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in and Glory (2019) 1h53m30s (Pathe. Release)

내가 남자여서
이 강에서 발가벗고 목욕하면 좋을텐데.

 

뭔 소리?
괜찮은 생각이네.

 

그거 괜찮아, 로시타.

 

그래, 네 거시기에
물도 들락날락 하고, 좋겠다.

 

얼마나 좋을까,
그렇지?

 

근데 물에 들어가기 전에
얘 좀 떼줘.

 

허리 부러지겠네.

 

- 미안.
- 살바도르, 이리와.

 

자, 이 막대기 가지고 놀아라.

 

- 알았어요.

 

- 마리, 시트 좀 같이 널자.
- 알았어.

 

비누 고기 봐라.

 

저기 있지?

 

꼬마 비누 물고기.

 

로시타, 노래 좀 해봐.

 

정말 예쁘네.

 

- 당신 곁에선
- 모든 게 아름답다네.

 

당신 곁에,
언제나 당신 곁에

 

언제나 당신 곁에

 

내가 고통스러워 죽을 때까지

 

당신 눈을 바라볼 수 없었네

 

당신 집 문도 두드릴 수 없었네

 

살비타, 어디 가지 말아. 알았지?

 

밤엔 당신 집 골목에

 

자갈돌도 못 밟았네

 

당신 곁에
언제나 당신 곁에

 

언제나 당신 곁에

 

내가 사랑해서 죽을 때까지

 

사람들은 얘기하지

 

그날 오후

 

그의 집에서 포플러 숲까지

 

사랑이 어떻게 오고 갔는지

 

그렇게, 바라보고 바라보고...

 

자, 아가씨들...

 

내 눈은 그렇게

 

멀기 시작했지

 

살바.

 

나 줄레마예요.

 

이럴 수가!

 

- 정말 반가워요.

 

커피 한 잔 할까요?
바빠요?

 

영화를 쓰지도, 찍지도 않으면
뭘 할 건데요?

 

- 그냥 살죠.
- 난 연기 없인 못살아요.

 

점점 힘든 건 사실이지만

 

배역을 주면 다 해요.

 

알베르토 만나요?

 

- 아르헨티나에 있었다던가.
- 아니, 멕시코에요.

 

연속극 몇개 했나 봐요,
지금은 돌아왔어요.

 

리비에라 마야에서 열린
라틴 영화 축제에서 우연히 만났어요.

 

여전히 멋있었어요. 꽤 됐네요.
멋진 재회였죠.

 

만나 봤어요?

 

아뇨, Sabor(향취) 개봉 이후
못봤어요.

 

30년이나 됐네요...

 

32년이죠.

 

근데, 나 그 영화 지난주 다시 봤어요.

 

- 그 동안 다시 안봤어요?
-예, 개봉 후에는...

 

이런 말 하기 뭐하지만,
감동적이었어요.

 

난 항상 그 영화 좋아했어요.

 

아니, 영화박물관에서 원판을 복원해서
상영관을 몇 개 잡을 거래요.

 

나더러 소개하라는데
알베르토와 함께 하면 좋을 거 같아요.

 

나쁜 감정이 없다니 다행이네요.

 

그 자식은 내가 쓴 대로
연기한 적이 없어요.

 

그 땐 죽이고 싶었죠.

 

근데... 나쁜 감정은 안 품어요.

 

그 영화 다시 보니 그 친구 연기가
30년전보다 좋더라구요.

 

당신 눈이 바뀐거죠.

 

같은 영화잖아요?

 

그 친구 어딨는지 알아요?

 

엘 에스코리알에 살아요.

 

그래요, 다른 사람 집에.

 

가끔 작업한대요.

 

그는 괜찮아 보여요, 일을 계속하니...
무슨 뜻인지 알죠?

 

당신이 일 안한다니 뜻밖이예요.

 

절대 은퇴같은 건
안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나도 그랬어요.

 

- 전화번호 그대로죠?
- 예.

 

그 사람 연락처 보내줄게요
혹시 노는 게 싫증나서

 

나만 할 수 있는 뭔가 쓸지 모르니
내 연락처도 보낼게요.

 

자, 호세 마리아 신부님이시다.

 

여러분 안녕.

 

우선 합창단원을
선발할 거다.

 

합창단 해 본 사람
손 들어봐.

 

좋아, 이제 테스트를 할 건데

 

너, 이리 와, 그래 너.

 

- 이름이 뭐지?
- 로돌포입니다.

 

로돌포, 발성을 들어보자.

 

따라 해봐.

 

너, 그 옆에.

 

이름은?

 

- 살바도르예요.
- 예쁜 이름이네, 노래 부르는 거 좋아해?

 

- 모르겠어요.
- 그래도 음악은 좋지? 그렇지?

 

예, 비틀즈와 영화는 좋아해요.

 

좋아, 그럼 너희들 취향을
덜 이단적인 주제로 개발해보자꾸나.

 

자 발성 테스트 해보자.

 

목소리들 가다듬어 볼까?

 

난, 그렇게 합창단 솔로를 맡게 되었다.

 

신부들의 결정으로 나는
지리학, 역사, 과학, 예술사 등의

 

수업을 받지 못했다.

 

고등학교 3년 동안,

 

그 과목들 수업 시간에
노래연습을 했고

 

이 과목들은 무사 통과했다.

 

신부들은 나를 시험도 안 치르고

 

모든 과목을 이수한 천하 무식한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지리학

 

결국 나는 영화감독이 되었고,

 

내 영화를 홍보하려고 여행하며

 

스페인 지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내 영화가 성공했기 때문에
여행할 수 있었고,

 

내 지리학 지식은
내 경력의 확장과 비례했다.

 

해부학

 

나는 고통과 질병을 통해

 

내 신체를 알게 되었다.

 

내 인생의 첫 30년 동안
난 어둠 속에서 살았지만,

 

곧 내 머리와
머릿 속에 있는 것이

 

즐거움과 지식의
원천일 뿐만 아니라,

 

끝없이 고통을 줄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곧 알게 된 것은
불면증을 비롯,

 

만성 인두염, 이염, 위산 역류,
궤양, 내인성 천식 등이다.

 

일반 신경들과
특히 좌골 신경을 비롯.

 

모든 종류의 근육통:

 

등뼈, 등의 건염,
무릎과 어깨 근육통.

 

이건 이명이다.

 

난 이명도 있다.

 

이건 천명이라는 건데,

 

이것도 날 괴롭힌다.

 

이명과 천명 말고도,

 

두통은 내가 전문이다.

 

편두통, 긴장성 두통, 다발성 두통,

 

그리고 요통도.

 

척추 융합 수술을 받아서,

 

등의 반 이상이
마비 되니까

 

내 삶이 내 척추를 중심으로
돌아 가리라고 알게 되었다.

 

나는 또한 인간 신체의
신화를 구성하고 있는

 

척추 뼈 하나하나와

 

근육과 인대의 수들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희랍의 신들처럼,

 

서로 관계하는 유일한 길은
희생을 통해서라는 것도 알았다.

 

허나, 모든 것이 신체적이고
눈에 보이는 건 아니다.

 

나는 막연한 슬픔으로 고통스럽다.

 

공황과 불안 같은 영혼의 아픔이,

 

내 삶에 고뇌와 두려움을 더한다.

 

그리고 물론 나는 수년 동안
우울증을 반복해왔다.

 

여러 통증이 동시에 생기는
밤에는,

 

신을 믿고

 

기도한다.

 

한 종류의 고통만
겪는 밤에는

 

난 무신론자다.

 

여기예요.

 

맞아요.

 

- 잔돈은 됐어요.
- 감사합니다.

 

- 고맙소.
- 안녕히 가세요.

 

누구세요?

 

알베르토? 살바도르요.

 

어떤 살바도르요?

 

살바도르 마이요.

 

무슨 일이요?

 

얘기 좀 합시다.

 

- 뭔 얘기죠?
- Sabor(향취).

 

들어가서 얘기할까요?

 

마실 거 드려요?

 

있는 거 아무거나 줘요.

 

차를 우리고 있었는데.

 

좋아요.

 

오, 저거 봐.

 

Sabor(향취)

 

이 포스터를 가지고
있다니 좋군요.

 

왜 온 거죠?

 

이 영화와 화해하는 데
32년이 걸렸어요.

 

32년이나...

 

아름답군요.

 

나무 이름이 뭐죠, 전나무?

 

소나무요.

 

32년이나 후에 찾아 온
이유나 말해봐요.

 

영화박물관이 Sabor를 복원했어요.

 

고전명작이라고 결정하고

 

마드리드에서 촬영된 영화 시리즈에
포함시키기로 했대요.

 

우리 둘이 소개할 수 있는지
전화가 왔었오.

 

개봉 후에 우리가 멀어진 걸
모른대요?

 

알았다면 연락 안했겠지.

 

알베르토.

 

가십은 늙어가는 법이지, 사람들 처럼.

 

- 이봐요, 앉아서 이야기할까?
- 좋아요, 앉아요.

 

고맙소.

 

근데 왜 이제와서
같이 소개하자는 거죠?

