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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역 : 정 구 웅

Modify by Blue-Bird™

 

수 입 / 씨 네 블 루 밍
배 급 / ㈜ 트리플 픽쳐스

 

- 어서 오게
- 잘 지냈어?

 

앉게

 

- 커피 하겠나?
- 괜찮아

 

카스탕 책 얘기는
들었나?

 

신문에서 봤어
심하게 물어뜯던데

 

구렁텅이

 

이게 다
변호사들 메모야?

 

- 그래
- 엄청나군

 

위험하지만 용감했어

 

마조히스트지

 

자네라면
정치 소설을 쓰면서

 

누군지 뻔한 가명들로
사방팔방 비난해놓고

 

조용하길 기대하겠나?

 

난 반대로 생각했어

 

그냥 묻혀야
다들 좋은 거 아냐?

 

기자와 블로거는 아니야

 

이런 건 트위터에
쏜살같이 퍼지지

 

요즘은 책을 안 읽잖아?

 

응, 독자는 줄고 책은 늘고
더 살얼음이지

 

글이 사람을
히스테릭하게 하니까

 

- 무슨 뜻이지?
- 글을 두려워해

 

글을 안 읽을수록
글을 불신하는 거지

 

지금은 글의 시대야
인터넷을 봐

 

더 많이, 자주 글을 써
또 의외로 세심하게

 

그런 건 극소수지

 

극소수지만
수가 제법 돼

 

많이 쓰고, 잘 쓰는
사람이 늘어가

 

- 트위터 네 줄로 무슨...
- 그게 왜?

 

왕정 시대 같잖아

 

좋은 말은 반복되고
아주 프랑스적이야

 

전혀 새로울 게 없어

 

좋은 말을 만들고
널리 공유하지

 

수준 낮은 말도 많고

 

상스러운 욕도 많지만
그런 건 늘 있어

 

나르시시즘도 조장해

 

맞아

 

나르시시즘의 시대야
그게 뭐?

 

예술과 갈수록
멀어진다고

 

우린 다 나르시시스트야
자넨 아닌가?

 

잠깐만
그게 무슨 소리지?

 

난 이 물질중심 사회가
역겹다고

 

돈에 집착하고
육체와 옷을 숭배하고

 

단순화 말게

 

그런 급진성도
나르시시즘이야

 

자넨 내 생활을 알지

 

아내 없인
생계가 힘들다고

 

- 세상을 평가 못 하나?
- 물론 할 수 있지

 

내 말은 그런 급진성도
나르시시즘이란 거야

 

가장 상품 가치가 높고

 

그래서 이것도
뺏어다 팔게?

 

자네가 원하는 걸 해
나도 그럴게

 

좀 자네답지 않아

 

점심이나 할까?

 

오늘 여기 폭동 났나?

 

- 불평 마요
- 피크 타임이지

 

앞집이 쉬거든요

 

그렇군
저기 앉을까?

 

- 네, 들어가요
- 고마워

 

거기 앉게

 

- 정산표는 받았지?
- 그래

 

'창설'이
여전히 팔리더군

 

10년째 꾸준하지
포켓판도 잘 나가고

 

다른 책은
여전히 정체 중이고

 

정체보다
사실 침체지

 

- '나직한...'
- '작별'

 

맞아, '나직한 작별'

 

사실 대박은 아니었어

 

- 나무 보호에 일조했지
- 그러게

 

소위 워스트셀러야

 

그럴 수도 있지

 

자네 전처를 만났네
이름이?

 

- 솔랑주 말야?
- 맞아, 솔랑주

 

'나직한...' 거기선
뭐였더라?

 

- 베로니크
- 베로니크 파스투로

 

- 아프다던데
- 응, 심각한 것 같아

 

- 지금도 만나나?
- 아니, 날 버린 거라...

 

본인도 힘든 것 같아

 

글쎄?
뭐, 그렇겠지

 

하지만 나도 힘들었거든
절대 되돌릴 생각은 없어

 

내 마음도
아프다고 했어

 

함께한 추억이 많잖아

 

바르셀로나 도서전 때
완전히 취해서...

 

알랭, 그 얘기는
하고 싶지 않은데

 

그래, 이해해

 

- 발레리는 잘 지내?
- 응, 그럼

 

여전히 국회 비서야

 

- 다비드 의원?
- 맞아

 

맨날 출장이야

 

나도 지지한다고 전해줘
용감한 사람 같아

 

특히 EU의
문화정책에 대해서

 

얘기할게

 

잘 전해줄 거야

 

- 의원님이 좋아하겠네
- 그래

 

메뉴 보세요

 

오늘의 요리는 스튜예요

 

난 늘 먹던 대로

 

등심 레어와 샐러드
생수 한 병요

 

- 네
- 애피타이저는?

 

필요 없네

 

- 자네 원하면 시키고
- 그래

 

어디 보자
테린느 하나 주시고

 

아이올리 소스 가자미요

 

네, 알겠습니다

 

- 와인은?
- 됐어

 

감사합니다

 

그런데 발레리는
오리안이랑 비슷해

 

그러게

 

제니아는
스테파니랑 비슷하고

 

8번 채널
토크쇼 진행자 말이야

 

그래

 

- 내 원고 얘기야
- 알아

 

- 읽어봤지?
- 그럼

 

물론 읽었고
오늘 그 얘기를 하려고

 

- 그래서 만난 거잖아
- 응

 

난 맘에 드네

 

그간 자네 작업의
연장선 상에 있고

 

나에겐
어떤 여정 같아

 

꼭 해야 할 것 같고

 

공구 백화점에서
우연히 재회하는 장면은...

 

- 내 경험이야
- 그럴 줄 알았어

 

마음에 와닿았어
서술이 파편적이어서

 

실제 그녀가 한 말인지
아님 자네 불안인지...

 

나한테 해줘야 했던
말이겠지

 

그녀가 더 현명했다면

 

현명이 아니라
뭐랄까...

 

- 더 솔직했다면?
- 아냐

 

더...

 

더 잔인했다면

 

가혹하지만
그게 맞지

 

딴 책에도
공구 백화점이 있던가?

 

응, 그게...
'경찰 보고서'에서

 

- 맞아, 최근이네?
- 8년 됐어

 

최근은 아니었군

 

왜냐하면 지난번에
우리 새 홍보담당이

 

좋아하는 책 중 하나가
'경찰 보고서'랬거든

 

그것 봐
자넨 그때 별로랬지?

 

맞아, 진짜 오래됐네

 

아무튼 왜 그런 쪽으로
계속 안 썼냐고 묻더라

 

이미 한 걸
뭐하러 반복해?

 

반복이 아니라
연장이지

 

혹시 내가 그런 쪽으로
쓰길 원했었나?

 

그건 아니었어

 

- 회의가 들어?
- 아니

 

그럼 의문?

 

그래, 의문이야

 

혼자 자문해봐
자네 글과 상관없이

 

조금은 상관있겠지

 

아냐, 자네 글이
생각을 촉발하지만

 

결국 생각이 글을
앞질러 버리거든

 

어떻게?

 

스스로 질문해봐

 

실제 일어나는 일과
일어날 법한 일을

 

구분 못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책을 쓰고
출간하는 일을 하면

 

시대와 간극이
생기게 돼

 

- 테린느 나왔습니다
- 저예요

 

- 맛있게 드세요
- 네

 

- 점심 고마웠네
- 고맙기는

 

신간들인데
관심 있으면...

 

아까 봤는데
나한테 맞는 건 없더군

 

그래, 난 들어갈게

 

- 곧 또 보세
- 좋지

 

- 잘 가게
- 아, 근데...

 

왜?

 

- 그래서 내 원고는...
- 뭐가?

 

일정은 잡았나?

 

무슨 얘기지?

 

출간 일정 말이야

 

출간할 거지?

 

아니, 알아들었을 줄
알았는데...

 

나 왔어

 

다 모였어

 

- 늦어서 미안해
- 늘 그렇잖아

 

- 로르를 만났어
- 뜨거워

 

- 로르?
- 로드 당제르빌

 

얘기했잖아
디지털 사업 담당자

 

그래, 경영전문대를
나온 수재에

 

섹시한 육식녀
스타일이라며

 

어, 맞아

 

간단해, 요즘은 서점보다
블로그에 내 독자가 많아

 

그래도 자네 책은
잘 나가

 

'솔직해져'가
마트에 엄청 쌓여 있던데

 

대박 났지

 

오디오북도 낼 거야
그게 잘 팔리거든

 

- 카트린 드뇌브를 쓰고
- 난 찬성

 

- 과연 응할까?
- 모르는 일이지

 

좋은 사람이래

 

내 블로그
하루 조회 수가 5천이야

 

- 하루에?
- 응

 

진짜?

 

- 뭘 올리는데?
- 그냥 뉴스들

 

- 문학계 뉴스?
- 아니, 내 관심사들

 

그날그날
관심 있는 사람들

 

아무튼 내 글을 지면보다
온라인으로 읽어

 

- 공짜이고
- 사람은 늘 공짜를 찾지

 

불경기에 당연하잖아

 

예술은 공짜여도 되지만
컴퓨터는 안 돼

 

무슨 뜻이지?

