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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막 : 조 미 연 & 조 소 라

자 막 편 집 : 진 미 디 어

 

제작사
C&I 엔터테인먼트

 

원작: 무라카미 하루키 '드라이브 마이 카'
(소설 '여자 없는 남자들' 수록작)

 

그녀는 때때로

 

야마가의 집에
몰래 들어가고 있어

 

야마가?

 

그녀의 첫사랑 상대 이름

 

같은 고등학교 동급생

 

하지만 야마가는
그녀의 마음을 몰라

 

그녀도 야마가가
몰랐으면 하니 상관없어

 

하지만 야마가에 대해
알고 싶어

 

자신에 대한 건
몰랐으면 좋겠고

 

그에 대한 모든 게
알고 싶은 거야

 

그래서 빈집에 들어가는군

 

그래

 

야마가가 수업받고 있을 때

 

그녀는 몸이 안 좋다고 조퇴해

 

야마가는 외동이고
아빠는 회사원

 

엄마는 학교 선생님

 

집에 아무도 없는 것도
친구에게 들어서 알아

 

어떻게 들어가지?
평범한 여고생이잖아

 

그녀가 짐작한 대로

 

현관 옆 화분 밑을 뒤져 봐

 

거기에 열쇠가 있어

 

조심성이 없네

 

그렇게 그녀는
야마가 집에 몰래 들어가

 

2층으로 올라가 문을 열어

 

옷걸이에 걸린
축구 유니폼 등 번호로

 

거기가 야마가 방인 걸 확인해

 

열일곱 살 남자답지 않게
정돈된 방에서

 

그녀는 부모의
특히, 엄마의 강한 통제를 느껴

 

공기를 들이마셔

 

귀를 기울여

 

침묵이 들려와

 

보청기를 꼈을 때처럼
강조된 고요함이

 

그 방 안을 울리고 있어

 

그녀는 야마가의 침대에
몸을 던져

 

그녀는 자위하고 싶은
충동을 눌러

 

왜?

 

TV 드라마의 한계인가?

 

아니

 

그녀 안엔
규칙이 있기 때문이야

 

해도 되는 일과
해선 안 되는 일이 있어

 

빈집에 들어가는 건 괜찮지만

 

자위를 해선 안 된다?

 

그래

 

그녀는 사용하지 않은 탐본을
그 방에 두고 나와

 

탐폰?

 

- 당신이 말한 거야
- 이상 한데

평소보다 과장이 심해
이거 드라마가 되겠어?

 

괜찮아

 

심야 방송이라
프로듀서가 괜찮다고 했어

 

그럼 됐네

 

그래서 그녀는 가방에서
사용하지 않은 탐폰을 꺼내

 

그의 책상 서랍에 넣어

 

'그를 과보호하는 엄마가
눈치챈다면...'

 

그렇게 생각하니
그녀의 가슴이 두근거려

 

변태네

 

탐폰은 그녀가
거기에 있었다는 징표인 거지

 

징표

 

그녀는 그 후에도
때때로 조퇴하고 빈집에 들어가

 

위험하다는 건
충분히 알아

 

그녀는 부모나 교사에게
신뢰받는 타입이라서

 

들키면 잃는 게 많아

 

그런데도 그만둘 수가 없어

 

그만둘 수 없지

 

방에선 약간의 냄새라도 맡으려
구석까지 살피고

 

돌아갈 땐 항상
야마가의 징표를 갖고 가

 

연필꽂이 속 연필 같은
없어져도 모를 것들을

 

그녀도 자신의 징표를
놓고 가지

 

가장 대담해졌을 때

 

그녀는 입고 있었던 속옷을

 

그의 옷장
가장 깊숙한 곳에 두고 와

 

그렇게 징표를 교환하면서
둘이 점점 섞이고 있다고

 

느끼게 돼

 

그녀는
그 행동이 그에게...

 

엄마 지배에서 벗어날
힘을 주는 듯해

 

오늘 얘기는 여기까지

 

그래?

 

이어지는 얘기 알고 싶어?

 

응, 알고 싶어

 

기다릴까? 쓸까?
어떻게 하지?

 

아직 기다려도 되잖아

 

그러네
나도 뒷얘기가 알고 싶어

 

- 정말 몰라?
- 항상 그렇잖아

 

이번에야말로
당신 첫사랑 얘긴가 했지

 

그럴 리가 없잖아

 

고마워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오늘 연극 몇 시지?

 

6시 반
개장은 6시

 

아슬아슬하게
도착할 것 같아

 

무리하지 마. 첫 미팅인데
빠지기 뭐하잖아

 

무리할 거야
보고 싶으니까

 

- 열심히 해
- 응, 고마워

 

아무짝에도 못 쓰겠구나

 

내일 또 와야 한다고
했지?

 

그래

 

내일은 튼튼한 끈을 가져오자

 

그래

 

디디

 

왜?

 

이 짓 더는 못하겠어

 

다들 하는 소리지

 

우리 헤어지는 게 어때?
그게 나올지도 몰라

 

내일 목을 매자

 

고도가 안 오면
말이야

 

만일 온다면?

 

그럼 살게 되는 거지

 

그럼 갈까?

 

- 바지나 추켜올려
- 뭐?

 

바지 올리라고

 

- 네?
- 들어가도 돼?

 

들어와

 

왜 그래?

 

좋았어

 

그래?
다행이야

 

누구 소개해도 돼?

 

- 옷 좀 갈아입고...
- 다카츠키 군

 

다카츠키라고 합니다

 

- 사모님께, 늘 신세 지고 있어요
- 사모님 소린 빼

 

- 영상으로 몇 번 봤어요
- 감사합니다

 

이번 거에도 나와
좋은 역이야

 

- 항상 좋은 역이지
- 이번엔 더 좋아

 

주인공 상대역이거든

 

 

미팅 끝나고
당신 연극 보러 간다니까

 

보고 싶다고 해서...

 

가후쿠 씨 연출법은
꼭 보고 싶었습니다

 

특이했어요
여러 언어를 쓰는 것도...

 

이런 감상이 올바른지는
잘 모르겠지만

 

감동받았습니다

 

정말? 다카츠키 군
정말 이상해

 

오토 씨, 제발요

정말입니다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옷 갈아입고
나중에 얘기해요

 

실례하겠습니다

 

수고했어

 

미안해, 깨웠어?

 

수고 많았어

 

나리타 9시 출발이니
가야 해

 

잘 갔다 와

 

다녀올게

 

나올 필요 없는데

 

이거 '바냐 아저씨'야

 

녹음해 놓은 거
필요할 때 됐지?

 

고마워

 

나리타 9시 출발

 

잘 다녀와
조심하고

 

다녀올게

 

차 드세요

 

어쩐지 마시고 싶지 않은데...

 

그럼 보드카를 드릴까요?

 

아무도 내 기분을 몰라요

 

울화가 치밀고 분통 터져
밤에도 잠을 못 자요

 

시간을 헛되이 보냈어요

 

바라는 것은 뭐든
손에 넣을 수 있었을 텐데

 

이 나이가 되고 보니
안 되겠네요

 

아저씨
그런 얘기 재미없어요

 

넌 어쩐지 옛날의 신념을
원망하고 있는 것 같구나

 

하지만
나쁜 건 신념이 아니야

 

나쁜 건 너 자신이야

 

블라디보스토크 연극제 사무국
항공권 변경 건

 

한파로 인한 결항 때문에
내일 비행기로 와 주세요

 

연극제 심사위원 일은
예정대로 진행됩니다

 

공항 근처 호텔에
묵으셔도 됩니다

 

- 여보세요
- 여보세요

 

- 무사히 도착했어?
- 응

 

심사는 내일부터인가?

 

 

호텔은 어때?
쾌적해?

 

어디나 비슷하지

 

블라디보스토크 명물 먹었어?

 

명물이 뭔데?

 

모르니까
물어 보는거지

 

너무 대충 말하는데

 

나리타 뷰 호텔

 

25년 동안 녀석은
남의 자리에 앉아 있었던 거지

 

거만한 걸음걸이를 봐
마치 왕처럼 굴었단 말이지

 

아무래도 자네
질투하는 것 같군

 

암, 그렇고말고
질투가 안 나고 배기겠나

 

그자는 여복이 있거든

 

카사노바도 그 정도 여복은
없을 정도야

 

그 자식의 첫 아내었던
내 누이동생은...

