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00:00:09,310 --> 00:00:12,810 토킹 헤즈 2 00:00:19,120 --> 00:00:21,760 대단한 기회 3 00:00:43,950 --> 00:00:45,780 지난주에 사람을 총으로 쐈어요 4 00:00:47,280 --> 00:00:48,320 등에다가요 5 00:00:51,850 --> 00:00:54,560 신기한 경험이어서 또 해 보고 싶어요 6 00:00:57,790 --> 00:01:01,030 그래도 아쉬워하지 않을 거예요 7 00:01:02,260 --> 00:01:03,560 앞으로 나아가야죠 8 00:01:05,100 --> 00:01:07,840 그런 경험을 한 건 유용할 수 있어요 9 00:01:09,000 --> 00:01:11,810 살다 보면 그런 일을 또 해야 할지도 모르죠 10 00:01:13,940 --> 00:01:15,440 공무 집행차 쏜 건 아니에요 11 00:01:16,740 --> 00:01:20,180 난 경찰도 아니고 물리력을 잘 쓸 줄도 몰라요 12 00:01:20,720 --> 00:01:22,520 사실 작살 총이었고요 13 00:01:23,520 --> 00:01:25,390 하지만 우발적이지는 않았어요 14 00:01:26,690 --> 00:01:28,160 누구를 죽이기 위해 15 00:01:28,220 --> 00:01:31,560 내 양심과 한바탕 싸워야만 했죠 16 00:01:33,460 --> 00:01:36,030 이 방아쇠를 당기면 많은 게 달라질 거란 걸 17 00:01:36,100 --> 00:01:37,970 분명히 떠올려야 했어요 18 00:01:39,870 --> 00:01:41,600 갈림길에 섰던 거죠 19 00:01:43,340 --> 00:01:44,810 드라마 '갈림길' 말고요 20 00:01:45,870 --> 00:01:48,040 거기에 총 쏘는 장면은 없거든요 21 00:01:48,840 --> 00:01:50,340 작살 총 말이에요 22 00:01:51,350 --> 00:01:55,080 총 쏘는 장면이 있다면 모텔 분위기에 어울려야겠죠 23 00:01:57,150 --> 00:01:59,020 '갈림길'에 나도 출연했어요 24 00:02:00,920 --> 00:02:04,230 포크만 쓰는 가벼운 뷔페 장면이었어요 25 00:02:04,960 --> 00:02:07,260 분명 포크를 쓴다고 들었는데 26 00:02:07,330 --> 00:02:09,360 대본에는 손으로 먹는다고 적혀 있었어요 27 00:02:10,600 --> 00:02:13,070 무대 감독인 렉스한테 이렇게 물었어요 28 00:02:13,500 --> 00:02:14,740 '내 말 들려요?' 29 00:02:14,800 --> 00:02:16,940 '여기서 지시를 내려 줘야죠' 30 00:02:17,000 --> 00:02:18,770 '음식을 먹을까요? 만지작거리기만 할까요?' 31 00:02:18,840 --> 00:02:21,840 어차피 버릴 음식이니 알아서 하래요 32 00:02:25,080 --> 00:02:27,820 내 역은 사향쥐 모피 코트를 입은 여자였어요 33 00:02:28,850 --> 00:02:30,280 결혼식 피로연 손님으로 34 00:02:30,350 --> 00:02:32,590 그 한 장면에만 출연하기로 했죠 35 00:02:33,190 --> 00:02:34,260 하지만 36 00:02:35,460 --> 00:02:37,160 그 장면을 연기하면서 37 00:02:37,220 --> 00:02:40,230 호텔에 관심 있는 척했어요 38 00:02:40,290 --> 00:02:42,460 감독 눈에 들길 바라면서요 39 00:02:43,160 --> 00:02:45,830 주말 내내 촬영한 뷔페 장면 이후에도 40 00:02:45,900 --> 00:02:47,600 계속 출연하고 싶었거든요 41 00:02:49,870 --> 00:02:52,270 그래서 천으로 된 물건들에 42 00:02:52,340 --> 00:02:54,710 관심을 보이는 척했어요 43 00:02:55,440 --> 00:02:57,450 손으로 쓰다듬고 44 00:02:57,510 --> 00:02:59,610 벽에 걸린 카펫을 바라봤죠 45 00:03:00,250 --> 00:03:03,720 렉스가 와서는 모피 코트를 입으래요 46 00:03:03,780 --> 00:03:06,390 교양 있는 여자처럼 보이게요 47 00:03:08,120 --> 00:03:10,890 별 세 개짜리 모텔이지만 편안하게 있어 보랬어요 48 00:03:11,430 --> 00:03:13,430 싸구려 모텔인데 어떻게 편안하게 있나요? 49 00:03:14,360 --> 00:03:17,900 내 남편 역할로 보이는 남자한테 이렇게 말했죠 50 00:03:18,070 --> 00:03:20,600 '주황색 나일론 커튼에' 51 00:03:21,240 --> 00:03:22,640 '식탁용 깔개도 없어요' 52 00:03:23,270 --> 00:03:25,540 '봐 줄 만한 게 하나도 없네요' 53 00:03:25,610 --> 00:03:27,810 주황색 나일론 얘기는 꺼내지도 말래요 54 00:03:28,810 --> 00:03:31,950 리처드 애튼버러에게 사형을 선고한 재판의 배심원 역이었다고요 55 00:03:33,750 --> 00:03:36,250 칵테일 마시며 수다를 떨어야 한다고 했으니 56 00:03:36,320 --> 00:03:38,520 대화는 다 일로서 한 거예요 57 00:03:40,520 --> 00:03:43,360 내가 자부하는 점이에요 58 00:03:45,060 --> 00:03:47,290 언제나 일에 철저하죠 59 00:03:48,630 --> 00:03:51,300 아주 작은 단역을 맡더라도 60 00:03:51,370 --> 00:03:53,230 반드시 몰두해요 61 00:03:53,600 --> 00:03:56,270 최대한 집중하죠 나도 어쩔 수 없어요 62 00:03:57,610 --> 00:04:00,940 내가 너무 진지하다는데 웃기는 소리예요 63 00:04:02,480 --> 00:04:04,280 진지한 배역을 맡은 적도 없거든요 64 00:04:05,450 --> 00:04:07,880 내가 주로 맡는 배역은 65 00:04:08,350 --> 00:04:10,750 계획 없이 그때그때 인생을 즐기고 66 00:04:10,820 --> 00:04:14,050 기회만 되면 재미를 좇는 여자예요 67 00:04:15,790 --> 00:04:17,630 쾌활하다고 표현하고 싶네요 68 00:04:18,060 --> 00:04:20,190 집 밖에만 나다니는 것처럼 들리려나요? 69 00:04:21,630 --> 00:04:24,000 요약하자면 이런 역할이에요 70 00:04:24,060 --> 00:04:26,330 술집에 거의 살다시피 하고 71 00:04:26,400 --> 00:04:28,400 자기 담뱃불은 직접 붙일 필요가 없는 여자죠 72 00:04:29,670 --> 00:04:31,070 나랑 거리가 멀어요 73 00:04:31,140 --> 00:04:33,170 담배를 안 피우거든요 74 00:04:33,970 --> 00:04:35,510 흡연하는 역이면 피울 거예요 75 00:04:36,680 --> 00:04:37,750 직업 정신이 투철하니까요 76 00:04:38,180 --> 00:04:40,510 할 줄 아는 게 많을수록 배우한테 좋아요 77 00:04:41,920 --> 00:04:44,690 말 나왔으니 얘기하자면 사실 담배 피울 때 어색해요 78 00:04:45,790 --> 00:04:47,290 게다가 내 친구들도 놀라는 얘긴데 79 00:04:47,350 --> 00:04:49,390 난 파티 가는 걸 안 좋아해요 80 00:04:51,060 --> 00:04:53,390 집에서 책 읽는 걸 선호하죠 81 00:04:54,630 --> 00:04:57,430 하지만 특별히 참석한 파티가 있었어요 82 00:04:58,600 --> 00:05:01,800 전직 그래픽 디자이너를 만났는데 83 00:05:01,870 --> 00:05:04,610 무한 경쟁 사회를 뒤로하고 짐바브웨로 떠난다는 거예요 84 00:05:04,940 --> 00:05:09,080 미첨에 있는 승무원 친구네에서 송별회를 한다길래 85 00:05:09,140 --> 00:05:11,380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86 00:05:12,310 --> 00:05:15,420 짐바브웨로 떠나는 사람을 또 언제 볼까 해서 87 00:05:15,480 --> 00:05:16,580 간다고 했죠 88 00:05:19,020 --> 00:05:20,190 가길 잘했어요 89 00:05:22,120 --> 00:05:24,360 거기서 오디션 기회를 얻었거든요 90 00:05:26,290 --> 00:05:28,460 내 취미는 사람이에요 91 00:05:29,800 --> 00:05:30,900 사람 수집가죠 92 00:05:32,000 --> 00:05:34,840 흥미로워 보이는 사람이 구석에 있길래 93 00:05:34,900 --> 00:05:37,610 말을 걸러 다가갔어요 94 00:05:38,610 --> 00:05:40,980 '흥미로운 분 같아요' 95 00:05:41,040 --> 00:05:43,410 '흥미로운 사람 보면 흥미가 동해서요, 반가워요' 96 00:05:44,010 --> 00:05:45,080 나보고 반갑대요 97 00:05:45,510 --> 00:05:48,580 무슨 일 하냐고 물었더니 영화 쪽에서 일한대요 98 00:05:48,880 --> 00:05:51,750 흥미롭다고 대답하고 99 00:05:52,620 --> 00:05:54,150 진행하는 영화가 있냐고 물었어요 100 00:05:54,790 --> 00:05:56,860 있다는 거예요 101 00:05:57,590 --> 00:06:00,360 자기가 맡은 프로젝트를 얘기했는데 102 00:06:00,430 --> 00:06:02,630 해외 시장을 겨냥한 영상이고 103 00:06:02,700 --> 00:06:04,430 주요 목표가 서독이라네요 104 00:06:04,700 --> 00:06:07,170 제작자냐고 물었더니 그건 아니지만 105 00:06:07,570 --> 00:06:09,270 제작 쪽 일을 한대요 106 00:06:09,770 --> 00:06:11,010 이름은 스퍼드고요 107 00:06:12,370 --> 00:06:13,610 '스퍼드요?' 108 00:06:14,680 --> 00:06:16,680 '흥미로운 이름이네요' 109 00:06:17,080 --> 00:06:18,180 '난 레슬리예요' 110 00:06:19,250 --> 00:06:20,980 마침 공교롭게도 111 00:06:21,050 --> 00:06:23,220 문제가 조금 있대요 112 00:06:23,880 --> 00:06:27,090 여주인공이 못 버티고 그만뒀다는 거예요 113 00:06:28,890 --> 00:06:29,920 저보고 배우냐고 묻더군요 114 00:06:31,790 --> 00:06:32,890 '있잖아요, 스퍼드' 115 00:06:33,730 --> 00:06:36,760 '흥미로운 질문이에요 사실 난 배우거든요' 116 00:06:38,100 --> 00:06:41,340 잠시 자리 좀 비우겠다길래 어디 가냐고 물었죠 117 00:06:42,470 --> 00:06:44,000 자리를 비워야 한다며 118 00:06:45,540 --> 00:06:47,370 전화 한 통만 하고 오겠대요 119 00:06:50,280 --> 00:06:53,650 알고 보니 감독이 주인공을 맡을 다른 배우들을 120 00:06:53,710 --> 00:06:57,350 내일 런던 서부에서 볼 예정이었대요 121 00:06:58,450 --> 00:07:00,990 스퍼드는 흥미롭게도 자기가 일링에 산댔어요 122 00:07:01,390 --> 00:07:03,960 런던 서쪽 아니냐고 하니까 맞는다면서 123 00:07:04,020 --> 00:07:05,330 난 어디 사냐고 묻더군요 124 00:07:05,660 --> 00:07:08,500 안타깝게도 브롬리에 산다고 했어요 125 00:07:08,560 --> 00:07:10,970 스퍼드가 이러더군요 '꽤 머네요' 126 00:07:11,300 --> 00:07:13,100 '우리 집에서 자는 건 어때요?' 127 00:07:13,170 --> 00:07:15,740 제안은 진심으로 감사하지만 128 00:07:17,200 --> 00:07:20,010 말도 안 되는 소리는 하지 말라고 했더니 129 00:07:20,070 --> 00:07:21,440 이렇게 말했어요 '레슬리' 130 00:07:22,840 --> 00:07:25,350 '호텔 경영학을 공부하는 아들이 있고' 131 00:07:25,410 --> 00:07:28,350 '콩팥이 하나인 딸도 있는 데다' 132 00:07:29,520 --> 00:07:31,520 '처제도 머무르고 있어요' 133 00:07:32,650 --> 00:07:34,990 '가정용 제품 전시회 때문에 와 있어요' 134 00:07:39,960 --> 00:07:41,800 스퍼드의 문신을 본 순간 모든 게 이해됐어요 135 00:07:44,000 --> 00:07:47,770 내 경험상 문신은 계층이 낮은 사람이나 하거든요 136 00:07:47,840 --> 00:07:49,670 그리고 러닝셔츠를 보니 137 00:07:51,870 --> 00:07:53,610 딱 봐도 전기 기사였죠 138 00:07:57,950 --> 00:07:59,680 처제라는 사람은 안 보였어요 139 00:08:03,680 --> 00:08:07,350 아직도 전시회장 근처를 돌아다니나 보죠 140 00:08:26,210 --> 00:08:28,210 사람 성격에 관해 좀 알아요 141 00:08:30,110 --> 00:08:33,310 지금 읽는 책에 나와요 미국인이 쓴 책이에요 142 00:08:34,520 --> 00:08:38,290 사람 성격에 관해서는 미국인이 제일 잘 알아요 143 00:08:39,420 --> 00:08:41,190 전문가들이에요 144 00:08:42,490 --> 00:08:45,460 면접 잘 보는 법을 깊이 있게 다뤄서 145 00:08:45,530 --> 00:08:47,460 한번 시험해 봤죠 146 00:08:49,030 --> 00:08:51,100 늙은 감독은 아니었어요 147 00:08:52,300 --> 00:08:54,400 파란색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풀어 헤친 채 148 00:08:54,470 --> 00:08:56,370 소매는 걷어 올렸어요 149 00:08:57,140 --> 00:08:59,170 공부 좀 한 사람 같았어요 150 00:09:00,040 --> 00:09:03,710 이름이 사이먼이라고 해서 바로 기억해 뒀어요 151 00:09:04,550 --> 00:09:05,810 책에도 나와요 152 00:09:06,710 --> 00:09:08,350 '이름의 목적과 용도' 153 00:09:09,380 --> 00:09:12,290 이상한 시간에 불러 미안하대서 무슨 말이냐고 물었죠 154 00:09:13,150 --> 00:09:14,860 '아침 9시 반이잖아요' 155 00:09:14,920 --> 00:09:16,490 제가 말했어요, '사이먼' 156 00:09:17,590 --> 00:09:20,190 '감독이 부르면 하루가 시작되는 거죠' 157 00:09:20,260 --> 00:09:23,160 알겠다면서 출연한 작품이 뭐냐고 묻더군요 158 00:09:25,130 --> 00:09:27,870 '아마 이 작품은 보셨을 거예요' 159 00:09:28,400 --> 00:09:30,100 ''테스'요' 160 00:09:31,270 --> 00:09:32,470 '로만 폴란스키 작품요' 161 00:09:33,810 --> 00:09:34,910 '클로이 역이었죠' 162 00:09:35,810 --> 00:09:37,580 그게 누군지 기억이 안 난다면서 163 00:09:37,980 --> 00:09:38,980 책에 나오냐고 묻더라고요 164 00:09:39,610 --> 00:09:40,710 '책요?' 165 00:09:41,450 --> 00:09:42,520 '사이먼' 166 00:09:43,780 --> 00:09:44,850 '영화 '테스'라고요' 167 00:09:45,790 --> 00:09:47,050 '로만 폴란스키 감독요' 168 00:09:48,090 --> 00:09:50,360 '클로이는 농장 수레 뒤에서 숄을 걸치고 있었어요' 169 00:09:51,290 --> 00:09:54,630 '19세기에 수작업으로 만든 숄이었어요' 170 00:09:55,530 --> 00:09:57,060 '로만은 잘 알죠, 사이먼?' 171 00:09:57,660 --> 00:09:59,200 아는 사이는 아니라길래 172 00:09:59,630 --> 00:10:01,500 체격은 작지만 173 00:10:02,040 --> 00:10:05,570 개방적인 사람이라 일할 때 호흡이 잘 맞았다고 했어요 174 00:10:06,170 --> 00:10:07,310 사이먼은 잘됐다면서 175 00:10:08,240 --> 00:10:10,640 트래비스라는 인물도 개방적인 사람이라더군요 176 00:10:11,910 --> 00:10:13,080 '트래비스요?' 