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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번째
11/9/2018

 

바나와디궁은 원래

 

바나와디 라스미 공주가
살고 있었어

 

53년 전 정원사가
공주를 죽였지

 

궁은 후손이 물려받았고

 

이후 여러 사람에게
팔리게 됐어

 

결국엔 성 마리아
수녀원이 됐지

 

바로 이곳이야

 

아냐!
내가 그런 게 아냐!

 

도와줘!

 

도와줘

 

도와줘

 

도와줘!

 

소리 지르지 마!

 

걸리면 혼난단 말이야

 

이젠 얘기 안 해줄 거야

 

소우 수녀님 온다

 

누가 소리 질렀지?

 

피앙파?

 

새로온 애요
이름이 몬이에요

 

아디티 학생?
할 얘기 없어?

 

제가 안 그랬어요

 

너 맞잖아
애들이 다 들었어, 맞지?

 

맞아요!
쟤가 소리 질렀어요

 

내가 안 그랬어

 

나 아니야

 

몬!
왜 바닥 닦고 있어?

 

원장 수녀 한나

 

들어와

 

차도는 없으시니?

 

뇌수막염이라고?

 

안됐구나

 

기적을 바라며
매일 기도하지만

 

기적이란 건 없어

 

너도 이해해야 한다

 

사소한 문제에도
내가 까다롭게 구는 건

 

너희 이모님이 편찮으시면서
널 내게 맡기셨기 때문이야

 

그러니 이모님을
실망하시게 하면 안 돼

 

그만 가봐

 

내가 안 그랬어요

 

싫어

 

싫다니까!

 

그만 귀찮게 해!

 

싫다고!

 

젠장
싫다고 했잖아!

 

생선은 빼주세요

 

피앙파

 

- 온다
- 귀찮게 하네

 

저리 좀 꺼지라고!

 

저 미친년
엎어지는 거 잘 봐

 

엎어지긴 무슨
너 멍들겠다

 

시끄러

 

 

여기 앉아도 돼?

 

우웩
뭘 먹는 거야?

 

으깬 감자?

 

그러고 보니
나한테도 있잖아

 

망했다

 

나 어렸을 때
엄마가 맨날 만들어줬어

 

머리 안에 뇌 말고
감자가 가득찬 거 같았다

 

저건 자기가 이쁜 줄 알아

 

남자나 밝히는 게

 

쟤 동창한테 들었는데

 

완전 걸레라더라고

 

아빠가 완전 부자라
애를 망친 거지

 

온갖 남자들하고
자고 다녔대

 

방학에 디즈니랜드 갔어

 

가 본 적 있어?

 

헐리우드도 갔었어

 

그래서 친구도 없이
저런 괴짜랑 어울리는 거네

 

그 긴 머리
백발 할아버지 있잖아

 

해리포터에 나오는 할아버지

 

이름이 뭐지?

 

간달프!

 

그래, 간달프

 

놀고 있네
그건 반지의 제왕이지

 

그렇게 맛있어?
게걸스럽게 먹네

 

제발 좀 닥치고
꺼지라고!

 

몬, 같이 갈래?

 

내 이름은 아디티

 

하지만 모두
몬이라고 부른다

 

12년 전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항상 죽음이 내 주위를
맴도는 것처럼 느껴졌다

 

고요함에 익숙해졌다

 

그 누구보다
고요함에 대해 잘 알았다

 

고요함에도 레벨이 있다

 

나뭇잎이 바스락거리거나
곤충의 날갯짓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고요함

 

시계 초침 소리와
심장 소리가

 

들리는 고요함

 

그리고

 

자신의 생각이
들리는 고요함

 

몬! 왔구나

 

가려고요

 

너 주려고 가져왔어
아몬드 쿠키야!

 

근무 마치고 가다가
갓 구운 걸 발견했어

 

너 아몬드 좋아하잖아

 

노 선생님
실례할게요

 

화장실에 가야 해서요

 

하지만 제일 깊은
고요함은...

 

정말 너무 고요해서

 

영혼이 말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여기 있지?

 

아직도 날 따라다녀?

 

대답을 들으려고 왔어

 

무슨 대답?

 

싫다고 했잖아

 

싫다고 했잖아

 

부탁이야
도와줄 사람은 너뿐이야

 

정말 거머리 같네

 

안 도와주면
계속 따라다닐 거야

 

제발 좀 꺼져

 

저 미친년
엎어지는 거 잘 봐

 

조심해!
넘어가서 뒷발차기!

 

그렇게 맛있어?

