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ther, 2020

자막 번역:  SkyHero

 

더 파더 (The Father, 2020)

 

아빠? 저예요

 

아빠?

 

여기 있었군요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뭐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된 거예요?

 

아무것도 아냐

 

- 말해 봐요
- 아무 일 없었어

 

- 아무 일 없었다고요?
- 그래

 

방금 그녀와 통화했어요

 

그래서?
그게 어쨌다는 거야?

 

그런 식으로
행동하면 안 돼요

 

여긴 내 아파트야
믿을 수가 없군

 

이렇게 불쑥 나타나서...

 

난 그 여자가
누군지도 모르고

 

아무것도 요구한 거 없어

 

아빠를 도와주려고
온 거예요

 

뭘 도와줘?

 

난 그 여자 필요 없어
아무도 필요 없어

 

아빠가 자기를
나쁜 년이라고 불렀대요

 

다른 건 모르겠어요

 

글쎄, 생각 안 나

 

눈물범벅이더라고요

 

내가 나쁜 년이라고 했다고?

 

아뇨, 아빠가
신체적으로 위협했대요

 

내가?

 

신체적으로?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

 

미친듯이 악을 쓴 건
그 여자야

 

그만 두는 게 상책이었어

 

특히...

 

특히 뭐요?

 

이런 말 하기 싫지만
이건 분명히 알아 둬

 

내 생각엔 그 여자가...

 

뭐요?

 

- 내 물건을 훔치는 것 같아
- 안젤라가요?

 

무슨 소리예요?

 

정말이야
내 시계를 훔쳤어

 

- 아빠 시계요?
- 그래

 

잃어버린 것 아녜요?

 

아냐, 의심은 하고 있었어

 

그래서 함정을 팠지

 

훔쳐 가는지 보려고
잘 보이는 곳에 시계를 놔뒀어

 

어디요?
어디다 놨어요?

 

몰라, 기억이 안 나

 

내가 아는 한 아무데도 없어
찾을 수가 없다고

 

그 여자가 내 시계를
훔친 게 분명해

 

그게 뭐가 중요해?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얘기 좀 해요, 아빠

 

지금 얘기하고 있잖아
안 그래?

 

아뇨, 진지하게요

 

이번이 세 번째 여자예요

 

말하지만 난 그 여자나
다른 사람 필요 없어

 

나 혼자 잘 해낼 수 있어

 

그런 여자 찾기
쉽지 않았어요

 

정말 좋아 보였어요
성격도 훌륭했고요

 

이제 더 이상 여기서
일하고 싶지 않대요

 

내 말을 잘 들어 봐

 

그 여자는
내 시계를 훔쳤어

 

난 도둑과 살고 싶지 않아
알겠어?

 

욕조 밑에 찾아봤어요?

 

- 뭐?
- 욕조 밑 파이프 옆요

 

- 아빠가 귀중품 숨기는 곳요
- 그걸 어떻게 알았어?

 

- 사실대로 말해
- 그냥 알아요

 

내가 숨기는 곳을
찾아본 거야?

 

아뇨

 

그럼 내가 거기에 귀중품
보관하는 걸 어떻게 알아?

 

우연히 발견했어요

 

- 너...
- 아빠

 

아빠!

 

어디 가요?

 

난 아무것도
손 안 댔어요!

 

그래서 찾았어요?

 

- 뭘?
- 아빠 시계요

 

아, 그래

 

그럼 안젤라가 아무
상관 없다는 거 알겠죠?

 

운 좋게도, 때마침
내가 숨겼기 때문이야

 

안 그럼 여기 앉아서
몇 시인지도 모른 채

 

너랑 얘기하고
있었을 거야

 

지금 다섯 시야
관심 있다면

 

난 관심 있어

 

숨이 좀 차구나

 

- 약 먹었어요?
- 그래

 

왜 나를 이상한
눈으로 보는 거야?

 

전부 이상 없어, 앤

 

세상은 돌아가고 있어

 

넌 항상 그런 식이잖아
걱정이 너무 많아

 

반면에 네 여동생은...

 

그나저나, 걔는 어디 있니?
걔한테서 소식 들은 적 있어?

 

물어보고 있잖아

 

전 이사가야 해요, 아빠

 

런던을 떠나야 해요

 

정말?

 

왜?

 

얘기했잖아요
기억나요?

 

그래서 나랑 같이 있는 간호사에
대해 그렇게 관심이 많았구나

 

그래 분명해

 

쥐들이 배를 떠나는군

 

전 여기 없을 거예요

 

매일 여기 올 수 없어요
그걸 알아야 해요

 

그래

 

떠나는구나

 

언제? 내 말은 왜?

 

어떤 사람을 만났어요

 

네가?

 

 

- 남자 말이야?
- 네

 

정말이야?

 

그렇게 놀랄 필요 없어요

 

아냐, 그냥...

 

너도 인정하겠지만...

 

- 제임스요?
- 제임스

 

그 후로 그렇게...

 

- 그나저나 그 남자는 뭐해?
- 파리에 살아요

 

그래서 거기 가서
살 거예요

 

파리에서?

 

설마 그러진 않겠지

 

정신 차려
그 사람들은 영어 못 해

 

내가 제대로 이해했다면

 

날 떠난다는 거로군

 

그런 거야?

 

날 버리고 가는구나

 

아빠

 

난 어떻게 되지?

 

이건 저한테 아주
중요한 일이에요

 

안 그랬으면
떠나지 않을 거예요

 

정말 그를 사랑해요

 

아빠 보러 자주 올 게요

 

주말에요

 

하지만 아빠를 여기
혼자 두고 갈 순 없어요

 

그건 불가능해요

 

그래서 만약...

 

간병인을 거부하면
어쩔 수 없이...

 

뭘?

 

뭐 말이야?

 

이해해야 돼요, 아빠

 

앤?

 

뭘 어떻게 해야 한다고?

 

앤?

 

앤?

 

거기 누구 있소?

 

괜찮으세요?

 

당신 누구야?

 

- 뭐라고요?
- 누구야?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내 아파트에서
뭐 하는 거야?

 

안소니, 저예요, 폴

 

누구?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여기 살아요

 

- 당신이?
- 예

 

- 여기 산다고?
- 예

 

내 아파트에 산단 말이야?

 

그거 좋지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앤에게 전화해야겠군요

 

딸 말이에요

 

그래, 고마워
앤이 누군지는 알아

 

당신 앤을 알아?
앤 친구인가?

