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9월 21일 밤
나는 죽었다

 

웬 거지야

 

조심해!

 

- 딱해라
- 죽은 거 아니야?

 

미군이 곧 올 거라는데

 

역에 거지가 있단 건 수치야

 

엄마!

 

오늘이 며칠일까...

 

세츠코...

 

여기도 있네

 

이게 뭘까?

 

냅둬, 그런 거 그냥 버리라고

 

얘도 좀 있으면 죽겠구먼

 

눈동자가 풀리면은
얼마 못 가더라고

 

과일 사탕

 

반딧불의 묘

 

어서 대피하세요!

 

대피하세요!

 

적진에서 대 편대가 온다네

 

지난번 같은 공습 땐
소방 호가 가장 안전하다고

 

두 번이나 당했는데
딴 곳 공격하지...

 

덥단 말이야

 

착하지, 참아야 해

 

그럼 엄마가 먼저 출발할 테니까

 

너희들도 조심해서
빨리 와야 한다

 

세츠코, 오빠 말 잘 들어야 한다

 

엄마 어쨌든 빨리 출발하세요

 

그래 알았다

 

엄마, 약은 챙겼어요?

 

챙겼으니 걱정 마

 

방공호 싫어

 

폭탄 안 맞으려면
갈 수밖에 없어

 

어서 업혀

 

내 인형!

 

대피하세요!

 

오빠

 

엎드려!

 

오빠, 무서워

 

오빠

 

- 무슨 일이야!
- 뭐 하는 거야, 저리 비켜!

 

서둘러!

 

짐이 더 있어요

 

천황폐하 만세!

 

걱정 할 거 없어,
여긴 안전하니까

 

엄마는 어딨어?

 

방공호에 계실 거야

 

거긴 아무리 직격탄을
맞아도 끄떡없대

 

걱정 하지마

 

엄마는 '니혼마츠'
근처에 계실 거야

 

그쯤에서 만나기로 했거든

 

조금 더 쉬고 가자

 

- 몸엔 아무 이상 없는 거지?
- 신발 한 짝이 없어져 버렸어

 

오빠가 더 좋은 거 사줄게

 

나도 돈 있어

 

열어줘

 

세츠코는 부자네

 

정말로 공습 후에는
비가 오는구나

 

동네가 아예 없어져 버렸네

 

어! 저기봐
저게 마을회관이야

 

오빠랑 죽 먹으러 간 적 있었지

 

우리 집은 타버린 거야?

 

- 그런 것 같아
- 그럼 어떡해?

 

아빠가 적들을 물리쳐 주실 거야

 

엄마! 엄마!

 

몇 집만 탔더라면
더 골치 아팠을걸

 

몽땅 타버린 게 나아

 

미우라 씨는 직격탄에 즉사했대

 

일단 살았으니 다행이지 뭐

 

직격탄 두 발이 떨어졌어

 

거적을 뒤집어 쓸랬더니

 

기름이 떨어지잖아
죽는 줄 알았어

 

아니야!

 

이모님이 아니야

 

- 오빠, 나 쉬할래
- 그래

 

'카미나카' 마을
'카미니시' 마을 주민 여러분!

 

초등학교로 모여주십시오

 

- 양호실도 있습니다!
- 왜 그러니?

 

- 눈이 아파
- 비비면 못써

 

- 학교에 가면 안약 줄 거야
- 엄마는 어딨어?

 

- 학교에 있을걸
- 학교?

 

그래, 어서 가자

 

세이타!

 

어머니 만나봤니?

 

다치셨어, 어서 가봐

 

세츠코는 내가 보고 있을게

 

무서웠지?
안 울었니?

 

오빠 볼일 볼 동안 기다리자

 

세이타, 찾고있었다
다친 데는 없고?

 

- 엄마는?
- 이쪽이다

 

어머니 반지다

 

이쪽이다

 

지금 막 잠드셨다

 

어딘가 병원 빈 병실에 옮겨야지
알아보는 중이란다

 

'니시노미야' 회생 병원은
불타지 않았다더구나

 

저희 엄마는 심장병이 있거든요
약을 받을 수 있을까요

 

그래 한번 알아보자!

 

그럼 좀 있다 오마

 

엄마!

 

- 만나봤니?
- 네

 

정말 안되셨구나!

 

오빠! 목말라

 

내가 도울 일 있으면 말해라

 

건빵은 받았니?

