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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병정

 

나의 실제 활동기는 끝났다

이젠 생각할 시간이다

 

제네바, 아름다운 로만 호로
둘로 나뉜 도시

 

사흘 전부터 이곳에 모인
각국의 첩보원들이

 

이 중립 지역에서
잔혹한 전쟁을 선포했다

 

8백달러요

 

나는 프랑스 정보사의
브루노 포레스티에다

 

여기서 기자로 일한다

 

"다시 테러리스트의 공격"

 

"제네바 교수 테러로 사망"

 

또 저질렀어
망할!

 

완전히 미쳤어

 

제네바, 58년 5월 13일
아라공은 썼다

 

"청명했던 5월이여
괴로웠던 6월이여"

 

"서로 사랑합시다"

 

- 안녕, 마리 루
- 전화 왔었어요

 

여기 있었다고
하면 안 되지!

 

하늘을 보고
클레의 그림이 떠올랐다

 

"어디서 오고, 어디 있고
어디로 가는가?"

 

"어디서? 어디?
어디로?"

 

- 친구, 무슨 일이야?
- 안녕

 

- 뭐 하는 거야, 브루노?
- 멋진 파울 클레

 

내가 만나는 여자만큼
멋지지 않네

사진 찍어 달랬잖아

 

- 별로 만나고 싶지 않은데
- 만나 좀, 자!

 

브라질 영사관에 가야 해

내일 가, 내일
이러지 말아

 

늘 입에 오르내리는
여자들이 있어

 

어제 미셸과 같이 있던
덴마크 여자지?

- 그래, 봤어?
- 아니 이야기만 들었어

 

보면 자고 싶어질 걸

 

입이 레슬리 캐론 같아

 

아니, 사랑하는 여자하고만 자

 

5분 안에 사랑에 빠질 걸

- 내기할까?
- 좋아, 해

- 얼마에?
- 50달러

 

빠지지 않는다에
50 걸지

 

- 처음 봤을 때...
- 베로니카!

 

장 지로두의 연극에서
튀어나온 여자 같았다

 

베로니카!

 

사람을 칼로 찌르거나
총을 쏴 죽일 순 있어

 

하지만 폭사는 아냐

 

떨어져서 죽이는 건
떳떳하지 못 해

 

잘 알지도 못 하면서

 

무슨 이야기야?

 

무슨 이야기야?

 

미대 교수인 라쉬날이 어제
차가 폭파돼 죽었어

 

프랑스인 짓이야

 

뭘 안다 그래?

 

짜증나네
아무 생각 없이 말해

 

학생들은 다 똑같아

 

그 사람 딸 알아요
빙상장에 자주 와요

 

맞는 말이야
비열해

 

이런, 참!

 

- 왜 그래?
- '역(gare)'에 가야 돼

 

'전쟁(guerre)'으로 들렸어도
그게 그거다

 

여자가 다시 나를 응시했다

 

이만 안녕

 

사진은 내일 5시에 만나요

 

어디 가는데?

 

비밀이야

 

- 비밀이 많네요
- 비밀요원이거든

 

베로니카!

 

머리 흔들어봐요

 

자, 50 받아

 

어디 가는데?
중요한 일이야?

 

중요할지 누가 알아

 

난 여전히 젊고 바보였다

 

맑을지 비가 올지
누가 알까

 

"니옹 - (로잔)

 

"나는 우주에서 듣는다"

 

지금까지 단순하게 살았고
이상도 없었다

 

앞으로는?

 

불 좀 빌리자고 했다

 

다시 불 좀 빌리자고 했다

 

- 지능 이야기 알아요?
- 아뇨

 

소인과 대인들이 있었는데

 

15년 동안 목요일마다
축구 시합을 했어요

 

15년 동안 소인들이 이기고
대인들은 졌어요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대인들이 회의를 했고

 

하나를 소인들에게 보냈어요

 

이 친구가 가서는
소인들에게 물었어요

 

"15년 동안 늘
너희는 이기고 우린 지는데

 

비결이 뭐냐?"

 

대답하기를
"우린 지능이 있다" 했어요

 

"지능이 뭐냐?"

 

"간단해
모루와 쇳덩이 가져와"

그래서 모루를 가져왔어요

 

소인이 대인에게 말했어요
"쇠로 쳐봐"

 

대인은 옳다구나
이게 지능이구나 생각했어요

 

그리곤 잊어버릴까봐
급히 돌아왔어요

 

대인들이 말했어요
"알았다, 좀 있어봐라"

 

다음에 회의를 소집해
모두 모였어요

 

갔다온 친구가
주장에게 말했어요

"걔네는 지능이 있어!"

 

- "지능이 뭔데?"
- "모루 가져와봐"

 

주장이 하는 말이
"우린 모루 없어"

 

"그럼 쇳덩이는?"
그래서 쇠를 가져왔어요

 

"쇠를 들어" 주장에게 말하곤
"여길 쳐!" 했어요

 

그래서 들어서...

 

"도토리와 호박"
장 드 라퐁텐의 우화

 

"도토리와 호박"
장 드 라퐁텐의 우화

 

"도토리와 호박"

 

시간 낭비라는
기분이 들 때가 있었다

 

베로니카의 눈이
벨라스케스 색조였나

르노와르였나?