 

묻고 있잖아!

 

앤을 알아?

 

전 앤 남편이에요

 

- 남편이라고?
- 네

 

언제부터?

 

10년 됐어요

 

아, 그래

 

물론이지, 맞아

 

당연해

 

벌써 10년 됐나?
하지만...

 

이혼하지...

 

- 않았나?
- 누가요?

 

- 앤가 제가요?
- 그래, 아닌가?

 

아뇨

 

확실해?

 

네, 안소니

 

프랑스에 대한 거 말이야

 

앤이 파리에 가기로
되어 있지 않았나?

 

- 걔가...?
- 여보, 나야

 

아니, 당신 아버님이
몸이 안 좋으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거 같아

 

알았어, 너무
오래 걸리지 마

 

쇼핑을 하고 있는데

 

곧...

 

- 올 겁니다
- 좋아

 

앤이 저번에 나한테..

 

파리에 가서
산다고 그랬어

 

- 그렇게 얘기했어
- 파리요?

 

- 그래
- 파리에 가서 뭘 하는데요?

 

프랑스인을 만났대

 

전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안소니

 

맞아, 요전에 그렇게
얘기했어, 난 바보가 아냐

 

이사 가서 그와 같이
산다고 했어

 

프랑스인들은 영어를
못하기 때문에

 

멍청한 생각이라고
얘기했던 것도 기억나

 

- 자네는 이거 몰랐나?
- 몰랐습니다

 

뭐요?

 

- 내가 말실수를 했나?
- 염려 마세요

 

저한테 그 얘긴 안 했지만
그럴 의향이 있는 건 확실해요

 

그럼 프랑스인에 대해 몰랐군

 

그래요

 

이런, 큰일났군

 

신경 쓰지 마
기죽지 말게

 

그런 사람들은 조만간
모두 떠나게 돼 있어

 

경험에서 나온 얘기야

 

기다리는 동안
마실 것 좀 드릴까요?

 

물 드릴까요?
과일 주스?

 

아냐, 난 그냥...

 

얘길 좀 하려고 했어

 

그 간호사 말이야

 

- 로라요?
- 이름은 잊어버렸어

 

앤이 날 맡기려고
하는 여자 말이야

 

나 혼자 아무것도
못하는 걸로 알아

 

내가 도움이
필요하다는 거야

 

나 혼자 잘할 수
있는데도 말이야

 

설령 걔가 파리에
가도 괜찮아

 

왜 고집 부리는지 모르겠어

 

날 봐, 한 번 보라고

 

- 폴
- 그래, 폴

 

날 한 번 봐
난 아직 혼자 할 수 있어

 

그렇게 생각 안 하나?

 

난 완전히 맛이 안 갔어

 

동의하지?
물론 동의할 거야

 

하지만 걔는

 

어디서 이런 바보 같은
집착이 나온 건지 모르겠어

 

걔는 항상 그랬어
어렸을 때부터

 

사실 그렇게 똑똑하진 않아

 

뭐야, 그렇게...

 

총명하진 않아
엄마를 닮았지

 

장인어른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그래, 최선을 다하겠지

 

난 아무것도
요구한 것 없어

 

걔가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뭔가를 꾸미고 있어

 

뭔가 꿍꿍이가 있는데
난 뭔지 알아

 

날 집에 가둬둘 셈이겠지

 

그런 조짐을 봤어

 

하지만 분명히 얘기하는데

 

난 내 아파트 안 떠나

 

내 아파트 안 떠난다고!

 

이건 장인어른
아파트가 아녜요

 

뭐라고?

 

기억하는지 모르지만
장인어른은 여기로 옮겼어요

 

기다리는 동안
저희 집으로 이사왔어요

 

뭘 기다려?

 

새 간병인요

 

지난 번 간병인 안젤라와
싸웠기 때문에요

 

내가 그랬어?

 

그래서 기다리는 동안
우리 집에 있는 겁니다

 

- 그럼 제임스...
- 폴이에요

 

맞아, 폴

 

그럼 여기가
자네 집이라는 얘긴가?

 

 

이제 모든 얘길 다 들었군

 

- 나 왔어
- 저기 오는군

 

무슨 일이야?

 

별거 아냐, 장인어른이
약간 혼란스러워 보여

 

뭐 잘못됐어요?

 

이게 무슨 소리야?

 

무슨 얘기 하는 거예요?

 

앤 어딨어?

 

뭐라고요?

 

앤 말이야, 어딨어?

 

나 여기 있잖아요

 

잠깐 쇼핑하러 갔다
이제 왔어요

 

그렇군

 

뭐 샀어?

 

치킨요, 괜찮아요?
배 고파요?

 

그래, 좋지

 

그거 이리 줘
내가 준비할 게

 

고마워

 

폴이 아빠 몸이
별로 안 좋다고 했어요

 

난 괜찮아

 

걱정스러워...

 

보여요

 

아냐, 그냥...

 

그냥 뭐요?

 

아빠

 

말해 봐요

 

주방에서 차를
끓이고 있었어

 

아파트에 혼자 있었는데
갑자기 소리가

 

들렸어

 

그래서 여기 들어왔더니
네 남편이 있더라

 

누구요?

 

- 네 남편
- 무슨 남편요?

 

네 남편
내 남편이 아니라

 

제임스요?

 

네 남편

 

난 결혼 안 했어요, 아빠

 

뭐라고?

 

5년 전에 이혼했잖아요

 

생각 안 나요

 

- 그럼 그는 누구야?
- 누구요?

 

일부러 이러는 거야?
방금 치킨 들고 갔잖아

 

- 치킨요?
- 아까 치킨을 건네줬잖아

 

무슨 소릴 하는 거예요?

 

누구한테 치킨 안 건네줬어?

 

- 치킨 말이야!
- 무슨 치킨요?

 

무슨 소릴 하는 거예요?

 

그가 방금 여기 있었어

 

뭔가 오해를 하고 있어요
여긴 아무도 없어요

 

- 그가 사라졌어
- 누구요?

 

치킨 든 남자요?

 

네 남편!

 

왜 웃어

 

아무것도 아녜요
미안해요

 

말도 안 되는 것 때문에
돌아버리겠군

 

무슨 일이에요, 아빠?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어

 

정말이야
뭔가 이상해

 

이리 와요, 앉아요

 

걱정하지 말아요

 

모든 게 저절로
해결될 거예요

 

모르겠다

 

그럴 거예요

 

걱정 마세요

 

약은 먹었어요?

