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00:00:20,916 --> 00:00:27,845 만다라 2 00:00:39,167 --> 00:00:48,474 冬安居(겨울참선) 음력 10월 보름~정월 보름 3 00:04:30,832 --> 00:04:32,561 잠시 검문이 있겠습니다 4 00:04:34,436 --> 00:04:36,028 신분증 좀 보여주세요 5 00:04:43,878 --> 00:04:45,368 신분증 좀 보실까요? 6 00:04:51,820 --> 00:04:53,412 승려증도 좀 봅시다 7 00:05:09,771 --> 00:05:11,102 담뱃불 꺼주세요 8 00:05:12,140 --> 00:05:16,907 이봐요 이봐요! 아 이보세요! 9 00:05:19,380 --> 00:05:22,315 - 왜 그러슈 - 신분증 좀 보여주세요 10 00:05:23,151 --> 00:05:26,985 이거면 됐지 중이 뭐가 증명이 필요하오 11 00:05:27,422 --> 00:05:33,258 아니 이 사람이... 내려요 아 뭘 해요? 내리라니까 12 00:05:42,604 --> 00:05:44,834 승객이 타지도 않았는데 떠나겠단 거요? 13 00:05:44,906 --> 00:05:47,932 - 다음 차로 오겠죠 뭐 - 세워주슈 14 00:05:55,617 --> 00:06:01,419 그렇소 모두가 번뇌 덩어리요 이것마저 버려야 되는 건데 15 00:06:01,623 --> 00:06:04,387 그리고 이 육신까지도 버려야 되는 건데 16 00:06:04,692 --> 00:06:06,956 그래야 자유로와질 수 있을 텐데 17 00:06:07,328 --> 00:06:11,094 - 중이 맞긴 맞는 모양인데? - 미안하외다 18 00:06:11,299 --> 00:06:13,392 옳은 중이 못 돼서 승려증이 없구 19 00:06:13,535 --> 00:06:15,969 주민이 못 돼서 주민등록증이 없소 20 00:06:17,171 --> 00:06:19,969 인간 등록도 못 했는데 더 말해 뭐합니까 21 00:06:20,208 --> 00:06:22,608 이 사람이 어디서 논설을 풀고 있어? 22 00:06:23,044 --> 00:06:27,504 - 당신 가짜지? - 이 스님은 제가 보장하겠습니다 23 00:06:28,816 --> 00:06:30,579 당신이 뭔데 보장을 해? 24 00:06:31,853 --> 00:06:35,516 절에서 만난 일이 있고 불사를 하는 걸 본 일이 있습니다 25 00:06:36,124 --> 00:06:37,091 진짜요? 26 00:06:41,262 --> 00:06:43,025 이 사람 웃긴 왜 웃어? 27 00:06:43,631 --> 00:06:46,259 그럴 게 아니라 염불 한번 해보시지 28 00:06:46,501 --> 00:06:49,436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두 불교 신자였다구 29 00:06:50,038 --> 00:06:52,404 내가 들어보면 진짠지 가짠지 다 알아요 30 00:06:52,540 --> 00:06:54,064 자 한번 들어봅시다 31 00:07:10,625 --> 00:07:14,026 신묘장구 대다라니 32 00:07:14,128 --> 00:07:21,227 나모라 다나다라 야야 나막알약 바로기제 33 00:07:22,303 --> 00:07:31,735 새바라야 모디사다바야 마하사다바야 마하가로 니가야 34 00:07:31,846 --> 00:07:37,614 옴 살바 바예수 다라나 가라야 35 00:07:39,020 --> 00:07:48,019 다사명 나막 가리다바 이맘 알야 바로기제 새바라 다바 36 00:07:48,129 --> 00:07:53,396 니라간타 나막 하리나야 마발다 37 00:07:53,501 --> 00:08:03,570 이사미 살발타 사다남 수반 아예염 살바보다남 38 00:08:03,878 --> 00:08:08,212 바바말아 미수다감 다냐타 39 00:08:08,316 --> 00:08:12,616 옴 아로계 아로가 마지로가... 40 00:08:22,397 --> 00:08:25,798 - 어디로 가시나 - 그냥 만행 중입니다 41 00:08:26,300 --> 00:08:29,235 난 모르겠는데 어디서 날 봤던가? 42 00:08:29,470 --> 00:08:31,438 사실은 저도 본 일이 없습니다 43 00:08:32,006 --> 00:08:34,998 단지 승복을 입고 망신당하는 게 딱해서 44 00:08:37,311 --> 00:08:41,008 나 같은 땡초 탓에 중값 떨어진 지 오래되잖소 45 00:08:41,983 --> 00:08:44,042 그래도 스님 독경하실 때 보니 46 00:08:44,419 --> 00:08:46,910 길바닥이 법당인 양 착각하겠던데요 47 00:08:47,488 --> 00:08:51,584 - 감복했습니다 - 부처가 어디 법당에만 계시나 48 00:08:52,226 --> 00:08:55,627 이나 저나 오랜만에 염불을 했더니 목이 컬컬한 걸 49 00:08:55,797 --> 00:08:57,697 어디 가서 쇠주나 한잔해야겠구만 50 00:08:57,899 --> 00:09:01,027 나무소주불! 자 인연 있으면 또 만납시다 51 00:10:11,906 --> 00:10:15,967 술 가져와 술! 술 없어? 52 00:10:17,745 --> 00:10:19,838 주지 좀 이 방으로 오라구 그래! 53 00:10:21,082 --> 00:10:22,947 빨리 좀 불러와! 54 00:10:23,918 --> 00:10:27,479 며칠 전에 들어온 땡촙니다 사실은 중이랄 수도 없는 잡죠 55 00:10:27,655 --> 00:10:29,782 오래전에 승적을 박탈당했으니까요 56 00:10:30,158 --> 00:10:34,219 단지 주지 스님하고 동문수학한 도반이라서 참고 있는 거죠 57 00:10:49,277 --> 00:10:50,835 객 문안입니다 58 00:10:56,951 --> 00:10:58,179 개판이군 59 00:11:00,988 --> 00:11:03,479 인간 만사 개판이지 60 00:11:04,926 --> 00:11:11,593 오라 언젠가 날 구해준 스님이시구만 반갑구만 61 00:11:12,300 --> 00:11:17,260 - 자 한잔하시게 - 그만두세요 이게 무슨 꼴입니까? 62 00:11:18,172 --> 00:11:21,198 중이 술 마시는 게 아주 못마땅한 모양이네 63 00:11:21,809 --> 00:11:25,176 술 마시는 자로 하여금 술 마시게 하라 64 00:11:25,446 --> 00:11:28,973 - 여긴 성스러운 도량입니다 - 자네 아직 멀었구만 65 00:11:29,450 --> 00:11:35,753 중이 누구 보라고 도 닦나 젠장... 제 길 제가 알아서 가는 거지 66 00:11:42,997 --> 00:11:46,194 유치하게 옛 고승들의 파격을 흉내 내지 마십시요 67 00:11:46,434 --> 00:11:51,269 아무튼 반가운 인연이야 천하 땡초 지산일세 68 00:11:51,639 --> 00:11:53,971 알 지(知)자, 뫼 산(山)자 69 00:11:58,179 --> 00:12:02,138 산을 안다... 산을 어찌 알아? 70 00:12:02,850 --> 00:12:04,875 그렇다면 삶을 알게? 71 00:12:05,853 --> 00:12:09,186 산은 비밀이야 영원한 비밀 72 00:12:10,057 --> 00:12:13,254 어쩌면 비밀이기에 산에 사는지도 모르지만 73 00:12:14,595 --> 00:12:17,530 그런 의미에서 내겐 벅찬 이름이지 74 00:12:20,167 --> 00:12:22,635 - 전 법운입니다 - 법운? 75 00:12:25,306 --> 00:12:27,968 법운이라... 좋은 이름이군 76 00:12:29,644 --> 00:12:34,911 사람들은 누구나 제 얼굴에 맞는 이름을 가져야 하는 건데 77 00:12:35,950 --> 00:12:40,683 자 내 얼굴을 좀 봐 이게 어디 사람의 얼굴이야? 78 00:12:41,355 --> 00:12:46,759 술에 한이 맺힌 아귀의 얼굴이지 관세음보살 79 00:12:47,361 --> 00:12:50,956 - 객스님이 또 한 분 계시구만 - 예 지나던 객입니다 80 00:12:51,165 --> 00:12:54,259 - 인사드리겠습니다 - 아이구 이런 인사는 무슨 81 00:12:56,070 --> 00:13:00,939 - 그래 어디서 오시오 - 예 개암사에서 지냈습니다 82 00:13:01,108 --> 00:13:03,508 - 학인이신가? - 선방에서 났죠 83 00:13:03,644 --> 00:13:08,445 오 수좌님이시구먼 그래 어디로 떠나시는 길인가요? 84 00:13:08,649 --> 00:13:12,608 - 그냥 만행 중입니다 - 만행? 그거 좋지 85 00:13:13,120 --> 00:13:15,645 풀리지 않는 번뇌를 바랑에 담고 86 00:13:15,823 --> 00:13:19,088 구름 따라 물 따라 역마처럼 떠도는 거 87 00:13:20,428 --> 00:13:23,829 그 맛에 중노릇한다는 친구도 더러 있다니까 88 00:13:24,198 --> 00:13:28,191 수좌님들이 부럽습니다 우리네 살림하는 사판들이야 89 00:13:28,369 --> 00:13:31,463 어디 떠나고 싶다고 맘대로 떠날 수 있나요 90 00:13:31,872 --> 00:13:36,832 그저 가람수호나 하고 공부하는 수좌들 외호나 하면서 91 00:13:37,178 --> 00:13:38,770 복이나 짓는 거지 92 00:13:38,946 --> 00:13:41,779 주지 스님, 난 밥 안 주나 93 00:13:44,952 --> 00:13:47,682 지산이 너 제발 이러지 마라 94 00:13:48,322 --> 00:13:50,415 너 때문에 내가 쫓겨날 형편이라구 95 00:13:50,725 --> 00:13:53,387 - 신도들이 난리야 - 쫓겨나? 96 00:13:55,629 --> 00:14:00,566 그거 잘됐군 당장 떠나자구 길 안내는 내 해줄 테니까 97 00:14:01,736 --> 00:14:06,537 밥 먹여주고 술 먹여준 옛 도반의 의리를 봐서라도 98 00:14:08,476 --> 00:14:12,606 지산이 너 몸 이래가지구 건강도 좀 생각해야지 99 00:14:12,947 --> 00:14:14,539 벌써 며칠째 술이냐? 100 00:14:15,850 --> 00:14:19,946 건강 생각해 주려거든 고기 사줘 보약 대려 주든지 101 00:14:20,087 --> 00:14:23,488 - 이 사람 말하는 것 좀 보게 - 어서 술이나 가져와 102 00:14:25,593 --> 00:14:29,222 알았다 자! 103 00:14:29,463 --> 00:14:32,694 제발 얌전히나 마셔라 객스님도 계신데 104 00:14:33,267 --> 00:14:36,896 지금이라도 성불할 생각이 있거들랑 날 따라나서 105 00:14:37,638 --> 00:14:41,404 주지란 수도하는 스님들 뒷바라지나 해주는 심부름꾼이지 106 00:14:41,475 --> 00:14:43,033 벼슬이 아냐 107 00:14:44,278 --> 00:14:48,078 아이구 내가 져야지 쯧쯧쯧 108 00:15:06,700 --> 00:15:08,998 스님은 예불 모시러 안 갑니까 109 00:15:09,537 --> 00:15:11,903 예불은 뭐 하러 모시나 110 00:15:12,673 --> 00:15:16,939 지금 그대가 가고 있는 법당에 부처님이 계실까? 111 00:15:17,912 --> 00:15:21,313 그대의 눈엔 이 술잔이 무엇으로 보이나 112 00:15:22,550 --> 00:15:23,983 취하셨군요 113 00:15:24,518 --> 00:15:27,976 그대의 눈엔 이것이 술잔으로 보일 테지 114 00:15:28,489 --> 00:15:31,652 그러나 내겐 부처로 보인다 이거야 115 00:15:32,059 --> 00:15:35,495 바로 이것이 부처와 중생의 차이 116 00:15:36,297 --> 00:15:41,826 그대가 찾는 부처는 법당에 내가 찾는 부처는 이 방 안에 117 00:15:41,936 --> 00:15:45,337 이 술잔 속에 있어 나무소주불! 