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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막 번 역 : 박 상 희

Modify by Blue-Bird™
(subscene.com/u/1191276)

 

"바르샤바 1939년"

 

- 슈필만 씨?
- 안녕하세요

 

당신 연주를 듣기 위해 왔어요
팬이거든요

 

- 누구시죠?
- 도로타예요, 오빠가 유렉이에요

 

피가 나네요

 

괜찮아요

 

그만 가자, 도로타
나중에 다시 얘기하렴

 

지금 이럴 때가 아니야, 가자

 

유렉, 왜 여태까지 동생을 숨겼어?

 

- 뭘 싸야 할지 모르겠어
- 필요한 것만 챙겨

 

- 가방은 몇 개야?
- 빨간 드레스를 넣을 거예요

 

시지몬 삼촌 초상화를 가져갈까?

 

가져가든지 말든지
당신 맘대로 해

 

내가 걱정하는 게 안 보여?

 

걘 집에 올 거야
괜찮을 거야

 

신발 가방을 따로 챙겨야겠어요

 

엄마, 큰 오빠가 왔어요

 

다행이네, 블라딕

 

- 다쳤구나
- 아뇨, 별거 아니에요

 

- 얼마나 걱정했는데
- 엄마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했어

 

신분증을 갖고 다니니까

 

폭탄에 맞는다 해도
집으로 연락할 거 아니야

 

헨릭, 그런 끔찍한 소리는 하지 마

 

- 아무것도 못 찾겠네
- 그런 일은 없을 거야

 

- 아빠, 오빠가 왔어요
- 내가 뭐라고 그랬어?

 

뭐 하세요?

 

챙이 넓은 모자 본 사람 있어요?

 

못 봤어
폭탄 때문에 방송이 끊겼어

 

바르샤바 말고도
다른 방송이 있잖아?

 

- 너도 어서 짐 싸
- 어딜 가게요?

 

- 바르샤바 시외로
- 시외 어디로요?

 

- 못 들었니?
- 뭘 못 들어요?

 

- 신문 안 봤어?
- 안 봤어

 

그릇과 식기는 따로 싸렴

 

- 신문 어딨어?
- 짐 싸는 데 썼어

 

- 포장지로 썼다네
- 정부는 루블린으로 옮겼어

 

신체 건강한 남자들은
도시를 떠나 강을 건너서

 

새 방어선을 세우라는 공고였어

 

이 건물에 남은 사람은
거의 없어

 

여자들만 남았단다
남자들은 다 떠났다고

 

여기서 새 방어선을 세우는 동안

 

우린 뭐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짐가방 들고 떠돌고 있게요?

 

- 짐 싸, 시간이 없어
- 아무 데도 안 갈 거예요

 

잘됐다

 

- 나도 안 갈래요
-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식구끼리 함께 있어야지

 

말도 안 돼요, 어차피 죽을 거면
집에서 죽고 싶어요

 

- 여기 있을 거예요
- 말도 안 되는 소리

 

조용히 해
뉴스 좀 듣자

 

방금 들어온
런던의 BBC 방송 속보입니다

 

영국 정부는 독일 정부에 제안한

 

최후통첩에 답장을 받지 못했기에

 

나치 독일에 선전 포고했습니다

 

잘됐군

 

이제 곧...

 

몇 시간 내로

 

프랑스도 선전 포고할 예정입니다

 

폴란드는 더는 혼자가 아닙니다

 

잘됐어, 다행이야!

 

- 엄마, 정말 맛있었어요
- 네, 정말 맛있었어요

 

축하할 일이 있으니
공을 들인 거야

 

영국과 프랑스를 위하여

 

내가 그랬잖아, 안 그래?
다 잘 될 거야

 

5,003

 

- 그게 다야?
- 응, 5,003즐로티

 

- 이게 전부야
- 3,003즐로티나 초과예요

 

보세요

 

'유동자산에 대한 제한사항'

 

'유대인은 가구당 최고
2,000즐로티 소유할 수 있다'

 

나머지는 어쩌지?

 

은행에 예금해야 하는데

 

- 계정을 봉쇄했잖아
- 은행?

 

독일 은행에 예금할
바보가 있나?

 

숨기면 되잖아요?

 

돈을 여기 숨겨요

 

- 화분 밑에요
- 안 돼, 이렇게 하자

 

시도해서 성공한 방법을 사용하자
저번 전쟁에 어떻게 했는지 알아?

 

테이블 다리에 구멍을 뚫고
거기다 돈을 숨겼어

 

- 놈들이 테이블을 가져가면요?
- 가져가다니 무슨 말이야?

 

놈들은 유대인 집에 들어가서
가구, 귀중품, 뭐든지

 

원하는 건
다 가져가요

 

- 정말이야?
- 바보같이 테이블을 왜 가져가?

 

이런 테이블을?

 

- 무슨 짓이야?
- 아뇨, 여길 보세요

 

여기가 제일 좋겠어요

 

화분 밑을 뒤질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아뇨, 잘 들어봐요

 

- 생각 좀 해봤는데
- 그래? 너 많이 변했네

 

- 이렇게 해요, 심리학을 이용해요
- 뭘 이용한다고?

 

테이블 위에 돈을 놓고

 

대놓고 이걸로 가려요

 

- 너 바보니?
- 놈들은 샅샅이 뒤지겠지만

 

절대 눈치채지 못할 거야

 

이렇게 멍청한 소리는 처음이네
당연히 알아차릴 거야

 

이걸 봐

 

바보야

 

- 내가 바보라니
- 좋은 생각이야

 

- 그걸 뒤지진 않을 거잖아?
- 오래 걸리잖아?

 

- 나중에 천천히 꺼내면 돼
- 시간 별로 안 걸려

 

- 어떻게 꺼낼 건데? 말해봐
- 족집게로 꺼내면 돼

 

알고 싶으니까 말해봐
어떻게 꺼낼 건데?

 

조용히 해! 다들 진정해

 

- 왜 항상 반대야?
- 한 장씩 꺼내야 하잖아?

 

- 내 말을 다들 무시하잖아?
- 조용히 해, 제발 조용히 해!

 

- 다들 진정해요
- 변호사라 명령하길 좋아해

 

잘 들어봐요

 

시계는 화분 밑에 넣고

 

돈은 바이올린에 넣어요

 

꽉 차도 연주할 수 있을까?