 

천5백 유로를 들여
컴퓨터를 장만하고

 

불경기든 아니든
매달 인터넷 비는 내면서

 

음반이나 책
심지어 신문을 살 땐

 

엄청나게 고민하잖아

 

그래도 책은
불법복제가 훨씬 적어

 

젊은 사람들이 책을
안 읽으니까

 

진짜 도둑은
남의 콘텐츠를 파는

 

인터넷 공급업자야

 

예술이 의미나 완전성을
잃었으니까

 

공짜여도 된단 거지

 

양식 있는 사람조차

 

양식 있고
안 그런 사람도 있어

 

큰 현대 예술 뒤에
숨는 게 쉽거든

 

그리고 '분노의 질주'를
다운받지

 

심한 단순화야

 

아, 재수 없어!
식사합시다

 

좋지

 

- 누가 좀 도와줘
- 그래

 

과자만 저쪽에 담아줘

 

뉴스도 조작일 테니까
무료여야 한다는 식이지

 

유료여야 존중받아

 

맞아, 로비력이나
기자에 따라 왜곡되니까

 

신뢰가 떨어졌어

 

반대로 자칭 전문가가
검증한 엉터리 루머를

 

고스란히 믿기도 하고

 

그런 얘긴 좀 그만해

 

인터넷 이전에도
루머는 있었어

 

예전 정부들도
루머를 조작했고

 

생각하는 법을
배워야 해

 

책이 그래서 도움이 되고

 

문제는
점점 안 배운단 거지

 

계속 변이하는
바이러스야

 

글은 물질과 분리되면
죽는 거야

 

하지만 자네도 태블릿으로
원고를 읽잖아

 

- 다는 아냐
- 난 그걸로 안 읽어

 

옛날 세대니까

 

교육도 달랐고
비난은 아니야

 

컴퓨터와 함께 자란
요즘 세대는 다르다고

 

그 결과
분명 글은 덜 읽지

 

아니, 계속 번성하는
블로그를 봐

 

쓰는 사람만 많은 거지

 

- 시간 낭비하고
- 무시는 못 해

 

인터넷 덕분에
더 많이 글을 쓰고

 

말할 자유가 생겼어

 

무슨 말?
다 아무말 대잔치 아냐?

 

- 지적 고마워
- 아, 잠깐만

 

- 네 블로그는 빼고
- 당연하지

 

물론 난 못 봤어
네 책은 읽지만

 

너 같은 사람은 소수야

 

내 블로그를 읽고
그들이 책을 사거든

 

그래서 알랭이 좋아한
대박도 났고

 

- 킨들 쪽 매출이 늘었어
- 맞아

 

알다시피 자네 독자는
주로 노년층이야

 

대체로
은퇴한 분들이고

 

특히 여성이 많은데
그들이 킨들로 갔어

 

더 편리하고, 가볍고
다루기 쉬우니까

 

글자도 크고

 

서재의 책을 다 담아서
여행할 수 있다고

 

뭐하러 그러는데?

 

한 권만 골라가면
킨들보다 가볍잖아

 

- 충전도 필요 없고
- 맞아

 

심술부리지 마
그게 현실이야

 

미래엔 책보다
리더기로 읽을 거라고

 

보드카는 치워야겠다

 

정말 궁금해

 

왜 당장 다 전자화하지
않을까?

 

경제적인 문제지

 

아직은 종이책이
팔리니까

 

- 시장이 살아있어
- 곧 변할 거야

 

유통업자, 서점, 인쇄소 등
중간자는 사라지고

 

편집자와 작가만 남지

 

출판사도 웹사이트가
대신하고

 

그래, 웹사이트가
지금처럼 편집을 하겠지

 

지원과 제약도 있고

 

- 수준은 떨어지고
- 아니야

 

전자책 독자의
생각은 달라

 

전자책이라니...
E북 같은 거?

 

뭐가 웃긴데?

 

인쇄, 제작만 사라질 뿐
다를 게 없어

 

작가도 협상도
그대로지

 

내 블로그가
자네 홈페이지로 가고

 

맞아, 그리고 지금과
똑같이 일하는 거야

 

아니, 핵심에
더 집중하겠지

 

포장, 유통 같은 건
신경 안 쓰고

 

- 직원도 자르겠네
- 아니

 

일부 바뀔 순 있겠지만
일자리는 계속 있어

 

문학상도
온라인으로 투표하고?

 

수상도 메일로 하고

 

부상은
아마존 프라임 회원권

 

독자와의 만남도
화상 회의로 하고

 

그건 이미 하고 있어

 

그러면 다 집에만 있겠네
암울하지 않아?

 

지금이 그 전환점이지

 

아도르노를 읽을 때
아이패드든 초판본이든

 

사실 얻는 건 비슷해

 

너한테 아도르노의
초판본이 있단 말이야?

 

- 네가 그걸 읽었다고?
- 말이 그렇단 거지

 

이제는 조용히
책과 헤어질 수 있어

 

거기도 잔이 있을 거야

 

잔이 막 돌아다녀

 

레오나르와
점심을 먹었어

 

- 힘들더라
- 항상 그렇잖아

 

오늘은 유독 힘들었어

 

새 원고 얘기를 했거든

 

어떤 내용인데?

 

항상 똑같지

 

본인의 연애사

 

맨날 같은 얘기고
구질구질하고

 

최근 연애 얘기야?

 

응, 맞아

 

- 별로였어?
- 이미 낼 책이 산더미야

 

난 좋은 작가 같던데

 

전작과 별다를 게 없어

 

- 전작도 괜찮았는데
- 난 힘들었어

 

냉소주의 밑으로
어떤 인간미가 있잖아

 

거절했어

 

나 상담 좀 해줘

 

별일이네

 

'결탁' 시즌4
제의가 들어왔어

 

- 시즌4?
- 응, 인기가 많아

 

언론도 호평이더라

 

시리즈마다
언론은 호평이야

 

뭐가 고민인데?
경찰 역이 지겨워?

 

경찰이 아니라
위기대처 전문가야

 

- 그래
- 아무튼...

 

내가 소진된 것 같아
발전이 없어

 

그럼 그만해

 

날 대신할 사람이 없어

 

인질이 된 기분이야

 

선택의 여지가 없으면
그냥 하고

 

그러면 또 6개월을
해야 해

 

왜, 무슨 일 있니?

 

무서운 꿈을 꿨어

 

근데 여기는 왜 왔어?

 

너 침대가 어디지?
침대 어디 있어?

 

- 저 방에
- 무서운 꿈 맞아?

 

엄마, 아빠랑 자는 꿈은
아니고?

 

이 꾀보야
빨리 숨어, 숨어

 

자러 가자

 

아빠가 책 읽어준대

 

또 해줘

 

무슨 일 있어?

 

아니, 없어

 

아, 그래?

 

사실 어제 알랭을 만났어

 

알랭은 잘 지내?

 

응, 그런 것 같아

 

잘됐네
다운돼 있었는데

 

다운이라니, 뭐가?

 

다운이 다운이지
업의 반대

 

아무튼 몸도
건강한 것 같아

 

다행이네

 

- 아주 건강해
- 진짜 잘됐다

 

내 원고는 퇴짜 놨어

 

셀레나는 잘 있고?

 

난 모르지, 못 만났어

 

같이 식사하면 좋겠다

 

내 원고를
퇴짜 놨다니까

 

들었어
그래서 어떡하라고?

 

내 편이 돼줘

 

난 당신 편이야

 

그럼 가서 원고를 고쳐
아님 내가 울까?

 

알랭이 틀렸단 생각은
안 들어?

 

뭔가를 놓쳤을 수도
있잖아

 

아니
어쨌든 당신 편집자잖아

 

- 그래서?
- 알랭이 옳든지

 

- 아님 편집자를 바꿔
- 딴 사람은 몰라

 

몇 년을
내 책을 내줬는데...

 

그러니까
들어가서 고치라고

 

1년 넘게 쓴 거라고

 

이젠 글이 안 보여

 

- 그래서 용기를 줘?
- 그래

 

그럴 줄 알았어

 

- 자, 어서
- 싫어

 

알랭이 변한 걸까?

 

자기도, 나도 변했어
시간이 흘렀으니까

 

- 알랭은 이상해졌지?
- 나아진 것 같은데

 

어떤 의미에서?

 

더 책임감 있고
건실하고

 

판단력도 확실하고

 

그래, 고마워

 

나쁘게 받아들이지 마

 

베르퇴이는
성공한 출판사야

 

상도 받고, 책도 잘 나가고
원랜 안 그랬잖아

 

100년도 넘은 출판사거든

 

알랭이 인수 전엔
힘들었잖아

 

- 시류를 잘 읽는 거야
- 그건 진짜 재능이야

 

장사꾼의 재능이지

 

많은 편집자가 알랭의
출간 목록을 부러워해

 

아, 이런...

 

갈게
오늘 중요한 날이라서

 

나중에 다시 얘기해

 

급한 일이야?

 

마옌주 지역 선거가
있는데

 

지원 유세를 갈 거야

 

TV에서 봤어
시작부터 꼬인 것 같던데

 

- 맞아
- 자기도 동행해?

 

응, 파업 노동자를
만나고 싶대

 

회사는 회생 절차 중이고
협상도 지지부진이야

 

그 자료를 내가 봤어

 

답은 나왔어?

 

그래
기차에서 끝내야지

 

노사정 회의가 안 열리면
가망이 없어

 

그럼 갈게

 

장피에르와
통화했어요?

 

메시지를 남겼는데
답이 없네요

 

원고는 내가
업로드할게요

 

- 네
- 수고하세요

 

- 아, 로르
- 안녕하세요

 

들어와요

 

- 앉아요
- 네

 

잘 왔어요, 직원들과
아직 안 친하죠?

 

제 업무가 낯서니까요

 

잘 이해 못 하는 것
같아요

 

전자화의 중요성은
다들 잘 알아요

 

두려워도 하고요

 

저도 조심하고 있어요

 

출판계는 전자화를
악마의 출현으로 보죠?

 

이젠 아니에요
좋은 건진 모르겠지만

 

저도 참고, 잘 설명하고
겸손하려고요

 

그런 걸 원하진 않아요

 

이런 존경받는 회사엔
배울 게 많죠

 

딱히 존경받으려 하진
않는데...