118 00:15:45,840 --> 00:15:51,472 크고 작은 많은 허물 삼보전에 원력 빌어 119 00:15:51,579 --> 00:15:56,812 일심참회 하옵나니 바라옵건데 120 00:15:56,917 --> 00:16:02,981 부처님이 이끄시고 보살님네 살피시어 121 00:16:03,124 --> 00:16:09,290 고통바다 헤어나서 열반언덕 가사이다 122 00:16:43,731 --> 00:16:45,255 말랐어 123 00:16:53,340 --> 00:16:59,677 무슨 염치로 살이 찐단 말인가 중은 살이 쪄서는 안 돼 124 00:17:00,147 --> 00:17:06,575 진실로 중이 되고자 한다면 결코 살이 찔 수 없는 게야 125 00:17:11,492 --> 00:17:13,221 부끄러워 말게 126 00:17:13,661 --> 00:17:17,188 그대도 결코 나보다 몸이 좋은 편은 아니야 127 00:17:20,267 --> 00:17:23,668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술 마시는 이유 128 00:17:24,505 --> 00:17:26,336 중이 술 마시는 이유를! 129 00:17:27,074 --> 00:17:31,272 생각보다 그대는 통속적이군 이유는 없다 130 00:17:31,712 --> 00:17:35,307 이 사바세계에서 이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131 00:17:35,916 --> 00:17:37,440 다만 존재할 뿐이야 132 00:17:37,518 --> 00:17:42,478 존재... 던져진 존재 타인의 뜻으루 말야 133 00:17:44,758 --> 00:17:47,124 하긴 참말 이유가 있지 134 00:17:47,895 --> 00:17:52,298 하지만 얘기해준다구 해두 그대가 알 수 있을까 135 00:17:55,669 --> 00:18:00,265 상당히 오만하시군요 나두 나름대로 몸부림쳐 왔습니다 136 00:18:00,474 --> 00:18:05,707 - 6년... 6년을 말입니다 - 6년이란 긴 세월이야 137 00:18:06,146 --> 00:18:09,547 싯다르타는 6년 고뇌 끝에 부처가 됐어 138 00:18:09,917 --> 00:18:13,444 그대는 6년 몸부림 끝에 얻은 게 뭐야 139 00:19:17,551 --> 00:19:21,214 첫째, 불살생이니 살생하지 말지어다 140 00:19:21,388 --> 00:19:26,917 무릇 생명 있는 것을 죽인즉 세세생생 단명보를 받을 것이며 141 00:19:27,261 --> 00:19:30,162 내 손에 죽은 모든 무리들이 142 00:19:30,331 --> 00:19:34,734 세세생생 나를 쫓아다니며 괴롭힐 것이다 143 00:19:34,935 --> 00:19:37,768 이 계를 지키겠느냐 말겠느냐 144 00:19:38,305 --> 00:19:39,932 - 지키겠습니다 - 지키겠습니다 145 00:19:43,277 --> 00:19:48,044 둘째는 불투도이니 도둑질을 말지어다 146 00:19:48,382 --> 00:19:51,874 만약 사람이 남의 소유물을 훔친달 것 같으면은 147 00:19:52,086 --> 00:19:58,423 복덕종자가 끊어져 세세생생을 두고 박복천비한 몸으로 태어날 것이로다 148 00:19:58,692 --> 00:20:01,718 이 계를 지키겠느냐 말겠느냐 149 00:20:02,062 --> 00:20:03,427 - 지키겠습니다 - 지키겠습니다 150 00:20:04,765 --> 00:20:12,797 셋째는 불사음이니 사음을 말지어다 이 계를 지키겠느냐 말겠느냐 151 00:20:13,207 --> 00:20:14,731 - 지키겠습니다 - 지키겠습니다 152 00:20:15,309 --> 00:20:18,039 넷째는 불망언이니... 153 00:20:57,584 --> 00:21:01,918 이 진리는 석가세존께서 먼저 모범을 보이셨고 154 00:21:02,122 --> 00:21:06,957 그 뒤로 무수한 고승대덕이 줄을 이어 깨우치신 것이다 155 00:21:08,529 --> 00:21:11,464 여기 입구는 좁지만은 156 00:21:11,765 --> 00:21:17,067 안으로 들어갈수록 깊고 넓어지는 병 하나가 있어 157 00:21:17,337 --> 00:21:21,899 이 병 안에 조그마한 새를 하나 넣고 키웠었지 158 00:21:22,309 --> 00:21:24,937 이제 그만 새를 꺼내야겠는데 159 00:21:25,212 --> 00:21:28,773 그동안 새가 너무 커서 나오질 않는 거야 160 00:21:29,316 --> 00:21:34,015 자 어떻게 하면 이 새를 꺼낼 수 있겠는가 161 00:21:42,896 --> 00:21:45,228 6년이란 긴 세월이야 162 00:21:45,666 --> 00:21:49,158 싯다르타는 6년 고뇌 끝에 부처가 됐어 163 00:21:49,570 --> 00:21:52,903 그대는 6년 몸부림 끝에 얻은 게 뭐야 164 00:21:53,474 --> 00:21:55,942 병 속의 새는 어찌 됐느냐? 165 00:21:56,176 --> 00:21:59,009 아직도 바닥에서 울구만 있느냐? 166 00:22:18,832 --> 00:22:20,265 부지런하구만 167 00:22:21,468 --> 00:22:26,303 백장선사께서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168 00:22:29,910 --> 00:22:33,107 - 뭘 하는 겁니까? 스님 - 부처를 만들고 있어 169 00:22:33,313 --> 00:22:35,247 한번 볼 테야? 다 돼가니까 170 00:22:42,756 --> 00:22:44,883 아니 부처 얼굴이 뭐 이래요? 171 00:22:45,826 --> 00:22:48,590 우리나라 사찰에 모셔있는 불상은 172 00:22:48,962 --> 00:22:52,193 하나같이 둥글고 원만한 얼굴을 하고 173 00:22:52,432 --> 00:22:54,730 빙그레 미소 짓고 있지 174 00:22:55,602 --> 00:22:59,504 그러나 침묵하고 있지 천년을 두고 말이야 175 00:23:00,474 --> 00:23:04,274 사람들은 흔히 그러더군 부처의 그 미소를 두고 176 00:23:04,444 --> 00:23:07,140 신비하다느니 불가사의하다느니 177 00:23:07,414 --> 00:23:11,077 바라만 봐두 온갖 번뇌가 사라져버린다느니 178 00:23:11,919 --> 00:23:15,855 과연 그럴까? 부처가 신이 아니고 인간일진대 179 00:23:16,123 --> 00:23:20,423 그렇게 태연자약한 얼굴로 요지부동 침묵만 할 수 있을까 180 00:23:21,028 --> 00:23:24,395 지금 이 시간에도 숱한 중생들이 181 00:23:24,631 --> 00:23:28,226 배가 고파서 병들어서 옥에 갇혀서 182 00:23:28,468 --> 00:23:32,495 권세와 돈 가진 자들에게 억눌려서 신음을 하고 있는데 183 00:23:32,806 --> 00:23:35,707 그렇게 빙그레 웃고만 있을 수 있을까 184 00:23:36,977 --> 00:23:39,002 적어두 석가가 인간이었고 185 00:23:39,246 --> 00:23:41,612 인간을 위해서 이 세상에 나온 것이라면 186 00:23:41,915 --> 00:23:45,248 하나쯤은 그리워하고 슬퍼하고 분노하고 187 00:23:45,652 --> 00:23:49,679 그래서 8만 4천 번뇌에 쌓여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의 불상이 188 00:23:49,756 --> 00:23:51,223 있어야 할 게 아닌가 189 00:23:52,059 --> 00:23:55,358 난 참말 부처의 얼굴을 만들어보고 싶은 거야 190 00:23:55,596 --> 00:24:00,056 그래서 난 이렇게 나무토막을 깎고 또 깎는 거지 191 00:24:00,534 --> 00:24:03,401 그것은 내 부패한 피와 비열한 뼈 192 00:24:03,604 --> 00:24:06,767 그리고 추악한 살덩어리를 깎아내는 작업이기도 해 193 00:24:07,207 --> 00:24:12,270 그리고 번뇌를 보리로 바꾸는 아니 합일시키는 작업이기도 하구 194 00:24:17,618 --> 00:24:21,987 그래 그대는 지암선사가 말씀하신 병 속의 새를 꺼냈나? 195 00:24:22,122 --> 00:24:25,285 스님은 어떻습니까 꺼낼 수 있겠어요? 196 00:24:25,592 --> 00:24:28,652 나? 나한텐 그런 절차조차 필요 없어 197 00:24:29,062 --> 00:24:31,530 그놈의 병을 송두리째 깨버렸으니까 198 00:24:32,032 --> 00:24:35,433 - 병을 깨요? - 그렇지 199 00:24:37,070 --> 00:24:42,940 새가 마음이라면 새가 갇힌 병은 현실이고 욕망이고 계율이지 200 00:24:44,177 --> 00:24:46,372 난 그걸 깨버렸어 왕창 201 00:24:47,481 --> 00:24:52,145 - 허 그래서 술이고 파계입니까 - 마음이 어디 따로 있나 202 00:24:52,486 --> 00:24:55,114 육체가 마음이고 마음이 육체야 203 00:24:57,057 --> 00:25:00,584 스님 곁에 있다간 나도 술 배우겠군요 204 00:25:05,399 --> 00:25:06,957 소주 한 병 주세요 205 00:25:31,558 --> 00:25:35,255 - 왜 그러세요? 떠나실려구요? - 응 그렇게 됐네 206 00:25:37,297 --> 00:25:38,628 섭섭한데요 207 00:25:50,277 --> 00:25:51,369 이게 뭡니까 208 00:25:51,611 --> 00:25:54,478 밀렵꾼들이 꿩 잡는데 쓰는 싸이나야 209 00:25:55,082 --> 00:25:56,674 - 예? - 놀래긴 210 00:25:57,050 --> 00:26:01,578 탁 털어 넣으면 곧바로 극락세계에 부처님 만날 수 있는 급행권일세 211 00:26:02,055 --> 00:26:06,287 나는 언제나 죽음을 옆구리에 차고 다니는 거야 212 00:26:06,660 --> 00:26:10,096 순간순간을 죽음과 대결하는 사나이 멋있잖아? 213 00:26:10,731 --> 00:26:15,896 두고 보라구 언젠가 진짜 술이 떨어지는 날 그걸 홀짝 214 00:26:17,437 --> 00:26:19,905 - 이건 제가 보관하겠습니다 - 응? 215 00:26:21,675 --> 00:26:25,668 - 이거나 자시고 떠나시죠 - 어이구 고맙구만 216 00:26:26,546 --> 00:26:28,741 이별의 선물론 안성맞춤이야 217 00:26:29,049 --> 00:26:32,450 바깥이 시끄럽지? 