177 00:10:14,350 --> 00:10:15,820 '흥미로운 이름이네요' 178 00:10:16,620 --> 00:10:17,650 '그럼요' 179 00:10:18,690 --> 00:10:20,350 '흥미로운 인물이죠' 180 00:10:21,460 --> 00:10:23,590 거의 요트 갑판에만 있는다는 말을 듣고 181 00:10:23,660 --> 00:10:25,890 이렇게 되물었어요 '요트요?' 182 00:10:27,660 --> 00:10:29,330 '흥미롭군요, 사이먼' 183 00:10:30,800 --> 00:10:34,400 '우리 형부도 입스위치에 모터보트가 있어요' 184 00:10:34,740 --> 00:10:37,270 사이먼이 잘됐다고 했고 185 00:10:37,340 --> 00:10:38,940 나도 동의했어요 186 00:10:40,240 --> 00:10:41,680 세상 참 좁죠 187 00:10:43,180 --> 00:10:45,410 사이먼이 시간만 된다면 188 00:10:45,480 --> 00:10:48,220 종일 대화를 나누고 싶지만 189 00:10:48,550 --> 00:10:50,150 일정이 빡빡해서 190 00:10:50,220 --> 00:10:53,090 아침 9시 반밖에 안 됐지만 191 00:10:53,920 --> 00:10:55,520 속옷 차림을 보고 싶다길래 192 00:10:55,590 --> 00:10:57,120 아침 9시 반이든 193 00:10:57,620 --> 00:10:58,690 밤 10시 반이든 194 00:10:59,430 --> 00:11:01,130 일은 제대로 한다고 답했어요 195 00:11:02,730 --> 00:11:04,000 하지만 196 00:11:06,670 --> 00:11:07,770 히터를 더 세게 틀어야 197 00:11:07,840 --> 00:11:10,940 유두인지 닭살인지 구분될 거라고 했어요 198 00:11:12,370 --> 00:11:13,770 사이먼은 웃을 수밖에 없었죠 199 00:11:15,280 --> 00:11:17,610 유머 감각도 책에 나왔어요 200 00:11:18,780 --> 00:11:21,320 어색한 분위기를 깨는 데 필수예요 201 00:11:23,380 --> 00:11:25,090 옷을 벗으니까 사이먼이 이랬어요 202 00:11:26,320 --> 00:11:27,520 '체격은 합격이에요' 203 00:11:28,820 --> 00:11:31,490 '구두 면접 봅시다 체스 할 줄 아세요?' 204 00:11:32,690 --> 00:11:34,830 '체스요, 사이먼?' 205 00:11:36,760 --> 00:11:37,800 '뮤지컬 말이죠?' 206 00:11:37,970 --> 00:11:39,830 '게임 말하는 겁니다' 207 00:11:40,930 --> 00:11:45,170 '솔직하게 말하면 할 줄 몰라요, 사이먼' 208 00:11:46,110 --> 00:11:47,270 '혹시 문제가 될까요?' 209 00:11:48,010 --> 00:11:49,840 '수상 스키 탈 줄 알면 문제 될 거 없죠' 210 00:11:50,910 --> 00:11:53,010 '트래비스는 활동적인 여자인데' 211 00:11:53,080 --> 00:11:56,250 '지적인 모습도 보여 주면 재밌을 거 같아서요' 212 00:11:57,120 --> 00:11:58,750 '사이먼' 213 00:11:59,520 --> 00:12:03,220 '체스와 수상 스키를 기꺼이 배울게요' 214 00:12:03,290 --> 00:12:04,520 '근데 제안 하나 해도 될까요?' 215 00:12:06,290 --> 00:12:07,330 '독서는 어때요?' 216 00:12:07,960 --> 00:12:10,700 '학구적 기질을 보여 줄 텐데' 217 00:12:10,760 --> 00:12:13,070 '내가 잘 표현할 수 있어요' 218 00:12:13,330 --> 00:12:15,400 '실제로 책을 많이 읽거든요' 219 00:12:15,770 --> 00:12:16,970 사이먼이 놀란 게 보였어요 220 00:12:17,600 --> 00:12:19,440 계속 말했죠 '또 있어요, 사이먼' 221 00:12:19,910 --> 00:12:23,410 '트래비스가 안경을 쓰는 건 어떨까요?' 222 00:12:24,110 --> 00:12:25,380 '안경 멋지잖아요, 사이먼' 223 00:12:26,250 --> 00:12:28,380 '요즘엔 많이들 쓰니까' 224 00:12:28,450 --> 00:12:32,920 '트래비스가 안경을 쓰고 책을 읽는다면 끝내줄 거예요' 225 00:12:33,520 --> 00:12:34,720 도움이 많이 됐다길래 226 00:12:34,790 --> 00:12:37,060 환경에 관한 책이 좋겠다고 했죠 227 00:12:37,120 --> 00:12:40,060 수상 스키 주제를 유지하고 싶으면 228 00:12:40,830 --> 00:12:44,200 수상 스키와 환경을 같이 다루는 책도 좋고요 229 00:12:46,600 --> 00:12:47,770 윈더미어 호수도 있잖아요 230 00:12:48,540 --> 00:12:49,800 이쯤 되니 사이먼이 날 배웅했는데 231 00:12:49,870 --> 00:12:52,810 마지막 아이디어로 서류 가방을 제안했어요 232 00:12:53,710 --> 00:12:55,640 '비키니 입은 트래비스가 서류 가방을 들면' 233 00:12:55,710 --> 00:12:57,340 '완벽하지 않나요?' 234 00:12:58,750 --> 00:13:00,150 사이먼이 고맙대요 235 00:13:01,080 --> 00:13:02,580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줬다고요 236 00:13:04,180 --> 00:13:05,750 '안녕히 계세요, 사이먼' 237 00:13:07,650 --> 00:13:09,120 '같이 일하면 좋겠네요' 238 00:13:10,120 --> 00:13:11,530 작별 인사를 잘하기 위해서는 239 00:13:12,490 --> 00:13:13,690 상대방의 손을 잡을 때 240 00:13:14,490 --> 00:13:15,830 내 손을 그 위에 놓고 241 00:13:16,900 --> 00:13:19,770 부드럽게 잡으면서 동시에 242 00:13:20,170 --> 00:13:21,670 눈을 보면 돼요 243 00:13:22,370 --> 00:13:23,440 웃으면서 244 00:13:23,770 --> 00:13:25,240 이름을 계속 불러 줘야죠 245 00:13:26,040 --> 00:13:27,740 그럼 기억에 오래 남을 거예요 246 00:13:28,510 --> 00:13:31,350 인사하고 내려가다 좋은 생각이 나서 다시 들어갔더니 247 00:13:31,410 --> 00:13:33,880 사이먼이 통화 중이더군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 248 00:13:33,950 --> 00:13:35,180 '안 끊어도 돼요, 사이먼' 249 00:13:36,050 --> 00:13:37,750 '오해할까 봐 덧붙이자면' 250 00:13:37,820 --> 00:13:40,590 '구식 서류 가방을 얘기한 게 아니었어요' 251 00:13:41,360 --> 00:13:43,020 '요즘 서류 가방 있잖아요' 252 00:13:43,090 --> 00:13:45,530 '열면 작은 책상으로 변하는 거요' 253 00:13:46,390 --> 00:13:47,730 '유행에 민감한 여자니까' 254 00:13:47,790 --> 00:13:51,030 '그런 가방을 쓸 거 같아요' 255 00:13:52,430 --> 00:13:55,270 '젖은 비키니 차림을 하고 무릎 위에 가방을 열어 두겠죠' 256 00:13:57,100 --> 00:13:58,740 '그런 장면은 본 적이 없으니' 257 00:13:58,810 --> 00:14:01,170 '아마 최초가 되지 않을까요?' 258 00:14:02,980 --> 00:14:04,240 '잘 있어요, 사이먼' 259 00:14:06,080 --> 00:14:07,110 '이만 갈게요' 260 00:14:10,080 --> 00:14:11,750 지난주 금요일 이야기예요 261 00:14:14,890 --> 00:14:17,820 책에 면접 점수를 매기는 표가 있어요 262 00:14:19,790 --> 00:14:21,130 내 면접은 75점이었어요 263 00:14:23,260 --> 00:14:24,800 상위권이에요 264 00:14:28,970 --> 00:14:31,570 아직도 결과를 안 알려준 게 놀랍네요 265 00:14:54,090 --> 00:14:56,330 설마 이 옷이 내 것인가 했어요 266 00:14:58,230 --> 00:15:01,330 의상 담당하는 스콧한테 대역이 입을 옷이냐고 물었더니 267 00:15:02,300 --> 00:15:03,340 아니래요 268 00:15:03,870 --> 00:15:06,240 내가 대역이라면서 멍청하다네요 269 00:15:09,280 --> 00:15:10,940 마지막에 어떻게 됐나 얘기해 볼까요? 270 00:15:12,110 --> 00:15:14,010 화요일 밤 11시에 271 00:15:14,080 --> 00:15:17,020 청소기나 돌릴까 고민 중이었고 272 00:15:17,380 --> 00:15:19,090 다음 날 아침 6시에는 273 00:15:19,150 --> 00:15:21,620 리온솔렌트에서 화장한 채 대기하고 있었어요 274 00:15:23,520 --> 00:15:25,990 트래비스 역을 하라는 전화를 받았을 때 275 00:15:26,060 --> 00:15:29,630 사이먼인 줄 알고 인사했어요 '안녕하세요, 사이먼' 276 00:15:30,100 --> 00:15:31,600 사이먼이 아니라 나이절이래요 277 00:15:31,670 --> 00:15:33,800 '그래요, 나이절' 278 00:15:34,500 --> 00:15:38,210 '준비 열심히 했다고 사이먼한테 전해 주세요' 279 00:15:38,810 --> 00:15:41,580 '이제 체스도 기본은 둘 줄 안다고요' 280 00:15:42,340 --> 00:15:45,510 내가 아이스하키를 잘해도 상관 안 한대요 281 00:15:45,580 --> 00:15:47,180 임신만 하지 말라더군요 282 00:15:51,280 --> 00:15:54,090 알고 보니 트래비스 역을 맡았던 여자가 283 00:15:54,150 --> 00:15:55,720 레이서랑 같이 살았는데 284 00:15:56,220 --> 00:15:57,220 당연히 285 00:15:58,090 --> 00:16:00,690 사고를 쳤대요, 임신한 거죠 286 00:16:02,100 --> 00:16:04,900 그다음에 나를 뽑은 거예요 287 00:16:06,170 --> 00:16:07,930 내가 왜 뽑혔는지 스콧한테 알려 줬어요 288 00:16:09,140 --> 00:16:11,340 배역에 관한 아이디어가 많아서 뽑혔다고 했더니 289 00:16:12,040 --> 00:16:14,710 가슴이 커서 뽑힌 거라더군요 290 00:16:20,250 --> 00:16:23,050 스콧 어머니가 휠체어 신세라 291 00:16:23,120 --> 00:16:24,780 많이 힘든가 봐요 292 00:16:27,290 --> 00:16:28,360 어쨌든 난 준비됐어요 293 00:16:29,590 --> 00:16:31,630 어제 아침부터 계속 준비돼 있었죠 294 00:16:32,890 --> 00:16:35,600 시간이 오래 지난 뒤에야 누가 다가왔어요 295 00:16:36,960 --> 00:16:41,540 스콧이 갖다준 베이컨 샌드위치를 머리하는 동안 먹다가 물었죠 296 00:16:43,300 --> 00:16:44,910 '크루아상은 없나요?' 297 00:16:45,910 --> 00:16:47,740 '리온솔렌트에서 뭘 바라요?' 298 00:16:49,740 --> 00:16:51,950 '테스' 현장에는 크루아상이 있었죠 299 00:16:52,010 --> 00:16:53,910 드립 커피도 있었고요 300 00:16:54,610 --> 00:16:56,220 연락 담당자도요 301 00:16:58,590 --> 00:17:01,720 배역에 관해 누구랑 이야기하고 싶다고 하니까 302 00:17:01,790 --> 00:17:05,630 스콧이 모두 모터보트를 타고 해안선을 찍으러 나갔대요 303 00:17:07,460 --> 00:17:09,360 '테스' 찍을 땐 기다리는 법이 없었죠 304 00:17:10,700 --> 00:17:13,830 로만은 어떤 사태든 다 대비했어요 305 00:17:15,440 --> 00:17:17,340 하루는 숲속에서 촬영했는데도 306 00:17:17,400 --> 00:17:19,770 화장실 시설이 완벽했어요 307 00:17:20,710 --> 00:17:23,540 저칼로리 음식도 제공됐고요 308 00:17:23,610 --> 00:17:24,680 스콧한테 말했어요 309 00:17:25,510 --> 00:17:27,350 '난 이런 식으로 일해 본 적 없어요' 310 00:17:28,180 --> 00:17:31,720 '좀 솔직해져요 일 많이 없었잖아요' 311 00:17:32,250 --> 00:17:35,720 '뜨갯감이라도 갖고 왔어야죠' '뜨개질 안 해요, 스콧' 312 00:17:36,790 --> 00:17:37,860 '그럼' 313 00:17:38,260 --> 00:17:40,790 '손톱을 다듬거나 눈썹을 정리해요' 314 00:17:40,860 --> 00:17:43,530 '나처럼 건설적인 일을 하라고요' 315 00:17:45,070 --> 00:17:48,340 스콧은 말라비틀어졌는데 피아노를 꽤 잘 치나 봐요 316 00:17:49,070 --> 00:17:51,370 의상 담당하면서 화장도 맡은 것 같더라고요 317 00:17:54,140 --> 00:17:57,280 '테스' 현장에는 화장용 차량만 세 대였어요 318 00:18:00,610 --> 00:18:03,050 결국 사이먼이 오긴 왔어요 319 00:18:03,120 --> 00:18:05,320 '안녕하세요, 사이먼' 320 00:18:05,850 --> 00:18:07,650 '오랜만이네요' 321 00:18:08,920 --> 00:18:10,990 '체스 배웠다고 나이절이 말해 주던가요?' 322 00:18:11,060 --> 00:18:12,260 '체스요?'라고 되묻고는 323 00:18:13,790 --> 00:18:16,130 수상 스키 타는 사람 아니냐길래 아니라고 했어요 324 00:18:17,200 --> 00:18:18,900 짜증을 내고 사라지더군요 325 00:18:21,270 --> 00:18:23,970 감독치고는 어려 보인다고 스콧한테 말했더니 326 00:18:24,270 --> 00:18:25,610 스콧이 이래요 '감독은 무슨' 327 00:18:26,570 --> 00:18:29,780 '지시는커녕 심부름이나 하는 사람이에요' 328 00:18:29,840 --> 00:18:31,440 '그럼 감독은 누구죠?' 329 00:18:32,650 --> 00:18:33,710 '귄터요' 330 00:18:35,120 --> 00:18:36,520 '귄터라' 331 00:18:37,950 --> 00:18:39,790 '유럽 사람 같네요' 332 00:18:40,520 --> 00:18:42,890 '맞아요, 독일 사람이에요' 333 00:18:44,090 --> 00:18:45,760 흥미롭다고 했죠 334 00:18:46,860 --> 00:18:48,830 나도 독일에 한 번 가봤거든요 335 00:18:49,730 --> 00:18:50,800 뒤셀도르프요 336 00:18:51,260 --> 00:18:52,330 그랬더니 사이먼이 말해요 337 00:18:53,400 --> 00:18:55,040 '서로 할 말이 많겠군요' 338 00:18:57,640 --> 00:18:59,970 몇 시간째 기다리고 있는데 339 00:19:00,040 --> 00:19:01,880 다른 젊은 친구가 들어왔어요 340 00:19:02,040 --> 00:19:04,280 귄터냐고 물으니 나이절이래요 341 00:19:04,340 --> 00:19:06,410 한 번 통화했다고 말했더니 342 00:19:06,480 --> 00:19:07,580 나이절이 안대요 343 00:19:08,250 --> 00:19:10,380 '큰일 났어요' 344 00:19:10,780 --> 00:19:13,150 '수상 스키 못 탄다면서요?' 345 00:19:14,090 --> 00:19:16,560 '그거야 배우면 되죠' 346 00:19:17,260 --> 00:19:19,590 '스케이트보드도 5분 만에 배웠는걸요' 347 00:19:19,660 --> 00:19:20,790 '저기요' 348 00:19:21,630 --> 00:19:24,130 '우리한텐 5분도 없어요' 349 00:19:24,760 --> 00:19:28,340 '프랑스어 할 줄 모르죠?' '못 하는데 왜요?' 350 00:19:28,940 --> 00:19:31,540 프랑스인으로 설정할까 싶다길래 어이가 없었어요 351 00:19:32,510 --> 00:19:34,870 프랑스인 이름이 어떻게 트래비스냐고 했죠 352 00:19:35,810 --> 00:19:37,080 프랑스어 이름이 아니잖아요 353 00:19:37,810 --> 00:19:40,310 '이름이 중요한 게 아니에요' '나한테는 중요해요' 354 00:19:41,280 --> 00:19:42,520 '이름이 배역의 기초라고요' 355 00:19:44,380 --> 00:19:46,120 다시 오겠다고 하길래 356 00:19:46,190 --> 00:19:50,090 프랑스어는 모르지만 스페인어는 조금 한다고 말했어요 357 00:19:50,590 --> 00:19:54,660 자유 여행으로 코스타델솔에 몇 번 가서 배웠어요 358 00:19:55,160 --> 00:19:56,730 스페인 혼혈로 설정하면 어떨까 물었죠 359 00:19:58,930 --> 00:20:00,270 나이절이 스콧한테 360 00:20:00,330 --> 00:20:03,640 프랑스어를 하고 수상 스키 타는 사람을 원했는데 361 00:20:04,440 --> 00:20:06,870 체스나 두는 스페인 혼혈이 웬 말이냐고 하니 362 00:20:08,140 --> 00:20:11,610 스콧이 자기는 정원사 출신이라 잘 모른대요 363 00:20:15,480 --> 00:20:17,850 오후 촬영 기다리고 있어요 364 