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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scene.com/u/1191276)

 

2000-2001
스페인 프리미어 리그

 

시즌 11라운드 경기입니다

 

숙명의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가 만났습니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경기 펼쳐 드립니다

 

자, 지난 시즌 우승팀
레알 마드리드

 

올 시즌도 좋은 모습
보여 주고 있습니다

 

바르셀로나 지난 시즌과
완전 다른 모습이에요

 

그렇습니다

 

바르셀로나 같은 경우에는
분발하고 있는 모습인데

 

오늘 전투가 라이벌전답게
난폭하게 경기를 풀고 있네요

 

네, 미드필더에서
치열한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옐로카드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자, 프뢰들이 비켰습니다
오베르마스 슛

 

자, 왼쪽으로 빗나갔습니다

 

레알 마드리드 지단과 왼쪽에서
올라가며 라울 헤딩

 

자, 맞고 나온 볼
다시 모리엔테스가 헤딩슛, 공

 

라울 선수의 살려 내는 능력
정말 돋보입니다

 

피구 선수 오늘 넘어지는 장면이
자주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바르셀로나 선수들
아주 거칠게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마케렐레, 라울
자, 루이스 피구

 

골, 골!

 

감사합니다

 

어?

 

아이...

 

2002년 봄, 그녀를 다시 만났다

 

꼭 한 번

 

마주치고 싶었어요

 

에이

 

진짜인데

 

꼭 마주쳐야 돼요?
전화할 수도 있었죠

 

아, 전화요?

 

하, 전화?

 

물론 했었다

 

그게 너무 좀 어색해서...

 

안 받은 게 누군데

 

맞아요

 

우연이 더 좋죠? 신비로우니까

 

부모님이

 

이름을 참 잘 지으셨어요, 주인아

 

대번에 모든 사람을
다 마당쇠로 만들었잖아요

 

주인아 씨, 아씨

 

치, 전에 했잖아요, 그 소리

 

진짜요?

 

네, 그것도 똑같이

 

 

기억을 못 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사실 처음 봤을 땐
그, 약간 좀...

 

그날 내가 하려던 말은
그딴 게 아니었으니까

 

주 팀장님

 

- 팀장님
- 네?

 

언제 우리 차 한잔해요

 

언제 우리 차라도 한잔해야죠

 

- 싫어요
- 예?

 

술이라면 몰라도?

 

네, 노 대리님

 

어, 부모님이
이름을 참 잘 지으셨어요

 

주인아, 주인아 씨?

 

프리랜서 프로그래머 주인아 씨가

 

우리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

 

모두가 그녀를 좋아했다

 

총각이든

 

- 응, 입학 선물
- 애 아빠든

 

씁, 아, 입학 선물...

 

나?

 

어쩌다 기회가 온 적도 있었다

 

 

어제 9시 뉴스 봤냐?

 

네, 저 봤어요, 부장님

 

이 자식들 말이야, 이거
해 먹어도 한두 푼 해 먹어야지

 

아휴, 해 먹으려면
그 정도는 해 먹어야죠

 

뭐, 이 자식...

 

아니, 주가는 왜 이렇게 떨어져

 

어? 누구 있냐?

 

팀장님인가 본데요?

 

아휴, 뜨거워

 

 

하지만 난, 끼어들 틈이 없었다

 

야,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이씨

 

노브라 맞다니까요, 노브라

 

노 대리님

 

 

이것 좀 봐 주실래요?

 

예? 뭘 봐요?

 

덕분에 오늘 아주 재미있어졌어요

 

아침까진 쯧, 기분이 좀...

 

좀...

 

울적했죠

 

왜요?

 

아니에요

 

아이, 뭔데요?

 

다 그렇잖아요
남들한테 별거 아닌데

 

자기한텐...

 

아유, 속 터져, 뭔데요

 

바르셀로나가 졌거든요

 

- 제가 좋아하는 F...
- 바르셀로나요?

 

FC 바르셀로나요?

 

 

아, 그게 어떻게
별게 아닙니까? 별거죠

 

아, 저도 어제 밤새웠다니까요

 

- 씁, 근데 어떡하지?
- 바르...

 

나 오전에 기분이 째졌는데

 

레알 편이시구나

 

예, 아니, 가뜩이나 째지는데
인아 씨까지

 

아, 완전 열받네

 

들어간 거나 마찬가지였는데

 

봤죠? 클루이베르트가
완벽하게 댔다고요

 

어떻게 그게 안 들어가요?

 

라울한테 먹은 골은 그렇다 쳐요
진짜 속상한 건 피구

 

어떻게 피구를 놓쳐요?

 

딴 사람도 아니고 피구...

 

아, 깜짝이야

 

클럽 축구까지 챙겨 보는 여잔
난생처음 봐요

 

원래 스포츠 좋아하세요?

 

아니요

 

그냥 바르샤만 좋아하는 거예요

 

아, 바르샤

 

바르샤

 

스페인의 명문 축구 클럽
FC 바르셀로나의 애칭이다

 

'카탈루냐 찬가' 있잖아요
조지 오웰

 

예? 예

 

제가 그 책 무지무지 좋아하거든요

 

스페인 내전을 다룬 소설과
축구가 무슨 상관이냐고?

 

상관 많다

 

그 책 안 읽었으면
꼭 읽어 보세요

 

받아도 되는데

 

안 받아도 돼요

 

그 책을 좋아하다 보니까
바르샤가 보이더라고요

 

내전 당시의 카탈루냐는

 

독재자 프랑코에 맞서
끝까지 저항했고

 

그 중심이 바르셀로나다

 

누 캄프는 모든 카탈루냐인들의

 

울분과 분노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나야 지단이 있는 레알 팬이지만

 

바르샤는 바르셀로나의
고결한 정신이에요

 

축구 그 이상이죠

 

축구는 더 이상
내 관심사가 아니었다

 

피구는 배신자예요

 

말하는 입술이 귀여웠다

 

흥분하면 치켜 올라가는 눈썹도

 

이적 같은 거 안 한다고
몇 번을 말해 놓고

 

바르셀로나에서 레알로 이적한
루이스 피구 얘기

 

일단 응수

 

프로의 세계에
배신이 어디 있습니까?

 

바르샤는 달라요
승부 이전에 정신이고 신념이죠

 

기억나세요?

 

피구가 레알 유니폼
처음 입었을 때

 

왜 그 샌드위치에 술병에

 

나중엔 구장에다가
자전거 체인까지 던졌잖아요

 

피구고 지단이고가
지금 나랑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내게 중요한 건

 

- 쪼잔?
- 고냐, 스톱이냐

 

쪼잔? 덕훈 씨, 지금
쪼잔이라 그랬어요?

 

연장이냐, 종료냐

 

쪼잔이랑 바르샤랑은요
완전히 거리가 먼 단어예요

 

인아 씨

 

저, 손님, 죄송한데

 

종료

 

예?

 

예, 가게 마감 시간이 돼서
그런데요

 

먼저 결제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아니, 아니, 아니

 

레알, 레알, 레...

 

저 시계 이상해요
약 먹은 것 같아요

 

드시던 거 그냥
마저 다 드시고 가세요

 

한참 재밌는데

 

- 저기...
- 덕훈 씨...

 

덕훈 씨

 

 

순간 그녀는
하프 라인도 넘기지 못한 공을

 

단숨에 골문 앞으로 찔러 넣었다

 

저희 집에서
커피 한잔하고 가실래요?

 

와, 이걸<

 

아니, 이거를 언제 다 읽어요?

 

언제 다 읽긴요, 안 읽죠

 

그냥 헌책들이 좋아요

 

감사합니다

 

책을 사 와요

 

그리고

 

수건으로 깨끗이 닦아요

 

그리고

 

햇볕에 말려요

 

꽂아요, 이렇게

 

이게 다는 아니고

 

가끔 다시 꺼내서

 

냄새를 맡아요

 

여기 보면

 

'김은성'이 누구게요?

 

예?

 

번역자네요?

 

네, 이 책 주인은
선물 받은 걸 버린 거예요

 

- 아, 또 그리고
- 아이고

 

어, 이 책 보자, 음?

 

씁, '1978년 6월 7일'
저녁엔 비가 왔고

 

지숙 씨는 우울했대요

 

이게 제 취미예요, 이상

 

이상

 

예, 헌책방 냄새가 나네요

 

- 묵은내 나요?
- 아니...

 

아니요, 아니요, 아니요

 

좋은 냄새 나요, 인아 씨같이

 

저 사람 좀 있으면 배 아파서
꾸룩꾸룩거려요

 

인아 씨

 

인아 씨

 

그녀는

 

그녀는 황홀했다

 

100만 개의 흡착판이

 

온몸을 빨아들이는 것 같았고

 

200만 개의 솔기가

 

내 몸 전부를
어루만지는 것 같았다

 

아...

 

일찍이

 

그녀처럼 아름다운 플레이를
한 선수를 본 적이 없다

 

창의적인 플레이

 

헌신적인 어시스트

 

덕훈 씨

 

아, 그녀는 나를

 

아, 오, 나를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만들었...