 

그게 무슨 상관이야?

 

약 갖다 드릴게요

 

저녁에 먹는 약요

 

그럼 기분이
나아질 거예요

 

얼마 전부터
계속되고 있어

 

우리 주변에서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

 

넌 눈치 못 챘니?

 

이 남자는 여기가 내 아파트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어

 

아주 인정머리 없어
보이는 남자야

 

네 남편이랑 좀 비슷한데
훨씬 심했어

 

그거 좋지, 안 그래?
내 아파트라고 했어

 

하지만...

 

여긴 내 아파트야

 

안 그래?

 

앤?

 

안 그래?

 

말해 봐, 앤
여긴 정말 내 아파트잖아

 

안 그래?

 

고마워

 

그래

 

알아

 

알아

 

가끔 얼마나 힘든지
상상도 못할 거야

 

며칠 전에는
날 알아보지도 못했어

 

알아

 

그래

 

고마워

 

그 여자를 좋아한다면
그게 제일 중요한 거 아냐?

 

아빠가 좋아하면 돼

 

그래

 

아니, 좋은 생각이야
물론이지

 

그러길 바라

 

통화할 때 친절해 보였어

 

어떻게 되는지 알려줄게

 

알았어

 

좋아

 

또 통화해
사랑해, 안녕

 

- 안녕하세요
- 너무 일찍 온 거 아니죠?

 

천만에요, 들어오세요

 

- 들어와요
- 고마워요

 

들어가요

 

- 와줘서 고마워요
- 괜찮아요

 

아버지는 방에 계세요
마실 것 좀 드릴까요?

 

- 괜찮아요
- 편하게 앉아요

 

얘기했지만...

 

- 아버지는 이걸 언짢아해요
- 괜찮아요

 

그래서 이 얘기를 하면

 

상당히 짜증을 내요

 

갑자기 반응을 보일 수도
있어서 이 얘길 하는 거예요

 

지금까지 혼자
살아오셨나요?

 

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아파트가 있었어요

 

꽤 편리했었죠

 

거의 매일 아버지를
찾아갈 수 있었어요

 

하지만 다른 방법을
찾아야만 했어요

 

그건 더 이상
불가능했거든요

 

알겠습니다

 

계속해서 간병인을
몇 명 썼는데

 

아버지가 같이 지내는 걸
불편해 했어요

 

자기 방식대로 하거든요

 

그래서 여기로 이사와
나와 함께 있는 거예요

 

하지만 나 혼자
감당하기가 어려워요

 

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도와줄 사람이 필요해요

 

- 벨소리를 들었어
- 아빠, 예

 

딩-동

 

- 로라와 인사하세요
- 안녕하세요?

 

로라가 오늘 올 거라고
얘기했었죠

 

두 사람이 인사하게요

 

반가워요

 

- 참하게 생겼군
- 고마워요

 

하지만...

 

우리 전에 만났었나?

 

아뇨

 

확실해? 전에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로라가 우릴 만나러 온 건

 

아빠가 어떻게 사는지 보고

 

뭘 도와줄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서예요

 

알아, 수백 번도
더 얘기했잖아

 

내 딸은...

 

반복해서 말하는
경향이 있어

 

나이 먹으면 그렇게 돼

 

마실 거 좀 줄까?

 

정말 친절하세요
아뇨, 괜찮아요

 

아페리티프 와인 어때?

 

아페리티프 마실 시간이야

 

잠깐만, 금방 올게

 

시계 찾으러 갔어요

 

- 아주 좋은 분이세요
- 항상 그렇진 않아요

 

생각했던 대로
아페리티프를 마실 시간이야!

 

난 시계가 두 개야
항상 두 개가 있어

 

하나는 손목에
하나는 머릿속에 있지

 

항상 그래 왔어

 

- 뭘 마시겠어, 아가씨?
- 아빠

 

손님한테 음료수는 권할 수
있잖아, 뭐 마실 거야?

 

- 뭐 드실 건대요?
- 위스키 한 잔

 

저도 같은 걸로 주세요

 

좋았어, 위스키
두 잔 대령이오

 

 

괜찮아, 앤
너한테는 술 안 권할 게

 

앤은 술에 절대 손 안 대
한방울도

 

- 사실이에요
- 전혀, 한 방울도

 

그래서 저렇게..

 

- 뭐요?
- 정신이 맑아

 

내 아내도 마찬가지였어
아주 정신이 맑았지

 

못말려

 

쟤 여동생은 좀 달랐어

 

따님이 두 분이었어요?

 

둘째 딸한테서는
거의 연락이 없지만

 

모두 똑 같이 좋아했어

 

걔는 화가야, 저걸 봐

 

피루엣 이야
멋지지 않아

 

예, 그래요

 

그래

 

대단한 애야

 

왜 한 번도 연락을
안하는지 모르겠어

 

위스키 받아

 

- 고마워요
- 건배

 

위스키 한 잔에 내가 가진
모든 걸 바칠 수 있어

 

전 그렇게
가진 게 없어요

 

그래?
하는 일이 뭐야?

 

다른 사람들을 돌봐요

 

다른 사람들?

 

예, 제 일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는 거예요

 

네가 항상 날 떠맡기려고
하는 여자들 같구나

 

어려운 일일 거야
그렇지 않아?

 

그런 사람과 함께
하루 종일 보내는 건...

 

난 못 견딜 것 같아

 

어르신은요?
무슨 일을 하셨어요?

 

난 댄서였어

 

- 정말요?
- 그래

 

- 아빠
- 왜?

 

- 아빠는 엔지니어였잖아요
- 네가 뭘 안다고 그래?

 

그래, 탭댄스가
내 주특기였어

 

- 정말요?
- 놀란 모양이군

 

- 약간요
- 왜?

 

내 말 못 믿겠어?
아님 상상하기 어려워서?

 

아뇨, 전 항상
탭탠스를 좋아했어요

 

정말이야?
난 아직 잘 해, 보여줄게

 

아주 좋아
왜 웃는 거야?

 

미안해요

 

로라가 누구를
생각나게 하는지 알겠어

 

누구요?

 

어렸을 때 루시야

 

- 루시요?
- 그래, 내 둘째 딸

 

맞아, 닮았어
안 그래?