00:20:18,020 --> 00:20:20,450 수상 스키 장면도 오후에 찍었다네요 365 00:20:22,860 --> 00:20:24,890 수중 스포츠를 아는 그 지역 여자가 내 대역이래요 366 00:20:26,690 --> 00:20:28,800 부둣가 식당에서 시간제로 일하는데 367 00:20:28,860 --> 00:20:32,000 어제 다들 거기서 저녁을 먹었대요 368 00:20:34,830 --> 00:20:37,840 화장받으러 왔을 때 어떻게 생겼는지 봤죠 369 00:20:39,570 --> 00:20:41,780 봐 줄 만했는데 나랑 하나도 안 닮았어요 370 00:20:44,140 --> 00:20:47,610 난 몸집이 작은 편인데 그 여자는 덩치가 있었고 371 00:20:47,680 --> 00:20:50,650 난 금발인데 그 여자는 빨간 머리였어요 372 00:20:52,520 --> 00:20:54,350 그 자리에선 아무 말도 안 했지만 373 00:20:54,420 --> 00:20:56,790 그 여자가 내 대역을 맡으면 374 00:20:56,860 --> 00:20:58,960 같은 사람으로 안 보일 테니 375 00:20:59,290 --> 00:21:01,830 감독을 찾아가서 직접 말해 주기로 했죠 376 00:21:05,600 --> 00:21:07,300 요트에 아무도 없더라고요 377 00:21:07,800 --> 00:21:10,540 카메라 먼지 터는 남자만 있었는데 걱정하지 말라더군요 378 00:21:11,300 --> 00:21:13,340 수상 스키 장면은 1인칭 시점이라 379 00:21:13,410 --> 00:21:15,040 팔꿈치만 보인다고 했지만 380 00:21:15,110 --> 00:21:16,440 그걸로 되겠냐고 물었어요 381 00:21:17,310 --> 00:21:18,980 당연히 된대요 382 00:21:19,050 --> 00:21:20,780 그게 영화의 마술이라나요 383 00:21:21,880 --> 00:21:24,080 그러면서 나보고 잘 들으래요 384 00:21:25,050 --> 00:21:27,050 자기가 감독이었다면 385 00:21:27,120 --> 00:21:31,360 그 여자 대신 내 팔꿈치를 당장 쓸 거래요 386 00:21:31,720 --> 00:21:33,630 남자 이름은 테리였고 내 이름도 알려 줬어요 387 00:21:35,060 --> 00:21:37,330 예의 바른 사람을 만나서 좋다고 했어요 388 00:21:38,670 --> 00:21:40,770 '나도 마찬가지예요, 레슬리' 389 00:21:42,000 --> 00:21:44,500 '예술가들은 매너라고는 없어요' 390 00:21:45,310 --> 00:21:48,340 '영화 만드는 인간 속내가 왜 그렇게 컴컴한지 알아요?' 391 00:21:51,410 --> 00:21:52,550 '왜 그런가요, 테리?' 392 00:21:54,110 --> 00:21:55,920 '아무것도 안 알려 주고' 393 00:21:55,980 --> 00:22:00,120 '어쩌다 한 번씩 말도 안 되는 일을 요구하니까요' 394 00:22:03,260 --> 00:22:04,320 혼자 웃더라고요 395 00:22:05,790 --> 00:22:07,860 '흥미롭군요, 테리' 396 00:22:09,830 --> 00:22:12,200 '그래도 요즘 누가 그렇게 일해요?' 397 00:22:12,270 --> 00:22:13,800 '영화도 엄연한 산업인걸요' 398 00:22:15,600 --> 00:22:18,170 테리가 나보고 교양 있는 사람 같대요 399 00:22:19,870 --> 00:22:22,040 저녁에 리온솔렌트를 400 00:22:22,110 --> 00:22:25,410 같이 탐험하자더군요 401 00:22:34,990 --> 00:22:36,560 테리 방이 내 방보다 좋아요 402 00:22:39,230 --> 00:22:42,200 화장실에 드라이기가 있다니까요 403 00:23:02,380 --> 00:23:04,020 오해는 마세요 404 00:23:05,120 --> 00:23:07,750 상의 탈의하는 데 불만 없어요 405 00:23:08,590 --> 00:23:10,590 다만 내가 연기하는 트래비스는 406 00:23:10,660 --> 00:23:12,960 상의를 탈의할 여자가 아니라는 거예요 407 00:23:14,030 --> 00:23:16,460 나이절한테 내가 전문가고 408 00:23:16,530 --> 00:23:18,430 경험이 좀 있으니 믿어 달라고 했어요 409 00:23:19,170 --> 00:23:20,500 트래비스는 안 그런다고요 410 00:23:23,670 --> 00:23:27,270 요트 갑판에 배경처럼 종일 앉아 있었어요 411 00:23:27,640 --> 00:23:31,280 그동안 늙은 남자 둘이 무슨 사업 얘기를 했어요 412 00:23:33,210 --> 00:23:36,080 그중 한 명은 털북숭이에 엄청 뚱뚱했는데 413 00:23:36,150 --> 00:23:37,950 내 남자 친구 역할이래요 414 00:23:39,420 --> 00:23:40,750 남자 친구 역할이 415 00:23:40,820 --> 00:23:44,190 내 얼굴을 때리는 장면도 초반에 있더라고요 416 00:23:45,530 --> 00:23:47,460 트래비스는 순간을 즐기는 여자인데 417 00:23:47,530 --> 00:23:49,960 난 하나도 즐겁지 않아요 418 00:23:51,000 --> 00:23:54,800 추운 갑판에 앉아서 선탠로션을 바른다니 419 00:23:54,870 --> 00:23:56,040 나이절한테 물었어요 420 00:23:57,470 --> 00:24:00,170 '카메라맨도 아는지는 모르겠지만' 421 00:24:00,240 --> 00:24:01,940 '선탠할 상황인가요?' 422 00:24:02,540 --> 00:24:03,610 '해가 안 나잖아요' 423 00:24:04,240 --> 00:24:05,880 해가 안 나도 좋대요 424 00:24:06,410 --> 00:24:09,320 나이절은 조감독이라 사방을 왔다 갔다 하고 425 00:24:09,380 --> 00:24:10,420 귄터는 말을 안 해요 426 00:24:10,780 --> 00:24:12,120 적어도 나한테는요 427 00:24:13,290 --> 00:24:16,160 작은 모자를 쓰고 카메라 뒤에만 있어요 428 00:24:17,860 --> 00:24:19,060 로만이 훨씬 나아요 429 00:24:20,230 --> 00:24:22,930 로만은 모두에게 웃어 줬죠 430 00:24:25,260 --> 00:24:28,070 어쨌든 난 배경처럼 앉아 있었어요 431 00:24:28,700 --> 00:24:31,040 그리고 나이절을 불렀죠 432 00:24:31,940 --> 00:24:35,780 상류층 여성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하면 되냐고 물었는데 433 00:24:35,840 --> 00:24:38,040 살짝 경계하면서 왜 묻냐고 하더군요 434 00:24:38,110 --> 00:24:41,180 '나이절, 상류층이라면 파이프가 있어야 할걸요' 435 00:24:41,580 --> 00:24:45,320 그렇게 말하고 제가 갖고 있던 작은 파이프를 보여 줬죠 436 00:24:46,290 --> 00:24:47,790 나이절이 귄터한테 가서 물어봤지만 437 00:24:48,090 --> 00:24:50,520 귄터가 담배는 안 된다고 했대요 438 00:24:50,590 --> 00:24:51,920 건강 때문이냐고 물었더니 439 00:24:51,990 --> 00:24:53,060 아니래요 440 00:24:53,230 --> 00:24:55,460 콘티에 어긋날까 봐 막는 거래요 441 00:24:56,960 --> 00:24:58,870 소품팀 편하라고 442 00:24:58,930 --> 00:25:00,730 내 책도 가져왔어요 443 00:25:02,000 --> 00:25:03,440 스콧이 소품도 담당하더라고요 444 00:25:04,000 --> 00:25:06,370 근데 책을 펼치려 하니 나이절이 뺏어갔어요 445 00:25:06,440 --> 00:25:08,140 선탠로션 바르는 데만 집중한다면서요 446 00:25:08,210 --> 00:25:09,210 나이절을 불렀죠 447 00:25:10,840 --> 00:25:13,010 한쪽을 포기할 필요가 없다고 했어요 448 00:25:14,150 --> 00:25:17,150 선탠로션 바르면서 책도 읽을 수 있다고요 449 00:25:17,220 --> 00:25:18,990 난 전문가니까 그럴 수 있죠 450 00:25:20,390 --> 00:25:23,060 귄터한테 물어보러 갔다 다시 와서는 451 00:25:23,220 --> 00:25:25,690 책은 됐고 선탠로션만 바르래요 452 00:25:25,760 --> 00:25:28,230 또 질문이 있다고 했고 나이절이 말해 