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00:00:10,333 --> 00:00:14,243 금세기에 여전히 성스러운 게 있다면 2 00:00:15,234 --> 00:00:19,674 신성한 영화의 보고가 있어 3 00:00:20,300 --> 00:00:21,952 나더러 손꼽으라면 4 00:00:21,953 --> 00:00:26,577 일본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작품이 될 것이다 5 00:00:27,974 --> 00:00:30,520 54편을 만들었다 6 00:00:31,041 --> 00:00:33,147 20년대의 무성영화와 7 00:00:33,252 --> 00:00:36,020 3, 40년대의 흑백영화 8 00:00:36,024 --> 00:00:41,385 이어 색채영화들을 찍다가 1963년 12월 12일 9 00:00:41,614 --> 00:00:44,482 자신의 60회 생일날 운명했다 10 00:00:46,452 --> 00:00:49,132 극히 제한된 여건과 11 00:00:49,163 --> 00:00:52,354 아주 기본적인 예산으로 12 00:00:52,396 --> 00:00:56,989 오즈의 영화들은 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하며 13 00:00:56,993 --> 00:01:01,446 늘 도쿄 사람들의 단순한 이야기다 14 00:01:02,333 --> 00:01:05,773 이 연대기는 근 40년 지속되면서 15 00:01:05,783 --> 00:01:09,189 일본인들의 생활 변천사를 묘사한다 16 00:01:09,396 --> 00:01:11,126 오즈의 영화가 다루는 건 17 00:01:11,126 --> 00:01:14,480 서서히 약화되는 일본의 가족이며 18 00:01:14,597 --> 00:01:18,938 이에 따른 국민 의식의 일체감의 약화다 19 00:01:19,109 --> 00:01:22,222 이 점은 서구나 미국에서는 20 00:01:22,321 --> 00:01:25,179 새삼 놀랄 일도 아니지만 21 00:01:25,179 --> 00:01:29,443 한편으로 아련한 향수와 상실감으로 22 00:01:29,454 --> 00:01:32,441 가슴을 저미게 한다 23 00:01:32,978 --> 00:01:36,612 지극히 일본적인 이 영화들이 24 00:01:36,752 --> 00:01:40,944 아울러 보편적이다 25 00:01:41,153 --> 00:01:44,921 그 속에는 전 세계 각국의 가족의 26 00:01:44,927 --> 00:01:46,866 면면이 다 들어있다 27 00:01:46,970 --> 00:01:50,537 자신을 비롯해 부모 형제들의 모습이 28 00:01:51,517 --> 00:01:55,030 전에 없었고 다신 없을 29 00:01:55,041 --> 00:01:59,983 영화적 진수의 의도에 가장 근접한 30 00:02:00,109 --> 00:02:03,050 동시대 인물의 초상화며 31 00:02:03,153 --> 00:02:06,746 진실하고 타당한 이미지로써 32 00:02:06,769 --> 00:02:10,031 스스로를 인식하게 할뿐더러 33 00:02:10,109 --> 00:02:13,664 무엇보다 자신에 대해 알게 된다 34 00:03:14,070 --> 00:03:17,198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35 00:03:17,198 --> 00:03:21,166 - 오늘 가세요? - 네, 오후에 가요 36 00:03:21,338 --> 00:03:22,590 그러시구나 37 00:03:22,689 --> 00:03:27,166 모처럼 애들 좀 만나보려고요 38 00:03:27,166 --> 00:03:31,718 자제분들이 도쿄에서 오시기 기다리겠네요 39 00:03:31,917 --> 00:03:35,733 네, 없는 동안 집 좀 살펴주세요 40 00:03:35,837 --> 00:03:37,954 네, 염려 마세요 41 00:03:38,068 --> 00:03:42,083 아드님과 따님이 다 잘 됐으니 42 00:03:42,187 --> 00:03:44,294 정말 복 받으셨어요! 43 00:03:44,398 --> 00:03:46,744 네, 그런 셈이지요 44 00:03:46,848 --> 00:03:49,549 날씨도 아주 좋고 45 00:03:49,653 --> 00:03:52,051 잘 됐지요 46 00:03:52,156 --> 00:03:55,002 무사히 다녀오세요 47 00:03:55,106 --> 00:03:56,723 고마워요 48 00:04:02,541 --> 00:04:04,835 고무 방석이 어디를 갔나 49 00:04:04,939 --> 00:04:07,358 어디 있겠지 잘 봐요 50 00:04:10,299 --> 00:04:12,155 어, 여기 있네 51 00:04:12,436 --> 00:04:15,387 - 찾았어요? - 어, 여기 52 00:04:30,939 --> 00:04:35,403 아무튼 오즈의 작품은 내 찬사가 필요 없이 53 00:04:35,403 --> 00:04:37,904 상상력의 영역에서 독보적인 54 00:04:37,904 --> 00:04:41,663 영화의 무상의 보배다 55 00:04:42,410 --> 00:04:47,398 또 이 도쿄행이 순례의 길도 아니고 56 00:04:47,914 --> 00:04:53,421 작품 속의 당대의 흔적이 여전히 남았는지 57 00:04:53,421 --> 00:04:56,923 그 이미지나 사람들이 여전한지 58 00:04:56,923 --> 00:05:01,429 궁금했을 따름이다 59 00:05:01,429 --> 00:05:03,930 아니면 오즈 사후 20년 동안 60 00:05:03,930 --> 00:05:05,932 도쿄가 너무 변해 61 00:05:06,063 --> 00:05:08,935 아무것도 찾을 수 없는지 62 00:05:12,282 --> 00:05:19,097 도쿄 - 가 빔 벤더스 63 00:05:21,949 --> 00:05:24,368 기억날 만한 게 없다 64 00:05:24,368 --> 00:05:27,454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다 65 00:05:27,454 --> 00:05:29,957 도쿄에 있었다는 건 안다 66 00:05:29,957 --> 00:05:32,918 83년 봄이었다는 것도 알고 67 00:05:32,918 --> 00:05:34,920 그건 안다 68 00:05:34,920 --> 00:05:37,965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장면을 찍었다 69 00:05:37,965 --> 00:05:42,657 지금 있는 이 영상들이 내 기억이 되었다 70 00:05:42,970 --> 00:05:44,909 하지만 생각은 안 나고 71 00:05:45,177 --> 00:05:47,870 카메라 없이 다녔으면 72 00:05:47,889 --> 00:05:50,414 더 잘 기억했을 것이다 73 00:05:58,485 --> 00:06:00,309 비행기에서 기내 상영을 했다 74 00:06:00,487 --> 00:06:02,394 평소처럼 안 보려 하다가도 75 00:06:02,593 --> 00:06:05,418 어느새 눈길이 거기 가 있었다 76 00:06:06,451 --> 00:06:07,287 소리 없이 77 00:06:07,287 --> 00:06:09,955 작은 전면 스크린에 비친 영상은 78 00:06:09,955 --> 00:06:12,457 한결 공허하기만 했다 79 00:06:12,457 --> 00:06:16,963 허한 형상과 꾸며진 감정 시늉 80 00:06:19,966 --> 00:06:22,884 창밖을 보니 기분이 개운했다 81 00:06:23,088 --> 00:06:26,888 이런 식의 영화가 가능했으면 생각했다 82 00:06:27,050 --> 00:06:29,891 눈을 떠서 보는 것만으로 83 00:06:30,116 --> 00:06:34,646 뭘 입증하지 않고도 부족함이 없는 84 00:09:11,219 --> 00:09:14,723 도쿄는 꿈같았다 85 00:09:14,723 --> 00:09:17,225 오늘 내게 나타난 이미지들이 86 00:09:17,225 --> 00:09:19,227 꾸민 것처럼 보였다 87 00:09:19,227 --> 00:09:23,231 오랜만에 눈에 띈 종이쪽처럼 88 00:09:23,278 --> 00:09:27,736 예전 새벽 여명에 꿈처럼 갈겨썼던 낙서처럼 89 00:09:27,898 --> 00:09:29,237 놀라움에 차 읽고는 90 00:09:29,237 --> 00:09:31,239 다른 사람이 꾼 꿈인 양 91 00:09:31,239 --> 00:09:34,242 해득하지 못한다 92 00:09:34,242 --> 00:09:37,245 좀체 믿을 수 없게도 