 

알프레드 라투쉬나 그 동생이
대개 마중나왔다

 

하지만 둘 다 붙잡혔다
그럼?

 

- 안녕, 자끄
- 안녕, 브루노

 

 

우리 반테러 그룹의 물주는
전 푸자드주의자였고

 

비시 정권 시절 거물이었다

 

자크 아시지?

 

또 하나는
모르는 얼굴이었다

- 운전하는 친구요?
- 아니, 뒷 좌석의 친구요

 

- 누구야?
- 누가 물으면 모른다고 해

 

중개상, 은행가, 차 판매상
공수대원, 귀공자들 -

 

온갖 생각의 부류들이
비밀전쟁에 급속히 합류했다

 

- 좀 일찍 왔나?
- 괜찮아, 4시 50분이야

 

차가 보이면
분수 옆에 세워, 폴

어제 가르쳐준대로

 

- 57년 형 나시 컨버터블이야
- 알았어

 

그래, 브루노
어떻게 생각해?

 

- 모르겠어
- 알아야지, 브루노

 

- 무슨 말 하려 했어?
- 아냐

어서 말해봐

 

생각이 바뀌었어

 

무슨 책이야?

 

- "사기꾼 또마"
- 장 콕토의?

 

들어봐, 결말이 기막혀

 

"윌리엄은 토끼처럼
나는듯이 달렸다

 

총소리가 안 들리자
멈춰섰다

 

숨을 몰아쉬며 돌아섰다

 

그때 가슴에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끼며 쓰러졌다

 

귀가 먹고 눈이 멀었다

 

'총탄인가' 생각했다
'끝났어...

 

죽은 척 못 할 바엔'

 

그에겐 사실과 허구가 하나였다

 

윌리엄 또마는 죽었다"

 

멋져

 

그렇게 죽고 싶어

 

걱정 마
곧 그렇게 될 거야

 

무슨 소리야?
왜?

 

말썽을 일으키니까

 

토요일부터 쫓고 있어
안시에선 뭘 했어?

 

베로니카와 함께
브라질에 가고 싶었다

 

화랑을 열까 하고

 

모딜리아니 그림
3점을 사러 갔어

 

돈이 어디서 났는지는
묻지 않겠어

 

- 알았어, 돌려줄게
- 이제 다 왔어!

 

"오, 꽃의 계절이여
만개한 꽃들이어

 

라일락도 장미도
잊지 못 하리"

 

왜 이 시에 사로잡힐까?

 

라디오 좀 줄여

 

이 프로 누가 하는지 알지?

- 라디오 제네바의 빠리보다?
- 그래

 

저기 있어

 

날 이중첩자로 의심한다는 걸
곧 깨달았다

 

자, 가보자고

 

"중립자의 소리"라는 프로야

골치거리야

 

- 뻐리보다 본 적 있어?
- 오늘 이전에?

 

- 그래
- 아니

 

차 붙이면 잘 봐둬

- 왜?
- 네가 죽일 상대야

 

왜 또 나야?

빠리에서 온 지령을
전하는 것 뿐야

 

자끄는 아주 쉬울 거라했다

 

지금 폴이 하는 것처럼
차를 옆에 붙이고...

 

바로 옆에서 쏘면 돼

 

창 올려, 바보야!

 

빠리에선
반군을 돕는다고 확신해?

 

그래

 

놀랍네, 스위스인인데

 

아냐, 싸우는 것보다는
방송하는 게 덜 위험해

스위스인들은
용감하지 않아

 

차 모는 걸 봐

 

자전거 추월할 때도
정지 신호 해

 

성질 나네

 

호텔로 가?

 

아니, 나중에
사무실로 가

- 라투쉬 형제들이 정말 죽었어?
- 그래

 

화요일 브리스톨 호텔
욕조에서 발견됐어

혀를 자르고
눈꺼풀을 도려냈어

 

사방이 피로 뒤덮였어
뭘 꺼리는 거야?

 

누굴 쏘는 건 재미 없어

 

원하면 차 빌려줄게

 

추적하기 어렵게
제네바 번호판 아닌 걸로

 

너무 위험해
왜 폴이 아니라 나야?

너니까

 

아니, 빠리보다
죽이고 싶지 않아

뭐야, 왜 그래?

 

좀 전이면 맡았을 텐데
지금은 아냐

웬지는 몰라

 

죽이면
진 기분일 것 같아

 

그건 상관없어

 

패배보다야
승리가 더 났잖아

 

스페인 공화주의자들의 인사야

멋지지

 

아무 것도 두려울 게 없다는
당당함이야

 

봐, 뱅자맹 콘스탕과
스탈 부인이 저기 살았어

 

빠리보다를 죽이는데
왜 뽑혔는지 알아?