 

개봉 때
당신이 소개하지 않았으니까.

 

당신이 못하게 했잖아, 이 호모영감.

 

그러니까 이번엔
같이 하자는 거요.

 

내 주소는 누가 가르쳐줬오?

 

줄레마.

 

우연히 만나서 당신 얘길 했지.

 

이봐요, 난 헤로인을 좀 할 건데
보기 싫으면 가요.

 

그리고 영화박물관 건은
전화로 이야기하자구요.

 

나도 좀 할 수 있오?

 

살바도르, 당신은 참 모를 사람이요.

 

- 처음이죠?
- 그래요.

 

왜 헤로인을 하려는 거요?

 

그냥, 호기심에서.

 

뭔가 알아본다는 거죠?

 

그 약 방울, 약 방울.

 

살바도르.

 

살바,

 

살바!

 

와서 좀 도와줘.

 

엄마, 소설을 찾았어요.

 

그래, 저기 둬.

 

여기 좀 잡아.

 

여기선 휴일인 줄
도대체 내가 어떻게 알았겠어?

 

우리 마을은 휴일이 아니잖아.

 

나도 몰랐어요.

 

기가 막힌 밤을 보내게 생겼구나.

 

미치겠네.

 

초콜릿 뜯어라, 살바도르.

 

알았어요, 엄마.

 

엄마, 카드가 두 장 들었어요.

 

그냥 둬, 지금은 식사나 하자.

 

리즈 테일러와 로버트 테일러예요
남매래요?

 

그런가 보다.

 

자 먹어라.

 

세상에나, 얘야.

 

우리 꼴이 짚시 같구나.

 

난 역이 좋아요.

 

넌 몽상가야, 누굴 닮았는지 모르겠구나.

 

잘 덮어라, 아프지 말고.

 

아이구, 구멍이 토마토만 하네.

 

여태껏 못봤는데.

 

줘봐, 꿰매줄께.

 

이거 봐라, 달걀로 꿰매는 거야.

 

저만치 더 가서, 자거라.

 

아빠가 군대에서 방탄복을 꿰매고

 

수선하는 법 배웠다는 거 들어봤니?

 

아주 선수였단다.

 

나도 군대 가게 될까?

 

가야 할 거다.

 

군대 가기 싫어요.

 

나도 보내기 싫다. 쓸데 없는 거야.

 

- 엄마.
- 왜?

 

리즈 테일러가 로버트 테일러 양말
꿰맬까요?

 

글쎄, 몰라.

 

사진으로 보면 리즈 테일러가
바느질 좋아할 것 같지 않더라만.

 

괜찮아요?

 

숨쉬는 거 까먹지 말아요.

 

알았어요.

 

세상에, 기가 찬 밤이었네요.
못 도착할 줄 알았어요.

 

그니까 준비될 때까지
며칠 기다리랬잖아.

 

- 당신 어머니 우리가 지겨운가 봐요.
- 그런 얘기 하지 마.

 

사흘 전에 뭐라신 줄 알아요?

 

"이달에 빵값이 엄청 많이 늘었구나."
믿어져요?

 

신경쓰지 마. 어떤 분인지 알잖아.

 

누구에게 짐되기 싫다구요.

 

그래서 바로 그날 짐을 싸서
이리 온거예요.

 

살바, 살바, 이리 와.

 

- 그럼 혼자 있고 싶은 거예요?
- 하친타, 그런 말 마.

 

내말은, 며칠만 기다릴 수 있지 않았냐는 거지.

 

- 아직 더 가야 해요?
- 아니.

 

여기야.

 

여기가 우리 집이예요?

 

지붕 위야.

 

지붕 위라뇨?

 

지붕 위.

 

- 동굴 아녜요?
- 내 능력으로 최선이야.

 

- 세상에, 베난치오, 동굴이라뇨?
- 살바, 자 가자.

 

어떻게 동굴에서 산단 말예요?

 

300 가구 이상이 동굴에 살아.
이 마을에선 보통이야.

 

부끄러울 거 없어.

 

아빠 이게 우리집이예요?

 

그래, 그렇단다. 들어가자.

 

동굴이다!

 

세상에나.

 

마을을 떠나 이리 오자고 한 건
당신이었잖아.

 

우리 마을 사람들이 우릴 보면 뭐라고 할까?

 

흰 페인트를 아직 덜 칠했거든,
그래서 좀더 기다리라 한 거야.

 

모든 게 엉망이야.

 

아직 고칠 게 많아.

 

엄마, 봐요, 하늘이예요.

 

봐요.

 

치운다고 치워 놨어.

 

우리가 와서 기쁘긴 해요?

 

하친타, 다른 집을 구하려고 했어.

 

식구들을 동굴로 데려와 기쁘겠어?

 

다른 집이 없었다구.

 

괜찮아요.
내가 고쳐서 집처럼 보이게 할께요.

 

자.

 

그치만, 당신 엄만 정말...

 

애 앞에서
빵값 투정을 하시다니.

 

봐요, 애가 좋아 하잖아요.

 

너무 심각해 하지 말아요.
못생겨 보이잖아요.

 

아빠, 비로 쓸까요?

 

아뇨, 택시 부르려구요...

 

잠깐만요.

 

- 주소가 뭐였죠?
- 폰톤가 89번지.

 

폰톤가 89번지요.

 

산 로렌조 데 엘 에스코리알, 맞아요.

 

목적지는 파세요 델 핀토르 로살레스 108번지요.

 

예 마드리드 맞습니다.

 

좋아요, 15분 후, 감사합니다.

 

- 영화박물관 건은 해결된거죠?
- 예.

 

3주 후 18일날이요.

 

- 벌써 뭘 입을까 생각 중이라구요.
- 좋아요.

 

그래도 그전에 이야기해 봐야죠?

 

- 그래요.
- 자 뭐해요?

 

노파들 처럼 작별 키스 안해요?

 

함께 약도 한 사이잖아요.

 

오케이, 오케이.

 

안녕하세요.

 

메르세데스 여사가
전화해 달랍니다.

 

- 여보세요.
- 나예요.

 

살바도르 씨
영화박물관 이야기 사실인가요?

 

그래요 맞아요.

 

내게 미리 알려주셔야죠. 너무 무시하지 마시고.

 

얘기하려고 했어요.

 

Sabor를 상영하고
당신이 나온다니 좋은 일이긴 한데요.

 

질의-응답도 하기로 한 거 확실해요?

 

- 관객들이 꽉 찰거예요.
- 아뇨, 그건 됐어요.

 

난 그냥 이 작품이 지난 30년을
견뎌왔는지 알고 싶을 뿐이요.

 

믿어도 괜찮아요.

 

허나, 혹시 안 가시겠다면
미리 말씀해주세요, 조정할께요.

 

취소하려면 닥쳐서보다는
지금이 나으니까요.

 

알았소, 바이.

 

지금 가려는데요, 시키실 일 없나요?

 

- 없어요, 고마워요 마야. 내일 봐요.
- 낼 뵐께요.

 

"나는 죽음이 목도한
가장 외로운 사람이었다.

 

나는 호아네스가
있던 방으로 들어갔다.

 

그는 뒤척거리고 몸을 웅크려
내 자리가 없었다.

 

내가 자리를 만들려 하면
그가 깨어나서 우리는 사랑을 나누었다.

 

그러나 외로움은 늘 나와 함께 있어서
난 진심으로 섹스를 기대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 어느 커플보다 가까웠으나,

 

그것은 각자의 다른 세계 안에서이었다."

 

안녕하세요, 문 안열어주려 했나요?

 

누가 올 줄 몰라거든요,
그리고 두통이 심해서...

 

- 싫으면 갈께요.
- 아니, 예까지 왔는데.

 

이렇게 살아요?

 

- 이렇게 어둡게?
- 두통이 심할 때는 그래요.

 

불쌍하기도 해라, 집이 근사하네요.

 

뭐 마실래요?

 

아무 술이라도요.

 

멋있군.

 

무슨 일예요? 어떻게 해드릴까? 무슨...?

 

코로 숨을 쉬어봐요.
코로요.

 

코로...

 

잠깐, 잠깐, 물.

 

진정해요, 자요.

 

잠깐, 숨을 쉬어봐요.

 

자, 마셔요.

 

조심해요, 마셔요, 천천히 천천히...

 

젠장! 난 그냥 목이 막혀요.

 

빌어먹을, 무서웠다구요.
당신이 숨막혀 죽는 줄 알았오.

 

괜찮아요, 자주 이래요.
지독해요.

 

중독

 

"극장에 관한 내 생각은 언제나
여름 밤의 산들 바람과 연결되어 있었다.

 

우리는 여름에만 영화를 봤다."

 

영화는 커다랗고 하얀
페인트 벽에 상영되었다.

 

특별히 내 기억에 남는 건
물이 나오는 영화들이다.

 

폭포, 해변,

 

바다의 끝바닥, 강과 분수들.

 

물 소리를 들으면
우리 꼬마들은 오줌이 몹시 마려웠다.

