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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고기 어떠냐?

맛있어요

 

- 생선은 어떠냐?
- 좋아요

 

- 학교는 어떠냐?
- 괜찮아요

 

- 폴은?
- 저두요

 

잘 됐구나

 

아이스크림 어떠냐?

 

좋아요

 

우리 다음에는 좀
다른 걸 해보자

뭐요?

 

수영하러 갈까?

 

영화보러 갈까?

 

생각해 보자

 

콜린 퍼스

 

루스 젬멜

 

피버 피치

 

콜린퍼스 카페
(cafe.daum.net/Darcy)

 

나는 미즈 휴즈에요

미스도 아니고 미세스도 아니고
미즈, 연습해 볼까요?

따라 하세요
미즈 휴즈

자, 어서!

미즈 휴즈

오늘은 제가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말해주겠어요

 

좋아, 좋아!
이제 축구는 그만하면 됐어

 

이제 "생쥐와 인간"을 보자
끝까지 다 읽은 사람?

 

스티븐, 손이 허공에 뜬 거
너 알고 있냐?

 

- 지금 다 읽었다는 거냐?
- 예

 

- 끝에 어떻게 되는데?
- 총으로 쏴요

 

누가 누굴 쏘는데?

작은 사람이 큰 사람을 쏴요

 

- 선생님, 맞았는데요
- 나도 알아

더 이상 수업을 할 필요가 없다
스티븐이 책을 읽었다니

더 이상 도전할 일이 없어
선생 노릇 내리막길만 남았다구

- 책에 대한 얘기라야 해
- 아닌데요, 앨런 스미스 선수요

그 얘기는 나중에

 

앨런 스미스가 뭐?

 

애쉬워쓰 선생님
얘기 좀 하실까요?

 

실례지만 너무 시끄러워서
집중이 안 돼요

- 익숙해질 겁니다
- 전 익숙해지기 싫어요!

전 공부를 하고 싶지, 바보 같은
축구응원이나 듣긴 싫다구요!

 

조용히 해!

 

아웃, 아웃!

 

손을 번쩍 들어!

- 오프 사이드야, 선심!
- 선생님이 선심이예요!

 

기절하겠군

 

손을 쳐들고 박수를 쳐야지

- 선심이 없잖아요
- 그럼 주심한테 박수를 쳐

그게 뭐 그렇게 중요하냐?

오늘은 이만하면 됐어

 

난 순진하고 물정모르는
신참이고

그쪽은 잘나고
닳아빠진 고참이다 이거죠?

뭐에요?

 

내가 질문했을때
콧방귀 뀌었잖아요

콧방귀요?

 

난 축구경기 보고를
읽고 있었어요

전 원래 교사회의 때
한 마디도 안 들어요

 

이 축구 어쩌고저쩌고 하는 거
다 제스처죠?

인기 좀 끌겠다고
건들거리는 거 아니예요

 

애들이 내 수업을 좋아한다고
지금 이러는 겁니까?

난장판 싫어하는 애도 있나요?

애들을 가르치는 건 좀더 어려워요

 

안 봐도 뻔하다
나중에 둘이 카펫에서 뒹굴걸

참아줘, 카펫에서 뒹굴게 되면
너한테 새 카펫을 사준다

알만하다

 

- 하지만...
- 그럴 줄 알았어!

아니! 카펫은 꿈도 꾸지마!
하지만 그 사람 영어선생이야

 

너 또 그 타령이니!
패트릭 스웨이지를 봐라

바이런을 읽었든 안 읽었든
누가 신경쓰냐, 최고급 카펫인데

 

글쎄, 난 머리도 있는
남자가 좋아...

 

- 결국은 말야
- 미안해, 이제 그만해줘

난 당장 내일 집 알아봐야겠다

 

우리가 같이 자면
집 전체를 카펫으로 도배해줄께

벽, 천장, 마당까지

 

1988년 9월 26일 로열오크 대 온거전

그래서 그 여자 어떤데?

그냥 그런 여자야
"축구광이라니 날건달이네요"

 

- 늘씬해?
- 그럼 그 소리가 맞다는 거냐

- 뭐야?
- 뭐가!?

아주 합리적이고
직선적인 질문일 뿐이야

뭐 매력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뭐가 달라져?

A)그 여자는 날 싫어해
B)나도 그여자 싫어, C)...

그러니 무슨 소용이냐?
빌어먹을 시간낭비야!

 

우~ 잘 될 거 같은데

 

비참한 인생이 불쌍해

쭈그리고 앉아서
축구타령만 하고 앉아서

끔찍한 세상에 중요한 일이
뭐가 있냐, 그러고 있나 봐

축구결과가 중요한가보지

난 신경 안 써
한심하고 딱한 인생

어쩌다 그렇게 됐든
무슨 상관이람?

 

- 네 동생은 어딨냐?
- 저기

이봐!

9번!
넌 당나귀냐?

 

- 선발시험 보지 않았냐?
- 응, 오리엔트랑

 

계약도 하자고 했다던데

- 어떻게 됐는데?
- 거절했어

 

병신
너무 위험하다나 뭐라나

 

- 지금 뭐하는데?
- 자기 사업을 해

컴퓨턴가 뭔가
일년에 오만파운드 번대

 

나라면 오만파운드보다
오리엔트랑 계약하겠다

- 누가 아니래
- 좋아하는 팀도 아니지만

- 나도 싫어
- 결국 둘다 가졌잖아

돈도 벌고 조명달린
운동장에서 축구도 하고

조명에다 매점에다

 

매점 있는 데서 뛰고 싶다

 

- 이젠 좀 늦었겠지, 응?
- 몰라

스탠리 매튜는 쉰살까지
1군에서 뛰었다구

 

꿈 깨라, 죽었다 깨나도
넌 쉰 살에 1군에서 못 뛰어

 

그러게
다 담배 때문이야

담배 좋아하고 있네
애초에 허접해서 그렇지

 

패널티!

 

기다려 봐
이걸 꼭 해보고 싶었어

 

인류학자들은 축구를 놓고
늘 골머리를 앓았다

문제는 외면 밖에
볼 수 없다는 거다

 

하지만 내면이란 것이 있다
믿거나 말거나

 

이렇게 좋아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아버지 오셨다

1964년 9월14일 아스날 대 스톡시티전

 

도와줘서 고맙구나

 

- 준비됐어?
- 벌써 몇 년째 준비중이에요

아니야

 

- 언제 올 거에요?
- 어..6시,6시반

 

좋아요
그럼 그때 보자

 

- 알았어
- 좋은 시간 보내라

 

다음번에 근사한 데
데려가 줄게

 

기대되지 않니?

 

- 뭐요?
- 경기

 

- 네
- 목소리가 아닌데?

 

- 축구 별로 안 좋아해요
- 그렇구나

 

다음엔 네가 뭘 좋아하는지
알아보자꾸나

 

- 엄마는 좋아 보이던데
- 네

- 잘 지내나 보지?
- 별로요

 

- 시즌 마지막 홈경기는 어땠나?
- 어땠냐니까?

작년엔 순 쓰레기였다니까
재작년엔 완전 쓰레기였고

리그 일등이라도 난 신경 안 써
올해도 완전 쓰레기 일거라구

-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 당신 뭐하러 온 거야

- 희망이 없어 어떻게 사나
- 얘야, 넌 몇점이나 줄거냐?

- 정말 그렇게 못하디?
- 얜 처음 와본거에요

큰일날 데를 따라왔구만

이번 경기에는 8번을 눈여겨봐
존 사멜즈, 얼굴 기억해둬

혹시라도 마주치면
스퍼즈로나 꺼져버리라고 해!

 

프로그램 사세요!

 

빨리!
확 밀고 나가!

야채 먹고 힘 좀 내라

 

- 우리가 Y칸이던가?
- 네

 

- 그래, 어땠니?
- 다음 경기가 언제에요?

