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To.Her.2002.UNCUT.XviD.AC3.2AUDIO-WAF

그녀에게
Talk to Her

2 0 0 2

 

무대엔 의자와
테이블이 있었고

 

흰 옷을 입은 여자
두 명이 나왔어요

 

눈을 감고
막 돌아다니는데

 

어디 부딪힐까봐
겁이 났죠

 

근데 갑자기
남자가 나왔는데

 

어찌나 슬퍼 보이던지

 

세상에서 가장
슬픈 남자 같았죠

 

그가 가구를
치워주더군요

 

얼마나 감동적이던지

 

내 옆에 40대 남자가
앉아있었는데

 

감동에 북받쳐
울더라구요

 

이해할 수 있어요

 

아름다웠으니까

 

이거 보면 놀랄 걸요?

 

피나 바우쉬의 사인도
받아왔어요

 

사진을 샀거던요

 

영어로 써있어요

 

'고난을 딛고
어서 일어나서…'

 

'다시 춤출 수 있길'

 

- 벌써 생리구나
- 이르네

 

나 왔어

 

오늘밤 나 대신 있어줄래?

 

애 볼 사람이 없어서

 

전화만 하지 왜 왔어?

 

너무 신세만
지는 것 같아서

 

- 이번 주 세 번이나
- 걱정 마

 

난 반 나절만 쉬면 돼

 

아파트 수리 좀 하려고

 

집이 너무 엉망이라

 

난 사진 정리만 하면 돼

 

앞으로도 계속 이럴 텐데

 

병원 일 관두던지 해야지

 

남편도 떠났는데
관두면 어쩌려고

 

상황 봐서 해
내가 도와줄게

 

우리끼리 편의를 봐주자

 

고마워

 

- 정맥 주사 뽑았네
- 견디지를 못해

 

- 내일 다시 하자
- 그래야지

 

- 고마워
- 힘내

 

6마리 소에 대적하는 여성…

 

다음 주 수요일

 

브리우에가
투우장에서 싸울

 

리디아 곤잘레스를 모십니다

 

- 어서 오십시오
- 반갑습니다

 

그런 과감한 결정을?

 

소가 몇 마리든 상관없어요

 

남자들이 한 팀
안 하려 한다던데

 

여자라서요

 

맘대로 생각하라 그래요

 

투우 분야가 원래
보수적이에요

 

하긴 좀 다른 남자도 있었죠

 

몇 달간 다정한 연인이었던

 

엘니뇨처럼

 

끝난 얘기예요

 

그 남자는 인기 끌려고

 

당신을 이용했나요?

 

그 얘긴 꺼내지 말랬는데

 

그래도 말하는 게 좋아요

 

문제를 피한다고

 

다 해결되는 건 아니잖아요

 

- 엘니뇨는…
- 그만 해요

 

내 말 좀 들어봐요

 

이 얘기는 안 한댔잖아요

 

왜 이제 와서
이상한 헛소리!

 

제발 이러지 말아요

 

시청자들은
짜고 한다고 오해해요

 

이건 생방송이란 말예요!

 

그냥 인정하면 되잖아요

 

남자한테 이용당했다고

 

일로 섹스로
실컷 갖고 놀다가

 

당신을 차 버렸잖아

 

편집장님 마르코입니다

 

할 얘기가 좀 있어서

 

리디아에 대한
기사를 쓰겠어요

 

저도 그 프로 보고있어요

 

심층적인 기사로 쓰려고

 

일요일 걸로요?

 

좋습니다

 

저 여자 미쳤군

 

자네 보라고 저러는 거야

 

아예 소한테
날 죽여라 하는군

 

괜히 와서 험한 꼴만 보네

 

내 일에 상관마요

 

엘니뇨가 신경쓰잖아

 

괜한 걱정하면
큰 지장 있어

 

누가 걱정하래요?

 

짐이나 가져가라고 해요

 

어디로 보낼지 말하던가

 

우리집으로 보내

 

당신은 상관없어
직접 말하라고 해요

 

이젠 가봐요

 

위스키 온더락스

 

- 어떤 잔으로?
- 큰 거

 

실례, 잠깐 얘기 좀 해도

 

일단 끝난 건 끝난 거야

 

실례합니다

 

뭐라고 하셨죠?

 

말씀 좀 나누고 싶다고

 

가면서 차에서
얘기해도 될까요

 

기꺼이

 

가요

 

리디아란 이름
누가 지었어요?

 

아버지요

 

그게 운명을
만든 거 같군요

 

주역인 마타도르
되려고 하셨지만

 

반데리예로로로 남으셨죠

 

날 많이 응원해줬을 텐데

 

1년 전 돌아가셔서

 

유감이군요

 

엘빠이스 지 일요판에
당신 기사를 쓰려고

 

투우 기사를요?
못 들어본 이름인데

 

투우에 대해 아는 건 없죠

 

근데 왜 나를?

 

삶이 버거운 여인의
기사를 쓰려고

 

내 삶이 버겁다구요?

 

느낌으로 알아요

 

투우에 대해선 관심도 없고

 

엘니뇨와의 관계나
캐러 온 거죠?

 

미안하지만
그런 인터뷰 안 해요!

 

- 그럼 이만
- 잘 가요

 

- 나 좀 살려줘요
- 왜 그래요?

 

누가 부엌에 뱀을!

 

열쇠 줘요

 

- 열려있어요
- 일단 진정하고

 

내 지갑…
고마워요

 

호텔로 데려가줘요

 

다시는 집으로
가지 않겠어요

 

어느 호텔로?