 

해봐야죠

 

- 유렉? 블라딕이야
- 블라딕? 잘 지내?

 

그래, 다들 잘 지내, 넌?

 

나도 잘 지내
상황이 이렇지만 괜찮아

 

왜 전화했는지 알겠는데
어쩔 수 없게 됐어

 

방송국을 폐쇄해서
다시 열지 않을 거야

 

- 그건 아는데, 유렉
- 음악뿐만 아니라 전부 다야

 

폴란드 라디오는 몽땅 폐쇄야

 

- 알아, 유렉
- 그래도 넌 일 찾을 수 있을 거야

 

너 같은 피아니스트라면 문제없어

 

그건 모르는 일이지만 말이야

 

기분 나쁘게 듣지 마

 

사실 일 때문에
전화한 게 아니야

 

몇 주나 오빠한테 졸라서

 

마침내 오빠가 포기하곤
내일 같이 가자고 하더라고요

 

그날 방송국이 폭격을 당했잖아요?

 

당신을 그렇게 만나다니
정말 좋았어요

 

- 정말요?
- 네

 

잊을 수 없었어요

 

당신 연주를
정말 좋아해요, 슈필만 씨

 

블라딕이라고 불러줘요

 

쇼팽을 당신처럼
연주하는 사람은 없어요

 

칭찬이라면 좋겠네요

 

물론이죠, 정말이에요

 

혹시 모르죠

 

웃기려고 한 거예요

 

저기 파라디소에서
커피 한잔할까요?

 

좋아요

 

당신은 뭘 하죠?

 

음악 학교를 졸업했어요

 

- 음악가군요
- 네

 

- 하지만 그냥
- 미안해요, 무슨 악기 전공이죠?

 

첼로요

 

첼로 연주하는 여자를 보고 싶네요

 

여기예요

 

"유대인 출입금지"

 

부끄러운 일이에요
감히 어떻게 이러죠?

 

사람들이 어떤지 알잖아요?
나치 횡포 때문에 그래요

 

- 가서 항의할 거예요
- 아뇨, 안 그러는 게 나아요

 

당신 같은 사람에게
모욕적인 일이잖아요?

 

안녕히 가세요

 

다른 데로 가요

 

공원에서 산책해요

 

그럴 수 없어요

 

출입금지예요

 

유대인은 공원에 갈 수 없어요

 

- 세상에, 농담이에요?
- 농담이 아니라 사실이에요

 

어디 가서
벤치에 앉자고 하고 싶지만

 

공공장소의 벤치에도
앉을 수 없다는 명령도 있어요

 

말도 안 돼요

 

그러니까 그냥
여기 서서 얘기해요

 

그럴 순 있잖아요, 그렇죠?

 

첼로를 연주한다고 했죠, 도로타

 

좋네요

 

좋아하는 작곡가는 누구죠?

 

쇼팽요? 정말요?

 

첼로 소나타를
연습하시는 게 좋겠어요

 

당신은 어때요, 블라딕?

 

난 피아노를 맡고
당신은 첼로로 협연을 하고 싶네요

 

슈필만 씨
당신은 멋진 사람이에요

 

블라딕이라고 불러줘요

 

'바르샤바 유대인
거주자에 대한 표식'

 

'바르샤바에 거주하는
모든 유대인은'

 

'외출 시 완장을 착용해야 한다'

 

'이 명은 올해 1939년
12월 1일에 시행되고'

 

'12세 이상의
모든 유대인에게 적용된다'

 

'완장은 오른쪽 소매에 착용하고'

 

'흰색 바탕에
다윗의 파란 별을 그려 넣는다'

 

'흰색 바탕은'

 

'8cm 크기의 별을 넣을 수 있는
크기여야 한다'

 

'별의 폭은 1cm 크기로 한다'

 

'이 명을 어기는 유대인은
엄하게 처벌받게 된다'

 

'바르샤바 지구
피셔 총독'

 

- 달지 않을 거예요
- 달지 않을 거예요

 

낙인되고 싶지 않아요

 

줘봐요

 

우리가 직접 만들어서
착용해야 한다는 건가?

 

- 어디서 구하지?
- 구할 필요 없어요

 

우린 달지 않을 거예요

 

You!

 

Come here.

 

왜 인사를 안 해?

 

죄송합니다

 

인도에서 걷는 것도 안 돼

 

배수로로 걸어!

 

이거 봤어?

 

뭔데? 나 일하잖아?

 

이게 뭔데?

 

우릴 가둘 지역이야

 

가두다니 무슨 소리야?

 

'바르샤바 지구
피셔 총독 명령에 따라'

 

'바르샤바 유대인
거주구역 설립에 관한 통지'

 

'바르샤바에 거주하는
모든 유대인은'

 

'새로 결정된
유대인 거주지역으로 옮겨야 한다'

 

여기 봐

 

'규정된 지역 밖에 사는 유대인은'

 

'1940년 10월 31일까지
유대인 거주지역으로 옮긴다'

 

너무 작아서 다 살 수 없어

 

- 바르샤바에 40만 명이 넘어
- 아니, 36만 명이야

 

그래서 쉬울 거야

 

나보고 어쩌라고?

 

말해봐

 

당신은 똑똑하니까
뭘 살 수 있는지 말해줘

 

최선을 다한 거야

 

엄마?

 

엄마, 왜 그래요?

 

20즐로티

 

이거밖에 안 남았어

 

이걸로 뭘 사겠어?

 

맨날 감자만 요리하는 데 지쳤어

 

그 정도면 잘 쳐주는 거예요

 

파는 게 좋을 거예요

 

더 줄 사람은 못 찾을걸요

 

- 리파 씨, 베히슈타인이잖아요?
- 2천이에요

 

받는 게 좋을 거예요

 

배고프다고 피아노를
먹을 순 없잖아요?

 

나가, 이 도둑놈아
나가!

 

- 기증하는 게 낫겠다! 당장 나가!
- 오늘 밥 먹었어요?

 

무슨 일을 겪고 있는지 알아요?

 

다 미쳤군요!

 

내가 인심 쓴 거예요

 

2천에 운임까지 낼 거예요

 

운임도 안 받잖아요?

 

오늘 밥도 안 먹었으면서
미쳤군요

 

가져가요

 

"1940년 10월 31일"

 

도로타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오고 싶지 않았어요

 

이런 걸 보고 싶지 않았지만
나도 모르게 왔어요

 

어떻게 지내요?