 

모르겠는데, 다다음주쯤?
찾아보마

 

그래, 선더랜드
리즈에 원정경기가 있다

그 게임 때 같이 올 수 있어요? 영국에 계실거죠?
생각해보자, 너 다른 데 가고 싶댔잖니

축구팬이 되려면, 팀을 고르기
전에 신중해야 해

 

- 해치워버려!
- 사멜즈, 병신같은 자식!

 

만세!

 

- 멋진 골이었어요, 그죠?
- 그래, 꽤 괜찮구나

- 뭐였어요?
- 패널티를 골키퍼가 막았어

패널티를 놓친 선수가
다시 차서 점수를 냈지

- 테리 닐?
- 맞았어

- 좋은 선수예요, 그죠?
- 환상적이지

 

- 가자
- 왜 가야돼요?

 

사람들 때문에! 차로
돌아갈려면 엄청 걸어야 해

- 몇시간은 꼼짝도 못할걸
- 또 점수가 나면 어떡해요

 

가능성이 아주 약간 있다만
이번 경기에서는 아닐거다

 

농담이야, 아스날 팬이 되려면
이런 농담에 익숙해져야지

- 그럴게요!
- 누가 최고로 잘하던?

- 모르겠어요, 근데 사멜즈는 쓰레기죠?
- 그렇진 않아, 후반전의 그 선수 의도를 사람들이 몰라줬지

잘못하기도 전에
잔소리를 늘어놓더군

- 아니에요
- 오, 그래?

 

축구 경기 하루 보러 오더니
명해설자가 되셨구만

 

- 이제 아스날식 방어를 연습해야지
- 네, 선생님

 

- 다음 주에 하이버리 가세요?
- 아니

물론 나야 가지
프로그램 갖다 달라고?

현금 박치기로 선불이야
너무 많이 속았어

그게 아니라...
저 같이 가도 돼요?

 

힘들겠는데

 

- 난 술집에 먼저 들르거든
- 밖에서 기다리면 돼요

- 북열 입석이라 안보일 거야
- 앞에서 보고 나중에 만나죠 뭐

- 어머님이 퍽도 좋아하시겠다
- 엄만 책임감 있는 어른과 가래요

토요일엔 난 어른이 아냐
너만한 분별력도 없는 애지

 

- 엄마는 모르시잖아요
- 미안하다, 로버트

이번주는 안돼, 다음 시즌 쯤에
네가 조금 더 크면

팜플렛을 가져다주마
이번엔 선불로 안줘도 돼

 

- 아예 공짜로 갖다줄께
- 고맙습니다

 

망할, 망할!

 

걱정하실거 없어요
글씨는 인류의 치욕이지만

- 아주 똑똑하고 수업을 즐기죠
- 선생님 얘기만 한답니다

스타인벡의 문체를 제가 워낙
열렬하게 좋아하거든요

- 아니면 뭐 다른 게 있든가
- 축구 말씀이시죠

로버트는 챔피온쉽에서
아스날이 이길거라던데

- 1970년 이래, 처음으로
- 1971년이죠

- 고쳐줘야 직성이 풀리시죠?
- 그럼요

 

축구 연습이 끝난후
일을 말하던가요?

토요일 아스날 경기에
데려가 달라고 하더군요

- 죄송해요, 선생님
- 괜찮습니다

요즘 좀 불안한가봐요

애아빠랑 최근에 헤어졌어요
아빠랑 시합에 가곤 했는데

- 직접 데려가실 생각 없으세요?
- 제가요?

- 전 아무것도 모르는데요
- 그앤 상관 안 할 거예요

5분만에 다 가르쳐 드리죠

 

그애는 엘리자베스조를 좋아해요

하지만 우리가 다른 진도를 나가니까 성적이 조금 떨어지더군요

4등 떨어졌어요, 4등이었나?
아니, 6등이군요

좀 실망을 했죠
그 성적을 받을 애가 아니라서

학교 졸업하면 미용 기술을
배우기로 마음을 정했답니다

 

그렇군요

 

잘 들었습니다

 

지하철역을 나와서 길을 건너면
문에서 표를 팔 겁니다

- 7 파운드에요
- 돈은 전남편이 내요

아버지가 스퍼즈 팬이죠?
그럼 12파운드짜리 자리로 가요

- 최대한 뜯어냅시다
- 고마워요, 어떻게 감사할지...

 

- 안녕하세요? 존슨 씨
- 요즘 살맛나시겠네요

 

망할

 

태워줄까요?

 

우리 집 모르잖아요

알아요, 크라우치 엔드죠?
같은 방향이예요

 

- 댁이 어디신데요?
- 아스날

운동장 안에 사나요
아니면 근처에?

 

인기폭발이더군요
책상 앞에 줄을 섰던데요

 

미안해요

 

- 로버트 어머니랑 무슨 말 했어요?
- 젠장! 거지같은 폴!

- 뭐라구요?
- 폴 데이비스 때문에요

- 폴 데이비스?
- 아스날

우리가 그 얘기를 했나요?

 

미안해요, 안 듣고 있었어요

 

- 아스날
- 네, 말했어요

아니, 로버트의 어머니에게
아스날 얘기를 했다구요

 

난 직업을 잘못 골랐나봐요
아니 인생을 잘못 골랐어요

몇시간 동안 준비했는데
두마디 말하는 사람이 없더군요

그런데 선생님한테는
줄을 서서 기다리대요

울브스 유나이티드 경기에
대한 명해설을 듣겠다고

 

그냥 "울브즈"예요
"유나이티드"는 빼고

미안해요
불공평한 것 같죠

솔직히 억울해요
다음에서 왼쪽이요

 

너무 딱딱한지도 몰라요
폴더와 파일은 치우고

-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 제가 원래 이런 걸요

 

여기에요

 

커피 한 잔 할래요?

- 좋아요
- 꼭 그럴 필요는...

아뇨, 아뇨
진짜 그러고 싶어요

 

- 이건 어디다 쓰나요?
- 쓸모없어요, 보기 좋을 뿐이지

- 당신 건가요?
- 아뇨, 룸메이트 거예요

여긴 친구 집이에요
지금은 출장중이죠

 

담배 피워도 되나요?

 

안돼요

 

하지만 주무시고 가도 돼요
그러고 싶으면

 

카펫 위에서는 안돼요
내 능력으론 감당 못 해요

 

적어도 네가 좀 뛰어야
내 체면이 서지 않겠니

- 그럼 같이 갈수가 없잖아
- 건방진 기집애

건방진 게 아니야
사실일 뿐이지

알았어, 얄미운 것

 

나 너한테 카페트 빚졌어

음, 카페트는 아니지
새 침대를 사줘야 되나

너 그 훌리건이랑 잤구나!
그럴 줄 알았어!

- 훌리건 아니야
- 그래, 바이런을 읽었다 이거지

읽어야 졸업하니까
안 읽었대도 뭐가 문제야?

세상에 "강철팬티 휴즈"가
결국 날건달을 고르다니!

 

날건달 아니야
사귀는 것도 아니고

나랑 내기할래?

 

- 어디가요?
- 배고파 죽겠어요

피자나 시킬까 하는데

 

바이런 읽었어요?

 

뭐라구요?

- 바이런 시 읽었느냐구요
- 그럼요

 

앗시리아인이 내려왔다
양떼 속의 늑대처럼

뭔지 몰라도 흑색과 금색이
빛나고 어쩌고 저쩌고...

아니 그게 뭐에요?

 

내 아스날 박서 팬티

집에 더 좋은 것도 있어요

아니 그걸 다른 인간한테
보여줘도 된다고 생각해요?

꼭 보여주려던 건 아니지

바이런은 왜요?

 

내기 때문에요

- 이겼나요?
- 아닌 것 같은데요

 

대열을 지켜!

 

됐어, 밀어붙여

아웃, 아웃!
그거야! 잘했어, 이놈들!

오프사이드, 심판!
심판, 몇마일은 나갔다고!

