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bange 3.0 - (C) Breadu Soft 2008

어릴 적 난 엄마와
이렇게 앉아

 

밤하늘을
올려다보곤 했다

 

우린 외롭지 않았다

 

천사의 눈 같은 별들이

 

우릴 지켜줬으니까

 

근데 걔들이 엄마 병을
고치진 못했다

 

혼자가 돼버린 난

 

적막과 공허 속에서
몸을 떨었다

 

가자

 

차루, 뭘 그렇게 봐?
아무것도 없어

 

가자

 

어트랙션

 

모스크바, 북 체르타노브

 

시대를 불문하고
사람들은 유성을 무서워했지

 

지구 대기를 뚫고
떨어지는 게

 

유성이란 건
근래에 밝혀졌어

 

예전엔 하늘에서 떨어지는
바윗덩이를 보며

 

신이 진노했다고 믿었지

 

푹 빠졌구나?

 

말 좀 해봐

 

나도 썸남 있는데
말 안 해줄 거다

 

- 퍽이나
- 너 말하면 할게

 

어떤 사인데?
어디까지 갔어?

 

그가 로미오라면
난 가출해버리겠다

 

툐마는 '로미오'가
자동차 브랜드인 줄 알아

 

차라면 죽고 못 살지

 

신기한 천문 현상을
오늘 목격하게 될 거다

 

미로노프

 

잠이 아주 달달하지?

 

- 왜 저한테만...
- 됐고, 졸지 마

 

최근에 거대 유성이
떨어진 곳을 맞추면

 

이번 학기에
A+를 줄까 하는데

 

중국

 

76년

 

율리아
심각한 토론이라도 하니?

 

- 네, 토론 맞아요
- 그래?

 

구글 말로는 1976년
중국에 떨어졌대요

 

그래, 맞아

 

역사상 가장 끔찍했던 사건이
이 신비한 현상과

 

맞물려...
일어났어

 

바로 유성 때문에
십자군 전쟁이 발발했거든

 

코골이 누구야?
미로노프!

 

안 잤어요
다 들었어요

 

구글

 

십자군 전쟁으로
약 30만 명이 죽었죠

 

- 맞아
- 잘했어

 

유성이 비처럼 쏟아졌지만

 

그 크기가 오늘날 것과는
비교가 안 됐어

 

유성 떨어지면
다 꼴까닥하나요?

 

뭐래니!

 

아니길 바라야지

 

파편은 대기권 상층에서
타버리니까 걱정 마

 

오늘 밤 유성쇼는 꼭 봐라
알겠지?

 

- 네
- 옳지

 

아참!

 

- 뭐야?
- 콘서트 티켓 두 장

 

너랑 가려했는데
넌 폭주족 남친 있으니

 

- 내가 양보하련다
- 고마워

 

- 갈게요
- 또 봬요

 

- 유성 구경 잘해라
- 네

 

- 수고하세요
- 잘 가라

 

성적표 줘봐
몇 점 받았나 보게

 

자긴 공부 좀 하나 보지?

 

전화할게

 

율리아

 

갈게

 

아빠!
저 왔어요

 

그래

 

안녕

 

바로 나갈 거예요

 

쌍안경 어딨는지 아세요?

 

아빠 늦게 들어올 거야
집에 있어

 

전망 좋은 주차장에서
유성 보기로 했어요

 

안 돼

 

'안 돼'
그걸로 끝이에요?

 

마땅한 이유도 없이?

 

뭔가 납득할
이유라도 대보세요

 

거긴 낮은 난간에
사람도 많고

 

취객들로 바글거려

 

이 정도 이유면
충분하겠지?

 

일행이 있어요
밑에 툐마가 기다려요

 

- 툐마?
- 네

 

그럼 더 안 돼

 

잘나셨어

 

닦달하긴 싫지만

 

다음 유성은
50년 후에나 떨어질걸

 

나 못 가

 

- 대령님 때문이구나
- 이래라저래라 진짜 지겨워

 

어디 멀리 출장이나
가버리면 좋겠어

 

목성 같은 데로!

 

가시는 거 봤어

 

골칫거리가 갔으니

 

공주를 탑에서
구출해야겠군

 

바렌츠해, 쿠즈네초프 항공모함

 

밀도층을 뚫고
서쪽 상공에 출현

 

현 위치는
핀란드 북부입니다

 

대체 뭐지?

 

확인 중입니다

 

- 거대 비행체가 접근 중입니다
- 알겠다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빨라졌다니?
누가 조종하나?

 

아직 모릅니다

 

시속 500~900km로
비행합니다

 

- 동맹군은 아니고?
- 네, 아니랍니다

 

리투아니아, 라트비아도
대응 중이지만

 

저 속도로 움직인다면
반응하긴 무리일 겁니다

 

방위 1-9-0
물체가 해안을 벗어났다

 

육안으로 확인한 결과
무척 거대한 물체다

 

요격기 출격시키고
미사일 준비해

 

비상사태부에
지시 내려달라고 해

 

477 출격준비 완료

 

477, 출격하라

 

477, 이륙 완료

 

진로 3-5-0으로 설정
좌표, 속도, 고도 보고하라

 

이곳 모스크바 남부는
유성우를 보기 위해 몰려든

 

수많은 인파로
극심한 혼잡을 빚고 있습니다

 

화면에 잡힐지는
모르겠지만...

 

다 헛소리야!

 

저리 꺼져!

 

괜찮으세요?

 

보다시피 많은 분들이
경이로운 현상을 기념...

 

젠장, 다시 갈게요

 

- 하지만
- 사이드미러만 손볼게

 

무슨 짓이야?

 

사람들 안 보여?

 

뭐하는 거야?

 

거들어줘?

 

진정들 해
이쯤 해두자고

 

왔구나!

 

이것 좀 봐

 

- 뭔데?
- 특석으로 가는 열쇠

 

477
좌측 10시 방향

 

여긴 477
시야 확보했다

 

이런 젠장

 

477, 반복 바란다

 

엄청 거대하다

 

- 율리아
- 왜?

 

자리 비워주자

 

- 우리가?
- 응

 

혼자 있고 싶어 하잖아

 

- 그럴리가
- 맞아! 맞아!

 

- 친구 두고 가면 쓰나
- 돼, 돼

 

옜다, 진짜 꼴사납네
우리 집 비었어

 

요 아름다운 것

 

정말 못 봐주겠네
아름다운 게 뭔지나 알아?

 

유성 못 보면
너희만 손해야

 

모스크바 근교입니다
뒤로 유성이 떨어지는데요

 

대단한 장관입니다

 

불덩이들이
내리는 듯합니다

 

잠깐, 잠깐만

 

여긴 477
표적 확보했다

 

477, 발사 승인한다
격추하라

 

알겠다
발사 후 좌로 빠지겠다

 

나토군은 아닐테고
뭐죠?

 

'자기장'을 내뿜고 있습니다

 

477, 결과 보고하라

 

표적이 추락한다

 

여긴 477
제어력을 잃었다!