 

- 어쩌면요
- 그래

 

맞아

 

걔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웃어댔어

 

내 말이 맞지

 

상황은 아주 간단해

 

난 이 아파트에

 

한동안 살고 있어

 

아주 애착이 많이 가

 

30년도 더 전에 샀어
아가씨는 태어나기도 전이야

 

아주 큰 아파트지

 

아주 크고 좋아

 

여기 사는 게 맘에 들어

 

어쨌든 내 딸은
아주 관심이 많아

 

무슨 소리예요?

 

내 딸은 나 혼자서 잘 해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해

 

그래서 표면상으로는 나를
돕겠다고 내 집으로 이사왔어

 

이혼한 지 얼마 안 돼 만난
이 남자와 함께 말이야

 

그 남자가 쟤한테 아주
나쁜 영향을 주고 있어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 내가 혼자서는
해낼 수 없다고 날 설득하려고 해

 

다음엔 어딘지 모르는 곳으로
날 보내겠지

 

그게 내 아파트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아주 효과적인 방법일 거야

 

하지만 그런 식으로
되지는 않을 거야

 

미안하지만, 얘야
지금 얘기하는 게 낫겠구나

 

난 이 아파트를
빨리 떠나지 않을 거야

 

너보다 더 오래 살 거야

 

너희 둘 보다

 

아가씨는 모르겠지만...

 

내 딸은, 그래

 

사실 이 말을 하고 싶었어

 

난 딸한테서 물려받을 거야
그 반대가 아니라

 

그리고 딸 장례식 날에는
이 얘기를 하고 싶어

 

모든 사람에게 얘가 얼마나 냉정하고
영악했는지 상기시켜 줄 거야

 

정말 미안해요

 

왜? 잘 이해하고 있는데
이해 못 하는 건 너야

 

난 몇 달 동안 딸애를
설득시키려고 했어

 

나 혼자 아주 잘
할 수 있다고 말이야

 

하지만 딸애는
내 말을 안 들었어

 

난 누구의 도움도
필요하지 않아

 

내 아파트를
떠나지 않을 거야

 

내가 원하는 건
모두 꺼지는 거야

 

그렇긴 하지만...

 

정말 즐거웠어

 

오 르봐르, 투들루
(또 봐, 안녕)

 

이런 말을 듣게 해서
정말 미안해요

 

자기 방식대로 한다는 말이
농담이 아니었군요

 

정말 미안해요

 

그러지 마세요, 이런 종류의
반응은 아주 정상적이에요

 

괜찮을 거예요

 

그렇게 생각해요?

 

 

어땠어?

 

뭐?

 

잘 됐어?

 

그런 것 같아
내일부터 시작한다고 했어

 

- 여기서
- 그래

 

잘 됐군

 

첫날이 어떻게 되는지
지켜봐야지

 

안 될까봐 걱정했는데
결국엔 괜찮았어

 

- 아주 친절했어
- 다행이군

 

간병인한테 아주 잘 대해줬어
당신이 봤어야 해

 

그녀한테 자신이
탭댄서였다고 말했어

 

저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여자가 아주...

 

둘이 서로 잘 지낼 것 같아

 

그녀가 루시를 생각나게
한다고도 말했어

 

정말로?

 

그 여자 몇 살이지?

 

왜, 관심 있어?

 

대체 왜 그래?

 

만약 잘 되면
좋은 소식 아냐?

 

그래

 

그런데?

 

- 왜 그래? 말해 봐
- 그냥...

 

뭐?

 

아까 치킨을 들고 왔는데
아빠가 날 못 알아봤어

 

뭔가 기분이 이상했어

 

이해해

 

정말 힘들어

 

이리 와, 안아줄게

 

아빠 눈을 봤는데
내가 누군지 몰랐어

 

모르는 사람처럼 말이야

 

- 익숙해져야 해
- 할 수가 없어

 

할 수 있어, 당신은
잘 처리할 수 있어

 

이리 와

 

아빠

 

5분 후에 저녁 준비돼요
괜찮아요?

 

그래, 괜찮아

 

상관 없어

 

잘 있었나

 

배 고파요?

 

그래, 하지만...

 

오늘 저녁에 손님이 있나?

 

아뇨, 왜요?

 

아무것도 아냐

 

아무것도 아냐

 

전부 괜찮아?

 

오늘 잘 보냈어?

 

응, 아주 좋았어

 

로라가 다녀갔어

 

안 그래요, 아빠?
로라가 우릴 보러 왔었잖아요

 

- 누구?
- 로라요

 

우릴 보러 왔던
젊은 여자요

 

그리고 의사를 봤잖아요

 

누가 내 시계 봤어?
잃어버린 것 같아

 

또요?

 

아마 찬장에 넣었을 거예요
아빠 숨겨두는 데요

 

무슨 찬장?

 

무슨 얘기하는지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어, 앤

 

무슨 찬장?
찬장 같은 건 없어

 

좀 더 조심할 수 없어?

 

찬장 찾아봤어요?

 

거기 없어
어디선가 잃어버렸나 봐

 

- 아니면 도둑맞았던지
- 아녜요

 

아니라니 무슨 뜻이야?

 

시계가 날아갈리는 없어

 

가서 찾아볼까요?

 

고맙다
정말 귀찮구나

 

걱정돼, 아주 말이야

 

내 물건들을 잃어버리고
모두 도우려고 하지만...

 

만약 이게 오래 가면
벌거벗고 다닐 거야

 

그리고...

 

시간이 몇 시인지도
말할 수 없게 될 거야

 

고마워

 

지금 몇 시야?

 

거의 8시예요

 

늦었군

 

저녁 먹으러
가야 하는 거 아냐?

 

예, 5분 후에
치킨 준비되면요

 

오늘 저녁에 치킨을 먹나?

 

앤이 사온 거예요

 

그거 멋지군

 

자네 시계 말이야

 

아주 멋있어

 

그거 자네 건가?

 

내 말은 자네 시계야?

 

 

좀 봐도 되나?

 

보아하니, 오늘 일이
아주 잘 풀렸나 보군요

 

그래

 

아주 좋았어

 

듣자하니
루시를 닮았다고요

 

정말인가?

 

전 모르죠
본 적이 없잖아요

 

아냐...

 

일이 잘 돼서 앤이
좋아하는 것 같았어

 

사실 난 필요 없어
이건 앤을 위한 거야

 

한 번 봐도 되겠나?
자네 시계 말이야

 

맞아요, 이게 잘 되는 게
그녀에게는 중요해요

 

그래요

 

앤이 장인어른
걱정을 많이 해요

 

두 사람 사이가 틀어지면

 

정말 앤이 속상해 합니다

 

- 제 시계가 뭐 잘못됐나요?
- 아무것도 아냐

 

그냥 보는 거야

 

그냥 확인하는 거야

 

확인해 본 거야
시계가 멋지군

 

그거 샀나?