 

- 유로 빌딩
- 그러죠

 

뱀 사건에 대해선
조용해줘요

 

- 시끄럽지 않게
- 걱정 마세요

 

그런 것 쯤은
존중할 줄 압니다

 

이렇게까지 해주셨는데

 

취재를 거절하기
미안하군요

 

밤새 생각하고

 

내일 전화할 테니
대답해요

 

여러 가지로 고마웠어요

 

- 잘 자요
- 잘 가요

 

있어줄까요?

 

소파에서 자는 건
익숙해서

 

아뇨, 혼자 있는 것도
배워야죠

 

- 수고들 하네
- 어서 와

 

머리 감는구나

 

어때?

 

- 밤엔 어땠어?
- 그럭저럭

 

- 내가 할게
- 난 갈게

 

- 그럼 가
- 수고해

 

너무 덥다!

 

머리를 잘라주자

 

더 짧아야 편할 텐데

 

처음 왔을 때 모습
그대로 둬

 

그래야 깨어나면
덜 놀라지

 

4년간 혼수상태인데
그런 기적이?

 

당신도 나처럼
기적을 믿어봐

 

- 그걸 왜?
- 필요하니까

 

모르는 사이에
일어날 수도 있고

 

너무 더워서 약을 좀 샀어

 

내 유니폼 땀냄새 없애려고

 

얼굴이고 뭐고
냄새가 너무 나서

 

- 이름이 뭐야?
- 퍼스피렉스

 

마르코예요
기억해요?

 

물론

 

- 뭐 해요?
- 샤워했어요

 

입을 옷이 없어서
좀 사야겠어요

 

내가 집에 가서 갖다줄게요

 

그 집에 있는 건
손대기 싫어요!

 

- 어디 가는 거죠?
- 시비야

 

- 나 미친 거 같죠?
- 왜요?

 

- 집에 안 간다니
- 이해해요

 

나도 애인과 헤어졌을 때

 

한동안 그 침대를
쓸 수 없어서

 

소파에서 잤죠

 

일주일 넘게 그러다가

 

결국 새 침대를 샀어요

 

지금은 혼자군요

 

혼자죠

 

몇 달 후

 

경기 끝나고 할 얘기 있어

 

- 얘기했잖아
- 당신만 해놓고

 

그렇군

 

수녀들에 대한
기사 읽었어요?

 

아프리카 선교사들이
강간했다는?

 

사제들이!

 

끔찍해라

 

성직자도 못 믿는
세상이라니!

 

원주민 여자를
강간했대요

 

에이즈 때문에
수녀로 바꾼 거죠

 

세상에

 

난 성직자를
가장 존경했는데

 

성직자라고
다 그런 건 아냐

 

어린애만 밝히는
인간도 있대

 

- 뭐라구?
- 섹스야 다 밝히지

 

지저분한 소리 좀 하지 마!

 

- 소 어때?
- 이번 건 좀 커

 

- 얼마나?
- 5백 킬로가 넘어

 

젠장

 

저녁 식사 집에서
하는 거 잊지 마

 

애들이 이모
보고싶다고 난리야

 

행운을 빌어

 

나옵니다

 

그만 울어

 

안녕하시오

 

어때요?

 

불쌍한 것

 

처참하게 당했어

 

아버지가 좋아하시겠군

 

그래서 하지 말랬지!

 

여자는 안 된다고
그렇게 말렸는데

 

아버지 꼴 됐잖아

 

너무 그러지 마

 

얼마나 된 거야?

 

4시간 됐어

 

3주 후

 

이제 집에 가려고?

 

 

더이상 있을 수가 없어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

 

3주동안이나 바를 닫았고

 

애들은 이웃에
맡겨놔서 도저히

 

급한 일 생기면
달려오면 되잖아

 

그렇긴 하지만

 

그냥 믿어봐

 

그냥?

 

지금까지 믿었지만

 

이젠 너무 지치네요

 

언제나 메달을
달아줄 수 있죠?

 

아직은

 

현재 몸의 상처나
모든 걸로 봐서는…

 

이걸 늘 하고 있었는데

 

- 꽃병에 꽂죠
- 고마워요

 

3주간 미국에 갈 거요

 

중요한 일이 있어서

 

근데…

 

리디아가 이 지경이니…

 

영 내키지를 않는군

 

잠깐 나가주세요

 

금연이요

 

사고당한 날
별 말 없었소?

 

- 내 얘기만 했죠
- 무슨?

 

개인적인 얘기

 

내 얘기는 안 했군

 

리디아는 오랫동안
당신 얘기 안 했소

 

나때문에 이렇게

 

아니, 내 잘못이요

 

♪ 그는 수많은 긴긴 밤

 

♪ 술로 지새었네

 

♪ 잠도 못 이루고

 

♪ 눈물만 흘렸네

 

♪ 그 눈물에 담긴 고통

 

♪ 하늘을 울렸고

 

♪ 숨 거두는 순간까지

 

♪ 그녀만을 불렀네

 

♪ 노래도 불러보았고

 

♪ 웃음도 지어봤지만

 

♪ 그의 열정은 결국…

 

♪ 그를 죽음으로

 

♪ 몰고 갔네

 

♪ 어느 날 슬픈 비둘기

 

♪ 한 마리 날아와

 

♪ 쓸쓸한 그 빈 집에서

 

♪ 노래했다네

 

♪ 그 비둘기는 바로

 

♪ 그의 애달픈 영혼

 

♪ 비련의 여인을 사랑했던

 

♪ 그 영혼이라네

 

♪ 비둘기여

 

♪ 울지 마라

 

이 노래만 들으면
전율이 느껴져

 

마르코, 늘 묻고싶었어

 

날 만난 그 날
왜 울었어?

