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

 

- 깨셨어요?
- 그래

 

- 일어나실래요?
- 벌써 아침이냐?

 

 

그럼 아침 먹어야지

 

안경은?

 

베개 위에

 

- 식사하세요
- 고맙다, 냄새 좋군

 

커피도 드려요?

 

커피는 됐다
오렌지 주스면 충분해

 

필요한 게 있음 부르세요

 

굿 모닝!

 

엄만 어떠셔?

 

- 잘 계세요
- 직장은?

 

아직 못 구하셨죠

 

- 장사 잘 되죠?
- 덕분에

 

잘됐네

 

- 뭘 드릴까?
- 꽈배기 하나 줘요

 

- 드시고 갈 거죠?
- 물론이죠

 

카메라 가져왔어

 

널 찍어두려고

 

넌 내 베스트 프렌드잖아

 

여기 서요?

 

딱 좋아

 

일하기엔
날씨가 너무 좋지?

 

놀러 갈까요?

 

어제 줄리한테 들었는데

 

주문이 엄청 들어왔나 봐

 

눈코 뜰새 없게 생겼어

 

- 죽어나겠네
- 내 말이 그 말야

 

- 지금도 과로사 직전인데
- 그러게

 

직원을 더 뽑아야 돼

 

저녁 때 석탄 공장에
태워다 줄 수 있어요?

 

당연하지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부탁하라 그랬잖아

 

- 고마워요
- 천만에

 

요즘 데이트 안 해?

 

통 못했어요

 

- 계획도 없어?
- 시간이 없는 걸요

 

하루에 일을
두 탕 뛰어야 하니까

 

다들 비슷한 처지지

 

휴가를 얻지 않는 한
데이트는 꿈도 못 꾸죠

 

난 휴가를 얻으면
'아루바'에 가고 싶어

 

TV에서 봤는데
해변이 끝내줘

 

난 다 먹었어, 넌?

 

전 담배 좀 태울게요

 

아빠랑 자주 만나?

 

한동안 못 봤어요
반년 전에 본 게 다죠

 

지금 어디 계셔?

 

아리조나에 있다고 들었는데

 

아마 재혼했을 거예요

 

전혀 소식도 없죠

 

- 안녕하세요
- 안녕

 

일은 어땠어?

 

괜찮았어요

 

어떠세요?

 

괜찮아

 

- 배고파?
- 아니요, 괜찮아요

 

- 주무세요
- 자라

 

첫날이라 흥분돼죠?

 

 

떨려요?

 

괜찮아요

 

좋아요

 

에어브러쉬를
서본 적 있댔죠?

 

면티에 문양 넣을 때요

 

잘됐군
그때 팀을 짜서 일했나요?

 

아니면
혼자 주문을 받아서...

 

거의 혼자 다했어요
주문도 받고 문양도 넣고

 

그랬군요, 기대돼요

 

여러분

 

아시다시피
주문이 많이 밀려서

 

그동안
다들 힘들었을 겁니다

 

그래서 '로즈'를 채용했죠

 

다행히 로즈가
에어브러쉬 경험이 있어서

 

인형얼굴의
페인팅을 맡기기로 했어요

 

일이 낯설 테니
많이 도와주세요

 

면접을 하면서 우린
로즈의 사교성을 높이 샀죠

 

서로 금방
친해질 거라 믿어요

 

그럼 일하면서
인사 나누도록 하고

 

옆에서 많이 도와주세요

 

일 시작해요

 

거긴 풀칠을
두 번해야 안 떨어져

 

나도 알아요

 

담배 피워요?

 

- 안 피워
- 피워요

 

다 먹고
한 대 태우러 갈래요?

 

전엔 어디 있었어?

 

양로원에 있었죠

 

거기서 뭘 했어?

 

환자 똥오줌수발

 

최악의 3D직종이죠

 

온갖 더러운 일은
다 내 차지였어요

 

내가 맡은 일은

 

자기 몸도 가누지 못하는
노인들을 돌보는 거였죠

 

씻기고 입히고 먹이고

 

환자에 따라
하는 일이 달라요

 

사명감 없인
정말 하기 힘든 일이죠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녜요

 

거기서
며칠 겪다 보면 그냥...

 

하루에도 몇 번씩
뛰쳐나오고 싶어져요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이런 일 보단
훨씬 보람 있었죠

 

당신은?

 

나 뭐요?

 

전엔 무슨 일 했죠?

 

오래된 공장 보수관리

 

멋지다

 

난 빨리
여길 뜨고 싶어요

 

왜?