공양준지 뭔지 행차하신다구 218 00:26:32,819 --> 00:26:34,047 그렇다는군요 219 00:26:35,856 --> 00:26:39,758 그 자가 머지않아서 국회의원인가 뭔가 출마를 할 모양인데 220 00:26:40,193 --> 00:26:43,492 당선만 되면 산신각을 새로 지어 준다는 거야 221 00:26:44,431 --> 00:26:48,060 그래서 앞으로 열흘 동안은 당선기원제를 올린다는구만 222 00:26:48,635 --> 00:26:51,798 그게 비위가 거슬려서 떠나시는 건가요? 223 00:26:52,239 --> 00:26:55,766 언젠가 그놈의 공양주한테 행패를 부린 일이 있거든 224 00:26:55,976 --> 00:26:59,343 그런 불공 그만두고 염라대왕이나 매수하라구 225 00:27:01,648 --> 00:27:04,173 아무튼 주지 녀석이 여비까지 주면서 226 00:27:04,518 --> 00:27:07,487 재가 끝날 때까지라두 어디로 잠깐 피해 달라고 227 00:27:07,554 --> 00:27:09,146 간절히 부탁을 하는구만 228 00:27:09,523 --> 00:27:13,789 그냥 쫓겨날 게 아니라 남아서 또 행패를 부리는 게 229 00:27:14,327 --> 00:27:15,862 더 지산 스님다울 것 같은데요 230 00:27:15,862 --> 00:27:18,092 에이고 그것도 이젠 지쳤어 231 00:27:18,799 --> 00:27:21,461 자 그거 이리 주게나 약병 232 00:27:24,805 --> 00:27:28,332 - 나도 떠나렵니다 - 무슨 소리야? 233 00:27:29,643 --> 00:27:32,669 나도 부처님 대신 공양주나 모시는 이런 절엔 234 00:27:33,613 --> 00:27:35,308 더 이상 머물고 싶지 않군요 235 00:27:56,570 --> 00:27:59,164 승적 박탈은 술 때문이었나요? 236 00:27:59,806 --> 00:28:03,139 여자랑 배꼽을 맞추고 이층을 지은 죄야 237 00:28:04,010 --> 00:28:06,478 무슨 말이에요? 이층을 짓다니 238 00:28:06,646 --> 00:28:10,605 - 이층도 몰라? 섹스 말이야 섹스 - 네? 239 00:28:13,186 --> 00:28:16,314 왜 갑자기 만정이 다 떨어지나? 240 00:28:17,524 --> 00:28:21,051 나 같은 잡승에겐 썩 어울리는 얘기 아니야? 241 00:28:22,429 --> 00:28:25,523 지금 법운 수좌 나이에 은죽사 선방에서 242 00:28:25,632 --> 00:28:28,192 긴 여름 참선을 하고 있을 때였어 243 00:28:28,802 --> 00:28:31,566 해제가 되어 수좌들이 뿔뿔이 떠난 뒤에도 244 00:28:31,838 --> 00:28:34,102 나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화두 하나에 245 00:28:34,207 --> 00:28:36,641 전신을 던져 몰두하고 있었지 246 00:28:37,210 --> 00:28:39,644 그러나 화두는 끝내 풀리지를 않구 247 00:28:39,946 --> 00:28:43,973 나는 답답하고 답답해서 가슴이 터질 것처럼 답답해서 248 00:28:44,351 --> 00:28:46,478 선실의 문을 열고 말았지 249 00:29:44,177 --> 00:29:48,841 피카소가 그랬던가 눈길은 사랑의 첫 사연이라고 250 00:29:49,082 --> 00:29:54,019 - 스님이 모르는 말이 없군요 - 암튼 인연이란 251 00:29:54,354 --> 00:29:57,482 특히 남녀 간의 인연이란 참으로 묘한 거야 252 00:29:57,958 --> 00:30:00,358 딱 한 번 눈길이 마주쳤을 뿐인데도 253 00:30:00,593 --> 00:30:03,824 그 아가씨의 모습은 내 가슴 저 안 깊은 곳에 254 00:30:03,930 --> 00:30:06,763 지울 수 없는 지문으로 자리 잡아버리고 말았어 255 00:30:07,634 --> 00:30:11,331 며칠 뒤였지 경내에 나와 앉아있을 때였어 256 00:30:13,807 --> 00:30:15,604 어머나, 스님! 257 00:30:18,345 --> 00:30:19,607 안녕하세요 258 00:30:20,680 --> 00:30:23,911 그동안 스님을 먼발치에서 여러 번 뵀어요 259 00:30:24,217 --> 00:30:25,912 어디 계시는데요 260 00:30:26,886 --> 00:30:29,354 요 아래 마을에서 민박을 하고 있어요 261 00:30:29,522 --> 00:30:33,049 - 휴양을 오셨나요 - 휴양이 아니라 도피예요 262 00:30:34,127 --> 00:30:38,587 2년씩이나 재수를 했는데도 대학에 또 떨어졌잖아요 263 00:30:39,799 --> 00:30:43,997 어머니 볼 염치도 없고 그래서 가출을 했지 뭐예요? 264 00:30:46,072 --> 00:30:50,065 아빤 일찍 돌아가시구 엄마 혼자 조그만 요정을 하시거든요 265 00:30:50,543 --> 00:30:53,808 엄만 일류대학 나와서 좋은 자리로 시집가길 원하지만 266 00:30:53,913 --> 00:30:56,143 어디 공부가 돼야 말이죠 267 00:30:56,416 --> 00:30:59,817 실컷 쏘다니다 쏘다니다 지치면 죽어 없어질려구요 268 00:31:00,353 --> 00:31:03,516 헌데 막상 나와보니 어디 갈 데도 없구 269 00:31:03,790 --> 00:31:07,282 문득 고2 때 수학여행 온 은죽사가 생각나지 뭐예요 270 00:31:10,497 --> 00:31:15,696 - 스님 이름이 지산이죠? - 어떻게 내 이름을 271 00:31:16,302 --> 00:31:19,669 전 옥순이에요 한옥순 272 00:31:22,042 --> 00:31:26,570 이거 읽어보시겠어요? 하도 재미가 있어서 단숨에 읽어버린 책이에요 273 00:31:41,194 --> 00:31:46,131 적막한 밤 창문을 스치는 바람 소리가 무서워요 274 00:31:54,374 --> 00:31:56,205 이른바 경계라는 거야 275 00:31:56,776 --> 00:31:59,768 경계에 부딪쳐서 고민하고 괴로워하면서도 276 00:31:59,979 --> 00:32:02,539 비구들은 그것이 두려워 피하기만 하지 277 00:32:02,916 --> 00:32:04,679 계율이란 그런 것이야 278 00:32:05,018 --> 00:32:08,215 기어코 그것에 부딪쳐 보기로 작정을 했지 279 00:32:08,588 --> 00:32:13,218 내 의지와는 역행하는 본능의 돌출과 치열한 한판 싸움을 280 00:32:13,293 --> 00:32:14,521 벌이기로 한 거야 281 00:32:15,128 --> 00:32:19,531 피할 것이 아니라 부딪쳐서 타고 뛰어넘어 가겠다는 거였지 282 00:32:37,851 --> 00:32:39,045 계십니까 283 00:32:40,153 --> 00:32:44,647 어머나! 스님 오셨군요 들어오세요 어서요 284 00:32:45,325 --> 00:32:49,728 - 잘 봤습니다 - 옷이라도 말리고 가셔야죠 285 00:32:50,497 --> 00:32:53,295 마침 심심하던 참에 잘 오셨어요 286 00:33:03,843 --> 00:33:08,280 남자와 여자가 배꼽을 맞추고 이층이 된다는 것은 287 00:33:08,915 --> 00:33:12,874 존재와 세계가 분리의 것이 아니라 본래 하나라는 288 00:33:13,019 --> 00:33:17,080 저 불교에서 말하는 불이의 법칙과 합일 되는 것이었어 289 00:33:18,091 --> 00:33:20,082 세계는 서로 화해하고 290 00:33:20,393 --> 00:33:23,885 존재는 보편적인 인식의 공간을 획득하게 되며 291 00:33:24,330 --> 00:33:27,561 그리하여 갈등과 투쟁은 무용한 것이 되는 거지 292 00:33:28,568 --> 00:33:30,798 그때 나는 분명히 쾌감을 느꼈어 293 00:33:31,171 --> 00:33:34,868 그것은 육체를 정신의 하위 개념으로 두었던 294 00:33:35,074 --> 00:33:38,407 내 인식의 오류가 붕괴되는 데서 오는 쾌감이었으며 295 00:33:38,678 --> 00:33:41,476 아울러 수컷으로서 보편성을 획득하고 296 00:33:41,814 --> 00:33:44,339 확인하는 데서 오는 쾌감이기도 했지 297 00:33:46,119 --> 00:33:47,746 그러나 이 세상에서 298 00:33:47,887 --> 00:33:50,617 이층처럼 허망한 사업이 또 있을까 299 00:33:51,391 --> 00:33:52,881 쾌감은 순간이었으며 300 00:33:53,026 --> 00:33:57,122 존재와 세계는 다시 평행선이 되고 마는 것이었으니 301 00:33:58,064 --> 00:34:02,023 그 일이 있은 지 며칠 후에 그만 사고가 터져 버렸어 302 00:34:02,669 --> 00:34:05,763 새코날을 먹고 빈사 상태에 빠진 그 애 친구를 303 00:34:05,939 --> 00:34:09,705 글쎄 어떤 놈이 덮친 거야 경찰에 연행됐지 304 00:34:10,276 --> 00:34:12,904 하필 절간에서 음독할 게 뭐야 305 00:34:13,513 --> 00:34:16,880 쬐그만 게 인생 허무를 알면 얼마나 안다구 306 00:34:18,885 --> 00:34:23,754 엉뚱하게도 범인으로 몰린 난 꼼짝없이 강간범이 된 거야 307 00:34:24,824 --> 00:34:29,693 그동안 날 아니꼽게 지켜보던 자들이 고자질 한 거지 308 00:34:33,733 --> 00:34:36,531 볼만했지 신문에 방송에... 309 00:34:37,203 --> 00:34:40,866 스님에게 강간당한 재수생 음독자살 310 00:34:41,307 --> 00:34:43,639 아가씨들 절간엘랑 가지 마오 311 00:34:43,977 --> 00:34:47,469 신문 주간지 등에 실린 호화찬란한 타이틀이야 312 00:34:48,948 --> 00:34:53,408 결국은 은죽사 일대에 거주하던 젊은 사람들 정액까지 검사하는 313 00:34:53,486 --> 00:34:58,185 수라장 끝에 풀려나긴 했지만 아이구 말도 마 314 00:34:58,358 --> 00:35:02,454 그런 망신 그런 수모 평생 잊지 못할 거야 315 00:35:03,930 --> 00:35:07,593 총무원에선 날 승적에서 삭제시켰구 316 00:35:08,301 --> 00:35:10,269 하지만 다행한 일이었지 317 00:35:10,803 --> 00:35:14,569 파계승에게 내린 형벌치군 과분한 것이었으니까 318 00:35:18,244 --> 00:35:21,270 - 별일이 다 있었군요 - 누가 아니야 319 00:35:21,814 --> 00:35:25,841 경찰에서 풀려나는 길로 난 그 애를 따라 서울로 갔어 320 00:35:26,252 --> 00:35:28,413 미친놈처럼 돌아다녔지 321 00:35:43,436 --> 00:35:45,961 계집애 손 잡고 안 간 데가 없어 322 00:35:46,205 --> 00:35:48,867 고고클럽에서 계집애와 디스코를 춘 건 323 00:35:49,142 --> 00:35:52,009 내가 유사 이래 처음이자 마지막일 거야 324 00:35:52,612 --> 00:35:55,376 결국 경계와의 싸움에 지신 건가요? 325 00:35:56,716 --> 00:36:00,516 끈질기게 괴롭히는 본능의 욕구에 순응함으로써 326 00:36:00,753 --> 00:36:03,688 본능이 주는 번뇌로부터 벗어나 보겠다고 327 00:36:03,790 --> 00:36:07,191 그놈의 본능에 접근했다가 오히려 더 큰 번뇌에 328 00:36:07,260 --> 00:36:08,818 덜미를 잡힌 셈이지 329 00:36:09,762 --> 00:36:11,559 이층이란 그런 것이야 330 00:36:12,131 --> 00:36:16,693 죽고 싶은 허망감에 치를 떨며 방바닥에 이마를 박았다가도 331 00:36:17,003 --> 00:36:18,800 곧 그 허망감은 사라지고 332 00:36:18,971 --> 00:36:22,372 다시 또 이층의 욕망에 멱살을 잡히게 되는 거야 333 00:36:22,875 --> 00:36:26,402 그리곤 다시 허망 그리고 또 욕망 334 00:36:26,813 --> 00:36:30,681 그래서 중생의 윤회는 겁으로 이어지는 건가 335 00:36:39,826 --> 00:36:41,384 여관방을 전전하며 336 00:36:41,561 --> 00:36:44,826 그 치사한 윤회를 되풀이하기 일주일 되는 날 337 00:36:45,431 --> 00:36:51,165 허망의 절정에서 비로소 나는 내 신분이 비구승이라는 걸 깨달았지 338 00:36:55,441 --> 00:36:59,377 이봐요 이봐요! 