 

뱀을 죽이고 나서

 

- 옛날 생각이 나서
- 어떤?

 

몇 년 전에도 뱀을 죽였지

 

아프리카에 있었는데

 

같이 있던 여자도
당신처럼…

 

두려워서 떨고만 있었지

 

어쩔 줄 모르고

 

옷도 없이 알몸으로

 

자다가 뱀을 봤거던

 

그 여자 땜에
소파에서 잔 거야?

 

그 여자가 미워

 

- 몇 년간 못 봤어
- 힘들었겠네

 

내가 어떻게 해야
그녀를 잊을까?

 

지금처럼

 

곤히 주무시길래
안 깨웠어요

 

베가 박사는?

 

사무실에 계실 겁니다

 

안녕하세요

 

문 닫아, 바람 들어온다

 

- 알리시아가 눈떴어
- 섬뜩하다

 

- 하품도 했어
- 기절하겠네

 

박사님께 드릴 말씀이 좀

 

잠은 어떻게 잘 잤나요?

 

커피 한 잔 하죠

 

얼마나 이러고
있어야 합니까?

 

몇 달, 몇 년…

 

아님 평생

 

희망은 없나요?

 

의사로서는
없다고 해야겠죠

 

그렇지만…

 

혼수상태에서 깨어남

 

'15년만에
혼수상태에서 깨어나다'

 

이 여자는 아이 낳다
혼수상태에 빠졌고

 

리디아처럼
식물인간이었소

 

이론적으론
의식이 없던 거죠

 

하지만 그걸
기대하진 마세요

 

그럼 희망이?

 

과학적으로는 없소

 

그렇게 믿는 거야
말릴 수 없지만

 

그럼 눈을 뜨는 건
잘못 본 건가요?

 

가능합니다만

 

그렇다고 의식이
돌아온 건 아니죠

 

대뇌 피질은
완전 손상됐지만

 

뇌간은 괜찮으니

 

자율 기능은 통제하거던요

 

호흡, 수면,
잠을 깨는 것도 하고

 

기계적으로
눈도 뜰 수 있어요

 

그러나 뇌 기능도
느낌도 없습니다

 

들어오세요

 

괜찮으니 들어와요

 

당신이군요

 

안녕하세요

 

- 난 베니그노
- 마르코

 

여긴 알리시아

 

- 오늘이 첫날?
- 그래요

 

처음엔 힘들지만
차차 나아져요

 

그 신발은 왜?

 

발이 꼬이거나 쳐질까봐

 

- 지중해 신발 같군
- 정말?

 

지중해 안 가봤는데

 

당신을 알아요

 

내 글을 읽었나요?

 

무용 발표회 때
옆에 앉았어요

 

난 기억이 전혀

 

갑자기 당신은
울기 시작했고

 

전에 말했었죠?

 

공연 보면서 울던 남자분

 

가야겠군요

 

별로 얘기도 못했는데
벌써?

 

나중에 하죠

 

오후에 병원에 계세요?

 

나도 여기에 있으니
들르세요

 

밤에도 종종 있고

 

병원 일은 전문가니
도울 일 있으면

 

- 고마워요
- 안녕

 

- 론체로 씨…
- 잘 있었나

 

- 박사님 모셔올까요?
- 아니, 계속 해요

 

얼마 전…

 

차트 정리를 하다가

 

당신이 내 병원에
왔던 기록을

 

우연히 발견했소

 

두 번째 방문 때
할 얘기를 적어놨지

 

근데 다신 오지 않았더군

 

어떤 거였죠?

 

성적인 선호도

 

성적인 선호도?

 

어느 쪽에 끌리냐

 

남자? 아니면 여자?

 

병원에 왔을 때는 그랬더군

 

아직 성 경험이 없다고

 

글쎄… 선생님 질문에
대답하자면

 

남자한테 훨씬 더 끌려요

 

그래서 날 만나러 왔었나?

 

까먹긴 했는데

 

아마도요

 

지금은 괜찮아요

 

파트너가 있나?

 

이젠 혼자는 아니니까

 

그런 문제 없어요

 

내 질문 때문에
혹시 곤란하진…

 

전혀요

 

알리시아 아버지 왔었어?

 

- 호모냐고 묻던 걸
- 설마

 

그냥 정신과 의사처럼
물었어

 

- 성적 선호도 말야
- 뭐랬어?

 

- 남자가 좋댔지
- 정말?

 

놀라지 마
거짓말 한 거야

 

어떻게 나한테
그런 걸 묻지?

 

- 아무렴 어때서?
- 나도 궁금한 걸

 

그럼 수간호사는
레즈비언이냐고

 

당신은 동물과 하느냐고
물을 건가?

 

그런 걸 묻다니
진짜 너무했다

 

여행할 일이 생겼다

 

당분간 올 수 없을 거야

 

제네바에서
공연 제의를 받았는데

 

벌써 정말 흥분돼

 

트렌치스라는 발레를
생각해뒀지

 

1차 세계대전 이야기죠

 

남자 댄서가 많이
필요한 게 문제지

 

전쟁 장면엔
거의 군인이니까

 

근데 제네바엔
댄서가 엄청 많아

 

정말 멋지지?

 

여자 발레리나도 필요해

 

군인이 죽으면

 

몸에서 영혼이 나오고

 

여자가 영혼 연기를
하는 거야

 

고전 지젤처럼
핏자욱이 있는

 

긴 발레복을 입고

 

이런, 알리시아도
좋아하겠네요

 

주검에서 영혼이 나오고

 

남자 몸에서
여자 영혼이 나오고…

 

땅에서는…
그게 나오고

 

그…

 

나무요?

 

아니, 땅에서는…

 

그럼 꽃?

