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Country.for.Old.Men.2007.1080p.BluRay.x264.DTS-WiKi

내 나이 스물다섯에
보안관이 됐다

 

새파란 나이지

 

조부도 부친도
같은 길을 가셨다

 

난 아버지와 같은 때 일했다

 

아버진 플래노, 난 여기서

 

자부심이 크셨던 것 같다

 

나도 그랬으니까

 

옛날 보안관 몇은
총을 멀리했다

 

믿기지 않겠지만

 

짐 스카보로도 그랬다

 

개스톤 보이킨스도
코만치 마을에서 그랬고

 

난 왕년 보안관 얘기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났다

 

보안관치고 한 번쯤
비교 안 해볼 사람 있나

 

그들이라면 이 시대를
어떻게 꾸릴까 하고

 

난 몇 년 전 한 청년을
사형대로 몰아넣었다

 

내가 체포하고
내가 증인을 섰지

 

그는 열네 살 소녀를 죽였다

 

신문에선
'격정의 범죄'랬지만

 

그놈은 내게 격정 같은 건
없었다고 했다

 

내내 누군가 죽일
생각이었다면서

 

출옥하면 또 죽이고

 

지옥 가겠다고

 

씹어 뱉듯 말하는데
할 말이 없었다

 

말문이 막혔지

 

요즘 범죄는
딱히 동기도 없다

 

물론 두려운 건 아니다

 

이 짓 하다가
뼈를 묻을 각오니까

 

다만 무모한 객기로
무의미한 범죄에

 

장단 맞추고 싶지 않을 뿐

 

목숨 내놓고 이러든가

 

까짓것...

 

세상사 다 그런 거지

 

네, 막 들어왔습니다

 

놈이 뭔가 갖고 있는데

 

폐병쟁이 산소 탱크랑

 

소매로 연결된 호스였어요

 

글쎄요
와서 직접 보세요

 

곧 갈 테니 잘 지키게

 

네, 확실히 지키죠

 

- 무슨 일입니까?
- 잠깐 내려 주십시오

 

- 그건 뭐죠?
- 잠깐 내려 주세요

 

그게 뭡니까?

 

잠깐만 그대로
계셔 주실까요?

 

그대로 있거라

 

젠장!

 

물은 없는데

 

물 같은 건 없소

 

영어 하쇼?

 

생존자는?

 

누군간 이 싸움에서
살아남았을 거 아뇨

 

어디로 갔소?

 

왔던 길로 갔겠지

 

늑대는 없소

 

나를 발견했다면

 

주저 말고 쏘거라

 

쉬고 있다면...

 

그늘에 있겠지

 

"데저트 에어 트레일러 파크"

 

역시...
우리 집은 안 돼요?

 

놈들이 맨 처음
거기부터 뒤질걸

 

그야 모르죠

 

- 가방엔 뭐야?
- 돈다발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 총은 어디서 났어?
- 그런 게 있어

 

- 산 거야?
- 아니, 생겼어

 

- 르웰린
- 닦달 좀 하지 마

 

무슨 짓을 한 거야?

 

다 알려고 들지 마
칼라 진

 

알아야겠는걸

 

계속 칭얼대면

 

자빠뜨리는 수가 있어

 

허풍은!

 

어디 해 봐

 

좋아, 넘어가 주지

 

어딨었는지도 안 물을게

 

고맙지

 

에라...

 

- 르웰린?
- 응?

 

- 자기, 거기서 뭐 해?
- 나갔다 오게

 

어딜?

 

깜빡한 게 있는데
오랜 안 걸려

 

뭐하려고?

 

바보 같은 짓이지만
어쩌겠어

 

나 못 오면 어머니께
사랑한다고 해줘

 

자기 어머니 돌아가셨잖아

 

그럼 직접 말해야겠군

 

"텍사코"

 

- 얼마요?
- 69센트요

 

기름값까지?

 

댁 동네엔 비 좀 왔소?

 

- 어느 동네?
- 달라스에서 온 듯해서

 

내가 어디서 왔든
무슨 상관인가...

 

형씨?

 

- 그냥 물어봤소
- 그냥 물었다?

 

딱히 할 말도 없어서

 

그래도 기분 나쁘다면
도리가 없겠죠

 

- 달리 찾는 거라도?
- 글쎄, 있을까?

 

뭐 잘못됐소?

 

- 뭐?
- 뭐든

 

몰라서 묻는 건가?

 

뭐 잘못된 게 있냐고?

 

- 달리 찾는 거라도?
- 그건 물었잖소

 

슬슬 문 닫을까 하는데

 

- 문을 닫아?
- 네

 

- 몇 시에 닫는데?
- 지금 닫으려고요

 

'지금'이라니, 몇 시?

 

해 질 무렵에 닫소

 

지금 둘러대는 거 맞지?

 

네?

 

둘러대는 거 맞냐고
물었소

 

- 몇 시에 주무시나?
- 네?

 

귀가 먹었나!
몇 시에 자냐고 물었소

 

9시 반 정도에 잡니다

 

그때 다시 오지

 

뭐하시게요?
문 닫혔을 텐데

 

그건 들었고

 

지금 닫아야겠소

 

저 뒷집에 사나?

 

그렇소만

 

평생 여기 살았고?

 

원래는 장인어른 집이었소

 

한몫 챙긴 건가?

