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르망 선생님?
- 맞습니다

 

- 안녕하세요?
- 반가워요

 

- 여름방학은?
- 좋았죠

 

전 바닷가에서
보냈어요

 

- 회의 시작했어요
- 갑시다

 

- 반 배정표 받았죠?
- 네

 

- 맘에 드세요?
- 2학년 C반 담임

 

- 좋네요
- 그럼요

 

회람 읽으셨죠?

 

'새로운 평등의 시대'?

 

말로만 평등이겠지

 

너무 비관적으로
보진 마세요

 

쇼펜하워 책을
많이 읽어서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여러분, 시작합니다

 

가까이 모입시다

 

앞으로 오세요

 

- 모두 잘 들리나요?
- 네

 

모두 공문 보셨겠지만

 

이번 학년엔 새로운
교육정책을 펼 겁니다

 

그저 평범한
고등학교가 아니라

 

시범학교로 지정됐으니

 

자랑스럽기
그지없군요

 

이제 혁신적
교육정책으로

 

교육에 새 역사를
여는 것이죠

 

교복을 도입해서
학교전통을 살리고

 

학생을 배려하는 거죠

 

특히 우리 학교
학생들은

 

가정환경이
다양한 만큰...

 

교복은 대담한
시도입니다

 

이 대담한 정책을 통해

 

차별 없는 교육

 

평등교육을
실현합시다!

 

귀스타브 플로베르
국립고등학교

 

인 더 하우스

 

인 더 하우스
- 프랑수와 오종 -

 

장례식 잘 다녀왔어?

 

당신도 갔으면 좋았을 걸

 

성당 가본지
너무 오래돼서

 

내 직장 상사
장례식이었잖아

 

친하지도 않은데 뭘 가

 

가족 위로라도
해주면 좋지!

 

쌍둥이 자매도 만났어

 

우리 갤러리
상속자잖아

 

근데 말문이
안 떨어지더라

 

그중 한 명이
말을 붙였는데

 

누가 누군지는
모르겠고

 

내일 갤러리에 와서
갤러리 앞날 의논한대

 

제르망!

 

- 듣고 있어?
- 그럼

 

그건 그렇고...

 

영화나 보러 갈까?

 

잠깐, 과제물 채점
거의 끝냈어

 

F, D, D-, C

 

그렇게 못해?

 

이렇게 수준 낮은
애들은 처음이야

 

학기 초마다
그 말 하더라

 

진짜야

 

들어보고 말해

 

'토요일에
피자 먹고 TV를 봤다'

 

'일요일엔 피곤해서
뒹굴었다' 점찍고

 

48시간 지낸 얘기가
겨우 두 문장이야?

 

토요일엔 TV와 피자
일요일엔 놀았대!

 

누가 노벨문학상 타랬나?

 

주말 얘길 쓰랬더니

 

두 문장 이상은
쓸 재간이 없는 거지!

 

또 있다

 

'난 일요일이 싫다'

 

'토요일은 좋다'

 

'근데 이번 토요일
스마트폰 빼앗겨 망했다'

 

당신도 알잖아

 

문학 가르치고 싶어서
교사 된 건데

 

스마트폰, 피자
얘기나 읽어야 돼?

 

머리가 텅텅 빈
애들 천지야

 

얘들이 우리 미래라니!

 

전쟁 안 일어나도
우린 망할 거야

 

무식한 것들
어쩔 거냐고!

 

'주말 지난 얘기'

 

'제출자
클로드 가르시아'

 

'토요일에
라파 아통 집에 갔다'

 

고마워

 

'라파 집에 가고 싶은 건
한참 됐다'

 

'여름 내내 공원에서
그 집을 훔쳐봤는데'

 

'한번은 걔 엄마한테
들킬 뻔했다'

 

'라파 수학점수
바닥인 걸 십분 이용'

 

'수학공부 도와준다고
따라갔다'

 

'물론 핑계였다'

 

'걔네 집에 가볼
절호의 기회 아닌가'

 

'라파가 우리 동네
오진 않을 테니'

 

'아침 11시 벨을 눌렀고
드디어 문이 열렸다'

 

'라파의 방은
상상한 그대로였다'

 

'삼각함수 문제를
풀게 해놓고'

 

'콜라 마시겠다고 나와
곳곳을 염탐했다'

 

'드디어 여기
들어오다니'

 

'이 흥분된 순간을
얼마나 꿈꿨던가'

 

'생각보다 집이 커서
우리 집 4배는 된다'

 

'깔끔하게
정리도 잘 되어 있다'

 

'오늘은 이 정도만 보려고'

 

'라파 방으로
가려고 했는데'

 

'내 발길을 당기는 건'

 

'처음 맡아보는
매혹적인 향수 내음'

 

'향기 나는 곳으로 가보니'

 

'누가 소파에 앉아서'

 

'인테리어 잡지를
읽고 있었는데'

 

'이 집 안주인
라파의 어머니다'

 

'잠시 후 그녀가
고개를 든다'

 

'눈동자 색이
소파 색과 같다'

 

'네가 찰리니? '

 

'달콤한 저 목소리는
어디서 나오는 거지? '

 

'전 클로드에요
숨죽이며 대답했다'

 

'- 화장실 찾니?
- 주방이요'

 

'날 주방으로 데려가서
얼음 줄까? '

 

'편하게 마시렴'

 

'그녀는 소파로 돌아가
다시 잡지를 폈고'

 

'난 라파의 삼각함수
문제를 풀어줬다'

 

'낙제 면하려면
죽도록 공부해야겠다'

 

' (다음 시간에 계속) '

 

' (다음 시간에 계속) '이라고?

 

그래, 괄호까지 했어

 

얘는 B+야?

 

철자법도 잘 맞고

 

어휘력도 아주 풍부하고

 

얘가 누구야?

 

어디 보자...

 

'클로드 가르시아'라
이름을 다 몰라서

 

친구랑 엄마 갖고
장난친 글인데 B+?

 

문학 시간에는
문학가 연구부터 한다

 

먼저 '라 퐁테느'...

 

기법과 내용이
뛰어난 작가지

 

앞으로 작법과
주제를 개발하면서

 

표현법을
연습하는 거다

 

형용사 숙제
월요일까지다

 

책 좀 읽어!

 

책을 가까이하라고

 

스마트폰 좀 끄고

 

사람이 책을 읽어야지

 

호기심을 가져 봐

 

- 부르셨어요, 선생님?
- 그래

 

주말 에세이
네가 직접 쓴 거냐?

 

그런데, 왜요?

 

맘에 걸려서, 꺼내볼래?

 

구두점이 안 맞아요?
세미콜론이 헷갈리긴 했어요

 

아니, 구두점은
잘 썼다

 

전 수학은 잘하는데
글쓰기가 부족해서

 

문제는 글의 내용이다

 

친구 가족을 놀리면
상처 될 수도 있잖아

 

다른 사람이 읽었나요?

 

아니, 하지만 교장
선생님 보여줄 수 있고

 

선생님만 보시라고
쓴 건데

 

라파가 읽으면
기분이 어떻겠니?

 

'내 발길을 당기는 건'

 

'처음 맡아보는
매혹적인 향수 내음'

 

친구 엄마를 이렇게 말해?

 

수업시간에 그걸 읽으면
라파 기분이 어떻겠어?

 

그게 왜 문제죠?

 

주말 지낸 얘기를
쓰라면서요?

 

주제가 뭔지 모르겠다

 

형용사 숙제
지금 낼까요?

 

- 월요일까지야
- 어제 다 했어요

 

리스트에 나온 형용사를
쓰긴 했는데

 

순서까지는
똑같이 못 맞췄어요

 

그건 상관없다

 

다른 형용사도
썼는데 괜찮을지

 

다시 보고
월요일에 제출해

 

지금 낼래요
주말엔 수학해야 돼요

 

안녕히 계세요

 

다음 형용사로
문장을 만들 것

 

'사랑스러운'
'다른', '평범한'

 

'좋은', '집중적인'
'작은', '완벽한'

 

안녕, 라파

 

월요일에
라파에게 제안해서

 

삼각함수 공부를
더하자고 했더니

 

'사랑스럽게도'
당장 가자고 한다

 

오늘 오후에 올래?

 

왜 라파일까?

 

왜 친해지고 싶었지?

 

사랑스럽다고?

 

어찌 보면 '평범'하기
그지없는데?

 

평범한 애들은 많지만

 

라파를 택한 이유는
따로 있다

 

작년에 걔네 부모님이
가끔 학교에 왔다

 

팔짱 낀 모습으로...

 

다 큰 아들 데리러
부모님이 오다니

 

보통 남자애들은
난감할 텐데

 

근데 라파는 좋아했다

 

그래서 궁금했다

 

'그의 집은
어떻게 생겼을까? '

 

'완벽한' 가정은
어떤 모습일까?

 

- 안녕하세요?
- 그래, 라파

 

가면서 평범한
남자들 대화를 했다

 

여자 얘기
스포츠, 농구...

 

자동차, 진로 문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들었더니

 

어느새 집이다

 

'미노타우로스 ' 갤러리

 

당신 눈에도
변태예술 같아?