 

미래가 없잖아요

 

딸을 키우려면
돈을 벌어야 하는데

 

이 동네는
돈 벌 데가 없죠

 

너무 가난해요

 

- 결혼했어?
- 안 했어요

 

할 뻔 했죠

 

근데 일이
뜻대로 안 풀렸어요

 

늘 그렇듯 어리석었죠

 

퇴근 후엔 뭐 해요?

 

늘 하던 대로...

 

아버질 돌보러 가야지

 

나 좀 태워줄 수 있어요?

 

저녁엔
딴 직장에 가야 하거든요

 

- 멀진 않아요
- 좋아

 

정말 고마워요

 

천만에

 

- 다 먹었어요?
- 거의

 

우린 담배 태우러 갈게요
이따 봐요

 

갈까요?

 

로즈?

 

어딨어?

 

욕실에!

 

세상에!
뭐 하는 거야?

 

목욕해요

 

항상 이래?

 

아뇨, 가끔

 

- 내가 양로원얘기 했었죠?
- 그랬지

 

거기 노인한테
쟁반으로 등을 맞아서

 

한달 동안
딸을 안지도 못했어요

 

지금도
가끔씩 심하게 쑤시는데

 

이러면 가라앉아요

 

내 아파트엔
욕조가 없고 샤워기뿐이라...

 

가끔 이용하고
깨끗이 싹 닦아놓죠

 

암튼 간도 크다

 

- 이러다 들키면 어쩌려고
- 주인 오려면 멀었어요

 

세상에나

 

방마다 어쩜...

 

침실이 어찌나 큰 지

 

우리 집이
몽땅 들어가겠더라고

 

입이 쩍 벌어졌어!

 

천장의
화려한 샹들리에 하며...

 

꿈의 궁전였지

 

진짜 엄청 끝내줬어
거기다 더 놀라운 일은

 

로즈가
청소하러 간 그 집에

 

날 데리고 들어가
구경하게 해놓고

 

자긴
목욕을 하고 있지 뭐야

 

진짜 그랬다니까

 

- 청소하러 가서?
- 그래!

 

- 대담하네
- 정말 어이가 없었어!

 

집주인이 갑자기 들이닥쳐서

 

그 광경을 봐봐

 

웬 낯선 여자가
집안을 돌아다니고

 

청소부는 목욕하고...
까무러칠 일이지

 

보통 배짱이 아니네요

 

로즈는 묘한 데가 있어

 

- 어떻게 생각해?
- 난 괜찮던데

 

그래?

 

난 좀 섬뜩해

 

난 아버지 땜에
밤늦게 끝나는 일은 못해

 

나 말곤 돌볼 사람이 없어

 

그렇다고
양로원에 모시긴 싫고

 

- 거긴 엄청 비싸
- 양로원은 갈 데가 못 돼요

 

- 그래?
- 일손, 장비가 태부족이라

 

장시간 방치되기 쉽고

 

격리 돼야 할 환자들과
마구 섞어놓다 보니까

 

무슨 험한 일이 벌어질 지
알 수가 없어요

 

어떤 때는...

 

누워만 있는 환자랑
종일 서성대는 환자를

 

한 방에 배정해서
문제가 생기기도 해요

 

룸메이트의
소지품을 찢기도 하고...

 

안 보내길 잘 했네

 

직원 급료는
또 얼마나 짜다구요

 

일 끝내고
집에 가려고 하면 이러죠

 

'잠깐만 와서
요것만 도와주겠어?'

 

결국
잠깐이 몇 시간이 되고

 

그렇게 수없이
무료봉사를 하게 되죠

 

싫다고 뺄 수도 없어요

 

눈 밖에 나면
짤릴 지도 모르니까

 

- 늘 그런 식이죠
- 정말?

 

항의도 못해요

 

여긴 그런 일 없어

 

할당량을 마치면
성과급을 주는 거 알아?

 

못 들었는데

 

주말까지 할당량을 채우면

 

보너스가 50불 정도 나와

 

- 끝내준다
- 가계에 보탬이 많이 되지

 

보너스도 생활비로 써요?

 

달리 쓸 데가 있나?

 

별로 생각 안 해봤어
넌 뭐에 쓸 건데?

 

계속 날씨가 좋으면
낚시도구 같은 걸 사려고요

 

그거 재밌겠다

 

용돈벌이 할 생각 있음
애 좀 봐줄래요?

 

외출을 하고 싶은데

 

많이는 못 드리겠지만...