두려워하는지 보려고

 

두려워?
전혀 두렵지 않아

 

하기 싫고 안 할 거야

 

- 하게 만들 거야
- 그렇게는 안 돼

 

병사라도 살인을
강요할 순 없다

 

미쳤어?
쉬운 일이야

스위스에선
네가 탈영병인 줄 알아

 

조금만 손 쓰면
프랑스로 돌려보낼 거야

 

먼저 눈을 내리깔아선 안 된다

 

군사재판정 앞에 서게 돼

 

못 하겠다면 네 차례야

 

자끄 말 들어

 

- 그럼 죽여
- 26살에 죽긴 아깝잖아, 어린 왕자

 

강요하면 빠리보다를
죽이겠지만

그 전엔 아니다

 

내려야 했다

- 내려줘, 갈게
- 믿어도 되겠지?

 

아니, 문제아잖아

 

재미없는데

 

자끄!

 

이제 어쩌지?

 

중요한 건 패배자가
되지 않는 거라 생각했다

 

뭘 할까 하다가

브라질 영사관에 전화해

비자가 얼마나 걸리나
물어보기로 했다

 

프랑스 남자와 러시아 여자

벌써 문 닫았고
다음 날 걸기로 했다

 

시내를 걸었다

 

하늘을 따라 빛나는 별들이
차갑고 기이하게 움직였다

 

저 너머에 있는
사람의 모습 같았다

 

그녀는 날 못 본 척했다

서지 않았다
두려웠다

 

어차피 다음 날
만날 것이었다

 

좀 뒤에 차 한 대가
따라오는 걸 알았다

 

따돌리기 위해
뒷길로 가야 했다

 

"이제 모든 게 조용하다
적은 어둠 속에서 쉰다"

 

여름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겨울같은 기분이었다

 

폴, 여기서 뭐 해?

 

집이 나쁘지 않았다

 

볼 게 없어요
어제 이사 왔어요

아니, 좋은데요

 

어제 못 봤지만
생각했어요

 

이제 같이 있지만
딴 생각 해요

 

- 이게 다예요?
- 네

 

잔뜩 필요할 줄 알았는데
조명이나...

아니, 아니에요

 

이건 고감도 필름예요
아가파 레코드 카메라고

 

얼굴을 찍는다는 건...
여기 봐요

 

그 뒤의 영혼을 찍는 거예요

 

검은 눈동자였다
벨라스케스 색조였다

 

어디 있으면 좋겠어요?

아무 데나
어디든 상관 없어요

 

하고 싶은대로 해요
찍을테니

 

묻고 대답하고 하면
더 쉬울 거요

 

- 두려워하는 것 같은데, 왜요?
- 네, 두려워요

 

왜 그러지?

 

경찰에게
심문 받는 것 같아요

 

그제보다 덜 예뻐보였다

 

네, 좀 그래요

 

사진은 사실을 보여줘요

 

영화는 초당 24번의
사실을 보여주고

 

이름이 베로니카 뭐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베로니카 드레이어

 

핀란드인인가
아니면 덴마크인?

 

아니, 러시안인요

 

코펜하겐에서 태어났지만

 

- 제네바에 부모님과 있어요?
- 아니, 혼자요

 

외국인이 프랑스어를 하면
아주 매력적이다

 

- 부모님은 어디 계세요?
- 전쟁 중에 사살당하셨어요

 

누가 쐈어요?

 

상관 없잖아요

 

독일인들?

 

러시아인들에게?

 

상관 없잖아요!

 

- 왜 말 안 해요?
- 하기 싫어요

 

머리 올려봐요

 

베로니카는 매력 덩어리였다

 

어깨 선과 걱정스런 표정
은밀한 미소

 

공교롭게 내 아버지도
사살당하셨어요

 

해방일에

 

드류 라 로셸의 친구였어요

 

좀 움직여요,베로니카
가만 있지 말고

 

- 뭘 하라구요?
- 아무 거나, 담배 피던지

 

- 샤워 하던가
- 싫어요

 

왜 싫어요?

 

갑자기 정색했다

 

샤워 안 해요?

 

나오는대로 말했다

 

샤워하는 모습 찍고 싶은데

하기 싫어요?

 

 

왜요?

 

바보 같아서요

 

몸 보여주기 싫어요?

 

그게 왜 바보 같아요?

 

지금 무슨 생각해요?

 

좀 움직여요

 

죽음을 생각해요?

 

괴로워하는 것 같아고

 

갑자기
죽음을 찍는 기분이었다

 

그러다 정상으로 돌아왔다

 

제네바에 와
데이트 많이 했어요?

 

- 네, 왜요?
- 아니, 궁금해서요

 

수영복 모델도
한 적 있었을 텐데

 

아뇨, 없어요

 

지금은 무슨 생각해요?

 

내 생각해요?

 

 

날 어떻게 생각해요?

왜 대답 안 해요?
두려워요?

 

머리 넘겨봐요

 

음반 커버
얼굴에 대봐요

 

자유를 믿어요?

 

아뇨

 

- 사람 죽일 수 있겠어요?
- 참, 하여간!

 

- 형제 자매 있어요?
- 남동생 하나요

 

지금 뭐 해요?

 

모스크바에 있어요
스타니슬라브스키 극장 학생예요

 

- 러시안인들은 늘 공부해
- 네?

