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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막 : 이 종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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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6월 23일 화요일 오전 9시
기온은 11도입니다

 

주요 뉴스를 전해드리겠습니다

 

바로 녹스빌에서의 비극이죠

 

이틀 전인 6월 21일 일요일 아침

 

라이플총을 소지한 한 남성이
녹스빌 침례 대학에

 

침입했습니다

 

시계탑에 올라
아래 구경꾼들에게 총격을 가했죠

 

사망자만 13명에
26명이 중상을 입었습니다

 

레이건 대통령과 영부인은
오늘 오후 녹스빌을 방문해

 

유가족들을 위로할 예정입니다

 

경찰이 범인의 신상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익명의 제보에 의하면
구금 중인 용의자는

 

17살 소년이라고 합니다

 

녹스빌 참사 후속 보도
이어가겠습니다

 

" 지옥의 기계 "

 

"남캘리포니아, 25년 뒤"

 

"브루스 코번, 캘리포니아
알마스 페르디다스 1544"

 

"당신 덕분에…"

 

"멘토"

 

"윌리엄 듀켄트로부터"

 

윌리엄 듀켄트 씨 들으세요

 

듀켄트 씨

 

저 브루스 코번입니다

 

그쪽이 보낸 편지를 보고
연락한 거예요

 

날 어떻게 찾았나 모르겠지만

 

예전 에이전트한테
주소를 받거나 했겠죠

 

그 정보는 원래
공유되면 안 되는 겁니다

 

그렇긴 해도
그쪽이 보낸 편지를 보니

 

날 상당히 잘 알더군요

 

짐작하건대

 

내 작품을 논할 때
내가 어쩌는지도 잘 알겠죠?

 

난 인터뷰 안 합니다, 계속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어쨌든

 

집필 잘하시길 바랍니다

 

텅 빈 페이지가
공포스러울 때도 있지만

 

뭐 잘해 봐요

 

"지옥의 기계 - 코번"

 

"친애하는 코번 씨에게"

 

"제1장"

 

"브루스 코번, 캘리포니아
알마스 페르디다스 1544"

 

"윌리엄 듀켄트, 콜로라도
애스펀 하이랜드길 53"

 

듀켄트 씨, 또 연락하네요
브루스 코번입니다

 

난 전화 한 통을 하려면

 

22km나 떨어진
공중전화 부스까지 와야 해요

 

난 예의 바르게만 군 것 같은데요

 

당신이 무슨 책을 쓰든

 

그걸 돕는 데는 별 관심 없어요

 

제대로 안 전해진 것 같으니
확실히 말하죠, 꺼져요

 

당신 편지 다발은
불쾌하고 무례할 뿐입니다

 

그러니 제발 그만 보내요

 

내 우편함도 없애버릴까 봐요

 

그럼 그쪽 수고도 덜겠죠

 

한 가지 더요

 

왜 차기작 안 쓰냐고
나한테 계속 물어보는데

 

81년 6월 21일 녹스빌 일 때문이죠
그것도 이미 알잖아요

 

"사유지
무단출입 금지"

 

썩을

 

"백만 부 돌파 축하드려요!"

 

"올해의 책 - 1981년"

 

며칠 전 우리 집 앞에
소포가 와 있더군요

 

특정 타자기용
잉크 리본이 든 박스였어요

 

내가 집필 당시 쓰던
타자기 말이에요

 

나에 관해 알려진 것 중
몇 가지는 사실이란 걸 알아두세요

 

누군가 내 사유지에
함부로 드나드는 게 눈에 띄면

 

즉시 사살할 겁니다

 

협박이 아니에요

 

사실일 뿐이죠

 

그러니 나와 내 집에
접근하지 마시오

 

굳이 내 말의 진의를
확인하려 들지도 마시고

 

조국에 신의 가호가 있기를

 

저기 작은 것도 두 병 주세요

 

 

Zwei, funf, sechs,

 

sechs, zwei, neun.

 

Eins, eins, funf, eins.

 

"타코 - 팔렸음"

 

"키코 - 팔렸음"

 

"사울"

 

사울이라

 

히브리 성서에 따르면
사울은 이스라엘의 첫 왕이었어

 

그건 몰랐을 거다

 

블레셋과 싸우던 중

 

사울 왕은 포로가 되지 않으려고
자신의 검 위로 몸을 던졌어

 

범상치 않은 탈출법이지

 

사울, 사울!

 

브루스 코번이에요?

 

아마도요, 편지 발신인이 누구죠?

 

윌리엄 듀켄트라네요

 

제가 받기 싫다면요?

 

우체국에 와서
서류 몇 장 써야 할걸요?

 

- 저는 권한이 없어서…
- 그 통에 둘래요?

 

거기다 다 넣어요

 

- 전부요?
- 또 올 텐데요, 뭐

 

"라피도 택배 송달"

 

- 브루스? 맞아?
- 제리

 

- 얼마 만이지?
- 누구한테 흘린 거야?

 

- 뭐?
- 내 주소 누가 또 알아?

 

- 무슨 소리야?
- 네 회계사나 비서라든가

 

브루스, 당신에 대해 아는 건
오로지 나뿐이야

 

그러기로 했잖아

 

- 별일 없는 거지?
- 그래

 

- 끝내주게 잘 지내
- 좋아

 

뭐라고 할진 아는데
그래도 한번 들어봐

 

출판사에서 신판을 내자더라
특별 기념판으로

 

서문을 적어줄 수 없겠냬

 

몇 자면 돼

 

당신 아직 안 죽었다고
세상에 알릴 정도로만

 

얼마나? 얼마나 쓰면 되는데?

 

몇 장 채울 정도면 돼

 

생각해 볼게

 

당신 정말

 

내가 만나지도 못한 사람 중
가장 끈질긴 사람이네요

 

자필 편지를 90장이나 보내다니

 

보통 수고스러운 일이 아닌데

 

그래도 이제 그만 보내요

 

한때 난 영향력 있었지만
많은 사람에겐

 

그들 환상 속의 영웅을
대변해 줄 수단에 불과했어요

 

강요나 다름없었죠
근데 그거 알아요?

 

내 생각은

 

내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당신도
세상 밖으로 나가서

 

스스로 발견을 하고
자신의 감각을 믿으란 말입니다

 

누구 영감이나 돼주려고
내가 있는 게 아니라고요

 

뮤즈 자리도 사양하겠어요

 

젠장

 

만약에 말이죠

 

하나만 꼽아봐요

 

인류만이 지닌 특징이 뭘까요?

