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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를 입은 비너스

 

'모피를 입은 비너스'
오디션장

 

사람이 없어

 

연기 수업받은
섹시한 여자 없나?

 

골 빈 애들 말고

 

'얽히고설킨' 정도는
발음할 줄 아는 애

 

그게 아니라

 

그 나이면

 

애 다섯 낳고
빌빌댈 나이야

 

매력도 없고

 

무슨 헬륨 마신
십 대처럼 대사를 쳐

 

"정말 화끈했어요"

 

"너무 멋져요"

 

35명이나 봤는데

 

반은 창녀 차림이고
반은 레즈비언 차림이야

 

내가 입어도
그것보단 낫겠다

 

드레스에
힐만 신어도

 

자기야?

 

젠장

 

똑똑!

 

너무 늦었나요?

 

젠장
너무 늦었네

 

어떡해

 

오디션 끝났어요

 

정말 죄송해요
오는 길에

 

핸드폰도 꺼지고
힐굽이 부러졌어요

 

보이시죠?

 

기차에선 어떤 남자가
엉덩이를 만지더니

 

이젠 내리자마자
비까지 오잖아요

 

재수도 없지

 

내 팔자야

 

안정제라도
좀 가져다 줄...

 

아뇨, 원래
인생이 이래요

 

하나님
도와줘서 고마워요

 

그건 그렇고
반다 주르댕이에요

 

반다?

 

장난 아니죠?
이름도 똑같아요

 

반다란 여자
많이 봤어요?

 

난 그 역할을 위해
태어난 여자예요

 

- 근데 이름이?
- 토마스 노바첵

 

반가워요

 

아, 잠깐만요!

 

당신 작품이죠?

 

맞아요
내가 각색했죠

 

연출도 해요?

 

당연히 하죠

 

감독님 연극
정말 좋아해요

 

'그림자의 해부학'
잘 봤어요

 

정말 좋아서
두 번 봤잖아요

 

내 작품 아닌데

 

실수했네

 

다른 작품
얘기였어요

 

뻘쭘해라

 

아무튼 이건 좋았어요
대본 읽어봤는데

 

정말 화끈하고
섹시하더라고요

 

아님 에로틱하다고
할 수도 있고

 

보통 가죽옷에
개목걸이를 하진 않아요

 

얌전하게
입는 편이지

 

역할에 익숙해지려고
입어봤어요

 

S&M 컨셉 맞죠?

 

꼭 그렇지도 않고
1870년 배경이에요

 

그렇구나

 

1870년 의상으론
좀 아니죠?

 

아니죠

 

그때도 S&M 의상은
비슷했을지 몰라요

 

프로필 사진이랑
이력서 가져왔어요

 

고마워요

 

어디 있더라

 

노출이 좀 있지만

 

난 괜찮아요
이건 내 역이니까

 

'헤다 가블레르'에서도
호평을 받았어요

 

'유리날 극단'?

 

이번 시즌에서
못 본 것 같은데

 

오디션 지원했어요?

 

네, 2시 15분이요
몇 시간 지났지만

 

성이?

 

주르뎅이에요

 

이름 희한하단 소리
자주 들어요

 

이름이 없는데요

 

진짜요?

 

에이전시에서
이름 넣었다던데

 

2시 15분에
없어요?

 

젠장

 

이번에도 고마워요
하나님

 

그래도 여기...

 

잠깐!
무슨 짓이에요?

 

의상 챙겨 왔어요

 

끝내주는 드레스가...

 

그럴 거 없어요

 

오디션 못 해요?

 

안 해도 돼요

 

그래도 왔는데
한번 해볼게요

 

상대역 해줄
사람이 없어요

 

직접 해주시면 되죠

 

원작자가 해주시면
얼마나 영광이에요

 

각색이라니까요

 

그게 그거지
뭐가 중요해요

 

그만해요

 

솔직히 말하죠
아까 이름이...

 

반다요

 

우린 다른 사람을
찾고 있어요

 

어떤 사람이요?

 

말로 하기 어려워요

 

알았어요

 

맘에 안 든다는
말씀이네요

 

하나부터 열까지
맘에 안 들겠죠

 

이력서도 허접하고

 

알아들었어요

 

잠깐만요

 

짜증나

 

마음 풀어요

 

진짜 짜증나

 

오늘 진짜
되는 게 없어

 

조만간 오디션을
또 볼 거예요

 

그럼 온 김에
보면 되잖아요

 

이봐요, 반다

 

나도 오늘 하루
힘들었어요

 

허접한 지원자들 때문에
많이 예민해져서

 

지금 오디션 보면
그쪽 손해예요

 

가서 저녁 먹으면서
좀 쉬어야겠어요

 

저녁은 드셔야죠

 

다음에 보는 게
훨씬 나아요

 

와줘서 고마워요

 

의상도 매력적이고
아주 좋아요

 

조만간 봐요

 

그건 모르겠지만
아무튼 감사해요

 

좋은 분 같아서
저도 다 이해해요

 

30유로 주고 산
드레스만 아깝지

 

1800 몇 년인지에
어울리지 않아요?

 

네, 1800 몇 년에
딱 맞네요

 

딱 반다가 입을
옷이잖아요

 

그땐 엉덩이 가리려고
긴 드레스를 입었대요

 

그건 오해예요

 

입은 모습
한 번만 봐주세요

 

제발요

 

- 네
- 감사해요

 

아니에요!

 

아니
누가 들어와서

 

가는 길에
초밥 사갈게

 

지퍼 올려주실래요?

 

토마스 노바첵과
대본을 읽다니

 

그건 본인에게
도움이 안 돼요

 

난 배우가 아니에요

 

코왈스키에
딱 어울리는데요?

 

쿠지엠스키!

 

쿠지엠스키에
딱 어울려요

 

전혀요

 

분부 내려주세요

 

어디부터 할까요?
골라주세요

 

첫 장면부터
해봅시다

 

좋아요

 

대본 가져왔어요?

 

다 젖었네요

 

누가 대본을
통째로 줬어요?

 

모르겠는데요
에이전트가 보내줬어요

 

어떻게 구했대요?

 

왜 그러시는데요?
1급 비밀이라도 돼요?

 

아니에요

 

읽어봤어요?

 

기차에서 봤어요

 

루 리드의 노래를
기초로 했다던가

 

레오폴트 폰 자허마조흐의
오스트리아 소설

 

'모피를 입은 비너스'를
기초로 한 거예요

 

그럼 원서로도
봤겠네요?

 

그렇긴 하죠

 

1870년에 큰 스캔들을
일으킨 책이에요

 

당연하죠
S&M 포르노인데

 

S&M 포르노가
아니에요

 

포르노가 아니에요?

 

아님 비슷한 건가?

 

1800 몇 년이면
중세잖아요

 

'모피를 입은 비너스'는
위대한 사랑 이야기예요

 

세계 문학사에 남은
작품이라고요

 

그래요?

 

나한테는
포르노처럼 보여서요

 

사도마조히즘은
나도 알거든요

 

마조히즘도 자허마조흐에서
따온 이름이에요

 

마조히즘, 마조흐
그랬구나

 

S&M이 이 사람 이름을
딴 거였네요?

 

근사해요

 

그게 목적은
아니었어요

 

자긴 진지하게 썼는데
남들은 포르노로 봤겠죠

 

그래서 그 책을
표절한 거예요?

 

각색했다니까요

 

대사 만들고
장면 만들고

 

내 손길도
많이 들어갔어요

 

멋지네요

 

그럼 저 무대는
어디죠?

 

어떤 여관인데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국경 근처예요

 

국경 근처면
어디쯤인데요?

 

좀 복잡해요

 

고급 여관인가 봐요?

 

스파까지 있는
고급 여관이죠

 

커튼이 올라가면
쿠지엠스키가 방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노크 소리가 들리고
반다가 들어오죠

 

책 읽는 남자가
그 사람 캐릭터예요?

 

요새도 책 보는
사람들 있어요

 

진짜 종이로
만든 책

 

알았어요

 

남자 이름이 뭐였죠?
제브란? 제브린?