93 00:09:37,480 --> 00:09:40,749 이 묘원에서 발이 헛놀았다 94 00:09:40,749 --> 00:09:44,252 만개한 벚나무 아래에서 95 00:09:44,252 --> 00:09:48,757 남자 행락객들이 둘러앉아 마시고 웃으며 96 00:09:48,757 --> 00:09:51,760 사방에서 카메라가 찰칵거렸고 97 00:09:51,760 --> 00:09:58,391 계속해서 까마귀 소리가 깍깍 귀를 울렸다 98 00:10:47,565 --> 00:10:51,569 지하철에서 꼬마애를 봤다 99 00:10:51,569 --> 00:10:55,073 걷기가 싫어 떼를 쓰고 있었다 100 00:10:55,073 --> 00:10:57,993 그제서야 왜 몽유병자처럼 101 00:10:58,134 --> 00:11:02,080 도쿄를 대하고 있는지 깨달았다 102 00:11:02,080 --> 00:11:04,582 다른 도시 같지 않게 이곳 사람들이 103 00:11:04,582 --> 00:11:08,086 아주 친근하고 정답게 느껴졌다 104 00:11:08,206 --> 00:11:10,588 오래전부터 한번 오고 싶었다 105 00:11:10,844 --> 00:11:13,591 주로 오즈의 영화 때문이었다 106 00:11:13,591 --> 00:11:16,594 그 친근감을 재발견하고 싶었고 107 00:11:16,594 --> 00:11:22,600 정다운 도쿄의 이미지를 찾으려고 했다 108 00:11:22,600 --> 00:11:24,602 지하철의 이 꼬마를 보고 109 00:11:24,973 --> 00:11:29,607 오즈 영화 속의 반항적인 한 아이를 떠올렸다 110 00:11:29,607 --> 00:11:32,610 아니, 그러고 싶었는지 몰랐다 111 00:11:32,610 --> 00:11:37,114 어쩌면 내가 찾는 것은 이제 이곳에 없었다 112 00:15:15,499 --> 00:15:17,501 그날 밤늦게 113 00:15:18,003 --> 00:15:21,006 그리고 이어지는 늦은 밤에도 114 00:15:21,006 --> 00:15:24,508 나는 파친코점에 넋을 놓고 있었다 115 00:15:24,508 --> 00:15:29,513 귀가 먹먹한 소음 속에서 기계 앞에 116 00:15:30,014 --> 00:15:32,016 많은 사람이 앉아있는데 117 00:15:32,016 --> 00:15:35,436 왠지 대개는 혼자서 118 00:15:35,436 --> 00:15:37,438 무수한 구슬들을 바라보며 119 00:15:37,438 --> 00:15:40,441 손끝으로 이리저리 튕기면서 120 00:15:40,441 --> 00:15:44,945 간혹 이기기도 한다 121 00:15:44,945 --> 00:15:47,698 이 놀이는 어떤 최면을 유발해 122 00:15:47,990 --> 00:15:51,077 묘한 행복감에 젖게 한다 123 00:15:51,077 --> 00:15:53,579 이기는 건 거의 중요하지 않다 124 00:15:53,579 --> 00:15:56,082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 125 00:15:56,582 --> 00:15:59,085 잠시 몰아지경에 들어 126 00:15:59,085 --> 00:16:01,087 기계에 동화되는데 127 00:16:01,087 --> 00:16:06,592 어쩌면 잊고 싶은 것을 잊게 한다 128 00:16:06,592 --> 00:16:10,096 이 놀이는 패전 뒤 처음 등장했고 129 00:16:10,096 --> 00:16:15,101 일본인들에게는 잊고 싶은 국가적 외상이 있었다 130 00:16:15,101 --> 00:16:17,103 재주든 운이든 131 00:16:17,603 --> 00:16:20,106 능숙한 꾼들은 132 00:16:20,106 --> 00:16:23,109 상당한 구슬을 긁어모아 133 00:16:23,109 --> 00:16:26,529 나중에 담배와 음식 134 00:16:26,529 --> 00:16:30,616 전기 기구나 입금표와 바꾸는데 135 00:16:30,616 --> 00:16:34,620 현금 교환은 불법이지만 136 00:16:34,620 --> 00:16:37,957 뒷골목에선 성행하고 있다 137 00:17:06,861 --> 00:17:09,238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138 00:18:58,764 --> 00:19:00,808 도쿄의 현실이 139 00:19:00,808 --> 00:19:04,269 점점 정감 없이 매몰차게 몰아치고 140 00:19:04,269 --> 00:19:08,816 위협적이고 비인간적으로 될수록 141 00:19:08,816 --> 00:19:11,735 내 머릿속에 더욱 강렬하게 자리 잡는 건 142 00:19:11,735 --> 00:19:14,279 정답고 정돈된 세계의 이미지 143 00:19:14,578 --> 00:19:19,284 오스 야스지로 영화 속의 신화의 도시 도쿄였다 144 00:19:21,787 --> 00:19:26,250 이제 더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145 00:19:26,250 --> 00:19:32,298 흐트러진 세계에서 여전히 질서를 지향하고 146 00:19:32,298 --> 00:19:36,302 여전히 세계의 투명성을 기대하는 관점이다 147 00:19:42,141 --> 00:19:43,041 이런 태도는 148 00:19:43,041 --> 00:19:45,894 설령 오즈가 아직 살아 있더라도 149 00:19:45,894 --> 00:19:49,815 지금으로선 불가능할 것이다 150 00:19:50,190 --> 00:19:53,444 극도로 증폭된 이미지들이 151 00:19:53,444 --> 00:19:56,864 이미 너무 많은 걸 망가뜨렸고 152 00:19:56,864 --> 00:20:00,658 그 한 시절의 이미지는 153 00:20:00,658 --> 00:20:03,162 벌써 영구히 사라졌을 것이다 154 00:20:38,571 --> 00:20:40,032 존 웨인이 떠나고 155 00:20:40,032 --> 00:20:43,035 등장한 건 성조기가 아니라 156 00:20:43,035 --> 00:20:47,039 붉은 공 같은 일장기였다 157 00:20:47,039 --> 00:20:52,044 잠에 빠져들면서 허튼 생각을 했다 158 00:20:52,044 --> 00:20:55,047 지금 내가 있는 곳이 세상의 중심이다 159 00:20:55,047 --> 00:20:57,590 어디든 이놈의 TV가 있는 곳이 160 00:20:57,660 --> 00:20:59,051 세상의 중심이다 161 00:20:59,592 --> 00:21:01,594 그 중심엔 망상이 자리 잡고 162 00:21:01,594 --> 00:21:03,055 세상도 마찬가지다 163 00:21:03,055 --> 00:21:06,058 망상의 이미지 세계에는 164 00:21:06,058 --> 00:21:08,060 도처에 TV들이 널려있다 165 00:21:08,601 --> 00:21:14,066 여기 이 나라가 전 세계에 그걸 구축했고 166 00:21:14,066 --> 00:21:18,611 전 세계는 미국의 이미지를 구경한다 167 00:21:22,574 --> 00:21:24,576 그 뒤에 날을 잡아 168 00:21:25,076 --> 00:21:27,328 배우 류 치슈를 찾아갔다 169 00:21:27,538 --> 00:21:31,082 무성 시절부터 거의 모든 오즈의 170 00:21:31,082 --> 00:21:33,626 작품에 출연한 배우였고 171 00:21:33,626 --> 00:21:38,631 자주 원래 나이보다 늙은 역할을 맡았다 172 00:21:38,631 --> 00:21:42,553 많은 오즈의 영화에서 아버지 역이었는데 173 00:21:42,553 --> 00:21:45,973 실상 아들딸 역의 배우들과 174 00:21:45,973 --> 00:21:50,436 나이 차이가 크게 나지 않았다 175 00:21:50,436 --> 00:21:52,653 그가 나오는 오즈의 작품을 176 00:21:52,653 --> 00:21:55,482 하루에 2편 본 적 있었다 177 00:21:55,482 --> 00:21:57,984 30년대 초의 첫 작품에서는 178 00:21:57,984 --> 00:22:01,988 청년에서 노년까지 한 인물의 인생을 연기했다 179 00:22:01,988 --> 00:22:04,991 50년대 말의 두 번째 영화에서는 180 00:22:05,071 --> 00:22:09,496 자기 나이에 맞춘 역할이었다 181 00:22:09,996 --> 00:22:12,499 두 작품에서 연기한 인물들은 182 00:22:12,499 --> 00:22:15,001 거의 엇비슷했다 183 00:22:15,001 --> 00:22:18,505 어떤 