 

내 탓이냐, 그게! 난 이 레벨에
너무 과분한 코치라니까

몇점이지?

1:0

 

망할 저 골까지 계산하면
막 한 점 넣은거죠

- 컵이야 리그야?
- 컵이요, 준준결승전

- 얼마 남았지?
- 15분이요

 

공석에 대해 얘기 좀 하세

로지 헌터가 그만 둔다는데
해 볼 생각있나?

주임선생이요?

글쎄요..

- 별로 땡기는 제안은 아니군
- 제발, 벤! 뭉개버려!

- 죄송합니다
- 의욕이 넘쳐나지는 않는구만

- 뭐하러 일을 그렇게 하겠어요?
- 돈이 더 생기니까

 

집세도 되고 축구표도 사고
레코드도 한달에 두 장씩 사고

먹여 살릴 가족도 없는걸요

 

- 그냥 생각이나 해보게
- 별로 생각할 것도 없겠어요

 

이봐, 샘! 집어넣어
좋았어!

 

왜 어른들은 뭔가에 미치면
안된다고 하는거지?

열정에 뚜껑을 꼭 덮고
숨기고 있어야 된다구

 

안그러면 사람들은
아무 말이나 막 해대지

"아직 덜자랐군, 얼간이 아냐?
얘기는 천박하고 촌스럽고

감정적 욕구를 표현 못하고
자식도 이해 못하고

가족과 잘 지내지도 못하고
외롭고 비참하게 죽을거야" 라고

 

그럼 뭐 어때?
한심한 인생에도 볕은 든다

 

혼자는 안돼!
얼마나 더 말해야 겠니?

아버지를 기다려서 같이 가

좋아요, 하이버리에
1년에 겨우 다섯번 가겠군요

아빠가 외국에 사는게 내 탓이니
니네 아빠를 탓하렴

 

1년에 21번 경기한다구요
컵 매치까지 합쳐서 그게..

엄마, 왜 사거리 모텔이에요?
왜 그냥 호텔이 아니구요?

29번이에요
리그컵에서 준결승이랑

FA컵에서 준결승을 한다고 치면
매회마다 홈경기를 하는거라구요

- 자기 차를 가져갈 수 있으니까
- 유럽을 빼먹었어

지난 시즌 페어즈 컵에
게임이 얼마나 많았다구

 

- 그럼 5게임 더해야겠네
- 호텔로 차를 못 가져가요?

 

- 집까지 끌고 올 필요가 없잖아요
- 데븐에서는 우리차가 있었는데

- 하지만 주차장에 두고 왔잖니
- 34게임에 5게임밖에 못본다구요

35 나누기 5는 7
홈게임을 7분의 1만! 에게~!

방 앞까지 들어가. 폴, 모텔에서는
방 앞까지 차를 가지고 들어간다구

 

합창단 연습을 7분의 1만 가면
퇴출당할 거에요, 안 그래요?

아스날은 퇴출 안시켜
네 돈이 필요하니까

제가 알아봤어요, 패딩턴발
12시 53분 열차를 탈 수 있어요

1시 36분에 패딩턴 도착
킹스 크로스 기차 타고

칼레도니안, 할로웨이
그리고 세번째 정거장, 아스날

- 2시 15분 도착, 쉽죠
- 맙소사! 가고 싶으면 가!

네! 엄마, 고마워요

찰리, 찰리, 찰리...

찰리는 하이버리의 왕

- 밟혀죽어도 원망은 마라
- 네

 

지미 허즈번드!
멋져

축구팬이 되는건
쉬운 일이 아니다

 

몇 년이 걸린다

 

시간 투자만 하면
무조건 새로운 가족이 생긴다

 

다만 이 가족은 같은 사람들을
걱정하고 같은 일을 소망한다

 

그게 뭐가 유치하단 말이냐?

 

로캐슬의 맬링톡의 파울만행이야
퇴장 안 당한게 다행이다

그정도는 아니다

보기엔 좀 끔찍해도
고의는 아니라구

1989년도 아스날의 프리킥
데이비스가 잡아서 골인!

 

1989년 아스날 4점
1971년 아스날 0점

- 밥 윌슨 감독 엄청 실망하겠군
- 이런 놈들로 더블 팀을 어떻게 이겨

수부티오에서 4:0으로 이길 수는 없을 테니까

다른 사람을 선택하지 그랬냐

노랑과 파란줄무늬를 입고
경기하는 팀이 또 어디 있는데?

- 에버튼
- 그럼 에버튼이나 되라

알았어, 하지만 이 게임은 무효야

갑자기 존 래드포드가 조 라일인척
할 수는 없잖아

다시 시작하자
0:0으로

 

- 무슨 생각해?
- 아, 그냥 이런 저런 거

- 이런 저런 거 뭐?
- D.H 로렌스 생각

그래?
로렌스 뭐?

 

그 사람 책

 

- 그의 책 뭐?
- 뭐가 제일 길더라 그런 거

 

그리고요..?

 

- 기억이 안나
- 뭐가 제일 긴 것 같은데?

아니, 그게 끝이야
결정을 못하겠어

뭐하고 뭐 중에서요?

 

- "채털리 부인의 사랑"이랑..
- 그리고?

 

- 사실 로렌스 생각은 전혀 안했어
- 놀랍네

- 아스날 생각을 좀 하느라
- 놀라 쓰러지겠는데

이번 리그에서 이길 거 같애
시즌 반이 지났는데 1등이잖아

하지만 결국 망칠거라구
언제나 그랬듯이

- 재미없지?
- 아니 이겼으면 좋겠어

정말로요, 그런데...
왜 거짓말을 했어?

 

다양한 대답을 해보려구
맨날 아스날이라고 하냐 그럼

 

- "브레드"판은 없는걸?
- "브레드"판이 있을거 같애?

"거시기 브라더즈" 앨범을
갖고 있을 남자 같긴 하네

그건 틀지 마

- 왜?
- 무드가 깨지잖아

아?

 

어떤 무드?

 

몰라
그냥 좀..

- 뭐?
- 알잖아, 그러니까..

그렇게 쌍소리가 많지도 않고
시끄럽지도 않은..

자기가 해준 말 중에서
제일 로맨틱한 말이야

그만 해

 

- 그나저나, 축하해요!
- 왜?

 

2:0, 퀸 대 딕슨
전반전 후반전에 한골씩

리그중의 1등, 9게임 남았잖아

조지 그래함이 16년만에
하이버리로 간다고 장담하던데

 

- 18년이야
- 16년이라고 하던데

- 내가 틀렸나봐
- 아, 좋아, 좋아. 어쨌든

- 그럼 경기는 언제 다 끝나?
- 5월에

- 여름에는 뭐하고?
- 아무것도, 지겨워

공원에 앉아서 경기일정
나오기만 기다려야해

이번 여름 어때?

 

좋은 지적이야, 이번엔
채리티 쉴드로 간다지

그 얘기가 아닌걸?

 

우리 사귀고 같이 잔지
벌써 6개월째잖아

휴가계획을 짜긴커녕 금요일에
주말계획을 세우면 기적이지

그런데 아스날 스케줄은
몇개월 미리 쫙 꿰고 있으니

- 경기 일정을 만들어주니까
- 나도 그거 해줄수 있어!

다이어리 좀 줘봐
날짜 좀 적어넣게

바보짓 그만둬

 

뭐가 바보짓이지?
하나도 다를게 없는데

 

10월 8일, 목요일 어때?
우리 같이 어디 놀러 가

내년 경기일자가 안나왔잖아

내년에도 아스날하고는
사귈 거다 이거지

하지만 날 계속 만날 거라는
장담은 못하겠고

다 그렇잖아, 자기도 내년 시즌에
여동생을 만날 거라는 건 알잖아

- 여동생이 시즌이 어딨어
- 어쨌든 간에

당신 생각은 틀렸어

 

나도 오랫동안 진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구

만일 당신과 잘못 돼도
나 때문은 아니야

 

21년을 아스날과 함께 했다구
21년

 

아스날은 여자가 아니라
축구팀이야

- 뭐가 달라?
- 그럼 다르지

당신은 정말 모르는구나

 

록키 같다
잠깐만 뉴스로 돌려봐

 

- 지역 뉴스 중인데
- 알아, 꼭 록키같아 보였는데

 

- 도대체 록키가 누구야?!
- 상관없어, 놓쳤으니까

 

- 설마 록키가 아스날 선수야
- 맞아, 데이빗 로캐슬 별명이야

 

그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
네가 어떻게 아니?