내 속치마 주세요 339 00:37:14,360 --> 00:37:16,419 그동안 내가 달리기만 했군요 340 00:37:26,939 --> 00:37:28,463 그것으로 끝인가요? 341 00:37:29,142 --> 00:37:31,508 속편이 더 멜로 드라마지 342 00:37:32,812 --> 00:37:35,042 그로부터 3년 뒤던가 343 00:37:35,248 --> 00:37:39,912 도시의 음습한 뒷골목에서 창녀가 된 그 애를 만났지 344 00:37:40,186 --> 00:37:43,451 - 창녀요? - 결국은 나 때문이었어 345 00:37:43,656 --> 00:37:46,090 집에는 못 돌아가고 갈 곳은 없고 346 00:37:46,325 --> 00:37:49,817 더구나 어머니의 사업 실패로 집안도 거덜이 나고 347 00:37:50,930 --> 00:37:53,330 이리저리 전전하다가 끝내는... 348 00:37:54,066 --> 00:37:57,126 개도 안 물어갈 땡초가 한 여자한테 그렇게 349 00:37:57,270 --> 00:37:59,363 큰 상처와 아픔을 안겨주다니 350 00:37:59,639 --> 00:38:02,767 나야말로 염라대왕한테 귀퉁배기 맞을 놈이지 351 00:38:03,042 --> 00:38:07,103 그래선 안 되는데 정말 그래서는 안 되는 건데 352 00:38:09,782 --> 00:38:14,014 가만... 그러고 보니 내가 지금 어디로 가는 거지? 353 00:38:18,357 --> 00:38:23,158 - 중이 갈 데가 산 밖에 더 있나요 - 그래 산 밖엔 없지 354 00:38:24,464 --> 00:38:28,696 - 우리 해인사 갈까요? - 나 같은 놈도 받아 줄까 355 00:38:29,502 --> 00:38:32,437 승려증 따위 그까짓 종이때기가 무슨 상관이에요 356 00:38:32,738 --> 00:38:36,435 참말로 발심해서 공부하겠다는 데야 누군들 말리겠어요 357 00:38:38,077 --> 00:38:39,442 내 말은 그게 아니야 358 00:38:39,645 --> 00:38:43,479 참말 투철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덤빌 수 있느냐가 문제지 359 00:38:44,217 --> 00:38:47,983 못할 거 뭐 있어요 죽을 작정으로 한번 해보는 거죠 360 00:38:48,588 --> 00:38:51,580 - 이 세상에 안 태어난 셈 치구 - 아니야 361 00:38:51,924 --> 00:38:54,518 이대로 돌겠어 떠돌이 잡승으로 362 00:38:54,794 --> 00:38:58,890 방황도 내게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니까 363 00:39:01,067 --> 00:39:02,557 이렇게 스님을 방황하게 하는 364 00:39:02,668 --> 00:39:05,068 본질적인 이유가 어디 있는지 알고 싶군요 365 00:39:05,304 --> 00:39:06,737 방황한다는 것은 결국 366 00:39:06,806 --> 00:39:09,434 스스로에게 진실하지 못하기 때문이야 367 00:39:09,876 --> 00:39:13,312 끌어안고 버틸 만한 진실의 기둥도 없구 말야 368 00:39:13,746 --> 00:39:16,374 하지만 이것도 정확한 대답이 될 수가 없지 369 00:39:16,516 --> 00:39:18,416 나도 몰라 나도 몰라 370 00:39:18,751 --> 00:39:21,447 내가 왜 이렇게 미친 개처럼 방황하는가를 371 00:39:23,789 --> 00:39:29,250 무소유... 부처는 행복의 조건을 무소유라고 하셨는데 372 00:39:29,595 --> 00:39:33,656 한 벌의 누더기와 한 벌의 바릿대 밖에 가진 것이 없는 난 373 00:39:34,066 --> 00:39:36,261 왜 이다지도 괴로운지 374 00:39:38,571 --> 00:39:41,972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는 것은 다 버렸다는 것이고 375 00:39:42,375 --> 00:39:45,538 다 버렸다는 것은 더 큰 것을 소유하고 싶다는 376 00:39:45,678 --> 00:39:47,270 욕망의 역설이 아닐까요? 377 00:39:48,681 --> 00:39:54,677 그런 셈인가? 더 큰 것 더 큰 것을 찾아 헤매는 건가 378 00:39:55,288 --> 00:39:58,655 허지만 더 큰 것은 잡힐 듯 잡히지 않고 379 00:39:58,991 --> 00:40:01,721 나는 왜 이렇게 삶이 고통스러울까 380 00:40:05,064 --> 00:40:09,660 법운 수좌는 해인사로 가 가서 참말 백척간두에 서봐 381 00:40:10,036 --> 00:40:13,631 거기서 한발 내딛어 보라구 그래서 견승을 하면 382 00:40:13,806 --> 00:40:16,866 나 같은 미친 잡승도 제도해 주구 383 00:40:17,743 --> 00:40:19,233 우리 같이 객질해요 384 00:40:19,612 --> 00:40:22,672 하안거 때까지만이라도 함께 떠돌아요 네? 385 00:40:22,949 --> 00:40:25,884 하지만 나 같은 천하 땡초와 어울리면 386 00:40:26,152 --> 00:40:29,610 그대도 잡승으로 몰려 절집에서 쫓겨날 텐데 387 00:40:32,091 --> 00:40:33,581 쫓겨나도 할 수 없죠 388 00:40:35,895 --> 00:40:38,261 부처는 절집에만 있는 게 아니니까 389 00:41:33,085 --> 00:41:36,748 야 이쁘구나 이뻐 다들 기가 맥히게 이쁘구나 390 00:41:36,822 --> 00:41:38,722 그만두세요 누가 듣겠어요 391 00:41:38,858 --> 00:41:41,326 염불일세 인간 찬사의 염불 392 00:41:43,496 --> 00:41:45,088 그런데 어찌하여 그대는 393 00:41:45,197 --> 00:41:48,064 이렇게 예쁜 여자들을 두고 서울을 떠났나? 394 00:41:49,135 --> 00:41:52,104 대관절 왜 스스로 학교를 그만두겠다는 거야? 395 00:41:52,271 --> 00:41:54,296 졸업이 일 년 밖에 안 남았는데 396 00:41:56,909 --> 00:42:00,640 지식 따윈 혼자서라도 충분히 배우고 익힐 수 있어 397 00:42:01,013 --> 00:42:02,503 교수님들은 단지 398 00:42:02,682 --> 00:42:05,845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지식의 전달자일 뿐 399 00:42:06,819 --> 00:42:08,980 내 의문에 뚜렷한 답을 주지 못해 400 00:42:09,689 --> 00:42:12,920 그래서 요즘 난 벽에 부딪쳤고 늘 우울해 401 00:42:13,626 --> 00:42:15,685 교수님들이나 주위 사람은 물론 402 00:42:16,062 --> 00:42:19,554 영주까지도 나의 고뇌를 이해하지 못하니 말야 403 00:42:20,766 --> 00:42:23,929 도대체 그 고뇌란 게 뭐야? 정체나 밝혀 봐 404 00:42:24,904 --> 00:42:28,931 사람들은 결국 죽어 나도 영주도 405 00:42:29,308 --> 00:42:30,570 무슨 소리야? 406 00:42:31,243 --> 00:42:35,043 그 죽는다는 명백한 현상에 난 승복할 수 없는 거야 407 00:42:35,581 --> 00:42:37,708 어쩔 수 없는 숙명이라고 체념하고 408 00:42:37,983 --> 00:42:40,850 무력하게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것이라면 409 00:42:41,687 --> 00:42:45,714 너무 허망하고 슬픈 게 인간이란 존재가 아닐까? 410 00:42:47,460 --> 00:42:49,621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이상 411 00:42:50,429 --> 00:42:54,729 세상의 어떤 학문이나 부귀나 명예도 무의미하단 생각이야 412 00:42:56,235 --> 00:42:58,795 이것이 날 번민케 하는 원흉인 거야 413 00:43:01,407 --> 00:43:05,309 그래 좋아 병진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건 말리지 않겠어 414 00:43:05,745 --> 00:43:08,441 하지만 우리들 문제는 어떻게 되는 거지? 