 

텍사스 템플에서
오래 지냈소

 

거기서 가정도 꾸렸고

 

여기 온 건 4년 됐소

 

한몫 챙긴 거야?

 

따지고 보면 그렇죠

 

따지지 않아도 그렇지
기정사실이니

 

동전 던지기로
크게 잃어 본 적 있소?

 

- 네?
- 동전 던지기로 크게 잃은 적?

 

글쎄요, 별로...

 

정하시오

 

정해요?

 

- 왜요?
- 그냥 정해

 

뭘 걸고 하는진 알아야죠

 

어서 정하시오

 

내가 정해주면 불공평하니까

 

- 내기 건 게 없는데
- 걸었소

 

댁 목숨을 걸었지
모르고 있을 뿐

 

- 몇 년도 동전인지 아시오?
- 아뇨

 

1958년

 

여기 오는 데 22년 걸렸지
이제야 왔지만

 

앞 아니면 뒤잖소

 

어서 정하시오

 

이기면 뭘 얻는지 알고 싶소

 

뭐든지

 

- 뭐라고요?
- 뭐든 얻는다고, 불러

 

좋소

 

앞면 합시다

 

제법이군

 

넣지 마시오

 

섞이면 안 되지
행운의 동전인데

 

- 그럼 어디 둘까요?
- 주머니만 빼고 아무 데나

 

다른 동전과 섞이면
의미가 사라지잖소

 

별건 아니지만

 

르웰린?

 

대체...

 

- 오데사로 가
- 거길 우리가 왜?

 

우리가 아니라 당신만
엄마한테 가

 

갑자기 왜?

 

지금이 일요일 자정이니까

 

9시간 후에
법원 문 열면

 

내 트럭 차량 번호
조사할 거고

 

9시 반경엔
찾아올 거야

 

그럼 언제까지...

 

도둑맞은 2백만 달러

 

찾았다 쳐

 

엄마한텐 뭐라고 해?

 

다짜고짜 소리쳐
'엄마, 저 왔어요!'

 

- 르웰린...
- 짐 싸

 

두고 가면
다신 못 찾아

 

사과부터 하는 게
순서잖아

 

그렇게 됐어

 

되돌릴 순 없잖아

 

같이 타고 가겠소?

 

그자 트럭이오?

 

드라이버 있소?

 

타이어 절단 낸 건
누구요?

 

멕시코 놈들이겠지
우린 아뇨

 

- 개까지 죽였소
- 그렇군

 

- 수신기는?
- 여깄소

 

시체 썩는 냄새가
진동하는군

 

들고 있어요

 

보겠소?

 

뭐라도 들리나?

 

찍소리 안 나요

 

그렇군

 

이리 내게

 

- 차량 화재 아니에요?
- 맞는데

 

부보안관 말이
일이 또 터졌다는군

 

들어가라

 

정부에선 언제
말 사용료 준대요?

 

대신 내가 예뻐해 주잖아

 

좋아 죽겠네

 

- 조심해요
- 그럼

 

- 다치지 말고
- 걱정 마

 

해치지도 말고

 

분부대로 하지

 

끈덕지게도 타는군

 

그러게요
소시지도 구워 먹겠어요

 

77년식 포드 같지?

 

- 아마도요
- 조사해 보나 마나야

 

고속도로에서 죽은
그 남자 차죠?

 

그래, 그자 차야

 

라마 부보안관 죽이고 가다가
저자를 죽이고

 

차 바꿔 타고 가다가

 

또 바꿔치기 한 거지

 

정리가 빠르시군요

 

나이 들면
복잡한 게 싫어

 

하긴, 다른 현장도
가 보셔야죠?

 

윈스톤을 타게

 

- 제가요?
- 그러래도

 

마누라 말 다칠 때
타고 있다가

 

같은 신세 되긴 싫네

 

왔다 간 타이어 자국이 같아

 

비슷한 때 일이고

 

파인 홈이 같잖아

 

고유 번호판은
떼어 갔던데요

 

아는 트럭이야

 

모스란 자 거지

 

- 르웰린 모스요?
- 그래

 

- 그자가 마약 밀수꾼일까요?
- 글쎄

 

그건 아닌 거 같군

 

저기서 한바탕했군요

 

개까지 쏠 거야 뭐 있나

 

마약 거래가
틀어진 거 같죠?

 

그래

 

뭔가 거슬렸나 보지

 

몇 구경입니까, 보안관님?

 

9밀리

 

45ACP 탄도 둘 있고

 

누가 엽총으로 트럭을 쏴댔어

 

왜 코요테가 가만뒀을까요?

 

글쎄

 

멕시코인은
맛이 없나 보지

 

양복쟁이들인데요

 

두어 판 한 거 같아요

 

이건 처형이고
저건 총싸움인 게

 

멕시코산 마약이야

 

시체가 부푼 걸 보니

 

얘들이 먼저 죽었어요
거래하려다가

 

심사가 꼬인 거죠

 

애초에 돈은
없었을지도 몰라요

 

가능하지

 

- 근데 안 믿으시죠?
- 물론

 

그럴 리 없어

 

골치 좀 아프겠죠?

 

우리야 골치 아픈 일
끼고 살잖아

 

"통화 내역서"

 

무슨 일이시죠?

