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 캣?
- 어디 아파?

 

아니

 

괜찮아

 

옷은 왜 그렇게
차려 입었어?

 

내가 뭘?

 

몇 시니?

 

5시 거의 다됐어

 

벌써?

 

저녁 준비해야겠네

 

내가 열 일곱이던 해
엄마가 사라졌다

 

난 아직 소녀였지만
내 몸과 살결은

 

성장 호르몬으로
풍만해있었다

 

엄마는 자신에게서
벗어나고 있었다

 

쉐일린 우들리

 

에바 그린

 

크리스토퍼 멜로니

 

버진 스노우

 

각본/감독
그렉 아라키

 

안녕하세요
필 집에 있어요?

 

아니

 

미안하지만
아직 안 돌아왔구나

 

그래요?

 

학교에 데리러 온댔거든요

 

오는 중이겠지
원래 덜렁대잖니

 

안에 들어와서
기다릴래?

 

괜찮아요

 

그냥 저 왔었다고
전해주세요

 

그러마

 

감사합니다

 

아니다, 얘야

 

1988년 가을, 그리고 겨울

 

아빠?

 

이 이른 시간에
웬일이야?

 

엄마 봤니?

 

아니, 왜?

 

사라졌어

 

사라지다니?

 

집에 왔는데
없더구나

 

장보러 갔겠지

 

차는 차고에 있어

 

심각하게 그러지마
곧 오겠지

 

집집마다
전화해봤는데

 

아무도 못 봤대

 

아빠, 걱정 마요
별일 없을 거야

 

그래야지

 

방에 올라갈게

 

완전 이상해

 

메모도 한 장 없이
사라졌다니까

 

아빠도 혼이
쏙 빠진 것 같고

 

넌 짚히는 곳 없어?

 

작정하고 아빠를
떠난 건지도 몰라

 

몇 년간
불안불안했거든

 

뭐 좀 이상한
행동도 하셨어?

 

평상시보다
더 이상했을라고

 

맞다, 저번에 나 없을 때
내 방에서 자고 있더라

 

뭐?

 

그랬다니까

 

좀 이상하지?

 

일어나서도

 

정신 나간 사람처럼
멍하더라고

 

아직 잠이
덜 깼나 싶었지

 

그건 그렇고

 

너 오늘
어디 갔었어?

 

아, 맞다

 

미안해
토마스네 갔었어

 

또 취했겠군

 

그랬나 보다

 

나 지금 갈까?

 

숙제가 엄청 밀려서

 

네가 언제부터
숙제를 했다고

 

요즘 엄마가 성적 가지고
잔소리 하셔서

 

우리 섹스 안 한지
일주일도 넘었어

 

하고 싶단 말이야

 

나도 그래

 

그런 말 있잖아

 

잠깐의 헤어짐은
사랑을 견고하게 한다고

 

맞아

 

필, 방에 있니?

 

통화 중이야

 

잠깐 나와볼래?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구나

 

그 소리는 왜
엄마한테만 들리는지

 

금방 나갈게요

 

끊어야겠다

 

우리 엄마 또
상상력 발동하셨어

 

알았어

 

나중에 통화해

 

그래

 

아무 소식 없어?

 

경찰에 신고해볼까?

 

이웃 사람들 다 보게
소란 피우기 싫다

 

엄마도
원치 않을 거야

 

아침까지 기다려보고

 

우리가 경찰서로 가자

 

엄마?

 

엄마?

 

엄마?

 

왜 그러고 있어?

 

어렸을 때

 

엄마가 내 머리를
말아준 적이 있다

 

어쨌거나
해봤으니 됐어

 

훨씬 풍성해 보인다

 

내 이름이 카트리나여서
캣이라 불렀는데

 

날 애완고양이
다루듯이 했다

 

이리 와, 캣

 

갸르릉 해봐, 야옹아

 

- 갸르릉
- 갸릉, 갸릉

 

갸릉

 

그렇지

 

잘했어
착한 내 야옹이

 

꽤 오랫동안 난
엄마의 애완고양이였다

 

캣?

 

캣?

 

엄마?

 

엄마 여기 있어

 

여기 있어

 

네 건 없어

 

갈수록 살만 오르네

 

엄마는 내가
요정 같기를 바랐다

 

엄마처럼 상냥하고
우아하기를 기대했다

 

사춘기에 접어들자

 

하루가 다르게
몸이 달라졌고

 

햇살을 받은 눈사람처럼
살도 쭉쭉 빠졌다

 

그런 나를 보고

 

엄마는 갈수록
화만 늘어갔다

 

- 그 남자애 사랑해?
- 놀래라!

 

깜짝 놀랐잖아

 

계속 쳐다보고 있었어?

 

놀래킬 생각은 없었어

 

엄마 질문에
대답 안 하니?

 

무슨 질문?

 

저 옆집 남자애
사랑하냐고

 

갑자기 왜 그래?

 

엄마는 신경 꺼

 

나는 네 아빠를
사랑하지 않아

 

더는 견딜 수가 없어

 

그래서 뭐?
나더러 어쩌라고?

 

딴사람한테 가서
하소연해

 

아무 연락도 없고요?

 

없었습니다

 

짐을 싼 흔적도
없다면서요

 

없어진 물건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 형사는 아빠나 필과는
정반대 스타일이었다

 

총을 가지고 다녔고
싸움을 할 줄 알며

 

맨 손으로 누군가를
제압하는 남자였다

 

우울증을 앓았나요?

 

치료를 받았다든가
약을 먹었다든가

 

자살 가능성을 묻나 본데
아니에요

 

그나마 다행이네요

 

병원과 영안실에
일치하는 사람은 없어요

 

사고를 당했다는
증거도 없고요

 

그래도 이 말씀은
드려야겠군요

 

매주 수백 명의 주부들이
사라집니다

 

여자들은
떠날 맘을 먹으면

 

행동에 옮기죠

 

저희가 손 쓸 방법은
없다는 건가요?

 

있습니다

 

친구들과 이웃들에게

 

실종 사실을 알리세요

 

은행 잔고와
카드 사용내역을

 

꾸준히 주시하세요

 

자동 응답기가
있습니까?

 

 

계속 확인해봐

 

먼저 연락을 취할지도
모르니까요

 

뭐든 나타나면

 

저한테 연락주세요

 

아빠?