 

- 칭찬이었어요
- 가시가 있는데요

 

사실 바꿀 게 많은데

 

다가올 쟁점을 얘기하면

 

제가 불길한 예언자가 된
기분이에요

 

그런 타성을 깨줘요

 

어디까지요?

 

무슨 뜻이죠?

 

깨야 하는 한도가
어디죠?

 

당신이 알려주세요

 

끝까지 가겠다면
싹 다 새로 생각해야죠

 

- 앉아요
- 고맙습니다

 

우리 작업을
가시화해 봐요

 

그래야 전달이 되죠

 

- 좋은 제안이 있나요?
- 딱 맞는 게 있어요

 

클라랑스 씨 원고
보셨죠?

 

난 회의적입니다

 

문자 메시지와 트윗을
모으는 건 아무나 해요

 

뜻밖의 유머가 있잖아요

 

새로운 유머는
아니잖아요

 

말라르메도
즉흥시를 출간했죠

 

- 말라르메까지야...
- 심지어 편지 주소도

 

'모네 씨, 계절은
그의 눈을 현혹 못 하니'

 

'외르주 베르농 지베르니에서
그림을 그리며 살아간다'

 

당황스러운데요

 

문자도
글쓰기의 한 유형이죠

 

누구나 쓰고 얘기해요

 

좀 지나치죠

 

트윗은 하이쿠고요
클라랑스 씨도 그랬죠

 

그 의견은 존중해요

 

종이책과 앱으로
동시에 내요

 

앱으로
못 읽을 것도 없죠

 

주저하시시네요
큰 인상을 줄 거예요

 

메일은 나온 적 있죠

 

- 그것 봐요
- 그건 편지니까요

 

편지엔 정성을 들이죠

 

손으로 쓰든
컴퓨터로 쓰든 똑같아요

 

카스텔리 서간집에도
메일이 있지만

 

굳이 강조는 안 했죠

 

- 다 낡은 패턴이에요
- 가차 없군요

 

 

몰입이 안 되네

 

집중력을 잃었어

 

또 탄피에 맞았어

 

- 잘되는 것 같아?
- 늘 똑같지

 

몸을 많이 써야 해

 

- 많이 힘들어?
- 조금은

 

하지만 기력을 쓰는 일도
나쁘지 않아

 

제롬도 머리보다
몸을 쓰는 게 편하대

 

솔직히 난 좀 질려
복수극이 너무 많아

 

복수는 구실이지

 

특히 폭력을 정당화하는
복수는 질색이야

 

지금 이게 싫어?

 

아니, 좋아
최선을 다하고 있고

 

근데 얻는 건 없어

 

- 남편과는 어때?
- 뭐, 잘 지내

 

- 무슨 일 있어?
- 딴 사람이 있나 봐

 

- 추측이야, 사실이야?
- 직감이지

 

직접 말해보지?

 

글쎄, 확신은 없어

 

항상 대화가 최선이야

 

아니, 사실이면
무슨 수가 있나?

 

거짓말할 텐데

 

헤어지는 게
내가 원하는 걸까?

 

- 위선 속에 살겠다고?
- 위선이 아니지

 

20년 내내 욕망을
유지할 순 없잖아

 

- 바람피워도 정당하다?
- 이미 피워

 

- 확신은 없다며?
- 아니면 장을 지지지

 

그럼 받아들일 거야?

 

날 더 사랑하면 했지
안 하진 않아

 

- 어째서?
- 죄책감을 느끼거든

 

날 잃을 순 있단 걸 알고
더 다가와

 

너답지 않네

 

부부 사이는
욕망이 전부가 아니야

 

제목은 정했나요?
어떤 주제죠?

 

아직요

 

또 베르퇴이에서
나오나요?

 

아직 그쪽에 줄지
정하진 않았어요

 

새롭게 시작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시간 됐는데
슬슬 시작할까요

 

시작하면 모일 거예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저희 금요 초대석 시간을

 

늘 사랑하고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평소보다
사람이 적은데...

 

날씨도 춥고
지하철 사고도 있었지만

 

초대손님을
기다리게 할 순 없죠

 

자, 레오나르 스피겔 씨

 

모시게 돼서 기쁩니다

 

작품이 녹록지 않으면서
은밀하던데...

 

첫 번째 질문입니다

 

'나직한 이별'은
자전적 소설이죠?

 

네, 모든 픽션은
어느 정도 자전적이죠

 

- 여주인공이...
- 솔랑주요?

 

소설에선 베로니크지만
아는 사람은 알겠더군요

 

모르는 사람도 있죠
솔랑주가 누군데요?

 

제가 누구를 모델로 하든
뭐가 중요하죠?

 

독자들은
각자의 기억과 상상으로

 

그녀를 대체하고
캐릭터를 만들어 가죠

 

하나하나 가공된
허구의 인물로요

 

제 생각은 그래요

 

질문 있으신 분?

 

네, 남자분

 

본인 책에 대한
논쟁은 어떤가요?

 

- 무슨 논쟁요?
- 인터넷에서요

 

인터넷이라면...

 

블로그요
당신 편도 있긴 해요

 

못 보셨나 본데
상당히 악의적이에요

 

전혀 몰랐어요

 

그게 나을 수 있어요

 

실존 인물을 모델로 쓸
권리가 있나요?

 

네, 작가들은
예전부터 그랬어요

 

답이 부족하네요

 

강간당한 심정이란
솔랑주 씨 글이

 

화제가 됐어요

 

우리 사이에
해묵은 과거가 있고

 

계속 절 괴롭히는데
일종의 보복인 거죠

 

당신 소설도
보복인가요?

 

아닙니다

 

그런 관점은
논쟁의 소지가 있네요

 

개인의 고유한 이미지는

 

본인의 소유라고도
할 수 있죠

 

돈벌이로 쓸 권리도요

 

이제 돈 얘기입니까?

 

내 인생을 써먹으려면
돈을 내셔야죠

 

네, 하지만 내 인생은
나와 타인들의 관계예요

 

주관적인 거고요

 

난 내 인생을 쓸
권리가 없나요?

 

명확한 답은 없는
질문이네요

 

동의 안 할 사람도 있죠
당신 전처처럼요

 

본인도 자기 얘기를
쓰고 싶다면요?

 

그건 그 여자 자유죠

 

아뇨, 당신이 쓴 이상
이미 훼손됐어요

 

이미지는
시장 가치가 있죠

 

상업적 가치는 없어요

 

아뇨, 그 증거로
당신은 책을 냈어요

 

판매되고
가치도 매겨졌죠

 

인생도 그래요

 

그녀에겐 청구권이 있죠

 

안녕하세요

 

당제르빌 씨

 

21호실입니다

 

- 다니엘손 씨죠?
- 네

 

- 10호실입니다
- 네

 

안녕하세요

 

- 블레즈입니다
- 반가워요

 

- 와주셔서 감사해요
- 저야말로요

 

로르예요, 우리 출판사
디지털 사업 담당이죠

 

- 연락은 주고받았죠
- 기계를 통해서요

 

- 여기 앉죠
- 네

 

의자 좀 쓸게요

 

- 마실 거는요?
- 전 맥주요

 

그래, 맥주가 좋겠군

 

맥주 두 잔
아니, 세 잔요

 

이번 토론의 진짜 주제는

 

전자화를 통한
문화 접근의 민주화예요

 

민주주의가 왜 나오죠?

 

모든 게 누구에게나
열리니까요

 

꼭 그렇진 않아요

 

하지만 전자화는
희망을 불러일으켜요

 

유토피아의 희망을요

 

네, 누구나 볼 수 있는
구글 전자책은 혁명이죠

 

2천만 권 이상을
전자화했고요

 

세계 최대의
가상 도서관이죠

 

구글이 글로 된 인류의
기억 전체를 인질로

 

사용자들을
광고주에게 판단 뜻이죠

 

- 자선 활동은 아니죠
- 논쟁거리예요

 

사업, 기업, 광고가
지식 전체의 유통을

 

책임질 수 있단 게
현대적 사고라지만

 

난 납득이 안 돼요

 

출판도 사업인데요

 

안타까울 순 있지만
되돌아갈 순 없어요

 

요즘 세상이 그래요
말도 없이 지나가 버리죠

 

도서관을 뒤지는 건
곧 무의미해져요

 

도서관은 책 창고가 되고
내용은 가상 공간에 있죠

 

고마워요

 

좋은 걸까요
나쁜 걸까요?

 

물론 좋은 거죠

 

어떤 점이 나쁘죠?

 

소설가에게 물어봐요

 

정확히 묘사하고
기억을 확인하고 싶겠죠

 

과학자는 자기 분야의
연구 목록이 필요하고요

 

시립도서관 표지판을
오다가 봤어요

 

멀티미디어관이죠
CD, DVD도 있어요

 

이용객이 많나요?

 

요즘은 애들이 많죠
책을 좋아해요

 

따뜻하고 인터넷이 있어
노숙자도 오고

 

종자교환실 때문에
노인들도 와요

 

종자교환실이 뭐죠?

 

선반에 씨앗을 보관하고
서로 교환하죠

 

그런 구성들이
곧 필요 없어질 거예요

 

방향 전환이 불가피하죠

 

- 나가봐야겠어
- 더 있어

 

블레즈랑 아침 먹어야지

 

생각해봤는데
네 말엔 동의 못 하겠어

 

무슨 말?

 

베리만의
'겨울빛' 알지?

 

그 감독 영화는 못 봤어
추천작이야?

 

목사가 신앙심을
잃었지만

 

그래도 텅 빈 교회에서
목회를 해

 

- 당신이 목사라고?
- 아니

 

교회도
완전히 빈 건 아니고

 

무슨 소리야?