 

이봐

 

다행이야

 

나 괜찮아

 

정말 괜찮아?

 

아직은 몰라

 

정밀검사 받고
지금 결과 기다리고 있었어

 

왼쪽 눈이 녹내장입니다

 

녹내장요?

 

시신경 장애로 시야가 점점
좁아지는 병입니다

 

한쪽 눈이 보조 역할을 해
병을 쉽게 인지 못 합니다

 

오히려 일상에
영향이 적은 편이죠

 

그래서 알아챌 때는
실명 직전일 때가 많아요

 

빨리 알게 돼
불행 중 다행입니다

 

운전은 가능한가요?

 

불가능하진 않습니다

 

된다는 말이죠?

 

네, 증상이 진행되지 않으면요

 

치료은요?

 

녹내장 원인은 아직 불명이라
완치는 불가능합니다

 

진행을 늦출 수 있을 뿐이죠

 

안압을 낮추는
안약을 드릴게요

 

안약을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많은

 

안 넣으면 바로 진행돼요

 

매일 두 번
빼먹지 말고 넣어주세요

 

2001년 2월 25일
사망

 

오늘 운전하고 싶었던 게 아니야?

 

왜?

 

수리 끝내고 온 첫날이니까

 

난 당신을 깊이 사랑하지만

 

갑자기 뭐야?

 

참을 수 없는 게
한 가지 있어

 

뭔데?

 

당신 운전 방식
부탁이니 앞을 봐

 

왜 아까
차선 변경 안 한 거야?

 

그런 말 까딱하면
정신적 학대거든?

 

사실은 아이...

 

한 명 더 원했어?

 

잘 모르겠어

 

누구도 그 아이를
대신할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똑같이
사랑했을지도

 

당신이 원하지 않는 걸
나만 원할 순 없어

 

미안해

 

당신 탓 아니야

 

나도 함께 선택했으니까

 

그러니 괜찮아

 

나 말이야

 

당신을 정말 사랑해

 

고마워

 

당신과 함께해서
정말 좋아

 

어느 날

 

그녀는
전생의 일을 떠올려

 

그녀라면
사랑에 빠진 도둑?

 

전생에 그녀는
칠성장어였어

 

칠성장어?

 

그녀는 고귀한 칠성장어였어

 

다른 칠성장어처럼

 

위를 지나는 물고기에게
기생하지 않아

 

강바닥에 있는 돌에
빨판 같은 입술을 붙이고

 

그저 흔들거리고 있어

 

깡말라서

 

결국 정말
해초처럼 될 때까지

 

그녀는 돌에
달라붙어 있었어

 

어떻게 죽었는지
기억하지 못해

 

굶어 죽었는지

 

다른 물고기에게 먹혔는지

 

그저 흔들거리고
있던 것만 기억나

 

야마가의 방에서 그녀는
갑자기 이해하게 돼

 

여기는...

 

그때 그대로다

 

돌에 달라붙어
있을 때처럼

 

야마가의 방에서
떨어질 수 없어

 

그래

 

이 방의 침묵은...

 

물속과 아주 많이 닮아 있어

 

시간이 멈춰

 

과거와 현재가 없어져 버려

 

그렇게 그녀는...

 

칠성장어로 돌아가 버렸어

 

그녀는

 

야마가의 침대 위에서
자위를 시작했어

 

옷을 하나하나
전부 벗어 던져

 

계속 금지하고 있었는데

 

멈출 수가 없어

 

눈물이 흘러 나왔어

 

베개가 젖었어

 

그녀는 그 눈물이
오늘 자기의 징표라 생각해

 

그때 누군가가 돌아왔어

 

1층에

 

문이 열려

 

정신을 차려 보니
창밖이 어두워지기 시작했어

 

야마가인가

 

그의 아버지인가

 

그의 어머니인가

 

그 누군가가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려

 

이제 끝이야

 

하지만 이걸로
드디어 그만둘 수 있어

 

드디어 끝이 나

 

전생에서부터 이어진
업보의 고리에서

 

벗어나

 

그녀는

 

새로운 그녀가 된다

 

문이 열려

 

뱀장어도 생선도 아니다
칠성장어

 

어제 한 얘기 기억나?

 

미안해, 기억이 잘 안 나
거의 자고 있었거든

 

그랬어?

 

미안해

 

기억할 만한 게 아니었으니까

 

가 봐야겠어

 

오늘 일 있어?

 

워크숍 강의

 

- 말 안 했던가?
- 못들었어

 

미안해

 

운전할 거야?

 

그럴 생각이야

 

미안해
내가 갖고 있었어

 

- 고마워
- 괜찮아?

 

- 괜찮아, 다녀올게
- 유스케

 

오늘 돌아오면
얘기 좀 할 수 있어?

 

물론이지
왜 일부러 그런 걸 물어?

 

- 다녀와
- 갔다 올게

 

그 여자는 교수에게
정절을 지키나?

 

유감스럽게도 그래

 

어째서 유감스럽다는 거지?

 

그 여자의 정숙함이
철두철미하게 거짓이니까

 

미사여구만 가득하고
논리가 없어

 

나의 인생은 글렀다

 

돌이킬 수 없다

 

그런 생각이 밤낮으로
악령처럼 짓누르고 있다

 

과거는 추억도 없이
지나가 버렸다

 

하지만 현재는...

 

더욱 심하다

 

내 인생과 사랑을
어떻게 하면 좋지?

 

어떻게 돼 버린 건가

 

당신이 사랑이 어쩌고
얘기하실 때엔

 

머리가 멍해져서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오, 하느님, 하느님

 

소냐

 

정말 괴롭구나

 

이 괴로운 마음을
네가 알아준다면...

 

어쩌겠어요

 

또 살아가는 수밖에요

 

바냐 아저씨
우리 살아가도록 해요

 

길고 긴 낮과

 

긴긴밤의 연속을
살아가는 거예요

 

운명이 가져다주는 시련을
참고 견디며

 

마음의 평화가 없더라도
다른 사람을 위해서

 

지금도, 나이 든 후에도
일하도록 해요

 

그리고
언젠가 마지막이 오면

 

얌전히 죽는 거예요

 

그리고 저세상에서 얘기해요

 

우린 고통받았다고

 

울었다고

 

괴로웠다고요

 

오토

 

오토

 

여보세요

 

구급차 부탁합니다

 

가후쿠 오토
장례식장

 

갑작스럽네요
지주막하 출혈이라니

 

25년 동안 녀석은
남의 자리에 앉아 있었던 거지

 

거만한 걸음걸이를 봐
마치 왕처럼 굴었단 말이지

 

아무래도 자네
질투하는 것 같군

 

암, 그렇고말고

 

질투가 안 나고 배기겠나

 

그 자식의 첫 아내였던
내 누이동생은

 

훌륭하고 온순한 여성이었어

 

동생은 그 자식을
깊이 사랑했어

 

때 묻지 않은 숭고한 인간이
천사를 사랑하듯...

 

그자의 후처로 말하면

 

자네들이 방금 보았듯
재색을 겸비한 여인이네

 

어째서일까?

 

그 여자는 교수에게
정절을 지키나?

 

유감스럽게도 그래

 

어째서 유감스럽다는 거지?

 

그것은

 

그 여자의 정숙함이

 

철두철미하게 거짓이니까

 

바냐

 

바냐

 

그런 말 하지 말게

 

부탁이네

 

잠자코 있어
곰보딱지

 

나도 말할 거야
내 아내는 달아났다고

 

2년 후

 

그야 물론이지

 

내 생각엔...

 

진실이라는 것은

 

어떤 것이든지
그렇게 두렵진 않다

 

가장 두려운 것은

 

그걸 모르고 있는 것이다

 

히로시마
예술문화극장

 

니시지마 히데토시

 

미우라 토코

 

기리시마 레이카

 

박유림 진대연

 

위엔 소냐 아베 사토코

 

오카다 마사키

 

히로시마 출구 1km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

 

오느라 피곤하시겠어요

 

아뇨, 전혀
오랜만입니다, 유즈하라 씨

 

소개해 드릴게요

 

이번에 문예감독으로
참가해 주실 윤수 씨예요

 

메일 잘 받았습니다

 

메일로도 설명했듯이

 

가후쿠 씨의 체재 기간은
오늘부터

 

12월까지 2개월입니다

 

한 달 반 연습하고
2주일 공연입니다

 

내일 바로 오디션을 볼 겁니다

 

지원서 여기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시아 각국 극장에 연락해서

 

주로 한국, 중국
홍콩, 대만

 

그 외엔 필리핀 응모자도
있었습니다

 

 

한국어는 제가 동역할게요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은
가후쿠 씨가 직접 하세요

 

 

해외의 오디션 참가자는

 

각국 극장의
프로그램 디렉터 추천입니다

 

일본에서도 꽤
응모가 왔습니다

 

개중엔 제가 알 만한
사람도 있어요

 

훑어볼게요
기대되네요

 

지금부터 이동할게요

 

가후쿠 씨 계실 곳은
요청하신 대로

 

여기서 차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곳입니다

 

감사합니다

 

모처럼 오셨으니
세토우치의 섬으로요

 

섬입니까?