 

날 두고
떠났을 리 없어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내 기억엔
엄마가 아빠를

 

경멸의 눈으로
보지 않은 적이 없었으니까

 

아마도
까마득한 옛날

 

두 분이 젊었을 땐
달랐는지도 모르겠다

 

바로 이 집이야

 

꿈에 그리던 모습
그대로야

 

엄마는 영화배우처럼
늘씬하고 아름다웠다

 

누구나 부러워할
행복한 커플이었고

 

그들 앞에 펼쳐질

 

마법의 양탄자가
영원할 듯 했다

 

집안일이 예술이나
과학에 속했다면

 

엄마는 노벨상을
받았을 것이다

 

티끌 하나 없이
말끔했고

 

한 치의
어긋남이 없었다

 

그저 공허함으로 가득 찬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서서히

 

그토록 아름다웠던
한 여인은

 

유령보다 더
희미한 존재로

 

눈보라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다녀왔어, 여보
저녁은 뭐야?

 

미트로프

 

맛있겠다!
고양이가 울고 갈 솜씨지

 

근데 당신

 

저번 날 내가 사온
복권 기억나?

 

- 글쎄
- 이게 뭐게?

 

당첨됐어

 

전기 냄비야

 

전기 냄비
필요 없는데

 

왜? 최신식인데

 

집마다 다 있어

 

스튜도 끓이고

 

팟 로스트나
칠리도 끓여

 

지금 그거 만들
시간 없어

 

하던 거 끝내야지

 

저리 치워놔

 

저기 냉장고 위에 놔

 

엄마는 그렇게

 

아빠를 깔아뭉개기
일쑤였다

 

직장에서 본 늠름한
아빠의 모습은

 

내겐 충격
그 자체였다

 

모든 여자들이
수군거리고

 

유혹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남자였다니

 

좋은 아침이에요
코너 씨

 

귀여운 꼬마 숙녀는
누군가요?

 

좋은 아침, 민디

 

얘는 신입 접수원
캣이야

 

머리가 띵했다

 

여자들이 전부 아빠를
섹시하게 본다니

 

엄마에게는 그저
한심한 남자였을 뿐이다

 

참을 수 없이 지루하고
답답한 인생의 벽이었고

 

두 분의 결혼생활은

 

얼음 분수에서 끝없이
흘러내리는 냉수 같았다

 

입 안의 치아가
다이아몬드가 될 듯 차가웠다

 

당연히 부부관계도
엉망이었다

 

자연스럽게

 

아빠는 자신만의
비밀 서랍을 만들었다

 

그렇게 각자의
삶을 살고 있었다

 

엄마는 지하실에
오지 않았고

 

아빠는 거기서
자위를 했다

 

겉으로는 아무런
문제 없는 것처럼

 

화목한 가족인 듯
평온한 생활을 이어갔다

 

버터 좀 줄래?

 

고마워

 

이러다 정말
엄마가 미쳐버려서

 

밤에 잠이 든 아빠를
베개로 질식시키거나

 

집을 불태워 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 내 예상을 깨고

 

엄마는 연기처럼
사라진 것이다

 

기분은 좀 어떻니?

 

글쎄요

 

실감이 안 나니?

 

엄마가 보고 싶진 않고?

 

아뇨, 별로

 

아빠의 권유로
정신과 상담을 받았다

 

엄마의 갑작스런 부재를
극복해야 한다고 여겨서다

 

정작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눈 앞엔 정신과 전문의를
흉내 내는 여자가 있었고

 

난 내 자신을
연기하는 것 같았다

 

최근에 좀 이상한
꿈을 꾸긴 했어요

 

발연기 중인 나

 

연기에는 소질이 없다

 

그러니까 불현듯

 

어느 눈 오는 날
운전을 하고 있는데

 

눈보라가 휘날려서
앞이 보이질 않았어요

 

그때 누군가 나타났고

 

형체를 알아볼 수는
없었는데

 

직감적으로
엄마인 걸 알았어요

 

방향을 바꾸려다가
차에 뭔가 부딪힌 듯해서

 

내려서 둘러보니

 

주변에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그저 온 세상이 하얗게
눈으로 뒤덮여 있었어요

 

엄마가 없어진 뒤부터
이런 꿈을 꿔요

 

흔한 경우란다
정신적 외상을 겪었으니까

 

사람들이 쉽게
혼동하지만

 

꿈이 꼭 무언가를
상징하는 건 아니란다

 

이상한 꿈은
누구나 꾸잖니

 

잠을 자는 동안에는
뇌도 나름의 방식으로

 

휴식을 취하는 거란다

 

아...

 

너 걱정된다

 

뭐가?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잖아

 

정신과 상담이
도움이 돼?

 

그런 것 같아

 

아직 몇 번밖에
안 갔지만

 

그렇군

 

우리 엄마도 아빠 떠나고
상담 받았는데 위안이 됐대

 

어떻게 널 두고
떠날 수가 있지?

 

- 떠나고 싶었나 보지
- 그래서?

 

그게 변명이 돼?

 

그래도 우리 아빠는
말은 하고 떠났어

 

적어도 이런 식으로

 

의문만 남긴 채
사라지진 않았다고

 

그건 그렇고

 

얘기 그만하고
그거나 하자

 

엄마가 난리치기 전에
가봐야 돼

 

너희 아빠도
오실 때 됐잖아

 

아닌데
한 시간 안에는 안 와

 

암튼 너희 아빠한테
다신 들키고 싶지 않아

 

저번에 걸렸을 때
날 죽일 듯이 노려보셨어

 

상담에 진지하게 응해봐

 

- 알았지?
- 응

 

그냥 하는 말 아냐

 

화를 삭히고만 있다간
언젠가 폭발해

 

너희 엄마처럼

 

위태로운 곡예사를
보는 것 같아

 

또 얘기하자

 

무신경하게
들릴지 몰라도

 

남자랑 하고 싶어서
미칠 지경이야

 

그럼 클럽 가자

 

긍정적으로 생각해
넌 경험이라도 했지

 

난 에이즈 무서워서
대리만족만 해야 하는걸

 

문제는 섹스를
한 번 하고 나면

 

그 생각밖에
안 든다는 거야

 

필은 이제 내 몸에
손도 안 대려고 해

 

굿나잇 뽀뽀가
끝이라니까

 

뭐? 그게 뭐래?

 

내 말이!