- 몰라, 저절로 알게 되더라
- 또 뭘 알게 되든?

챔피언쉽 경기일정에
최고 골잡이에?

얼간이가 되는 건 아냐
일단 1등이라는 건 쉽잖아

'더러운' 알란 스미스가
골을 제일 잘 넣는 것도

나 담주에 가기로 했어

 

간다구?

축구 보러?

 

이 기집애야, 조심해

 

팀하고 깨진 후에 말야
자다 일어나 보니 그 자식의

- 평균타율이 아직 기억나더라
- 뭐 나빠?

남자들이 우리를
조종하는 교묘한 수작이라구

- 말도 안돼!
- 맞아!

넌 식민지화 되는 거야!
토착문화는 사라지고

좋지도 알고 싶지도 않은데
억지로 알게 된다구

남자들은 망할 선교사들 같아

지루해서 결국 항복하면 휙
꺼져 버린다구

 

1972년 2월 5일 레딩 대 아스날

 

구했어요?

 

그래

봐도 돼요?

 

- 지갑 안에 있다
- 멋져요, 엄마 고마워요

 

내일 한 시간 더 일해야 해
12시에 나가서 세시에 들어왔어

어느쪽 끝에 앉을 거냐고
안 물어봐요?

달라고 했더니 그냥 주던데

 

- 레딩팀 티켓은 어디서 구했니?
- 달라고 졸랐겠죠?

- 얼마 줬니?
- 5파운드요

- 아일링턴에 사니?
- 가까워요

- 가까운 데가 어딘데?
- 메이든헤드요

버크셔의 메이든헤드?

 

- 2마일은 가야되는데?
- 6마일도 넘어요

아스날보단 레딩에 가깝구나
그럼 니네 지역팀을 응원해야지

 

죄송해요
아는 사람을 봤어요

 

자리 좋았니?

죽여줬죠, 촌뜨기들 옆이라
그담엔 젠킨스를 만났어요

- 젠킨스랑 같이 있었어?
- 당연하지

동점 때 화났겠구나
라디오에서 "1대1"이라고 하는데

- 믿을수가 없더구나
- 끔찍했어요! 다들 돌았다니까요

- 확 가로챘어야 했는데
- 노장 팻 라이스가 넣었지?

- 한번도 골을 못 넣었잖아
- 시즌 처음이었어

우린 컵에서는 꽤 잘해, 그렇지?

 

맥냅은 경기 안할걸요
버밍햄까지 얼마나 걸려요?

모르겠다, 두시간? 세시간?

- 우리 2시까진 가야된다구요
- 당연하지

 

우리 뭐 다른 거 해볼까?

어떻게요?

점심때 제인이랑 애들이랑
만나면 어때?

동물원이나
사진 찍으러 가든지

내내 할머니댁에 갔거든
널 정말 보고싶어 한단다

- 경기 대신 가자는 건 아니죠?
- 둘 다 할 수는 없잖니

- 티켓 안사오셨죠
- 티켓이야 어딘가에 있겠지

그러니까 티켓은 있는데
'정글북'이나 보러 가자구요?

내가 런던에 오면 무조건
아스날 경기만 가야겠니?

그럴 때는 지난 것 같은데

 

평생 안 지날 거예요

 

1972년 4월 22일 아스날 대 웨스트햄 Utd

 

1989년 4월 15일 아스날 대 뉴캐슬 유나이티드

 

- 자기가 날 돌봐준다면서
- 챙겨줄 필요 없다면서

 

- 익숙해 질거야
- 고맙지만 익숙해지기 싫어

 

- 리버풀 대 포레스트는 어떻대요?
- 몰라, 문제가 좀 있나봐요

 

힐즈보로 얘기 들었어?
사람들이 좀 다쳤다는데

- 맙소사, 어쩌다가?
- 모르겠어

 

- 괜찮아?
- 괜찮아

 

힐즈보로 경기장에서 벌어진
노팅햄과 리버풀의 경기에서

74명의 리버풀 응원단이 압사하고
수백명의 사람들이 추락했습니다

너무 바보 같아

 

정말 바보 같아

 

축구경기에서

언젠간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알고 있었을 텐데

경기 한번 보더니 전문가 나셨군

 

- 됐어, 이제 끝이야
- 끝이라니

- 설마 경기장에 돌아갈 생각이야?
- 당연히 돌아가야지

 

- 어떻게 그럴 수 있죠?
- 왜냐면..다들 돌아갈 테니까

경기는 계속 될 거야
심지어 재방송도 해줄걸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어

 

도저히 당신을 모르겠어

 

당신이 모르는 거 알아

 

당신은 나만 모르는 게 아냐
우리 전부를 이해 못해

하나님, 세상남자들이 다 이런
이기적 사기꾼은 아니겠지요

축구를 보는 게 뭐가
이기적인거야?

이기적이야! 전부 다!
당신 얘기는 다 바보같아

엄마 고양이 이름은 다
축구선수를 따서 지었다느니

엄마가 컵 티켓을 얻으려고
눈길을 헤쳤다느니

경기에 안 데리고 가서
아빠를 만나지 않았다느니

그래도 우린 다 이해해야 돼
왜냐면 "축구는 축구"니까

"폴을 생각하면 아스날이 생각나"
이젠 진짜 지겨워

 

난 오늘 오후가 끔찍이 싫었어
왜인지 알아?

 

아스날이 없으면
당신한테 뭐가 남는거지?

그 콩크리트 덩어리 위에
서있는 대가로 5파운드를 내지

아무것도 안 보여
안전하지도 않아

그래도 불평 못해, 팀을 배신할
순 없지, 아무 상관 없는 거지

 

난 신경쓰는 거라도 있지, 당신은
밤새워 수업계획이나 짜잖아

맘대로 안 되는 일에
매달리지 않는 법을 좀 배워

 

고맙군

 

미안해

 

내게 축구는 너무 많은 의미를
갖게 되었다

 

머릿속이 뒤죽박죽이다
아스날이 똥이라 내인생이 똥인지

그 반대인 건지

 

너무 많은 경기를 보고
너무 많은 돈을 쏟아부었다

다른 문제로 안달복달할 때
아스날에 안달복달 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걸 요구했다

좋아, 다 인정한다. 하지만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준결승 2대 1 상황에서
3분이 남았을 때

공포,희망,걱정이 뒤섞인
수천명의 얼굴들이 보인다

모두들 넋을 잃고
세상 만사를 까맣게 잊고 있다

호각 소리가 들리면
그제야 정신이 든다

몇분 간 우리는
세상의 중심이다

사랑과 관심으로 지르는 응원이
순간을 특별하게 만든다

그 순간 우리는
선수들만큼 중요한 존재다

현장에 가본 적이 없다면
누가 축구 따위에 신경 쓰랴?

 

진짜 멋진 건
축구는 돌고 또 돈다는 거다

항상 또 다른 시즌이 있다

5월에 컵을 놓치더라도
1월의 3회전을 기대할 수 있다

그게 뭐가 잘못이라는 거냐?
차라리 꽤나 마음이 편하다

 

그런데 가끔씩은
흔치는 않지만

그런 식으로 돌아가지 않는
세상의 모습에 마주칠때가 있다

5월에 끝나 8월에
시작하지 않는 세상

 

영영 돌아오지 않기도 하고

영영 사라지지 않기도 하고

 

아무리 그러고 싶어도
무시할 수 없는 일도 있다

 

- 여보세요?
- 나야

지금 몇 신지 알아?