 

르웰린 모스를 찾는데

 

- 트레일러엔 가보셨어요?
- 그랬소

 

일하러 갔나 본데
메모 남기시겠어요?

 

- 일터 위치가?
- 말씀 못 드립니다

 

일터 위치가?

 

거주자에 관한 건
누설할 수 없습니다

 

일터 위치가?

 

귀가 막히셨어요?

 

알려 드릴 수 없습니다

 

델 리오엔 왜?

 

로베르토한테
차 빌리게

 

그냥 사면 안 돼?

 

등록하기 싫어서 그래
며칠 있다 전화할게

 

- 약속해?
- 그럼

 

예감이 안 좋아

 

난 좋으니 쌤쌤이네

 

쓸데없는 걱정 좀 그만해

 

엄마가 화내실걸

 

자기 욕 엄청 할 거야

 

하루 이틀인가

 

하긴, 마트에서 일하는 덕에
참는 건 잘해

 

이젠 일하지 마
돈도 넉넉한데

 

- 르웰린?
- 네, 마님?

 

돌아올 거지?

 

물론이지

 

보안관입니다!

 

자물쇠 좀 봐

 

- 들어갈까요?
- 총 빼 들어

 

- 보안관님은?
- 자네 뒤에 숨을게

 

보안관입니다!

 

- 벌써 떴나 본데요
- 그런 거 같군

 

자물쇠 조각인가요?

 

그렇겠지

 

- 언제 왔었을까요?
- 글쎄

 

- 일이 꼬이는군
- 네?

 

물기가 있어

 

이럴 수가!
아깝게 놓쳤군요!

 

무전을 쳐서 알려야겠어요

 

그러든가

 

근데 뭘 알리지?

 

막 우유 마신 놈을
수배한다?

 

이거 일이 꼬이는데요

 

따라 하지 마

 

르웰린 모스란 자가...

 

살인마들이 자기를
쫓는 걸 알까요?

 

그렇겠지

 

내가 본 걸 봤을 테니

 

그 결론밖엔 없잖나

 

"택시"

 

모텔로 가주시오

 

- 어느 모텔?
- 싼 데로

 

"레갈 모텔 요금표"

 

- 어떤 방을 찾는데요?
- 어떤 방?

 

방에 따라
요금이 달라져요

 

혼자라서 침대 크기는
상관없어요

 

'로베르토 자동차'입니다

 

메시지를 남겨 주십쇼

 

"델 리오, 레갈 모텔"

 

여보세요?

 

르웰린 있소?

 

르웰린?
아뇨, 없는데요

 

곧 온다던가?

 

여긴 뭐하러요?
누구시죠?

 

"텍사스 오데사"

 

뭘 찾으시죠?

 

카우보이 부츠
11사이즈 있습니까?

 

찾아보죠

 

- 양말도 팝니까?
- 흰색만요

 

흰색 좋죠
화장실은 어디죠?

 

"레갈 모텔"

 

서지 말고

 

저 앞으로 지나가요

 

방 번호가?

 

그냥 돌아요
누가 왔나 보려고 하니까

 

서지 말고 가요

 

싸움에 휘말리긴 싫습니다

 

걱정 말아요

 

그냥 여기서 내려주시죠

 

- 다른 모텔로 갑시다
- 내려 주세요

 

발을 담근 이상
같이 빠져나가야죠

 

다른 모텔로 가요

 

"델 리오"

 

고속도로 사체 부검 결과요

 

- 탄알 구경은?
- 탄알이 없어요

 

- 탄알이 없어?
- 네, 없어요

 

웬델... 믿고 싶은 맘이야
굴뚝 같지만 말이 안 되잖나

 

안 되죠

 

이마에 총상은 있되
총알이 빠져나간 상처는 없다?

 

 

머릴 쏜 후에

 

칼로 탄피를 도려냈단 건가?

 

- 상상도 하기 싫군요
- 마찬가지야

 

커피 좀 더 드려요?

 

그래 주면 고맙죠

 

경찰과 마약 단속국도
현장에 갔는데

 

가 보실래요?

 

새 시체라도 나왔어?

 

- 아뇨
- 그럼 관두지

 

"사격 장비"

 

12구경, 탄환은?

 

00으로!

 

엄청 셀 겁니다

 

캠핑 장비도 있어요?

 

텐트 폴대?

 

- 텐트는 있고?
- 뭐, 그렇죠

 

모델 번호 알려주시면
맞는 걸로 주문하죠

 

- 텐트도 삽시다
- 어떤 텐트요?

 

평범한 걸로

 

- 다른 방 있습니까?
- 방을 바꾸시게요?

 

아니요
방을 하나 더 쓰려고요

 

- 하나 더요?
- 네

 

혹시 방 배치도 있습니까?

 

비슷한 게 있긴 한데

 

고마워요

 

38호실 되죠?

 

바로 옆방도 있는데요
137호실요

 

아뇨, 38호실 줘요

 

거긴 침대가 둘인데

 

"30~42호실"

 

"레갈 모텔"

 

"1층 객실 배치도"

 

난 아무것도 몰라

 

어떻게 찾았지?

 

난 아무것도 몰라

 

무모한 짓일세

 

아무리 젊어도 그렇지

 

무슨 짓이오?

