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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

 

함경도에서 보내온
각하의 귀국 선물입니다

 

열어

 

됐어, 죄다 우수리 범이군

 

그런 건 전부
경성에 총독한테나 보내줘

 

네, 알겠습니다

 

류 소좌

 

예! 각하!

 

지금 내가 읽고 있는
보고서의 내용이 뭔지 아나?

 

지난달 지리산에 숨어든
불령선인들 토벌을 나갔던

 

철포 회수대 분대 하나가

 

길을 잃었다

 

그리고 한 달 만에야

 

우연히 깊은 골짜기를 지나던
간벌 꾼들에 의해 발견됐어

 

어떻게 발견됐는지
한번 읽어 볼 텐가?

 

아, 아닙니다, 각하!
어찌 감히...

 

아주 참혹했다더군

 

멀쩡한 시체가
단 한 구도 없었다는 거야

 

과연 이게 누구 짓인 것 같나?

 

죄송합니다! 각하!

 

좋아

 

그럼 어디 한번 얘길 해봐

 

대체 그 지리산 산군이란 놈
못 잡는 건가?

 

아니면, 안 잡는 건가?

 

각하!

 

다른 지역 포수대들은
진즉에 끝난 조선 호랑이 사냥이야

 

그곳만 그리
늦어지는 이유가 뭔가?

 

자네 덕에 이 지역 조선인들의
기세만 살아났어

 

이건 총독부에서 조선 호랑이
구제 사업을 하는 목적에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과다

 

어떻게 생각하나?

 

죄송합니다, 각하!

 

현재 전력을 다해 놈을
쫓고 있습니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반드시 잡아내겠습니다!

 

부디 그래야 할 거야

 

그렇지 않으면 그 책임은 물론이고

 

다른 의도가
있지 않았는지에 대한 조사도

 

따로 받게 될 테니까 말이야

 

각하!
다른 의도라는 것이…

 

어쨌거나 자네도 결국은
조선인이 아닌가 말이다

 

그러니 괜한 의심 사기 싫으면

 

어서 놈을 잡아 와

 

애초에 놈을 잡아 오겠다
자원한 건 자네가 아닌가?

 

내가 그놈을 얼마나
가지고 싶어 하는진

 

잘 알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각하!

 

아직 산에선 소식이 없나?

 

예, 아직

 

징글징글하군, 정말

 

천만덕, 그자는?

 

예, 데려왔습니다
한데…

 

이봐!

 

일어나! 일어나라고!

 

얼른 안 일어나?

 

당신더러 앞장서라는 게 아니잖아
그저 당신은

 

그 산군이란 놈의
길이나 잡아주면 된다고!

 

어이, 뒤로 물러나!
비켜! 비키라고!

 

이쪽을 향해 주십시오

 

사진 찍겠습니다!

 

지리산이라

 

듣던 대로 한눈에
다 잡히지 않을 만큼

 

아주 넓고도 깊은 산이로군

 

그 녀석 외눈박이라고 했나?

 

그렇습니다, 각하!

 

이곳 사람들 말로는

 

날 때부터 한쪽 눈동자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용케 살아남았군

 

무게가 얼마나 나간다고?

 

백 관 이상

 

못해도 400킬로는
족히 넘을 거로 추정됩니다

 

호, 400킬로!

 

그야말로 대호로군!

 

대단해

 

정말 대단해

 

병력이 필요하다?

 

그럼 뭔가?

 

하긴

 

이곳 지리산에 숨어든
무장 조선인들을

 

토벌해 왔던 철포 회수대라면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

 

각하! 하지만…

 

어찌 보면

 

그 애꾸 범이란 놈 애당초

 

여기 포수대 따위가 상대할 녀석이
아니었을지도 몰라

 

녀석은 조선 호랑이의 왕

 

그렇다면 놈에게는 그에 걸맞은
대접을 해줘야겠지

 

좋다

 

원하는 대로 해주마

 

군인은 충절을 다해야 하는
본분이 있다

 

군인은
예의를 바르게 해야 한다

 

군인은 무예를 존경한다

 

군인은 신의를 지켜야 한다

 

군인은 검소를
마음에 담아야 한다

 

준비 완료!

 

- 준비 완료!
- 준비 완료!

 

도포수란 놈의 말이 맞다면

 

놈은 반드시 이 안에 있다

 

이게 사냥꾼들의 전통적인 사냥
방식엔 맞지 않겠지만 말이야

 

남지나의 정글에서 군인들은
이렇게도 사냥을 하지

 

일단 놈의 은폐, 엄폐물을
싹 제거하면서

 

놈의 활동 반경을
줄여 나가는 거야

 

사격 중지!

 

- 사격 중지!
- 사격 중지!

 

이쪽이다!

 

저쪽으로 간다!

 

으악!

 

사격 중지!

 

- 사격 중지!
- 사격 중지!

 

물러서지 마!

 

사격해!

 

정지하라, 정지!

 

사격 대형!

 

위생병, 이쪽으로!

 

감각은 있나?

 

오늘은 이만
이곳에서 숙영하고

 

계속해서 놈을 쫓는다

 

하지만 각하!

 

놈을 잡기 전엔

 

절대 내려가지 않는다, 알겠나!

 

예, 각하!

 

결국엔 놈도

 

이제 막다른 길에 몰렸군

 

부대를 둘로 나눠 보낸다

 

예, 각하!

 

이거야, 원
이게 무슨 꼴이란 말인가?

 

이렇게 고전하다니

 

대 일본 제국 육군의 체면이
말이 아니로군

 

어이, 여길 잡아

 

따라와!

 

더 이상 전진은 무리입니다

 

사라졌다?

 

그럴 리가 있는가!

 

그놈이 하늘로 솟기라도
했다는 거냐!

 

무슨 헛소리냐!

 

각하! 이제 어떻게…

 

이 지리산의 겨울을

 

이길 수가 없지 않은가?

 

내년 봄에

 

반드시 다시 돌아오겠다

 

철수해!

 

예! 각하!

 

으아!

 

철수한다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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