응? 415 00:43:25,498 --> 00:43:27,557 그 아가씨 만나 보고 싶지 않나 416 00:43:29,034 --> 00:43:30,797 만나고 싶은 게로군 417 00:43:36,175 --> 00:43:39,941 우리 비구들에게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때는 418 00:43:41,113 --> 00:43:42,740 무엇보다도 깊은 밤 419 00:43:43,182 --> 00:43:46,208 창문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 소리에 놀라서 420 00:43:47,186 --> 00:43:49,814 잠이 깨어난 그런 때가 아닐까요 421 00:43:51,524 --> 00:43:53,754 손에 잡히는 건 바람뿐이고 422 00:43:55,161 --> 00:43:59,791 그때마다 내가 홀수라는 사실이 무섭도록 자각될 때 말이죠 423 00:44:06,438 --> 00:44:08,770 때론 어머니도 만나 보고 싶어요 424 00:44:12,077 --> 00:44:16,980 오래전에 재가하셨는데 서울 어딘가에 살고 계신 모양이에요 425 00:44:19,485 --> 00:44:24,218 이래 놓으니 어느 세월에 대각은커녕 소각인들 이루겠어요 426 00:44:25,124 --> 00:44:29,686 아 그것도 음식일세 가리지 말고 먹어두게 427 00:44:30,296 --> 00:44:32,594 활짝 피어야 할 한참 나이에 428 00:44:33,065 --> 00:44:36,000 얼굴에는 검버섯과 마른버짐이 피고 429 00:44:36,569 --> 00:44:39,970 앉았다 일어나면 눈앞이 핑핑 돌 텐데 말이야 430 00:44:42,408 --> 00:44:46,742 서울을 왜 오자고 하셨으며 만나야 할 사람은 누군가요 431 00:44:52,418 --> 00:44:53,851 아저씨 놀다가 432 00:44:54,086 --> 00:44:58,147 - 아저씨 아저씨 나 좀 봐요 네? - 딴 데 가면 별수 있나 433 00:44:58,390 --> 00:45:01,052 어머나 스님 오래간만에 오셨네요? 434 00:45:02,561 --> 00:45:03,550 스님! 435 00:45:10,302 --> 00:45:13,362 어머 매력 있는 스님 또 오셨네 436 00:45:14,273 --> 00:45:15,433 이리 좀 와봐요 437 00:45:15,541 --> 00:45:18,908 어머나 스님 정말 오래간만이시네 438 00:45:19,511 --> 00:45:23,345 옥순이가 스님 기다리다가 그만 황새목이 다 됐는데 439 00:45:23,549 --> 00:45:26,814 들어가세요 불러다 드릴게요 440 00:45:31,023 --> 00:45:32,354 이리 와요 441 00:45:43,602 --> 00:45:48,403 자 앉으시게 여기도 법당일세 442 00:45:49,174 --> 00:45:52,007 우리 보살님은 마음이 가난한 사람에게 443 00:45:52,211 --> 00:45:55,009 봄을 팔러 잠깐 외출하신 모양일세 444 00:45:59,852 --> 00:46:04,312 법운은 아직 경계가 너무 많아 보기보다는 겁쟁이야 445 00:46:04,990 --> 00:46:07,481 스님은 막히는 경계가 없다는 말씀인가요? 446 00:46:08,694 --> 00:46:11,390 왜 없겠나 부처가 아닌 이상 447 00:46:11,997 --> 00:46:16,696 - 숨 쉴 때마다 경계에 부닥치지 - 그럼 마찬가지 아닙니까 448 00:46:17,202 --> 00:46:21,138 아니지 법운은 경계에 부딪쳤을 때 449 00:46:21,440 --> 00:46:25,308 여지껏 쌓아온 자신의 수도가 무너질까 봐 450 00:46:25,444 --> 00:46:27,071 겁이 나서 피하지만 451 00:46:27,446 --> 00:46:31,314 난 온몸으로 부딪쳐서 뛰어넘고자 몸부림치지 452 00:46:31,817 --> 00:46:34,285 그것이 법운과 내가 다른 점이야 453 00:46:34,386 --> 00:46:37,253 - 아 어딜 만져 - 저 소리 좀 들어 보라구 454 00:46:41,360 --> 00:46:42,952 대단한 유혹이야 455 00:46:43,495 --> 00:46:46,487 오죽하면 석가께서도 그렇게 말씀하셨겠어? 456 00:46:46,765 --> 00:46:50,360 만약 애욕 같은 본능이 하나만 더 있어도 457 00:46:50,536 --> 00:46:53,437 수도길에 오를 사람은 아무도 없으리라고 458 00:46:54,406 --> 00:46:58,172 어때 내가 나가서 상대를 하나 구해올까? 459 00:47:01,146 --> 00:47:02,670 화낼 것 없네 460 00:47:03,782 --> 00:47:06,808 애욕에서 벗어나려면 여자를 알아야 해 461 00:47:07,219 --> 00:47:10,916 번뇌에서 벗어나려면은 번뇌를 삼켜 버리는 거야 462 00:47:12,458 --> 00:47:15,825 건강한 사내라면은 하루에도 열두 번쯤은 463 00:47:15,928 --> 00:47:17,828 여자 생각이 나기 마련이야 464 00:47:18,931 --> 00:47:20,558 어디 한번 부닥쳐 봐 465 00:47:20,933 --> 00:47:24,767 망설임과 후회만 없다면 그게 부처의 길이라구 466 00:47:25,137 --> 00:47:28,072 아무것에도 걸림이 없는 부처의 길 467 00:47:30,476 --> 00:47:32,341 차라리 자르겠습니다 468 00:47:35,514 --> 00:47:38,574 한점 고깃덩이를 잘라서 뭘 하겠단 건가? 469 00:47:39,084 --> 00:47:41,416 자르려거든 마음을 잘라야지 470 00:47:52,197 --> 00:47:53,494 어서 와 옥순이 471 00:48:08,280 --> 00:48:12,740 인사하게 법운 수좔세 오다가다 인연으로 만났네 472 00:48:16,789 --> 00:48:18,313 우리 보살님일세 473 00:48:19,258 --> 00:48:21,158 처음 뵙겠어요 474 00:48:28,000 --> 00:48:31,902 우린 그만 방을 옮기세 함께 잘 수야 없잖은가 475 00:48:32,504 --> 00:48:37,339 - 이 스님 여자 불러요? - 아니야 이 분은 진짜 스님이야 476 00:48:44,383 --> 00:48:48,114 - 이거 드세요 - 아니야 술도 못해요 477 00:48:51,490 --> 00:48:57,326 화자야 네 방 좀 쓴다 손님 받으면 이층으로 가 478 00:48:57,429 --> 00:48:58,361 그래 479 00:49:11,443 --> 00:49:14,435 - 화장실이 어디죠? - 쉬하시게? 저기 480 00:49:16,448 --> 00:49:18,643 야이 병신아 꺼져! 야! 481 00:49:18,784 --> 00:49:21,878 야 아무리 싸구려래두 그걸 갖고 어딜 덤비니 너 응? 482 00:49:22,054 --> 00:49:24,147 재수 없는 게 정말 이걸 그냥 어이구! 483 00:49:24,223 --> 00:49:26,214 - 봐준다 그랬잖아 - 웃기지 마 야 484 00:49:26,458 --> 00:49:29,052 초장부터 재수가 없으려니까 원 참 485 00:49:29,628 --> 00:49:31,858 불경기다 불경기 486 00:49:31,964 --> 00:49:35,661 아 요즘은 긴 밤 한 건 안 걸리구 말이야 487 00:49:35,767 --> 00:49:37,257 재수 옴 붙었다 488 00:49:44,710 --> 00:49:47,235 어이구 너 누구 대물릴려고 그러니? 489 00:49:47,412 --> 00:49:50,381 스님만 보면 사족을 못 쓰게? 놀구 자빠졌네 490 00:50:30,956 --> 00:50:35,325 아휴 저건... 아저씨! 이리 와 봐! 491 00:50:35,794 --> 00:50:41,164 아저씨 이리 좀 와 보라니까 김샜네 진짜... 492 00:50:49,675 --> 00:50:54,237 어머 아유 얘가 왜 이래? 아우 얘 정신 좀 차려라 493 00:51:31,817 --> 00:51:36,982 남은 것은 빛바랜 가사 한 장뿐 494 00:51:38,357 --> 00:51:44,057 그물도 치지 않고 고기를 잡으려는 중생이여 495 00:51:47,199 --> 00:51:53,229 모든 곳으로 통한다는 길 그 길을 따라 496 00:51:54,139 --> 00:51:59,406 피땀으로 헤매었네 십 년 세월 497 00:52:01,346 --> 00:52:05,373 길은 멀어라 아침이여 498 00:52:06,652 --> 00:52:14,218 돌아보니 아 나는 어느새 다시 출발점 499 00:52:16,228 --> 00:52:21,996 이 저녁 나타난 부처는 백골 같은 허무로 500 00:52:22,301 --> 00:52:25,828 나를 술 마시게 하는구나 501 00:52:26,238 --> 00:52:29,332 술 마시게 하는구나 502 00:55:57,582 --> 00:55:59,846 옴살바 못자모지 사다야 사바하... 503 00:55:59,951 --> 00:56:01,145 이 땡땡이야! 504 00:56:01,219 --> 00:56:04,154 이럴 바에는 이 골목 안에는 뭣 하러 기어들어 왔어 505 00:56:05,290 --> 00:56:10,489 옴살바 못자모지 사다야 사바하 옴살바 못자모지 사다야 사바하... 506 00:58:05,410 --> 00:58:07,401 - 엄마! - 병진아 507 00:58:08,313 --> 00:58:11,544 우리 엄마 기차 타고 서울에 갔다는 거 정말이야? 508 00:58:13,118 --> 00:58:16,884 저 말이제... 느그 엄마가 떠남서 509 00:58:17,122 --> 00:58:19,317 너희 이모 집에 가 살라고 그러더라 510 00:59:02,400 --> 00:59:04,265 무엇이 괴로운고 511 00:59:04,436 --> 00:59:08,839 삼라만상이... 아니 제 마음이 마음이 괴롭습니다! 512 00:59:09,507 --> 00:59:11,498 마음이 어디 있는고 513 00:59:13,845 --> 00:59:16,575 어떻게 됐느냐 병 속의 새는 514 00:59:17,449 --> 00:59:20,816 6년이 지났어 이리 다오! 그 새를! 515 00:59:22,253 --> 00:59:27,054 봐라 여기 내 손바닥에 니 마음이 있다 516 00:59:27,926 --> 00:59:31,453 가져라 너의 새가 여기 있다 517 01:02:12,557 --> 01:02:13,524 수관! 518 01:02:16,828 --> 01:02:18,159 이게 얼마 만인가! 519 01:02:19,097 --> 01:02:22,032 그동안 용맹정진한다는 소문은 가끔 들었어 520 01:02:25,703 --> 01:02:26,931 이거 정말 521 01:02:29,007 --> 01:02:31,475 여러 스님께 알립니다 522 01:02:32,277 --> 01:02:37,738 속세에 업이 지중한 탓인지 도무지 공부에 진척이 없어 523 01:02:38,182 --> 01:02:42,949 겨울 참선 석 달 동안을 묵언으로 지낼까 합니다 524 01:03:10,181 --> 01:03:15,517 근자에 선문에서 공부하는 모양을 볼 것 같으면은 525 01:03:16,087 --> 01:03:22,253 죽은 송장의 법을 붙들고서 도를 알았다 소리치는 자가 흔하니 526 01:03:22,994 --> 01:03:26,361 이는 동타지옥의 업만 짓는 일이라 527 01:03:27,765 --> 01:03:33,294 조리도 없이 물고 일어나는 망상의 물줄기를 몸 밖으로 밀어내고 528 01:03:33,838 --> 01:03:38,935 그 너머에서 들려오는 진실한 나의 육성에 귀 기울이면서 529 01:03:39,510 --> 01:03:42,877 내 속에 품어있는 부처를 찾고자 함이니 530 01:03:43,448 --> 01:03:48,476 쇳덩이 속에 섞여 있는 순금을 뜨거운 열에 녹여 가려내듯이 531 01:03:48,720 --> 01:03:51,382 내 속에 있는 번뇌의 불덩이 속에서 532 01:03:51,522 --> 01:03:54,218 참된 자기를 끄집어내야 하리라 533 01:03:55,126 --> 01:03:58,960 이 겨울에도 짐승의 뱃속에는 새끼가 자라고 534 01:03:59,664 --> 01:04:03,691 얼어붙은 땅속에는 씨앗의 싹이 트고 있으니 535 01:04:04,435 --> 01:04:07,893 올봄에는 부처 사태가 나겠구나 536 01:05:27,218 --> 01:05:30,654 손가락을 세 개씩이나 바치고도 모자라서 537 01:05:30,888 --> 01:05:34,483 또 하나를 불태워 신심을 돋우겠단 말인가? 538 01:05:36,461 --> 01:05:41,922 이놈아 부처님이 언제 불고기 자시겠다고 하더냐! 539 01:05:42,767 --> 01:05:46,828 석가세존께서도 6년을 고행을 하신 후에 540 01:05:47,171 --> 01:05:50,402 신체를 학대하는 것은 헛되다 하셨거늘 541 01:05:50,641 --> 01:05:53,201 네가 누구 흉내를 내겠다는 거냐! 542 01:05:54,245 --> 01:05:55,712 수좌야 543 01:05:56,447 --> 01:06:02,181 몸뚱이를 불태워 성불할 수 있다면 모가지부터 바칠 일이지만은 544 01:06:02,720 --> 01:06:06,952 모가지를 바치고 나면 뭘 가지고 성불을 할꼬 545 01:06:40,591 --> 01:06:43,788 옴살바 못자모지 사다야 사바하... 546 01:07:47,792 --> 01:07:52,058 병진이가 떠나고 난 뒤 지금껏 사찰이란 사찰은 다 뒤졌어 547 01:07:52,196 --> 01:07:56,223 세상에 어쩜 그럴 수가 병진이 그런 사람이었어? 