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erated by GOM Subtitle Module v2.2.16.0

sub2smi by 블랙이글

 

감독
데이빗 크로넨버그

 

데인저러스 메소드
(A Dangerous Method, 2011)

 

진정하세요

 

괜찮아요

 

조용히 하세요

 

부르크휠츨리 정신병원
스위스, 취리히, 1904년 8월 17일

 

잡아주세요
바로 옮겨야 합니다

 

꽉 잡아요

 

어서 갑시다

 

조심히

 

다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주치의, 융입니다

 

어제 들어오셨죠?

 

난...

 

난... 미치지 않았어요

 

제 계획을 말씀 드리죠

 

매일 한두 시간 정도
대화를 나누는 겁니다

 

대화요?

 


그냥 대화요

 

당신의 마음을 괴롭히는게
뭔지 알아보도록 하죠

 

난 방해 안 되게
저기 앉아있겠소

 

당신 뒤에 말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뒤는 돌아보지 마세요

 

시작할까요?

 

왜 발작이 일어난다고
생각하십니까?

 

굴...

 

굴욕이요

 

여러 가지 면에서...
굴욕이었죠

 

도저히 볼 수가 없어요
구역질이 나거든요

 

온몸에 땀이...
식은땀이 나죠

 

우리...

 

우리...
우리 아버지는...

 

매일 같이 이성을 잃어요
그래서 늘...

 

제게 화를 내세요

 

지금 말씀을 중단하셨는데

 

뭔가 떠올랐나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이미지라든지

 

- 이미지였습니까?
- 네

 

어떤 이미지였죠?

 

손이요
우리...

 

우리... 우리 아버지 손이요

 

왜 그걸 봤다고 생각하죠?

 

그건... 그건 아버지가...

 

늘... 우리를...

 

때리고 난 후에는...
어김없이...

 

아버지 손에
입을 맞추게 했으니까요

 

신기한 건 지난 주
임상사례명을 작성할 때

 

사례명 중 하나를
사비나 S로 정했었는데

 

그녀 이름이
사비나 슈필라인이라더군

 

기막힌 우연의 일치군요

 

당신도 알다시피
난 우연을 믿지 않소

 

'슈필라인'은
러시아 이름이 아니네요?

 

유대인이오

 

아버지는 성공한 무역가고

 

그녀는 교육을 잘 받아서
독일어도 아주 잘하오

 

의사가 되는 게 꿈이라더군

 

적임자네요

 

무슨 말이오?

 

임상실험 대상자를
찾고 있었잖아요

 

'대화치료'요

 

눈치가 빠르군

 

사실 이미 시작했소

 

아이가 발로 차요
느껴 봐요

 

정말이네
느껴져

 

이해가 안 돼
프로이트 교수님 말이오

 

이렇게 획기적인
대화치료법을 제안해놓고

 

왜 몇 년간 치료법에 대한
기본안조차 내놓지 않지?

 

무슨 속셈이실까?

 

교수님 환자들에게
이미 적용하고 계신 건 아닐까요?

 

모르겠소

 

그럼 당신이 대화치료법을 시도하는
최초의 의사일 수도 있겠군요?

 

어쩌면!

 

교수님께 편지를
써서 물어보세요

 

그분을 잘 몰라서 말이오

 

그보다 슈필라인 양의 어머니가
그녀를 그분께 맡기려 했었다더군

 

또 다른 우연이네요

 

아버지는 어머니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그건 아버지 말이 맞아요

 

그걸 어떻게 알죠?

 

수호천사가 말해줬어요

 

어떤 천사요?

 

내면의 목소리가요

 

그 천사는 제가
훌륭한 사람이라고 했어요

 

그는 늘 독일어로
얘기해주곤 했어요

 

천사는 늘
독일어로 말합니다

 

그게 전통이죠

 

저에게 사람들의 속마음을
꿰뚫는 능력을 줬어요

 

의사에겐 유용한 능력이군요

 

언젠가는 의사가 되고 싶죠?

 

의사는 안 될 거예요

 

왜죠?

 

당분간 출장을 갑니다

 

미안해요
이제 막 시작했는데

 

군복무요
의사들은 모두 해야 하죠

 

- 몇 주 정도면 돼요
- 시간 낭비예요!

 

선생님이 궁금해 하는 걸
절대 말하지 않을 거예요

 

화가 나요

 

설령 말한다 해도
난감해 하실 거예요

 

어쨌든 난 아무 문제 없고
나아지고 싶지도 않아요

 

그만 해요

 

- 저는 다만...
- 제발 그만...

 

그만 하세요

 

미안해요

 

그만 가요

 

- 네, 원하신다면...
- 돌아갈래요

 

이건 시간 낭비요

 

하루종일
무좀 처방을 해주고

 

남자들 성기나 검사하다니!

 

그게 당신이 하는 일이에요?

 

쓸모 없는 짓이오

 

내 환자들에게도 도움이 안 되고

 

음식 가지고 그러면 안 돼요

 

배 안 고파요

 

그래요?

 

원장님께 말씀 드려야겠군요

 

마음대로 하세요

 

아가씨, 손 주세요

 

제발요

 

그러면 큰일나요

 

슈필라인 양?

 

원장님

 

시간이 남아도는 모양이군요

 

난 환자들이 좀 더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다고 믿어요

 

특별히 관심 있는
분야가 있나요?

 

자살이요

 

행성 여행하고요

 

융 선생님과 당신 문제에 대해
자세히 논의해봐야 될 것 같군요

 

그 사람 꼴도 보기 싫어요

 

다시는 저한테 보내지 마세요

 

빨리 오세요
말썽부리지 마세요

 

다리 이리 내요

 

문질러요

 

똑바로 누워요
그렇죠

 

계세요?

 

다시 돌아왔습니다

 

잘 지냈어요?

 

당신이 할 일에 대해
병원장님과 상의했는데

 

당신이 의학에
관심 있다고 했더니

 

당신의 도움을 받아
연구를 진행하라더군요

 

사람이 부족하니
큰 도움이 될 거예요

 

비엔나

 

 

상자

 

침대

 

 

은행

 

아이

 

 

가족

 

공동체

 

 

남자

 

 

 

어리다

 

아기

 

묻다

 

답하다

 

- 모자
- 쓰다

 

고집불통

 

양보하다

 

후회하다

 

아이

 

- 명성
- 의사

 

이혼

 

안 된다

 

고맙소

 

- 다 된 거예요?
- 그렇소

 

- 저 잘한 건가요?
- 잘했소

 

조심히 가시오

 

네, 갈게요

 

느낀 점을 말해보세요

 

지금 가장 신경 쓰는 건
임신 같아요

 

좋아요

 

그리고 좀...