 

차 얻어 타는 거

 

위험해

 

안톤 쉬거를 보면
알아보겠나?

 

네, 바로 알아볼 수 있죠

 

마지막으로 본 게?

 

작년 11월 28일요

 

날짜까지 아는군
앉으라 했던가?

 

아뇨, 허락 기다리다간
다리에 쥐 날 거 같아서요

 

날짜, 이름, 다 기억합니다
11월 28일에 봤죠

 

조직 내 골칫거리야

 

우린 큰돈을 잃고
상대는 물건을 잃었지

 

 

이 계좌는 24시간마다
1,200달러까지 인출되네

 

그보다 더 쓰게 되면
나중에 따로 쳐 주지

 

알겠습니다

 

- 쉬거를 얼마나 잘 아나?
- 궁금하신 게 뭐죠?

 

쉬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싶어서

 

얼마나 위험하지?

 

뭐와 비교해서요
호환, 마마?

 

절 쓰실 만큼은
악랄한 놈이죠

 

사이코 킬러지만
그게 뭐요?

 

널린 게 그런 앤데

 

델 리오 모텔에서
셋을...

 

마약 거래 현장에선
둘을 죽였어

 

- 그 짓도 끝입니다
- 자신만만하군

 

사는 게 순탄했나 보군
칼슨 웰스?

 

남들 사는 걸 순탄치 못하게
만들면서 살아왔죠

 

- 혹시나 해서...
- 뭔가?

 

주차증에 도장 좀
찍어주실래요?

 

그건 유머라고 한 거겠지?

 

영 아니군요

 

길거리에서 이 건물
층수를 셌거든요

 

- 한데?
- 한 층이 비어요

 

조사해 보지

 

방 하나, 하룻밤

 

26달러요

 

좋소

 

밤새 있을 거요?

 

네, 아침 10시까지 근무죠

 

넣어 둬요

 

구린 짓은 안 부탁할 테니
걱정 말고

 

날 찾는 자가 있소

 

경찰은 아니니

 

손님 오면 전화만 줘요

 

어떤 사내라도 말이오

 

백날 찾아봐라

 

걱정 마시오!
해치진 않을 거요

 

멀리만 가 줘요

 

"미국- 멕시코 국경"

 

교통사고 났어요?

 

그 잠바 5백 달러에 사자

 

돈부터 봐요

 

교통사고 난 거예요?

 

그래

 

- 돈이나 줘요
- 일단 옷 좀 줘 봐

 

돈부터 줘야죠

 

그것도 줘

 

맥주도 줘

 

얼마에?

 

그냥 주자

 

"멕시코 출입국 관리소"

 

"출입국 관리소 경고문"

 

"마이크 조스 약국"

 

"솜"

 

"마이크 조스 약국"

 

"처방전"

 

기다려

 

차량 조회해 봤어?

 

별로 건질 게 없어요

 

차량 소유자들이
다 죽은 사람들이에요

 

포드 소유자는
죽은 지 20년 됐고요

 

멕시코 차량도 조사할까요?

 

아니, 됐어

 

이번 달 경비야

 

마약 단속국 전화는
계속 따돌리시게요?

 

괜히 엮이고 싶지 않아

 

현장에 간다면서

 

같이 가시겠냐고 묻더군요

 

친절도 하지

 

마누라한테
모스 부인 만나러

 

오데사 간다고 해 줄래?

 

 

가서 전화한다고 해 줘

 

지금 해도 되지만
집에 오랄까 봐

 

- 나가시면 걸까요?
- 그래

 

괜히 거짓말할 필요는 없지

 

토버트가 진리와
정의에 대해 뭐랬지?

 

'우리는 매일 각오를
다져야 한다' 비슷한 거요

 

난 하루 두 번씩
다져 보려고

 

안 된다 싶으면
세 번으로 늘리지

 

저건 또 뭐야?

 

보안관님

 

자네 짐 꼴 봤나?

 

말도 안 돼

 

묶은 게 느슨해졌군요

 

몇 구 싣고 떠났지?

 

떨어뜨리진 않았어요

 

밴으로 나르면 좋잖아

 

사륜구동 밴이 있어야죠

 

적재 불량으로
딱지 끊으시게요?

 

어서 가보기나 해

 

안녕하시오

 

그 돈 챙겨 넣을 땐
이런 미래를

 

꿈꾸진 않았겠지

 

걱정 마쇼
댁을 쫓는 게 아니니

 

압니다

 

그자를 봤소

 

그자를?
근데 죽지 않았다?

 

그자 정체가 뭐요?
악당?

 

악당 갖곤 모자라지

 

그럼 뭐요?

 

뭐랄까...
유머 감각이 없달까

 

쉬거란 자요

 

- 슈거?
- 안톤 쉬거

 

- 그가 자넬 어떻게 찾았을까?
- 그건 알고 있소

 

- 트랜스폰더라 하지
- 그것도 압니다

 

다신 날 못 찾을 거요

 

- 딴 방법으로 찾겠지
- 어림없소

 

난 3시간 걸렸소

 

병원에 박혀 있으니까

 

아니, 그자를 모르는군

 

직업이 뭐요?

 

은퇴했소

 

- 그러면 전직은?
- 용접공

 

아세틸렌? 미그? 티그?