 

- 잘 지내요
- 잘됐군요

 

사실이 아니에요
사촌도 잡혀갔어요

 

오빠가 사촌을 놔줄 거라고 했어요

 

수치스러운 일이에요

 

오래 가지 않을 거예요
걱정하지 말아요

 

내 말이 그 말이에요
이건 정말 말도 안 돼요

 

가봐야겠어요

 

곧 또 봐요

 

알았죠?

 

잘 가요

 

사실 이것보다
더 끔찍할 줄 알았어

 

어디서 자죠?

 

여자들은 부엌에서 자고

 

너랑 헨릭과 아빠는 여기서 자

 

보세요

 

저기 좀 봐요

 

저리 가

 

아빠!

 

아빠!

 

좀 팔았어?

 

도스토옙스키의 '백치'를
3즐로티에 팔았어

 

- 어제보단 낫네
- 3즐로티에 팔다니

 

여기서 많이 버는 사람은
따로 있어

 

- 알아
- 형은 몰라

 

보초들을 매수해서 눈감아주고

 

음식, 담배, 술, 프랑스 화장품 등
수레 가득히 들여와

 

가난한 자들만 굶어 죽고
본 척도 안 해

 

실례해요, 제 남편을 보셨어요?
이자크 셰르만이에요

 

- 큰 키에 잘 생겼어요
- 미안해요, 전 몰라요

 

회색 수염이 있어요

 

- 몰라요?
- 전 몰라요

 

실례해요

 

- 몰라요
- 잘 가요, 잘 자요

 

남편을 보면 편지 보내줘요
이자크 셰르만이에요

 

왜 비유대인의 길이
우리 지역을 통과해야 하지?

 

돌아갈 수 없나?

 

걱정하지 마세요
육교 짓는다는 소문 못 들었어요?

 

육교 같은 소리 하네

 

독일놈들은 똑똑하다고 주장하지만

 

완전히 어리석은 놈들이야

 

먹여 살릴 가족이 있는데

 

여길 지나가려고
반나절을 기다려야 하잖아?

 

여기 음악 들으러 온 줄 알아?

 

뭐야? 그렇게 급해?

 

너 왜 그래?

 

어서, 뭐라도 해봐.

 

춤춰 봐!

 

- 춤춰!
- 춤춰 봐!

 

어서, 뭐라도 해봐! 춤춰!

 

좋아 좋아

 

당신은 어때?
같이 춰 봐.

 

유대인들이 춤을 출수 있게,
거리 좀 정리 해봐.

 

그래. 당신도 이리 와..

 

어서 해봐.

 

빨리!

 

어서!

 

빨리!

 

그렇지!

 

더 빨리!

 

어서 춤 춰! 더 빨리 추라고!
어서, 유대인들아.!

 

- 계속 춰.
- 춤 춰.

 

다행이네, 왔구나

 

이츠학 헬러 씨가 기다리고 있어

 

- 무슨 일이죠?
- 어서 와서 차 마시렴

 

애들이 오면
점심을 준비할게

 

여기 무슨 일로 오셨죠?

 

케이크를 가져오셨어

 

부친이 보석 사업을
다시 시작하셨대

 

잘되고 있지, 이츠학?

 

훌륭해, 보석 사업이라니

 

- 사원을 모집하고 있어
- 누가 모집하죠?

 

건방지게 굴지 마, 헨릭
친구로 온 거니까

 

전국 각지에서
유대인을 모으고 있어

 

곧 거주 지역에
50만 명이 모일 거야

 

- 유대인 경찰이 더 필요해
- 유대인 경찰이 더 필요하다니

 

게슈타포 앞잡이가 돼서

 

동포들을 곤봉으로
때려잡으라고요

 

- 그런 거군요
- 누군가 해야 할 일이야

 

근데 왜 나죠? 부잣집 도련님들만
모집하는 줄 알았는데

 

우리 아버지와 우리 실정을 봐요

 

- 내 말은...
- 그래, 난 자네를 보고 있어

 

그래서 여기 온 거고 가족 전체가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어

 

책 팔아가며
생존 투쟁하고 싶어?

 

네, 그럴 거예요

 

호의를 베풀러 온 거라고

 

블라딕, 자넨 어때?
훌륭한 피아니스트잖아?

 

우리에겐 멋진
경찰 재즈 밴드도 있거든

 

자넬 대환영할 거야
우리랑 함께 일하자

 

- 자넨 일거리도 없잖아?
- 고맙지만 일 구했어요

 

네, 그러죠

 

미안한데
잠시만 연주를 멈춰달래

 

누가 멈추라고 그랬죠?

 

내가 늘 그랬잖아?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자넨 작은 빈민가에 있지만
지성인이고 전문직이 있어서

 

우리보다 훨씬 나은 사람이야

 

여긴 큰 곳도
구덩이나 마찬가지야

 

예후다, 일거리를 주세요

 

자넨 예술가야, 블라딕

 

음악으로 사람들의
사기를 북돋으니 됐어

 

뭔가 해서 돕고 싶어요

 

자넨 유명해서 안 돼

 

그거 아나?

 

음악가들은 음모자가 되는 데
소질이 없어

 

자네들은 너무 음악적이야

 

- 누구죠?
- 심헤

 

마요렉 아저씨예요

 

통지가 올라갈 거예요

 

불우한 사람들을
정화한다는 소문이에요

 

통지는 항상 올라가는 법이야

 

안녕, 심헤, 돌렉
지스킨트 부인, 안녕하세요

 

예후다, 열심히 일하고 있어?

 

마요렉, 이쪽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피아니스트야

 

블라디슬라프 슈필만
마요렉을 소개하지

 

처음 뵙겠습니다

 

이름은 알죠

 

연주는 못 들어봤어요

 

마요렉은 전에 군대에 있었어
훌륭한 친구야

 

사회주의자가 아니란 것만 빼곤
다 좋은 친구야

 

그만 가봐, 통금이 다 됐어

 

우리 신문을 몇 부나
인쇄했는지 알아?

 

500부야

 

한 부당 몇 명이나 읽는지 알아?

 

20명이고
독자가 만 명이란 얘기야

 

신문이 반란을 시작할 거야

 

마요렉은 속옷에 감춰서
화장실에 몰래 배포해

 

- 화장실요?
- 찾을 수 있는 화장실은 다요

 

독일놈은 유대인 전용은
절대 사용 안 하거든요

 

너무 깨끗하니까

 

제발 빵 한 조각만 주세요
아저씨, 1즐로티만 주세요

 

잡았다, 이 개자식아!