 

그 단어가 뭐였죠?

 

'양면적인' 이라는 단어를
사용해보도록 하죠

 

네, 아기 문제예요

 

그리고?

 

남편의 관심 밖에 날까 봐
걱정하네요

 

왜 그렇게 생각하죠?

 

'가족'과 '이혼'에서
한참을 뜸들였어요

 

그렇군요

 

선생님이 '모자' 라고 하니까
'쓴다' 라고 답했죠

 

'피임' 이라고
말할 수도 있었잖아요

 

소질이 다분하군요

 

뭐 물어봐도 돼요?

 

물론이에요

 

혹시 부인이세요?

 

미안해요

 

뭐가?

 

크리스마스 날
아들을 낳겠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하루 늦었고
딸이 태어났어요

 

그런 말 마오

 

아가사는 소중한 딸이오

 

다음에는 꼭 아들을 낳을게요

 

왜 밤이 힘든지 말해 보세요

 

- 두려워요
- 뭐가요?

 

방에 뭔가 있어요
말을 하는...

 

고양이처럼 생긴 것이
내 침대에 들어와요

 

그날...

 

그날 밤에... 제 귓가에
뭐라고 속삭였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등에... 뭔가 느껴졌어요

 

뭔가 끈적끈적했는데...

 

마치...

 

연체동물 같은 게
제 등에서 꿈틀댔어요

 

그래서...

 

뒤돌아봤는데
아무것도 없었어요

 

등에 뭔가 있는 게
느껴졌다고요?

 

 

당신은 알몸이었나요?

 

 

자위를 했나요?

 

 

언제 처음 아버지한테
맞았는지 말해 봐요

 

그때가...

 

4살쯤 됐을 때였어요

 

접시를 깨뜨렸거나
뭐 그랬을 거예요

 

맞아요, 그랬더니...

 

아버지가 저보고...

 

작은 방에 들어가라고 했죠

 

옷을 벗으라고 했어요
그리고는...

 

아버지가 들어오셨는데...

 

제 엉덩이를 때렸어요

 

저는 너무 무서워서
오줌을 쌌는데 아버지가...

 

저를 또 때렸어요

 

그래서 저는...

 

그때 기분이 어땠어요?

 

좋았어요

 

다시 말해 봐요
잘 안 들렸어요

 

좋았어요

 

흥분됐죠

 

그 후에도
그렇게 당하는 게 좋았나요?

 

 

 

오래지 않아 아버지가...

 

작은 방에 들어가라고만 하시면
저는...

 

오줌을 쌌어요

 

남동생들이 맞거나
그저 혼나는걸 보기만 해도...

 

전 제 방으로
내려가야만 했고

 

그리고 누워서
몸을 만지고 싶었어요

 

학교에 있을 때면

 

여러 가지로...
굴욕을 당할 일이 많았어요

 

저는 굴욕감을 느끼고 싶었죠

 

지난번에 선생님이 지팡이로
제 코트를 털었을 때

 

전 당장 돌아가야 했어요
그때 무척 흥분됐거든요

 

저에겐...

 

희망이 없어요

 

저는 타락했고
추악하고 썩었어요

 

저는...
여기서 나가면 안 돼요

 

2년 후, 오스트리아, 비엔나
1906년 3월 3일

 

드디어 만나게 됐군

 

프로이트 교수님

 

어서 오십시오

 

올라가시죠

 

용어부터
재검토 해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성욕' 이란 용어를
순화시킬 수 있다면

 

정서적인 거부감이
덜 할 거예요

 

가르치기에도
더 쉬울 거고요

 

순화된 용어가 도움이 될까?

 

용어의 진의를 알게 되면
어차피 똑같이 끔찍해 할 걸세

 

무슨 말씀인지는 알겠으나
성욕과 관련된 문제에선

 

좀 더 순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어쨌거나 우리집에서는
자제하지 않아도 되네

 

우리 가족은 식사할 때
아무 얘기나 막 하거든

 

성욕과 관련해서
제 이론을 뒷받침해줄

 

많은 임상사례가 있습니다

 

러시아 환자는 어떤가?

 

단어연상치료 후에
많이 좋아졌어요

 

그래서 의과대학에
입학시켰는데

 

아주 잘하고 있어요

 

그녀는 정신병분석의
효과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죠

 

'정신분석'일세

 

네...

 

훨씬 논리적이지

 

듣기에도 좋잖나

 

알겠습니다

 

아직도 치료 중인가?

 

네, 새로운 걸 계속
연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그녀는 어렸을 때
이상한걸 고안했어요

 

발 뒤꿈치를 배고 앉아서

 

배변활동을 시도하는 동시에
참으려고 노력했답니다

 

그렇게하면 황홀감을
느낄 수 있었다더군요

 

재미있군

 

성적발달이 항문기에
고착되어 있는 내 환자들을 봐도

 

아주 소소한 놀이들을
만들어 낸다네

 

물론 그들은 까다롭고
결벽증이 있으며

 

고집이 세고
엄청난 구두쇠지

 

자네 러시아 환자도
아마 그럴 걸세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그녀는 우리가 밝혀낸
항문고착 성향보다는

 

자기학대 성향이 강합니다

 

둘은 밀접한 관련이 있네

 

그녀는 좀 산만한 편이며

 

정서적으로 너그럽고
매우 이상주의적입니다

 

러시아 사람들의
특징일수도 있지

 

숫처녀인가?

 

네, 아마도요

 

거의 그럴 거예요

 

아니, 확실해요

 

자네는 우리 연구를
반대하는 자들의 실체를

 

전혀 모르는 것 같군

 

물론 나를
종교 재판소에 보내려는

 

의학 단체가 있긴 하지만

 

그건 우리의 이론이
대중에게 잘못 전달되어질 때

 

생길 일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우릴 부정하고 비난하고
분노하겠지

 

하지만 그건 교수님이 임상자료를
오직 성적으로만 해석하려고

 

고집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난 다만 경험만이 곧
진실이라는 점을 지적하는 걸세

 

우리 연구는 백 년 후에도
인정받지 못할 거야

 

콜럼버스는 자기가 어떤 나라를
발견했는지 조차 몰랐지

 

나도 그처럼
어둠 속에 있네

 

그저 해안가에 발을 디뎠고
나라가 있단 정도만 알지

 

갈릴레오 같은데요?