 

게걸스럽게 먹네

 

제발 부탁해
도와줄 사람은 너뿐이야

 

제발 좀 닥치고
꺼지라고!

 

전날 밤

 

누구야?
어떻게 들어왔어?

 

오래전에
이곳 학생이었어

 

말도 안 돼
여긴 수녀원 학교야

 

30년 전에 여기
남자 실무 학교였어

 

그렇구나

 

이름이 뭐야?

 

그냥 선배라고 불러

 

선배?

 

좋아

 

원하는 게 뭔데?

 

네 도움이 필요해

 

그게 미스터리한 선배와의
첫 만남이었다

 

50년 전 바나와디궁에서
있었던 살인사건에 관해

 

왜 내게 얘기하는지

 

알 수 없었다

 

정원사는 누명을 쓰고
사형선고를 받았어

 

그의 영혼이 진실을
밝혀달라며 계속 나타나

 

진짜 범인이 안 잡혔다면
그는 여기 계속 나타날 거야

 

죽은 자들도
정의를 원해

 

왜 죽은 사람이
산 사람에게 도움을 청해?

 

유령은 전부 다
아는 줄 알았는데

 

살아있을 때의
기억만 남아있어

 

잃어버린 기억도 있고

 

어떻게 죽었는지조차
잊을 때가 있어

 

독보적 창녀

 

혼자 있게 해줘

 

난 걸레야

 

못되처먹었고
아무 남자하고 자

 

창녀고 소름끼치는
후안무치 매춘부야

 

자학 끝나거든 얘기해

 

잠깐만

 

방금 끝났어

 

이거 돌려줄게

 

너 가져
난 필요 없어

 

나보고 걸레래

 

라티 선생님하고
가까워져서 그래

 

새로 온 화학 선생님인데
알아?

 

뭐...

 

내가 점수 잘 받으니까

 

내가 선생님하고
잔 거라고 소문이 퍼졌어

 

몬!

 

나 어떡해?
미칠 거 같아!

 

안트, 너희 엄마
돌아가셨지?

 

어떻게 알아?

 

5년 전에

 

아빠가 바람 피운 거에
복수하려고 목매 자살했어

 

근데 아빠는
그 여자랑 결혼해서

 

미국으로 가버렸어

 

뭐 좀 물어봐도 돼?

 

왜 별명이 몬이야?

 

어렸을 때 통통한
도라에몽 같았어?

 

몰라

 

내 생각엔

 

꿈이란 글자에서
온 거 같아

 

너 잠자기 좋아하는구나

 

아니, 싫어해

 

네 별명은?
자이안트에서 딴 거야?

 

응, 어렸을 때
우량아였어

 

엄마가 날
자이안트라고 불렀어

 

커가면서
그게 창피해져서

 

안트로 줄인 거야
귀엽지?

 

퍽이나 귀엽다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을 때

 

사는 게 너무 지칠 때
네가 다가왔어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날 위로해 줄
누군가를 원할 때

 

네가 다가왔어

 

사실은 나
라티 선생님 좋아해

 

선생님도 날
좋아하는 거 같아

 

이거 볼래?

 

이거 선생님이
밸런타인데이에 준 거다!

 

귀엽지?

 

솔직히 말하면
난 그 선생님 느낌이 별로야

 

내 남친한테
그게 웬말이야

 

질투하는구나?

 

쟤넨 왜
저런 소릴 내지?

 

개들은 귀신을 보면
하울링을 한다는데, 맞아?

 

개가 시력이 되게
안 좋은 거 알아?

 

근데 냄새를 잘 맡아

 

그러니까 개는
귀신을 못 봐

 

냄새를 맡는 거지

 

어떻게 그리 잘 알아?

 

전생에 개였어?

 

그건 아닌데
나도 귀신 냄새를 맡아

 

장난치지 마
무섭잖아

 

장난 아냐

 

너한테 처음 털어놓는 거야

 

4살 때 차사고로

 

나만 살아남고
부모님이 돌아가셨어

 

그후로 죽은 사람들
냄새를 맡을 수 있어

 

그 사람들이 만졌던
물건의 냄새를 맡는 거야

 

지금

 

너네 엄마 냄새가 나

 

거짓말하지 마

 

라벤더
상쾌하지만 슬픈 향

 

그거 우리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향수인데

 

네가 어떻게 알아?

 

그 선생님 가까이하지 마

 

너희 엄마가
그렇게 전하래

 

수영장 공주 살인사건

 

도와주기로 한 거야?

 

그냥 튕긴 거였군

 

싫어! 안 해!

 

미쳤네

 

누구지?

 

원래부터 도와주고
싶었던 거잖아, 맞지?