 

제베린 폰 쿠지엠스키

 

맞다

 

어떤 사람이에요?

 

대충 느낌만
말해주세요

 

부유한 게으름뱅이인데

 

지적이고 교양 있고
여행 경험 많고

 

샌님이네

 

이를테면 그렇죠

 

이를테면?
재밌네요

 

그 말 들어본 지
얼마나 됐더라

 

아무튼 감독님처럼
유식한 사람이네요

 

여자 주인공은
안 궁금해요?

 

꿰다시피
알고 있긴 한데

 

설명해 주시겠다면

 

젊은 아가씨인데

 

자신의 원리원칙에도
불구하고

 

뭐에 불구해요?

 

원리원칙이오

 

첫인상은 조신하고
교양 있게 보이죠

 

그게 다예요?

 

내가 모르는 건
없어요?

 

됐어요
알아서 할게요

 

조명 바꿔도 돼요?

 

조명?

 

눈부시지 않아요?

 

마음에 들게
조정해봐요

 

어때요?

 

나쁘지 않네요

 

잠깐만요

 

어느 버튼인지
잘 찾으시네요

 

훨씬 나아요

 

이게 그 소파예요?

 

네, 맞아요

 

이건 책상

 

반다가
가지고 온 책

 

엽서도 있고

 

이건 뭐예요?

 

남근 상징?

 

이전 공연 소품이에요

 

벨기에 작품인데

 

역마차가 나오는
뮤지컬이에요

 

어디 설까요?

 

편한 데 서세요

 

너무 중앙은 말고

 

왼쪽으로?
아님 오른쪽?

 

왼쪽

 

그 장면 대사
읽어볼래요?

 

어디까지요?

 

3페이지 끝까지

 

거기까지 하고
쫓아내게요?

 

일단 해보죠

 

그러겠단 소리네

 

깜빡할 뻔했는데
0페이지 글 말이에요

 

여기 인용문

 

비문이오?

 

 

"주께서 여자의 손으로
그를 물리치시더라"

 

소설 인용문인데
유디트서 말씀이에요

 

그게 성경이에요?

 

네, 외경이에요

 

나 되게 멍청하네

 

말이 섹시한데요?

 

"주께서 여자의 손으로
그를 물리치시더라"

 

자허마조흐의 소설
인용문일 뿐이에요

 

그래도 0페이지에
넣으셨잖아요

 

하긴 배우가
참견할 건 아니죠

 

모피를 깜빡했네

 

- 어깨에 걸쳐요?
- 네

 

모피다, 모피다

 

부드러운 모피

 

그래, 됐어

 

그럴 것까진...

 

준비되면 말해요

 

똑똑!

 

들어오세요

 

제베린 폰 쿠지엠스키
선생님?

 

방해해서 죄송해요

 

반다 폰 두나예프예요

 

위층에 살고 있죠

 

어젯밤에
이 책을 주웠어요

 

'파우스트'

 

당신의 장서표가
안에 있더군요

 

비너스상 옆에
놓여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하녀에게
물어본 참이었습니다

 

보내드릴까 하다가

 

안에서 흥미로운
엽서를 찾아서요

 

티치아노 그림이죠?

 

 

'거울 보는 비너스'
아끼는 작품이죠

 

비너스도 책만큼이나
손때가 많이 탔던데요

 

믿을 만한가요?

 

무슨 말씀이시죠?

 

원본과 같은가 해서요

 

네, 원작과
거의 흡사하죠

 

이 그림에 빠지신
이유를 알겠어요

 

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뒤쪽에 어떤 시가
눈에 띄던데요

 

'모피를 입은 비너스에게'
직접 쓰신 건가요?

 

조잡한 습작이라...

 

이게 조잡하다고요?

 

"아, 행복이여"

 

"커다란 기쁨이
존재하건만"

 

"그 여인의 입맞춤이
날 괴롭히며"

 

"날 노예로 만드네"

 

"그녀의 개
그녀의 장난감"

 

"내 말하건대"

 

"그녀는 나의 여신
나의 독재자"

 

"나의 모피를 입은 비너스"

 

흥미로운 감성이에요

 

잃어버리지 마시고
잘 간수하세요

 

고견에 감사합니다

 

잠깐 앉으시겠습니까?

 

감사해요

 

모피를 받아드릴까요?

 

감사해요

 

타타르 흑담비죠?

 

카자흐스탄산
코카시안 흑담비 같군요

 

카자흐스탄산이에요
정확하시네요

 

쿠지엠스키가 모피를
들고 바라봐야죠

 

떨고 계시네요
쿠지엠스키 씨

 

죄송합니다

 

뭐 좀 드릴까요?

 

커피 부탁드릴게요

 

제 걸 드시죠

 

감사해요

 

설탕 두 스푼
부탁드려요

 

그는 커피를 따른다

 

구두 소리 때문에
폐가 될까 걱정이에요

 

아닙니다

 

구두 소리는
마음껏 내셔도 됩니다

 

그런데 시인이세요?

 

아마추어죠

 

모피에 애착이
크신가 봐요

 

모피를 사랑하는 건

 

이 대사는 넘기죠

 

안 돼요
읽으세요!

 

모피를 사랑하는 건
천성입니다

 

자연이 인간에게 준
열정이죠

 

감정을 이입해서
읽어야죠

 

모피를 사랑하는 건
천성입니다

 

자연이 인간에게 준
열정이죠

 

두텁고 부드러운
모피를 쓰다듬을 때

 

묘한 따끔거림과
정전기의 느낌

 

자연의 선물 이상이
아닐까 싶은데요

 

어릴 때 어머니가
모피로 감싸주셨다거나

 

제가 주책이네요
죄송해요

 

실은...

 

모피를 좋아하던
숙모가 계셨죠

 

그럼 이해가 되네요

 

사람들은 쉽게들
이해한다 하지만

 

얽히고설킨
사연들이 있어요

 

얽히고설킨?

 

무슨 뜻이에요?

 

삶이 우리의 본질을
만든다는 거죠

 

3페이지 끝!

 

그렇군요

 

좋았어요, 반다

 

내내 버벅거렸어요

 

그렇게 안 보이던데요

 

프로의 입장에선
못한 거예요

 

아주 좋았어요

 

얼굴도 붉어졌어요

 

완벽하진 않았지만...

 

그러니까요

 

좀 더 해보죠

 

쿠지엠스키가
일장연설을 하니까

 

여긴 건너뛰고

 

안 돼요, 읽어요!
나 혼자선 안 돼요

 

- 잘하시잖아요
- 흉내만 내는 거죠

 

정말 잘하세요

 

쿠지엠스키 배우는
정하셨어요?

 

후보자가
몇 명 있어요

 

- 직접 연기하세요
- 농담 말아요

 

아뇨, 진짜로
잘하실 거예요

 

어려워요

 

난 배우에게 연기를
시키는 사람이죠

 

하긴 감독이시니까
배우들 고문하셔야죠

 

입봉작이에요

 

전혀 몰랐어요

 

감독들은 내 작품을
이해 못 해요

 

하도 답답해서...

 

그래서 연기가
완벽하신 거구나

 

제대로 만드실 수
있을 거예요

 

다 머리에 있어요

 

알반 베르크의
서정 모음곡을

 

막간에 쓸 거예요

 

좋은 생각이에요!

 

정말 그럴까요?

 

나야 모르지만
감독님은 알잖아요

 

캐릭터들을
낱낱이 다 아시고

 

쿠지엠스키에 대해서
얘기해 보세요

 

억양이라거나
다른 것들

 

상류층이고

 

맞아요, 상류층

 

어딘가 귀족적인
분위기가 있죠

 

이 정도면
괜찮을까요?

 

너무 바보 같나?

 

그렇긴 한데
지금도 좋아요

 

설마 스모킹 재킷까지
가져오진 않았겠죠?

 

가져왔어요

 

농담이었는데

 

입어볼래요?

 

도와드릴게요
아마 맞을 거예요

 

근사하군요

 

진짜예요?

