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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은아!

 

‎경황이 없어서
‎우리 얘기도 못 했다, 그지?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만나?

 

‎반가워라

 

‎우리 얘기 좀 하자, 지금, 어?

 

‎그럴래?

 

‎이쪽

 

‎살려줘, 동은아

 

‎나 한 번만 살려줘

 

‎그때는 내가 실수했어

 


‎이해해 달란 말 아니야

 

‎입이 열 개라도 할 말 없어

 

‎정말 잘못했어

 

‎나 평생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았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진짜야, 동은아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무릎부터 꿇으면 어떡해

 

‎나중엔 뭐 하려고?

 

‎너도 알잖아

 

‎나 세탁소집 딸인 거

 

‎난 정말 하기 싫었는데 걔네가…

 

‎그래서 어쩔 수 없었어

 

‎그때 우리 다 너무 어렸잖아

 

‎다 실수하면서 크는 거잖아

 

‎제발, 동은아, 어?

 

‎그럼 이건 실수일까, 잘못일까?

 

‎너 미쳤어?

 

‎나 스튜어디스야!

 

‎이런 걸 잘못이라고 하는 거야

 

‎스튜어디스 혜정아

 

‎다 알면서 하는 거

 

‎다치라고 하는 거

 

‎니가 매일매일 나한테 한 거

 

‎그래,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내가 정말 죽을 죄를 졌어

 

‎나 근데, 동은아

 

‎정말 딱 한 번만
‎용서해 줄 순 없을까?

 

‎제발 우리 시엄마한테
‎얘기하지 말아줘, 아니

 

‎제발 연락 끊어줘, 제발

 

‎진짜 딱 결혼까지만, 어?

 

‎나 지금 퇴직 신청도
‎해놓은 상태라 이 결혼 못 하면

 

‎나 수입도 없고 진짜 죽어!
‎제발, 동은아, 어?

 

‎이, 씨

 

‎태세 전환 시도는 좋았는데

 

‎너무 일렀고 섣불렀어

 

‎애초에 난 너한테
‎뭘 받을 생각이 없거든, 혜정아

 

‎돈이든 사과든

 

‎납작 기고, 빌어도 보고

 

‎협박도 해봤으니까

 

‎다음 레파토리 해봐

 

‎씨팔!

 

‎그래서 뭐?

 

‎뭔데?

 

‎원하는 게 뭐냐고, 씨발년아!

 

‎너 핸드폰 잃어버린 적 있지?

 

‎맞아

 

‎니가 잃어버렸던 그 폰

 

‎너였어?

 

‎그 사진들, 손명오가 아니라?

 

‎야, 이 미친년아!

 

‎그러니 내가

 

‎너에 대해서 얼마나
‎많이 알고 있겠니, 혜정아

 

‎지금부터 살길은 딱 하나야
‎잘 생각해 봐

 

‎니가 제일 잘하는 거

 

‎그럼

 

‎니 예비 시어머니는 안 만날게

 

‎나

 

‎이제부터 죽을 때까지
‎니 편이야, 동은아

 

‎뭐부터 하면 되는데?

 

‎손명오

 

‎실종 신고부터

 

‎하예솔, 앞에 봐

 

‎뭐 더 남았습니까?

 

‎아니 뭐, 애들 웃는 거
‎보니까 좋아서요

 

‎공기청정기 CF
‎보는 거 같고

 

‎결혼 생각 없었거든요?

 

‎유부남들은 수식어들이 구려서

 

‎똑같이 놀아도

 

‎총각 때는 로맨스, 결혼하면 불륜

 

‎- 그죠?
‎- 여기 애들도 많은데

 

‎아유, 좋은 아빠시구나

 

‎근데

 

‎재미는 좀 없네요?

 

‎예솔이는 유머 감각이 있던데

 

‎누굴 닮은 건가?

 

‎뭐 하자는 겁니까?
‎교실에서부터 계속

 

‎아우, 칠 거 같애, 분위기가

 

‎여기 애들도 많은데?