 

언제?

 

금요일 밤
그날 시간되세요?

 

- 좋아, 해 줄 수 있어
- 정말?

 

애가 순해요

 

- 몇 살?
- 두 살

 

워낙
나하고만 지내버릇해서

 

처음엔
낯을 좀 가릴 거예요

 

애가 뭘 좋아해?

 

색칠하기랑 동화책 읽기

 

8시면 바로 잠들어요

 

재운 후엔
바느질하면 되겠네

 

어렵지 않겠는걸

 

- 문제 없어
- 전 벌써 기대돼요

 

다 먹었어?

 

- 벌써 끝냈지
- 피우러 갈까?

 

11시쯤 돌아올 거예요

 

냉장고에
전화번호 붙여놨어요

 

- 전화번호는?
- 남겨놨으니 걱정 마세요

 

8시엔 자니까
30분 후에 재우고

 

재우기 전에
크래커랑 주스를 먹이세요

 

배고프면 자다가 깨요

 

내가 나갈 때 울 거예요

 

늘 그러니까 이해하세요

 

재울 땐
동화책만 읽어주면

 

손가락 빨다가 금방 잠들죠

 

간단하네

 

정말 쉬워요

 

아가, 그게 뭐야?

 

누가 왔네, 누굴까?

 

- 들어와
- 들어와

 

넌 이리 와

 

- 웬일이야?
- 그냥

 

둘이 데이트할 거야?

 

같이 나가기로 했죠

 

- 차는 있어?
- 예

 

친구한테 빌렸어요

 

친구가 빌려줬죠

 

그랬군

 

뽀뽀할까?

 

엄만 잠깐 나갔다 올게

 

싫어!

 

- 내 인형!
- 그래, 인형 갖고 놀아

 

나가볼게요

 

- 이게 뭐야?
- 네 아가잖아

 

자장자장 해줘

 

- 사랑해
- 나도 같이 갈래

 

넌 마사 아줌마랑 있어

 

- 재밌을 거야
- 이리 와

 

가봐

 

- 동화책 읽어줄까?
- 싫어!

 

- 여기 좋은 게 있네?
- 싫어!

 

- 아줌마가 책 잃어준대
- 싫어!

 

금방 올게, 뽀뽀하자

 

- 나도 갈래!
- 얘 좀 데려가세요

 

나도 갈래!

 

이리 오렴
장난감 갖고 놀까?

 

- 울지마
- 싫어!

 

돈이 좀 모였다 싶으면
꼭 쓸 일이 생겨

 

애가 아프다든가

 

- 모아둔 돈 있어?
- 약간, 은행이 아니라

 

- 서랍장에 꼬불쳐뒀지
- 서랍장에?

 

그래서
제시 아빠랑 헤어졌지

 

그는 아빠가 될 준비가
안 돼있었어

 

화가라서
그림밖에 관심이 없어

 

그래도 가끔
시간이 날 때면 애를 봐주지

 

그렇게라도
도와주는 게 어디야

 

그도 노력은 해

 

고등학교 마쳤어?

 

마치고 싶었는데
결국 중퇴하고 말았어

 

왜?

 

난 사람 많은 곳에
적응을 잘 못하거든

 

공포감이 엄습해

 

정말?

 

학교를 관둘 정도로
끔찍했지

 

의사랑 상담해봤어?

 

한 번, 근데...

 

계속 듣지도 않는 약만
지어줘서

 

그냥
혼자 견디기로 했지

 

병원도 도움이 안돼

 

이젠 약 안 먹어?

 

- 전혀?
- 응

 

그럼 어떻게 버텨?
이젠 겁 안나?

 

지금은 수백 명이 밀집한
학교 같은 덴 갈 일도 없고

 

아예 갈 생각도 안 해

 

그런데 가면 병이 도지지

 

- 넌 졸업했어?
- 나도 중퇴

 

어쩌다가?

 

- 난 꽤 반항아였지
- 정말?

 

가출해서
무작정 찰스톤으로 갔어

 

- 몇 살 때?
- 열 다섯

 

- 위험하게 살았네
- 약간

 

하지만 그땐 신났었어

 

돈이 모이면 차를 살 거야

 

좋지

 

어디 살아?

 

엄마 집에

 

- 정말?
- 아직은...

 

독립할 형편이 안돼
그래서 돈을 모으고 있지

 

그 맘 알아

 

엄만 지금 집에 계셔?

 

글쎄, 모르겠어

 

사람 많은 데 보다
집으로 가는 게 낫겠지?