 

글쎄

 

사장은 안 팔리면
변태래

 

그러다 돈 벌면
말투 싹 바꿔

 

그런 속물들은
장사꾼이라고!

 

내 스타일은 아냐

 

얼굴도 제대로 없고...

 

나 해고당하게
생겼다니까

 

누가 현대예술
강의하래?

 

그 쌍둥이 사장
같이 욕이나 해줘!

 

재수 없는 쌍둥이가
갤러리를 닫겠대?

 

한 달 내로
돈을 벌어보래

 

팔릴만한 거 찾아봐

 

이번에 실패하면
갤러리도 나도 끝이라고!

 

오늘 당신은 어땠어?

 

나? 특별한 건 없지

 

- 그 학생 만났어
- 그랬더니?

 

형용사 숙제를
미리 내던데

 

어땠어?

 

그것도 잘했더군

 

소설 2화도 주더군

 

1화 끝에 그랬잖아
' (다음 시간에 계속) '

 

2화도 받았어?

 

그래

 

읽기 불편한 거야?

 

별로 안 내켜서

 

난 당신 학생숙제
10년째 읽었다

 

정말 고마워

 

집에 들어갔을 때

 

라파 엄마는
창문 크기를 재고 있었다

 

엄마!

 

우리 온 것도 모른 채
일에 빠져있다

 

잘 지냈니?

 

TV 위에는...

 

중국 용 조각과
완벽한 가족사진...

 

근데 굶주린 용이
이들을 노려본다

 

- 친구 왔구나?
- 클로드예요

 

- 클로드
- 안녕하세요?

 

- 공부 잘했어?
- 수학 B에요

 

잊지 않고 한 마디
'클로드 덕이에요'

 

'정말 잘했구나'

 

'간식 줄까? '

 

- 빵 있는데
- 좋아요

 

초콜릿도 있다

 

맛있게 먹어라

 

그녀는 잡지와 자를 들고

 

하던 일을
마저 하러 간다

 

하늘거리는 발걸음...

 

이 여인은 발걸음에도
격조가 묻어나는군

 

(다음 시간에 계속)

 

심하군

 

뭐가?

 

16살짜리 글치곤
충격적이잖아?

 

말투가 냉소적이야

 

글쎄

 

난 성인용품점 인형이
더 충격인데!

 

성인용품점?
갤러리라고!

 

제목이 '파멸'
'성과 독재자'

 

성의 독재 맞잖아

 

교장한테 보고해

 

'매혹적인 향수'
어쩌구 때문에?

 

다른 선생님과
의논하든가

 

부모 불러서
상담하든가

 

집에 못 오게 하겠지

 

라파 부모님 말고

 

글 쓴 클로드 부모 말야

 

정신과 상담
받아야 돼

 

사춘기 반항 가지고
뭘 그래?

 

현실에 분노한다고
상담까지?

 

자동차 불 지르는 것보다
백번 낫지

 

당신 관심을
받으려고 그럴 수 있어

 

- 어떻게 생겼어?
- 평범해, 말했잖아

 

학교생활은 어때?

 

조용하고 얌전하고

 

항상 뒷줄에 앉아

 

당신도 늘 그랬잖아

 

명당자리지, 숨어서
볼 건 다 보고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 네, 선생님

 

- 바쁘죠?
- 그럼요

 

학기 초엔 정신없죠

 

학생기록부 좀 보려고

 

- 몇 반이죠?
- 2학년 C반

 

2학년 C반...
이름이?

 

클로드 가르시아

 

특별한 게 없는데

 

기억난다!

 

말수 적고, 금발이죠?

 

전학 온 지 2년
이사 많이 다니네

 

외아들에, 엄마 없고
아버진 실직자에

 

공장사고로
장애인 됐대요

 

부사는 하나만 써도 돼

 

'정말', '무지'
둘 중 하나면 되겠지?

 

그거 빼곤 잘했다

 

책 좀 가져왔다

 

나중에 돌려줘

 

밑줄 긋지 말고
귀퉁이 접지 말고

 

옆으로 벌리지 말 것

 

이걸 다요?
짧은 건 없어요?

 

재미없으면
돌려주면 되지

 

재미없으면
돌려주세요

 

행복한 그 집으로 돌아가

 

내 좋은 친구
라파를 도와준다

 

얘 수학은 정말 꽝이다

 

뭐라고?

 

이건 무한소수야

 

유리수랑 다르다고

 

우린 한 팀, 알지?

 

살 때도 같이
죽을 때도 같이

 

공동운명체!

 

골은 혼자 넣지만
패스는 다 같이

 

그리즐리 vs 클리퍼스
경기 볼래?

 

- 피자 어때?
- 좋아요!

 

치즈 듬뿍, 치킨 윙도!

 

- 같이 보자, 찰즈?
- 클로드예요

 

샤워하고 보자
공부 열심히 하고

 

나중에 봐요

 

쫄바지 입은 아저씨랑
놀아주기로 했다

 

너희 아빠 재밌다

 

멋지셔

 

라파가 X값 구하느라
고생하는 동안

 

이 아저씨가
샤워하는 걸 상상한다

 

이 집의 가장
라파의 아빠다

 

한 시간 뒤
그의 모습은 눈부시다

 

옷 갈아입으니
완전 딴 사람인데

 

TV 리모컨
장악한 걸 보니

 

이 집 가장인 건
확실하군

 

저 한국 애 뭐냐?
저러니 중국에서 싫어하지

 

클리퍼스 팀엔
한국 선수가 있는데

 

중국 광팬인 그에겐
눈엣가시 같다

 

저게 말이 돼?

 

중국은 어른
모실 줄 아는 나라지

 

한국은 절대 못 쫓아와

 

10년 전 1주일 가놓고
중국전문가를 자처한다

 

미치겠군!

 

15분 경과

 

그리즐리, 밀어붙이다가
파울 받는다

 

라파 아버지
직장에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모리스?

 

사장 모리스, 안 반갑다

 

중국인 동업자 웡리를
데려오라고 지시한다

 

공항이요?

 

늦은 밤 호출에
부인이 짜증 낸다

 

손님 맞으려고
옷 갈아입는 순간

 

클리퍼스 반격이다

 

뭐야?

 

(다음 시간에 계속)

 

풍자극 같은 거냐?

 

풍자극이요?

 

얘기가 그렇잖아
쫄바지 입은 아빠가...

 

아들 친구 앞에서
유치한 말이나 하고

 

심한 개그가 됐어

 

걔네 아빠 원래 그런데

 

그럼 사실주의야?

 

그게 뭔데요?

 

남의 사생활을
몰래 찍듯이 썼냐고

 

아뇨

 

그럼 각색한 거야?

 

직접 본 모습을
순화시켰냐고!

 

본 걸 다 쓴 건 아니죠
옷 색깔도 바꾸고...

 

왜 현재 시제지?

 

왜 바꾼 거지?

 

그래야 늘 그 집에
있는 느낌이 나요

 

알겠다

 

첫째, 독자가
누구인지 정해야 돼

 

이 글은 누가 볼 거지?

 

주인공들 단점을
막 보여주면

 

독자는 그걸 비웃으며
우월감을 느껴

 

가까이 지켜보되
편견은 갖지 말고...

 

그게 정말 어렵지

 

플로베르처럼
인물을 냉정하게 봐야 돼

 

내일 같은 시간에?

 

알겠습니다

 

근데 왜 저를
도와주세요?

 

교사가 학생
돕는 건 당연하지

 

나만 도와주시잖아요!

 

빈말이 아니라
넌 글에 재능 있어

 

키우고 싶은 거야

 

감사합니다

 

- 내일 뵐게요
- 내일 보자

 

난 이해를 못 하겠군

 

문학을 가르친다는 게
좀 웃기긴 하지만

 

재능 있는 애를
방치할 순 없지

 

인생도 가르치고

 

문학은 인생에
도움 안 되거든!

 

왜?

 

존 레논 살인자도
죽도록 책만 봤어

 

'호밀밭의 파수꾼'

 

문학에서 배울 게
없다고!

 

그럼 당신 예술품은 낫냐?

 

내 작품도 똑같아

 

예술에서
배우긴 뭘 배워?

 

미적 감각은
살려주잖아

 

와인?

 

버전 2, 다시 그 집이다

 

라파의 공부방부터
시작한다

 

들어와요

 

녹색 운동복 입은
라파 아빠...

 

우리한테
농구 게임 보라고 한다

 

2분 경과
2쿼터에 3점 슛이 터지자

 

두 남자는 광분한다

 

죽인다, 죽여

 

- 그대로 들어갔어!
- 그렇게 재밌어?

 

3분 경과

 

엄마가 합류하지만
게임엔 흥미가 없다

 

7분 경과, 그녀는
'아름다운 집' 215호를 펴고

 

아름다운 인테리어를
보며 감탄한다

 

8분 경과, 라파 아빠는
벽걸이 TV 사고 싶단다

 

플라즈마 스크린으로
보면 죽이겠는 걸

 

10분 경과

 

에스더는 리모델링
그림을 그린다

 

그녀는 항상
이 집에 머무는데...

