할머니를 잘 돌봐 드려야지? 541 00:48:17,480 --> 00:48:19,620 은지가 이만큼이나 큰 것도 542 00:48:19,720 --> 00:48:23,120 다 할머니가 길게 드리어 오신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543 00:48:23,760 --> 00:48:28,800 은지는 잠시나마 할머니에게 짜증 냈던 자신이 부끄러워졌습니다 544 00:48:29,480 --> 00:48:34,000 비로소 은지는 자신이 할머니의 보호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45 00:49:03,440 --> 00:49:05,680 하나, 둘, 셋 546 00:49:06,560 --> 00:49:07,400 조심조심 547 00:49:32,473 --> 00:49:34,518 지팡이가 어째 이렇게 짧으냐? 548 00:49:34,618 --> 00:49:38,938 부모 죽인 죄인잉께 허리 펴고 하늘 보지 말라는 뜻이여! 549 00:49:40,320 --> 00:49:41,800 그 깊은 뜻을 알아야지 550 00:49:50,513 --> 00:49:53,393 상인은 모두 죄를 진 사람들인데 551 00:49:54,306 --> 00:49:58,306 여기가 무슨 옷맵시 자랑하는 장거리 잡년들 놀이터인 줄 아냐? 552 00:49:59,413 --> 00:50:02,173 꼴사나운 옷 벗어 치우고 상복으로 갈아입어라 553 00:50:02,946 --> 00:50:06,471 혼백이나마 할머니 마음 편안하게 해 드리려고 554 00:50:06,571 --> 00:50:09,496 내가 내 상복 곱게 차려입었는데 뭔 간섭이여? 555 00:50:09,596 --> 00:50:12,841 말 안 했소? 나는 내 방식대로 모신다고 556 00:50:12,941 --> 00:50:14,981 저년 말하는 것 좀 보소! 557 00:50:16,159 --> 00:50:18,964 초상 때나마 제 발로 찾아온 것이 아슴찮아 558 00:50:19,064 --> 00:50:21,589 사람 노릇이라도 시키려고 했더니 559 00:50:21,689 --> 00:50:25,089 어찌 그 꼴을 해서야 할머니 혼백이 편하시겠다더냐? 560 00:50:25,853 --> 00:50:28,898 소갈머리가 어찌 그렇게 밴댕이 소갈머리다냐! 561 00:50:28,998 --> 00:50:32,163 그래! 누구는 할머니 잘 모시느라 머리 깎고 562 00:50:32,263 --> 00:50:33,783 문고리까지 걸어 잠갔을까! 563 00:50:34,240 --> 00:50:35,244 뭣이여? 564 00:50:35,344 --> 00:50:38,224 이러다가는 어머님 가시는 길이 환송길이 되겠어요 565 00:50:38,633 --> 00:50:40,553 제발 초상 끝날 때까지만 그만들 둬요! 566 00:50:41,760 --> 00:50:45,600 형님도 용순이도 남부끄러운 짓 알 만한 나이들 아니에요! 567 00:52:01,633 --> 00:52:04,833 아버지, 인제 와서 미안해 568 00:52:06,020 --> 00:52:08,580 나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569 00:52:25,700 --> 00:52:27,180 저 개들이 왜 그러죠? 570 00:52:28,260 --> 00:52:32,940 개인들 심심할 때가 없겠어? 정 궁금하면 가서 물어보지그래 571 00:52:36,786 --> 00:52:39,666 용순 씨는 선생님 가족사에서 중요한 인물 아닌가요? 572 00:52:40,460 --> 00:52:44,220 그런데 선생님 소설 어디에서도 언급되지 않은 이유가 뭐죠? 573 00:52:48,980 --> 00:52:50,060 용순 씨 말이에요 574 00:52:50,940 --> 00:52:54,020 선생님에 대한 감정이 별로 곱지 않은 거 같던데 575 00:52:55,260 --> 00:52:57,340 할머니 안 모신 데에 대한 원망인가 보죠? 576 00:52:59,660 --> 00:53:01,140 그럴 수도 있겠지 577 00:53:03,500 --> 00:53:06,060 내가 직접 모시지 않은 건 사실이니까 578 00:53:08,553 --> 00:53:10,113 하지만 다른 이유가 있어 579 00:53:11,600 --> 00:53:13,560 이준섭 씨 찾아왔는데요 580 00:53:18,433 --> 00:53:21,958 용순아, 네가 웬일이냐? 581 00:53:22,058 --> 00:53:26,218 집 나가서 전혀 소식이 없던 용순이가 어느 날 불쑥 찾아왔지 582 00:53:26,879 --> 00:53:30,124 삼촌! 눈길이란 소설로 상 탔다면서요? 583 00:53:30,224 --> 00:53:32,064 상금이 5백만 원이나 된다대요? 584 00:53:34,273 --> 00:53:35,113 어떻게 알았냐? 585 00:53:36,300 --> 00:53:38,300 같이 있는 친구가 문학소녀거든요 586 00:53:40,006 --> 00:53:42,046 월급도 변변치 않은 잡지사 일로 587 00:53:42,553 --> 00:53:45,713 간신히 살림 꾸리며 괜한 무력감에 588 00:53:45,867 --> 00:53:48,467 싸구려 낮술에 취해 사는 날이 많았던 시절 589 00:53:49,413 --> 00:53:51,693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글쟁이인 나한테도 590 00:53:52,366 --> 00:53:56,446 용케 상이라는 게 굴러 들어왔는데 그게 말썽이었어 591 00:53:57,866 --> 00:53:59,106 탕수육 처음 먹어 봐요 592 00:54:06,019 --> 00:54:07,459 나 부탁 있어서 왔는데 593 00:54:08,400 --> 00:54:11,580 천호동에 파라다이스라는 술집이 생기는데 594 00:54:11,680 --> 00:54:14,860 거기 코너를 하나 얻으면요 큰돈을 벌거든요 595 00:54:14,960 --> 00:54:17,040 그래서 친구가 합자해서 한번 해 보자고 하는데 596 00:54:17,840 --> 00:54:20,200 그 상금 저 좀 빌려 주시면 안 돼요? 597 00:54:23,040 --> 00:54:26,480 그냥 달라는 건 아니고요 1년 안에 꼭 갚을게요 598 00:54:28,253 --> 00:54:30,653 그건 시골집 짓는데 보탤 돈이다 599 00:54:30,753 --> 00:54:33,078 시골 식구들 살 집이 없어서 600 00:54:33,178 --> 00:54:37,058 할머니가 남의 집 곁방 사시는 건 너도 잘 아는 사정 아니냐? 601 00:54:37,240 --> 00:54:41,160 당장 집 지을 건 아니잖아요 1년 안에 갚을게요 602 00:54:46,280 --> 00:54:50,000 그렇게 급한데 상금 못 탔으면 어떻게 하려고 했어요? 603 00:54:53,427 --> 00:54:57,072 그래요, 어디서 낳는지도 모르는 나 같은 거한테 604 00:54:57,172 --> 00:54:59,217 무슨 정이 있어서 돈을 꿔 주겠어요 605 00:54:59,317 --> 00:55:00,637 찾아온 내가 미친년이지 606 00:55:02,693 --> 00:55:05,578 식구들이 고생 고생한 얘기 소설에 담아서 607 00:55:05,678 --> 00:55:08,003 출세 길을 달리는 고귀한 분이신데 608 00:55:08,103 --> 00:55:10,703 나 같은 천덕꾸러기 사람으로 뵈겠어요? 609 00:55:13,450 --> 00:55:15,290 이젠 절대로 돈 안 달랄 테니까 610 00:55:16,250 --> 00:55:19,130 삼촌도 내 얘기는 소설로 팔아먹지 마요! 611 00:55:21,650 --> 00:55:23,330 가위바위보! 612 00:55:33,209 --> 00:55:34,849 얘들아, 이리 와 봐 613 00:55:48,456 --> 00:55:50,256 우록 선생이 오시는구만요! 614 00:56:05,930 --> 00:56:09,650 이게 웬일 이게 무슨 애통한 일! 615 00:56:14,490 --> 00:56:15,830 어동 아짐! 616 00:56:15,930 --> 00:56:17,690 뭔 나물을 이렇게 버려 버렸다요! 617 00:56:18,450 --> 00:56:21,850 소금 설탕을 분간할 자신이 없으면 간을 만지지 말아야지 618 00:56:22,345 --> 00:56:24,070 이 들큰한 나물을 누가 먹겠소? 619 00:56:24,170 --> 00:56:25,470 시끄럽다! 620 00:56:25,570 --> 00:56:29,690 네가 소리친다고 설탕으로 간을 친 게 소금 간으로 변하겠냐? 621 00:56:30,730 --> 00:56:34,570 이번에 지관을 맡아 주실 우록 선생입니다 622 00:56:36,130 --> 00:56:38,410 교장 선생님, 면장님 623 00:56:38,930 --> 00:56:43,810 농협장님을 한때 역임하신 집안 어르신네들입니다 624 00:56:50,736 --> 00:56:54,181 아, 이 동네에도 풍수가 많은데 625 00:56:54,281 --> 00:56:59,521 준섭이가 특별히 청한 걸 보면 보통 명풍수가 아니실 텐데 626 00:57:00,163 --> 00:57:04,643 어떻게 향과 혈을 찾으실 생각입니까? 