 

빈티지라던데요

 

지그프리드 뮐러

 

비엔나

 

1869년

 

그건 못 봤는데

 

40유로치곤
쓸 만하죠?

 

주인이 여기 있었네
느낌 어때요?

 

아주 좋아요

 

딱 맞네요

 

잘 어울리는데요

 

고마워요

 

안녕, 미남 아저씨

 

그 개목걸이는
얼마였어요?

 

매춘부 시절에
산 거예요

 

농담이에요

 

이제 해봐요

 

어릴 때 어머니가
모피로 감싸주셨다거나

 

제가 주책이네요
죄송해요

 

실은 모피를 좋아하던
숙모가 계셨죠

 

그 남자에겐
힘든 얘기죠?

 

그렇죠

 

그럼 그렇게 읽어야죠

 

제가 주책이네요
죄송해요

 

실은...

 

모피를 좋아하던
숙모가 계셨죠

 

그럼 이해가 되네요

 

사람들은 쉽게들
이해한다 하지만

 

얽히고설킨
사연들이 있죠

 

얽히고설킨?

 

무슨 뜻이에요?

 

삶이 우리의 본질을
만든다는 거죠

 

그것도 뜻밖의 순간에

 

커피는 어떠십니까?

 

몇 모금 못 마셨지만
아직까진 훌륭한데요

 

이거 상징 맞죠?
남자가 커피잖아요

 

한 모금 마시고도
반했다는 얘기

 

대본을
꿰뚫어보시네요

 

그런 뜻밖의 순간을
겪어 보셨나요?

 

겪어 봤죠

 

하지만 들으시면
따분하실 텐데요

 

지금까진
흥미진진해요

 

미스터리 소설을
읽는 것 같아요

 

모피를 좋아하던 숙모가
누군지 궁금한데요

 

다음 대사들은
건너뛰죠

 

안 돼요
듣고 싶단 말이에요

 

모피를 좋아하던 숙모가
누군지 궁금한데요

 

난 어린 시절에
구제불능이었죠

 

버릇없고 막돼먹어서
시종들이 괴로웠어요

 

고양이도 고생했고

 

우리 숙모에게도
아주 무례했답니다

 

그 백작부인은
위풍당당했어요

 

아주 육감적이고

 

무서워 보이는

 

왜 그러세요?

 

아니에요

 

새벽 2시에 쓴
장면을 읽으려니

 

기분이 이상해서

 

잘하고 계세요

 

숙모가
어떻게 했는데요?

 

어느 날 밤
숙모가 복수한다고

 

내 방을 찾아왔죠

 

러시안 흑여우 모피
케이프를 걸치고

 

자작나무 지팡이를
들고 있었습니다

 

그 뒤론 요리사와
하녀가 따라왔죠

 

숙모는 모피를 벗고
소매를 걷어붙이더군요

 

전 도망치려 했지만

 

다른 두 여자가
날 붙잡더니

 

바지를 벗기고
모피 위로 던졌죠

 

둘이 날 잡고
숙모가 지팡이로

 

날 때리더군요

 

등과 허벅지가
뜨거웠습니다

 

그 하녀는
숙모를 응원하며

 

날 조롱하고
계집애라 불렀죠

 

난 저항했지만

 

숙모는 계속해서
매질을 했습니다

 

제발 멈춰달라고
애걸할 때까지

 

다 때린 후엔

 

제게 무릎 꿇고
감사 인사를 하랬죠

 

발에 입 맞추라며

 

그리곤 방을 나갔어요

 

돌아오겠다고
협박하면서...

 

시종 둘과 고양이가
모두 목격했답니다

 

그때부터

 

모피는 그냥 모피가
아니게 됐죠

 

자작나무 지팡이도
마찬가지였고

 

바로 그 순간
내 숙모는

 

지금의 나를
만든 겁니다

 

숙모가 돌아올까요?

 

꿈속에선 모피를 입고
지팡이를 들고 찾아오죠

 

아직도 매일 밤
찾아온답니다

 

가여운 분

 

가여워요?

 

숙모는 가장 소중한 걸
가르쳐주신 겁니다

 

뭘 가르치셨는데요?

 

고통보다 관능적인
감각은 없고

 

수치심보다
즐거운 게 없죠

 

제대로 가르치셨네요

 

내겐 이상적인 분이죠

 

그 후로 그런 여자를
찾고 있습니다

 

그런 여자를 만나면

 

결혼할 겁니다

 

토마스
정말 좋았어요!

 

고마워요
정말 힘드네요

 

근데 아동학대에 대한
연극이었어요?

 

정신 나갔어요?

 

이게 아동학대와
무슨 상관이에요?

 

요샌 쓸데없는
광기가 있다니까

 

죄다 사회적 이슈로
몰아가니까

 

아동학대가
하찮은 건 아니죠

 

나도 아니까
뻔한 말 마요

 

이건 인류학이나
사회학이 아니라

 

연극이에요

 

아무리 그래도...

 

이건 단순한 체벌
그 이상이라고요

 

알았어요
죄송해요

 

수준 떨어지는
세상 하고는

 

왜 늘 이것저것
깎아내리기만 해요?

 

다음은 뭐예요?

 

성차별, 인종차별
계급투쟁?

 

독특한 분이시네요
쿠지엠스키 씨

 

저 같으면
조심하겠어요

 

이상적인 여인이
생각보다 잔인할지 모르니

 

그런 위험이야
감수하겠습니다

 

이제야 알겠네요
초호색가시군요

 

금욕적 쾌락주의자

 

그럼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

 

전 이교도예요

 

젊고 아름답고
부유하고

 

이루고 싶은 게
많은 여자죠

 

전 저를
부정하지 않아요

 

당신의 신조를
존중합니다

 

당신의 존중은
필요 없어요

 

날 기쁘게 하는 남자를 사랑하고
날 만족시키는 남자를 기쁘게 할 뿐

 

하지만 날
만족시키지 못하면

 

다른 남자를
찾을 거예요

 

여인의 배신보다
잔인한 건 없죠

 

더 잔인한 것도 있죠

 

강요된 정절

 

돌아다녀도 돼요?

 

네, 그러세요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유일한 힘은

 

남자를 통해
발현되죠

 

남녀가 평등해지면

 

여성이 어찌 될지
궁금해요

 

여성이 자신을 찾으면

 

반다는 세상을
앞서갔네요?

 

반다

 

그 대사는
어떻게 알아요?

 

빨리 배우니까요

 

다 외우고 있잖아요

 

반다가 조신하다고
했었는데

 

뭐에도 불구하고?

 

원리원칙에도 불구하고

 

맞다

 

반다는 이런 얘길
안 믿는 거예요?

 

여성의 권리니 뭐니
말은 길게 하죠

 

그럼 다 연기예요?

 

왜 원칙이 아니라
원리원칙이에요?

 

두운법을 좋아해서요
'원리 원칙'

 

그렇구나

 

두운법을 위해선
영혼도 파시겠어요

 

반박은 못 하겠군요

 

우리끼리 얘기지만
당신은 나쁜 남자예요

 

건방진 말일지 모르나

 

당신은 이교도보단
여신에 가깝습니다

 

그래요?
어떤 여신요?

 

비너스

 

그럼 반다가
비너스예요?

 

그 남자를 혼내주러

 

인간의 몸으로
온 거예요?

 

그런 건 아니에요

 

꼭 그렇다곤...

 

아, 알았어요
양면적 표현이죠?

 

- 중의적이죠
- 그래요

 

'바커스의 신녀'와
비슷한 이야기예요

 

그러니까요!

 

'바커스의 신녀'가
뭐라고요?

 

농담이에요
옛날 연극이죠?

 

오래된 연극이죠

 

코린토의 시민들이여!

 

테스티쿨루스를 보라

 

신들을 욕한 죄로
저주를 받았노라

 

영원히
저주받을지어다

 

이런 연극이죠?

 

비슷해요

 

디오니소스가 내려와서

 

테베의 거만한 왕을

 

젤리로 바꿔버려요

 

화끈한데요!

