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년 칸느 영화제
그랑프리 수상 작품

 

"나라야마 부시코"

 

감독 / 이마무라 쇼헤이

 

- '아라야시키'는 어떻더냐?
- 별일 없던데요?

 

- 그 사람은 어떻던?
- 그냥 괜찮아 보입니다

 

장작 좀 갖고 와

 

- 할머님 연세가 어떻게?
- 예순 아홉이지

 

이가 꽤 튼튼하시네요

 

솔방울이나 딱딱한
콩도 씹으실 수 있죠?

 

그런 건 안 먹는다

 

- 이가 33개쯤 되겠어요
- 무슨 소리, 28개밖에 없다

 

28이상은 못 세죠?
더 될 거예요

 

입 다물고 일 못하니?

 

늙은 오토리는 복 받은 거라네
눈 내리는 날 나라야마에 갔으니

 

지겨운 놈, 아직도 자냐?

 

리스케, 리스케

 

말이 허기지나 보다

 

어제 아라야시키에 갔었냐?
거기서 개하고 그 짓 했다며?

 

난 안 갔어

 

그 사람은 개를
딸처럼 사랑한다지

 

그래서 개랑 잔 애들을
죽였다지, 아마

 

- 안 갔다니까
- 누가 뭐래도 넌 내 동생이야

 

체면 깎이는 짓은 삼가라

 

냄새, 저쪽보고 숨 쉬어요

 

니사쿠 아저씨

 

웬일로 밥을 다해요?

 

어머니가 위독하셔

 

오카네 할머니가?

 

어머님, 쌀밥 좀 지었어요

 

아저씨, 죽은 갓난애를
우리 논에 버리면 어떡해요?

 

죽은 애?

 

아저씨 부인 배가
남산만 했잖아요

 

우리 손자가 아냐
그 애는 내가 묻어 줬는걸

 

- 언제요?
- 열흘 쯤 전에 내 손으로 묻었어

 

리스케, 아마 나카야 애 일 거야

 

- 그 집 부인도 임신했었잖아
- 맞아요

 

리스케

 

자네 집이 관 만들 차례지?

 

어머님거 잘 부탁하네

 

나카야, 우리 논에 애 버렸지?

 

그래, 썩은 논이라 애도 빨리
썩고 논에도 좋은 거 같아서

 

- 고맙게 생각해
- 이런, 잔인한 놈

 

- 그래도 네 동생이잖아
- 내 애는 아니지

 

딸을 기대했다가
아들이라 버렸겠지

 

망할 놈, 자기도 계곡에
애 버린 적 있으면서

 

사돈 남 말하네
아들 낳으면 다 그러잖아

 

어이구, 냄새

 

또 아들 낳으면
네 놈 논에 처넣을 거야

 

웃기지 마, 그런다고
논이 비옥해 지진 않아

 

- 소금 장수 아니요?
- 그간 별고 없으셨죠?

 

그새 귀여운
손녀가 태어났군요?

 

대신 며느리를 잃었다네
아들이 홀아비가 됐지

 

얘긴 들었습니다
유감이에요

 

그 애가 태어난 뒤에
바로 죽어 버렸다오

 

시체는 절벽에다 버렸어
와서 따뜻한 물 한잔하게

 

- 아드님은 산에 갔나 봐요?
- 아니, 들에 나갔어

 

오는 길에 서쪽 산에서
본 것 같은데요

 

- 우리 아들을?
- 글쎄요, 잘 못 본 거겠죠

 

상의 드릴 게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소금 아닌가?

 

아직 애를 팔 생각 없네

 

아일 사려는 게 아니에요
요네하치 씨가 보낸 거예요

 

건너 마을에서?

 

타츠헤이 씨 혼담
때문인 것 같습니다

 

얘야

 

색싯감이 온다는구나

 

'타마'라는 여잔데
이틀 전에 남편을 잃었고

 

백일만 지나면 온다는구나
37살이면 너보다 어리지?