 

A. 언어, B. 도구

 

C. 복종

 

내 생각엔 복종 같거든요

 

우린 사회적 동물이잖아요
안 그래요?

 

서로 사이좋게 지내도록 진화했죠

 

보통 상대 의견에 동조하는 쪽으로

 

하지만 복종에 대해
오만함을 내비치는 생물도

 

인간뿐이에요
그렇게 생각하죠? 안 그래요?

 

예를 들어볼게요
지구 평면론 동조론자

 

평평한 지구 학회는
별생각 없이 구는 곳이죠

 

지구는 둥글다는 걸
시사하는 점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게 진짜로
둥글다는 증거가 되진 않잖아요?

 

잘 따져 보면 대부분은

 

지구가 둥글게 나온 사진을
본 것뿐이라고요

 

당신이나 나나
직접 겪은 지구는 평평하잖아요

 

평평 그 자체

 

좀 언덕지긴 했죠

 

언덕진 지구 학회에
한 표 던질까 봐요

 

막상 평평한 지구 학회는
이 정도로 고민도 안 했을걸요

 

누가 봐도 평평하고

 

둥글면서 언덕지죠

 

다른 모양도 다 있고

 

브루스 코번이에요
아까 전화에 대해 할 말이 있어서

 

나한테 편지 그만 써요
그만, 알겠죠?

 

좋은 아침이네요

 

♪ My old friend, he don't
Think or feel a thing ♪

 

♪ He asks me
To wear his ring... ♪

 

시내에 모임이 몇 개 열려요

 

관심 있으시면
알려드릴 수도 있어요

 

없어요? 그래요

 

알겠어요

 

댁에 모셔다드릴
필요 없는 거 아시죠?

 

이대로 서로 직행해서
해결하는 방법도 있어요

 

- 죄목이 뭔데요?
- 공공장소 주취요

 

- 전화 부스에 있었는데요
- 공공 재산이니까요

 

코번 씨, 어디서 들어봤다 했더니

 

유명인이죠?

 

'지옥의 기계' 작가 잖아요

 

고등학생 때 학교에서
못 읽게 했던 기억이 나네요

 

녹스빌 일 때문이었죠

 

진짜 그 책 작가 맞아요?

 

그 사람이 내 차 안에 있다니!

 

놀랍네요

 

놀라워요

 

맨슨이 살인을 롤링 스톤스 탓으로
돌리지 않았나요?

 

- 비틀스예요
- 네?

 

롤링 스톤스가 아니라
비틀스였다고요

 

아, '헬터 스켈터'란 곡이었죠

 

그 인간은 아주
제대로 미친 놈이라니까요

 

미친 것들은 항상
광기의 구실을 찾아요

 

노래든 말하는 강아지든

 

책도 그렇고

 

Funf, vier, eins, eins.

 

Sechs, eins, zehn.

 

Zwei, eins, eins, eins.

 

스톡 카 경주 좋아해요?

 

- 아뇨, 딱히요
- 저도예요

 

제 남동생은 광팬이었죠

 

10년 전에 카슨시티 외부 팀들의
타이어를 가는 일을 했어요

 

'흙과 대화하는 자'라고 불렸죠

 

트랙을 눈으로 훑기만 해도

 

어떤 타이어가 좋을지
바로 알았거든요

 

챔피언십 포인트가 걸려 있던
시즌 마지막 경기 때

 

트랙은 진창 그 자체였어요

 

차들이 여기저기 미끄러지자
제 남동생은 드라이버를 불러들여

 

타이어를 교체하자고 했어요

 

근데 12바퀴를 돌고 나서
뒤 타이어가 터져버렸어요

 

제어가 불가능해진 거예요

 

결국 연쇄 추돌이 일어났죠
계속해서 박고

 

드라이버 4명이 죽었어요

 

그래서 조사를 진행했는데

 

타이어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는 거예요

 

그냥 터진 거죠

 

레이싱에선
그런 일이 그냥 생기는 거예요

 

- 남동생은 어떻게 됐어요?
- 레이싱을 관뒀죠

 

몇 년간 여러 재활 시설을
전전하고요

 

이젠 월마트에서
야간 매니저로 일해요

 

안타깝죠
레이싱을 참 좋아했거든요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일까?

 

모든 주인공이라면 결말에서

 

이 질문에 답해야 해

 

만약 여러분의 주인공이

 

마지막 장까지 자신의 존재나
자신의 신념에 대한

 

카타르시스적 자각에
도달하지 못했다면

 

안타깝게도 여러분은 독자를

 

실망시킨 거나 마찬가지야

 

"지옥의 기계
서문 - 브루스 코번"

 

"처음 이 책을 쓰기 시작했을 때"

 

할 얘기가 하나도 없으면요?

 

그럼 깊게 파고들지 않은 거야

 

깊게 파 들어가

 

자신의 캐릭터가
걸어갈 길을 놓을 땐

 

미리 닦아놓아선 안 돼
쉬워선 안 되지

 

왜냐면 스스로에 대해 깨닫는 건

 

영영 불가능한 숙제거든

 

사과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어요

 

지나간 일에 연연하지 않고
기대로만 가득할 때

 

삶은 가장 아름답거든요

 

반면에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면

 

진실성이 올라간다는
장점도 있어요

 

그런 점에서, 죽이겠다고
말한 건 미안해요

 

정확히 죽이겠다고는 안 했지만

 

분명히 그렇게 암시를 했잖아요

 

그런 연유로

 

회개하는 의미에서
선물을 제안하려고 해요

 

그쪽 책에 대한 추천서예요

 

이렇게 써줘요

 

'윌리엄 듀켄트는
천하의 골칫덩어리입니다'

 

'하지만 근성만큼은 뛰어나죠'

 

'내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브루스 코번'
여기까지예요

 

메리 크리스마스예요
그런 걸 믿을 때 얘기지만

 

혹시 드라이브를 좋아하면

 

이 근방에 '카사 세구라'라고
자그마한 카페가 있거든요

 

62번 도로 벗어나면 바로예요

 

금요일 아침에 올 일이 생기면

 

11시쯤에
내가 거기 있을 수도 있겠네요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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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되었습니다

 

- 리필해 드려요?
- 네, 감사합니다

 

"집필 잘하시길 바랄게요
- 브루스 코번"

 

"추신, 이베이에 팔기만 해봐요!"