548 01:07:57,835 --> 01:08:00,861 내 이름은 병진이가 아니구 법운이야 549 01:08:02,373 --> 01:08:04,603 그렇게 고생고생 하며 찾아왔는데두 550 01:08:04,875 --> 01:08:07,435 이제 보니 날 하나의 장애물로 보고 있군 551 01:08:09,914 --> 01:08:12,644 승려 이전에 한 사람의 남자로서 552 01:08:13,384 --> 01:08:16,080 더구나 피가 끓는 젊은 남자로서 553 01:08:16,621 --> 01:08:19,112 난들 어찌 영주가 그립지 않겠어 554 01:08:19,890 --> 01:08:23,724 영주야말로 나에겐 가장 큰 번뇌일지도 모르지 555 01:08:24,295 --> 01:08:28,595 허지만 진실한 마음에서 출가한 승려라면 556 01:08:29,100 --> 01:08:32,968 그런 번뇌쯤은 신심으로 극복해야 해 557 01:08:34,538 --> 01:08:36,904 그건 위선이야 비겁한 회피구 558 01:08:37,174 --> 01:08:39,199 병진인 현실도피자야! 559 01:08:40,811 --> 01:08:46,181 수도 생활은 도피가 아냐 오히려 치열한 도전의 결전장이지 560 01:08:47,418 --> 01:08:50,979 - 무엇에 대한 도전? - 인간의 근원적인 문제지 561 01:08:51,455 --> 01:08:55,858 인간의 불행은 어디서 비롯되며 그 불행에서 벗어나는 길은 562 01:08:56,027 --> 01:08:58,154 어떤 것인가를 탐구하는 것이야 563 01:08:58,596 --> 01:09:00,962 그래서 모든 인간적인 욕망을 억제하고 564 01:09:01,098 --> 01:09:03,862 현실을 외면한 채 산사에 숨어 있는 것이 565 01:09:04,068 --> 01:09:06,263 병진이의 유토피아였어? 566 01:09:06,570 --> 01:09:08,731 사찰은 영주가 생각하는 것처럼 567 01:09:09,106 --> 01:09:12,439 인생의 패배자가 모여 무위도식하는 곳이 아니야 568 01:09:13,010 --> 01:09:15,808 자기를 제도하고 중생을 제도해 보려는 569 01:09:16,013 --> 01:09:19,608 대원력을 세우고 피나는 수도를 하는 도장이야 570 01:09:20,051 --> 01:09:22,815 그럼 병진인 나를 좀 제도해 줘 571 01:09:23,154 --> 01:09:26,920 실연의 아픔으로 괴로워하고 있는 중생을 좀 제도해 달라구! 572 01:09:36,267 --> 01:09:41,034 집에서 결혼을 재촉하고 있어 하지만 난 기다릴 순 있어 573 01:09:41,172 --> 01:09:43,333 병진이의 언질만 있다면 말야 574 01:09:44,342 --> 01:09:46,435 지금 당장 결정하란 말은 아니야 575 01:09:46,911 --> 01:09:51,245 그 대신 한마디라도 병진이의 약속을 꼭 듣고 가야겠어 576 01:10:30,221 --> 01:10:32,655 이 도리를 알겠는가? 577 01:10:34,024 --> 01:10:38,927 이 물건을 주장자라고 부른다면은 착할 것이요 578 01:10:39,563 --> 01:10:44,364 또한 주장자가 아니라고 한다면은 배할 것인즉 579 01:10:44,969 --> 01:10:51,932 대중이여 일러라! 이 물건을 뭐라고 부르겠는가? 580 01:10:57,515 --> 01:11:00,109 이 도리를 알겠는가 581 01:11:02,253 --> 01:11:05,518 이 도리를 알겠는가 582 01:11:28,679 --> 01:11:36,882 수좌가 주장자를 봤으나 주장자가 수좌를 보지 못했어 583 01:11:37,421 --> 01:11:40,322 한 생각이 일어날 때 일체가 생기고 584 01:11:40,591 --> 01:11:43,685 한 생각이 멸할 때 일체가 멸하는 것이니 585 01:11:44,061 --> 01:11:46,461 한 생각이 일어나고 멸함이 586 01:11:46,597 --> 01:11:49,998 곧 우주의 건괘와 인생의 생사라 587 01:11:50,634 --> 01:11:54,570 세상에서 제일로 수승한 공부가 무슨 공부인가 588 01:11:54,805 --> 01:11:56,670 그것은 참선일세 589 01:11:57,174 --> 01:12:01,736 바쁘고 바쁘도다 가는 것은 세월이고 오는 것은 죽음이네 590 01:12:02,046 --> 01:12:06,949 금생에 공부 않고 언제 또 사람으로 태어날 것인가 591 01:12:53,597 --> 01:12:57,761 - 어리석은 짓이었어 - 어리석다니? 592 01:12:58,903 --> 01:13:00,996 손가락 공양을 후회한단 말인가? 593 01:13:02,673 --> 01:13:05,665 나는 물론이고 많은 사람들이 수관의 신심을 594 01:13:05,910 --> 01:13:07,571 부러워하고 무서워하는데 595 01:13:08,712 --> 01:13:11,476 불교는 어디까지나 자력 신앙 아닌가 596 01:13:11,982 --> 01:13:14,849 아니야 신앙이란 말도 맞지를 않아 597 01:13:15,219 --> 01:13:17,312 내가 나를 뚫고 나가야 하니 말이야 598 01:13:19,223 --> 01:13:23,683 헌데도 난 불보살의 힘을 빌리려고 했어 599 01:13:25,529 --> 01:13:28,327 손가락이 타는 고통을 견디면서 600 01:13:28,699 --> 01:13:32,931 부처님 보살님! 업이 두텁고 미련한 601 01:13:33,070 --> 01:13:34,935 이 중생을 도와주소서 602 01:13:35,406 --> 01:13:38,500 혼자서 가기엔 너무 힘든 길이옵니다 603 01:13:43,280 --> 01:13:47,114 이렇게 빌었으니 이게 얼마나 빗나가는 얘긴가 604 01:13:47,751 --> 01:13:53,018 아들딸 부귀케 해달라고 떡살 바치는 무식한 노파들과 뭐가 다르겠어 605 01:13:53,891 --> 01:13:56,121 지금 와서 그런 자학을 하면 곤란하지 606 01:13:56,527 --> 01:13:57,926 문제는 신심이야 607 01:13:58,462 --> 01:14:02,398 수관 같은 신심이면 반드시 성불하리라 믿어 608 01:14:02,833 --> 01:14:04,095 글쎄... 609 01:14:05,803 --> 01:14:09,933 그럼 참선해제 법문때 주장자를 뺏은 의미는 뭐였나? 610 01:14:10,841 --> 01:14:13,366 난 도대체 수관한테는 기가 죽어서... 611 01:14:14,144 --> 01:14:15,406 아무것도 아니야 612 01:14:16,013 --> 01:14:19,278 단지 침묵과 순종을 깨트려 보고 싶을 뿐이었어 613 01:14:19,750 --> 01:14:22,048 진짜 도리를 알아서 그랬던 건 아니야 614 01:14:22,953 --> 01:14:26,150 난 조실스님의 답변도 미리 예상하고 있었어 615 01:14:26,890 --> 01:14:31,122 백 년 전 천 년 전 고승들이 그때그때 방편으로 뱉은 언어 616 01:14:31,428 --> 01:14:33,828 그 구전된 사어들을 인용하고 있는 거야 617 01:14:34,531 --> 01:14:37,932 그것도 어려운 한문으로 옳게 알아듣지도 못할 소리로 618 01:14:39,036 --> 01:14:41,561 허지만 내가 이번 겨울 참선에 깨달은 게 있어 619 01:14:42,506 --> 01:14:44,201 사람마다 적성이 있는데 620 01:14:44,408 --> 01:14:48,242 내 경우엔 죽치고 앉아서 하는 참선으론 아무것도 안 된다는 거였어 621 01:14:49,179 --> 01:14:51,204 그럼 앞으로 어떻게 수행하겠다는 거야? 622 01:14:51,482 --> 01:14:53,950 - 타인 속에서 - 타인 속에서? 623 01:14:54,051 --> 01:15:00,786 응 나를 내 속에서 찾는 게 아니라 타인 속에서 찾아보는 거야 624 01:15:04,128 --> 01:15:06,358 자기 속에서 자기도 못 찾으면서 625 01:15:07,931 --> 01:15:10,195 어떻게 타인 속에서 자기를 찾지 626 01:15:10,567 --> 01:15:15,027 그런 소릴 하려거든 토굴 속에서 누에처럼 한평생을 지내야지 627 01:15:15,406 --> 01:15:17,636 절집에서 시주밥이나 얻어먹지 말구 628 01:15:18,776 --> 01:15:23,440 나와 남은 따로 없어 내가 남이구 남이 나야 629 01:15:24,481 --> 01:15:26,346 관음보살도 말씀했다잖아 630 01:15:27,017 --> 01:15:31,044 중생이 다 구제되기 전에는 자신은 부처가 되지 않겠다구 631 01:15:31,689 --> 01:15:35,352 이 분이야말로 현세가 요구하는 진짜 부처님이야 632 01:15:36,093 --> 01:15:41,326 사실은 이런 생각을 한 건 금년 여름 선방에 들기 얼마 전부터였어 633 01:15:41,932 --> 01:15:44,730 그때 나는 남해에 있는 죽도란 섬에서 634 01:15:45,569 --> 01:15:47,594 진짜 스님 하나를 봤거든 635 01:15:50,207 --> 01:15:51,970 진짜 스님이라니? 636 01:15:55,145 --> 01:15:58,114 그때 그 섬에는 이상한 전염병이 돌았어 637 01:15:58,582 --> 01:16:02,143 꼭 나병처럼 온몸에 종기가 부풀어 올라서 638 01:16:02,419 --> 01:16:04,819 앉도 눕도 못하는 그런 병이었는데 639 01:16:05,255 --> 01:16:09,157 천여 명 도민이 거의가 다 그 병에 걸렸어 640 01:16:10,594 --> 01:16:15,361 당국도 병인을 몰라서 속수무책으로 폐쇄만 하고 있었는데 641 01:16:16,100 --> 01:16:18,125 그곳에서 그 스님을 본 거야 642 01:16:21,772 --> 01:16:23,239 어떤 스님이길래? 