 

 

이상하네

 

왠지 꼭

 

오늘만 기다려 온 것 같아요

 

듣기 좋다

 

진짠데?

 

알아요

 

덕훈 씨는 왠지 잘 믿어져요

 

정말요?

 

아, 저기...

 

궁금한 거 있는데

 

뭔데요?

 

인아 씨는 왜 브라자를
안 하고 다녀요? 속상하게

 

속상하게?

 

아니, 아니
남자들이 그렇거든요, 막...

 

자꾸 보고

 

자기들끼리 막 했네, 안 했네
내기하고

 

아니, 뭐
내가 그랬다는 게 아니고

 

아유, 그래서 속상했어요?

 

 

아, 정말 속상하네

 

봐요, 난 가슴도 작고요
안 해도 돼요

 

아니, 커요

 

그래요? 씁, 그러면 할까?

 

아니요, 안 해도 돼요

 

우리 또 만날 수 있죠?

 

 

언제?

 

음...

 

정확하게 15시간 후
우린 다시 만났고

 

연인이 되었다

 

섹스

 

음...

 

- 정사
- 성교?

 

- 자다
- 그 짓

 

밤일

 

참, 아, 섹스에 대한 말
무지하게 많다, 그렇지?

 

 

어, 얼

 

좋아, 본색을 드러낸다, 이거지?

 

씁, 떡

 

떡? 떡? 잘한다, 진짜

 

요건 몰랐을 거다

 

빠구리

 

씁, 그럼 나는...

 

- 빠구리 알아?
- 응

 

야, 너 아는 거 많다, 어?

 

많지, 그럼

 

참, 나

 

- 씹
- 씹? 잘한다

 

빠구리보다 낫다

 

알았어, 알았어
오케이, 오케이, 오케이

 

씁, 어렵네

 

또, 또, 응?

 

아, 박다

 

어유, 못됐어, 뭘 박아

 

그렇지만 좋아, 야하니까

 

동침

 

아, 동침, 동침
아, 동침 까먹었다, 아, 참

 

뒤치기

 

 

왜?

 

그건 특정 체위잖아

 

자, 하나, 둘, 없지, 없지?

 

- 아아, 잠, 잠, 잠깐, 잠깐
- 난 있는데

 

끝, 앗싸, 이겼다

 

참, 자기도 없으면서, 이씨

 

야, 내가 먼저 한 거니까
너도 하나 더 대야 이겨

 

해 봐

 

없지? 하나, 둘

 

사랑

 

알겠지? 자, 대

 

응?

 

어떻게 사랑을 빼놓냐?

 

치, 자기도
제일 늦게 생각났으면서

 

아니야, 제일 먼저 생각했어

 

근데 자기한테
듣고 싶어서 참은 거다

 

- 치
- 치

 

자, 벌칙

 

5분 동안 꼼짝없기다

 

아니야, 잠, 잠, 잠...

 

- 씁, 질문
- 응?

 

자기는 최고의
성적 판타지가 뭐야?

 

- 나?
- 응

 

왜, 왜 말하면 들어주나?

 

쯧, 기꺼이

 

없구나?

 

씁, 없기는 많아서 문제지

 

얼굴에 사정하는 거? 스리섬?

 

애널 섹스?

 

모두 다 내 취향이 아니다

 

음...

 

씁, 자기가 위에 있고

 

자기랑 나랑
모두 하늘 보는 자세?

 

그게 제일 야할 것 같은데

 

응, 이탈리안 샹들리에?

 

아니, 쪼끄만 게 그 방면은
무지하게 밝다

 

딴 건 없어?

 

딴 거?

 

있지, 있지, 있지

 

 

아, 이걸 어떻게 말해야 되나?
이것 참...

 

응?

 

- 아, 그것 말이야
- 응

 

- 오럴은 오럴인데
- 응

 

그냥 오럴은 아니고

 

어, 내가 잠들 때까지
그게 입속에 있는 거?

 

그리고 아침에 일어날 때도
그렇게 그대로...

 

이상하나?

 

아니? 하나도 안 이상해

 

- 진짜?
- 응

 

- 해 줘, 해 줘, 해 줘
- 에이

 

명색이 판타지인데
바로 해 버리긴 아깝지

 

 

 

자긴? 자기 판타지는 뭔데?

 

나?

 

자기랑

 

하는 거?

 

아니, 그래도 판타지인데

 

씁, 그래?

 

음, 그럼, 씁

 

자기랑 하는데

 

비 오는 날

 

그 비를 후두둑후두둑
다 맞으면서

 

카, 하는 거

 

죽이지?

 

밖에서?

 

말이라고

 

완전 밖에서?

 

어휴, 안 되겠네

 

안 되긴...

 

네가 날 아직 모르는 모양인데

 

아, 기상청 몇 번이냐?
오늘 비 안 오나?

 

 

아, 이거 날씨가
안 도와주네, 이거

 

치, 질문 끝, 대!

 

아이고

 

준비됐어?

 

♪ 준비됐어요 ♪

 

아, 잠, 잠...

 

사랑? 그렇지

 

그녀를 만나고서야 나는
처음으로

 

두 사람의 몸이 만날 때
이 충만한 기쁨이

 

섹스도, 정사도, 관계도, 씹도

 

퍽도 아니고

 

물론 먹는 것도 박는 것도 아니고

 

바로 사랑임을 알았다

 

사랑해

 

나도

 

내 거

 

아휴

 

- 이 지구 상에
- 응

 

아직도 철마다
연애를 하는 종족이 있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같이 살고
식으면 헤어지고

 

뭐, 가끔 평생을 한 사람하고만
사는 사람도 있긴 있지만

 

그런 사람은 10%로도 안 된대

 

사랑하다가 누군가
먼저 마음이 식잖아?

 

그래서 헤어지고 싶잖아

 

그럼 이렇게 가만히
나뭇잎을 내민대

 

나에게는 당신이
이렇게 가벼워졌어요

 

그럼 상대는 그 뜻을 알고는
말없이 떠난대

 

자, 선물이야

 

언젠가 필요하게 될지도 모르잖아

 

뭐냐, 지금

 

나 자기 사랑하는데
자기 건 아니다?

 

나 자기, 구속할 생각 없어
나도 그렇고

 

너 지금 내가
내 거라고 그랬다고 그러는 거냐?

 

나, 오래오래
자길 사랑할 것 같아

 

근데 평생
자기만 사랑할 자신은 없어

 

그래, 그거야 마찬가지지, 나도
미래를 어떻게 장담해

 

근데 우리
충분히 사랑하잖아, 지금

 

근데 그런 얘길
꼭 이런 순간에, 씨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될 수도 있잖아

 

아, 해, 해, 해, 얼마든지

 

벌써부터 헤어질
생각부터 하고, 이씨

 

아니야, 자기랑 헤어질 생각은
한 번도 안 해 봤어

 

아, 잠깐만
아, 그러니까 네 말은

 

양다리를 걸치겠다는 거냐, 지금?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을
사랑하면서 살고 싶다는 거야

 

드, 드, 들?

 

얘, 아주 웃기는 애네, 진짜
살다 살다...

 

아, 사랑한다며
나랑 하는 게 판타지라며

 

응응, 자기가 너무 좋아

 

으응, 뽀뽀, 뽀뽀

 

뽀뽀는 무슨, 이씨

 

왜 그래

 

왜 그래, 진짜

 

삐졌어, 삐졌어, 응, 응?

 

 

자기만 손해지, 뭐, 씨

 

웬일이야, 이 시간에?
우리 저녁에 보기로 했잖아

 

응, 저녁에 시간이 안 되겠더라고

 

물론 거짓말이다

 

왜? 약속 생겼어?

 

아니, 뭐
매번 거절하기도 그렇고

 

응, 그래, 그러면

 

저기...

 

근데 어제 자긴 늦게 끝났나 봐?

 

아니, 어제 그렇게
늦게 안 끝났어

 

근데 술 먹었어

 

누구랑? 남자랑?

 

도 있고 여자도 있었어

 

아니, 전화했었는데 꺼져 있데

 

그래? 많이 했었어?

 

아이, 미쳤냐

 

꺼져 있는데
뭐 하러 여러 번 하냐

 

- 응
- 에이씨, 짜증 나

 

응?

 

어? 아니야, 아니야
마셔, 마셔, 마셔

 

내가 먼저 전화하면
우리 엄마 아들이 아니지

 

아, 목말라

 

연결이 되지 않아...

 

아, 진짜, 씨...

 

전원이 꺼져 있어
삐 소리 후...

 

맘대로 해라, 맘대로 해

 

씨, 누가 상관이나 한대냐, 이씨

 

아, 여보세요?

 

어이, 덕훈!
야, 포르투갈전 표 구했냐?

 

병수, 너, 씨발

 

아, 네가 구하기로 했잖아

 

아, 븅신아...

 

아휴, 이씨

 

전화를 기다리는 것도 나

 

기다림의 고통도

 

오직 나만의 것

 

제풀에 지친 것도

 

나였다

 

결국 그녀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아니다, 사랑한다

 

침착하자, 노덕훈

 

그녀는 나를 사랑한다

 

안 받아도 돼요

 

아니다

 

그녀가 나를 사랑한다고 해도

 

절대로 나만을
사랑하는 것은 아니며

 

잘해야 나도 사랑하는 것뿐이다

 

그러니까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저희 집에서
커피 한잔하고 가실래요?