 

영혼의 아름다움!

 

만질 수 없지만
영혼을 울리는

 

음악도 준비했어

 

펜데레스키 작품

 

2차 대전 추모곡인데
아무렴 어때

 

알리시아는 잘 알 거예요

 

전쟁 음악이라 거칠긴 해

 

죽음에 대한
대작이 하나 있는데

 

그걸 들려줄게

 

놀랄 걸

 

알리시아, 귀여운 것

 

한동안 못 만나서
어쩌면 좋니

 

잘 지내라

 

까따리나
당신도 건강하세요

 

공연 잘 하시고요

 

그래야지

 

알리시아 잘 부탁해

 

봐요

 

알리시아와 니
이걸 문가에 둘게요

 

친구들 춤추는 거
잘 보세요

 

이것도 봐요

 

이 방 맘에 들어

 

이 가구를 다 주문할 거야

 

그리고…

 

문 닫고 들어오세요

 

안녕하세요?

 

좀 앉으세요

 

알리시아
그 분이 왔어요

 

바람 쐬면서
잡지 읽던 중이었죠

 

방금 나간 분은 누구죠?

 

까따리나
알리시아 선생님

 

- 선생님?
- 무용 선생님

 

정말 대단해요

 

강습소가 바로
우리집 앞이고

 

알리시아가 거기
학생이었는데

 

알리시아를 딸처럼
사랑하는 분이죠

 

4년 전

 

30분이나 창문에
붙어서 뭐하니?

 

곧 갈게요

 

날 따라오는 건가요?

 

아닌데…
사실 그래요

 

왜요?

 

이거 당신 거죠?

 

떨어뜨린 거 같아서

 

고마워요

 

없어진 거 없죠?

 

손 안 댔거던요

 

- 어디 가요?
- 집에

 

할 일도 없는데
데려다줄까요?

 

- 집에 가는데
- 알아요

 

춤추고 공연 보는 게
삶의 전부죠

 

- 좋아하세요?
- 그럼요

 

근데 직접 보진 못했어요

 

춤추는 거 말고
뭐 해요?

 

여행하고

 

극장가서 영화도 보고

 

최근엔 무성영화
많이 봐요

 

무성영화?

 

- 뭘 하면서 놀아요?
- 집에만 있어서

 

기회가 있겠죠

 

엄마를 돌봤는데
2달 전 돌아가셔서

 

이런

 

나도 엄마를
오래 전 잃었는데

 

다 왔네

 

아까 고마웠어요

 

론체로 박사, 정신과 7층

 

23호

 

창가에서 기다렸는데

 

그녀가 오지 않길래

 

아버지 병원에 연락했죠

 

론체로 정신과입니다

 

선생님을 만나고 싶어요

 

내일 5시 어떠세요?

 

- 더 빨리 안 돼요?
- 그게 가장 빨라요

 

- 그러죠
- 이름은?

 

어떻게 오셨죠?

 

- 5시 약속인데
- 들어와요

 

거기 서있지 말고

 

실례

 

- 베니그노 마틴?
- 예

 

인적 사항부터 기재하죠

 

난 알리시아를
보러 간 거지만

 

하여간 정신과를
찾아갔으니

 

엄마가 그리워
왔다고 했어요

 

15년간 엄마를 돌봤다?

 

어릴 때부터요

 

그 15년동안…

 

그럼 다른 일은?

 

엄마 곁을 늘 지켰는데

 

간호사 공부하러

 

학교는 가야 했죠

 

미용, 화장 강의도
들었는데

 

우편 강의로 했고

 

그럼 어머니 머리도 직접?

 

커트, 염색 다요

 

그리고 마사지도 해드렸죠

 

그런 거쯤
혼자 하실 순 있었는데

 

귀찮아 하시길래

 

아름다운 분이시라

 

아주 깔끔하게 해드리려고

 

- 아버지 말씀은?
- 할 말 없어요

 

- 죽었나요?
- 아뇨

 

아마 스웨덴에 사실 걸요

 

못 만난지 꽤 됐어요

 

- 만나러 와요?
- 전혀요

 

오래 전 재혼해서
가정도 꾸리고

 

엄마를 떠났거던요

 

연락이 없어요

 

여기 왜 왔죠?

 

- 그게…
- 문제가 뭔가요?

 

그런 거 없어요

 

정신과에 왔을 땐
이유가 있을 텐데

 

아마도 외로워서

 

- 여자랑 성관계 가져본 적은?
- 없어요

 

- 아님 남자랑?
- 없어요

 

다음 주에 오세요

 

내가 이상한가요?

 

그런 건 아니지만

 

사춘기 경험이 좀 이상해서

 

이상할 거 없는데

 

의사가 보기엔 이상해요

 

하긴, 의사이시니

 

좀더 분석을 해야겠어요

 

그럼 분석해보죠

 

그럼 다음 주에 올게요

 

- 감사했어요
- 잘 가요

 

- 당신 뭐죠?
- 이제 나갈게요

 

놀라지 마세요

 

당신을 보러왔는데

 

나쁜 사람 아니에요

 

론체로 정신과입니다

 

롤라

 

응, 화장실 갔었어

 

하나, 둘…

 

셋, 앞으로…

 

네가 좀 해줄래?

 

알리시아가 안 보여
궁금했지만

 

괜한 짓 하면 놀랄까봐

 

1주일 후 병원갈 때만
기다렸는데

 

일주일 내내 비가 왔어요

 

나중에 환자로
그녀를 만난 거죠

 

무슨 사고로?