 

아무려면 어때요

 

냄새나니까 가까이 오지 마요

 

리스케, 그렇게 하거라
케사는 가장이 될 사람이야

 

타츠헤이

 

- 오늘 건너 마을에 갔었냐?
- 아뇨

 

소금장수가 널 봤다는데?

 

- 갈수록 네 아비를 닮는구나
- 그 사람이 아버질 봤데요?

 

30년 전에 죽은 사람인걸
잘못 본 거야

 

어머니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유를 모르세요?

 

그 해, 넌 15살, 리스케는 5살
찢어지게 가난했어

 

갓 태어난 딸을
소금장수한테 팔았지

 

네 할머닌 지금 내 나이인
69살이었느니라

 

나라야마에 갈 나이지
나쁜 일만 일어났어

 

네 아버진 낙심했고

 

네 할머닐 내다
버리질 못했단다

 

그래도 법은 법이었어
봐주는 게 없었지

 

그걸 참다 못 해서
끝내 도망쳤어

 

- 너도...
- 난 달라요

 

- 아버지와는 다르다고요
- 그래야지

 

어머니가 오두막에 숨었네
가랑이 사이의 털을 세시네...

 

- 마츠야, 얼마나 났어?
- 몰라

 

내가 세어 줄게

 

이러지 마, 케사

 

이런 데서는 싫어

 

- 산나물이...
- 그건 걱정 마

 

내가 더 많이 뜯어 줄게

 

우도부키랑 코고미, 타라도

 

전부 다 뜯어 줄게

 

'오린'이 오두막에 숨었네
귀신처럼 33개 이를 가졌네

 

우리 집에 같이 갑시다
어머님 이를 세어 드리리다

 

타츠헤이, 난 별 뜻 없었어

 

- 케사를 따라 한 것뿐이야
- 아들놈이?

 

그렇다니까

 

거기 누군지 모르지만
나 좀 구해 주오

 

내 아들놈은 귀신이오

 

먹을 것도 안 주고
날 죽이려 한다오

 

- 아버지, 타츠헤이에요
- 그러냐?

 

간밤에 닭 잡아드시려 했죠?
전에도 그러셨잖아요

 

이번 겨울엔 나라야마에 보내
벌써 70이셔

 

자네 어머님도 그쯤 되셨지?

 

아--아
아, 뿌리가 내리지 않은 남빛 제비꽃

 

도깨비 이빨은 서른세 개

 

어머니 이빨이
도깨비 이빨이냐!

 

이 자식, 어머니가
널 얼마나 귀여워했는데

 

이 자식이!

 

바보 같은 자식!

 

밥 없다!

 

- 아주머니가 부러워요
- 뭐가?

 

난 좀 더 살고 싶어요

 

늙은이가 나처럼
건강한 것도 못할 짓이야

 

부끄럽게 젊은 애만큼 먹거든

 

이대로 나라야마에
갔으면 좋겠어요

 

병들어 죽느니
차라리 버려지는 게 낫죠

 

마찬가지야

 

우린 어차피 나라야마에서
만날 팔자잖아

 

- 그럴까요?
- 그럼, 남편도 만날 거야

 

- 내 남편은 어떨지 몰라도
- 어딜 가셨을까요?

 

- 총만 산에 남겨둔 채...
- 죽었겠지, 뭐

 

노름에 바람까지 피웠지만
나쁜 사람은 아녔어요

 

- 그야 그렇지
- 아주머닐 아끼셨잖아요

 

글쎄

 

- 고생이야 많으셨겠죠
- 고생보다 남부끄러웠지

 

- 오카네도 다 죽어 가
- 그래요?

 

오늘 내일 하더구나

 

두 달 후면 타츠
새 부인이 오겠구나

 

- 그럼 어머니도 편해지겠죠
- 잠깐만요

 

새엄마는 필요 없어요
내가 부인을 얻을 거니까요

 

유키는 내 마누라가
돌볼 테니 걱정 마세요

 

뭐라고?