 

그리고 우리는 바로 거기에서
스크린의 양 옆쪽에 볼 일을 봤다.

 

내 어린 시절 극장은
언제나 지린내가 났다.

 

그리고 자스민 향기, 여름 산들바람 냄새도...

 

거기서 뭐 하는 거요.

 

당신 글을 읽어요.

 

방금 "중독"을 읽었죠.

 

읽으면 안되요.

 

당신은 정신이 없고,
난 뭔가를 해야 해서요.

 

먹어도 되죠?

 

예, 그래요.

 

와, 맛있겠네!

 

이봐요, 그 단편 소설 좋던데요.

 

그건 단편 소설이 아니요.

 

좋아요, 그게 뭐든.

 

그대로 무대에 올려도
되겠던데요.

 

- 고맙소, 헌데 그건 드라마 작품이 아니요.
- 관계 없어요.

 

내가 해석하죠 뭐.
드라마가 뭔지 잘 아니까.

 

당신이?
당신은 그 작품과 정 반대 성향이라구.

 

까먹으신 모양인데, 난 배우요.
그리고 고통 연기는 내 전문이고.

 

살바도르, 나 다시 연기해야 해요.

 

무대에서 내려온지
너무 오래됐어요.

 

지금 미라도르 극장과
얘기 중인데요.

 

아주 작은 극장이긴 해요,
격도 많이 떨어지고...

 

장 콕토 Le Bel Indifferent(냉담한 미남)
올리려구요.

 

다른 사람들과 한 번
해볼까 해요.

 

근데, 솔직히 말해
당신 작품이 훨씬 좋아요.

 

한 작품만 줘요.

 

- 감독에게 보여주게요.
- 알베르토, 그만 그만.

 

이해가 안되요.
도대체 쓰긴 왜 쓴거요?

 

잊어버리려고 썼지,
그 이야긴 그만 해요.

 

약 남은 거 이리 줘요
여깄어요.

 

내가 마약상인가? 여깄소.

 

이거 줄께요.

 

근데 조심히 다뤄요.

 

신상품이지만 위험하거든.
당신은 너무 예민하고.

 

이봐요, 미라도르 극장 건
생각 한번 해봐요.

 

예, 그래 그래요.

 

- 두통은 없어졌나요?
- 말끔히.

 

- 봤죠?
- 그래요.

 

오고 있을까요?

 

모르죠. 당신이 준비했잖아요.

 

이해할 수가 없네.
복원본 보고 좋아 했는데.

 

- 화장실 어디죠?
- 왼쪽입니다.

 

전화해 보지 그래요?

 

- 질문 시간 있죠?
- 예, 그럼요, 감독님 오고 계세요.

 

알았어요.

 

영화박물관이요.

 

그래, 알았어요.

 

환장하겠네.

 

다 준비해놓고
안가다니...

 

이 자켓 빌리느라고
얼마나 애썼는데.

 

당신은 가봐요.

 

어떻게 혼자 가요?

 

- 내 꼴은 보이기 싫어요.
- 어때서요?

 

미인 대회 나가는거 아니라구요.
겨우 질문받는 거 아뇨?

 

마약에 쩔어 더듬대는 꼴
보이기 싫소.

 

무대에 올라가면 힘이 날거요.

 

전에는 잘했잖아요?

 

그건 옛날 얘기고
그땐 헤로인도 안했고.

 

- 살바도르 씨, 어디 계세요?
- 집에요.

 

아직요? 영화는 끝났고
관객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그래요?

 

여러분, 살바도르 마요 씨와
통화 중입니다.

 

우리 둘이 가려고 했는데...

 

알베르토 크레스포 씨와
함께 있습니다.

 

주인공 알베르토 크레스포 씨도
함께 있답니다.

 

이분들 들으시게
크게 박수 쳐주시면 오실지도 모릅니다.

 

- 모두 듣고 있나요?
- 예, 살바도르 씨.

 

관객들께 사과드립니다.

 

가려는 차에 갑자기
몸이 불편해서요.

 

지금 알베르토 크레스포 씨와
함께 있습니다.

 

여기서 나랑 함께
있었습니다.

 

살바도르 씨, 잠깐만요.

 

어떤 분이 손을 들었는데
뭔가 질문이 있는 것 같네요.

 

감독님께 간단한 질문 드립니다.

 

마요 씨, 영화에서 크레스포 씨의
배역 해석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감독님이 좋아하지 않아서
둘이 불화가 생겼다는 말이 있는데요.

 

살바도르 씨, 질문 들으셨나요?

 

예, 들었어요.

 

Sabor 이후 둘이 다퉈서

 

다시 만나지 않는다는 기사를 봤는데...

 

근데... 세월이란 게 참 신비합니다.

 

한 달전에 영화를 다시 봤는데
알베르토의 배역 해석이

 

개봉 때보다 많이 좋아보였어요.

 

그 때 어떤 점이 싫으셨는지요?

 

무거움,

 

지나친 리듬감 등이요.

 

내가 그렸던 건
역동적인 개성,

 

웃기면서도 냉소적인
코카인 중독자였는데

 

알베르토는 내가 원했던
경박함이 없었어요.

 

그가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역할과 반대되는
마약을 복용해서 그래요, 헤로인 말예요.

 

그리고, 그 연기의 리듬이

 

너무 진지해서
내 텍스트의 유머감이 사라져버린 거죠.

 

그러나 냉정히 말하죠. 지금은
그 진지함이 그 역할에 맞는거 같아요.

 

진지함이 그에게
존재감을 주죠.

 

어떻게 이럴 수가...

 

그런 얘기 하려고 안했는데,
이리 돼버렸소.

 

조심해요, 알았소?

 

다시 날 모욕하기만 해봐.

 

- 도대체 당신이 뭔데?
- 사실을 말한 거요.

 

영화 찍기 전, 약속했잖아?
헤로인 끊기로.

 

그 조건으로 배역을 줬는데
거짓말을 했어!

 

당신은 당신 맘대로 했고
언젠간 당신에게 말해야 했다구.

 

미친 놈!

 

- 메모 다 전해드렸는데요.
- 됐어요.

 

계속 피하시네.

 

- 괜찮으신 거예요?
- 거의 안드시고 계속 컥컥대요.

 

뭐든 죽으로 요리하세요.

 

- 산책은 하시나요?
- 산책하시는 거 못봤어요.

 

집안은 돌아 다니세요.
복도요.

 

알았어요.

 

모카신은 좋아하지 않는데
현관에 웬 모카신이죠?

 

신으셔요, 수없이 많은
고급 테니스화 놔두고요.

 

마야, 신발 신겨드리는 거
괜찮다고 말씀드려봐요.

 

신발 끈 매기가
힘드실 거예요.

 

그럼요, 말씀드리죠, 메르세데스 여사.
근데 싫어 하세요.

 

쑥스러우신가 봐요,
안타까워요.

 

어째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냥, 웃고 잘 챙겨드려요.

 

이상한 일 있으면 내게 전화하세요.

 

메르세데스 여사, 여기 모든 게 이상해요.

 

그래요.

 

도와 드려요?

 

잘 모르겠소.

 

뭘 찾으시는데요?

 

헤로인 두 봉지.

 

10 유로요.

 

- 10 유로?
- 예.

 

저급품 말구요.
질이 좋으면 또 오죠.

 

돈이나 주세요.

 

- 아니, 아니, 물건을 가져와야지.
- 돈 먼저 줘요.

 

여기서 기다리세요.

 

덤벼, 죽여 버릴거야, 덤벼!

 

- 덤벼!
- 싸워 볼래?

 

호모 자식, 덤벼봐!

 

- 이 호모자식!
- 덤벼, 죽여버릴거야, 덤벼!

 

이리와, 덤벼.

 

이리 덤벼보라구.

 

쟤 좀 봐.
저렇게 어린 애가 책을 읽네.

 

꼬마야, 쓸 줄도 아니?

 

예.

 

얼마 주면 빌바오에 있는
우리 고모한테 편지 써줄래?

 

모르겠어요.

 

무슨 일이니?

 

아드님한테 편지 한장
써달라고 부탁하려구요.

 

내 남자 친구는
글을 모르거든요.

 

하루 종일 일하는데
글을 언제 배워?

 

쓸 데 없이 그림 그리는
시간은 있고?

 

- 벽돌공이에요?
- 예, 페인트칠도 해요.

 

이리 잘생겼는데 글을 모르다니
부끄럽겠네.

 

우리 살바도르가
글 가르쳐줄 수 있어요.

 

그치?

 

일 끝나고 저녁에 배워요.

 

편한 시간에.

 

- 산수도 가르쳐줄 수 있니?
- 예.

 

물론이죠.
셈을 배워야 속지 않죠.

 

요즘 세상에 글을 모르면
뒤쳐져요.

 

편지 쓰게 펜과 종이
가져 올께요, 알았죠?

 

- 얼마나 드리면 되죠?
- 그냥요, 아가씨, 그냥.

 

벽돌공이라니...

 

우리 부엌 마무리 좀 해주고
벽칠 좀 해줄 수 있죠?

 

- 아무때나요.
- 일요일만 가능한데요.