 

그 후 바커스의
신녀들에게

 

갈기갈기 찢기죠

 

디오니소스는
의기양양하게 떠나고

 

본 것 같아요

 

여기선 디오니소스가 아니라
아프로디테예요

 

누군데요?

 

그리스의 비너스죠

 

- 같은 사람?
- 같은 여신이죠

 

아프로디테 만세!

 

아프로디테 만세!

 

제가 너무
아는 척하나요?

 

그렇긴 한데
나름 귀여워요

 

안 해요?

 

당신은 여신에
가깝습니다

 

그래요?
어떤 여신요?

 

비너스

 

허나 비너스는
오직 노예들만 지배하죠

 

그럼 저도
한 명 찾아야겠군요

 

제 노예가
돼 주시겠어요?

 

이미 노예랍니다

 

당신이 들어오는 순간부터
노예가 되었습니다

 

뭐라고요?

 

벌써 나와
사랑에 빠졌다고요?

 

깊게 빠졌습니다

 

저는 고통 속에
빠져 있습니다

 

절 지배해 주세요

 

일어서서
저쪽으로 물러서요

 

내게 흥미를
갖고 있나보군요

 

당신의 솔직한
사고가 맘에 들어요

 

신체적으로도
매력이 없진 않아요

 

하지만 굴복하는 남자들은
대개 속셈이 있죠

 

속셈은 없습니다
날 사랑하세요

 

봤죠?
벌써 명령하잖아요

 

나랑 결혼해요

 

난 경솔한 여자예요

 

날 사랑하려거든
아주 용감해야 해요

 

내 원칙을
설명하는 거예요

 

상관없습니다
내 아내가 돼 줘요

 

날 모르잖아요

 

- 날 지배해줘요
- 말도 안 돼요

 

영원히 날 지배할
힘을 주겠어요

 

무조건 따를 테니
마음대로 하세요

 

날 지배하고
마음껏 때리세요

 

신선하긴 하군요

 

저쪽에 서요

 

네?

 

중앙에

 

여기가 좋은데요?

 

저기로 가야 해요
힘을 얻었으니까

 

권력의 자리를
차지해야죠

 

다시 해봐요

 

신선하긴 하군요

 

뭔가 이상해요

 

다시 해봐요

 

영원히 날 지배할
힘을 주겠어요

 

무조건 따를 테니
마음대로 하세요

 

날 지배하고

 

마음껏 때리세요

 

신선하긴 하군요

 

노력을 안 하네요

 

이리 오래서 왔고
대사도 하잖아요

 

그래봐야 오디션인데

 

연출을 잘 따라오는지
확인하려고 그래요

 

그러니까 거기 서서
시키는 대로 해요

 

영원히 날 지배할
힘을 주겠어요

 

무조건 따를 테니
마음대로 하세요

 

날 지배하고

 

마음껏 때리세요

 

신선하긴 하군요

 

낫긴 하네요

 

계속해요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뭐죠?

 

당신의 소유가 되어

 

당신의 숭고한
정수 속으로 사라지는 것

 

당신의 옷을 입히고
벗기고

 

스타킹을 건네고
신발을 신기는 것

 

내 의지는
남기지 않는 것

 

그걸 사랑이라
부르나요?

 

유일한 사랑이죠

 

사랑도 정치와 같이

 

한쪽이 지배해야 합니다

 

한쪽이 망치가 되고
한쪽은 모루가 되죠

 

저는 기꺼이
모루가 되겠습니다

 

됐어요

 

아뇨, 계속해요
난 좋은데

 

여자에 대한
통찰력이 있네요

 

진짜로 여자들을
이해하고 있어요

 

오랜 시간
연구의 결과죠

 

- 어디까지 했죠?
- 모루가 되겠습니다

 

반다

 

난 고통을 추구하고
당신은 쾌락을 추구하죠

 

다른 이들의 감정을
따를 필요는 없어요

 

이용당하던 것처럼
연인을 이용하세요

 

그를 지배하고
비틀어 짜세요

 

대단한 분이시네요

 

남편이 될 수 없다면
노예로 받아 주세요

 

신성한 잔인함으로
날 다뤄주세요

 

날 사랑하는 남자를
괄시하라고요?

 

- 당신을 숭배할 겁니다
- 그걸 원치는 않아요

 

여인이라면 숭배를 원하죠
우리의 창조주처럼

 

날 창조하고

 

망가뜨리고

 

파괴해 주세요

 

미안해요

 

아니
아직 극장이야

 

별일 없어

 

모르겠어

 

몇 분 내로 가겠지

 

출발할 때 전화할게

 

나도 사랑해
끊을게

 

알았어

 

미안해

 

오디션?
아직 몰라

 

취업 알선소에서
소개는 하더라

 

타자 직원이래
로펌의 야근직인데

 

밤새 계약서를
친다나 뭐라나

 

나도 몰라!

 

보면 알겠지
그게 인생이야

 

그게 인생이라고!

 

못 살겠네

 

당신의 반쪽?

 

요새도 그렇게 불러요?

 

- 요샌 뭐라고 하는데요?
- 글쎄요, 화상?

 

그렇군요

 

왜 거짓말했는지
궁금하죠?

 

내가 알 필요는
없는 일이죠

 

반다가 뭐라고 했죠?

 

"난 자신을 부정하지 않아요"

 

쉽게 말하자면
튕기는 거죠

 

당신은 망치고
그 남자는 모루예요

 

그럼 뭐라고 해요?

 

"언제든 좋아요?"

 

이건 사랑이 아니라
그냥 섹스예요

 

섹스를 원하니까
수작을 부리는 거죠

 

이 연극 주제가
그런 거잖아요

 

그래요?

 

장난해요?

 

장난일까요?

 

그만 좀 해요!

 

무슨 생각인지
말을 하라고요

 

우물쭈물
말 돌리지 말고

 

커피 좀 끓일까요?

 

- 왜요?
- 추파 던지는 거예요?

 

물론 아니죠

 

커피 마시겠냐고
묻는 거예요

 

상징적인 커피?

 

진짜 커피요

 

진짜 커피라고 해도
아내가 좋아할까요?

 

결혼 안 했어요

 

아까 전화할 때
들었어요

 

약혼녀예요

 

그럼 약혼녀는
뭐라 생각할까요?

 

연극은 여자를 눕히기
가장 좋은 방법이라면서요

 

그 기사를 봤어요?

 

그땐 어렸고
첫 인터뷰였어요

 

결혼한 적 없어요?

 

없어요

 

아직 엄마랑 살아요?

 

내가 괴상하긴 해도
그 정도는 아니에요

 

그럼 여우 모피도
당신 취향이에요?

 

아뇨, 사랑이
더 중요하죠

 

참 꼬인 분이네요

 

내 여자는
내 뮤즈가 돼야 해요

 

그럼 약혼녀한테
날개도 있겠네요?

 

내가 보는 사랑은

 

겁 없이...

 

뛰어드는 거죠

 

폭죽과 천둥번개가 터지는
경험 같은 거예요

 

커피 마실래요?
말래요?

 

날 노예로 만들
남자를 찾고 있어요

 

우린 궁합이 별로네요
쿠지엠스키 씨

 

우린 반대예요

 

우린 서로를 위해
만들어진 사람들입니다

 

그렇게 느껴지지 않아요?

 

당신도 그렇게
느끼지 않아요?

 

그럼 시험 기한을
갖고 싶어요

 

사업처럼
계약을 하는 거죠

 

내게 맞는 남자란 걸
1년 안에 증명하세요

 

- 1년이면 긴...
- 말 안 끝났어요

 

용서하세요

 

노예가 되겠다고 하면
계약서를 만들겠어요

 

다 계획한 거였네요!

 

찾아오기 전부터
계획한 거예요

 

그렇게 생각해요?

 

당신이 썼잖아요

 

계획한 건지는
확실히 모르겠어요

 

정말이에요

 

양면적인 설정을
원하는 거죠?

 

- 중의적인 거죠
- 맞아요

 

어쩜 그냥 발정난
여자일지도 몰라요

 

그런 시각은
생각 안 해봤어요

 

생각보다 더 꼬인
여자일지 몰라요

 

1년간 노예가 되면
나랑 하게 해주겠다니

 

- 이것도 양면적?
- 중의적

 

중의적

 

쿠지엠스키에겐

 

반다가 세상에서
유일한 기회예요

 

무슨 기회요?

