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00:00:05,631 --> 00:00:08,634 수입/배급: ㈜엔케이컨텐츠 2 00:00:18,435 --> 00:00:21,479 장국영 3 00:00:21,479 --> 00:00:24,900 임청하 4 00:00:24,983 --> 00:00:28,737 양조위 5 00:00:28,821 --> 00:00:32,574 유가령 6 00:00:32,658 --> 00:00:35,744 양가휘 7 00:00:35,828 --> 00:00:38,664 양채니 8 00:00:38,747 --> 00:00:42,375 장학우 9 00:00:42,459 --> 00:00:45,796 특별출연 장만옥 10 00:00:45,879 --> 00:00:49,717 각본/감독 왕가위 11 00:01:26,419 --> 00:01:32,009 움직이는 것은 깃발도 바람도 아닌 12 00:01:32,009 --> 00:01:35,470 바로 그대의 마음이다 13 00:01:35,470 --> 00:01:38,974 동사서독 리덕스 14 00:01:40,934 --> 00:01:44,604 올해는 오황이 태세를 만나 천하가 가뭄에 시달렸다 15 00:01:45,480 --> 00:01:47,274 가뭄은 문제를 불러오고 16 00:01:47,733 --> 00:01:49,818 내게도 일거리가 들어온다 17 00:01:50,568 --> 00:01:54,447 내 이름은 구양봉 백타산에서 왔다 18 00:01:54,990 --> 00:01:57,743 문제 해결이 내 일이다 19 00:01:58,744 --> 00:02:00,954 40대쯤 되어 보이는데 20 00:02:04,124 --> 00:02:05,500 살다 보면 21 00:02:06,209 --> 00:02:09,713 숨기고 싶은 일이나 싫은 자가 있지 않소? 22 00:02:11,423 --> 00:02:12,966 당신을 괴롭히는 사람을 23 00:02:14,134 --> 00:02:18,180 죽이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을 거요 24 00:02:21,684 --> 00:02:23,018 근데 용기가 없었군요 25 00:02:26,521 --> 00:02:28,774 필요성을 못 느꼈거나 26 00:02:32,152 --> 00:02:35,405 사람을 죽이는 건 그리 어려울 게 없소 27 00:02:37,616 --> 00:02:39,076 내 친구 중에 28 00:02:39,284 --> 00:02:43,246 뛰어난 실력을 갖췄으나 형편이 어려운 자가 있소 29 00:02:44,372 --> 00:02:49,336 돈만 조금 쥐여주면 사람을 죽여 줄 거요 30 00:02:53,215 --> 00:02:54,466 생각해 보시오 31 00:02:55,592 --> 00:02:57,636 살인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32 00:02:58,846 --> 00:03:02,599 먹고 살기 위해 많은 사람이 위험을 무릅쓴다 33 00:03:03,516 --> 00:03:08,814 난 백타산을 떠나 사막에서 새 삶을 시작했다 34 00:03:14,611 --> 00:03:17,614 경칩 35 00:03:18,573 --> 00:03:24,204 매년 경칩 즈음이면 찾아오는 친구가 있다 36 00:03:25,330 --> 00:03:26,957 황약사라고 하는데 37 00:03:27,625 --> 00:03:31,169 신기하게도 항상 동쪽에서 온다 38 00:03:32,254 --> 00:03:34,798 몇 년 동안 늘 그랬다 39 00:03:35,674 --> 00:03:38,260 올해는 황약사가 선물을 가져왔다 40 00:03:43,348 --> 00:03:45,142 어떤 여인을 만났는데 41 00:03:47,686 --> 00:03:49,146 술을 한 병 주더군 42 00:03:52,024 --> 00:03:56,111 술 이름이 취생몽사야 43 00:03:56,945 --> 00:04:01,659 한 잔만 마시면 지난 일을 모두 잊게 된대 44 00:04:03,451 --> 00:04:04,870 믿어지지 않았지 45 00:04:06,163 --> 00:04:07,915 그런 술이 있다니 말이야 46 00:04:10,542 --> 00:04:11,627 그렇게 말했더니 47 00:04:13,461 --> 00:04:15,172 인간이 번뇌가 많은 건 48 00:04:16,506 --> 00:04:18,133 기억력 때문이라더군 49 00:04:19,217 --> 00:04:23,722 잊을 수만 있다면 하루하루가 새로울 거라면서 50 00:04:25,223 --> 00:04:26,684 그렇다면 얼마나 좋겠나? 51 00:04:31,021 --> 00:04:33,857 자네 주려고 가져온 술이긴 하지만 52 00:04:36,359 --> 00:04:37,569 같이 마셔도 될까? 53 00:04:40,572 --> 00:04:41,907 자네만 괜찮다면 54 00:04:45,493 --> 00:04:48,496 나는 터무니없는 말을 쉽게 믿지 않는다 55 00:04:51,166 --> 00:04:53,794 그래서 술은 마시지 않았다 56 00:04:57,715 --> 00:04:59,132 효과가 있었던 걸까? 57 00:05:01,509 --> 00:05:04,805 그날 밤 황약사는 많은 걸 잊어버렸다 58 00:05:10,018 --> 00:05:11,770 처음 만났을 때 기억하나? 59 00:05:16,483 --> 00:05:17,985 기억 안 나네 60 00:05:20,320 --> 00:05:24,324 - 여기는 어떻게 왔지? - 나도 모르겠네 61 00:05:26,994 --> 00:05:28,578 새장은 왜 쳐다보나? 62 00:05:30,455 --> 00:05:31,456 엄청 63 00:05:32,666 --> 00:05:33,792 낯이 익어 64 00:06:37,355 --> 00:06:38,565 황약사는 잔뜩 취했고 65 00:06:39,650 --> 00:06:41,151 새벽이 되자 떠났다 66 00:06:41,985 --> 00:06:46,364 무슨 고민인지는 몰라도 여자와 관련된 듯했다 67 00:06:52,579 --> 00:06:56,499 한 달 후 황약사는 남쪽으로 갔다 68 00:06:58,251 --> 00:07:00,378 친한 친구의 고향이 있는 곳이다 69 00:07:03,090 --> 00:07:07,302 친구가 결혼하던 해에도 머무른 적 있는데 70 00:07:08,595 --> 00:07:11,682 어느 날 친구는 집을 떠났고 71 00:07:13,684 --> 00:07:17,938 황약사도 마을을 나와 두 번 다시 돌아가지 않았다 72 00:09:28,485 --> 00:09:30,195 술 한 잔 받겠나? 73 00:09:30,612 --> 00:09:32,114 오늘은 물이나 마시지 74 00:09:54,552 --> 00:09:56,013 우리 아는 사이던가? 75 00:09:59,599 --> 00:10:00,934 그 이상이네 76 00:10:02,728 --> 00:10:04,647 옛날엔 절친한 친구였지 77 00:10:06,564 --> 00:10:07,941 지금은 아니야 78 00:10:14,322 --> 00:10:15,490 여긴 왜 왔나? 79 00:10:18,285 --> 00:10:19,953 얼마 전에 누굴 만났는데 80 00:10:22,039 --> 00:10:23,581 취생몽사라는 술을 받았어 81 00:10:24,875 --> 00:10:28,879 마시면 지난 일을 전부 잊는다고 하더군 82 00:10:31,131 --> 00:10:32,465 마셔봤는데 83 00:10:33,425 --> 00:10:34,509 정말 그랬지 84 00:10:35,803 --> 00:10:37,387 한번 마셔보겠나? 