 

일요일이라... 좋아요.

 

대신 우리 살바도르가
글과 셈 가르쳐줄 거고...

 

오늘 편지는 무료구요.

 

감사합니다.

 

A, B, C,

 

CH, D...

 

에두아르도, 개수대는 언제 놓을거예요?
전부 양동이에서 씻어야 하니.

 

벽칠부터 먼저 끝내구요.

 

아니, 개수대가 급해요.

 

이런 벽은 익숙하고.

 

살바도르가 숙제를 너무 많이 내줘서
시간이 없어요.

 

살바도르?

 

글을 배우려면

 

- 알파벳부터 외워야 해요.
- 알았어.

 

자, 에두아르도, 다시 해봐요.

 

A, B, C,

 

CH, F, J...

 

에두아르도, 그게 아녜요.

 

F, G, H, I, J, K 라구요.

 

- 아깐 잘했잖아요.
- 뭔 글자가 그리 많지?

 

그만 툴툴거려요. 원래 많은 거예요.

 

아니, 그렇게 잡는게 아녜요.
연필 이리 줘봐요.

 

이렇게 잡아요, 알았죠?

 

해봐요.

 

- 이렇게?
- 그래 맞아요.

 

아니, 그렇게 꽉 잡을
필요 없어요.

 

손에 힘 빼고, 내가 같이 쓸게요,

 

- U...
- U...

 

약간 긴장되네.

 

괜찮아요, 많이 좋아졌어요.

 

- 그리는 거 좋아하죠?
- 엄청.

 

그럼 쓰기도 쉽게 배울거예요.

 

쓰기나 그리기나 같거든요,
글자를 그리는 거니까.

 

이제 혼자 해봐요.

 

됐네.

 

문장을 읽어봐요.

 

"어떤...

 

신성한...

 

가톨릭...

 

사도국가."

 

"어떤, 신성한, 가톨릭, 사도국가."

 

이게 누구래?

 

스페인이잖아요?

 

이제 한 번에 써봐요.

 

됐어요, 에두아르도.
이제 더 빨리 쓰네.

 

사방 군데서 초청장이 왔네요.

 

- 밖에 나가 다녀도 괜찮을 거예요.
- "세실 비튼."

 

- 원하시면 같이 다닐께요.
- 그러면 좋겠소.

 

댄스 철이 시작되었어요.

 

디미트리스 파파야누 감독과 얀 파브르 감독도
카날 극장에 온다네요.

 

난 일반 극장 좌석이
제일 불편해요.

 

그렇다고 중간에 나오기도 뭐하고...

 

갈린도 박사 만났어요?

 

아뇨, 의사들 지겨워요.

 

그럼 진통제 옥시코돈은 어디서 난 거죠?

 

친구가 구해줬어요.
그 친구 어머니가 약사거든.

 

누가 이 책을 보냈네요.

 

"반(反)문화를 끝장내는 법."

 

누가 알아?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페레즈 비얄타
회고전 쓸 그림 두 점 빌려달래요.

 

안돼, 안된다고 해요.

 

그 작품들이 내 유일한 친구요.
내 동거인 격이란 말요, 메르세데스.

 

잠깐만요.

 

안녕하세요.

 

말씀하세요.

 

예.

 

예, 듣고 있어요.

 

끊어요.
통화 곤란해요.

 

내가 어딨든 상관말아요.

 

뭔 일 있어요?

 

아뇨.

 

루이스와 이혼해요.

 

문제가 있는지 몰랐네.

 

신경쓰시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문제는 오래 전부터 있었는데,

 

이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으니까,
계속 나 자신을 속일 수가 없어서요.

 

몰랐어.

 

자, 그러니 실례가 안된다면

 

계속 감독님 메일이나
체크할께요.

 

사람들이 답을 듣고 싶어하니까요.

 

항상 답은 "노"예요.

 

그래도 뭔가는 하셔야죠.

 

시간이 너무 많아서
건강을 걱정하는 거예요.

 

머리에도 뭔가 채워줘야죠.

 

나도 뭔가 하고 싶어요, 메르세데스.

 

글 쓸 수 있잖아요.

 

개발할 아이디어 적어놓은 게
수도 없이 많잖아요? 목록 만들어 드릴께요.

 

아뇨,
촬영하지 않을 건 안써요.

 

이 상태로 촬영 못하는 거
잘 알잖아요?

 

영화제작 없는 삶은 무의미해요.

 

지금 상황이 그래요.

 

전화하세요, 알았죠?

 

- 무슨 일이건 있으면 전화하세요.
- 알았어요.

 

하친타,

 

동굴이 참 예쁘네요.

 

오 햇빛 좀 봐, 기가 막히네.

 

가끔 비가 들쳐요.

 

하친타, 이기적이네요.

 

비는 필요하잖아요.
농촌, 농부들 생각해봐요.

 

- 그건 사실이죠.
- 그럼요.

 

좋아 살바도르, 저...

 

9살 짜리가 글 가르쳤다는
엄마 얘길 듣고,

 

"하나님을 위한 애구나" 생각했단다.

 

항상 또래 애들보다 빨랐어요.

 

- 살바도르, 가르치는 게 좋으니?
- 예.

 

- 공부도 하고 싶겠지?
- 예 많이요.

 

왜?

 

더 많이 알고
더 많이 가르칠 수 있게요.

 

좋아.

 

좋아요, 이게 바로 소명이라는 거죠.

 

호세 마리아 신부님께 부탁드려
돌보게 할께요.

 

정말 고맙습니다.

 

살바도르, 내년에 신학교에 가서
고등학교 과정 공부할 거란다.

 

점잖게 행동해야 해.
넌 장학생이니까.

 

- 장학금 확실한 거죠?
- 그럼요.

 

걱정 말아요.

 

내 체면 깎는가 볼거다.

 

생각해 봐, 넌 선택된 거야.

 

자, 이젠 갈께요.
다른 데 들러야 해서요.

 

- 주스 더 드시죠.
- 아니 됐어요. 맛있네요.

 

잘 있어, 살바도르.

 

벽에 흰페인트 마무리하니
멋져요, 하친타.

 

- 그래요? 좀 나아졌어요.
- 예쁜데요.

 

사실은.
당신이 부러워요.

 

제가요?

 

그럼요, 초기 기독교인들 처럼
카타콤에 살잖아요?

 

예, 그래요.

 

일요일에 가서 바느질해야죠?

 

그래요, 기다릴께요.

 

- 고맙습니다.
- 좋아요.

 

- 엄마.
- 그래, 왜?

 

신학교는 신부가 되는 곳이죠?

 

그래.

 

엄마가 토르티야 만들어 줄까?

 

아구 예뻐라!

 

신부님 되기 싫어요!

 

신부님 안돼도 돼.

 

근데 왜 신학교에
가라는 거죠?

 

가난한 사람이 공부하려면
그 방법 밖엔 없으니까. 알았니?

 

그럼 내가 어쨌으면 좋겠니?

 

살바도르.

 

살바도르!

 

살바도르!

 

저 녀석이...

 

살바도르! 당장 내려 와!

 

- 내려 와.
- 신학교 가기 싫단 말예요.

 

고등학교 과정 끝나면 나올 수 있어.

 

네 장래를 생각해보자꾸나.

 

그래야 아빠 처럼 살지 않지.

 

학교 가기 싫어요.
여기서 그냥 살래요.

 

얘야, 여기서 뭐 할건데?

 

여기서 뭐 할거냐고?

 

등골 빠지게 밭일 하거나 집지어?
그러고 싶니?

 

신부님 되기 싫단 말예요.

 

"내게 삶은 쓸모 없는 약처럼 역겹다.

 

그때, 이 지겨움을 치워버릴

 

단순한 의지만 있다면
이 지겨움에서

 

벗어나는 게 얼마나 쉬운 일인가를
분명하게 알게 된다."

 

누구요?

 

- 나요.
- 꺼져!

 

- 안 가면 경찰 부를거요.
- 알베르토, 협상합시다.

 

"중독" 해석하게 해주겠소.

 

안 믿어요.

 

- 꺼지란 말요. 나 바빠요.
- 진짜라니깐.

 

이거 봐 한 카피 가져왔단 말요.
문 좀 열어봐.

 

거짓이면, 안 그래도 구부러진 허리
꼽추로 만들어 줄테니까.

 

뭐, 단식투쟁이라도 하는 거요?

 

미라도르 극장에서 장 콕토
연극할 생각 아직 있오?

 

그래요.

 

헌데, 회의가 많이 들어요.
텍스트는 좋은데 구식이 돼버려서.

 

"중독" 준다면
전력을 다해 볼께요.

 

물론 극장 측에는 알려야겠죠.

 

여깄소.

 

왜 맘이 바뀌었죠?

 

다시 들여다 봤는데,
당신 말대로...

 

- 차나 한 잔 줘요.
- 그러죠.

 

다른 건?

 

내 이름 크레딧에 올리기 싫소.
내 작품이라고 말하지 말아요.

 

- 어디든 드러나기 싫으니까.
- 알았어요. 내 연기 감독은 해줄거죠?