643 01:16:23,474 --> 01:16:26,375 뭐 따지고 보면 중이랄 것도 없지 644 01:16:26,810 --> 01:16:28,869 승적도 없는 땡초였으니까 645 01:16:29,513 --> 01:16:33,005 헌데 하루에도 십여 명씩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데 646 01:16:33,250 --> 01:16:37,584 집집마다 찾아다니면서 땡초 혼자 천도제를 올려주고 647 01:16:37,888 --> 01:16:42,382 병자들을 업고 바닷가로 나가서 일일이 소금물에 고름을 씻어주고 648 01:16:43,127 --> 01:16:46,028 탁발을 해서 없는 집에 쌀을 나눠주고 649 01:16:46,630 --> 01:16:49,656 그렇게 한 달포쯤 지나서 병이 숙여지자 650 01:16:50,134 --> 01:16:53,433 그 사람은 온데간데없이 홀연히 사라져버렸어 651 01:16:54,805 --> 01:16:58,468 - 왜 그랬을까? - 모르지 652 01:16:58,575 --> 01:17:01,806 섬사람들은 절을 지어 그분에게 보답을 하려고 했지마는 653 01:17:02,012 --> 01:17:03,877 영영 찾을 길이 없었지 654 01:17:05,282 --> 01:17:07,216 진짜 불제자구만 655 01:17:10,254 --> 01:17:12,279 그래 수관은 거기서 뭘 했나? 656 01:17:14,925 --> 01:17:17,689 지산이라는 그 땡초가 그렇게 애쓰는 동안 657 01:17:18,028 --> 01:17:22,522 난 산속에 천막을 치고 가련한 중생들을 구해주십사 하구 658 01:17:22,699 --> 01:17:24,326 염불만 하고 있었지 659 01:17:25,702 --> 01:17:27,499 지산 스님이라고 그랬나? 660 01:17:28,705 --> 01:17:31,538 아니 왜 그러나? 잘 아는 분인가? 661 01:17:32,276 --> 01:17:33,868 그분 지금 어디 있지? 662 01:20:15,472 --> 01:20:18,339 - 아줌마 라면 있어요? - 예 663 01:20:18,475 --> 01:20:21,967 - 열 개만 싸주세요 - 조금만 기다리시오 664 01:20:25,248 --> 01:20:26,215 스님! 665 01:20:31,188 --> 01:20:33,850 - 지산 스님! - 아니 이게 누구야 666 01:20:35,559 --> 01:20:36,856 여전하시군요 667 01:20:37,361 --> 01:20:41,320 반갑구만 반가워! 몇 년 만인가 이게! 668 01:20:41,465 --> 01:20:45,629 가실 만한 곳은 다 뒤져봤는데 그동안 어디로 돌아다니셨어요? 669 01:20:46,236 --> 01:20:51,538 나야 언제나 한 나무 밑에서 사흘은 묵지 않는 객이 아닌가 670 01:20:52,009 --> 01:20:56,173 비정한 윤회 속에서 잔인한 악순환을 되풀이하지 671 01:20:56,813 --> 01:21:00,772 그래 나 같은 땡촌 뭘 하게 찾았지? 672 01:21:02,786 --> 01:21:06,620 지산 스님 주지 한자리시켜 드릴라구요 673 01:21:07,190 --> 01:21:09,954 내게 주지를 준다구? 674 01:21:32,249 --> 01:21:36,618 그래 이번엔 부처님의 빤스 자락이라도 붙들었나 675 01:21:37,154 --> 01:21:39,247 부처님 그림자도 못 봤습니다 676 01:21:39,623 --> 01:21:43,889 그림자는 잡히질 않지 원래 존재하질 않으니까 677 01:21:44,327 --> 01:21:47,626 스님은 도대체 언제까지나 이렇게 살 셈입니까? 678 01:21:47,931 --> 01:21:49,922 늘 취해서만 살 작정이냐구요 679 01:21:50,634 --> 01:21:55,765 놔두게 이렇게 비틀거리면서 사는 것도 삶의 한 방법이니까 680 01:21:55,972 --> 01:21:57,064 희망은 없는가요? 681 01:21:57,207 --> 01:22:01,769 희망이야 무한하지 하지만 난 이제는 글러 먹었어 682 01:22:04,214 --> 01:22:05,772 포기했다는 얘긴가요 683 01:22:06,116 --> 01:22:09,847 포기는 안 해 한 가지 방법은 남아있으니까 684 01:22:11,021 --> 01:22:11,988 무슨... 685 01:22:13,623 --> 01:22:16,387 절망으로 절망을 이기는 거야 686 01:22:18,895 --> 01:22:20,692 또 그런 말씀이신가요? 687 01:22:44,454 --> 01:22:51,485 - 꼭 공동묘지를 지나는 기분이구만 - 허긴 중생에겐 삼계가 다 무덤이죠 688 01:22:53,463 --> 01:22:56,955 태어나지를 말아라 죽기가 괴롭느니 689 01:22:57,300 --> 01:23:01,259 죽지를 말아라 태어나기가 괴롭느니 690 01:23:02,706 --> 01:23:05,470 원효대사는 니힐리스트였어 691 01:23:06,276 --> 01:23:09,609 그 말은 생사윤회를 벗어나자는 말일 텐데요 692 01:23:09,813 --> 01:23:13,749 마찬가지야 깨달음을 얻어서 생사를 벗어난다 해두 693 01:23:14,451 --> 01:23:16,578 흔히들 해탈이라고 말하지 694 01:23:16,987 --> 01:23:20,514 하지만 해탈로써 모든 게 끝나는 것일까 695 01:23:21,091 --> 01:23:23,992 또 새로운 윤회의 시작일 뿐이야 696 01:23:25,996 --> 01:23:29,625 스님은 마치 견성한 사람처럼 말씀하시는군요 697 01:23:29,966 --> 01:23:33,265 견성은 쉬운 일이지 실행이 어려울 뿐 698 01:23:34,538 --> 01:23:38,736 우리가 우리의 인생에서 최초로 허무에 부딪쳤을 때 699 01:23:38,975 --> 01:23:42,433 초극하기 위한 방법으로 택한 게 입산 아닌가 700 01:23:42,712 --> 01:23:46,307 그래서 공부했다 허무를 뛰어넘었다 701 01:23:46,917 --> 01:23:48,817 그런데 그게 아니더란 말이야 702 01:23:49,586 --> 01:23:53,818 뛰어넘었는데 보니까 더 큰 허무가 기다리고 있더라 이거야 703 01:23:54,024 --> 01:23:59,394 허허 또 기다리고 있어요 그야말로 허무의 첩첩산중이야 704 01:23:59,763 --> 01:24:03,699 결국은 좌절인가요 좌절의 슬픔인가요? 705 01:24:04,167 --> 01:24:06,658 허무를 모조리 극복해 버린 후에 706 01:24:06,937 --> 01:24:09,770 꼭대기에 앉아 계신 분이 바로 부처야 707 01:24:10,140 --> 01:24:12,472 하지만 부처가 되고 난 후에 오는 708 01:24:12,609 --> 01:24:16,101 참말 커다란 허무를 어찌 견딜까 생각을 하면 709 01:24:16,213 --> 01:24:17,737 겁이 난단 말이야 710 01:24:18,982 --> 01:24:21,109 이건 지옥에 떨어질 소린가? 711 01:24:21,685 --> 01:24:23,516 관세음보살 712 01:24:27,557 --> 01:24:30,390 차라리 신의 존재를 긍정하고 713 01:24:30,560 --> 01:24:35,759 그래서 구원을 신의 은총과 섭리에 얼마쯤 부담시키는 종교였다면 714 01:24:35,999 --> 01:24:38,900 이토록 고통스럽지는 않으련만 715 01:24:44,374 --> 01:24:48,470 저기 보이는 암자입니다 어떤 무당이 지었는데 716 01:24:48,678 --> 01:24:53,012 사교 단속에 걸려서 붙들려가고 폐가가 된 집이죠 717 01:25:19,109 --> 01:25:24,604 사실은 난 스님이 부러워요 성실한 수좌도 못되고 718 01:25:26,650 --> 01:25:29,642 그렇다고 스님처럼 성실한 잡승도 못되고 719 01:25:31,221 --> 01:25:38,559 희지도 못하고 검지도 못하고 중도 아니고 속도 아니고 720 01:25:41,298 --> 01:25:43,630 난 아무것도 못할 인간 같아요 721 01:25:50,006 --> 01:25:53,737 사실은 나도 뭐가 뭔지 아직 몰라 722 01:25:55,078 --> 01:26:00,880 부처님은 인간의 근기를 따라 팔만사천 법문을 설파하셨다고 하는데 723 01:26:01,151 --> 01:26:05,451 내겐 하나도 안 들리니 말이야 빌어먹을... 724 01:26:08,325 --> 01:26:12,694 부처님은 왜 태어나서 우릴 이렇게 못살게 구는지 모르겠어 725 01:27:34,544 --> 01:27:36,478 스님 계신가요? 726 01:27:38,515 --> 01:27:40,312 스님 계세요? 727 01:27:47,757 --> 01:27:51,158 - 어디서 오셨습니까? - 예... 728 01:27:51,428 --> 01:27:56,161 거시기 내가 절을 하나 지었는디 오늘이 바로 봉불식 하는 날이라우 729 01:27:56,266 --> 01:27:57,631 아 그래요? 730 01:27:58,101 --> 01:28:01,969 부처님 눈에 점안 쪼께 해달라고 왔구만이라우 731 01:28:02,505 --> 01:28:05,497 점안은 법령 높은 고승들이나 할 수 있는 것이지 732 01:28:05,809 --> 01:28:08,073 아무나 했다간 불벌 받습니다 733 01:28:08,478 --> 01:28:12,938 하이고 무슨 말씀이라요 내 첫 번에 알겠구만이라우 734 01:28:13,082 --> 01:28:16,279 아이 스님 눈에 불법이 확 들어찼구만 그려잉 735 01:28:16,386 --> 01:28:18,411 우리 절 부처님 영검하시게 736 01:28:18,521 --> 01:28:21,615 스님 같은 젊은 도사가 가 줘야 쓰겠구만요 737 01:28:21,825 --> 01:28:25,261 내 보싯돈은 섭섭찮이 드릴 것잉게 738 01:28:25,428 --> 01:28:28,864 - 부처님은 어디서 모셔 오셨습니까? - 하이구 예 739 01:28:29,032 --> 01:28:31,865 서울 종로통에서 사왔어라우 740 01:28:33,136 --> 01:28:37,436 우선 부처님 한 분하고 산신님 한 분 모셨는디 741 01:28:37,674 --> 01:28:41,610 차차 형편 봐서 큰 걸로 개비 할라요 742 01:28:42,145 --> 01:28:46,548 - 네 해 드리죠 - 하이고 도사님들 고맙구만이라우 743 01:28:46,649 --> 01:28:49,049 - 잠깐 기다리십쇼 - 예예 744 01:28:51,721 --> 01:28:54,554 마침 양식도 떨어졌는데 잘 됐구만 745 01:29:02,465 --> 01:29:07,129 먀가라 잘마 이바 사나야 사바하 746 01:29:07,237 --> 01:29:17,078 나모라 다나다라 야야 나막 알야 바로기제 새바라야 사바하 747 01:29:17,146 --> 01:29:26,953 나모라 다나다라 야야 나막 알야 바로기제 새바라야 사바하 748 01:29:27,056 --> 01:29:36,863 나모라 다나다라 야야 나막 알야 바로기제 새바라야 사바하 749 01:29:36,966 --> 01:29:40,163 일쇄동방 결도량 750 01:29:40,270 --> 01:29:42,966 이쇄남방 득청량 751 01:29:43,039 --> 01:29:45,906 삼쇄서방 구정토 752 01:29:46,009 --> 01:29:49,001 사쇄북방 영안강... 753 01:29:49,078 --> 01:29:52,047 도량청정무하예 754 01:29:52,148 --> 01:29:55,083 삼보천룡강차지 755 01:29:55,151 --> 01:29:58,143 아금지송묘진언 756 01:29:58,254 --> 01:30:04,159 원사자비밀가호 757 01:30:05,128 --> 01:30:18,303 석가모니님 석가모니님... 