85 00:10:40,933 --> 00:10:43,185 술과 물이 뭐가 다른지 아나? 86 00:10:46,146 --> 00:10:47,773 술은 마음을 데우지만 87 00:10:50,483 --> 00:10:52,235 물은 몸을 차갑게 만들지 88 00:11:02,830 --> 00:11:04,247 또 만날 수 있을까? 89 00:11:05,749 --> 00:11:06,834 아니 90 00:11:09,628 --> 00:11:14,758 다시 만나는 날, 이자를 죽이겠다고 맹세했지만 91 00:11:16,384 --> 00:11:17,761 그럴 수 없었다 92 00:11:19,554 --> 00:11:21,932 이미 내 눈은 시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93 00:11:23,100 --> 00:11:24,559 남자야, 여자야? 94 00:11:31,108 --> 00:11:35,738 나는 위대한 대연국의 공주이다 95 00:11:37,155 --> 00:11:38,824 무례하기 짝이 없군 96 00:11:40,826 --> 00:11:42,828 죽고 싶은 모양이지? 97 00:11:50,794 --> 00:11:51,962 취했군 98 00:12:42,095 --> 00:12:45,849 기억을 잃은 사람은 함부로 나서선 안 된다 99 00:12:47,142 --> 00:12:51,438 원수마저 잊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100 00:12:52,981 --> 00:12:57,027 그날 황약사는 자칫하면 죽을 뻔했다 101 00:13:10,540 --> 00:13:13,251 한 해 중 몇 달 정도는 일이 없기도 하다 102 00:13:14,211 --> 00:13:16,880 작년 입춘 후에는 일이 전혀 없어서 103 00:13:17,464 --> 00:13:19,967 한 달 동안 손님 한 명이 다였다 104 00:13:21,468 --> 00:13:23,303 사람을 죽여주시오 105 00:13:24,262 --> 00:13:26,556 황약사라는 자요 106 00:13:27,975 --> 00:13:32,229 황약사는 실력이 뛰어나 죽이기 어렵소 107 00:13:32,896 --> 00:13:36,233 죽여만 준다면 돈은 얼마든지 드리지 108 00:13:37,234 --> 00:13:41,238 단, 조건이 있소 가장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109 00:13:41,404 --> 00:13:43,616 죽게 해 주시오 110 00:13:44,449 --> 00:13:46,076 왜 죽이려는 거요? 111 00:13:53,000 --> 00:13:54,334 내 여동생을 버렸소 112 00:13:55,919 --> 00:13:57,462 다른 여자 때문에! 113 00:14:00,090 --> 00:14:04,302 사내는 모용 공자의 후손 모용연이라고 했다 114 00:14:05,053 --> 00:14:08,431 황약사와는 고소성 밖 복숭아밭에서 만났다 115 00:14:09,182 --> 00:14:15,188 그날은 입춘이었다 따스한 동풍이 불어오며 116 00:14:15,313 --> 00:14:17,274 새봄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117 00:14:18,358 --> 00:14:21,987 그날 황약사는 모용연에게 농담을 던졌다 118 00:15:04,071 --> 00:15:05,572 자네에게 여동생이 있다면 119 00:15:06,740 --> 00:15:08,575 내 아내로 맞이하지 120 00:15:21,714 --> 00:15:22,756 좋아 121 00:15:23,632 --> 00:15:27,761 미리 말해두지만 약속은 꼭 지키게 122 00:15:29,221 --> 00:15:30,973 만약 약속을 어긴다면 123 00:15:32,557 --> 00:15:33,892 내 손에 죽을 테니까 124 00:15:36,812 --> 00:15:40,649 모용연의 동생을 만나기로 한 날 125 00:15:42,234 --> 00:15:43,944 황약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126 00:16:44,504 --> 00:16:46,339 제 오라버니가 왔었나요? 127 00:16:47,340 --> 00:16:48,508 오라버니가 누구요? 128 00:16:50,636 --> 00:16:52,930 모용연이라고 해요 129 00:16:53,764 --> 00:16:54,765 왔었소 130 00:16:56,391 --> 00:16:58,143 누구를 죽여달라 했죠? 131 00:16:59,061 --> 00:17:00,062 모르겠소이다 132 00:17:00,938 --> 00:17:02,981 황약사를 죽이는 날에는 133 00:17:04,482 --> 00:17:06,109 당신도 무사하지 못해요 134 00:17:09,446 --> 00:17:10,906 큰돈이 걸려있소 135 00:17:12,616 --> 00:17:15,035 거절하기엔 손해가 크오 136 00:17:17,495 --> 00:17:20,791 이 정도 돈을 주는 사람은 요즘 거의 없소 137 00:17:21,667 --> 00:17:26,797 일을 거절해 준다면, 돈을 두 배로 보상해 드리지요 138 00:17:27,881 --> 00:17:31,259 대신, 조건이 하나 있어요 139 00:17:32,344 --> 00:17:33,887 사람을 죽여주세요 140 00:17:34,638 --> 00:17:36,306 제 오라버니 모용연을요! 141 00:17:39,476 --> 00:17:41,436 사이가 묘한 남매로군 142 00:17:43,689 --> 00:17:46,608 - 오라버니가 싫소? - 그래요 143 00:17:48,193 --> 00:17:50,362 저와 황약사를 못 만나게 해요 144 00:17:51,613 --> 00:17:55,784 저를 소유물로 생각하죠 반드시 죽여야 해요! 145 00:18:07,963 --> 00:18:09,715 여동생이 찾아왔었소? 146 00:18:11,174 --> 00:18:12,300 그렇소 147 00:18:12,885 --> 00:18:17,014 동생에게 흑심을 품는다면 당신도 죽은 목숨이오 148 00:18:17,681 --> 00:18:19,557 동생을 많이 걱정하는군요 149 00:18:19,933 --> 00:18:23,436 유일한 혈육이니 내가 돌봐야 하오 150 00:18:24,146 --> 00:18:27,065 - 무엇을 부탁했소? - 사람을 죽여 달랬소 151 00:18:31,194 --> 00:18:32,655 바로 모용연을요 152 00:18:37,367 --> 00:18:39,536 황약사가 시켰을 거요 153 00:18:39,787 --> 00:18:41,789 동생이 스스로 원한 일이오 154 00:18:43,540 --> 00:18:44,792 벗어나고 싶어 했소 155 00:18:45,417 --> 00:18:46,835 내가 죽기 전에는 156 00:18:47,878 --> 00:18:49,296 벗어날 수 없을 거요 157 00:19:11,735 --> 00:19:13,486 오늘 오라버니를 만났죠? 158 00:19:17,700 --> 00:19:18,826 그렇다고 하던가요? 159 00:19:20,786 --> 00:19:21,954 왜 안 죽였죠? 160 00:19:25,373 --> 00:19:26,750 돈을 못 받을까 봐요 161 00:19:29,461 --> 00:19:33,006 모용연에겐 약점이 있어서 죽이는 게 쉽지 않소 162 00:19:34,257 --> 00:19:35,592 약점이 궁금하오? 163 00:19:37,052 --> 00:19:38,136 당신이오 164 00:19:44,184 --> 00:19:48,105 당신이 부탁한 걸 말하고 모용연의 반응을 봤소 165 00:19:49,606 --> 00:19:51,692 황약사를 못 만나게 하는 건 166 00:19:53,526 --> 00:19:54,862 당신을 좋아하기 때문이오 167 00:19:56,196 --> 00:20:00,075 오라버니는 대체 당신을 얼마나 좋아하는 거요? 168 00:20:01,159 --> 00:20:03,370 평생 곁에 있기를 원해요 169 00:20:04,454 --> 00:20:07,791 - 당신을 원하는군요 - 저도 알아요 170 00:20:08,626 --> 00:20:10,168 오라버니는 절 좋아하나 171 00:20:11,503 --> 00:20:13,380 전 황약사를 좋아하죠 172 00:20:14,965 --> 00:20:18,176 - 가슴 아프겠소이다 - 그게 어때서요? 173 00:20:19,344 --> 00:20:21,138 저도 너무나 괴로운데 174 00:20:21,680 --> 00:20:23,556 왜 홀로 견뎌야 하나요? 175 00:20:25,225 --> 00:20:27,853 사랑을 이루지 못하는 고통을 느껴보라죠 176 00:20:29,772 --> 00:20:30,939 잔인하군요 177 00:20:32,190 --> 00:20:34,735 - 죽으면 어떨 것 같소? - 죽어 마땅해요! 178 00:20:38,405 --> 00:20:40,115 그런데 그건 왜 묻죠? 179 00:20:42,200 --> 00:20:45,162 모용연의 요구 조건을 천천히 생각해 봤소 180 00:20:45,704 --> 00:20:47,039 가장 고통스러운 죽음은 181 00:20:48,331 --> 00:20:52,127 사랑하는 연인의 죽음을 보는 거요 182 00:20:54,004 --> 