배우에서도 못 느꼈던 존경심으로 184 00:22:18,505 --> 00:22:22,300 류 치슈를 대했다 185 00:22:22,300 --> 00:22:25,136 그런 뜻을 전했더니 186 00:22:25,638 --> 00:22:28,641 찬사에 아주 당혹스러워했다 187 00:22:28,641 --> 00:22:32,645 겸손하게 말을 돌렸다 188 00:22:59,713 --> 00:23:03,216 당시 나이 서른쯤 됐을 땐데 189 00:23:03,216 --> 00:23:08,221 60대의 역할을 하라고 했어요 190 00:23:08,221 --> 00:23:12,767 노인의 모습이 아니라 노역의 연기였어요 191 00:23:12,767 --> 00:23:16,771 늙게 보이는 모습에는 별 관심 없었어요 192 00:23:17,230 --> 00:23:20,775 오즈 선생님은 늘 할 일을 말해준 뒤 193 00:23:20,775 --> 00:23:25,739 군소리 없이 지시에 따르게 했어요 194 00:23:25,739 --> 00:23:29,743 오즈 선생님 밑에서 별 탈 없이 195 00:23:29,743 --> 00:23:33,747 배우로 알려지고 경력을 쌓았어요 196 00:23:33,747 --> 00:23:37,625 오즈 선생님이 지시한 대로 따랐어요 197 00:23:51,514 --> 00:23:55,019 오즈가 사전연습을 많이 했는지 물었다 198 00:24:20,377 --> 00:24:23,880 장면의 난이도에 달렸지요 199 00:24:23,880 --> 00:24:26,883 대개는 두세 번 연습하고 200 00:24:27,057 --> 00:24:29,386 장면을 찍었어요 201 00:24:29,886 --> 00:24:33,390 하지만 시인하기를 어떤 경우엔 202 00:24:33,390 --> 00:24:37,894 오즈가 한두 번으로 만족하지 않았다고 했다 203 00:24:37,894 --> 00:24:42,399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204 00:24:42,399 --> 00:24:45,902 20번도 더 사전연습을 했고 205 00:24:45,902 --> 00:24:49,406 또 20번 넘게 촬영했어요 206 00:24:49,406 --> 00:24:53,410 뭐가 잘못됐는지 몰랐고 207 00:24:53,410 --> 00:24:55,912 단순히 생각했어요 208 00:24:55,912 --> 00:24:59,416 아무리 형편없는 사수라도 209 00:24:59,416 --> 00:25:02,419 자꾸 쏘다 보면 맞추는 법인데 210 00:25:02,419 --> 00:25:06,923 나중에 오즈 선생님이 아주 다정하게 물었어요 211 00:25:06,923 --> 00:25:11,928 류, 오늘은 컨디션이 좋지 않았군 212 00:25:11,928 --> 00:25:14,931 아니면 내 인내력을 시험해본 건가? 213 00:25:15,432 --> 00:25:17,434 아무튼 배우 못잖은 214 00:25:17,566 --> 00:25:19,352 명배우셨어요 215 00:25:19,589 --> 00:25:23,440 대개 한두 번 촬영으로 만족했지만 216 00:25:23,440 --> 00:25:27,444 류는 오즈 앞에서 늘 어려워했고 217 00:25:27,444 --> 00:25:32,449 자신의 재능 부족이라 여겼다 218 00:25:45,879 --> 00:25:48,882 류와 오즈의 관계는 219 00:25:48,882 --> 00:25:51,885 처음부터 사제 간이나 220 00:25:51,885 --> 00:25:54,345 부자 사이 같았다 221 00:25:54,345 --> 00:25:58,349 오즈가 바로 한 살 위였지만 222 00:25:58,349 --> 00:25:59,893 지적인 면에서 223 00:25:59,893 --> 00:26:02,896 서로 상당한 간극이 있었고 224 00:26:02,896 --> 00:26:05,898 늘 오즈를 스승으로 받들며 225 00:26:05,898 --> 00:26:10,362 류는 제자로서 시종일관 226 00:26:10,362 --> 00:26:13,365 배우는 자세였다 227 00:26:36,137 --> 00:26:37,639 오즈 선생님은 228 00:26:37,639 --> 00:26:40,642 아주 강렬한 성격의 소유자로 229 00:26:40,642 --> 00:26:44,145 좌중을 압도하셨어요 230 00:26:44,145 --> 00:26:47,649 모든 것에 선생님의 손길이 갔어요 231 00:26:47,649 --> 00:26:49,651 가령 촬영장에서 232 00:26:49,856 --> 00:26:54,155 전반적인 세트나 장식뿐만 아니라 233 00:26:54,298 --> 00:26:58,159 아주 세세한 것까지 신경 쓰셨어요 234 00:26:58,159 --> 00:26:59,661 방석의 위치라던가 235 00:26:59,908 --> 00:27:03,164 모든 게 제자리에 있어야 했고 236 00:27:03,164 --> 00:27:06,125 아무렇게나는 안 됐어요 237 00:27:06,331 --> 00:27:12,173 촬영 전 배우의 의상까지 바로잡으시고 238 00:27:12,173 --> 00:27:15,677 그렇게 확실하게 해야 239 00:27:15,677 --> 00:27:18,638 잘못이 없다는 게 류의 결론이었다 240 00:27:37,198 --> 00:27:42,161 오즈 선생님 아래서 나 자신을 잊고 241 00:27:42,161 --> 00:27:45,707 백지가 되는 법을 배웠어요 242 00:27:45,707 --> 00:27:48,209 선생님은 일만 생각하셨는데 243 00:27:48,209 --> 00:27:53,214 무엇보다 고정관념이란 게 없으셨어요 244 00:27:53,214 --> 00:27:55,717 반면에 저는 245 00:27:55,717 --> 00:28:00,221 어떻게 선생님의 생각에 가까이 갈까 246 00:28:00,221 --> 00:28:05,226 어떻게 지시에 발맞출까 고심했어요 247 00:28:05,226 --> 00:28:08,229 끊임없이 이 생각을 하면서 248 00:28:08,229 --> 00:28:10,732 사전 준비를 했어요 249 00:28:29,250 --> 00:28:30,752 다른 영화나 배우들에게 250 00:28:30,752 --> 00:28:34,255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류는 말했다 251 00:28:34,531 --> 00:28:39,761 오로지 오즈의 팔레트의 한 색깔이 되려 했으며 252 00:28:39,761 --> 00:28:43,263 다른 누구보다도 오즈의 눈에 든 것이 253 00:28:43,263 --> 00:28:47,769 인생의 최대의 복이라고 했다 254 00:28:47,769 --> 00:28:52,272 그러지 않았으면 인생이 달라졌을 거라고 255 00:28:52,521 --> 00:28:55,777 오즈가 준 역할과 가르침 256 00:28:55,777 --> 00:28:58,278 때때로 은근한 압력은 257 00:28:58,474 --> 00:29:01,783 결코 다른 데서 배울 수 없는 것이었다 258 00:29:01,783 --> 00:29:05,787 무명에서 시작해 오즈 덕에 259 00:29:05,857 --> 00:29:08,790 류라는 이름으로 통하게 됐다 260 00:29:09,248 --> 00:29:11,793 오즈가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고 261 00:29:11,793 --> 00:29:15,797 한마디로 달리 생각할 수 없다고 했다 262 00:29:53,835 --> 00:29:55,837 여자들이 류 치슈를 알아봤다 263 00:29:55,837 --> 00:29:59,757 최근의 인기 TV 연속극에 나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264 00:29:59,757 --> 00:30:03,635 이제는 자신을 오즈의 배우로 265 00:30:03,635 --> 00:30:07,181 알아보는 사람이 없다고 나중에 266 00:30:07,181 --> 00:30:09,099 죄스럽다는 듯 말했다 267 00:30:09,099 --> 00:30:13,937 우리는 기차를 타고 근처의 오즈의 묘로 갔다 268 00:30:13,937 --> 00:30:16,815 기따 가마꾸라 269 00:30:16,815 --> 00:30:20,611 오즈의 영화에서처럼 역이 등장했다 270 00:31:43,193 --> 00:31:45,697 오즈의 묘비에는 이름도 없이 271 00:31:45,697 --> 00:31:49,158 단지 한자로 무(無)라 새겨져 있었다 272 00:31:49,437 --> 00:31:53,538 비었고 없다는 뜻이다 273 00:32:03,380 --> 00:32:06,383 