 

뭐라고요?

 

그거 선물 받은 거야
아니면 산 건가?

 

산 거예요

 

왜요?

 

영수증은 가지고
있지 않겠지?

 

무슨 소리예요?

 

- 자네 시계는...
- 전 앤 얘기하고 있었어요

 

앤?

 

그래요, 앤

 

그래

 

왜 우리가 서로 잘 지내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반면에 네 여동생은...

 

그건 다른 이야기지

 

걔를 아나? 대단했어

 

정말 훌륭했지

 

몇 달 동안 걔를 못 봤어

 

걔를 탓할 순 없지

 

세계 여행을 많이 다니니까

 

걔는 화가야

 

언제 날 보러 오면
좋겠는데

 

팔에 껴안고
절대 놓지 않을 거야

 

전에 그랬던 것처럼
오랫동안 껴안을 거야

 

오래 전에 걔가 어렸을 때

 

나를 이렇게 불렀었지

 

"작은 아빠"

 

"작은 아빠"

 

이젠...

 

날 그렇게 부르곤 했어

 

멋지지 않아?
"작은 아빠"

 

하나 물어봐도 돼요?

 

솔직히 대답해 주세요

 

있는 그대로요

 

할 수 있겠죠?

 

그래

 

그렇다면...

 

사람들 맘 상하게 하면서
얼마나 오래 여기 계실 거죠?

 

왜 그래?

 

머리를 어떻게 한 거야?

 

- 아무것도요, 왜요?
- 보기가 좋아

 

- 열쇠 잃어버렸어?
- 아뇨

 

제 아버지가 사라이 박사님과
예약이 돼 있어요

 

아빠, 이리 오세요

 

고맙습니다

 

여기 서명하세요

 

이건 내가 쓸 게요

 

생년월일요?

 

1937년 12월 31일
금요일요

 

- 금요일요?
- 예

 

당분간 따님과 함께
살고 계시죠?

 

예, 딸이 파리로
살러 갈 때까지요

 

아빠, 왜 계속 파리
얘기를 하는 거죠?

 

- 뭘?
- 난 런던에 살아요

 

계속 마음이 바뀌는구나
다른 사람이 그걸 어떻게 알아?

 

내가 파리에 사는 것에 대해
물어본 적 없어요

 

- 맞아, 네가 그랬잖아
- 안 했어요

 

미안하지만
요전에 나한테 그랬어

 

잊어버린 거야?
잊어버린 거 같아요

 

넌 기억 상실증에 걸렸어
의사와 얘기 좀 해야겠다

 

- 어쨌든 전 파리 안 가요
- 잘 됐군

 

파리, 거기 사람들은
영어도 못 해요

 

이게 얼마나
걱정스러운지 알아요

 

상황이 갑자기
변할 수 있어요

 

뭐든지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전화 주세요

 

도와줘서 고마워요

 

아빠?

 

고맙습니다

 

고마워요

 

무슨 일이야?

 

뭐?

 

알았어, 금방 갈게

 

고마워요

 

미안해요

 

무슨 일이야?

 

별거 아냐, 장인어른이
당신을 보고 싶어 해

 

- 어디 계셔?
- 방에

 

그거 이리 줘

 

내가 할게요

 

어떻게 한 거예요?

 

무슨 일이야?

 

아무것도 아녜요

 

됐어요
저녁 준비할게요

 

앤?

 

- 왜요?
- 모든 게 고맙다

 

-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해
- 예를 들면?

 

- 시설에 수용하는 거야
- 양로원?

 

그래, 양로원

 

아버지한테도
그게 좋을 거야

 

왜 지금 이 얘길해?
내일부터 여자가 일 시작해

 

맞아

 

곧 알게 되겠지
이 여자와 잘 될지도 몰라

 

당신은 그녀가 좋다고
생각하잖아

 

하지만 의사 말이 맞아

 

때가 되면
아무리 좋은 여자라도...

 

장인어른은 아파, 앤

 

아프다고

 

아빠, 거기 서서
뭐해요, 어서 와요

 

어서 앉아요

 

어서요

 

좋아요

 

- 오늘 갔던 일 잘 됐어?
- 잘 됐어, 안 그래요, 아빠?

 

- 뭐?
- 아빠 때문에 많이 웃었잖아요

 

- 내가 그랬어?
- 네, 아빠보고 좋은 분이라고 했어요

 

아빠 나름의 방식이 있지만
좋은 분이라고 했어요

 

내일 아침 여기 와서
일 시작할 거예요

 

- 더 드릴까요?
- 그래, 치킨이 맛있어

 

그렇게 생각 안 해?
어디서 샀어?

 

밑에서요, 왜요?

 

이유는 없어
치킨이 맛있군

 

폴?

 

아니, 괜찮아

 

그 여자는
하루 종일 일하나?

 

그래, 6시까지

 

- 그리고 나선?
- 무슨 뜻이야?

 

- 6시 이후는?
- 내가 있을 거야

 

맘에 들어요?

 

뭐가?

 

잘 돌봐주는
딸이 있잖아요

 

안 그래요?
운이 좋군요

 

- 자네도 운이 좋아
- 그렇게 생각하세요?

 

- 왜 저러는 거야?
- 앤요?

 

지쳐서 그래요

 

햇빛이 좀 필요해요

 

그래

 

자네가 좀 돌봐줘야겠어

 

어디라도 좀 떠나지 그래?

 

왜요?

 

전 가끔 장인어른이 일부러
그런다는 생각이 들어요

 

뭘?

 

아무것도 아녜요

 

우린...

 

이탈리아에 갈
계획이었어요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취소했습니다

 

- 웬지 아세요?
- 아니

 

장인어른이 안젤라와
다퉜기 때문이에요

 

장인어른을 혼자 두고
떠날 수 없었어요

 

우리 휴가를 취소하고
여기로 모셔야 했어요

 

그래서 지금
여기 계신 거예요

 

제가 아는 한 영원히요

 

장인어른은 잊어버렸어

 

- 대단해
- 그만해

 

- 뭘?
- 그렇게 구는 거...

 

- 뭘 말이야?
- 빈정대잖아

 

아니야

 

난 지금 엄청 참고 있는 거야
정말이야

 

치킨 어디 갔어?
치워 버린 거야

 

미안해요
더 드실래요?