 

이걸 받아요!

 

멈춰요!

 

멈춰요!

 

얼른 나와, 어서

 

어서 나와

 

어서

 

일어서

 

일어서

 

제발 오늘만은
나쁜 얘기는 하지 말자

 

즐겁게 먹자고

 

알았어요, 그럼
웃긴 얘기할게요

 

다들 라셰야 의사 알죠?

 

- 외과 의사?
- 그래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독일놈이 거주 지역으로 와서
수술하게 허락했대

 

유대인에게 수술을?

 

폴란드인이 유대인에게
수술하게 했다는 거야?

 

내가 아는 건
통행증이 있었다는 것뿐이야

 

어쨌든

 

환자에게 마취하고
수술을 시작했어

 

첫 절개를 한 순간
나치는 불쑥 들어와서

 

수술대에 있는 환자를
총으로 쐈고

 

라셰야 의사를 포함해서
거기 있는 모든 사람을 쐈어

 

웃기지 않아?

 

환자는 마취가 돼서
하나도 안 아팠어

 

나쁜 얘기는 하지 말랬잖아?

 

다들 왜 이래요?

 

유머 감각이 사라졌나?

 

웃기지 않아

 

웃긴 게 뭔지 알아?

 

형이 맨 우스꽝스러운 넥타이야

 

내 넥타이가 어때서?

 

넥타이랑 무슨 상관이 있는데?

 

직장 때문에 맨 거야

 

- 직장?
- 그래, 일 때문이야

 

그래, 형 일 때문에

 

기생충들에게
피아노 연주하는 일?

 

- 기생충?
- 기생충들이야

 

얘들아, 그만해

 

남들이 고통받는 건
상관하지 않는 놈들이야

 

그들이 무관심한 게
내 책임인가?

 

그래, 난 매일 보거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상관도 안 한다고

 

- 미국인들 탓이야
- 뭐가요? 제 넥타이요?

 

미국계 유대인들이 아주 많아

 

우릴 위해 뭘 해줬어?
대체 뭘 하는 거지?

 

동포들은 죽어가고
식량도 없잖아?

 

유대인 은행가들이
미국을 설득해서

 

참전해야 해

 

불 꺼

 

불 켜.

 

어서!

 

문 열어!
빨리 문 열어!

 

어서 문 열어!

 

일어나!

 

너, 일어나! 어서!

 

그를 끌어내!

 

엄마, 제발

 

어서 뛰어가!

 

조용히 해

 

성냥 사세요!

 

- 실례해요
- 네?

 

- 슈필만 씨의 동생이에요
- 네, 들어가세요

 

당신은 안 돼요

 

무슨 일이야? 왜 그래?

 

- 세상에, 큰일 났어
- 왜? 왜 그래?

 

거리에서 사람을 잡아가

 

작은 오빠가 잡혀갔어

 

알았어, 집에 가 있어
내게 맡기고 집에 가

 

완전히 새것이에요
사용한 적 없어요

 

실례해요, 제 남편을 보셨어요?
이자크 셰르만이에요

 

아뇨, 못 봤어요

 

큰 키에 잘 생겼고
회색 수염이 있어요

 

남편을 보면 편지 보내줘요
이자크 셰르만이에요

 

무슨 일이에요?

 

내 손주를 데려갔어

 

사람들을 데려갔어
어떻게 하려는지 모르겠어

 

이제 신은 안 믿어

 

실례해요

 

- 뭐예요?
- 실례해요

 

무슨 일이죠?

 

이츠학!

 

이츠학!

 

이츠학, 여기요
블라딕 슈필만이에요

 

헨릭이 안에 있어요

 

- 못 봤어
- 데려간 게 틀림없어요

 

참 운도 없군

 

- 도와주세요
- 이제 내 도움이 필요한가?

 

그래, 이제 필요하겠지

 

도와줄 수 있어요?

 

- 돈을 내야지
- 한 푼도 없어요

 

그럼 어쩔 수 없지

 

기회가 있었을 때
우리랑 동참했어야지

 

이츠학, 당신에게
힘이 있다고 들었어요

 

누가 그랬어?

 

당신이 중요한 사람이라고
아는 사람들이 그랬어요

 

이츠학

 

- 손들어..
- 잘 지내시나요?

 

- 안녕하세요?
- 이 도둑놈아.

 

죽어라! 죽어!

 

- 돌았네.
- 손들어.

 

- 담배 있어요?
- 담배?

 

고마워요.

 

모든게 좋네요!

 

매우 즐거워 보이는데.

 

만사 형통이예요.

 

만사형통.

 

손들어, 손들어!

 

모두 괜찮아.

 

도와줘요! 도둑이야!

 

도와줘요!

 

도둑이야! 이 도둑놈!

 

왜 널 데려간 거야?

 

형이 이츠학 헬러에게 찾아갔군
내가 그런 부탁 했어?

 

나왔잖아, 안 그래?

 

바퀴벌레 같은 놈한테

 

- 비굴하게 애걸했어?
- 굽실거린 게 아니라 부탁한 거야

 

뭐로 지불했어?

 

돈이 어디 있다고 줬겠어?

 

번 돈은 전부
음식 사는 데 소비하잖아?

 

내 앞가림은 내가 해

 

- 널 끌고 갔잖아?
- 형이랑은 상관없는 일이야

 

형이 아니라
날 잡아갔잖아?

 

왜 다른 사람 일에
개입하고 그래?

 

너 미쳤구나

 

- 미친 것도 문제잖아?
- 그것도 내 일이야

 

헨릭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어디 아파?

 

배고파서 그래

 

슈필만 씨

 

재직증명서?

 

재직 증명서가 없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독일 회사에서 일한다는

 

재직 증명서가 없으면

 

그게 없으면?

 

추방당할 거야

 

소문이 맞군

 

우릴 이주시킬 거야

 

동쪽에 있는
강제 노동 수용소로 보낸대

 

그리고 작은 거주 지역을
폐쇄할 거야

 

맙소사

 

블라딕

 

블라딕!

 

런던, 파리, 뉴욕, 시카고로
순회공연 간 줄 알았어

 

- 이번 주는 아니에요
- 꼴이 말이 아니군

 

- 소문 들었어요?
- 소문?