 

핵심은 믿음이지
그게 우리는 달라

 

- 더 모르겠어
- 종교 얘기가 아니야

 

우리가 헌신하는 책이란
개념이 우릴 추월했어

 

아니, 오히려
개념을 검토하고

 

우리가 변화를
추월할 수도 있어

 

- 왜 웃어?
- 넌 뭐든 디지털이야

 

그런 게 디지털의 과제야
관습과 기준을 넘어선

 

인간의 재발견이지

 

내 말의 핵심은
변화가 아니라

 

정체성의 유지야

 

세월을 거쳐온 개념을
우린 보관해야 해

 

아무리 불신하고
교회가 비어 있더라도

 

확실히 당신은 목사야

 

이건 그냥 비유지

 

때론 자명한 걸 거부하고
믿음을 지켜야 해

 

토론회에서
그 얘길 할 거야?

 

아니, 사람들이
관심 있을 얘기

 

어떻게 전자 편집의
비중이 커지게 됐나

 

곧 유일해질 거야

 

그래, 계속 그렇게 믿어

 

발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출판계의 통념들에
문제를 제기하셨네요

 

미래를 말하다 보니
좀 사변적이죠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질문들이에요

 

청중분들도
질문이 있을 것 같은데요

 

네, 남자분

 

통속적인 질문인데

 

문제는 돈 아닐까요?
책이 너무 비싸요

 

하지만
킨들판은 반값이죠

 

네, 가난한 은퇴자에겐
큰 차이죠

 

맞아요, 가상 공간의 책은
제작비가 안 드는데...

 

그게 큰 문제인가요?

 

문제 중 하나긴 하죠

 

우린 돈과 권력을
존중하는 사회에서 살죠

 

비싼 책일수록
더 존중받고요

 

책의 민주화를 말하며
고가의 책을 찬성하는 건

 

모순되는 말 같군요

 

제가 민주화에
찬성한댔나요?

 

농담입니다

 

단, 책의 가치를 높이는 게
나쁜 건 아니겠죠

 

'에스프레소 북 머신'은
어떤가요?

 

잘 모르는 분들도
계실 텐데

 

'에스프레소 북 머신'은
주문형 인쇄기죠

 

서점에 설치하고요

 

화면에서 책을 고르고
버튼을 누르면

 

5분 만에
책이 인쇄되죠

 

인쇄소와 똑같이요

 

똑같단 건 과장이죠

 

애서가의 향수인가요?

 

미국에서도 정성 들인
양장본은 잘 팔립니다

 

그게 소진돼야
보급판이 나오죠

 

그만해

 

놔줘

 

놔줘, 늦겠어

 

안 돼, 미쳤어?

 

그만해

 

레오나르?

 

저기 앉자

 

- 자기 원고 읽었어
- 오래 걸렸네

 

너무 나갔더라

 

진짜 내가
제니아랑 닮았어?

 

제니아는
허구 속의 인물이야

 

그렇지만 너무 명백해

 

날 아는 사람은
쉽게 알아볼 거야

 

하지만 알랭도
눈치 못 챘어

 

그 사람은 뭐래?

 

내가 은근슬쩍 떠봤거든

 

스테파니 볼코브스키를
모델로 했다고

 

- 스테파니?
- 연막작전이지

 

내가 그 여자 닮았어?

 

아니, 그냥 그 이름이
떠올랐어

 

- 그 저질 토크쇼를 봐?
- 아니, 난 안 보지

 

나도 안 봐

 

나랑 사귄 걸
알랭이 알거든

 

그게 자랑이다!

 

테일러 스위프트랬으면
알랭이 더 믿었겠지만...

 

듣기엔 그게 낫네

 

그리고 다른 사실도
맘대로 갖다 썼잖아

 

그래?
예를 들면?

 

극장에서
빨아주는 장면

 

- 똑같진 않잖아
- 그래, 다르지

 

그때 본 건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니까

 

그래, 제목을 바꿨잖아

 

고상하게 하네케 감독의
'하얀 리본'으로

 

- 허구로 대체하는 거야
- 누가 뭐래?

 

고난 주간이
세비야의 주말이 되고

 

- 맞아
- 사실과 다르지

 

원랜 브리브에서 열린
도서전이었지

 

세비야가 근사하긴 해

 

훨씬 소설적이지

 

소설적인 걸
싫어했잖아

 

아니, 회귀하는 것 같아

 

한발씩 돌아오고 있어

 

나가서 한 대 피울까?

 

- 누구랑 세비야에 갔어?
- 가본 적 없어

 

위키나 구글로 쓴 건데
꽤 그럴듯하지?

 

그 장면이 좋았어

 

순례 행렬을 놓쳐서
알카사르 공원에 갔잖아

 

정말 근사한 정원 같더라

 

- 우리 세비야 갈까?
- 언제든지

 

알랭이 정말
눈치 못 챘을까?

 

응, 확실해

 

근데 책은 안 내주고

 

그래서 좀 좌절했어

 

난 좋던데
네 수작 중 하나야

 

- 알랭한테도 말했어?
- 응

 

- 효과는?
- 없었어

 

거의 반응을 안 하던데

 

알랭의 복수일까?

 

뭘 아는 것 같아?

 

나야 전혀 모르지

 

무의식적인
의심일 수도 있고

 

- 그럼 무의식적으로...
- 촉이 오겠지

 

- 그래서 내 책을 안 내?
- 아마도

 

고마워요, 잘 왔어요

 

발레리, 어서 와

 

- 늦어서 미안해
- 포기하고 있었어

 

라발에서 막 왔어

 

옷은 나한테 줘

 

모두 잘 있었어?

 

늦어서 미안해
라발에서 막 왔어

 

- 계속 전화했었어
- 배터리가 없었어

 

- 두 대 다?
- 응

 

카페라도 가지

 

- 여기서 충전할래?
- 그래, 고마워

 

근데 라발이 어디야?

 

마옌주에 있어

 

몰라서 미안한데
마옌주는 어디야?

 

농담이지?
나 놀리는 거지?

 

남쪽이야?
아니면 동쪽, 서쪽?

 

- 중남부지?
- 피에르 라발 때문에?

 

그 총리 고향과는
상관없어

 

- 시장도 했지
- 근데 정말 심하다

 

- 라발을 몰라?
- 그게 뭐?

 

파리에서 '테제베'로
90분이면 가는데

 

- '테제베'는 알지?
- 난 안 타봐서 몰라

 

자, 진정해

 

응, 마침 필요했어

 

- 건배
- 건배

 

자네 '구렁텅이'
재미있게 잘 읽었어

 

현실과 픽션이
섞여 있던데

 

일은 잘됐어?

 

잘 물어봤어
완전히 망했어

 

사장이 꽉 막혀서
분쟁만 더 심해졌어

 

선거에도
악영향을 줄 거야

 

다비드의 이미지는
살겠지

 

무슨 뜻이지?

 

노동자 편에 서면
덜 밋밋해 보일 거야

 

이미지가 아니라
실제 그래

 

사회 운동을 위해
정치를 해

 

정치는 당선되려고
하는 거고

 

자기는 뭘 끄덕대?
물론 당선이 목표지

 

당연한 거 아냐?

 

지려고 하겠어?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래서 이미지 관리를
잘하고 있다고

 

신념이 있는 분이야

 

신념이 있다고
홍보를 하는 거지

 

노동자와 찍은 사진은
꽤 유용해

 

너무 냉소적이네

 

안 그래?

 

다 됐어

 

예전처럼 정치를
할 순 없어

 

시대가 달라졌어

 

그래서 어떻게 할까?

 

소프트를 바꿔

 

현실이 소프트야
그건 안 변해

 

세금, 일자리, 교육, 안전

 

- 그거보단 복잡해
- 아니, 단순해

 

실제 기온과
체감 기온이 있듯

 

실제와 체감은
다른 거야

 

실제만큼 체감도
고려해야지

 

체감을
어떻게 측정하지?

 

정보나
막연한 분위기로

 

- 더 이상 정보란 없어
- 아니, 있거든

 

다만 정보의
슈퍼마켓이 있어서

 

장 보듯 정보를
카트에 담는 거지

 

인터넷에선 장 볼 곳까지
고를 수 있고

 

자기 의견에 맞춰
읽고 싶은 것만 읽지

 

발원지도 따져봐야지

 

나도 나름
거르긴 하지만...

 

사실 사람들은
다 걸러낼 줄 알아

 

뭐가 그렇게 웃겨?

 

재밌는 사진이 있어서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포스터를 친구가 보냈어

 

그럼 같이 봐

 

아냐, 왜 웃긴지
설명하려면 힘들어

 

핸드폰은 놓고
좀 어울리지?

 

잠깐만, 끌게

 

- 하나만 빌릴게
- 슬림인데 괜찮아?

 

좋아, 고마워

 

- 갔다 올게
- 그래

 

난 발레리 말에 동의해

 

정치는 현장 활동이야

 

그게 다는 아냐

 

하지만 현장에서
시작해야지

 

현장에서 구체적 결과가
나올 때만 그렇지

 

- 즉각적으로?
- 그래, 즉각적으로

 

불가능해
정치는 장기적인 거야

 

다비드를 싫어하진 않아
나름 괜찮지

 

- '나름 괜찮다'고?
- 나도 좋아해

 

하지만 정치인의 말은
거의 실현 안 되잖아

 

맞아, 그래서
신뢰를 안 하지

 

누가 신뢰 안 하는데?
너?

 

- 사람들이
- 무슨 사람들?

 

- 사람들은 사람들이지
- 그럼 네 생각은?