알아
미안해

 

당신 임신했어?

 

나한테 주는 거야?

 

꽃이야

옛날옛적에는
그랬던 것 같네

 

고마워
조, 가자

 

초콜렛도 있단 말이야!

 

정말 때맞춰 잘 됐어

술집이랑 축구랑
그런 게 좀 지겨워 졌거든

족구 같은 걸 하면서
시간을 때울 수도 없고 말야

이제 달라져야지
아기라니, 기막힌 생각이야

생각해서 생긴 애가 아니잖아

그럴 수도 있었잖아
정말 완벽해

이건 그냥 아기가 아니야
이건..

우리는 정말 잘 어울려

 

나를 진 브로디 사감선생으로
생각하는 줄 알았는데

아냐, 생각 좀 해봤는데
당신은 조지 그래함이야

- 아스날 매니저 말야!
- 그거 좋은 말이지?

그럼, 근사하지!
세심하고 조직적이고

꼼꼼하고
그래서 우리가 어울리는 짝이야

난 그런 사람이 필요해
당신은 나같은 사람이 필요하고

정반대니까
한 팀으로 그만이지

제발 끔찍하게 말도 안되는
소리 그만 둬

넌센스가 아니야
사실이야

잘 될 거야
아내와 아기, 그거면 돼

아내? 누가 아내라고 했어?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남자애라면 "리암" 어때?
역대 최고의 아스날 선수야

멋진 이름이기도 하고
그리고 한 번 원서도 내볼까봐

무슨 일?

테드가 주임선생을
해보라고 했거든, 싫다고 했지만

지금은 좋아, 딱 잘 됐어
집을 구할려면 돈이 필요하니까

아니면 방이라도 몇 개
더 있어야지

- 폴..
- 테드가 좋아하겠다

"리암" 정말 멋져

경기장 옆에서 살수도 있을 거야
거긴 싸니까

누가 경기장 문간에 살고싶겠어
나는 프리미엄도 얹어주겠지만

물론 부동산에는 비밀이야
주택 융자, 아내, 아이..멋지군

폴, 이건 현실이 아냐
어린애처럼 왜 이래

맙소사
난 12살짜리의 애를 임신한 거야

 

- 고마워요
- 괜찮습니다

 

미안해, 무슨 말 했어?

 

내 말이 바로 이거야

이건 그냥 한번의 실수야
날마다 이러지는 않을께

 

폴...

난 아직 어떻게 할지
결정 못했어

- 이해하지?
- 응

 

- 아니, 사실은 모르겠어
- 잘 될 것 같지 않아

- 내게는 마지막 기회야
- 무슨 소리야?

모르겠어, 그냥 그런것 같아

혼자 애를 키울 자신 있어?
난 아니야

어쩐지 이런 식으로 가다간
둘중 하나는 그렇게 될 거 같아

그럴 리 없어
정말 멋지게 잘 풀릴 거야

 

조지 이스턴이 뛸 때 가보고
한번도 못 가 봤어

더 멋진 선수는 없을걸
늘씬하고 사려깊고

- 우아하기까지
- 토니 아담스를 보면 또 다를걸요

 

뭘 도와줄까?

너무 늦지 않았으면
그 일, 하고 싶은데요

아냐, 안 늦었어
멋진데!

기꺼이 추가로
이름을 올려주지

- 고마워요
- 마음을 바꾼 이유가 있나?

사실, 네, 있죠

휴즈 선생이
임신을 했거든요

 

사라 휴즈? 역사과목의?

물론 알지, 알아

그러니까, 내말은.. 그녀가..
둘이 무슨 상관이지?

아, 제가 그 부분을 빼먹었군요
제가 아빠거든요

어쨌든, 네
우린 아기를 가졌어요!

- 그런 얘기 못들었는데
- 지금 저한테 들으셨잖아요

아 미안하네, 폴. 지금은
같이 기뻐할 수 없네

새 선생이 온지 5분만에
다른 선생 애를 가졌다고!

결혼할 거니까 괜찮아요
학교 망신은 안 시킬께요

이미 학교망신을 시켰네

애들한테 책임감이나 피임법을
어떻게 설명하지?

선생들부터가...
할 말이 없군

- 기뻐하실 줄 알았는데요
- 어떤 부분을?

은밀한 연애사건 말인가?
뜻밖의 임신에 대해서?

아뇨, 제가 그 일에
응했다는 건 좋은 뉴스잖아요

폴, 자네 완전 바보 아냐?

 

나중에 얘기하세

 

좋아, 좋아
진정들 해

후반전은 쉬엄쉬엄 해라

정말 부끄럽군. 15대0, 20대0으로
박살내는게 무슨 재미냐?

- 진짜 끝내주게 재밌는데요
- 쉬엄쉬엄해

살짝만 뭉개버려
시체에 달려드는 수리떼 같잖아

자, 이제 가라

 

아, 안녕
8대 0으로 이기고 있어

9대 0이네
진정하라니까!

- 당신 바보 아니야?
- 테드를 만났나보군

우리 얘기를 별로
안 좋아하지?

이제 누구한테 얘기할거야?
애들한테?

학부모 상담 날에
우리가 한 짓을 아예 보여주자

쓰레기통을 뒤져서
찢어진 콘돔을 갖다 보여줘

도대체 생각이나 있는 사람이야?
난 쫓겨날 뻔 했단 말이야

임신했다고 해고할 순 없잖아

난 임신휴가를 낼만큼
여기 오래 있지 않았단 말야!

- 노조가 도와주겠지 뭐
- 그게 중요한 게 아냐!

 

호각소리가 나면 경기나 하라고
입이 닳도록 말했잖아!

나중에 전화해

 

망할, 망할!

 

야, 이 망할 자식들아!

이런 개똥같은 자식들!
넣어버려!

 

난 정신과 의사는 아니지만..

임신을 알고 일주일만에
담배를 피운다는 건

임신에 대한 이중적 감정을
드러내는 거 같구나

 

폴은 끊었어

- 폴?
- 응

- '아침에 제일 먼저'씨 말야?
- 응

입장이 서로 너무 분명해

난 술마시고 담배피고
그 사람은 다 끊었어

 

끔찍해, 몸이 망가져도
신경 안 쓸래

 

핏로이에 있는 일자리는
왜 안할려고 하는거야?

 

폴이 제정신이 아닌 인간인건 알아
그냥 마음에 좀 걸려

 

1989년 5월 1일 아스날 대 노위치 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질수 있어

- 예를 들면?
- 예를 들어서 오늘 말이야

- 난 우리가 이겼으면 좋겠어
- 거기까진 동감이야

- 이길 것 같아
- 오, 그건 새로운데

보통은 2대 0으로 진다고
예상할 테고

진짜 기분이 좋으면
0대 0이라고 생각할 텐데

져도 세상이 끝장나는 건 아냐

맞아, 4게임이나 남았으니까
12점만 얻으면 이기는 거지

내 말은 그게 아니야

우리가 이 시즌에
우승을 못해도 말이야

사라랑 아기가 있으니까
난 괜찮아

아무것도 할 게 없으면
아스날이 빈자리를 메꿔주겠지만

자기 일 걱정해야 할 시간에
스퍼즈에 졌다고 난리칠순 없잖아

 

오늘은 이길 거야
햇살도 좋고 난 아버지가 되고

앨런 스미스는 돌아왔고
5대 0, 문제없어

 

가자

 

조지 그래함이 벤치에서 나와서
악수를 합니다

 

아스날 5점
노르위치 시티 0점

 

다 한꺼번에 일어나는군
정말 멋져!

동의해, 이번 리그에
이기지 못할 이유가 없다구

너 때문이지?
조지나 록키 때문이 아니라

매 게임마다 알사탕을
사온 나때문도 아니고?

바로 이 느낌이야
어떤 건지 알겠어?