돌아오는 기차간에서 이 문자에 대해 생각했다 274 00:32:06,475 --> 00:32:08,385 없음 275 00:32:08,385 --> 00:32:11,889 어린 시절 종종 없다는 걸 상상하고 276 00:32:12,064 --> 00:32:14,391 두려움에 떤 적이 있었다 277 00:32:14,391 --> 00:32:19,396 없는 건 존재할 수 없다고 늘 생각했다 278 00:32:19,396 --> 00:32:23,358 오로지 존재하는 건 실재며 279 00:32:23,358 --> 00:32:25,402 현실이다 280 00:32:25,577 --> 00:32:31,408 관념은 영화 속에서 공허한 무용지물이다 281 00:32:31,408 --> 00:32:33,911 누가 스스로를 안다는 것은 282 00:32:33,911 --> 00:32:37,915 현실의 인식을 뜻한다 283 00:32:38,090 --> 00:32:42,337 사람은 두 눈으로 현실을 본다 284 00:32:42,337 --> 00:32:45,881 먼저 타인을 보고 연인을 본다 285 00:32:45,881 --> 00:32:48,926 주변의 사물을 보고 286 00:32:48,926 --> 00:32:52,429 살고 있는 도시나 시골을 보며 287 00:32:52,429 --> 00:32:55,432 또한 인간의 운명인 죽음과 288 00:32:55,432 --> 00:32:57,935 사물의 일회성을 본다 289 00:32:57,935 --> 00:33:04,942 사랑, 고독, 행복, 슬픔 공포를 보고 겪는다 290 00:33:04,942 --> 00:33:10,948 한마디로 사람이 보는 건 인생이다 291 00:33:10,948 --> 00:33:14,451 사람들이 겪는 개인사와 292 00:33:14,451 --> 00:33:17,454 화면에서 묘사되는 장면 사이에 293 00:33:17,956 --> 00:33:21,960 때론 큰 격차가 있다는 걸 누구나 안다 294 00:33:21,960 --> 00:33:24,461 그 거리감을 익히 알면서도 295 00:33:24,461 --> 00:33:27,423 삶과 동떨어진 영화가 지극히 자연스러운 사실에 296 00:33:27,423 --> 00:33:30,467 아연실색하고 297 00:33:30,684 --> 00:33:32,341 그러다 갑자기 영화 속에서 298 00:33:32,341 --> 00:33:34,471 어떤 진실의 실체와 만난다 299 00:33:34,471 --> 00:33:39,476 그건 단지 배경 속의 한 아이의 몸짓이거나 300 00:33:39,476 --> 00:33:42,479 프레임을 가로지르는 새의 비상이거나 301 00:33:42,479 --> 00:33:46,859 순간적으로 화면에 비친 구름의 그림자다 302 00:33:47,211 --> 00:33:52,489 오늘날의 영화에서 그런 진실의 순간은 드물다 303 00:33:52,489 --> 00:33:57,494 사람들에게는 보여지는 대상이 현실 그 자체다 304 00:33:57,494 --> 00:34:00,497 그래서 오즈의 작품들이 아주 독보적이며 305 00:34:00,497 --> 00:34:03,000 특히 후기작에서 그렇다 306 00:34:03,000 --> 00:34:06,003 그런 진실의 순간들이 있다 307 00:34:06,003 --> 00:34:07,838 아니 순간뿐 아니다 308 00:34:07,838 --> 00:34:11,967 그 진실은 시종일관 길게 지속된다 309 00:34:12,509 --> 00:34:18,515 영화는 계속 생생하게 삶 자체를 다루고 310 00:34:18,515 --> 00:34:21,018 그 속에서 사람과 사물 311 00:34:21,018 --> 00:34:25,022 도시와 시골이 스스로 드러난다 312 00:34:25,207 --> 00:34:29,026 이런 현실 묘사와 기법을 313 00:34:29,026 --> 00:34:31,528 더는 영화에서 찾을 수 없다 314 00:34:31,528 --> 00:34:34,531 과거의 일이다 315 00:34:34,531 --> 00:34:37,034 무, 없는 것만이 316 00:34:37,034 --> 00:34:39,328 이제는 남았다 317 00:34:42,831 --> 00:34:46,235 도쿄로 돌아와 파친코점에 갔더니 318 00:34:46,235 --> 00:34:47,836 이미 끝나고 319 00:34:47,836 --> 00:34:52,633 코기쉬, '네일맨'만이 작업 중이었다 320 00:35:12,653 --> 00:35:16,657 내일은 구슬들이 모두 방향을 바꿔 321 00:35:16,657 --> 00:35:19,159 기계 앞에서 오늘의 승자가 322 00:35:19,159 --> 00:35:23,163 내일은 자포자기한 패자가 될 것이다 323 00:35:49,940 --> 00:35:51,442 신주쿠 324 00:35:51,442 --> 00:35:54,945 도쿄의 바 밀집 지대다 325 00:35:54,945 --> 00:35:57,698 오즈의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뒷골목이고 326 00:35:57,698 --> 00:35:59,922 방치되어 외로운 아버지들이 327 00:35:59,922 --> 00:36:01,702 슬픔에 젖는 곳이다 328 00:36:01,702 --> 00:36:05,706 평소 같은 카메라 설정으로 찍었다 329 00:36:05,706 --> 00:36:09,251 그다음에는 330 00:36:09,251 --> 00:36:12,755 같은 골목에 같은 카메라 위치에서 331 00:36:12,755 --> 00:36:14,757 초점 거리만 달리해 332 00:36:14,757 --> 00:36:19,762 50밀리 렌즈로 약간의 망원효과를 줬다 333 00:36:19,762 --> 00:36:24,765 오즈가 애용하던 기법이다 334 00:36:24,765 --> 00:36:27,269 다른 이미지가 등장했고 335 00:36:27,269 --> 00:36:30,771 내게 속하지 않는 것이었다 336 00:38:22,884 --> 00:38:25,387 이튿날 아침 묘원에서는 337 00:38:25,387 --> 00:38:27,889 여전히 까마귀들이 숨어 깍깍댔고 338 00:38:27,889 --> 00:38:30,851 아이들이 야구 놀이를 했다 339 00:38:31,268 --> 00:38:34,313 시내 마천루의 옥상에서는 340 00:38:34,313 --> 00:38:36,355 성인들이 골프 놀이를 했다 341 00:38:36,355 --> 00:38:39,860 일본인들을 중독시킨 스포츠였고 342 00:38:39,962 --> 00:38:43,100 진짜 골프 코스에 나갈 기회는 343 00:38:43,100 --> 00:38:44,865 좀처럼 드물다 344 00:39:04,760 --> 00:39:06,260 오즈의 영화에서 보면 345 00:39:06,762 --> 00:39:11,140 이 운동에 대한 열정이 반어적으로 묘사된다 346 00:39:11,140 --> 00:39:13,559 그래도 놀랄 만하게 347 00:39:13,559 --> 00:39:17,146 아주 우아하고 그럴싸한 자세로 348 00:39:17,146 --> 00:39:21,692 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349 00:39:21,692 --> 00:39:25,154 공을 구멍에 넣는 진짜 목표는 350 00:39:25,154 --> 00:39:28,533 도외시한 듯했다 351 00:39:28,533 --> 00:39:34,081 단 한 사람만이 외롭게 그 일에 매달려 있었다 352 00:42:25,960 --> 00:42:28,880 잠시 이 활기찬 대형 골프연습장을 나와 353 00:42:28,962 --> 00:42:32,301 배를 채우러 갔다 354 00:42:32,301 --> 00:42:35,219 으레 식당의 진열장에는 355 00:42:35,219 --> 00:42:39,223 온갖 음식들이 선을 보였다 356 00:42:39,223 --> 00:42:41,726 연습장으로 되돌아오니 357 00:42:41,726 --> 00:42:43,728 이제 조명등이 흘러넘쳤다 358 00:44:23,828 --> 00:44:25,955 하루의 일과는 저녁 늦게 359 00:44:26,456 --> 00:44:27,957 클럽회관에 앉아 360 00:44:27,957 --> 00:44:29,959 야구 보는 걸로 마감됐다 361 00:44:31,419 --> 00:44:33,421 여기도 마찬가지로 362 00:44:33,421 --> 00:44:35,423 음식 모형이 진열되어 있었고 363 00:44:35,423 --> 00:44:37,425 다음 날 완전히 진짜 같은 364 00:44:37,425 --> 00:44:38,926 이 모형들을 365 00:44:38,926 --> 00:44:42,888 만드는 