 

갈릴레오를
비난하던 사람들은

 

그의 망원경을
보려고도 안 했죠

 

교수님의 적들처럼요

 

어쨌든 난
문만 열었을 뿐이네

 

자네 같은 젊은이들이
그 문으로 들어가야지

 

교수님이 열어 줄
문은 많습니다

 

난관이 또 있네

 

우리의 적들에겐 좋은 일이지

 

비엔나의 정신분석학계 사람들이
모두 유대인들이란 거지

 

그게 문제가 되나요?

 

우리 이론은
너무 개신교적이야

 

꿈을 꿨습니다

 

어떤 말이 줄에 묶인 채

 

상당한 높이에 매달려 있었죠

 

그런데 갑자기 줄이 끊어져서
바닥에 내동댕이쳐졌어요

 

하지만 말은 멀쩡했어요

 

일어나서 뛰쳐나갔죠

 

큰 통나무가 매달려 있었지만
힘차게 달려갔어요

 

그러다 작은 말을 탄 기수가

 

그 말 앞에 나타나서
속도를 줄여야 했죠

 

그리고 그 작은 말 앞에
마차가 나타났죠

 

그래서 말은
더욱 더 속도를 늦춰야 했죠

 

말은 자네를 뜻하는군

 

 

한편으로 자네의 야망은
좌절됐지

 

기수가 나의 속도를
늦춘다...

 

그래

 

아내의 첫 번째 임신을
뜻하는 거 같군요

 

임신 때문에
미국에 갈 기회를 놓쳤거든요

 

앞에 있던 마차는...

 

우리 두 딸을
말하는 것 같아요

 

앞으로 아이가 더 태어나면
저의 발전은 더욱 더뎌지겠죠

 

나도 여섯 아이를 키워보니
자네 말에 동감하네

 

경제적인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지

 

아뇨, 다행히도
집사람은 부자거든요

 

그렇군

 

그건 다행이군

 

통나무는...

 

네?

 

우스운 얘기지만 남성의 성기를
말하는 것 아닐까?

 

 

다음에도 임신할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성관계를 자제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만약 내 환자가
그런 꿈을 꿨다고 했다면

 

이 불행한 말을 억누르고
있는 요소들은

 

성적욕망의 억압을
의미한다고 말했을 걸세

 

 

그렇겠죠

 

아는지 모르겠지만
장장 13시간 동안 얘기했군?

 

죄송합니다, 몰랐어요

 

이보게, 사과할 필요 없네

 

첫 번째 만남이었잖나

 

서로 할 얘기가 좀 많았겠어?

 

내가 자네를 제대로 봤다면
앞으로도 그럴 걸세

 

앞으로 각별히 주의해야겠어

 

무슨 뜻이에요?
왜요?

 

교수님은 언변이 좋고
설득력이 있어

 

내 생각을 버리고
당신의 생각을 따르게 만들어

 

비엔나에 있는 교수님의
지지자들은 별볼일 없어

 

교수님의 부스러기나 주워담는
보헤미안과 멍청이들뿐이지

 

교수님은 독창성보다는
복종이 필요할지도 몰라요

 

환자들이 어떤 증세를 보이든
성적인 문제로 결부시키기에

 

반박을 하긴 했는데
전혀 꿈쩍도 안 하더군

 

제 경우엔
교수님의 말씀이 맞아요

 

그래, 많은 부분이 일치할 거야

 

대부분 일치할 지도 모르지

 

하지만 우주의 중심점은
하나가 아니야

 

바그너 좋아해요?

 

음악인 말인가?
물론

 

전 지크프리트 신화에
관심이 많아요

 

순수하고 영웅적인 인물을
만들려고 했던 배경은

 

근친상간처럼
추잡한 죄 때문일 거예요

 

정말 이상하군

 

뭐가요?

 

자네도 알다시피
난 우연을 믿지 않아

 

우연히 벌어지는 건 없어
모든 일은 뭔가 의미가 있지

 

사실 나도 지크프리트 신화에
대해 쓰고 있는 중이야

 

- 정말요?
- 그렇다니까

 

어떤 오페라 좋아하세요?

 

'라인의 황금'

 

그렇군요

 

저도 좋아해요

 

뭐 물어봐도 돼요?

 

물론이지

 

나중에 저도
정신과의사가 될 수 있을까요?

 

물론이지

 

대학교에서
잘하고 있단 얘기 들었어

 

자네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야

 

미친 사람이라서요?

 

그래

 

나 같은 정상인 의사들은
분명 한계가 있지

 

친구여, 이제는
친구라고 해도 되겠지

 

다름이 아니고 자네에게
특별히 부탁할 게 있네

 

오토 그로스 선생은
훌륭하지만 좀 특이하다네

 

지금 자네의 치료가
절실히 필요하다네

 

자네와 더불어
우리 연구에 기여할 수 있는

 

유일한 친구라네

 

10월 전에는
절대로 내보내지 말게

 

그때쯤 그 친구를
인계 받겠네

 

그 친구가 어린 아이였을 때

 

그의 아버님이 경고했었네

 

그 친구는 무니까
특히 조심하라고

 

아직도 아버님이
무섭습니까?

 

무서움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우리 아버지가 무서울 겁니다

 

아버지는 정말 무서워요

 

아버님이 당신을
입원시켰던 이유는

 

당신이 잘 살기를
바라서가 아닐까요?

 

이것 보세요

 

머리가 정상이고
나이가 많은 가장이라면

 

인생의 황혼기에
무엇을 바랄까요?

 

손자 손녀일 겁니다
안 그래요?

 

지난 여름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의 손주를 보여드렸어요

 

한 명은 아내 자식이었고

 

한 명은 내가 좋아하는
정부의 자식이었죠

 

아버지가 좋아했을까요?

 

곧 있으면
또 한 명이 나옵니다

 

제가 잘 모르는 여자의 자식이죠

 

화를 내시더군요

 

아버지는 저를
시설에 넣을 생각만 하시죠

 

자녀가 있나요?

 

- 딸 둘입니다
- 엄마가 같나요?

 

 

일부일처제를
따르지 않는군요

 

저 같은 사람은

 

그런 불합리한 제도는
상상조차 못합니다

 

욕구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 안 하나요?

 

좀 더 교양있는
문화인이 되는 건 어때요?

 

왜요?
제 자신을 병들게 하라고요?

 

이성적인 사회에선

 

성적인 욕구를
자제할 필요가 있어요

 

병원의 수는
차고도 넘칩니다

 

환자에게 인기를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걸
말해주면 된다는 걸 아시나요?