컵에서 월살한테 박살났을 때
그런 느낌이 들었거든

봉급도 인상되고
그 전날 캐롤라인 월쉬랑 자고

- 그런데 개뿔이 잘 되더라
- 그게 아무나 되냐

지난 18년 동안 네 인생이
되게 한심했나 보다

전에는 어땠는지 몰라도
이번시즌은 느낌이 팍팍 온다구

 

갔었니?

아, 네 진짜 잘했어요, 그쵸?

엄마가 좋아서 난리예요
시즌티켓을 구해야겠대요

- 잠깐 시간 좀 낼 수 있겠어?
- 노르위치 경기 얘기하고 있었어요

아, 텔레비전에서 보고 두 사람
생각을 했네, 인상적이더군

- 스미스가 돌아와서 다행이죠?
- 이만 나가봐, 로버트

이사회에 얘기했다는 말을 하려고
자네랑 인터뷰를 했으면 하던데

토드, 고마워요
상습적으로 이러지는 않을께요

걱정할까봐 말씀드리는데
제게도 아주 특별한 경우예요

준비나 단단히 하고 오게
이사들은 웃기게 굴 수도 있어

 

- 농담이지, 말도 안돼
- 다른 데는 돈이 안 돼

- 세상에 N-5 구역밖에 없나
- 사라, 제발. 당신도 알잖아

 

게임 소리는
잘 들리지도 않을 겁니다

- 얼마나 자주 열리죠?
- 한달에 한번은 열리죠

 

- 쓰레기를 많이 남기나요?
- 대체로 사람들이 괜찮아요

- 잠시 살펴보시겠습니까?
- 감사합니다

 

뭐가 문제야? 경기에만 가면 됐지
집까지 코앞이라야 돼?

 

어릴 때 아스날 리그 마지막날
여기서 일어나는 일들 읽은 적 있어

길을 따라 퍼레이드가 있고
다들 멋진 옷을 차려입고

웸블리 역까지 안내를 했대

 

난 메이든헤드에 살았지
거긴 뭐가 있었을 것 같아?

돈, 점잖은 학교, 해외여행
충분한 음식

아 맞아, 행운아였지
하지만 추억이 없었어

자랑스러워 할 만한 것도
돌이켜볼 만한 것도 없었어

텔레비전이나 팝뮤직 아니면
센티해질 일도 없었어, 여긴달라

 

어쨌든 지하철이랑도 가깝고
웨스트엔드에서 15분이라니까

 

미안해, 자기 환상을 받아줄
준비가 덜 됐나봐

자기는 여기서 최대한 멀리
가는 게 더 나을 거 같아

- 안 그럴 것 같은데
- 젠장!

 

-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 아뇨, 아뇨

정말 집이 근사해요
전망이 좀 문제라 그렇지

 

그레이튼 애버뉴의 정원 딸린 집이
싫은 이유를 한번만 더 말해봐

 

세상에, 혼잣말을 하고 있군

좀더 북쪽으로 가면 어때?
바운즈 그린이나

 

왓포드는?

 

달링턴은?
거기에도 팀이 있다던데..

- 네-- 골입니다!
- 아자!아자!아자!

헬싱키는 어때?
헬싱키팀 시즌 성적 좋다대

 

폴, 자신 있나요?

일 얘기는 아니고
아스날 말이야

우리 아들이
당신 거기 팬이라던데요

네, 맞습니다
글쎄요, 지금까진 아주 좋죠

- 시즌 티켓을 끊었겠지요?
- 네

- 어느 쪽에
- 노스 뱅크요

누구를 데려와야 할까?
스트라이커로 말이야

저..

난 말이야, 케리 딕슨을
데리고 오지 않아서 너무 좋아

- 맘에 든 적이 한번도 없어
- 레이,레이, 제 생각엔..

미안하네, 테드. 한번 시작하면
끝내기 어렵거든

수업능력은 잘 알고 있는 것 같은데
과외활동은 어떤가요?

힌트 하나 드리죠

폴은 14살짜리들을 코치해서
컵 결승전까지 갔답니다

나이젤 말로는 당신이 다음번
잉글랜드팀 코치가 되야한다던데

주임보다는 그게 더 낫겠군요

지난여름 학교
연극을 했습니다

- 결승은 어떻소? 파크사이드 잘해요?
- 예, 꽤 잘하죠

- 담임으로 전원극을 담당했어요
- 당신 곧..아버지가 된다면서요?

- 음, 네
- 그 과외활동을 깜박했구만

다른 선생들 꼬시는 거 말이요
어디 꼬시기만 했나

취향은 괜찮더구만요
그건 인정하지

 

1989년 5월 13일 아스날 대 더비카운티

 

시즌의 결승전이
토요일로 다가왔습니다만

바클레이 리그의 타이틀
향방은 알 수 없습니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테드?

아뇨, 그냥 경기 보고 있어요

예, 더비에서 홈경기
고마워요

 

아, 알았어요

솔직히, 기대도 않았어요
면접이 엉망이었죠?

네, 그 분이면
좋은 주임이 될거에요

네, 감사합니다..
알려줘서 고마워요

아뇨, 오늘 오후에
3점이나 따냈는걸요

잘 지내요, 테드!

리그에서 이렇게 긴장해본지
진짜 오래됐다

 

- 1971년 같은데
- 2번만 이기면, 챔피언인데

- 뭐할거야?
- 술이나 마시지 뭐

잠도 안 와
아무 생각이 안나

 

챔피언!

- 지금까지 한 말 다물러
- 그럴께, 화요일밤에

 

내 인생 최악의 날이야
망할 18년을 주말에 다 날렸어

폴, 아직 전반전이야
1대 0밖에 안됐다구

그게 문제가 아냐
틀림없이 죽쑬 거야

 

그럴 줄 알았어
이 쓸모없는 새끼들!

 

- 유감이야
- 아, 고마워

 

- 기분은 어때?
- 끔찍하지 뭐

기대했던 대로 안되서
오늘은 아니었는데

 

- 언제라도 할 말인데 뭐
- 말해?

 

우리가 무슨 얘길 하고 있었지?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아
당신은 무슨 얘길 하는 거야?

- 일
- 일?

멍청한 인터뷰에 열받은 거 같아?
더비에 박살났단 말야!

 

언제쯤 정신을 차릴 거야?

정신을 차려?
정신 번쩍 차리고 있어, 망할

차라리 잠이나 잤음 좋겠다
다음 10개의 시즌까지

시즌! 그 망할 시즌 듣는데
이젠 아주 죽겠어!

우린 년도 단위로 살고 있다구
1월에서 12월까지

- 다는 아냐
- 아냐, 다 그래. 당신도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 알지, 18년이잖아
- 18년이야! 빌어먹을 18년!

아스날의 승리만큼 오래
바래왔던 일은 없어

그 바보같은 직장은 생각한지
2주밖에 안 됐잖아!

그런데 내가 그걸 더
걱정할 것 같아!

아니, 자기는 축구시합
점수가 훨씬 더 중요하겠지

그 일로 내가 자기를 위로해주려고
온 줄 알았단 말이야?

잠깐 동안은 그랬어
상상력이 있는 사람인 줄 알았어

내 기분을
이해해줄 줄 알았어

- 그건 게임일 뿐이야
- 제발! 그런말 하지마!

그건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하고 멍청한 소리라구!

이건 절대 그냥 게임이 아니야

그냥 게임이면, 내가 이렇게
신경쓸 거 같아?

18년이야!

18년이라구!

18년 전 뭘 바랬는지 기억나?
10년 전엔? 5년전엔?

런던 북 지구의 주임선생이
되고 싶었어? 아닐걸

그렇게 오래 뭘 바랄
사람이 아니니까

하지만 3개월 동안
그 생각만 했다고

겨우, 겨우 다 잡았는데
눈앞에서 놓쳤다고 생각해봐!