곳에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366 00:45:27,266 --> 00:45:29,769 시작은 진짜 음식에 367 00:45:30,269 --> 00:45:31,771 젤라틴 덩어리를 368 00:45:31,771 --> 00:45:33,773 붓고 식히는 일이었다 369 00:45:42,782 --> 00:45:45,284 틀 작업이 끝나면 370 00:45:45,284 --> 00:45:46,786 밀랍을 채우고 371 00:45:46,786 --> 00:45:48,287 이 밀랍 형태를 372 00:45:48,287 --> 00:45:51,290 다듬고 칠하는 일이 진행된다 373 00:46:07,306 --> 00:46:09,809 밀랍을 계속 따뜻하게 해줘야 한다 374 00:46:10,183 --> 00:46:11,549 무엇보다 375 00:46:11,549 --> 00:46:13,521 밀랍 샌드위치의 준비 과정이 376 00:46:13,521 --> 00:46:16,482 진짜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377 00:50:55,385 --> 00:50:58,139 거기 종일 있었는데 378 00:50:58,139 --> 00:51:00,098 점심시간 동안 379 00:51:00,098 --> 00:51:03,602 촬영을 놓친 것이 못내 아쉬웠다 380 00:51:03,602 --> 00:51:06,479 종업원들은 밀랍 제작품들 사이에 앉아 381 00:51:06,479 --> 00:51:08,481 싸 온 점심을 먹었고 382 00:51:08,481 --> 00:51:12,445 주위의 모형들과 꼭 닮은 음식이었다 383 00:51:12,445 --> 00:51:14,905 어쩌다 실수로 384 00:51:14,905 --> 00:51:17,282 밀랍을 먹을 뻔했다 385 00:53:29,372 --> 00:53:31,458 도쿄 탑 꼭대기에서 386 00:53:31,458 --> 00:53:34,211 친구인 베르너 헤어조크를 만났다 387 00:53:34,503 --> 00:53:36,588 호주로 가는 길에 일본에 며칠 388 00:53:37,047 --> 00:53:38,006 들른 참이었고 389 00:53:38,371 --> 00:53:39,591 이야기를 나눴다 390 00:53:39,779 --> 00:53:45,013 지금은 한마디로 남은 이미지가 많지 않아 391 00:53:45,368 --> 00:53:49,726 여기서 둘러보면 온통 빌딩 숲이고 392 00:53:49,726 --> 00:53:52,771 이미지라고 할 것도 없어 393 00:53:53,553 --> 00:53:57,359 삽 들고 고고학 작업이라도 할 판이야 394 00:53:57,588 --> 00:54:03,740 이 불쾌한 풍경 뒤에 395 00:54:04,053 --> 00:54:07,077 뭔가 남았는가 하고 396 00:54:07,390 --> 00:54:11,429 물론 위험이 따르는 일이지만 397 00:54:11,477 --> 00:54:13,145 기꺼이 감수하겠어 398 00:54:13,250 --> 00:54:17,477 지금 세상에선 그런 사람이 별로 없어 399 00:54:17,504 --> 00:54:24,260 필요한 일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400 00:54:24,260 --> 00:54:26,442 참다운 이미지가 부족한데 401 00:54:26,442 --> 00:54:28,947 꼭 필요한 이미지고 402 00:54:29,140 --> 00:54:34,062 우리 문명과 내적 자아의 조화를 이루게 하는 거야 403 00:54:34,364 --> 00:54:36,022 그래서... 404 00:54:36,450 --> 00:54:40,165 필요하다면 전쟁의 한복판에도 405 00:54:40,165 --> 00:54:42,737 뛰어들어야 해 406 00:54:44,270 --> 00:54:49,159 힘든 일이라도 불만은 없어 407 00:54:49,159 --> 00:54:53,163 8천 미터의 산정에라도 오르는 거야 408 00:54:53,163 --> 00:54:58,211 순수하고 명백하고 투명한 이미지를 구하러 409 00:54:58,420 --> 00:55:00,422 이젠 여기 없기 때문이야 410 00:55:01,350 --> 00:55:03,883 그래서 찾아 나서는 거야 411 00:55:03,883 --> 00:55:09,222 우주선 타고 화성이나 목성에라도 갈 거야 412 00:55:09,222 --> 00:55:12,809 그 왜 나사의 계획 중에 413 00:55:12,809 --> 00:55:16,896 스카이랩인가 아니, 스페이스셔틀 있잖아 414 00:55:17,355 --> 00:55:19,983 생물학자들을 태우고 간다잖아 415 00:55:19,983 --> 00:55:24,321 우주에서 신기술을 시험한다고 416 00:55:24,321 --> 00:55:27,364 카메라 들고 거기 함께 타는 거야 417 00:55:27,489 --> 00:55:30,149 이 땅에선 찾기가 쉽지 않아 418 00:55:30,149 --> 00:55:35,676 예전에 있었던 그 이미지들의 419 00:55:35,780 --> 00:55:38,543 투명성을 420 00:55:40,754 --> 00:55:43,965 어디든 갈 거야 421 00:55:45,550 --> 00:55:48,136 베르너의 말에 공감이 됐다 422 00:55:48,136 --> 00:55:50,138 투명하고 순수한 이미지의 탐사작업 423 00:55:50,451 --> 00:55:52,140 그러나 내가 찾으려는 이미지는 424 00:55:52,140 --> 00:55:54,142 오로지 이 아래 있었다 425 00:55:54,142 --> 00:55:56,645 혼돈의 도시 속에 426 00:55:56,645 --> 00:55:58,146 낭패스러움 속에서도 427 00:55:58,396 --> 00:56:02,150 도쿄는 인상적이었다 428 00:56:02,150 --> 00:56:05,737 오후에 신장개업한 디즈니랜드로 갔다 429 00:56:05,737 --> 00:56:08,198 시 외곽의 관문에 있었다 430 00:56:08,198 --> 00:56:09,644 그러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431 00:56:09,644 --> 00:56:10,742 이 놀이공원은 432 00:56:10,742 --> 00:56:13,745 캘리포니아의 정확한 재판이 아닌가 433 00:56:13,745 --> 00:56:15,205 차를 돌렸다 434 00:56:15,205 --> 00:56:18,541 더구나 비까지 뿌렸다 435 00:56:18,541 --> 00:56:20,543 후회 없는 결정이었다 436 00:56:21,044 --> 00:56:22,545 그 덕에 한 시립공원에서 437 00:56:22,785 --> 00:56:25,839 이 정도의 비는 아랑곳하지 않고 438 00:56:26,112 --> 00:56:28,531 미국식으로 노는 패들을 만났다 439 00:56:28,635 --> 00:56:29,906 로큰롤 440 00:56:30,010 --> 00:56:30,907 흔들고 흔들자 441 00:56:31,011 --> 00:56:33,013 이 밤이 지새도록 442 00:57:16,558 --> 00:57:19,394 다른 사랑은 바라지 않아 443 00:57:19,394 --> 00:57:23,888 베이비, 내 생각은 오직 너뿐이야 444 00:58:02,144 --> 00:58:04,146 읽고 쓸 줄은 몰라 445 00:58:04,146 --> 00:58:06,650 기타 하나는 끝내줘 446 00:58:06,650 --> 00:58:08,150 고, 고 447 00:58:08,150 --> 00:58:09,944 고, 자니, 고우 448 00:58:23,290 --> 00:58:26,293 당신의 빛깔로 날 칠해줘요 449 00:58:26,293 --> 00:58:28,295 당신 차의 빛깔로 450 00:58:32,299 --> 00:58:35,302 이게 바로 페퍼민트 트위스트야 451 00:58:37,304 --> 00:58:40,307 자, 이렇게 페퍼민트 트위스트 452 00:58:42,309 --> 00:58:46,313 여기저기 이쪽저쪽 453 00:58:46,313 --> 00:58:47,856 여름 454 00:58:48,315 --> 00:58:50,859 여행을 떠나요 455 00:58:51,318 --> 00:58:53,863 서핑 학교로 가요 456 00:58:54,321 --> 00:58:56,866 서핑, USA 457 00:58:56,866 --> 00:58:59,296 해거티와 스와미 458 00:58:59,869 --> 00:59:01,903 퍼시픽 팔리사데스 459 01:02:59,066 --> 01:03:01,527 그날 밤 프랑스의 영화감독이며 460 01:03:02,027 --> 01:03:04,530 