 

몇 십년 같이 산
부부도 아니고

 

그냥 섹시한 형사님한테
들이대보든가

 

뭐? 말도 안 돼!
마흔 살은 됐을걸

 

법에도 걸리잖아

 

그 남자는 경찰이잖아

 

법을 피해 눈속임하는 것도
전문가겠지

 

게다가 몇 주만 지나면
너도 성인인데 뭐

 

어쨌든

 

40살 먹은 경찰이랑
그 짓은 안 해

 

알았지?

 

어떻게 하면
필이 나한테 달려들까?

 

대놓고 안 물어봤어?

 

하려고 했지

 

그럴 때마다

 

머리가 복잡하다는
핑계를 대서

 

오히려 내가
기분을 맞춰준다니까

 

웬일이니!
뭐 그런 찐따가 다 있어!

 

알아, 완전 멍청이야

 

그런 표현으론
어림도 없지

 

난 필의 그런 점이
마음에 들어

 

그냥 단순한 거

 

우리 아빠랑
비슷한 구석이 있어

 

껍데기에 상처를 내도

 

벗겨내면 또
껍데기가 있달까

 

앗싸! 성적 몽땅
C 받았어!

 

보여줘

 

난 몰라!
얘 진짜 미쳤나 봐!

 

필은 말 그대로
옆집에 사는 남자애였다

 

작년에 엄마와 함께
이사온 필을 봤을 땐

 

완전 비호감이었다

 

칙칙하고
무식해 보여서

 

놀려먹SYNC Start=134C>엄마?

 

특별히
별명까지 붙여줬다

 

쓰레기

 

그러던
어느 한여름 밤

 

모든 것이 달라졌다

 

신청곡 따위<나 줘!R>-

 

수요일마다 그랬듯
우린 무도회장에 있었다

 

평소와 달리 따분해
죽을 지경이었다

 

누가 여기 좀 홀랑
불태워 버리면

 

안 와도 될 텐데
싶을 때가 있어

 

누가 아니래

 

매주 똑같은 애들에
똑같은 노래

 

똑같은 술이잖아

 

오 마이 갓!

 

왜?

 

웬 박쥐가 여길
어슬렁거리네

 

쓰레기가 여긴
왜 왔대?

 

이쪽으로 온다

 

저런 또라이를 봤나!

 

얘들아, 침착해
웬 호들갑?

 

안녕

 

안녕

 

우리 옆집에 살지?

 

 

난 필이라고 해

 

난 캣이야

 

얘들은 베스랑 믹키

 

안녕

 

여기 좀 짱이다

 

넌 여기 자주 와?

 

가끔

 

넌 처음이야?

 

 

이 노래 완전 좋아

 

나두

 

나랑 춤출래?

 

그러지 뭐

 

부모님 집에 오시면
어쩌려고?

 

엄마는 쇼핑하러 갔고
아빠는 출근했잖아

 

정말 할 거야?

 

 

미안

 

살살해

 

괜찮아?

 

 

좋아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

 

난 여자가 되었다

 

엄마와 성별이
같아진 것이다

 

잠시만요

 

가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힐먼 부인

 

옆집에 사는
이브 코너예요

 

안녕하세요

 

잠시 시간 되세요?
들어가도 될까요?

 

그럼요, 들어오세요

 

무슨 일 생겼나요?

 

아무 일도 없어요
그냥 수다 좀 떨까 해서요

 

이쪽으로 앉으세요

 

차 한 잔 내올까요?

 

커피도 있구요
코너 부인

 

아니요, 괜찮습니다

 

편하게 이브라고
불러주세요

 

그럼...

 

제가 뭐 도울 일이라도
있나요, 이브?

 

제 딸 캣하고 아드님이
사귀는 모양이던데

 

그러게요

 

다음주에는 함께 근사한
댄스 파티에 간다네요

 

'폴 포멀'이죠

 

아! 그거예요

 

필이 기대를 잔뜩
하고 있어요

 

우리끼리도 알고 지내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제 소개를 먼저
드리자면...

 

웁스!

 

필이니?

 

죄송해요
와 계신 줄 몰랐어요

 

필, 이분은

 

캣의 어머니
코너 부인이란다

 

인사차
들리셨다는 구나

 

그렇군요

 

저는 그럼...

 

방에 가볼게요

 

착한 녀석이에요

 

안심하셔도 돼요

 

필이 댁의 따님을
잘 챙겨줄 테니까요

 

턱시도까지 빌렸어요

 

만반의 준비를
하더군요

 

그래 보이네요

 

이따가 캣 데리고 나가서
예쁜 옷을 사줘야겠어요

 

어머니께서 그렇게
불행했다면

 

애초에 아버지와
왜 결혼을 했을까?

 

그야 저도 모르죠

 

곁에 있는 남자가
아빠였으니까?

 

아빠가 청혼을 했으니

 

다른 선택권이
엄마에겐 없었겠죠

 

전문대를 나와
접수원으로 일하던 여자가

 

달리 뭘 할 수
있었겠어요?

 

아빠 같은 남자와
함께 사는 게

 

꽤 기운 빠지고
울적했을 거예요

 

떠나기 전에

 

엄마 옷차림이
달라졌었어요

 

어떻게 달라졌는데?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었어요

 

더 섹시하게

 

미니스커트도
사 입었고

 

한 번은 야하게 입고
저와 필한테 다가왔어요

 

이제 그만
집에 가야하지 않겠니?

 

뭐? 왜?

 

시간이 늦었어

 

아직 12시도 안됐는데

 

 

엄마 말에
토 달지 말고

 

네 방으로 가서 자

 

속이 훤히 다 보이는 옷을
입고 그러는 게 이상했죠

 

말투도
연극 배우 같았고

 

그걸 의도한 건
아니었을까?

 

연극 배우처럼
말하는 거요?

 

저한테요, 필한테요?

 

아니에요

 

그냥 지루했던 거예요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렇게라도 관심을
받고 싶었던 거죠

 

애인을 만들고
싶어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떠난 거라고
생각하니?

 

어떤 마음이었을지
저야 모르지만

 

그래도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는 있잖아요?

 

죄송해요

 

노크를 했는데
아무 대답이 없어서요

 

괜찮아

 

무슨 용건인데?

 

엄마 고양이가
도망가서요

 

혹시 보셨어요?

 

못 봤는데

 

알겠습니다

 

시간 뺏어서 죄송해요
아주머니

 

그런 호칭은 너무
거리감 느껴지잖니

 

이브라고 부르렴

 

그럴게요

 

너처럼 상큼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럼...

 

저는 엄마 고양이
찾으러 가볼게요

 

 

오늘 우리 집에서
저녁 먹을래?

