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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아직도 파트너인가요?

 

3년이나 함께 일한 그녀를
오늘에서야 처음으로 만났다

 

서로의 감정을 믿을 수 없어서
거리를 유지해 온 것이다

 

좋은 팀은 서로에 대한
감정이 없어야 한다

 

타락 천사

 

3662번이요

 

내일 그의 친구를 만나려고 하니

 

시간과 장소를
알려 달라고 전해줘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9시에서 5시까지 일하지만

 

내 출근 시간은 그 반대다

 

내 일은 사람들을 만나는 거다

 

모두 모르는 사람들이며
난 그들에게 관심도 없다

 

모두 곧 사라지기 때문이다

 

- 나가세요?
- 예

 

사람의 성격에 의해
직업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내 일을 좋아한다

 

언제나 사람들은
타의에 의해 죽는 것 같다

 

난 무척 게으른 사람이다

 

다른 사람들이 내 물건을
정리해 주는 것이 좋다

 

내가 파트너가 필요한 이유다

 

황지민?

 

황지민!

 

정말 자네였군
나 노해야, 기억 안 나?

 

내가 1등을 도맡아 했잖아
모르겠어?

 

- 기억 나
- 정말 우연이야

 

내 벤츠가 고장만 안 났어도
여기서 못 만났을 거야

 

누구에게나 과거가 있듯이

 

킬러에게도
초등학교 동창은 있다

 

오래된 친구를 만나면
매번 같은 질문을 받는다

 

지금 무슨 일 해?

 

명함 좀 주고 종종 연락하자

 

좋은 일 있으면 같이 하고
돈 벌 수 있는 일이면 다 좋아

 

자기 사업을 하는군

 

결혼은 했어?

 

혼자 살진 않겠지?

 

아들까지 있네?
자네를 꼭 닮았군

 

부인이 흑인이야?

 

자넨 열린 사람이야
흑인이라... 아름답지

 

피부색이 중요한 게 아니지
정말 잘 어울리는 부부군

 

보험 들었어?

 

자넨 운이 좋아
내가 오랫동안 보험 일을 해 왔지

 

이 동네에서 제일 잘 나가는
세일즈맨이라고

 

며칠 후에 신문사에서
인터뷰도 하러 온다더군

 

우린 오랜 친구 사이니
제일 좋은 상품을 소개해 줄게

 

듣기는 싫겠지만 사람 일은 몰라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구

 

특히 자네처럼 바쁜 사람은
부인과 아이를 생각해야지

 

킬러가 보험에 든다면
회사에서 받아줄지 모르겠군

 

이 친구를 도와주고 싶지만
상속자는 누구로 해야 할지...

 

옛날에 우리 둘 다 좋아했던
'대미미'라고 기억 나?

 

다음 주에 나랑 결혼해
내가 청첩장 줄게

 

미안하지만 이름은 자네가 써

 

보험 계약서
잘 준비해 놓도록 하지

 

부인도 데려오라구
그럼 또 보세!

 

몇 년 전 30달러를 주고
이 흑인 여자와 사진을 찍었다

 

그 후론 결혼했냐고 물어 보면
그 사진을 보여 줬다

 

사진 속 아이한텐
아이스크림을 사 줬다

 

청첩장을 받으면
결혼식에 가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런 건 나한테
어울리지 않단 걸 안다

 

그 사람이 남긴 쓰레기를 보면
최근에 뭘 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는 이 술집에 자주 온다
이 분위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그가 앉았던 자리에 앉으면
같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가까이 하면 안될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안다

 

너무 가까워지면
쉽게 싫증이 난다

 

난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라
스스로 맘 편하게 지낼 줄 안다

 

정말로 안 왔어요

 

- 정말이오?
- 내가 왜 거짓말 하겠소?