고양이 애호가인 크리스 마커를 461 01:03:04,530 --> 01:03:06,782 신주쿠의 바에서 만났다 462 01:03:06,782 --> 01:03:11,203 자기 영화의 제목인 '방파제(La Jetée)'바에서였다 463 01:03:11,203 --> 01:03:14,206 얼마 뒤에 그의 아름다운 신작 464 01:03:14,206 --> 01:03:16,625 '태양 없이'를 보게 되는데 465 01:03:16,908 --> 01:03:19,169 거기에 담긴 도쿄의 이미지는 466 01:03:19,347 --> 01:03:23,172 카메라에 서툰 나로선 따라갈 수 없었다 467 01:03:24,173 --> 01:03:26,175 으레 사진작가들이 그렇듯 468 01:03:26,175 --> 01:03:28,637 크리스 마커는 찍히는 걸 싫어했지만 469 01:03:29,054 --> 01:03:31,598 오늘 밤엔 과감하게 470 01:03:31,598 --> 01:03:33,600 한쪽 눈을 보여줬다 471 01:04:35,037 --> 01:04:36,537 기차 472 01:04:38,040 --> 01:04:39,041 기차들 473 01:04:39,540 --> 01:04:42,543 오즈의 영화 속의 기차들 474 01:04:42,543 --> 01:04:44,046 한 작품 속에서 475 01:04:44,046 --> 01:04:46,547 적어도 한 번 이상 기차가 등장한다 476 01:06:30,693 --> 01:06:34,198 아쓰다 유하루는 오즈의 초기 무성 시절 477 01:06:34,198 --> 01:06:36,699 제2 촬영조수였다가 478 01:06:36,699 --> 01:06:38,701 뒤에 오랜 제1 조수였고 479 01:06:38,701 --> 01:06:41,205 결국 20년 가까이 480 01:06:41,326 --> 01:06:42,705 카메라맨으로 일했다 481 01:06:44,208 --> 01:06:47,710 오즈의 실내 작업방식을 보여줬는데 482 01:06:47,710 --> 01:06:50,214 구형 미첼 카메라를 구할 수 있었고 483 01:06:50,214 --> 01:06:53,716 오즈가 말년에 실제 사용하던 것과 484 01:06:53,716 --> 01:06:55,718 같은 형이었다 485 01:06:59,722 --> 01:07:02,725 오랜 시간에 걸쳐 오즈 야스지로는 486 01:07:02,863 --> 01:07:05,728 영상 표현기법을 점점 더 단순화시켰다 487 01:07:06,888 --> 01:07:08,731 초기작에서 보이던 488 01:07:09,233 --> 01:07:12,236 간헐적인 트래킹 샷과 팬을 489 01:07:12,236 --> 01:07:14,737 점차 줄여가다가 490 01:07:14,737 --> 01:07:18,741 마침내는 고정 카메라만으로 491 01:07:18,741 --> 01:07:20,244 늘 앉은 자세에서의 492 01:07:20,244 --> 01:07:22,161 눈높이로 찍었고 493 01:07:22,161 --> 01:07:24,747 늘 50밀리 렌즈만을 494 01:07:26,250 --> 01:07:27,500 사용했다 495 01:07:32,298 --> 01:07:34,799 이게 롱숏이나 미디엄 롱숏을 496 01:07:35,041 --> 01:07:37,802 찍을 때의 표준위치였어요 497 01:07:37,802 --> 01:07:38,761 아쓰다의 설명이었다 498 01:07:42,308 --> 01:07:44,310 클로즈업이나 미디엄 클로즈업 때는 499 01:07:44,310 --> 01:07:46,811 카메라를 늘 올렸어요 500 01:07:46,811 --> 01:07:48,813 이렇게 해서 오즈는 501 01:07:48,813 --> 01:07:51,816 카메라가 낮은 위치에서 502 01:07:51,816 --> 01:07:53,776 위아래로 클로즈업을 잡을 때 503 01:07:54,060 --> 01:07:56,821 상이 왜곡되는 걸 막으려 했어요 504 01:07:56,821 --> 01:08:00,326 그래서 잠깐일지라도 클로즈업 때는 505 01:08:00,326 --> 01:08:01,826 늘 카메라를 올렸어요 506 01:08:45,828 --> 01:08:48,831 이 카메라 지지대는 오즈의 고안품이지요 507 01:08:48,831 --> 01:08:50,833 아쓰다는 말했다 508 01:08:50,971 --> 01:08:54,337 야외촬영에서 카메라 위치를 509 01:08:54,337 --> 01:08:56,339 더 낮출 때라도 510 01:08:56,339 --> 01:08:57,840 이 삼발이를 사용했어요 511 01:09:09,103 --> 01:09:12,605 최단의 삼각대 위치에요 512 01:09:12,910 --> 01:09:15,608 그런데 오즈가 카메라를 더 낮추라면 513 01:09:15,608 --> 01:09:17,610 그때는 카메라맨이 514 01:09:17,610 --> 01:09:21,115 바닥에 엎드려 뷰파인더를 봐야 해요 515 01:09:21,115 --> 01:09:22,615 이렇게 해서 516 01:09:22,615 --> 01:09:24,617 수평 이동이 없도록 해요 517 01:10:19,048 --> 01:10:21,049 오즈는 촬영에 들어가면서 518 01:10:21,049 --> 01:10:23,051 조감독에게 카메라의 위치를 519 01:10:23,220 --> 01:10:25,595 지시해요 520 01:10:25,595 --> 01:10:26,554 다음에 카메라를 들여다보고 521 01:10:26,744 --> 01:10:29,599 조심스레 프레임을 결정해요 522 01:10:29,747 --> 01:10:31,601 '됐어' 하면 523 01:10:32,060 --> 01:10:36,064 조감독이 카메라를 그 자리에 고정해요 524 01:10:36,606 --> 01:10:40,610 이젠 아무도 카메라를 건드리지 못하고 525 01:10:40,768 --> 01:10:42,570 이건 철칙이었어요 526 01:10:54,082 --> 01:10:57,627 다음에 예행연습을 몇 번 하고 527 01:10:57,627 --> 01:11:00,088 오즈가 다시 뷰파인더를 보고 528 01:11:00,088 --> 01:11:02,632 배우들의 자리를 지시해요 529 01:11:03,633 --> 01:11:05,593 마지막 정리가 끝나고 530 01:11:05,593 --> 01:11:09,597 카메라의 위치가 최종 결정되면 531 01:11:09,597 --> 01:11:11,599 이제부터 모두 아주 조심해야지 532 01:11:11,831 --> 01:11:15,061 괜히 부딪히기라도 하면 533 01:11:15,061 --> 01:11:18,064 자리가 틀어져요 534 01:11:18,064 --> 01:11:20,350 정말 굉장히 신경 썼어요 535 01:11:33,079 --> 01:11:35,623 아쓰다는 말을 이었다 536 01:11:35,623 --> 01:11:38,960 오즈는 야외촬영을 싫어했어요 537 01:11:38,960 --> 01:11:42,839 특히 사람들이 모여들거나 하면 538 01:11:42,839 --> 01:11:46,426 그래서 구경꾼들이 모이기 전에 539 01:11:46,793 --> 01:11:49,262 아주 재빨리 찍었어요 540 01:12:12,660 --> 01:12:14,662 오즈가 기념으로 541 01:12:15,663 --> 01:12:17,123 자기 초시계를 줬는데 542 01:12:17,386 --> 01:12:19,584 좀 있다 보여드리지요 543 01:12:19,584 --> 01:12:22,086 제게 있는 유일한 유품이에요 544 01:12:26,507 --> 01:12:28,635 진행 여직원이 늘 시간을 재면서 545 01:12:28,635 --> 01:12:31,095 오즈를 따라다녔어요 546 01:12:31,095 --> 01:12:34,140 후반에 녹음 작업을 할 때 547 01:12:34,278 --> 01:12:36,142 찰칵찰칵 소리가 들리고 548 01:12:36,643 --> 01:12:41,147 음향 기술자는 매번 물었어요 549 01:12:41,147 --> 01:12:45,151 이게 무슨 소리냐고 550 01:12:45,151 --> 01:12:47,153 오즈는 정확한 시간을 551 01:12:47,153 --> 01:12:50,657 아주 중요하게 여겼어요 552 01:12:50,657 --> 01:12:52,659 장면마다 시간을 재고 553 01:12:52,659 --> 01:12:54,911 러시 필름을 보면서 554 01:12:54,911 --> 01:12:57,113 다시 시간을 쟀어요 555 01:13:13,096 --> 01:13:15,698 이 구닥다리를 애용했는데 556 01:13:16,115 --> 01:13:18,618 보기 좀 그렇지요? 557 01:13:18,826 --> 01:13:21,784 