 

이런, 씨

 

어? 자기

 

내 전화 왜 씹냐?

 

전화했었어?

 

야, 주인아
너 거짓말은 안 한다며

 

거짓말?

 

내가 무슨 거짓말 했다는 건데?

 

전화 온 거 몰랐어?

 

몰랐어

 

이게 진짜, 이씨

 

뭐 하는 거야

 

뭐 하는 거야, 지금?

 

야, 봐 봐

 

어? 9시 30분 인아
35분 인아, 38분 인아

 

어? 10시 42분 인아
다 어디 갔어, 번호가?

 

발신자 표시를 안 하니까 없지

 

왜?

 

받기 전에 누군지 다 알면
설렘이 없으니까

 

그래서 전화기 아예 끄냐?

 

사람들 만나면서도
계속해서 딴 전화 받고

 

지나간 전화까지 일일이 답하고
그게 더 지나친 거 아니야?

 

말 잘해, 멋있어

 

그래, 문자는 받았을 거 아니야

 

그래, 안 그래도
지금 보고 있었다

 

'인아야, 난 널 믿는다'

 

이럴 거면서 뭘 믿는다는 건데?

 

허구한 날 술 처먹고

 

꼭두새벽에나 들어오는 여자를
어떤 놈이 믿겠냐?

 

오늘은 진실을 알아야겠어

 

뭐 했냐? 여태까지

 

아니다, 아니다, 아니다

 

뭐 했냐 그러면
술 마셨다 그럴 거고

 

남자랑 있었냐 그러면

 

남자도 있었고
여자도 있었고 그럴 거고

 

남자랑 있었어

 

뭐?

 

남자랑 있었다고

 

둘이?

 

 

그 새끼랑 뭐 했냐?

 

술 마셨어

 

그랬겠지

 

술만 마셨냐, 여태?

 

잠도 잤어

 

뭐?

 

잤다고?

 

그 새끼랑 잤다고?

 

아나, 어이없어, 진짜

 

어휴, 씨, 진짜, 이씨

 

너, 진짜 무섭다

 

우리...

 

헤어지자

 

7층입니다

 

병신

 

쪼다 새끼

 

어이, 덕훈!

 

어떡하냐, 나 포르투갈전
표를 못 구했다

 

덕훈아

 

아, 이 새끼
그렇다고 우냐, 인마

 

♪ 대한민국! ♪

 

♪ 대한민국 ♪

 

♪ 대한민국 ♪

 

넌 걔가 좋고

 

걔도 네가 좋고

 

객관적으로 얘기해 봐
희망 섞지 말고

 

이 새끼야, 이씨...

 

한국! 한국!

 

♪ 한국 우우 우우우 ♪

 

♪ 한국 우우 우우우 ♪

 

근데 잡히지가 않는다?

 

아, 야, 축구나 봐, 이 새끼야

 

야, 이 새끼야, 지금
축구가 문제냐? 축구가

 

축구는 비겨도 새끼야
16강 가는 거고

 

네가 문제지, 이 새끼야

 

어떻게 연락도 없다매?

 

아, 몇 번을 말해, 새끼야

 

홧김에 헤어지쟀더니
한 달째 전화 한 통 없다니까

 

넘겨

 

♪ 대한민국 ♪

 

농담할 여자 아니라고 했다

 

너한테 마음 없어, 이 새끼야
나도 농담 아니야, 넘겨

 

미친 새끼

 

야, 야, 파, 파
파도타기, 파도타기

 

파도타기 해야지, 아이참, 아이씨

 

아유, 또라이 새끼, 진짜

 

아, 이 새끼, 아휴, 방법 없네

 

야, 결혼해 버려라, 그냥

 

뭐?

 

넌 이 새끼야

 

여자에 대한 환상과 존경을
좀 버려라, 이 새끼야, 어?

 

여자 다 거기서 거기다

 

결혼하고 애 낳아 봐라
자기가 어디 가나, 자기가, 어?

 

야, 이거 코너킥
무조건 살려야 되는데

 

이거 느낌 좋다, 이거, 어?

 

뭐야

 

너 어렸을 때
존나 놀던 애들이 그...

 

크면 뭐가 되는 줄 아냐?

 

현모양처, 이 새끼야

 

이런 걸 학자들은
그, 뭐라 그러냐?

 

변증법적 진리
이 새끼는 이거...

 

- 골! 골! 골
- 골, 골, 골?

 

골, 골, 누구냐?
박지성, 박지성, 박지성

 

아, 씨발
아, 못 봤어, 못 봤어

 

야, 어떻게 넣었어
어떻게 넣었어?

 

야, 어떻게 넣었어
씨발, 못 봤잖아

 

♪ 대한민국 짜자짜 짠자 ♪

 

♪ 대한민국 짜자짜 짠자 ♪

 

대!

 

덕훈 씨한테 연락 올 줄 몰랐는데
의외네요

 

왜요?

 

왜?

 

남자들이 헤어진 여자한테
연락하는 건

 

뭔가 안 좋은 일이 생겼거나

 

새로 만난 여자랑
뭐가 잘 안되거나

 

아니면

 

같이 잘 여자가 필요하거나

 

근데 왠지 덕훈 씨는
셋 다 아닐 것 같아서요

 

아닌가?

 

다시 시작하자

 

싫어?

 

 

나랑 연애하기 싫어?

 

 

그럼 결혼하자

 

둘 중 하나 골라

 

덕훈 씨

 

둘 중 하나라도 행복하지 못하면
둘 다 행복할 수 없는 게 연애야

 

덕훈 씨랑 난 너무 달라요

 

나 사랑하니?

 

사랑은 했니?

 

 

덕훈 씨는 날 못 믿잖아

 

아니야, 믿어
믿고 믿을 거야, 그리고

 

나 너 사랑해

 

인아야, 내가 변할게

 

- 아니, 덕훈 씨가 날...
- 플라티니가 그랬지?

 

축구는 미스의 스포츠라고

 

모든 선수가 완벽한 플레이를 하면
점수는 영원히 빵 대 빵이라고

 

연애도 마찬가지 아니니?

 

전엔 내가 미스였어

 

 

여기서 플라티니가 왜 나와?

 

삼진 아웃제로 하자

 

나 원 아웃, 어?

 

- 축구 룰로 해
- 어?

 

옐로카드
한 장 더 받으면 퇴장이야

 

 

 

- 아, 따가워
- 쯧, 흉 지겠다

 

애냐? 넘어지고

 

더럽게 길바닥에 드러눕고

 

너...

 

다 봤구나?

 

와...

 

와, 그럴 거면서

 

덕훈 씨한테
연락 올 줄 몰랐는데?

 

억울해

 

뭐가?

 

아, 좀만 참을걸, 어?

 

그랬으면 지금쯤 도도하게
인아 씨한테 연락 올 줄 몰랐는데

 

아휴, 진짜

 

보고 싶어서 간 건 맞는데요

 

자기 집 앞에 백 번을 갔어도
아마 연락 안 했을 거야

 

장담해?

 

쯧, 하...

 

근데 자기 넘어지니까

 

가슴이 철렁하더라

 

마음 아프고

 

에이씨

 

아휴, 에이, 쪽팔려, 이씨

 

으이구

 

아이씨, 나만 손해야
나만 손해, 진짜

 

또 뭐가 손해인데?

 

넌 나 때문에 운 적 없잖아

 

사랑해

 

난 진짜 사랑해

 

아휴, 우리 아기

 

결혼하자

 

에?

 

 

 

무슨 결혼을 해

 

결혼해, 결혼해

 

내 꿈이 뭐게?

 

- 결혼해
- 싫어

 

결혼해

 

객사

 

어? 아, 참

 

밤새도록 술 먹고
해 뜨기 전에 죽는 거야

 

집시들같이 길바닥에서

 

- 맨날 술 먹지
- 아, 괜찮아

 

- 늦게 들어오지
- 괜찮다니까

 

- 외박도 하지
- 아이...

 

봐, 맘 식으면 미워하게 될 거야

 

아유, 내가
그런 생각도 안 하고 지금...

 

그런 것 따윈 상관없어졌냐고?

 

천만에

 

결혼이란
연애의 무덤이라고 하지 않은가

 

너를 꼭
연애의 무덤으로 데려가리라

 

너의 다른 연애들을
죄다 무덤 속에 묻어 버리리라

 

그래도 해

 

- 싫어
- 싫어

 

사실은 나도

 

결혼이라는 걸
생각 안 해 본 건 아닌데

 

근데...

 

고지가 보였다

 

안 돼

 

인아야, 술병이 겹친 거야, 어?

 

괜찮아? 봐 봐, 어?

 

이거 어쩔 뻔했어
아무도 없는 방에서

 

안 돼

 

♪ 대한민국 ♪

 

♪ 대한민국 ♪

 

이운재! 이운재!

 

이운재!