 

- 주방에 있어?
- 예, 가서 더 가져올게요

 

아니, 내가 가져올게

 

- 왜 그런 식으로 얘기해?
- 내가 뭐랬는데?

 

당신 심정은 충분히 이해해

 

- 아니, 당신은 이해 못 해
- 내가 이해 못 하는 건...

 

좀 지나치다는 거야

 

물론 그 점은 존중해

 

당신은 장인어른을 여기
모시기로 결정했어

 

안 될 거야 없지
하지만...

 

이걸 어떻게 설명하지?

 

솔직히 다른 해결책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

 

- 완전히 정신이 나갔어
- 그런 식으로 얘기하지 마

 

어떻게 얘기하길 바라는 거야?
난 사실을 말하는 거야

 

다른 방법을 생각해 봐야 해

 

- 예를 들면?
- 시설에 수용하는 거야

 

- 양로원?
- 그래, 양로원

 

장인어른한테도
그게 좋을 거야

 

왜 지금 이 얘길해?
내일부터 여자가 일 시작해

 

맞아, 곧 알게 되겠지

 

이 여자와 잘 될지도 몰라

 

당신은 그녀가 좋다고
생각하잖아

 

하지만 의사 말이 맞아

 

때가 되면
아무리 좋은 여자라도...

 

아버지는 아파, 앤

 

아프다고

 

아빠, 거기 서서
뭐해요, 어서 와요

 

어서요

 

아빠, 와서 앉아요

 

아빠

 

연결해 드리는 동안
끊지 말고 기다리세요

 

전화 거신 번호는 고객께서
기다리시는 걸 알고 있습니다

 

연결해 드리는 동안 끊지 말고 기다리세요

 

전화 거신 번호는 고객께서
기다리시는 걸 알고 있습니다

 

닥터 사라이입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아빠?

 

벌써 일어났어요?

 

잘 잤어요?

 

앤, 이건 어디서 난 거야?

 

간병인 오기 전에
차 드릴까요?

 

- 그림 어디로 갔어?
- 무슨 그림요?

 

루시 그림

 

아빠 아파트와 착각하고 있어요
거긴 그림 없었어요

 

와서 아침 식사해요

 

 

이것 봐

 

봐라

 

앤?

 

차 여기 있어요

 

- 뭐야?
- 식기 전에 드세요

 

- 앤은 어딨어?
- 출근했어요

 

- 벌써?
- 네

 

일 끝나면 돌아올 거예요
약 찾아볼 게요

 

- 아니, 기다려
- 금방 올게요

 

가서 약 찾을 거예요

 

젠장

 

- 지금 몇 시야?
- 약 드실 시간이에요

 

지금 드시는 게 좋아요

 

작은 파란 알약요
그게 좋아하시는 거예요

 

파란 알약요
봐요, 색이 예쁘죠?

 

- 하나 물어보자
- 예

 

아가씨는 수녀야?

 

아뇨

 

그럼 왜 내가
저능아인 것처럼 말하지?

 

- 제가요?
- 그래

 

- 아닌데요
- "작은 파란 알약"

 

"작은 파란 알약"

 

미안해요
그런 뜻이 아니라...

 

정말 불쾌해

 

내 나이가 되면 알게 돼
네 생각보다 빨리 일어날 거야

 

사과할게요

 

다신 없을 거예요

 

말해 봐...

 

뭔가 알아챘어?

 

뭘요?

 

- 내 아파트 말이야
- 아파트가 어때서요?

 

아파트가 바뀌었어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

 

예를 들어
저 의자 말이야

 

저기 있는 거

 

- 누가 저기다 놨지?
- 모르겠어요, 아마 따님이겠죠

 

분명히 내 딸이야

 

내 의견은 묻지도 않다니
참 대단하군

 

내가 지난 번에
만났을 때와...

 

- 약간 달라서 미안해
- 괜찮아요

 

따님이 얘기해줬어요
선생님 방식이 있다고요

 

정말 루시와 많이 닮았구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앤이 얘기해 줬어요

 

미안해요, 몰랐어요

 

- 뭘?
- 사고요

 

무슨 사고?

 

뭐요?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아무것도 아녜요

 

약 드셨어요?
그럼 옷 갈아입죠

 

- 봤지?
- 뭘요?

 

내가 저능아인 것처럼
얘기하잖아

 

- 아녜요
- 맞아

 

아녜요

 

"옷 갈아입죠"
"작은 파란 알약요"

 

중요한 건 난 아주 똑똑해
그걸 명심할 필요가 있어

 

알겠어?

 

네, 명심할게요

 

좋아, 고마워

 

사실이야
난 아주 똑똑해

 

가끔 나 자신도 놀라

 

나는 코끼리 같은
기억을 갖고 있어

 

- 그 동물 알아?
- 네

 

약을 잊었어요

 

얘들이 여기서
뭐하는 거야?

 

- 물 더 갖다 드릴까요?
- 아니, 신경 쓰지 마

 

이 차와 함께 삼키면 돼

 

- 괜찮아요?
- 그래, 어디 보자

 

두고 봐
보고 있는 거야?

 

- 네
- 잘 봐, 알았지?

 

입에 털어 넣었어

 

- 잘 봐
- 보고 있어요

 

좋아

 

차 한 잔

 

 

끝났어

 

브라보

 

있잖아

 

난 어렸을 때
서커스에서 좀 일했어

 

- 정말요?
- 그래

 

마술 좀 보여줄까?

 

옷부터 입는 게 어때요?

 

- 지금?
- 네

 

지금은 안 돼

 

안 돼

 

왜? 왜 그래?

 

난 잠옷만 입고 있으면 돼

 

시간을 절약하는 게 좋아

 

무슨 뜻인지 알아요

 

하지만 잠옷을 입으면
밖에 나갈 수 없어요

 

어딜 가려고?

 

- 공원요
- 맙소사

 

- 날씨가 좋아요
- 모두 괜찮아요?

 

좋아요, 우린
옷 갈아입을 거예요

 

잠깐

 

전부 괜찮아요, 안소니?

 

무슨 일 있어요?

 

아냐

 

잠깐 얘기 좀
하고 싶어서요

 

- 나하고?
- 네

 

- 전 가서 짐 챙길게요
- 아니, 가지 마

 

- 금방 올게요
- 나 혼자 두고 가지 마

 

옆방에 있을 거예요
금방 올게요

 

하나 물어봐도 돼요?