 

‎그럼 전

 

‎동창 좀 만나야 해서요

 

‎아

 

‎명오랑은 연락됐어요?

 

‎필요 없어졌습니다

 

‎오늘 그 이유를 알아버려서

 

여기 딱 서 있어라

 

‎손 올리면 뒤진다

 

‎야, 이쪽

 

‎손 내려, 씨
‎뒤진다고 했다!

 

‎어느 반 놈들이야, 거기!

 

‎- 종 친 지가 언제인데!
‎- 아이, 씨발

 

‎딸기 우유 많이 마시냐?

 

‎그만 마셔도 되겠다

 

‎야, 내 말 맞지?

 

‎문동은 가슴
‎존나 크지?

 

‎안녕, 문동은?

 

‎박연진이가 갖고 놀던 예쁜 애가

 

‎박연진 딸의 담임이 됐네?

 

‎우연인가?

 

‎연진이가 얘기 안 했구나?

 

‎우연 아니라고 말했는데

 

‎근데 이게
‎우연이 아님 말이다?

 

‎그때 그 체육관에서부터
‎지금 여기까지가 다

 

‎계획됐다는 얘긴데

 

‎그럼 존나 무서운데?

 

‎너한테 이런 면도 있구나

 

‎어디서 농구나
‎하고 있을 줄 알았더니

 

‎슬픈 예감은
‎왜 틀린 적이 없나 몰라

 

‎뭐, 막기에는 글렀고

 

‎피할 수도 없겠고

 

‎그럼 다 당해야지
‎끝나는 건가, 이 복수가?

 

‎그때 그 장맛비처럼?

 

‎이야, 이제는 화도 낼 줄 알고

 

‎내가 이거 볼라고 온 거야
‎너 얼마나 컸나

 

‎맞다

 

‎너 그 흉터 있지 않았나?

 

‎그거는 다 나았어?
‎이제는… 안 뜨거?

 

‎물었으면 대답을 해야지

 

‎아휴, 아직 있네

 

‎내가 호 해줘야겠다

 

‎경고하는데

 

‎연진이 딸 건드리지 마

 

‎어떤 식으로든

 

‎예솔이 칫솔은 잘 받았어?

 

‎급할 거 같아 퀵으로 보냈는데

 

‎그…

 

‎너였어?

 

‎나도 경고하는데

 

‎박연진 돕지 마, 어떤 식으로든

 

‎니가 예솔이를 원한다면
‎니 편은 지금 나야

 

‎박연진이 아니라

 

‎니가 모르는 거 같아 알려주는데

 

‎나도 누군가의 딸이었거든?

 

‎재준아?

 

‎아니, 울 엄마가

 

‎선생님 말씀은
‎잘 들어야 한댔어, 어

 

‎반갑다, 친구야

 

‎선물

 

참관수업? 오늘?

 

‎어, 아빠들 되게 많이 왔는데

 

‎우리 아빠가 제일 멋있었어

 

‎하예솔!

 

‎왜 약속 안 지켜!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선생님이 뭐라고 하는지

 

‎다 말하라고 했잖아, 엄마가!

 

‎그런 수업이 있었으면
‎엄마한테 말을 했어야지

 

‎저번에
‎저녁 먹을 때 말했잖아

 

‎아빠들 오는 날 있다고

 

‎아, 엄마가
‎요즘 정신이 없어서

 

‎미안해

 

‎그래서, 아빠랑 선생님이랑
‎얘기했어?

 

‎서로 인사했어?

 

‎안 했어

 

‎아빠는
‎재준이 삼촌이랑만 얘기했어

 

‎저, 전재준 삼촌이 학교에 왔어?

 

‎너네 반에?

 

‎같이 밥 먹자까지는
‎재밌었거든요?

 

‎무슨 일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근데 이건 상상도 못 한 전개라

 

‎무슨 의미예요, 이거?