 

이제야 왔네

 

늦어서 미안해

 

솔직히 말하죠

 

그쪽을 바람맞힐 속셈이었는데

 

며칠 지나고 나니
생각이 들었단 말이죠

 

'그냥 깔끔히 끝내버리자'

 

그러니 바람맞고 나서
내가 얼마나 놀랐겠어요?

 

지난주 내내
편지 한 통도 안 보냈더군요

 

메시지가 잘 전달된 것 같아
다행이죠

 

다른 희생양을 찾아 나선 거겠죠?

 

아, 책에다가
문구는 그대로 써도 돼요

 

그쪽이 얻어낸 거니까

 

그럼 이게 마지막이겠네요
듀켄트 씨

 

잘 지내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수거한 날 배달을 진행해요

 

당일 샌디에이고까지
배송을 원하시면

 

- 가능합니다
- 수거를 해 가는군요?

 

고객님들에겐
그 편이 더 편하거든요

 

이 봉투를 어디서 수거했는지
알아야겠어요

 

전에도 이용하셨잖아요
어떠셨어요?

 

끈질기던데요

 

그런가요? 반송처 주소는요?

 

콜로라도 애스펀이요

 

콜로라도 애스펀요?
그렇게 멀리까진 안 나가는데

 

어딘가에선 수거를 했을 거잖아요

 

네, 보통 그런 식이니까요

 

나한테 줄 수 있는 장소가
있을 거 아닙니까?

 

대단히 죄송하지만

 

저희는 고객분들의
사생활 보호에 민감해서요

 

회사 방침이 그렇습니다
이해해 주시죠

 

이해해요

 

하지만 그 주소가 필요해요

 

아무것도 안 뜨는데요?

 

- 수거도 배송도 없었어요
- 착오가 있었겠죠

 

어디서 나셨다고요?

 

당신네 기사요
집에 이런 게 100개는 더 있어요

 

- 저희 기사가 배송했다고요?
- 네, 빨간 해치백 차량을 몰고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저희 기사들은
이 차량만 사용합니다

 

내내 날 엿 먹여?
그 망할 놈이!

 

해치백 좋아하네!

 

코번 씨?

 

괜찮으세요?

 

- 번호판은 못 봤고요?
- 네

 

콜로라도, 네바다, 텍사스
다 다르게 생겼거든요

 

아예 못 봤어요

 

덩치가 컸어요, 말랐어요?
키가 작다거나 크거나

 

- 몰라요
- 설마요

 

- 기억나는 게 있겠죠
- 안 나요, 됐어요?

 

제대로 쳐다보질 않아서…

 

저도 도와드릴 필요 없거든요
오늘 비번인데

 

차라리 서로 가셔서…

 

머리가 길었던 것 같아요

 

좀 어두운 갈색이었던 것 같은데

 

그 편지들은요?
내용이 뭐였어요?

 

작가 지망생이랬고
별 내용 없었어요

 

그럼 살해 협박보단
팬레터에 가까웠겠네요

 

내 집을 잘 아는 놈이라니까요

 

당신 책을 읽은 그 남자는요?

 

- 녹스빌 총기 난사범요
- 그 사람은 아니에요

 

어떻게 확신해요?

 

뉴멕시코의
최고 보안 등급 교도소에서

 

썩어가고 있으니까요
아닌 거 확실해요

 

- 집에 가도 돼요?
- 그럼

 

서에 들러서
이 콜로라도 주소 돌려볼게요

 

모텔도 몇 군데 들러서
빨간 해치백 차량이 왔는지도

 

- 알아보죠
- 네

 

한 가지 물어볼게요

 

혹시 당신과 원한 관계인
사람이 있나요?

 

아뇨

 

알겠어요, 그만 가자!

 

상황이 바뀌는 게 있으면 연락해요

 

"알마스 페르디다스 경찰
로라 히긴스 경관"

 

걱정 말고요, 코번 씨

 

아이스크림 먹는 거 맞죠?

 

아니, 생선이나 몇 마리 살 거야

 

- 날생선으로
- 우웩, 아이스크림이 좋은데

 

"윌리엄 듀켄트"

 

"윌리엄 듀켄트 검색 결과
일치하는 서류가 없습니다"

 

"콜로라도 애스펀 하이랜드길 53"

 

"애스펀 민가 화재 방화 용의자"

 

소방 당국은
애스펀 교외의 민가에

 

고의로 불을 낸 흔적을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웃들은 그 집이
수십 년간 버려져 있었으며

 

이 하이랜드길 53번지에는

 

국가적 참사의 핵심 인물인
소위 '악마'가 살았다고 합니다

 

1981년 6월
17세의 드와이트 터퍼드는

 

애스펀 집에서 23시간을 운전해
테네시 녹스빌로 향했습니다

 

그런 뒤 드와이트는

 

불과 몇 분 안에 13명을 살해하고
20명 넘는 이들에게 상해를 입히며

 

끔찍한 일을 저질렀죠

 

캠퍼스 중앙의 시계탑에서

 

밑에 있던 민간인에게
고성능 라이플을 겨눴습니다

 

재판 도중 터퍼드는 판사에게
결백을 주장했는데요

 

자신이 살해를 저지른 건
세뇌당한 결과이며

 

논란의 도서
'지옥의 기계'를 읽고서…

 

넌 겁만 많은 새끼야
알아듣겠어?

 

네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
듀켄트

 

내 눈에 띄기만 하면
죽여버리겠어

 

알겠어? 죽여버린다고!

 

젠장!

 

사울?

 

이게 뭐야?

 

새 메시지 1건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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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겁만 많은 새끼야
알아듣겠어?

 

네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
듀켄트

 

내 눈에 띄기만 하면
죽여버리겠다

 

알겠어? 죽여버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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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기계"

 

"브루스 코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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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 잘하시길 바랄게요
- 브루스 코번"

 

"추신, 이베이에 팔기만 해봐요!"

 

저장되었습니다

 

총기 난사 모형이에요

 

- 녹스빌이군요
- 네

 

이제 어떡할 거죠?

 

아무것도요, 따지고 보면
우리가 무단 침입 한 건데

 

- 무단 침입? 웃기지 마요
- 진정해요, 난 당신 편이니까

 

저 테이프엔 뭐가 들었죠?