627 00:57:06,063 --> 00:57:09,663 당장 명당은 돌아가신 유덕이 잡을 거고 628 00:57:10,356 --> 00:57:11,636 긴 명당은 629 00:57:12,250 --> 00:57:15,210 앞으로 자손들 사람 노릇 하기에 달린 게 아니겠습니까? 630 00:57:16,083 --> 00:57:19,483 풍수는 그런 세상 이치가 시키는 대로 따를 뿐이지요 631 00:57:20,283 --> 00:57:25,763 유교는 다분히 현세적인 종교야 아니 종교라기보단 말이야 632 00:57:26,383 --> 00:57:29,303 하나의 생활 계율이자 학문인 셈이지 633 00:57:31,010 --> 00:57:33,095 그 유교적인 세계관에서 634 00:57:33,195 --> 00:57:35,715 유일하게 인정되는 신이 죽은 조상이야 635 00:57:36,256 --> 00:57:37,976 살아서의 효는 계율이지만 636 00:57:39,037 --> 00:57:41,957 죽어서의 효는 종교적 개념이 되는 거지 637 00:57:43,216 --> 00:57:46,056 그러니까 그 효가 얼마나 크고 엄숙한 것이야? 638 00:57:47,623 --> 00:57:50,303 유교가 종교가 될 수 있는 것도 바로 그 점 때문이야 639 00:57:51,330 --> 00:57:55,890 그렇다면 장례식은 그 규율과 종교가 만나는 그 접점이겠구만 640 00:57:56,530 --> 00:58:01,190 그렇지, 예전에는 3년 시묘살이까지 해야 끝났던 641 00:58:01,290 --> 00:58:04,410 우리 장례의 복잡한 의식 그것도 따지고 보면 말이야 642 00:58:05,090 --> 00:58:07,490 현세적 공경의 대상인 사람을 643 00:58:08,090 --> 00:58:12,010 종교적 신앙의 대상으로 이전시키는 유교적 방식인 셈이지 644 00:58:12,930 --> 00:58:15,330 제사는 종교적 효의 형식이고 645 00:58:15,989 --> 00:58:19,349 장례는 그중 가장 진지한 효도의 형식인 셈이야 646 00:58:20,990 --> 00:58:24,790 알았네, 내 준섭이 들어오면 그렇게 전해 줌세, 그러제 647 00:58:25,530 --> 00:58:29,095 뭣이여? 지관을 따라 산에 갔다고? 648 00:58:29,195 --> 00:58:32,240 아니 상제가 집을 비우면 어떡하자는 거여 649 00:58:32,340 --> 00:58:34,420 준섭이가 어련히 알아서 갔겠습니까? 650 00:58:34,530 --> 00:58:39,390 갸가 소설이나 쓸 줄 알지 언제 상 치르는 거 공부했다냐? 651 00:58:39,490 --> 00:58:42,390 생각보다 문상객도 적고 상가도 썰렁하고 해서 652 00:58:42,490 --> 00:58:43,850 바람 쏘이러 갔겠죠 653 00:58:45,730 --> 00:58:48,550 질부, 나 물 한 그릇 줄래? 654 00:58:48,650 --> 00:58:52,530 자네가 광방에 나오는 꼴도 다 보겠네 655 00:58:53,050 --> 00:58:56,750 네, 저 광주 형님이 물 한 그릇 달라고 해서요 656 00:58:56,850 --> 00:59:00,750 손끝에 물 한 방울도 안 묻히고 전화통만 붙잡고 있으면 657 00:59:00,850 --> 00:59:03,330 그것이 초상 다 치르는 것으로 아는가? 658 00:59:03,970 --> 00:59:05,530 남의 눈도 있는 것인디 659 00:59:06,337 --> 00:59:09,177 좀 걷어붙이고 뒷일 하는 척도 좀 하소! 660 00:59:11,570 --> 00:59:17,610 아제 이름자 소문난 것으로 보면 초상집에 사람 사태 날 줄 알았는데 661 00:59:18,370 --> 00:59:23,830 이 많은 음식들 누구 입으로 다 처치한다냐! 662 00:59:23,930 --> 00:59:25,270 은지 아버지가요 663 00:59:25,370 --> 00:59:27,430 사람들 폐 끼치는 걸 워낙 싫어해서 664 00:59:27,530 --> 00:59:29,210 연락을 많이 안 했어요 665 00:59:29,770 --> 00:59:35,210 어머니가 돌아가신 판국인데 아제 체면도 어지간했으면 좋겠네! 666 00:59:39,450 --> 00:59:43,110 원일 어메는 뭣 땀시 자네를 못 잡아먹어서 저리 야단이랑가? 667 00:59:43,210 --> 00:59:46,430 노인 변소 길 멀다고 그 옆에 방 한 칸 들여놓는다면서 668 00:59:46,530 --> 00:59:48,950 그 돈 싹둑 잘라서 자개 장롱 들여놓고 669 00:59:49,050 --> 00:59:51,870 연탄불 갈기 힘들다고 보일러 놓는다고선 670 00:59:51,970 --> 00:59:53,850 부엌 싱크대 신식으로 놔 버렸지 671 00:59:54,850 --> 00:59:57,370 그놈의 보일러 세 번도 더 갈았을 것이네 672 00:59:58,530 --> 01:00:02,490 노인 모신다는 핑계로 온갖 구실 붙여가 돈 뜯어냄시롱 673 01:00:03,130 --> 01:00:06,590 자네한테 솔찬히 고통도 많이 줬을 것인디 674 01:00:06,690 --> 01:00:09,350 뭔 불만이 저리도 많단가 675 01:00:09,450 --> 01:00:11,150 이 사람아, 우리 작은 놈 676 01:00:11,250 --> 01:00:15,290 수철이 출판사 넣어 준다는 건 아직도 소식 없는가? 677 01:00:16,810 --> 01:00:20,850 나가 그 준섭이하고 야자 하는 처지여 678 01:00:21,890 --> 01:00:25,110 나하고 국민학교 동기 동창인데 679 01:00:25,210 --> 01:00:26,850 그건 저도 알아요 근데 680 01:00:27,890 --> 01:00:30,490 평소에 그분을 어떻게 보시냐니까요! 681 01:00:31,090 --> 01:00:34,210 준섭이가 천재여 천재! 682 01:00:34,930 --> 01:00:38,570 하나를 배우면 열을 알아 버린다니까! 683 01:00:39,170 --> 01:00:42,210 기자 양반, 나가 저 아직 내 야그가 덜 끝났... 684 01:00:43,010 --> 01:00:46,050 저 기자라는 년 싸가지 좀 보소! 685 01:00:49,290 --> 01:00:51,510 장 기자 살아났네, 살아났어! 686 01:00:51,610 --> 01:00:53,110 많이 잡으셨어요? 687 01:00:53,210 --> 01:00:56,570 - 황이야, 황! - 장 기자 어젯밤엔 요란했어 688 01:00:57,170 --> 01:01:00,630 나 술 먹다가 필름 끊어져 보기는 난생처음이야 689 01:01:00,730 --> 01:01:02,450 망신스러워서 원! 690 01:01:08,770 --> 01:01:11,630 제일 소리를 잘 하시는 분이셔! 691 01:01:11,730 --> 01:01:14,030 오늘 딴 동네 맞춰 놓은 일 있으시다는데 692 01:01:14,130 --> 01:01:16,810 자네 얼굴 내세우고 냅다 이쪽으로 뫼시고 와 버렸지! 693 01:01:18,810 --> 01:01:22,350 이렇게 큰일을 맡겨 주셔서 오감하구만요! 694 01:01:22,450 --> 01:01:24,170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695 01:01:24,810 --> 01:01:27,390 그리고 요즘엔 줄여서 많이 하니까 696 01:01:27,490 --> 01:01:30,410 9시에 초경 일경 합쳐서 하고 697 01:01:31,130 --> 01:01:34,590 날도 춥고 하니까 1시에 삼경 치르고 698 01:01:34,690 --> 01:01:38,090 - 사, 오경은 그만두겠소 - 잘 부탁드립니다 699 01:01:38,610 --> 01:01:40,590 수남아, 할머니 저승길... 700 01:01:40,690 --> 01:01:44,030 저놈의 영감탱이 여자 꼬이는데 도사야, 도사랑께! 701 01:01:44,130 --> 01:01:47,010 소리 좀 한답시고 여자들 꽤나 울렸다니께롱 702 01:01:47,570 --> 01:01:49,750 집안 여자 단속 잘해야 돼야! 703 01:01:49,850 --> 01:01:52,530 - 오셨어요? - 은지 엄마, 고생이 많아요 704 01:01:53,050 --> 01:01:56,390 아침 일찍 오려고 했는데 광재 이 자식이 늦어 가지고요 705 01:01:56,490 --> 01:01:57,770 원래 뺀질거리잖아요 706 01:01:59,930 --> 01:02:03,770 니들은 낚시하러 온 놈들이냐 술 처먹으러 온 놈들이냐? 707 01:02:04,330 --> 01:02:06,390 알아버렸냐? 