 

살 기회

 

반다가 채찍질을 좋아할지
알고 싶은 거잖아요

 

- 반다를 오디션하는 거예요
- 반다도 오디션하는 거죠

 

그놈은 변태예요

 

반다는 1800년대 여자답게
대상에 불과하고요

 

왜요?

 

진짜 정체가 뭐예요?
반다 주르뎅

 

이교도라니까요

 

장난하지 말고

 

또 추파 던지시네

 

어디 출신이에요?

 

군인 집안이라
떠돌아다니며 컸어요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서?

 

노예가 되겠다고 하면
계약서를 만들겠어요

 

뜻대로 하시죠

 

손을 다오

 

그들은 악수를 한다

 

그 여관에
그리스 장교가 있어

 

그리스인?

 

아테네에서 왔지

 

백마를 타고 왔고
검정 부츠를 신었어

 

객실 호수를 알아와

 

하지만 반다...

 

왜요?

 

벌써 거역하는 거야?

 

용서해 주세요

 

내일 자작나무 숲
비너스상 옆에서 기다려

 

몇 시에요?

 

내가 갈 때까지

 

알겠습니다

 

호수를 알아내기 전엔
올 생각하지 마

 

이제 발에 입 맞춰

 

그는 무릎 꿇고
발에 입을 맞춘다

 

맘에 쏙 들어요
"발에 입 맞춰!"

 

이제 모피를 입혀줘

 

제베린

 

언제까지
이럴 수 있을까요?

 

당신에게 달렸죠
반다 폰 두나예프

 

내가 아니라

 

커피 고마웠어
노예야

 

이제 조금 당기네요

 

커피 말이에요

 

정말 강렬했어요
악수가 짜릿하던데요

 

워낙 억압된 시대라

 

대화 자체로도
에로틱했어요

 

대화 이외엔
할 수가 없었겠죠

 

책은 그렇게
시작하지 않잖아요

 

책?

 

첫 장면이 뭐였죠?

 

비너스가 모닥불 옆에서
모피만 걸치고 있죠

 

그 책 알아요?

 

'모피를 입은 비너스'
읽었어요?

 

슬쩍 봤어요

 

뭘 기초로 했냐더니
거짓말이었잖아요

 

잘난 척하려고
그랬어요

 

그 장면은 왜 뺐어요?

 

어떻게 넣어요?

 

반다를 만나기 전
첫 장면에 넣어야죠

 

'모피를 입은 비너스'에
비너스가 빠지면 돼요?

 

같은 여배우가
연기하면 되죠

 

노출 연기지만
추가금 없이 할게요

 

생각해 볼게요

 

즉흥으로 해봐요
아이디어가 나오겠죠

 

조명이...

 

지금 장면이 어디죠?

 

쿠지엠스키의 방이고
밤중이에요

 

그럼 한밤중이고
새벽 2시

 

톤을 줄이고

 

왼쪽에 모닥불 켜고

 

아주 좋네요

 

쿠지엠스키는
뭘 하면 될까요?

 

글쎄요, 독서?

 

모르겠는데

 

너무 진부한가

 

반다를 만날 때도
독서 중이었잖아요

 

여긴 도서관이
아니에요

 

그럼 일기를
쓰고 있었어요

 

그거 좋네요

 

내가 비너스예요

 

나도 모르겠다

 

- 나체라고 생각해요
- 추파 던지는 거예요?

 

다 큰 어른이잖아요

 

약혼녀라 생각하고
연기해봐요

 

이런 건
안 해봤어요

 

세상 여자들이
다들 그러죠

 

근데 사실이에요

 

모닥불이 깜빡거리고

 

모피만 걸치고 있는
비너스를 보고 있어요

 

모피 걸쳐 주세요

 

연출자가 해야죠

 

관능적으로
걸쳐 놓아야죠

 

이제 책상에 앉으세요

 

캐릭터로!

 

일기를 쓰세요

 

진짜로 써요

 

쓰고 있어요

 

읽으면서 써야
관객이 알죠

 

이렇게 연극이
시작하는 거예요

 

조명이 들어오고

 

낡은 시계 소리만
들리는 거죠

 

똑딱

 

똑딱

 

똑딱

 

똑딱!

 

1870년 10월 22일

 

새벽 2시

 

난 스파 여관에
머물고 있다

 

숲과 산으로
둘러싸인 곳이다

 

오늘 밤엔
달도 뜨지 않고

 

어둠과 침묵만이
남아 있다

 

잠깐
소리가 들린다

 

참새 소리다

 

나이팅게일

 

나이팅게일 소리다

 

골이 나 있는
고양이 소리도 들린다

 

지독한 외로움이
느껴진다

 

불행하고

 

불만족스러운...

 

구텐 아벤트 마인 헬

 

뭐지?

 

독일이
다시 침공했나?

 

혹시 내가
방해가 됐나?

 

전혀 아닙니다

 

아프로디테 만세!

 

날 잊은 건 아니겠지?

 

잊다니요?

 

사랑해 마지않는

 

가장 오래된 적을

 

다정하기도 하지

 

내 손에 입 맞추지
않을 건가?

 

한결 낫군
허나 토마스...

 

내가 토마스라고 했나요?

 

허나 제베린
여긴 너무 춥구나

 

널 보러 올 때마다
감기에 걸린단다

 

보았느냐?
벌써 걸렸구나

 

늘 나체로 오시니
그러지 않습니까

 

난 비너스이니라
늘 나체로 있어야지

 

그게 내 일이니

 

너도 벗지 않겠느냐?

 

그 거치적거리는
옷을 벗고

 

날 안아주련?

 

내 모피 안으로
들어오너라

 

괜찮습니다

 

내 특별히 널 위해
밍크를 가져왔단다

 

올림푸스에서
가져온 물건이지

 

라벨 보이느냐?
'메이드 인 올림푸스'

 

제가 왜 모피에
관심을 갖겠습니까?

 

네 기벽을
잘 알고 있다

 

넌 여자가 아니라

 

여자들의 모피에
관심이 있지

 

너구리와
결혼하려무나

 

지금껏 만난 여자들보단
너구리가 낫죠

 

그럼 모피 아래 있는
허벅지를 벌린다면

 

날 사랑해주겠느냐?

 

사랑을 주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아뇨
그건 권력입니다

 

네가 감히
날 거역하느냐?

 

하겠습니다

 

제베린

 

널 내 발 아래
기게 만들고

 

애원하게 만들 것이야

 

천만에요

 

넌 이미 내 것이다

 

그리고 영원히
내 것이야

 

절대 안 됩니다!

 

다시 돌아오마

 

그리고 펑 하고
사라지는 거예요

 

나쁘지 않죠?

 

이렇게 써서
완성해봐요

 

괜찮겠네요

 

될 것 같아요

 

마를렌 디트리히를
조금 첨가해도 좋겠어요

 

네, 아주 좋아요

 

쿠지엠스키의 다른 면을
보여주는 거니까요

 

하긴 밤에
비너스가 나타났을 땐

 

"싫어! 싫어!"

 

다음 날 아침에
반다가 나타났을 땐

 

"제발 날 가져줘요!"

 

조명을 내렸다가
올리는 거예요

 

그리고 아침이 돼서
똑똑똑!

 

그리고 반다로 변신한
비너스가 등장하는 거죠

 

- 복수하려고요
- 기발해요

 

그게 당신이에요?

 

네?

 

당신이냐고요

 

쿠지엠스키 노바첵
노바첵 쿠지엠스키

 

아니에요

 

당신 속엔 여러 사람이
있다고 했잖아요

 

그럼 혹시 반다?

 

연극은 나와
아무 상관없어요

 

그냥 작가일 뿐이다?

 

미안해요
각색가였죠

 

"비평가가 나라고 하면
죽여버릴 거야"

 

내가 만들어낸
캐릭터들이에요

 

그렇겠죠
'노바첵 박사'

 

우연히 S&M 소설에서
발견하셨다?