 

몰라요

 

"심문 - 81/06/21"

 

신용카드 영수증이 발견됐다

 

고성능 라이플 구매 내역에
네 이름이 나와 있지

 

널 목격한 사람도 열댓 명이 넘어

 

난 안 그랬어요

 

뭘 안 그랬는데?

 

난 그런 일 안 저질렀어요

 

드와이트

 

그렇게 불러도 되겠니?

 

네가 우릴 돕지 않으면
우리도 널 도울 수 없어

 

네 차에서 발견된 라이플총
네 거 맞니?

 

 

그 라이플을 들고
탑 위로 올라갔고?

 

 

이다음부턴 쉽지 않을 거야

 

그래도 네 입으로 직접 들어야 해

 

저…

 

저는

 

어쩔 수 없었어요

 

그는 벌을 받아야 했어요

 

누가 말이니, 드와이트?

 

신이요

 

신에게 우린 도미노 패에 불과해요

 

한번 쓰러지고 나면
무의미한 존재가 돼버려요

 

그래서 우릴
죽을 운명으로 만든 거죠

 

한 줌의 재가 되어

 

사라지도록

 

하지만 쓰러지기 전의
도미노를 찾을 수만 있다면

 

막을 기회가 생길지도 몰라요

 

- 뭘 막아?
- 신의 계획요

 

난 오늘 아침 아무도 안 죽였어요

 

도미노 패 중
일부를 훔쳤을 뿐이죠

 

내게 운이 따른다면
패는 아직 건재할지도 몰라요

 

종교를 믿니?

 

- 사이비 교단에 속해있다거나
- 아뇨

 

그럼 이런 걸
다 어디서 듣게 됐니?

 

'지옥의 기계'요

 

꼭 읽어보세요

 

다들 읽어봐야 돼요

 

그럼 신에게 우리가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지 알게 될 테니까

 

난 이제 당신이 두렵지 않아요

 

알아들었어?

 

알아들었냐고!

 

이제 멈출 수 없어, 이 개자식아!

 

- 앉아
- 내 목적은 분명했어

 

의자로 돌아가

 

내 목적은 분명하다고!

 

담배 한 대 피워야겠어요

 

당신 책이 무슨 내용이었는지
말해 줄 수 있어요?

 

신을 찾은 신부 얘기였죠

 

- 내면에서 찾았다고요? 아니면…
- 아뇨, 실제로요

 

무슨 대화를 나누죠?

 

신부는 답을 구하죠

 

'자기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신이 답해요

 

신부가 12살 때 길을 건너게 해서
누군가의 차 속도를

 

늦추게 하는 거였다고

 

차 안엔 누가 있었는데요?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속도만 늦추면 됐으니까

 

그게 다예요?

 

네, 그게 다죠

 

결국 신부는 복수를 하죠

 

신한테요?

 

모두한테요

 

- 집에 가야겠어요
- 안에서 한 가지만

 

더 확인해 줘요

 

난 전화를 하고 싶어도

 

제일 가까운 공중전화 부스가
22km나 떨어져 있어요

 

들을 필요 없어요
뭐라고 했는지 기억하니까

 

당신 말을 들으란 게 아니에요

 

해당 통화는 녹음되며
검토될 수 있습니다

 

- 수신자 요금 부담이며 발신자는
- '드와이트 터퍼드'

 

뉴멕시코 연방 교도소
재소자입니다

 

전화를 받으려면 1번을 누르세요

 

저장되었습니다
다음 메시지입니다

 

해당 통화는 녹음되며
검토될 수 있습니다

 

- 수신자 요금 부담 전화입니다
- 일라이자?

 

여기 있어?

 

괜찮니?

 

- 히긴스 경관입니다
- 브루스예요

 

있죠

 

뉴멕시코 최고 보안 교도소에
아는 사람 있을까요?

 

교도관 몇 명은 알죠, 왜요?

 

부탁할 게 있어서요

 

"방문객 - 리처드 스미스"

 

면회 시간은 10분입니다

 

난 담배 안 피워

 

만난 적 있던가?

 

아니

 

스미스처럼은 안 생겼는데

 

오하라나 캠벨이면 믿었을 텐데
스미스는 영…

 

뭐, 자유 국가니까

 

작가야?

 

그건 왜 묻지?

 

여기 오는 사람은
작가 아니면 심리학자거든

 

난 둘 다 아니야

 

잘됐네

 

그럼 시작은 양호하네

 

그래서 넌 뭐 하는 놈인데?

 

대단한 사람은 아니야

 

얘기를 하러 왔어

 

좋아

 

윌리엄 듀켄트에 대해서

 

- 너 경찰이야?
- 아니

 

이봐요, 규칙 잘들 알잖아

 

이 작자가 경찰이면
변호사가 동석해야 한다고

 

경찰 아니야

 

네가 듀켄트랑
최근에 얘기했다는 건 알지

 

너 포커엔 영 소질 없지?

 

처음부터 너무 돌직구잖아

 

너무 상세해

 

애매한 여지는 전혀 없고

 

'얘기했다'는 단어 대신
'얽혔냐' 정도로 갔다면

 

네가 뭘 아는지 난 몰랐을 텐데

 

근데 굳이 그렇게 물은 걸 보면

 

넌 뭣도 모른다는 거지

 

단어를 제대로 갖고 놀 줄 모르면

 

오히려 단어에
농락당하기 십상이야

 

윌리엄 듀켄트는 왜 묻는데?

 

무슨 얘길 했는지 알려주면
나도 말해 줄게

 

- 내 의견을 묻던데
- 뭐에 대해서?

 

'지옥의 기계'란 책이었지
읽어봤어?

 

- 아니
- 다행이네, 읽지 마

 

정신 나갈 테니까

 

단어의 적확한 조합은
사람으로 하여금…

 

뭐든 하게 만들거든

 

5분 남았습니다

 

난수 방송이라고 들어봤어?

 

냉전 때 단파 라디오 방송을 했어

 

전파를 통해 암호를 송출한 거지

 

대개 여자 목소리로 진행되고
독일어로 숫자나 욕을 내뱉어

 

일반 대중들에겐
기괴하게 들릴 뿐이지만

 

실제로 그건 복잡한 암호인 거야

 

창문에 X 표시를 하거나

 

치아에 마이크로필름을
숨기는 대신

 

이 개자식들은 뻔뻔하게도
일급비밀인 내용을

 

전 세계가 다 듣도록
대놓고 까발린 거지

 

그 책에 숨겨진 메시지라도 있다
뭐 이거야?