 

난 뭐든 녹여 붙일 수 있소

 

- 무쇠도?
- 물론

 

- 납땜 얘기 아뇨
- 납땜 얘기 안 했소

 

- 진짜 무쇠?
- 그렇대도

 

베트남에 있었나?

 

그렇소

 

나도 그런데

 

그럼 전우애라도 발휘할까?

 

한몫 떼주시오

 

그래야 보호할 명목이 생기지

 

이거 어쩌나, 다 썼는데

 

창녀에 술값으로

 

탕진한 지 오래요

 

그자가 오데사로 가면
어쩌려고?

 

거길 왜 가겠소?

 

부인 죽이러

 

애먼 데 신경 쓰지 말고
나나 피하라지

 

잘못 짚었소

 

그자 감당 못 해

 

어디까지나 당신은...
어쩌다 낀 거잖소

 

난 강 건너
이글 모텔에 있고

 

칼슨 웰스요

 

힘에 부치면 연락하쇼

 

돈도 다 뺏진 않으리다

 

나눠 먹을 거면
'슈거'란 자와 하지

 

아니, 뭘 모르는군
그자와는 협상이 안 돼

 

돈을 돌려줘도

 

괘씸죄로 죽일 테니까

 

특이한 자거든

 

원칙이 있달까

 

돈이나 마약 같은 걸
뛰어넘는 원칙

 

당신하곤 달라

 

나도 못 쫓아가지

 

당신처럼 말 많지 않은 건
높이 사지

 

칼라 진, 와 줬군요

 

왜 왔나 모르겠네요
말씀드렸듯 어디 있는지 몰라요

 

- 연락 없었어요?
- 없었어요

 

- 전혀?
- 한마디도

 

귀띔할 생각은 있었고?

 

글쎄, 모르겠어요

 

- 괜히 괴롭히지 마세요
- 괴롭히는 건 내가 아녜요

 

- 그럼 누구죠?
- 질 나쁜 자들이죠

 

남편을 죽일 겁니다
포기를 모르죠

 

그이도 그래요
포기를 않죠

 

기꺼이 받아줄걸요

 

찰리 월서라고
샌더슨 목장주 아세요?

 

소 도살 방법 알아요?
망치로 여길 쳐서

 

묶어놓고 목 따는 거?

 

한 번은 묶고
피를 다 뺐는데

 

소가 몸부림쳤죠

 

3백 킬로짜리가
성이 나서

 

이런 말 뭣하지만...

 

찰리가 총으로
머릴 쐈는데

 

발버둥 치는 바람에

 

탄알이 튀어
찰리 어깨를 맞혔죠

 

지금도 찰리는
오른팔을 잘 못 써요

 

말하고 싶은 건
인간과 소의 싸움도

 

결과는 모른단 거예요

 

르웰린이 전화하면
내가 보호해주겠다고 해요

 

요즘엔 도살 방법이
달라졌답디다

 

공기총으로

 

요만한 침을 머리에 박죠

 

그럼 즉사예요

 

- 왜 그런 말씀을 하세요?
- 글쎄요

 

별생각이 다 드네요

 

오랜만이군

 

방으로 가지

 

이럴 필요 없잖나

 

난 일용직이라

 

손 떼면 그만인데

 

그렇지

 

이왕 걸음 했으니
인출기로 가세

 

만4천 들어 있네

 

피는 보지 말자고

 

인출기라...

 

돈 가방 있는 데도 알아

 

갖고 있단 소리군

 

강둑에 가서 어딨나
찾을 수 있단 말이야

 

더 좋은 수가 있어

 

- 뭔데?
- 돈의 다음 행선지를 알거든

 

어딘데?

 

결국 내게 가져와서

 

발밑에 고이 모셔 놓을걸

 

확신할 순 없잖나

 

20분 내로 대령할게

 

확신해

 

그러니 다음 수순은 뻔하지?

 

삶에 미련을 버려

 

모양새 나빠지지 않게

 

말이 안 통하는군

 

좋아, 하나만 묻지

 

믿고 따른 룰 덕에

 

이 꼴 됐다면

 

그딴 룰 어디다 쓸까?

 

네가 얼마나
사이코 같은지 알아?

 

대화가 좀 적나라했나?

 

너란 인간 말이야

 

돈은 다 주지, 안톤

 

- 여보세요?
- 그래

 

칼슨 웰스 있소?

 

있지만 전화 못 받는데

 

와서 나 좀 보지

 

누구요?

 

잘 알 텐데

 

얘기 좀 하지

 

- 할 말 없소
- 있을걸

 

내 행선지 아나?

 

왜 알아야 하지?

 

너 있는 덴 알아

 

어딘데?

 

강 건너 병원
하지만 거긴 안 가

 

어디 갈지 아나?

 

알 만하군

 

좋아

 

가도 없어

 

어디에 있든
달라질 건 없어

 

그럼 거길 왜 가지?

 

결과는 뻔히 알잖아

 

아니

 

알 텐데

 

제안 하나 하지

 

돈 가져오면
여자는 살려 주겠다

 

그렇지 않으면
둘 다 살려 둘 수 없지

 

더 바랄 게 없는 조건일걸

 

목숨 부지할 거란
헛된 희망은 걸지 마

 

원한다면 응해주지

 

내 출현 기대해

 

네가 날 찾기 전에
내가 간다

 

- 델 리오의 모텔?
- 네

 

셋 다 신분증은 없지만

 

멕시코인이에요

 

다 죽었고요

 

문제는 언제 멕시코인이길
포기하고 죽었느냐는 거로군

 

 

자물쇠는 확인했나?