 

난 그냥 관찰자야

 

그래, 생각을 안 하는 게
가장 쉽지

 

춥다

 

여론은 매일 움직여

 

네가 싫어하는 홍보는
실시간 전쟁터고

 

그래서 수단, 방법
가리지 말라?

 

그런 게 탈진실이지

 

오래전부터
탈진실의 시대야

 

탈진실이 뭔데?

 

각자의 선입관이 정해준
허구 세계에서 사는 거지

 

사람들이
그렇게 순진한가?

 

불확실한 세계에서는
모두 확신을 원하니까

 

메시지의 숨은 의도도
해석 못 하고?

 

오히려 아주 선명하게
X선 사진을 찍는 것 같아

 

- 넌 낙관적이네
- 아니지

 

난 이 선명함이
아무 쓸모 없다는 거야

 

다들 날 너무 힘들게 해

 

뭐가?
다 좋은 사람들인데

 

좋은 사람이라고?

 

좋은 사람 다 얼어 죽었네

 

정치가와 다비드만
계속 씹어대고...

 

- 물 마실래?
- 그래

 

너무 예민하지 마
악의는 없어

 

- 얼마나 음험한데
- 카스탕은 그랬지

 

- 다른 사람도
- 그 정돈 아니야

 

그렇다고 해

 

난 카스탕이 좋아

 

퉁명해도 '구렁텅이'는
흥미롭고 괜찮은 책이야

 

원래 알랭이
출간 안 하려 했다며

 

하지만 대박이 났지

 

그래서 그 헛소리가
정당하다고?

 

다는 아냐
정치계 경험이 있다고

 

- 인정해줘
- 그냥 정치부 기자였어

 

아무튼 현장은 알잖아

 

현장 얘기 좀 그만해

 

현장의 사람과 친한 거지
본인은 몰라

 

그 친구를 나쁘게 보네

 

그래
좋게 볼 이유가 없지

 

난 죽어라고 일하고
욕먹는데

 

누가 당신 욕을 해?

 

그 말투 못 들었어?

 

정치를 무시하는 투로
말하잖아

 

요즘 사람들은
다 그렇게 말해

 

- 그건 이유가 안 돼
- 가지 마

 

싫어, 손 치워

 

나 간다고

 

당신 말고
다비드를 욕한 거야

 

알아
그래서 더 화난다고

 

- 다비드를 알잖아?
- 난 잘 알지

 

어떻게 생각해?

 

열심히 일하고, 성실하고
참여적이고...

 

맞아

 

하지만 표를 주기엔
뭔가 꿈이 없어

 

꿈꾸려고 투표해?

 

- 아니지
- 그럼 뭐가 어때서?

 

좋은 사람이야

 

하지만
그런 호감을 넘어서

 

내 정치적 소신과 달라

 

누가 당신 정치적 소신과
맞는데?

 

글쎄...

 

- 그래, 칭기즈칸
- 진짜?

 

- 아틸라도
- 아틸라?

 

- 응
- 훌륭하네

 

- 살인마 잭은?
- 그래, 훨씬 정확해

 

- 그렇구나
- 응, 맞아

 

난 한 번도 기존 질서에
찬동한 적이 없어

 

맞아, 무질서한 걸
좋아하지

 

권위적인 것과도
사이가 나쁘고

 

권위의 반대가 뭐지?

 

혼돈이겠지

 

혼돈이 더 맞겠다
그게 좋아?

 

이론적으론 그래
더 생산적이니까

 

이론적으로?

 

현실적으로도
잘 작동하는진 모르겠어

 

당신 바람피우지?

 

- 갑자기 왜...
- 아까 문득 생각났는데

 

날 위해
담아두진 않으려고

 

- 언제?
- 저녁에 문자 볼 때

 

- 말도 안 돼
- 왠지 당신 웃는 게...

 

- 어떻게 웃었는데?
- 또 바로 지웠잖아

 

- 그건 반사적으로...
- 자기 무덤 파지 마

 

- 지금 날 떠보는데...
- 날 사랑해?

 

 

난 당신 사랑하니까...

 

진짜거든

 

혹시 우리 마음이
안 맞더라도...

 

특히나 우린 맞는 게
없으니까...

 

어서들 오게

 

길 찾기 힘들었지?
안내판이 안 좋아서

 

내비를 따라왔죠

 

잘 지냈어요?

 

얼굴 보기 힘드네

 

- 오다가 샀어요
- 이럴 거 없는데

 

맛은 보장 못 해요
내가 아는 곳이 닫혀서요

 

의도적이지?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기 퐁빌, 알랭 다니엘손
둘은 구면이지?

 

- 대학 동문 맞죠?
- 2년 차이죠

 

안녕하세요

 

셀레나는 다들 알지?

 

'결판' 시즌2
정말 재밌게 봤어요

 

- '결판'이 뭐지?
- 모르세요?

 

드라마예요, 보세요

 

- '결판' 말고 '결탁'요
- 맞아요, '결탁'

 

'결탁'과 '결판'은 다르죠

 

그 제목이 더 좋네요

 

난 완전 팬이에요

 

한순간도 안 쉬고
계속 긴장돼요

 

미국 드라마
못지않더군요

 

경찰 역이
어렵진 않아요?

 

경찰은 아니고
위기대처 전문가죠

 

힘을 많이 쓰는
역이던데요

 

몸으로 연기하는 것도
좋아요

 

한 인물을 오래하는 것도
재미있고요

 

이젠 길에서도
절 알아봐요

 

- 예전보다도요?
- 천지 차이죠

 

라스 노렌의 연극을 할 땐
대중적이진 않았잖아요

 

- 커피 줄까?
- 고맙습니다

 

- 알랭, 자네도?
- 아니요

 

- 어제 시합 봤나?
- 아뇨, 보러 가셨어요?

 

진짜 말도 말게

 

5분 만에
페널티킥을 줬죠

 

그 뒤로 헛발질만 하고

 

- 왼패했죠
- 완패야

 

- 자비에 드우라고 알지?
- 통신사를 하는...

 

다른 일도 많이 하지
괜찮은 친구야

 

- 인디 록 팬이고
- 그래요?

 

이력이 꽤 특이하지

 

성인 채팅방으로 시작해
데이트 사이트를 열고...

 

저도 신문에서 읽었어요

 

이제 미디어 사업을
하려는데

 

콘텐츠가 필요하대

 

핸드폰으로요?

 

그래, 전투 자금은 모았고

 

새로운 걸 매수하려나 봐

 

매각하시게요?

 

출판이 전망이 밝진 않지

 

적자인 분야도 아니죠

 

회복하려고
3년을 쏟았어요

 

그래서 성공했나?

 

수치를 아시잖아요
궤도에 들어섰어요

 

주주들은 궤도가 아니라
이익을 바라네

 

명성도 있죠

 

명성을 돈으로 바꿔오게
아니면 관심 없네

 

왜 출판업에 투자하셨죠?

 

전자책 판매가
폭등할 줄 알았지

 

분석가들이 그랬어
자네가 최초였고

 

- 그게 미래라며
- 곧 다가올 겁니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야

 

16년에 판매량이
15%나 폭락했어

 

미국의 통계야

 

- 15%면 크군요
- 실제 경향이 그래

 

원인은요?

 

가격 상승을
독자가 못 따라갔어

 

그래도 종이책보단 싸죠

 

그래, 아무튼
지금이 중요한 고비야

 

그런데 말이야
종이책 판매는 늘었어

 

모순적이네요

 

독서 습관이
빠르게 변해 가

 

진짜 치고 나오는 건
오디오북이야

 

네, 저도 압니다

 

스타들이 녹음한
오디오북요

 

맞아, 스타들의 오디오북

 

점점 리더기보단
태블릿, 스마트폰으로 봐

 

스마트폰요?

 

그래, 책을 스마트폰으로
읽다니 참 이상해

 

그래서
통신업과 제휴를?

 

- 그렇지
- 드우 씨의 제안은요?

 

시장 상황에 맞춰
알려주겠지

 

팔아야 할 때야

 

베르퇴이 출판사를
파시게요?

 

그런 유혹을 느껴

 

팔면
더 어깨를 펴고 다니고

 

돈도 상당히 만지겠지

 

내가 먼저 묻겠네
어떻게 생각하나?

 

- 매각요?
- 아니, E북 말이네

 

아직 성장할 여지가
있을까?

 

아님 죽은 걸까?

 

셀레나가 레오나르의
새 원고를 읽었대요

 

그래?
난 처음 듣는데

 

수작 중의 하나래요

 

제 생각에는요

 

저도 '창설'을 좋아해요

 

옛날 작품이에요

 

'경찰 보고서'도요

 

그건 별로 안 팔렸죠

 

신작 제목은 뭐죠?

 

- 잊었네요
- '마침표'요

 

맞아요, '마침표'예요

 

- 원하시는 게 뭐였어?
- 매각

 

당신도 같이 팔리고?

 

오너가 바뀌면 전략도
바뀔 테니, 난 알 수 없지

 

매각을 결심하셨어?

 

아니
확실한 제안은 없었대

 

드우 씨와 협상 중인가 봐

 

드우가 누구지?

 

디지털 사업으로 돈을 번
수상한 자본가야

 

출판계도 디지털로
곧 넘어갈 거라더니

 

근데 현황은 정반대야

 

잘 알아봐

 

작전을 잘 짰던데
훌륭해

 

- 무슨 얘기야?
- 레오나르 책 말이야

 

강요하는 건 아냐

 

그냥 난 재밌게 읽었다고

 

따지는 거 아냐

 

왜 출간은 안 해?

 

왜 내가 하길 바라는데?

 

- 솔직히 말해?
- 꼭 그럴 필요는 없고

 

처음으로
자기를 드러냈어

 

- 분명하게
- 늘 같은 자기분석에...