 

비슷하지

 

- 그게 뭔데?
- 안 읽었다면서?

 

눈먼 자에게
청록색을 설명하는 거나 똑같군

 

- 내가 눈먼 자다?
- 너희 다 그래

 

재밌군, 우리 다 도미노 아니었나?

 

- 이제 할 말 없어
- 잠깐

 

그쪽 세상에 앉아서
날 재단하는 거야 간단하겠지

 

- 왜 네 의견이 필요했을까?
- 듀켄트한테 직접 물어

 

- 교도관
- 그냥 지금 말해 줘

 

나도 책에서 같은 걸 봤는지
궁금해했어

 

하지만 다들 그렇듯
거짓말쟁이인 게 탄로 났지

 

왜? 무슨 거짓말을 했는데?

 

내가 솔직하게 대답하면

 

- 그놈이 올 거라 했거든
- 누가? 듀켄트가?

 

아니, 날 여기 처넣은 작자

 

브루스 코번

 

Sechs, zwei, neun.

 

죄송하지만 해당 회선으로
연결이 불가합니다

 

번호를 확인하시고
다시 눌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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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줘! - 제리"

 

- 브루스
- 제리

 

무슨 말을 들었든
아니면 누구랑 얘기했든…

 

원고 잘 받았어, 멋지던데

 

- 뭐?
- 익명으로 보내면 모를 줄 알고?

 

당신처럼 글 쓰는 사람이
또 있겠어?

 

이 주제를 어떻게 전개해 나갈지
고민이긴 한데

 

왜 익명으로 보냈는지
이해가 되더군

 

무슨 소리야?

 

주인공이 하는 말이
당신이랑 판박이던데?

 

그래도 이 윌리엄 듀켄트는
특별한 구석이 있어

 

- 방금 뭐라고?
- 윌리엄 듀켄트, 맞게 읽은 거야?

 

나머지 원고는 언제 받을 수 있어?

 

- 나한테 보내줘!
- 뭐?

 

브루스, 대체 무슨 소리야?

 

그 원고 당장 보내라고!

 

"퍼펙션 프린팅 - 팩스"

 

"제1장"

 

"낡고 버려진 한 주유소"

 

"전화 부스"

 

"다이얼을 누르곤"

 

"기다린다"

 

"삐!"

 

그쪽이 보낸 편지를 보고
연락한 거예요

 

날 어떻게 찾았나 모르겠지만

 

예전 에이전트한테
주소를 받거나 했겠죠

 

히브리 성서에 따르면
사울은 이스라엘의 첫 왕이었어

 

그건 몰랐을 거다

 

당신 편지 다발은
불쾌하고 무례할 뿐입니다

 

그러니 제발 그만 보내요
알겠어요?

 

누구 영감이나 돼주려고
내가 있는 게 아니라고요

 

뮤즈 자리도 사양하겠어요

 

어디서 들어봤다 했더니
유명인이죠?

 

- 뭐야?
- 대단한 사람은 아니야

 

- 그 작가잖아요
- 1981년 6월 21일

 

- 녹스빌
- 정신 나갈 테니까

 

미친 것들은 항상
광기의 구실을 찾아요

 

- 그렇죠?
- 그는 벌을 받아야 했어요

 

- 누가 말이니?
- 신이요

 

신을 찾은 신부 얘기였죠

 

- 내면에서 찾았다고요? 아니면…
- 아뇨, 실제로요

 

단어의 적확한 조합은
사람으로 하여금…

 

- 도미노 패에 불과해요
- 뭐든 하게 만들거든

 

그 책에 숨겨진 메시지라도 있다
뭐 이거야?

 

아주 제대로 미친 놈이라니까요

 

들을 필요 없어요
뭐라고 했는지 기억하니까

 

한 줌의 재가 되어 사라지도록

 

- 기억나는 게 있겠죠
- 넌 뭣도 모른다는 거지

 

- 나한테 편지 그만 써요
- 내용이 뭐였어요?

 

별 내용 없었어요

 

단어를 제대로 갖고 놀 줄 모르면

 

- 단어에…
- 내 눈에 띄면

 

- 농락당하기 십상이야
- 알겠어?

 

- 죽여버린다고!
- 코번 씨?

 

이런 게 와서요

 

"힘내, 브루스, 잘하고 있어!
- 윌리엄 듀켄트"

 

원고 잘 받았어, 멋지던데

 

익명으로 보내면 모를 줄 알고?

 

당신처럼 글 쓰는 사람이
또 있겠어?

 

난 우리가 어디까지 왔는지
정확히 알아요, 듀켄트 씨

 

제2장 끄트머리 맞죠?

 

그때 주인공들은 한계에 부딪쳐요

 

자신의 가치에 대해 묻고
이게 맞나 모든 걸 의심하죠

 

자신이 걸어온 길이
앞에 놓인 길보다는 미약하니까

 

듀켄트 씨, 바로 이때
결정이 내려지는 겁니다

 

이들은 계속 걸어갈까요?
아니면 돌아갈까요?

 

그걸 정하는 건 주인공들뿐이에요

 

여기서부터
당신 계획이 꼬이는 겁니다

 

그쪽 주인공은
당신 서술을 꿰뚫고 있거든

 

심지어 그 주인공도 작가야

 

어떻게 하면 좋은 이야기가 되는지

 

그걸 망치는 방법이
뭔지도 잘 알고 있지

 

작가가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큰 죄가 뭘까?

 

혹시 알아?

 

따분해지는 거

 

자, 내가 주는 선물이다

 

이 비열한 자식

 

지겹고 질질 처지고
무료하고 지루한 끝을 내주지

 

아무리 2장이 획기적이면 뭘 해?

 

결론이 쓰레기인데

 

안 그래?

 

Zwei, sechs, sechs, zwei.

 

두말할 것 없겠네

 

"지옥의 기계
브루스 코번 지음"

 

누굽니까?

 

미연방 보안관입니다, 코번 씨

 

이젠 연방 보안관까지 나오나?

 

밖으로 나와주시겠어요?

 

미심쩍은 신분증이라도
확보했나 보죠?

 

무슨 문제 있으세요, 코번 씨?

 

그쪽도 문제없죠?

 

며칠 전 뉴멕시코에 계셨나요?

 

글쎄요, 모르겠네요

 

방문한 이유를 말해 주시겠습니까?