 

네, 쐈던데요

 

그렇군

 

가 보시게요?

 

아니, 그거면 됐어

 

그자들은 죽을 때가
된 거지, 뭐

 

- 왜죠?
- 그런 일 하면 명이 줄어

 

하긴

 

웬델, 이건 전면전이야
달리 표현할 길이 없군

 

이게 어디 사람이냐고

 

지난주 캘리포니아에서
부부가 체포됐는데

 

노인들한테 방 내주곤
죽여서 마당에 묻은 다음

 

사회보장 연금을
대신 타 먹었대

 

고문부터 했다는데
이유는 몰라

 

TV가 고장 나 심심했나

 

그런 짓 일삼던 중...

 

'개목걸이만 두른 채'

 

'도망친 노인 보고
이웃 경악'

 

그게 상상이나
할 수 있는 행동인가

 

하지만 그쯤 돼야
쳐다봐 주거든

 

뒷마당에 무덤 파도
눈 하나 꿈쩍 안 하니

 

괜찮네
나도 가끔 우스운걸

 

웃지 않으면 별수 있나

 

말해 보시오

 

누가 여길 지나
미국의 품에 안기겠소?

 

- 글쎄, 미국 시민?
- 미국 시민 중 일부

 

- 누가 결정하겠소?
- 당신인가요?

 

맞소, 어떻게?

 

- 글쎄
- 질문해서

 

적절히 답하면 받아주고

 

그렇지 않으면 안 되오

 

- 이해 안 되는 거라도?
- 없습니다

 

다시 묻죠

 

왜 옷을 벗고 왔소?

 

가운 입었잖아요

 

- 말장난할 거요?
- 아뇨

 

- 협조하시오
- 네

 

- 군인이시오?
- 제대했어요

 

- 베트남은?
- 두 번 다녀왔죠

 

어디 부대?

 

제12보병대대
66년 8월부터 68년 7월까지

 

- 윌슨!
- 네

 

이분 도와서
미국으로 모셔

 

부츠는 잘 맞으세요?

 

네, 좋아요
실은 딴것도 필요해서요

 

옷 벗고 오는 사람이
많습니까?

 

아뇨, 드문 일이죠

 

- 얘기하기 싫대
- 그럴 리가요, 바꿔 줘요

 

- 지금 몇 신 줄 아나?
- 상관없으니까

 

끊지나 마세요!

 

하나 있는 사위란 게...

 

- 르웰린?
- 여보

 

어떡하면 좋아?

 

뭐 아는 거 있어?

 

아니, 테렐에서
보안관이 왔었어

 

- 뭐랬어?
- 뭘 알아야 말하지

 

어디 다쳤지?

 

왜 그런 소릴 해?

 

목소리에 묻어나

 

거짓말이 묻어나겠지!

 

엘파소의
데저트 샌즈 모텔로 와

 

돈 줄게, 비행기 타고

 

나 당신 두곤 못 가

 

시키는 대로 해

 

당신도 돈도 없으면
날 놔둘 테니

 

그때 손볼게

 

놈 처리하고 나면
갈 거야

 

놈이라니?
엄마는 어쩌고?

 

- 괜찮으실 거야
- 괜찮으셔?

 

괜찮긴, 나 암이야!

 

아무도 안 건들 거야

 

누구시오?

 

- 저요?
- 그렇소

 

아무도 아니에요

 

회계사죠

 

멕시코 놈들한테
수신기를 줬더군

 

그분 생각에...

 

죽기 전 생각에...

 

- 여럿이 찾을수록...
- 어리석군

 

제대로 된 사람
하나면 될 일인데

 

그렇죠

 

절 쏘실 건가요?

 

봐서

 

날 봤다고 할 건가?

 

내가 이렇게 될 줄 알았지

 

3년 전부터 알아봤다고

 

결혼한 지 3년도 안 돼

 

3년 전에 분명히 말했지
좋을 게 없다고

 

한심스러워선, 찜통더위에

 

암으로 고생하는데
이 꼴이 뭐야

 

집에서도 쫓겨나고

 

텍사스 엘파소로
가는 중이에요

 

거기 아는 사람이
몇인 줄 알아요?

 

글쎄요

 

이만큼 압니다

 

관절염약이 없어

 

- 내가 챙겼어
- 안 보여

 

거기 넣었다니까
잠깐만 기다려

 

표 끊고 카트 갖고 올게

 

제가 들어 드릴까요?

 

텍사스엔 신사가
멸종한 줄 알았는데

 

고마워요
늙고 병든 날 챙겨줘서

 

어디 가시게요?

 

엘파소, 사연이 길어요

 

양복 입은 멕시코인은
흔치 않은데

 

엘파소라면 훤한데
어디 묵으시게요?

 

칼라 진, 별일 없죠?

 

보안관님, 찰리 월서 얘기
사실인가요?

 

그게 누군데요?

 

사실이죠
세세하게까진 몰라도

 

사실이고말고요

 

그렇군요

 

보안관님, 한 가지만
약속해 주시겠어요?