이 돗자리를 팔에 낀 채 뛰어다녔어요 558 01:13:23,108 --> 01:13:25,066 아주 힘들었어요 559 01:13:56,556 --> 01:13:58,056 이게 그 초시계고 560 01:13:58,056 --> 01:14:00,560 오즈가 특별히 주문한 거예요 561 01:14:00,560 --> 01:14:03,563 오랫동안 쓰시던 거예요 562 01:14:03,563 --> 01:14:06,064 이걸로 시간을 쟀어요 563 01:14:06,064 --> 01:14:08,568 매 장면 삽입 장면까지 564 01:14:10,068 --> 01:14:12,572 붉은 선은 35밀리 표준규격의 565 01:14:12,803 --> 01:14:15,575 미사용 필름 길이를 나타내고 566 01:14:15,575 --> 01:14:18,076 중간선은 그 간격 567 01:14:18,076 --> 01:14:20,580 세 번째가 60밀리 규격의 568 01:14:20,580 --> 01:14:22,080 필름용이에요 569 01:14:24,211 --> 01:14:27,045 오즈는 이 초시계를 활용해 570 01:14:27,045 --> 01:14:29,589 프레임 사이의 571 01:14:29,589 --> 01:14:32,090 정확한 시간을 쟀어요 572 01:14:32,090 --> 01:14:34,092 한번 보세요 573 01:15:08,543 --> 01:15:12,048 아쓰다에게서 오즈의 대본 원본을 574 01:15:12,048 --> 01:15:14,050 며칠간 빌렸다 575 01:15:14,050 --> 01:15:18,054 경건하게 펼쳤지만 속수무책이었다 576 01:15:18,054 --> 01:15:20,555 단 한 글자 제목조차 577 01:15:20,555 --> 01:15:22,058 해득할 수 없었다 578 01:15:49,836 --> 01:15:51,838 얼마나 조수로 계셨습니까? 579 01:15:55,590 --> 01:15:58,094 시종일관이요 580 01:15:58,305 --> 01:16:00,595 조수로는 15년이요 581 01:16:08,603 --> 01:16:10,772 그리고 오즈의 카메라맨이 됐습니까? 582 01:16:10,772 --> 01:16:11,773 네 583 01:16:14,277 --> 01:16:15,610 어떻게 됐습니까? 584 01:16:21,034 --> 01:16:23,036 아주 간단해요 585 01:16:23,535 --> 01:16:27,789 '이제 이 일을 해라' 하셨어요 586 01:16:27,789 --> 01:16:29,751 과묵한 분이셨어요 587 01:16:31,294 --> 01:16:33,128 저는 '감사합니다' 했고 588 01:16:36,633 --> 01:16:40,093 지금도 오즈에게 감사드리고 있어요 589 01:16:50,647 --> 01:16:53,148 카메라를 맡게 됐고 590 01:16:53,148 --> 01:16:55,610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니라 591 01:16:56,151 --> 01:16:59,112 가슴 뿌듯한 일이었어요 592 01:17:02,115 --> 01:17:05,577 이미 조수 생활을 통해 593 01:17:06,079 --> 01:17:08,038 존경심이 두터워졌어요 594 01:17:08,038 --> 01:17:10,582 당시에 다른 조수들은 595 01:17:10,582 --> 01:17:12,584 오래전에 카메라맨이 됐는데 596 01:17:12,584 --> 01:17:16,089 저만 오즈 밑에서 계속 조수였어요 597 01:17:16,089 --> 01:17:18,091 하루는 이러셨어요 598 01:17:18,145 --> 01:17:21,094 '이제 곧 카메라맨이 될 텐데' 599 01:17:21,094 --> 01:17:23,096 '왜 참을성이 없느냐' 600 01:17:23,096 --> 01:17:25,597 '대갓집의 개가 되려고?' 601 01:17:28,101 --> 01:17:30,103 그분 작품을 알아봤어요 602 01:17:30,602 --> 01:17:33,106 많은 동료는 돈을 더 벌었어요 603 01:17:33,106 --> 01:17:35,065 우선 뉴스 카메라맨을 하면 604 01:17:35,065 --> 01:17:36,985 봉급이 셌어요 605 01:17:36,985 --> 01:17:38,987 하지만 그대로 있었어요 606 01:17:39,444 --> 01:17:42,447 오즈의 곁에 남고 싶었고 607 01:17:42,649 --> 01:17:43,992 제 본심이었어요 608 01:17:49,246 --> 01:17:51,248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609 01:17:51,248 --> 01:17:54,251 오즈와 많이 상의했나요? 610 01:17:54,251 --> 01:17:58,255 아니, 별로 상의는 없었어요 611 01:17:58,255 --> 01:18:01,258 그냥 간단하게 몇 마디 주고받았고 612 01:18:01,258 --> 01:18:03,760 길지는 않았어요 613 01:18:03,760 --> 01:18:06,763 감독의 일에 관해 614 01:18:06,763 --> 01:18:09,726 제가 할 말이 있나요 615 01:18:09,726 --> 01:18:12,312 그나마 이건 물어봤어요 616 01:18:12,312 --> 01:18:14,813 촬영 기간이 얼마나 되느냐 617 01:18:14,813 --> 01:18:18,942 몇 주냐, 몇 달이냐 일 년이냐 618 01:18:18,942 --> 01:18:22,447 조명 때문이었어요 619 01:18:22,447 --> 01:18:26,451 계절 문제가 있으니까 620 01:18:26,451 --> 01:18:29,953 오가와가 자기 작품을 보여준 뒤론 621 01:18:29,953 --> 01:18:33,957 50밀리 렌즈 외에는 안 쓰셨어요 622 01:18:33,957 --> 01:18:35,959 이러신 게 기억나요 623 01:18:35,959 --> 01:18:38,962 '오가와, 왜 자꾸' 624 01:18:38,962 --> 01:18:40,465 '40밀리를 쓰라고 해?' 625 01:18:40,465 --> 01:18:43,967 '내가 50밀리를 선호하는지 알면서' 626 01:18:43,967 --> 01:18:46,428 나중에 제가 언젠가 627 01:18:46,428 --> 01:18:48,889 딴 렌즈로 장면을 한번 보시라고 여쭸어요 628 01:18:48,889 --> 01:18:51,475 단 한 번 629 01:18:51,475 --> 01:18:54,478 뷰파인더를 통해 보시더니 630 01:18:54,478 --> 01:18:57,439 '생각대로 50짜리만 못 해' 631 01:18:59,983 --> 01:19:02,986 아차 하고는 다시 50밀리로 632 01:19:02,986 --> 01:19:04,988 갈아 끼웠어요 633 01:19:04,988 --> 01:19:06,490 그날 이후 634 01:19:06,490 --> 01:19:09,993 다신 딴소리 한 적이 없어요 635 01:19:15,999 --> 01:19:18,001 광각렌즈를 쓰면 636 01:19:18,001 --> 01:19:20,504 양쪽 상면이 확장되어요 637 01:19:20,504 --> 01:19:23,507 높이도 그렇고 638 01:19:23,507 --> 01:19:26,970 하지만 오즈의 취향은 아니었어요 639 01:19:26,970 --> 01:19:29,012 무성영화 시대에서 640 01:19:29,012 --> 01:19:32,516 유성으로 변화를 겪으면서 641 01:19:32,516 --> 01:19:34,978 프레임의 폭이 좀 좁아졌어요 642 01:19:34,978 --> 01:19:37,521 녹음 부문을 덧붙이느라 643 01:19:37,521 --> 01:19:40,524 전에는 음화 전체를 썼는데 644 01:19:40,524 --> 01:19:42,526 더는 아니었어요 645 01:19:42,526 --> 01:19:45,946 이게 구도 감각에 영향을 미쳤나 봐요 646 01:20:04,548 --> 01:20:07,050 조명은 제게 일임하셨어요 647 01:20:09,219 --> 01:20:11,638 아버지가 나오는 영화에서 648 01:20:11,638 --> 01:20:13,223 결말부에 이르러 649 01:20:13,223 --> 01:20:16,727 임종하게 되잖아요? 650 01:20:16,727 --> 01:20:17,728 병실의 조명을 651 01:20:17,825 --> 01:20:20,230 햇빛이 빛나듯이 652 01:20:20,230 --> 01:20:22,733 아주 밝게 했어요 653 01:20:22,733 --> 01:20:25,235 병원이란 장소가 654 01:20:25,235 --> 01:20:29,740 슬픔으로 가득해도 밖은 안 그래요 