 

러시아인들은
늘 공부한다구요

 

여배우가 되려는 건
웃기는 일예요

 

담뱃불을 켜고
웬지 물었다

 

왜요?

배우들은 얼간이예요
마음에 안 들어요

 

웃으라면 웃고
울라면 울고

 

기라면 기고
괴상한 것 같아요

 

이유를 모르겠네

 

글쎄, 자유롭지 않아요

 

- 봐요?
- 뭘?

"배우"

 

그래, 클레 거네

 

- 폴 클레 좋아해요?
- 네

 

중요한 건
남이 어떻게 보느냐가 아니라

 

자신이 자신을
어떻게 보느냐다

 

- 폴 클레가 그랬어요?
- 아니, 내가

 

음반 있어요?

네, 누구 좋아해요?
바하?

 

아니, 너무 늦었어요
바하는 아침 8시지

 

부란덴부르크가
아침 8시에 최고죠

 

모짜르트?
베토벤?

 

일러요
모짜르트는 저녁 8시요

 

베토벤의 음악은 심오해요
베토벤은 한밤에

 

지금 필요한 건
하이든

 

그리운 요제프 하이든

 

무슨 생각해요?

 

베로니카!

 

같은 생각요

 

- 이게 시험이란 거 알아요?
- 아뇨

 

한 사람의 기질을
찾아 끌어내요

 

이걸 여자들에게
잘 써먹는다

 

애들처럼 놀기 좋아해
애들 놀이를 하는 거다

 

뭐든 하고 싶은대로
그림을 완성시켜요

 

휴가 저번에
내기한 얘기 했어요?

- 50달러 준 거요
- 네 - 아뇨

 

- 왜 50달러 줬는지 알아요?
- 아뇨

 

한번 해봐요
뭘 생각하는지 알고 싶어요

 

알려줄게요

 

"사랑해요"

 

"센튜리 호텔"

 

자끄와 폴이 센튜리 밖에
차를 주차시킨 걸 몰랐다

 

베로니카와 그림 얘기를 했다

 

반 고흐보다 고갱이 낫다고
주장했는데

내 생각과 달랐다

 

왔네
여잔 누구야?

표지 모델

 

- 같이 있겠어요, 베로니카?
- 모르겠어요

 

모르겠어요, 브루노
모르겠어요

 

58클럽에서 나올 때
기억나요?

 

내 팔 잡았어요

- 잘못했나요?
- 아니

 

왜요?

 

같이 자고 싶게 했어요

 

근데 그럴 수 없다는 듯
굴어요

 

관심 없는 남자
팔 잡지 말아요, 안녕

 

- 가봐, 폴
- 통할 거 같아?

 

그래, 브루노는 겁쟁이야

 

폴이 내 차를 훔쳐갔다

자끄와 둘이 짜고

 

스위스에 경찰에
나를 넘길 생각이었다

 

가, 가!

 

가!

 

내 폰티악!
망할 놈아!

 

서, 서!
경찰!

 

독일 노래야
번역해줘, 베로니카?

 

"오 빛나는 새벽이여
빛나는 새벽이여

 

이렇게 빨리
내 죽음을 알리는가?

 

곧 트럼펫 소리가 울려펴지고...

 

그때...

 

나는 이 아름다운 세상을
떠나야 하리라"

 

오전 7시
각국에서 찍은 스냅 사진들이

 

악몽처럼 스쳐 지나갔다

 

파나마...

 

로마...

 

알렉산드리아...

 

부다페스트...
빠리...

 

악몽은 계속됐다

 

"우린 등교하는 아이들처럼
전쟁에 나갔다"

 

베르나노스의 소설의
첫 줄이었다

제목이 떠올랐다
"굴욕당한 아이들"

 

"두려움 때문에 무너진 커플"

 

담배를 피워 물었다

이 아침에 어린 소년 같은
기분이었다, 왜?

 

대답을 찾기보다
묻는 게 더 중요할지 모른다

 

베로니카

 

한 모금 줘

 

배 고파

 

악몽을 꿨어

 

극장에 갔는데

 

휴식 시간에
악마와 마주쳤어

 

아주 잘 차려입었어

 

털 많은 다리에 뿔 달린
진짜 악마였어

 

다리에 크고 붉은
상처가 났어

끔찍했어

 

누구지?

 

- 어디 가?
- 다시 자

 

참, 그녀는 아름다웠다

 

자는 척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경찰입니다
브루노 포레스티에 씨죠?

 

네, 그런데요

 

옷 입고 같이 갑시다

아니, 잘못한 거 없어요

 

장난치지 맙시다
프랑스에서 수배됐잖아요

네, 탈영병예요

 

하지만 서류은 정식예요

옷 입고 나와요
가서 알아봅시다

 

네, 그러죠

 

심각한 일 같다고
형사가 말했다

 

제네바에서 추방되어
프랑스 당국에 인도될 수 있다고

 

무슨 일인지 몰랐기에
우선은 부인했다

 

자, 봐요

 

선생

 

이리 오세요

 

- 달아나지 말아야지
- 난 거기 없었어요

 

프랑스인인가?
늘 이러고 달아난다니까

거기 있었어요, 없었어요?