보래서 453 00:25:28,290 --> 00:25:30,160 내 남자 친구는 무슨 대화 하냐고 했어요 454 00:25:31,160 --> 00:25:32,370 사업 얘기래요 455 00:25:33,400 --> 00:25:34,570 '나이절' 456 00:25:36,370 --> 00:25:38,400 '마약 거래 맞죠?' 457 00:25:39,310 --> 00:25:41,970 '그게 중요해요?' '나한테는 중요해요' 458 00:25:43,040 --> 00:25:45,810 '트래비스한테 중요해요 인물을 설정해야죠' 459 00:25:45,880 --> 00:25:48,450 그러자 나이절이 이래요 '인물 설정하려면' 460 00:25:49,280 --> 00:25:51,080 '비키니 웃통이나 벗어요' 461 00:25:52,290 --> 00:25:53,350 '나이절' 462 00:25:55,690 --> 00:25:57,690 '트래비스가 과연 그럴까요?' 463 00:26:00,390 --> 00:26:01,730 '체스도 하고' 464 00:26:02,830 --> 00:26:05,630 '독서도 즐기는 여잔데 웃통을 벗을까요?' 465 00:26:05,700 --> 00:26:08,400 '무슨 에밀리 브론테 작품 연기하는 줄 알아요?' 466 00:26:09,170 --> 00:26:10,940 '귄터가 시키는 대로 벗기나 해요' 467 00:26:19,910 --> 00:26:21,150 나이절을 쳐다보지도 않았어요 468 00:26:24,050 --> 00:26:26,490 두말없이 비키니 상의를 벗었고 469 00:26:27,120 --> 00:26:30,520 모든 경멸을 끌어모아 선탠로션을 발랐어요 470 00:26:32,160 --> 00:26:33,230 촬영을 했고 471 00:26:35,730 --> 00:26:36,930 나이절이 말했어요 472 00:26:37,760 --> 00:26:39,170 '귄터가 좋대요' 473 00:26:40,000 --> 00:26:42,400 조금 더 관능적일 수 있으면 474 00:26:42,470 --> 00:26:43,670 클로즈업도 할 거래요 475 00:26:45,440 --> 00:26:46,610 다시 촬영했죠 476 00:26:47,640 --> 00:26:50,080 나이절이 또 말했어요 '귄터가 연기 좋대요' 477 00:26:50,540 --> 00:26:52,980 다음 장면에서는 하의도 벗을 수 있냐고 묻길래 478 00:26:53,050 --> 00:26:55,720 트래비스는 그럴 여자가 아니라고 대답했어요 479 00:26:57,750 --> 00:26:59,990 귄터랑 상의하러 갔다 돌아와서는 이래요 480 00:27:01,220 --> 00:27:02,720 '귄터도 동의한대요' 481 00:27:03,890 --> 00:27:05,220 '트래비스는 그럴 여자가 아니죠' 482 00:27:06,560 --> 00:27:07,560 '하지만' 483 00:27:08,960 --> 00:27:11,530 '남자 친구 사업 동료 앞에서' 484 00:27:11,600 --> 00:27:13,870 '발가벗는다는 건' 485 00:27:13,930 --> 00:27:16,570 '그 사람이 사는 방식을 경멸한다는 표시예요' 486 00:27:19,940 --> 00:27:21,040 '나이절' 487 00:27:22,710 --> 00:27:23,810 '드디어' 488 00:27:23,880 --> 00:27:26,610 '내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군요' 489 00:27:26,680 --> 00:27:28,450 나이절이 바로 찍자고 소리쳤죠 490 00:27:30,450 --> 00:27:31,880 하의도 벗으라고 하면서요 491 00:27:36,790 --> 00:27:38,390 6시쯤 '랩업'했어요 492 00:27:39,330 --> 00:27:40,860 영화 용어로 촬영을 마쳤다는 뜻이에요 493 00:27:42,330 --> 00:27:45,200 나이절한테 물었어요 '귄터가 내 연기에 만족했어요?' 494 00:27:45,260 --> 00:27:46,330 '레슬리' 495 00:27:46,630 --> 00:27:48,430 '귄터는 예술가라 만족한 적이 없어요' 496 00:27:49,040 --> 00:27:53,240 '그래도 오후에는 드디어 가스로 요리한다고 좋아했어요' 497 00:27:53,370 --> 00:27:54,840 '그게 좋은 거예요?' 498 00:27:55,510 --> 00:27:56,580 '그럼요' 499 00:27:57,510 --> 00:27:58,540 나는 500 00:27:59,780 --> 00:28:01,410 전기로 요리하는 걸 선호하거든요 501 00:28:05,380 --> 00:28:08,450 호텔에 돌아왔는데 긴장 푸는 데 시간이 걸렸어요 502 00:28:10,860 --> 00:28:13,230 트래비스 역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503 00:28:13,290 --> 00:28:15,230 목욕한 후에야 504 00:28:15,290 --> 00:28:18,760 트래비스가 날 놔주는 느낌이 났어요 505 00:28:20,900 --> 00:28:22,700 스태프랑 같이 쉬고 싶었어요 506 00:28:24,040 --> 00:28:26,370 촬영이 어땠는지 의견을 나눠야죠 507 00:28:26,440 --> 00:28:28,740 물론 잘 마쳤다는 전제로요 508 00:28:28,810 --> 00:28:31,040 근데 내려갔더니 아무도 없더라고요 509 00:28:32,550 --> 00:28:34,580 스콧이랑 운전사 한 명만 있었어요 510 00:28:36,180 --> 00:28:37,280 다들 511 00:28:37,680 --> 00:28:40,390 수상 스키를 탄 뚱뚱한 여자가 일하는 식당에 512 00:28:40,450 --> 00:28:41,920 저녁 먹으러 갔대요 513 00:28:46,690 --> 00:28:48,160 술집에 잠깐 앉아 있었어요 514 00:28:49,730 --> 00:28:51,830 어떤 남자가 앉아 있길래 말을 걸었죠 515 00:28:51,900 --> 00:28:54,170 '내 취미는 사람이에요 무슨 일 하세요?' 516 00:28:54,230 --> 00:28:56,400 그런데 웬걸 517 00:28:56,470 --> 00:28:57,540 영화계 종사자래요 518 00:28:58,300 --> 00:29:01,040 이름은 케니고 동물 담당이래요 고양이요 519 00:29:01,670 --> 00:29:03,340 '흥미롭군요, 케니' 520 00:29:03,980 --> 00:29:05,710 '고양이가 나오는지 몰랐어요' 521 00:29:05,780 --> 00:29:07,780 '고양이가 너무 좋아요 강아지도요' 522 00:29:08,850 --> 00:29:10,280 '근데 고양이를 정말 좋아해요' 523 00:29:11,080 --> 00:29:12,720 자기 침대에 자고 있다면서 524 00:29:12,790 --> 00:29:14,550 보고 싶냐고 묻더군요 525 00:29:14,620 --> 00:29:16,390 '잘 꼬시네요' 526 00:29:16,460 --> 00:29:17,690 '레슬리' 527 00:29:18,890 --> 00:29:20,790 '이상한 생각 마세요' 528 00:29:21,830 --> 00:29:24,500 '난 우리 귀염둥이들과 결혼한 사이거든요' 529 00:29:25,530 --> 00:29:27,500 그래서 방에 따라갔고 고양이도 좀 쓰다듬었죠 530 00:29:27,570 --> 00:29:30,240 지금까지 다룬 동물들에 관해 얘기해 주더라고요 531 00:29:31,400 --> 00:29:32,540 얼룩말도 한 번 담당했고 532 00:29:32,970 --> 00:29:35,980 물개, 악어도 있었고 흰담비는 많이 다뤘대요 533 00:29:37,040 --> 00:29:39,050 수조에 송어도 있더라고요 534 00:29:40,150 --> 00:29:41,950 나중에 낚시 장면에 쓰일 거래요 535 00:29:42,010 --> 00:29:43,020 좀 작았는데 536 00:29:43,580 --> 00:29:46,720 커 보이게 클로즈업으로 찍는대요 537 00:29:50,490 --> 00:29:53,030 거기 앉아 계속 얘기를 들었어요 538 00:29:53,890 --> 00:29:55,360 동물 행동 얘기였죠 539 00:29:57,460 --> 00:29:59,600 내가 말했어요 '케니' 540 00:30:00,470 --> 00:30:02,400 '이런 시간 참 좋네요' 541 00:30:03,370 --> 00:30:05,200 '두 사람이' 542 00:30:06,710 --> 00:30:08,840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는 거요' 543 00:30:18,880 --> 