 

그리고 저희가
운전사를 고용할 겁니다

 

차를 맡기게 될 텐데
문제 없으시겠죠?

 

제 는 제가 운전하겠습니다

 

보험도 들어 있으니
걱정 마세요

 

걱정돼서
그러는 게 아니라

 

운전하시면 안 됩니다

 

무슨?

 

과거에 인명 사고를 낸
아티스트가 있어서

 

 

곤란을 겪었습니다
그 후부터 상주 예술가는

 

반드시 연극제 측에서
운전사를 고용해야 해요

 

운전할 때 전
회곡의 대사를 확인합니다

 

 

저에겐 중요한 습관입니다

 

 

그래서 일부러 좀 떨어진 곳에
묵겠다고 한 겁니다

 

죄송합니다

 

제대로 말씀을
드렸어야 했는데요

 

예산도 정해져 있어
사용 안 할 순 없습니다

 

불안하시면

 

운전사를 테스트해 보셔도 됩니다

 

하지만 괜찮을 겁니다
유능한 운전사니까요

 

가시죠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도 공용차를 타고
따라가겠습니다

 

이분이 운전사입니다

 

와타리 미사키입니다

 

이쪽은 연출가이신
가후쿠 씨입니다

 

매년 운전을 맡기고 있고
길도 잘 압니다

 

운전을 잘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미안하지만

 

아직 운전을 맡기는 데
동의 안 했어요

 

테스트해도 괜찮겠어요?

 

네, 물론입니다

 

역시 제가 운전할게요

 

미안합니다

 

제가 젊은 여자라서
그런 겁니까?

 

난 그런 건
신경 안 써요

 

이 차는 오래되고
길들어 있어요

 

처음 몰면 어려울 거예요

 

알겠습니다

 

조금이라도
위험하다 판단하시면

 

운전 바꿀게요
그럼 될까요?

 

조수석에서 보시겠어요?

 

전기 배선에

 

문제는 없나요?

 

없어요

 

오래된 차라고 하셔서
확인한 겁니다

 

15년 탔는데
고장은 없었어요

 

그렇습니까?

 

카세트테이프를 들어주겠어요?

 

카세트테이프요?

 

알겠습니다

 

난 그만 가 보겠어

 

바냐 씨, 부탁이니까 이젠
그만두는 게 좋겠어요

 

그만두긴...

 

기다려
아직 할 말이 남았어

 

당신은 내 인생을 망쳤어

 

내겐 진정한 삶이 없었어

 

너 때문에

 

인생의 제일 좋은 시절을
허송세월로 다 보냈어

 

넌 내 원수
철천지원수

 

이 못 배운 사람아!

 

이 땅이 자네 것이거든
마음대로 가지게

 

나는 필요 없으니

 

전 지금 당장
여길 떠나겠어요

 

여긴 지옥이니까

 

더는 참을 수 없어요

 

난 재능도 있고
머리도 좋고 용기도 있어

 

순탄하게 살았으면

 

쇼펜하우어 도스토옙스키가
될 수 있었는데

 

헛소리는 질렸어

 

정말 미치겠군

 

어머니
난 이제 절망입니다

 

교수님 말을 듣거라

 

어머니
어떻게 하면 좋지요?

 

아니, 됐어요
아무 말씀 마세요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알아요

 

잘 기억해
내가 지금 한 말을!

 

괜찮아요

 

어떠십니까?

 

세토우치 바다는
조용해서 좋네요

 

그녀의 운전은요?

 

내일 아침 8시에
모시러 올게요

 

- 일찍부터 오게 해서 미안해요
- 문제없습니다

 

테이프 틀까요?

 

아, 부탁해요

 

아저씨
울고 계신 건가요?

 

울긴 누가 운다고

아무것도 아니다
어리석구나

 

방금 날 바라보는 눈빛이

 

죽은 네 엄마와 같구나

 

아, 소냐
너의 엄마는...

 

내 동생은 지금
어디 있을까?

 

이 병도 아주 오래되셨죠

 

소냐 씨 어머니인 베라 씨도

 

밤에 잠을 못 이루셨어요

 

엄청 고생을 하셨지요

 

가지, 마리나

 

내 대사 아직 다 안 끝났는데

 

뭐 됐어요

 

제 발도 어르신처럼
꼭 그렇게 아프답니다

 

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다음 분 들어오세요

 

실례하겠습니다

 

제 이름은
재니스 창입니다

 

대만에서 왔고요
모국어는 중국어입니다

 

엘레나 역 오디션을
보러 왔어요

 

다카츠키 코시입니다
아스트로프 역 지원자죠

 

두 분이 같은 장면을
선택하셨어요

 

그래서 간이
오디션을 볼 겁니다

 

두 분이 희망한 파트가 같아서
콤비로 해 볼게요

 

 

이분이 엘레나고
어디부터 할까요?

 

"당신은 능청스러운 데가
있어요" 부터

 

 

"당신은 능청스러운 데가"
부터요

 

알겠어요

 

상대방 언어를 모르는데
느낌으로 해도 되나요?

 

네, 준비되면 시작해요

 

준비되면 시작하세요

 

당신은 능청스러운 데가 있어요

 

- 무슨 말이죠?
- 능청스러워

 

백 보 양보해
소냐가 고민하고 있다고

 

그렇다고 칩시다
하지만

 

무슨 소리예요?

 

당신은 알고 있소

 

왜 내가
날마다 여기 오는지

 

누구를 만나고 싶어서
여기 오는지

 

당신은 짐승이오

 

- 귀여운 얼굴을 한 짐승
- 무슨...

 

말씀인지

 

아름다운 털이 매끈한
요염한 짐승

 

지금 먹이가 필요할 거요

 

정신 나갔어요?

 

소심하시군요

 

맹세코
당신 생각과는 달라요

 

난 저급한 여자가 아니에요

 

맹세는 필요 없어요
다른 말도 필요 없어요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 손은 또 어떻고

 

그만해요

 

이것 보세요

 

이건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에요

 

부탁이에요
그만해요

 

놓아 주세요

 

내일

 

숲으로 오세요

 

오후 2시에

 

알겠지요?
아시겠죠?

 

- 오시는 거죠?
- 놔 주세요

 

거기까지 하죠

 

감사합니다

 

다음이 마지막인데
다른 지원자와 좀 다릅니다

 

이유나 씨입니다

 

한국 수어를 사용한다고
자기소개하고 있어요

 

수어를 아세요?

 

 

귀는 들린다고 합니다

 

필요한게 있으면
한국어로 통역할게요

 

괜찮습니까?

 

 

아저씨

 

모르핀 가져갔어요?

 

돌려주세요

 

왜 자꾸 우릴 놀라게 해요!

 

돌려주세요. 아저씨

 

아저씨 못지않게
저도 불행해요

 

그렇지만 절망하지 않잖아요

 

제 삶이 자연스럽게
끝날 때까지

 

참을 거예요

 

그러니까

 

아저씨도 자기 인생을
참고 견뎌요

 

하나뿐인
소중한 아저씨

 

부탁이에요

 

돌려주세요

 

우리를 가엾이 여겨

 

이 슬픔을

 

참고 견뎌요

 

감사합니다

 

바냐 역은
응모자가 적었네요

 

 

아마 다들

 

가후쿠 씨가 한다고
생각할 겁니다

 

미안해요
늦었네요

 

괜찮습니다

 

안녕하세요

 

여기 계신 분들은
오디션에 합격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 중 몇 분은
본인이 희망하지 않은

 

역할을 하시게
될 겁니다

 

출연자 명단을
발표하겠습니다

 

이 역할을 수락하시면
계약하겠습니다

 

'셀레브랴코프'
로이 루셀로

 

'엘레나'
재니스 창

 

'소냐'
이유나

 

'보이니츠카야'
고마가타 카오루

 

'버냐'

 

다카츠키 코시

 

'아스트로프'
류정위

 

'텔레긴'
기무라 타카시

 

'마리나'
에토 유이

 

이상입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바냐인가요?