 

♪ 오오 오오 오오오 ♪

 

♪ 오오 오오 오오오 ♪

 

홍명보 파이팅

 

결혼해 줘

 

♪ 대한민국 ♪

 

♪ 대한민국 ♪

 

♪ 대한민국 ♪

 

♪ 대한민국 ♪

 

 

명보 형, 고맙다

 

나의 서른두 살 여름을
행복하게 하던 세 가지

 

- 여보! 여보!
- 하나

 

귀여운 나의 아내

 

잠깐만

 

비 많이 맞았지, 어?

 

잠깐, 기, 기다려, 기다려

 

- 이거 봐라
- 어?

 

끝내줘, 자기

 

발가벗고 비 맞는 기분이다?

 

 

모두가 잠든 새벽
환상의 축구 경기

 

 

모두 잠든 새벽
사랑스러운 아내와 함께 보는

 

환상의 축구 경기

 

이 맛

 

오, 호나우두, 호나우두!
예, 호나우두

 

야, 봤지, 봤지, 봤지, 어?

 

운 좋았네

 

오, 완전 멋있어, 완전 멋있어

 

야, 봤지?

 

야, 바르셀로나의 신념이
뭐든 간에 레알이 이겨요

 

웃겨, 바르샤는 더 이겨

 

아, 레알이 이긴다니까

 

야, 디 스테파노 데뷔전 때
오 대 빵으로 이겼지

 

그리고 뭐냐

 

아, 7년 전에도
오 대 빵으로 이겼지

 

그래도 역대 전적은
분명히 바르샤가 앞서네

 

- 진짜?
- 진짜

 

너 후회 안 하지?
너 이 타임에 내기 들어간다

 

허, 우리 또 받아 줘야 매너지

 

얼마?

 

바르샤가 걸린 문제인데
돈은 좀 불경하고

 

좋아, 좋아
내가 그럼 소원 들어줄게, 뭐든

 

좋아, 지단 걸고 들어주는 거다?

 

바르샤를 걸고 들어주는 거겠지

 

좋아, 까 봐

 

아, 진짜

 

 

내가 그냥 팬이 아니에요

 

 

지금까지 레알하고 바르셀로나하고
143번 맞붙었어요

 

승패는 63승 25무 55패, 응?

 

물론 63승이 레알 거지, 응?
장장 8승이 앞선다니까, 됐지?

 

맞아

 

근데 그건 프리메라리가 전적이네

 

시합이 프리메라리가밖에 없나?

 

스페니시 컵도 있고

 

챔피언스 리그도 있고
친선 경기도 있고

 

그건 경기 아닌가?

 

이제까지 바르샤하고 레알이랑
한 시합을 다 합치면

 

143경기가 아니고
221경기네

 

그리고 전적은 바르샤가

 

92승 46무
83패로 앞서 있다고

 

됐어?

 

아휴, 참

 

됐지?

 

아이, 알았다, 알았다

 

알았다, 소원이 뭐냐?

 

- 응?
- 맘 단단히 먹어

 

완전 대따 울트라 캡숑
대빵 큰 거니까

 

어, 씁

 

음...

 

지금은 없다, 저금

 

뭐야, 씨

 

저금했으니까 이자도 붙는 거야
나중에 꼭 들어줘야 돼, 무조건

 

지단 걸었어, 약속, 응?

 

알았다, 알았다, 알았다

 

약속, 복사

 

- 어? 어?
- 어?

 

아이고

 

아, 아, 나 눈물 나
엔리케 넣을 줄 알았어

 

내게도 소원을 물어 준다면

 

당장이라도 말할 수 있는데

 

내 단 하나의 소원

 

네가 나만을 사랑하는 것

 

아내는 여전히

 

가끔씩 전화를 받지 않았고

 

때때로 새벽에야 들어왔다

 

나?

 

보다시피 가능한 모른 척했다

 

터질 때도 있다

 

자기

 

아, 내 사랑하는 나의 자기

 

아직 날 기다리고 있었어

 

아이, 지금 몇 시야?

 

지금?

 

지금이...

 

네 시 반

 

나 할증 끝나자마자
총알처럼 달려왔다, 잘했지?

 

잘하긴

 

아, 지금까지
어디서 뭐 한 거야? 어?

 

 

- 봐 봐
- 응?

 

아, 정말 술만 마셨어?

 

알고 싶어?

 

 

그래, 정말 술만 마셨어?

 

안주도 먹었지

 

어휴, 씨

 

빨리 자자, 내가 재워 줄게

 

이상한 말이지만

 

아내를 믿지 못할수록

 

나는 더 아내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오래 기다렸지?

 

오, 술 냄새, 많이 먹었어?

 

1차만 하고 바로 달려왔죠

 

잘했어

 

근데 웬 심야 쇼핑?

 

- 어, 파티하려고
- 어?

 

자기, 나 좋은 일 있다?

 

- 좋은 일? 정말, 뭔데?
- 어

 

얼마나 걸리는데?

 

1년

 

1년?

 

안 돼

 

그게 뭐가 좋은 일이야
떨어져 지내야 되는데

 

아이씨...

 

- 어디라고?
- 경주

 

아이, 그럼 집도 구해야 되잖아

 

어, 회사에서 간부들 쓰는
연수원 같은 거 내준대

 

전망도 진짜 좋고 집도 예쁘고

 

생각해 봤는데
나중에 자기도 놀러 오면...

 

아, 됐어, 너나 놀아

 

페이도 무지 센데

 

넌 돈 필요 없다며?

 

돈 때문이 아니라

 

나 맨날 영업 프로그램같이
단순한 것만 하고

 

근데 이번 건 진짜 달라

 

건축 설계용 프로그램이라

 

훨씬 자유롭고
크리에이티브 한 일이야

 

나 되게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일이란 말이야

 

응?

 

응? 자기...

 

안 돼

 

어?

 

아, 아

 

아이, 뭐, 그러면, 응?

 

우린 언제 하고, 응?
그리고, 응?

 

문제없어, 봐 봐, 봐

 

어차피 우리 약속이다 뭐다 해서
일주일에 두세 번은 늦잖아

 

내가 주말에 올라오면
꼬박 사흘은 같이 지낼 수 있어

 

양보다 질, 어? 괜찮지, 어?

 

자기...

 

양보다 질

 

응?

 

양보다 질

 

진짜

 

못 믿어서만은 아니었다

 

아내가 없는 집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기운이 다 빠지는데

 

이런 날 보고 어쩌라고

 

아유, 진짜

 

대전 신도시 중산층
블루 마켓 분석 나왔어?

 

세일즈 프로모션 기획안

 

여기

 

 

너, 오늘 왜 이래?

 

노 과장님, 또 칼퇴근이야?

 

아...

 

여보, 여봉, 여봉, 여봉

 

아이고, 우리 신랑

 

잘 있었어?

 

어, 내가 보고 싶어도 꾹 참았어

 

어, 잘했어, 잘했어, 우리 신랑

 

지루한 첫 주를 넘기고 나자

 

주말부부로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무엇보다 금요일 밤은
너무나도 뜨거웠다

 

주말에 모임이라도 있을라치면

 

아, 나 출장인데?

 

어머니 생신

 

아이고, 아, 저 부산이에요

 

저 아버지 제사라...

 

아...

 

내 생애 꽃 같은 봄날

 

왜?

 

나 할 말 있어

 

 

자기

 

나 사람 있어

 

봄날에 불어닥친 황사

 

사, 사람?

 

아...

 

아유, 난 또 뭐라고, 아휴

 

아휴, 뭐야, 뭐, 헤헤

 

자기, 괜찮은 거지?

 

그럴 리가

 

나 자기 화낼까 봐
걱정했단 말이야

 

나...

 

그 사람 사랑해

 

결혼하고 싶어

 

뭐?

 

헤어지자고?

 

아니, 아니
그럴 거면 내가 뭐가 걱정이겠어

 

그럼?

 

그 사람하고도 결혼하고 싶다고

 

도? 그 사람하고도?

 

너 지금 딴 놈이랑
결혼하겠다는 거야?

 

 

야이씨, 말...

 

왜?

 

왜? 왜? 몰라서 물어?

 

대한민국 일부일처제야
원칙이 그래

 

법적인 건 상관없어

 

그럼 동거네, 동거

 

동거 아니야, 결혼이야

 

그냥 자긴 지금 이대로 있으면 돼
지금이랑 똑같이

 

아, 뭘 지금처럼, 뭘 지금처럼!

 

서로 사랑하면서 지금처럼

 

너 결혼 싫어했잖아
기억 안 나?

 

나 다 기억나

 

당신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된 거잖아

 

나?

 

나?

 

당신 때문에 결혼이란 걸 한 거고

 

사랑하는 사람이랑 결혼하는 게

 

나한테도 행복인 걸
알게 된 거잖아

 

- 그래서 나 그 사람하고...
- 와, 와, 와, 와

 

와, 너 진짜 희한한 재주 있다

 

어떻게 말도 안 되는 걸
말같이 하니, 어?