 

‎큰 의미 없어요

 

‎과일 바구니 같은 겁니다
‎빈손으로 오기 뭐해서

 

‎최혜정 씨 연락처랑 취향은

 

‎경태한테 물어봤어요
‎불편하실까요?

 

‎불편하진 않은데 불안하긴 하네요

 

‎과일 바구니가 너무 내 스타일이라

 

‎문동은 씨 아시죠?

 

‎정확히는 연진이가 문동은 씨와
‎무슨 관계인지 알고 싶습니다

 

‎도영 씨가 동은이를
‎어떻게 아세요?

 

‎같이 바둑 둡니다

 

‎와

 

‎와, 세상 좁네, 진짜

 

‎저 만나러 온 거
‎연진이도 알아요?

 

‎모를 겁니다
‎제가 얘기 안 할 거라

 

‎연진이랑 동은인
‎설명이 긴 사이는 아니에요

 

‎우리 다 고등학교 동창이고

 

‎고등학교 때
‎연진이가 동은이를 괴롭혔어요

 

‎학교 폭력 같은…

 

‎그런 거 말입니까?

 

‎학교 폭력 같은 게 아니라
‎딱 그거죠

 

‎어떻게요?

 

‎심하게?

 

‎우리 같은 반인데

 

‎대화는 처음이다

 

‎그치, 동은아?

 

‎무슨 일인데?

 

‎인사를 안 받아

 

‎그래, 뭐

 

‎일은 아니고 부탁

 

‎사실은 내가
‎락스 냄새를 잘 못 맡거든

 

‎근데 화장실 청소 당번은
‎그렇게 빨리 돌아온다?

 

‎어때?

 

‎뭐가?

 

‎뭐, 다 알아들었으면서

 

‎즉답 안 하고 그러면
‎자존심이 좀 덜 상하나?

 

‎뭐, 암튼

 

‎내 화장실 청소 좀 부탁해도 될까?

 

‎지난주까지
‎도와주던 친구가 있었는데

 

‎전학을 갔지 뭐야

 

‎윤소희 전학 갔어?

 

‎갔대

 

‎어디로 갔는지
‎수배 들어가지, 우리가 또

 

‎이제 대답해야지

 

‎니 목소리가
‎너무 듣고 싶잖아, 나는

 

‎싫다고 하면

 

‎어떡할 건데?

 

‎난 좀 즉답 쪽이라 인내심도 없고

 

‎그래서 뭐?

 

‎싫다고?

 

‎아, 인내심

 

‎안 되겠다

 

‎야, 손명오

 

‎넌 어떻게
‎1분도 못 참냐?

 

‎그게 시작이었어요

 

‎끝은 문동은이 자퇴했고요

 

‎그 사이는 연진이한테
‎직접 들으세요

 

‎아주 뜨거운 얘기거든요

 

‎문동은 씨가
‎처음도 아니란 얘깁니까?

 

‎부부끼리 대화가 없으시구나

 

‎오늘 한번 해보세요

 

‎저 먼저 일어날게요

 

‎아!

 

‎그리고 부탁 하나 드려도 되죠?

 

‎동은이 만나면

 

‎제가 이런 얘기 다 해드렸다고
‎얘기 좀 해주실래요?

 

‎꼭이요

 

‎혹시 다른 도박도 좋아해요?

 

‎인생을 다 걸었던 적이 있긴 하죠

 

‎이겼어요?

 

‎이기려고요

 

‎아따, 늙은이를

 

‎고로코롬 조사부리면 안 되지

 

‎한 수 물러줘야지

 

‎- 아이고, 젊은이
‎- 이건 물러주겠지?

 

‎이거 아니야, 이거

 

‎그러니까 젊은 사람이
‎이게 보통 수가 아니잖아, 어?

 

‎예

 

‎이번 대국은
‎제가 졌습니다, 어르신

 

‎여기요

 

‎일행이 와서요

 

‎오셨네요?

 

‎가시죠

 

‎제가 일행입니까?