 

내가 받아다 줄게

 

이 반지, 지갑에 넣어 둔다

 

잃어버림 안돼!

 

엄마가 좀 아픈데
곧 나을 거래

 

엄마 어딨는데?

 

'니시노미야' 회생 병원

 

오늘은 학교에서 자고

 

내일은... '니시노미아' 숙모님 알지?
바닷가에 사시는...

 

거기로 가자

 

우리는 이층 교실에 있다
다들 가 있으니... 너희도 오렴

 

고맙습니다
저희는 좀 있다 갈게요

 

그래 그럼 있다 보자!
세츠코도

 

먹을래?

 

엄마한테 가고 싶어

 

내일 가자고
너무 늦었으니까

 

이거 봐
오빠 잘한다?

 

붕대는 안 떨어져
시체는 안보는 게 좋아

 

날이 더워서 구더기까지...
오늘이라도 트럭으로 옮기거라

 

동생은 어디 가고?

 

'니시노미야'의 먼 친척 집에 맡겼어요

 

집이 불타면 거기
가기로 했었거든요

 

어 그러냐... 거 잘했다

 

그럼 난 일이 있어서 가 봐야겠다
몸조심해라

 

엄마!

 

엄마는?

 

아직 아픈 거야?

 

- 음... 좀 많이 다치셨어
- 어서 오너라

 

엄마는 어디 계시니?
회생 병원에?

 

 

아빠가 해군이라 좋구나
트럭으로 짐까지 갖다 주더라

 

모기장이랑 이불을
골방에 갖다 뒀다

 

고맙습니다

 

엄마 이젠 반지 안 낀댔어?

 

나 가지라고 준 거야?

 

소중한 거니까 잘 넣어 둬

 

엄마 말이야...

 

몸 좀 나으시면
그때 병문안 가자

 

응!

 

- 늦었으니 그만 자
- 응

 

청어에다 가다랭이포

 

말린 감자에 계란까지...
매실 장아찌

 

아니 이건 버터 아니냐?

 

전쟁 나도 부잣집은
잘 먹고들 사네

 

군인 집안만 호강하고

 

근데 병원엔 들렀다 왔니?

 

앞으로 어쩔지도 얘기할 것도 있고

 

동생하고 병문안 한번
가볼까 하는데?

 

더 나빠지셨니?

 

엄마 학교에서 돌아가셨어요
그저께

 

뭐라고 돌아가셨다고?

 

그런데 왜 아무 말 않고 있었니?
남도 아니고 말이야?

 

세츠코에게 알리기 싫었어요

 

결국... 죽었구나

 

큰일이다

 

당장 아버지께 편지 써서 알리렴

 

오빠다!

 

언니가 신발 사줬어

 

좋겠네

 

잘 다녀왔니?

 

- 너희도 고생이구나
- 목욕탕 잘 썼습니다

 

저 소린 뭐야?

 

식용 개구리야
겁낼 것 없어

 

반딧불이다!

 

손에 쥐어 봐

 

- 짜부라졌니?
- 이상한 냄새 나

 

꽉 쥐니까 그렇지

 

반딧불이가 무지 많네

 

아참! 세츠코
눈감고, 아-해봐

 

왜?

 

아무튼 일단 눈 감고

 

과일 사탕!

 

사탕, 사탕, 사탕!

 

사탕, 사탕, 사탕!

 

하마터면 삼킬 뻔했어... 오빠!

 

- 다녀왔어요
- 왜 이리 늦었니?

 

- 그 집주인한테 고맙다고 했지?
- 네

 

맛있겠다

 

너 학교는 어떻게 된 거야
안 가도 되니?

 

네... 동원 가던 철강 회산
폭격 맞았고...

 

학교도 불타서 갈 곳이 없어요

 

아버지한텐 편지 보낸 거 확실하지?

 

보냈어요, 중국 전장으로요

 

언제?

 

여기 오고 바로 보냈으니

 

열흘도 더 됐어요

 

이상하구나

 

아직 답장이 안 오니 말이야

 

가위 다 썼으면 돌려줘야 한다
세츠코

 

전쟁은 어떻게 돼 가는 거야?

 

점점 밀리고 있나 봐요

 

공습으로 모두 불타 버려서
공장들이 더 힘들어졌어요

 

본토 결전에 대비해
증산에 전력을 쏟아 붓고 있죠

 

하긴, 식량 배급도
점점 줄어들기만 하고...