 

이 집 디자인이
영 맘에 안 든다

 

12분 경과, 그녀는
허공을 물끄러미 보면서

 

질문을 던진다

 

'어디에 욕실 하나
더 만들까? '

 

15분 경과

 

그리즐리 선수
5반칙 퇴장

 

하지만 최다 점수 낸
그 선수에게 기립 박수

 

전화벨 소리, 시간을 본
아빠는 받기 싫어한다

 

여보세요?

 

모리스?

 

괜찮습니다
뭘 할까요?

 

메모 좀 할게요

 

밤 10시 15분
2번 터미널

 

플래카드요?

 

네, 이름 쓰는 거죠?

 

웡리? 웡에는 'O' 있고?

 

컨벤션 호텔...

 

걱정 말고 쉬십시오

 

알겠습니다

 

라파 아빠는 옷을 갈아입고
공항으로 떠나고

 

클리퍼스 팀 반격

 

우아하고 품위 있는
그녀가 다가오지만

 

솔직히 농구는 모른다

 

- 누가 이기고 있니?
- 클리퍼스

 

근데 싫어?

 

우린 그리즐리
팬이잖아요

 

클리퍼스
응원하는 줄 알았지

 

엄마!

 

(다음 시간에 계속)

 

당신 말대로
재능은 있는데

 

수정안 버전 2는
더 냉소적이네

 

- 그런 거 같아?
- 당연하지!

 

당신이 얘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얘가 선생을 갖고 논다고

 

도스토예프스키의
천재성이 뭔지 알아?

 

평범한 인간 캐릭터를
비장하게 변화시켜

 

잊을 수 없게 만들지

 

근데 네 건
만화 주인공 같아

 

선생님 말씀대로
가까이 보고 쓴 건데

 

가까이에서
흉해 보인다고 해도

 

글로 쓸 때는 바꿔야지

 

너한테 그런 재주가
없나 보다

 

책을 더 가져왔다

 

체홉, 디킨스...

 

천재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의 사랑'

 

작품 어때?

 

살림살이잖아

 

시계, 프라이팬

 

평범한 걸 바꾼 거라고

 

12 대신 13이잖아

 

괜찮은 걸

 

그리고 이거 들어 봐

 

뭔데?

 

일단 들어

 

'소리로 그리는 그림'!

 

헤드폰을 끼고
빈 벽을 본다

 

예술가 설명을 듣고

 

듣는 사람은
그림을 상상해

 

공동 창작이지

 

설명 따라 그림을
그리는 셈이지

 

사실 그림은
원래 있었는데

 

녹음한 후에 다 없앴어

 

그림 13개가 있었지

 

엄청난 시도잖아

 

물질문화에 대한
집착을 비웃고

 

시적 느낌도 주지

 

그 순간 예술가와
교감하는 작품이야

 

팔릴지는 모르겠군

 

제르망!

 

3주 후 전시야

 

한 개도 안 팔리면
난 쫓겨나!

 

내가 발가벗고
갤러리에서 춤을 출까?

 

차라리 그걸 할게

 

읽어 볼래?

 

라파한테
문제 3개를 풀게 한다

 

쉬운 것부터 시작해서

 

나중엔 혼자 못 풀
문제를 준다

 

라파가 답 구하느라
끙끙댈 때

 

난 집 탐사에
다시 들어간다

 

웡리가 취해서
한바탕했어

 

자길 뭐로 보냐며
펄펄 뛰더군

 

수익의 15%는
달라고 난리였지

 

그 말 듣고 생각났어

 

나도 내 사업을 해보자

 

당신 직장 좋다고
다들 부러워해

 

제대로 대접도
못 받고 있다고

 

아이디어는 내가 내고
돈은 사장이 쓸어가

 

당신 팀워크
체질이라며

 

하지만
진정한 팀에서는...

 

패스한 사람도
기쁨을 함께하지

 

웡리는 바비인형
얘길 했어

 

재료비 3유로면
10배에 팔 수 있대

 

우린 공정만 보내고
만드는 건 그쪽 공장

 

사진만 보내도
만들 수 있어

 

물론 초기투자가
필요할 거야

 

저축한 돈에
융자 좀 받고

 

집수리는 어쩌고?

 

테라스를 카페처럼
만들기로 했잖아

 

나 뭔가 시작할 나이야

 

하나는 포기해야지!

 

모리스를 봐
나라고 안 되겠어?

 

당신이 도와줘

 

상품 선정, 고객관리
당신이 잘하잖아

 

나보고 같이 하자고?

 

그래

 

우리 같이 해보자

 

라파도 다 커서
난 인테리어 일 하고 싶어

 

하지만 이건
우리 사업이야!

 

잘만 되면 집수리
까짓것 아무것도 아냐!

 

당신 때문에 못살아

 

뭐 하는 거니?

 

라파 수학공부
도와주고 있어요

 

마무리해라
너무 늦었다

 

내가 엿봤을 거라고
의심했을까?

 

폴 클리 그림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을까?

 

정말 들었나?
지어냈나?

 

자세히 들은 건 아냐

 

복도에서
그림 보고 있다가

 

몇 마디 주워들은 거지

 

- 앞뒤가 안 맞네
- 뭐가?

 

클리 그림이
얼마나 비싼데!

 

복제품이겠지

 

아냐!

 

라파가 다음 주
수학시험 걱정해

 

과외선생 구해야겠어

 

클로드가 있잖아

 

친구 말고
진짜 선생 말이야

 

친구끼린 도움 안 돼

 

라파는 그 친구
좋아하던데

 

근데 난 좀 별로야

 

뚫어지게 그림
보는 것도 이상했고

 

너무 자주 오는 거 같아

 

그만 오게 해야겠어

 

(다음 시간에 계속)

 

이 글을 보니
누구 생각난다!

 

누구?

 

내 사촌 앤드루...

 

자기 가족 사생활을
다 떠들고 다녀

 

은근 즐기는
사람도 있지

 

몰래 보면
짜릿하니까

 

얘기가 진부해

 

가족얘기 떠벌이는
친척 같고

 

이걸 누가 읽으면...

 

딴 사람이 읽었어요?

 

아직 누굴 보여줄
수준은 안 되지

 

보여주지 마세요

 

내 말 명심해라

 

혹시 누가 읽으면
이럴 거다

 

한참 부족해

 

갈등이 없잖아

 

들어가라

 

각 인물은...

 

뭔가를 갈망하는데

 

그걸 방해하는
뭔가 있어야 돼

 

그렇게 역경이
찾아오지

 

율리시스를
괴롭혔던 건

 

아내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었다고

 

이렇게 갈등은...

 

인간관계 뿐 아니라
자기 안에도 있거든

 

집수리를 하냐 마냐...

 

중국과 사업하는 거
그런 거 말고

 

내 안의 갈등을 써 봐

 

아킬레스 장군!

 

전쟁에 나갈까
사랑하는 여인과 남을까?

 

독자가 궁금해하는 건

 

영웅이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하고

 

목표를 달성하는가

 

바로 그 문제야

 

독자에게 궁금증을
던져야 돼!

 

그건 장르에
상관없다고

 

먼저 이걸 해결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지?

 

긴장을 늦추지 말고
서스펜스를 유지하고

 

아라비안나이트
그 왕 몰라?

 

얘기가 재미없으면
작가를 죽여 버려!

 

근데 얘기가 재밌으면
떠받들어 주지

 

어떤 독자든지
재밌는 얘기를 원해

 

재밌는 얘기가 없으면
인생 지루하거든

 

스승님 최고!

 

그렇게 부르지 마라

 

글쓰기가 어려워졌어요

 

- 왜?
- 목요일 수학 시험인데

 

라파가 낙제하면
이제 거기 못 가요

 

그래서?

 

혹시...

 

제가 계속
글쓰길 원하시면

 

못 알아듣겠군

 

시험지를 훔쳐달라고?

 

꼭 그런 건 아니고...

 

시험 못 보면, 이젠
저를 못 오게 하겠죠

 

그 집에 가지 말고
상상으로 써

 

직접 봐야
글이 나온다고요!

 

가자

 

베르나르 선생님!

 

2학년 C반
수준이 어때요?

 

그렇게 나쁘진 않아요

 

라파 아통?
수학 잘하나요?

 

열심히는 하는데
성적은 별로

 

다음 시험 언제죠?

 

목요일이요

 

시험문제는 다 냈나요?

 

이상하시네

 

언제부터 수학에
관심 있었어요?

 

잠깐 얘기 좀 하자

 

다음 편 글 왜 안 주니?

 

그 집에 못 가면
쓸 수가 없어서요

 

들어가

 

학생출입 금지

 

- 몇 학년이에요?
- 1학년 D반

 

- 안 가요, 제르망?
- 일이 좀 남아서

 

나중에 봐요

 

잘 가요

 

10분 남았다!

 

A? 수학이 A!

 

봐, 하니까 되잖아

 

- 클로드, 넌?
- B+요

 

그것도 잘했네!