 

- 여기 사시오?
- 예

 

- 이 사람 본 적 있소?
- 아뇨

 

나오지 말아요
경찰은 금방 안 갈 거예요

 

당신 아들 어딨어?
여기 있다는 거 알아요

 

우린 매일 사람들과 마주친다

 

그들은 나의 친구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건
경찰은 나의 친구가 될 수 없다

 

내 이름은 하지무
수감번호는 223이다

 

나도 못 본 지 좀 됐소
애가 돌아오면 알려 드리리다

 

경찰에 협조해 주시오
대체 어디 있소?

 

얌전히 있어!
똑바로 서!

 

어릴 땐 활발했고
말하는 것도 좋아했다

 

하지만 다섯 살 때

 

유통기한이 지난 파인애플
통조림을 먹은 이후로는

 

말을 한 적이 없다

 

그래서 친구도 별로 없고
일자리를 찾기도 힘들었다

 

그래서 난 스스로
사장이 되리라 결심했다

 

난 자본이 없어서

 

매일 밤 영업 끝난 가게의
문을 열고

 

본전을 안 들이는 장사를 한다

 

이득을 보려고 한 게 아니라
그냥 낭비라고 생각했다

 

집세까지 다 냈는데
왜 장사를 안 하지?

 

새벽 3시에 손님이 오겠냐고?
바로 내가 어제 사러 왔었다

 

장사를 하려면 고객의 욕구를
만족시켜 줘야 한다

 

모택동 말대로
'내가 지옥에 안 가면 누가 가'

 

주인은 사랑과 인내심을 가지고
욕심을 자제해야 한다

 

세상엔 공짜가 없다는 걸 알기에

 

매일 부지런히 늦게까지 일했다

 

돈은 많이 못 벌었지만
사는 것이 즐거웠다

 

너 미쳤어?
왜 내 옷을 세탁한다는 거야?

 

난 거지야!
세탁 안 한다니까!

 

날 좀 내버려 둬!

 

미쳤어!
내 옷에서 손 떼!

 

빌어먹을 녀석!
혼내 주겠어!

 

자, 돈 줄게, 돈!

 

바보!

 

가지 안 사!

 

무슨 말을 해도 안 살 거야
난 혼자 사는 몸이라서

 

가지를 사면 오해한단 말이야
공짜로 줘도 싫어

 

차라리 호박을 살게

 

자!

 

너무 커서 무서워!

 

됐어, 됐다고...

 

어제 감았단 말이야
안 감아도 된다니까

 

살살 해, 아파...

 

간지럽지 않으니까 살살 해

 

야식 먹으러 나온 거지

 

머리 감으러 나온 게 아냐

 

그래, 네가 이겼다
네 마음대로 해

 

면도까지 하려고?

 

이러지 마!

 

날 만만하게 보는 것 같은데
난 조직의 두목들을 많이 알아

 

면도 안 하면 안 될까?
내가 돈을 줄게

 

고마워

 

더블 콘으로 주시오

 

빌어먹을, 또 너야?
미안해, 미안하다고

 

머리카락은 잡지 마
내가 혼자서 들어갈게

 

미안, 미안해

 

내가 들어갈게

 

여보세요? 나야
뭐 해?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

 

아이스크림 먹고 있어

 

나도 일찍 들어가고 싶어

 

이게 벌써 몇 개째인지 몰라

 

먹는 시합 하냐고?
돈 내고 먹는 거야

 

사실은 그게...

 

말 못하겠어
어쨌든 거짓말은 아냐

 

못 믿겠으면 와서 봐

 

여보세요?

 

이걸 어떻게 먹어?

 

콧수염이 타면 다 끝장이야

 

왜 이런 장난을 하는 거야?

 

이게 무슨 짓이야?

 

혼자 오라고 했는데
왜 온 가족을 데려왔어?

 

아버지 연세에
어떻게 많이 드시겠어?

 

잘못되면 어떡해?

 

얘는 내일 학교에 가야 하잖아

 

이건...