 

꽃게찜을 만들 거거든

 

좋아요

 

7시에 보자

 

 

고맙습니다, 아줌마
아니...

 

이브

 

테오 시에지어시에즈 형사

 

테오 시에지어시에즈
형사입니다

 

메시지 남기세요

 

안녕하세요, 형사님

 

캣 코너예요

 

저희 엄마에 대해
말씀드릴 게 있어서요

 

단서가 될지도
모르니까요

 

왔네?

 

여기까지 와줘서
고맙다

 

쉬는 날까지
경찰서에 있긴 싫었거든

 

괜찮아요

 

들어와

 

고맙습니다

 

보잘 것 없어도
엄연한 집이야

 

마실 거 줄까?

 

네, 좋아요

 

맥주를 주고 싶지만
미성년자라서

 

한 병은 괜찮아요

 

그래

 

앉아

 

- 마셔
- 고마워요

 

그래서

 

나한테 하려던 말은?

 

그러니까...

 

참고할만한
단서가 있어서요

 

가만 생각해보니

 

엄마에게 애인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

 

그럼 떠난 이유가
설명되잖아요

 

그럴지도

 

월요일에
조사해보마

 

그래요

 

그게 다야?

 

사건을 조사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긴장돼?

 

그런가 봐요

 

약간요

 

가고 싶으면 가도 돼

 

알아요

 

가기 싫다는
뜻인가 보네

 

맞지?

 

날 유혹하러 온 거잖아

 

그렇다면 축하한다

 

성공했어

 

완전히 넘어갔어

 

근데 몇 살이지?

 

18살이요

 

처녀는 아니겠지?

 

아니에요

 

그럼...

 

어떻게 될 지
잘 알겠네?

 

정말 끝까지 가고 싶어?

 

 

네 또래 남자애들과
다르다는 거 알지?

 

알아요

 

너 정말 못 견디게
섹시하다

 

가슴이 끝내줘

 

본인이 더
잘 알겠지만

 

좀 더 가까이
앉아도 되려나?

 

 

더 낫지?

 

상의를 벗어보지 그래?

 

미치도록

 

탐스러워

 

이걸 원해?

 

 

- 있죠
- 응?

 

기분 괜찮은 거죠?

 

그럼

 

가끔 잠을
못 이룰 때가 있어

 

처참한 광경을
많이 봐와서

 

죽은 사람은

 

아무리 봐도
기분이 드러워

 

그래요?

 

그래

 

내 말 믿어
모르고 사는 게 좋아

 

알려줘 봐요

 

좋아

 

어느 날

 

웬 뚱뚱한 남자가

 

가솔린을
자기 몸에 붓고

 

불을 붙였어

 

우리가

 

시체를 발견한 건

 

이틀 후였는데

 

그때까지 타고 있었어

 

네?

 

몸에 지방이
너무 많아서

 

인간 양초처럼
계속 타 들어간 거지

 

경찰로 살아오면서

 

깨달은 게 하나 있어

 

인간은 서로에게

 

얼마든지

 

잔인하고 악마 같은 짓을
할 수 있는 존재야

 

사랑이 얼마나
간사한 건데

 

널 반으로
쪼갤 수도 있어

 

나 보기보다 세요

 

- 그래?
- 그렇다니까

 

힘 자랑 해볼래?

 

좋았어!

 

 

마이

 

갓!

 

왜? 완전 쉽던데

 

뭐가 쉬웠는데?

 

그 남자 집에 가서
같이 잔 거

 

와우!

 

너 좀 짱이다!

 

완전 진짜 짱이야

 

잘하디?

 

당근이지

 

필보다 훨 낫더라

 

자세히 말하라고!

 

뭐랄까?
남자 냄새가 풀풀 나

 

야성적이고
자신만만하고

 

가슴에 털도 많고
근육도 딴딴하고

 

강렬한 향이
배어 있어

 

말초신경을 자극해

 

그 남자 냄새
아직도 나

 

나도 맡아보자

 

완전 섹시해!

 

언젠간 나도

 

제대로 된 상남자
자빠뜨리고 말 거야

 

- 곧 그렇게 될 거야
- 그러니까

 

도대체 언제!

 

널 언니로 모신다

 

왜?

 

나이 먹은 남자랑
잤으니까?

 

그래

 

내 말 오해하지 말고
들어

 

너 꽤 오랫동안

 

계속 뚱뚱한 척
했잖아

 

얜 또 뭐래니?

 

살 빠지고
날씬쟁이 됐으면서

 

한 3년 전부터지?

 

애들 피해 다니고
혼자 멍때리고

 

못난이 뚱땡이처럼
굴었잖아

 

나처럼

 

믹키도 그래

 

삐쩍꼴은 게이처럼 생긴
못난이 뚱땡이지

 

단단히 돌았어

 

맞아

 

로마린다 경찰서의
셰릴입니다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통과하셨음을 알려드립니다

 

협조 감사 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왜 받으셨대?

 

나도 몰라

 

아버지가 뭘 숨긴다고
생각한 건가?

 

우리 아빠가?

 

만나 놓고도 그래?

 

얼굴에 '순진무구'라고
쓰여있는 분이야

 

착오가 있었나 보지

 

그렇겠지

 

아빠 온 거 같아
물어보면 알겠지

 

나 집에 갈까?

 

뭐? 됐어

 

별일 아닐 텐데 뭐

 

안녕, 얘들아

 

손에 잡히는 대로
다 사온 건 아니겠지?

 

아냐

 

별로 안 샀어

 

아빠한테 온
음성 메시지를 들었는데

 

경찰서에서
전화했더라고

 

엄마 행방을 찾았대?

 

아니

 

거짓말 탐지기 조사
통과했다던데?

 

그랬나 보군

 

저녁 먹고 가겠니?

 

가봐야겠어요

 

거짓말 탐지기 조사는
왜 받은 건데?

 

나야 모르지

 

이런 사건을 조사할 때
으레 하는 절차인가 보지

 

저녁은 어떻게 할까?

 

갈비 사다 먹을까?

 

그러지 뭐

 

엄마?

 

왜 그래? 무슨 일인데?

 

필 쓸만하디?

 

방에 가서 자

 

나한테서 등돌리지마!

 

나 피곤해
엄마 방으로 가

 

나도 너 같을 때가
있었어

 

대답해!

 

그 애 잘하냐고!

 

나랑 했는지
어떻게 알았는데?

 

뭐 하는 거야!

 

너 이게 뭐야?