 

면회를 갔었어요

 

드와이트 터퍼드였나요?

 

면회가 불법은 아니잖아요?

 

그렇죠, 하지만
'리처드 스미스'라고 서명한 건

 

불법이 맞습니다

 

이거 어디서 났어요?

 

이전에 겪으신 일은
잘 알고 있습니다

 

왜 이제 와서 보러 가셨는지
알아내려는 것뿐입니다

 

종장 아닐까요

 

지난 24시간 동안 드와이트가
접촉한 적 있습니까?

 

아뇨, 왜 그러겠어요?

 

오늘 아침 TV 보셨어요?

 

전 TV가 없어서요
제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

 

왜요?

 

FBI는 총력을 다해

 

뉴멕시코의 로스앨러모스에서
드와이트 터퍼드를 수색 중입니다

 

최고 보안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었지만

 

지난밤 감시망에서 탈출해
세간에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1981년 터퍼드는

 

라이플총을 소지하고
녹스빌 침례 대학으로 향했습니다

 

탑 위에 올라 사람들을 겨냥해

 

수십 발을 발포했죠

 

학생과 교직원 13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테네시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참사의

 

장본인입니다

 

목격자는 혼돈의 도가니였다고
당시를 회고합니다

 

"속보 - 녹스빌의 희생자들"

 

총알이 어디서 날아오는지
어디로 달아나야 할지도 몰랐어요

 

"월터 파슨스"

 

"잉그리드 데이비슨"

 

"리사 로저스"

 

"로런스 도츠"

 

"윌리엄"

 

"진심을 담아
윌리엄 듀켄트로부터"

 

첫 출판 당시엔 오웰의 '1984'나
조이스의 '율리시스'도 그랬습니다

 

코번 씨가 저지른 죄라곤
책을 집필한 것뿐이었죠

 

- 저자의 의도로 시작되었다?
- 타당한 지적이에요

 

그렇다면 '지옥의 기계'의
의도는 뭔가요?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건
코번 씨뿐일 겁니다

 

걱정 말고요, 코번 씨

 

아이스크림 먹는 거 맞죠?

 

아니, 생선이나 몇 마리 살 거야

 

- 날생선으로
- 우웩, 아이스크림이 좋은데

 

♪ Miserere Mei ♪

 

♪ Deus ♪

 

♪ Secundum magnam ♪

 

♪ Misericordiam ♪

 

♪ Tuam ♪

 

♪ Miserere mei ♪

 

♪ Deus ♪

 

5분만요, 그 뒤엔
무대 실컷 쓰세요

 

내일 7시까진 일정이 없던데

 

미리 시간을 들여
준비하려는 거죠?

 

아, 그렇죠

 

♪ Misericordiam... ♪

 

1년 전엔 차 안에서도
노래 못 불렀어요

 

당신 딸인가요?

 

 

지난주에 처음으로
TV 출연을 따냈어요

 

별건 아니었지만

 

몰래카메라 프로의 단역인데
엄청 기뻐하더라고요

 

- 무슨 프로였죠?
- 말 안 해주더라고요

 

무슨 공원인가에서
연기를 시켰는데

 

캐스팅 디렉터가 꽤 예뻤어요

 

애들을 참 잘 다뤘고요

 

아이 있으세요? 여기 꼭 데려와요

 

'비숍과 룩', 참 좋은 곳이죠

 

- 정말로요
- '비숍과 룩'요?

 

애들을 참 잘 다뤘다니깐요

 

다음 일이 벌써 기다려져요

 

♪ Miserere mei... ♪

 

♪ Deus ♪

 

♪ Secundum magnam ♪

 

♪ Misericordiam... ♪

 

♪ Tuam ♪

 

"비숍과 룩 캐스팅"

 

"카발로 드 마데이라
고급 레스토랑"

 

예약하셨나요?

 

손님, 이거 챙기셔야죠

 

꼼짝 마

 

보드카 토닉 한 잔 더요

 

제 동행은 위스키 주시고, 맞지?

 

일어나, 여기선 안 돼

 

여기 있어야 할걸?

 

내가 리볼버에 넘어갈 줄 알았어?

 

그냥 쏘지?

 

운은 별로 안 따라줄 거야

 

총알은 우리가 다 빼놨으니까

 

- 개소리 마
- 알아내려면 방법은 하나뿐이지

 

좋아, 결국 하려나 보네

 

그럼 그냥 앉아

 

원하는 게 뭐야?

 

너한테서? 없어

 

그럼 넌 누구야?

 

젊은 연인이 결혼한다 치자
그럼 웨딩 플래너를 고용해야 하지

 

멋진 디너파티를 열고 싶으면
셰프를 고용하고

 

누군가의 인생을
엉망으로 만들고 싶을 땐

 

나를 고용하는 거야

 

- 한창 진행 중이신가?
- 아니, 이미 끝났지

 

내 앞에 당신이 앉아있는 게
그 증거야, 고마워

 

내가 앞에 앉아있는 건
네 가짜 딸을 찾아서야

 

돌았어? 애를 위험하게 만들고

 

위험? 너무 호들갑 아니야?

 

그 아기 천사는
300달러나 품고 돌아갔는걸

 

몇 시간 다른 사람인 척
연기만 하면 됐어

 

너도 지난 25년간
그러고 살았잖아?

 

너랑 내 차이점은 이거야

 

난 나를 안다는 거

 

난 거짓말쟁이야, 꽤 소질도 있고

 

난 시키는 무엇이든 될 수 있어
사람, 회사, 시나리오도 가능해

 

보통 표적은 정치인이나 CEO야

 

그것들은 늘 따분해
별 특색도 없고

 

너와 그들의 다른 점이지

 

- 난 따분하지 않다?
- 아니, 엄청 따분해

 

하지만 특색은 있지
그래서 이 일을 수락한 거야

 

왜냐면, 브루스
역사가 널 기억할 거거든

 

그 점이 참 거슬려

 

옷도 무슨 샘 셰퍼드처럼 입고

 

커포티처럼 술을 마시고
톰프슨처럼 살고 있잖아

 

세상은 널 천재적 예술가로 알겠지

 

너나 나나 알잖아?
그런 건 없다는 걸

 

- 신비감이라곤 없지
- 닥쳐

 

넌 운이 좋았어

 

온갖 거짓말로 차곡차곡
상아탑을 쌓아왔잖아

 

- 그 입 다물어
- 그걸 네 손으로 무너뜨리는 거야

 

평범한 사람의 아킬레스건은
알량한 자존심이잖아?