 

유명한 책이에요

 

12살에 '뜻밖의 순간'을
겪진 않았죠?

 

도서관에서?

 

아뇨

 

고양이랑?

 

아뇨

 

아직 기다리는
중이에요?

 

위대한 순간을?

 

기다리는 건
없어요

 

인물 관계가 매력적이라
빠져든 것뿐이지

 

아주 복잡하고
풍부해서

 

그렇죠

 

이 캐릭터들의
감정적 깊이가 좋아요

 

요샌 이런 감정들을
겪는 사람이 없어요

 

이젠 이런 격정을
볼 수도 없죠

 

내 친구들
소개해 드려야겠네

 

그래요, 알았어요
나도 하나도 몰라요

 

약혼녀가 묶어놓고
채찍질도 해줘요?

 

아뇨

 

한번 물어봐요
약혼녀가 좋아할지

 

약혼녀라고
그만 좀 불러요

 

미안해요

 

그럼 당신의 반쪽은
이 연극 어떻게 생각해요?

 

좋아하진 않아요

 

관객들은 당신들
얘기로 생각할걸요

 

우리 둘 모두
이렇진 않아요

 

그럼 당신의...

 

마리 세실

 

마리 세실

 

마리 세실은 연하고
좋은 집안 출신이겠죠?

 

해안 쪽 좋은 집에서
자랐을 거예요

 

라 볼 근처

 

낭트 출신이에요

 

가족과 라 볼에서
주말을 보냈을걸요

 

정원 있는 빌라에서

 

요트를 타고

 

해산물을 좋아하고

 

맞아요

 

키가 크고

 

사람을 살짝
쥐고 흔드는 타입

 

머리숱이 많고

 

다리도 길고

 

근사한 한 쌍의...

 

눈망울

 

생각은 건전하고

 

파리에서
사립학교를 다녔고

 

훌륭한 성적으로
졸업했겠죠

 

석사 학위?

 

비슷해요?

 

석사 학위도 있고

 

박사도 있어요?

 

사회학 논문
쓰는 중이에요

 

개도 있죠?
래브라도 같은데

 

이름이...

 

지적인 이름이에요?

 

부르디외?

 

데리다

 

문화적 소양이
깊으시군요

 

돈도 많을 거예요

 

그런데 후진 극장에
벨기에 선인장에

 

이쪽 조건은
좀 부족하네요

 

그분 집안은 부유하죠?

 

맞죠?

 

당연히 맞겠지

 

당신은 예술가예요

 

그분은 당신의 감수성을
사랑하는 거예요

 

감수성이 있는 남자를
처음 만난 경우겠죠

 

책과 오페라
발레를 사랑하고

 

밤엔 외국 영화와
소설을 논할 거예요

 

그리고 차분하게
섹스를 하겠죠

 

조용한 섹스처럼
마음 편한 게 없죠

 

하지만 당신의
머릿속 목소리는

 

뭔가 다른 걸
요구해요

 

그게 뭔진 몰라도
목소리가 떨리죠

 

하지만 당신은
현재에 만족해요

 

그분을 깊게 깊게
사랑하죠

 

당신은 안락하고
조용한 삶을 살면서

 

외국 영화를 보고
소설을 논하고

 

아이들도 낳겠죠

 

그러다 죽을 거예요

 

대본 읽을까요?

 

네, 계속하죠

 

다음 날
자작나무 숲이요?

 

 

저게 비너스상이에요

 

아프로디테 만세!

 

아프로디테 만세

 

대사 읽어볼래요?

 

안 돼요, 제베린

 

이건 아니에요

 

노예니 지배니 하는
추한 이야기들...

 

당신은 날 더렵혔어요

 

당신도 남자를 조종하려는
욕망이 있을 거예요

 

아니에요

 

고문하고 싶은
욕망도

 

아니에요

 

인정해요

 

난 아니에요

 

- 이해가 안 되세요?
- 이해는 필요 없어요

 

제베린

 

모르시겠어요?

 

여자의 손 안에선
안전할 수가 없어요

 

그 어떤 여자의
손이라도

 

너무 성차별적이라
못 견디겠어요

 

어디가 성차별적이에요?

 

여자의 손 안에선
안전할 수가 없다

 

책에도 나와요

 

그럼 그 책이
성차별적이네요!

 

아니라니까요!

 

오히려 반대로...

 

세계 문학사에
남은 작품?

 

그런 말이 아니에요

 

그럼 이건요?

 

이건 티치아노의
그림이 아니에요

 

S&M 포르노지

 

전부 진부함 덩어리야

 

어떻게요?

 

엉덩이 좀 맞았다고
S&M에 빠져요?

 

자허마조가
겪은 일이에요

 

- 당신도 겪었어요?
- 아뇨!

 

그럼 어떻게 알아요?

 

내겐 영원한 결합을
그린 연극이에요

 

심장이 하나가 된
연인의 이야기

 

변태 짓으로?

 

- 열정으로!
- 무슨 열정?

 

미묘한 감정을
다룬 얘기예요

 

섹스와 계급전쟁을
다루는 거겠죠

 

아무것도 모르는
반다란 여자가

 

악질 변태를
만난 이야기

 

이해를 못 해서
하는 얘기예요!

 

날 더렵혔다는
대사도 있잖아요

 

늘 품고 있던
지배욕에 대한 갈증을

 

쿠지엠스키가
꺼내준 거예요

 

평범한 여자일지도
모르잖아요

 

이건 여성 혐오
연극이라고요

 

남자가 부추겨 놓고
여자 탓을 하잖아요

 

- 그런 게 아니에요
- 그런 거예요!

 

어떻게요?

 

- 내 엔딩을 말해보죠
- 좋아요

 

그 그리스인이 오자
반다는 쿠지엠스키를 차버렸어요

 

쿠지엠스키가 원한 건데
그래도 반다 잘못이에요?

 

쿠지엠스키가 그 그리스인
좋아하나 보네

 

어쩜 그렇게
멍청해요?

 

반다를 그렇게 잘 연기하면서
어떻게 반다를 쥐뿔도 몰라?

 

아는 게 없어!

 

뭐 저딴 게
배우라고!

 

멍청한 계집

 

개소리하고 있네

 

빌어먹을!

 

미안해요

 

뭐라고요?

 

내가 조금
지나쳤어요

 

이미 뱉은 말이에요

 

이 연극은 소원을 빌 땐
조심하라는 얘기 같아요

 

반다가 와서
노크할지 모르니까?

 

'여신을 엿 먹이지 말라'
이 연극의 주제예요

 

이를테면

 

이를테면...

 

'이를테면'이
요새 말로 뭐죠?

 

'관심 없지만'

 

그렇군요

 

여신이 존재하지 않는 걸
다행으로 생각해요

 

있었으면
인생 망쳤어요

 

그럼 당신 지적을
모두 받아들일게요

 

계속해도 될까요?

 

부탁해요, 반다

 

그 어떤 여자의 손 안에서도
안전할 수 없단 걸

 

정말 모르세요?

 

당신과 나는
모험적인 사람들이에요

 

인간 본성의 한계를
탐험해봐요

 

당신은 병들었어요

 

그 백작부인이 당신을
중독시킨 거예요

 

- 당신도 좋아하잖아요
- 아니에요

 

날 지배하는 걸
좋아하잖아요

 

아니에요

 

당신의 욕구가
내겐 명령이에요

 

이렇게 애원할게요
제발 날 가져줘요

 

당신은
미친 몽상가예요

 

꿈을 이루기 위해선
무슨 짓이든 하죠

 

당신이 내 꿈이에요

 

여기까지만 해요
너무 늦기 전에

 

날 사랑해요?

 

모르겠어요

 

그럼 둘이서
같이 알아봐요

 

어떻게요?

 

연인들이 하는
짓들을 하면서

 

날 아프게 해줘요

 

그건 혐오스러운데요

 

그리고 난
연기를 경멸해요

 

난 그 숙모가 아니에요
나는 나예요

 

좀 더 위압적으로
다시 해봐요

 

난 그 숙모가 아니에요
나는 나예요

 

다시 더 강하게

 

뭘 어쩌라고요?