 

싸우는 군인들 뿐 아니라
온 국민이 어려워

 

너도 근로 동원을 시작했으니

 

많이 먹어야 힘내서 일하지

 

또야?

 

식구가 둘이나 늘어서 힘들겠네

 

저렇게 어린데 불쌍해서 어쩐대...

 

- 왜 그래? 땀띠가 가렵니?
- 더워, 방공호 싫어

 

좀만 참아
오빠가 있으니 안 무섭지?

 

- 우리 바닷가 갈까?
- 바다 좋아! 가자!

 

전부 밭이 돼 버렸네

 

거기서 뭐해?

 

소금물을 퍼 가는 거야

 

소금도 간장도
배급으론 모자라니깐

 

옷 벗고 어서 와

 

- 좀 차가울 거야
- 앗, 차가워!

 

땀띠 난 곳이 시원하지?

 

무지 큰 목욕탕이네

 

거기 서!

 

거기 서라

 

거기 서라

 

난 곰이다
잡아먹는다

 

싹둑, 싹둑...

 

이 사람 뭐야?
자고 있나 봐

 

아무것도 아니야

 

좀 더 더워지면 수영할 수 있겠다
가르쳐줄게

 

수영하면 배고파지잖아

 

수영하면 배고파지잖아

 

세이타!

 

세츠코! 이리 오렴

 

배고프지?

 

음료수도 시원해졌어

 

'회생 병원'
엄마! 보고 싶었어요

 

- 무사히 잘 찾아오셨네요
- 그보다 탈 없이 잘 지내는 거냐?

 

전 잘 지냈죠
다들 잘해 줘요

 

배고파

 

일어나, 꾸물거리면
공습이 닥칠 거야

 

피곤해, 업어 줘

 

대피하라!

 

엄마 기모노 말이야
주인도 없으니

 

쌀로 바꾸는 거 어때?

 

식량 사느라 내 옷도
많이 팔았어

 

이거면 한 말은 될 거야

 

한 말요?

 

너도 영양 보충해야지

 

힘 길러서 싸우러 가야지

 

이게 한 말이 되요?

 

쌀로 바꾸면
엄마도 기뻐하실걸

 

그럼 다녀올게

 

안 돼!

 

얘가 왜 이래?
잘 자다 말고...

 

울 엄마, 옷이야
엄마 옷은 안 돼!

 

안 돼! 엄마 거라고...

 

- 이럼 못써
- 싫어, 싫어

 

세츠코...

 

세츠코...

 

세츠코...

 

안 돼, 엄마 거야

 

좋은 쌀이지?

 

저녁땐 쌀밥을
먹자꾸나, 세츠코

 

이건 네가 갖고 있어

 

쌀이야 좀 봐

 

형이랑 누나는 늦게까지 일 하느라

 

이렇게 따뜻한 밥도 못 먹고 안됐어

 

맛있다... 역시 쌀밥이야

 

- 더 주세요!
- 그래... 그래

 

세츠코도 쌀밥은 잘 먹는구나

 

좋아하니까!

 

- 왜 그러니?
- 죽은 싫어

 

제가 갖고 온 매실 장아찌는 없어요?

 

다 먹은 지가 언젠데...

 

- 자, 도시락
- 다녀오겠습니다

 

수고해라

 

- 다녀올게요
- 조심해야 해

 

점심은 주먹밥이니
참고 죽 먹으렴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집에 있는 사람은
점심도 죽이야

 

국가를 위해서 일하는 일꾼들과

 

하루 종일 놀기만 하는 너희가

 

어떻게 같은 점심을 먹니?

 

세이타, 너도 이제 다 컸으니
도움 될 생각을 해야지

 

자기들 쌀은 내놓지도 않고

 

쌀밥 먹을 생각을 하다니
말도 안 된다...

 

안 통한다고?

 

며칠 동안 계속 쌀밥 줬더니

 

괜히 입맛만 높아져선...

 

원래는 전부 우리 쌀이잖아

 

뭐라고 지금 나더러 치사하단 거냐?

 

그래 말 한번 잘했다

 

고아 둘 거둬 주고
그런 말을 듣다니...

 

그래 좋아

 

이제부터는 너흰
따로 밥 지어 먹어라

 

그렇게 하면 불만 없겠지

 

너네 도쿄에도 친척 있지 않니?