 

 

나이가 너무 다른데요

 

분장하면 돼요

 

다른 사람도 나이대로
연기하는 건 아니니까

 

납득 안 되면
계약 안 해도 돼요

 

다른 배우가 하게 되겠죠

 

계약서 사인 끝나면
바로 대본 리딩부터 갈게요

 

축하해요

 

참 훌륭하군

 

정말 훌륭해

 

정말 아름다운 경치야

 

감탄할 만한 풍경입니다
교수님

 

기무라 씨

 

더 천천히
읽어 주세요

 

- 더요?
- 네

 

그리고 다들 들을 수 있게
더 확실하게 읽어 주세요

 

그러죠

 

계속하세요

 

감탄할 만한 풍경입니다

 

교수님

 

내일은

 

우리 산림관리소 쪽으로
가 봐요, 아버지

 

신사 숙녀 여러분
차를 마실 시간입니다

 

죄송하지만...

 

조용히 하세요
누가 듣겠어요

 

좋다고 하는데 어때요
제발 외면하지 마세요

 

나에겐
큰 행복입니다

 

그만, 그만 좀
하세요

 

감사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요

 

감사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요

 

춥지 않아요?

 

아뇨, 전혀요

 

앞으로는...

 

 

내가 늦으면
차 안에서 기다려 줘요

 

추운 데서 기다리면
내가 초조해져서

 

괜찮습니다

 

소중한 차인 줄 알기에
편하지 않습니다

 

그걸 알면 문제없는데

 

담배만 밖에서 피워 줘요

 

 

그럼 너무 추워서
힘들 때만요

 

테이프 틀까요?

 

 

작별에 기해서

 

이 노인이 한마디 조언을
올리겠습니다

 

여러분

 

중요한 것은
일을 하는 것입니다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가후쿠 씨

 

괜찮으시면
한잔하고 싶은데요

 

저도 차로 여기까지 와서...

 

자네가 운전하나?

 

네, 그래서 죄송하지만

 

제 호텔 바는 어떠세요?

 

좀 늦을 것 같은데

 

- 상관없습니다
- 그럼

 

준비되면 출발할게요

 

제 뒤를 따라와 주세요

 

실은 저 가끔
가후쿠 씨 이름으로

 

검색하거든요

 

그랬더니 오디션 공지가 있었는데

 

본 그날이 마감이었어요
대단하지 않아요?

 

왜 나한테 흥미를?

 

오토 씨 각본을
연기하는 걸 좋아했어요

 

대사를 말하는 게 행복했어요

 

내 무대와 오토가 쓴 각본은
전혀 다른데

 

 

하지만 가후쿠 씨 무대를
보러 갔을 때

 

방식은
전혀 다르지만

 

두 사람은 같은 걸
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점에서?

 

그렇게 물으시면...

 

너무 세세해서
전해지지 않는...

 

두 분 다 그 부분을
중요하게 여기는 듯해요

 

실은 저도 그런 걸
좋아하거든요

 

오토 씨 각본을
연기하지 않았더라면 몰랐겠죠

 

오디션 공지를 보고

 

지금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소속사가 없거든요

 

알고 있어

 

따로 검색한 건 아니지만

 

그러셨어요?

 

부끄럽네요

 

바보로군

 

잘나가고 있었는데

 

아뇨, 그건 걸려든 거예요

 

그런 일이 자주 있나?

 

그런 일이라뇨?

 

잘 알지도 못하는 여자랑...

 

없으세요?

 

없어

 

가후쿠 씨한테 접근하는
여자 많을 텐데

 

거절하면 되는 거야

 

저도 아무나하고
그런 건 아니에요

 

느낌이 통하고 알고 싶은 기분이
든 적 없으세요?

 

아는 방법이
섹스만 있는 건 아니잖아

 

하지만 안 하면
모르는 것들도 있잖아요

 

- 예를 들면?
- 예를 들면?

 

왜 그러지?

 

아니에요

 

가후쿠 씨랑 무슨 얘기를
하고 있나 싶어서요

 

오토 씬 행복했겠어요

 

가후쿠 씨 같은 사람이 남편이라

 

글쎄

 

괜찮으시면...

 

오토 씨에 관해
얘기해 주시겠어요?

 

오토 얘길?

 

어떻게 만났는지..

 

어떤 식으로 작업했는지

 

평소 대화든 뭐든 괜찮아요

 

자넨 이렇게 생각해

 

우린 같은 슬픔을
공유하고 있다

 

같은 여자를 사랑했으니

 

말도 안 돼요, 전 그저
일방적인 동경이었어요

 

자넨 오토를 사랑했어

 

부정하지 않겠어요

 

오토 씨는 멋있잖아요
아주 많이

 

그렇지

 

그래서 저...

 

가후쿠 씨를
질투하고 있어요

 

용서해 주세요

 

질투?
자네가?

 

나를?

 

죄송합니다

 

지금 사진 찍었죠

 

찍었잖아

 

지워

 

무슨 소리야?

 

난 그만 가겠네

 

 

계산 부탁합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초대해 놓고

 

아니야

 

전 지금 여기 와서

 

가후쿠 씨 밑에서
연극하는 게 기쁩니다

 

오토 씨가
이끌어줬다고 생각해요

 

또 내일부터

 

잘 부탁드려요

 

그래

 

내일 보자고

 

자네는 어째서
그렇게 우울한가?

 

교수가 가엾기라도 한 건가?

 

그냥 내버려 둬

 

그 여자는 나 친구야

 

아니, 벌써라니?

 

스톱

 

아직 감정이
들어 있나요?

 

류가 잘하고 있으니
따라 해봐

 

이어서

 

이어서 해줘

 

속물 같은 철학이군

 

다카츠키

 

자신의 대본에 집중해 봐

 

그냥 읽기만 하면 돼

 

우린 로봇이 아니에요

 

무슨 뜻이지?

 

물론 우린 감독님 지시를
따를 거예요

 

근데 로봇이 아니니
의도를 알면 더 잘하겠죠

 

더 잘하지 않아도 돼

 

그냥 단순하게 대본을 읽어

 

그럼 이어서 한번더

 

중단한 곳에서부터 시작하죠

 

안 맞았어?
또 실패야?

 

제기랄

 

이런 썅!

 

날 여기서 데려가 주세요
죽여 주시든가요

 

더는 여기 못 있겠어요

 

대체 난 무슨 짓을 했어?
무슨 짓을 한 거야?

 

유모

 

유모

 

그만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 수고하셨습니다

 

가후쿠 씨

 

연극제 사이트에 실을
인터뷰를 부탁드립니다

 

영상도 찍고 싶으니
밖에서 할까요?

 

계속 대본만 읽어대네요

 

언제쯤 움직일까요?

 

외국어 대사를 들으면
잠들 것 같아요

 

- 나도 그래요
- 나도

 

나쁜 뜻은 아니지만

 

왠지 불경을
듣는 것 같거든요

 

축복을 받는 듯한 느낌요

 

윤수 씬 일본어를
어디서 배웠어요?

 

노 연구를 위해
와세다 대학원에 2년 다녔어요

 

한국어, 영어, 일본어,
수어까지 대단해요

 

일본어와 한국어는
문법이 비슷해서

 

단어만 바꾸면 꽤 말이 돼요

 

영어도 10대 때부터 좋아했어요

 

수어는 언제부터?

 

가후쿠 씨, 집에까지
데려다주신다고 했는데

 

저희 집에서
저녁 어떠십니까?