 

- 엄마! 대체 왜...
- 벗고 있는 거야?

 

덥잖아! 돌겠네!

 

당장 나가!

 

왜 그러는 건데?

 

내가 뭘 어쨌다고!
그만 좀 해!

 

내가 너보다
훨씬 잘 알아

 

발랑 까진 계집 같으니

 

엄마 진짜 왜 그래!

 

정말 미친 거야?

 

대체 뭐가 문제냐고!

 

세상에 그런 짓을 하는
엄마도 있니?

 

우리 엄마요

 

그게 뭐요?

 

원래 그런
사람이라니까요

 

누구나 어린 시절의
악몽 하나쯤 있잖아요

 

손찌검을 하진 않았어요

Start=2661312>

다정다감한 엄마는
아니었지만 그게 뭐요?

 

외로웠던가 봐요

 

가끔 날 뚫어지게
쳐다보곤 했었어요

 

내가 엄마의 미모를
훔쳐갔다는 듯한 시선으로

 

네 나이 때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뭐?

 

내가

 

네 나이였을 때
내 모습과 똑같아

 

그러거나 말거나 - 693546>

 

그래서? 뭐 어쩌라고?

 

아니야

 

징그럽게
그만 쳐다봐

 

소름 끼칠라 그래

 

거기 서 있지 말고
저리 좀 가!

 

엄마가 사라지기
일주일 전이었나

 

필이랑 지하에서

 

숙제를 하고 있었어요

 

평소와 다를 게
없는 밤이었죠

 

나 어때?

 

맘에 들어?

 

42살 치고
너무 섹시하지?

 

엄마, 뭐해?

 

긴장 풀어
꼬마 아가씨

 

 

어머니도 불러서
함께 저녁 먹고 가

 

내 주특기인
비프 웰링턴 만들 거거든

 

네, 그러죠 뭐

 

물어볼게요

 

아주 좋아!

 

오늘은 기분 좀
내야겠다

 

엄마, 알았으니까
그쯤 해둬요

 

너야말로 왜 그래?

 

엄마가 간만에
흥에 겨운 게

 

그렇게 꼴불견이니?

 

여보, 나 왔어!

 

파티 시작하기도 전에
쫑났네

 

여보, 어디 있어?

 

여기 있었네

 

저녁은 뭐야?

 

당신 옷차림이
그게 뭐야?

 

어때서?
맘에 안 들어?

 

굉장히 싫어

 

유감이네

 

이 치마 별로야?

 

- 여보, 그만해
- 상관없어

 

당신이 별로라고 해도
난 상관없어

 

그 더러운 손
저리 치워!

 

입고 싶은 대로
입을 거야

 

때와 장소
가리지 않고!

 

뭐 하려고?

 

매일 저녁마다
하는 일이라곤

 

빌어먹을 저녁 식사
차리는 게 다야!

 

맙소사!

 

우웩! 구역질 나!

 

고기가 다 썩었어

 

코드가 빠져있었나 보군

 

그러고 있지 말고
빨리 꼽아봐!

 

시체 썩은 냄새 같아!

 

오늘은 외식해야겠네

 

중국 요리 먹을까?

 

아니

 

중국 요리 안 먹어

 

그럼 뭘 먹어야
당신 기분이 나아지려나?

 

전부 다 싫어

 

여기 있는 거
전부 다

 

당신

 

이 집

 

여보

 

내 인생을
되찾고 싶어

 

여보, 그만하고
저녁 먹으러 가자

 

저녁 따위 필요 없어!

 

왜 아무도 내 말을
듣지 않는 거야!

 

그러던 어느 날
휙하고 사라졌다?

 

1991년 봄

1991년 봄
그런거지

1991년 봄

 

엄마가 떠난 얘기를
그렇게 태연하게 해?

 

너랑 한 방 쓴지도
1년이 다 되어가잖아

 

어디 있는지 안 궁금해?
살아있긴 한 거지?

 

모르겠어, 이상한 건...

 

요즘은 생각도
자주 안 나

 

까마득한 옛일 같고

 

익숙해진 느낌이랄까

 

다음주에 집에 가면

 

과거의 유령이 또
내 발목을 잡겠지

 

유령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그 찌질한 구남친도
만나고 올 건 아니지?

 

- 이름이 뭐였더라?
- 필 말하는 거야?

 

보게 되겠지, 왜?

 

난 올리버 편이잖아

 

사귄 지
몇 달 안됐는데

 

그 정도면 섹시하고
똑똑한 거 파악했잖아

 

미래도 꿈꿀 수 있고

 

이름은 좀 깨지만

 

신디, 넌 주말에 잠깐
필 만나본 게 다잖아

 

그렇지
그때 답 나왔어

 

아무튼

 

난 미래에 관심 없어

 

오늘밤에 뭐해?
기분은 괜찮아?

 

그럼, 왜?

 

생각이 딴 데
가있는 거 같아서

 

미안

 

그냥 잡생각이 들어서

 

괜찮아

 

왜?

 

아니야

 

할 말 있으면 그냥 해

 

너 담배 피우는 거
별로야

 

피임약도 복용 중인데
건강에 해로워

 

오늘 이거까지
2개 피웠어

 

네가 싫어해서
줄이고 있잖아

 

나 때문에
줄일 필요 없어

 

네 건강에 해롭다니까

 

네, 의사 선생님

 

이제 만족해?

 

네가 화내면 소용없지

 

화를 왜 내겠어?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해서?

 

방에서는 신디가
냄새 싫어해서 못 피우고

 

네 옆에서는 건강에
해로워서 못 피우니까?

 

넌 니코틴 중독도 아니고
2달밖에 안 피웠으니까...

 

알았으니까
내 행동에 간섭하지마

 

알았어
피우고 싶으면 피워

 

너랑 싸우기 싫어

 

내가 잘못했어

 

네가 행복한 게
나도 좋아

 

- 집에 갈래
- 잠깐

 

뭐?

 

그만 간다고
과제해야 돼

 

캣, 그러지 말고
나랑 있어

 

잘 자, 올리버

 

어떻게 나한테 이래?

 

내가 그렇게 잘못했어?

 

캣?

 

캣!

 

아빠!

 

세상에!

 

왜?

 

몰라보게 컸구나

 

왜 이러실까?

 

오글거리는 멘트는
좀 건너뛰면 안 돼?

 

놀려도 할 수 없어

 

아빠는 우리 딸
무지 보고 싶었어

 

버클리 생활은 어때?
편지 한 통도 없더구나

 

죄송해요
공부하느라...