 

어떻게 생각하면 하나도 안 이상해
당신이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 봐

 

어, 야, 야
됐어, 됐어, 됐어

 

야, 그 새끼 누구야?
전화번호 대

 

핸드폰 없어, 그 사람

 

아, 거지야, 핸드폰 없게?

 

핸드폰만 안 쓰는 거야

 

와, 아, 진짜!

 

 

야, 그 새낀 뭐래냐?
그 새낀 어미, 아비도 없대냐?

 

결혼은 내가 더 원하는 거야

 

사실 그 사람 나보다 결혼이
더 안 어울리는 사람이거든

 

그래서 설득 중이야

 

네가 왜 설득을 해!

 

나한테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놈한테!

 

무서워서 그랬어
당신이 미친년이라 그럴까 봐

 

너 미쳤어, 미쳤어

 

야, 그 새낀
너 결혼한 거 아냐?

 

그럼, 우리 결혼식에도 왔는데

 

아나, 미치겠네

 

아휴, 미치겠다

 

아휴

 

야, 너 장인, 장모님은
어쩔 거야?

 

엄마, 아버지까지야 욕심이지

 

야, 넌

 

엄마한테도 말 못 할 결혼을
왜 하겠다는 거냐, 진짜

 

결혼이랑 연애는 다르니까

 

연애는 아무리 사랑해도
서로 도드라진 데만 보는 거야

 

근데 결혼은 해 보니까
삶 전체가 포개지는 느낌이야

 

포개긴 뭘 포개!

 

화만 내고

 

생각도 안 해 보고

 

내가 무슨 별을 따 달래
달을 따 달래

 

난 그냥 남편만 하나
더 갖겠다는 거뿐인데

 

뿐?

 

차라리 별을 따 달라 그래, 별을

 

이건 세상이 두 쪽 나는 거보다
나한텐 큰일이야!

 

그렇게 보지 마

 

어? 아휴, 진짜, 씨

 

야, 차라리 동거를 해!

 

나 몰래 동거 열심히 해서

 

삶을 뒤집든지 뭐, 쪼개든지
네 마음대로 해, 씨

 

안 돼, 그건 다 거짓말이잖아
내가 어떻게 당신한테 그래

 

이씨

 

언제 만났니?

 

알았던 사람이야

 

좋아하게 된 건
이번 일 같이하면서고

 

처음 만났을 때 결혼하지
그럼 나 안 만났을 텐데

 

그러니까 다행이지
자기도 만났으니까

 

미친 새끼, 운전 똑바로 못 해?

 

어디가 그렇게 좋디?

 

나랑 닮았어

 

쌍둥이같이, 그래서 편해

 

그 사람을 보면

 

미래가 보여

 

너 미래 같은 거 안 따진다며
집시같이 사는 게 꿈이라며?

 

그런 미래 말고

 

지금보다

 

내가 더 나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미래

 

지금도 넌 네 멋대로 살잖아
더 갈 데가 남았니?

 

그냥 그런 느낌이 들어

 

우린 정말 닮았기 때문에

 

우리?

 

화내지 마

 

당신하고 나도 우리고

 

그 사람하고
나하고 당신하고도...

 

씨발, 그만해!

 

보자 보자 하니까 우린 무슨, 씨

 

너나 그 새끼하고 많이 우리 해

 

내가...

 

아휴, 관두자, 씨

 

내가 화낼 이유가 없지

 

내가 분명히 말하는데
내 대답은 노야, 절대로 노!

 

둘 중 하나만 해
나든 그 새끼든!

 

나를 택할 것이다

 

버릴 것이다

 

버리지는 못할 것이다

 

버리고도 남을 것이다

 

토요일

 

아내는 오지 않았다

 

대신

 

외삼촌!

 

응?

 

아, 누나

 

내가 죽으면 죽었지
내가 그 인간이랑은 못 살아

 

야, 글쎄 이 인간이 말이야

 

매형

 

바람피우는 꼴은 죽어도
못 보는 거 알지?

 

압니다, 저, 그렇지만
딱 한 번입니다

 

뭐? 한 번?

 

한 번이 적니?
어? 한 번이 적어?

 

한 번이 적어서...

 

어? 지금 잘나서 얘기하는 거야?

 

무슨 뭘 잘했다고, 너...

 

너 뭘 잘못했다고 이년아
일로 와 봐 봐

 

엄마, 엄마, 엄마

 

아니, 남부끄러운 줄을
좀 알아, 어?

 

아니, 새끼를 둘씩이나 데리고
총각 결혼한 게 무슨 위세라고

 

뭐, 이혼? 이혼이라니!

 

아! 엄마

 

엄마는 알지도 못하면서
왜 나한테만 그래!

 

뭘 몰라, 이년아!

 

제가 잘못한 겁니다

 

아이고, 이렇게
순진해 터진 김 서방이

 

어쩌다가 룸살롱에 두 차례
간 거 가지고 이혼이라니, 어?

 

딱 한 번입니다, 장모님

 

한 번이 자랑이야?
한 번이 자랑이야?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2차를 다녀? 어?

 

에이그, 서방이
평생 속을 썩이더니

 

이제는 딸년까지, 에이그

 

누나랑 얘기 좀 했어?

 

아이고

 

누난 뭐래?

 

젊은 것이 호적에
빨간 줄을 두 개 달고

 

어쩔 거냐고 그러니까

 

'아직 뭐
혼인 신고 안 했으니까'

 

'줄이야 한 개지, 뭐'

 

헤헤, 헤헤, 요러면서 웃더라

 

아이고, 속 터져

 

 

에이그

 

너, 정신 똑바로 차려

 

요즘 네 처만 한 애 없다

 

걘 어떤 거 하나도
부족한 데가 없더라

 

엄마

 

아버지하고 어떻게 살았어?

 

안 살면 아, 누구 좋으라고?

 

어느 년 좋으라고?

 

경주요

 

이번 게임에 출전하죠?

 

 

역시 호나우지뉴예요

 

바르샤에서도 금방 적응하네요

 

어, 네 골 넣더니 근데
이번 달 들어서는 좀 주춤했어요

 

그래도 왠지 골이 터질 것 같은데

 

기대된다

 

시작하겠어요, 빨리 들어가요

 

고마워요

 

- 들어가요
- 네

 

아, 재경 씨

 

커피 한잔하고 가세요

 

아, 네, 그럴까요?

 

주인아!

 

덕, 덕훈 씨

 

노덕훈 씨

 

너야? 너야, 이 새끼야?

 

그러지 마

 

- 진정하세요
- 나쁜 새끼야

 

내 여자를 이 새끼야

 

덕훈 씨, 하지 마, 하지 마

 

덕훈 씨

 

덕훈 씨

 

덕훈 씨, 덕훈 씨...

 

죽어

 

차라리 죽어

 

저기, 덕훈 씨

 

뭐, 이 새끼야
뭐, 이 새끼야!

 

너희 똑똑히 들어, 어?

 

나 절대로 이혼 못 해

 

누구 좋으라고, 누구 좋으라고!

 

나 이혼 못 하고

 

너희들 절대로
인정 못 해, 안 해

 

사랑?

 

사랑?

 

사랑 좋아하네
너희들 현재 스코어 뭔지 알아?

 

간통이야, 간통, 알아?

 

첩 년의 머리채를 잡아 뜯은 기분

 

쪽팔렸다

 

죽고 싶을 만큼

 

미안해

 

어릴 땐 날마다 공을 찼다

 

더위도 추위도 상관없었다

 

골대도 운동장도 필요 없었다

 

내게 필요했던 건

 

오직 공 하나

 

내 인생의 축구공

 

그때

 

저금한 소원 있잖아

 

꼭 들어주기로 약속한 거

 

내 소원은...

 

자기랑 헤어지지 않는 거야

 

바르셀로나 해 봐

 

응?

 

바르셀로나

 

한번 해 봐

 

바르셀로나

 

바르샤는 바르셀로나의
고결한 정신이에요

 

나...

 

당신 만난 거 후회해

 

당신 미워해

 

당신...

 

마음대로 해

 

아기 이름 잘 지어야지

 

무섭다, 주인아 씨

 

웃지 마

 

이런 내가
쏴 죽이고 싶게 미워지니까

 

내 생애...

 

봄날은 갔다

 

뭐야, 있으면서
문도 안 열어 주고

 

아, 우리 집 냄새

 

2주 만에 보는 마누라인데
안 보고 싶었어?

 

흠, 우리 신랑 얼굴 좀 봐
핼쑥해

 

응? 뽀뽀, 쪽

 

끝?

 

나는 그녀의 친구가 아니다

 

전남편도 아니다

 

엄연한 남편이다

 

그런데...

 

아내가 결혼했다

 

야, 오늘 너희
무슨 술을 그렇게 많이 마시냐?

 

카, 어디 애 딸린 년이, 씨

 

쪽팔려서 얻다 대고
말을 할 수가 있나

 

봐라, 오죽하면
머리가 다 빠진다, 이씨

 

야!

 

이혼하잔 건 아니라며

 

안 그런다고 빈다며
용서하면 그만이네

 

- 뭐가 문젠데?
- 아휴, 이 새끼야, 너...