 

다 알면서 왜 물어봐?

 

아디티
날 시험에 들게 하는 거니?

 

성깔있네

 

너 내 동생이었으면
머리 한 대 쥐어박았어

 

어디 한번 해보시지?

 

아디티!

 

저는 미쳤습니다
100m 이내 접근 금지

 

그럼 이제 우리
파트너지?

 

무슨 파트너?

 

탐정 파트너

 

사건을 조사하려면
도와줄 사람이 필요해

 

나보고 수족 노릇 하라고?

 

좀 봐줘
난 다른 시대에서 왔어

 

지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다고

 

네가 갖고 있는
뚜껑 달린 TV

 

그거 처음 봐

 

뚜껑 달린 TV?

 

TV 아냐!

 

노트북이라는 컴퓨터야

 

근데 이렇게 막 돌아다니면
사람들이 볼까 걱정 안 돼?

 

넌 나하고 대화는 하지만
날 못 보잖아

 

- 걱정 마
- 어떻게 확신해?

 

내가 보이는 사람은

 

곧 죽을 사람이야

 

선배를 돕기로 한 후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살인사건은
밤에 일어났다

 

바나와디 공주는 단단한
물체로 뒤통수를 맞았고

 

그 충격으로
두개골이 깨졌다

 

몸은 수영장에 빠졌다

 

경찰은 피 묻은
삽을 발견했다

 

삽을 근거로
용의자를 체포했다

 

오랫동안 근무한
정원사 지트였다

 

지트의 집에서
귀금속이 발견됐다

 

공주의 물건이었다

 

재판부는 피고의 증언이
앞뒤가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

 

지트는 총살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과 연관된
3명을 알아냈어

 

첫 번째는 공주 주치의

 

사너 의사

 

수영장에서 공주의 시신을
발견한 사람이야

 

아직 살아있어

 

두 번째는 공주의 유언장을
집행한 변호사 프라판

 

5년 전에 죽었어

 

세 번째는 공주의
전 비서 워라나트

 

횡령으로 해고됐고

 

살인사건 직전에 사라졌어

 

근데
여긴 어떻게 들어왔어?

 

벽 통과하고 그래?

 

영화에 나오는
귀신처럼?

 

내가 학생이었을 때
여긴 화장실이 아니었어

 

그냥 발코니였지

 

그래서 그게 뭐?

 

사람들은 영혼이 벽을
통과한다고 믿지만

 

그게 아냐

 

우리가 만질 수 있는 건

 

우리 생전에 있었던
물건이나 장소뿐이야

 

영혼이 벽을 통과하는 건

 

과거에는 그 벽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야

 

그래서 영혼이 벽을
통과할 수 있는 거야

 

하지만 만약 예전엔
벽이었던 곳이

 

지금은 문이 되었다면

 

영혼은 그곳을
통과할 수 없어

 

그래서 네 도움이
필요한 거야

 

알겠어?

 

선배 지금 바로
내 앞에 있지?

 

냄새로 아는 거야?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지 않아?

 

궁금해
그려지는 이미지가 있어

 

어떤데?

 

잘생겼고 키가 크고
조금 잘난 척하고

 

냄새로 그정도까지
알 수 있어?

 

선배

 

우리 서로 만지는 게
가능할까?

 

이론상으론 안 돼

 

내가 살아있을 때
넌 없었으니까

 

그래?

 

따라와

 

어디로?

 

사건 현장

 

30년 전

 

내가 학생이었을 때도
여긴 수영장이었어

 

하지만 금지구역이었지

 

수녀원 학교로 바뀐 후

 

수영장을 메우고
묘지로 바꾼 거야

 

거기가 수영장
가장자리야

 

너비가 10m야

 

어디로?
왼쪽? 오른쪽?

 

왼쪽

 

이제 앞으로 쭉 걸어

 

거기서 멈춰!

 

거기에서 시신이
발견됐어

 

뭐 느껴지는 거 없어?

 

피 냄새가 나

 

증오와 섞여있어

 

잠깐

 

화약 냄새도 나

 

과거의 공기에
화약 냄새가 맴돌아

 

아닐 거야

 

사건 파일에
총 얘긴 없었어

 

살해 무기는 삽이었고
수영장 근처에서 발견됐어

 

피가 묻어 있었지

 

피해자의 피와
일지했고

 

그 당시엔
DNA 검사가 없었지

 

DNA?

 

몬!

 

몬!