 

그 이상이야

 

안녕하세요

 

- 5번 주유대요
- 92유로입니다

 

이것도요

 

네, 이것도

 

자기비하란 구실로
남을 모욕하는 데 질렸어

 

이번 글은 덜 하던데

 

불 좀 켜줘

 

마르탱은 어디 갔어?

 

우리 엄마 집에

 

언제 데려오신대?

 

모르겠네
동물원에 갔어

 

숙제할 시간은 있겠지?

 

버스가 막히나 봐

 

소리 좀 낮춰

 

- 귀청 떨어지겠네
- 미안해

 

레오나르와 제자리걸음만
하는 게 싫어

 

새편집자를 찾는 게
나을 거야

 

그게 아니지

 

그가 자유를 찾으니
당신이 놔주는 거야

 

왜 그렇게 말하지?

 

물러나서 보면 보여

 

두 사람의 관계는
이미 소진됐어

 

여자 얘기를 하는
방식이 싫어

 

예를 들어서?

 

8번 채널 토크쇼 진행자
이름이 뭐였지?

 

- 스테파니
- 맞아, 스테파니

 

둘이 잔 거는
세상이 다 알거든

 

그런데?

 

이름만 바꿨지
읽어보면 누구나 알아

 

- 제니아?
- 그래, 뻔하잖아

 

난 전혀 몰랐는데

 

당신만 그럴 거야

 

그런 거까지 뒤질 사람이
열 명이나 되겠어?

 

차 타주면 마실래?

 

좋지

 

'하얀 리본' 극장 장면이
거슬리지 않았어?

 

- 좋은 영화야
- 우리 둘이 같이 봤지

 

맞아, 그랬어

 

아주 노골적이야

 

극장에서 한 짓?

 

자기만족에 차서
묘사했겠지

 

그래서?

 

여자는
난처하지 않았을까?

 

그게 맘에 안 들어?

 

세비야의
터키탕 장면도

 

그건 뭐가 문젠데?

 

- 여자를 물건처럼 다뤄
- 그게 여자 취향이면?

 

응, 그런 뉘앙스로 썼지

 

하지만 난 불편해

 

좋은 작품인지가
중요한 거 아냐?

 

하지만 난 스테파니가
정말로 불편해

 

무슨 상관인데?

 

토크쇼를 보면
'하얀 리본'이 생각나

 

- 그만해
- 막 혼란스럽고

 

그만하라니까

 

선택의 여지가 없어
출간해야 해

 

왜?
하고 싶은 대로 해

 

10년 만에 회장님이
책에 관심을 보였어

 

그 애인이
팬인 것 같더라

 

그래, 그게 그거지

 

내 생각도 같아

 

아직 알랭을
설득 못 했어

 

끊을게

 

내 열쇠 돌려줄래?

 

생각이 안 바뀌었어?
끝낼 거야?

 

알랭 때문에?

 

네 문자 읽었어

 

- 언제부터 본 거야?
- 예전부터

 

- 하나 줄까?
- 아니, 난 됐어

 

- 알랭 때문은 아냐
- 조금도?

 

- 넌 여자를 좋아하잖아
- 맞아

 

근데 여자만은 아냐

 

알랭과 진지해?

 

곧 식을 거야
양쪽 다

 

그래도 친구로 남겠지

 

계속 안 사귀고?

 

아내와 아이를
절대 버리진 않을 거야

 

그게 더 맞고

 

내가 떠나야지

 

어디로?

 

아직 비밀이야

 

헤드헌터와 만났어

 

꽤 매력적인 제안이야

 

미디어 그룹의
유럽 마케팅 팀장 자리야

 

- 근무지는?
- 런던

 

예전에 살았었어

 

감사합니다
좋은 시간 되세요

 

네, 수고하세요

 

문학 비평의 미래에 관한
자기 보고서 봤어

 

읽을 시간이 됐어?

 

훑어만 봤지
긍정적이진 않더군

 

그게 팩트야
인터넷으로 취합했어

 

자기는
관심 있는 것만 보지

 

그게 요즘 경향이야?

 

비평이 매출에 주는
영향이 크게 줄었어

 

어떻게 급변할지 봐야 해

 

- 신문 독자도 줄었고?
- 맞아

 

하지만 인터넷판 독자는
늘었잖아

 

블로그 독자도

 

- 그럼 뭐가 변했지?
- 웹에 쓸 땐 글이 달라

 

예를 들어 프로그램이
잘 분류할 수 있게

 

키워드를
많이 신경 쓰지

 

무슨 프로그램?

 

검색 엔진을 위한
정보 관리 프로그램

 

제목이 잘 뜨는지
시험해봐

 

잘 안 뜨면
제목을 바꾸고?

 

당연하지

 

뭘 바라는 거야?

 

검색되든 안 되든
비평은 판매에 영향을 줘

 

다만 제한적이지

 

비평가의 주관과
목표 독자의 주관은 달라

 

- 난 목표 독자가 없어
- 아니, 있어

 

팔려고
책을 내는 거잖아

 

관심 있을 사람에게
알릴수록 잘 나가고

 

- 난 그런 논리가 싫어
- 하지만 그렇게 해왔지

 

평론가의 점심 대신에
잠재 독자를 찾아가 봐

 

중개자의 주관은
필요 없어

 

이젠 알고리즘이 있다고

 

알고리즘으로
뭘 하는데?

 

개인정보를 조합하지

 

자기가 기저귀를 샀는지
이스라엘에 갈 건지

 

동남아 영화를 봤는지
대니 분 신작을 봤는지

 

- 게이 사진을 찾는지...
- 알겠어

 

자기를 타깃으로
취향을 예측하지

 

어렵지 않아
아마존의 추천목록을 봐

 

꽤 맞잖아

 

소비 분석 알고리즘이

 

자만과 권위에 빠진
비평가보다

 

앞으론 더 신뢰받을 거야

 

아주 신랄하네

 

이제 모든 권위가
재검토되고 있어

 

알고리즘은
토론에 참여 못 하지

 

분석, 성찰, 예술사
그런 건 다른 얘기야

 

의견은 블로그가
계속 내겠지

 

핵심은 판매야

 

판매는 해보기 전엔
절대 아무도 몰라

 

설문 조사 결과는 달라

 

결과가 어떤데?

 

음반구매자, 관객, 독자를
움직이게 하는 건

 

추천 수, 트위터 유명인
페이스북 친구들이야

 

그 추천 수의 대부분은

 

해커가 돈을 받고
올려주잖아

 

진짜든 조작이든 그게
지금의 감수성과 맞아

 

그게 좋은 거 같아?

 

그건 생각 안 해

 

- 회사로 가?
- 응, 짐이 있어

 

- 자기는?
- 차 키를 두고 왔어

 

내 책상에 있던데

 

- 선물이야
- 선물?

 

무슨 선물?

 

- 알잖아
- 몰라

 

- 이별 선물이야
- 어째서?

 

네가 떠나니까

 

어떻게 알았어?

 

그냥 알았어

 

- 오래됐어?
- 실시간으로 알았어

 

에밀린 리텐베르그
알지?

 

- 나 대신 와?
- 답을 기다리고 있어

 

야심이 큰 친구야

 

특히 돈을 좋아하고

 

- 나보다 많이 받아?
- 그럴 거야

 

난 돈을 안 좋아해서?

 

다른 것들을
좋아하잖아

 

- 섹스 말고 또?
- 섹스 말고, 글쎄...

 

권력?

 

- 아닌 거 알잖아
- 따져봐야지

 

출판도, 본인 식대로지만

 

다르게 했다면
돈을 더 벌었을 거야

 

사실 넌 말하는 것보단
문학에 애착이 큰 것 같아

 

아빠가 소설가였어

 

아버지 시도 읽었어

 

- 몰랐는데
- 아주 좋아해

 

두 제안 중 여기서
내가 유용할 것 같았어

 

어떤 면에서?

 

21세기 출판을
고심하는 데 동참하려고

 

재발견일 수도 있고

 

그럴 필요가 있나?

 

곧 변할 거야
근본적으로

 

난 너 정도 확신은 없어

 

다 변할 거야

 

끌려가지 말고
원하는 변화를 선택해

 

'표범'에서 살리나의
마지막 말 기억해?

 

'아무것도 안 변하려면
모든 게 변해야 한다'

 

정확해

 

이상한 대사야

 

- 왜?
- 이젠 개나 소나 쓰잖아

 

고마워, 날 위해
천박한 말을 해줘서

 

그런 뜻이 아니고

 

람페두사가 집필했던
50년 전보다

 

지금 시급한 말이야

 

한 세계가
끝나가니까?

 

응, 더 많은 이유가
있는 것 같아

 

안녕하세요

 

크림 커피로 마실게요

 

물도 한 잔 주시고요

 

우리 동네까지 와서
고마워

 

촬영 스케줄 때문에
어쩔 수 없었어

 

괜찮아

 

에스프레소 더블이랑
오렌지 주스요

 

책 가져왔어
어제저녁에 도착했어

 

고마워

 

헌사도 적었어

 

'셀레나에게...'

 

고마워

 

'마침표'라...
제목이 좀 과한데

 

왜?

 

꼭 마지막 소설 같잖아

 

지적 고마워

 

- 뭐 한 거야?
- 그냥 나무를 쳤어

 

- 나무 아니야
- 그럼 뭐지?

 

시트지겠지
아무튼 나무는 아니야

 

'소멸'을 쓰고 죽은
베른하르트 같잖아

 

오늘 내 멘탈을
흔들기로 작정했어?

 

농담이야

 

아무튼 좋은 취향은
아니지

 

제목에 대해
일찍 말해주든지

 

미처 생각 못 했는데

 

인쇄된 걸 보니까 문득...