 

그래, 자

 

여기 새 자전거가
있다고 치자, 응?

 

금방 싫증이 나네, 내버려 뒀어

 

그래도 내 건 내 거야

 

어느 날 타려고 보니까
안장이 없네?

 

하, 이런 씨

 

찾아다 끼워

 

뭐?

 

새끼야, 안장은
자전거의 혼이야, 이 새끼야

 

딴 놈이 이걸 훔쳐 타고
이 혼을 뺏어간 거라고, 인마

 

그럼 네 와이프 자전거는 새끼야

 

어?

 

네 와이프 안장은
툭하면 빠져 가지고

 

딴 년 엉덩이 밑에 가 있는데

 

어쩌다 한 번
제수씨가 실수한 걸 가지고

 

아휴, 이런 나쁜 새끼야

 

걸레 같은 새끼야

 

내가 너 같은 새끼 때문에
한국 남자들이 다 싫어져

 

원래 내 안장은
탈부착식이야, 빙신아

 

아휴, 씨!

 

근데도 네 마누라는
너하고만 살겠다는 거 아니야

 

어? 잘못했다고

 

안장 다시
갖다 놓겠다는 거 아니냐고

 

- 형!
- 어? 어?

 

살살 좀 해, 시끄럽게

 

왜 나한테 지랄이야
내가 뭘 잘못했다고

 

너, 이 새끼야

 

너, 멀티 안장 시스템을
알기나 해?

 

어?

 

아휴, 내가 진짜...

 

넌 새끼야
행복한 줄 알아, 알고!

 

술이나 마셔, 이 새끼야

 

근데 너, 무슨 일 있냐?

 

마셔, 마시고
이혼해, 새끼야, 이혼해!

 

이거 레, 레알하고 바르샤...

 

술, 술 먹었어?

 

덕훈 씨

 

덕훈 씨, 왜 그래?

 

덕훈 씨, 덕훈 씨

 

덕훈 씨, 덕훈 씨

 

아, 덕훈 씨

 

아, 덕훈 씨!

 

- 슛, 골! 카를루스
- 골이에요, 골이에요

 

- 어, 어?
- 뭐야?

 

어? 어, 지단

 

카를루스

 

야...

 

- 그대
- 응?

 

이제 어떡할 거야?

 

당분간 달라질 거 없어
주말엔 자기, 주중엔 경주

 

참, 말이 그렇지
두 집 살림을 어떡할 거냐고

 

걱정해 주는 거야?

 

- 그대
- 응?

 

사랑이 나눠지니?

 

하나를 반으로 나누는 게 아니라

 

두 배가 되는 게 아닐까?

 

그대, 참, 말, 아휴...

 

자기, 근데 왜 아까부터
나보고 자꾸 그대라 그래?

 

야, 너 같으면
여보 소리가 나오겠냐?

 

완전 체질이자 삶의 기쁨이라던

 

그, 설거지
이젠 안 하겠다, 이거지?

 

진짜

 

아직 살아 있겠지?
이 속에서 헤엄치는...

 

됐어

 

나는 그대가

 

그 자식이랑

 

수요일 날만 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네

 

왜?

 

아니, 그럼 그놈 거랑 내 거랑

 

그대 배 속에서
전쟁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괜찮아
사이 좋게 지내라 그러면 돼

 

안 들을걸?

 

그 자식 건 모르겠지만
내 건 아주 용맹하거든

 

그래서?

 

대신 수요일은 둘이
열 번을 해도 돼

 

뭐, 그 몸으로
열 번을 하겠냐마는

 

스무 번도 해

 

웃겨, 알통이 이따만 해

 

알통 좋아하시네

 

축구는 골대 안에
골을 집어넣는 경기예요

 

골을 못 넣으면 이길 수가 없어요

 

내가 잘하냐? 그놈이 잘하냐?

 

둘 다 잘해

 

그 새끼가 오래 하냐?
내가 더 오래 하냐?

 

때마다 다르지

 

이씨

 

호나우두랑 지단이랑
비교할 수 있어?

 

누가 스트라이커하고
미드필더를 비교하래?

 

그럼 베컴이랑 피구를 보자

 

누가 더 잘하는지
비교할 수 있어?

 

같은 미드필더라도
피구는 윙어 스타일이고

 

베컴은 뻥 스타일이고

 

기준이 뭔데?

 

얼마나 많은 숫자의
수비수를 제쳤는가?

 

뭐, 당연히 피구겠지

 

그렇지만 수비 가담 능력이나

 

결정적인 크로스 한 방
같은 게 기준이면

 

베컴이 훨씬 더 잘한다고 봐야지

 

감독이 어떤 전술을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아휴, 이럴 땐 저 쪼끄마한 입술을
꿰매 버리고 싶다

 

좋아, 그렇다면

 

아, 좋아, 그대가 감독이라면

 

한 명을 내보내야 한다면
나야, 그놈이야?

 

우리 팀은 투 톱 체제야

 

우리 감독으로 말하자면
완전 투 톱이 체질이었다

 

에이씨, 내가 왜 파랑이야, 이씨

 

어?

 

이거 봐라

 

이쁘지? 어머니 힘드실까 봐

 

이거 한번 보슈
얼마나 야무지게 부쳐 왔는지

 

우리 아기가 부쳐 온 거예요

 

아이고, 아이고, 이쁘기도 해라

 

어쩜 넌 요즘 사람 같지 않게
손도 야무지고

 

그냥 하나도 버릴 게 없네

 

엄마!

 

참, 집에 온 내내
아내가 제일 많이 한 말은

 

'제가 할게요'

 

- 제가 할게요
- 여우, 여우, 여우

 

아휴, 고생이 많네

 

형님이 고생이시죠, 뭐

 

어머니, 저희가 할게요
모르셨구나?

 

저이 제일 좋아하는 게
설거지예요

 

아, 뭐 해?

 

아이씨

 

아이고, 아버지
말씀 좀 해 보세요, 예?

 

보세요
얼마나 잘하는데요, 그렇지?

 

내가 두 딸년은 몰라도
아들 하난 잘 가르쳤지

 

아휴, 나도 엄마가
가르쳐 준 대로지, 뭐, 어?

 

맨날 뭐랬수?

 

'너희들은 나처럼 살지 말아라'

 

참, 어머니, 오징어 김치
가르쳐 주신댔잖아요

 

어, 참, 그렇지, 아, 그래그래

 

자기 신랑이 그렇게 오징어 김치
오징어 김치, 노래를 부른대...

 

에이, 귀찮아

 

그렇지만

 

가끔은

 

이 여자를 진짜로

 

이해하고 싶어진다

 

피곤해서 어떡해

 

괜찮아, 들어가

 

잠깐 들어가서 눈 좀 붙이고 가지

 

어딜? 가다 죽으면 죽었지
들어가, 빨리

 

- 안녕하세요?
- 응

 

들어가요

 

- 아, 서류 챙겼어요?
- 어, 챙겼어요

 

 

엄마야

 

깜짝이야

 

나랑 닮았어, 쌍둥이같이

 

그냥 헌책들이 좋아요

 

가끔 다시 꺼내서 냄새를 맡아요

 

내가 더 나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미래

 

비 오는 날

 

그 비를 후두둑후두둑
다 맞으면서

 

카...

 

너는 말이 없냐
형님이 이혼을 했다니까

 

좀 참지

 

형 같으면 참, 참았겠다

 

요즘 같은 세상에

 

바람 한 번 피웠다고
좀 그렇지 않냐?

 

형, 남자한테 죽일 년은
바람피운 년이고

 

여자한테 죽일 놈은
버리고 떠난 놈이다

 

카, 주옥같은 궤변이다

 

야, 덕훈아

 

저거, 저, 자기 마누라가

 

먼저 차 버렸어야 되는데
안 그러냐?

 

자기가 어딜

 

형, 심수봉 몰라, 심수봉?

 

♪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

 

- 어?
- 저 병신, 항구?

 

요새 여자들은 항공 모함이야
이 새끼야, 잘만 돌아다녀

 

너나 나나 그 항공 모함을
드나드는 좆만 한 비행기야

 

새끼야, 황송한 줄이나 알아

 

이야, 이 새끼
이거 많이 변했는데, 응?

 

어서 오세요

 

리벤지님?

 

나도 결혼했다

 

오프에서 와이프는 와사비님이 처음

 

전 온라인 남편도 리벤지님이 처음

 

아, 씁, 바르샤 아세요?

 

바셀린요?

 

아니, FC 바르셀로나

 

아, 그거 핸드크림 아닌가?

 

아닌가? 맞나?

 

유쾌했다, 너무나, 너무나!

 

응?

 

웬일이야, 자기?

 

- 아, 줘 봐
- 응

 

아내와 한재경은
일산으로 이사를 했다

 

뭐, 내 알 바 아니지만

 

오빠

 

나... 잘 못 하지?

 

 

아니야

 

너무 못해

 

오빠는

 

소영이랑 있으면

 

미래가 보인다?

 

오빠

 

미래

 

지금의 나보다

 

더 나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미래

 

아, 깜짝이야, 씨

 

그대, 웬일이야?