 

라파 도와준 게
대박 성공했고

 

곧 이 팀에
합류할 것 같다

 

손을 닦으면서
그녀가 나온다

 

- 잘했구나!
- 고마워요, 엄마

 

에스더...

 

도와줘서 고맙다, 클로드

 

클로드, 우리랑 농구하자

 

토요일 6~8시에 하거든

 

너도 좋아할 거야

 

농구는 못해서...

 

신나게 노는 거야!

 

경기 끝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얼마나 재밌다고!

 

부담 없이 해봐

 

시간이 안 될 것 같아

 

토요일엔 일이 있다

 

라파가 실망한
표정이 역력하다

 

단짝친구 전선에
이상 생겼다

 

중간 C, 기말 A
그럼 평균 B잖아

 

장하다, 아들!

 

- 내일 봐
- 그래

 

애들이 숙덕거려...

 

너랑 제르망 선생님이
좀 이상하대

 

둘이 뭐하는 거야?

 

선생님이
글쓰기 도와줘

 

수학 시험지도 줬어?

 

무슨 소리야?

 

이상한 사람이야

 

부인이 성인용품점 한대

 

이 얘기에
우리 역할도 있어?

 

몰라, 가끔 쓰긴 하더군

 

수학시험지
당신이 그런 거야?

 

말도 안 돼!

 

- 왜?
- 시험지 빼돌렸어?

 

교무실에 있기에 그냥...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선생이 도둑질을 해?

 

클로드를 거기 보내려면
어쩔 수 없었어

 

당신 병적으로 집착해!

 

당신은 왜 이렇게
흥분해!

 

- 제르망?
- 됐어!

 

위험한 건 알지만
안 들켰어

 

다신 안 하면 되잖아

 

토요일 오후 5시 반

 

지난여름에 앉았던
그 벤치 근처이다

 

방해꾼들 사라짐!

 

이 집 벨 소리는
정말 듣기 싫다

 

문이 열리고
그녀가 나온다

 

클로드구나!

 

에스더, 세상에서
제일 재미없게 사는 여인

 

라파는 아빠랑
농구하러 갔는데!

 

전화라도 해줄까?

 

아뇨, 제 수학책
가지러 왔어요

 

들어와, 찾아보자

 

드디어 그녀와 단둘이...

 

이 집에 있게 됐다

 

이상하다, 못 찾겠어

 

당연하지, 책은
우리 집에 모셔놨거든

 

우리 엄마도
그런 귀걸이 있었는데

 

귀걸이 얘기로
슬슬 시작한다

 

9살 때
엄마가 떠나셨는데

 

아빠가 싫었나 봐요

 

내 탓인 거 같기도 하고

 

작전 대성공

 

엄마 얘기는
동정심 자극에 최고다

 

- 마실 거 줄까?
- 좋아요

 

순식간에 유대감 형성

 

콜라?

 

드디어 모성애가
발동한다

 

라파, 농구, 수학공부
얘기까지 주절주절...

 

라파 키우느라
공부 관뒀는데

 

이젠 다 컸으니
건축 공부하려고

 

디자인 쪽에서
일하고 싶어

 

여자도 나와 단둘이
있는 게 달콤한 듯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다음 토요일엔
더 오래 있어야지

 

커튼, 벽지, 그림
다 관심 있어

 

- 클리 그림 봤니?
- 네

 

- 맘에 드니?
- 그럼요

 

가서 보자

 

'구원'

 

'방해'

 

'희망'

 

천사가 무섭네요

 

저게 천사였단 말이야!

 

이 집 남자들처럼
그녀도 독일어를 모르니

 

이런 그림도
장식일 뿐이다

 

실내 장식하면
다 바꾸겠지

 

'레퉁'은
'구원'이란 의미

 

'운터브레훙'은
'방해'란 의미

 

'호프눙'은 '희망'

 

'제르스퇴룽'은 '파괴'

 

두 남자 오기 전에
가야겠다

 

둘만 있다가
들키면 안 되지

 

에스더는
한 남자의 부인이자...

 

한 아이의 엄마잖아!

 

(다음 시간에 계속)

 

엔딩이 별로야

 

- 아냐
- 그렇다니까!

 

농구가 일찍 끝나서
집에 갑자기 오면?

 

엄마랑 친구가
소파에 앉아 있잖아!

 

소파 얘기가
언제 나왔어?

 

별걸 다 상상하고
난리야!

 

하여간 그거 들키면
죽이려고 할 걸

 

- 아빠? 아들?
- 둘 다, 끝장이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한다

 

꼬마가 지어낸
얘기 갖고

 

상상치곤 너무 심해!

 

너무 생생하고
위험해지잖아

 

클로드 재능이
아까워서 그래

 

조금만 도와주면
잘할 거라고

 

- 그만해
- 왜?

 

얘를 카프카 같은
거장으로 키우려고?

 

설마 출판하려는 건
아니지?

 

웬만한 책보다
훨씬 낫잖아!

 

미안해요

 

대사도 살아있고
흥미진진하다고!

 

라파에게 어려운 문제
4개를 풀게 하고

 

부모님 없는 틈을 타
작전개시

 

집을 더 돌아봐야겠다

 

이번엔 부부침실

 

그녀 특유의 체취가
침실에 가득하다

 

스크린 세이버는
중국인 남자 웃는 얼굴

 

'비안잔 인형 사업'

 

'전진 보석 사업'

 

'재산 서류'

 

출장 가서 보낸 엽서들...

 

이건 뭐지?

 

X-레이잖아

 

척추 사진이다

 

이 X-레이는
그 여자 게 분명해

 

벽장엔
여자 신발이 7켤레

 

그녀가 빨간 구두 신고
산책하는 걸 상상한다

 

여긴 욕실이다

 

라파 아빠 향수를
뿌려본다

 

'오 소바주' 향수!

 

면도기, 쉐이빙 크림...

 

소염제, 신경안정제

 

나야

 

오늘 잘 지냈어?

 

중국 놈 때문에
미치겠어

 

왜?

 

계약 안 한다고
서류 던지고 갔어

 

어떡해!

 

게다가 사장은
접대영수증 보더니

 

비싼 거 먹였다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언젠 무조건
잘해주라며!

 

얼마였는데?

 

- 268유로
- 그럼 당신이 내

 

돈 문제가 아냐
계약이 깨졌잖아

 

재계약만 됐으면
그깟 돈이 문제겠어?

 

그럼 어떻게 해?

 

눈치껏 기어야지

 

계약문제, 300유로
언젠가 잊겠지

 

300유로?

 

팁 포함!

 

(다음 시간에 계속)

 

- 상태가 안 좋군
- 누구?

 

에스더!

 

안 좋은 건 남편이야

 

신경안정제 먹잖아!

 

나도 비슷한 거 먹어
교사들 태반이 그래

 

남편 약일 수도 있지

 

남자는 그나마
생활이 있잖아

 

일에 집착해서
문제지만

 

여자한텐 뭐가 있어?

 

남편한테
관심도 못 받고

 

클로드가
그 생각은 못하나?

 

라파 아빠 컴퓨터
열어보면 재밌을 텐데

 

놀라운 게 나올 거야

 

남편이 에스더를
정말 사랑하는지...

 

에스더의 비밀은 뭔지

 

비밀 같은 거 없어
맘을 다 보여주잖아

 

뭔가 빠진 거 같아요

 

클로드 심리변화를
설명해야 할 것 같아요

 

빠진 건 없는데

 

사건이 너무 많아
에스더 얘기도 그렇고

 

X-레이는 왜 넣었어?

 

감정을 너무 자극해

 

이러다 시한부
암환자로 만들래?

 

클로드는 에스더를
강렬히 원하지만

 

장애물이 있어요

 

라파 부자가
큰 걸림돌인데

 

이걸 어떻게
넘어설지가 관건이죠

 

에스더를 모텔에서
만나는 건가?

 

아뇨, 집에서요

 

모든 사건의 배경은...

 

집이죠

 

그렇군

 

지금 방향을 잃었잖아

 

뭘 쓰고 싶지?

 

중산층 가족의 풍자?

 

'빌퉁스로망'쓸래?

 

- 뭐요?
- 독일어 한다며?

 

'제르스퇴룽', '호프눙'...

 

아빠한테
독일어 여쭤본 건데

 

클리 그림 얘기도
아빠한테 들었고

 

그랬냐?

 

'성장소설'이라고
하면 알아듣겠니?

 

그래서 이런 얘기
쓰는 거야?

 

애가 어른 되는
과정을 말하고 싶어?

 

이젠 나도 모르겠다

 

넌 대체 뭐를
하고 싶은 거니?

 

얘기가 재미없으면
죽는다면서요, 스승님!

 

하여간 친구 엄마
놀리는 글은 그만!

 

스승님 찾지 말고

 

가자!

 

제르망 선생님
수고 많아요

 

감사합니다

 

나중에 보자

 

- 가봐
- 안녕히 가세요

 

야근이 많군요

 

학생 도와줘야 해서

 

- 클로드 가르시아?
- 네

 

우리 교복 어때요?

 

웃겨요, 양떼 같네요

 

그럼 클로드 가르시아는...