 

여자가 늘어나면
먹고살기만 힘들잖아요

 

- 저런, 넌 굶어라
- 나도 결혼할래

 

- 부인은 내가 얻을 거야
- 뭐? 망할 놈

 

좀 큰가?

 

됐어, 죽으면 몸이 부으니까

 

아주 잘 만들었구먼

 

- 어머닌 어떠신가?
- 방금 돌아가셨네

 

그래? 서둘러야겠군

 

어머니, 살아 계셨어요?

 

그래, 흰쌀밥 먹고 기운 차렸어

 

와, 밥이다

 

이 녀석들

 

- 할망구
- 할망구

 

올해도 먹고 살기 힘들겠어요
덩굴이 너무 무성해요

 

- 지난번 잔치 때 왔던?
- 여기가 타츠헤이 씨 댁이죠?

 

자네가 건넌 마을의
'타마'인가?

 

네, 우리 집도 잔치를
하지만 여길 도우라고 해서요

 

여기서 먹는 게 나을 거래서
어젯밤에 출발했죠

 

그래, 시장하겠구먼

 

자, 들어가게

 

왜 거기 앉아 있었나?
빨리 왔으면 좋았잖아

 

혼자서 들어오기가 멋쩍어서요

 

오빠가 데려다 주기로 했는데
잔치 술에 취해서요

 

소금장수는 좋은 집이니
빨리 가라고 재촉하고..

 

그런 줄 알았으면
내가 데리러 갈 걸

 

그랬으면 제가
업고 왔을 텐데요

 

소금장수한테 말했지만
난 곧 나라야마에 가네

 

거긴 가능한 늦게
가는 게 좋아요

 

무슨 소리, 빨리 가야
산신령도 반기시지

 

- 내가 직접 잡은 고기라네
- 고기 잡을 줄도 아세요?

 

이 동네에서 나만큼
고기 잘 잡는 사람도 없지

 

고기가 어디
숨어 있는지 다 알거든

 

나중에 가르쳐주지

 

원하는 만큼 맘껏 먹어
고기야 얼마든지 있으니까

 

타츠헤이 불러오겠네

 

맘껏 먹게나

 

겨우 두개야?

 

못 본 척 하거라

 

- 뭐야?
- 아냐

 

- 나 줘
-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 이리 줘
- 저리 비켜

 

으, 지독한 냄새

 

난 네 삼촌이야
말조심하지 못해!

 

젠장

 

천천히 많이 먹어
타츠헤이도 곧 올 거야

 

난 이가 안 좋아서
곧 나라야마에 가야 돼

 

자, 올려

 

타츠헤이는 좋겠네
홀아비 신세를 면했으니

 

열 달 만에 새색시를
얻게 되었다네

 

- 타츠헤이 못 봤느냐?
- 귀신이다, 귀신

 

- 귀신 할망구야
- 귀신 할망구

 

가까이 가지마

 

할망구한테 잡아먹혀

 

'오린'이 오두막에 숨었네
귀신처럼 33개 이를 가졌네

 

타케 양은 우리 집에 온
타츠헤이의 두 번째 아내

 

덩치가 크고 예쁘진 않지만
아내로선 괜찮은 여자

 

전남편보다 느낌이 좋아요

 

나도 그래

 

- 뱀이 나왔군
- 뱀이요?

 

인사하려는 걸 거야

 

착하지, 그래
그래, 그래, 그래

 

움직이지 마라, 가만있어

 

오에이

 

오에이

 

오에이

 

- 오에이, 잘 들어
- 이거 만들었어요

 

이 아라야시키는
저주받은 집이야

 

전에 개집에 숨어들어
우리 딸을 범했던 놈을

 

아버지가 몽둥이로
때려죽인 일이 있었어

 

내가 병들고, 나라야마에
가지 못하게 된 건

 

아버지가 죽인 그 자의
영혼이 한을 품어서 그래

 