 

아니, 아니요.

 

- 해주면 좋을텐데.
- 아니, 안돼.

 

극장 측에 줘서 읽어보라 해요.
관심있는가 보게.

 

내 이름은 대지 말구요.

 

- 그럼 작가는 누구죠?
- 당신이.

 

아님, 익명을 하나 만들던지.

 

아니, 아뇨. 내가 사인할께요.
그치만 이해가 안되네요.

 

일종의 참회 텍스트라,

 

- 나를 안 드러내면 해요.
- 좋아요.

 

무대장치 말인데요.

 

스크린 하나, 의자 하나 말고는

 

빈 무대였으면 좋겠소.

 

손과 팔로 어떻게 할지
모르면 말요...

 

내 팔, 내 손으로 어떻게
할지는 내가 잘 알아요.

 

수정된 걸 보니.,,

 

맞아요, 약간 멜로드라마 풍이 됐소.

 

걱정 말아요,
멜로드라마도 잘 하니까.

 

멕시코에서 했던 연속극이
도움이 되겠죠.

 

지금 내 얘기가 그것 때문이요.
감상주의는 피해야 해요.

 

감정을 억제하고, 울지 말아요.
배우들은 틈만 나면 운다니까.

 

잘 우는 사람이 아니라
눈물을 참는 사람이 좋은 배우란 말이오.

 

키스해 드리리다, 호모 영감.

 

이봐요, 당장 작업 시작해야겠어요.

 

원하시면 얼마든지 여기 편히 있어요.

 

그나저나, 내게 80년대 이후 잡지가 많은데
몇 잡지에 당신이 실렸더군요.

 

여자같이 차려입고.

 

- 그런 건 쉽게 잊어버리는군요.
- 오케이, 우선 그것 좀 줘봐요.

 

판매상 주소도 내게 알려주고
내가 직접 가지러 간다고 해요.

 

그럴 필요 없어요. 당신 집까지
배달해 줄테니까, 피자배달 처럼.

 

라이터.

 

여깄어요.

 

- 아니, 아직은요.
- 왜요?

 

일할 수 있을 만큼
약을 줄여야죠.

 

할 수 있겠소?

 

어떻게 내가 살아 남았겠소.

 

들락 날락...

 

그건 노예나 마찬가지요.

 

이번 연극은 내게 생명줄이예요.

 

그러니 되도록 맑은 정신으로 해야죠.

 

당신이 이 작품에 불어넣은 감정

 

티끌 하나도 잃고 싶지 않아요.

 

공연 보러 올거죠?

 

몰라요, 안갈 거 같아요.

 

이번엔 셰익스피어나, 체홉,

 

로르카를 연기하는 게 아니라.

 

당신을 연기하는 거요.

 

당신 연기가 잘못 되면
내가 끔찍할 거요.

 

잘 되면, 더 끔찍할 거고.

 

"내 어린 시절 극장은...

 

언제나 지린내가 났다."

 

그리고 자스민 향기,

 

여름 산들바람 냄새도.

 

난 마르셀로를
북적이는 목욕탕에서 만났습니다.

 

그 때 그를 처음 본 건 아니었죠.

 

허나 그날 밤,

 

무심코 서로를 닦아 준 이후....

 

그 애를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우린 주말 내내 침대에서 보냈고

 

그리고 가는 줄 모르게
1년이 지났습니다.

 

이제 우리는 서로 떨어져서는
살 수 없게 되었습니다.

 

1981년,

 

마드리드는 온통 우리 것이었습니다.

 

어느 날, 마르셀로는
전보다 창백해 보였습니다.

 

그즈음, 그가 여위어 갔고

 

눈 밑엔 다크서클도 생겨서

 

어디 아프냐고 물었죠.

 

그는 헤로인을 복용하기 시작했다고
고백했습니다.

 

난 헤로인은 해본 적이 없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코카인을 마시거나 흡입하기는 했지만

 

헤로인은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건 좋지 않은 거라고 생각했고
좋아하지도 않았거든요.

 

정신없는 세월이었습니다. 밤 생활에 대한
칼럼도 맡고 있었고, 음악 쇼에도 나갔죠.

 

풍자적인 펑크 악단에서 노래도 하고
첫 번째 영화를 준비하고 촬영했습니다.

 

첫 영화를 배급하고 성공했죠.

 

곧 두번째 영화를 써서 찍었습니다.

 

수 천가지 일을 했죠, 잠은 못잤고...

 

그러는 동안 마르셀로는
집 소파에 늘어져 있거나

 

화장실에 갇혀 있거나

 

집 바깥에 내가 모르는
어디엔가에 갇혀 있었습니다.

 

난 창문과 침대를 왔다갔다 하며
밤을 지샜습니다.

 

문 소리가 나기를
기다리며 말이죠.

 

미라도르 극장 - 연기학교

중독

 

투우사들 얘기처럼 마드리드는

 

살기 힘든 곳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린 여기저기 떠돌았습니다.

 

마드리드를 벗어나려구요.

 

처음 며칠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마르셀로가 금단현상에서
회복되는 동안 나는 그를 돌보며

 

글을 썼습니다.

 

어떻게 썼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썼습니다.

 

마르셀로는 젊어서
금단현상은 며칠 가지 않았죠.

 

이후엔 밖에 나가
애들처럼 길에서 놀았습니다.

 

아이보리 코스트가 생각나네요.

 

수십명의 우람한 젊은이들이
강에서 빨래를 하고 있었습니다.

 

자동차 타이어를 띄워놓구요.

 

아바나의 말레콘입니다.

 

밤이나 낮이나,

 

이 오랜 도시는 끊임없는 타악기 리듬에
맞추어 감미롭게 춤을 춥니다.

 

멕시코 시도 기억합니다.

 

우리 둘은 차벨라 바르가스가 부르는

 

"La Noche de mi Amor (내 사랑의 밤)"을 들으며
술을 마셨습니다.

 

내가 바라는 건

 

귀항선의 기쁨이라네

 

수 천개 환희의 종이 울리는 귀항...

 

마드리드와 헤로인에서
벗어나려던

 

그 여정들이

 

내 최고의 스승이 되었습니다.

 

이 여행에서 얻은 영감으로

 

몇 년후에 작품들을 쓰게 됐고

 

작품의 색깔들도 여행에서 얻었습니다.

 

허나 여행으로 삶을 허비할 순 없었고

 

곧 마드리드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마드리드는 여전히 지뢰밭이었고
막다른 길이었습니다.

 

나는 절망했고 뭘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예전 같은 삶을 살 수밖에...

 

3년이란 세월을 우리는
옛 생활을 반복했습니다.

 

내 사랑의 힘으로
그의 약중독을 물리칠 줄 알았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사랑이란 항상 충분한 게 아닙니다.

 

사랑으로 산을 옮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사랑하는 이를 구원할 만큼
충분하진 못합니다.

 

어렸을 적 영화가 상영되던
흰페인트 벽 아래서

 

나는 주인공들에게
나쁜일이 안 생기라고 기도하곤 했습니다.

 

허나 내 기도는 성공하지 않았습니다.

 

나탈리 우드에게도 마릴린 먼로에게도...

 

그 땐 내자신과 마르셀로를
구원하려 애썼습니다.

 

마르셀로가 자신을 구원했다면
그건 나와 상관없는 일이고

 

나 자신은 마드리드에 남았습니다.

 

그리고 날 구원한 것은
영화였습니다.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들어와요.

 

안녕.

 

안녕.

 

안녕하세요.

 

들어 오세요.

 

- 우리 아는 사이던가요?
- 그래요.

 

기억 못하겠는데요.

 

옛날에 당신이 마요 감독과
"Sabor" 준비할 때...

 

- 죄송한데, 기억이 없어요.
- 두 어번 만났죠.

 

페데리코입니다.

 

아까 1인극에서 마르셀로가 납니다.

 

- 연극 좋았어요?
- 잘 모르겠어요.

 

"좋다"기 보다는
충격적이었어요.

 

- 객석에서 눈물 흘렸던 사람이군요?
- 예, 맞아요.

 

앉으세요.

 

물어볼 게 있는 모양인데...

 

살바도르 살아 있나요?

 

극 어땠어요.

 

좋았어요, 매진이었구요.

 

극장이 너무 작아서 유감이죠.

 

더 낫지. 관객과 더 가까우니까.

 

대단히 가까운 관객이 찾아왔었어요.

 

누가?

 

극 보러 오기로 하면
말해줄계요.

 

가까운 관객이 누구냐고?

 

페데리코

 

어떤 페데리코?

 

페데리코 델가도.

 

당신의 마르셀로 말이예요.

 

분장실로 날 찾아 왔었어요.

 

- 대본 내용을 알아보던가요?
- 모두 다요.

 

전화번호, 주소 묻던데요.

 

- 다른 얘기 안했죠?
- 안했어요.

 

헤로인 한다는 말 안했어요.

 

고맙소. 언제 한 번 가서 보리다.

 

Right.

 

수신전화
거부 - 통화

 

아르헨티나 국제전화

 

살바도르?