708 01:02:06,490 --> 01:02:08,790 87살에 돌아가셨으니 호상 아니냐! 709 01:02:08,890 --> 01:02:11,170 그래, 이 새끼 한 짐 덜었어! 710 01:02:12,250 --> 01:02:13,850 상제 앞에서 호상이라고? 711 01:02:15,250 --> 01:02:17,170 이런 호로 상놈들 같으니라고! 712 01:02:17,690 --> 01:02:21,250 왜 경사라고는 안 하니? 이 호로에 호로 같은 새끼들! 713 01:02:23,890 --> 01:02:26,290 야! 야야! 714 01:02:28,570 --> 01:02:32,790 웃어, 나는 못 웃더라도 너넨 실컷 웃어! 715 01:02:32,890 --> 01:02:34,490 분위기 좀 살려 줘, 인마! 716 01:02:42,130 --> 01:02:44,610 소리 없이 나가는 상여가 어디 있당가? 717 01:02:45,690 --> 01:02:48,490 북망길이 잘 열리고 안 열리고는 718 01:02:49,130 --> 01:02:51,530 다 나가 소리 하기에 달린 것인데 719 01:02:58,650 --> 01:03:04,330 할아버지, 우리 할머니 고생 많이 하시다 돌아가셨거든요 720 01:03:05,050 --> 01:03:07,815 좋은 소리로 잘 좀 모셔 주세요 721 01:03:07,915 --> 01:03:10,795 그게 목청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여 722 01:03:11,569 --> 01:03:15,129 다 인간사 정한이 함께 익어야지 723 01:03:16,649 --> 01:03:20,249 동네마다 소리꾼이 하나씩 있다고는 하지만 724 01:03:21,163 --> 01:03:25,723 제대로 소리 내는 사람이 어디 그리 흔하간디? 725 01:03:32,850 --> 01:03:34,910 방광 터져! 화장실 어디야? 726 01:03:35,010 --> 01:03:37,990 400킬로가 7시간 걸렸네? 아이고 허리야 727 01:03:38,090 --> 01:03:40,670 뭔 손님들이 한꺼번에 몰려온다냐? 728 01:03:40,770 --> 01:03:43,410 야, 손님 상들 내가게 차비해라 729 01:03:45,603 --> 01:03:47,368 각자 하지 말고 한꺼번에 하지 뭐 730 01:03:47,468 --> 01:03:51,548 상여 맬 지원자가 너무 많아서 외려 누구를 뺄지 골치예요 731 01:03:52,009 --> 01:03:55,014 최 선생님도 저랑 같이 왔고요 732 01:03:55,114 --> 01:03:56,034 저기 오시네요 733 01:03:56,970 --> 01:03:59,610 - 이거 먼 길 하셨군요 - 내가 안 오면 어떡하나? 734 01:04:03,763 --> 01:04:06,523 아, 우리 매형 되시네 735 01:04:06,696 --> 01:04:09,016 - 예, 걱정이 많으십니다 - 어서 오십시오 736 01:04:09,609 --> 01:04:10,814 반갑구만요 737 01:04:10,914 --> 01:04:12,154 문학 평론가예요 738 01:04:12,897 --> 01:04:14,737 글 쓰는 거 평가하는 사람이요 739 01:04:15,497 --> 01:04:17,697 그쪽에서는 아주 대단한 분이에요 740 01:04:18,403 --> 01:04:21,648 웬만큼 글 쓰는 사람도 저분 앞에서는 쩔쩔맨다고요 741 01:04:21,748 --> 01:04:23,028 반갑습니다 742 01:04:23,770 --> 01:04:25,815 - 고생했습니다 - 네, 반갑습니다 743 01:04:25,915 --> 01:04:26,600 인사하시죠 744 01:04:26,700 --> 01:04:29,140 이쪽은 남포 은행에 권영길 지사장님입니다 745 01:04:29,863 --> 01:04:32,063 이쪽은 대동 증권의 김 부장입니다 746 01:04:32,370 --> 01:04:33,290 반갑습니다 747 01:04:35,863 --> 01:04:39,623 처자, 참으로 곱소 748 01:04:41,857 --> 01:04:48,257 풍류 있는 양반들 상갓집에도 기생들이 불려 왔었지 749 01:04:49,316 --> 01:04:55,116 기생들 소리 들어 가며 임종하는 어른들도 있었응께 750 01:04:59,723 --> 01:05:01,443 참말로 곱소 751 01:05:06,049 --> 01:05:07,929 술이 좀 더 있어야 쓰겄는데 752 01:05:11,483 --> 01:05:14,163 이봐요 여기 술 좀 더 줘요 753 01:05:14,990 --> 01:05:16,595 우사하고 자빠졌네 754 01:05:16,695 --> 01:05:19,340 꼭 기생 앉혀 놓고 술 처먹듯 하고 있어잉 755 01:05:19,440 --> 01:05:20,240 그러게 756 01:05:20,529 --> 01:05:25,814 무작스럽게도 밀려오네 뭔 차가 이렇게 밀린다냐 757 01:05:25,914 --> 01:05:30,834 준섭이네 집에 또 한 번 초상 나면 동네 길부터 넓혀야 쓰겄구만 758 01:05:32,049 --> 01:05:33,929 앞차 빨리 빼고! 빨리 빼라니까! 759 01:05:34,510 --> 01:05:37,230 빨리 나와! 빨리 내리세요! 760 01:05:38,383 --> 01:05:39,348 오라이 오라이! 761 01:05:39,448 --> 01:05:43,128 - 아이고, 군수님 오시네! - 총무 과장님도 같이 오는디 762 01:05:46,157 --> 01:05:48,362 군수님 오신대! 빨리 치워 763 01:05:48,462 --> 01:05:49,862 좀 나가 보라! 764 01:05:51,889 --> 01:05:54,094 이거 큰일이네 765 01:05:54,194 --> 01:05:57,074 초경 삼경 어찌 치르려고 곤죽이 되부렸어야 766 01:05:57,496 --> 01:06:00,456 낭패네, 낭패야 누가 이렇게 먹였어? 767 01:06:00,896 --> 01:06:04,461 아따, 군수님이 다 행차를 하셨네 768 01:06:04,561 --> 01:06:07,361 옛날에 오시고 이번이 처음이지? 769 01:06:07,700 --> 01:06:08,665 아따, 뭘 혀 770 01:06:08,765 --> 01:06:11,405 군수님 들어가시게 싸게싸게 방 좀 치우랑께! 771 01:06:18,189 --> 01:06:21,754 - 얼마나 애통하십니까 - 바쁘실 텐데 이렇게 772 01:06:21,854 --> 01:06:24,974 효성이 남다르셔서 더욱 마음이 애절하실 겁니다 773 01:06:25,700 --> 01:06:28,600 인마, 신소리 그만하고 빨리 가서 한잔해라! 774 01:06:28,700 --> 01:06:30,300 상제라는 놈이 상스럽기는 775 01:06:31,740 --> 01:06:35,640 한 20미터만 늘리면 태풍 올 때 방파제 역할도 할 것인디 776 01:06:35,740 --> 01:06:38,040 아따, 그거 놓기가 그렇게도 힘들다요? 777 01:06:38,140 --> 01:06:39,720 아, 소리를 넣으면 778 01:06:39,820 --> 01:06:42,360 수산과, 건설과 서로 공깃돌 놀리듯 779 01:06:42,460 --> 01:06:43,931 빙빙 돌리기만 하고 말여 780 01:06:44,031 --> 01:06:45,516 해결할 기미가 있어야죠 781 01:06:45,616 --> 01:06:49,576 - 그게 아마 군 예산 - 과장님은 시방 나서지 마쇼! 782 01:06:50,420 --> 01:06:53,760 어떻게 이참에 해결해 주셔야 하는 거 아니겄소! 783 01:06:53,860 --> 01:06:56,080 화투 한번 두자니까 뭐라는 거여! 784 01:06:56,180 --> 01:06:59,160 아니 아직도 안 가지고 왔냐? 광호야, 뭐 하고 자빠졌냐? 785 01:06:59,260 --> 01:07:03,040 신임 군수가 학교 동창인데 동네 앞길 포장하는 거 786 01:07:03,140 --> 01:07:05,920 한 말 넣어 달라는데 당최 나 몰라라 하니 787 01:07:06,020 --> 01:07:08,140 우리들도 쪼까 섭섭하지 788 01:07:09,940 --> 01:07:14,280 보쇼, 노인네 모시라고 간간히 생활비 몇 푼 보내고 789 01:07:14,380 --> 01:07:18,200 1년에 서른 번씩 내려와서 얼굴 드미는 것이 790 01:07:18,300 --> 01:07:20,380 자식 할 일 다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791 01:07:21,220 --> 01:07:24,140 뭐 그것도 효자라면 효자지라우 792 01:07:25,540 --> 01:07:26,860 윷 안 놀겨? 793 01:07:27,380 --> 01:07:29,940 윷 안 놀고 거기서 뭔 개지랄들이여? 