 

아이스크림 먹다 죽었다는 소리는
아직까지 못 들어봤어

 

난 첫 번째가 되고 싶진 않아

 

차라리 돈을 줄게

 

얼마인지 말만 해, 다 살게

 

내가 파는 아이스크림이
비싸다는 건 나도 안다

 

하지만 이들은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난 늘 아이스크림을 좋아해서

 

아이스크림 차가
매일 우리 집 앞에 서 있었고

 

아이스크림 차를 볼 때마다
너무 기뻤다

 

그래서 아버지에게
아이스크림을 팔자고 말했지만

 

아버지는 대답하지 않으셨다

 

알고 보니 어머니가 아이스크림
차에 치어 돌아가셨던 것이다

 

난 대만에서 태어났고
5살때 아버지와 함께 홍콩으로 왔다

 

아버지는 중경 여관에서
일하신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는
말씀도 잘 안 하시고

 

아이스크림도 잘 안 드신다

 

우리는 서로 말을 안 해서
부자 관계가 좋은 것 같다

 

이 녀석이
웬일로 아이스크림을 사 왔어?

 

안 먹는다고 했잖아
너무 차서 배가 아프다

 

넌 내가 죽기를 바라니?

 

문 열어! 무슨 짓이야?

 

너 죽고 싶어?
나가면 넌 죽었다

 

빨리 문 열어!
장난하지 마!

 

9090이요

 

메시지 남길게요

 

내일 그의 친구를 만날 테니
시간과 장소를 알려달라고 하세요

 

예, 알아요

 

잘 알아요

 

그저 장소가 정확한지
확인하는 것뿐이에요

 

이발소가 아니고
패스트푸드점이었어요

 

사람들은 우리가
큰 돈을 버는 줄 알고 있다

 

사람 목숨 값이 얼마나 되겠나?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1년이고 반 년이고 쉬기도 한다

 

그리고 일이 없을 때는
아르바이트를 한다

 

대신 수금을 해 주는 일이다

 

고마워요

 

돈 가지고 올 테니 기다리시오

 

이 안에 모두 있소

 

요즘은 왜 이렇게
자주 다치는지 모르겠다

 

총알을 빼낼 때마다
내 모습이 슬프게 느껴진다

 

정말 힘들다

 

그 날 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일어나서
어떤 결정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영업시간 끝났습니다

 

2주일 후
그녀와 만나기로 했다

 

내 결정을 알리기 위해서다

 

하지만 나는 나가지 않았다

 

만약 내 예상이 맞는다면
그녀는 여기로 날 찾아올 것이다

 

내가 이렇게 확신할 수 있는 건
우리는 한팀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매우 세심하다

 

난 일부러 흔적을 남겨
그녀가 날 찾게 만들었다

 

우린 서로
거리를 유지해 왔지만

 

그녀는 내 생활의 일부분이 됐다

 

내 마음을
솔직히 말하고 싶지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다른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어떤 여자가 날 찾아오면
이 동전을 전해주고

 

내 새 사서함 번호가
'1818'이라고 알려주시오

 

'1818'은 이 주크박스의
선곡 번호다

 

이 노래를 듣고 나면
그녀는 내 뜻을 이해할 것이다

 

그를 잊어요

 

모든 걸 잊어버려요

 

우리의 기나긴 시간은
이렇게 사라지는 건가요

 

그를 잊어요

 

모든 걸 잊어버려요

 

그때 한 말은
모두 거짓이었어요?

 

내게 상처를 남겨 주고
떠나갈 건가요

 

- 방향을 포기한 것처럼...
- 앉아도 돼요?

 

나 자신도 잊어버렸어요

 

그 사람을 잊어요

 

기쁨을 잊어버린 거예요

 

괴로움과 함께
영혼을 가둬버린 거예요

 

비가 온다!

 

우리 어디 놀러 가요
정말 기분 좋아요!

 

가요

 

저쪽으로...

 

어서요...

 

왜 그래요?

 

- 긴장 돼요
- 왜죠?

 

올라와요

 

싫어요?