 

477, 비상 탈출하라!

 

스베타 혼자
밖에 두긴 그래

 

진정한 친구라면
기다려주겠지

 

전화라도 해줘야지
툐마, 제발 좀!

 

놓지 마!

 

정보는 거의 다 모았네

 

장비도 도착했으니
곧 사태 파악이 될 걸세

 

-듣고 있나?
- 네

 

- 방탄복 드립니까?
- 됐어

 

잘 생각하게

 

그게 대체 뭔지
누가 알겠나?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 있네

 

교섭단체 사람이
같이 갈 거야

 

네?

 

막무가내더군

 

추락지를 봐야겠대

 

XL 사이즈 맞아요?
여기가 좀 느슨한데

 

국제기구들의 관심이
수도 남부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비행물체의 추락지로 향하는
팔레스킨 내무부 차관과

 

어렵게 연락이 닿았는데요

 

차관님, 현재 위치와
상황을 알려주시겠어요?

 

추락지로 가는 길이고

 

외계물체라 단정 지을 만한
증거는 아직 없습니다

 

정말 외계물체라면
이건 역사에 남을 일이죠

 

러시아 비상사태부 본부

 

17명 현지 대기 중

 

수색팀을 보내겠다

 

해당 구역에
전원 투입해요

 

얘도 데려가요!

 

율리아! 율리아!
정신 차려

 

멈춰!

 

당신 뭐야?

 

당장 병원에 가야 해요!

 

율리아, 내 말 들려?
정신 잃지 마!

 

- 어서요, 어서!
- 살살 다뤄요!

 

안에 뭐가 있는지 모르니
위험하긴 하죠

 

원자로라도 있다면
체르노빌 꼴 나겠죠

 

왜 차관님이 가시죠?
회의 결과였나요?

 

제가 자원했어요
국방부가 흔쾌히 승인을...

 

여보세요?

 

전파 방해했어요?

 

아무 데서나
신호 끊나 봐요?

 

아뇨

 

생중계였다고요

 

차관님, 들리세요?

 

연락이 끊겼네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한 시간 전

 

시가지에 비상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미확인 물체가 추락해
희생자를 확인 중입니다

 

현재 나토 측은
우리 정부와 협의하여

 

추락지를
조사할 계획입니다

 

외계인 침공이 아니냐는
목격자들의 진술에

 

전문가들은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방금 들어온 소식에 의하면
현재 세계 각국은

 

만일에 대비해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한편 추락지 인근 길은
모두 차단됐습니다

 

아직 국방부는 아무런 발표를
내놓고 있지 않지만

 

입수된 현지 주민들의
말에 의하면

 

타격대가 괴비행체에
접근 중이라고 합니다

 

현재, 전투 헬기가 비행체를
감시하고 있습니다

 

방사능 수치는?

 

정상적인 수치다

 

인체에 무해하다, 이상

 

알겠다
계속 탐색하라

 

주변을 둘러보겠다, 이상

 

위치 확보
전방 이상 무

 

- 표적이 보이나?
- 안 보인다

 

접촉했다

 

보인다

 

3-0-2, 표적 확보

 

차관님
환영 인사라도 해봐요

 

어서 오십시오

 

안녕하세요

 

전 미하일 팔레스킨이고

 

교섭단체에서 나왔습니다

 

이쪽은 국방부 대변인 겸
지역 사령관

 

레베데프입니다

 

- 레베데프 맞죠?
- 네

 

저희는 협력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여러분이 이곳에
첫발을 내딛는 데

 

약간의 착오가 있었지만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 말의 요점은

 

우리나라에
잘 오셨다는 겁니다

 

가만있어요
막 움직이지 마요

 

거리 300m
저격 준비 완료

 

- 대기해
- 대기하겠다

 

대령께서 직접 보고
느끼고 생각하신 점을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접근하지 말랬습니다

 

비행선만 수리할 수 있게
허락해주면

 

더는 해 입히지 않고
떠나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말했다고요?
언어를 써서?

 

확실친 않지만
이해는 됐습니다

 

대령은 어떤 언어를 썼죠?

 

러시아어입니다

 

해는 안 입히겠다니
위험한 건가요?

 

아닐 겁니다
차분해 보였습니다

 

차관도 옆에서
대화를 듣지 않았나요?

 

네, 차관은 비행선
근처에 갔다가

 

지병이 도져
치료 중입니다

 

실례지만, 왜 지금껏
공격하지 않는 거요?

 

맞아요, 격추한 김에
끝장내면 되잖아요

 

우리가 먼저 공격하지 않았다면
사상자는 없었을 겁니다

 

대책은 있나요?

 

기다려야죠

 

지켜만 보고
위협해선 안 됩니다

 

기다립시다

 

지난 3일 동안
전 세계의 이목이...

 

전 세계 미디어가 3일째
모스크바를 주시 중이고

 

국제 전문가들이 추락 물체를
관찰하고 있는 가운데

 

유엔 안보이사회는
우려를 표했습니다

 

한편 미국 대변인은
비행체와 추락지 접근을

 

즉각 허용해달라며
요청해왔으나

 

우리나라 대표단이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시 병원 1동, 4일 후

 

일어났네

 

- 율리아
- 안녕하세요

 

- 좀 어때?
- 머리가 아파요

 

자, 율리아

 

여길 봐

 

괜찮네

 

붕대 벗겨졌구나

 

누워있어
아버지께 연락하마

 

모스크바 치안사령부의
레베데프 대령은

 

약 1km 떨어진 곳에
방어선을 쳤습니다

 

도로를 막고
대피 명령을 내렸지만

 

약탈을 우려한 몇몇 주민은
버티고 있는 상황입니다

 

추락 사고로
232명이 사망했고...

 

스베타...

 

실종자 수십명에
부상자는 500명이 넘었습니다

 

툐마

 

일어나도 된대?

 

스베타는?

 

율리아, 이러지 마

 

언제까지고
내가 지켜줄게, 응?

 

차에 타

 

고마워, 툐마

 

지나갑니다, 비켜요

 

내가 운전하지

 

의사가 이상 없대요
머리 아프면 또 오랍니다

 

챙겨줘서 고맙네

 

애초에 자네만 아니었으면
다치지도 않았겠지

 

그래도 도움은 됐군요

 

방금 전 러시아, 미국 정상의
전화 통화를 마쳤습니다

 

이번에 체르타노보에 추락한

 

미확인 비행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양국 정상은 향후
외계인과의 접촉을 위한

 

국제 위원회를 신설하는데
동의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비행체에 대한
합동 조사 제안은

 

합의점을 찾지 못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망자가 200명이 넘는다고
뉴스에 나오던데요

 

진짜예요?

 

진짜야

 

전쟁 나는 건가요?

 

놈들이 비행체로
뭘 하는지에 달렸지

 

'놈들'이 누구죠?

 

좋은 질문이군

 

지구는 지구인의 것!

 

아빠

 

우리 이제 어떡해요?