794 01:07:30,500 --> 01:07:31,940 빨리 못 오겠냐? 795 01:07:32,660 --> 01:07:34,940 - 오빠! - 가자! 796 01:07:39,780 --> 01:07:42,220 서진수 씨가 못 와서 제가 대신 가지고 왔구먼요 797 01:07:44,700 --> 01:07:46,060 빈 봉투 하나 주쇼 798 01:07:47,013 --> 01:07:49,698 이기지도 못할 술을 왜 자꾸 마시고 그래요? 799 01:07:49,798 --> 01:07:50,923 알았어, 알았어 800 01:07:51,023 --> 01:07:53,588 발 디딜 틈도 없는 곳에 들어가서 왜 그런다요? 801 01:07:53,688 --> 01:07:54,968 얼른 얼른 나오쇼! 802 01:07:56,100 --> 01:07:58,340 왜 대답하기 곤란스러운 것만 묻고 그라요? 803 01:07:59,100 --> 01:08:01,360 우리 엄니한테 알고 싶은 것이 있으면 직접 물으쇼! 804 01:08:01,460 --> 01:08:05,840 옛날에야 부모님 병세를 알고저 805 01:08:05,940 --> 01:08:08,900 어머님 똥을 찍어서 맛을 봤는가 하면 806 01:08:09,660 --> 01:08:12,820 손가락을 물어서 입속에 피를 넣어 드리고 807 01:08:13,620 --> 01:08:16,900 허벅지 살을 베어서 약 삼아 드렸다지 않는가 808 01:08:19,220 --> 01:08:20,820 우리가 자랄 때만 해도 809 01:08:21,700 --> 01:08:26,620 부모님이 검은 것이 희다고 해도 그대로 믿고 순종을 했는데 810 01:08:27,340 --> 01:08:28,980 요즘은 어떻게 된 놈의 세상이 811 01:08:29,660 --> 01:08:32,220 하나같이 호로새끼들이여 호로새끼! 812 01:08:34,260 --> 01:08:35,580 참 뜻밖이에요 813 01:08:35,987 --> 01:08:40,667 진목리 사람들, 선생님에 대한 평가가 극과 극이에요 814 01:08:41,620 --> 01:08:45,800 고향을 빛낸 사람에 대한 존경과 신뢰가 있는가 하면 815 01:08:45,900 --> 01:08:49,300 은근히 불신과 매도를 보내는 쪽도 있거든요? 816 01:08:51,380 --> 01:08:52,292 왜죠? 817 01:08:54,413 --> 01:08:55,858 좋은 학교를 나왔으면 818 01:08:55,958 --> 01:08:59,163 판검사가 돼서 일문을 빛냈어야 하는데 819 01:08:59,263 --> 01:09:02,343 이 별 볼 일 없는 글쟁이가 돼서 실망들 해서 그래 820 01:09:03,100 --> 01:09:07,220 그렇군요 조문객들 참 대단해요 821 01:09:08,019 --> 01:09:10,139 조문객들 대단하다고요! 822 01:09:10,580 --> 01:09:14,825 작가 이준섭 선생님이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계신 거 같아요! 823 01:09:14,925 --> 01:09:19,325 아빠! 저 기자 아줌마만 보면 엄마가 피곤해하시는 거 몰라? 824 01:09:28,866 --> 01:09:30,746 백암 선생님 오셨는데요! 825 01:09:32,140 --> 01:09:35,745 잘 만났네, 선생님 저 좀 소개시켜 주세요 826 01:09:35,845 --> 01:09:38,485 전에 인사 드렸는데 잘 못 알아보실 거예요 827 01:09:39,193 --> 01:09:40,593 아짐, 전화 받으쇼 828 01:09:44,273 --> 01:09:47,118 여보세요 네, 김 선생님이세요? 829 01:09:47,218 --> 01:09:49,223 - 장혜림 기자입니다 - 안녕하세요 830 01:09:49,323 --> 01:09:51,928 - 지금 어디세요? - 문학상 시상식 때 한번 뵀죠? 831 01:09:52,028 --> 01:09:52,833 네 832 01:09:52,933 --> 01:09:54,418 - 대전요? - 참 미인이십니다 833 01:09:54,518 --> 01:09:58,038 - 감사합니다 - 지금 좀 바쁘신데 834 01:10:01,267 --> 01:10:04,267 그럼 30분 후에 전화해 주시겠어요? 835 01:10:22,940 --> 01:10:24,980 - 이리 좀 나와요! - 왜! 836 01:10:25,500 --> 01:10:28,840 서울 김상식 씨 전환데요 바꿔 달래요 837 01:10:28,940 --> 01:10:31,400 그런 속 편한 전화까지 내가 일일이 다 받아야 해? 838 01:10:31,500 --> 01:10:35,220 형님, 저 자식들 아까 많이 푸던데 또 달라고 지랄들인데요? 839 01:10:36,300 --> 01:10:37,220 은지야! 840 01:10:38,980 --> 01:10:40,940 저기 판돈 좀 더 풀어 줘 841 01:10:43,220 --> 01:10:44,060 얼마나요? 842 01:10:45,580 --> 01:10:47,660 적당히 알아서 하지 매번 물어 843 01:10:49,473 --> 01:10:51,238 치매는 병입니다 844 01:10:51,338 --> 01:10:54,498 뇌세포가 죽어 가면서 생기는 병이죠! 845 01:10:54,620 --> 01:10:57,200 근데 이 병이 무서운 것이 846 01:10:57,300 --> 01:11:01,740 환자 혼자 앓는 다는 것이 아니라 가족 전체가 앓는다는 거예요 847 01:11:02,380 --> 01:11:03,800 지난번 레이건이 걸린 848 01:11:03,900 --> 01:11:07,240 알츠하이머라는 것도 결국 치매 아닌가요? 849 01:11:07,340 --> 01:11:09,620 외신 보면 이제 비서도 못 알아본다는데 850 01:11:10,340 --> 01:11:13,300 아무리 미국 대통령이라도 늙으면 별수 없나 보죠? 851 01:11:30,006 --> 01:11:31,286 고도리에 쫀다! 852 01:11:32,366 --> 01:11:33,166 흔들고 853 01:11:34,967 --> 01:11:37,732 십 점! 돈 가져와! 돈 가져와! 854 01:11:37,832 --> 01:11:40,512 너 뭐야? 나가! 855 01:11:43,413 --> 01:11:44,773 돈 주십쇼 856 01:11:45,640 --> 01:11:48,605 - 패 돌려! - 돈을 줘야 패를 돌리죠 857 01:11:48,705 --> 01:11:51,190 - 일 끝내고 합시다 - 돌리라니까 858 01:11:51,290 --> 01:11:53,335 돈을 줘야 패를 돌리죠! 859 01:11:53,435 --> 01:11:56,320 누가 노인 양반을 이렇게나 퍼먹여 놨어! 860 01:11:56,420 --> 01:12:00,260 퍼먹이긴 누가 퍼먹여 자기 힘으로 자기가 마신 거지! 861 01:12:00,793 --> 01:12:04,438 씨발, 환장하겠네, 정말 아부지 가십시다! 862 01:12:04,538 --> 01:12:07,863 이봐, 조금 주무시게 하고 소리는 하셔야지 863 01:12:07,963 --> 01:12:10,608 지금 모시고 가면 초경 삼경은 누가 치른데! 864 01:12:10,708 --> 01:12:13,040 니미 씨발 우리 아버지 초상 치르게 생겼는데 865 01:12:13,140 --> 01:12:14,720 초경 삼경이 대수여! 니미? 866 01:12:14,820 --> 01:12:16,660 - 그냥 가면 어떡혀! - 놓으란 말여, 씨발! 867 01:12:17,155 --> 01:12:19,592 형님, 좀 흔드쇼! 868 01:12:19,692 --> 01:12:23,452 흔들지도 않고 납작하게 던지면 열사리 안 날 놈이 어딨겄소? 869 01:12:24,180 --> 01:12:28,380 자, 됐냐? 됐냐고! 870 01:12:29,006 --> 01:12:30,246 낙이요! 낙! 871 01:12:30,813 --> 01:12:32,413 흔들다 떨어지면 낙잉께! 872 01:12:35,766 --> 01:12:40,886 새끼 요거 말하는 것 좀 보소! 뭘 쳐다봐 이 개새끼야! 873 01:12:42,900 --> 01:12:44,060 뭐 해, 빨리 던져 874 01:12:46,660 --> 01:12:48,025 어찌 됐냐, 어찌 됐어? 875 01:12:48,125 --> 01:12:52,450 - 그 양반도 안 된다는데요? - 뭣이여? 