 

시커먼 양?
잃어버린 양?

 

어서 오세요

 

오셨군요!

 

어서 들어가세요

 

대단한 중국예술가를
발굴해서

 

그분 작품을
전시하려고요

 

이 작가 평판은
아주 좋은데

 

프랑스 전시는
처음이에요

 

중국인이라고요?

 

근데 LA에서 태어났고...

 

성의 관점에서
전통서예도 하죠

 

상하이 하늘 1

 

상하이 하늘 2
상하이 하늘 3

 

상하이 하늘 4

 

근데 '하늘 2'가
'하늘 3'이랑 뭐가 다르죠?

 

완전 다른 작품이죠

 

작가는 다양성을
표현하려고...

 

컴퓨터로 무작위
디자인을 했어요

 

뭐를 표현했냐 하면...

 

알 것 같아
저건 말이지...

 

구름...

 

지평선...

 

맞습니다
자연의 존재!

 

안다니까!

 

존재감을
표현했다고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건
하늘 7번입니다

 

어땠어?

 

쌍둥이가
좋아한 것 같아

 

중국예술가?

 

내 설명도 잘 듣고
작품도 다 봤어

 

그쪽 반응은?

 

별말은 없었는데
맘에 드는 것 같아

 

전시 때 온대

 

30일까지 시간 준다고
잘해보래

 

부담되겠군

 

문제는 작품이 아니라
갤러리 이름이야

 

'미노타우로스'?
원래 괴물이잖아!

 

라파 수학 최고점수 기념
식사까지 초대받았다

 

당연히 중국 음식이다

 

만리장성 갔을 때
고기가 나왔는데

 

쇠고기인지 생선인지
영 모르겠더군

 

- 뭐였는지 알아?
- 뭔데요?

 

오리 발 요리

 

문학 선생님이 카프카 소설
'만리장성'을 빌려줬어요

 

라파 말로는
그 선생님 이상하다던데

 

교사보다 작가가
맞는 분이죠

 

그 두 개가 뭐 달라?

 

재능이 없어서
분노하는 것 같아요

 

분노? 얘가
당신을 완전 비웃네

 

틀린 말 아니잖아

 

자기비하를 해라!

 

그리고 남자는
담배 피우러 나간다

 

지난여름엔 멀리서
이 테라스를 봤는데

 

이젠 내가 그 자리에

 

라파 아빠와
함께 나왔다

 

클로드, 사람들은
중국을 두려워해

 

정말요?

 

앞으론 중국이 대세거든

 

일단 인간이 많고

 

아들과 하는 얘기는
스포츠, 자동차, 농구...

 

나랑은 다르다

 

인구가 10억 넘는데

 

1년에 6백만씩 늘어나

 

전엔 1자녀 정책이
있었는데

 

지금은 생기면 다 낳지

 

비둘기한테 먹이 주는
노숙자가 보인다

 

그가 고개를 들어
우리를 보면

 

나를 누구로 볼까?

 

이 집 아들이지

 

정말 좋은 친구구나!

 

아빠랑 더
깊어져야 하나요?

 

네가 아들처럼 굴어봐

 

그럼 라파가
질투할 거고

 

밋밋한 캐릭터가
살아날 걸

 

식탁에서, TV 보면서...

 

라파는 뭘 생각하고
뭘 느끼지?

 

라파 캐릭터는
특징이 없어

 

솔직하게 말하면...

 

아들 캐릭터가 문제야

 

선생님도
자녀분 있어요?

 

그건 왜?

 

부자 관계
이해하려고요

 

애는 없지만 난 다 알아

 

- 애는 왜 안 낳았어요?
- 네가 알 바 아냐

 

라파 캐릭터
만드는 거나 신경 써

 

토요일 에스더와
둘만의 시간 포기

 

라파 부자한테
가기로 했다

 

짧은 바지를 입고
공을 쫓아다닌다

 

한참이나 그들을
내려다보며

 

나랑 우리 아버지
모습과 비교해본다

 

저렇게 공 튀기며
놀 수 있을까?

 

아니, 도저히
상상이 안 된다

 

아빠와 나한테는
없는 거다

 

그런데 이들은 다르다

 

토요일마다
라파와 아빠는

 

공이 들어가면 환호하고
실패하면 실망한다

 

라파, 친구 왔다!

 

드디어 와줬구나!

 

- 멋진걸!
- 너도 농구했구나?

 

그의 눈을 또렷이
보면서 말했다

 

'엄마가 떠난 날
아빠가 농구를 관뒀어 '

 

그때 나도 관뒀지

 

클로드, 우리 팀이야

 

집이 좋다니까

 

농구장엔 왜 갔냐?
유치한 시트콤 됐어

 

TV 드라마 쓸래?

 

다 설명하지 마
독자도 알아서 이해해

 

라파는 인물이
아직도 안 살아

 

존재감이 너무 약해

 

네가 아들 자리를
차지할 것처럼 하면

 

라파 성질 나올 거다

 

아빠 혼자 농구하는
장면으로 시작해서...

 

이렇게 말하면서
마무리해 봐

 

엄마가 떠난 날
아빠는 농구를 관뒀어

 

나도 관뒀지

 

그게 관건이야

 

조금씩 몰고 가다
마지막에 확 불 질러!

 

마지막 문단을
제대로 활용하라고

 

정말 이상해요

 

이렇게 잘하시면서
왜 작가 안됐어요?

 

솔직히 말해줄까?

 

몇 년 전 해봤는데
잘 안됐어

 

너도 지금은 별로지만
가능성 있다고

 

넌 재능 있어

 

열심히만 하면
대성할 거야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단순한 마음'

 

'내 인생 최고의 친구'
글쓰기 숙제...

 

누가 읽어볼까?

 

읽어볼 사람 없나?

 

용감하게 나와

 

그럼 아무나 시키겠다

 

보자...

 

라파 아통

 

네 숙제 읽어봐라

 

라파, 나와라

 

'내 제일 친한 친구'

 

더 크게

 

'내 친구
클로드 가르시아'

 

'작년엔 다른 반이라
서로 몰랐는데 '

 

'이번에 친구가 되어
정말 좋다'

 

'내 수학 공부도
도와준다'

 

수학 커플!

 

조용!

 

'아빠랑 내가 클로드한테
농구 하쟀더니'

 

'스포츠를
별로 안 좋아한단다'

 

'그래도 좋다'

 

'스포츠에선 상대를
존중해야 한다'

 

빨리 읽어!

 

조용하랬지!

 

'전엔 아빠가
내 제일 친한 친구였고'

 

'엄마는 그걸 늘 놀렸다'

 

엄마는 욕심쟁이!

 

'근데 지난 토요일
클로드가 농구장에 왔고'

 

'그때 그는 바로... '

 

'내 최고 친구가 됐다'

 

조용, 정숙!

 

칠판에 다 써 봐

 

고쳐줘야겠다

 

기분 그지 같았어

 

잊어버리고 공부나 해!

 

실수와 허수, 알아?

 

알지

 

제대로 해!

 

축과 면의 차이는?

 

날 홀딱 벗기는
느낌이었어

 

무지 화났군

 

- 너무 심했어요
- 수업이었다고!

 

애들이 놀릴 때
관뒀어야죠

 

그 인간 똑같이
당하게 해줄 거야

 

차에 불이라도
지를 거야!

 

- 차도 없어
- 운전은 내 아내만 해

 

그럼 싸대기라도
날려줄래!

 

- 더 좋은 방법 있어
- 뭔데?

 

교내 신문에
그 선생 까버려

 

교내 신문에
비난 기사를 쓰게 해?

 

어때서요?

 

'라파'존재감을
키워야죠

 

교내신문 따위로
뭘 어쩌겠어

 

수학여행 사진...

 

은퇴교사 얘기
삼류시나 싣는 신문인데

 

그런 글을 내든 말든!

 

라파랑 말로
오해를 풀어 봐

 

신문 기고는
난 모른척할 거야

 

나 몰래 글이 실려야 돼

 

라파, 잠깐 볼까?

 

할 얘기가 있다

 

- 안녕히 계세요
- 잘 가라

 

나를 불러놓고
별로 말이 없었어

 

이걸 주더라

 

'생도 퇴를레스의 혼란
- 로베르트 무질'

 

'생도 퇴를레스의 혼란
- 로베르트 무질'
'밑줄은 긋지 말고
귀퉁이 접지 말고'

 

'밑줄은 긋지 말고
귀퉁이 접지 말고'

 

- 신문에 내지 말까 봐
- 왜?

 

책까지 빌려준 걸 보면
미안해하잖아

 

무슨 소리야?
꼭 내야 돼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일주일 동안
잠도 못 자고

 

제르망 선생님이 왜
날 망신 줬는지 생각했다

 

애들 앞에서
모욕을 당하게 하다니

 

그런 글 쓰라고 한 건
바로 선생님이면서

 

그거로도 모자라서
잔인하게도

 

그 글을 칠판에
쓰게까지 했다

 

글을 수정한다면서
한 문장 지울 때마다

 

선생님이 내 옷을
하나씩 벗기는 듯

 

결국 수치스럽게
발가벗겨진 느낌이다

 

'내 얘기를
이렇게 쓴 건'

 

'더 이상의
피해자를 막고'

 

'나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서이다'

 

'라파 아통'

 

- 화난 게 당연하네
- 왜?