00:20:55,297 하지만 불가능하오 183 00:20:56,089 --> 00:20:59,134 당신을 죽였다간 돈을 못 받을 테니까 184 00:21:04,723 --> 00:21:05,849 그렇지 않소? 185 00:21:38,340 --> 00:21:39,800 누가 절 죽이려 해요 186 00:21:44,847 --> 00:21:47,057 왜 당신을 죽이려 하오? 187 00:21:50,102 --> 00:21:52,479 황약사가 저를 사랑하니까요 188 00:21:56,692 --> 00:21:58,110 절 지켜주세요 189 00:22:00,112 --> 00:22:02,155 모용연의 동생이 돌아가길 거부하여 190 00:22:03,448 --> 00:22:06,827 마음을 진정시킬 겸 술을 권하자 191 00:22:07,745 --> 00:22:09,412 곧 잠이 들었다 192 00:22:14,167 --> 00:22:16,169 동생을 어디에 숨겼소? 193 00:22:16,586 --> 00:22:18,380 왜 여기 있다고 생각하오? 194 00:22:19,547 --> 00:22:21,508 동생은 당신을 만나고 195 00:22:22,467 --> 00:22:24,970 행방이 묘연해졌소이다 196 00:22:27,180 --> 00:22:30,976 누가 자기를 죽일 거라며 지켜달라고 왔었소 197 00:22:31,852 --> 00:22:33,270 하지만 바로 떠났다오 198 00:22:34,562 --> 00:22:35,939 집으로 가지 않았소? 199 00:22:36,899 --> 00:22:38,817 원한을 살 일이 없는 아이를 200 00:22:39,943 --> 00:22:42,320 대체 누가 죽이려고 한단 말이오? 201 00:22:43,280 --> 00:22:46,950 황약사가 사랑하는 여인이기 때문이라더군요 202 00:22:47,868 --> 00:22:49,202 무슨 소리! 203 00:22:49,870 --> 00:22:53,290 사랑하는 여인을 왜 떠났겠소? 204 00:22:59,046 --> 00:23:03,175 어떤 사람은 떠난 후에야 사랑을 깨닫기도 하오 205 00:23:07,470 --> 00:23:09,264 황약사가 그런 사람이오 206 00:23:10,265 --> 00:23:11,266 아니오! 207 00:23:12,976 --> 00:23:14,269 어떻게 확신하오? 208 00:23:21,234 --> 00:23:23,570 황약사가 사랑하는 건 다른 여인이니까 209 00:23:26,907 --> 00:23:31,787 사람은 언제나 고통을 숨길 방법을 찾아낸다 210 00:23:32,955 --> 00:23:37,710 모용연과 동생 모용언은 한 사람이었다 211 00:23:38,961 --> 00:23:42,923 마음에 입은 상처를 두 인격으로 감춘 것이다 212 00:23:43,632 --> 00:23:45,217 취했소, 모용연 213 00:23:45,884 --> 00:23:47,010 모용연? 214 00:23:51,306 --> 00:23:52,725 잘못 보셨군요 215 00:23:54,059 --> 00:23:55,769 전 모용연이 아니에요 216 00:23:57,312 --> 00:23:59,898 저는 위대한 대연국의 공주이자 217 00:24:01,024 --> 00:24:02,567 모용 가문의 여식 218 00:24:03,986 --> 00:24:05,570 모용언이라고 해요 219 00:24:08,490 --> 00:24:09,950 당신은 누구죠? 220 00:24:11,493 --> 00:24:13,078 내가 누군지 모르겠소? 221 00:24:23,922 --> 00:24:26,133 저와 혼인하겠다고 말씀하셨는데 222 00:24:27,425 --> 00:24:28,969 어찌 모르겠어요 223 00:24:32,430 --> 00:24:36,810 - 내가 그런 말을 했소? - 당신이 고소성에 왔던 날 224 00:24:38,478 --> 00:24:40,689 복사꽃 아래에서 함께 술을 마셨죠 225 00:24:42,399 --> 00:24:44,652 술에 취해 제 얼굴을 어루만지며 226 00:24:46,319 --> 00:24:51,283 제게 여동생이 있으면 아내로 맞겠다고 했죠 227 00:24:54,995 --> 00:24:59,124 제가 여자인 걸 알면서 왜 그런 거죠? 228 00:25:02,670 --> 00:25:04,421 술에 취해 한 말이오 229 00:25:05,505 --> 00:25:06,965 진지한 말은 아니었소 230 00:25:10,260 --> 00:25:14,014 당신의 그 말 때문에 전 계속 기다렸어요 231 00:25:16,391 --> 00:25:18,185 저도 데려가달라고 했지만 232 00:25:19,602 --> 00:25:21,146 당신은 거절했어요 233 00:25:22,856 --> 00:25:25,358 두 여인을 사랑할 수 없다면서요 234 00:25:26,609 --> 00:25:28,570 저 모용언을 사랑하면서 235 00:25:29,279 --> 00:25:31,323 어떻게 다른 여자도 사랑할 수 있죠? 236 00:25:37,162 --> 00:25:39,414 제가 그 여자를 찾아간 걸 알죠? 237 00:25:47,798 --> 00:25:50,300 당신이 사랑하는 여인이라길래 238 00:25:52,385 --> 00:25:56,223 죽이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했어요 239 00:25:57,432 --> 00:25:59,017 그럼 인정하는 거니까 240 00:26:06,233 --> 00:26:10,821 당신이 절 사랑하는지 수없이 자문해 봤어요 241 00:26:15,868 --> 00:26:17,703 이젠 아무래도 좋아요 242 00:26:21,039 --> 00:26:25,293 제가 못 견디고 물어보면 거짓말이라도 해줘요 243 00:26:26,837 --> 00:26:31,591 '당신은 내 사랑이 아니야'라는 말만은 하지 마세요 244 00:26:43,729 --> 00:26:45,188 그날 밤은 유난히 길게 느껴졌는데 245 00:26:46,314 --> 00:26:48,692 동시에 두 사람과 이야기하는 듯해서였다 246 00:26:50,027 --> 00:26:51,361 그 후에는 247 00:26:52,570 --> 00:26:55,658 모용언과 모용연을 구분할 수 없었다 248 00:27:06,584 --> 00:27:07,670 모용언? 249 00:27:11,799 --> 00:27:12,883 모용연? 250 00:27:16,136 --> 00:27:17,137 말해줘요 251 00:27:19,014 --> 00:27:21,058 당신이 사랑하는 건 누구죠? 252 00:27:27,022 --> 00:27:28,190 당신이오 253 00:27:29,441 --> 00:27:33,445 전에 같은 질문을 받았을 땐 대답하지 못했다 254 00:27:34,863 --> 00:27:36,489 하지만 황약사의 입장에서는 255 00:27:36,824 --> 00:27:40,035 대답하기에 어려울 것도 없었다 256 00:27:54,507 --> 00:27:58,511 그날 밤 잠자리에 들 때 날 만지는 손길이 느껴졌다 257 00:29:26,850 --> 00:29:28,518 날 원하는 건 아니었다 258 00:29:31,647 --> 00:29:33,440 다른 사람을 생각할 뿐 259 00:29:35,984 --> 00:29:37,527 나도 마찬가지였다 260 00:29:40,656 --> 00:29:41,990 따스한 손길이 261 00:29:43,951 --> 00:29:45,994 형수님을 떠올리게 했다 262 00:30:50,225 --> 00:30:51,559 그날 이후 263 00:30:52,227 --> 00:30:54,604 모용연이나 모용언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264 00:30:56,148 --> 00:30:59,401 수년 후 강호에 이상한 검객이 나타났는데 265 00:31:00,903 --> 00:31:02,445 누구도 그의 과거를 몰랐으며 266 00:31:02,738 --> 00:31:05,741 물에 홀로 비친 모습을 보며 검술을 연마했다고 한다 267 00:31:06,617 --> 00:31:09,828 사람들은 이 검객을 독고구패라고 불렀다 268 00:32:06,384 --> 00:32:09,387 하지 269 00:32:16,353 --> 00:32:17,813 날 찾아왔소? 270 00:32:19,857 --> 00:32:21,900 남동생의 복수를 하고 싶어요 271 00:32:23,526 --> 00:32:24,862 무슨 일이 있었소? 272 00:32:27,572 --> 