안 된다고? 876 01:12:52,550 --> 01:12:53,795 우째서, 우째서! 877 01:12:53,895 --> 01:12:55,700 그 마을에도 초상이 났다는구만유 878 01:12:55,800 --> 01:12:57,320 아이구, 세상에 879 01:12:58,520 --> 01:13:01,760 자네는 어디서 그런 소리꾼을 불러서 대사를 망쳐! 880 01:13:02,299 --> 01:13:04,579 나도 소리라면 귀동냥은 한 놈이여 881 01:13:04,780 --> 01:13:07,740 - 내가 하면 될 거 아니여! - 뭣이여? 자네가 한다고? 882 01:13:08,853 --> 01:13:12,818 9시여? 초경 치러야 하니까 상여 맬 사람들 모이라고! 883 01:13:12,918 --> 01:13:15,483 언덕배기 윷들 그만 놀고 내려들 와! 884 01:13:15,583 --> 01:13:17,503 서울 손님들도 싸게들 나오시고요! 885 01:13:18,626 --> 01:13:20,426 초경 이경 아뢰오! 886 01:13:27,480 --> 01:13:29,640 초경 이경 아뢰오! 887 01:13:55,770 --> 01:14:00,170 어째 피죽 한 그릇도 못 끓여 잡쉈소들? 888 01:14:00,970 --> 01:14:02,650 소락배기를 질러야지! 889 01:14:03,370 --> 01:14:06,490 다시 혀, 다시 혀 다시 혀, 시작! 890 01:14:12,450 --> 01:14:16,190 여기 서울서 오신 양반들 여기 노래방 아니여 891 01:14:16,290 --> 01:14:18,870 - 마이크 잡듯이 하지 말고 - 솔찬히 잘하네 892 01:14:18,970 --> 01:14:21,210 믿는 구석이 있으니까 큰소리쳤지! 893 01:14:24,930 --> 01:14:27,930 자, 다시 다시 시작! 894 01:14:42,370 --> 01:14:51,370 관암보살 895 01:14:53,210 --> 01:15:04,330 관암보살 896 01:15:05,623 --> 01:15:11,588 이제 가면 언제 오시나요 오실 날이나 가르쳐 주오 897 01:15:11,688 --> 01:15:25,328 관암보살 898 01:15:29,290 --> 01:15:31,390 앞산도 첩첩... 899 01:15:31,490 --> 01:15:34,070 은지가 국민학교에 다니기 시작하여 900 01:15:34,170 --> 01:15:36,330 네 번째 겨울 방학을 맞았습니다 901 01:15:36,930 --> 01:15:40,730 할머니는 은지가 함께 놀 수도 없는 아기가 되셨습니다 902 01:15:41,490 --> 01:15:46,110 그러나 엄마와 아빠는 할머니가 아무리 어린애처럼 구셔도 903 01:15:46,210 --> 01:15:49,370 언제나 당연한 일처럼 정성껏 돌보십니다 904 01:15:56,130 --> 01:15:58,990 할머니가 얼마나 더 작아지실까 905 01:15:59,090 --> 01:16:01,750 할머니가 나이를 모두 나눠 주시고 906 01:16:01,850 --> 01:16:04,870 하나도 안 남게 되면 그땐 어떻게 되실까 907 01:16:04,970 --> 01:16:07,070 은지는 걱정이 되었습니다 908 01:16:07,170 --> 01:16:14,330 그거야, 나이를 다 나눠 주시고 나면 할머니는 나이가 한 살도 남지 않는 909 01:16:14,970 --> 01:16:17,490 갓난쟁이 작은 어린아이가 되는 거지 910 01:16:19,290 --> 01:16:22,870 그러다 끝내 그 모습이 더 작아질 수 없을 만큼 911 01:16:22,970 --> 01:16:24,410 조그마해지시면 912 01:16:25,290 --> 01:16:28,590 할머니는 어느 날 이 세상에서 913 01:16:28,690 --> 01:16:32,330 모습을 거두시고 우리 곁을 떠나시게 된단다 914 01:16:33,290 --> 01:16:37,150 아빠의 말씀은 은지가 걱정하던 대로였습니다 915 01:16:37,250 --> 01:16:40,370 그것은 할머니가 돌아가신다는 뜻이었습니다 916 01:16:41,010 --> 01:16:44,310 은지는 이제 정말 절대로 할머니의 나이를 917 01:16:44,410 --> 01:16:47,370 나누어 먹지 않겠다고 결심을 했습니다 918 01:16:48,210 --> 01:16:49,450 우리 착한 은지 919 01:16:50,930 --> 01:16:54,570 아무렴, 우리 은지는 마음씨가 고우니까 920 01:16:55,210 --> 01:16:57,970 할머니께서 돌아가시는 걸 싫어할 게 당연하지 921 01:16:58,690 --> 01:17:02,150 하지만 할머니께서 우리 곁을 떠나시더라도 922 01:17:02,250 --> 01:17:05,570 할머니의 모든 것이 사라져 없어지는 것이 아니란다 923 01:17:06,323 --> 01:17:10,288 없어지는 건 자꾸만 작아져간 할머니의 모습뿐 924 01:17:10,388 --> 01:17:15,713 그 속에 간직된 영혼은 어디에선가 새 아기의 모습을 얻어 925 01:17:15,813 --> 01:17:18,373 예쁜 갓난아기로 태어나시게 된단다 926 01:17:18,789 --> 01:17:24,309 그것은 마치 나비 애벌레가 고치 속에서 고운 나비로 변하여 927 01:17:24,429 --> 01:17:27,829 헌 고치를 벗고 날아가는 것과 같다는 말씀입니다 928 01:17:28,390 --> 01:17:32,275 그러나 은지는 모든 사람이 그렇게 되는 것인지 929 01:17:32,375 --> 01:17:35,580 그래서 할머니도 꼭 다시 태어나는 건지 930 01:17:35,680 --> 01:17:37,320 마음이 놓이지 않았습니다 931 01:17:37,809 --> 01:17:40,609 하지만 이 세상 사람들의 모든 영혼들이 932 01:17:41,390 --> 01:17:43,910 다 새 아기로 태어날 수 있는 건 아니란다 933 01:17:44,950 --> 01:17:47,550 이 다음에 새 아기로 태어날 수 있는 사람은 934 01:17:48,070 --> 01:17:52,390 이 세상에서 착하고 옳은 일을 많이 한 사람의 영혼뿐이거든 935 01:17:53,030 --> 01:17:57,650 은지는 이제 할머니가 어디서 어떤 아기로 태어날지 936 01:17:57,750 --> 01:18:01,090 할머니의 영혼이 새 모습으로 태어난 아기를 937 01:18:01,190 --> 01:18:04,150 우리들도 알아볼 수 있을지 걱정됐습니다 938 01:18:04,910 --> 01:18:07,810 그리고 어디서 어떻게 태어나시는지는 939 01:18:07,910 --> 01:18:10,090 이 세상 사람들이 알 수 없다는 940 01:18:10,190 --> 01:18:13,590 아빠의 말씀에 그 걱정은 더했습니다 941 01:18:14,990 --> 01:18:18,670 그때가 6.25 때인디 좌우로 갈라갖고 942 01:18:19,590 --> 01:18:21,590 여기서도 엄청들 싸웠지 943 01:18:22,443 --> 01:18:24,768 그러다 어느 쪽 사람인가 죽어 944 01:18:24,868 --> 01:18:27,588 임자 없는 시체로 길바닥에 나뒹구는디 945 01:18:28,249 --> 01:18:30,534 모두 무서워 피해만 다녔지 946 01:18:30,634 --> 01:18:32,914 누구 하나 시체 치울 생각을 안 하는 거여 947 01:18:34,590 --> 01:18:37,515 근데 저 양반이 나를 부르더니 948 01:18:37,615 --> 01:18:40,575 죽인 놈들이나 보고만 다니는 놈들이나 949 01:18:41,220 --> 01:18:46,900 사람 아닌 건 마찬가지라면서 나보고 시체를 치우자고 하는 거여 950 01:18:48,660 --> 01:18:52,500 그래서 그때 살벌할 때 아녀? 951 01:18:53,340 --> 01:18:57,740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 나중에 무슨 혼쭐이 날지도 모르겠고 952 01:18:58,700 --> 01:19:01,540 지밋지밋 미적미적 하고 있는데 953 01:19:02,940 --> 01:19:07,040 아재도 사람 아니구만! 