 

경찰 앞에서 주눅들지 말자

 

몰라요?

 

내가 바보였다

 

- 이분이 목격자요
- 차에 있어요

 

그제야 알았다

빠리보다를 안 죽인다고
꾸민 짓이었다

 

그럼 서로 돌아가요?

 

중요한 첫 전투에서 졌다

 

그래서 고소하실 겁니까?

 

심한 외로움이 밀려왔다

 

자유와 함께
후회가 시작되는지 모른다

 

- 어디 갔었어?
- 담배 사러

 

- 목욕 안 했어?
- 아니, 하고 싶지 않아

 

여자의 어깨는
아름답고 우아하다

 

아침에 좀 이상하게 구네

- 비겁자가 될 거야
- 뭐?

 

비겁자가 된다고

 

재밌어, 얼굴을 바라보면...

 

머리 속의 생각과는
같지 않아 보여

 

어떤 게 더 중요할까?
안쪽과 바깥쪽 중에

 

근사한 물건이다

검고 신비롭고
강직하다

 

친구인 라울 꾸다르는 이걸
'골 때리는 대법칙'이라 했다

 

총을 쏘려할 때마다
뭔가가 가로막았다

 

사정 거리에 들어오면
잠깐 망설였다

 

또 때가 늦었다

 

연속적으로
사람을 죽이려 하긴 힘들다

 

자살에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는 것과 같다

 

얼마 뒤 맥이 풀렸다

 

이건 살인이었고
자주 생기는 일이 아니었다

 

"아랍 상업 은행"

 

아니, 그게 아니었다

 

가령 양심적 병역거부를
늘 가짜라 생각했다

 

그럼 뭐, 두려워서?

 

세상의 모든 일엔
적절한 때와 아닐 때가 있다

 

폴은 늘 보이스카웃처럼
활동적이었다

 

자끄와 둘이 진짜 첩보원답게
온갖 비밀 계획을 짜냈다

 

아무리 무모한 생각도
거침없었고

 

36명 앞에서
빠리보다를 죽이라고 했다

 

반역자란 말을 안 들으려면
적을 칠 수 밖에 없었다

 

총을 꺼낼 때마다
폴의 총이 날 겨누는 걸 느꼈다

 

브루노, 덴마크 여자와는
잘 돼가?

 

이런, 가잖아

 

왜 안 쏴?
저쪽 편이야?

 

무슨 소리야

 

속셈이 뭐야?

 

질렸어, 나가 뒈져

 

프랑스와 아랍
양쪽에서 쫓기면서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됐다

 

 

아니, 목욕하려고

 

괜찮으면 클럽 58에서
이따 만나

 

왜?

제네바에 못 있어

 

내일 취리히로 갔다가
브라질로 나를 거야

 

베로니카...

 

왜 말이 없어?

뭐라 해얄지 모르겠어

 

거짓말 해

 

떠나도 상관 없다고

 

떠나도 상관 없어

 

사랑하지 않아

 

브라질로 만나러 안 가

 

이제 다정한 키스는 없어

 

짐을 싸 곧장 취리히로 갔다

 

제네바가 아니라
리오 데 자네이로의 불빛이 불렀다

 

내가 느낀 게 자유의 행복이었을까
행복한 자유였을까?

 

- 여보세요, 자끄?
- 아냐, 폴이야

 

브루노야

 

조심해, 친구

 

그래, 오늘날의 비극은
정치야

 

아니, 내가 아니라
나폴레옹이 말했어

 

이봐, 브루노
이야기 좀 해!

 

네 차가 센튜리 호텔에 있다고
전화한 거야

 

머리를 바닥에 세게 부딪혀
의식을 잃었다

 

몇 층인지 알기 위해
계단 수 세는 걸 잊었다

 

빠리보다씨가 전화했습니다
10시에 공항에 있겠답니다

 

아랍국 연합 영사관에서
전화했습니다

 

주차장에서
누구한테 전화했어?

 

- 고문할 거야?
- 겁나?

 

- 그야 겁나지
- 이게 여권이야?

 

어디서 나온 여권이지?

 

여기 프랑스 영사관?

 

이런 아랍 농담이 있어

누가 전화로
"여보세요(Allo)?"하니까

 

저쪽에서
"아니, 알리(AIi)야"

 

- 옷 벗길까?
- 그래

 

소리치면 또 때릴 것이었다

가만 있는 게 나았다

 

- 누구야?
- 몰라

 

- 이건?
- 본 적 없어

 

자끄 오렐리앙 메르시에

 

전 인도차이나 의용군

 

외환 불법거래 재판 중
사라짐

 

다시 나타난 건
57년 로테르담의

화물선 아라미스호
폭파 사건 때와

 

59년 프랑크푸르트의
디트리히 교수 암살 때

 

지금 제네바에 있음

 

이 자에게 전화했지?

번호가 몇 번이야?
번호가 몇 번이야!

 

말해도 별 상관없지만
하기 싫고 안 하겠다

 

그렇게 말했다

 

협조하라고 했다

 

미리 돈을 좀 달라고 했는데
안 된다고 해

그럼 관두라고 했다

 

여기 알프레드 라투쉬도
입을 안 열었지

 

동생 에티엔느도

 

똑같이 대접해줘?