 

통행금지령이 내렸으니
9시 이후에는 외출금지야

 

학교 끝나면
곧장 집으로 가

 

- 알겠습니다
- 내가 지금 이 상황에서

 

널 일일이 챙길
겨를이 없어

 

제발 아빠 속 좀
덜 썩히면 안 되겠니?

 

부탁이다

 

왔구나

 

- 왔어요
- 어서 와

 

반가워요, 할머니

 

대체 몇 번을 말해
할머니라 부르지 마

 

잘 지냈니?

 

임무 받고 오셨으니
도망치진 않을게요

 

내가 안 막았으면 지금쯤
크라스노다르 공항에 있을걸

 

아빠답네요

 

미심쩍으면 일단
치우고 잊어버리시죠

 

아직 몰라
당장 보낼 수도 있어

 

어디로 보내든
이젠 상관 안 해요

 

와이파이 비번이 뭐니?

 

한창 난리법석일 때
UFO 사진 좀 올리려고

 

99인데 제가 알면
안 되는 번호죠

 

대령님은 착한 아이만
쓰게 해주시거든요

 

이만, 가볼게요

 

그래, 가서 외계인이랑
수다 떨고 오렴

 

몸조심하고

 

와줘서 고마워요

 

율리아
이 차 좀 봐

 

잡아드리죠

 

이게 새 학교 버스야?
끝내주네

 

- 안녕
- 안녕

 

안녕

 

좀 어때?

 

괜찮아

 

학교 1191

 

잊지 않을 거야
복수해줄게

 

다들 힘든 거
선생님도 이해한다

 

우리 모두
가까운 이들을 잃었다

 

상실감이 크겠지만
분노에 휩싸이면 안 돼

 

절대

 

인류는 수천 년간

 

외계인과 접촉하길
기다려왔어

 

- 이렇게 당하려고요?
- 우린 외계인들이...

 

어떤 도덕 규범을
가졌는지 전혀 몰라

 

삶과 죽음, 상실감을
아는지도 모르고

 

굳이 그런 걸 저들에게
알려줘야 해요?

 

왜 그것들과
접촉해야 하죠?

 

그냥 쫓아내면 되는데

 

이건 인류를 위한
절호의 기회니까

 

땅 뺏기고 죽임당할
기회가 아니고요?

 

이건 우리 자신을
돌아볼 기회야

 

정체성을 찾고
인간의 고향을 찾을...

 

그런 기회지

 

전 저에 대해 잘 알고
여긴 우리 땅이고

 

저들은 불청객이에요

 

- 율리아
- 저것들 때문에...

 

일만 커지고
스베타도 죽었어

 

율리아...

 

조국에 한 몸 바쳐
레베데프

 

야, SNS에 올라온
영상 좀 봐

 

피톤, 와봐

 

되감아 봐

 

기다려, 뒤에 더 나와

 

머저리들!

 

어딜 쳐들어와

 

조회수 10억이 넘고
세계가 주목하고 있어

 

저것들이 기어 나오면
조회수는 더 늘겠지

 

정말 방어선을
뚫고 나올까?

 

지구에 왜 왔겠어?

 

- 너랑 시시덕거리러?
- 이러면 어떨까?

 

내가 영상을 퍼 나르고
자극적으로 글을 쓸게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는 거야

 

참 용감하네
대단해

 

율리아?

 

SNS에 올리고
'좋아요'나 누른다고?

 

- 입조심해라
- 앉아

 

앉으라니?

 

네 새끈이나 앉혀

 

새끈이가 아니라
내 여자친구야

 

- 진짜?
- 그래

 

완전 새끈한데

 

진정해, 진정해

 

이리 와!

 

이러지들 마!
그만 싸워

 

얜 내 여자친구야!

 

내가 사랑하는 애라고
못 알아먹겠어?

 

나도 너 사랑해
알겠어?

 

이 멍청이

 

이제 어쩔 거야?

 

어떡할까?
가서 혼이라도 내줘?

 

- 그래
- 오호라!

 

이걸로 쓸어버리자

 

하지만 철책선은 어쩌고?

 

경비 없으면
내가 진작에 쳐들어갔지

 

놈들을
그냥 둘 순 없잖아

 

안 그래, 툐마?

 

안 되지

 

그럼 쓰나?

 

경비도 모르는
출입구가 하나 있어

 

이곳은 계엄령이 내려진
구역입니다

 

30분 후면 통행금지야
서두르자

 

들고 있어

 

폐병원이군

 

20년 전에 폐쇄됐지

 

아버지 직장이었어
이럴 땐 도움이 되네

 

작전은 이거야
숨 콱 죽이고 잠입하기

 

사람 보면 구하고

 

외계인 보면
멀찍이서 살피자고

 

뭘 꾸미는지 보고
알리는 거야

 

덜 떨어진
영웅 짓은 하지 마

 

너 말야, 루스
돈도 빨리 갚아

 

준다고 했잖아
보채지 마

 

이리로

 

순찰차다!

 

먼저 가
위험하니까 넌 여깄어

 

- 나도 간다니까
- 들어가 있어

 

위험해지면 소리쳐
후딱 올게

 

전방 이상 무

 

- 툐마!
- 소리 낮춰

 

툐마, 이것 좀 봐

 

폭탄인가?

 

저기로 떨어졌겠지

 

율리아, 사랑질할 때가 아냐
대박 사건이야

 

진짜 끝내줘
얼른 와서 봐

 

- 율리아!
- 올라가자!

 

더 위쪽이야
내가 길을 알아

 

- 율리아!
- 왼쪽으로

 

왼쪽

 

율리아!

 

내려간다!

 

저깄다!

 

- 제카!
- 소리치지 마!

 

율리아!

 

내려가자

 

이것 좀 봐

 

무슨 갑옷 같은데

 

사람 피 같아

 

이제 어쩌지?

 

루스

 

가져가자

 

조심해

 

순찰차다
일단 피해

 

- 이건 어쩌고?
- 놔두고 이거 들어

 

같이 들어

 

어서 가자!

 

더 빨리!

 

22, 여긴 본부다

 

만지지 말고
놈들 나오면 처리해

 

불 켜

 

하나, 둘, 셋!

 

- 고리에 걸어
- 좋았어

 

위로 올려

 

이제 어떡하지?

 

군대에 넘길까?

 

여기 뒀다 내일 처리하자

 

다들 눈 좀 붙여

 

이봐요

 

안녕

 

- 구글, 의대 갈 거지?
- 응

 

땡땡이 가능해?

 

나 좀 도와줘

 

대박!

 

믿기질 않아

 

인간과 닮았을 거라
내가 그랬거든

 

우리 행성계에도
물이 있는데

 

이렇게 큰 은하계에
당연히 생명체가 더 있겠지

 

다들 괴상한
인체모형 슈트에 현혹돼서...

 

흥분 좀 가라앉혀

 

이제 어떡할지
생각해 봐

 

의사 부르자

 

진심이야?

 

기발한 발상이네
의사는 안 돼

 

- 군대가 끌고 갈 테니까
- 그럼?