 

관둬요

 

안 올라올 거예요?

 

결정했어요?

 

관둬요

 

올라오면 줄게요!

 

밤새 다 안 마르겠어요

 

내일 세탁소에
맡기는 게 어때요?

 

알았죠?

 

내 말 안 들려요?

 

대답해요

 

문 열어봐요!

 

멋있어요

 

잘 맞는군요

 

이 옷 누구 거요?

 

왜 물어봐요?

 

우리가 친한 사이였던가요?

 

때려줄 거야

 

왜 이래요?

 

살려줘!

 

그만 둬요

 

- 왜 그래?
- 변태

 

왜 그래요?

 

기분이 너무 좋아요

 

계속 소리 질러요

 

내가 왜 염색한 줄 알아요?

 

몰라요

 

아무도 날 쉽게 못 잊게 하려고요

 

특이하군

 

웃기지 말아요

 

아니오, 당신은 정말 특이해

 

옛날에 누군가도 그렇게 말했죠

 

누가요?

 

당신

 

옛날에 우리 만난 적이 있었어요

 

그땐 머리카락이 길었어요

 

날 베이비라고 불렀잖아요

 

정말이오?

 

정말이에요

 

모두 지난 일이죠

 

날 좋아해요?

 

좋아한다고는 안 했소

 

그저 이성 친구가 필요할 뿐이오

 

좋아요

 

오늘밤만이야

 

내일이면
나를 좋아하게 될지도 모르죠

 

관심 없어요!

 

관심 없다니까!

 

끈질기군 그만둬요!

 

싫어! 저리 가!

 

여기서 나가!

 

네?

 

왜 그런 말을 해요?

 

아이를 갖고 싶다고요?

 

그게 무슨 뜻이죠?

 

결혼해야 하겠다고?
좋죠

 

저도 하고 싶지만...
시간이 좀 필요해요

 

그럴 필요가 없다고요?
무슨 뜻이죠?

 

엉큼한 사람

 

내가 청첩장을 받아요?
내가 왜 받아요?

 

알았어요, 축하해요

 

신부는 누구예요?

 

아령이요?

 

둘이 잘 어울린다고 했잖아요

 

신부 들러리를 서라고요?

 

무슨 옷을 입어야 하죠?

 

시중 드는 아이 차림이요?

 

물론 좋아요, 좋고 말고요

 

지금 아령은 어디 있어요?

 

전화해서 축하해 주려고요

 

알았어요, 고마워요

 

동전 있어요? 1달러짜리요!

 

아령, 집에 있는 것 알아
장난 하지 마

 

자동 응답기 켜 놓을 필요 없어

 

지금 전화 안 받으면
평생 죄책감을 느끼게 될 거야

 

그와 결혼을 해?

 

그 사람 전기세 좀 대신
내달라고 했더니

 

그 기회를 이용해 그와 결혼을 해?
너 정말 못됐다

 

그는 널 사랑하지도 않는다구
단지 이용하려는 것뿐이야

 

그는 아이를 원해
벌써 4월인데 어떻게 낳을래?

 

낳아도 아이는 미숙아일 거야

 

다른 남자의 아이면서
그의 아이라고 속인 거지?

 

나랑 만나지 않도록 조심해
만나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이봐! 이봐!
아직 안 끝났어!

 

동전 더 줘요

 

나쁜 년, 수화기를 내려놨어

 

싫어요!

 

어깨 좀 빌려줘요

 

매일 밤, 이상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이 여자는
내가 가는 곳마다 있었던 것 같다

 

괜찮아요
다음에 보면 갚을게요

 

하지만 결과는 매번 똑같았다

 

전화로 해결이 안 되는 일은
만나서 얘기해야 하고

 

만나서 얘기해도 안 되면
두들겨 패야 한다

 

아쉽게도 난 말을 못한다

 

하지만 그녀는 내 뜻을 알았다

 

당신 말이 맞아요, 가요

 

금발령, 네가 여기 사는 걸
알고 있어

 

용기가 있다면 빨리 나와

 

셋을 셀 동안 안 나오면
집을 불 태울 거야

 

하나, 둘, 셋

 

아래층인가 봐요

 

금발령, 거기 있지?
나와!