655 01:20:29,740 --> 01:20:33,243 그래서 병실을 강렬한 빛으로 채웠어요 656 01:20:36,747 --> 01:20:38,749 오즈가 돌아보더니 657 01:20:38,749 --> 01:20:40,250 '자네가 했나?' 658 01:20:40,250 --> 01:20:41,251 '어째서?' 659 01:20:41,251 --> 01:20:43,754 '과히 나쁘지 않군' 660 01:20:43,754 --> 01:20:47,257 솔직히 대답했어요 661 01:20:47,257 --> 01:20:51,261 노인을 어둠 속에서 죽게 하고 싶지 않아 662 01:20:51,261 --> 01:20:53,263 임종의 순간에 663 01:20:53,263 --> 01:20:54,765 빛으로 둘러쌌다고 664 01:20:59,770 --> 01:21:01,772 그대로 찍었고 665 01:21:01,772 --> 01:21:04,274 그게 오즈의 칭찬이었어요 666 01:21:07,277 --> 01:21:09,780 보통은 통 말이 없으셨어요 667 01:21:09,780 --> 01:21:11,281 촬영이 어떻다든지 668 01:21:11,281 --> 01:21:13,784 맘에 든다든지 669 01:21:13,784 --> 01:21:16,286 이런 말씀 하신 적이 없어요 670 01:21:16,286 --> 01:21:19,289 '잘 찍었군' 671 01:21:19,289 --> 01:21:21,959 며칠 뒤에 한 번 더 그러시더군요 672 01:21:21,959 --> 01:21:25,462 '저번 거 나쁘지 않았어' 673 01:21:25,462 --> 01:21:27,464 원래 그분이 그러셨어요 674 01:21:31,969 --> 01:21:33,971 한번은 물으셨어요 675 01:21:33,971 --> 01:21:35,472 애인이 있느냐고 676 01:21:35,472 --> 01:21:38,976 대답했어요 '네, 그런데 발이 셋이에요' 677 01:21:38,976 --> 01:21:42,853 '늘 등에 메고 다녀요' 678 01:21:42,853 --> 01:21:46,024 제 삼각대 이야기였고 679 01:21:46,525 --> 01:21:49,027 그게 서로 간의 농담이 됐어요 680 01:21:49,528 --> 01:21:51,530 '애인이 삼발이라고' 681 01:21:52,030 --> 01:21:53,532 놀리셨어요 682 01:21:53,532 --> 01:21:56,034 '그만하면 미인이고 아주 귀엽지' 683 01:22:12,551 --> 01:22:15,053 그분을 아주 좋아했어요 684 01:22:15,053 --> 01:22:18,515 임종하실 때 절절한 마음이었고 685 01:22:18,515 --> 01:22:20,017 그분도 아셨어요 686 01:22:22,519 --> 01:22:27,024 어떻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687 01:22:27,024 --> 01:22:30,569 한 감독 곁을 지킨 카메라맨은 688 01:22:30,569 --> 01:22:33,071 아마 저뿐일 거예요 689 01:22:33,572 --> 01:22:36,575 조수로부터 시작해서 690 01:22:36,575 --> 01:22:40,037 그렇게 기나긴 세월 동안 691 01:22:40,037 --> 01:22:43,582 생색내자는 소리가 아니에요 692 01:22:43,814 --> 01:22:45,453 오즈와 함께 한 건 693 01:22:45,453 --> 01:22:47,912 제 자랑이자 기쁨이었어요 694 01:23:06,605 --> 01:23:08,482 실내장면은 늘 세트였지 695 01:23:08,482 --> 01:23:11,568 야외로 안 나갔어요 696 01:23:11,568 --> 01:23:15,572 예외가 있다면 기차 장면이었어요 697 01:23:15,572 --> 01:23:19,034 기차 안 장면을 찍을 땐 698 01:23:19,576 --> 01:23:23,120 오즈에게 그랬어요 '세트 아닌 아무거나요' 699 01:23:25,122 --> 01:23:26,123 그러면 수긍하셨어요 700 01:23:28,125 --> 01:23:29,251 딴 건 몰라도 701 01:23:29,795 --> 01:23:32,798 기차 장면은 세트에서 잘 안돼요 702 01:23:33,051 --> 01:23:36,802 그 흔들림이 나오질 않아요 703 01:23:36,802 --> 01:23:40,806 그래서 진짜 기차 안에서 찍자고 한 거예요 704 01:23:40,806 --> 01:23:42,349 분명히 말하지만 705 01:23:42,349 --> 01:23:44,810 전후 오즈 영화의 706 01:23:45,001 --> 01:23:46,812 모든 기차 장면은 진짜예요 707 01:23:55,237 --> 01:23:58,240 장소를 물색하는데 시간이 많이 들었어요 708 01:23:58,240 --> 01:24:00,157 차를 쓴 적이 없었고 709 01:24:00,534 --> 01:24:03,619 늘 걸어 다녔어요 710 01:24:05,621 --> 01:24:09,126 그러면서 이런 농담을 했어요 711 01:24:09,126 --> 01:24:12,169 '장소 찾다가 골병들겠네' 712 01:24:33,649 --> 01:24:36,652 이게 마지막 질문입니다 713 01:24:36,652 --> 01:24:37,653 네 714 01:24:39,156 --> 01:24:41,116 오즈의 사후에 다른 감독과도 715 01:24:41,116 --> 01:24:42,658 일했습니까? 716 01:24:44,578 --> 01:24:45,661 네, 했어요 717 01:24:47,164 --> 01:24:50,666 하지만 아주 처치 곤란이었어요 718 01:24:50,666 --> 01:24:53,669 한참 동안 멍해 있었어요 719 01:24:55,671 --> 01:24:57,174 '내가 왜 이러지?' 하면서 720 01:24:58,674 --> 01:25:01,178 잠시 일을 계속했지만 721 01:25:01,178 --> 01:25:03,639 일에 흥이 안 났어요 722 01:25:03,639 --> 01:25:07,099 함께 일한 감독도 그렇고 723 01:25:07,476 --> 01:25:08,782 뭔가 허전했어요 724 01:25:12,064 --> 01:25:15,484 오즈는 제 진가를 알아줬고 725 01:25:15,484 --> 01:25:18,444 저도 최선을 다했어요 726 01:25:18,904 --> 01:25:20,906 다른 사람과는 727 01:25:20,906 --> 01:25:22,908 그 진수가 사라졌어요 728 01:25:37,463 --> 01:25:40,424 오즈에게 신세를 졌어요 729 01:25:40,424 --> 01:25:42,468 외로운 기분이 들어요 730 01:25:44,470 --> 01:25:45,471 그만하지요 731 01:25:47,933 --> 01:25:48,934 감사해요 732 01:25:50,476 --> 01:25:53,479 네, 외로워져요 733 01:25:54,940 --> 01:25:57,483 그 기백이란 걸 734 01:25:57,483 --> 01:25:59,945 딴 사람들은 잘 몰라요 735 01:26:02,488 --> 01:26:05,491 그래서 사람들이 736 01:26:05,491 --> 01:26:09,955 같이 일하고 좋아한 거예요 737 01:26:10,496 --> 01:26:12,958 감독 이상이셨어요 738 01:26:13,499 --> 01:26:14,960 왕 같으셨어요 739 01:26:14,960 --> 01:26:17,503 이 말을 들으면 740 01:26:17,503 --> 01:26:18,964 기뻐하실 거예요 741 01:26:21,507 --> 01:26:23,509 내가 오늘 왜 이러지 742 01:26:25,971 --> 01:26:27,973 그만하지요 743 01:26:27,973 --> 01:26:29,515 좀 혼자 있게 744 01:26:31,517 --> 01:26:32,977 죄송합니다 745 01:26:34,979 --> 01:26:38,442 오즈 야스지로는 좋은 분이셨어요 746 01:29:06,478 --> 01:29:10,274 서운하시겠어요 이렇게 혼자 남겨놓고 747 01:29:11,077 --> 01:29:13,715 너무나 갑작스레 748 01:29:14,347 --> 01:29:17,312 고집이 셌는데 749 01:29:17,416 --> 01:29:19,742 이렇게 갈 줄 알았으면 750 01:29:19,846 --> 01:29:24,215 생전에 좀 더 잘 해주는 건데 751 01:29:24,319 --> 01:29:28,980 혼자 있으니 하루가 기네요 752 01:29:29,084 --> 01:29:33,491 적적하시겠죠 얼마나 서운하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