그게 뭐든 말이야!
자동차든, 직장이든, 아기든

그러면 오늘밤 내 기분을
이해할거야

하지만 그런 소망 없지
날 이해할 리도 없고, 그러니까..

 

그래서? 꺼지라구?
집으로나 가라구? 혼자 두라구?

그래, 난 18년 동안
원했던 건 하나도 없어

왜냐면 18년 전에
난 애였으니까

진짜 똑같은 걸 바란다면
뭔가 잘못된 거야

왜냐면 난 데이비드 캐시디랑
결혼하고 싶지도 않고

더 큰 젖꼭지를 바라지도 않고
그런 걱정은 진작 끝냈어

당신도 한번 해봐

아마 그러다 잃어버린
한 부분이 있을 거야

사람들은 다 변함 없는 소망을
지녀야 하는 건지도 몰라

 

- 세상에 무슨 생각을 했을까..
- 무슨 말이야?

둘 다 어떻게든 될 줄 알았어
하지만 안 되겠지, 그렇지?

"마누라와 아내, 랄라라
멋진 인생" 같은 거

그렇겐 안 되는 거지?

 

축구시합 하나가 잘못됐다고
전부 우르르 무너지다니

빌어먹을 세상으로 컴백이야
정말 이래봤자 뭐해?

아스날의 홈경기 스코어는
결혼과 육아의 기반이 될 수 없어

 

아니

이번 시즌조차도 안 돼

 

여보세요?

엄마, 잘 지내셨어요?

네, 밤샜어요

네, 알아요. 끔찍했죠

 

그래요
사라는 잘 있어요

인사 전해달래요

끊을께요
저녁 준비가 다 됐나봐요

내일 전화 할께요
안녕히 계세요

 

선생님, 연극시작 시간이
5분이나 지났는데요

말도 못 걸겠어요, 심통을 내서
두 분 싸우셨어요?

 

홀리, 닥쳐
가자, 얘들아

조용히!

 

- 어젯밤에 아스날 어땠어?
- 니가 봐라

 

미안해

 

2:2로 비겼대

- 그래서 어쨌다는 거야?
- 몰라, 나빠졌지 뭐

챔피언이 될려면
리버풀을 이겨야 되거든

리버풀 들어봤어
진짜 잘한다던데

게리 리니커, 피터 쉴튼
아스날은 영 기회가 없어?

여기서는 절대 안 된다는데

우리가 그렇게 걱정해야 돼?

 

마지막으로
스쿨컵 결승경기가

오늘 오후 4시 반
우리 학교에서 열립니다

오셔서 애쉬워쓰 씨와
학생들을 응원해 주세요

물론, 격려 같은건
필요도 없겠지만요

여러분 모두 집에 가서
어서 숙제를 하고 싶겠지만

시간을 내어
응원을 해주면 고맙겠습니다

 

- 몇대 몇이야?
- 1대 0으로 지고 있어요

- 더럽게 못해요
- 얼마나 남았는데?

거의 끝나가요

 

패널티!

 

누구든지 하나 나가!

 

롭, 너한테 달렸다

잘한다 로버트!

 

졌어!

 

선생님, 죄송해요
할말이 없어요

아무 말 안 할 거야

- 내가 안했어야 했는데
- 배짱있는 놈이 하나도 없는걸

전 멍청하고 쓸모없어요

상관없어
넌 이번 시즌에 훌륭했어

하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기억하지 않겠죠?

 

어쨌든..

오늘 이기는 게 좋아
내일 아스날이 이기는 게 좋아?

- 물론 아스날이죠
- 그거 봐라

아스날이 2대 0으로
이길 거란 말씀이세요?

장담할 수는 없다만
가능성은 있잖아, 안 그래?

할 만큼 한거야
패널티를 놓쳤잖아

그 정도 대가로 아스날이
승리하면 괜찮지

당연하죠

 

선생님, 행운을 빌어요!

걱정할거 하나도 없어요

못 이겨요, 선생님

이길 거예요, 선생님

 

1989년 5월 26일 아스날 대 리버풀 전

 

- 안녕
- 아, 안녕

 

- 결승전 보러 가?
- 그래

- 행운을 빌어주러 왔어
- 고마워

 

수업 듣는 학생이
설명을 해주던데

- 2대 0으로 이겨야 된다면서?
- 그래

가능하지?

- 어림도 없어요, 선생님
- 입 닥쳐

 

사표 낸 게 사실이야?

돈이 필요하니까
아이를 부양해야지

같이 잘 해볼 수도
있었을 텐데

자식도 모르는 아버지랑
한 직장에 있기가 불편하잖아

 

어쩌면, 오늘 밤엔 나도
응원해 줄께

- 볼 거야?
- 장담 못해

학생들 종강파티 하거든
놀랍지만 날 초대해줬어

하지만 보도록
애써 볼께

상관없어
바보 같은 게임일 뿐인데

 

시즌 최후승자 자리를 두고
맞붙게 된

양 팀 선수들이 차례차례
입장하고 있습니다

열광적인 현장의
해설을 도와주실

데이비드 플리트 씨와
브라이언 무어 씨를 모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경기장에선 아스날팀이
꽃다발을 들고 환호하는군요

우리도 갈 걸 그랬어

그런 난리칠 가치도 없다면서

그땐 이게 결승전이 될지 몰랐지

 

고함치고 난리칠 걸 상상해봐

친구들하고 여기서 보는 게
차라리 더 나아

- 친구 하나겠지
- 맞아, 고맙군

 

미안해

 

던칸, 너 축구팬 아니었니?

- 아스날은 질색이에요
- 오래된 농담같구나

- 윌리암, 너는?
- 전 축구 싫어요, 아스날도요

경기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니? / 전혀요

봐도 될거야
신경 안쓸거라구

선생님 텔레비전 좀 켜드려
축구경기 점수가 알고 싶데

- 아냐, 별로 안 궁금해
- 왜요? 봐야겠으면 보세요

- 하지만 점수만 보고 꺼요
- 알았어

 

전반전인데 아직 0대 0이래

 

- 미키 토마스다, 멋져
- 엄마, 걘 진짜 못해요

- 난 좋은데
- 엄마가 아직 몰라서 그래

아담스, 적극적으로 공격합니다만
웰란이 받는군요

 

여보세요, 오늘 전화하는
배짱이 누군가 했네

 

농담하는 거지?

오빠는 아마 전화선을
빼놨을 거다

못 넣었어

진짜야

뚫릴 거 같지가 않어

잠깐만

웰란과 얽힙니다
마이클 토마스가 받는군요

리버풀 위기입니다

 

이제 끝이야
그게 기회였는데

- 또 있을 거야
- 그래? 아닐 것 같은데

아스날이 아주 짧은 거리에서
슛을 했습니다만

너무 성급한게 아닌가 싶은데요

 

나가자

- 웃기고 있네
- 가서 술이나 퍼먹자

그냥 다 잊자구

 

- 난 끝까지 볼꺼야
- 미안해, 난 못하겠어

 

- 앉아
- 그럼 뭐해!

 

나 금방 나갈 거야
전반전만 보고

 

모든 사람들의 눈이
저 선수에게 모였는데요

무슨 말 할지 뻔해

- 꽤 잘하고 있잖아?
- 꽤 잘하면 어따 써먹냐?

- 8대 0이나 마찬가진데
- 솔직히 그건 아니다

2대 0으로 이길 생각이라면
아직 기회는 널렸다구

8:0보다야 0:0이 백배 나아
무슨 소린지 알아먹어?

뜬구름 잡지 마
현실을 직시하라구!

현실은 전반전까지
0대 0이었다는 건데!

 

차라리 8:0이 나아

맙소사 폴
너 완전히 돌았구나!

개새끼가 된 걸 보니
광견병 옮았냐?

- 계속 볼 거야?
- 아니!

 

후반부 앞부분 몇 분만
더 볼 꺼야

 

윈터번과 리차드슨이
뒤에 있는데요

아담스가 번개같이
달려 들어옵니다!