 

- 예.
- 당신 맞아요?

 

목소리를 못알아 보겠군요.
페데리코예요.

 

페데리코.

 

마드리드에 있어요.

 

무슨 일이야?

 

상속 문제로 변호사 만나러 왔어요.
낼 저녁 떠나요.

 

한 번 봤으면 해서요.

 

나도 만나고 싶어.

 

이미 잠자리 들었으니

 

낼 만날까?

 

정오 괜찮아요? 오후엔
변호사와 약속 있거든요.

 

좋아, 그러지.

 

어떻게 지내나 안 물어봤네요.

 

늙었지.

 

아, 나보다 한 살이 아니라
다섯 살 위죠?

 

자넨, 어때?

 

지금은 훨씬 나아요.

 

극장을 떠날 땐 황폐했었죠.

 

중독 보러 갔었어요.

 

- 어떻게 알고?
- 우연히요.

 

우리 살던 거리 보려고 엠바하도레스 거리를
산책하다 우리 집 앞을 가봤죠.

 

그래...

 

극장이 그 길 위쪽에 있으니까.

 

알베르토 크레스포가 당신 영화에
출연한 기억이 있어서 시간 보내려 간 거예요.

 

근데 갑자기 자네가 극 중에...

 

예, 갑자기요.

 

어떻게 용서를 빌어야 할지 모르겠네요.

 

당신이 어떤 감정이었는지,

 

얼마나 고통받았는지 몰랐어요.

 

좋은 경험이었지.

 

뭐라구요?

 

사과할 필요 없다는 얘기야.

 

내가 원하지 않는 걸
한 적은 없으니까 말야.

 

그냥 도우려고 했어.

 

- 할 수 있는 껏.
- 그래서 감사해요,

 

언젠간 감사하단 걸
보여주고 싶어요.

 

이봐, 이러고 나서
잠이 올 것 같지 않아.

 

씻고 옷 입게
20분만 기다릴래?

 

우리 집에서 보게.

 

좋아요, 알았어요.

 

예?

 

- 페데리코예요. 문 좀 열어줄래요?
- 알았어.

 

정말 오랜 만이다, 개자식.
이리 와봐.

 

그래요.

 

진짜 오래됐네.

 

길에서 만났으면
알아 봤겠어요?

 

정신 써서 봤어야겠지만, 알아 봤을거야.

 

여전히 눈은 그대로군.

 

- 깨워서 미안해요.
- 아니, 아니, 들어와.

 

박물관 같네요.

 

버는 쪽쪽 이 집과
그림에 투자했지.

 

- 이따 구경시켜 줄께.
- 그래요.

 

- 뭐 마실래?
- 아무거나요, 테킬라 있어요?

 

좋아, 테킬라.

 

차벨라를 위하여.

 

일인극에서 차벨라 얘길할 때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 좋아.

 

테킬라로 차벨라와

 

- 우리 재회를 축하하지.
- 예.

 

집이 멋져요.

 

지금 어디 살지?

 

부에노스 아이레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삼촌이 있었지.

 

맞아요, 85년에 거기로 갔어요.

 

- 그렇게 일찍?
- 예.

 

자세한 얘기 지금 할까요
축하주 마시고 할까요?

 

- 건배.
- 건배.

 

얘기해 봐.

 

우리 헤어지고는
부모님과 1년 살았죠.

 

그 땐 헤로인 유통이
아르헨티나 거치지 않을 때죠.

 

그래서 삼촌네 집으로 가서
삼촌 식당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헤로인이란 게 없었으니까
복용도 안했구요.

 

그게 헤로인에서 벗어나는 최선이었죠.

 

그리고 내 아내 루크레시아를 만났어요.

 

결혼도 했구요.

 

아들 둘 있는데 다 컸어요.

 

내 식당도 운영하고...

 

그동안 부모님 뵈려고
갈리시아에 온 적만 있어요.

 

마드리드는 이번이 처음이구요.

 

일인극에서 당신 말대로
마드리드는

 

내게 힘든 곳이 되었어요.

 

지뢰밭이요.

 

마드리드 살다니
안됐네요.

 

내겐 마드리드가 필요했어.

 

자네도 필요했지.

 

물론 옛날 상태론 아니지만 말야.

 

"사랑은 사랑하는 이를 구원할 만큼
충분치 않다", 일인극에서 말했잖아요.

 

일인극 얘긴 하지 말자구.
텍스트가 너무 슬퍼.

 

나를 돌보면서도 작가와

 

영화제작자로 성장했다는 이야기가

 

위안이 됐어요.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었어요?

 

페데리코, 자네가 방해된 건 없어.

 

그 반대지.

 

지금까지의 내 삶을 채운 건

 

다른 게 아니라 바로 자네라구.

 

그래, 그 이후 마드리엔
안왔다구?

 

예.

 

허나, 계속 지켜보고 있었죠.

 

그리고... 내가 알 만한 장면이

 

나올 때는 기뻤어요.

 

당신 영화 하나하나가
내 삶에 일어난 사건이고

 

당신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져서 자랑스러워요.

 

우리 가족이 아는 유일한
스페인 사람 영화감독이죠.

 

새로운 가족 말이지?

 

그래요.

 

가족들이 다른 건 아나?

 

우리 관계 말예요?

 

마누라 루크레시아, 아니 전처와는
이혼 수속 중인데

 

예, 얘기했죠.
근데 당신인 줄은 몰라요.

 

내가 마드리에 있을 때 3년 동안
어떤 사람과 동거했다는 건 알죠.

 

아들 한 애한테는 말했어요,
용기를 주려구요.

 

때가 되면, 당신이었다고
말하려구요.

 

영화광이라 당신이었다고 말하지 않으면
나중에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현재 파트너는 있고?

 

예.

 

당신은요?

 

아니, 없어.

 

- 여자야 남자야?
- 여자요.

 

남자와 경험은 당신이 끝이었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네.

 

칭찬이라고 생각하세요.

 

얘가 둘째 마우로예요.

 

얘가 페데리코예요.

 

22살이구요.

 

- 자네 많이 닮았구먼.
- 예.

 

얘한테 우리 얘길 했죠.

 

둘다 잘 생겼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와봐야 해요.
좋아하실 거예요.

 

분명히 영감도 얻을 거구요.

 

내 가족도 만나고

 

내 식당에서 식사도 하고 술에
취해봤으면 좋겠네요.

 

옛날을 생각하며...

 

오늘 저녁 여기 있을까요?

 

물론 그랬으면 좋겠지.

 

허나, 하나님 뜻대로 우리 사연은
이쯤에서 접지.

 

우리가 언제 하나님 신경썼나요.
우리 사연, 낼 아침 끝내도 되잖아요.

 

어쨌거나, 여전히 내게

 

매력을 느낀다니 기쁘구먼.

 

나도 마찬가지예요, 당신도
그런 거 같으니.

 

알았어, 됐어, 가지.

 

그래요, 갈께요.

 

당신이 옳아요.

 

항상 옳았죠.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온다고
했던거 잊지 마세요.

 

잘 가시게.

 

- 와 줘서 정말 고마워, 정말.
- 아까 얘기 확인하러 전화해 볼께요.

 

살바도르, 무슨 일예요?

 

- 메르세데스, 전화 괜찮아요?
- 예, 말씀해보세요.

 

빨리 갈린도 박사를
봤으면 좋겠는데.

 

- 뭘 드셨어요?
- 아무 것도 안먹었어요.

 

두 시간 전에 항불안제 한 알하고
테킬라 몇 잔 한 것밖에.

 

지금 처방 약 갈아서
요구르트에

 

섞어 마시려고 해요.

 

소화기내과 의사
예약할까요?

 

- 그래요, 되도록 빨리.
- 알았어요.

 

- 됐어요, 바이.
- 바이.

 

- 살바도르 마요 씨?
- 예.

 

이 쪽입니다.

 

- 고마워요.
- 예.

 

- 안녕하세요, 선생님.
- 안녕하세요, 들어 오세요.

 

통증 관리부
A. 갈린도 박사

 

진료시간 빼줘서 고맙습니다.

 

괜찮아요, 무슨 일이죠 살바도르씨?

 

등이 아파 죽겠어요.

 

옥시코돈은 더 이상 안들어요.

 

진통제를 바꿔야겠네요.

 

왜 빨리 안오셨죠?

 

- 기분이 별로 안좋았어요.
- 맞아요, 계속 우울해 했어요.

 

통증관리는 어떻게 하셨죠?

 

헤로인 쓰기 시작했어요.

 

- 계속 헤로인 하실 건가요?
- 아뇨. 그래서 왔어요.

 

얼마나 자주 하세요?

 

2, 3일 마다요.

 

요즘은 이틀에 한 번.

 

담배로 피웠어요.

 

- 최근엔 언제 하셨죠?
- 그제 저녁에요.

 

금단증상 겪을까요?

 

조금은요, 헌데 자상하고 계획적인
치료를 하면 괜찮을 겁니다.

 

자상하고 계획적인 치료요?

 

예, 그렇게들 불러요.