 

비오는 날 교통사고요

 

박사는 딸을 돌볼
사람이 필요했고

 

유능한 간호사를 찾았는데

 

간호사로서 명망이 있다고

 

날 추천한 거죠

 

그 아버지는 나를 알아보고

 

잠시 머뭇거렸지만

 

마틸데와 나를 고용했어요

 

그게 벌써 4년 전 일이죠

 

그렇지, 알리시아?

 

그 후론 쉬는 날
발레도 보고

 

영화관을 찾아
무성영화도 봐요

 

독일 영화, 미국,
이탈리아 영화…

 

영화 얘기를
알리시아에게 하고

 

지난 4년간 정말 행복했죠

 

알리시아를 돌보면서

 

그녀가 원했던 걸 하니까요

 

물론 여행은 못했지만

 

난 리디아를 보면
그 반대야

 

어떻게?

 

난 그녀를 만질 수도

 

옛날 기억이 나지도 않아

 

간호사들을
도와주지도 못하고

 

자신이 경멸스러워

 

그녀에게 말해봐요

 

그러고 싶지만
듣지도 못할 텐데

 

그걸 어떻게 알죠?

 

뇌사 상태잖아

 

여성의 뇌는 정말
신비로운걸요

 

사랑을 갖고
말을 붙여봐요

 

생각도 해주고…

 

애무도 해주고

 

살아있다는 걸
잊어선 안 돼요

 

경험으로 터득한
치료법이죠

 

여자와 어떤 경험을 했는데?

 

무슨 경험을 했냐구?

 

뭐라구요?

 

여자와 무슨 경험을 했냐구?

 

많은 경험을 했죠

 

20년은 어머니와
4년은 알리시아와

 

투우사 애인 맘에 들어
변강쇠일 거야

 

어떻게 알아?
네가 봤어?

 

그건 아니지만
얼굴에 씌어있어

 

그의 다리 사이에
씌어있겠지

 

난 육감으로 아는 거야

 

베니그노와 친하던데

 

설마 호모는 아니겠지

 

절대, 미쳤니?

 

그럼 베니그노가 호모?

 

다들 그렇게 말해

 

절대 아냐

 

베가 박사가 그랬어

 

어떻게 안대?

 

알리시아 아버지가 말했대

 

환자한테 너무
각별하긴 한데

 

박사님은 걱정 말래

 

베니그노가 남자를
더 좋아하더라도

 

알지도 못하면서 떠들지 마!

 

- 좋아하나봐
- 하필이면

 

오늘밤 휴무라
영화관 가는데

 

- 갈래요?
- 편집장과 약속이…

 

곧 직장에 돌아가야 해

 

상태가 별로네

 

- 됐어
- 내 말 들어요

 

피부도 건조하고

 

어디 보자

 

여기 있군

 

- 말 걸어봤어요?
- 제발 그만 해

 

안녕, 리디아

 

좀 더 기다려봐요

 

열심히 하세요

 

'애인이 줄었어요'

 

로사가 감기 들었던데

 

옮진 않았겠지?

 

당신이 별 탈 없어서
다행이다

 

이제 마사지 해줄게

 

알코올로 잘 문질러주고

 

난 괜찮아

 

어제 본 영화때문에

 

좀 혼란스럽긴 해

 

러브 스토리였지

 

남자는 나처럼
통통한 알프레도

 

착한 남자야

 

여자는 과학자 암파로…

 

여자는 다이어트 약
실험 중인데

 

세계 영양학의
혁명을 꿈꾸지

 

자기 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자

 

해냈다!

 

위험할 지도 몰라
임상 실험도 안했는데

 

이래도 내가 이기적이야?

 

약효가 대단해

 

걱정 마, 내 사랑
치료제를 찾을게

 

시간은 흐르는데

 

그녀는 치료제를
찾지 못했고

 

알프레도는 매일 작아졌어

 

영원히 널 사랑할 거야

 

그는 애인에게
짐이 될까봐

 

자기 어머니에게 갔는데

 

자기를 싫어하는
엄마한테 가면서…

 

어디로 가는지
알리지를 않아

 

그리고 많은 사건이 일어나

 

그런데 어느 날…

 

몇 년 후에

 

한참을 헤매던 그녀는

 

알프레도 어머니 집을
알아내서

 

결국 찾아가지

 

유칼리 호텔 15호

 

자다가 당신을
누르면 어쩌지?

 

알프레도와 암파로는…

 

그렇게 함께 있게 됐지
영원히…

 

한 달 후

 

손을 잘 놓자

 

바로 이거야

 

여긴 정말 멋지다

 

테라스 정말 좋지?

 

리디아도 여기가
맘에 들어요?

 

좋다잖아요

 

봐요

 

둘이 우리 얘기 하나 봐요

 

뭐라는 걸까?

 

여자들끼리는
별 얘기 다 해요

 

사고 난지 2달째라고
말하겠지

 

벤자민과 안젤라

 

두 분은 완전한 자유의사로

 

혼인하기로
결정하셨습니까

 

그렇습니다

 

거룩한 혼인의
계약을 위해

 

천주의 어전과 교회 앞에

 

두 분의 합의를
고백하십시오

 

나 안젤라는
당신 벤자민을

 

내 남편으로 맞이하여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사랑할 것을 약속합니다

 

이 합의를 주님께서
견고하게 하시고

 

풍부히 강복하실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맺으신 것을

 

사람이 풀지 못할 것입니다

 

이따 호텔에서
보기로 했잖아

 

와보고 싶었어

 

결혼식 보는 걸 좋아해서

 

시합 전에
언니 만나기로 했잖아?

 

호텔로 오라고 전화했어

 

언니 바에서
저녁 식사 하기로

 

그러든지

 

정말 축복받은
결혼식이지?