 

애들 앞에서
옷 벗긴 거랑 같지

 

정말 속옷까지
제대로 벗겨냈군

 

있는 그대로
말했을 뿐이야

 

틀린 문장을
틀렸다고 해야지!

 

근데 이 글 쓴 걸
보면 아주 똑똑한데

 

클로드가 써준 것 같아

 

교장은 뭐래?

 

지금 제정신입니까?

 

교사수칙 아시잖소!

 

'교사는 학생들을
가슴에 품고... '

 

'사랑으로 가르친다'
알아요

 

'학생이기 이전에
인간으로 대하고'

 

'체벌과 징벌은 피하고'

 

'칭찬으로
이끌어야 한다'!

 

'분노를 주는 빨간 펜도
써서는 안 된다'

 

교사수칙은
줄줄 꿰고 있다고요!

 

말이 거칠어 죄송하군요

 

이 학생이 당한 게...

 

옷 벗겨진 것 같다잖소

 

그게 말이나 됩니까?

 

촌스런 교복을 벗겨요?

 

- 한 가지 확실히 하시오
- 뭘요?

 

왜 그 애를
망신준 거요?

 

망신준 적 없어요
과제 검사였습니다!

 

그래서 월급 받잖아요!

 

하지만 난 교장으로서...

 

이 사건을 교육청에
알려야 합니다

 

들어와요

 

라파 아버님, 앉으시죠

 

내 아들이 쓴
기사 때문에 왔소

 

걱정 마십시오
다 잊었습니다

 

라파가 말은 안 했는데

 

어쩐지 애가
이상하더군요

 

이거 읽고 충격 받았소

 

그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죠

 

교육자잖아요

 

교육, 농구, 회사경영
다 똑같아요

 

인간을 대할 땐...

 

존중해야 합니다!

 

학생도 존중하고...

 

동업자나 부하직원도
인간대접 해야죠!

 

이해는 하지만
화내실 필요까지야

 

사소한 사건입니다

 

교육도 팀워크요

 

함께 살고 함께 죽는...

 

그야말로
운명공동체라고요!

 

골은 혼자 넣지만
패스는 같이 하는 거죠

 

당신은 애들 앞에서
내 아들을 모독했어!

 

어디 남의 집
귀한 자식을!

 

모두 보는 앞에서
정식으로 사과하시오

 

'미노타우로스 ' 갤러리

 

- 어때?
- 다행히 다들 좋아해

 

좀 팔렸어?

 

아직은, 그래도
반응은 좋아

 

축하해

 

쌍둥이 사장 봤어?

 

- 어떻게 생겼어?
- 쌍둥이라니까

 

쌍둥이도 이 손님들
봐야 하는데

 

- 미치겠다
- 왜 그래?

 

- 저기 봐
- 누구?

 

- 라파 부모야
- 어디 보자

 

저 두 사람?

 

저렇게 생겼을 줄 몰랐어!

 

엄마 미인이네

 

당신 만난 적 있어?

 

아버지가 학교 왔었어

 

- 가서 인사하자
- 안 돼!

 

- 왜?
- 여긴 왜 온 거지?

 

먹고 살만하니까
예술 좋아하겠지

 

아버지가 중국에
관심 많다며?

 

싼 노동력으로
돈 벌려는 수작이지

 

난 집에 간다

 

- 벌써?
- 내일 아침 일찍 출근해

 

쌍둥이 만나고 가지!

 

어떻게 됐어?

 

쌍둥이 안 왔어

 

라파 부모는?

 

금방 가더라

 

- 인사는 했어?
- 아니

 

거긴 왜 왔나 몰라

 

내 앞날이 걸린
전시였다고!

 

근데 주인은 오지도
않았으니, 난 해고야!

 

이 판국에
그 집구석 얘기할래?

 

미안해

 

비열한 위선자!

 

초대장 내가 보냈어

 

라파 부모한테?

 

그래

 

정말 올 줄은 몰랐어

 

나도 보고 싶었고
당신도 좋아할 줄 알고

 

역시 난 되는 게 없어

 

소설 속 인물이야

 

갤러리에 부르면 어떡해?

 

나도 가공의 인물이야?

 

물론 아니지
이리 와, 여보

 

무슨 소리야...

 

집에 안 갔니?
늦었다

 

수학 문제가 어려워서

 

클로드, 자고 갈래?

 

그럴게요

 

집에 전화 드릴래?

 

괜찮아요

 

늦게까지 어려운
문제를 풀다가

 

드디어 이 집에서
밤을 보내게 됐다

 

크리스마스 때 이모가
주무시는 방이야

 

이 방에 들어오니
기분이 묘하다

 

이들의 사생활 깊숙이
들어온 느낌이다

 

엄마는 어릴 때 장난감
버릴 수가 없대

 

팔다리, 머리가 없고
눈도 없는 인형들

 

에스더 인형은
멀쩡한 게 없다

 

불쌍한 것들

 

- 이거 입고 잘래?
- 그래

 

그 글 써준 거 고마워

 

네 덕에 살았어

 

그쯤이야 뭘

 

잠옷 대신 입으라고
자기 옷을 줬다

 

나한테 너무 커서
라파가 웃는다

 

넌 진짜 내 친구야

 

내 기분 알기나 해?

 

가슴이 터질 것 같다고

 

온몸이 불타올라
미치겠어!

 

라파는 자기 방으로 갔고

 

난 잠이 안 온다

 

야릇한 느낌이
들면서 궁금해진다

 

폭풍우가 불면
애들은 다 악몽을 꾸나?

 

눈감고 복도를 걸으며

 

어둠에 익숙해진다

 

내 가장 친한 친구의
방에 들어간다

 

라파는 곤히 잠들었는데

 

가끔 뒤척인다

 

움직이는 게 귀엽네

 

무슨 꿈을 꾸는 걸까?

 

꿈에서 누굴 만났나?

 

얘기가 아주 강해

 

'모두 잠든 집을
이리저리 둘러보니 '

 

'내가 천사나
뱀파이어 같다'

 

강하긴 한데
개연성이 떨어져

 

하지만 진짜예요

 

진짜란 건
중요하지 않아

 

라파의 키스는
뭘 의미하지?

 

완벽한 가정에
숨겨진 욕망?

 

엄마, 아빠, 아들과
사랑하고, 막장 드라마 써?

 

그런 라파 캐릭터
좋아하실 줄 알고

 

내가 10대 남자애들
키스나 좋아한댔냐?

 

모르죠

 

나 말고, 네가
좋아하는 걸 찾아봐

 

그녀가 웃고 있다

 

피부는 뽀얗고
발은 아이처럼 작다

 

어둠 속에서
잠든 부부를 보며

 

방금 전 그들
모습을 상상한다

 

허겁지겁 사랑을
나눴겠지

 

남자 머리엔
회사와 중국 생각뿐

 

에스더는 허공을
쳐다보며

 

오래전 사그라진
욕망을 있는 척한다

 

우리 엄마도
저러다 떠난 거야

 

나와 아빠를 버린 거지

 

행복한 척 그만하고
제대로 살려고

 

자기야...

 

야릇한 느낌이
들면서 궁금해진다

 

폭풍우가 불면
애들은 늘 이렇게

 

엄마 아빠 사이에서
자는 꿈을 꿀까?

 

(다음 시간에 계속)

 

부부 섹스장면까지 봤군

 

아니, 상상한 거야

 

그 나이 땐
그런 거 상상하잖아

 

이 정도면 우습지

 

당신 클로드한테 끌려?

 

무슨 소리야?

 

클로드 글쓰기
도와준 후로

 

우리 섹스 안 했어

 

정말?

 

하긴 놀랄 것도 없지

 

학생 사랑하는
교사가 왜 없겠어?

 

걔는 남자애야

 

난 여자가 좋다고

 

어린애니까 새로운
자극이 됐겠지

 

겨우 16살인데!

 

걔한테 끌린 건 맞지만...

 

재능이 있어 보여서...

 

도와주려고
한 것뿐이라고

 

우리 둘은
공원을 바라본다

 

그녀는 사과 한입 물고
하늘을 본다

 

날씨 정말 좋다

 

중국 예술가 생각나네

 

그 사람 작품
단순하면서 아름다워

 

그늘 사이로
드러나는 하늘

 

공원 모습은
늘 변하는 것 같다

 

오래전 토요일 오후...

 

엄마는 나한테
그네를 태워주셨지

 

지금은 이렇게
약이나 사고팔고

 

양로원 놀이터가 됐다

 

저 벤치 보이지?

 

지난여름에
너 자주 온 거 알아

 

이 공원 좋아하잖아

 

근처에 집이
많아서 좋아요

 

벤치에 앉아서
쭉 돌아보면

 

진짜 구경거리 투성이죠

 

이 집 처음 보곤
푹 빠졌어

 

도심이면서, 자연에
둘러싸인 게 멋지잖아

 

하늘과 공원...