 

내 문자는
답 안 할 거야?

 

 

내가 추리해야 해?

 

알아서 해

 

드라마 때문에 바쁘고
시간이 없어서?

 

시간의 문제는 아니야

 

문제는...

 

- 지쳤어
- 지쳤다고?

 

사귄 지 얼마나 됐지?

 

일단 '사귀었다'는 건
좀 과장이고

 

우린 좀 사연이
있는 거지

 

아주 비건설적인...

 

6년이야

 

- 그 정도는 아닐걸?
- 세어봐

 

- 얼음은 빼줘요
- 네

 

순 얼음이고 주스가 없어

 

그래서 나폴리도
같이 안 갈 거야?

 

감정은
상호적인 거라잖아

 

네가 원치 않기 때문에
내가 안 가는 걸 수 있어

 

헤어지잔 말을
시도 중인 거지?

 

시도 이상인 것 같은데

 

나한테 시간을 조금 줘

 

- 한번 노력해보면...
- 다 끝난 일이야

 

지금 말로 못 박아

 

질질 얘기할 시간 없어

 

나 오늘 바빠
교외에서 촬영이 있어

 

고마워요

 

- 당장 가야 해?
- 아니, 그건 아니고

 

하나만
확실히 부탁할게

 

이거 책에 쓰지 마

 

안 쓸게

 

아무리 쓰고 싶어도...

 

그래, 안 할게

 

그러면 용서 안 할 거야

 

- 약속해
- 이젠 네 책 못 살려줘

 

알아, 약속한다니까

 

- 박살을 낼 거야
- 응, 그러겠지

 

진짜 죽여버려

 

- 확실히 알아들었어
- 또 말할까?

 

아냐, 괜찮아
다 알아들었어

 

같이 우버 탈까?
바스티유 쪽인데

 

난 커피 마저 마실게

 

오늘 라디오 방송이 있어

 

공개 방송도 많아요

 

선거처럼 특별한 날엔
아침 뉴스도 하고

 

나기 씨의 토크쇼
저녁엔 '가면과 펜'

 

'뭅'이나 'FIP'의
연주회

 

'프랑스 인터' 연주회도요

 

앉아계세요
생방 전에 다시 오죠

 

- 필요한 거 있어요?
- 아뇨

 

- 곧 올게요
- 네

 

이 틈에
짧게 정리해 드릴게요

 

이번 주 발매라
아직 별건 없어요

 

- 무슨 걱정 있어요?
- 아니요

 

'페미나'의 필진이
이 책을 좋아해요

 

'페미나'요?

 

생각보다 독자가 많아요

 

블로그도 인기가 많고

 

슐츠 씨는
아직 답이 없지만...

 

됐어요, 날 싫어해요

 

내가 책을 전했는데
좋아했어요

 

'마침표'란 제목도
아주 좋대요

 

작가님 안부도 묻길래
얘기 좀 했죠

 

고등학교 동창인데
절대 호평을 안 써줘요

 

하지만
'경찰 보고서' 때는

 

호평 아니었나요?
본인이 그러던데

 

읽어봤어요?

 

8년 전이라
학생이었어요

 

방울뱀 같은 놈이죠

 

자, 따라오세요

 

노란 마이크 자리예요

 

- 잘 지냈나?
- 네

 

레오나르 스피겔 씨를
모셨습니다

 

'창설'과 '나직한 이별'로
유명한데요

 

'마침표'란 신작으로
돌아오셨죠

 

우선 이게
진짜 소설인가요?

 

전 소설이라고
주장합니다

 

네, 하지만
팩션이기도 하죠?

 

그런 말을 쓰던데
전 그 뜻을 모르겠어요

 

한번 살펴봅시다
화자 이름이 '레오나르'고

 

- 네
- 소설가죠?

 

사는 동네와
아파트도 같고요

 

당신을 아는 사람에겐
당신 사생활이 엿보이죠

 

그렇게 단순하진 않아요

 

하지만 명백하죠

 

그리고
미카엘 하네케가 알면

 

좋아하지 않을
화끈한 장면이 있죠

 

- 네
- '하얀 리본'이 나와요

 

꽤 당혹스러웠어요

 

네, 웃으라고 넣은
장면이기도 하죠

 

유머 감각은 다르다 쳐도
나치즘을 다룬 영화인데

 

불편하지 않을까요?

 

스피겔 씨?

 

팩션 얘기로 돌아가죠

 

'하얀 리본'의 줄거리를
말해주세요

 

네...
얼마든지요

 

말씀하시죠

 

간략하게만요

 

그러니까
독일이 배경인 영화인데

 

1차 대전 직전이고

 

그래서 시대극이죠

 

트윗이 좀 올라왔는데
긍정적이네요

 

보여줘요

 

다는 아니네요

 

네, 사람들이
많이 듣진 않았어요

 

계속 재방송할 거예요

 

여보세요

 

라디오 들었어
진행자가 날카롭던데

 

응, 맞아

 

진짜 안 봐주더라

 

전혀

 

좋은 진행자야
립서비스는 쫙 빼고

 

맞아
그런데 난 어땠어?

 

평소보다 덜 버벅대서
깜짝 놀랐어

 

미안, 전화가 오네

 

다비드야
받아야겠어

 

꼭 받아야 해

 

네, 의원님
잠시만요

 

- 다시 통화해
- 응

 

네, 의원님

 

뭐라고요?

 

말도 안 돼요

 

그건 아니겠죠?

 

이해가 안 되네요

 

네, 경찰이요?

 

일단 끊어봐요
지금 제가 갈게요

 

아니, 진짜
무슨 생각이에요?

 

솔직히 말하면
처음이 아니야

 

- 말해줬어야죠?
- 그래야 하나?

 

- 더 심한 게 있어요?
- 아니

 

경찰만 말 안 하면 돼

 

분명히 새나갈 거예요

 

정치인은 투명해야 해요

 

누드라도 될까?

 

모범이 되라는 거죠

 

모범?
훈계하지 말게

 

그럼 먼저 하시죠
정치인은 훈계가 일이니

 

- 같은 거로요
- 위스키입니다

 

네, 딱 그게 필요해요

 

공적 윤리와
사생활은 다르네

 

똑같아요

 

성인 간에 합의한 일이야

 

하지만 숨기는 순간
수상해져요

 

- 그게 정상인가?
- 중요한 건 여론이에요

 

우리한테 투명하란
작자들 사생활은 좋나?

 

그들은 정치를 안 하죠

 

난 공익을 위해...

 

당신이 공익을 위한단 거
아무도 안 믿거든요

 

자기만족이나 돈을 위해
한다고 생각하지

 

- 아니야
- 하지만 그렇게 보여요

 

이렇게 됐으니
반듯해지세요

 

가정적인 일부일처
이성애자가 되란 건가?

 

그런 건 요구 안 해요

 

동성애자 정치인도 많고
다들 신경 안 써요

 

그럴까?

 

하지만 누가 길에서
성매매로 체포되래요?

 

이미지가
추락할 거라고요

 

진짜 걸리지나 말든가

 

그게 말이 쉽지...

 

범죄고
벌금도 내야 한다고요

 

350유로야

 

- 별일 없었지?
- 아니

 

다비드를 만났는데
정말 실망했어

 

왜?

 

말은 못 하는데
실망했어

 

자긴 말이 많거나
하다 말아

 

실망했는데
이유는 말 못 해

 

제발 자꾸 묻지 마

 

- 뭐 마실래?
- 많이 마셨어

 

할 얘기가 있어

 

꼭 안 해도 돼

 

- 안 궁금해?
- 궁금하지만

 

말 안 하는 게
나은 것도 있어

 

- 부부 사이엔 아니지
- 특히 부부 사이니까

 

당신은 은폐나 위선이
있다고 믿어?

 

응, 믿어

 

아니, 그보다는
암묵이 있다고 믿어

 

암묵?

 

서로 알지만
말려들고 싶지 않은 거

 

재밌는 사고방식이네

 

당신은 안 그래?

 

피할 수 있다면
파토스에 안 빠져야지

 

들어봐

 

내가 좀 사연이 있었어

 

우리 부부의
테두리 밖에서

 

그런데?

 

그냥 있었다고

 

알아, 당신 책은
순 그 얘기잖아

 

내 책은 팩션...
아니, 다 소설이고

 

누가 봐도
다는 아니잖아?

 

그래, 다는 아니지

 

모르는 줄 알았어?

 

아무 말도 안 하니까...

 

- 괜찮아?
- 젠장, 미치겠네

 

- 뭐라고?
- 신경 쓰지 마

 

스테파니랑 그랬어?

 

스테파니는
진짜 아무 관계 없어

 

- 그럼 누구야?
- 봐, 암묵도 한계가 있지

 

나도 아는 사람이야?

 

- 셀레나야
- 셀레나?

 

- 그 셀레나?
- 그래, 그 셀레나

 

셀레나가 수십 명은
아니니까

 

- 그건 상상도 못 했네
- 다 끝났어

 

그 말을 믿어야 해?

 

신뢰를 다시 쌓기 위해
말하는 거야

 

- 바람피운 얘기가?
- 이제 안 속인단 거지

 

나만 속이고
책에 다 떠들었잖아

 

그래도 연막이
쳐져 있었어

 

- 연막이 너무 옅던데
- 흔적은 지웠지

 

스테파니로 알았다며?

 

아니, 지금...

 

그게 무슨 차이가
있는데?

 

경험이 없으면
그런 얘기는 절대 못 써

 

그렇지

 

스테파니든 셀레나든
오십보백보야

 

그래도 언급해 둘
가치는 있어

 

오른쪽으로 가야 해

 

우리 왔어

 

오는 소리를 못 들었네

 

- 알랭, 잘 지냈어?
- 어서 와

 

고마워

 

잘 지냈지?