 

‎- 자, 우리끼리 한 번 해
‎- 예

 

‎좀 구해주세요

 

‎1대 4로 세 판째거든요

 

‎아내분이 싫어하시지 않나요?

 

‎바둑 두는 남자?

 

‎그것만 싫진 않겠죠

 

‎요즘도 그런 걸 파나요?

 

‎아…

 

‎바둑 가르쳤던 후배한테
‎초대를 받았는데

 

‎뭘 좋아할지 몰라서요

 

‎귀엽네요, 두 분 다

 

‎기다리시는 진짜 일행분이
‎있으신가 봅니다?

 

‎걸어야 할 전화가 있습니다

 

‎아직 생각을 정리 못 해서

 

‎근처 사세요?

 

‎아, 이사 왔습니다
‎얼마 전에

 

‎세명시 좋죠
‎아직 공기도 좋고

 

‎아…

 

‎그런 현실적인 이유랑은 멀어서

 

‎누군가의 복수를 도우려고요

 

‎한국에서 복수라

 

‎쉽지 않겠어요, 총도 없고

 

‎전 국민의 반이
‎총을 쏠 줄 아는 나라에서, 그죠?

 

‎대신 칼이 있죠

 

‎총은 멀리서도 쏠 수 있지만

 

‎칼은 근거리까지 가야 하거든요

 

‎상대방의 눈동자 속에

 

‎내 눈동자가 비치는
‎그 거리까지 가서

 

‎푸욱

 

‎아, 죄송해요!

 

‎아, 제가 요즘 환자가 없어서
‎하루 종일 넷플릭스만 보다 보니까

 

‎아, 저

 

‎개원했습니다, 한번 오세요

 

‎남자분들도 많이 오시니까
‎부담 갖지 마시고요

 

‎행운을 빕니다

 

‎에휴! 월세는 내겠죠?

 

‎아니, 복수요

 

‎아

 

‎그쪽은 많이 필요하긴 하죠

 

‎키가 크더라고요?

 

‎씁, 178, 9 정도에
‎76, 7킬로 정도?

 

‎키는 선배도 크잖아요

 

‎나만 크면 얼마나 좋아

 

‎시계, 코트, 구두, 향수

 

‎뭐 하나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았어요

 

‎뭐랄까…

 

‎GQ 1월호 17페이지를
‎펼친 느낌이랄까?

 

‎아!

 

‎‎우리 모친과 부친께서는
‎쫌 괴짜시거든요?

 

‎‎내 생일이 1월 16일인데

 

‎생일 선물 고민하시는 게
‎너무 힘드시다면서

 

‎고3 때인가?

 

‎매년 GQ 1월호
‎16페이지에 있는 것 중에

 

‎고르시겠다고 선언하셨어요

 

‎어떨 때는 책이었고
‎어떨 때는 커피 머신

 

‎어떨 때는 스포츠카가
‎걸릴 때도 있었죠

 

‎근데 하도영 씨가
‎왜 17페이지인지는 모르겠는데

 

‎16페이지를 보려면 반드시
‎17페이지도 보게 되잖아요

 

‎근데 거기에 더 멋진 게
‎있을 때가 많거든요

 

‎정리하면, 뭐

 

‎어, 멋있어서 짜증 났다
‎어? 그런 얘길

 

‎안 들키고 담담히 한 거죠

 

‎연락은 왔어요?

 

‎아뇨, 참관수업 후에
‎바로 연락할 줄 알았는데

 

‎아직 연락이 없어요

 

‎주도권이 없는 지금 상황이
‎마음에 안 드는 걸 거예요

 

‎기풍이 딱 그렇던데

 

‎금요일 오후쯤?

 

‎회사 일을 마치고
‎주말 약속을 다 취소하고

 

‎머릿속의 질문들이 정리가 되면
‎연락 올 거예요

 

‎톡에 답도 안 하시고

 

‎어디 다녀오시나요?

 

‎예솔이는?

 

‎시간이 몇 시인데?

 

‎근데 오빠

 

‎나도 배워볼까?