 

왜 인기가 중요하죠?

 

글쎄요

 

그들과 자고 싶다면요?

 

짧은 인생이었지만
한 가지 깨달았습니다

 

절대로 그 어떤 것도
억누르지 말란 거예요

 

환자와 잔 적 없어요?

 

없어요

 

감정전이의 유혹을
잘 조절해야죠

 

치료의 기본이잖아요

 

감정전이가 일어나서

 

환자가 제게 집착하면

 

이렇게 설명합니다

 

이건 단지 일부일처제가
잘못됐다는 예라고요

 

그러니 나와 자도 된다고
말해 주죠

 

단 그녀가 나 이외에

 

다른 많은 남자들과도
자길 원할 때만요

 

그녀가 당신과만
자고 싶어하면?

 

그 또한 병이라는 걸
알려주는 게 제 일이죠

 

사람들은 다 그래요

 

우리가 진실을 말해주지 않으면
누가 말하겠어요?

 

프로이트가 옳다고 보세요?

 

모든 신경증의 원인은
성적인 문제에 있을까요?

 

그가 성에 대해 집착하는 건

 

성에 대한 경험이
없어서 일지도 모르죠

 

어쩌면요

 

제가 보기에
인류가 괴팍해진 이유는

 

몇 개 되지도 않는
즐거운 행위 중에 하나를

 

히스테리와 억압의 대상으로
만들었단 거예요

 

하지만 자신을
억누르지 않으면

 

위험하고 파괴적인 힘이
표출되죠

 

우리의 일은 환자들이
자유를 즐기도록 하는 겁니다

 

얘기 들었습니다, 환자가
자살하도록 도와줬다죠?

 

환자의 결심이
확고했습니다

 

그래서 확실한 자살 방법을
알려 줬죠

 

그리고 제 연인이 되는 게
어떠냐고 물었어요

 

그녀는 둘 다 선택했어요

 

환자에게
그런 걸 원하면 안 되죠

 

자유는 자유일 뿐입니다

 

바그너의 오페라에 대해
생각해 봤어요

 

바그너는 우리가
죄악을 통해서만

 

완벽에 이를 수
있다고 했어요, 그렇죠?

 

그건 상반된 것들이
충돌함으로써

 

에너지가 생성되는 것과
관련이 있는 거 같아요

 

저와 선생님은 환자와 의사
러시아인과 스위스인

 

유대인과 아리아인
더 안 좋은 차이점도 있고요

 

안 좋은 점?

 

제가 맞다면 파괴적인 힘끼리
충돌하면 새로운 게 창조돼요

 

아빠 따라 선생님께 갔을 때
저는 성적으로 아픔이 있었죠

 

제가 공부하고 있는 주제는
성욕에 관한 거예요

 

그러다 보니 점점 제가 성경험이
없다는 점이 인식되더군요

 

그럼 법대 학생은
은행을 털어야 되나?

 

이런 건 남자가 시작하는 게
일반적이오

 

여성들에게
남성적인 면이 있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있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을까요?

 

아마도

 

당신 말이 맞을 수도 있겠지

 

우리 관계를
리드하고 싶어진다면...

 

전 저 건물에 살아요

 

제일 꼭대기 층에요

 

뭘 망설이는지
이해가 안 되네요

 

그녀를 데리고 외진 곳에 가
죽지 않을 만큼만 때려요

 

그게 그녀가 원하는 거요

 

왜 그녀에게 단순한 쾌락마저
주지 않는 거요?

 

쾌락은 단순한 게 아닙니다

 

단순합니다

 

네, 물론이에요

 

우리가 복잡하게
만들 뿐이에요

 

아버지는
그걸 '성숙' 이라고 하지만

 

전 '항복' 이라고 불러요

 

항복이란
충동에 무릎을 꿇는 겁니다

 

그럼 항복하세요

 

그걸 경험하기만 한다면
뭐라고 부르든 상관 없어요

 

그게 제 처방이에요

 

제가 당신을
치료하는거 아니었나요?

 

꽤나 효과적이었어요

 

곧 있으면
분석을 마칠 참이었어요

 

제 분석은 거의 끝났어요

 

헌데 당신 건 모르겠네요

 

오토 그로스와
너무 오래 있었어

 

다른 환자들을
소홀히 했던 거 같아

 

그는 자신의 말을
믿도록 만드는 힘이 있어

 

그리고 강박증이 있어

 

아주 위험해

 

그를 설득시킬 수 없다고
생각하세요?

 

더 암담해

 

그가 날 설득시킬까 봐 무서워

 

일부일처제 문제도 그래

 

왜 본능을 억누르는 데
광적인 노력을 해야 하지?

 

글쎄요
선생님이 말씀해 보세요

 

고마워

 

이게 필요했어

 

융 선생님, 덕분에
활기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에게는
제가 죽었다고 해주세요

 

무슨 일을 하건 오아시스를 만나면
그냥 지나치지 마세요

 

오토가

 

누구세요?

 

친구요

 

들어오세요

 

아름다워요

 

친숙한 느낌이 들어요

 

주말쯤 이사하면 된다더군

 

또 시작이네요

 

뭐가 말이오?

 

크긴 한데 안 끌려요

 

그런 말 마오

 

당신도 오토처럼
일부다처론자이고 싶죠?

 

그랬다면 우리의 관계는
전혀 달라졌겠지

 

그랬다면

 

난 당신에게 일부다처제를
이해시켜야만 했겠지

 

그런 건 알고 싶지 않아요

 

깜짝 선물이 있어요

 

빨간 돛이 달린
배를 갖고 싶어 했죠?

 

고맙소

 

모두 다 고마워

 

당신은 좋은 남자예요

 

그러니 모든 걸 누려야죠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오해하지는 마시오

 

뭔데요?

 

우리 이쯤 해서 정리해

 

여기까지야

 

난 유부남이야

 

난 바람을 피웠어

 

불륜을 계속
저지를 수는 없잖아

 

그만 두고 싶어요?

 

나도 싫소

 

사모님이랑 사랑을 나눌 때

 

기분이 어때요?

 

자세하게 말해 봐요

 

누군가와 한지붕 아래 살면
몸에 익게 돼

 

언제나 부드럽다고 할까?

 

저는 느낌이 다르겠죠

 

느낌이 다른 사람과
다른 나라에서...

 

저를 거칠게
다뤄주셨으면 해요

 

저에게 벌을 내려줘요

 

아들인 줄 알았어요

 

제가 뭐랬어요

 

믿었소

 

이제 돌아올 건가요?

 

이런!