00:30:20,020 밤에 깼는데 544 00:30:20,090 --> 00:30:22,790 거기가 어딘지 기억이 안 나더군요 545 00:30:27,330 --> 00:30:28,560 근데 고양이가 보였어요 546 00:30:31,400 --> 00:30:32,470 거기 앉아서 547 00:30:34,970 --> 00:30:36,570 송어를 보고 있었어요 548 00:30:52,420 --> 00:30:55,120 영화 촬영을 마치면 기다려야 해요 549 00:30:55,420 --> 00:30:58,620 필름 게이트에 머리카락이 없나 보는 거죠 550 00:31:00,090 --> 00:31:02,660 문제없이 촬영됐는지 확인한다는 뜻이에요 551 00:31:05,100 --> 00:31:07,400 문제없어서 다행이었죠 더는 못 할 것 같았거든요 552 00:31:09,300 --> 00:31:10,900 트래비스는 내가 만든 인물이에요 553 00:31:12,240 --> 00:31:14,740 총 맞은 건 비록 트래비스의 애인이었지만 554 00:31:16,610 --> 00:31:19,310 내 안에 있던 트래비스의 일부가 555 00:31:19,380 --> 00:31:20,450 죽은 기분이었죠 556 00:31:23,380 --> 00:31:25,950 제 애인의 이름은 앨프리도였어요 557 00:31:27,790 --> 00:31:28,950 중요한 대사였죠 558 00:31:30,290 --> 00:31:31,420 '앨프리도' 559 00:31:33,360 --> 00:31:35,430 무슨 범죄 조직 두목이었지만 560 00:31:35,490 --> 00:31:37,630 요트에 있던 남자들은 561 00:31:37,700 --> 00:31:41,000 그 사람이 건실한 건축업계 사람인 줄 알았죠 562 00:31:43,800 --> 00:31:46,170 하루는 앨프리도와 함께 563 00:31:46,240 --> 00:31:49,280 건축 협회에서 주최한 저녁 무도회 장면을 찍었어요 564 00:31:49,910 --> 00:31:51,980 잠복근무 중인 어린 경찰이 565 00:31:52,410 --> 00:31:55,480 속옷만 입고 수영해서 우리 요트로 오는 장면이었죠 566 00:31:56,680 --> 00:31:57,680 하지만 567 00:31:58,250 --> 00:32:01,020 우연처럼 트래비스한테 두통이 생겨요 568 00:32:01,690 --> 00:32:05,460 결국 아주 훌륭한 행사를 못 즐기고 돌아와서 569 00:32:05,520 --> 00:32:07,590 앨프리도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요 570 00:32:08,190 --> 00:32:10,360 원래 내 대사는 이거였어요 571 00:32:11,530 --> 00:32:14,370 '어쩔 수 없어, 앨프리도 머리가 아픈걸' 572 00:32:15,000 --> 00:32:16,970 한두 번 대사를 해 봤는데 573 00:32:17,470 --> 00:32:19,570 귄터 생각에는 설득력이 더 있으려면 574 00:32:20,270 --> 00:32:22,780 내 두통이 너무 심해서 말도 못 하는 편이 낫겠대요 575 00:32:24,010 --> 00:32:25,380 그럼 앨프리도가 이러죠 576 00:32:25,980 --> 00:32:27,650 '두통은 무슨' 577 00:32:28,910 --> 00:32:32,250 두통이 아니라 편두통이면 578 00:32:32,320 --> 00:32:34,720 트래비스가 절대 말을 못 할 거라고 제안했어요 579 00:32:36,820 --> 00:32:38,590 귄터가 뭐든 좋대요 580 00:32:41,890 --> 00:32:42,900 멋진 경험이에요 581 00:32:44,930 --> 00:32:48,630 감독이 처음으로 나를 믿어주는 거요 582 00:32:49,000 --> 00:32:50,470 그럼 정말 몰입할 수 있죠 583 00:32:53,770 --> 00:32:54,770 아무튼 584 00:32:55,070 --> 00:32:58,580 트래비스랑 앨프리도가 요트 객실로 돌아와요 585 00:32:58,640 --> 00:33:02,010 그리고 소파 뒤에서 속옷만 입고 있는 경찰을 보죠 586 00:33:02,550 --> 00:33:05,420 앨프리도가 총을 꺼내고 말해요 587 00:33:06,350 --> 00:33:09,020 '우리 트래비스 머리가 아파서' 588 00:33:09,090 --> 00:33:12,020 '호화로운 연회 자리를 뜬 게 운이 좋았군' 589 00:33:12,830 --> 00:33:16,330 '트래비스한테 화가 났지만 지금은 아니야' 590 00:33:16,830 --> 00:33:19,000 '신사분께 술 한잔 드려 트래비스' 591 00:33:19,300 --> 00:33:20,970 '그리고 가서 옷이나 벗어' 592 00:33:21,600 --> 00:33:25,400 '경찰을 죽인 후 나누는 사랑만큼 좋은 건 없지' 593 00:33:28,010 --> 00:33:30,180 난 옆방으로 가고 594 00:33:30,240 --> 00:33:33,550 앨프리도는 맨몸 경찰을 죽일 거라고 으름장을 놓죠 595 00:33:34,380 --> 00:33:36,420 경찰을 죽이기 전에 596 00:33:36,480 --> 00:33:39,790 마약 밀수에 관한 내용을 세세하게 털어놔요 597 00:33:40,120 --> 00:33:43,090 악당이 누구한테 총을 겨누면 꼭 그러잖아요 598 00:33:44,820 --> 00:33:47,430 트래비스가 발가벗고 돌아올 때 599 00:33:48,090 --> 00:33:51,660 어린 경찰은 마약이 안 좋다는 얘기를 하고 있어요 600 00:33:52,800 --> 00:33:55,370 젊은 사람들의 인생을 망친다느니 하면서요 601 00:33:56,770 --> 00:34:00,340 그러다 스노클링을 하기로 했던 장면의 대사가 생각났어요 602 00:34:01,010 --> 00:34:03,810 트래비스한텐 남동생이 있었어요 603 00:34:05,280 --> 00:34:06,350 크레이그요 604 00:34:07,150 --> 00:34:09,320 크레이그는 마약 중독자였고 605 00:34:09,380 --> 00:34:11,050 트래비스는 절망해서 606 00:34:11,780 --> 00:34:14,350 마약 사범을 만나면 607 00:34:14,420 --> 00:34:15,750 복수하기로 다짐하는 장면이었죠 608 00:34:20,760 --> 00:34:24,730 마약이 끔찍하다는 경찰의 말을 들으면서 609 00:34:27,130 --> 00:34:31,000 트래비스는 자신의 애인이 610 00:34:31,070 --> 00:34:32,910 마약과 연관된 걸 깨달아요 611 00:34:32,970 --> 00:34:34,770 단순한 범죄가 아니었던 거죠 612 00:34:34,840 --> 00:34:36,780 전기 제품 따위를 훔치는 게 아니었어요 613 00:34:38,810 --> 00:34:40,210 아주 조용하게 614 00:34:40,380 --> 00:34:42,820 귄터 말대로 수심에 잠긴 채로 615 00:34:43,880 --> 00:34:48,890 트래비스는 찬장에 있던 수중 작살 총을 집어요 616 00:34:49,520 --> 00:34:52,560 이때 나이절이 다가오더니 바로 이 시점에 617 00:34:53,290 --> 00:34:55,560 트래비스 표정에 수많은 감정이 지나가는 걸 618 00:34:55,630 --> 00:34:57,360 귄터가 보고 싶어 한댔어요 619 00:34:58,530 --> 00:35:01,000 애인 앨프리도를 향한 사랑이 620 00:35:02,100 --> 00:35:05,840 자신의 양심이 이끄는 바나 621 00:35:05,900 --> 00:35:08,470 동생에 관한 기억과 충돌하는 게 보여야 한대요 622 00:35:11,310 --> 00:35:13,310 앨프리도의 뚱뚱한 손가락이 623 00:35:13,380 --> 00:35:16,050 경찰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624 00:35:16,120 --> 00:35:18,550 내가 아주 조용히 이름을 부르죠 625 00:35:21,090 --> 00:35:23,690 '앨프리도' 그이가 돌아봐요 626 00:35:24,320 --> 00:35:26,230 그때 트래비스가 작살 총을 쏘고 627 00:35:26,290 --> 00:35:28,030 앨프리도 등 뒤로 작살이 나오죠 628 00:35:28,630 --> 00:35:31,500 당연히 정장 재킷도 망가지고요 629 00:35:32,770 --> 00:35:35,630 피범벅을 클로즈업으로 찍더군요 630 00:35:38,740 --> 00:35:39,810 그때 내 눈에 고인 631 00:35:41,770 --> 00:35:44,540 눈물 한 방울이 볼을 타고 흘렀죠 