 

가엾은 에티엔느

고개를 숙여
목에 들어온 칼날을 피하려다가

 

그대로 턱을 베이고 말았다

 

용감해져봐
좀 험할 거야

 

용감할지 안 할진
두고봐야지

 

욕실로 데려가

 

일어서!

 

산자의 세상에서 떨어져
곧 잊혀진다

 

죽은자는 특혜를 누리지만

 

이젠 죽지도 못 한다

 

고문은 단조롭고 서글프다

말로 다 못 한다

 

몇 번에 전화했어?

 

겁나나?

 

그걸로 뭘 하려고?

 

단검 한 자루로
길을 파야할 때도 있어

 

"작은 불씨가
큰 숲을 불사를 수 있다"

 

부다페스트에서
이미 고문을 목격했다

 

참을 수 있을까 생각했었는데
그 순간이 왔다

 

수도로

 

독하게 버틴
사람들을 알았지만

 

순교자나 복도의 비명과
마주친 적이 없었고

 

뭐라고 말할 수 없다

 

비명을 억눌렀고
곧 몸부림이 멎었다

 

고통을 덜어줄
딴 걸 생각하자

햇빛, 바다, 모래

 

너무 생각하면
아무 생각도 안 난다

 

베로니카에게 편지를 쓰자
빨리

고통을 무시하자

 

빨리, 편지를 쓰자
빨리, 더 빨리

 

로베르 데스노스가
아내에게 쓴 편지보다

아름다운 편지를 쓰자
베로니카에게

 

- 어떻게 된 거야?
- 정신을 잃었어

 

- 내가 울었어?
- 그건 왜 물어?

 

- 어떻게 돼가?
- 자기가 울었는지 물었어

 

왜 신경쓰는지 모르겠어

 

그게 중요하기 때문이야

 

고문 사이에 정치를 논했다

 

아무 이상도 없으면서
미련하게 버틴다고 했다

 

다른 혁명 조직들처럼
세뇌시키려 했다

 

프랑스도 사람을 고문해

"골방이나 감방에
가둬뒀거나

 

탈출하려던 포로들을

 

뒤에서
기관총으로 쏴버렸다"

 

자밀라의 약혼자도
그렇게 죽었어

 

틀림없이
지성보다 힘이 우위다

 

힘과 맞서려면
강해져야 한다

 

"레닌: 이탈리아와 프랑스
독일 공산주의자들에게 축복을"

 

다시 딴 걸 생각한다

휴가, 브르타뉴
자전거 여행, 화사한 여자들

 

왜 전화번호를
안 알려줬을까?

더는 모르겠다

 

품위?
이제 그 뜻조차 모르겠다

 

전화번호 대!

 

살려달라고 외쳤다

 

하지만 너무 약해
2미터도 못 미쳤을 것이다

 

외쳤다고 했지만
속삭였다

 

세면대의 셔츠는
어디 쓰려는지 궁금했다

 

여보세요?
빠리보다?

 

카발리에 F4요

 

씌운 천을 물에 적시면

공기가 안 통해
숨을 쉴 수 없다

 

"약진하는 혁명은 배처럼

 

이미 수평선에 보인다

 

불타오르는 햇빛처럼

 

이미 어둠을 꿰뚫고

 

막 태어나려는
아기와 같다"

 

전화번호 댔어?

 

아니, 아직 안 불었어

 

이거면 입을 열 거야

 

아냐, 아냐
자국이 남으면 안 돼

 

자살하는 게 낫지 않을까?
진작 정보를 줄 걸

 

그래서 프랑스가
인기가 폭락한 거야

 

"약진하는 혁명은 배처럼..."

 

손으로 쥘 수 없어
입으로 면도날을 물었다

 

"막 태어나려는
아기와 같다"

 

잘 됐든 못 됐든
어쩌기 전에 돌아왔다

 

다음은...
다음은 전기였다

 

도구를 들고온 자가
낯이 익었다

 

베로니카를 처음 봤을 때
장난감 개를 준 자였다

 

좋아, 이번엔 먹힐 거야

 

전기는 아주 간단하다

 

몸에 전극을 붙이고
전류를 켠다

 

죽진 않아도 병신이 된다

 

레닌의 말을 상기하라

 

"혁명에는 쉬운 임무도
쉬운 투쟁 방식도 없다

 

이런 정치 의식은
모든 투쟁에서 예외 없다

 

혁명은 성공할 것이고
성공했다"

 

옷을 입으라 했고
창에서 뛰어내리자 생각했다

 

여기가 1층이면 좋고
아니면...

 

뭘 생각해?

 

피에르 브로소레트를 생각해

 

어떻게 죽었는지 들었어

 

1943년 빠리의
게슈타포 본부에서 죽었어

 

2달을 고문당했어

 

눈을 뽑아냈어

 

어느 날
새 심문실로 데려갔어

 

브로소레트는 너무 고통스러워
무너질 것 같았어

 

방에 창문이 있다고 느꼈어

 

심문하는 동안

 

앞으로 움직였어...