00:32:30,533 며칠 전 검객 무리가 집 앞을 지나갔는데 273 00:32:32,035 --> 00:32:35,914 어린 동생이 모르고 한 검객에게 실수를 했어요 274 00:32:38,125 --> 00:32:39,918 동생은 살해당했고요 275 00:32:43,213 --> 00:32:44,923 관아에서 가만히 있었소? 276 00:32:47,509 --> 00:32:49,511 태위부의 검객들이어서 277 00:32:50,345 --> 00:32:52,222 관아도 손 쓸 수가 없어요 278 00:32:56,518 --> 00:32:58,020 얼마나 줄 수 있소? 279 00:32:59,521 --> 00:33:03,525 집이 가난해서 돈으로 드릴 수가 없어요 280 00:33:05,736 --> 00:33:09,281 달걀 한 바구니와 당나귀뿐이에요 281 00:33:12,868 --> 00:33:16,538 당나귀는 어머니가 혼수로 남겨주신 거예요 282 00:33:20,668 --> 00:33:23,045 동생의 복수를 하고 싶다면 283 00:33:24,713 --> 00:33:26,048 돈부터 마련하시오 284 00:33:28,676 --> 00:33:31,511 당나귀 한 마리 값으로 태위부와 싸울 순 없소 285 00:33:33,388 --> 00:33:35,057 복수는 대가가 필요하오 286 00:33:37,726 --> 00:33:39,186 이런 미인이 아니었다면 287 00:33:40,603 --> 00:33:41,939 포기하라고 했을 거요 288 00:33:44,942 --> 00:33:46,694 오해하지는 마시오 289 00:33:47,778 --> 00:33:50,405 무언가를 팔 생각이라면 당나귀보다는 290 00:33:52,532 --> 00:33:54,159 당신이 더 값나갈 거요 291 00:33:56,536 --> 00:33:57,705 내 말 알겠소? 292 00:34:00,415 --> 00:34:01,625 아니요 293 00:34:02,751 --> 00:34:04,502 돈이 없어서 싫다면 294 00:34:05,545 --> 00:34:07,047 계속 여기서 기다리겠어요 295 00:34:07,798 --> 00:34:09,758 누군가는 절 도와주겠죠 296 00:34:17,933 --> 00:34:21,895 복수를 할 생각이 있기는 한 건지 모르겠다 297 00:34:35,868 --> 00:34:39,246 여기서 보니 누군가와 닮은 것도 같다 298 00:35:09,693 --> 00:35:13,405 그 후 매일같이 같은 꿈을 꾸었다 299 00:35:16,074 --> 00:35:18,368 고향에 복사꽃이 가득 핀 꿈이었다 300 00:35:20,704 --> 00:35:25,500 오랫동안 백타산에 가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301 00:36:03,706 --> 00:36:05,040 눈은 왜 그런가? 302 00:36:07,417 --> 00:36:09,127 어려서부터 좋지 않았네 303 00:36:10,587 --> 00:36:12,547 의원이 서른에 눈을 잃는 다군 304 00:36:14,007 --> 00:36:15,342 올해로 몇 살이지? 305 00:36:16,426 --> 00:36:17,761 서른일세 306 00:36:21,014 --> 00:36:22,349 여긴 왜 왔나? 307 00:36:24,935 --> 00:36:27,646 내 고향은 봄이 되면 복사꽃이 찬란하게 피네 308 00:36:29,648 --> 00:36:32,359 눈이 멀기 전에 다시 한번 보고 싶어 309 00:36:33,944 --> 00:36:36,154 지금 난 빈털터리일세 310 00:36:37,072 --> 00:36:40,826 문제를 해결해준다던데 날 도와주겠나? 311 00:36:42,870 --> 00:36:46,707 몇 달 전 내 친구가 마적대를 물리쳤네 312 00:36:48,375 --> 00:36:51,086 마적대 무리가 복수하러 온다는데 313 00:36:51,879 --> 00:36:53,380 친구는 진작 떠나버렸어 314 00:36:55,340 --> 00:36:57,968 화가 미칠까 걱정된 마을 사람들이 315 00:36:57,968 --> 00:37:01,221 무공이 뛰어난 자를 고용할 돈을 모은다는군 316 00:37:05,893 --> 00:37:07,686 여기 날쌘 검객이 있다던데 317 00:37:09,647 --> 00:37:10,981 아직 이곳에 있나? 318 00:37:11,398 --> 00:37:12,565 그건 왜 묻지? 319 00:37:13,942 --> 00:37:16,319 누가 더 빠른지 겨뤄보고 싶네 320 00:37:20,991 --> 00:37:23,869 - 잘못 생각했군 - 이미 늦었어 321 00:37:25,913 --> 00:37:28,624 - 팔만 자르면 되나? - 아니 322 00:37:29,457 --> 00:37:32,294 목을 내놓도록 해야지 323 00:37:57,027 --> 00:37:58,320 오해한 모양이군 324 00:37:59,612 --> 00:38:01,990 내 말은 상대가 못 된다는 의미였네 325 00:38:03,408 --> 00:38:07,537 팔만 자르려 했는데 목까지 내놓다니 326 00:38:18,340 --> 00:38:19,967 저 좀 도와주세요 327 00:38:28,433 --> 00:38:32,437 한물간 검객이지만 생활은 규칙적이다 328 00:38:33,897 --> 00:38:37,442 매일 와서 술 한 잔에 밥 두 그릇을 먹고 329 00:38:39,361 --> 00:38:42,280 해가 질 즈음에 떠난다 330 00:39:08,056 --> 00:39:09,767 여인은 왜 자꾸 보나? 331 00:39:12,519 --> 00:39:14,104 누군가가 생각나거든 332 00:39:15,188 --> 00:39:16,189 부인 말인가? 333 00:39:21,987 --> 00:39:25,573 그렇게 부인이 그립다면 왜 떠돌아다니나? 334 00:39:30,120 --> 00:39:31,622 내 친구와 정을 통했네 335 00:39:38,211 --> 00:39:39,755 마적대는 아직인가? 336 00:39:43,091 --> 00:39:44,551 며칠 내에 올 걸세 337 00:39:47,470 --> 00:39:48,847 빨리 와야 할 텐데 338 00:39:50,808 --> 00:39:53,018 복사꽃이 다 져버리겠어 339 00:40:12,537 --> 00:40:14,748 꽃은 때가 되면 피지만 340 00:40:16,124 --> 00:40:18,585 마적대가 언제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341 00:40:20,295 --> 00:40:22,339 사내는 매일 마을 밖에서 기다렸고 342 00:40:23,048 --> 00:40:25,008 기다림은 점점 길어졌다 343 00:40:31,306 --> 00:40:33,600 해가 지면 등불을 켜긴 했으나 344 00:40:33,976 --> 00:40:36,895 거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345 00:41:12,180 --> 00:41:13,849 제가 싫으신가요? 346 00:41:22,357 --> 00:41:24,109 고향에 가고 싶어요? 347 00:41:27,988 --> 00:41:28,989 그렇소 348 00:41:30,448 --> 00:41:31,867 혼인은 했나요? 349 00:41:33,368 --> 00:41:34,494 그건 왜 묻소? 350 00:41:36,288 --> 00:41:38,791 부인을 많이 사랑하는 것 같아서요 351 00:41:40,250 --> 00:41:41,334 그렇소 352 00:41:42,335 --> 00:41:45,213 그럼 왜 부인 곁을 떠난 거죠? 353 00:42:11,531 --> 00:42:12,991 한 잔 더 주겠나? 354 00:42:26,379 --> 00:42:27,923 오늘은 술이 당기나 보군 355 00:42:33,804 --> 00:42:35,513 내일은 못 마실 것 같아서 356 00:42:43,021 --> 00:42:46,358 내 생각엔 동틀 무렵에 올 듯하네 357 00:42:48,318 --> 00:42:49,737 등불을 준비해 두지 358 00:42:50,988 --> 00:42:53,156 등불은 중요하지 않아 359 00:42:57,077 --> 00:42:58,411 이제 전혀 안 보이나? 360 00:43:00,706 --> 00:43:02,249 햇빛이 강할 땐 보이네 361 00:43:03,876 --> 00:43:05,293 날씨가 좋길 바라야지 362 00:43:07,880 --> 