 

에스더는 피부가
어찌나 뽀얀지

 

사과처럼
달콤할 것 같다

 

- 괜찮으세요?
- 허리가 좀

 

수술받았는데
가끔 이래

 

예전엔 라파랑
조깅도 했었는데

 

지금은 못 해

 

춤도 못 추고

 

석양빛을 받으며
춤추는 그녀를 상상한다

 

맨발로, 노란 낙엽 위를
미끄러진다

 

'노란 낙엽 위를
미끄러진다'

 

미끄러져?
술 먹고 취했냐?

 

사과는 진짜냐?
상징이야?

 

'맨발', '노란 낙엽'
카탈로그 문구 같군!

 

- 카탈로그요?
- 보여주지

 

'펑 탕 - 존재하는 사물들'

 

'펑 탕의 작품세계 탐구'

 

'동서양의 접점에서
태어난 침묵... '

 

'이 고요함이
소음을 잠재운다'

 

'고막이 찢기는 아우성... '
어쩌고저쩌고

 

읽어 봐

 

이런 카탈로그는
최악의 문장이야

 

물건 팔려고
갖다 붙이기는!

 

변태들 장난이지 뭐냐?

 

예술 좋아하시네
똥이다 똥!

 

- 부인에게도 말했어요?
- 물론

 

'맨발로, 노란 낙엽 위를
미끄러진다'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라고

 

웡리를 접대하는 날

 

웡리가 술집에서
완전히 맛이 가서

 

어떤 아가씨를
심하게 희롱했어

 

난 목숨 걸고
이 인간을 구해냈지

 

근데 내가 자길
무시했다잖아!

 

거기 전에도 갔었어?

 

아니

 

거래처 취향이지
누군 박물관...

 

누군 축구장...
누군 짐승이라고!

 

그 짐승하고
놀았단 거네!

 

그냥 여자 나오는
술집이야!

 

여자 나오는 술집?
말 다했다

 

나 원래 그런 술집
근처에도 안 가

 

사장이야 늘 드나들지

 

이번엔 할 수 없이
일 때문에 간 거라고

 

어쩔 수 없이 가셨다?

 

여자들과 술도
안 마시고, 춤도 안 췄어?

 

그래, 딱 두 잔 마셨다!

 

이젠 당신 못 믿어

 

여보...

 

손대지 마!

 

더러워

 

지겨워, 못 해먹겠다

 

그렇게도 못 믿어?

 

드디어 내게 기회가 왔다

 

그런데...

 

처음으로 두려워진다

 

받으세요

 

어젯밤에 한숨 못 잤어

 

'비는 춤추지 않으리'가
무슨 의미지?

 

느낀 대로 받아들여요

 

당신 마음이죠

 

우리 집 남자들 모두
너를 많이 좋아하지만

 

이 시를 보면
충격받을 거야

 

'맨발로, 노란 낙엽 위를
미끄러진다'

 

당신을 위해
쓴 시라고요

 

나머지는 알겠는데

 

비 얘기는
이해를 못하겠어

 

'낙엽 위를 미끄러진다
비는 춤추지 않으리'

 

영리한 녀석!

 

여자에게 시를 써줬군

 

네, 시를 줬어요

 

잘했다

 

이 여자가 받은
생의 첫 시란 말씀

 

이 집 남자들
감수성은 꽝이거든

 

근데 간질간질한 시를
날렸으니

 

여자 가슴에
불 지른 거야

 

그렇게 여자를
꼬신 거 아니에요

 

알겠다

 

젊은 혁명가가
유부녀에게 넘어갔군

 

선생님 말씀대로
편견 없이 본 거고

 

난 에스더를 여기에서
탈출시킬 거예요

 

정신 차리시지!

 

이 좋은 집도 인테리어
하겠다는 여자야!

 

넌 집세도 못 낼 신세고!

 

이 시 알 것 같은데

 

비에 대한 건 모르겠어

 

'비는 춤추지 않으리'

 

캐릭터만 바꾸랬더니!

 

막장 중의 막장이다!

 

어이가 없군

 

도를 한참 넘었어

 

하고 싶은 대로
하라면서요

 

난 키스하고 싶어

 

(다음 시간에 계속)

 

이건 어때?

 

가방 아냐?

 

타이어로 만든
수제가방!

 

공정무역 몰라?

 

배낭, 침대 커버
지갑도 있어

 

괜찮네

 

중국 거야?

 

아니, 아프리카!

 

좋군, 다 팔릴 거야

 

갤러리가
시장판인 줄 알아?

 

지는 해의 석양빛이

 

여자의 다리와 목을
애무한다

 

에스더...

 

지루한 삶에 지친
여자가 잠들어 있다

 

평화롭게 잠든
모습을 지켜보며

 

쌔근대는 숨소리에
매료된다

 

다시 이 여자에
깊은 욕망을 느낀다

 

무슨 소리지?

 

내가 가볼게요

 

라파!

 

왜 내가 너를 택했냐고?

 

넌 다르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평범하잖아

 

그럼 왜?

 

키스 한번 하려고?

 

- 안녕하세요?
- 그래

 

- 라파 아통 왔나?
- 아뇨

 

- 어디 있지?
- 안 왔어요

 

- 확실해?
- 그렇다니까요

 

잠깐 기다려라

 

저기요

 

- 웬일이세요?
- 라파 집에서 전화 왔어요?

 

아뇨

 

안녕하세요
학교 행정실인데요

 

오늘 아드님이
결석을 해서...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뭐래요?

 

독감이래요

 

수업 끝났다, 가봐

 

수업 안 하셨는데요

 

한 걸로 하고 그냥 가

 

클로드는 잠깐 남고

 

자살 얘기 싫으시군요
바꿨어요

 

너무 심했어

 

몰래 그 집에 들어가서

 

아들을 죽음으로 몰고
엄마를 유혹하고

 

- 넌 욕망과 글을 혼동하고 있어
- 선생님한테 배웠어요!

 

누구라도 이 글을 보면...

 

심각해지는 거 몰라?

 

나도 곤란해져

 

그만두라고요?

 

그래

 

너무 늦었어요
선생님이 부추겨놓고!

 

레슨은 끝났다

 

미안하다
내가 실수했어

 

2학년 첫날 기억나요

 

학교 때려치우고
싶었는데

 

선생님이 내 작문에
B+를 주셨죠

 

이젠 포기 못 해요

 

포기 못 해?

 

그럼 네 얘기나
다른 얘기를 써!

 

라파 얘기는 중단해

 

내가 만든 캐릭터는
어쩌고요!

 

절대 포기 못 해요

 

더 이상 읽지 않겠다

 

패배자

 

무슨 일이야?

 

사장이 웡리 접대비
갖고 또 난리야

 

날 개무시하더군

 

사람취급도 안 해!

 

그랬구나

 

- 에스더
- 응?

 

그놈 차에 불 질렀어

 

누구 차?

 

사장

 

- 왜?
- 나도 몰라

 

그렇게 안 하면
미칠 것 같았어

 

이 회사가 내 목을 졸라!

 

누가 봤어?

 

나도 몰라

 

당신 무슨 말
하려는지 알아

 

제발 한 번만 더
기회를 줘

 

나도 할 얘기가 있어

 

뭔데?

 

임신했어

 

잘됐다!

 

왜 진작 말 안 했어?

 

당신이 좋아할지
몰라서

 

사랑해

 

라파? 뭔 일 있니?

 

부탁이 있어요

 

뭔데?

 

수학선생님
구해주세요

 

클로드는?

 

그 자식 안 봐요

 

서로에게
미소를 보내며

 

이 가족은
모든 상처에서 회복됐다

 

이리 오렴

 

이 집에 들어오는 걸
1년이나 꿈꿨고

 

결국 들어왔다

 

완벽한 가족을
가까이에서 보면서

 

이들의 일부가
될 것만 같았다

 

근데 이 집에
내 자리는 없다

 

(다음 시간에 계속)

 

무슨 일 있었니?

 

내 팀원을 괴롭히는
인간을 어떻게 할까?

 

글쎄

 

당연히 박살 내줘야지

 

- 아빠와 난 같은 팀이야
- 알아

 

우리 엄마는...

 

농구 안 해도 우리 팀이고

 

그렇겠지

 

엄마 괴롭히면
가만 안 둬!

 

그놈도 애비도
내 손에 죽는다

 

그런 놈한테 키스한
변태는 뭘까?

 

어쩔래?

 

다시 생각해봤는데

 

가족의 회복은
엔딩으로 별로야

 

잘 해결하라고

 

그만 쓸게요

 

정말 관둔다고?

 

하지 말라면서요

 

수학공부나 할래요

 

수학은 날 배신 안 해요

 

A안

 

'라파 부자가
클로드를 죽인다'

 

B안

 

'클로드가 둘을 죽이고
여자를 차지한다'

 

C안

 

'세 남자가 있는 집을
에스더가 불낸다'

 

골라 마무리하시죠

 

시작한 사람이 끝내야지!