 

- 안녕, 셀레나
- 어서 와, 발레리아

 

- '발레리'야
- 맨날 틀리네

 

괜찮아
맘에 담아두진 않아

 

어쨌든 반가워

 

나도 반가워
진짜 오랜만이네

 

- 시간이 그냥 흘렀어
- 맞아, 몇 년이 훌쩍

 

길은 쉽게 찾았어?

 

레오나르가 와본 적 있잖아
길눈은 밝아

 

딱 한 번, 옛날에

 

- 기억 안 나는데
- 당신은 없었어

 

- 난 어디 가고?
- 아마...

 

일본 갔을 때였어

 

- 아주 옛날은 아니네
- 맞아

 

그치, 옛날은 아니지

 

그럼...

 

이리 와

 

- 여기서 보니까 좋네
- 그러게

 

- 헬멧 둬도 될까?
- 그래, 편하게 있어

 

- 바짝 구운 게 좋지?
- 그래, 고마워

 

- 이건 너무 익겠다
- 응

 

- 레몬도?
- 좋아

 

- 받아
- 고마워

 

- 미안, 생선이 좀...
- 괜찮아

 

- 생선 줄까?
- 피망으로 배가 차서...

 

'결탁'을 한 편도 안 빼고
다 봤어

 

이젠 지겨워서
그만하려고

 

시즌4는
안 한다고 했어

 

- 그럼 네 캐릭터는?
- 죽일 거야

 

- 죽인다고?
- 응

 

- 어떻게?
- 결국 남편이 못 참고

 

목을 조른 다음에
시체를 황산으로 녹여

 

- 거짓말!
- 맞아, 사실 나도 몰라

 

그냥 농담이었어

 

'결탁'은 정말
계속 보게 되더라

 

요즘 경찰 드라마가
너무 많지?

 

경찰이 아니라
위기대처 전문가잖아

 

아니, 그냥 경찰이야

 

아무튼 난 중독됐어

 

요즘은 뭐든
일단 중독이 기본이지

 

그런 뜻이 아냐

 

내가 폐인이란 것도
아니고

 

네 말이 맞아
드라마는 원래 그래

 

강박적으로 보게 돼

 

난 위안이 되던데

 

미안, 난 위안을 주려고
이 일을 하는 게 아니야

 

아니, 사람들은
고마워해

 

난 잘 모르겠어

 

도피를 위한 문학도
꽤 수요가 있어

 

그래, 릴랙스 뮤직도 있고

 

성인용 색칠공부 책이
잘 나가는 걸 봐

 

그렇게 웃지 마
우리도 내는데 잘 팔려

 

성인용 색칠공부 책이
있다고?

 

응, 퇴근하고
그걸로 스트레스를 풀어

 

- 더 마실래?
- 응

 

그만, 그만

 

자네도 색칠하며
스트레스를 푸나?

 

그래, 채소도 칠하고
만다라도 칠하고...

 

잡생각이 없어져

 

그런 사람이 많아?

 

사회현상이 됐어
관심을 넓혀봐

 

난 서글픈데

 

무능해진 기분이
들 거 같아

 

기분전환을 위해서도
책을 읽잖아

 

하지만 내 책은
그 반대지

 

독자를 우울하게
만들잖아

 

유쾌한 책이 있는 반면

 

내 책은 굳이 말하면
불쾌한 책이지

 

그 취향인 독자도 있어

 

이거 커피랑 먹으면
맛있을 거야

 

- 도와줄까?
- 아니, 괜찮아

 

셀레나
다음 작품은 있어?

 

국립극장에서
'페드르'를 해

 

벨기에 연출자랑

 

'페드르'라고?

 

페드르 역 하고 싶어?

 

그래
나이 든 역이긴 하지

 

그렇진 않아

 

아니, 그 역이 온다는 건
말년이 시작됐단 뜻이야

 

난 도미니크 블랑의
연기로 봤어

 

처음에는 피해 다니기
바빴는데

 

텍스트가 좋단
생각이 들더라

 

거절하면 바보인 거지

 

- 더구나 어설픈 구실로
- 맞아

 

위키피디아에서 봤는데

 

사라 베르나르는
30살에 했대, 대단하지?

 

자네 책
전자책으로 봤나?

 

- 그것도 나왔어?
- 물론이지

 

- 영 엉망은 아냐
- 뭐가?

 

요즘 문학 매출에 비하면
엉망은 아냐

 

- 커피 마실래?
- 그래

 

설탕도 하나만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전자책에서
제일 잘 나가는 건

 

스릴러, 할리퀸 로맨스야
노라 로버츠 같은

 

- 노라 로버츠?
- 응

 

그게 누군데?

 

책이 1억 권이 팔렸고
26개국어로 번역되지

 

솔직히 공장식 문학이야

 

근데 왜 전자책을 팔지?

 

가격이 제일 큰 이유지

 

자네의 '마침표'는
13.99유로인데

 

노라 로버츠 책은
3.99유로야

 

간단한 원리지

 

'마침표'를 오디오북으로
낼 생각은 없나?

 

판매량이 괜찮아서
고려 중이야

 

하지만 돈이 들겠지?

 

맞아, 줄리엣 비노쉬한테
제안했어

 

- 줄리엣 비노쉬?
- 응

 

과연 해줄까?

 

아직 답은 없어

 

셀레나가 연락했어

 

내가 편지라도 쓸까?
혹시, 저기...

 

메일 주소 알아?

 

그건 알려주기 힘들고

 

소속사 전화번호를 줄게

 

나도 설득해볼게

 

얼마 전에
자네가 신문에 나왔더라

 

- 어떤 신문?
- '앵베스티르' 인터넷판

 

- 구글 알리미에 떴나?
- 왜?

 

자넨 경제지를
안 읽잖아

 

회장님이 출판사를
매각한단 소문이 있던데

 

이미 지나간 뉴스야

 

그리고 자네는
퇴사한다던데

 

가짜 뉴스야
설명해줘?

 

응, 나도 좀 관심이 있어

 

원래 드우 그룹에
팔려고 했어

 

드우?

 

- 그 사람 수상하던데
- 나도 동감이야

 

근데 미끼였어

 

드우는 까다로운 건을
마무리하고 있었거든

 

이탈리아 뉴스 사이트의
프랑스판을 런칭하려고

 

출판사 매수 얘기로
교란 작전을 편 거지

 

이해됐나?

 

어렴풋하긴 한데
대략적인 건 알겠어

 

한마디로
회장님이 낚였어

 

사려는 모습만
시장에 보여주고

 

은밀히 다른 건을
처리한 거야

 

- 그래서 안 잘려?
- 그래, 난 안 잘리네

 

매각도 안 하고

 

작업 중인 게 있나?

 

아직은 말 안 할래

 

- 잘 진행은 되고?
- 그럼, 잘 돼가

 

- 더 말 안 할 거야?
- 응

 

우리 왔어!

 

우리 챔피언!

 

아빠

 

어땠어?

 

- 재밌었어?
- 응

 

뭐 했는데?

 

마르탱!

 

- 수영했어?
- 아니

 

- 별일 없었죠?
- 네

 

이게 다 몇 개야?

 

- 몇 개는 남기자
- 이제 뭐 할까?

 

- 낮잠 안 잘 거야
- 낮잠 안 잔다고?

 

- 물고기 먹을까?
- 아니

 

큰 물고기 있어

 

- 아빠도 먹을 건데
- 난 싫어

 

- 왜 이래?
- 고마워서

 

- 뭐가?
- 눈치 있게 넘어가 줘서

 

어떤 점에서?

 

또 책을 쓰는 걸
셀레나는 모르면 좋겠어

 

말할까 봐 떨렸어

 

책에 나온다고
안 했어?

 

안 했지
이건 팩션이니까

 

- 진짜 셀레나가 아니야
- 나중에 욕먹을걸?

 

하지만
다르게 쓸 수가 없어

 

난 그렇게는 안 돼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

 

그동안 숨겨왔어

 

- 누구 만나?
- 아니

 

- 남자 생겼어?
- 아냐

 

그럼 모르겠는데

 

나 임신했어

 

- 임신?
- 응, 임신

 

아니, 그게...

 

병원에서
우린 안 된댔는데

 

된 거 같아

 

확인해봤어?

 

그래, 초음파도 찍고
혈액 검사도 했는데

 

우리 아들은 정상이래

 

아들?
우리 아들이랬지?

 

남자야?
남자애구나!

 

아냐, 안 물어봤어
난 알고 싶지 않아

 

- 몇 개월이래?
- 3개월

 

3개월?

 

확실해지려면 말하려고
빨리 말 안 했어

 

사실, 요즘 활발하지는
않았잖아, 성생활이...

 

- 요즘엔 안 했지
- 응, 사실 거의...

 

불타진 않았어

 

하지만 한 번도 충분해

 

인공수정을 시도했을 땐
잘 안 됐는데

 

사실 그건 로또잖아

 

응, 우리 로또는
꽝이었고...

 

- 맞는 말이야
- 이건 기적이야

 

기적이란 건
세상에 없어

 

이건 현실이야

 

응, 현실이지

 

행복해?

 

이럴 땐 솔직히
대답해야 하는 거지?

 

행복해

 

잠깐만

 

아기가 위에 있어?
밑에 있어?

 

- 아니면 가운데?
- 글쎄...

 

여기쯤 같은데

 

아직은 조그매

 

- 얼마나 작은데?
- 콩알 정도

 

기욤 까네

 

줄리엣 비노쉬

 

빈센트 맥케인

 

크리스타 테렛

 

"논-픽션"

 

감 독
올리비에 아사야스

 

번 역 : 정 구 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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