 

그로스 선생을 자네한테
보내는 게 아니었는데...

 

내 잘못이야

 

아닙니다, 잘하셨어요

 

열띤 논쟁 덕분에
제 생각을 구체화할 수 있었죠

 

정말 그가
호텔비 청구서를 보냈던가?

 

이틀 치만요

 

그는 중독자야
이제야 알겠어

 

결국 우리 연구에
큰 해를 끼칠 인물이야

 

이로써 자네가 황태자가 되었군
안 그런가?

 

나의 후계자

 

과분한 말씀이십니다

 

그런 말 말게

 

종종 여기로 산책 오네

 

좋은 생각이 떠오르거든

 

내가 폐쇄적이란
생각은 말게

 

자네가 텔레파시를 연구하든

 

초심리학을 연구하든 상관 없네

 

하지만 우리 연구는
외골수적이라 위험한 거네

 

언제든 신비주의로
빠질수 있지

 

알겠나? 우리는
과학 안에 있어야 돼

 

괜찮나?

 

네,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왜 우리는 선을 그어
영역을 한정하죠?

 

전 세계에 있는 우리의 적은

 

우리의 평판을 떨어뜨릴
방법을 찾고 있어

 

그들은 우리가
성 이론을 버리고

 

미신이라는 늪에서 허우적대길
바라고 있겠지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지적자살이네

 

- 자네는...
- 저럴 줄 알았습니다

 

뭘 말인가?

 

저런 일이 있을 줄
알았다고요

 

뱃속에 타는 느낌이 있었어요

 

무슨 소린가?

 

난방 하는 소리야

 

나무가 갈라진 것 뿐이라고

 

아니요

 

이게 촉매구체화 현상이죠

 

뭐라고?

 

촉매구체화 현상이요

 

말도 안 되네

 

제 횡격막이
뜨거워지기 시작했었어요

 

- 시간이 너무 늦었군...
- 또 말씀 드릴까요?

 

- 저런 일이 또 있을 겁니다
- 뭐라고?

 

잠시 후에
다시 소리가 날 겁니다

 

이보게, 아까 그 소리는
내가 말한 그대로일세

 

자네는...

 

들으셨죠?

 

저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앞으로 파헤쳐야 할
미스터리가 많아요

 

좀 더 신중해야 하네

 

이런 사색적인 문제에
신경 쓸 시간이 없어

 

텔레파시, 노래하는 서가
정원 밑 요정

 

그런 건 소용없어

 

소용없다고

 

레르몬토프의 시가
계속 생각나요

 

한 죄수가 새장의 새를 풀어줘서
행복을 찾는다는 내용이었죠

 

왜 그런 생각에 사로잡혔지?

 

나중에 제가 의사가 되면

 

환자들에게 자유를
되돌려 주고 싶단 뜻이겠죠

 

선생님이 제게 그랬듯이요

 

됐습니다, 그만 하죠

 

들어올려요

 

훌륭하군

 

따라오세요

 

섹스중독증 환자의
전형적인 예야

 

 

하지만 누군가 다가가면
멀리 달아나 버리죠

 

그 점이 혼란스러워요

 

병원에 있는 자네를 보니
정말 기쁘군

 

비엔나에 소문이 파다해

 

자네가 환자를
정부로 삼았다더군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이지

 

그래서 사람들에게
그렇게 말하고 있네

 

사람들이 뭐래요?

 

글쎄

 

그 여자가 떠벌리고 다닌다더군

 

누군가 익명의 투서를
보낸다고 말이야

 

뻔하지

 

조만간 벌어질 일이었어

 

직업상 재해지

 

 

환자랑 감정적으로
엮이지 않았으면 해요

 

혼란스러워
갑갑해

 

혼란스럽고
죄책감이 느껴져

 

당신이 죄책감을 갖길
바란 적 없어요

 

우리는 미래가 없어

 

- 어떻게 그런 말을!
- 나는 지금 아파

 

난 당신이 아팠을 때
사랑과 인내를 보여줬지

 

- 이젠 당신 차례야
- 물론이에요

 

전 늘 그럴 거예요

 

- 가지 말아요
- 가야 해

 

- 가야 해
- 안 돼요

 

- 가야 해
- 안 돼요

 

- 안 돼요
- 가야 해

 

교수님에게 작별인사를
못했지만 미안하지 않아요

 

손님이었지만 불편했거든요

 

그래

 

집을 처음 보고
충격을 받았나 봐

 

비엔나에 있는
작은 아파트와 비교됐겠지

 

병원장님은 왜 안 만난대요?

 

원래부터 사이가
안 좋아서 일 거야

 

익명의 투서에 대해서
얘기하지 않던가요?

 

제가 그냥 넘어갈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겠죠?

 

슈필라인 양

 

왜 이러세요?

 

- 앉아
- 왜 저한테 이러세요?

 

앉아

 

당신 어머님께
상황을 설명 드렸을 뿐이야

 

어떻게 엄마한테
그런 말을 하죠?

 

익명의 투서가 사실인지
알고 싶다며 찾아오셨어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해도

 

앞으로는 어머님의 우려대로
되진 않을 거라고 했어

 

당신은 내 환자가 아니니까

 

전 아직
선생님의 환자예요

 

엄밀히 말해 아니야

 

당신에게 병원비를
청구하지 않았으니까

 

엄마도 그랬어요

 

엄마 말을 못 믿겠다고 했더니

 

선생님이 상담료가
20프랑이라고 했대요

 

자네를 다시
환자로 받고 싶다고 했어

 

그러려면 상담실에서만
당신을 봐야겠지

 

어쩜 그렇게
사람이 냉정할 수 있죠?

 

난 다만 어머님께

 

환자와 친구의 차이점을
알려드리고 싶었어

 

내가 바보 같은
실수를 했어

 

그게 실수였다고요?

 

심리학자로서의
기본 규칙을 어겼어

 

난 당신 의사고
잘해줬다고 생각해

 

정도를 넘어선 내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어

 

당신이 원한 걸 주고 나면
더 원할 거란 걸 알았어야 했어

 

바라는 거 없어요

 

바라는 것도 없었고
부탁하지도 않았어요

 

부탁할 필요가 없었지

 

선생님 말이 맞다고 해도

 

제게 이러시는 게
옳다고 생각하세요?

 

상담실 밖에서는
저와 얘기 않겠다고요?

 

난 당신 주치의야

 

그뿐이라고

 

이젠 저를 사랑하지 않나요?

 

당신 주치의일 뿐이오

 

제가 그냥 넘어갈 것 같아요?