 

쟤가 나를 구해줬어
빚은 갚아야지

 

들고 있어

 

보아하니
부러진 데는 없군

 

출혈이 심해
수혈해야 돼

 

- 사람 피로?
- 숨도 쉬고

 

몸도 인간 같잖아

 

피도 비슷할 거야

 

수혈하다
죽을 수도 있겠지만

 

저대로 두면
살 가망이 없어

 

구급차 부르게?

 

아빠 친구가 의사야

 

전에도
날 치료해 주셨어

 

선생님, 율리아예요

 

두통 재발하면
연락하라고 하셨잖아요

 

내일 가도 돼요?
차 통과시켜줄 거죠?

 

고마워요

 

사진 찍으면 죽는다
내 말 알지?

 

잠깐, 어디 가?

 

중독치료과요

 

VIP라 이고르 선생님이
그냥 오랬어요

 

저쪽이야

 

조심해

 

저기야

 

잠깐!

 

들키면 어떡해?

 

네가 날 억지로
끌고 왔다고 해야지

 

대신 감방 가주면
키스해줄게

 

잠깐만
이건 반역행위잖아

 

됐고!
셋에 들어가자

 

- 뭐라고?
- 셋!

 

문 닫고 불 꺼

 

손가락 펴봐

 

- 어느 거?
- 셋째 손가락

 

하나, 둘, 셋!

 

이론상으론 가능해

 

나왔어, A형이야

 

우리 분류법으론 그런데
휴머노이드라면...

 

됐고, 나 A형이야

 

누워, 아니 앉아
그래 앉아

 

일단 주삿바늘을
평행으로 놓고

 

45도로
혈관에 주입해야지

 

빨리 좀 하지?

 

그래, 넣을게
하나, 둘, 셋

 

잠깐! 가만있자

 

장난해?

 

참나!

 

율리아, 가서 좀 자

 

내가 잘 감시할 테니
걱정 마

 

사진 찍거나
SNS에 안 올릴 거지?

 

아무렴

 

와이파이, 4G 다 꺼

 

러시아 국방부 중앙연구소

 

열, 방사능, 온도
다 없습니다

 

헌데 대칭이 완벽해요

 

가장 단순화된
과학적 형태랄까요

 

무기인가요?

 

- 아직 모르죠
- 그렇군요

 

물과 대기의 흐름을
보고 판단하건대

 

비행선이 물을
끌어들이고 있어요

 

우릴
말려 죽이려는 건가요?

 

물로 비행선을
수리하는 듯합니다

 

추락으로 발생한
외부 손상이

 

이미 30%가량
복구됐습니다

 

입수한 파편 일부도
성질이 비슷합니다

 

무슨 물건인지는
아직 파악이 안 됐습니다

 

- 무기이거나...
- 비행선 부품이겠죠

 

현장에 인파가 몰리고

 

정부가 물 부족 이유를
숨긴단 소문이 돌면서

 

사태는 점점
악화되고 있습니다

 

결단을 내립시다

 

시장과 연결해서
매시간 보고 받아요

 

저흰 이미
조치 중입니다

 

현지에 급수차를 보내
물을 공급하고 있죠

 

그대로 진행하세요
허나 비행선 파편은...

 

어쩔 셈이오?

 

- 돌려줘야죠
- 누구, 저들한테?

 

아직 놈들의
목적도 모르고

 

현재로선 그 어떤 충돌도
피해야 합니다

 

대령!

 

후방부대로 갈 분이
외계 문명을 알 리가 없지

 

- 갈까요?
- 어딜?

 

후방에요

 

대령, 사적인
감정싸움은 맙시다

 

나랑 무슨 밀당합니까?

 

대령 말이 일리는 있지만

 

우리 손에 들어온 걸
순순히 내줄 순 없어요

 

저쪽과 달리
우린 놈들을 모르고

 

그 비행선이 있는 한...

 

절대 맘을 놔선 안 됩니다

 

왜 나왔어?

 

- 외계인이...
- 어쨌는데?

 

깨어났어

 

어떻게 대화하지?

 

우린 공통 수화 같은 건
없거든

 

깜짝이야!

 

겁먹지 마

 

말도 안 돼!
언어를 재구성했나 봐

 

구절 몇 개만으로
러시아어를 꿰뚫었겠지

 

우월한 종족이라고
내가 그랬잖아

 

난 하콘

 

만나서 반가워

 

반갑진 않지

 

방금 건 초면에 쓰는
인사말이야

 

난 구글이야

 

별 뜻은 없고
그냥 알아두라고

 

네 거지?

 

- 그래
- 당장 떼

 

이미 이송돼서 불가능해

 

유전물질이 옮겨갔으니
제거할 수 없는 거야

 

알았다고!

 

지구엔 왜 왔어?

 

자비를 베풀러 왔겠지

 

인류에 새 기술을
전파해주러 말야

 

내 말 맞지?

 

아닌가?

 

그냥 우릴
죽이러 온 건가?

 

질문이 까다롭군

 

꼼짝 마!

 

난 돌아가서
쉴크를 찾아야 해

 

옷 입어

 

고맙단 말도
할 줄 모르나 봐

 

'고맙다'는 말은
감사의 표시야

 

얘는 네가 살려줘서
고마워하고 있어

 

적을 구해서
찜찜한가 본데

 

고맙다고 하면
화가 좀 풀리나?

 

다 입었어?

 

꺼져

 

- 꺼져?
- 당장 나가라고

 

여기는 물론
지구서도 떠나, 알겠어?

 

어서 나가!

 

왜 그렇게 쳐다봐?

 

우월한 종족이니
알아서 잘 가겠지

 

이론상으론 그래도
현실적으론...

 

잘난 척 그만해

 

저기요!
내 말 안 들려요?

 

서봐요

 

어디 가십니까?

 

그냥 가는데요

 

신분증만 확인되면
보내줄게요

 

왜 바보랑 말을 섞어?
그냥 체포해

 

손 이리 내!

 

다른 손도

 

갖고 있다가 이따 줘
숨겨!

 

잠깐!

 

멈춰요!

 

젠장, 뭔지 모르겠네
잘리질 않아

 

대박!

 

저거 인터넷에 팔면
떼돈 벌지 않을까?

 

야, 이것 봐!

 

손을 넣어도
무게감이 거의 없어

 

나 아바타 같지?

 

무슨 갑각류 껍데기 같다

 

사람이 들어갈 만한...

 

야, 야!
빨리 이것 좀 떼봐!

 

- 팔 빼!
- 손부터 빼봐!

 

얼른 팔 빼라니까!

 

구급차 불러!

 

조금 긁힌 건데
웬 엄살이야?

 

엄살 같은 소리!
이런 것과 싸우자고?

 

우린 상대도 안 돼!
개죽음 당할 거라고!

 

다 꺼져!

 

- 뭐라 지껄였냐?
- 이거 놔!

 

- 당장 꺼져
- 루스, 하지 마!

 

- 집에나 가버려
- 이거 놓으라고!