내가 죽거든 마을 남정네와
하룻밤씩 같이 자 줘

 

- 하룻밤씩이요?
- 그래

 

그리고 이 집을
위해서도 해야 돼

 

죽은 그 자를 위해서도
기도해야 하고

 

안 그러면 이 집은 영원히
저주받은 곳이 될 거야

 

오에이, 부탁이야
꼭 속죄해야 돼

 

부탁할게

 

알았어요

 

걱정 말아요

 

정신 차려요
소원대로 할 테니까

 

꼭 속죄할게요

 

- 거짓말이지?
- 진짜라니까

 

누가 그런 소릴 해?

 

간밤에 아라야시키
영감이 유언했어

 

- 누구한테?
- 누구긴, 오에이지

 

-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 그냥 지나다 들었어

 

- 개랑 그 짓하려고 갔겠지
- 웃기지 마, 그런 짓 안 해

 

저놈은 미쳤어, 냄새 때문에
개한테도 거절당해 미친 거야

 

미쳤구나, 미쳤어

 

망할 것들

 

다 날 바보로 알아

 

산신령님, 냄새 나는
병을 고쳐 주십시오

 

그리고 오에이 남편이 빨리
죽게 해 주십시오, 또...

 

이 미련한 놈, 말 안 해도
어젯밤에 한 짓 다 안다

 

형이랑 형수 훔쳐본 거?

 

다 봤냐?

 

- 아, 엄마 이 얘기?
- 이?

 

엄마가 말하지 말랬어

 

아라야시키 집 개 얘기야

 

못난 놈, 이 얘긴 또 뭐냐?

 

넘어져 부러진 거 아니지?

 

자, 이리와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

 

거짓말만 배워 갖고

 

아파!
엄마, 엄마

 

난 어머니의 크고
튼튼한 이가 좋았어요

 

이 자식이...제기랄...

 

이 자식이...이 자식이...

 

이 자식이...이 자식이!

 

네 형은 죽은 아버지를 빼닮았어
화만 나면 두들겨 패지

 

엄마도 아버지한테 맞았어?

 

숨 냄새가 강한 놈들은
사람을 패지

 

냄새나지?

 

아니, 안 나

 

아메야도 나한테
냄새난다고 한 적 없지

 

그럼

 

그네 타는 거 같아

 

당신은 어때?

 

삐졌네

 

애가 많이 큰 것 같아

 

- 언제 낳아?
- 내년에

 

아기, 나, 아버지, 할머니...
애는 장사 밑천이 될 거야

 

- 그게 뭐가 나빠요?
- 너무 젊어선 애 낳지 말라잖아

 

할머닌 안 그러실걸
많이 기뻐하실 거야

 

할 수 없지, 뭐
내일부턴 우리 집에서 밥 먹자

 

- 정말?
- 응

 

오늘부터 밥을 더 해야겠어요

 

그렇겠구나

 

밤일은 잘하면서
집안일은 형편없구나

 

- 매번 고맙구나
- 그 집은 먹을 게 많은 걸요

 

다신 도둑질 마라

 

왜 살려 뒀느냐? 하긴 상관없지

 

애가 더 필요한 건 아니지만
내 뒤를 이어 살 여자니까

 

그렇게 싫은 건 아니다

 

들어갈게요

 

나라야마님께 벌 받는다

 

나라야마님께 벌 받는다

 

- 타츠헤이는?
- 갔어요

 

- 어딜?
- '아메야'집에요

 

너희 집이니까 여기서
유키나 보고 있거라

 

자러 들어갔다가 소리가 들려
나와 보니 이놈들이 있어

 

얼마 전에 수확한 콩들을
훔쳐내고 있었다

 

그걸 내가 잡았다

 

관습에 따라 이들은
나라야마님께 벌 받아야 한다

 

집을 뒤져라

 

찾았다, 찾았어

 

- 또 더 없나?
- 이게 다야

 

- 정말 많이도 훔쳤네
- 주제를 알아야지

 

- 어째 감자가 적다했더니...
- 자라기도 전에 뽑아 가다니

 

아메야 아비도 도둑이었어

 

살려줘, 식구가 많아서 그랬어

 

식구가 많다고?
애새끼들을 누가 다 낳았는데?