 

셋 셀 동안 안 나오면
집을 불 태우겠다

 

하나, 둘, 셋

 

한 층 더 아래인가 봐요

 

이 흰 머리카락
가발 아니에요?

 

나이 들어서
흰 머리가 난 거야

 

금색이 좀 있군요
금발령과 무슨 관계죠?

 

- 금발령이 누군데?
- 약녀 해령은 알겠죠?

 

- 약녀 성 가진 사람은 안 살아
- 그녀와 한패죠?

 

저리 가, 미쳤어!

 

분명히 관계가 있을 거예요
따라가요

 

- 아주머니, 아령이란 딸이 있죠?
- 없어

 

- 그럼 약녀 해령은?
- 몰라

 

그날 우린 많은 곳을 찾아갔다

 

그녀의 집을 정말 알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웠다

 

그래, 포기한다

 

모두들 숨기고 감추니
내가 어떻게 찾아?

 

왜 아무도 날 도와주지 않아?

 

나쁜 년!

 

이건 불공평해
이래서 게임이 되나?

 

이제 아무하고도 안 할 거야

 

당신도 한패면서 속이는 거지?

 

당신을 믿었는데
아무 도움이 안 돼

 

넌 좋겠다, 모두들 도와주니

 

금발령?

 

이 나쁜 년!
드디어 나왔구나!

 

나쁜 년!
저질! 비겁쟁이!

 

때려죽일 거야!

 

너무 폭력적이군요

 

그만 먹고 문을 잘 봐요

 

금발령이 여기 올지도 몰라요

 

걔는 아버지랑 여기에
차 마시러 자주 와요

 

'자진사퇴'할 때
'퇴'자 어떻게 쓰죠?

 

발음만 맞으면 되니까
아무거나 쓰자

 

내가 읽어 줄게요

 

본인 금발령 또는 악녀 해령은
미모가 부족하여 자진사퇴하며

 

조니를 미스 양에게 양보하고
절대 간섭 않기로 맹세합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천벌을 받겠습니다

 

잘 썼죠?

 

그녀의 서명과 지장을 받고

 

그녀의 아버지를 증인으로 데려와
사진도 찍을 거예요

 

- 금발령!
- 네가 금발령이야?

 

사람 잘못 봤어

 

저 사람이 금발령이야!

 

- 당신이 금발령이에요?
- 왜, 그러면 안 돼?

 

- 네가 금발령이야?
- 뭐야?

 

죽여버리겠다

 

여자들은 물로 만들어졌다던데
물로 만든 남자도 있나 보다

 

대게 10대에 첫사랑을 겪지만

 

내게는 좀 늦게 찾아왔다

 

내가 눈이 높아서 그런가 보다

 

1995년 5월 30일에
난 처음으로 사랑에 빠졌다

 

그날 밖에는 비가 오고 있었다

 

난 그녀를 보며...

 

내가 가게이고...

 

그녀가 나라고 느껴졌고...

 

아무런 두려움 없이
갑자기 그녀는 가게로 들어왔다

 

그녀가 얼마나 머물진 몰라도
물론 오래 머물렀으면 좋겠다

 

손과 발을 안 씻고
머리도 안 감으니까

 

몸에서 냄새가 나잖아

 

머리카락은 언제 염색했어?

 

사랑을 하면
사람을 변화시킨다고 하더니

 

난 점점 멋있어지는 것 같다

 

그리고 금색 머리카락이
점점 늘어났다

 

우리 엄마가 러시아인인가?
러시아인일 리가 없지

 

부모님은 거센 억양이 담긴
대만어를 했으니까

 

중경 여관입니다, 누구시죠?

 

금발령?