00:43:12,175 날이 저물어도 안 오면 사람 한 명만 찾아주게 363 00:43:13,301 --> 00:43:14,803 황약사라는 자야 364 00:43:18,348 --> 00:43:20,475 고향에서 누가 기다린다고 전해 줘 365 00:44:10,233 --> 00:44:11,902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366 00:44:12,903 --> 00:44:14,529 자제할 수가 없었다 367 00:44:16,448 --> 00:44:20,327 얼굴에 묻은 여인의 눈물이 천천히 말라간다 368 00:44:32,589 --> 00:44:34,883 날 위해 울어줄까? 369 00:49:38,937 --> 00:49:42,440 검의 속도가 빠르면 상처에서 피가 솟구칠 때 370 00:49:42,733 --> 00:49:44,777 바람 소리가 들린다던데 371 00:49:47,445 --> 00:49:50,949 내 피로 그 소리를 듣게 될 줄이야 372 00:50:06,131 --> 00:50:09,134 백로 373 00:50:50,175 --> 00:50:51,593 이 자의 이름은 홍칠 374 00:50:52,469 --> 00:50:53,721 칼솜씨가 아주 빠르며 375 00:50:55,097 --> 00:50:56,389 신발을 신기 싫어한다 376 00:50:57,182 --> 00:51:01,269 돈벌이에 도움이 되는 자이나 난 썩 좋아하지 않는다 377 00:51:02,145 --> 00:51:04,064 운세를 봤을 때 378 00:51:04,439 --> 00:51:07,275 내가 7 때문에 죽는다고 했기 때문이다 379 00:51:09,027 --> 00:51:11,822 처음 홍칠을 만났을 땐 막 시골에서 온 참이었다 380 00:51:16,785 --> 00:51:18,495 왜 밥을 주는지 아나? 381 00:51:19,454 --> 00:51:20,455 모르겠소 382 00:51:21,206 --> 00:51:22,582 배고픈 걸 알기 때문이지 383 00:51:24,793 --> 00:51:26,378 자네를 계속 지켜봤네 384 00:51:27,587 --> 00:51:30,924 지친 기색으로 반나절이나 주저앉아 있는데 385 00:51:31,717 --> 00:51:33,093 아픈 것 같진 않더군 386 00:51:34,762 --> 00:51:36,639 자네 같은 사람을 자주 봤네 387 00:51:37,848 --> 00:51:40,643 검술 좀 안다고 천하를 우습게 보지 388 00:51:43,020 --> 00:51:45,397 강호를 누비는 건 힘든 일이야 389 00:51:46,649 --> 00:51:48,901 무공을 연마하다 보면 못 하는 일도 많지 390 00:51:50,610 --> 00:51:53,864 농사는 짓기 싫지? 강도질도 싫고 391 00:51:54,740 --> 00:51:57,075 길거리 호객꾼은 더 싫을 텐데 392 00:51:57,492 --> 00:51:58,786 어떻게 살려고 그러나? 393 00:52:00,954 --> 00:52:02,915 뛰어난 검객도 밥은 먹어야지 394 00:52:04,082 --> 00:52:06,251 자네에게 맞는 일이 있네 395 00:52:07,044 --> 00:52:09,254 돈도 벌 수 있으면서 396 00:52:09,797 --> 00:52:12,382 명예로운 일이기도 해 397 00:52:13,717 --> 00:52:14,718 어떤가? 398 00:52:15,260 --> 00:52:17,262 생각해 보고 빨리 정하게 399 00:52:17,262 --> 00:52:19,890 금방 다시 배가 고파질 테니까 400 00:52:36,364 --> 00:52:39,910 홍칠이 오고 얼마 후 마적대가 다시 왔다 401 00:52:40,994 --> 00:52:43,246 홍칠을 마을에 데려가기 전에 402 00:52:43,914 --> 00:52:45,540 신발을 한 켤레 사 줬다 403 00:52:46,333 --> 00:52:51,088 신발을 제대로 신은 검객의 몸값이 더 높기 때문이다 404 00:52:58,595 --> 00:53:01,098 은 열 냥이 비싸다는 거요? 405 00:53:06,228 --> 00:53:08,188 어디 싼 사람을 찾아보시오 406 00:53:08,521 --> 00:53:09,982 저기 몇 명 있군 407 00:53:10,774 --> 00:53:14,444 신발도 안 신었소만 몇 냥만 줘도 흔쾌히 할 거요 408 00:53:18,031 --> 00:53:19,867 하지만 신발도 없는 자들을 409 00:53:21,451 --> 00:53:22,786 믿을 수 있겠소? 410 00:53:32,087 --> 00:53:33,255 혹여나 실패하면 411 00:53:34,506 --> 00:53:37,050 저들을 고용한 걸 마적대가 알게 될 텐데 412 00:53:38,551 --> 00:53:40,012 어떻게 될 거 같소? 413 00:53:43,390 --> 00:53:47,352 내 친구의 실력이 저들보다 낫다는 건 아니오 414 00:53:47,352 --> 00:53:51,398 하지만 이 일에는 당신 가족들의 목숨이 달려있소 415 00:53:53,566 --> 00:53:55,027 그렇다면 적어도 416 00:53:55,736 --> 00:53:58,196 신발을 신은 쪽이 믿음직스럽지 않겠소? 417 00:53:58,947 --> 00:54:03,035 전과 같은 실수를 막고자 홍칠과 한 장소를 찾았다 418 00:54:03,702 --> 00:54:05,328 시체를 어쩌란 거요? 419 00:54:05,663 --> 00:54:07,580 이 시체가 말해주는 게 있네 420 00:54:07,623 --> 00:54:11,293 이자는 이틀 전에 이곳에서 마적대와 싸웠지 421 00:54:11,293 --> 00:54:12,836 녀석들을 몰살하려 했지만 422 00:54:14,129 --> 00:54:15,798 이렇게 당할 줄은 몰랐겠지 423 00:54:16,506 --> 00:54:19,009 바로 여기에 칼을 맞고 죽었네 424 00:54:21,053 --> 00:54:22,971 다른 상처와 확연히 달라 425 00:54:24,306 --> 00:54:25,641 왼쪽으로 벤 상처지 426 00:54:26,934 --> 00:54:29,645 오직 이 상처만 다르다는 건 427 00:54:31,104 --> 00:54:33,774 마적대의 한 명이 한 번의 공격으로 428 00:54:34,524 --> 00:54:35,901 목숨을 끊었다는 걸세 429 00:54:39,697 --> 00:54:43,659 마적대를 상대할 때 한 놈만 주의하게 430 00:54:44,785 --> 00:54:46,536 왼손에 검을 쥔 자야 431 00:54:51,083 --> 00:54:53,293 내가 죽더라도 구경하러 오진 마시오 432 00:54:55,128 --> 00:54:56,880 말하는 시체가 되긴 싫소 433 00:54:57,840 --> 00:55:01,426 보름은 맑고 바람이 불었다 434 00:55:02,094 --> 00:55:04,930 달력에선 인간의 선악을 판가름하는 날이며 435 00:55:05,597 --> 00:55:09,852 피를 볼 테니 여행은 자제하고 재앙을 경계하라고 했다 436 00:57:24,152 --> 00:57:26,697 돈을 세 보지 않고 받는 사람은 437 00:57:27,155 --> 00:57:29,116 금세 탕진해버린다 438 00:57:32,077 --> 00:57:33,829 홍칠은 꼼꼼하게 돈을 세었다 439 00:57:34,997 --> 00:57:38,375 이런 사람은 여기 오래 머물지 않는다 440 00:57:45,633 --> 00:57:49,261 초열흘은 입추였다 날씨는 맑음 441 00:57:49,720 --> 00:57:53,515 바람이 불어 친구를 만나기 좋으나 442 00:57:53,515 --> 00:57:55,100 새 배는 띄우지 말라 했다 443 00:57:57,185 --> 00:57:58,228 홍칠? 444 00:57:59,229 --> 00:58:00,480 이미 떠났소 445 00:58:03,525 --> 00:58:07,362 돌아올 일 없을 테니 다른 곳에 가 보시오 446 00:58:22,753 --> 00:58:24,004 내 말 들었소? 447 00:58:34,056 --> 00:58:36,474 여인을 속이는 건 쉽지 않다 448 00:58:37,392 --> 00:58:39,770 단순한 여인일수록 그렇다 449 00:58:41,021 --> 00:58:43,065 여인은 남편이 떠나지 않은 걸 알았다 450 00:58:44,191 --> 00:58:47,069 낙타를 버리고 갈 홍칠이 아니었으니까 451 00:58:57,663 --> 00:58:59,623 고향에서 기다리랬잖아! 