나 죽어도 올 생각 마쇼! 954 01:19:07,140 --> 01:19:09,500 그라믄서 시체를 치우겠다고 나서는 거여 955 01:19:10,460 --> 01:19:12,380 그 소리 듣고 안 따라갈 수 있갔소? 956 01:19:13,580 --> 01:19:17,780 지게에다 지고 같이 저 산에 가서 묻었는디 957 01:19:18,780 --> 01:19:22,340 그럴 때 보면 참 모질고 독한 양반이여 958 01:19:27,040 --> 01:19:32,320 우리 엄니 좋은 데 가실 거여 참말로 좋은 일 많이 했응께 959 01:19:33,240 --> 01:19:36,980 그 어려웠던 보릿고개에도 찾아오는 거지마다 960 01:19:37,080 --> 01:19:39,380 싫다는 소리 한 마디 안 하고 961 01:19:39,480 --> 01:19:42,240 식구들 먹는 대로 한 상에 앉혀 놓고 먹였지라우 962 01:19:43,200 --> 01:19:45,860 침보 깨낀 입으로 들락거린 숟가락으로 963 01:19:45,960 --> 01:19:50,220 찌개 그릇을 휘휘 저으면 우리들도 죽을 지경인데 964 01:19:50,320 --> 01:19:52,440 비위 약한 준섭이는 어땠겠소 965 01:19:56,640 --> 01:19:59,400 그렇게 당신 자식들이 밥을 못 먹어도 966 01:20:00,000 --> 01:20:02,960 찾아오는 사람들은 늘 한 밥상이었지 967 01:20:04,000 --> 01:20:09,360 우리 집 양반이 젊어서 난봉질로 속깨나 썪였지라우 968 01:20:10,640 --> 01:20:12,900 한번은 그 버릇 고쳐 보려고 969 01:20:13,000 --> 01:20:17,720 보따리를 싸들고 친정으로 온 적 있지라우 970 01:20:18,600 --> 01:20:22,880 근데 엄니는 마루에도 앉아 보지 못하게 하고 971 01:20:23,400 --> 01:20:25,400 아무리 하룻밤만 자고 가자 해도 972 01:20:26,040 --> 01:20:28,420 동구밖까지 등 떠밀고 가서는 973 01:20:28,520 --> 01:20:33,320 뒤도 돌아보지 못하게 하고 연신 손사래를 치더랑게 974 01:20:35,400 --> 01:20:40,980 오라고 하는 것 같기도 하고 가라고 하는 거 같기도 한 975 01:20:41,080 --> 01:20:47,800 그 손사래 치는 모습이 지금 눈에 선하당게 976 01:20:49,600 --> 01:20:52,760 - 내가 이 집 사위요 - 안녕하세요 977 01:20:54,100 --> 01:20:57,540 문학을 지망하는 사람들인 거 같은데 978 01:20:58,360 --> 01:20:59,080 네 979 01:20:59,840 --> 01:21:01,120 소설을 쓰려면 980 01:21:02,240 --> 01:21:05,360 우리 작은 장인 정도는 써야 하지 않겠소 981 01:21:07,440 --> 01:21:08,520 내가 보기엔 982 01:21:09,960 --> 01:21:13,780 한국에서 노벨 문학상 준다면 우리 작은 장인이... 983 01:21:13,880 --> 01:21:16,000 - 쟤 좀 데려가 재워라 - 제일 먼저 탈 거야 984 01:21:23,480 --> 01:21:26,240 요건 나락 판 돈 75만 원이요 985 01:21:35,560 --> 01:21:36,760 이거 풀어 986 01:21:38,680 --> 01:21:39,720 관둡시다, 성님 987 01:21:40,240 --> 01:21:41,200 뭐여? 988 01:21:41,800 --> 01:21:43,780 초상집에서 놀자고 하는 것이지 시방 989 01:21:43,880 --> 01:21:45,980 그려! 그만두소 990 01:21:46,080 --> 01:21:48,020 노는 거지 살림 털자는 거 아닌게 991 01:21:48,120 --> 01:21:52,620 - 고자 새끼는 빠져! - 뭣이여? 뭐라고 했냐 시방! 992 01:21:52,720 --> 01:21:53,900 고자라고 했다 993 01:21:54,000 --> 01:21:57,160 아니 고자 아니면 니 여편네가 왜 도망가냐? 994 01:21:58,040 --> 01:21:59,680 니가 봤냐? 봤어? 995 01:22:01,720 --> 01:22:02,440 야야! 996 01:22:03,760 --> 01:22:06,300 좆도 모르는 게 부랄 잡고 탱자탱자 하고 자빠졌네 997 01:22:06,400 --> 01:22:07,480 시부럴 놈의 새끼 998 01:22:09,293 --> 01:22:11,573 이 아저씨 정말 왜 이래? 999 01:22:12,160 --> 01:22:15,000 마음에 있으면 화끈하게 말을 하던지 1000 01:22:15,800 --> 01:22:17,020 대단하쇼! 1001 01:22:17,120 --> 01:22:19,060 사람 기 좀 그만 죽이쇼! 1002 01:22:19,160 --> 01:22:22,140 진짜 촌스럽게 나오는구만 1003 01:22:22,240 --> 01:22:23,660 근데 아가씨 누구야? 1004 01:22:23,760 --> 01:22:26,080 이준섭 씨 조카라면 어쩔래요? 1005 01:22:27,840 --> 01:22:30,600 - 왜? 조카라니까 캥겨요? - 그만합시다 1006 01:22:32,600 --> 01:22:33,440 그만합시다 1007 01:22:34,520 --> 01:22:35,375 그만해 1008 01:22:43,880 --> 01:22:45,440 - 뭣 땀시 그라요? - 비켜, 인마! 1009 01:22:48,160 --> 01:22:50,900 갑시다 여관 가서 칩시다 1010 01:22:51,000 --> 01:22:52,280 그냥 여기서 치시지 1011 01:22:53,040 --> 01:22:57,360 - 갑시다, 일어들 나요 - 그럽시다, 갑시다 1012 01:23:00,720 --> 01:23:01,940 얼마나? 1013 01:23:02,040 --> 01:23:04,080 봉투째 한 움큼이나 집어갔는디요 1014 01:23:05,000 --> 01:23:06,700 기재는 잘돼 있겠지? 1015 01:23:06,800 --> 01:23:08,660 일렬번호만 적어 놨는디요 1016 01:23:08,760 --> 01:23:11,480 그 속에 얼마나 들었는지 잘 모르겠는디요 1017 01:23:12,960 --> 01:23:16,000 돈 계산은 틀려도 사람 이름은 틀리면 안 된다 1018 01:23:16,960 --> 01:23:19,000 외삼촌, 이래도 되는 겁니까? 1019 01:23:20,960 --> 01:23:24,420 넌 나서지 마라 다 내가 갚아야 될 빚이니까 1020 01:23:24,520 --> 01:23:27,020 가정 의례 준칙 간소화인지 지랄인지가 1021 01:23:27,120 --> 01:23:31,660 모든 예법을 허물어 버려 갖고 본례는 십 분 만에 끝나 버리고 1022 01:23:31,760 --> 01:23:35,140 장례는 송장 갖다 버리는 절차로 전락해 버리고 1023 01:23:35,240 --> 01:23:36,980 제례는 산 사람들이 모여서 1024 01:23:37,080 --> 01:23:39,400 술 퍼먹고 회식하는 자리가 돼 버렸다, 이 말이여! 1025 01:23:41,480 --> 01:23:43,980 이러다가 당신 쓰러지겠소 1026 01:23:44,080 --> 01:23:48,600 작은아버님하고 도련님 계시니께 당신도 좀 요령껏 쉬쇼 1027 01:23:51,713 --> 01:23:55,078 원래 제대로 하려면야 3년 탈상이 원칙이지만 1028 01:23:55,178 --> 01:23:56,823 요새 누가 그렇게 하는가? 1029 01:23:56,923 --> 01:23:59,368 삼우제 지내고 복 벗는 사람도 있고 1030 01:23:59,468 --> 01:24:00,993 길게 가야 1년 탈상하면 1031 01:24:01,093 --> 01:24:03,133 - 잘 치른 거지 - 먼 길 오느라 고생했소, 김 부장 1032 01:24:09,087 --> 01:24:12,487 장례 끝내기 전에는 내자고 직원 몇이 밤을 샜습니다 1033 01:24:13,740 --> 01:24:14,580 고맙소 1034 01:24:28,050 --> 01:24:31,890 어머니, 평소에 잘 못 모신 죄스러운 마음 1035 01:24:33,010 --> 01:24:34,370 이 책에 담았습니다 1036 01:24:35,570 --> 01:24:39,710 - 요거 마지막 한 장이여 - 그만합시다, 성님 1037 01:24:39,810 --> 01:24:42,290 너 땄다고 배 튕기는 거여 시방! 1038 01:24:45,690 --> 01:24:46,810 요거 딴 돈이요! 1039 01:24:47,770 --> 01:24:50,410 너 지금 땄다고 자랑이냐! 1040 01:24:51,530 --> 01:24:53,410 에라이, 시발놈아! 1041 01:24:56,330 --> 01:24:57,970 내버려 둬, 말리지 말랑께! 1042 01:24:58,530 --> 01:25:00,570 이 자식은 좀 맞아야 정신 차릴 놈이여 1043 01:25:01,410 --> 01:25:03,490 이 새끼는 백 번 맞아도 싼 놈이란께! 1044 01:25:08,570 --> 01:25:10,410 삼경 아룁니다 1045 01:25:11,490 --> 01:25:14,010 저렇게 취했으니 소리가 제대로 나와! 1046 01:25:15,810 --> 01:25:17,410 삼경 아룁니다 1047 01:25:18,690 --> 01:25:20,850 삼경 아뢰오 1048 01:26:12,770 --> 01:26:17,690 놀다 가자, 놀다, 가자 오늘 안 놀면 언제 놀까 1049 01:26:22,290 --> 01:26:24,810 놀다 가세! 