 

조금씩...

 

더듬어 갔어

 

창 유리에 닿자마자...

 

몸을 내던졌어

 

다행히 건물 1층이었다

 

베로니카 집으로 갔다

아랍 쪽을 위해
일하고 있었지만

 

함께 브라질로 가겠다고 했다

 

실례해요, 우리 친구
포레스티에 봤어요, 아가씨?

 

- 아뇨
- 그래요, 고마워요

 

- 분명 저기 있어
- 아니래잖아

 

못 믿겠어

 

왜 말 않고 죽으려 했어?

 

어차피 죽였을 거야
잘 모르겠어

 

다행히 1층이었어

 

화장 안 한 게
더 나은데

 

앉는 걸 바라봤다

 

담배 피우는 모습을 좋아한다

 

그렇지 않아

 

그래

 

왜 텅 비었지?

 

옮기려고

 

나갈 거야

 

서로 얼굴을
마주보지 못 했다

 

자국은 없네

 

아니, 여기 덴 자국이 있어

 

그래도 아주 조심하더군

 

알제리는 유엔 관할이라
카이로에서 명령했을 거야

 

나 어딨냐고
누가 안 물어봤어?

 

다시 들러보니 그랬어

 

어제 당신 친구들이 왔어

 

- 누가?
- 어제 왔어...

 

프랑스 영사관에서 왔댔어

 

마른 쪽은 엘레베이터 급사 같고
또 하나는 제비족 같았어

 

누구야?

 

폴과 자끄

 

그래, 분명해

 

우리 패가
라쉬날을 죽였어

 

왜 돌아섰을까?

 

아니, 터무니없어

 

빠리보다면 몰라도...

- 전화 좀 해야겠어
- 라쉬날은 아무 일 안 했어

 

알제리와의 전쟁이
잘못됐다고 생각했어

 

그뿐야

 

그래, 모르겠네

 

늘 그러더라

 

그래, 듣고 있어

 

무하메드 메수사
셰민 셰필리 16

 

어디로 전화해?
왜 안 돼?

알았어, 네가 전화해

 

외교여권 둘을 조건으로
아랍인들의 주소를 알려줬다

 

사진사에게 폴을 만나라고 해

 

서류 중에
이런 이름의 여자 있어?

 

베로니카 드레이어

 

베로니카 드레이어

 

그래, 전화줘
베로니카 드레이어

 

내가 뭐?

왜 해방전선 일을 해?
정치적 신념이야?

 

설명하기 어려워
조금씩...

 

그러다 지쳤어
아무튼 프랑스가 틀렸다고 생각해

 

저쪽은 이상이 있어

 

프랑스는 없어

 

이상이 있어야 해
아주 중요해

 

독일과 싸울 때
프랑스는 이상이 있었어

 

알제리와는 아냐

 

전쟁에 질 거야

 

그렇게 봐
난 아냐

 

그럴 걸!

 

하여간 요즘은
전세계가 프랑스를 미워해

 

난 프랑스가 아주 자랑스러워

 

하지만 국수주의는 반대해

 

영토가 아닌
이상을 옹호해야 해

 

프랑스가 좋은 건

조아킴 뒤벨레와 루이 아라공이
좋아서야

 

독일이 좋은 건
베토벤이 좋아서고

 

스페인 때문에
바르셀로나가 싫은 게 아니라

바로셀로나가 있어서
스페인이 좋아

 

미국은
미국 차가 좋아서고

 

아랍이 싫은 건
사막과 로렌스 대령

 

지중해나 알베르 카뮈가
싫어서야

 

브루타뉴는 좋지만
남부는 싫어

 

브루타뉴의 햇빛은
남부 같잖게 늘 부드러워

 

아랍인들은 게을러

 

악감정은 없어

 

중국도 그렇고
아니, 무시하고 싶어

 

요즘은 끔찍해

 

딴 짓 않고 가만 있어도

 

아무 것도 안 하다고 찍혀

 

결국 신념도 없이 뭘 해

 

신념도 없는 전쟁은
수치스런 거야

 

바티칸은 반공주의지만
같은 이상이 있어

 

"인간은 모두 형제다"

 

난 베이징이나
샌프란시스코의

기관사의 형제가 아냐

 

아무 관심 없어

 

뭐 언젠가...

 

어떻게 됐나
궁금할지 모르지

 

하지만 자동적으로
형제와 친구는 아냐

 

나처럼 눈과 귀가 있다고 해서

 

역으로도 그렇고

 

물건도 좋아하고
싫어하는 게 있어

 

색깔이나

 

예를 들어
난 검붉은 색이 싫어

사람도 마찬가지야

 

의무적으로
모두를 좋아할 순 없어

 

샤샤 기트리가 그랬어
"우린 이제 사랑에 관해 모른다"

 

그녀가 쳐다봤다

여자는 25살 이상
먹으면 안 될 것 같다

 

남자는 나이 들수록
멋져지는데

여자는 아냐

 

나이가 여자한테
불공평한 것 같아

 

좀 묘한 게 있어

 

여자는 자살할 때
늘 몸을 던져

 

열차나 창문으로

 

이전의 게 망쳐질까봐
자신을 내던져

 

그런 식으로 못 돌아가

 

남자는 안 그래

 

지하철에 잘 안 뛰어들어

 

여자는 손목을 잘 안 그어

 

여자들이 용감하면서도
비겁하다고 생각해

 

모르겠어
여자에겐 삶이 의미지만

 

남자에겐 죽음이야

 

죽음은 중요한 거야

 

반 고흐는 죽음이
다른 별로 가는 거라 했다

 

이상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

뭐지?