 

‎바둑?

 

‎뭐 하나 물어볼게

 

‎어?

 

‎예솔이 담임이… 친구야?

 

‎마음에 안 든다는 담임이

 

‎그 친구야?

 

‎참관수업 갔었다며? 들었어

 

‎아휴, 걔가 날 좀 오해했더라고

 

‎봐서 알겠지만

 

‎나랑은 좀 과가 다르잖아

 

‎우리 대화로 잘 풀었는데?

 

‎왜, 뭐라고 해?

 

‎뭐라고 했어야 하는구나

 

‎대화로 어떻게 풀었는데?

 

‎전에 그랬지?

 

‎예솔이 담임이 미친년이라고

 

‎예솔이한테
‎해 끼칠 수도 있단 뜻이야?

 

‎그래서 유학 얘기 꺼낸 거야?

 

‎오빠

 

‎우리 연인으로 2년, 부부로 10년

 

‎그렇게 12년이야

 

‎연애는 뺀다 쳐도 열 번은
‎다 잘 될 거라고 말해줘야지

 

‎뭘 바로 이렇게 다그쳐

 

‎어디서 무슨 얘길
‎들었든, 듣게 되든

 

‎그러지 마, 오빠

 

‎오빠는 뭔가를 선택할 때

 

‎A와 B 중에

 

‎늘 더 반짝이는 거 고르잖아
‎미학적으로

 

‎우리 결혼도 그중 하나고

 

‎오빠 내 몸

 

‎내 목소리

 

‎내가 하는 농담, 내 조건

 

‎다 좋아하잖아

 

‎그러니까 열지 말아야 할
‎상자는 열지 말라고

 

‎나 오빠 사랑해

 

‎그래서 아무것도 들키고 싶지 않아

 

‎상자 안에 든 것들

 

‎세상 밖으로 못 나오게 할 거고

 

‎우리 예솔이도
‎안 다치게 할 거야

 

‎그러니까 오빠

 

‎나랑 예솔이

 

‎지금처럼
‎계속 반짝이게 해줘, 어?

 

‎부탁이야

 

‎이 상자는 반짝이지 않아, 오빠

 

‎좋겠다

 

‎나 국물 먹으면 안 되는데

 

‎3킬로 빼랬는데, 보살님이

 

‎뭐야?
‎서로 사주만 맞으면 된다며

 

‎아이 씨, 넌 말랐으니까 그렇지

 

‎마르면 뭐 하냐
‎매칭이 안 되는데

 

‎아, 넌 좋겠다, 사주가 좋아서

 

‎야, 그래서 너랑 매칭된 그 아저씨

 

‎진짜 계속 운이 잘 풀린대?

 

‎뭐, 나쁘지 않나 봐

 

‎난 사주에 흙이 많은데
‎그 아저씬 흙이 없거든

 

‎아, 그게 중요한 거구나
‎신기하다

 

‎내 사주는 뭐야, 대체?

 

‎수고하셨습니다

 

‎- 수고하셨습니다
‎- 수고하셨습니다, 예

 

‎그 상처 참 안 낫네

 

‎꽤 된 거 같은데

 

‎밴드 새거 줘?

 

‎됐으니까 앞으로
‎이 브랜드 협찬받지 마

 

‎발등 다 까지잖아!

 

‎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 정리하라고
‎- 무슨 정리를 해?

 

‎니 남편 정리하라고

 

‎나 예솔이 아빠 시켜줘

 

‎이참에 남편 바꾸라고

 

‎너 진짜 미쳤구나

 

‎그래서 예솔이 학교까지 갔었니?

 

‎말 돌리지 말고

 

‎너 니 남편 사랑해?

 

‎너 그 새끼한테
‎문동은 얘기 못 하잖아

 

‎니네 도영 오빠가
‎니 편 들지 안 들지 모르니까

 

‎아, 아니다

 

‎니 편 안 들 거 아니까
‎못 하는 건가?