 

그러죠

 

남편이 어딜 가는지
알려 드리면

 

혼자 가서
만나 보시겠어요?

 

부하들 안 데리고요

 

그러죠

 

도와 달라진 않을걸요

 

필요 없다고 할 거예요

 

저는 남편을
해치지 않아요

 

도움은 분명
필요한 상태고요

 

차가 고장 났나 봅니다?

 

배터리가 나갔나 보군요

 

근처 분이시오?

 

네, 알파인 토박이죠
여기요

 

어느 공항을 이용하시오?

 

공항이요?
임시 활주로요?

 

공항

 

- 어디 가시게?
- 글쎄요

 

멀리 떠나고 싶구먼

 

그 맘 잘 알죠

 

활주로는 가까워요

 

공항은 엘파소에 있고

 

갈 곳 정해지면

 

달라스까지 차로 가요
거긴 비행기가 많으니까

 

연결 안 해요?

 

그 닭장 좀 치워주겠소?

 

무슨 소리요?

 

"데저트 샌즈 모텔"

 

안녕하세요
멋쟁이 아저씨!

 

안녕하시오

 

섹시한데요?

 

제가 좀 그렇죠

 

내 방에 맥주 있는데

 

아내가 오기로 해서요

 

그래서 창밖만 내다봤군요?

 

겸사겸사

 

다른 이유는?

 

닥칠 일을 기다리고 있죠

 

닥칠 일은 아무도 모르죠

 

맥주!
그게 닥칠 거예요

 

유부남이라니
여기서 마시죠

 

아뇨, 술 들어가면
다음은 뻔해요

 

다음은 취하는 거죠

 

"데저트 샌즈 모텔"

 

"엘파소"

 

괜찮아요?

 

경찰 불러요

 

엘파소 경찰 불러요

 

여긴 내 무전기가
안 되니까

 

커피나 한잔하고 가시죠

 

돈은 없었죠?

 

주머니에 몇 푼 빼곤

 

다 챙겨 갔더군요

 

그렇겠죠

 

돈을 가만둘 리 있나

 

늘 그놈의 돈이 말썽이죠
돈하고 마약!

 

그거면 눈에 뵈는 게
없어져요

 

그게 뭐길래?
결과는 뻔한데

 

20년 전엔
상상이나 했겠어요?

 

애들이 텍사스 거리에서
머리에 초록 물 들이고

 

코까지 뚫고 다니는

 

지경이 될 줄이야

 

세상이 흉흉하죠

 

점점 막돼먹어 가는데
험악해질 밖에요

 

불 보듯 훤한 일이죠

 

말세예요
어디부터 손써야 할지

 

엄두가 안 나죠

 

별 이유도 없이 죽이다니

 

이거야 원, 정신 나간
사이코 킬러지

 

정신은 말짱할 수도 있죠

 

그럼 왜 그럴까요?

 

문득 놈이 섬뜩한
유령 같단 생각이 들어요

 

- 엄연히 사람이죠
- 그런가요?

 

이글 모텔 살인은

 

인간 같지도 않지만요

 

피도 눈물도 없죠

 

그런 말로는
한참 모자라요

 

모텔 직원 쏘고 나서

 

곧바로 퇴역한
육군 대령을 쐈으니

 

금수만도 못하죠

 

범죄 현장을 유유히
거니는 짓을

 

누가 하고 다니겠어요?

 

그런 놈을 또 어찌 막고?

 

조심해서 가요
이렇게 돼서 씁쓸하군요

 

"범죄 현장
접근 금지"

 

안이야!

 

저인 줄 어떻게 아셨어요?

 

누가 네 트럭을
타고 오겠냐?

 

그걸 알아요?

 

- 뭐라고?
- 소리만 듣고...

 

저 놀렸군요

 

어딜 봐서?
고양이가 움찔하는 걸 봤지

 

제 트럭인 줄은?

 

네가 들어오길래
그런가 보다 했지

 

몇 마리나 있어요?

 

고양이?
글쎄, 몇 놈 되지

 

'있다'란 말뜻이
어떤 거냐에 따라 달라

 

들고양이도 있고
반쯤 길든 놈들도 있거든

 

잘 지내셨죠?

 

보다시피

 

넌 좀 늙수그레해졌구나

 

늙었으니까요

 

네 부인 편지 받았어

 

꼬박꼬박 보내줘서
소식은 잘 듣고 있지

 

- 소식이랄 게 있나요
- 그만둔다고?

 

- 커피 드실래요?
- 좋지

 

오래된 건 아니죠?

 

먹다 남은 게 있어도
매주 새로 뽑으니 걱정 마

 

아저씨 쏜 놈은
감옥에서 죽었죠?

 

앙골라, 죽었지

 

교도소에서 석방되면
어쩌려고 했어요?

 

글쎄, 어쩌긴 뭘

 

그래 봤자지

 

이거 의외인데요

 

손해난 거 되돌리려
용쓰다간

 

더 새어 나가게 돼 있어

 

그럼 호미로 막을 거
가래로 막게 되지

 

자네 조부는 나한테
부보안관 부탁하신 적 없네

 

자네 부인 말로는
곧 관둔다던데

 

- 무슨 일 있었나?
- 일은요

 

힘이 달려서요

 

예전엔 나이 먹으면

 

하느님께서
살펴 주시겠지 싶었어요

 

헛된 바람이었죠

 

원망은 안 해요

 

저라도 저 같은 놈
살펴 줄 생각 없으니까

 

그분 뜻은 모르잖아

 

맥 삼촌의 총과 배지는
경찰들에게 줘서

 

박물관에 넣었지

 

아버지한테 맥 삼촌
돌아가신 얘기 들었나?