 

다른 방법이 있나?

 

여기 20프랑이요

 

프로이트 교수님께

 

비엔나로 가서
교수님을 만나 뵙고

 

재미있는 얘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친구에게, 이번에
아주 이상한 편지를 받았네

 

이 여자를 아나?

 

누구지?

 

교수님도 아시겠지만

 

교수님과 저를 만나게 했던
그 여성입니다

 

그동안 슈필라인 양에게
특별한 관심과 애정을 줬는데

 

고의적으로 저를
유혹하려고 했습니다

 

그녀의 의중을
알 수가 없네요

 

복수를 생각했나 봅니다

 

저는 환자와
우정을 나누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환자 때문에
고통 받을 일도 없었죠

 

부디 교수님께서 앞으로 있을
불행을 막아주시기 바랍니다

 

교수님의 말씀은
명심하고 있습니다

 

그들을 고칠 생각은
말아야 합니다

 

지금은 힘들겠지만
이런 경험은 꼭 필요한 것일세

 

이런 게 없으면
인생을 어떻게 알겠나?

 

슈필라인 양

 

융 선생은
좋은 친구이자 동료입니다

 

아마 그 친구라면

 

경박하고 추악한 짓은
안 했을 거라고 봅니다

 

당신의 편지를 보아하니

 

한때는 가까운 친구였지만
이제는 아닌 듯합니다

 

융 선생과 친한 사이였겠지만
이젠 홀로서기를 해야겠죠

 

이제 당신의 감정은

 

억누르거나
잊는 게 나을 겁니다

 

나 같은 제 3자가
중간에 나서기 전에 말이요

 

선생님

 

슈필라인 양 왔습니다

 

무슨 일이지?

 

병원을 떠나신다고 들었어요

 

그렇게 됐어

 

저와의 스캔들 때문이라죠?

 

안 그래도 떠나려 했어

 

저 때문에 서두르게 됐다면
미안해요

 

당신은 늘 촉매제였어

 

프로이트 교수님한테
편지를 받았어요

 

그래?

 

선생님을 얼마나 아끼는지
알 수 있었어요

 

선생님이 제 말을
모두 부인하셔서

 

저를 몽상가나 거짓말쟁이로
오해하시더군요

 

교수님은 신경도
안 쓰실 거야

 

사실을 말해주세요

 

뭐라고?

 

교수님께
모든 사실을 밝혀 줘요

 

선생님한테 모든 걸 들었다는
내용의 편지를 받고 싶어요

 

날 협박하는 건가?

 

사실을 말해달란 거예요

 

그게 왜 중요하지?

 

그래야 교수님이 저를
환자로 받아주시죠

 

꼭 교수님이어야 해?

 

물론이에요

 

선생님 생각도 같지 않아요?

 

교수님의 실용주의에 실망했어

 

교수님은 모든 걸 부정하셔

 

당신의 협소하고 보잘것없는 머리로
깨닫기 전까지는 말이야

 

교수님께 편지 쓸 건가요?

 

전 선생님을
무너뜨릴 수 있었어요

 

막 나갈 수도 있었죠

 

하지만 안 그랬어요

 

알았어
그렇게 할게

 

고마워요

 

제겐 중요한 일이에요

 

여름에 어디 가나?

 

부모님과 베를린에
있으려고요

 

나중에 대학에 돌아와
공부 계속할 거지?

 

물론이에요

 

난 교수님과
미국에 가려 해

 

아직 말씀은 안 드렸지만

 

잘됐군요

 

그럼 안녕히

 

환자와 친한 사이였고

 

그녀는 저를 믿었기에

 

제 행동은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제 잘못을 고백합니다
교수님은 아버지 같으니까요

 

슈필라인 양
내가 사과하겠소

 

융 선생이 잘못했는데
당신을 오해했소

 

당신을 존중했어야 했는데
그러지를 못했네요

 

이번 문제를
기품 있게 풀어준 당신에게

 

존경의 뜻을 보내니
받아주시겠습니까?

 

필요한 서류는 챙겼나
페렌치?

 

모두 준비했습니다

 

잘했네

 

미국에 가는 걸
늘 망설였었네

 

실수를 저지르는 건지도 몰라

 

우리를 정말 필요로 할까?

 

그쪽에서 두 달 동안 회의도
미뤘다고 하니 당연히 가셔야죠

 

뭔가 있는 게 분명해요

 

그래

 

훌륭한 모험이 될 거예요

 

 

나도 바라던 바네

 

저는 이쪽입니다

 

무슨 소리인가?

 

집사람한테
예약을 맡겼는데

 

일등석으로
예약했나 봅니다

 

알았네

 

저는 해질 무렵에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국경에 있었어요

 

사람들의 가방을 조사하느라
오래 기다려야 했죠

 

그때 낡은 왕실 군복을 입은
늙은 세관원이 눈에 띄었어요

 

그 세관원은 왔다 갔다 했어요

 

착잡해 보였고
불만스러워 보였죠

 

그런데 누가 그러더군요
그런 사람은 없다고...

 

유령이었던 거죠

 

어떻게 죽은 지는
밝혀지지 않았대요

 

그게 꿈 내용 전체인가?

 

그것 밖에 기억 안 나요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국경이라고?

 

 

우리와 관련 있겠군

 

그럴까요?

 

가방을 조사했다고?

 

그렇다면 그건 우리 둘이
자유롭게 나눴던 생각들을

 

이제는 면밀하게
따져본다는 뜻이겠군

 

교수님의 이론들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 낡은 군복의 유령은
나를 의미하는 거 같군

 

- 잠깐만요
- 자네는 그 유령이

 

불행에서 벗어나길 바라겠지

 

인간적인 죽음을 바랄 거야

 

그가 죽을 수 없었다는 건

 

그의 정신은 불멸하단 걸
말하는 것 같아요

 

그래

 

그게 나라는 데 동의하나?

 

그런 말은 안 했습니다

 

그래

 

알았네

 

아주 재미있는 예군

 

교수님은요?

 

어떤 꿈을 꾸셨나요?

 

전날 밤에
복잡한 꿈을 꿨네

 

선명했지

 

말씀해 보세요

 

말하고 싶지만
그러면 안 될 것 같네

 

어째서요?

 

나의 권위에 해가 될 걸세

 

지금 우리는
미래를 보고 있어요

 

그들은 우리가 전염병을
퍼뜨릴 걸 알고 있을까?

 

스위스, 쿠스나흐트
1910년 9월 25일

 

슈필라인 양

 

누가 자네 논문을
내게 보내라고 했나?