 

너무 죄송스러운데요

 

가후쿠 씨에게
사과해야 할 일이 있어요

 

- 뭡니까?
- 집에 오시면 알아요

 

두분다 들어가시죠

 

가죠

 

당신이 굶고 있으면
윤수 씨도 불편할 테니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난 신경 안 써요, 하지만
윤수 씬 신경 쓰겠죠

 

가요

 

아내입니다

 

저를 닮았다네요

 

너무하잖아

 

집 뒤에서 캔 감자예요
아내가 키운 겁니다

 

이게 가후쿠 씨에게
사과하고 싶은 일입니다

 

왜 말 안 했어요

 

알면 떨어뜨리기 힘들 거
아니냐고 걱정하더군요

 

그런

 

가후쿠 씬
괜찮으셨겠죠

 

하지만 침묵은 금입니다

 

아까 질문에 대답하자면

 

수어를 공부한 건
유나를 만나면서요

 

그녀의 언어를 알고 싶어
공부했어요

 

멋있어요

 

그녀는 원래...
댄서였는데

 

그녀가 소속된 무용단이
부산 극장에서 공연할 때

 

제가 코디네이터였어요

 

첫눈에 반했죠

 

이건 비밀입니다

 

히로시마엔 어떻게...

 

3년 전에
연극제에서 절 불러줬어요

 

유나 씨도 그때 같이?

 

같이 올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한국엔 수어를 할 수 있는
가족, 친구가 있으니까요

 

그녀가 외롭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하지만 제가 100인분
들어주기로 했어요

 

저 외엔 그녀를
못 지켜 줄 것 같아서요

 

내 얘기
하고 있는 거야?

 

맞아?

 

유나 씬 왜
오디션을 보셨나요?

 

임신을 하게 돼
춤을 쉬었는데

 

유산이 돼 버렸어요

 

복귀하고 싶다 생각해도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죠

 

그때 남편이 가후쿠 씨 얘길 하며
추천해 줬어요

 

감사합니다

 

연습할 때
힘든 점은 없습니까?

 

딴 사람에게 안 묻는 걸
왜 나한테 물어봐요?

 

딴 사람보다 잘해 줄
필요 없어요

 

내 말이 전해지지 않는 건
저한텐 평범한 일이에요

 

하지만 보는 것도
듣는 것도 가능해요

 

때로는 말보다 더 많은 걸
이해할 수 있어요

 

이 연습에 중요한 건
그런 거 아닌가요?

 

 

그래서 매일
아주 즐거워요

 

체호프의 글이
내 안에 들어와

 

움직이지 않던 몸을
움직이게 해 줘요

 

용기를 내서 다행이에요

 

잘됐어요

 

매운 거 괜찮아요?

 

네, 맛있어요

 

그녀의 운전은 어떻습니까?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속도 감속도 아주 부드러워
중력이 느껴지지 않아요

 

차 안이란 걸
잊을 때도 있어요

 

다양한 사람이 운전하는
차를 탔지만

 

이렇게 편한 건 처음이에요

 

그녀에게 운전을 맡기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배우들한테도 그렇게
칭찬해 달라네요

 

이게 칭찬해 달라는 건가요?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초대한 건 윤수 씨죠

 

멋있는 분들이었어요

 

연습하는 걸
보고 싶어졌어요

 

유나 씨의 '소냐'

 

테이프를 계속 들어서
소냐일 것 같아서요

 

연습 보러 와도 돼요

 

아뇨, 괜찮습니다
죄송해요

 

- 정말 와도 돼요
- 테이프 틀까요?

 

 

바냐 씨

 

당신은 교양있고
현명한 분이니까

 

잘 아시리라 생각돼요

 

이 세상이 멸망하는 건
악당 때문이 아니라...

 

너무 들어서
질리지 않나?

 

안 질립니다

 

이 목소리가 좋아요

 

그래?

 

누구 목소린가요?

 

아내 목소리야

 

일단 극의 흐름을 전부
머릿속에 넣어야 해서

 

질릴 때까지 들어요

 

바냐는 내가 출연한 역이기에

 

바냐 대사 부분은
비어 있는데

 

내 리듬으로 대사를 하면
딱 다음 대사가 나오죠

 

대단해요

 

아까 말한 거 진짜예요

 

차에 타고 있다는 것도
당신이 있는 것도 잊어요

 

시끄럽죠?

 

아뇨, 일이잖아요

 

어디서 운전을 익혔죠?

 

고향에서요

 

홋카이도의
가미주니타키무라예요

 

차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죠

 

그렇군요

 

운전은 엄마한테 배워

 

중학교 때부터 했어요

 

중학교 때부터?

 

 

엄마는 삿포로에서
술장사를 하고 있었어요

 

시내 가는 전철 역까지
마중, 배웅을

 

중학교 때부터 차로 했었어요

 

우리 동네에서 역까지
1시간

 

저녁 5시에 집을 나와
아침 7시에 데리러 가요

 

왔다 갔다 하는
2시간

 

엄만 조금이라도
자고 싶어 했어요

 

엄마를 깨울 만한 운전을 하면
등을 발로 차고

 

내려서도 맞았어요

 

그래서

 

어떤 험한 길도 안 깨게끔
운전을 익혔어요

 

그랬군요

 

말씀해 주신 거 듣고
너무 기뻤어요

 

아니에요

 

운전을 가르쳐 준 자체는
엄마에게 감사해요

 

자기를 위해서이긴 했지만

 

가르칠 땐 상냥했어요

 

그랬군요

 

 

틀림없이 그랬겠죠

 

나중에 전부
진실을 말해 주겠지요?

 

그야 물론이지

 

나의 생각엔...

 

진실이라는 것은

 

어떤 것이든지
그렇게 두렵진 않다

 

가장 두려운 것은

 

그걸 모르고 있는 것이다

 

그런 분한테 꾀여서

 

몸도 마음도
다 잊어버리고 싶어

 

나도...

 

그분한테 마음이
있는 것 같아

 

그분이 안 오면
왠지 외롭고...

 

남들은 어떨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하느님이 기억해 주실 거예요

 

좋아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바냐랑 엘레나가
둘 다 없는 장면은 거의 없어

 

같은 장면을 되풀이하다
본격 연습에 들어갔어

 

죄송합니다

 

이건 이거대로 좋았어

 

자네들도 오늘은
좀 움직여 볼까

 

나의 인생은 글렀다
돌이킬 수 없다

 

그런 생각이 밤낮으로
악령처럼 짓누르고 있다

 

과거는 추억도 없이
지나가 버렸다

 

하지만 현재는...
더욱 심하다

 

내 인생과 사랑은
어떻게 하면 좋지?

 

어떻게 돼 버린 건가

 

그런 말을 들어도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저 미안할 뿐

 

용서해 줘요
안녕히 주무세요

 

- 좀 이해해 줘
- 스톱

 

해 보니까 어때?

 

어떻게 생각해?

 

감독님이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형편없군

 

형편없어

 

동의해요

 

우리둘 다 오디션 볼 때
더 잘했던 것 같아요

 

이유가 뭐라 생각해?

 

대사를 다 모르니 상대를
큐사인처럼 이용해요

 

대사를 모르면
연기를 할 수 없죠

 

좋아

 

상대방의 감정도 포함해
대사를 다 외운다면

 

상대의 감정을
더 이해한 것 같아요

 

그럼 더 반응을 잘하겠죠

 

알겠어

 

대본을 더 읽어야겠지

 

2막의 시작 부분부터

 

2막 시작부터

 

녹음해도 될까요?

 

물론이지

 

좋아요

 

시작해요

 

거기 있는 게
누구야?

 

소냐냐?

 

저예요

 

가후쿠 씨

 

오늘은 죄송하게 됐어요

 

신경 쓰지 마

 

그녀의 상담을
해 준 것뿐입니다

 

상담이래도 자넨 영어도
중국어도 안 되잖아

 

그녀도 일본어를 모르고

 

 

그래서 결국...

 

분별력을 가져주게

 

죄송합니다

 

하고 싶은 말은 그뿐이야

 

어디든 좋으니
가 주면 좋겠는데

 

어디든 말입니까?

 

히로시마에 가 본 곳이 없어서

 

좋아하는 곳이 있으면...

 

알겠습니다

 

눈처럼 보이지 않나요?

 

이쪽으로 쭉 가면
'평화공원' 입니다

 

원폭 돔과 위령비를 잇는 선은

 

'평화의 축선'이라 불립니다

 

이 공장을 지은 건축가는
그 선을 가리지 않고

 

바다 건너까지 연결되도록

 

이렇게 트이게 했대요

 

어떻게 히로시마에 오게 됐지?

 

아니 괜한 걸 물었군

 

본가 뒤가 산이에요

 

5년 전

 

폭우로 산사태가 일어나서

 

집이 토사에 묻혀 버렸어요

 

엄마는 그 사고로 돌아가셨어요

 

난 그 전에
열여덟 살이 되어

 

정식으로 면허를 막 딴 후였어요

 

장례식이 끝나고

 

무사했던 차로 집을 나왔어요

 

그럼 지금 스물셋이 됐겠군?