 

1995년 6월 22일에

 

이탈리아 삼프도리아 축구팀이
홍콩에서 친선 게임을 했다

 

그녀가 루드 굴리트의 팬이라서
함께 축구장에 갔다

 

그날 그녀는 매우 즐거워했고

 

경기가 끝나고도 남아 있자고 했다

 

재미 없어!
뭐 했는지도 모르겠어

 

우리가 금발을 어떻게 이겨?

 

세상엔 기적이 흔치 않아
멍청이들...

 

내가 왜 여기 왔는지 알아요?

 

기적이 있기를 바랬어요
조니는 굴리트의 팬이라...

 

여기 오면 만날 줄 알았어요

 

하긴 내일이 결혼식인데
여기 오겠어요?

 

아까 내가 그렇게 열광한 건
TV로라도 날 보길 바래서예요

 

온다고 약속해 놓고
왜 안 오는 거죠?

 

그녀는 아직도 조니를 그리워했고
그것이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하지만 난 낙천적인 사람이라
참을 수 있다

 

모든 일은 과거로 흘러간다

 

조니에 대한 그녀의 감정은
언제 흘러갈지...

 

하지만 곧
흘러갈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너무 낙천적이었나 보다

 

며칠 후 함께
축구를 보러 가기로 했지만

 

그녀는 오지 않았다

 

조니에 대한 그녀의 감정이
곧 과거 일이 될 줄 알았는데

 

어리석은 추측이었고
그녀에겐 내가 과거가 되었다

 

경기가 끝나고

 

불이 꺼질 때까지 기다렸지만
그녀가 나타나지 않았다

 

난 실연 당했다
설마...

 

실연이 고통스럽다고 하지만

 

내겐 별것 아닌 것 같다

 

때로는 내 머리카락 색이
낯설게 느껴진다

 

마치 내 첫사랑처럼 말이다

 

지금 생각해 보니
지난 행동이 무책임하게 느껴진다

 

남의 가게를 내 맘대로 열고
맘대로 안 나가는 건 잘못이다

 

가게에도 감정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깨달은 뒤로
나는 내 삶을 바꾸기로 했다

 

어서 오세요

 

혼자 오셨습니까?

 

다음엔 새로운 메뉴를
준비하겠습니다

 

나 때문에
퇴근 못하는 것 아니오?

 

잔 하나 더 갖고 와요
같이 마십시다

 

장사는 잘 돼요?

 

이런 가게를 하려면
얼마나 듭니까?

 

안녕하세요
가게 내시려고요?

 

이런 가게를 하려면
얼마나 드는지 알고 싶어서요

 

백만 달러 정도 있습니까?

 

난 원래 장사를 할 생각이 없었다
한 곳에 머무는 게 싫어서였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장래를 생각해야 한다

 

그날 우린 자세한 얘기를 했고

 

그 사람은 이런 가게를 한다면
도와주겠다고 약속까지 했다

 

- 더 드시겠습니까?
- 네

 

가진 게 얼마나 되죠?

 

그 술집에 안 간지
꽤 오래됐다

 

이 노래를 듣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할 수 없다고 느껴진다

 

나는 이 집에도 다신 안 갔다

 

당신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매일 오늘처럼 지내길 바래요

 

오케이?

 

요즘 어떻게 지내니?

 

아빠도 잘 지내니
아무 걱정 마라

 

곧 네 생일인데

 

같이 못 지내서 미안하다

 

엄마의 병은 나아졌니?

 

여동생은 유치원에 잘 다니고?

 

그러니...

 

사토 씨는 가정을 중요시한다

 

식당 주인이 되기 전에는
영화 감독이었다

 

그래서 가족에게 보내는 소식도
캠코더로 제작한다

 

그의 아들도 이 테이프를 보면
매우 즐거워할 것이다

 

나도 그렇게 하고는 싶지만
누구에게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

 

내 자신에게 보내긴 싫은데...