 

원장님이요

 

그래, 그랬겠군

 

선생님이 연감에 필요한 자료를
찾고 있으니 보내라고 했어요

 

자네가 고른 소재가
흥미로운 건 사실이나

 

연감에 쓰려고 하면 한두 가지
오류를 짚고 넘어가야 할 거야

 

물론이에요

 

그 얘기를 해볼까?

 

 

여기 처음 왔을 때는
환자들을 모으는 데

 

몇 년이 걸릴 줄 알았는데
벌써 포화 상태야

 

조금 더 노력해서 자네 논문을
출판할 생각은 없나?

 

저와 같이
작업할 수 있을까요?

 

서로 만나다 보면
위험해질 수 있어

 

 

하지만 그런 상황을
이겨낼 수 있을 거야, 그렇지?

 

그럼요

 

지금쯤이면
다른 사람이 있을 줄 알았어요

 

천만에

 

당신은 최고의 보석이었어

 

다음주 화요일에 얘기해볼까?

 

철저하게 분석해 주지

 

성적본능과 죽음본능 사이의
유사성을 설명해 봐

 

프로이트 교수님 말로는

 

성적욕구는 쾌락을 향한
욕구에서 비롯된대요

 

그게 맞다면 왜 이런 욕구를
억압해야 하는 거죠?

 

예전에 자네는 파괴와
자기파괴를 불러일으키는

 

충동에 대한 이론을 주장했었지

 

선생님 말처럼 성욕이란 자신을
잃어버리는 행위로 볼 수 있지만

 

자신을 잃는다는 건 개인성을
파괴한다는 것과 같아요

 

자기방어를 위해 자아는
그러한 충동에 저항할까요?

 

자신을 위한 저항이지
사회적 통념 때문은 아니란 건가?

 

 

진정한 성욕은
자아의 파괴를 요구할 거예요

 

프로이트 교수님의
생각과 반대되는군

 

졸업하면
취리히를 떠날 거예요

 

가야만 해요

 

왜?

 

아시잖아요

 

그래

 

난 속물에다가
스위스 부르주아고

 

자기만 아는 겁쟁이지

 

나도 모든 걸 버리고
당신과 떠나고 싶어

 

하지만 난 속물이야

 

어디로 갈 거지?

 

비엔나에 가겠죠

 

거기는 가지 마

 

어딜 가든 제 마음이에요

 

안 돼

 

2년 후, 비엔나
1912년 4월 17일

 

자네 논문은

 

정신분석학계에서
열띤 논쟁거리가 되었네

 

자넨 성적충동이 악마적이고
파괴적인 힘이라고 보나?

 

네, 동시에
창조적인 힘이기도 하죠

 

두 개의 인격을 파괴함으로써
새로운 인격을 생성하죠

 

인격은 항상
저항을 극복해야 합니다

 

성행위는 인격을 무력화하려는
특성이 있으니까요

 

한때는 그에 반대되는
생각을 했지

 

성과 죽음 사이에는
불변의 고리가 있다고 생각하네

 

둘의 관계는 자네의 생각과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

 

자극적인 방법으로
얘기를 풀어줘서 고맙네

 

그런데 조금 놀랐네
논문 끝에

 

'예수 그리스도' 라고 썼더군

 

정신분석학에서 종교적 접근은
금지돼야 한다고 보세요?

 

라마를 믿든 마르크스나
아프로디테를 믿든 상관없네

 

상담에 영향만 주지 않는다면

 

그런 생각으로
융 선생님과 논쟁하세요?

 

난 융 선생과 논쟁하지 않네

 

내가 그를 잘못 알았어

 

내가 떠나면 그가
연구를 진전시킬 줄 알았네

 

열등한 신비주의와
자기과시적 샤머니즘이라니!

 

난 융 선생이 그 정도로
잔인하고 독선적인 줄 몰랐네

 

융 선생님도 연구를 진전시킬
방법을 찾고 계세요

 

"당신 병의 원인은 이겁니다"
라고 말하기 보단

 

"당신이 원하는 건 이겁니다"
라고 말할 수 있길 원하시죠

 

제멋대로 행동할 뿐이네

 

그러는 건 옳지 않아

 

세상이 그래

 

그걸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게
정신 건강에 좋아

 

환상에 또 다른 환상을 심어주면
우리의 연구가 왜 필요해?

 

맞는 말씀이에요

 

융 선생과 논쟁이 됐던 부분인데
자넨 내 편을 드는군

 

논쟁 안 하셨다면서요?

 

아직도 그를 사랑하는군

 

그분을 위해
이러는 거 아니에요

 

두 분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앞으로도 정신분석학은
발전할 수 있을 거예요

 

두 분이 함께할 순 없나요?

 

융 선생이 정확한 과학을
추구한다면 관계는 지속될 걸세

 

9월 뮌헨에서 열리는
편집자 회의 때는 잘 받아주겠네

 

솔직히 그 친구와 단절된 건
자네 일 때문이었어

 

거짓말을 했고
잔인했으니까 말이야

 

아주 충격적이었어

 

저를 사랑한다고 생각했어요

 

금발의 지크프리트에 대한
환상을 버리지 못한다면

 

자네는 파멸하고 말 걸세

 

아리아인을 믿지 말게

 

우리는 유대인이야

 

그건 앞으로도 변하지 않겠지

 

오늘 자네를
오라고 한 이유는

 

내 환자를 봐 줄
준비가 됐는지 묻고 싶어서네

 

교수님은 일신교란
역사적으로 볼 때

 

아버지를 죽이고픈 욕망에서
비롯된다고 하셨죠?

 

그래

 

아크나톤 때문에 이 세상에는

 

신이 하나 밖에 없다는
괴이한 개념이 생겨났지

 

또한 그는 모든 유물에서
그의 아버지의 이름을 지웠어

 

그렇지 않습니다

 

- 그래?
- 네

 

그게 미신이라고 보나?

 

아뇨, 두 가지 확실한
근거가 있습니다

 

아크나톤
즉, 아멘호피스 4세는

 

카르투시에서
아버지의 이름을 지웠습니다

 

첫째로, 그건
관습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당시 왕들은 선왕의 이름을 빌어
나라를 다스리는 걸 꺼렸습니다

 

자네 연감에서
내 이름을 뺐듯이 말인가?