 

용서해 줘
잘못한 건 알지만...

 

케사...

 

- 좀 살려 줘, 난 자네 장인이야
- 그건 별개 문제죠

 

배고픈 건 다 마찬가지야

 

아메야는 도둑 집안이야
2대째 이런 벌을 받으니

 

- 오에이가 안 보이네?
- 이번엔 그냥 못 넘어가

 

본때를 보여 줘야 돼

 

곡식은 모두 나눠 갖는다

 

콩은 먹으면
먹은 만큼 늘어나

 

먹은 만큼 늘어나면
뭐 하러 콩을 심어?

 

그럼 왜?

 

그렇게 끓이니까
콩이 불어 안 주는 거야

 

그렇구나

 

저 아인 시집온 게 아니라
먹고 살려고 온 게야

 

- 다섯 달만 있으면 떠나겠죠
- 두 달 됐나?

 

올 겨울은 또 어떻게
날지 걱정이구나

 

아메야를 그냥 둬선 안 되겠어

 

너무 시끄러워
잠도 못 잔다니까

 

- 또 도둑질 할 지도 모르고
- 그냥 안 두면?

 

그걸 의논하려고 다들
테루야 집에 모였어

 

난 사람들을 모으러
다니는 중이고

 

- 수고가 많구먼
- 오늘밤 내로 결정해야 돼

 

아메야 식구를
처치하기로 결정하면

 

마츠야만 살려 둘 순 없어
같이 죽여야 돼

 

우리 집에서 잡은 몸이고
뱃속에 애까지 있는데...

 

자넨 용서가 돼

 

타츠헤이, 사람들이
자넨 부친을 닮았다더군

 

내가 우리 아버질?
누가 그런 소릴 해?

 

자네 어머니한테 물어 봐

 

그럼 다 밝혀지겠지

 

닥쳐

 

세 개로 나누는 거다, 알았지?

 

한 사람만 못 가져
불만 없지

 

야, 뽑았다!

 

나도 뽑았어!
잘 받아 갈게

 

미안하게 됐어

 

- 딸이 있으면 좋겠어
- 응

 

딸이면 버리지 않아도 되니까

 

마츠야

 

마츠야

 

오늘 끼니 거리가 없을 거
같은데 이거 갖다 주거라

 

너도 오늘은 가족들과
같이 지내거라

 

불붙었다

 

- 타츠헤이
- 악취, 리스케

 

케사, 넌 오지 마

 

- 왜?
- 오지 마

 

맛있니?

 

마츠야

 

마츠야

 

- 마츠야
- 이러지들 마

 

- 마츠야
- 케사

 

- 케사, 케사
- 마츠야, 잠깐만

 

묻어라

 

그만해, 마츠야는 안 돼
내 애를 가졌단 말이야

 

- 마츠야
- 케사

 

가자

 

아메야 아저씨네
무슨 일 있어요?

 

마츠야는?

 

묻지 말거라
아메야 집안 얘기도

 

가서 자거라

 

케사, 들어 와

 

- 할머니, 날 속였죠?
- 케사

 

할머니가 마츠야를
집으로 보냈죠?

 

왜죠?
왜 그랬어요

 

할머니가 죽였어요

 

왜 저한테도 말씀 안 하셨어요?

 

어머니!

 

올 겨울에
나라야마에 갈게야

 

예전에 내 어머니도
그렇게 가셨으니

 

이젠 나도 가야지

 

여기서 사는 것도 힘들구나

 

나라야마에 가면
마츠야도 만날 수 있겠지

 

꼭 만나게 될 거야

 

아니에요, 입도 하나 줄었고
태어날 애도 없으니까

 

- 올 겨울은 함께 지내요
- 손자는 곧 또 생기겠지

 

무슨 기도를
거기다 대고 해요?