 

사토 씨처럼은 할 수 없지만

 

그의 아들의 즐거움만은
나도 누릴 수가 있었다

 

- 어서 오세요
- 둘이 자면 얼마요?

 

- 더블침대요?
- 예, 더블침대요

 

4백 50달러입니다

 

너무 비싸요

 

장난하지 마!

 

가서 일이나 해!

 

진정하세요

 

그만 찍어!
가서 잠이나 자!

 

그만하고 여기서 나가!

 

그날 밤 늦게...

 

나는 아버지가
테이프를 슬쩍 보시는 것을 보았다

 

매우 즐거워하셨다

 

난 건망증이 심하지만...

 

그날이 아버지의 60회 생신이란
사실은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계속 웃으셨는데
뭐 때문에 웃는 건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즐거워하셨다는 건
확실하다

 

녀석하곤...

 

오랫동안 함께 일하게 되면
습관마저도 그의 영향을 받는다

 

난 이 향수 냄새에
익숙하지만

 

다른 여자에게서 맡기는 싫다

 

이 옷 나한테 잘 어울리죠?

 

물 때문에 줄어든 것 아니에요?

 

이 향수 냄새 정말 역겹다

 

오늘 길에서 마주친 여자한테서도
이 향기가 났어요

 

그 여자가 당신을 만나고 싶대요
그래서 약속을 해 놨어요

 

안 나갈 거죠?

 

하지만 나가서
말하는 게 좋겠어요

 

물론 안 나가면 더 좋죠

 

하지만 당신은 나갈 것 같아요

 

가져가요!

 

난...

 

포테이토칩 주세요

 

빨간 것 말고 노란 것으로 줘요

 

그들은 오랫동안 함께 있었다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비는 세차게 계속 내렸고

 

사나운 빗속을 뚫고 혼자서 어떻게
집에 가야 할지 난감했다

 

내게 레인코트가 필요했을 때
그는 내 곁으로 돌아왔다

 

난 매일 비가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안 올라갈게

 

그럴 거면서 왜 왔어요?

 

나 혼자 오게 뒀으면 되잖아요

 

난 원래 혼자 오려고 했다고요

 

날 놀리면 기분 좋아요?

 

미쳤군, 어서 가!
망할 자식

 

처음부터 내가 얘기했잖아

 

난 얘기한 적 없어
오지 말라고 했는데 왜 왔어?

 

내가 바보인 줄 알아?
어서 가!

 

미친 놈! 날 갖고 놀았어

 

손 이리 내!

 

무슨 짓이야?

 

기념이다, 왜?

 

내 얼굴은 잊어도
내가 물었던 일은 못 잊겠지

 

내 얼굴엔 점이 있어서
쉽게 기억할 수 있을 거야

 

지나가다 얼굴에 점이 있는
여자를 보면

 

나라고 생각해

 

기억 못 할 거야

 

기억할게

 

내가 그녀를 기억하는 건
소용 없는 일이다

 

나는 그녀에게 그저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을 뿐이었다

 

그녀가 어서 목적지에 도착해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길 바란다

 

누구나 파트너가 필요하다

 

난 언제쯤 찾을 수 있을까?

 

우린 아직도 한팀인가요?

 

팀에 대한 관점이 다르기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일하는 한팀으로서 그녀는 좋았다
하지만 같이 생활할 수는 없다

 

이제 같이 일을 못할 것 같소

 

그럼 마지막으로 도와주세요

 

그녀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마지막으로 도와주기로 했다

 

친구를 위해 광고를 내려고요

 

제일 앞면에 내겠어요

 

이 일의 장점은 모든 결정을
내가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죽일 사람과 시간과 장소는
이미 결정되어 있다

 

난 게을러서 누군가가
미리 준비해 놓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요즘에는 좀 달라졌다

 

옳은 일인지 아닌지 몰라도
내가 결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르신들은 사진을 많이 찍으면
단명한다고 하셨다

 