 

당신 숙모가 아니라
나는 나라니까!

 

모르겠군요

 

이젠 연극도
아닌 것 같아요

 

더 몰입하길
바란 거예요

 

난 반다가 아니에요
한심한 구직자라고요!

 

난 당신 숙모가 아니에요
나는 나예요

 

어때요?

 

아주 좋아요

 

이 역할 못하겠어요
내겐 너무 어려워요

 

가지 마요, 반다

 

빌어봐요

 

이렇게 빌게요

 

당신은 악마야

 

날 지배하고 있잖아요
아직 모르겠어요?

 

거짓말쟁이

 

내가 지배하는 게 아니라
지배당하고 있어요

 

당신은 내 노예라더니
날 지배하고 있잖아요

 

이게 사실이에요

 

권력이 반다한테 있다더니
결국은 남자한테 있잖아요

 

더 굴복할수록
주도권이 더 생겨요

 

복잡해요

 

전에 말한
계약서예요

 

내게 무조건 복종한다는
조항이 쓰여 있어요

 

당신은
내 노예가 되어

 

자신의 정체성을
완벽히 포기하고

 

몸과 영혼

 

당신의 명예까지
영원히 내 소유예요

 

서명해요

 

싫어요?

 

원래 1년으로
하기로 했었는데

 

그럼 당신이 조항을
만들 거예요?

 

읽어봐도 될까요?

 

왜요?
날 못 믿어요?

 

서명해요

 

좋아

 

앞으로 나를
'마담'이라고 불러

 

그리고 허락할 때만
말하는 거야

 

내 식사 내오고

 

복도에서 명령을
기다리고 있어

 

아침엔 옷을 입히고
밤엔 옷을 벗겨줘

 

스타킹을 건네주고
신발을 신겨주고

 

난 너를
'토마스'라고 부르겠어

 

- 대본엔 그레고르예요
- 내가 바꿨어요

 

앞으론 너를
'토마스'라고 부르겠어

 

복장은 하인들의
옷을 입도록

 

저는 신사로서...

 

신사로서
약속을 지켜야지

 

노예가 되겠다고
계약했잖아?

 

노예지 종자가 아닙니다

 

내가 볼 땐 똑같아

 

이것도 게임입니까?

 

이게 내 모습이야

 

고집 세고 억지스럽고
탐욕적이지

 

난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해

 

더 반항할수록
더 강요할 거야

 

하지만 고귀한 품성을
지닌 분이잖습니까

 

상상이나 할 뿐이지
네가 뭘 안다고?

 

용서해 주세요
제가 모자랐어요

 

여권과 돈도
모두 내놔

 

내놔!

 

우린 내일
플로렌스로 떠난다

 

난 1등석
넌 3등석

 

3등석?

 

넌 시종들 객실에서
먹고 자도록 해

 

토마스
왜 그러지?

 

그럼 이게
언제 끝납니까?

 

끝나?
시작도 안 했어

 

하지만 반다...

 

그녀가 뺨을 친다

 

그녀가 키스를 한다

 

그녀가 뺨을
쓰다듬는다

 

아팠어?

 

아름답게 아팠습니다

 

좋아

 

그 그리스인에 대해선
알아봤어?

 

이름은 알렉시스고
백작이었습니다

 

아주 미남이던데

 

매력적이었습니다

 

쿠지엠스키가 그 그리스인
좋아한다고 했었죠?

 

오늘 저녁 오페라에서
근처 좌석 잡아줘

 

알렉시스 백작이
날 유혹하게 만들 거야

 

하지만...

 

무슨 문제 있어?

 

내가 좋아하는 대로
하면 안 되나?

 

날 흥분시켜주세요

 

닥쳐, 이 개야

 

자작나무 지팡이를
가져와라

 

그는 지팡이를
가지고 온다

 

소리 들었지?

 

이 소리가 소리굽쇠처럼
내 신경을 진동시켜

 

묶인 채로 훌쩍이는
소릴 듣고 싶어

 

쿠지엠스키가 계집애처럼
우는 게 듣고 싶다고

 

내 심장이
요동치고 있어

 

공기가 뜨거워져

 

뭘 어떡한 거야?

 

어쩌고저쩌고

 

잠깐!
어쩌고저쩌고?

 

갑자기 마녀로
변하기라도 해요?

 

공기가 뜨거워져
신경이 진동해

 

아예 조명에다
드럼롤도 넣죠

 

난 당신을
좋아하지만

 

이건 너무 유치해요

 

유치?

 

어떻게 유치해요?
이건 연극이에요

 

내 연극!

 

훌륭한 연극이에요!

 

그 누구도
간섭 못 해요

 

아무것도 모르면서

 

누구든 내 작품을
무너뜨릴 순 없어

 

당신이 하든 말든
상관없어!

 

맘대로 해요

 

그녀는 칼을 들고
그의 목에 댄다

 

난 널 경멸해

 

뭐 하는 거예요?
왜 이래요?

 

내가 네 수작을
모를 것 같아?

 

날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했겠지?

 

그런 건
원한 적 없어요

 

이 기분이 얼마나
맛있는지 모를 거야

 

그거 알아요?

 

배우 조합에
전화할 거예요

 

어차피 그 역할
맡기지도 않을 거니까

 

당신에게
맡기고 싶어요

 

이제야 말하시네
이대로 쓸 거예요?

 

꺼져버려!
마리 세실

 

아직 마무리 중이야

 

이 남자
나랑 하는 중이야!

 

뒤로 하고 있어

 

나도 몰라

 

개처럼 하고 있어!

 

먼저 먹어
금방 갈게

 

어제 먹은 양고기
남지 않았나?

 

갈 때 전화할게

 

이따 봐

 

그래, 알았어

 

모르겠어

 

때 되면 들어가겠지

 

지랄하지 마셔

 

미안해요

 

아무도 아니었죠?

 

네?

 

전화하는 척
한 거잖아요

 

내 반쪽이었어요

 

- 어떤 남자예요?
- 누가 남자래요?

 

왜 그랬어요?

 

왜인 것 같아요?

 

내가 전화 받는 게
싫어서?

 

여자의 복수
같은 건가?

 

그런 것 같은데요

 

다른 감독이었으면
벌써 날 덮쳤어요

 

난 달라요

 

거짓말

 

확신이 있었으면
진작 했겠죠

 

아니에요

 

하게 해준다면?

 

마리 세실에 대해선
어떻게 그리 잘 알아요?

 

체육관에서 만났어요

 

그랬군

 

착해 보이던데요

 

아주 미인이고

 

옷 벗으면서
같이 얘기했죠

 

보통 여자들 얘기

 

내가 탐정이 되려고
연기 포기했다니까

 

남자친구 얘길
하더라고요

 

미스터리한 작가라고

 

당신을 캐보라고
돈을 주던데요

 

당신 정체가 뭔지
진짜 자길 사랑하는지

 

결혼 전 사실 확인
임무랄까

 

전과나 재정 상태 등

 

나중에 호텔에서
만나서

 

보고하기로 했어요

 

몸매가 죽이던데요
좋으시겠어요

 

대단한 여자군요

 

거짓말하면
티가 다 나요

 

그런가요

 

마리 세실은 체육관에서
샤워 안 해요

 

그래요?

 

많이 젖었던데

 

마저 할까요?

 

그래요

 

이거 입어요

 

토마스
날 기다리게 했군

 

죄송합니다, 마담

 

은식기를
닦고 있었어요

 

시종 옷을 입으니
우아해 보이네

 

감사합니다, 마담

 

돌아봐

 

아주 좋아

 

참기가 힘드네

 

하인이란 걸
잊을 뻔했어

 

근데 뭔가 빠졌어

 

잠깐만요
그건 대본에 없는데

 

즉흥 연기예요

 

뭔가 빠졌어

 

아주 매력적이야
이래야 완성이지

 

기분 좋아?

 

아주 좋습니다

 

그렇게 입고 있으니
사랑에 빠질 것 같아

 

같다라니...