 

외가댁에 누군가 있다고
그러지 않았어?

 

거기 편지 쓰거라

 

이 동넨 언제
폭격 당할지 모르니까

 

주소를 모르는데 어떡해

 

- 빨리 집에 가자
- 그래, 아빠가 기다리시겠다

 

♪ 해도 저무는데 집에 가자

 

오래 기다렸지?
사람이 너무 많아서

 

왜 그래?

 

- 배고파, 목도 말라
- 알았어

 

자, 사탕 먹어

 

엄마가 저금을
7천 엔이나 했더라

 

그거면 뭐든 할 수 있어
아무 걱정 없어

 

아빠한테 쓰는 거야
'어서 답장 주세요'

 

'세츠코가 기다려요'하고

 

너희는 운이 좋구나

 

요즘 세상엔 돈 있어도
난로 사기 힘든데

 

팔고 싶어도 물건이
있어야 장사 하지

 

특히 냄비 종류는 없어
어딜 가도 없지

 

저 빗하고요
그리고... 종이우산 있어요?

 

우산은 없는데
참, 저기...

 

♪ 비야, 비야 내려와라
울 오빠가

 

♪ 우산 들고 마중나온댄다

 

♪ 주룩주룩 쪼록쪼록 통통통

 

오빠 잘하지?

 

- 불 단속 잘하고 들어가
- 네

 

쟤들은 안 먹는데요?

 

오늘부터 직접 해먹는댄다

 

어린애들이 장하네요
더 주세요

 

엄마가 또 모진 소리 한 거 아냐?

 

잔소리 들었다고
죄송하단 말도 없이

 

난로부터 그릇까지
다 사오잖니

 

보란 듯이 말이야

 

잘 먹었습니다

 

누우면 '소'가 된데
오빠

 

괜찮아 너도 편하게
앉아서 먹어

 

- 두 사람 몫이야
- 이게 다에요?

 

다음번 배급은
7월 돼야 나온단다

 

내가 할래

 

달콤하니?

 

여러 가지 맛이 나

 

포도, 딸기, 메론
박하 다 들어 있어

 

다 마셔도 돼

 

다 마셔 버렸네

 

설거지도 안 하고 자는가 보네

 

뭐든지 이렇게 마음대로 하니...

 

예뻐할래도 예뻐할 수가 없다니까

 

또 우네

 

세이타, 형도 누나도
나라를 위해서 일하러 가야 하잖니

 

제발 밤에 좀 안 울게 해봐라

 

밤마다 울리는 사이렌 소리에
모두들 잠이 부족한데

 

애 울음 때문에 도대체
잠을 잘 수가 없다

 

엄마, 엄마...

 

중부 군관부에서 알립니다

 

적기가 수백 대가
현지 북상하고 있습니다...

 

세이타,
너 또 동굴에 갈 거냐?

 

보통 네 나이 정도가 되면
방화 활동가는 게 정상 아니냐!

 

집에 가고 싶어

 

숙모네 집은 싫어

 

우리 집은 불타고 없잖아

 

♪ 지붕보다 더 높이
풍선이 떠가네

 

♪ 가장 큰 빨간 풍선은 우리 아버지

 

그만두지 못해!

 

전쟁 중에 무슨 노래냐?
결국 내가 욕을 먹게 된다고!

 

상식이 없어!

 

집안이 망하려고
저런 애들이 들어왔나

 

공습 때는 동굴로
숨으려고만 하고

 

목숨이 그리 아까우면
아예 동굴로 가서 살지 그래!

 

우리말이야

 

여기서 살까?

 

여기라면 아무도 없고
기둥도 튼튼하고

 

우리 둘이서 마음 편히
살 수 있을 것 같아

 

마음대로 살아도 괜찮아?

 

오랫동안 신세 많았습니다
저흰 나가서 살겠습니다

 

나가다니...
어디로 가게?

 

아직 정하진 않았어요

 

몸조심하거라

 

세츠코, 잘 가라

 

여기가 부엌!

 

여긴 현관

 

쉬는 어디서 해?

 

아무데서 해
오빠가 같이 가 줄게

 

잘 썼습니다

 

대충 놔둬

 

짚이랑 반찬거리 좀 파세요

 

얼마 없지만 조금은 팔지

 

- 맛있겠다
- 배고프다

 

- 저것들도 먹을 수 있대
- 개구리?