 

교수님 이름은 유명해서
언급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계속하게

 

아멘호피스는 그의 아버지 이름인
'아멘호테프'의 첫 이름을 삭제한 후에

 

'아멘' 이란 이름을
자신의 앞 이름으로 썼죠

 

신을 없애려고 했던 겁니다

 

간단하군

 

간단한 설명이 아니었습니다

 

자네가 그 사람을
뭐라고 부르든 상관없지만

 

그는 아버지에게
적대감이 없었을까?

 

증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아멘호피스는 아버지의 이름이
충분히 친숙하다고 생각해서

 

이젠 자신의 이름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을 지도 모르죠

 

죽음은 달콤할 거야

 

결례가 되는 말씀입니다만
교수님께서 범하신 실수는

 

친구를 환자처럼
대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친구들은
아이처럼 변합니다

 

그들은 교수님께 아첨하거나

 

교수님과 다른 이론을 주장하는
자들을 따돌리겠죠

 

절대적 아버지 같은 교수님을
편히 생각하는 이는 없습니다

 

교수님의 행동을 돌아본 후
누가 과민한 건지 생각해주세요

 

친구로서 말씀 드립니다

 

난 대답하지 않겠네

 

내가 친구들을 환자로
생각한다는 건 어불성설이야

 

정신과의사들이 과민한 건

 

우리 분석가들도 인정하는 바라서
부끄러워할 건 없네

 

하지만 자네같은 사람은
비정상으로 행동하면서도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목청껏 부르짖지

 

자신이 왜 정상인지 말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려 해

 

오랫동안 우리의 관계는
한낱 실에 매달려 있었네

 

그 실은 지난날의 실망으로
가득 차 있다네

 

그걸 끊는다고
잃는 건 없네

 

이 순간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차차 아시게 될 겁니다

 

남은 건 침묵 뿐입니다

 

드디어 만나뵙게 됐네요

 

드디어 만나뵙게 됐네요
쿠스나흐트, 1913년 7월 16일

 

제가 부군의 환자였을 때 한 번 뵀었죠
쿠스나흐트, 1913년 7월 16일

 

맞아요

 

애들이 예쁘네요

 

고마워요

 

아이 낳으면 알려 주세요

 

- 아들을 바라시죠?
- 아뇨

 

그이랑 저는
딸을 낳고 싶어 해요

 

정말요?

 

그이를 도와주세요

 

무슨 일 있어요?

 

그이가 이상해요

 

혼란스러워하고
책을 쓸 생각을 안 해요

 

잠도 안 자요

 

새로운 환자도 안 받고요

 

프로이트 교수님과 결별한 후에
마음을 못 잡고 있어요

 

제가 알던
선생님의 모습이 아니네요

 

바로 가실 게 아니라면
당신을 만나보라고 얘기할게요

 

당신 말이라면
귀담아 들을 거예요

 

지금 환자 받고 계시죠?

 

저는 아동심리를
전문으로 할 거예요

 

선생님이 그 분야를
인정할지 모르겠네요

 

얘기한 적 없어서...

 

가서 얘기해 봐요

 

사모님만큼
힘이 되는 분은 없어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애들이 예쁘더군요

 

결혼했군

 

 

남편이 의사인가?

 

네, 파벨 셰프텔이에요

 

러시아 사람이군

 

러시아계 유대인이에요

 

어떤 사람이야?

 

착해요

 

잘됐군

 

- 괜찮아요?
- 응

 

잠을 못 자고 있어
예지몽을 계속 꾸고 있지

 

북해에서 알프스까지
홍수로 뒤덮여서

 

집들이 떠내려 갔어

 

수천 구의 시체가 떠다녔지

 

그러다 엄청난 해일이
일고 있는 호수와 만났어

 

그러더니...

 

성난 기운을
내뿜고 있던 물이

 

피로 바뀌었어

 

유럽의 피였지

 

그게 무슨 뜻일까요?

 

모르겠어

 

벌어져봐야 알겠지

 

어떻게 할 생각이지?

 

러시아로 갈 생각이에요

 

비엔나만 떠나면 돼

 

지난주에
교수님과 얘기했는데...

 

- 방법이 없어요
- 방법이 없겠지

 

권위에 해가 된다고
꿈 얘기를 안 하셨을 때

 

알았어야 했어

 

그 후
교수님에겐 권위가 사라졌어

 

자네가 교수님 편을 들었을 때
깜짝 놀랐어

 

그런 말이 어디 있어요?

 

본능에 따라 맞다고
생각되는 쪽을 따라야죠

 

그분의 방법으로
저를 치료하셨잖아요

 

우리가 뜻한 바대로
이뤄진 건 하나도 없어

 

우린 미지의 영역에 가야 해

 

우리가 믿는 모든 것의
근원으로 돌아가야 해

 

난 문을 여는 걸 넘어

 

환자들에게 병을 알려주고
그들의 현재를 보여주겠어

 

그들이 자신을 재창조하도록
방법을 찾을 거야

 

긴 여정을 마치고 나면 그들은
원했던 모습을 찾을 수 있겠지

 

치료 때문에 스스로를
힘들게 하진 마세요

 

상처 입은 의사만이
치유할 수 있지

 

연인이 생겼다고 들었어요

 

그런가?

 

이름이 뭐예요?

 

토니

 

- 저랑 닮았어요?
- 아니

 

옛날 환자예요?

 

- 응
- 유대인?

 

반절만 유대인이야

 

- 분석훈련 중이에요?
- 응

 

근데도 저랑 안 닮았어요?

 

그 친구를 보면
당신이 생각나

 

왜 그러는데요?

 

글쎄

 

엠마는 우리집의 근본이야

 

토니는 산소 같은 사람이지

 

당신을 만나 사랑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어

 

좋든 싫든
당신 덕분에 나를 알게 됐어

 

내 아이지?

 

 

살다 보면
때론 용서받지 못할 일도...

 

해야만 해

 

오토 그로스는 1919년에
베를린에서 굶어 죽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나치에 의해 비엔나에서 쫓겨났고
1939년에 런던에서 암으로 죽었다

 

사비나 슈필라인은 러시아로 돌아가
소비에트 연방의
놀라운 분석법을 수련했다

 

후에 그녀는 고향, 로스토프온돈으로
돌아가 의료 실습을 했다

 

1941년에 미망인이 된 슈필라인과
그녀의 두 딸은 나치 점령군에 이끌려
회당에 들어간 후, 총살 당했다

 

제 1차 세계 대전 당시
칼 구스타프 융은

 

세계적인 정신분석의가 되었지만
오랜 기간 신경쇠약을 앓았다

 

융은 부인인 엠마와 그의 정부인
토니 울프보다 오래 살았는데

 

1961년에 편안히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