놀다 가세! 1050 01:27:04,810 --> 01:27:06,530 뭔 꼴 같지 않은 것들이다냐 1051 01:27:07,210 --> 01:27:10,210 살아생전에 안 잡수던 것을 제상 위에 올린다고 잡순다더냐? 1052 01:27:10,630 --> 01:27:11,710 그렇게 취해 갖고 1053 01:27:12,556 --> 01:27:14,636 무슨 할머니 앞에 볼 낯이 있다고 나사냐! 1054 01:27:15,563 --> 01:27:16,323 비켜 서거라! 1055 01:27:17,869 --> 01:27:21,469 왜요? 내가 술집 여자 딸년이라서 그러는 거예요? 1056 01:27:22,076 --> 01:27:24,516 그러는 댁네들은 뭐 그리 잘났어요? 1057 01:27:25,770 --> 01:27:27,970 삼촌 소설에 좋게 써져 있으니까 1058 01:27:28,570 --> 01:27:31,850 정말로 그렇게 잘 살았다고 착각하는 거 아니에요? 1059 01:27:33,416 --> 01:27:35,621 웃기지들 마세요! 1060 01:27:35,721 --> 01:27:40,486 잘난 삼촌 때문에 집안 광고는 잘 됐는지 모르지만 1061 01:27:40,586 --> 01:27:44,746 내가 보기엔 할머니 제대로 모신 사람은 하나도 없어요! 1062 01:27:45,290 --> 01:27:47,770 그러니 내가 내 잔 드리는 거 막지 마요! 1063 01:27:49,290 --> 01:27:50,330 정말 너무하네! 1064 01:27:51,170 --> 01:27:53,110 큰일 치르느라고 참아 넘기려고 했더니 1065 01:27:53,210 --> 01:27:54,290 정말 못 듣겠어 1066 01:27:54,970 --> 01:27:56,870 용순이 혼자 할머니 생각했어? 1067 01:27:56,970 --> 01:27:59,050 할머니 가장 힘드실 때 용순이 어딨었어? 1068 01:27:59,890 --> 01:28:02,970 잘했 건 못했 건 여깄는 사람들 모두 할머니와 함께 견뎠어 1069 01:28:04,370 --> 01:28:07,290 정작 용순이는 할머니께 받기만 했지, 해 드린 게 뭐 있어? 1070 01:28:08,370 --> 01:28:11,190 그리워만 하고 이렇게 철없이 투정만 하는 게 1071 01:28:11,290 --> 01:28:12,450 할머니 모시는 거야? 1072 01:28:13,330 --> 01:28:15,190 할머니 얘기 곱게 하는 게 1073 01:28:15,290 --> 01:28:17,170 누군 정말로 그렇게 알아서 그러는 줄 알아? 1074 01:28:25,743 --> 01:28:30,348 할머니는 이제 갓난아기가 옹알이를 하듯 옹알대거나 1075 01:28:30,448 --> 01:28:33,355 어린 아기가 엄마 배 속에 있을 때처럼 1076 01:28:33,455 --> 01:28:36,100 두 손과 두 다리를 오므린 채 1077 01:28:36,200 --> 01:28:40,245 밤낮없이 며칠씩 긴 잠을 주무십니다 1078 01:28:40,345 --> 01:28:42,710 그러나 은지는 그러한 할머니가 1079 01:28:42,810 --> 01:28:46,010 조금도 흉하거나 우습게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1080 01:28:46,643 --> 01:28:49,488 할머니는 새 아기로 태어나시기 위해 1081 01:28:49,588 --> 01:28:53,788 은지네를 떠나 가실 준비가 거의 끝나 가고 계신 것입니다 1082 01:28:54,923 --> 01:28:58,888 은지는 지금의 할머니와 영영 헤어져야 하는 것이 1083 01:28:58,988 --> 01:29:01,228 점점 섭섭하고 싫어졌습니다 1084 01:29:01,880 --> 01:29:04,340 할머니가 새 아기로 태어나지 말고 1085 01:29:04,440 --> 01:29:08,200 그냥 이대로 은지하고 함께 사셨으면 싶었습니다 1086 01:29:08,880 --> 01:29:11,220 그건 할머니 마음속에 1087 01:29:11,320 --> 01:29:15,400 가득 찬 사랑 때문에 그러실 수가 없단다 1088 01:29:17,000 --> 01:29:20,780 사람은 누구나 나이를 먹으면 지혜가 쌓이는 건 1089 01:29:20,880 --> 01:29:22,440 은지도 이제 알고 있지? 1090 01:29:24,240 --> 01:29:27,880 그런데 그 지혜가 가득 차면 마음속에서 살아서 1091 01:29:28,520 --> 01:29:31,480 다른 사람에게로 흘러넘치고 싶은 사랑이 된단다 1092 01:29:32,560 --> 01:29:36,140 할머니께서 다른 사람에게 베푸신 좋은 일들도 1093 01:29:36,240 --> 01:29:37,900 다 그런 사랑 때문이고 1094 01:29:38,000 --> 01:29:40,380 아빠 말씀으로는 할머니가 1095 01:29:40,480 --> 01:29:44,140 은지에게 나이와 키와 지혜를 나눠 주시고 1096 01:29:44,240 --> 01:29:47,700 어린 아이가 되어 우리 곁을 떠나시는 거나 1097 01:29:47,800 --> 01:29:49,540 그 영혼이 다른 곳에서 1098 01:29:49,640 --> 01:29:54,320 새 아기로 태어나시게 되는 것도 다 그 사랑 때문이랍니다 1099 01:30:02,480 --> 01:30:03,580 나오는가 1100 01:30:03,680 --> 01:30:06,300 이것이 자네 어머니 모시고 갈 버스지, 버스여 1101 01:30:06,400 --> 01:30:09,540 버스도 보통 버스여! 20기통짜리 최고급이여 1102 01:30:09,640 --> 01:30:12,500 근데 휘발유는 어디 갔냐? 출출한디 1103 01:30:12,600 --> 01:30:15,740 이놈아, 이 버스가 휘발유로 가간디? 1104 01:30:15,840 --> 01:30:17,400 정성으로 가는 거지! 1105 01:30:21,160 --> 01:30:23,640 아무리 봐도 담배 빌릴 데가 여기밖에 없네요 1106 01:30:24,720 --> 01:30:25,400 그래요 1107 01:30:37,960 --> 01:30:39,160 빗새라고 알아요? 1108 01:30:41,200 --> 01:30:42,900 자기 둥지가 없어서 1109 01:30:43,000 --> 01:30:47,640 비만 오면 이 나무 저 나무 밑에서 울어대는 새가 빗새래요 1110 01:30:48,620 --> 01:30:49,900 이상한 새도 다 있네! 1111 01:30:52,400 --> 01:30:54,480 이 선생님 소설 속에 나오는 새예요 1112 01:30:55,953 --> 01:30:59,753 비 오는 밤이면 그 빗새 소리를 들으며 할머니는 1113 01:31:00,220 --> 01:31:04,025 무슨 놈의 새가 지 둥지 하나 못 지을 팔자로 타고났을까 1114 01:31:04,125 --> 01:31:05,370 푸념하시면서 1115 01:31:05,470 --> 01:31:09,100 돈 벌러 간다고 어느 날 집을 나간 가족 중에 누군가가 1116 01:31:09,200 --> 01:31:13,520 낯선 땅에서 비바람 피할 의지처나 찾았을까 애태웠대요 1117 01:31:15,640 --> 01:31:19,180 그래서 할머니는 그 새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1118 01:31:19,280 --> 01:31:22,020 집 앞에 있는 나무들을 정성들여 가꾸면서 1119 01:31:22,120 --> 01:31:23,480 모이를 뿌려 놓고 했대요 1120 01:31:24,133 --> 01:31:27,133 물론 할머니도 그런 마음은 있으셨겠죠 1121 01:31:27,880 --> 01:31:32,560 하지만 치매를 앓는 할머니로서는 너무나 깊은 생각인 거 같아요 1122 01:31:33,920 --> 01:31:38,520 소설가는 소설 속의 인물을 통해서 자기 생각을 드러낸대요 1123 01:31:41,026 --> 01:31:45,146 물론 그 생각들만큼 실제 사는 게 훌륭한 게 아니지만요 1124 01:31:45,840 --> 01:31:48,720 자기 사는 거 변명하는 게 소설이라고 하잖아요 1125 01:31:59,720 --> 01:32:03,280 이준섭 선생님이 처음 쓴 동화인데 한번 읽어 보실래요? 1126 01:32:11,960 --> 01:32:15,180 - 언능 주쇼 - 준다니까 나참 1127 01:32:15,280 --> 01:32:16,620 언능 줘! 1128 01:32:16,720 --> 01:32:18,960 알았어, 알았어 내가 시계 끌러 놓을게 1129 01:32:19,560 --> 01:32:22,260 당신 새끼나 갖다 줘 장바닥에 가면 5천 원이여 1130 01:32:22,360 --> 01:32:24,740 이걸로 때우려고? 안 돼! 