 

좋아

 

솔직히 대답해 주세요

 

있는 그대로요
할 수 있겠죠?

 

그래

 

그렇다면...

 

사람들 맘 상하게 하면서

 

얼마나 오래
여기 있을 거죠?

 

누구, 나?

 

네, 의견을 듣고 싶어요

 

내 말은, 딸의 인생을
계속 망칠 생각인가요?

 

아니면 조만간 합리적으로
행동하길 바라는게

 

너무 지나친 건가요?

 

- 무슨 소리 하는 거야?
- 당신에 대해서요, 안소니

 

당신 말이에요
당신 태도

 

그만 해
이건 용납할 수 없어

 

- 용납할 수 없어요?
- 그래

 

또 한다면 어떻게 하시게?

 

난...

 

내 나이를 생각해 줘야지

 

날 설득하려는 건가요?

 

나도 용납할 수
없는 게 있어요

 

모든 사람을 귀찮게 하는 거요
주책맞게 말이죠

 

이러지 마
이러지 말라고

 

이건 참을 수 없어요
정말 부적절해요

 

하지 마, 그만해

 

아빠, 왜 그래요?
어떻게 된 거야?

 

아빠

 

괜찮아요
시계 때문이에요?

 

그것 때문이에요?
내가 찾았어요, 봐요

 

괜찮아요, 울지 마요

 

울지마요
괜찮아요, 됐어요

 

괜찮아요

 

치킨 먹으러 갈래요?
치킨 좋아하잖아요

 

지금 몇 시야?

 

8시예요
먹을 시간이에요

 

저녁 8시야?

 

난 아침인 줄 알았어

 

방금 일어났잖아
봐, 아직 잠옷을 입고 있어

 

아뇨, 저녁이에요
치킨 요리를 했어요

 

아빠

 

괜찮아요

 

어서요

 

작은 아빠, 괜찮아요

 

작은 아빠

 

아빠?

 

아빠, 자요?

 

앤?

 

앤?

 

아빠, 나예요

 

루시?

 

아빠?

 

아빠?

 

루시?

 

아빠

 

아빠?

 

벌써 일어났어요?

 

로라 오기 전에
차 갖다 드릴까요?

 

아빠

 

- 잘 잤니
- 앉아요, 준비됐어요

 

배고프죠?

 

오늘 손님이 와요
생각나요?

 

기억해요?

 

어떻게 잊어?
그 얘긴 제발 그만해

 

곧 올 거예요

 

- 이렇게 빨리?
- 네

 

- 어젯밤에 꿈을 꿨어
- 로라요?

 

그래, 그런 것 같아

 

걔 얼굴을 봤어

 

있잖아...

 

로라는 정말
네 여동생을 생각나게 해

 

그 얘긴 어제도 했어요

 

아빠가 좋으면
나도 좋아요

 

애가 정말 좋아 보여요

 

다정하고 유능해요

 

아빠를 잘 돌봐줄 거예요

 

- 난 맘에 들어
- 좋아요

 

걔가 오기 전에
옷 입어야겠어요

 

- 누구?

 

로라요, 새 간병인
아빠가 좋아하잖아요

 

아, 그래, 그래

 

걔 오기 전에
자켓을 입어요

 

바지도

 

그래

 

어제 아빠를 만나서
정말 즐거웠대요

 

걔한테 몇 가지
보여줬잖아요

 

내가?

 

춤출 줄 안다고
걔를 설득하고

 

탭댄스를 잘한다고
그랬잖아요

 

누가, 내가?

 

걔가 뭐라고 했어?

 

언제 시범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했어요

 

그거 이상하군

 

난 내가 탭댄스 출 줄
아는지 몰랐어, 넌 알았니?

 

아뇨

 

- 숨은 재능이군
- 그런 것 같아요

 

- 로라인가?
- 그럴 거예요

 

난 아직 준비 안 됐어
옷도 안 입었어

 

- 괜찮아요, 나중에 입어도 돼요
- 안 돼, 잠깐만

 

- 옷을 입어야겠어
- 상관 없어요

 

이건 중요해!

 

- 걔는 밖에 있어요
- 그냥 나가지 마

 

걔가 날 어떻게 생각하겠어?

 

제대로 옷을 입어야 해

 

왜 모든 걸
힘들게 만들어요?

 

나중에 옷 입어도 돼요
걱정 말아요

 

- 창피스러울 거야
- 아녜요

 

맞아

 

로라, 어서 와요

 

안녕하세요
일찍 온 거 아니죠?

 

괜찮아요, 들어와요
우린 주방에 있어요

 

여기요, 옷 갈아
입으려던 중이에요

 

- 앤, 이 사람은 누구야?
- 안녕하세요, 안소니

 

앤, 그녀가 아니잖아

 

아빠

 

뭐 좀 마실래요?
커피 어때요?

 

- 아뇨, 괜찮아요
- 아침식사했어요?

 

괜찮아요

 

난 이 여자를 원하지 않아
내가 좋아하는 여자 어딨어?

 

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
로라에게 인사해요

 

이건 뭔가 말이 안 돼

 

말이 안 돼

 

저 기억하세요?
우리 어제 만났잖아요

 

막 서로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었죠

 

다시 오겠다고 했잖아요

 

여기서 어떻게
하고 계시는지

 

도와줄 게
뭐 있는지 보려고요

 

기억나세요?

 

아빠? 얘기 좀 해요

 

이걸 어떻게 얘기하죠?

 

저랑 같이 지내려고
처음 왔을 때 기억나요?

 

안젤라와 사이가 안 좋아
임시방편으로 그랬던 거예요

 

그게 더 나을지 궁금했어요

 

이 방 어떻게 생각해요
멋지지 않아요?

 

공원도 볼 수 있어요
그렇죠?

 

아주 좋아요

 

호텔에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주민들이 모두
그렇게 말해요

 

여기서 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어디서?

 

여기요

 

아빠가 여기 사는 것에 대해
우리가 공동 결정을 내린다면

 

아빠한테 훨씬 안심이 되고
더 좋을 것 같아요

 

어떻게 생각해요?

 

넌 어떻게 하고?
어떻게 할 거야? 어디서...

 

넌 어디서 잘 거야?
어느 방에서?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전 파리에 가서 살 거예요

 

아니, 그건 아냐

 

맞아요, 기억나요?

 

전부 얘기했잖아요
기억나요?

 

하지만...