 

도와줄 사람은 있나요?

 

예, 있어요, 내가 돕죠.

 

헤로인 사용하지 않을 때는
통증을 어떻게 다스렸나요?

 

진정제 하고

 

의지력으로요.

 

좋습니다. 이미 헤로인 해악을

 

알고 계시니, 그 의지가 필요할 겁니다.

 

잊지 마세요.

 

팍시티비는 아직도 두통약으로
쓰고 계시네요?

 

예 다른 약도 많이 먹죠.

 

천식, 고혈압.

 

불면증...

 

근데 지금은 등 통증 좀
치료해주시고

 

먹고 있는 약들
정리 좀 해주세요.

 

편두통도 치료해야 하는데...

 

등 통증과 두통 때문에

 

완전히 장애인이예요.

 

알겠습니다.

 

살바도르 씨, 무슨 계획은 없으세요?

 

예, 삶의질 개선하는 거요.

 

아니, 작업 말예요.

 

계속 바쁜 게 좋을 텐데요.

 

하고 싶지 않으세요?

 

매일 생각은 하죠.

 

문제는 하고 싶고 말고가 아녜요.

 

영화제작은 육체노동입니다.

 

유감스럽게도 그런 거 할 상황이
못됩니다. 그게 문제죠.

 

- 더 한 사람들도 일하잖아요.
- 그래요, 알아요.

 

최근엔 능력이 안 됐어요.

 

4년 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2년 후엔 등 수술을 받았죠.

 

아직 그 둘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어요.

 

도와주세요, 선생님.

 

알았어요, 옥시코돈은 아편계 약으로 바꿀께요.

 

헤로인 하고 싶을 거예요.

 

정신 바짝 차리세요.

 

예.

 

약 처방하고
복용법 알려드릴께요.

 

나가서 좀 걸어도 될까요.

 

- 그래요, 그러세요.
- 나가보세요.

 

- 고맙습니다, 선생님.
- 예.

 

- 좋아요, 자...
- 다른 문제가 있어요, 선생님.

 

다른 문제라뇨?

 

자주 목이 막혀서 숨을 못쉬어요.

 

한 시간 전에도, 병원 오는 도중에

 

물 한모금 마셨는데,
죽는 줄 알았어요.

 

소화기내과에서
내시경 검사를 받았는데

 

식도를 누르고 있는
혹을 발견했대요.

 

그래서 자주 목이 막히는데
그 혹이 뭔지 아직 모릅니다.

 

- 본인도 내시경 결과 아나요?
- 아뇨.

 

확진을 위해 의사 선생님이
CT 촬영을 하라고 했는데

 

소화기내과에선 종양일
가능성도 있대요.

 

어째야 하죠, 말해 줄까요?

 

아니, 아뇨.
이틀이라도 불안을 덜어 주세요.

 

CT 결과 나오면
전화 주세요.

 

그럴께요.

 

메르세데스.

 

그 상자 좀 줘볼래요?

 

고마워요.

 

살바도르 씨, 어머니 방엘
들어오게 하다니 고마워요.

 

오후 간식예요.

 

그 까만 머핀?
그만 둬.

 

통밀로 만든 거예요.

 

나중엔 토끼풀 한 접시
갖다 주고

 

심장에 좋으니
먹으라고 하겠네.

 

우유도 안 드실 거예요?
드셔야죠.

 

이따가.

 

앉아 보렴.

 

뭐 하세요?

 

이 엉킨 묵주 풀려고.

 

- 줘보세요, 해 드릴께.
- 아니, 넌 할 줄 몰라.

 

- 나 수의 입힐 때 어째야 하는지 기억하지?
- 그래요, 엄마.

 

고향 마을에 있다면, 페트라 부르면 되는데.

 

그 여잔 잘하거든.

 

내 침대에서 죽고 싶으니

 

원하는 게 아니지만,
만약 여기서 죽으면

 

마야 하고 메르세데스 도움을 받아.

 

- 그런 얘기 지금 해야 해요?
- 그래.

 

내 머리에...

 

반원형 베일을 씌워.

 

난 과부니까.

 

도와 드릴께요.

 

이리 와봐요, 자 이렇게.

 

자...

 

예수스 데 메디나셀리 성당 관습은...

 

- 끈을 매죠.
- 맞아 끈을 매.

 

묵주를 손에 쥐어 줘야지.

 

이거다, 더 오래된 거.

 

새 거는 네가 가져.

 

- 새 묵주를 엄마가 갖지 그래요?
- 아니.

 

그리고 맨발이었으면 좋겠다.

 

나 묻으려고 발을 묶을 때
맨발로 해달랬다고 말해 줘.

 

떠날 땐 가볍게 가고 싶거든.

 

이 펜 기억나니?

 

- 그럼요.
- 네 아버지가 내게 준 거지.

 

우리가 데이트할 때
이걸로 편지를 썼지.

 

그 나무 달걀이죠?

 

이 달걀 대고 바느질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이 중에는 제일 하찮은 거다.

 

그럼 나 줘요.

 

옛다, 방금 상속받은 거다.

 

요즘 엄마 생각이 많이 나요.

 

엄마 돌아 가신 걸 극복 못했다는
말을 처음으로 듣네요.

 

어릴 적 생각도 많이 나요.

 

잠 못자고 뒤척일 땐,
늘 못자지만...

 

항상 결국은 어릴 적
엄마 생각이 나요.

 

헌데 영화에선 엄마나
어릴 적 다룬 적이 없잖아요.

 

- 어머니가 싫어 하셨죠.
- 그렇게 생각해요?

 

마지막에 입원하셨을 때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엄마, 다리가 정말 꺠끗하네.

 

유전이야.

 

우리 가족 중는 아무도
하지정맥류 없었거든.

 

아들아 안됐구나.

 

왜요?

 

넌 장수하지 못할지도 몰라.

 

왜 그런데요?

 

넌 네 친가를 닮았거든.

 

아이구, 엄마. 그런 얘긴...
그만 둬요. 엊저녁 잘 잤어요?

 

그럭 저럭.

 

이웃 친구 롤라와 밤새 보냈다.

 

여기, 방에서요?

 

아니지, 꿈에서 말야.

 

저녁 내 그 사람 꿈을 꿨단다.

 

고향 마을에 막 도착했는데

 

평소처럼 롤라가
문을 두드리는 거야.

 

내가 마드리드에서
도착한 걸 알고 말이지.

 

꿈이었는데도

 

롤라가 죽었다는 기억이 나더구나.

 

허지만 문을 열어줬어.

 

그녀는 평소와 똑같았어.

 

약간 투명하기는 했지.

 

그치만, 무섭진 않았다.

 

내가 말했어, "롤라,

 

어디 불편한 거 같은데

 

뭘 도와줄까?

 

뭔지 내게 말하면
해줄께."

 

그녀는 "아니 하친타, 난 다 좋아"라고 했어.

 

내가 물었지, "어떻게 다 좋을 수 있어?"

 

"좋다면, 안 나타났겠지."

 

"우리 딸은 무서워할 거 같아서

 

너한테 나타난 거야."

 

"이렇게 추운데
왜 고향마을에 왔어?"

 

"나는 이제 춥고 더운 거 못느껴,"

 

그녀가 말했단다.

 

"고향만 한 데가 없어."

 

"친구야, 정말 그래,"
내가 말했지.

 

그리고요?

 

그런 이야기꾼 표정 짓지 마, 엉?

 

안돼, 안돼. 이런 얘기
절대 네 영화에 넣지 마.

 

내 이웃친구들 나오는 거 싫어.
나 팩션 같은 거 싫다.

 

엄마가 팩션을 어떻게 알아요?

 

어떤 인터뷰에서
네가 얘기하는 거 들었지.

 

네가 영화에서 내 이웃들
다루면 친구들이 싫어해.

 

네가 촌놈 취급한다고 생각해.

 

엄마, 무슨 말씀예요?

 

난 그 사람들을
최고의 존경으로 진지하게 다뤄요.

 

기회있을 때 마다, 엄마 얘길 하고

 

나를 교육시킨 건 엄마와
이웃들이라고 이야기해요.

 

내 모든 건 엄마 덕분이예요.

 

어쨌든 싫어해.

 

산보 나가요, 오늘 안 움직였어요.

 

갈 데가 없으니까
안움직였지.

 

- 이제 갈 데가 생겼어요, 가요.
- 어딜?

 

복도로요.

 

자 됐어요.

 

아들아, 넌 착한 아들이 아니었지.

 

정말요?

 

그래.

 

파테르나 성당 평복 수녀에게 널
추천한 거 용서한 적이 없어.

 

넌 그 복수를 했지.

 

네가 신학교에 가는 거
나도 싫었단다.

 

허지만 우린 가난하지 않았니.

 

가기 싫었던 맞지만
내가 복수하고 싶었다구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세요?

 

졸업하자 마자
마드리드로 가버렸잖니.

 

네 아버지 돌아셨을 때

 

와서 나하고 같이 살까 물었는데

 

답을 피해버렸어.

 

나와 함께 하기 힘든

 

네 생활방식이 있다고 했지.