 

패배하지 않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

 

뭔지 정확히 알고 싶어

 

"애절"
학교 때 좋아했던 말이야

 

이젠 싫어

 

"고요"

이젠 그게 좋아
"조합"처럼

 

지지 않은 척하면 진 거야

 

누구나 이상이 있을 거야

 

허지만 더 중요한 걸
놓치고 있어

 

신에겐 분명 이상이 없을 거야

 

근사한 귀절이 있어

누구더라?
레닌일 거야

 

"윤리는 미래의 미학이다"

 

아주 근사하면서
감동적인 귀절이야

 

좌우가 한 묶음이 돼

 

좌파와 우파가
뭘 생각하지?

 

지금의 혁명이란 게 뭐지?

 

우파가 집권하면
좌파 정책을 써먹어

 

그 반대도

 

이기든 지든
난 혼자 싸워

 

30년대의 젊은이들에겐
혁명이 있었어

 

말로, 드리외 라로셸, 아라공

우린 없어

 

그땐 스페인 내전이 있었어
우린 전쟁도 없어

 

별개의 자신

자기 얼굴, 자기 목소리
아무 것도 없어

 

아마 중요한 건
자기 목소리와

 

자기 모습을
아는 것 일 거야

 

안은 이런데...

 

보면 이래

 

누가 날 봐도
뭘 생각하는지 몰라

무슨 생각인지 몰라!

 

지금
독일의 숲과 자전거 여행

 

끝났어

이제
바르셀로나의 길가 카페

 

이제 그것도 끝났어

 

생각을 붙들려 애써
말이 뭐야?

 

말이 어디서 와?

 

금을 찾듯 진실을 찾으려고...

 

끊임없이 말하는지도 몰라

 

강바닥을 파는 게 아니라
생각을 파고 들어

 

쓸모없는 말은 다 버려

 

결국 하나를 찾아

단 하나의 금같은 말은

 

침묵일 뿐야

 

왜 날 사랑해?

 

몰라

 

돌았으니까

 

어디 전화해?

 

프랑스 정보사입니다

 

잠깐 기다리세요

 

브루노 포레스티에가
전화했어요

 

그래, 연결해

 

여보세요, 누구세요?

 

- 누구세요?
- 브루노야

 

- 누구요?
- 브루노!

 

왜 그래?

모르겠어
브루노, 브루노 포레스티에!

 

주소가 가짜라니?

 

옮겼나봐
아주 조심하거든

 

폴과 막 이야기했는데

그 주소에
무하메드 메수사는 없었어

 

그건 아르투르 팔리보다를
죽이지 않으면

 

베로니카와 내 여권이
없다는 거다

 

좋아, 지금 와

 

브루노야

 

브루노!

 

브루노, 브루노 포레스티에!

 

아주 좋아

 

그래
고마워, 잘 했어

 

그래, 내 주에 봐

 

네 말이 맞았어, 폴

 

도시에 혼자 사는 여자는
매춘부나 끄나풀이야

 

해방전선의 딴 주소를
알고 있을 거야

 

자, 여기

 

문 잠그고 있어
어떻게 나올지 몰라

 

- 고문당한 거 그쪽은 알아?
- 그래

 

잘 됐어

 

경찰이 내 쉐보레를
스위스 도로에서 발견했대

 

- 언제 돌아와?
- 빠리보다를 찾아야 해

 

오늘 밤이나 내일쯤

 

- 옷 멋지네
- 선물 받았어

 

처음 만났을 때
장난감 개를 준 남자한테서?

 

- 같이 잤어?
- 오래 전에 헤어졌어

 

별 거 없었어

 

뭐, 그렇다 쳐

 

- 곧 봐(Hasta Iuego)!
- 곧 봐

 

누구세요?

 

브루노야

 

- 누구요?
- 브루노!

 

- 당신이야, 브루노?
- 브루노, 브루노 포레스티에!

 

나머지 일과 상황은

아주 복잡하면서도
아주 단순하게 진행됐다

 

만나러 간 사이

프랑스 쪽에선 베로니카를
호수가의 오두막으로 끌고 갔다

 

해방전선의 새 주소를 알아내려고
심하게 고문했다

 

하지만 알아내지 못 했다

자끄는 베로니카를
인질로 잡고 있으며

 

빠리보다를 죽이면

패스포트와 함께
돌려보내겠다 했다

 

단검 한 자루로
길을 파야할 때도 있어

 

빠리보다를 죽인 뒤에
베로니카가 죽었다고 했다

 

비통해하지 않는 법을
하나 터득했다

 

여전히 많이 남은 시간에
족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