 

오늘 목요일 아닌가? 어, 어?

 

어어

 

무슨 날이야?

 

- 불 끄자
- 무슨 날인데?

 

하나, 둘, 셋

 

아기

 

당신

 

이야

 

키가 3밀리래

 

많이 컸지, 우리 아기?

 

어, 귀여워

 

죽겠다, 정말

 

와, 얼마나 된 거야?

 

- 6주
- 6주

 

 

우리 아기지?

 

그럼

 

와, 참...

 

씁, 아, 근데
왜 초가 네 개야?

 

이제 네 명이 됐다는 기념이지

 

우리 아가라며?

 

그럼, 우리 아가

 

아, 엄마한테 전화해야겠다

 

근데 어머님한테
먼저 해야 되나?

 

시간이 너무 늦었지?

 

씁, 아직 아무도 모른다

 

자기한테 제일 먼저
알려 주는 거야

 

근데

 

나한테 왜 먼, 제일 먼저
알려 주는 건데?

 

어?

 

아니, 그놈한테
먼저 알려 줄 수도 있잖아

 

씁, 그럴 걸 그랬나?

 

에이

 

나, 아빠?

 

그럼

 

확실한 거지? 내 새끼인 거지?

 

뭐야, 그 새끼야?

 

관둬, 관둬, 내 아기야

 

그러니까 네 아기인데

 

그놈이냐고 나냐고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왜 몰라? 여자들은 다 안다는데?

 

누가? 누가 그래, 누가?

 

누구 새끼야

 

관둬

 

어어? 야!

 

누구냐고! 어?

 

아, 누구냐고, 누구, 에이

 

에이, 누구냐고!
아니, 대답을...

 

누구야, 누구냐고!

 

오늘 밤은 뭐 해요?

 

어, 진호야, 핸드폰 있냐?

 

집에 두고 와서, 한 통만 하자

 

아, 주인아 씨?

 

아, 다른 게 아니고요

 

누구냐고, 누구냐고
누구, 누구, 누구

 

누구냐고, 누구...

 

자기야, 치킨 사 왔다

 

소영 씨가 누구야?

 

소영 씨가 누구야?

 

여자

 

그러게, 여자더라고?

 

왜 남의 전화를 받고 그래

 

너무 애절하게 울리잖아

 

뭐, 급한 일일 수도
있겠다 싶어서

 

근데 소영 씨가 누구야, 어?

 

덕훈 오빠 핸드폰
아니냐고 그러던데?

 

그래서?

 

핸드폰 주인 이름이
덕훈이냐고 그랬지

 

버스에서 주웠다고, 나 잘했어?

 

근데 소영 씨가 누구야?

 

그대 알 바 아니잖아

 

사랑하는 사람이구나?

 

노 코멘트

 

잤어?

 

답해야 하나?

 

잤구나?

 

말을 하라고! 누가 뭐래?
소영 씨가 누구야?

 

에이, 진짜

 

아가야

 

아가야, 나오너라

 

너만이 나를
이 깊은 수렁에서 건질 수 있단다

 

아유

 

아이고, 그랬어, 하품해

 

 

씁, 조심조심, 조심조심

 

이런 순간을 딴 놈이랑
나눠야 한다니

 

쉣이다, 쉣

 

누굴 닮았냐?

 

- 코가 오똑한 게
- 아이고

 

아이고

 

은서 아기 때랑
너무 비슷하다, 엄마

 

- 어? 은서?
- 은서라고?

 

아가야

 

아, 저, 형님

 

들어오세요, 형님

 

- 누구...
- 안녕하세요?

 

아, 이분은

 

그, 이 사람...

 

아, 오빠입니다, 사촌 오빠

 

아, 예, 반가워요, 아이고

 

예, 노덕훈...
아, 외사촌 오빠입니다, 사장어른

 

모르는 사람이 봐도
핏줄인 줄 알겠네

 

외사촌끼리 쏙 빼닮았네요, 아주

 

아, 인아가 외탁을 해서요

 

어이, 축하해, 자네, 어?

 

- 아, 예
- 응

 

봐요, 재경 아버지

 

응?

 

아주 자기 아빠 아기 때랑
똑같네, 똑같아

 

그래?

 

핏줄은 못 속여

 

만사 제쳐 놓고 해야 할 일

 

두말하면 잔소리다

 

 

아가야, 미안하다

 

자기

 

아, 깜짝이야

 

거긴 조심해야지, 숨구멍

 

아이, 알아, 조심하고 있다

 

지원이 어때? 아기 이름?

 

지원이? 노지원이?

 

왜? 별로야?

 

무지 고심한 건데

 

아니, 그래도 딸내미 이름인데
좀 이쁜 게 낫지 않아?

 

자기 생각해서 지은 건데

 

- 나?
- 응

 

지원

 

지단 넘버원

 

지단 넘버원?

 

좋네, 뜻이 깊네

 

내 딸이란 소리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지단 이름을

 

아니다

 

노지원, 노 지단 넘버원?

 

고도로 놈을 위한
책략인지도 모른다

 

씁, 그놈은 누구 팬이야?

 

자기도 이제 애 아빠다
언제까지 이놈, 저놈 할 거야

 

알았다, 알았다

 

내 새끼인 거네
그렇지, 그렇지? 어?

 

아이씨, 왜 그럼 지단이야
그 새끼 좋아하는 거로 하지

 

자긴 왜 그렇게 핏줄에 집착해?

 

재경 씨 아이면 안 돼?

 

아, 그걸 말...

 

그걸 말이라고 해, 어?

 

애 가진 것도
나한테 젤 먼저 알려 주고

 

낳기 전에도 우리 집에 있었고
지금도 있는 거 아니야

 

먼저 알려 준 건
당신이 형님이니까 그런 거고

 

지단은...

 

재경 씨는 딱히
좋아하는 선수가 없어서야

 

여기 있는 건 빠오가 있어서야
우리가 키우는 고양이

 

우리?

 

좋아, 그래 봐
나도 방법 다 있어

 

누굴 등신으로 알아, 이씨

 

방법?

 

무슨...

 

자기, 지금

 

지원이 머리칼 찾고 있었던 거야?

 

그래

 

자기...

 

아, 몰라, 몰라

 

언제까지 내 새끼가 맞는지
의심할 순 없잖아

 

됐어, 그만둬

 

너무한 건 너야!

 

이건 나한테 절대적인 문제야
왜 그걸 이해 못 해!

 

자기 아이가 아니면
사랑할 수 없다는 거잖아

 

- 됐어
- 야, 인아야

 

알았다, 알았다, 알았다
해 보나 마나다, 어?

 

그 새끼한테서 이런
천사 같은 딸내미가

 

나올 리가 없어, 알았어, 알았어

 

그건 똑같은 소리잖아

 

안 돼, 못 가

 

비켜 주세요, 노덕훈 씨

 

지원이 내 딸이야
네 맘대로 어딜 가?

 

지원이, 내 딸이야!

 

내 딸이야!

 

아니야?

 

야, 주인아

 

어?

 

이게 바로 죽는 거구나

 

정말 그때 딱 미끄러지는데

 

와, 정말
눈앞이 깜깜하더라고요

 

근데 그때 우리 신랑이
바람처럼 붕 날아서

 

공중 이단 낙법으로
이렇게 딱 착지를 하면서

 

한 손으로 나를 이렇게
등 뒤를 딱 잡으면서

 

그, 착, 슬라이딩하면서
미끄러지는데

 

무슨 영화의 한 장면이었잖아요

 

진짜 영화 보는 것 같다

 

그래, 정말 멋지다

 

나 우리 신랑 다시 봤잖아
이소룡 저리 가라였어요

 

어쩜 그렇게 얼굴도
예쁘고 말도 재미있게 하냐?

 

우리 신랑 아니었으면
우리 다 완전 죽는 거였어요

 

아니, 근데 어쩜 둘이
저렇게 꼭 붙어 있냐?

 

- 어, 부럽다
- 글쎄 말이야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 왔어?

 

안녕하세요?

 

지원이는?

 

어? 있잖아
우리 새끼 다 컸다

 

오늘 재경 씨가
처음으로 이유식 먹여 봤거든?

 

근데 처음에 안 먹는다 싶더니

 

나중엔 입을 오물오물하면서
한 그릇 다 먹었잖아

 

너무 귀엽지? 우리 새끼

 

그렇게 맡길 사람이 없어?

 

어, 또, 괜히 그래

 

재경 씨보다 더
잘 봐줄 사람이 어디 있냐?

 

아니, 이리로 데려오면 되잖아

 

그 새끼
우리 집에 있는 거 싫다니까

 

몇 번을 말해요

 

일산엔 빠오가 있고
여기 데리고 오기엔 너무 아기야

 

아, 그 새끼가 아빤 줄 알면
어떡할 거냐고

 

아빠니까 아빤 줄 아는데 뭐가

 

아빠긴 누가 아빠야!

 

에이씨, 비켜 봐

 

나 퇴원할 거야, 이씨

 

그놈 가라 그래
지원이 내가 볼 거야

 

너 아무 말도 하지 마

 

싸웠나 봐

 

왜, 아빠, 아, 아이...