 

‎근데 난 다 알고

 

‎다 알지만 언제나 거기 있었어

 

‎니 옆에

 

‎이거 사랑이잖아

 

‎그게 사랑이라고?

 

‎어

 

‎너랑 나만 몰랐던 사랑

 

‎아니야?

 

‎그러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나 오빠 사랑해

 

‎그래서 아무것도
‎들키고 싶지 않아

 

‎그래, 그러니까…

 

‎아, 나 진짜였구나?

 

‎그 사람 사랑하네

 

‎사랑하고 있었어

 

사실 요즘 난, 연진아

 

기대감으로 엄청 들떠 있어

 

손명오가 출국도 안 했고
‎연락도 끊겼다는 건

 

‎이 상황이 혹시

 

‎너의 자백인 건 아닐까?

 

하나의 사건을 덮으려고

 

또 하나의 사건이
‎새로 생긴 건 아닐까?

 

‎여기요, 사모님
‎과산화수소 안에 있어요

 

‎어디 다치셨어요?

 

‎거기 놓고 일 보세요

 

‎아, 네

 

‎니가 잘 덮음으로써 외려

 

판도라의 상자가
‎열려버린 건 아닐까 하는

 

벅찬 생각들로 말이야

 

‎여보세요?

 

‎내일 점심에 시간 어떤가 해서

 

‎니가 부탁한 몇 가지 전달할려고

 

‎자퇴하고 다니던 공장부터

 

‎최근 세명초등학교까지의
‎이력은 거기 다 있고

 

‎과태료 한 번 부과된 적 없고
‎의료보험 미납 없고 깨끗해

 

‎모범 시민이네, 이년?

 

‎이년 엄마는요? 지금 어딨어요?

 

‎정미희?

 

‎그것도 필요해?

 

‎고등학교 때 꽤 잘 먹혔거든요

 

‎없이 살수록

 

‎가족이 제일 큰 가해자니까요

 

근데 그 사진은
‎누구였어요?

 

‎설명했던 거랑
‎사진 보니까 다 알겠는데

 

‎그 사람만 모르겠던데

 

‎왼쪽 맨 끝의
‎빨간 앞치마 한 여자요?

 

엄마요

 

‎근데 왜

 

‎가해자들과 같이 붙어 있냐고요?

 

‎그…

 

‎질문을 바꿔도 돼요? 아…

 

‎이불 빨래는 자주 해요?

 

‎네

 

‎아…

 

‎나도…

 

‎뭐 물어봐도 돼요?

 

‎드디어 나에 대해서
‎궁금한 게 생겼네요?

 

‎뭔데요?

 

‎집 비번이 왜 3724예요?

 

‎보통 비번은
‎누군가의 생일, 첫 만남

 

‎차 번호 같은 걸로 유추가 되는데

 

‎그 번호는 유추가 안 돼서요

 

‎질문을 바꿀 생각은 없어요?

 

3724 면회

 

‎죄송합니다, 사모님

 

‎이곳에서 지내면서

 

‎제가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 알게 됐습니다

 

‎백 번, 천 번 사죄해도

 

‎제 죄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 압니다

 

‎돌이킬 수 없다는 것도 압니다

 

‎난 몰랐어

 

‎예?

 

‎지금껏

 

‎너 같은 살인마 새끼가

 

‎내 아들에게
‎편지를 보내고 있었단 걸

 

‎난 몰랐다고

 

‎예, 정신적으로 불안했던 제가…

 

‎사회적 압박을 견디지 못해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개소리하지 마
‎수십 통이 다 같은 내용이야

 

‎예, 제가…

 

‎제가 음…

 

‎글재주가 없어서요

 

‎그 입 안 닥쳐!

 

‎너 같은 쓰레기가

 

‎감형이나 받자고
‎감히 내 아들을 건드려?

 

‎내 아들을
‎지옥에 보내놔?

 

‎너 같은 새끼 용서할 일 없으니까

 

‎다시 한번 그따위 편지했다간, 넌

 

‎내 손에 죽어

 

‎의사시잖아요

 

‎뭐?