 

 

목적지가 없었기에
그냥 서쪽으로 갔어요

 

그러다 히로시마에서
차가 고장 나

 

고칠 돈도 없어서

 

그래서 저기 운전사가 되었습니다

 

운전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히로시마에 계속 있을 건가?

 

모르겠어요

 

와타리라는 성은 아빠 성인

 

시마네 하로시마에 많아요

 

아빠는 만난 적도 없고

 

살아있는지도 모르지만요

 

그랬군

 

가후쿠 씨 이름은

 

좀 특이해요

 

집 '家'에 복 '福'

 

상서로워요

 

똑같은 말을 결혼 전
아내가 했어

 

그래요?

 

아내 이름은
오토(音)인데

 

오토

 

사운드의 음(오토)

 

'가후쿠 오토'
굉장한 이름인데요

 

나와의 결혼을 주저한
제일 큰 이유지

 

너무 종교적인 이름이 된다고

 

2년 전에 죽었어

 

지주막하출혈이었지

 

내가 집에 돌아가니
쓰러져 있었고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어

 

그 테이프를 듣는 게
무서워졌어?

 

아뇨, 전혀요

 

오히려 뭔가...

 

죄송해요

 

감사합니다

 

전 그 차가
좋아요

 

소중하게 대해 온 게 느껴져서

 

저도 소중하게 운전하려고 해요

 

가시죠

 

날 좀 어떻게 해줘
오 하느님

 

내 나이 이제 마흔일곱

 

60까지 산다고 하면
아직 13년 남았어

 

정말 길군

 

그 13년을 어떻게 살면 되는 거지?

 

날씨가 좋군

 

 

저쪽으로 갑시다
저쪽으로 가요

 

어머나, 왜 우니?

 

아니. 아무것도 아녜요
멋대로 나오네요

 

이젠 됐어, 바보 같으니
나도 눈물이 나오잖니

 

나에게 감정이 안 좋은 건

 

아버지와 이해타산으로
결혼했다 여겨서잖아

 

믿어줄지 모르겠지만 정말이야

 

사랑해서 결혼한 거야

 

학자로 유명한 게 끌렸어

 

이런 건 진정한 사랑이
아닐 수도 있지만

 

그때 내게 진짜 같았어

 

내 탓만은 아니지

 

그런데 넌
우리 결혼하던 날부터

 

의심의 눈초리로
나를 내내 바라보았지

 

그만 그만
실제 화해했잖아요

 

모두 잊어요

 

그렇게 바라보지 말아

 

네겐 안 어울려

 

모든 사람을 믿어야 해
안 그럼 살아갈 수 없어

 

있잖아요

 

솔직히 대답해 줘요

 

지금 행복해요?

 

아니

 

난 진심으로 바라고 있어

 

네가 행복해지길

 

난 언제나 평범한
단역에 불과한 존재야

 

음악회를 가나, 남편 집에 있으나
로맨스 속에서나

 

어디에 있어도

 

단역에 불과해

 

솔직하게 말할게

 

소냐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난 정말 불행한 여자야

 

이 세상에서 내겐
행복이란 게 없어

 

너 왜 웃고 있니?

 

난 정말 기뻐요

 

너무너무 행복해요

 

갑자기 피아노
연주해 보고 싶어졌다

 

치세요

 

들려줘요

 

좋았어

 

지금 뭔가가 일어났어

 

하지만 아직
배우 간에 일어났을 뿐이야

 

다음 단계가 있어

 

관객에게 그걸 열어 가

 

하나도 빼먹지 말고
극장에서 다시 해

 

3막도 움직여 볼까

 

다카츠키

 

 

- 춥네
- 네

 

오늘 감사했습니다

 

뭐가?

 

아닙니다

 

잠깐 얘기할 수 있나요?

 

괜찮으시면 근처에서 잠시만요

 

자네 차는?

 

수리 중입니다

 

아까 그때

 

무슨 일이 일어났나요?

 

재니스와

 

유나 사이에

 

그건 둘 밖에 알 수 없어

 

하나 말할 수 있는 건

 

이 희곡에 그런 일을 일으킬
힘이 있다는 거야

 

가후쿠 씬

 

왜 자기가 바냐 역을
안 하나요?

 

체호프는 두려워

 

그의 대사를 입에 올리면
나 자신이 끌려 나와

 

못 느껴?

 

거기에 견딜 수 없게 됐어

 

그렇게 되면 난 이 역에
자신을 바칠 수가 없어

 

하지만 왜 나입니까?

 

난 그 자리에
안 어울리는 것 같아요

 

이 역에 맞지 않습니다

 

관객들도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

 

오디션 갔을 때 난
자포자기하고 있었어요

 

내가 뭘 하는지
몰랐어요

 

그런데

 

어떻게 선택이 된 겁니까?

 

오토가 데려다준 거 아닐까?

 

어물쩍 넘기지 마세요
난 진지합니다

 

자신을 바꾸려
여기까지 온 겁니다

 

자넨 자신을 능숙하게
컨트롤 못해

 

 

사회인으로 실격이야

 

하지만 배우로선
꼭 그렇진 않아

 

오디션에서의 자네도
나쁘지 않았어

 

자넨 상대 역에
자신을 바칠 수 있어

 

같은 일을 대본에다 하면 돼

 

자신을 바쳐 대본에 대답해

 

대답하라고요?

 

대본이 자네에게
묻고 있어

 

그걸 듣고 응답하면
자네에게도 그게 일어나

 

먼저 나가 있어
호텔까지 데려다줄게

 

계산 부탁해요

 

감사합니다

 

가후쿠 씨가 호텔까지
데려다준대요

 

네, 일전에 거기죠

 

요금 내고 올게요

 

다카츠키는?

 

죄송합니다, 가시죠

 

가후쿠 씨

 

나는 텅 비었습니다

 

내겐 아무것도 없어요

 

'대본이 말을 걸어 온다'

 

그걸...

 

오토 씨 대본에서
느꼈던 것 같아요

 

그걸 찾아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러니까

 

오토 씨가 우리를
만나게 해 줬단 건

 

역시 사실입니다

 

겨우 알게 됐어요

 

나와 오토 사이엔

 

 

딸이 있었어

 

4살 때
폐렴으로 죽었어

 

살아 있었으면
스물세 살이야

 

딸의 죽음으로
우리의 행복한 시간은 끝났어

 

오토는 배우를 관뒀어

 

난 TV 일을 그만두고
무대로 돌아왔어

 

오토는 몇 년간
허탈 상태였어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어

 

아니, 이야기하기 시작했지

 

오토의 첫 이야기는

 

나와의 섹스에서 탄생했어

 

섹스 직후에 오토는
갑자기 얘길 시작했어

 

하지만 다음 날 아침
그녀의 기억은 몽롱했지

 

난 다 기억하고 있어서
얘길 해 줬어

 

그녀는 그걸 각본으로 써
콩쿠르에 보냈고

 

수상을 하면서
각본가로서 첫발을 내디뎠지

 

섹스할 때 한 번씩
'그것'이 그녀를 찾아왔어

 

'그것'을 말하고
나에게 기억시켰어

 

다음 날 아침
내가 말을 해 주고

 

그녀는 그걸 메모했어

 

언젠가부터 습관이 됐지

 

섹스와 그녀의 이야기는
강하게 이어져 있었어

 

언뜻 관계없어 보이는 얘기라도

 

오르가슴 끝에
이야기의 실을 쥐고 뽑아 나갔지

 

그녀의 글쓰기 방식이야

 

다 그런 건 아냐

 

그녀가 궁지에 몰리면
어김없이 '그것'이 왔지

 

그 이야기는

 

딸의 죽음을 극복하기 위한
우리의 기반이 됐어

 

우린 잘 맞는 부부였다고 생각해

 

살아가기 위해
서로를 필요로 했어

 

일상의 생활도
그녀와의 섹스도

 

매우 만족스러운 것이었지

 

적어도 내게 있어선

 

하지만

 

오토에게 딴 남자가 있었어

 

그녀라면 괜찮아

 

오토는 딴 남자와 잤어

 

그것도 하나가 아니지

 

아마 그녀가 각본을 썼던
드라마 배우들과...