 

기도는 절에 가서 하고
어서 하기나 해요

 

속 옷 안 벗어요?

 

빨리 올라와요

 

이런, 거기가 아니에요

 

네, 거기에요

 

기분 끝내 준다

 

엊그제 가카츠조
간밤엔 걘

 

서쪽부터 돌고 있구나
그럼 오늘은 내 차례잖아

 

그럼 이리로 오겠네

 

오에이, 망할 것

 

악취, 오에이도
널 건너뛰었지?

 

너도 마누라 잃고
시집올 여자 없지?

 

나한테 시집오고
싶어 하는 여잔 여기 있다

 

뭐야, 지금 비웃었지?
너도 날 바보 취급 하냐?

 

좋아, 넌 이제 죽었다
망할 놈!

 

제기랄, 이거 놔!

 

이거 놓으란 말야!!

 

오에이가 너만 빼놨다는
얘기 들었다

 

- 상관없어, 아무렇지도 않아
- 그럼 정신 차려야지

 

걱정 마라
신부를 청해 놨으니

 

- 오에이 불렀어?
- 그런 여자가 아냐

 

대신 딱 하룻밤 만이다
알겠니?

 

- 좋아, 언젠데?
- 곧

 

그러니 얌전히 굴거라
괜스레 말 괴롭히지 말고

 

하룻밤 만이다

 

어젯밤에 말 한대로
하루만 봐 줘

 

녀석이 말까지 죽이려 들잖아

 

올겨울 날 것도 걱정인데
식량만 축내는 꼴은 못 보겠어

 

그 얘랑 하루만 자 줘

 

다른 여자한테 부탁하려면
돈이나 감자를 줘야 하는데...

 

감자 잃은 게 누군데요

 

- 싫겠지만 한 번만 참아 줘
- 됐어요, 그만 좀 해요

 

리스케는 자네한테 무시당해
일도 안 하고 있어

 

냄새가 좀 나서 그렇겠지만
하룻밤인데 어떻나?

 

미안하지만 그럴 순 없어요
내가 못 견뎌요

 

자네 남편이 동네 남정네와
자라고 유언했다면서?

 

어제 남편 무덤에 가서
리스케는 봐 달라고 빌었어요

 

근데 이렇게 큰 나비가
날아들었어요

 

나비로 환생한 모양이구먼

 

네, 기분 좋은 듯 내 주위를
날기에 안심하고 내려왔죠

 

난 코가 나빠
냄새나는 건 상관없어요

 

그럼 해주겠는가?

 

싫은 건 아니지만

 

관계해 본 적이 오래돼서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괜찮네, 녀석은 처음이라
그런 거 잘 몰라

 

난 내일 나라야마에 갈게야

 

오늘 나라야마 갈
사람들을 부를게야

 

- 아직 이르다니까요
- 어서 사람들이나 불러와

 

어머니

 

빨리 사람들 불러와
다들 산에 일하러 갈 거라고

 

어, 다들! 찾았어
이해이안을 찾았다고

 

어디서?

 

서산 벌판, 방금 봤어
난 사람들을 불러올게

 

여보, 이해이안!

 

영혼이 떠도나 봐요

 

이제 와서 영혼은 얼어 죽을
난 용서할 수 없어

 

그냥 그 근처를 떠돌라고 해
난 산에 갈 거야

 

너 따윈 부르지도 않을 거야!

 

제가 열다섯 살 때
아버지하고 곰 사냥을 갔어요

 

돌아오는 길에 바로 여기서
아버지를 죽였어요

 

내 딴에는 생각해서 아버지보고
할머니를 산에 모시는 게...

 

좋을 거라고 했죠

 

그랬더니 네가 뭘 아냐고
갑자기 화를 내서 싸웠어요

 

결국 제가 총을 쏴서
저 근처에 묻어 버렸어요

 

타츠헤이
난 이해이안을 좋아했다

 

하지만 그는 마을의 수치였어
죽인 건 네가 아냐

 

산신령이 하신 거야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알았지?