632 00:35:47,380 --> 00:35:48,810 원 테이크로 찍었어요 633 00:35:50,250 --> 00:35:51,620 나이절 말로는 634 00:35:51,680 --> 00:35:54,520 영화판에서 이런 일은 드물대요 635 00:35:57,160 --> 00:36:00,090 스콧도 잘했다며 거들었어요 636 00:36:00,160 --> 00:36:03,160 정장 재킷이 하나뿐인 것도 드문 일이라면서요 637 00:36:07,700 --> 00:36:08,830 또 못 찍을 거 같았어요 638 00:36:10,070 --> 00:36:11,100 혼신을 바쳤거든요 639 00:36:13,270 --> 00:36:16,510 그러다 갑자기 영감이 떠올랐어요 640 00:36:16,580 --> 00:36:18,710 갈 데까지 가면 이렇게 되죠 641 00:36:18,780 --> 00:36:20,810 그래서 나이절을 불렀어요 '나이절' 642 00:36:21,680 --> 00:36:25,850 '애인의 죽음으로 모든 감정이 고갈됐으니까' 643 00:36:26,250 --> 00:36:29,790 '자기가 살려 준 경찰한테 매달리지 않을까요?' 644 00:36:29,860 --> 00:36:32,020 '이 모든 상황을 축하하고자' 645 00:36:32,090 --> 00:36:33,860 '바로 잠자리를 가질 것 같은데요' 646 00:36:39,870 --> 00:36:40,900 논의가 오갔죠 647 00:36:42,400 --> 00:36:43,740 귄터가 마음에 들어 했어요 648 00:36:44,870 --> 00:36:46,940 경찰 역을 한 배우는 안 내키나 보더군요 649 00:36:49,740 --> 00:36:51,610 게이인 거 같아요 650 00:36:52,310 --> 00:36:53,350 콧수염이 있었거든요 651 00:36:55,110 --> 00:36:58,750 나이절이 다시 와서 말했어요 652 00:36:58,820 --> 00:37:04,360 경찰이 잠자리를 가질지 고민하다가 653 00:37:04,420 --> 00:37:08,630 트래비스의 그곳을 찬찬히 쓰다듬고는 654 00:37:08,960 --> 00:37:10,800 동정이 욕정을 눌러서 655 00:37:11,830 --> 00:37:13,670 발가벗은 트래비스에게 656 00:37:13,730 --> 00:37:15,270 동양풍 가운을 입혀 주면 최선일 거래요 657 00:37:16,540 --> 00:37:18,140 죽은 애인의 가운요 658 00:37:21,010 --> 00:37:24,380 근데 경찰이 싫지만은 않았나 봐요 659 00:37:25,210 --> 00:37:27,110 가운을 매 주는데 660 00:37:27,180 --> 00:37:30,180 손가락이 계속 유두에 있었거든요 661 00:37:33,820 --> 00:37:36,460 나중에 귄터 말로는 662 00:37:36,520 --> 00:37:38,990 영화에 무슨 문제가 생기면 663 00:37:39,060 --> 00:37:40,690 마지막 장면에서 잘라 낼 거래요 664 00:37:42,430 --> 00:37:44,230 흥분이 다 가라앉고 나서 665 00:37:44,300 --> 00:37:46,230 경찰은 집에 가요 666 00:37:47,000 --> 00:37:48,430 여자 친구가 기다리는 집요 667 00:37:49,600 --> 00:37:52,140 경찰을 위해 음식을 해 주고 직업은 사서예요 668 00:37:53,110 --> 00:37:55,940 마지막 장면은 그 둘이 사랑을 나누는 거예요 669 00:37:57,580 --> 00:37:58,810 이게 주는 교훈은 670 00:37:58,880 --> 00:38:02,080 성관계는 사랑하는 사람과 해야 좋다는 거예요 671 00:38:02,150 --> 00:38:05,120 재미만 좇는 트래비스 같은 여자 말고요 672 00:38:08,120 --> 00:38:09,990 귄터가 그날 저녁에 말했어요 673 00:38:10,920 --> 00:38:12,620 '정말 교훈적인 영화예요' 674 00:38:13,760 --> 00:38:15,890 '사람들이 안 볼 거라는 게 안타까울 뿐이죠' 675 00:38:17,960 --> 00:38:18,960 내가 이렇게 답했어요 676 00:38:20,570 --> 00:38:22,370 '흥미롭네요' 677 00:38:24,000 --> 00:38:26,810 '난 처음부터 그렇게 느꼈거든요' 678 00:38:31,540 --> 00:38:32,680 귄터랑 침대에 누워서 679 00:38:32,740 --> 00:38:35,610 미리 잤다면 좋았을 거라고 하니까 680 00:38:36,010 --> 00:38:37,320 귄터가 말했어요 '레슬리' 681 00:38:39,520 --> 00:38:40,790 '나한텐 규칙이 있어요' 682 00:38:41,450 --> 00:38:44,790 '모든 게 끝나기 전에는 배우 털끝 하나도 안 건드리죠' 683 00:38:44,860 --> 00:38:46,430 그리고 내가 대답했죠 '귄터' 684 00:38:47,430 --> 00:38:49,060 '설명할 필요 없어요' 685 00:38:49,860 --> 00:38:51,200 '우리 둘 다 일에 철저하잖아요' 686 00:38:53,430 --> 00:38:55,030 '하지만, 귄터' 687 00:38:57,040 --> 00:38:58,440 '질문 하나만 할게요' 688 00:39:03,210 --> 00:39:04,380 '트래비스 역 잘했나요?' 689 00:39:07,080 --> 00:39:09,410 '내 연기가 괜찮았나요?' 690 00:39:11,480 --> 00:39:12,620 귄터가 잘 들으래요 691 00:39:15,490 --> 00:39:18,320 '연기가 엉망인 배우랑은 같이 못 자요' 692 00:39:19,730 --> 00:39:23,460 '그러니 그런 질문은 하지 마요' 693 00:39:23,530 --> 00:39:24,900 '이게 증거니까요' 694 00:39:36,380 --> 00:39:38,940 귄터는 진정한 예술가예요 695 00:39:43,080 --> 00:39:45,280 아침에 일어났는데 옆에 없더라고요 696 00:39:48,450 --> 00:39:52,060 커피를 마시러 내려갔는데 거기에도 아무도 없었죠 697 00:39:54,230 --> 00:39:55,860 작별 인사라도 하고 싶었는데 698 00:39:55,930 --> 00:39:59,230 정박지를 촬영하러 모두 나갔더군요 699 00:39:59,630 --> 00:40:00,730 어쨌든 700 00:40:02,770 --> 00:40:05,100 가라앉는 배가 그려진 카드를 사서 701 00:40:05,970 --> 00:40:07,240 '잘 있어요, 친구들' 702 00:40:08,110 --> 00:40:10,840 '개봉 때 봐요'라고 적고 책상 위에 뒀어요 703 00:40:12,740 --> 00:40:15,350 짐 챙겨서 나가려는데 스콧이 빨래 중이더군요 704 00:40:15,410 --> 00:40:17,320 '잘 있어요, 스콧' 705 00:40:18,050 --> 00:40:19,750 '같이 일해서 좋았어요' 706 00:40:20,250 --> 00:40:22,190 스콧이 답했어요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죠' 707 00:40:23,160 --> 00:40:24,990 내가 이제 현실로 돌아간다고 하니 708 00:40:25,720 --> 00:40:27,490 스콧한테는 모든 게 현실이었대요 709 00:40:31,600 --> 00:40:34,500 독일에서 처음으로 개봉할 거예요 710 00:40:35,300 --> 00:40:36,970 다음은 아마 터키요 711 00:40:39,500 --> 00:40:41,470 귄터 말로는 내가 유명해질 거래요 712 00:40:44,040 --> 00:40:45,080 뭐 713 00:40:46,350 --> 00:40:47,910 유명세야 감수하면 되죠 714 00:40:50,150 --> 00:40:53,120 가만히 앉아서 전화만 기다리며 겁내진 않을 거예요 715 00:40:54,750 --> 00:40:56,590 새 기술을 배워야죠 716 00:40:59,390 --> 00:41:00,630 이탈리아어를 하거나 717 00:41:02,790 --> 00:41:05,900 유명한 유화 작품을 팔거나 718 00:41:08,270 --> 00:41:09,370 카누를 몰아도 좋아요 719 00:41:13,940 --> 00:41:15,910 내가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이 많을수록 720 00:41:16,380 --> 00:41:18,680 좋은 배우가 되는 거예요 721 00:41:25,580 --> 00:41:27,620 연기란 주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