 

우릴 동쪽으로 이동시킨대요

 

소문이라니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마

 

무슨 일인데?

 

아버지의 재직 증명서를
얻으려고 해요

 

나머지 가족들은 다 얻었는데

 

아버지 것이 필요해요

 

회사랑 가게랑 다 가봤는데...

 

왜 나한테 오지 않았어?

 

증명서 일도 하는 줄 몰랐어요

 

난 아니지만
마요렉이 해

 

도와줄 수 있어요?
돈이 없어요

 

우릴 모욕하는 건가?

 

해줄 수 있겠어?

 

내일 4시에
슐츠 공장으로 와요

 

오늘 운이 얼마나 좋았는지 봤지?

 

이게 역사적 운명이라는 거야

 

내가 늘 그랬잖아?

 

-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알아요

 

등은 좀 어때요?

 

좋아

 

좋아요?

 

안 물어보는 게 좋다고

 

고맙소

 

천만에요

 

도움이 안 될 거예요

 

고마워요, 슐츠 씨

 

"1942년 3월 15일"

 

직장을 얻어서 다행이야

 

아직도 식구끼리
함께 있어서 다행이야

 

다들 나가!

 

마당으로 나가!

 

어서 어서!

 

우린 모두 직원이에요

 

재직증명서도 있어요

 

블라딕

 

이거 받아

 

저기로 간다. 빨리.

 

당신.

 

너, 너.

 

당신.

 

너.

 

너.

 

나머지는 가서 옷 입고
여기 다시 모인다

 

짐은 15kg만 챙기도록 한다

 

어디로 데려갈 거죠?

 

죄송해요, 전 최선을 다했어요

 

증명서만 있다면
괜찮을 줄 알았어요

 

그만해, 블라딕

 

작은 오빠와 할리나가
무사하길 바라자

 

"1942년 8월 16일"

 

움직여!

 

어서

 

어디로 가는 거죠?

 

일하러 가는 거야

 

악취 나는 여기보다 나을 거야

 

움직여

 

내가 왜 그랬지?

 

내가 왜 그랬지?

 

내가 왜 그랬지?

 

내가 왜 그랬지?

 

내가 왜 그랬지?

 

왜?

 

내가 왜 그랬지?

 

내가 왜...

 

내가 왜 그랬지?

 

제발 부탁인데
물 좀 주세요, 부탁이에요

 

물 없으세요?

 

애가 죽어가요
목이 말라서 죽어가요

 

- 부탁이에요
- 미안해요

 

물 좀 주세요

 

- 부탁이에요
- 내가 하는 말 들려?

 

- 이건 수치스러운 일이야
- 자네 말 들었어

 

우릴 양처럼
도살장에 끌려가게 놔두잖아?

 

- 에를리히, 소리 낮춰
- 공격하는 게 어때?

 

우리 50만 명이 넘는데
탈출할 수 있다고

 

역사를 얼룩지게 하느니
차라리 명예롭게 죽는 게 낫지

 

왜 우릴 죽이려
보낸다고 확신하지?

 

나도 몰라

 

왜 모르는지 알아?
나한테 얘기해주지 않았거든

 

우릴 다 파괴할 거야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싸우라는 건가?

 

싸우려면
구성, 계획, 무기가 필요해

 

이 친구 말이 맞아
바이올린 활로 싸우라는 거야?

 

독일놈들은 이렇게
커다란 노동력을 낭비할 리가 없어

 

강제 노동 수용소로
보내는 게 당연한 일이야

 

그렇겠지

 

저기 절름발이를 봐

 

노인들과 어린애들이
일을 하겠어?

 

자네를 봐, 자넨 등에
철제를 얹고 다니잖아?

 

헨릭!

 

- 할리나! 헨릭!
- 세상에!

 

할리나!

 

헨릭!

 

여기 계시다고 들었어요

 

엄마랑 같이 있으려고요

 

아빠랑 같이 있고 싶었어요

 

바보 같으니

 

내가 왜 그랬지?

 

내가 왜 그랬지?

 

저 여자 때문에 짜증 나요

 

대체 무슨 짓을 했기에 저러죠?

 

아기를 질식시켜 죽였어

 

준비해둔 은신처에 숨었는데

 

경찰이 왔을 때
아기가 울자

 

손으로 아기 입을 막았어

 

그래서 죽었어

 

경찰은 숨넘어가는 소리를 듣고

 

그들이 숨어있는 곳을 찾았어

 

뭐 읽어?

 

'우릴 찌르면
우린 피가 나지 않나?'

 

'우릴 간지럽히면
우린 웃지 않나?'

 

'우리에게 독을 먹이면
우린 죽지 않나?'

 

'우릴 학대하면
복수하지 않나?'

 

딱 맞는 옳은 말이네

 

그래서 가져온 거야

 

바보

 

돈을 벌어 뭐 하게?

 

꼬마야, 이리 오렴

 

이리 와

 

- 캐러멜 얼마지?
- 20즐로티예요

 

캐러멜 하나에?

 

돈으로 뭘 하려고?

 

20즐로티예요

 

20즐로티가 있나?

 

10즐로티는 있을 거야

 

5, 10, 20

 

왜?

 

내가 왜 그랬지?

 

내가 왜 그랬지? 왜?

 

내가 왜 그랬지?

 

어서 일어나, 움직여!

 

일어나!

 

할리나!

 

왜?

 

이런 말 할 때는 아니지만...

 

뭔데?

 

널 더 잘 알았으면 좋았을 거야

 

고마워

 

슈필만

 

바보 같으니!

 

가!

 

아빠

 

아빠!

 

엄마! 할리나!

 

할리나! 엄마!

 

뭐 하는 짓이야, 슈필만?
널 살려준 건데

 

일어나서 그냥 가, 어서!

 

뛰지 마!

 

여보!

 

여보!

 

용광로로 다 실려 가는군

 

- 이건 안돼.
- 이리 내놔!

 

뭐 하는 짓이야?
임산부잖아?

 

블라딕

 

여긴 왜 왔어, 블라딕?

 

말하자면, 내가...

 

우린...

 

가족 모두, 모두 다

 

그들이 운이 좋은 건지도 몰라
빨리 끝날수록 좋잖아?