452 00:59:00,332 --> 00:59:02,250 왜 자꾸 따라와? 453 00:59:03,961 --> 00:59:05,003 돌아가! 454 00:59:05,838 --> 00:59:06,839 어서! 455 00:59:09,424 --> 00:59:10,550 싫어! 456 00:59:11,593 --> 00:59:14,012 당장 돌아가라고! 457 00:59:15,222 --> 00:59:16,431 집에 가! 458 00:59:21,937 --> 00:59:22,938 어서! 459 00:59:23,480 --> 00:59:24,940 집으로 돌아가! 460 00:59:44,042 --> 00:59:45,961 며칠째 밖에서 기다리는군 461 00:59:46,670 --> 00:59:48,546 가라 해도 안 가니 어쩌겠소 462 00:59:49,632 --> 00:59:51,591 아내와 함께 강호를 떠돌 수도 없고 463 00:59:54,552 --> 00:59:55,638 왜 안 되나? 464 00:59:56,680 --> 00:59:58,223 다 하기 나름일세 465 01:00:05,397 --> 01:00:06,774 나도 옛날엔 자네 같았네 466 01:00:08,400 --> 01:00:12,570 천하를 얻기 위해서 여인을 두고 떠나왔지 467 01:00:16,784 --> 01:00:19,077 그런데 고향에 돌아가 보니 468 01:00:21,747 --> 01:00:23,165 내 형과 결혼했더군 469 01:00:34,509 --> 01:00:35,886 매일 와도 소용없소 470 01:00:38,471 --> 01:00:40,182 돈이 없으면 못 도와주니 471 01:00:41,934 --> 01:00:44,186 가서 다른 방법을 찾아보시오 472 01:00:47,105 --> 01:00:48,481 부탁이에요 473 01:00:49,066 --> 01:00:50,442 그래도 소용없소 474 01:00:52,069 --> 01:00:53,737 난 중개인일 뿐이니 475 01:00:55,447 --> 01:00:58,408 일을 맡길 사람을 직접 찾아보시오 476 01:01:12,130 --> 01:01:14,299 누구나 살아가는데 목적이 필요하다 477 01:01:15,425 --> 01:01:17,427 그게 시간 낭비처럼 보여도 478 01:01:17,886 --> 01:01:20,723 저 여인에게는 중요한 일이겠지 479 01:01:33,110 --> 01:01:35,445 보름에는 비가 왔다 480 01:01:36,071 --> 01:01:39,241 달력에는 비가 문제를 부르니 481 01:01:40,033 --> 01:01:42,369 몸을 깨끗이 하고 외출을 삼가며 482 01:01:42,911 --> 01:01:44,788 북쪽에 흉사가 따른다 했다 483 01:03:06,286 --> 01:03:10,040 내가 태위부의 검객이라면 편히 눈감지 못했을 거야 484 01:03:11,041 --> 01:03:13,794 겨우 달걀 하나 값에 목숨을 내놓다니 485 01:03:14,753 --> 01:03:17,005 달걀이 손가락만큼의 가치가 있나? 486 01:03:24,471 --> 01:03:25,597 없소 487 01:03:28,892 --> 01:03:30,393 하지만 기분은 좋소 488 01:03:32,104 --> 01:03:33,939 이게 원래 내 모습이오 489 01:03:39,277 --> 01:03:40,863 더 쉬울 줄 알았는데 490 01:03:43,448 --> 01:03:45,450 검이 전처럼 빠르지 않았소 491 01:03:48,746 --> 01:03:50,664 내 검이 빨랐던 건 492 01:03:51,874 --> 01:03:53,333 옳다고 믿었기 때문이오 493 01:03:54,126 --> 01:03:56,670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았소 494 01:03:59,757 --> 01:04:01,759 평생 그 마음이 변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495 01:04:03,719 --> 01:04:05,763 여인이 부탁하러 왔을 때 496 01:04:07,973 --> 01:04:10,350 내가 완전히 변했다는 걸 깨달았소 497 01:04:13,186 --> 01:04:14,730 부탁을 거절했거든 498 01:04:18,108 --> 01:04:20,443 당신이 반대할 걸 알았기 때문에 499 01:04:25,532 --> 01:04:27,325 그런 내 모습이 싫었소 500 01:04:31,079 --> 01:04:34,207 나도 당신과 같다고 착각했던 거요 501 01:04:35,918 --> 01:04:37,419 자신을 잃어버렸지 502 01:04:40,881 --> 01:04:42,675 당신처럼 되긴 싫소 503 01:04:49,556 --> 01:04:51,474 당신이란 자는 504 01:04:51,850 --> 01:04:55,520 달걀 하나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진 않을 테니까 505 01:04:57,314 --> 01:04:59,482 그게 우리의 다른 점이오 506 01:05:23,841 --> 01:05:25,258 홍칠을 구해주세요 507 01:05:31,890 --> 01:05:33,433 매우 아프다더군요 508 01:05:35,853 --> 01:05:37,813 의원을 불러주실 수 없나요? 509 01:05:38,146 --> 01:05:41,024 의원을 부르면 돈이 들 거요 510 01:05:43,318 --> 01:05:47,155 당신에게 줄 달걀이 없어 애석하군요 511 01:05:48,531 --> 01:05:51,159 당신이라면 달걀로 도움을 청할 수 있을 텐데 512 01:06:03,672 --> 01:06:05,132 난 도와주지 않을 거요 513 01:06:06,133 --> 01:06:07,509 홍칠은 내 말을 어겼소 514 01:06:09,594 --> 01:06:12,055 당신 때문에 이렇게 됐으니 515 01:06:13,306 --> 01:06:14,725 당신이 구해주시오 516 01:06:18,812 --> 01:06:21,774 어쩔 수 없이 올 거란 걸 알고 있었소 517 01:06:23,233 --> 01:06:24,567 기다렸다오 518 01:06:27,570 --> 01:06:31,617 몸을 파는 일은 절대 없을 거라 했지만 519 01:06:32,660 --> 01:06:35,954 이번에도 그럴 수 있을지 보겠소 520 01:06:44,755 --> 01:06:47,174 - 무슨 생각을 하시오? - 아무것도요 521 01:06:51,469 --> 01:06:53,513 날 위해 허튼일은 하지 마시오 522 01:06:55,808 --> 01:06:57,768 이렇게 죽는다고 해도 523 01:07:00,729 --> 01:07:02,522 난 여한이 없소 524 01:07:07,945 --> 01:07:09,988 달걀을 받아 당신을 도왔고 525 01:07:12,741 --> 01:07:14,660 달걀은 이미 먹었으니 526 01:07:17,454 --> 01:07:19,331 당신이 빚진 건 없소 527 01:07:21,166 --> 01:07:24,628 부탁이니 바보 같은 짓은 마시오 528 01:07:30,676 --> 01:07:34,471 그날 이후 여인을 보지 못했다 529 01:07:59,872 --> 01:08:01,665 다시는 검을 못 잡을 거요 530 01:08:05,669 --> 01:08:07,254 검이 꼭 필요한 건 아니네 531 01:08:08,756 --> 01:08:10,883 사람은 맨손으로도 죽일 수 있지 532 01:08:12,217 --> 01:08:15,345 손가락이 없는 검객으로 유명해지면서 533 01:08:15,846 --> 01:08:17,597 몸값이 오를지도 모르네 534 01:08:18,682 --> 01:08:21,184 고향으로 돌아갈 텐가? 535 01:08:21,894 --> 01:08:25,689 이런 일로 돌아갈 거면 애초에 왜 떠났나? 536 01:08:28,316 --> 01:08:30,653 이 사막 너머에는 뭐가 있소? 537 01:08:30,736 --> 01:08:32,154 또 다른 사막일세 538 01:08:34,406 --> 01:08:36,283 산을 본 자는 누구나 539 01:08:37,200 --> 01:08:40,328 산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궁금해한다 540 01:08:41,622 --> 01:08:45,417 산을 넘어가 봤자 별다른 건 없다 541 01:08:46,043 --> 01:08:49,212 오히려 여기가 낫다고 느낄 것이다 542 01:08:50,463 --> 01:08:51,882 홍칠은 듣지 않았다 543 01:08:52,758 --> 01:08:56,845 직접 보기 전에는 납득하지 않는 자니까 544 01:09:05,813 --> 01:09:07,355 어디로 갈 건가? 545 01:09:07,690 --> 01:09:10,608 가본 적 없는 곳에서 명성을 쌓겠소 546 01:09:10,859 --> 01:09:14,780 아홉 손가락의 영웅이 있다면 바로 나인 줄 아시오 547 01:09:15,030 --> 01:09:16,156 부인은? 548 01:09:17,616 --> 01:09:20,786 함께 갈 거요 다 하기 나름 아니겠소? 549 01:09:20,786 --> 01:09:23,789 아내와 함께 다니면 안 된다는 법도 없으니까 550 01:09:26,792 --> 01:09:27,793 가자! 551 01:09:28,794 --> 01:09:31,296 아내가 홍칠을 사랑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552 01:09:31,880 --> 01:09:33,716 둘 다 단순해서 그렇다 553 01:09:36,134 --> 01:09:39,930 함께 가는 걸 보니 질투가 났다 554 01:09:42,057 --> 01:09:43,851 내게도 기회가 있었을 때 555 01:09:44,392 --> 01:09:47,646 왜 포기했던 건지 모르겠다 556 01:10:35,402 --> 01:10:38,155 떠나던 날 바람은 남쪽으로 불었고 557 01:10:40,532 --> 01:10:42,034 홍칠은 거슬러 갔다 558 01:10:43,410 --> 01:10:47,289 그날은 보름날로 달력에 이렇게 적혀있었다 559 01:10:47,873 --> 01:10:50,834 북쪽으로 가면 큰 이익을 얻을 것이다 560 01:10:52,419 --> 01:10:55,130 3년 후 홍칠은 마적대의 두목이 되었으며 561 01:10:55,130 --> 01:10:57,174 북마적이라고 불렸다 562 01:10:57,174 --> 01:10:59,927 늙어서 홍칠은 구양봉과 설산에서 대결했고 563 01:10:59,927 --> 01:11:01,887 둘 다 목숨을 잃었다 564 01:11:09,853 --> 01:11:12,898 홍칠이 떠난 후 계속해서 비가 왔다 565 01:11:14,024 --> 01:11:16,902 비가 올 때마다 한 사람이 떠오른다 566 01:11:18,445 --> 01:11:19,988 날 사랑한 여인이었다 567 01:11:23,617 --> 01:11:25,202 우연의 일치인지 568 01:11:26,369 --> 01:11:30,373 내가 떠날 때면 항상 비가 왔는데 569 01:11:31,541 --> 01:11:33,335 여인은 자기가 슬퍼해서 그렇다고 했다 570 01:11:34,753 --> 01:11:36,630 여인은 내 형과 결혼했고 571 01:11:37,756 --> 01:11:41,343 혼인하던 날 나는 백타산을 떠났다 572 01:12:48,744 --> 01:12:51,789 몇 번을 물어봐도 답은 같아요, 저는 안 가요 573 01:12:51,914 --> 01:12:55,125 오늘 밤이 마지막이오 같이 갑시다 574 01:12:55,333 --> 01:13:00,588 저는 못 가요 이제는 당신 형수라고요 575 01:13:01,256 --> 01:13:03,216 당신 형의 아내고 576 01:13:03,216 --> 01:13:05,468 제게 손댈 수 있는 건 남편뿐이에요 577 01:13:15,896 --> 01:13:18,899 입춘 578 01:13:43,506 --> 01:13:45,550 왜 내 손수건을 보시오? 579 01:13:47,302 --> 01:13:49,429 그 손수건은 제 남편 건데 580 01:13:50,013 --> 01:13:51,556 왜 당신이 갖고 있죠? 581 01:14:12,119 --> 01:14:13,621 남편이 죽었나요? 582 01:14:17,666 --> 01:14:19,793 복사꽃을 본 지가 오래되어 583 01:14:20,418 --> 01:14:23,714 이듬해 봄 눈먼 검객의 고향을 찾았다 584 01:14:25,173 --> 01:14:28,260 놀랍게도 그곳엔 복사꽃이 없었다 585 01:14:38,979 --> 01:14:41,314 이제 제게 그건 아무 의미도 없어요 586 01:14:47,029 --> 01:14:49,239 떠날 때가 되어서야 587 01:14:50,157 --> 01:14:52,492 복사꽃은 없었다는 걸 알게 됐다 588 01:14:54,703 --> 01:14:56,872 여인 이름의 뜻이 복사꽃이었을 뿐 589 01:15:19,352 --> 01:15:21,063 여인이 우는 걸 보자 590 01:15:21,939 --> 01:15:25,776 왜 매년 황약사가 날 찾아왔는지 알 것 같았다 591 01:15:38,163 --> 01:15:39,748 이상한 아이죠 592 01:15:41,083 --> 01:15:42,626 말을 안 해요 593 01:15:46,338 --> 01:15:48,048 부끄럼을 타는 건지도 모르죠 594 01:15:49,007 --> 01:15:52,636 원하는 게 있어도 말을 안 하니 595 01:15:55,013 --> 01:15:57,349 알아서 쥐여줘야만 해요 596 01:16:03,563 --> 01:16:05,482 처음엔 내버려 뒀는데 597 01:16:07,735 --> 01:16:09,653 이젠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598 01:16:10,946 --> 01:16:14,700 난 이 여자를 좋아하지만 마음을 고백하지 않았다 599 01:16:15,575 --> 01:16:18,495 언제나 그렇듯 포기하는 게 최선이니까 600 01:16:20,455 --> 01:16:22,165 아들을 보고 있으면서 601 01:16:22,916 --> 01:16:25,293 다른 사람을 떠올린다는 걸 안다 602 01:16:26,837 --> 01:16:28,338 구양봉에게 질투를 느낀다 603 01:16:29,464 --> 01:16:32,050 나도 사랑받는 기분을 알고 싶었을 뿐인데 604 01:16:34,094 --> 01:16:35,763 많은 사람을 다치게 했다 605 01:16:39,057 --> 01:16:41,101 구양봉과 함께할 줄 알았는데 606 01:16:42,978 --> 01:16:44,354 왜 혼인하지 않았소? 607 01:16:49,777 --> 01:16:51,528 사랑한단 말을 안 하더군요 608 01:16:52,529 --> 01:16:54,782 때로는 말이 필요 없을 때도 있소 609 01:16:57,367 --> 01:16:59,536 그래도 전 듣고 싶었는데 610 01:17:00,621 --> 01:17:01,997 자존심만 내세웠죠 611 01:17:04,082 --> 01:17:05,542 구양봉은 당연히 612 01:17:07,419 --> 01:17:09,129 우리가 혼인할 줄 알았어요 613 01:17:10,673 --> 01:17:12,340 형과 혼인할 줄은 몰랐죠 614 01:17:16,804 --> 01:17:18,430 혼인날 밤에 615 01:17:19,472 --> 01:17:21,934 같이 떠나자고 했지만 거절했어요 616 01:17:27,314 --> 01:17:29,692 왜 잃어버린 후에야 손에 넣으려 할까요 617 01:17:31,694 --> 01:17:34,863 원하는 게 나라면 주지 않기로 했죠 618 01:17:36,156 --> 01:17:39,910 사랑이 승부라 한들 여인이 이긴 것 같지는 않다 619 01:17:41,078 --> 01:17:42,746 하지만 분명한 건 620 01:17:43,413 --> 01:17:45,958 나는 처음부터 졌다는 것이다 621 01:17:51,672 --> 01:17:53,799 복사꽃을 좋아하는 건 이 여인 때문이다 622 01:17:54,883 --> 01:17:57,720 매년 복사꽃이 필 때면 만날 수 있으니까 623 01:17:59,763 --> 01:18:04,059 여인이 궁금해하기에 난 구양봉을 만나러 간다 624 01:18:06,019 --> 01:18:07,437 구양봉이 있는 한 625 01:18:08,563 --> 01:18:10,941 매년 여인을 만날 수 있다 626 01:18:12,442 --> 01:18:16,822 저에게 가장 소중한 게 무엇인지 알아요? 627 01:18:20,242 --> 01:18:23,704 물을 것도 없이 아들 아니오? 628 01:18:26,248 --> 01:18:27,958 옛날에는 그랬죠 629 01:18:30,836 --> 01:18:33,255 하지만 매일같이 자라는 걸 보면 630 01:18:35,548 --> 01:18:37,760 아들도 언젠가는 절 떠날 거란 걸 알아요 631 01:18:43,098 --> 01:18:45,517 그래서 모든 게 허무해요 632 01:18:51,356 --> 01:18:53,984 옛날에는 중요한 말이 있으면 633 01:18:57,195 --> 01:19:01,742 꼭 말로 해야만 영원하다고 생각했죠 634 01:19:06,163 --> 01:19:07,706 돌이켜 생각해보니 635 01:19:10,583 --> 01:19:12,670 말하지 않아도 똑같아요 636 01:19:15,505 --> 01:19:17,299 모든 건 변하니까요 637 01:19:26,934 --> 01:19:29,477 늘 이겼다고 생각해왔어요 638 01:19:33,231 --> 01:19:35,275 어느 날 거울을 보고 깨달았죠 639 01:19:39,863 --> 01:19:41,782 제가 졌다는 걸요 640 01:19:45,327 --> 01:19:47,037 가장 아름다운 시절에 641 01:19:49,748 --> 01:19:52,084 사랑하는 사람이 제 곁에 없었어요 642 01:19:59,758 --> 01:20:02,385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643 01:20:59,943 --> 01:21:01,987 구양봉과 친구잖아요 644 01:21:06,825 --> 01:21:09,036 제가 여기 있다는 걸 왜 전하지 않죠? 645 01:21:10,871 --> 01:21:14,917 약속했으니 일부러 말하지 않았소 646 01:21:21,423 --> 01:21:22,758 고지식하군요 647 01:23:02,816 --> 01:23:06,153 얼마 후 여인은 세상을 떠났다 648 01:23:07,988 --> 01:23:09,364 눈을 감기 전 649 01:23:09,990 --> 01:23:13,035 구양봉에게 전해달라며 술을 한 병 주었다 650 01:23:15,663 --> 01:23:17,873 구양봉이 자신을 잊길 바랐다 651 01:23:23,086 --> 01:23:27,966 인간이 번뇌가 많은 건 기억력 때문이라고 한다 652 01:23:30,177 --> 01:23:33,722 그때부터 많은 기억을 잊었다 653 01:23:35,808 --> 01:23:37,267 단지 기억하는 건 654 01:23:38,018 --> 01:23:39,728 복사꽃을 좋아한다는 것뿐 655 01:23:45,400 --> 01:23:49,446 6년 후 황약사는 동해의 도화도로 가 656 01:23:49,446 --> 01:23:51,156 은둔하며 살았다 657 01:23:51,156 --> 01:23:54,534 스스로 도화도주라 칭했으나 다른 이는 동사로 불렀다 658 01:24:03,460 --> 01:24:07,047 경칩 659 01:24:08,632 --> 01:24:11,426 입춘이 지나고 경칩이 되었다 660 01:24:12,761 --> 01:24:15,597 이맘때면 찾아오는 친구가 있었으나 661 01:24:16,765 --> 01:24:18,141 올해는 오지 않았다 662 01:24:39,079 --> 01:24:42,833 얼마 지나지 않아 백타산에서 편지가 왔고 663 01:24:44,417 --> 01:24:46,003 2년 전 가을에 664 01:24:46,920 --> 01:24:49,256 형수가 병으로 죽은 걸 알게 됐다 665 01:24:54,052 --> 01:24:55,804 황약사는 오지 않겠지만 666 01:24:57,430 --> 01:24:58,724 계속 기다릴 것이다 667 01:25:00,350 --> 01:25:02,227 이틀 밤낮을 문 앞에 앉아 668 01:25:03,061 --> 01:25:06,398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을 보고 깨달았다 669 01:25:07,107 --> 01:25:08,817 여기 오래 머물면서도 670 01:25:09,902 --> 01:25:12,362 사막을 제대로 본 일이 없었다 671 01:25:18,285 --> 01:25:19,745 옛날에는 산을 보면 672 01:25:20,245 --> 01:25:22,372 산 너머에 뭐가 있을지 궁금했다 673 01:25:23,290 --> 01:25:25,250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674 01:25:27,210 --> 01:25:30,923 난 기구한 운명으로 어려서 부모를 잃었다 675 01:25:32,132 --> 01:25:33,884 형과 나는 서로 의지하며 676 01:25:35,052 --> 01:25:39,807 자신을 지키는 법을 익혀야 했다 677 01:25:41,141 --> 01:25:43,101 거절당하는 게 싫다면 678 01:25:44,019 --> 01:25:47,522 가장 좋은 건 먼저 거절하는 것이다 679 01:25:49,149 --> 01:25:53,028 바로 그렇기에 난 돌아가지 않았다 680 01:25:54,487 --> 01:25:55,948 나쁘지 않은 곳이나 681 01:25:57,032 --> 01:25:58,867 더는 돌아갈 수 없었다 682 01:26:00,035 --> 01:26:01,662 사주를 보았을 때 683 01:26:02,245 --> 01:26:07,459 부부 궁합이 나쁘니 혼인은 하나 마나라고 했다 684 01:26:08,543 --> 01:26:09,878 그게 정말일 줄이야 685 01:26:44,121 --> 01:26:46,039 갑자기 술이 마시고 싶어서 686 01:26:47,249 --> 01:26:49,584 결국 남아있던 취생몽사를 마셨다 687 01:26:51,629 --> 01:26:54,632 그리고 평소처럼 내 일을 했다 688 01:26:58,886 --> 01:27:01,304 40대쯤 되어 보이는데 689 01:27:05,475 --> 01:27:06,601 살다 보면 690 01:27:07,770 --> 01:27:11,356 숨기고 싶은 일이나 싫은 자가 있지 않소? 691 01:27:13,566 --> 01:27:15,152 당신을 괴롭히는 사람을 692 01:27:16,904 --> 01:27:18,530 죽이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을 거요 693 01:27:22,159 --> 01:27:23,243 근데 용기가 없었군요 694 01:27:28,581 --> 01:27:32,920 사람을 죽이는 건 그리 어려울 게 없소 695 01:27:34,046 --> 01:27:35,297 내 친구 중에 696 01:27:35,756 --> 01:27:39,677 뛰어난 실력을 갖췄으나 형편이 어려운 자가 있소 697 01:27:40,510 --> 01:27:46,599 돈만 조금 쥐여주면 사람을 죽여 줄 거요 698 01:27:51,188 --> 01:27:52,397 생각해 보시오 699 01:27:53,899 --> 01:27:57,402 원한다면 오래 고민하진 마시오 700 01:27:59,822 --> 01:28:01,323 일이 없는 날이면 701 01:28:02,490 --> 01:28:04,367 백타산쪽을 바라보았다 702 01:28:07,412 --> 01:28:10,082 한때 그곳에는 날 기다리는 여인이 있었다 703 01:28:16,129 --> 01:28:20,467 취생몽사란 말도 우리가 하던 농담이었다 704 01:28:22,845 --> 01:28:25,263 잊으려고 할수록 705 01:28:26,682 --> 01:28:28,516 기억은 선명히 살아난다 706 01:28:30,560 --> 01:28:32,062 누가 그랬다 707 01:28:33,313 --> 01:28:37,275 원하는 걸 가질 수 없을 때 가장 좋은 건 708 01:28:39,111 --> 01:28:40,904 잊을 수 없게 하는 것이라고 709 01:28:48,912 --> 01:28:52,332 어찌 된 일인지 매일 같은 꿈을 꾸었다 710 01:28:53,458 --> 01:28:57,087 얼마 후 나는 사막을 떠났다 711 01:29:18,108 --> 01:29:19,693 그날 달력을 보니 712 01:29:20,485 --> 01:29:23,363 움직임이 있을 것이며 불이 쇠를 이기니 713 01:29:23,947 --> 01:29:25,658 서쪽으로 향하면 길하다 했다 714 01:30:01,276 --> 01:30:06,489 이듬해 구양봉은 백타산으로 돌아갔으며 715 01:30:06,489 --> 01:30:10,285 이후 서독이라고 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