 

아름다워

 

안젤라가 그렇게
어릴 줄 몰랐어

 

날 못 믿어서
왔는지 알았어

 

꼭 할 얘기가 있어

 

다 끝난 얘기니 걱정 마

 

이래도 몰라?

 

난 덤덤한데
당신이 울었잖아

 

옛날 일 걱정할 필요없어

 

- 날 못 믿어?
- 그게 아니라

 

10년 걸렸지만
이젠 정리했어

 

- 마르코!
- 정말 끝났어

 

안젤라와 난
여행을 많이 다녔지

 

여행 가이드에 대한
책을 쓴단 핑계로

 

그녀를 마약에서
떨어뜨리려고

 

마드리드를 떠난 거지

 

마드리드는 너무 끔찍해

 

여행하면서
서로 잘 지냈고

 

5년간 책을
7권이나 낸 후

 

부모님 댁으로 데려갔는데

 

부모님이 나를
못 만나게 하더군

 

- 그때도 사랑했어?
- 그랬지

 

감동적인 순간이 있으면

 

그녀와 함께 못해
너무 괴로웠고

 

사랑을 떠나는 건
정말 고통이야

 

슬프군

 

사랑을 잃는 건
가장 슬픈 일이야

 

조빔의 노래처럼

 

경기하고 나서
할 얘기 있어

 

- 지금 얘기했잖아
- 혼자만 해놓곤

 

난 안 했잖아

 

그렇군

 

내 다리 나으려면
2달 걸린대

 

차라리 이 꼴이 된 게 행복해

 

당신 옆에 있을 수 있으니까

 

당신을 떠나지 않을 거야

 

한 달 전 재결합하려고 했소

 

리디아가 그 말 하려고

 

결혼식장에 간 거였지

 

그럼 당신 땜에 울었군

 

전화로 그 얘기하며
울먹였는데

 

그게 마지막일 줄이야

 

부상 때문에
당분간 시합도 없고

 

옆에서 밤을 보내고 싶소

 

편히 쉬시오

 

고맙소

 

알리시아

 

난 또 혼자가 됐어

 

엉큼하긴, 가슴 봤죠?

 

점점 커져서
안 볼 수가 없잖아

 

떠나야겠어

 

- 왜요?
- 일하러

 

리디아는?

 

나 없이도 될 것 같아

 

헤어졌어요?

 

그럴 수도

 

어쩐지 이럴 거 같았어요

 

그냥 느낌으로

 

둘 사이에 뭔가
안 풀리는 게 있죠?

 

언제 떠나요?

 

곧, 떠나기 전에
한 번 보자구

 

당신이 떠나니 슬퍼요

 

그럼 난 갈게

 

- 생리 때 아닌가?
- 아냐

 

지난 달 기록으로 보면
때가 됐는데

 

좀 늦나 보지

 

2주면 많이 늦는 거잖아

 

지난 달에 한 건 맞아?

 

내가 타월을 대줬는 걸

 

당신 감기 걸린 주에

 

붓기도 있고

 

생리불순일 수도 있잖아

 

리디아, 생리도 멈췄대

 

베가 박사에게 말해야지

 

여행 가이드를 가져왔어

 

고마워요

 

리디아에게는
작별인사 했고

 

알리시아를 보러갔는데

 

만날 수 없다고 하던데

 

무슨 일이야?

 

염증같은 게 생겼나 봐요

 

나 끝났는데
집에 데려가줘요

 

별 거 아니겠지

 

지금 검사 중인데

 

통 말을 안 해줘서

 

아비장, 예멘, 브라질

 

터키, 쿠바

 

- 알리시아에게 읽어줘야지
- 그냥 가이드 북인 걸

 

당신이 썼으니
특별한 거죠

 

- 혼자 가요?
- 그래

 

떠나기 전에 할 말 있어요

 

- 뭔데?
- 나 외로워서…

 

결혼할래요

 

대체 누구랑?

 

물론 알리시아랑

 

미쳤어?

 

부부보다도 더 잘 지내는데

 

사랑하는 여자와
왜 결혼 못하죠?

 

여자가 혼수상태잖아!

 

말 한 마디 못하는 사람이야!

 

정상적인 인간이
아니란 말야

 

차나 타

 

- 너무 하시네
- 어서!

 

자넨 알리시아에게
혼자 떠드는 거야

 

그것도 의미는 있겠지만

 

나무 키우다가
정든다고 결혼해?

 

어떻게 그런 말을!

 

당신은 다를 줄 알았는데

 

그런 말 다시는
입밖에 내지도 마

 

- 약속해
- 왜죠?

 

누구한테 그런 말 했다간
큰 일 나!

 

나도 도와줄 수 없고

 

당신 뜻이 그렇다면

 

- 그녀를 좋아하는…
- 당신도 좋죠?

 

그야 당연하지

 

그녀도 당신을 좋아해요

 

알리시아는 죽은 사람이야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있어

 

정신 좀 차리란 말야!

 

알리시아는 강간 당해
임신을 했고

 

보호자에게 알리기 전에

 

짐승같은 범인을
찾아내야겠소

 

심각한 문제란 건 압니다

 

그 병동 담당 책임이 커요

 

먼저 설명드릴게요

 

로사

 

알리시아의 생리가
두 달 전 멈췄는데

 

첨엔 한 달만 멈춘 걸로
착각했어요

 

지난 달 차트엔
기록이 없군

 

타월을 대줬다고
되어있는데

 

전 그때 감기로 쉬었어요

 

그럼 베니그노가 쓴 거지?

 

당신 글씨군

 

맞습니다

 

왜 서류를 조작했나?