 

그랬어요.
근데 엄마가 이해를 잘못한 거예요.

 

충분히 잘 이해했었지.

 

다리가 많이 아프지만,
머리는 잘 돌아가.

 

내가 여행하면서 영화를 만드는 동안

 

마드리드 아파트에서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셨을 거라구요.

 

마드리드에 엄마를 위한 삶
같은 건 없었어요.

 

널 돌봤을 수도 있었지.

 

적응할 수 있었을 거라구.
여러 상황에 적응하며 살았으니까.

 

근데 네가 원하지 않았어.

 

그게 마음 아팠다.

 

엄마...

 

엄마가 원했던

 

아들이 못 되어서
정말 죄송해요.

 

엄만 자주 말했죠:

 

"얘가 누굴 닮아서 이래?"

 

자랑스럽게 하셨던 얘기는 아니죠.

 

나도 알고 있었어요.

 

이런 아들이어서
엄마 실망시켰어요.

 

정말 죄송해요.

 

성 안토니오 사진 줘봐.

 

오늘 저녁엔 널 위해 기도할께.

 

고마워요.

 

- 살바도르...
- 예.

 

난 너를 낳았고

 

널 키우느라 모든 걸 다 했다.

 

알아요, 엄마.

 

고향으로 데려가 다오.

 

내 유일한 소원이다.

 

알았어요.

 

둘이 같이 가요.

 

집안 일 돕게 마야도 데려가죠.

 

밤낮으로 엄말 돌볼께요.

 

이번엔 실망시키지 않을께요, 엄마.

 

근데 약속을 못 지켰지.

 

다음 날 어머니를
병원에 모셔야 했어.

 

할 수 있는 껏 하셨어요.

 

그래요.

 

허지만 고향에서
돌아가기를 원하셨는데.

 

고향에 모셔가기로 약속했는데.

 

불쌍하게도 병원 중환자실에서
돌아가셨어요.

 

홀로 말이야.

 

아이슬랜드에서 강연해 달라고
초청했네요. 강연료도 좋고.

 

아이슬란드에서 나를 왜 그리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

 

나도 모르죠.

 

이건 조그만 미술관에서 온 건데

 

그림이 좋아서 안 버렸어요.

 

살바도르 마요?

 

- 예.
- 들어 오세요.

 

천천히 여기 앉으세요.

 

다리를 잡고 있을테니

 

돌아서 누우세요.

 

예, 고마워요.

 

- 얘, 엄만 언제 돌아오시지?
- 점심 때요.

 

평복 수녀님 댁에
바느질 가시면

 

아침 내 거기 계세요.

 

어디 봐.

 

이거 봐, 살바도르. 움직이지 마.

 

가만히 있어.

 

책을 두 손으로 들어 볼래?

 

그렇게.

 

좋아, 고개 들어 봐.

 

어때?

 

잘 그렸네요.

 

아직 마무리 해야 해.
집에 가져가서 마무리 해야지.

 

예.

 

좀 씻어도 되겠니? 내 꼴좀 봐라.

 

예, 비누 갖다 줄께요.

 

- 여깄어요.
- 고맙다.

 

살바도르, 수건 좀 갖다 줄래?

 

알았어요, 에두아르도.

 

열이 엄청나네.

 

일사병인 모양이다.

 

살바도르, 무슨 일이야?

 

햇볕을 너무 많이 쑀어요.

 

책 읽고 있었어요.

 

햇볕에 있었다는 걸 몰랐단 말야?

 

열이 엄청나!

 

- 몰랐어요.
- 당신은요?

 

타일 붙이는 걸 마무리했죠.

 

기절하길래 이리 데려 왔어요.

 

기절했어?

 

잠시요, 어지러웠어요.

 

세상에.

 

여기 있어,
헝겊에 식초 묻혀 올께.

 

아빠는? 술집에 있니?

 

예.

 

집에 있겠다고 하구선...

 

이 양동이는 왜 나와 있어?

 

좀 씻었어요.

 

집에 가기까지 못 참았어요?

 

집에 물 길어다 놓는 게
얼마나 힘든데...

 

너무 더러워져서요.

 

양동이 가져와서 바닥 닦을까요?

 

아니 물만 떠와요, 내가 닦을께.

 

타일은 멋져요.

 

그래, 예쁘네요, 고마워요.

 

물 가져 올께요.

 

우선 말씀드릴 건
종양은 없습니다.

 

종양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했습니다.

 

좋아요, 근데 죽만 먹어도
목이 막히니 뭔가 잘못 됐어요.

 

예, 그 삼킴 곤란증은
포레스티에 증후군 때문입니다.

 

여기 분명히 보일 겁니다.

 

척추 뼈 옆에
이 하얀 부분 보이죠?

 

뼈가 자란 겁니다.

 

일종의 골화(骨化)죠.

 

여기 보듯이, 골화 때문에
식도 위치가 틀어졌어요.

 

그래서 음식이 통과할 공간이
거의 없는 겁니다, 액체도요.

 

그래서 목이 막히는 거죠.

 

왜 거기에서 뼈가 자라난 거죠?

 

포레스티에 증후군은 희귀병이어서
아직 원인을 몰라요.

 

우리가 알기로는 이 병이 힘줄, 인대,
관절주머니의 석회화에 영향을 줍니다.

 

원인은 몰라요.

 

선생님 경우엔, 목뼈의 앞쪽 인대가
석회화됐습니다.

 

- 치료 방법은 있나요?
- 수술적 방법입니다.

 

그 석회화된 부분을 빨리
제거해야 해요.

 

그치만 걱정 마세요,
위험한 수술은 아녜요.

 

소화기내과 의사와 외과 의사가
자세히 이야기해줄 겁니다.

 

- 알았어요.
- 감사합니다.

 

대중 미술

 

안녕하세요.

 

수채화에 관심 있으세요?

 

예, 이 작품 구매하고 싶은데요.
작가가 누구죠?

 

익명입니다.
거의 모든 작품에 서명이 없습니다.

 

어떻게 구했죠?

 

바르셀로나 벼룩시장에서
구입했죠.

 

내가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누가 그렸는지 짐작도 안가나요?

 

뒷면에 뭔가 씌어 있더군요.

 

허나 이들은 대개 자신들이 예술가인 줄도
모를 익명의 예술가들입니다.

 

살바도르, 학교 주소를 몰라

 

네 집으로 그림을 보낸다.

 

네게 편지를 쓸 수 있어 기쁘다.

 

글 쓰기를 가르쳐주어서,
많이 감사한다.

 

난 콘치타의 삼촌 가게에서 일하는데,

 

계산을 잘한단다.
모두 네 덕이다.

 

여기서 잘 보내고 있지만
동굴에서의 생활과

 

특히나 네가 그립다.

 

내가 글을 쓸 때마다,
내 손을 이끌어주던 네 손이 생각난다.

 

분명히 넌 학교에서 많이 배우고

 

책도 많이 읽고
영화도 많이 보겠지.

 

답장 쓰고 안부 주도록
빌바오의 내 주소 적어 보낸다.

 

그대의 제자, 에두아르도.

 

살바도르 씨.
30분 안에 옷 입으세요.

 

때 되면 말해줘요.

 

첫번째 욕망

 

그 그림이 어떻게 되었을까요?

 

에두아르도가
파테르나 성당으로 보냈고

 

우리 어머니가 받으셨겠지.

 

난 신학교에 다니고 있었고.

 

내게 보내시지도 않고
얘기도 안했어요.

 

찾아 볼래요?

 

에두아르도?

 

구글이 있으니 쉽잖아요.
아니면 파테르나 성당에 가서 물어보든가.

 

50년이나 지났는데?

 

글 소재로는 좋은 플롯이어서

 

글로 쓸 수는 있겠죠.

 

허지만 그를 찾는 건
미친 짓일거예요.

 

그림이 왜 바르셀로나 벼룩시장에
가게 됐는지 궁금해요.

 

모르죠.

 

우연이겠지.

 

중요한 건 결국
수취인에게 도착했다는 거죠.

 

살바도르 씨, 안녕하세요.

 

다른 침대로 옮길 겁니다.
조금씩 조금씩.

 

움직이지 마세요.

 

- 좋아요, 머리를 여기로.
- 예.

 

- 옷을 조금 내릴 겁니다, 알았죠?
- 예.

 

가슴에다 스티커 몇개
붙입니다.

 

어때요, 살바도르 씨?

 

안녕하세요, 선생님.

 

얘기 들었어요.
어쩐지 뭘 못삼키더라니.

 

걱정 마세요, 알았죠?
바로 떼 낼께요.

 

- 의사 선생님.
- 말씀하세요.

 

- 다시 글 써요.
- 오 그래요? 좋은 소식이네요.

 

예.

 

정말 잘됐네요, 살바도르 씨.

 

뭐 쓰시죠? 희곡, 희극?

 

모르겠어요.

 

그건 모르...

 

엄마?

 

파테르나에 극장 있을까요?

 

집 한 칸 있으면 되지.

 

컷!

 

35, 5, 첫 씬 마지막 테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