언능 줘 1131 01:32:24,840 --> 01:32:27,400 그럼 말이야? 나 지금 상여를 매야 되니까 1132 01:32:28,480 --> 01:32:30,620 시간 됐는데 이제 그만 가시죠 1133 01:32:30,720 --> 01:32:33,460 상갓집에서... 니미, 호로 자식아 1134 01:32:33,560 --> 01:32:35,320 발인 시간 다 됐는데 이제 그만 갑시다 1135 01:32:38,920 --> 01:32:41,800 - 아니, 돈 땄다고 가는 거요? - 이리 와요 1136 01:32:42,800 --> 01:32:45,260 선생님은 발인에 꼭 참가를 하셔야 하거든요 1137 01:32:45,360 --> 01:32:47,620 넌 뭐야? 가! 1138 01:32:47,720 --> 01:32:49,880 빨리 와, 빨리 늦었어 1139 01:32:59,120 --> 01:32:59,680 야! 1140 01:33:05,800 --> 01:33:08,440 - 빨리 들어와요 - 조용히 못 허냐 1141 01:33:08,793 --> 01:33:10,713 자리 끝났으면 언능 언능 가야지! 1142 01:33:11,433 --> 01:33:12,518 - 새로 자리 봅시다 - 이 씨발 놈이 1143 01:33:12,618 --> 01:33:14,423 5천 원짜리 시계로 때우려고 안 하요! 1144 01:33:14,523 --> 01:33:16,448 - 뭣이 어쪄? - 이쪽으로 가시오 1145 01:33:16,548 --> 01:33:18,463 얼굴은 점잖하게 생겼더만 1146 01:33:18,563 --> 01:33:20,987 조문 왔으면 상갓집에 자빠져 있을 일이지 1147 01:33:21,087 --> 01:33:22,767 여기 와서 계집질이어야! 1148 01:33:24,146 --> 01:33:27,711 잘한다, 잘해 뭣 같은 놈들이 1149 01:33:27,811 --> 01:33:31,336 술을 얼마나 퍼먹었기에 상여 맬 놈들이 인제서 오냐! 1150 01:33:31,436 --> 01:33:32,361 이 미친놈들아! 1151 01:33:32,461 --> 01:33:35,546 너희 부모 돌아가셔도 이 지랄할래, 이 미친놈들아! 1152 01:33:35,646 --> 01:33:38,126 잘들 한다, 잘들 해! 1153 01:34:26,620 --> 01:34:31,600 마지막으로 잡수는 음식이니 많이 많이 드쇼 1154 01:34:31,700 --> 01:34:36,120 여기 엄니가 좋아하는 고사리도 있고 도라지도 있고 1155 01:34:36,220 --> 01:34:40,260 고기도 있으니 많이 많이 드시고 가쇼 1156 01:34:41,620 --> 01:34:48,260 - 관암보살 - 이제 가면 언제 올까 1157 01:35:28,420 --> 01:35:29,860 자 많이들 드쇼 1158 01:35:35,500 --> 01:35:40,540 관암보살! 관암보살! 관암보살! 관암보살! 1159 01:35:43,340 --> 01:35:49,560 - 관암보살! - 정성으로 잘 모시세 1160 01:35:49,660 --> 01:35:54,380 - 관암보살! - 곱게 곱게 잘 모시세 1161 01:36:18,060 --> 01:36:27,180 친구 벗님 많다 해도 어느 친구가 대신 갈까 1162 01:36:37,500 --> 01:36:46,300 일가 친척 많다 한들 어느 일가가 동행할까 1163 01:36:48,380 --> 01:36:54,940 고생도 많고 한도 많은 세상 그래도 못 미더워 어찌 가시는고 1164 01:36:56,213 --> 01:37:05,357 산천 초목은 젊어가고 우리네 인생은 늙어만 가네 1165 01:37:14,860 --> 01:37:23,860 이팔청춘 소년들아 백발 보고서 웃들 마라 1166 01:37:33,652 --> 01:37:42,532 나도 어제 청춘인데 오늘날에 이리 됐네 1167 01:37:51,127 --> 01:37:53,527 어느 따뜻한 봄날이었습니다 1168 01:37:53,859 --> 01:37:58,104 깊은 낮잠을 주무시다가 일어난 할머니는 맑은 얼굴로 1169 01:37:58,204 --> 01:38:01,004 오래오래 창밖을 내다보고 계셨습니다 1170 01:38:01,633 --> 01:38:03,438 할머니께서는 정말 1171 01:38:03,538 --> 01:38:07,458 은지네 집을 떠날 차비가 끝나 가고 계신 거 같았습니다 1172 01:38:07,966 --> 01:38:16,406 팔십 평생 꽃 세월이 바람처럼 흘러들 간다 1173 01:38:26,060 --> 01:38:34,380 바람 되고 거름 되고 눈비 되면서 나는 간다 1174 01:38:44,180 --> 01:38:48,640 - 관암보살, 관암보살 - 관암보살, 관암보살 1175 01:38:48,740 --> 01:38:53,400 - 정성으로 잘 모셔라 - 관암보살, 관암보살 1176 01:38:53,500 --> 01:38:58,320 - 지극 정성 잘 모셔라 - 관암보살, 관암보살 1177 01:38:58,420 --> 01:39:06,540 - 관암보살, 관암보살 - 정성으로 잘 모셔라 1178 01:39:57,493 --> 01:40:00,498 할머니께서는 오늘 마지막 남은 나이를 1179 01:40:00,598 --> 01:40:04,238 다 나눠 주신 모양이라고 아빠가 말씀하셨습니다 1180 01:40:09,010 --> 01:40:12,830 은지는 그 할머니의 영혼이 조용한 숨결을 타고 1181 01:40:12,930 --> 01:40:15,190 슬며시 은지네를 떠나시며 1182 01:40:15,290 --> 01:40:19,030 옷을 벗어 개어 놓듯 곱게 벗어 놓고 가신 1183 01:40:19,130 --> 01:40:21,550 하얗고 조그만 옛날 모습 앞에 1184 01:40:21,650 --> 01:40:25,530 몹시도 섭섭하고 슬픈 마음이 북받쳐 올랐습니다 1185 01:40:26,450 --> 01:40:31,190 할머니의 영혼은 팔랑팔랑 하얀 날갯짓으로 올라가는 1186 01:40:31,290 --> 01:40:34,610 배추꽃 나비 위에 실려 가고 있는 거 같았습니다 1187 01:40:35,250 --> 01:40:37,950 은지는 그저 그 할머니의 영혼이 1188 01:40:38,050 --> 01:40:42,261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착한 새 아기로 태어나기를 1189 01:40:42,361 --> 01:40:44,041 마음 깊이 빌어 드립니다 1190 01:40:45,130 --> 01:40:48,490 할머니 고마워요 안심하고 떠나세요 1191 01:40:49,090 --> 01:40:51,950 할머니께서 저한테 나눠 주신 나이는 1192 01:40:52,050 --> 01:40:54,530 제가 잘 맡아서 간직하고 있을게요 1193 01:40:55,290 --> 01:40:58,190 그래서 이 다음에 어른이 되고 나면 1194 01:40:58,290 --> 01:41:01,670 제가 할머니 대신 새로 태어나는 아기들에게 1195 01:41:01,770 --> 01:41:04,110 그 나이를 다시 나눠 줄 거예요 1196 01:41:04,210 --> 01:41:07,370 은지는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했습니다 1197 01:41:57,029 --> 01:42:03,549 아이고, 엄니, 우리 엄니 1198 01:42:06,856 --> 01:42:19,736 이리 갈 줄 내 몰랐는데 원통하고 절통해서 못 살겠네 1199 01:42:22,256 --> 01:42:24,376 아이고, 엄니 1200 01:42:27,876 --> 01:42:38,596 엄니하고 나하고 같이 살자고 이 집 사서 지키며 살아왔는데 1201 01:42:41,030 --> 01:42:44,155 은지야, 애기들 어디 갔냐? 사진 박는단디 1202 01:42:44,255 --> 01:42:47,420 - 갯 나들이 간다고 갔는데요? - 갯 나들이? 1203 01:42:47,520 --> 01:42:49,840 - 가서 용순이 데리고 와라 - 네? 1204 01:42:57,997 --> 01:42:59,477 작은아버지가 부르신다 1205 01:43:39,623 --> 01:43:41,463 옷 매무새 좀 고쳐 주세요 1206 01:43:50,256 --> 01:43:54,536 사진 좋아하네 옹기 양판이 놋 양판 된다냐? 1207 01:43:57,810 --> 01:43:59,210 치즈요, 치즈! 1208 01:44:00,789 --> 01:44:05,109 김치! 김치요! 자, 웃으세요 1209 01:44:05,776 --> 01:44:10,016 이준섭, 우리는 못 웃지만 너는 웃어라, 웃어 1210 01:44:12,503 --> 01:44:13,863 무슨 초상났냐! 1211 01:46:16,728 --> 01:46:24,128 제공: 한국영상자료원 자막 후원: 구글 번역/자막: 후리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