 

조용히 넘어가려고요

 

가끔 그런 일 있으니까

 

맞아요

 

왜 아무도 몰랐나?

 

밤에 근무하는 간호사는?

 

마틸데인데
오늘 안 왔어요

 

마틸데는 아는 거 없나요?

 

집안 일 때문에
밤 근무를 별로…

 

그럼 누가 했소?

 

베니그노

 

저런 저능아한테…

 

밤마다 환자를 맡겼단 말야?

 

제발 진정하세요

 

자네가 유력한 용의자야

 

생리 안 한 거
왜 보고를 안 했나?

 

설명해보게

 

자넨 알리시아에게
해를 끼치진 않을 텐데

 

- 그야 확실하죠
- 그럼 왜?

 

어젯밤 우연히 들었는데

 

베니그노가
마르코에게 그랬죠

 

알리시아랑
결혼하겠다고요

 

마르코가
정신 차리라고 했지만

 

베니그노는
고집불통이었고

 

자기 둘은 부부보다
더 가깝다더군요

 

8개월 후 요르단

 

그간 혼수상태이던
리디아가

 

드디어 숨을 거뒀다

 

33살 여성 투우사로서

 

투우사의 딸로서…

 

병원입니다

 

2층 담당
베니그노 부탁해요

 

그 분 그만 두셨어요

 

- 확실한가요?
- 그래요

 

- 그럼 로사는?
- 누구시죠?

 

- 마르코요
- 바꿔드리죠

 

- 소견서는 어디?
- 행정실로 가세요

 

- 누구세요?
- 마르코예요

 

리디아가 죽었단
기사 읽었어요

 

정말 맘이 아파요

 

나한텐 연락도 없이

 

여기 복잡한 문제가 있어서

 

근데 베니그노가 왜 없죠?

 

감옥 갔어요

 

대체 왜?

 

알리시아 강간죄로

 

무슨 소리요?

 

불쌍한 그 사람
좀 도와주세요

 

- 만나봤어요?
- 내가요?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어요

 

그래도 당신은 친구잖아요

 

- 감옥이 어디죠?
- 세고비아

 

- 세고비아라구요?
- 네

 

잠깐 기다려줘요

 

면회하러 왔는데요

 

왼쪽 문 열고 들어가세요

 

고맙소

 

무슨 일이죠?

 

재소자 베니그노를
면회하려고

 

오늘은 면회일이 아닌데

 

잘 안 들립니다

 

오늘은 면회가 안 된다구요

 

원생의 방문 요청도 없었고

 

내가 마드리드에 온 거
모를 겁니다

 

친척인가요?

 

아뇨, 친구 마르코입니다

 

- 신분증 좀
- 드리죠

 

전화 통화는?

 

원생이 당신에게
할 수는 있죠

 

새 전화번호인데
전해주세요

 

- 그러죠
- 감사합니다

 

면회는 토, 일요일만 돼요

 

원생이 면회 요청을 안 하면

 

만나게 해드릴 수 없구요

 

날 만나고싶어 할 겁니다

 

재소자라고 부르지 마

 

잘 안 들려요

 

원생이라고 부르라고요

 

네, 안녕히 계십시오

 

627…

 

96…

 

64…

 

09…

 

9

 

젠장

 

627…

 

- 여보세요
- 마르코?

 

- 그래
- 정말 반가워요

 

면회 신청 했으니
토요일에 오세요

 

그러지

 

- 지금 어디죠?
- 병원 앞이야

 

베가 박사한테 들었네

 

어떻게 된 건가?

 

설마 날 몰아세우려는 건
아니죠?

 

도와줄 건 없나?

 

알리시아 소식을 알아줘요

 

나한테는 한 마디도
못 해준대요

 

다른 병원에 갔는데
다들 모른대

 

거짓말이야!

 

비밀로 한다 해도
당연한 거 아닌가

 

우리…

 

아직도 친구 맞죠?

 

그래서 이렇게
만나러 왔잖아

 

그럼 알리시아에 대해
알아봐줘요

 

그녀와 아기
다 살아있는지

 

알고싶어요

 

내 맘 알죠?

 

그래

 

한 번 노력해보지

 

토요일에 봐

 

- 알아냈어요?
- 좀 기다리게

 

예정일이 한 달
지났단 말이에요

 

더 기다려봐!

 

여기에선 종일 뭘 하나?

 

병실에서 일해요

 

감방이 새 거라

 

사람도 적고 조용해요

 

밖에서 보면
감방 같지도 않아

 

갇혀있는 건
문제가 아닌데

 

알리시아를 못 봐서
괴로워요

 

알리시아 아버지는
날 정신병자래요

 

그러면 재판에서
유리하다나?

 

하지만 재판따윈
상관없어요

 

어떻게든 그녀를
만나야겠어요

 

계속 이러면
무슨 짓 할지 몰라요

 

진짜 정신병자처럼
행동할 거야

 

제발 참게!

 

다른 변호사 구해줘요

 

지난번 놈은
날 벌레 취급해요

 

알았네

 

아파트 열쇠
드리라고 할 테니

 

집세를 받아서
변호사 구해요

 

내가 그 집에 세 들어가지

 

그럼 정말 좋겠네요

 

당신 생각 많이 했어요

 

특히 밤에는

 

왜 밤에?

 

밤에 책을 읽거던요

 

여행 가이드 다 읽었어요

 

몇 달간 함께
여행하는 거 같았고

 

여행에 대해 정말
많은 걸 알게 되고

 

하바나 여행이
제일 좋았어요

 

그곳 사람들이 나랑
정말 비슷하던 걸요

 

가진 게 없지만
모든 걸 만들어 내잖아요

 

창문에 얼굴을 내민

 

쿠바 여인도 생각나요

 

하염없이 뭔가 기다리며

 

시간이 흐르는 걸
지켜보던 그녀

 

바로 내 모습 같았죠

 

베니그노 친구입니다

 

아르헨티나 분, 마르코?