 

관계는 드라마 촬영이
끝나면 끝나고

 

다음 작품이 시작되면
또 다른 관계가 생겼어

 

증거가 있습니까?

 

목격한 적도 있어

 

오토는 집에 그들을
데려온 적도 있었어

 

그래도 그녀의 애정을
의심한 적은 없어

 

의심할 수가 없었어

 

오토는 자연스럽게
날 사랑하면서 배신했으니

 

우린 확실히
누구보다 깊이 이어져 있었어

 

그래도 그녀 안에는

 

들여다볼 수 없는 어두운
소용돌이가 있었어

 

그걸 오토 씨에게 직접
물은 적은 없습니까?

 

내가 제일 겁낸 건
오토를 잃는 일이었어

 

내가 눈치챈 걸 안다면

 

같은 형태로는 못 있었겠지

 

오토 씨가 물어보길 원했을
가능성은요?

 

자넨 오토한테 뭔가
들은 게 있나?

 

오토 씨에게 들은 얘길
해도 되겠습니까?

 

그럼

 

대단히 이상한 얘깁니다

 

여고생이 첫사랑 빈집에
몰래 들어가는 겁니다

 

그 얘기라면
나도 알고 있어

 

전생이 칠성장어였던
소녀 이야기

 

맞아요

 

소녀는 계속 그 집에 가
자신의 징표를 두고 오죠

 

그녀는 어느 날
야마가 침대에서 자위를 해

 

누군가 돌아오지

 

그게 누군지 모른 채로
얘기는 끝나

 

아뇨

 

끝나지 않습니다

 

자넨
그 뒤를 알고 있나?

 

 

그럼 누구지?

 

계단을 올라온 건...

 

또한 명의 침입자입니다

 

또한 명의?

 

 

그건 야마가도
그의 아빠나 엄마도 아닙니다

 

그냥 빈집털이예요

 

그리고

 

그 빈집털이는
반라의 그녀를 발견하고

 

강간하려 합니다

 

그녀는 야마가의 펜으로
그의 왼쪽 눈을 찌릅니다

 

필사적으로 저항하며

 

관자놀이와 목덜미를
몇 번이나 찌릅니다

 

정신 차리니 빈집털이가
쓰러져 있어요

 

그녀는 그를 죽인 겁니다

 

뿜어져 나온 피가 묻은 그녀는

 

샤워를 하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녀가 야마가 방에 남긴
오늘의 징표는

 

그 빈집털이 시체였습니다

 

다음 날

 

그녀는 야마가에게 다 고백하고

 

심판을 받을 작정으로
학교에 등교합니다

 

하지만

 

야마가는 평소처럼
학교에 와 있습니다

 

언제나처럼 해맑게

 

방과 후 축구에 전념하는
모습을 본 거죠

 

하루 더 살펴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것도 변한 게 없어요

 

그 집의 시체는
어떻게 됐을까?

 

그 사건은
나의 망상이었을 뿐인가?

 

야마가 집 앞에 와 봐도

 

변한 게 없어 보여요

 

단지 하나

 

현관에 감시카메라가
설치된 걸 빼면요

 

그녀는 의심받지 않게

 

멈추지 않고
집 앞을 지나갑니다

 

끔찍한 일이 벌어졌는데...

 

게다가 그게
자신의 죄인데도

 

세상은 평화롭고
아무것도 변한 게 없어 보여요

 

하지만 이 세계는
불길한 무언가로

 

확실히 변하고 말았어요

 

그녀는 발길을 돌립니다

 

자신은...

 

자신이 한 일의
책임을 져야 한다

 

아무 일도 없던 듯
살아서는 안 된다

 

그 일은 확실히 있었으니까

 

난 확실히
그 남자를 죽였으니까

 

그녀는 현관 앞 화분을
찾아보지만

 

거기에 열쇠는 없습니다

 

그녀는 감시카메라를 응시합니다

 

그것이 그녀가 이 세계에 일으킨
유일한 변화니까

 

감시카메라를 향해

 

몇 번이나
같은 말을 되풀이합니다

 

음성이 없어도 알 수 있게
정확하게...

 

"내가 죽였어"

 

"내가 죽였어"

 

"내가 죽였어"

 

내가 아는 얘긴
여기까지입니다

 

이야긴 여기서 끝날지도 모르고

 

이어지는지도 모릅니다

 

뒷맛이 깔끔한 이야긴 아니지만

 

그래도 난 이 얘기를 들었을 때

 

소중한 것을 오토 씨한테
받은 느낌이었어요

 

가후쿠 씨

 

내가 아는 한

 

오토 씬 정말 멋진
여성이었습니다

 

물론 제가 알고 있는 건

 

가후쿠 씨가 아는 것의
백 분의 일도 안 되겠죠

 

그래도 난 확신을 갖고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 멋진 사람과
20년간 함께 살았던 걸

 

가후쿠 씨는 감사해야 한다

 

그렇게 말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상대도

 

아무리 사랑하는 상대도

 

타인의 마음을
그대로 보는 건 무리죠

 

자신이 괴로워질 뿐입니다

 

그래도 그것이
자신의 마음이라면

 

노력 여하에 따라 제대로
엿볼 수는 있을 겁니다

 

결국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마음과 능숙하게

 

솔직하게 타협해 가는 것
아닐까요?

 

진실로 타인이 보고 싶으면

 

자기 자신을 깊이

 

똑바로 지켜볼 수밖에 없어요

 

난 그렇게 생각합니다

 

출발해 줘

 

거짓말하는 것 같진 않았어요

 

그게 진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에게 있어
사실을 얘기했어요

 

전 알 수 있어요

 

거짓말만 하는 사람 속에
살았으니까요

 

제대로 분간 못 하면
살 수 없었으니까요

 

피워도 되나요?

 

 

또 시작됐어!
저 천벌 받을 미친놈이

 

천벌 받을 짓을 하다니

 

저 사람 좀 붙잡아요
미쳤어요

 

- 이리 주세요
- 이거 놓으라고요!

 

놈은 어디 있어?

 

아 여기 있군

 

안 돼요

 

안 맞았어?

 

또 실패한 거야?

 

제기랄

 

이런 썅!

 

나를 여기서 데려가 주세요

 

내가 무슨 짓을 했어?

아니면 죽여 주세요
더는 못 있겠어요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좋아

 

자네 방식대로 하면

 

셀레브랴코프를
죽일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미안해하겠지

 

다카츠키, 좋았어

 

- 다카츠키
- 잠깐만요

 

무슨 일입니까?

 

히로시마 북 경찰서의
가토입니다

 

실례합니다

 

다카츠키 코시 씨

 

 

잠깐 저기서
얘기할 수 있을까요?

 

여기서 해 주세요

 

'11월 24일'

 

'일요일 저녁 7시 반 경
공원에서 남성과 싸우다가'

 

'그의 안면을 구타했다'

 

맞습니까?

 

보안 카메라에도 찍혔습니다

 

그 남성이 어제 병원에서
죽었습니다

 

 

뉴스에서 봤습니다

 

제가 했습니다
틀림없습니다

 

경찰서까지 동행해 주십시오

 

- 옷 갈아입어도 돼요?
- 네

 

히로시마 북 경찰서

 

변호사가

 

다카츠키 씨도 상해치사 혐의를
인정했답니다

 

그를 만날 수 있나요?

 

지금은 힘들어요

 

그보다 공연을 어떻게 할까요?

 

지금 여기서 생각해야 하나요?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일입니다

 

선택지는 두 개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지하거나

 

가후쿠 씨가 출연하거나

 

나는 무리예요

 

가후쿠 씨는
대사를 전부 외우잖아요

 

카츠키랑 같은 일본어 바냐면
혼란이 적어지죠

 

윤수 씨

 

왜 그런 얘기를 지금 합니까?

 

난 못합니다

 

그럼 중지합시다

 

그럼 되겠죠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이틀 기다리겠습니다

 

그게 한계예요

 

알겠습니다

 

연락 드릴게요

 

차분히 생각할 수 있는 장소

 

모르나?

 

그래

 

달려 볼게요

 

가미주니타키무라

 

내게 보여줄 생각 있나?

 

당신이 자란 장소

 

아무것도 없는 곳이에요

 

그래도 괜찮으시면...

 

상관없어

 

중간에 시
운전 교대하지

 

하루 안에 가려면 교대해야 해

 

교대 안 합니다

 

어째서?