 

자존심 얘기 따윈 관둬
그러려고 온 거 아냐

 

맞아, 그랬지, 내가 잘못했네

 

내가 경솔하게 위험에 빠뜨린
그 여자아이

 

이건 순전히 가상의 질문인데

 

네가 그 아이랑 엄마를 찾아서

 

사무실 앞 영수증 더미를 뒤지길
내가 바랐다면?

 

그랬다면 오지게 잘난 천재일 테지

 

- 하지만 넌 아냐
- 그래

 

아마 그렇겠지

 

손님

 

이거 챙기셔야죠

 

손님, 이거 챙기셔야죠

 

잠깐

 

설마

 

운은 별로 안 따라줄 거야

 

총알은 우리가 다 빼놨으니까

 

- 개소리 마
- 알아내려면 방법은 하나뿐이지

 

잠깐, 말도 안 돼

 

도저히 모르겠…

 

- 넌 누구지?
- 대단한 사람은 아니야

 

난 메시지를 전달할 뿐이지

 

그 메시지를 보내는 게
대체 어떤 새낀데!

 

걱정 마, 브루스
곧 만나게 될 거야

 

너 괜찮아?

 

냉장고에 스테이크 들었어

 

가자

 

사울?

 

사울?

 

사울, 얘, 사울!

 

사울!

 

젠장

 

사울!

 

저기요?

 

브루스?

 

개가 참 기운이 넘치던데

 

나와서 개 얘기 안 할래?

 

싫어?

 

알았어

 

이런 총이나 갖고 있고 말이야

 

그날 나한테 이런 총이 있었다면

 

13명보다 더 죽일 수 있었을 텐데

 

식은 죽 먹기였을 거야

 

처음 8명은 너무 쉬웠어

 

그냥 가만히 서 있었거든

 

무표정하게

 

혼란스러워하며

 

도저히 이해가 안 갔던 거야

 

광기를 이해할 순 없으니까

 

넌 이해해?

 

아니, 못 하지

 

그래도 여덟 말고
열셋을 죽였잖아

 

다섯은 무슨 죄야?

 

일직선으로 뛰어서가 아닐까?

 

우리가 다른 상황에서 만났다면
좋았을 텐데

 

네 책에 대해 물어볼 게
너무나 많거든

 

걱정 마, 브루스

 

널 죽게 두지 않아
반드시 살리겠어

 

있지

 

난 네 책 때문에
20년을 감방에 처박혀 살았어

 

이젠 답을 구하고 싶어

 

800페이지나 됐지만
내가 하고자 하지 않던 건

 

단 하나도 없었어

 

'그들의 행렬이 보였다
하나둘 짝을 지어'

 

'길게 늘어서'

 

'인도 위로 기어 올라갔다'

 

'건축업자, 의사'

 

'농부, 배관공, 도둑들 다 같이
개미 행렬처럼 신의 집으로'

 

'돗자리를 건너 줄지어 걸었다'

 

네 말재주는 알아줘야 해

 

'그러자 신부는 생각했다'

 

'어째서 저들은 나와 풀밭에서
함께하지 않을까?'

 

'태양을 원하던 자들은 그를 얻고
그렇지 않은 자들은 얻지 못하니'

 

'이렇게라면 그들에게
진실을 고할 수 있으리라'

 

'기온은 35도'

 

'내가 확실히 아는 것은 그뿐'

 

'나머지는 해석에 달렸다고'

 

그 책

 

대체 뭘 의미했어?

 

제발!

 

친히 대답해 주지

 

사실은

 

내가 안 썼어

 

"지옥의 기계
서문 - 브루스 코번"

 

"처음 이 책을 쓰기 시작했을 때"

 

교수님

 

일라이자가 2주 동안이나
생명 유지 장치를 하고 있었어요

 

깨어난다 해도
이전과 같지 않을 거라네요

 

아내랑 전

 

아이의 고통을 끝내주려 합니다

 

뭐에 대해 쓰면 좋을까요?

 

얘기하고 싶은 게 있다면 뭐든

 

신부에 관한 이야기예요

 

제목은 있니?

 

아뇨, 아직요

 

"1981년 25센트
미국 조폐국"

 

Zwei, sechs, sechs, zwei.

 

Zwei, zwei, sechs,

 

sechs, zwei, neun.

 

Eins, eins, funf,
eins, vier, neun.

 

Zwei, zwei, sechs,
sechs, zwei, neun.

 

Zwei, zwei, sechs,

 

sechs, zwei, neun.

 

Eins, eins, funf, eins, zehn.

 

Zwei, zwei,

 

sechs, sechs, zwei, neun.

 

Eins.

 

Eins.

 

Sechs.

 

Eins.

 

Sieben.

 

Zwei.

 

Neun.

 

'그들의 행렬이 보였다
하나둘 짝을 지어'

 

'길게 늘어서
인도 위로 기어 올라갔다'

 

'건축업자, 의사, 교사
농부, 배관공, 도둑들'

 

'다 같이 개미 행렬처럼
신의 집으로'

 

'돗자리를 건너 줄지어 향했다'

 

일라이자?

 

날 어떻게 찾았니?

 

엄청 많은

 

인내심을 발휘해서요

 

여긴 얼마나 있었어?

 

5년이 다 돼가요, 교수님

 

맙소사

 

원인과 결과, 작용과 반작용

 

뭔가의 물리적 성질을 알면

 

원하는 것 거의 전부를
실현할 수 있어요

 

인간이란 거기서 거기니까요

 

- 내가 오는 걸 알았던 거니?
- 그런 결말을…

 

바랐어요, 네

 

전 점쟁이도 아니고

 

작가일 뿐인걸요

 

전 그저

 

교수님의 앞길에
장애물을 몇 개 두고

 

어떻게 행동할지 기다린 게 다예요

 

정말이지 그 강아지는

 

회심의 장치였어요

 

사울은 어쩌고 있어요?

 

네?

 

견뎌낼 거야

 

터퍼드 씨가 오늘 합류하려나?

 

그렇군요, 잘됐네요, 사실

 

그 결말은 별로였거든요

 

결말이 뭔데?

 

모든 이야기에는
두 가지 결말이 있어요

 

주인공이 공포를 직시하고
다시 태어나거나

 

변하지 못해서 벌을 받죠

 

정말 궁금하네요, 교수님

 

교수님은 어느 쪽일까요?