 

- 그럼 좋지
- 그러자

 

예쁘구나
니 엄만 보석을 좋아하나 봐

 

이것 좀 봐

 

예뻐

 

떨어졌네

 

- 기린!
- 내가 보기엔 공룡 같은데?

 

공룡 맞아

 

이건?

 

목걸이!

 

목걸이 맞지?

 

- 뛰뛰빵빵
- 잘 하네

 

- 이쪽은 로즈예요
- 안녕 로즈?

 

- 반가워요
- 나도 반가워

 

- 왜 집으로 와?
- 그냥

 

로즈는 새로 온 직원예요

 

- 얘기 들었어
- 그래요?

 

- 일은 어때?
- 아주 좋아요

 

- 바쁘지만 할만해요
- 바쁜 게 좋지 뭐

 

같이 볼래?

 

아뇨
우린 방으로 갈게요

 

알았어, 가봐

 

- 또 봐
- 예

 

특이하게 꾸몄네?

 

저 그림은 뭐야?

 

문신인데

 

친구가 그려줬지
그는 문신 샵에서 일해

 

- 괴상하다
- 난 맘에 들어

 

- 문신 했어?
- 양쪽 손목에

 

우와

 

- 양쪽이 똑같아?
- 좌우대칭이지

 

- 멋지다, 더 할 거야?
- 응, 팔뚝에다

 

친구가
멋진 문양을 생각해내면

 

- 나도 등에 하나 있어
- 정말?

 

더 새길 맘은 없어

 

- 아파서?
- 아프진 않았어

 

평생 지울 수 없단 게
맘에 걸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가지

 

맞아
문신 샵엔 자주 가?

 

응, 가면 되게 재밌어

 

재밌을 것 같아
친구들도 만나고

 

시계 멋진데?
어디서 났어?

 

청소해준 집 주인이 줬어

 

팁 같은 거야?

 

- 감사의 표시였지
- 좋은 주인이군

 

정말 좋았어

 

너도 대마초 피워?

 

- 좀 피우지
- 그럴 것 같더라

 

눈치 빠르네

 

엄마가 뭐라고 안 해?

 

몰래 피우고 있어

 

- 아시면 난리 치겠지
- 맞아

 

- 들킬 일은 없어
- 잘됐네

 

뭐 좀 마실래?

 

- 좋지, 맥주 있어?
- 있어

 

가져올게

 

고마워

 

이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마사가 많이 기다리겠어

 

이거 너 줄게
나중에 심심할 때 피워

 

잘 피울게

 

이것만 마시고 가볼게

 

그렇게 해

 

난 안 들어가는 게 낫겠어
마사 때문에

 

마사가 왜?

 

아까 보니까 왠지
나한테 화난 것 같더라구

 

- 나랑 데이트해서?
- 어쩌면

 

암튼 되게 거북했어

 

알았어

 

- 오늘 즐거웠어
- 나도, 담에 또 시간내자

 

언제든 전화하고
공장에서 봐

 

- 그래, 들어가
- 안녕

 

데이트 어땠어?

 

좋았어요

 

- 진작 말하지 그랬어?
- 뭘요?

 

둘이 데이트 한다는 거

 

- 왜?
- 바보가 된 기분였어

 

미안해요

 

- 제시는?
- 참 순하더라

 

- 잘 놀았어요?
- 목걸일 좋아하더라구

 

정말 귀엽죠?

 

자기가 말 한대로
잠도 잘 재웠어

 

주스랑 크래커 주니까
금새 잠들더군

 

내가 왜 왔게?

 

어서 내놓으시지

 

뭘 원해?

 

약간의 돈과

 

대마초

 

그리고 진실

 

- 대체 뭔 소리야?
- 딱 잡아 떼겠다?

 

- 뭘?
- 내 집에서 훔쳐간 거!

 

어디 있어?

 

- 난 외출했었어
- 나도 봤어, 귀엽던데?

 

내가 누굴 만나든
상관하지마

 

알았으니까 훔치려거든
그 자식 돈이나 훔쳐!

 

내가 뭘 훔쳤다 그래?!

 

내가 뭘 가졌니?

 

내 차를 몰고
신나게 다니는 게 누군데?

 

- 난 차가 필요해
- 누구는?

 

난 제시 태우고 다니며
밥 사주고 장도 봐오잖아

 

- 근데 돈을 훔쳐가면 어떡해?!
- 훔친 적 없어

 

내가 자기 돈을 왜 훔쳐?