 

아직 끝난 게 아니야

 

진정될 때까지
여기서 며칠 있어야 해

 

경찰을 매수했으니까
다 끝나면 여기로 올 거야

 

차렷!
앞으로 가!

 

앞으로!

 

세상에, 밖에 나와 본 게
2년이 넘었어

 

너무 흥분하지 마

 

이건 금이고 가격도 좋아요

 

아는 사람이야?

 

- 예쁘네, 누구지?
- 가수예요

 

잘 아는 사이예요
남편은 배우죠

 

좋은 사람들이에요
얘기했으면 좋겠네요

 

유대인을 도우면
처형당한다는 걸 잊지 마

 

좌향 좌!

 

앞으로 가!

 

제자리에 서!
차렷!

 

쉬어.

 

우향 우!

 

앞으로 나와.

 

너.

 

너. 너.

 

너.

 

바닥에 엎드려!

 

땅바닥에 엎드려!

 

좌향 좌!

 

앞으로 가.

 

- 여기 온 지 얼마나 됐죠?
- 어젯밤부터요

 

만나서 반가워요

 

마지막 이주가 있을 예정이에요

 

그게 무슨 뜻인지 알잖아요?

 

대원 한 명을 내보냈어요
지그문트란 좋은 사람이죠

 

바르샤바에서 떠나는
기차를 쫓아갔어요

 

소콜로프까지 갔는데

 

현지 철도원에 의하면
철도가 갈라져서

 

한쪽은 트레블링카로 향한대요

 

매일 사람을 실은 화물 열차가

 

트레블링카로 향하고
돌아올 땐 텅 비었대요

 

그쪽으로 식량이
공급된 적도 없대요

 

민간인은 트레블링카역에
접근 금지예요

 

우릴 몰살하는 거죠

 

오래 걸리지 않을 거예요

 

우린 50만 명에서
6천 명 남았어요

 

대부분 젊은 사람들만 남았잖아요?

 

이번엔 우린 싸울 거예요

 

우린 좋은 상태고

 

조직화했고
준비됐어요

 

도움이 필요하면, 나도...

 

이리 와!

 

젠장

 

미안해요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네요

 

제발 부탁이에요

 

이거 받아! 이거 받아!

 

그를 데려가.

 

피아노는 잘 치는지 모르겠지만
벽돌 나르기는 형편없군

 

이렇게 일하다간
오래 못 가

 

다른 일을 하게 알아봐 줘야겠어

 

문제가 생겼어

 

유대인들만 모인다!

 

모여라!
유대인들만.

 

유대인만 모여!
폴란드인은 계속 일해!

 

좋은 소식을 알려주지

 

당신들을 이주한다는

 

소문이 떠도는데 말이야

 

지금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다는 걸 약속하지

 

그래서 뉴스 벽보를 붙였어

 

우리의 선의를 보여주기 위해서

 

당신들이 동료 중 한 명을 뽑아

 

매일 시내로 보내서

 

1인당 감자 3kg씩 사 오게 할 거야
알겠지?

 

1인당 빵도 하나씩
돌아가게 할 거야

 

우리가 이주를 계획한다면
왜 이런 일을 하겠어?

 

자네들은 먹지 않는 것에서
뭐든 돈으로 만들잖아?

 

그게 당신 유대인의 장점이잖아?
돈 만드는 거 말이야

 

이제 해산

 

끈으로 묶은 거예요
나머지는 철사로 묶었어요

 

지금이에요

 

마요렉

 

부탁이 있어요

 

여길 나가고 싶어요

 

나가는 건 쉬워요

 

나가서 살아남는 게 어려운 거죠

 

알아요

 

지난여름에 젤라즈나 브라마
광장에서 일한 적 있는데

 

아는 사람을 봤어요

 

가수인 옛날 친구예요
남편은 배우고

 

이름과 주소를 적었어요
아직도 살고 있는지 궁금해서

 

야니나 고들레프스카와
안제이 보구츠키는 좋은 사람이죠

 

연락할 수 있겠어요?

 

매일 시내로 나가잖아요?
물어봐 줘요

 

여기서 날
빼낼 수 있냐고 물어봐 줘요

 

반창고 있어?

 

여기서 뭐 하고 있지?

 

이 자루는 뭐야?

 

거주 지역으로 음식을
갖고 가게 허락받았어요

 

감자 3kg과 빵이에요

 

열어 봐

 

감자와 빵뿐인데

 

거짓말이야, 척 보면 알아

 

열어 봐.

 

감자군

 

너희 유대인들은 다 똑같아

 

유대인에게

 

작은 손가락을 주면

 

손을 잡는다니까

 

또 거짓말하면 총살이야

 

내가 직접 쏠 거야

 

친구 집에 가봤지만
이사했더군요

 

연락은 했어요?

 

떠날 준비 해요

 

- 언제요?
- 곧

 

제자리 섯!

 

젠장

 

잠깐, 이게 무슨 일이야?

 

이거 받아! 이거 받아!

 

규율이 뭔지 알려주지
돼지 같은 놈들아!

 

왜 내가 너희를 때리는지 알아?

 

- 아니요.
- 왜 내가 너희를 때리는지 알아?

 

왜죠?

 

새해 전날을 축하하려고

 

자, 이제 행진해!

 

노래도 하고!

 

흥겨운 노래를 불러

 

똑바로 크게 불러봐!

 

♪ 야, 단결하라
화이트 이글을 따르라! ♪

 

♪ 일어나서
철천지원수와 싸워라 ♪

 

♪ 명사수야!
그들에게 천벌을 내리자 ♪

 

♪ 노예라는 멍에를 날려 보내자 ♪

 

♪ 참패시키고 응징하라
우리나라의 강간범들 ♪

 

♪ 체면을 살리기 위해
채찍을 박살 내라 ♪

 

가자.

 

미안해, 더럽고 냄새가 나서

 

시간이 없어, 가자

 

서둘러야 해
이거 맞는지 입어봐

 

계속 움직여야 해

 

독일놈들이 마구잡이로
잡아가고 있어

 

유대인이든지 아니든지
누구나 다 잡아가

 

면도하는 게 좋겠어
선반 위에 있는 내 면도기를 써

 

마렉 게프친스키가 돌봐줄 거야

 

시내 반대편에 있어

 

오늘 밤에 거기 있다가
다른 곳을 찾아줄게

 

음식은 내가 가져다줄게

 

좋아, 가자

 

잘 곳을 알려주지

 

내일 오후까지
여기 있어야 해

 

거주 지역 근처에
방을 구했는데 안전한 곳이야

 

조금 불편할 거야

 

괜찮아요

 

고마워요

 

내가 들지, 이리 줘

 

최대한 앞쪽으로 가
독일인 좌석 쪽으로

 

"출입금지"

 

커튼부터 내릴게

 

낮엔 꼭 열어놔야 해
잊지 마

 

거주 지역 밖에 있으니
기분이 좋지?