 

안다, 알아
이제 여대생이니까

 

나이 든 아빠
생각할 겨를 없겠지

 

집에 오니 기쁘구나

 

나두

 

그만 갈까?

 

그냥 둬, 아빠가 들게

 

- 고마워요
- 가자꾸나

 

재미난 소식은 없고?

 

글쎄다

 

여기야 늘 똑같지

 

뭔데?

 

아빠?

 

뭔데?
아빠 좀 수상한데

 

너한테 해줄 말이
있긴 해

 

나쁜 소식은 아니지?

 

전혀 아니야, 그냥...

 

뜸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

 

만나는 사람이 있어

 

진짜?

 

기분 언짢니?

 

아빠 장난해요?

 

엄마 떠난 지가 언젠데
죄책감 느끼고 그래?

 

천만다행이네

 

그 여자 이름은 뭔데?

 

- 메이
- 메이?

 

세일즈 담당자고
일하다 알게 됐어

 

정말 잘됐다

 

진짜로 기분 좋아

 

고맙다, 너한테 꼭
축하 받고 싶었어

 

집에 있을 동안
뭘 할 생각이니?

 

공부도 좀 하고

 

일단 편하게 쉬고 싶어

 

옛 친구들 만나
수다도 떨고

 

원래 하던 것처럼

 

환영해, 낯선 아가씨

 

이런 날라리를 봤나!

 

캣, 넌 내 우상이야

 

진짜 많이 그리웠어!

 

버클리에서 사귄 애들은
착하고 똑똑한데

 

지루하거든

 

나도 무지하게
보고 싶었어

 

이 코딱지만한 촌구석은
생각도 안 났지만

 

오늘 아침에 엄마가
방 청소를 하라는 거야

 

주먹 날릴 뻔했어

 

이런 깡촌에서
어떻게 살았나 몰라

 

내 말이!

 

여전히 그대로라
맘이 놓이기도 해

 

여기만 시간이
멈춰진 것 같아

 

스스로 변화를 느끼니?

 

네, 그런 것 같아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어요

 

학교 생활도 잘하고?

 

그럼요

 

엄마에게선 여전히
소식이 없나 보구나

 

네, 전혀요

 

그 일에 대해선 어떠니?

 

2년도 더 지난 일인데

 

그 일에 대해서도
생각이 많이 변했어요

 

이제 소식이 올 거란
기대조차 안 하니까

 

이상한 일은
이상한 대로

 

받아들이게 됐어요

 

어느새 극복이
됐나 봐요

 

아빠도 새 애인을
만나던데요 뭐

 

그게 신경 쓰이니?

 

왜 그래야 되죠?

 

엄마는 떠났고
다신 돌아오지 않을 텐데

 

BT 부품 공급업체

 

안녕

 

안녕

 

잘 지냈어?

 

좋아 보이네

 

고마워

 

너두

 

사장님

 

잠깐 담배 피우고
와도 되죠?

 

빨리 와
할 일이 투성이야

 

가자

 

학교 생활은
할 만하고?

 

좋아

 

넌? 어떻게 지냈어?

 

나야 뭐...

 

일하고
엄마 돌보고

 

맨날 똑같지

 

좀 어떠셔?

 

- 우리 엄마?
- 응

 

사람이 쉽게 변하겠어?

 

나도 하나 줄래?

 

그래

 

흡연자 됐구나?

 

가끔

 

고마워

 

집에 언제 왔어?

 

며칠 됐어

 

미안해, 더 일찍
연락했어야 되는데

 

좀 정신 없었어

 

상관없어

 

괜찮아

 

여기 있는 동안
같이 놀자

 

영화도 보고

 

그래

 

나야 좋지

 

목요일까지 있을 거야

 

알았어

 

꼭 안 그래도 돼

 

알지?

 

뭐를?

 

나 만나는 거

 

내 말은...

 

나 같은 공돌이까지
안 챙겨도 된다고

 

넌 이제 어엿한
대학생이잖아

 

 

그게 무슨 소리야?
넌 내 친군데

 

그러든가

 

사장님 난리치기 전에
난 들어가봐야겠다

 

그래

 

늦어서
진짜 진짜 죄송해요

 

차가 꽉 막히는 바람에

 

괜찮다, 얘야

 

캣, 이분은 메이

 

여기는 내 딸 캣

 

드디어 만나게 되네요

 

아빠한테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저도요

 

아빠한테 들은 것보다
훨씬 사랑스럽네요

 

아빠가 과장했겠지만
칭찬 고맙습니다

 

고향엔 얼마나 머무나요?

 

일주일이요

 

그 후엔 다시
학구열을 불태워야죠

 

첫 학기 성적이
거의 다 A야

 

어머나, 축하해요

 

네, 운이 좋았죠

 

주문하셨어요?
완전 배고파요

 

네가 좋아하는
아티초크 샐러드 시켰다

 

- 곧 나올 거야
- 앗싸, 신난다

 

화장실 금방
다녀올게요

 

나 먹을 건 당신이
알아서 시켜줘요

 

알았어, 다녀와

 

이 자리가...

 

불편하진 않지?

 

뭐가? 메이 말이야?

 

맘에 드는걸
다정한 사람 같아

 

네가 어색해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아빠 데이트하는 거
대환영이라고 했잖아

 

아빠도 행복해져야지

 

결혼반지 뺐네

 

메이가 불편해하니까

 

안 만날 때는
끼고 있어

 

그럴 필요 없잖아?

 

우리를 떠난 건
엄마의 선택이야

 

받아들이기로 했어

 

이제 우리 삶을
꾸려갈 때야

 

엄마?

 

캣...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물에 손을 담궜는데

 

사라져버렸어

 

뭐?

 

설거지를 하는데

 

물이 너무 찬 거야

 

수저가 하수구에
떨어져서

 

물에 담궜던 손을
꺼냈더니...

 

왜 그래?

 

아니야

 

가끔 이상한 꿈을
꾸거든

 

그래?

 

 

엄마가 사라진 뒤부터
꾸기 시작했어

 

익숙해진 지 오래야

 

한동안 안 꿨었는데

 

엄마 얘기는
거의 안 하네

 

할 말이 별로 없어
떠난 사람이니까

 

정신과 의사가
꿈은 아무 의미 없다더라

 

난 그렇게 생각 안 해

 

내 꿈이 뭘
의미하는 것 같아?

 

진짜로 듣고 싶어?