 

- 루스, 그만해!
- 왜?

 

너희가 잘난 줄 알지?

 

그러다 제일 먼저 죽어
내 말 알겠어?

 

- 집에나 가라
- 참아

 

갑옷은 어쩔까?

 

넘기자

 

누구한테?

 

율리아 아빠한테 맡길래

 

- 진심이야?
- 방법이 없잖아

 

팔자

 

- 싫어?
- 전화할게

 

대령님, 저 툐마예요

 

율리아는 없고요

 

- 보여 드릴 게 있는데요
- 네가 심했어

 

- 오실 수 있나요?
- 심하긴

 

제가 가도 돼요
좀 급해서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물 받아가세요
1인당 5리터입니다!

 

너무 적어요
집에 애들도 있는데

 

원하시면 무료 숙식도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그딴 거 너희나 써!

 

바글바글하다

 

물은 주니 다행이네

 

다시 말씀드립니다

 

원하시면 무료 숙식도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소령님, 잘 지내셨죠?

 

대령님 계세요?

 

- 레베데프 대령님이요
- 아직 안 오셨다

 

이게 다 뭐야?

 

왜 멀뚱히 서 있어?
왜 그러냐고!

 

차 빼

 

- 왜요?
- 여긴 보안 구역이야

 

갈게요
왜 화를 내요?

 

- 빨리 빼!
- 못 가요

 

재수 없네
여긴 우리 구역이야

 

- 가만 있어
- 누가 친대?

 

이만 가볼게요

 

루스!

 

잠시만요!

 

무슨 짓이야!

 

정신 차려
피톤, 눈 좀 떠봐

 

피톤!
의식을 잃었어

 

이건 위법 행위입니다!

 

당장 그만두십시오

 

- 툐마, 차에 타
- 네가 데려가

 

당장 해산하십시오

 

차고에서 봐

 

명령을 안 따르면
무력을 쓰겠습니다

 

비켜서요

 

다들 물러서십시오

 

뭐하는 거예요?
덤비지 마요!

 

어르신, 신경 끄고
집에 가세요

 

멈춰!

 

같은 사람이잖아!

 

그만 해요!
명령 따른 게 죄야?

 

감방 갈 거예요?

 

안 죽었죠?
얼른 일어나요

 

움직이면 더 다쳐

 

방패 닫아!

 

오셨어요, 대령님?

 

기다려봐요

 

할 말이 뭐야?

 

기다리라니까

 

뵙고 싶어서요
우리 아는 사이잖아요

 

식탁에 앉아
차 마시는 사이

 

우린 만날 때마다
타이밍이 어긋나는군

 

그러게요

 

율리아 말대로
말이 안 통하네요

 

모스크바를 점령하고

 

군대, 장갑차, 전투기
다 가지셨네요

 

철책선도 깔고
말도 부리시고

 

율리아 근처엔
얼씬도 하지 마

 

모든 매체의 관심은
UFO가 추락한...

 

체르타노보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끌고 가

 

뭘 꾸물대?
손 줘

 

길에서 잡은
약쟁이예요

 

가지가지들 하네

 

비행선 일부가
추가로 발견된 듯합니다

 

어디 가려고?
가만있어

 

수수께끼의 해당 물체는
국방부로 옮겨졌고

 

관련 연구원들이 면밀히
분석 중에 있습니다

 

지문 도려냈어?

 

바스, 이놈 지문이 없는데
어쩌죠?

 

신원불명으로 등록해
군에 넘기면 되지

 

비행체 파편은 즉각
돌려줄 방침입니다

 

이미 가열된 상황을
가라앉히고...

 

난장판이 따로 없네

 

진짜 이러지 맙시다
이봐요

 

제 친구가 잡혀 왔어요

 

키 크고
괴상한 모자 쓰고

 

낡은 코트를 입었는데
혹시 못 보셨어요?

 

레베데프 대령 딸
율리아예요

 

내가 그 사람을
알아야 하나?

 

계엄령이 내려지면

 

모든 공무의 재량권은
군지휘관에게 있지 않나요?

 

한편, 지역 사령관인
발렌틴 레베데프 대령은

 

말을 아꼈습니다

 

됐어요

 

율리아랬나?

 

그 친구 좀 이상해

 

섬 출신이라 그래요

 

율리아!

 

율리아! 율리아!

 

잠시만요!

 

얼굴이 왜 그래?

 

걱정 마, 공주님
나아서 더 잘생겨질게

 

당장 아빠한테 말해서
풀어줄게

 

꺼지라고 해!
네 아빠 필요 없어

 

말해서 풀어줄게
너한테 할 말이 있어

 

나 나가면 얘기해!

 

할 말 있어요
이거 놔요!

 

모든 게 바뀔 거라고
아빠한테 전해

 

우리가 조만간
이 동네 접수한다고!

 

묻는 말에 답을 해야
안 캐묻지

 

말문 막히면
미소라도 좀 짓든가

 

그래, 그렇게

 

비행선 있는 구역에
데려다줄게

 

쉴크는 여기 없어
군대가 가져갔어

 

쉴크 없으면
비행선에 못 타?

 

고향까지 47광년이라
시간을 압축해야 해

 

쉴크가 없으면
몸이 못 버텨

 

쉴크 찾으면
바로 떠날 거지?

 

도와주게?

 

도와줄 '수'는 있지

 

이건 벗어버려
너무 튄다

 

가자

 

화면에 잡힐지 모르겠지만
색이 바뀌었습니다

 

반 시간 전쯤 비행체가
갈색으로 변했습니다

 

합동정보부의 공식 발표는

 

아직 나오지 않았는데요

 

전문가들도 이유를 알진
못할 듯합니다

 

거기 잠시만!

 

- 어디 가요?
- 사령관님 딸이에요

 

통화가 안 돼서
직접 왔다고 전해주세요

 

돌아다니려면
통행증부터 받아야 해

 

네 물건은
그 후에 찾으러 가자

 

회의 중이라
끝나면 전화하신답니다

 

나 임신했다고 해요

 

몇 달 됐지?

 

석 달요

 

제군들, 나가 있게

 

다들 밖으로!

 

- 누구야?
- 애 아빠 후보요

 

- 뭐라고?
- 친아빠를 찾는 중이에요

 

유전자 검사하려고요
그렇지?

 

- 아직 모르니까요
- 난 정확히 알 것 같다

 

군대 갔다 왔나?

 

- 아뇨
- 나랑 내일 전방에 가지

 

조국을 위해
잠수함에서 복무하게나

 

네 낭군님 정신 차리게
해외로 보내야겠다

 

애는 고아로 크겠네요

 

- 양육은 내게 맡겨
- 저처럼 키우게요?

 

아빠

 

아빠!

 

나 힘드니까
제발 화 풀어요

 

임산부한테 스트레스는
금물이라고요

 

이게 뭔 일인지
도통 모르겠다

 

화내실 필요 없어요

 

당장 꺼져!