그리고 스미스!

- 아싸!!
- 아자!

 

아자, 아자, 아자!

리버풀 선수들 심판을
에워싸고 있는데요

심판이 무효판정할 거야
제길 두고 봐, 각본대로군

선심이랑 얘기를 하고 있는데요

심판의 결과는..

 

로베 웰란이 보고있는데요
골로 인정하는 군요!

아자!!

 

진짜 아스날 답지 않냐?

2점을 내야 되는데, 1점만 내서
포기도 못 하게 만든다구

그럼 두 번째 골을 먼저 넣냐?

 

정말 흥미진진한데요!

아스날팀 돌파구를 찾는데요
팬들이 기뻐하겠군요

 

머슨

리차드슨..

기회가 왔습니다!
토마스!

우!

거봐, 쓸모없는 자식

 

토마스, 마크도 없었는데
실망스럽군요

됐어, 볼만큼 봤어. 나갈래

잘 됐어, 귀찮아 죽겠는데
없는 게 낫겠다

- 너도 갈래?
- 싫어!

- 여긴 내 아파트야!
- 어디 쫓아내 봐라

 

다시 골키퍼의 손에
들어갔군요

 

15분 남았습니다

 

점수가 났네!

주목, 주목

 

맙소사,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네

말해!

사실 휴즈 선생님
저희끼리 돈을 좀 모아서

감사의 선물을 준비했어요

 

정말 간결하고 요점이 분명한
설명이구나

잠깐만요, 할 얘기가 남았어요

음, 그러니까.. 처음에 우린
선생님을 별로 안좋아했어요

왜냐면 숙제가 너무 많았거든요

하지만 재미있었어요, 덕분에
시험도 통과했구요

그러니 아주 좋은 선생님이
틀림없으시죠

축구 보느라 못 나온
스코트 말이

선생님은 조지 그래함 같대요

왜냐면 우린 선생님을 존경하니까요
죽도록 굴려서 좋은 성적을 내고요

맞아요, 맞아요

 

- 하이버리요
- 하이버리 어디요?

 

아스날 경기장에서 코너만 돌면 돼요

거긴 안가요
오늘밤은 안돼요

축구경기는 리버풀에서
하잖아요

저도 알아요
하지만 녹화하고 있다구요

거기 도착하면
경기 결과를 미리 알게 된다구요

미친놈들이 활개를 치거나
완전히 무덤 같거나 둘 중 하나니까

지금 당장 달려서 후딱 들어갔다
끝나기 전에 나오면 되잖아요

그럼 갑시다

 

아스날 팬이에요?

어렸을 땐 그랬죠

찰리 조지나 뭐 그런 사람들

요즘은 경기장에 안 가요

오늘밤엔 진짜
이겼으면 좋겠수다

그럼 진짜 기분 째질 텐데!

 

아스날 팀이 이길려면
1골은 더 넣어야 하는데요

이렇게 되가다가는

리버풀이 19번째 우승을
차지할지도 모르겠군요

애초에 TV를 켠 게
잘못이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어떻게 알았겠어?

 

이 경기 뒤에도 계속
팬노릇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다시는..

 

충격을 극복하지 못할 거야

 

이렇게 코앞까지 왔는데

 

내가 왜 니 말을 들었지?

- 나?
- 기회가 남았다며!

그랬어
지금도 그래!

병신같은 자식
벌써 후반부 경기도 다 끝났단 말야

 

차라리 평생가도 우승 못할 팀을
응원해야 되겠어

오리엔트나, 뭐 그런

아예 확실하게 뭉개면
이런 꼴도 안 볼 거 아냐

 

이건 또 뭐야?

뭐, 너 나가던 길이었잖아
저 밑에서 뭐하나 보면 되겠네

 

1분 남았습니다

맥마혼은 승리를
확신하는 것 같은데요

심판들이 몇분이나 더 줄지
모르겠습니다

끔찍해!
세상의 종말 같아!

만약 시즌을 그렇게 리드하고도
아스날이 이기지 못한다면

마지막 날 이 승부는 어쩐지
시적 정의 같은 느낌이겠는걸요

닥쳐, 이 새끼야!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좀

꺼져버려!

당신은 내 인생에서 제일 끔찍한
60초에 찾아왔단 말이야!

꼴도 보기 싫으니까
사라지라구!

 

뭘 봐!

어떤 바보새끼가 저러는 거야?

망할 행성에서 온
외계인이면 차라리 용서가 되겠다

하지만 그러면..

 

어디가? 미쳤어!
너 큰 걸 놓칠 거라구!

 

아담스가 뒤쫓고 있습니다
반즈가 가로막을텐데요

네, 그렇군요
리차드슨에게 갑니다

 

마지막 공격을 하려는 모양인데요

딕슨, 패스 좋구요
스미스가 받아서

토마스에게..

 

폴!!

미드필드를 뚫고 토마스..

폴!!

네 찼습니다!
토마스!

리그 시즌의 믿기지 않는
클라이맥스입니다

 

하하!
해치웠다

아자 아자 아자!

 

레프리 타임을 얼마나 줬어?

벌써 2분이나 줬는데

리버풀이 죽죽 밀고 나가서
점수를 낼 거야, 두고 봐

 

아스날이 이겼습니다!

애쉬워쓰가 해냈습니다!

아스날!

우린 챔피언이야! 만세!

 

해낼줄 알았어
느낌이 왔다니까

뭐라구?
이 거짓말장이!

아니,아니. 진짜로

겉으로야 부정적이었지만
속으로는 믿고 있었다구!

 

잉글랜드, 이리오라

 

미안해요!

아뇨, 고마워요!
이런 구경을 놓칠 뻔 했잖아요

 

폴!

- 친구에요?
- 직장 동료에요

- 엄청 기뻐하는군요
- 네

저렇게 행복한 모습
처음 봤어요

 

1989년 5월 26일을 되돌아보면

우리 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설명을 할 수가 없다

팀까지 치면 우리 셋한테
말이다

하지만 이건 안다..

아스날과 나의 관계는
그날 밤 이후로 달라졌다

그건 마치 팀의 어깨 위로
훌쩍 올라간 느낌이었다

아스날이 나를 떠메고
빛을 향해 행진해간 느낌

갑자기 광휘가 우리에게
쏟아져 내린 것 같았다

그들이 내게 준 그 기쁨 덕에
나는 그들과 헤어질 수 있었다

우린 여전히 만난다. 난 아직도
아스날을 사랑하고 또 증오한다

하지만 이젠 내게도
내 인생이 있다

내 성공과 실패는
이제 그들과 연결된 것이 아니다

잘 된 일이다

그런 것 같다

 

평생 이렇게 멋진 날은
다시는 안 올 거야

- 또 시작이군
- 아니, 진심이야

사실 살다 보면...

- 그 사람 이름이 뭐죠?
- 마이클 토마스

현실에선 마이클 토마스같은
순간이 별로 없잖아

사실 축구에서도 별로 없어
내가 뭐 그런 순간이냐?

솔직히 구원이 필요한
인간은 아니잖아, 뭐?

비약하지 마
자기는 여전히 비극적인 인간이야

비극적이라구?

오늘밤 우리가 그렇게
비극적으로 보여?

황홀감에 뛰어오르는
사감선생들은 별로 없더라

그 사람들 내일 수업 계획을
짜느라 다 바쁘대

"수업 계획"이란 말은 어디서
듣기는 했네?

평생 수업 계획 따위는
짜본 적이 없는 주제에

그거 할 시간에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아, 그러시군

 

그런데 조지 그래함이 그렇게..
끔찍한 사람이야?

왜?

그냥

나 말고 누가 또 닮았대?

응, 학생들이

하! 물론 그는 음흉하고 완고하고

무뚝뚝한 걸로 유명하지
게다가...

고마워, 고마워
무슨 뜻인지 확실히 알았어

 

원작 닉 혼비의 'Fever Pi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