 

내가 할 순 없다

 

성공적 엔딩은
이런 느낌을 줘야 돼

 

'의외의 결론이지만
다른 대안은 없다'

 

D안

 

'에스더가 말한다
비는 춤추지 않으리'

 

애정 없는 남편과 아들

 

그녀에겐 모두 지옥이다

 

삶은 의미 없고
숨이 막힌다

 

여자가 집을
뛰쳐나가니

 

그가 공원 벤치에서
기다린다

 

남자에게 달려간다

 

함께 있다

 

키스한다

 

19세기 로맨스 같구나

 

- 왔네!
- 안녕하세요?

 

여기 오면
만날 줄 알았어요

 

이거 네 시야

 

버릴 수가 없더구나

 

당신과 떠나려고 왔어요

 

- 뭐라고?
- 당신과 나...

 

이 집과 가족을
떠나야 돼요

 

그건 안 돼

 

왜요?

 

넌 너무 어려, 클로드

 

우리 일은
없었던 거다, 잊어

 

- 그건...
- 마술 같았죠

 

마술은 현실이 아니잖니

 

두 사람에게도
상처가 될 거야

 

- 누구요?
- 라파랑 아빠

 

누굴 상처 주려는 건
아니에요

 

클로드, 안 돼

 

- 사랑해요
- 아냐

 

네가 사랑하는 건
내가 아냐

 

환상일 뿐이야

 

네가 만들어낸 내 모습...

 

난 이삿짐 싸러 갈게

 

- 이사 가요?
- 그래

 

집수리 안 해요?

 

라파가 직장 관두고
중국 가려고

 

거기 동업자가 있어

 

다시 해보려고

 

새롭게 살아볼 거야

 

어떡하니

 

슬퍼하지 마

 

잘 가라, 클로드

 

잘 지내고

 

에스더!

 

가족에게는
내가 필요해

 

오늘은 특별한
날이지만...

 

보통처럼
6시 45분에 일어나서

 

아빠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언제나처럼
8시에 집을 나선다

 

수요일이니
1교시 영어

 

2교시 역사
3교시 문학

 

그리고 수학이다

 

그러나 오늘
내가 가는 곳은

 

학교도, 라파네 집도 아니다

 

얘길 마무리해야지

 

제르망도 끝나고...

 

내 선생님도 끝이다

 

라파!

 

라파!

 

지난번 일은
기분 풀어라

 

오늘 배울 시에도 나와

 

구부러져도
부러지지는 말아야지

 

'떡갈나무와 갈대'

 

'나무가 갈대에게 말한다'

 

'세상이 그런 탓이다'

 

'분노가 바람이 되어
저 너머에서 불어온다'

 

'북쪽의 강한 바람은'

 

'갈대를 굽힐 뿐
꺾지 못하니'

 

 

앉아라

 

교장실로 가실까요?

 

- 지금요?
- 네

 

클로드 가르시아?

 

결석입니다

 

라파 아통?

 

너도 따라와

 

지친 그녀를 만나러 왔다

 

그녀 남편에 대해서라면
난 꽤 많이 안다

 

자기 부인 예술을
쓰레기 취급하는 사람

 

- 네가 클로드구나?
- 맞아요

 

나를 위아래로 훑어본다
생각과 다른가?

 

수업 없니?

 

학교 관두려고요

 

뭐하려고?

 

수학 어렵다고
난리들인데

 

과외선생으로
일하면 돼요

 

- 정말?
- 그럼요

 

예술품 카탈로그
글도 써주고

 

선생님이 나보고
잘 쓴댔어요

 

하긴 너 상상력이
풍부하더라

 

들어가도 돼요?

 

제르망은 없어

 

알아요

 

정말 재수 없어!

 

돌아버리겠군

 

멍청한 자식들!

 

클로드 결석했지?

 

어떻게 알았어?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단순한 마음 '

 

여기 왔었어?

 

집에 들였다고?

 

당신 맘대로
안 되는 것도 있지

 

드디어 그의 집 안에
들어왔다

 

여행 가려고?

 

책 돌려드리려고요
갤러리는 문 닫아서

 

책을 꺼내서
책꽂이에 꽂았다

 

시기별로 정리했다

 

톨스토이...

 

러시아사람 싫어

 

안나 카레리나
첫 장과 마지막만 읽었어

 

갑자기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오는데

 

내가 책을 집자
그녀가 웃는다

 

'폭풍 속의 아이 '

 

남편이 20년 전에 썼어
말 안 하든?

 

아뇨, 어떤 얘긴데요?

 

뻔한 사랑 얘기

 

얼마나 형편없는지
본인도 알아

 

슬프네요

 

제르망은 머리가 나빠

 

넌 그이 닮았는데
재능은 있어 보인다

 

에스더와는 다르지만
욕망이 솟아난다

 

그 책은 가져라

 

여자가 준비한
점심을 먹으며

 

갤러리, 수학 얘기도 했고

 

이런저런 얘기 하다가
그 집 얘기가 튀어나왔다

 

에스더는 절대 라파를
떠나지 않아

 

힘들지만 회복할 거야

 

끈끈한 뭔가 있거든

 

맞아요

 

서로 사랑해서
둘째도 낳는대요

 

그건 몰랐구나

 

왜 아이를 갖지
않았어요?

 

그냥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

 

각자 일에 바쁘고...

 

그런데 어떻게 그이와
가까워진 거니?

 

그이가 아들을 원해서
그런가 싶기도 해

 

아들을 원했대요

 

그렇게 말해?

 

선생님 말로는...

 

아이를 낳을 수 없는 건...

 

당신 때문이라고

 

그이가 그러든?

 

 

여보세요

 

뭐?

 

아뇨, 누구세요?

 

알았어요

 

제르망 해고됐대

 

왜요?

 

라파가 시험지
사건 다 말했어

 

제르망을
처음 만난 순간

 

어떻게 사는지
정말 궁금했다

 

어떤 집에 사는지

 

부인은 어떤지

 

뭐를 하는지

 

아이들은 있는지

 

아직도 서로 사랑하는지

 

쟝...

 

쟝...

 

제르망 부인이
내 앞에 잠들어있고

 

부드러운
숨소리가 들린다

 

스커트가 올라가자
뽀얀 피부가 드러나고

 

발 예쁜 건
에스더랑 비슷하다

 

내가 여기서
뭘 하는 거지?

 

선생님 부인이
잠자는 걸 보니

 

교실 뒷줄에만 앉던
제자의 욕정이 타오른다

 

내 소설의 엔딩을
찾던 중이었는데

 

얘기는 이 집에서
마무리될 것 같다

 

뭐 하는 거야?

 

짐 싸는 거야

 

- 떠나?
- 그래

 

- 우리, 갤러리 다 끝났어
- 어디로 가려고?

 

몰라, 엄마한테

 

제정신이야?
남편 해고당한 날?

 

'사랑받지 못한
에스더는 남편을 떠나고'

 

'클로드는
아들이 될 수 없다'

 

무슨 소리야?

 

당신 그 애랑 잤어?

 

'다음 시간에 계속'

 

그 애랑 잤군
내 눈을 봐!

 

- 당신 미쳤어
- 그 자식이 너를?

 

'밤의 끝으로의 여행'

 

클로드!

 

안녕하세요, 어떠세요?

 

괜찮다

 

- 앉아도 돼요?
- 물론

 

그 책 엔딩은 해결했니?

 

아뇨, 포기했어요

 

선생님 책 가져왔어요

 

부인이 빌려줬거든요

 

버려, 쓰레기야

 

재밌는 사랑 얘기
맘에 들던데

 

그럼 가져라

 

여기서 보니 창문이
가지각색이네요

 

재밌구나

 

멀리서 라파네 집을
지켜볼 때

 

객석에 앉은
기분이었어요

 

늘 궁금했죠

 

저 사람들은
어떻게 살까?

 

저기 봐요

 

두 여자가 왜 저럴까요?

 

누군지 알아요?

 

아니

 

싸우는 것 같구나

 

둘이 자매 같아

 

유산 놓고 싸우는 거야

 

레즈비언 커플이
헤어지는 거예요

 

상속받은 집 놓고
싸우는 거야

 

한 명은 팔겠다
한 명은 안 된다

 

둘이 사귀다가

 

금발 머리가
배신하면서 깨진 거죠

 

갈색 머리 말씀
'그 여자는 내 거야! '

 

여자 손을 봐요

 

'내가 먼저 찜했다니까'

 

'어쩐지, 너 이런
인간이었어? '

 

'죽으면 죽었지
이 집 못 팔아'

 

'아빠가 이 집을
얼마나 좋아하셨는데! '

 

쌍둥이로 갈까요?

 

아니

 

1층 오른쪽 집

 

그만해라

 

수학선생
필요한 집은 아니다

 

구실이야 많아요

 

어떤 집이든
틈은 있게 마련

 

방법만 찾으면
간단하죠

 

나 좀 도와줄래요?

 

제르망 선생님은
다 잃었다

 

부인, 직장...

 

하지만 그의 곁에
남은 나는...

 

다음 얘기를 시작한다

 

(다음 시간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