 

 

하지만 어느 쪽에 있는지
실감이 안 나요

 

빵, 감자, 양파가 있어

 

다시 올게

 

야니나 고들레프스카가
일주일에 두 번씩 올 거야

 

음식도 가져오고
자네가 어떤지 보러 올 거야

 

고마워요

 

중요한 건데
비상시에는

 

진짜 비상시에는
이 주소로 가

 

여보, 잊었다니 무슨 말이야?

 

무슨 뜻이겠어?
그냥 잊었다는 거야

 

날 함부로 대하잖아?

 

당신이 이러니까
그렇게 대하는 거야

 

더러운 놈!

 

- 나쁜 년!
- 더러운 돼지 같으니!

 

당신은 더러운 돼지야!

 

그렇게 말하는
당신이야말로 그렇잖아?

 

천사처럼 치네

 

천사처럼 치면
잠자코 듣기나 해

 

- 듣고 있잖아?
- 거짓말쟁이, 잠만 자면서

 

돼지!

 

"1943년 4월 19일"

 

산개하라!
공격받고 있다!

 

엄호하라!

 

사격!

 

엄호하라! 사격개시!

 

어서, 나가.!

 

공격은 성공적이었습니다..

 

"1943년 5월 16일"

 

저 건물은...

 

뒤로 돌아!

 

사격!

 

고마워

 

- 진작 오려고 했지만...
- 아니, 괜찮아, 고마워

 

그들이 이렇게 오래 버틸지는
아무도 몰랐어

 

나오지 않았어야 했어

 

남아서 함께 싸워야 했는데

 

그만해, 이제 끝난 일이야

 

자랑스럽게 생각해야지

 

세상에, 정말 열심히 싸웠어

 

그래

 

독일놈들도 그랬어

 

놈들은 충격받았어
아무도 예상 못 했잖아?

 

유대인이 반격을 해?

 

- 누가 알았겠어?
- 그렇지만 뭘 얻었지?

 

뭘 얻었냐고?
블라딕, 그게 무슨 말이야?

 

자랑스럽게 죽었잖아?
그게 얻은 거야

 

그리고 또 다른 게 있어
이제 폴란드인들도 동참했어

 

우린 준비가 됐다고

 

우리도 싸울 거야
두고 봐

 

짐 챙겨, 떠나야 해

 

네? 무슨 일이죠?

 

난 도망 중이야

 

- 무슨 일이에요?
- 게슈타포가 무기를 찾아냈어

 

야니나와 안제이가 체포됐어

 

곧 이곳도 알아낼 거야

 

당장 떠나야 해

 

어딜 가라고요?

 

난 안 떠날 거예요

 

- 여기서 운명에 맡기고 싶어요
- 자네가 좋을 대로 해

 

놈들이 쳐들어오면
창밖으로 뛰어내려

 

생포 당하지는 마

 

독약을 갖고 있어서
나도 생포 당하지 않을 거야

 

문 열어요

 

당장 열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

 

여기 살아요?
등록된 사람 아니죠?

 

친구 집이에요

 

친구 보러 왔는데
나갔나 봐요

 

신분증 있어요?

 

신분증 보여줘요

 

네, 물론이죠

 

신분증을 내봐요!

 

- 무슨 일이에요?
- 유대인이에요

 

유대인이에요!
그를 막아요!

 

도망 못 치게 막아요!

 

- 네?
- 게프친스키 씨가 보냈어요

 

블라디슬라프 슈필만

 

도로타

 

들어와요

 

미안해요, 이 주소를 줬어요

 

- 지키에비치 씨를 찾아요
- 제 남편이에요

 

들어와요

 

앉아요

 

도움이 필요해요

 

남편은 통금 전에 올 거예요

 

숨어 지냈는데

 

머물 곳이 필요해요

 

남편이 곧 올 거예요

 

결혼한 지 얼마나 됐죠?

 

일 년 전에요

 

유렉은 어때요?

 

죽었어요

 

출산 예정은 언제죠?

 

크리스마스요

 

애 낳을 좋을 때는 아니지만...

 

남편이에요

 

블라디슬라프 슈필만이에요
마렉 게프친스키가 보냈대요

 

그래, 기억나

 

게프친스키 씨가 비상시에
당신한테 연락하라고 해서...

 

이제 걱정하지 말아요

 

오늘 밤은 이동할 수 없으니
소파에서 자도록 해요

 

실례해요

 

미안하지만
빵 한 조각만 주시겠어요?

 

네, 물론이죠
식사합시다

 

앉으세요, 어서 앉으세요

 

고마워요

 

여긴 독일군 진영 한가운데죠

 

건너편의 건물은 러시아 전방
부상병들을 위한 병원이에요

 

옆은 경찰국이죠

 

가장 안전한 곳이죠
사자굴 한가운데에 있어요

 

문을 잠그고 갈게요

 

누가 있는지 모르니까
가능한 한 조용히 해요

 

괜찮아요?

 

고마워요

 

여긴 안텍 샬라스예요
당신을 돌봐줄 거예요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고마워요

 

이 친구에게 열쇠를 줬어요

 

음식도 가져오고
당신이 괜찮은지 보러 올 거예요

 

지하 조직에 있는 사람이에요
좋은 사람이죠

 

절 기억 못 하세요, 슈필만 씨?

 

- 모르겠네요
- 바르샤바 라디오에서

 

기술자였는데
매일 당신을 봤어요

 

- 미안해요, 기억이 안 나요
- 괜찮아요

 

이제 안심해요
자주 올 테니까

 

연합군이 독일을
폭격하고 있다는 기쁜 소식이에요

 

매일 밤요

 

쾰른, 함부르크, 베를린

 

러시아군에게도 당하고 있죠

 

- 종말의 시작이에요
- 그러길 바라요

 

아직 살아 있어요?

 

소시지랑 빵 가져왔어요

 

보드카 아직 남았어요?