 

절 사랑하지
않으십니까?

 

또 시작이네
늘 저렇게 칭얼거려

 

백작 때문입니까?

 

그 사람을
사랑하시는 건가요?

 

그 사람이 따라온 게
내 잘못인가?

 

그 사람은 마담을
사랑하는 게 아닙니다

 

이런 무례한 것
감히 어디서!

 

부츠 가져와

 

네, 마담

 

거기 말고
가방 속에

 

머저리

 

네, 마담

 

그리고 주인님으로 불러
그게 더 수치스러워

 

네, 주인님

 

내 부츠 맘에 들어?

 

네, 주인님

 

신은 거
보고 싶어?

 

네, 주인님

 

아니, 나한테

 

네, 주인님

 

내일은 널 정원의
무화과나무에 묶고

 

내 황금 머리핀으로
찌를 거야

 

아니면...

 

발가벗겨
밭으로 데려가서

 

채찍질을 하며
몰고 다녀야지

 

그러고 싶어?

 

네, 주인님

 

아주 만족스럽군
토마스

 

사탕이라도 줘야겠어

 

또 필요하신 게
있습니까?

 

마지막으로 하나 더

 

마리 세실한테 전화해서
집에 못 간다고 해요

 

그건 안 돼요

 

그래요?

 

안 돼요?

 

안 돼요

 

핑계는 안 돼요

 

마리 세실, 나야

 

나 집에 못 가

 

나 집에 못 가

 

핑계 대지 말고

 

이유는 말 못 해

 

인사하고 끊어요

 

안녕

 

이제 꺼버려요

 

근사하지 않아?

 

우리 둘만 있어

 

여긴 정말 멋지네

 

아주 한적하고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습니다

 

따라와

 

새로운 인생이
앞에 놓여 있어

 

우리 둘 앞에

 

우리 둘과
그 백작도 있죠

 

그 사람 얘기
작작 해

 

벌을 덜 줘서
그러는 거야?

 

막 안아주려고
생각하던 참인데

 

정말이십니까?

 

와라

 

이리 와

 

팔을 두르고

 

이제 알겠어?

 

한 시간만 자유라고
생각하게 해줄게

 

이런 바보

 

내가 원하는 모습이
뭔지 이제 알겠지?

 

짐승

 

물건

 

내 욕구의 배설구

 

인정할 수 없습니다

 

안 되겠어요
거절합니다

 

뭐라고?

 

편지를
한 통 썼습니다

 

편지?

 

헤어지잔 내용이겠지?

 

그렇게 원하던 수치를
더는 못 견디겠어?

 

그렇게 원하던 수치를...

 

이 대사는
감이 안 와요

 

무슨 뜻이에요?

 

말뜻 그대로잖아요

 

어떻게 하면 돼요?

 

대사가 뭐였죠?

 

편지를
한 통 썼어요

 

편지?

 

헤어지잔 내용이겠지?

 

그렇게 원하던
수모를...

 

누워봐요

 

그렇게 원하던 수치를
더는 못 견디겠어?

 

며칠 동안
지니고 다녔겠지

 

보여주기 두려워서

 

그래서?

 

어디 있지?
그 걸작 꺼내봐

 

여흥으로 딱 좋겠네

 

정말 훌륭해요!

 

반다 역을 해요

 

안 돼요

 

해봐요

 

반다가 돼 봐요

 

나보다 반다를
잘 이해하잖아요

 

당신이 창조했고
완벽히 알고 있으면서

 

대사를 몰라요

 

알잖아요

 

조심해, 제베린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주인님

 

말로만 최선이지
늘 탐탁지 않아

 

내 모피 가져와

 

네, 주인님

 

샴페인 한 병과
잔 두 개 준비해

 

알렉시스 백작이
곧 올 거야

 

하지만 주인님...

 

싫으면 나가!
눈앞에서 사라져

 

모피 가져왔어요
주인님

 

알렉시스 백작과
결혼하실 건가요?

 

그 사람만 보면
가슴이 떨려

 

환상적이에요

 

잠깐만요

 

앉아요

 

내 머릿속에
들어와 있는데

 

내보낼 수가 없어

 

내 머릿속에
들어와 있는데

 

내보낼 수가 없어

 

그 사람은
날 아프게 해

 

훌륭해요!

 

이 고통이 좋아

 

일어나서 걸어봐요

 

내게 청혼하면

 

온 마음으로
청혼을 수락할 거야

 

최고예요!

 

그 사람이 널
질투하는 거 알아?

 

우리 사이 얘길
해줬거든

 

당신을 죽이겠다고
협박했겠군요

 

그랬지

 

당신을 때렸나요?

 

그래

 

맞고 있었어요?

 

그래
정말 황홀했지

 

더!

 

그래
정말 황홀했지

 

조금 더
감정을 실어서

 

그래!

 

정말 황홀했지!

 

둘 다 죽여버리겠어

 

당신 심장을 뽑아서
개들에게 줄 거야

 

나쁜 인간

 

나쁜 인간

 

그래, 죽여요
제베린

 

더는 이 게임을
못 견디겠어요

 

게임?
무슨 게임?

 

어떻게 날
사랑할 수 있어요?

 

이렇게 끔찍하게
대하는데

 

모두 당신을 고치려고
했던 일이었어요

 

당신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려고

 

그럼 전부
거짓이었어?

 

거짓이었어요

 

전부 게임이고
연기였던 거야?

 

우리 계약은?

 

계약...

 

이 어리석은 사람

 

제베린

 

처음 본 순간부터
당신을 사랑해 왔어요

 

난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여자가 아니에요

 

나약하고
어리석은 여자예요

 

나쁘지 않네요

 

날 지배해줘요

 

묶고 때려줘요

 

당신을 조각상에
스타킹으로 묶겠어

 

원하는 게 그거지?

 

네, 이렇게 빌게요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날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해줘요

 

떠나지 않을 거야

 

일어서요!

 

 

처음 본 순간부터
이걸 꿈꿔 왔어요

 

더 강하게!

 

날 모욕해줘요

 

수모를 줘요
날 지배해줘요!

 

좋아요, 톰

 

아주 좋아요

 

훌륭해요

 

문제가 뭔지 알아요?

 

뭐라고 말하든
이 연극은

 

추잡스러워요

 

여자를 모욕하는
포르노라고요!

 

무슨 소리예요?

 

당신을 봐요

 

고통을 당하는 처녀

 

무력하고
복종적인 색녀

 

날 때려줘요!
난 여자예요!

 

젠장!

 

빌어먹을!

 

강렬한 감정이네요

 

아주 좋아요

 

요샌 이런 격정을
볼 수가 없는데

 

반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뭐가 감사하지?

 

감사합니다, 주인님

 

멍청한 여배우들
이용해먹을 작정이었지?

 

네 역겨운 욕구를
충족시키려고

 

너만의 여자
프랑켄슈타인을 만들어서

 

날 이용해줘요
모욕해줘요?

 

아니에요, 반다

 

감사합니다, 주인님

 

감사합니다, 여신님

 

감사합니다, 여신님

 

젠장!

 

카드메아의 바커스

 

디오니소스를 위해
춤추어라

 

주께서 여자의 손으로

 

그를 물리치시더라

 

번역 황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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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본 순간부터
이걸 꿈꿔 왔어요

 

더 강하게!

 

날 모욕해줘요

 

수모를 줘요
날 지배해줘요!

 

좋아요, 톰

 

아주 좋아요

 

훌륭해요

 

문제가 뭔지 알아요?

 

뭐라고 말하든
이 연극은

 

추잡스러워요

 

여자를 모욕하는
포르노라고요!

 

무슨 소리예요?

 

당신을 봐요

 

고통을 당하는 처녀

 

무력하고
복종적인 색녀

 

날 때려줘요!
난 여자예요!

 

젠장!

 

빌어먹을!

 

강렬한 감정이네요

 

아주 좋아요

 

요샌 이런 격정을
볼 수가 없는데

 

반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뭐가 감사하지?

 

감사합니다, 주인님

 

멍청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