 

- 꺼질게요
- 가자, 이제 됐어

 

- 저거 내 옷이잖아?
- 쪼잔하게 왜 그래요

 

얼굴도 본 사인데

 

왜 숨긴 거니?

 

진짜 믿었어요?

 

웃음이 나와?
골탕 먹이니까 재밌니?

 

농담 들어줄 정도로
내가 한가해 보여?

 

제 얘기에
귀 기울여 들어주거나

 

내 인생에
관심 가진 적 있어요?

 

대령님

 

뭘 모르나 본데
괴비행체가 추락했어

 

시국이 이런데
왜 사고만 치고 다녀?

 

외계인들이 떠나면
다른 핑계를 대시겠죠?

 

어떻게...

 

대령님이 아니야
경보기 울려!

 

알린다!
전원 각자 위치로...

 

난 늘 뒷전이었죠

 

엄마 돌아가실 때도

 

날 속여서 작별인사도
못하게 했어요

 

끔찍한 꼴 보여주기
싫어서 그랬어

 

내 심정은 어떨지
궁금하지도 않았죠?

 

엄마와 마지막 순간을
보내고 싶었다고요

 

날 유일하게 이해해준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으니까

 

난 아빠
절대 용서 안 해요

 

좌측분대는 길 막아!

 

출입 통제하고
스파이크 깔아!

 

우측분대는
당장 정문 막아!

 

철저히 봉쇄해!

 

- 안드레이
- 네

 

- 율리아 바래다주고
- 네

 

- 녀석은 아무 데나 떨궈
- 알겠습니다

 

뭘 꾸물대?

 

- 은하 지키러 갈게요
- 재밌구나

 

스파이크 걷어
차 지나간다

 

- 율리아는?
- 연락 없어

 

- 괜찮아?
- 응

 

- 넌 어때, 영웅 나리?
- 괜찮아

 

갑옷은 누구한테 넘겨?

 

우리가 가진다

 

그걸로 뭐하게?

 

조국을 지켜야지

 

맘에 든다

 

알루미늄 쪼가리도 챙길까?

 

그건 너무 과해
휘발유랑 기름이면 돼

 

체 게바라 스타일로

 

툐마, 좀 어때?
풀려났어?

 

당연하지
내가 누군데

 

율리아, 경찰서에서
난리쳐서 미안해

 

할 말 있댔지?

 

- 응, 근데 됐어
- 내가 그리로 갈까?

 

우리가 뭘 할지 알아?

 

혁명을 일으킬 거야

 

난 곤란한데

 

아, 맞다

 

네 아빠가 있었지

 

보고 싶으면 들러

 

율리아...

 

사랑해

 

나중에 봐

 

얼른 쉴크 챙겨서
비행선으로 가야 해

 

잠깐, 어차피 지금은
방어선을 통과 못 해

 

경비병한테
네 아빠 이름을 대

 

고작 일주일 만에
이렇게 타락한 거야?

 

자정까지 기다려

 

그때까지 뭐해?

 

몸이 홀쭉하네
밥 같은 거 먹긴 해?

 

아니면 광합성이라도?

 

가자

 

뭐, 이렇게 살아

 

차루, 착하지

 

얜 차루야

 

이 생물 아파하고 있어

 

알아, 나이가 많거든

 

아빠가 안락사시키재

 

안락사?

 

죽이는 거야
근데 난 싫어

 

우린 가족이니까

 

엄마랑 고른 개야
엄마는 돌아가셨어

 

엄마 생각 때문에
개를 못 죽이는 거야?

 

그 반대지

 

얘가 있어야 해

 

왜?

 

너희는 감정이
별로 없구나

 

우린 너희와
크게 다르지 않아

 

이런 감정도 알아?

 

고마움

 

외로움

 

증오심

 

사랑

 

죽음의 공포는
애증으로 이겨내야 해

 

죽음이 없으면
사랑, 증오도 필요 없지

 

그거 홈피
상태글로 딱이네

 

율리아, 남자친구가 왔으면
소개해줘야지

 

아, 여기는 해리톤이고

 

저쪽은 루바
이쪽은 해리톤

 

이름이 특이하구나

 

저쪽도 늙었네
안락사 시킬 거야?

 

- 뭐?
- 저 좀 봐요

 

섬 출신이라서 그래요

 

섬 사람들
한때는 교양이 넘쳤는데

 

그랬죠

 

무슨 짓을 한 거야?

 

이게 쉴크야

 

곁에 두면
영원히 살 수도 있어

 

차루, 이리 와

 

눈이 초롱초롱해
팔팔해졌어

 

가만
그럼 넌 안 죽어?

 

차관님, 첫 접촉 때
무슨 일이 있었죠?

 

비극이 일어났죠
전 세계적인 비극이요

 

외계인이 합리적이고
분별 있길 바랐고

 

대화도 나누고
기술도 교류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놈들은
포악한 괴물처럼

 

다짜고짜
저를 공격했습니다

 

- 신경 쓰지 마
- 무슨 내용인데?

 

위험한 내용

 

뉴스 30분만 보면
아주 속 터질걸

 

맛이 기가 막혀

 

많이 먹어

 

겨자

 

왜 그랬어?

 

골려주려고

 

저건 안 웃기네

 

계속 먹지 않고
왜 일어나?

 

아빠한테 소개는 했니?

 

- 네
- 어땠어?

 

딸과 가정 때문에

 

근심이 많으셨죠
전 이해해요

 

결혼할 사이 아니니까
걱정 마세요

 

신경 안 써도 돼요

 

좀 아쉽네

 

네 아빠가 호송대를
끌고 오시나 보다

 

율리아!

 

- 어딨어요?
- 방에 있어

 

남자랑 같이 있는데
그렇다고 뭐...

 

비키세요

 

너희 오기 전까진
살기 좋았어

 

그거 왜 해?

 

- 뭘?
- 피우면 해롭잖아

 

웬 참견이셔?

 

인류의 전통이야

 

우월한 종족이 침공하면
담배를 피우지

 

그래야 일찍 죽잖아
이해돼?

 

너희를 해치는 건
우리가 아닌 너희야

 

당장 외계어 통역가를
구해야겠다

 

- 여기 어때?
- 별로예요

 

- 그럼 어디 갈까?
- 저기 언덕에

 

근데 지금은
저기 못 가잖아요

 

- 왜 못 가는데?
- 그 물체 때문에

 

무겁죠?
들어드릴게요

 

네, 5리터라 무겁네요
많이 받게 되더군요

 

죽 끓이고 나니
물이 다 떨어졌어요

 

참 힘들죠
살기 힘들어요

 

멋진 일 아냐?

 

발길 뜸한 동네가
유명해졌잖아

 

사방이 기자들이야

 

늘 이랬으면 좋겠어?

 

그렇긴 힘들지 않을까

 

군사 기밀입니다
명령이에요, 가세요!

 

총은 왜 들고 있죠?
누굴 지키려고?

 

- 답하기 곤란한가요?
- 휴대폰 뺏기 전에 가요

 

저것들 지켜주는 거
보고 있기 거북해요

 

나라에서
예산까지 할당했는데...