 

꽤 맛있대

 

세츠코, 설거지 할 테니
모기장에 들어가

 

- 왜 그래?
- 칫솔을 두고 왔어

 

하루쯤은 안 닦아도 돼

 

모기가 물잖아
어서 들어가

 

깜깜해서 무서워

 

오줌 누러 갈 건데
너도 갈래?

 

특공 비행기다

 

- 반딧불이 같아
- 그러네!

 

우리 반딧불이 잡을까?

 

빨리 들어와

 

오빠 얼굴이 보여

 

세츠코 얼굴도

 

머리핀 같네

 

반딧불로 공부도 한댔어

 

너 태어나기 전에
관함식을 본 적 있어

 

관함식?

 

아빠가 함선에 타고

 

연합함대를 지휘하셨어

 

공격도 방어도
우리의 전함

 

떠다니는 성이라네
우리의 희망

 

적기 습격!

 

아빤 어디서 싸우고 계실까?

 

더워, 저리 가

 

- 뭐 하는 거니?
- 무덤 만들고 있어

 

엄마도 무덤에 들어가 있잖아

 

숙모한테 얘기 들었어

 

엄마는 벌써 죽어서
무덤에 들어갔대

 

나중에 묘지에 가자
옛날에 동네 근처 묘지에 갔었잖아

 

엄마도 거기 잠자고 계셔

 

큰 녹나무 아래에...

 

반딧불이는 왜 금방 죽어 버려?

 

- 이런 곳에 누가 사나 봐
- 집이 불탔겠지

 

도깨비가 나올 것 같아

 

- 이것 봐, 그네잖아
- 아이가 있나 봐

 

무덤이네!
비나이다, 비나이다...

 

진짜 떡이면 좋은데...

 

- 세츠코래
- 개구리 말린 거다!

 

별걸 다 먹는구나

 

집 없는 타츠나 고아 켄도
이런 걸 먹고 살던데

 

- 콩 밖에 없나 봐
- 우리 집 개죽보다 심한걸

 

도깨비 나왔어!

 

같이 가

 

엄마 옷도 전부 쌀이랑 바꿔 버려서
아무것도 없어요

 

전에는 돈 받고
물건 팔았잖아요

 

옷이니 돈이 문제가 아냐

 

농사는 짓지만 팔 건 없단다

 

- 다른 친척은 없니?
- 있지만 연락이 안돼요

 

그럼 숙모 댁에서
지낼 수밖에 없네

 

배급품을 받으려면
동네에서 살아야 해

 

잘못했다고 빌고
숙모 댁에 살아

 

다른 데를 가 볼게요
실례했습니다

 

넌 해군에 아들 아니냐
씩씩하게 살아야 한다

 

먹어도 돼?

 

이런!

 

콩도 수수도 뭐든 잘 먹어야 해

 

편식하면 키 안 큰단 말이야

 

- 오빠...
- 왜?

 

나 배 속이 이상한 거 같아

 

배가 차갑니?

 

계속 꾸룩꾸룩 해

 

이 자식!

 

한 번만 봐주세요

 

제발 용서해 주세요

 

여동생이 아파서
설탕물 먹이려고...

 

어디서 겁도 없이!
서리하는 게 중죄란 거 몰라?!

 

이 자식이!

 

거기 서!

 

이거 다 뭐야?!

 

이렇게 작은 거까지 파가다니?

 

요 일대를 온통
서리해 간 게 너로군

 

오빠!

 

죄송합니다, 용서해 주세요
다신 안 할게요

 

빈다고 해결되면
경찰이 왜 있겠어?

 

빨리 걸어!
넌 감방 가야 해

 

- 오빠
- 여동생이 정말 몸이 아파요

 

- 제가 없인 혼자 못살아요
- 오빠...

 

오빠

 

오빠아!

 

오빠...

 

상황은 잘 알겠습니다

 

이번 건은 범인을 훈계하고

 

조서를 작성하고 다음
돌려보내 것으로 처리하겠습니다

 

하지만...

 

너무 심하게 때리셨군요

 

미성년자 폭행에...

 

- 상해까지...
- 알아서 처리하십시오

 

오늘 밤에는 옆 동네가 공습 당했대

 

수돗가에서 물이나 좀 마시렴

 

세츠코!

 

오빠!

 

오빠...