758 01:30:21,544 --> 01:30:26,004 본래 점안이라고 하는 것은 글자 그대로 759 01:30:26,516 --> 01:30:29,576 불상의 눈에 점을 찍는다는 말이오 760 01:30:30,420 --> 01:30:34,982 점을 찍는다는 것은 혼을 집어넣는다는 말이오 761 01:30:35,558 --> 01:30:41,224 그리하여 나무나 돌로 깎아 만든 형상에 생명을 집어넣어서 762 01:30:41,497 --> 01:30:44,762 비로소 부처님으로 모시게 되는 것입니다 763 01:30:46,502 --> 01:30:48,197 그러므로 이 일은 764 01:30:48,605 --> 01:30:53,008 법력 수승한 도인만이 할 수 있는 불사인 것입니다 765 01:30:53,943 --> 01:30:58,505 법력도 수행도 없는 일개 야승에 불과한 소승이 766 01:30:59,082 --> 01:31:03,451 오늘 이 자리에 모신 불상에 점안을 했습니다 767 01:31:04,053 --> 01:31:09,753 돈 주고 사 온 돌멩이의 눈에 땡땡이 중놈이 점을 찍었다고 해서 768 01:31:09,993 --> 01:31:12,257 돌덩어리가 부처 되겠습니까 769 01:31:12,462 --> 01:31:18,059 하지만 돌덩어리가 아니고 똥 덩어리라면 또 어떻습니까 770 01:31:19,669 --> 01:31:24,436 중요한 것은 여러분이 절하는 대상물이 아니라 771 01:31:24,607 --> 01:31:26,268 마음입니다 772 01:31:26,809 --> 01:31:30,006 지극히 사무치는 마음이 가 닿았을 때 773 01:31:30,279 --> 01:31:34,477 그때 돌멩이도 나무토막도 심지어는 똥 덩어리까지도 774 01:31:34,550 --> 01:31:36,711 다 부처가 되는 것입니다 775 01:31:37,120 --> 01:31:40,556 그러므로 부처의 공덕을 입을 수 있는 것입니다 776 01:31:40,823 --> 01:31:44,850 이것이 신앙의 본질이며 종교의 목적입니다 777 01:31:45,628 --> 01:31:47,459 보다 중요한 것은 778 01:31:47,864 --> 01:31:51,630 생명 없는 물체에 점안을 하는 것이 아니라 779 01:31:51,901 --> 01:31:55,302 스스로 어두운 마음의 눈에 점을 찍어 780 01:31:55,538 --> 01:31:58,234 밝은 등불을 켜야 하는 것입니다 781 01:31:58,941 --> 01:32:01,774 복 달라고 비는 것이 불교가 아닙니다 782 01:32:02,078 --> 01:32:07,380 마음 깨쳐 스스로 부처 되는 것이 불교입니다 783 01:32:15,892 --> 01:32:20,488 빌어먹을... 내 눈에 점안은 누가 해주나 784 01:32:40,750 --> 01:32:44,151 먼저 올라가게 올핸 마지막 눈인 것 같애 785 01:32:44,353 --> 01:32:48,221 - 이런 날 안 마실 수는 없지 - 아이고 어서 오세요 스님 786 01:33:31,534 --> 01:33:33,365 도대체 어쩌자는 것인가 787 01:33:34,103 --> 01:33:40,201 술을 마시고 여자와 놀아나고 통곡 같은 염불이나 읊으면서 788 01:33:40,777 --> 01:33:43,268 그렇게 한세상 보내겠다는 것인가 789 01:33:44,347 --> 01:33:47,407 그래서 허무로부터 도피하겠다는 것인가 790 01:33:48,317 --> 01:33:51,980 그럼으로써 어떻게 무엇을 깨닫겠다는 것인가 791 01:34:32,161 --> 01:34:33,788 아이구 그분 말이죠? 792 01:34:34,263 --> 01:34:37,926 여기서 자고 가야 되겠다고 깽판을 놓는걸 793 01:34:38,301 --> 01:34:42,067 - 주인 아저씨가 겨우 보냈어요 - 몇 시쯤이었죠? 794 01:34:42,672 --> 01:34:45,436 새벽 1시도 넘어서 가셨다니깐요 795 01:34:45,775 --> 01:34:50,303 - 어디로 간다고 그랬습니까 - 아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796 01:41:12,828 --> 01:41:16,491 지산 화상이여 어디로 가시는가 797 01:41:17,333 --> 01:41:23,272 이 뜨겁고 괴로운 삼계의 업화를 마다하고 어디로 가시는가 798 01:41:23,906 --> 01:41:28,536 도솔천으로 가시는가 고독지옥으로 가시는가 799 01:41:29,345 --> 01:41:34,146 사대가 인연 따라왔다가 인연 따라 흩어지며 800 01:41:34,683 --> 01:41:40,918 본래 한 물건도 없다 했거늘 화상은 어디로부터 왔으며 801 01:41:41,523 --> 01:41:44,083 이제 어디를 향해 가시는가 802 01:41:45,027 --> 01:41:50,488 사는 것도 한 마당 꿈이요 죽는 것 또한 한 마당 꿈이며 803 01:41:50,899 --> 01:41:58,101 산하대지 일월성신 두두물물이 다 부처 아닌 것이 없고 804 01:41:58,907 --> 01:42:06,473 산마다 물마다 모두 다 몸이요 풀마다 꽃마다 다 마음이라 했거늘 805 01:42:07,116 --> 01:42:11,849 무엇을 일러 화상의 본래 면목이라고 하겠는가 806 01:43:05,040 --> 01:43:06,871 그분 닮았네요 807 01:43:11,814 --> 01:43:14,078 그분 성불하셨을까요 808 01:43:21,990 --> 01:43:25,892 지산 스님은 그분이 원하시는 곳으로 가셨을 겁니다 809 01:43:36,638 --> 01:43:41,405 남은 것은 빛바랜 가사 한 장뿐 810 01:43:42,544 --> 01:43:48,380 그물도 치지 않고 고기를 잡으려는 중생이여 811 01:43:49,051 --> 01:43:54,387 모든 곳으로 통한다는 길 그 길을 따라 812 01:43:54,723 --> 01:43:59,456 피땀으로 헤매었네 십 년 세월 813 01:44:01,263 --> 01:44:04,061 길은 멀어라 아침이여 814 01:44:05,534 --> 01:44:11,666 돌아보니 아 나는 어느새 다시 출발점 815 01:44:12,741 --> 01:44:18,338 이 저녁 나타난 부처는 백골 같은 허무로 816 01:44:18,747 --> 01:44:21,978 나를 술 마시게 하는구나 817 01:44:22,918 --> 01:44:25,352 술 마시게 하는구나 818 01:45:03,225 --> 01:45:07,093 - 청계공업사죠 - 네 누굴 찾으시죠? 819 01:45:08,030 --> 01:45:11,056 - 거기 아주머니 좀 바꿔 주세요 - 잠깐만 기다리세요 820 01:45:19,675 --> 01:45:22,644 여보세요 전화 바꿨는데요 821 01:45:23,045 --> 01:45:26,276 - 병진입니다 - 누구? 822 01:45:26,448 --> 01:45:29,542 병진이에요 김병진 823 01:45:32,221 --> 01:45:35,156 지금... 어디 있어? 824 01:45:35,924 --> 01:45:37,323 남대문 근처예요 825 01:45:37,960 --> 01:45:42,624 곧 나가마 남대문 건너편에 보면 신라당이라고 제과점 있다 826 01:45:42,764 --> 01:45:44,391 찾을 수 있겠니? 827 01:45:45,167 --> 01:45:46,327 알겠어요 828 01:46:59,341 --> 01:47:04,608 시골 이모님한테서 출가했다는 소식은 들었다 829 01:47:10,986 --> 01:47:14,615 어릴 적 모습이 아직도 남아있구나 830 01:47:18,026 --> 01:47:20,153 무거울 텐데 좀 벗어 831 01:47:21,563 --> 01:47:25,158 무겁지 않아요 무거운 건 업이죠 832 01:47:31,473 --> 01:47:36,809 할 말이 없구나 죄 많은 여자라서... 833 01:47:43,085 --> 01:47:47,749 피가... 피가 뜨거웠던 탓이었어 834 01:47:54,696 --> 01:47:56,789 지금도 날 미워하느냐 835 01:48:01,036 --> 01:48:04,472 목련존자는 지옥에 떨어진 어미를 위해 836 01:48:04,539 --> 01:48:07,337 일곱 번씩이나 지옥엘 들어갔다지 않든 837 01:48:09,578 --> 01:48:16,040 - 죄 많은 여자를 제도해 다오 - 뵈었으니 가겠어요 838 01:48:30,065 --> 01:48:31,623 안녕히 계세요 839 01:48:55,924 --> 01:49:01,328 제작 박종찬 840 01:49:01,930 --> 01:49:06,162 감독 임권택 841 01:49:06,768 --> 01:49:10,204 기획 황기성 842 01:49:10,839 --> 01:49:14,206 원작 김성동 843 01:49:14,843 --> 01:49:18,210 각색 이상현, 송길한 844 01:49:18,880 --> 01:49:22,281 감수 평상 스님 845 01:49:22,884 --> 01:49:26,285 촬영 정일성 846 01:49:26,855 --> 01:49:30,222 조명 차정남 847 01:49:30,826 --> 01:49:34,227 음악 김정길 편집 이도원 848 01:49:34,796 --> 01:49:38,232 미술 김유준 소품 김호길 849 01:49:38,767 --> 01:49:42,328 스틸 백영호 분장 이동섭 850 01:49:42,871 --> 01:49:46,967 녹음 이재웅, 효과 김경일 현상 영화진흥공사 851 01:49:47,509 --> 01:49:51,605 감독보 곽지균, 윤정식, 김태형 기록 장웅기 852 01:49:52,180 --> 01:49:55,638 촬영보 정정원, 정한철, 김현수 853 01:49:56,184 --> 01:49:59,620 조명보 임춘행, 김인규, 김장면 854 01:50:00,222 --> 01:50:03,680 제작실장 김대연 제작부장 김재건 855 01:50:04,192 --> 01:50:07,593 전무송 856 01:50:08,196 --> 01:50:11,597 안성기 857 01:50:12,200 --> 01:50:15,533 방희 858 01:50:16,171 --> 01:50:19,629 기정수, 윤양하 859 01:50:20,242 --> 01:50:23,734 임옥경, 박정자 860 01:50:24,279 --> 01:50:27,737 박암, 최성관, 김우빈 861 01:50:28,283 --> 01:50:31,650 이정애, 나정옥, 성명순 862 01:50:32,220 --> 01:50:35,712 정지희, 국정숙, 이장미 863 01:50:36,258 --> 01:50:40,024 나갑성, 오중근, 강유일 864 01:50:44,199 --> 01:50:49,796 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