 

다 뒤져봐, 돈이고 대마초고
암것두 없다구!

 

제발 철 좀 들어
자긴 그저 자신밖에 모르지

 

- 난 훔친 거 없어!
- 어서 돈 내놔

 

그렇게 궁하면
나가서 뭐라도 팔아봐

 

한밤중에
문짝 쾅쾅 두드리며

 

생사람 잡지 말고!

 

- 그래, 가방 뒤져봐
- 니가 꺼내서 줘

 

설마
내 돈을 다 쓴 거야?

 

- 애 옷 사줄 돈을?
- 그만 꺼져줘

 

살살해

 

- 제시 아빠야?
- 부탁인데 남 일에 참견말고

 

책이나 봐요

 

난 테일러 형사일세

 

상황은?

 

이웃이
911에 신고했어요

 

아이가 밤새 울어서
문을 두드렸지만

 

대답이 없어서 신고했답니다

 

출동한 대원들이

 

거실에서
여자 시체를 발견했죠

 

이름은 로즈 힐리어

 

- 무단침입 흔적은?
- 없어요

 

- 절도범 같나?
- 아뇨

 

- 반항한 기색은?
- 있습니다

 

들어가서 보세

 

- 아침 드세요
- 고맙구나

 

- 오늘은 시리얼이야?
- 시리얼과 주스요

 

자네 말대로
무단침입 흔적이 없군

 

절도범 소행도 아냐
귀중품이 그대로 있어

 

목의 멍 자국을 보니
맨손으로 한참 누른 것 같아

 

눈에 점상 출혈이 보여

 

- 아이는?
- 할머니 집에 보냈죠

 

- 무사해?
- 네

 

로스, 지문을 채취할 때

 

목에 남은 손자국도
검사해줘

 

이웃 탐문 결과는?

 

스미스 경관?

 

탐문내용 보고해

 

이웃 셋을 만나봤는데...

 

엄마
제 방에서 돈 꺼내갔어요?

 

아니

 

요즘 네 방에
들어간 적도 없어

 

다 쓴 거 아니니?

 

모아둔 돈이 있었거든요

 

혹시 꺼내가지 않았나
그냥 물어본 거예요

 

난 들어간 적도 없는걸

 

- 많은 돈이니?
- 아뇨, 얼마 안 돼요

 

이 반지는 서른 살 생일날
엄마가 준 거예요

 

- 진짜 어른이 된 기념으로
- 사연이 있는 거군요

 

이건 할머니 브로치예요

 

대대로 집안 여자들한테
물려주던 건데

 

제가 받게 됐죠

 

이건 어디서 나왔게요?

 

공원에서
금속탐지기로 찾았죠

 

- 횡재했네요
- 기분 끝내줬죠

 

제이크 씨?
난 테일러 형사요

 

잠시 얘기 좀 할까요?

 

- 꼭 해야 돼요?
- 중요한 일예요

 

로즈에 관해 물어볼게 있죠

 

들어오세요

 

이쪽으로

 

- 당신이 그렸소?
- 거의 그래요

 

- 흥미롭군요
- 그렇게들 말하죠

 

- 로즈를 안지는?
- 꽤 됐죠

 

1년 반을 함께 살았고

 

안지는 한 5년 됐을 걸요

 

딸을 함께 기르고 있죠?

 

 

딸 이름은?

 

제시예요

 

- 마지막으로 로즈를 본 건?
- 글쎄요...

 

- 오늘이?
- 토요일

 

- 어젯밤에 봤죠
- 그녀 집에 갔었소?

 

- 맞아요
- 몇 시경이었죠?

 

한 11시쯤?
그때 그녀가 돌아왔죠

 

왜 거길 갔죠?

 

그 여자가
내 돈을 훔쳐갔거든요

 

- 그 얘길 했나요?
- 그랬죠

 

그 집에
누가 또 있었나요?

 

어떤 여자가 앉아 있었죠

 

- 아는 사람?
- 모르는 사람였어요

 

어떻게 생겼죠?

 

그냥 여자같이 생겼어요

 

- 관심을 안 뒀군요
- 전혀요

 

돈 때문에 로즈와 다퉜나요?

 

언성도 높이고?

 

그게
요즘 우리 대화법이죠

 

그랬어요!
돈을 내놓으랬더니

 

뻔뻔하게...

 

훔친 것조차
인정을 안 하더라구요

 

악쓰며 싸웠나요?

 

아뇨
그럼 애가 깨잖아요

 

어떻게 싸웠죠?