 

당연하지
못 들을 이유가 없잖아

 

알다시피 네 엄마 일을
철저히 조사했어

 

철저히?

 

찾을 거란 기대도
없었잖아

 

사실 굉장히

 

철저하게 조사했어

 

무려 2년 동안이나
수사를 했지만

 

단 하나의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지

 

그러거나 말거나

 

자긴 어디 있다고
생각하는데?

 

죽었다고 봐

 

뭐?

 

네 말이 맞았어
외도를 했더군

 

확인했어

 

이웃에 사는 분한테

 

- 블랭먼 부인이던가?
- 힐먼 부인

 

아무튼
그분한테 들었어

 

네 엄마한테
애인이 있었다고

 

아줌마가 어떻게 알아?

 

오지랖이 넓나 보지

 

앞을 못 보셔

 

그래, 애인이 있었다고 쳐

 

그럼 사랑의 도피로 보는 게
더 타당하지 않나?

 

뭐?

 

왜? 뭔데?
왜 말을 못해?

 

아버지에 관해
뒷조사를 했는데

 

상담자 중 몇 명이
그러더군

 

질투가 많고
욱하는 성질이 있다고

 

우리 아빠는
소심한 사람이야

그래서 엄마가
넌저리를 친 거고

 

밥하고 마지 칼슨이
한 말은 다르던데

 

그게 누군데?

 

리버사이드에서 살 때
옆집 살던 사람들

 

네 엄마와 밥 칼슨 사이를
의심한 네 아빠가

 

쓰레기통에
불을 붙여서

 

그 사람들 집
테라스에 던졌대

 

말도 안 돼

 

난 그 사람들 이름
들어본 적도 없고

 

20년이나 지난
일이잖아

 

그렇게 위험한 인물이면
왜 체포를 안 했어?

 

증거가 없었으니까

- > 

증거 불충분으로
수색영장도 못 받았거든

 

내 의견을 물어봐서

 

답해준 것뿐이야

 

캣, 내 생각이
그렇다는 거야

 

그 생각이 뭔데?

 

애인과 있는 모습을 보고
참지 못해 죽였을 거다

 

그럼 시체는 어쨌는데?

 

그걸 모르겠어

 

 

기분 풀어

 

어디 가려고?

 

제 생각을 말씀 드릴까요
형사님?

 

넌 엉터리 사기꾼이야

 

잘 좀 해봐

 

남자가 힘이
그것밖에 없어?

 

이렇게요?

 

아니

 

더 세게

 

이 멋진 근육을
썩히고만 있을래?

 

훨씬 낫네, 그렇지

 

더 세게 해봐

 

벌써 와있었네?

 

 

저녁 차리는 거
돕고 있었어

 

누구랑 참 다르지

 

아줌마, 안녕하세요
저 캣이에요

 

죄송해요
주무시고 계셨어요?

 

아니야

 

그냥 누워있었어

 

몸이 안 좋아서

 

방해해서 죄송해요
필 있어요?

 

아니, 없단다

 

어디 갔는지 아세요?

 

모르겠구나

 

가끔 밤새 놀다
들어오곤 하니까

 

저한테 전화 좀
바로 달라고 전해주세요

 

- 중요한 일이라서요
- 그래, 알았다

 

고맙습니다
다시 한 번 죄송해요

 

괜찮단다

 

- 잘 자렴
- 주무세요

 

캣이 불편해할 것
같은데

 

그럼 캣이
괜찮다고 하면...

 

캣 의견은
중요한 게 아냐

 

아빠?

 

깼니?

 

깨우려던 건 아닌데
미안하구나

 

두 분이 싸우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메이가 여기서 자고 가도
전 상관없어요

 

아빠 생각엔...

 

아니, 진짜 괜찮아
기분 안 나빠요

 

몸이 안 좋으니까

 

내일 공항에
데려다 주마

 

많이 좋아졌어요

 

비행기 시간도
오후고

 

내 집에서 내 뜻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네

 

미안하다, 캣

 

의견 다툼에
너까지 끌어들여서

 

필을 위해

 

고이 잠들길 바라며

 

못 살아!

 

꺼지라 그래

 

진짜 재수없어

 

전화해 달랬는데도
씹었어

 

생각 잘했어!

 

꺼지라 그래

 

다신 걔랑
몸 섞을 생각 마

 

맞아

 

그 야성적인
경찰하고 해

 

그쪽하고도
완전 쫑났어

 

말도 안 되는
궤변을 늘어놓잖아

 

뭐랬는데?

 

제대로 못 걸을 때까지
너랑 하고 싶대?

 

아니

 

정말 어이가 없어

 

그 사람 생각엔
우리 아빠가

 

엄마를 죽였을 거래

 

뭐야?

 

뭔데?

 

그 얘기 했었잖아

 

오래 전에

 

나도 말했었고

 

무슨 소리야?

 

어머니가 사라진 직후엔

 

네가 우리 얘기를
들으려 하지 않았어

 

기억 안 나?

 

아빠가 뭔가 숨기는 거
같지 않냐고 물었더니

 

그냥 흘려 들었잖아

 

속이 빤히 읽히는 사람이라
그럴 리 없다고

 

너네 진짜 미쳤구나

 

그래

 

잊어버려

 

우리가 TV를
너무 많이 봤나 봐

 

그래서 우리를
좋아하잖아

 

미지근하고 김빠진
샴페인은 딱 질색이야

 

이리 줘봐

 

- 뭐?
- 샴페인 병 달라고

 

뭐 하려고?

 

잔머리는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거지

 

수다 떠는 동안
병째로 냉장 보관했다가

 

꺼내면 끝!
마시기 딱 좋지

 

와서 좀 도와줘

 

믹키?

 

곰팡이 핀 신문 더미를
언제 옮기고 자빠졌어

 

너나 해

 

뼈만 남은 게이 궁뎅이
빨랑 들지 못할까

 

이거 들어

 

잠겨 있어

 

뭐지?

 

냉장고에 자물쇠를
왜 달아놨어?

 

거기서 뭣들 하니?

 

별일 아냐

 

샴페인 마시면서
수다 떨고 있었어

 

친구들은 그만
돌아가는 게 좋겠구나

 

뭐라고?

 

아빠 말 들었잖니
그만 놀고 정리해

 

농담이지?

 

이런 말 하기 싫지만
나도 이제 성인이야

 

애 취급하지 말아요

 

내 집에 있을 때는
내가 하라는 대로 해

 

친구들은 이만
보내라고 했다

 

아빠 대체 왜 그래?