 

내가 관리인이죠

 

아파트 세 들어오신다구요?

 

집이 좀 더러울 거예요

 

아무도 못 들어가게 해서

 

청소도 해줄 수가 없었어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열쇠 드릴까요?

 

찾아드리죠

 

- 만나는 봤수?
- 그랬죠

 

어때요?

 

잘 있더군요

 

불쌍한 친구,
감옥 가면 뭐 하나?

 

유명세를 탄 것도 아니고

 

흔한 파파라치도
얼쩡 안 대고

 

인터뷰 하겠다고
온 놈 하나 없어

 

언론이란 게
다 그렇지만

 

맞습니다

 

- 열쇠는… 아참…
- 감사합니다

 

참 그런데…

 

베니그노가 왜
감옥에 간 거죠?

 

워낙 말이 없는 청년이라

 

- 죄는 없어요
- 그렇겠지

 

- 근데 죄명이?
- 모릅니다

 

알면서 말하고 싶지 않겠지

 

언젠가 알아낼 거야

 

그럼 전 이만

 

필요한 거 있으면
알려줘요

 

이렇게 혼자 힘으로 걷다니!

 

지팡이 하나로 말야

 

그렇죠?

 

- 재활 치료는?
- 좋았어요

 

- 피곤하니?
- 네, 좀…

 

그래도 연습 더 해야 해

 

다리 스트레칭!

 

- 100번 했는데
- 좀만 더

 

산스 씨를 만나러 왔는데

 

들어오시죠

 

사내아이였고 사산했어요

 

알리시아가 깨어난 건
알려야죠

 

이걸 알리면 위험합니다

 

날 믿고있는데
거짓말은 못해요

 

그럼 내가 얘기하죠

 

아직 혼수상태이고
애는 죽었다고요

 

하지만 선생은
입 다물어주세요

 

보석 신청은?

 

힘들어요
비용도 만만치 않고

 

하여간 해보죠

 

8번입니다

 

- 젖었네요
- 약간

 

감기 조심하세요

 

따뜻한 우유에
꿀 타서 마셔요

 

그러지

 

여기 온 후로
비가 좋아졌어요

 

새로운 변호사 만나봤나?

 

그래요

 

여기 왔었죠

 

다 말해줬어요

 

- 나 희망없죠?
- 솔직히 좀 그래

 

알리시아가 애 낳다
악화된 건 아니니까

 

그나마 위로가 돼요

 

괜찮나?

 

당신을 한 번
안아보고 싶은데

 

그럼 대면 면회
신청해야 해요

 

여기서 묻더군요

 

당신보고 내 애인이냐고

 

당신이 불편해질까봐

 

그렇다고 말 못했어요

 

난 괜찮아

 

말하고 싶은 대로
그냥 해

 

안아본 사람이
별로 없어서

 

메시지

 

오늘 당신에게
작별인사를 한 거…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난 여길 나갈 수 없을 거고

 

기껏해야
다른 감옥이겠죠

 

알리시아도,
그녀의 머리핀도 없이

 

이렇게 외롭게 살
용기가 없어요

 

그래서 탈출하려고요

 

당신이 알면
말리려 했겠지만

 

안녕, 마르코

 

택시

 

세고비아

 

- 세고비아?
- 교도소요

 

- 교도소요?
- 네

 

베니그노를
급히 만나러 왔소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란 말이요

 

소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세요

 

저를요? 어디죠?

 

경관님이 안내할 겁니다

 

이쪽으로

 

오른쪽이요

 

주머니를 비우세요

 

뛰면 안 됩니다!

 

잠시만요

 

끝 사무실로

 

제가 마르코입니다

 

베니그노가 남긴 겁니다

 

마르코에게

 

또 비가 내리다니

 

좋은 징조 같아요

 

알리시아가 다친 날도
비가 왔는데

 

몇 분 후면 전 탈출해요

 

이 정도 약이면
나도 혼수상태에 빠져

 

그녀와 만날 수 있겠죠

 

하나 뿐인 친구 당신에게

 

그녀를 위해 준비한
집을 드릴게요

 

내가 어디 묻히든
꼭 찾아주고

 

모든 걸 다 말해줘요

 

잘 있어요, 내 친구여

 

이건 소지 물품이고

 

이건 방에 있던 겁니다

 

여기 서명하시오

 

서명하시라니까요

 

베니그노, 나야

 

알리시아는 깨어났어

 

자네가 살린 거야

 

메시지 듣고
그 얘기 하러 달려왔는데

 

늦었더군

 

알리시아의 머리핀
주머니에 넣었어

 

알리시아 사진과

 

어머니 사진도

 

이젠 영원히
함께 할 수 있을 거야

 

아주 강한 파도같은
느낌이었지?

 

물 갖다줄게, 기다려

 

괜찮으세요?

 

 

아니, 몰라요

 

나아지긴 했는데

 

뭐라구요?

 

안으로 들어가자

 

- 뭔 얘기 한 거죠?
- 아무것도

 

말하는 거 봤어요

 

그냥 인사만 나눴어요

 

집 근처에서 제가 나타나도
이상해 하지 마요

 

학원 바로 건너편에 사니까

 

베니그노의 집에서?

 

왜 거기서 사는 거죠?

 

그 친구 죽었어요

 

나중에 얘기 좀 해요

 

너무 복잡하게 생각 마세요

 

단순한 건 없어요

 

발레처럼 모든 건
복잡하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