 

타츠헤이

 

타마, 이제 불 끄거라

 

케사, 막걸리 항아리
좀 들여 놓거라

 

밑바닥 깨끗이 털어서!

 

타츠헤이, 이르긴 하나
목욕 하거라

 

- 그만 됐다
- 응

 

타마, 나 좀 따라오렴

 

정말 잘 잡으시네요

 

낮에 잘 지켜보면
고기 노는 데를 알 수 있지

 

주로 돌 밑에 숨는데
그걸 기억해 뒀다가

 

어두워 졌을 때 잡는 게야
이번엔 네가 해 보거라

 

타츠헤이가 리스케하고
자라고 했다며?

 

절대 안 된다

 

- 꼭 거절해야 돼
- 네

 

저거 손 넣어 보거라

 

잡았다

 

잘하는구나, 정말

 

이젠 더 가르칠 게 없구나

 

여긴 아무한테도 알리지 말고
꼭 혼자만 와야 한다

 

나라야마행은 아주 어렵다네
고생할 걸세

 

막걸리가 잘 익었어
준비를 아주 잘해 놨구먼

 

나라야마에 갈 때
꼭 지켜야 할 게 있다

 

첫째, 산에선 침묵해야 한다

 

둘째, 짐을 두고 올 땐
눈에 띄지 않게 한다

 

나라야마 가는 길은
뒷산 기슭을 돌아

 

세 번째 산을 지나면
연못이 하나 나온다

 

연못을 세 번 건너
계단을 오른다

 

산을 하나 넘으면
깊은 계곡이 나온다

 

그 계곡을 지나는데
거길 일곱 골짜기라 한다

 

일곱 골짜기를 지나면
나라야마 길이 나온다

 

길이 분명하게 보이진 않지만

 

계속 올라가다 보면
신이 기다리고 계신다

 

산에서 내려 올 때
절대 돌아봐선 안 된다

 

자넨 산까지 가면 안 되고
계곡까지만 가야되네

 

이 사실도 비밀리에
꼭 전해야만 될 거라네

 

이 나이에도 가능하다니

 

타츠헤이

 

오린

 

- 무슨 일이냐?
- 밧줄을 끊고 나왔어

 

남부끄럽게

 

마타, 산신령께
볼 면목이 없잖아

 

살아 있는 동안 산신령이나
아들한테 이런 꼴 보이면 쓰나

 

그만 집으로 가요

 

미련한 영감

 

왜 그래?

 

엄마 이빨...
내 부적이야

 

돌아가셨나?

 

피곤하시죠?

 

괜찮아요, 드세요

 

조상님들도 몇 백년간
계속 나라야마에 가셨겠죠?

 

몇 백 명...
몇 천 명...

 

아니, 더 많이

 

이제 25년만 있으면
저도 오겠죠

 

케사 등에 업혀서

 

그 후 25년이 지나면
케사도 올 거고요

 

할 수 없죠

 

위에 가면 산신령님이
기다린단 말이 사실일까요?

 

만약 그렇다면 눈을
내려 달라고 빌고 싶어요

 

아버지!
나라야마에 가세요!

 

눈이다

 

눈이야...

 

눈이 온다!

 

어머니, 눈이 와요

 

어머니, 추우시죠?

 

어머닌 운이 좋으세요
눈 오는 날에 오셨으니까요

 

어머니, 진짜 눈이 내려요

 

추웠죠?

 

진짜 눈이 내려

 

다행이네요
시장하시죠?

 

식사하세요

 

할머닌 노랫말처럼
운이 좋으셔

 

냄새 참 좋다

 

오늘부터 여기서 살거야

 

산속이 아무리 춥다 해도
늙은 '오린'은 걸칠 게 없네

 

내리는 눈발이 나라야마의
고달픈 삶을 씻어 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