 

현관 앞에서
총 맞아 돌아가셨지

 

일고여덟 놈이 들이닥쳐선
강도짓을 하려 들자

 

맥 삼촌은 총을 가지러
들어가려 했지만

 

한발 늦었어

 

문간에서 쓰러지셨지

 

숙모가 지혈하려 할 때도

 

삼촌은 총만 집으려 들었대

 

놈들은 말 타고 앉아서
삼촌 죽어가는 걸 지켜봤고

 

그러곤 인디언 말로
뭐라고 하더니만

 

떠나더래

 

삼촌은 '이제 죽는구나'
하셨겠지

 

좌측 폐를 관통했거든

 

그렇게 뜨신 거야
사는 게 뭔지...

 

언제 돌아가셨죠?

 

190... 9년?

 

아뇨, 그게 아니라 곧바로
돌아가셨어요? 아니면 밤까지...

 

언제였죠?

 

그날 밤이었을 거야
다음날 숙모가 묻었거든

 

꽁꽁 언 땅까지 파시고

 

그 맘고생
너만 겪는 거 아냐

 

녹록지 않은 세상이잖아

 

오는 변화를 막을 수 있나

 

어디 다 내 맘 같아야지

 

접을 건 접어

 

"아그네스 크라시크"

 

"1922- 1980
사랑하는 어머니"

 

언젠간 올 줄 알았어요

 

전 돈 없어요

 

푼돈 준 건 진작 다 썼고
빚만 잔뜩 남았죠

 

오늘 엄마를 묻었는데

 

그것도 외상 졌어요

 

그런 건 관심 없어

 

좀 앉을게요

 

절 해칠 이유 없잖아요

 

물론 그렇지
다만 약속을 했거든

 

약속을 해요?

 

남편한테

 

말도 안 돼요

 

남편한테 날 죽이겠다고
약속했다구요?

 

네 남편에게는
널 살릴 기회가 있었어

 

한데 살아보겠다고
널 버렸지

 

그럴 리가요

 

그런 사람 아니에요

 

이럴 필요 없잖아요

 

하나같이 그 소리군

 

무슨 소리요?

 

이럴 필요 없지 않냐고

 

그렇잖아요

 

좋아

 

특별히 선심을 베풀지

 

정해

 

와 있는 거 보고
사이코인 줄 알았어요

 

무슨 짓 할지 짐작했죠

 

- 정해
- 아뇨

 

그런 짓은 안 해요

 

정해

 

동전으론 결정 못 해요

 

당신이 결정해야죠

 

동전도 나와
생각이 같을걸

 

아저씨
뼈가 튀어나왔어요

 

잠깐 앉아서 쉬면 돼

 

구급차 불렀으니까
곧 올 거예요

 

그래

 

괜찮으세요?

 

팔에 뼈가 보여요

 

그 남방 얼마에 팔래?

 

괜찮아요, 그냥 드릴게요

 

저 뼈 좀 봐

 

묶어 봐

 

어서 묶어 줘

 

아니에요
그냥 도와 드린 건데

 

- 너무 많아요
- 받아

 

받고 나 봤다는 소리
하지 마라

 

난 진작에 간 거야

 

 

내 몫 내놔

 

넌 옷 입고 있잖아

 

옷값이 아니잖아

 

어쨌든 난 내 옷을 줬어

 

- 말이나 타볼까 해
- 그래요

 

어때?

 

하고 싶은 대로 해요

 

- 같이 안 갈래?
- 됐어요, 내가 은퇴했나

 

집에서 당신 돕든가

 

사양하죠

 

- 잠은 잘 잤어요?
- 글쎄, 꿈을 꿨어

 

남는 게 시간인데 말해 줘요
재밌는 꿈이에요?

 

주인공이야 늘 재밌지

 

안 놀릴 테니 말해 봐요

 

좋아, 두 가지 꿈을 꿨는데
둘 다 아버지가 나왔어

 

이상해

 

내가 스무 살이나
더 먹었더군

 

내 기억엔
나보다 젊으시니까

 

처음 건 가물가물한데

 

마을에서 만났더니

 

돈을 주셨어

 

근데 잃어버렸지

 

두 번째는
옛날로 돌아간 거야

 

밤에 말을 타고
산길을 달렸지

 

좁은 오솔길 말이야

 

춥고 땅에는
눈까지 쌓였는데

 

아버지가 말 타고

 

날 그냥 앞질러
가시는 거야

 

담요를 두른 채
머릴 숙이고 계시더군

 

지나가실 때
횃불 드신 걸 봤지

 

그땐 뿔 속에
불을 밝히고 다녔잖아

 

불빛에 뿔이 비치는데

 

달빛 같았어

 

꿈이지만 먼저...
서둘러 가셔선

 

어둡고 추운 곳에

 

불을 밝히고 계시리란
생각이 들었어

 

내가 도착하면
날 맞으시려고

 

그러다 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