 

- 정말이야?
- 네

 

하지만 네가 그랬잖아

 

여기서 나와 함께 살겠다고

 

아뇨, 가야 해요
이건 중요해요

 

아빠한테 전부 설명했어요

 

가끔 주말에 아빠를
보러 올 거예요

 

난 어떻게 하고?

 

아빠는 여기
런던에 살 거예요

 

나 혼자서?

 

네 여동생은 어떡하고?
걔는 어딨어?

 

세상에, 아빠

 

걔가 얼마나
보고 싶은지 알잖아

 

저도 걔가 보고 싶어요
우리 모두 걔가 그리워요

 

앤?

 

잘 주무셨어요?

 

내가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시간 됐어요

 

시간 물어본 거 아냐
여기서 뭐 하는지 물어봤어

 

앤은 어딨어?

 

약 가져왔어요

 

약은 가지고 꺼지지 그래?

 

- 당신 간호사야?
- 네

 

아, 그렇군, 알겠어

 

간호사로군

 

그래요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전형적인 간호사 타입이야

 

여기서 뭐 하는 거요?

 

- 뭐라고요?
- 여기서 뭐 하냐고?

 

영감님을 돌보고 있어요

 

정말이야?
날 돌본다고?

 

처음 듣는 얘기로군

 

언제부터?

 

몇 주 됐어요

 

몇 주 됐다고?

 

들으니 기쁘군

 

놀랍군, 아무도 이 집에 대해
말한 사람이 없다니

 

- 새로 온 줄 알았어?
- 뭐가요?

 

간호사, 새 간호사

 

내 둘째 딸 루시처럼
생긴 간호사 말이야

 

요전에 만났어
여기 오지 않았어?

 

약 드실래요?

 

오늘 아침부터
일을 한다고 했는데

 

로라였어, 그렇지?

 

뭔가 혼동하신 것 같군요

 

루시를 생각나게
해 준 사람이야

 

- 맞아요
- 옳지

 

약 먹을 시간이로군

 

분으로 잰 건 아니겠지?

 

앤은 어딨어?

 

따님은 여기 없어요

 

어딨어?
밖에 나갔나?

 

기억하실지 모르지만

 

따님은 파리에 살아요

 

아냐, 아냐

 

가려고 생각했었지만

 

결국에 가지 않았어

 

거기 간 지 몇 달 됐어요

 

내 딸이 파리에?

 

아냐, 그 사람들은
영어도 할 줄 몰라

 

보세요

 

어제 따님이 보낸 엽서를
같이 읽었잖아요

 

기억나세요? 보세요

 

이걸 매일 얘기하잖아요

 

따님은 폴이란 남자를 만나
파리에 살고

 

지금 그 사람과 함께
산다고요

 

가끔 어르신을 보러 와요

 

- 앤이?
- 네

 

가끔 주말에 와요

 

여기 오면 어르신과 함께
공원에 산책을 나가죠

 

어르신한테 새 샒은 어떻고
뭘 하고 있는지 얘기해 줘요

 

저번에는 어르신이 좋아하는
커피를 가져 왔어요

 

난 커피를 혐오해

 

난 차만 마셔

 

- 모두 괜찮아요?
- 네, 방금 옷 갈아입었어요

 

별일 없으시죠?

 

그렇소

 

- 여기 있어요
- 수고하세요

 

나중에 봐요

 

저 사람, 누구야?

 

누구요?

 

방금 나간 사람

 

빌이에요

 

빌?

 

- 네
- 확실해?

 

네, 왜요?

 

아냐, 그냥...

 

이걸 어떻게 설명하지?

 

저 사람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내 아파트에서
내가 아는 사람인가?

 

그는 빌이에요
매일 보시잖아요

 

내가?

 

- 당신은...
- 뭐요?

 

이렇게 물어서
미안하지만...

 

내 말은, 당신은...?

 

정확하게 누구요?

 

전 캐서린이에요

 

캐서린, 맞아

 

그래, 그래

 

캐서린

 

- 그는 빌이야
- 맞아요

 

나는 뭐지?

 

난...

 

정확하게 누구야?

 

어르신요?

 

안소니예요

 

안소니?

 

 

안소니, 좋은 이름이군

 

"안소니"
그렇게 생각 안 해?

 

아주 좋은 이름이에요

 

내 어머니가
지어주셨을 거야

 

- 그녀를 아나?
- 누구요?

 

내 어머니

 

- 어머니는...
- 아뇨

 

어머니는...

 

눈이 정말 크셨어

 

이제 얼굴이 생각나

 

가끔 나를...

 

보러 오셨으면 좋겠어

 

어떻게 생각해?
어머니

 

당신은 어머니가 주말에
가끔 올지도 모른다고 했잖아

 

어르신 따님요

 

아니

 

내 어머니

 

어머니가 보고 싶어

 

어머니가 보고 싶어
여기서 나가고 싶어

 

누가 와서
나 좀 데려가 줘

 

아니, 어머니가 보고 싶어
와서 날 데려갔으면 좋겠어

 

집에 가고 싶어

 

왜 그래요? 안소니

 

왜 그래요?

 

내 ...

 

내 낙엽이
다 떨어진 것 같아

 

- 낙엽요?
- 그래

 

무슨 뜻이에요?

 

나뭇가지, 바람과 비

 

더 이상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겠어

 

무슨 일인지 알아?

 

아파트에 대한
이 모든 일 말이야

 

난 더 이상 머리를
누일 곳이 없어

 

하지만 시계가
내 손목에 있는 건 알아

 

여행을 위해서

 

시계가 없으면...

 

내가 준비가 됐는지...

 

몰라...

 

먼저...

 

옷부터 갈아입어요

 

그래

 

옷을 입고

 

공원으로 산책을
나가는 거예요

 

그래

 

좋아요

 

나무와 모든 낙엽들

 

그리고 돌아와서
식사를 할 거예요

 

그 다음엔 낮잠을 자요
알았죠?

 

알았어

 

만약 컨디션이 좋으면

 

공원으로 또 산책을 가요

 

둘이서만요

 

오늘 날씨가 좋잖아요

 

밖은 화창해요

 

날씨가 화창할 때
가야 해요

 

그 기회를 잡아야 해요

 

날씨가 이렇게 좋은 건
오래 안 가잖아요, 그죠?

 

맞아

 

그럼 옷 입으세요

 

괜찮아요?

 

아냐

 

- 어서요
- 싫어

 

어서, 아가

 

괜찮아, 어서

 

편안하게

 

진정해

 

곧 기분이 좋아질 거야
약속할게

 

모든 게 괜찮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