어느 날 밤, 아버지가 편찮으셔서
병원에 모시고 갔지만

 

얼마 안 있어 돌아가셨다

 

그 동안은 아버지가 계셨기에
아이처럼 살았다고 생각한다

 

내게 일이 생기면
아버지가 모두 해결해 줬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처음으로 내가
어른이 된 것 같았다

 

난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

 

그저 아버지가
늘 내 곁에 있길 바랬다

 

난 그 비디오 테이프를 가지고
이 호텔을 떠났다

 

가기 전에 여러 번 다시 봤다

 

아버지가 요리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행복했다

 

아버지가 만든 스테이크를
다신 먹을 수 없겠지만

 

그때 그 맛은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거다

 

또 너야?
오늘 재수 없군

 

내 머리 건드리지 마!

 

널 못 믿어서가 아냐

 

내가 널 거절한 적 있어?

 

내가 언제 체면 안 세워줬어?

 

오늘 내 스타일을 봐, 됐어

 

오늘 아내가 친정에 가서
밤에 약속이 있어

 

3시간만 주면 꼭 돌아올게

 

3시간, 좋아?
3시간이야

 

2시간?
2시간도 괜찮아

 

믿어 줘! 우린 친구잖아

 

2시간만 줘, 약속 지킬게

 

믿으라고!
우린 형제나 같아, 그렇지?

 

잠깐! 잠깐만!

 

혈서까지 쓸 건 없잖아

 

장난이지? 정말이야?

 

그건 안돼!

 

한 시간만이야, 알았지?

 

이러지 말아!
세상에... 잠깐만!

 

잔돈으로 좀 바꿔주세요

 

고마워요

 

아래에 있어요

 

빨리 데리러 와요

 

금년 운세는 안 좋은 것 같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직후에
사토 씨도 일본으로 돌아갔다

 

난 돈이 별로 없어서
다시 주인 노릇을 하게 됐다

 

하지만 이번엔 심사숙고해서
마음이 강한 가게를 찾았다

 

상처를 안 입히려고 말이다

 

이 가게에는 강철이 많아서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가끔 아는 사람을 만나는데
예전과 별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많이 변한 사람도 있다

 

그들은 날 잊었겠지만
난 그들을 만나면 기뻤다

 

물론 예외도 있다

 

1995년 8월 29일에
난 첫사랑을 다시 만났다

 

하지만 그녀는
날 알아보지 못했다

 

내가 너무 멋있어져서
못 알아보는 것 같기도 하다

 

-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요?
- 일이 생겨서 늦었어

 

- 저 사람 왜 저래?
- 몰라요

 

그날 밤은 유달리 추웠다

 

겨울이 이렇게
일찍 올 줄 몰랐다

 

이런 날씨가 낯설기만 하다

 

올 해 겨울은
무척 긴 것 같다

 

난 매일 잘 먹지만
역시 춥기만 하다

 

혼자서 일하는 데에 익숙해졌다

 

가끔 다른 사람과 팀을 이루지만
고정적이지는 않다

 

난 더욱 조심스러워져서...

 

남의 침대에 시트도 안 깔고
쓰레기도 검사하지 않는다

 

파트너에게 감정을 느껴선
안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우린 매일 사람들과
스쳐 지나간다

 

그들은 나의 친구가
될 수도 있다

 

그런 것 때문에 나는 언제나
낙천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가끔 감정에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상관 없다
즐겁기만 하면 된다

 

그날 밤, 그 여자를 또 만났다

 

그녀와는 친구가 될 수 없다

 

우린 옷깃이 너무 많이 스쳐
해질 지경이었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

 

날씨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그녀가 매혹적으로 느껴졌다

 

나는 그에게
집에 데려다 달라고 했다

 

난 오랜만에 오토바이를 탔고

 

오랜만에 또래 남자와
가까이 있었다

 

이 길은 집까지 그리 멀지 않으며
곧 내려야 한다는 것도 알지만

 

지금 이 순간은 매우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