 

아유, 지원아, 지원아

 

누가 그랬어
누가 그랬어, 누가 그랬어, 아유

 

자기, 괜찮아? 괜찮겠어?

 

아이, 뭐, 하루 이틀이야?
이제 선수 다 됐어

 

아, 미안해, 내일 아침까지
보안 작업이라 그래

 

연락이 안 되니까

 

아, 알았어, 알았어
자기 걱정이나 해

 

아이...

 

아이씨

 

혹시 무슨 일 생기면
재경 씨한테...

 

아, 됐어

 

아, 알았어, 알았어

 

어, 지원 엄마

 

아, 지원이가
이상해서 그러거든, 어?

 

메시지 받거든 연락 줘, 꼭

 

지원아

 

지원아

 

- 여기, 여기, 여기
- 지원아, 지원아

 

살살, 살...

 

같이 가!
이봐! 이봐! 아이, 같이 가!

 

아, 좀 같이 가!

 

정말 별일 없는 거죠?

 

예, 괜찮습니다

 

저, 그럼 가 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 예, 들어가세요, 네
- 수고하십시오

 

아이, 뭐
뭐라 그래, 뭐라 그래? 어?

 

아무 일도 아니래요

 

애들이 원래 힘주고
부르르 떨고 그런데요, 크느라고

 

형님 때문에 저 오늘
완전히 바보 됐어요

 

아휴, 응?

 

이런 환자가
응급실 온 건 처음이래요

 

어떻게 멀쩡한 애를 데리고
간질이라고

 

아, 간질 얘긴 누가 먼저 했는데

 

그러게요

 

아휴, 참

 

우리 지원이 보자

 

아유, 우리 지원이, 침 흘렸어?

 

아, 침 묻었잖아

 

지원아, 가자

 

형님

 

형님?

 

아, 내가 왜 당신 형님이야?

 

미라 어때요? 지원이 말고?

 

참 나

 

미라 어떻냐고 했었거든요

 

미셸 플라티니, 미라

 

지단도 좋지만 역시 플라티니죠

 

특별히 좋아하는 선수도 없다던데?

 

없긴 왜 없어요
있습니다, 플라티니

 

그래도 인아 씨는 지단을...

 

서운했어요, 무지

 

미라가 뭔가, 미라도 아니고

 

어휴, 지원이보다야 낫죠

 

아, 지나가는 사람 붙들고 물어봐

 

노미라가 나은지 노지원이 나은지

 

네, 오셨어요?

 

- 잘 지냈어?
- 아, 예

 

왜 그래?

 

아, 아니, 이따가 점심 메뉴

 

어머

 

안녕하세요?

 

어, 야, 야, 왜 그래?

 

파이팅

 

야, 뭐냐, 너희들?

 

간만에 출근했다고
왕따 놓냐, 응?

 

저기, 형수님은 어떻게...

 

아, 집사람? 잘 있지, 뭐

 

힘드시죠?

 

카...

 

나? 아, 힘들었지, 이씨

 

다리에 석고 대고 인마
애 보랴, 집 치우랴, 아휴

 

 

사는 게 참 그렇다, 씨, 쯧

 

어린놈의 자식이

 

아, 됐다, 인마
지원이 돌에나 와

 

예? 지원이 돌요?

 

응, 다음 달 30일
약속 잡지 마라

 

노 과장님도 가시게요?

 

뭐? 그럼 애 아빠가 안 가면
누가 가냐, 인마

 

아까부터 왜 그래, 멍해 가지고

 

힘내세요

 

뭐야, 이 손 위치는, 응?

 

노 과장님이야말로 진짜...

 

와, 씨

 

노 과장님

 

아니, 덕훈이 형

 

솔직히 말할게요

 

나 진짜 서운하다, 씨

 

 

아, 서운하긴 뭐가 서운...

 

아, 솔직히 요즘 세상 뭐
이혼이 뭐, 별거예요, 예?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한테까지 숨길 거
뭐 있어요, 형

 

뭐?

 

아, 그 말 하기가
뭐가 그렇게 어려운 건데요

 

저, 형수...

 

무슨 소리냐고, 그게!

 

아, 그러니까...

 

저, 형수랑 노 과장님이랑

 

아니에요? 어, 나 이상하다
아, 나 봤는데

 

아유, 씨

 

자기, 뭐 해?

 

이거 봐라, 이쁘지?

 

내일 우리 지원이 이쁘겠지?

 

이쁘네

 

불 꺼 줘?

 

자, 지원아, 지원아

 

축구공, 축구공, 지원아, 축구공

 

아, 축구공

 

아, 축구공 잡았다

 

어, 어떡해, 너무 늦었죠?

 

아니, 인아 씨가
힘들어서 큰일이죠

 

아휴, 아, 이럴 줄 알았으면

 

저희 집엔 생일을
다르게 할 걸 그랬어요

 

- 끝나고 전화할게
- 응

 

- 그럼
- 예

 

투 톱 시스템의 감독은

 

둘 중 누가 골을 넣든 상관없다

 

4층입니다

 

하지만

 

기록은 정확해야 한다

 

골을 넣은 선수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 아빠
- 지원아

 

아빠, 아빠

 

그래, 아빠야

 

당신은 내 아내고

 

지원이는 내 아이야

 

이 사람은 내 아내입니다

 

지원이 삼촌...

 

지원이도 내 아이고요

 

아니, 이게...

 

여보, 여보

 

정신 차려, 어? 정신 차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인아야

 

주인아!

 

주인아

 

그 기사...

 

그거 쓴 기자 사촌 형이에요

 

형이 그냥 쓴 겁니다

 

집사람은 아무 잘못 없어요

 

그 말씀 드리고 싶었습니다

 

아내가 사라진 지

 

넉 달 반

 

나와

 

쯧, 아휴

 

어이, 덕훈!

 

독일 가자, 월드컵 보러, 어?

 

야, 부부 동반으로
가는 건 어떠냐?

 

새끼, 걱정하지 마라

 

나 애 엄마랑 다시 합쳤다

 

갈 데가 없다

 

어, 골인

 

이렇게 되면 4 대 3
어, 후반전 26분

 

지단 선수가 아주
의미 있는 골을 기록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운 좋았네?

 

와!

 

여보세요?

 

한재경입니다

 

여보세요?

 

나만큼이나 외로운 사내

 

갈 데가 없었습니다

 

형님

 

형님 소리 좀
집어치우라니까, 좀, 아이씨

 

덕훈 씨

 

덕훈 씨는 한국 축구의
문제가 뭐라고 생각하냐고요

 

예? 덕훈 씨

 

에이, 거봐요, 형님이 낫지

 

형님

 

골 결정력 부족 아니야

 

그렇죠? 골 결정력 부족

 

근데 나 그 얘기 들을 때마다
좀 항상 그래요

 

한국 축구의 문제는요

 

축구를 즐기지 못한다는 거예요

 

모두가 하나가 돼서

 

골을 향해 달려가는
그 집단적 황홀감 같은 거

 

적이 꼭 적인가?

 

다 같이 골을 향해 달려가는 건데

 

그래서 인아 씨를 사랑합니다

 

삶을 즐길 줄 아는 우리 인아 씨

 

난 더 사랑해요

 

저도 더 사랑합니다

 

너, 가라, 집에, 응?
어유, 씨

 

저 알고 있었어요

 

지원이

 

생물학적 아빠가 제가 아니라는 거

 

죄송해요, 미리 말씀드리지 못해서

 

저희는 피임을 했거든요

 

인아 씨도 그걸 원했고요

 

저도 아기가 뭔지도 몰랐고요

 

제가 결혼 전에

 

결혼도 몰랐잖아요

 

자네...

 

인아랑 왜 결혼했나?

 

그럼 형님은

 

왜 인아 씨랑
헤어지지 못하셨어요?

 

구원의 빛은
두 달이 더 지나서야 왔다

 

아내다웠다

 

아내의 숙제는 간단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망설이고 있다

 

아!

 

이제 제 차례입니다

 

웃기시네, 씨

 

어, 어, 어? 아이...

 

골!

 

놀고 있네, 씨

 

어휴, 씨

 

발가벗고 비 맞아 봤나?

 

아니요

 

아니, 형님
그런 취미 있으세요?

 

아니

 

아유, 참

 

죽었어, 아주, 그냥

 

형님, 참, 왜 그러세요?

 

집은 이층집으로 하고
뭐, 당연히 1층은 우리 거고

 

밥은, 밥도 따로 먹어야지

 

안 그러려고 하는데도

 

머릿속은 벌써
그림을 그려 보고 있었다

 

형님

 

들어가셔야죠

 

아이, 형님 소리 좀
하지 마라니까, 좀

 

아, 형님, 같이 가요

 

누구나 사랑을 하게 마련이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고 싶어 한다

 

어린아이도, 어른도

 

결혼을 한 사람도
하지 않은 사람도

 

그리고 나도

 

내 옆에 있는

 

이놈도

 

미운 놈이 하나 사라진다고 해서

 

인생이 갑자기
아름다워지는 것도 아니다

 

아내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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