 

전 그냥...

 

돈이 어딨냐고 물었고

 

그녀는
없다고, 안 훔쳤다고 하다가

 

꺼지라고 하길래
그냥 나왔죠

 

내가 왜 왔는지 알아요?

 

- 전혀
- 로즈가 살해됐소

 

그랬군요

 

- 짐작 가는 사람 있소?
- 전 아니에요

 

그림을 보니 당신은
매우 열정적인 사람 같소

 

열정적인 예술가

 

여잘 때릴 만큼
열정적인 인간은 못돼요

 

- 한번도 구타한 적 없소?
- 없어요

 

집을 나설 땐
좋게 헤어졌나요?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암튼 살아있었다구요

 

그러니까
말다툼만 했단 말이죠?

 

- 진짜 죽었어요?
- 그래요

 

이건 정말...

 

몇 군데 전화 좀 하고
딸을 만나야겠어요

 

물이 탁하면
짙은 색 미끼를 써야 하고

 

물이 맑으면
밝은 색 미끼를 써야

 

고기가 잘 잡히죠

 

...오래 쓸 수 있죠

 

미끼들은
요 작은 상자에 보관하세요

 

좋네요, 다해서 얼마죠?

 

18불 95센트

 

- 카일?
- 예?

 

좀 나와 봐

 

누가 찾아왔어

 

경찰이야

 

로즈와 알게 된지는?

 

한 일주일 됐죠

 

어떤 관계였지?

 

직장 동료이자 친구요

 

- 만난 지 얼마 안돼서...
- 마지막으로 본 건?

 

어젯밤이요

 

- 함께 뭘 했지?
- 나가서 맥주 몇 잔 하고

 

여기 잠깐 왔다가
바래다 줬죠

 

- 같이 어울린 사람은?
- 없어요

 

집에
몇 시쯤 바래다 줬지?

 

11시 경

 

누군가에게
위협을 받고 있다든가

 

그런 얘긴 안 하든가?

 

- 대체 무슨 일이죠?
- 그녀가 살해됐어요

 

- 예?
- 어젯밤에

 

- 어디서?
- 집에서

 

- 그녀를 해칠만한 사람은?
- 전 아녜요, 저야 모르죠

 

어제 몇 시에
그녀를 데리러 갔지?

 

6시에서 7시 사이

 

집안에 들어갔었나?

 

 

- 안에 누가 또 있었나?
- 마사가 애 봐주러 와있었죠

 

- 마사?
- 같은 직장 동료예요

 

- 빨강머리?
- 예

 

난 인형 옷도 만들어요

 

- 인형 옷?
- 저녁 땐 그걸로 소일하죠

 

- 정말?
- 예

 

아주 재밌어요

 

- 부업이에요?
- 취미예요

 

아버지랑 있을 때
시간 보내기 딱 좋죠

 

아버진
종일 TV만 보거든요

 

- 안녕
- 안녕

 

카일 있어?

 

- 안에
- 들어가도 돼?

 

- 들어와
- 어때?

 

- 잘 지내, 자기는?
- 잘 지내지

 

- 정말?
- 그럼

 

됐어

 

멋지네

 

카일 불러올게

 

카일? 마사 왔다

 

나와 봐

 

뭐하고 있었어?

 

- 계속 전화했어요
- 종일 외출했어

 

파마도 하고, 쇼핑도 하고

 

- 아직 못 들었어요?
- 뭘?

 

로즈 얘기

 

로즈가 왜?

 

어젯밤 살해됐대요

 

- 목이 졸려 죽었대
- 설마...

 

진짜야

 

어젯밤?

 

세상에!

 

- 오늘 형사가 찾아왔어
- 농담 아니지?

 

형사가 와서 알려줬어요

 

- 질문도 잔뜩 하고 갔죠
- 어젯밤이라고?

 

내가 그녀를
마지막으로 본 줄 알길래

 

- 마사가...
- 내가 늦게까지 있었지

 

뭔 일이 있었는지 알아?

 

그녀가 집에 오고
얼마 안돼서

 

남자가 문을 막 두드렸어

 

로즈가 문을 열자마자

 

그가 들어와서
다짜고짜 고함을 치더라구

 

자기가 나올 땐 살아있었어?