 

오빠, 어디 아파?
의사 선생님 불러서 주사 맞아야겠다

 

세츠코

 

오빠, 화장실 가고 싶어

 

조금 더 참을 수 있어?

 

업혀

 

오빠는... 산에...
나무하러 가고...

 

세츠코, 밥 먹자

 

달콤한 호박찜이야
양갱 같다니까

 

난 양갱 싫어해

 

안 먹으면 오빠가
아빠한테 혼난다고

 

먹여 줄게
먹고 기운 내

 

잘 먹고 건강해져야
바다에 또 가지

 

물러가라!

 

이번엔 정말 맛있는 거 먹여 줄게!
세츠코

 

오빠...

 

오빠아...

 

어머니 유품이 이거라고?

 

싸구려 천 조각이 뭔 유품이냐?
어서 가져가라

 

세츠코...

 

세츠코!

 

세츠코!

 

오빠... 물...

 

숨 들이쉬고

 

내쉬고

 

며칠째 설사가 멎질 않아요

 

습진도 땀띠는 아닌 것 같고

 

소금물로 씻으면 따갑기만 하대요

 

영양실조 때문에
몸이 약해진 거다

 

설사도 그 탓이야
다음 환자!

 

- 약이나 주사는 없나요?
- 주사 싫어

 

처방을 해주세요
부탁입니다

 

약도 아무것도 없어

 

영양분을 보충해 줘
그것밖에 없어

 

영양분이라니...

 

어디 아프세요?

 

영양분이 대체 어딨는데요?

 

배고프다

 

뭐 먹고 싶니?

 

튀김에 생선회에 어묵도...

 

- 그게 다야?
- 아이스크림

 

그리고...

 

과일 사탕 먹고 싶어

 

과일 사탕... 알았어

 

예금 다 찾아서
맛난 거 사줄게

 

아무것도 필요 없어
오빠만 옆에 있어

 

아무 데도 가지마
혼자 두지 마

 

걱정하지 마

 

돈 찾아서 맛있는 거 사면

 

아무 데도 안 갈게

 

세츠코 곁에만 계속 있을게

 

약속할게

 

- 3천 엔 여기 있다
- 태풍이 오고 있다며?

 

미국에 항복하고 나니까
하늘까지 벌을 주려나...

 

항복이라니...
전쟁에서 졌나요?

 

그걸 아직 몰랐냐

 

정말 졌어요? 대일본 제국이?

 

무조건 항복을 했어

 

연합함대는 어찌된 거지?

 

왕창 다 침몰하고
한 척도 안 남았어

 

뭐라고요!
울 아빠의 함선도 침몰했나요?

 

그래서 답장도 안 온 건가요?

 

내가 네 아비를 어찌 아냐?

 

웃긴 애로군

 

아빠 바보야!

 

배고프다...

 

아빠

 

아빠도 돌아가셨어

 

아빠까지 죽다니!

 

아빠도...

 

늦어서 미안!
죽 끓여 줄게

 

앗, 멈췄다

 

닭고기랑 계란도 사 왔단다

 

그리고 말이야

 

뭐 먹고 있니?

 

이건 구슬이야
사탕이 아냐

 

세츠코가 무지
좋아하는 거 사 왔어

 

오빠, 먹어

 

- 그게 뭐야?
- 주먹밥...

 

두부 완자도 줘야지...

 

어서 먹어, 이리 와서

 

- 안 먹을 거야?
- 세츠코...

 

수박 가져왔다!
훔쳐 온 것 아냐

 

수박 먹어 봐

 

맛있어...

 

금방 계란죽 만들어 올게

 

수박 여기 둘게

 

오빠...

 

고마워...

 

세츠코는 그 후 눈을 뜨지 않았다

 

특별 배급된 숯이란다

 

어린애면 절 구석에서 태워

 

옷 벗기고 콩 껍질에
불붙여서 태우렴

 

날씨 참 좋구나

 

- 하나도 안 변했네
- 역시 집이 최고야

 

축음기 음악도 오랜만인걸!

 

경치 정말 좋다!

 

오빠 왔네!

 

다음날

 

돌조각 같은 세츠코의 뼈를
사탕 통에 넣고 산에서 내려와

 

다시는 동굴에는 가지 않았다

 

오빠

 

늦었으니 그만 자렴

 

  CLASS=SUBTTL>앗, 멈췄다

 

닭고기랑 계란도 사 왔단다

 

그리고 말이야

 

뭐 먹고 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