 

안녕

 

금방 갈 거야

 

쫓기고 있거든
옷 좀 갈아입자

 

걱정 마

 

우릴 차례차례 죽일 거라는 거
절대 잊지 마요

 

난 정치인이 아니니

 

쉽게 말할게요

 

이건 아니라고 봐요
다 불만이 많아요

 

근데 아무도 안 나서니
어쩌죠?

 

다 포기하고
동네를 떠나든가

 

여긴 우리 땅이라고
들고 일어서야죠

 

'여긴 우리 땅이다!'
그럼 이만

 

여긴 우리 땅이다!

 

저건 완전히 뭐랄까...

 

- 네 옷 어딨어?
- 옷장에

 

벗어

 

뒤돌아

 

나도... 뒤돌까?

 

- 너?
- 응

 

그러든가

 

우리 아빠 옷이야

 

30분 후에 오셔
전철역으로 가는 건 어때?

 

사람 많고 안전하잖아
내쫓는 게 아니라...

 

더 좋은 생각이 있어

 

왜 이렇게
고통스러운 걸까?

 

여기 어때?

 

리듬이 묘하고
박진감 넘쳐

 

그러네

 

여긴 안전할 거야

 

계엄령 기간에
언제 또 콘서트에 와보겠어

 

- 망가지자!
- 망가져?

 

뭘 멍하니 있어?
벗어!

 

툐마, 나야

 

지난번엔 내가
제정신이 아니었어

 

이해해주라

 

아니, 잠깐
귀띔해줄 게 있어

 

좋아, 잘했어

 

사람 다 됐네

 

나도 사람이야
우린 조상이 같아

 

안 들려!

 

손 줘, 보여줄게!

 

손?

 

하여튼
내가 방금 누구 봤게?

 

여긴 어디야?

 

우리 고향

 

죽음이 없다는 점만
지구와 다르지

 

첫 데이트 때
여자를 집에 데려오나 봐?

 

네가 처음이야

 

우린 접촉하는 건
금지돼 있거든

 

지구에 추락한 건
접촉 아냐?

 

의도한 건 아냐

 

유성에 가로막히고
은폐장치가 망가졌어

 

- 그러다 격추됐고?
- 그래

 

비행선에 타려는 자는
소울이 없앨 거야

 

우리 기술을
인류에 넘길 순 없어

 

목숨 걸고
지키겠다는 말이야?

 

그게... 규율이거든

 

쉴크를 되찾으면
그 다음엔 어쩔 거야?

 

바로 돌아가야지

 

영영 못 보는 거야?

 

여러분

 

통행금지 시간입니다
콘서트를 마쳐야겠습니다

 

잊지 마세요

 

우린 사랑하는 이와
친구를 잃었습니다

 

그래서 복수를 꾀하는
이들도 있죠

 

다 왔어

 

하지만 전쟁은 안 됩니다
휩쓸리지 마세요

 

자, 이제 끝인가?

 

몸에 안 좋다며
잊었어?

 

느껴보고 싶었어

 

담배 맛을?

 

죽음을

 

담배가 뭐길래

 

그럼...

 

가봐

 

툐마

 

- 응
- 잘 있어? 만날까?

 

좀 곤란한데

 

실은 만나기 싫어

 

넌 좋은 사람이야
근데 내가...

 

내가 멋진 녀석인 건
나도 알아

 

하지만 널 만족시키기엔
부족했나 봐

 

괜찮으니 걱정 마
상관 없어

 

- 정말?
- 그럼, 나 눈치챘어

 

녀석 사랑하는 거지?

 

 

잘하는 짓이다

 

내가 다 설명...

 

툐마, 하지 마
부탁이야!

 

루스!
얘가 때리지 말란다

 

- 내가 직접 팰 거야
- 일어나

 

- 손 치워!
- 입 다물어

 

손 치우라고!

 

일어나

 

툐마, 그만해!

 

제발 그만해!

 

조용히 해

 

역시 넌
보통 여자가 아니야

 

가만있어

 

- 안 돼!
- 소리치지 마

 

대체 뭐가 불만인지
알아내려 애썼어

 

어떻게 해야
네가 만족할지

 

돌아가게 나둬
안 돼!

 

가만있어

 

생각해보니
해줄 게 없더라

 

난 차였으니까

 

젠장

 

툐마!

 

- 일어나!
- 걘 인간이 아냐!

 

툐마!

 

이것 좀 봐!

 

얼른

 

걔는 인간이 아니라고!

 

그거 주면 돌아갈 거야

 

제발 보내줘

 

인간이 아니라고?

 

우리가 틀렸어
우리보다 나은 종족이야

 

낫다고?

 

- 넌 다른 은하에서 왔지?
- 가만있어

 

아니, 같은 은하계인
쌍둥이자리 출신이야

 

우린 체르타노보 출신이다

 

쟤가 나보다 나아?

 

루스! 루스!

 

숨 쉬어, 루스!

 

툐마, 순찰차야!

 

살려내 봐, 어서!

 

이미 죽어서
쉴크도 소용없어

 

꼼짝 마!
손 보이게 올려!

 

이제 어쩌지?

 

애들 다 불러

 

전부 다?

 

전부 다

 

놈들이 루스를 죽였어

 

그래

 

놈들이 사람을 죽였어

 

최대한 퍼 날라

 

아지트 1로 집합!

 

사멸하는 별은 중력붕괴로 인해
특이점을 갖게 돼요

 

밀도는 무한대가 되고
부피는 0이 되죠

 

여긴 우리 땅이다!

 

여긴 우리 땅이다!

 

여긴 우리 땅이다!

 

루스와 함께
유치원에 다녔어요

 

우린 늘 함께했죠

 

여름 캠프에도
같이 간 적이 있어요

 

철부지 10살 때였죠

 

산 절벽 아래에
강이 있었는데

 

다들 벌벌 떨더군요

 

여자애들 앞에서
폼 좀 잡으려고

 

냅다 뛰어내렸죠

 

전 물살에 휩쓸렸고

 

물이 차가워
다리에 쥐가 났어요

 

그때 루스가
물에 뛰어들었어요

 

수영도 못하면서
일단 뛰어들더군요

 

날 구하려고요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생각이 없었겠죠

 

그런 놈이니까

 

결국 내가 녀석을 구하고

 

온종일 놀렸어요

 

오늘 루스가 죽었어요

 

여러분도 누군가를
잃었겠죠

 

난 친척을 잃었어요

 

내 아들은 입원했어요

 

9층에 살던 우리 이웃은
실종됐어요

 

군대가 한 거라곤
울타리를 치고

 

그 위에 철조망을
두른 것뿐입니다

 

군인들이 지키는 건
우리가 아니라

 

바로 외계인이에요

 

저 망할 인간들은
명령밖에 몰라요

 

그렇죠?

 

이제 명령은
우리가 내립시다

 

- 옳소!
- 우리가 내리자!

 

아니면 그냥
집으로 돌아갈까요?