 

물론 살아있었지

 

내 생각엔 그 남자가
내가 돌아갈 때까지

 

밖에서 계속 기다리다가

 

다시 들어간 것 같아

 

믿어지지 않아

 

- 저두 너무 갑작스러워요
- 그러게

 

이거 너 주려고 샀어

 

고마워요

 

- 고마워요
- 천만에

 

- 그 얘길 형사한테 해줘
- 그래야지, 연락처 좀 줘

 

- 안녕하세요?
- 난 테일러 형사예요

 

로즈 사건을 조사하고 있죠

 

들어오세요

 

카일 집에 갔다가

 

로즈가
살해됐단 얘기 들었어요

 

- 좀 앉을까요?
- 이분은 아버지세요

 

전 경찰예요
잠시 실례할게요

 

- 반갑소
- 저두요

 

참한 아가씨라 생각했는데

 

지내보니까
좀 뻔뻔한 데가 있더군요

 

잘 해주면 해줄수록
더 바라는 그런 거 있잖아요

 

- 이용당하는 기분였나요?
- 약간

 

딴 사람한테도 그러든가요?

 

저한테
특히 심했던 것 같아요

 

아직 일주일밖에 안돼서
달리 친한 직원도 없었죠

 

목격자들 진술에 따르면

 

당신이 마지막으로
그 집에서 나왔다더군요

 

저도 알아요

 

글쎄요...아무튼
그가 나간 후 저도 나왔죠

 

지금까지 조사한 바로는

 

그녀가 살아있는 걸
마지막으로 본 게 당신예요

 

일단
당신 지문을 채취해서

 

현장 수집 증거와
대조해보고 싶어요

 

현장엔 당연히
제 지문이 널려 있겠죠

 

맞아요

 

또한 살인자 것이
확실한 지문도 채취됐어요

 

오늘 경찰서에 오셔서
지문을 남겨주시겠소?

 

아버질 장시간
혼자 계시게 할 순 없는데...

 

- 얼마나 걸릴까요?
- 한 20분이면 끝날 거예요

 

협조 부탁 드릴게요

 

뭐든 말씀만 하세요

 

- 안녕, 마사
- 형사님

 

이렇게 와줘서 고마워요

 

괜찮다면
몇 가지 더 질문 할게요

 

- 대화를 녹음해도 될까요?
- 그러세요

 

녹음 시작할게요

 

우선 금요일 밤 일을
다시 들려줬음 좋겠소

 

카일이 도착한 게 몇 시죠?

 

- 기억 안나요
- 집안에 들어왔나요?

 

- 그랬죠
- 오래 머물렀나요?

 

아뇨, 두 사람은...

 

잠깐 얘기하다가

 

- 바로 나갔어요
- 둘이 어딜 갔죠?

 

몰라요

 

둘이 나가고
아이와 둘만 남았군요

 

 

그 다음 뭘 했죠?

 

아이와 놀아주고 나서

 

TV 보고, 책 읽고

 

애한테 주스 먹이고
잠을 재웠죠

 

로즈 말대로
정말 금방 잠들더라구요

 

- 특별한 일은 없었소?
- 전혀

 

- 로즈가 몇 시에 돌아왔죠?
- 11시 다 돼서

 

당신은
바로 집을 나왔나요?

 

아뇨, 로즈랑
잠시 얘길 나눴어요

 

제시는 어땠냐
데이트는 어땠냐...

 

그러고 있는데
그 남자가 나타났죠

 

전에도 얘기 했던
로즈의 옛 남친?

 

밖에서 계속
그녀를 기다렸던 것 같아요

 

- 둘이 싸웠나요?
- 맞아요

 

전에도 그 얘길 했었죠

 

뭐 땜에 싸웠죠?

 

그는 로즈가 자기 돈을
훔쳐갔다고 했어요

 

언쟁이
폭력으로 이어졌나요?

 

서로 엄청
고함을 쳐대다가

 

그가 어쨌는진 몰라도

 

로즈가 그를
문밖으로 밀어냈어요

 

- 밀어낼 수 있었나요?
- 시간이 좀 걸렸죠

 

암튼 그는 거길 떠났군요

 

- 그랬죠
- 그날 밤 그를 또 봤나요?

 

못 봤어요
저도 바로 그 집을 떠났죠

 

- 거기서 어디로 갔죠?
- 곧장 집에 왔어요

 

부친과도 얘길 해 봤는데

 

당신이 진술했던
그 시간에 왔다고 하더군요

 

이 시점에서
달리 더 할 얘긴 없나요?

 

솔직히 전
그자가 맘에 걸려요

 

그는 로즈가 올때 까지 기다렸는데

 

제가 그 집을 나올 때까지
밖에서 기다린 것 같거든요

 

저번에 만났을 때
이렇게 말했었죠?