 

‎가족이 다 의사시잖아

 

‎못 죽이잖아요, 사람

 

‎남편분도 뭐 그런
‎선서 때문에 뒤지신 거잖아요

 

‎나 여기서 나가려고
‎그러는 거 아니에요

 

‎여기 편하고 좋아요

 

‎세끼 꼬박 밥 주고요
‎운동도 시켜주고

 

‎치료도 해주고요

 

‎그럼 대체

 

‎편지는 왜 보내는 거야?

 

‎심심해서요

 

‎그래서 지옥 갔어요, 아드님?

 

‎아! 이 개새끼야!

 

‎여보세요?

 

‎어디?

 

‎종로 경찰서요?

 

‎누구야?

 

‎너야? 너야?

 

‎손명오 실종 신고
‎누가 했냐고! 씨!

 

‎연진이 아니야?

 

‎지난번에 신고하라더니 지가 했나?

 

‎걔가 그런
‎귀찮은 짓을 할 애냐?

 

‎그럼 너네? 너야?

 

‎내가 걔 사장님이라
‎제일 먼저 전화받은 거고

 

‎성인 실종은 끽해야 가출이야

 

‎서른여섯 처먹은 새끼가

 

‎연락 좀 안 된다고

 

‎특공대 출동 안 한다고, 사라야

 

‎그럼 너네?

 

‎니가 제일 먼저 손명오 찾았잖아

 

‎왜 난데?

 

‎그러는 넌? 왜 쏙 빠지는데?

 

‎너네

 

‎맞네, 아, 이 씨발년 맞아

 

‎경찰에 전화해 본다?

 

‎어, 맞아, 나야

 

‎내가 했어, 신고

 

‎근데 그게 왜?

 

‎니가 걔 어디서 뒤졌을 거라며

 

‎진짜 죽었으면 어쩔 거야?

 

‎아니
‎내가 이상한 거야?

 

‎친구 사라져서 신고한 게?

 

‎혼자 사는 애 걱정도 안 되냐?

 

‎돌았네, 이 씨발년이

 

‎니가 언제부터 손명오 찾았다고

 

‎니년이 고백받은 이유가 다 있었네

 

‎너 그 새끼랑도 잤냐?

 

‎어, 어?

 

‎뭐래, 씨발! 어따 갖다 대!

 

‎고백을 받았다고?

 

소름

 

‎니년 가랑이야
‎원래 공공재잖아

 

‎야, 너 일부러 그런 거지?

 

‎너 저의가 뭐야?

 

‎내가 그 새끼한테 약도 사고

 

‎그 새끼 명의로 몇 년간
‎약도 좀 탄 거 너 다 알았잖아!

 

‎그 새끼 실종 수사 들어오면
‎내가 제일 먼저 걸릴 텐데

 

‎다 알면서
‎신고한 저의가 뭐냐고! 씨!

 

‎아휴, TMI 쩌네

 

‎- 간다
‎- 놔

 

안 놔?

 

‎놓으라고, 씨발!

 

‎너 진짜

 

‎나한테까지 경찰이 연락 오잖아?

 

‎그럼 나 진짜 씨발

 

‎니년 죽일 거야! 씨!

 

‎뭐예요?

 

‎혹시 김치예요?

 

‎아니요

 

‎한화와 달러는
‎각각 입금하시고

 

‎평균 잔고 증명 떼 오세요

 

‎이, 이게 다, 뭐, 뭐예요?

 

‎선아 여권은
‎만들어 오셨어요?

 

네? 아

 

‎아, 여, 여기…

 

‎근데 여권은 왜요?

 

‎유학원에 제출할 서류들이에요

 

‎사인해 주세요

 

‎선아, 유학 보낼 겁니다

 

‎유학이요?