 

운전이 제 일이니까요

 

전 하루 정도 안 자도
문제없어요

 

감사합니다

 

좀 더 쉬어도 되는데

 

페리에서 자면 돼요

 

그래?

 

오토가 죽던 날

 

나가는데 그녀가 집에서
얘기를 하자고 했어

 

부드러운 말투였지만
결의가 느껴졌어

 

용무는 없었지만
계속 차로 돌아다녔어

 

돌아갈 수 없었지

 

돌아가면 예전의 우리로
못 돌아갈 것 같아서

 

늦은 밤 돌아가니
오토가 쓰러져 있었어

 

구급차를 불렀지만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어

 

좀 일찍 돌아갔으면
좋았을걸

 

그 생각을 안 하는 날이 없어

 

저는

 

엄마를 죽였어요

 

집에 산사태가 덮쳤을 때

 

저도 안에 있었어요

 

저 혼자만 무너진 집에서
기어 나올 수 있었어요

 

기어 나와 잠시
반파된 집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그러고 있자니
다음 토사가 밀려와

 

집이 완전히 무너졌어요

 

엄마는 토사 속에서
사체로 발견됐어요

 

전 엄마가 안에 있단 걸
알고 있었어요

 

왜 구조를 요청 안 했는지

 

구하러 가지 않았는지 모르겠어요

 

엄마를 미워했지만

 

밉기만 한 건 아니기에...

 

뺨에 난 상처는 그때
사고로 생긴 겁니다

 

수술하면 눈에 덜 띈다더군요

 

하지만 없앨 마음은 없습니다

 

내가 만약 당신 아버지였다면

 

어깨를 안고 말해 주고 싶어

 

"네 탓이 아니야"

 

“넌 잘못한 게 없어”
라고

 

하지만 말 못 하겠어

 

넌 엄마를 죽이고

 

난 아내를 죽였어

 

히로시마의 야마우치 씨와
말다툼을 하던 중

 

안면을 구타하는 등
폭행을 한 혐의입니다

 

야마우치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습니다

 

다카츠키 씨는 배우로
여러 작품에 출연했으나

 

작년, 잡지에 미성년자와
부적절한 관계가 실려

 

올해 1월 사무소를 나와
프리로 활동 중이었습니다

 

일어났어요?

 

꽃과 채소 팝니다

 

여기가 와타리의

 

아마도요

 

많이 바뀌었네요

 

올라가 봐도 되겠어요?

 

저게 집이에요

 

엄마에겐

 

사치라고 하는
다른 인격이 있었어요

 

사치

 

 

내가 열네 살 때
나타났어요

 

여덟 살이라고 했는데

 

4년간
나이는 먹지 않았어요

 

사치는

 

엄마가 내게 심한 폭력을 쓴 후
자주 나타났어요

 

자아의 인식과 실제 몸이
안 맞아서인지

 

잘 움직이질 못했어요

 

걸으려고 하다 넘어지고

 

결국은 항상 웅크리고 있었어요

 

사치는 피클링을 좋아했어요

 

같이 낱말퀴즈도 풀었어요

 

이유도 없이
자주 울었어요

 

그럴 땐 안아 주고

 

등을 계속 만져 줬어요

 

그 시간이

 

저는 좋았어요

 

엄마에게 있는
마지막 아름다움이

 

사치에게 응축되어 있었거든요

 

사치는 나의...

 

유일한 친구였어요

 

엄마가 정말로
정신병이었는지

 

날 잡아두기 위해 연기한 건진
모르겠어요

 

단지, 가령
그것이 연기였대도

 

마음 깊은 곳에서
나온 것이었어요

 

사치가 되는 건 엄마에게 있어

 

지옥 같은 현실을 살아나갈
방도였을 거예요

 

산사태가 일어났을 때

 

난 엄마가 죽는 건

 

결국 사치가 죽는 거라고
이해했어요

 

그래도

 

난 움직이지 않았어요

 

더러워요

 

가후쿠 씨는

 

오토 씨를...

 

오토 씨의

 

그 모든 걸

 

진짜로 받아들이는 게
어려운가요?

 

오토 씨에겐
수수께끼가 없었잖아요

 

그냥 그런 사람이라
생각하는 게 어려운가요?

 

가후쿠 씨를
진정 사랑한 것도

 

다른 남자를
끝없이 갈망한 것도

 

어떤 거짓과 모순도
없는 것 같은데요

 

이상한가요?

 

죄송해요

 

나는

 

제대로
상처받았어야 했어

 

진실을 지나치고 말았어

 

실은 깊은 상처를 받았지

 

곧 미쳐 버릴 정도로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계속 못 본 척했어

 

나 자신에게
귀를 기울일 수 없었어

 

그래서 난 오토를 잃은 거야

 

영원히

 

그걸 지금 알았어

 

오토가 보고 싶어

 

만나면 화를 내고 싶어

 

책망하고 싶어

 

나에게 계속 거짓말한 걸

 

사과하고 싶어

 

내가 귀를 기울이지 않은 걸

 

내가 강하지 못했던 걸

 

돌아와 줬으면 좋겠어

 

살아줬으면 좋겠어

 

한 번 더 이야기하고 싶어

 

오토가 보고 싶어

 

하지만 이제 늦었어

 

되돌릴 수 없어

 

어떻게도 못해

 

살아남은 자는

 

죽은 자를 계속 기억해

 

어떤 형태로든

 

그게 계속되지

 

나와 너는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어

 

살아가야 해

 

괜찮아

 

우린 틀림없이

 

괜찮을 거야

 

그만두긴, 기다려
아직 할 말이 남았어

 

당신은 내 인생을 망쳤어
내겐 진정한 삶이 없었어

 

너 때문에 인생의 제일 좋은 때를
허송세월했어

 

넌 내 원수야
철천지 원수

 

못 참겠군

 

나더러 어쩌란 거지?

 

난 그만 가겠어

 

무슨 권리로 그렇게
교양 없는 말투를 쓰나?

 

이 못 배운 사람아!

 

이 땅이 자네 것이거든
마음대로 가지게

 

전 지금 당장 이 지옥을
떠나겠어요

 

난 재능도 있고
머리도 좋고 용기도 있어

 

순탄하게 살았으면
쇼펜하우어나 도스토옙스키가 됐을 텐데

 

헛소리는 질렸어

 

정말 미치겠군

 

어머니
난 이제 절망입니다

 

교수님 말을 듣거라

 

어머니
어떻게 하면 좋지요?

 

아니, 됐어요
아무 말씀 마세요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알아요

 

잘 기억해둬
내가 지금 한 말을

 

 

소냐

 

정말 괴롭구나

 

이 괴로운 마음을
네가 알아준다면...

 

어쩌겠어요

 

또 살아가는 수밖에요

 

바냐 아저씨
우리 살아가도록 해요

 

길고 긴 낮과

 

긴긴밤의 연속을
살아가는 거예요

 

운명이 가져다주는 시련을
참고 견디며

 

마음의 평화가
없더라도

 

지금 이 순간에도
나이 든 후에도

 

다른 사람을 위해서
일하도록 해요

 

그리고 언젠가 마지막이 오면

 

얌전히 죽는 거예요

 

그리고 저세상에 가서
얘기해요

 

우린 고통받았다고

 

울었다고

 

괴로웠다고요

 

그러면 하느님께서도

 

우리를 어여삐 여기시겠지요

 

그리고 아저씨와 나는

 

밝고 훌륭하고

 

꿈과 같은 삶을
보게 되겠지요

 

그러면 우린 기쁨에 넘쳐서
미소를 지으며

 

지금 우리의 불행을
돌아볼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드디어 우린
평온을 얻게 되겠지요

 

저는 그렇게 믿어요

 

열렬히 가슴 뜨겁게 믿어요

 

그때가 오면 우린

 

편히 쉴 수 있을 거예요

 

편히 쉴 수 있을 거예요

 

' 드라이브 마이 카 '

 

나시지마 히데토시

 

미우라 토코

 

기리시마 레이카

 

박유림 진대연

 

위엔 소냐
안휘태 페리디존

 

오카다 마사키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

 

원작: 무라카미 하루키 '드라이브 마이 카'
(소설 '여자 없는 남자들' 수록작)

 

자 막 : 조 미 연 & 조 소 라

자 막 편 집 : 진 미 디 어

Sync & corrections by Blue-Bi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