 

싫어요!

 

또 사람을 죽게
놔둬야 하나요?

 

아뇨!

 

- 그렇게 놔둘 건가요?
- 아뇨!

 

반드시 기억하세요

 

우린 아무도
해치지 않았어요

 

뭘 뺏으려는 게
아니라고요

 

옳소!

 

- 여긴 우리 땅이다!
- 여긴 우리 땅이다!

 

여긴 우리 땅이다!

 

여긴 우리 땅이다!

 

여긴 우리 땅이다!

 

여긴 우리 땅이다!

 

제발 멈춰요!

 

대체 어딜 가려고요?

 

여긴 우리 땅이다!

 

제발 잊지 마요
우린 사람이에요!

 

살생할 권리가 없어요

 

우린 사람이라고!

 

차고 열쇠 줘!

 

네가 운전해

 

- 어디가?
- 뒤따라 갈게

 

어디 가냐니까?
툐마!

 

시간 없어요

 

풀어주면
내가 다 해결할게요

 

헛수고야

 

저들은 명령대로
감시만 하는 거야

 

핀란드에 추락했으면
좀 나았을 텐데

 

조용히 해

 

용서해
이럴 의도는 없었어

 

지구에 괜히 왔어

 

- 후회돼?
- 귀먹었어?

 

- 입 다물라고
- 진정해

 

여긴 우리 땅이다!

 

여긴 우리 땅이다!

 

여긴 우리 땅이다!

 

1-12 나와라

 

군중이 몰려온다
엄청난 숫자다

 

여긴 우리 땅이다!

 

시민 여러분
당장 해산하십시오

 

여긴 통제구역입니다

 

당장 해산하십시오
여긴 통제구역입니다

 

해산하십시오

 

부총리님

 

가봐

 

그래, 말하게

 

몇 명?

 

대령에게 연결해

 

- 쏠 테면 쏴!
- 어서, 겁먹었냐?

 

멈춰!
당장 차 세워!

 

명령이다!

 

진입금지 구역입니다

 

댁들은 누구 편이야?

 

시민 여러분
당장 멈추십시오

 

이건 위법 행위입니다

 

앞으로 전진!

 

강제진압하기 전에
해산하십시오

 

가자!

 

위치 사수해!

 

전진!

 

우측 조심!
5보 앞으로 전진!

 

- 좀 놔요
- 시체는 연구소에 넘겼고

 

이걸 주웠습니다

 

수갑 풀어

 

- 네 꼴을 봐라
- 아빠가 한 짓이나 봐요

 

보안 통제, 우주방어
미사일 배치

 

망상이 심하네요
아빠가 격추하라고 했죠?

 

정체가 뭐야?

 

더 다가가면 소울이
비행선을 폭파할 거예요

 

그럼 다 죽어요
저쪽이나 우리, 다요

 

왜 나 말고
녀석을 믿는 거냐?

 

이 친구랑은
말이 통하니까요

 

녀석은 사람이 아냐
정체가 뭔지 알아?

 

그럼 사람 말을 들어요
명령만 하지 말고

 

왜 내 입장은
이해 안 해요?

 

이해하려 하고 있어

 

그럼 우릴 믿어요
계획이 있다고요

 

말씀하십시오

 

얼마나 심각한 거요?

 

내 말 똑바로 들어요
사령관답게 잘 처리해요

 

책임은 내가 지리다
30분 주겠소

 

30분 후에
무슨 일 생겨요?

 

30분 후에...
아침이 오길 바라야지

 

위치로 돌아가

 

망할!
공격할 셈이에요?

 

정신 차려!

 

뭘 알고나 이래!

 

율리아

 

미안하다
널 돕고 싶지만...

 

이번엔 널 잃을까 봐
두렵다

 

걱정 마요
알아서 할게요

 

율리아!

 

가까이 오지 마!

 

일찍 죽든 늦게 죽든
어차피 다 죽어요

 

아빠, 내게 맡겨요

 

차 키 내놔요!

 

- 줘
- 키 줘봐!

 

따라와

 

- 전술팀 소집해, 당장!
- 알겠습니다

 

비켜!

 

폭파 준비하는 건가?

 

아니, 소울은 기다리고 있어
끝까지 기다릴 거야

 

대령님
질문 있습니다

 

- 말해
- 정말 전투 준비합니까?

 

- 명령이 뭐였나?
- 전투 준비입니다

 

- 그럼 준비해
- 알겠습니다

 

- 다음 명령은 기다려
- 네

 

율리아가
늦으면 안 되는데

 

개자식들!

 

이쪽이다!

 

태워버려!

 

타이거 분대 따라
셋에 출동한다!

 

젠장!

 

사랑해

 

율리아!

 

다들 총 내려

 

뭐하는 거지?

 

내 딸한테
뭐하는 짓이냐고!

 

물로 세포조직을
재생하는 거다

 

- 넌 누구냐?
- 난 탐사선의 소울

 

나와 얘기하면 된다

 

내 딸...

 

- 살 수 있나?
- 오래는 못 산다

 

80년쯤 살 거다

 

- 저 녀석은?
- 하콘은 불사신이었지만

 

저 아이에게 생명을 내줬다

 

해석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

 

왜 그랬지?

 

내 분석으론
확률상 있기 힘든 사건이다

 

운명인 셈이지

 

하콘 혼자 오진 않았지?
다른 비행선은?

 

몰래 온 거다

 

지구는
방문 금지 행성이다

 

- 왜지?
- 인류는 생태가 사납다

 

완벽한
자연환경에도 불구하고

 

지난 5천 년간
40억 명이 몰살됐고

 

전쟁은 약 15,000번이나
발발했다

 

인류는 자원 고갈로
600년 후에 멸종한다

 

너희는 영원히
살 생각인가 보지?

 

너희를 지켜볼 거다

 

미숙한 문명과 조우하면
파멸만 있을 뿐이다

 

하콘은 인류가 접촉할 준비가
되었는지 밝히려 했지만

 

탐사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럼 탐사는
이걸로 끝난 건가?

 

결과를 뒤집을 만한 요인이
하나 있다

 

그게 뭐지?

 

저 아이다

 

저 아이의 결단은
분석이 안 된다

 

왜 하콘을 구했는지
이해할 수 없고

 

하콘도 저 애를
왜 구했는지 알 수 없다

 

해석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

 

탐사 결과를
다시 검토해보면

 

우리 두 종족의
앞날도 보일 것이다

 

하콘이 얻은 지식을
동족과 나누겠다

 

대체 뭘 얻었지?

 

영원한 생명보다
중요한 것일 수도 있다

 

해석에 오류는 없다

 

외계인을
무찔렀다는 소식이

 

당분간
TV를 도배할 거다

 

과학자들은
수력 엔진을 연구할 테고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이들은

 

또 다른 침공에 대비해
비상식량을 쌓을 거다

 

한 외계인은 사람보다도
더 사람을 믿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다들 삶이 변했다고 한다

 

나 역시...

 

완전히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