 

‎계획을 조금씩 앞당기는 중이에요

 

‎이모님의 그 일은
‎선아 출국 날부터 진행됩니다

 

‎선아는 미국에서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될 거고요

 

‎제가 거짓말했어요

 

‎찌개를 끓이는 그런 저녁은
‎오지 않아요

 

‎이모님은

 

‎선아를 잃게 되실 거예요

 

‎하지만 선아는 안전하겠죠

 

‎폭력을 행사하는 아빠한테서도

 

‎죽음을 공모한…

 

‎엄마한테서도

 

‎우리가 공모한 건 그런 거예요

 

‎멈추고 싶으시면

 

‎지금 말씀하세요

 

‎근데 진짜
‎이 주소가 맞아요?

 

‎문동은 현주소요

 

‎맞어, 어

 

‎세명초로 옮기기 얼마 전에
‎전입신고 돼 있었어, 왜?

 

‎정말 여기가 맞아요?

 

‎이년 현주소가

 

‎우리 집 바로 앞이거든요

 

‎네, 대표님

 

‎개인 일정이 생겼어요

 

‎주말 스케줄 다 취소해 주고
‎월화도 비워 놔요

 

‎혹시나 긴급 상황 생기면
‎문자로 하고

 

네, 알겠습니다

 

‎- 다른 필요하신…
‎- 없습니다

 

‎어딥니까?

 

‎우리 봐야죠

 

‎여긴 집당 얼마죠?

 

‎궁금하신 게 많겠어요, 물어보세요

 

‎안 추워요? 옷이 얇은데

 

‎'일부러 접근했냐'가
‎첫 질문일 줄 알았어요

 

‎나도 하나 정도는
‎안 걸려드는 것도 있어야죠

 

‎내가 전화 안 했으면
‎어쩌려고 했어요?

 

‎학부모 상담을 했겠죠

 

‎내가 문제 제기를 하면
‎어쩌려고

 

‎사립이고
‎그 정도 영향력은 있어서

 

‎알죠

 

‎제가 기대는 것도 그거라

 

‎그 영향력이요

 

‎나한테 바둑을 가르쳐주신
‎변호사님이 계신데

 

‎자넨 태어나면서부터
‎흑돌을 양보받은 삶이라고

 

‎그래서 난 늘 남들보다
‎유리하고 쉬웠는데

 

‎지금 이 대국은

 

‎너무 난전이네요

 

‎연진이한테도 그쪽한테도
‎궁금한 게 아주 많은데

 

‎나는…

 

‎그쪽 얘기부터 들을 생각입니다

 

‎왜요?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것 같아서

 

‎아, 도착하셨어요?

 

‎네, 301호요

 

‎이거 따는 데 얼마나 걸릴까요?

 

‎아, 근데 이거 불법인데

 

‎합법이면

 

‎이 돈 안 드리죠

 

‎근데

 

‎그 기캐 아니세요?

 

‎박연진?

 

‎맞으면

 

‎이 상황이 많이 달라질까요?

 

‎여세요, 여기서 기다리시고

 

‎예?

 

‎아, 예

 

‎연진이랑 동창이던데

 

‎일부러 접근한 겁니까, 나한테?

 

‎네

 

‎그럼 혹시

 

‎바둑도 일부러 배운 겁니까?

 

‎시작은 그랬는데
‎배우면서 좋았어요

 

‎바둑도 결국 집을 짓는 거니까요

 

‎고2 때까지 건축가가
‎꿈이었는데 접었거든요

 

‎이 사진도
‎그쪽이 보낸 겁니까?

 

‎하 대표님이
‎잘 나온 걸로 보냈어요

 

‎아닌 것 같은데

 

‎집이 어딥니까?

 

‎일부러 접근했으면 느낌상
‎아주 가까울 것 같은데

 

‎각오는 됐어요

 

‎당해봐서 아는데
‎각오를 했어도 이런 폭력은

 

‎많이 아파요

 

‎내가 잘못했네

 

‎이 썅년을 따를 시킬 게 아니라

 

‎그때 그냥 죽여버렸어야 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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