 

설교하지 마

 

내가 뭘 어쨌어야 하는데?

 

네 아버지가 그랬단 말이야
생명 유지 장치를 떼겠다고!

 

책꽂이에서 썩어가기엔
너무 훌륭한 책이었어!

 

나한테서 원하는 게 뭐야?

 

하시고 싶은 대로 하세요
전 달게 받겠어요

 

그래

 

그럼 이 모든 게 뭘 위해서였니?

 

형벌?

 

정의? 응징? 속죄?

 

- 그런 거지?
- 작가의 벽이랄까요

 

당신이 내 첫 작품을

 

훔쳤으니

 

차기작 집필을 돕는 데도
딱히 관심은 없을 거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쓰면 쓸수록

 

깨달았죠

 

이건 내 이야기가 아니구나

 

교수님 작품이 아닌 거 알아요

 

하지만 살아냈잖아요

 

매 페이지, 줄, 단어들을

 

걱정 마세요, 교수님

 

"신성한 배교자
브루스 코번 지음"

 

이건 해피 엔딩이니까

 

25년 동안

 

세상은 브루스 코번의

 

다음 대작을 기다려왔어요

 

그리고 오늘

 

그 기다리던 대작을
세상에 공개하는 거죠

 

왜 이러는 거야?

 

내가 책보다 나은 사람인지
알고 싶었어요

 

분노로 가득한 책이잖아요

 

난 네가 정말로 죽은 줄 알았어

 

실제로 그랬어요

 

19분 동안

 

내가 사후 세계에서
뭘 발견했는지 알려줄까요?

 

찾은 건

 

아무것도 없었어요

 

난 평생을

 

신을 원망하며

 

내 모난 구석을 따져댔는데

 

그래서 내가 신을 알던 방식처럼

 

세상도 신을 그렇게 알길 바랐는데

 

난 어렸으니까

 

돋보기를 지닌 잔인한 아이였고

 

우린 신이 갖고 노는 개미다
이렇게 여겼어요

 

그러다가

 

죽어버렸죠

 

그렇게 깨달았어요

 

세상에는 아이도

 

돋보기도 없구나

 

우리 개미들만 있을 뿐

 

불을 지핀 것도 우리였어요

 

잘못 인도된 신들이며 믿음

 

다 개소리였던 거죠

 

그게 뭐죠?

 

편지

 

누구한테 쓰는 편지인데요?

 

내 에이전트

 

이제 이 역할은 끝내고 싶어

 

뭐라고 쓴 거예요, 브루스?

 

브루스?

 

교수님

 

교수님!

 

편지 내용이 뭐예요?

 

진실, 일라이자

 

진실이야

 

"전송"

 

"발신: 브루스 코번 / 수신: 제리
제목: 새 원고"

 

"신성한 배교자.doc"

 

"전송 중"

 

"산소"

 

"원고를 채택할 수 없어"

 

"유감입니다"

 

일라이자

 

수작이야

 

- 감사합니다, 교수님
- 정말 강렬해

 

- 그만 나가봐
- 네,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네 글을 읽을 때마다

 

놀라움의 연속이란다
예측을 비껴가지

 

넌 전문 작가가 돼야 해

 

할 얘기가 하나도 없으면요?

 

그럼 깊게 파고들지 않은 거야

 

깊게 파 들어가

 

일라이자?

 

어떠세요, 교수님?

 

지금 당장 읽고 싶은걸?

 

깊게 파 들어가

 

깊게 파 들어가

 

뭐라고?

 

'깊게 파 들어가'

 

이보다 더 깊게
파고들 순 없었을 거예요

 

저한테 엄청 화를 내겠죠

 

원래는 기다려야 하는데

 

- 기다릴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 기다리다니?

 

뭘 기다려?

 

신의 표정이 어떨지 봐야 하니까요

 

안 돼!

 

아내랑 전
아이의 고통을 끝내주려 합니다

 

아들을 위해 힘써 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 끊어야겠네요
- 정말 유감입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지옥의 기계
일라이자 배럿 지음"

 

"밋밋하다"

 

"따분하다"

 

"평범하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일까?

 

모든 주인공이라면
결말에서 이 질문에 답해야 해

 

만약 주인공이 마지막 장까지
자신의 존재나 신념에 대한

 

카타르시스적 자각에
도달하지 못했다면

 

안타깝게도 여러분은 독자를

 

실망시킨 거나 마찬가지야

 

"지옥의 기계
브루스 코번 지음"

 

교수님

 

정말 감사드려요

 

참 좋은 선생님이셨어요

 

그거 아세요?

 

절 이해한 건 교수님뿐이었어요

 

교수님 덕분에

 

더 나은 작가가 됐어요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해주셨죠

 

저 혼자선 못 했을 거예요

 

자신의 캐릭터가
걸어갈 길은 구성하는 거지

 

미리 닦아놓아선 안 돼
쉬워선 안 되지

 

왜냐면 스스로에 대해 깨닫는 건

 

영영 불가능한 숙제거든

 

♪ Before I lay my head to rest ♪

 

♪ Gonna get on a train
And head out west ♪

 

♪ Lose myself in the sand
And the wine ♪

 

♪ 'Cause God don't go
Where the sun don't shine ♪

 

♪ The sun don't shine ♪

 

♪ Lose myself on
The side of the road ♪

 

♪ Where the buzzards bleed
And the rain don't go ♪

 

♪ 'Cause the world is made
Of many things ♪

 

♪ God don't slow
On the angel wings ♪

 

♪ The angel wings ♪

 

♪ There's always someone
Waitin' at the gates ♪

 

♪ Gonna roll away to heaven
On a pair of roller skates ♪

 

♪ No more waitin' for
My time to pass ♪

 

♪ Life's too short
To make things last ♪

 

♪ To make things last ♪

 

♪ Says, "Ain't you tired
Of bein' so sad? ♪

 

♪ The bottle in your veins
Won't hurt so bad ♪

 

♪ You can run away with me
To a sunny sky ♪

 

♪ We'll both be older
When we die ♪

 

♪ When we die ♪

 

♪ Lose myself in the sand
And the wine ♪

 

♪ 'Cause God don't go
Where the sun don't shine ♪

 

♪ Sun don't ♪

 

♪ Shine ♪

 

자 막 : 이 종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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