 

- 얼마나 갈 것 같아요?
- 얼마 안 남았어요

 

황달에 걸린 것 같아요

 

그건 걱정하지 말아요
그냥 웃기게만 보일 거예요

 

할아버지가 황달에 걸렸을 때
여자친구한테 채었죠

 

마셔요

 

왜 진작 오지 않았어요?
2주가 넘었잖아요?

 

문제가 있었어요
돈도 그렇고

 

식량을 사려면
돈을 마련해야 해요

 

팔 물건을 구하는 건
쉽지 않아요

 

받아요, 이걸 팔아요

 

시간보다 음식이 더 중요하니까

 

깜빡했는데

 

연합군이 프랑스에 도착했고
러시아군도 곧 여기 올 거예요

 

독일놈들을 박살 낼 거예요

 

조만간요

 

안 돼

 

블라딕?

 

블라딕?

 

이럴 줄 알았어요

 

쇼팽

 

- 의사를 불러야 해요
- 그럴 순 없어, 너무 위험해

 

루차크 의사를 부를게요
그는 믿을 수 있어요

 

도로타, 말도 안 되는 소리
소아과 의사잖아?

 

그래도 의사잖아요?

 

아니, 여기 있어
내가 갈게

 

작별인사하러 왔어요

 

오트보츠크에 계신
어머니 댁에 가 있을 거예요

 

아기는 벌써 거기 있어서 안전해요

 

곧 반란이 시작될 거란
소문이 있어요

 

샬라스란 남자는
죽어 마땅해요

 

당신 핑계로 바르샤바 전역에서
돈을 모금했거든요

 

사람들이 아낌없이 원조해서
돈을 많이 모았나 봐요

 

세상에

 

간이 축구공만큼 부었고
쓸개에 급성염증이 있지만

 

생명엔 지장이 없어요

 

과당을 구해보겠지만
쉽지 않아요

 

또 와주실 수 있어요?

 

- 모르죠
- 의사 선생님

 

- 고마워요
- 얘기하지 말고 쉬어요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음식을 가져왔어요

 

지금 먹게 준비해주고 나서
갈게요

 

"1944년 8월 1일"

 

수류탄을 던질 거야!

 

저기 부상자가 있어요!

 

저리로 가봐.

 

조심해! 조심해!

 

- 내가 가서 도움을 청할게!
- 서둘러!

 

힘 내요! 들 것 좀 가져와요!

 

안으로 돌아가세요!

 

어서 나와요!

 

거리로 나와요, 당장 나가요
독일군이 건물을 포위했어요

 

누구 좀 도와줘요!

 

괜찮아?
먼지가 너무 많아.

 

여기 찾아 볼게.
걱정마.

 

조심해!

 

- 하인리히?
- 확인중이야!

 

여기 누구 없나?

 

- 내려와!
- 알았어. 갈게..

 

어서, 그것들을 쌓아..

 

거기 던져.

 

모든 걸 표시해야 해..

 

어서.

 

여기서 뭐 하고 있지?

 

넌 누구야?

 

알아들었어?

 

 

여기서 뭐 해?

 

저는

 

이 캔을 따려고 했어요

 

여기 사나?

 

여기서 일하나?

 

아뇨

 

직업이 뭐야?

 

저는

 

피아니스트였어요

 

피아니스트?

 

이리 와

 

연주해봐

 

여기 숨어 있었나?

 

유대인인가?

 

어디 숨어 있었지?

 

다락에요

 

안내해

 

먹을 건 있나?

 

그들에 의하면,
이건 매우 중요한...

 

차렷!

 

- 쉬어.
- 쉬어.

 

유대인?

 

죄송하지만

 

저 총소리는 뭐죠?

 

러시아군이

 

강 건너편에 있어

 

몇 주만 더 버티면 될 거야

 

무슨 일이죠?

 

우린 철수해

 

러시아군이 여기 왔나요?

 

아직 아니야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나 말고 신에게 감사해

 

우리가 살아남는 걸 원하시니까

 

우린 그렇게 믿어야 해

 

받아

 

당신은요?

 

또 하나 있어

 

더 따뜻한 거야

 

전쟁이 끝나면 뭘 할 건가?

 

다시 연주할 거예요

 

폴란드 라디오 방송에서요

 

자네 이름을 말해주면

 

들어줄게

 

슈필만

 

슈필만

 

피아니스트에
어울리는 이름이군

 

독일군이다!

 

아니에요, 쏘지 말아요
폴란드 사람이에요!

 

제발! 폴란드 사람이에요

 

- 손들고 나와
- 제발 부탁이에요

 

쏘지 말아요

 

- 폴란드 사람이에요
- 내려와!

 

제발요, 폴란드 사람이에요

 

제발 부탁이에요

 

폴란드 사람이야

 

맞아, 폴란드 사람 맞아

 

왜 그 코트를 입었어?

 

추워서요

 

저거 봐, 망할 독일놈들이야

 

살인자들!

 

- 더러운 개자식들!
- 이걸 기도해왔는데

 

- 눈으로 직접 보게 될 줄이야
- 암살자들! 개자식들!

 

너희들 꼴 좀 봐
내 모든 걸 빼앗아 갔어

 

난 음악가인데 내 바이올린도
영혼도 가져갔어

 

음악가라고?

 

그래

 

혹시

 

슈필만이란 피아니스트 아나?

 

폴란드 라디오에 나오는데

 

당연히 알지

 

그가 숨었을 때
도와줬었어

 

내가 여기 있다고 전해줘

 

도와달라고 전해줘

 

당신 이름이 뭐야?

 

호젠펠트

 

뭐라고?

 

여기였어, 확실해

 

이제 사라졌군

 

내가 욕설을 퍼부었어

 

자랑할 건 아니지만
그런 짓을 했어

 

여기가 확실해

 

철조망 안에서
그 독일인이 내게 다가왔어

 

이름은 들었어?

 

아니

 

공장에서 물어볼게
뭔가 알지도 모르지

 

"블라디슬라프 슈필만은
2000년 7월 6일까지"

 

"바르샤바에서 살다가
88세에 생을 마쳤다"

 

"독일 장교 이름은
빌름 호젠펠트였고"

 

"1952년에 소련
포로수용소에서 죽었다는 사실만"

 

"알려졌다"

 

" 피아니스트 "

 

자 막 번 역 : 박 상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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