 

수사에
전적으로 협조하겠다고?

 

그랬죠

 

그럼 그날밤일을
사실대로 얘기해봐요

 

하잖아요

 

우리가
실험실에서 확보한 물증은

 

당신을
살인자로 지목하고 있소

 

그럴 리가...

 

로즈 목에서
당신 지문이 나왔어요

 

이해가 안가네요

 

지금 자백하면
정상참작이 될 수도 있소

 

내가 볼 때 당신은
냉혈한 살인자가 아니오

 

분명 그런 충동을 일으킨
계기가 있었을 거요

 

이미 범행 증거는 확보됐소

 

지금이 당신의 행동을
변명할 마지막 기회요

 

대체 뭘 변명하라는 거죠?

 

로즈 목에
당신 지문이 찍힌 이유

 

그럴 리 없어요

 

당신이 맨 마지막으로
그 집을 나온 게 목격됐소

 

당신은
살인죄로 기소될 거요

 

사실대로 다 털어놔요

 

몰라요, 전 몰라요

 

배심원이 그 말을 믿겠소?
이 사진을 봐요

 

당신이
그녀에게 한 짓을 보시오

 

그렇게 발뺌만 하면
재판에서 불리해질 뿐이오

 

어서 진실을 얘기해요

 

충동적인 살인였다면
대체 그 동기가 무엇인지

 

- 해명을 해봐요
- 난 이런 짓 못해요

 

- 했어요
- 아녜요...

 

하이타워 씨,
상황을 전해드리러 왔습니다

 

안 그래도 궁금했소

 

좀 전에 심문을 끝냈어요

 

현장에서 수집한 증거와
심문 결과를 토대로

 

따님을 살인죄로 구속했죠

 

정말이오?

 

어르신이
마사의 유일한 가족이라

 

알려드리는 겁니다

 

심리가 열릴 때까지

 

따님은 당분간
감옥에서 지내야 합니다

 

할말이 없구려

 

- 질문 있나요?
- 심리가 언제 열리죠?

 

곧 열릴 거요

 

변호사도 선임될 거고

 

안녕, 마사

 

와줘서 너무 기뻐
여긴 정말 끔찍해

 

- 어떻게 된 거죠?
- 나도 정말 모르겠어

 

왜 내가 여기 있는지

 

내가 로즈를 죽였다는데
알잖아, 내가 그럴 사람야?

 

내 생각엔
제시 아빠가 범인이라구

 

난 정말 뭐가
어찌 된 건지 모르겠어

 

도와줘, 카일
알잖아, 난 그런 짓 못해

 

 

이해가 안가

 

그 형사는...
경찰은 날 의심하나 봐

 

어떻게 날...

 

이건 옳지 않다구

 

- 모르겠어요
- 정말 이해가 안가

 

내가 뭘 잘못했지?

 

그날 난
너무너무 머리가 아팠어

 

둘이 싸울 때
난 빨리 자릴 뜨고 싶었지

 

그가 누군지 몰라서
누구냐고 물었던 건데

 

상관 말라고 톡 쏘더라고

 

난 맘이 무척 상했어

 

난 딸처럼 생각하고
말한 건데

 

그렇게 아끼는 딸을
내게 맡길 땐 언제고

 

온갖 부탁은 다 하면서
겨우 그 한마디 물었다고

 

내게 그렇게
화낼 수 있는 거냐구

 

모르겠어요

 

니가 날 좀 도와줘

 

왜 이렇게 된 거죠?

 

- 이해가 안가요
- 우린 서로 도와야 돼!

 

난 정말 안 그랬어
난 절대 그런 짓 못해!

 

모르겠어요

 

- 이해가 안가
- 저두요

 

여러분, 이번 사건은
우릴 정말 슬프게 했지만

 

어쨌든...

 

공장은

계속 돌아가야 하고

 

그래서 카일 어머니 '헬렌'을
새로 채용했어요

 

이전 두 사람이
워낙 일을 잘해줬기 때문에

 

헬렌 혼자 그들의 일을
대신하긴 힘들 겁니다

 

하지만 헬렌이
경험이 많진 않다 해도

 

우리 일을
많이 덜어줄 거라 믿어요

 

안녕, 많이 도와주세요

 

열심히 할게요

 

맙소사...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

 

각본- 콜먼 허프

 

제작- 그레고리 제이콥스

 

주연- 데비 도버라이너 (마사)

 

더스틴 애슐리 (카일)

 

미스티 윌킨스 (로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