 

진정해
우린 괜찮아

 

- 그래, 기분 안 상했어
- 그게 아니라...

 

안녕히 계세요
아저씨

 

배웅해줄게

 

친구들 앞에서
망신 줘서 고마워요

 

내일이면 이 집구석
떠나니까 살 것 같네

 

아빠 때문에
기분 상했다면 미안해

 

됐어, 어차피 내일 아침
일찍 비행기 타야 돼

 

마찬가지야
아직 짐도 안 쌌어

 

운전해도 괜찮겠어?

 

너희 말라깽이들과 달리
이 정도는 음료수야

 

너희들이 많이
그리울 거야

 

드라마 여왕 나셨네

 

곧 여름 방학이잖아
이 촌구석에 돌아와서

 

버텨야 할 텐데 뭘

 

그렇긴 하지

 

몸 건강하고
편지 자주 써

 

그래, 너도 이것아

 

안녕, 캣
학교 잘 돌아가고

 

너두

 

 

그래

 

너 괜찮아?

 

술 마셨나 보네

 

그래?

 

누가 할 말인지
모르겠네

 

일부러 나 피한 거지?

 

내가 뭘?

 

지난주에
너희 집에 갔었어

 

아줌마한테 나 들른 거
전해달라고 했는데

 

그래?

 

아무 말
못 들었는데

 

하고 싶었던 말이
뭔데?

 

머리가 복잡해서

 

우리 엄마가
사라지고 나서

 

우리 사이도
많이 변한 것 같아

 

멀어졌잖아

 

네가 변했어

 

그날 이후로
모든 게 달라졌지

 

너 그날
어디 있었어?

 

학교로 데리러 오기로
했었잖아

 

말했잖아

 

토마스네 갔었다고

 

아직도 모르겠어?

 

이제 상관없다니까
거짓말 안 해도 돼

 

무슨 뜻이야?

 

왜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데?

 

거짓말을 탓하는 게
아니라

 

무슨 일이 있었든
솔직히 말해달라고

 

우린 분명 좋아했고
풋풋했고 뜨거웠는데

 

이미 다 끝났다는 걸
인정해야 될 것 같아

 

이미 지난 일이고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야

 

앞으로 충실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

 

너 미워하고 싶지 않아
그냥 궁금해서 그래

 

말했잖아

 

난 아무것도 몰라

 

너랑 우리 엄마 사이에
무슨 일 있었어?

 

뭐?

 

들었잖아
우리 엄마랑 잤어?

 

그렇게 보는 사람도
있더라

 

대체 누가 그러는데?

 

너 쫌...

 

취했다

 

돌았어

 

난 알아야겠어!

 

사실이 뭐가 됐든
중요하지 않아

 

평생 누군가를 의심하고
이상한 상상을 하면서

 

살아갈 순
없단 말이야!

 

난 해줄 말이 없어

 

미안하다

 

이거 하나만 말할게

 

너희 아빠는
아줌마 계신 곳을 알아

 

사라진 날부터 지금까지
다 알고 있었어

 

무슨 뜻이야?

 

더는 묻지마

 

아저씨한테 여쭤봐

 

캣!

 

캣!

 

엄마 여기 있어!

 

여기 말이야

 

아니!

 

여기 있다니까!

 

그래!

 

네 눈앞에 있잖니

 

엄마 여기 있어

 

도와줘

 

제발, 나를 꺼내줘!

 

나를 꺼내줘!

 

환자명 : 메이
약품명 : 우울증 치료제

 

캣!

 

거기서 뭐 하는 거니?

 

아빠

 

엄마 어디 있는지
알아?

 

뭐?

 

엄마 어디 있는지
아냐고

 

필이 그랬어
아빠는 알 거라고

 

필?

 

일자리도 변변찮은
술 주정뱅이 말이야?

 

어디 있는지
나도 모른다

 

더 물어볼 말 있니?

 

어지른 것부터 치워라

 

조금 이따가
공항에 데려다 주마

 

아빠

 

죄송해요

 

괜찮다

 

도착하면

 

아빠한테 전화하는 거
잊지 말고

 

 

몇 달 뒤에 만나요

 

그래

 

사랑한다, 딸아

 

저도요

 

탑승해야겠어요

 

갈게요

 

잘 가거라

 

그날 이후로
아빠를 볼 수 없었다

 

베스와 믹키
테오 형사의 말이 맞았다

 

내가 떠나고 얼마 뒤

 

아빠는
술에 엉망으로 취해

 

엄마를 죽인 사실을
자백했고

 

감옥에서 이불로
목 매달아 자살했다

 

아빠의 자백에 따르면

 

엄마의 시체를
지하실 냉장고에 숨겼고

 

내가 잠든 사이
바깥으로 옮겼으며

 

산으로 가져가
묻었다고 한다

 

오랜 시간
얼어있던 탓에

 

급속도로 부패했고

 

한 순간에 온몸이
녹아 내렸다고 한다

 

경찰이 사체를
발견했을 땐

 

흔적조차
없었다고 한다

 

내가 열 일곱이던 해
엄마가 사라졌다

 

늘 한결같이

 

청소를 하고
저녁을 만들던 엄마가

 

어느 날 갑자기

 

연기처럼
사라진 것이다

 

그만 웃어

 

여보, 그만해

 

이브

 

그만하라고

 

제발

 

여보

 

그만 좀 해!

 

제발 그만...

 

엄마를 다시 볼 수
없었기 때문에

 

나에겐 빈자리
그대로 남아있다

 

채워지지 않을
텅 빈자리

 

보이지 않는
흐릿한 기억 그대로

 

가끔은 이런
상상을 한다

 

언젠가 엄마를
만나면 어떤 모습일까

 

횡단보도에서
파란 불을 기다리다가

 

내 옆을 스치는 차를
바라보면 엄마가 서있고

 

못마땅한 눈으로
날 노려보겠지

 

사람들로 붐비는 거리를
걷고 있는 엄마를 보거나

 

기차역에서
마주치거나

 

3류 영화처럼
서로를 향해 뛰어가는 상상

 

헤어진 연인을 만난 듯
오래도록 날 끌어안겠지

 

그 길고
부드러운 손으로

 

내 얼굴을 감싸고는

 

내 눈을 바라보며
말하겠지

 

엄마 여기 있어

 

여기 있잖아

 

번역 : 국경주 (Chole)
vod2smi : Hoo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