 

이거, 네가 부탁한 거야

 

예전 병원 서류를 다 뒤졌어
눈 빠지는 줄 알았다

 

정리가 엉망이더라
그때는 전부 수작업이었으니

 

고마워요, 선생님

 

감사 인사 대신
내가 저녁 사게 해줘

 

혹시 귀신 믿어요?

 

세상에 그런 게 어디 있어

 

뭐야?
왜 밀고 그래?

 

너 혼자 들어가야 해

 

옛날에 이곳은
늪지대였어

 

실례해요
사너 선생님이세요?

 

바나와디 공주 사건에 대해
여쭤볼 게 있어요

 

어떻게 들어온 거야!

 

뭘 알고 싶어?

 

댕이라는 아이에 대해요

 

뭐?

 

댕은 고아였어

 

애 엄마가 내가 일하던
병원에서 죽었어

 

공주는 아이를 불쌍히 여겨
조카딸로 입양했지

 

댕이 12살이 됐을 때

 

달아나서 종적을 감췄어

 

프라판이라는 사람 아세요?

 

그 배신자 변호사?
당연히 알지

 

그 누구보다 잘 알아

 

죽는 순간까지도
못 잊을 거다

 

그 알코올 중독자놈

 

간질환으로 죽었다더군

 

꼴 좋다

 

죗값을 받은 거야

 

댕에 대해서
알아낸 거 있어?

 

사건 파일에는

 

살인 사건 당시
댕은 6살이었어

 

증언에 따르면 댕은
방에서 자고 있었대

 

이름이 귀에 익어
어디서 들어본 적 있어

 

근데 집에는
어떻게 들어간 거야?

 

귀신처럼 벽이라도 통과했나?

 

뒷문을 활짝
열어놨던데 뭐

 

황소도 들어가겠더라

 

벽 냄새 맡는 거 봐
완전 미쳤어

 

너네 엄마도 미쳤다며?

 

냄새 맡는 미친년

 

분노와 복수의
냄새가 난다

 

여자의 영혼이다

 

이 건물 안 누군가와
관련 있는 영혼이다

 

많이 바뀌어서
내 기억과 전혀 달라

 

저기 방 보이지?

 

분만실이었어

 

여기 오래 계셨죠?

 

이상한 거 보신 적
없으세요?

 

안 이상한 게
이상할 정도지

 

저기 방 보이지?

 

매일 밤 저 안으로 들어가는
임신한 간호사 귀신을 봤었어

 

사너 선생님이
여기 산부인과 의사였어

 

임신한 간호사 귀신이
퍼즐의 한 조각일 수 있어

 

학교 벽의 영혼이
그 간호사일 수도 있고

 

근데 바나와디궁 사람 중엔
부합하는 사람이 없어

 

유일한 가능성은
워라나트야

 

그리고 프라판에겐 위파라는
아내가 있다는 것도 알아냈어

 

아직 살아있어

 

찾아가봐야겠어

 

애송이가 옛날일을
왜 묻고 다니는 거니?

 

뭐 하려고?
가거라

 

안 되겠네

 

애송이가 뭐 어때서

 

선배

 

수업 끝나고
거기에서 만나

 

확실해?

 

선생님도 알아?

 

테스트기 보여줬어

 

선생님은 내가

 

거짓말하는 거래

 

선생님

 

얘기 좀 하시죠

 

HCG 호르몬이 들어있는
약들이 있어

 

그걸 소변과 섞어서
테스트기에 묻히면

 

양성 결과가 나와

 

흔한 속임수지
어디 화학선생을 속이려고

 

병원에 데려가서
검사 받게 하실 거죠?

 

내가 뭐 하러?

 

난 상관없는 일이야

 

네 친구에 대해서

 

- 알려지면 어쩌려고?
- 뭐가요?

 

남자들하고 자고 다닌다며

 

- 선생님도 포함해서죠
- 그래서?

 

내가 어쩌겠니?
걔가 유혹한 거야

 

못나셨네요

 

경찰에 신고하겠어요
걔는 미성년자라고요

 

그게...

 

현명한 처사일까?

 

만약에 말이야

 

이게 SNS에 퍼지면
어떻게 될까?

 

선생님

 

이 사진 삭제해주세요

 

좋아

 

근데 그 보상으로
내가 뭘 얻을 수 있을까?

 

거래할래?

 

몬, 어디로 끌고 가는 거야?

 

병원이지!
검사 제대로 받아봐

 

안 돼, 창피하단 말이야

 

안트
너 거짓말한 거야?

 

아냐, 거짓말 아냐

 

그랬구나
이젠 다신 말 걸지 마

 

이젠 친구도 아냐

 

몬, 가지 마!
나 버리지 마!

 

몬!

 

내겐 아무것도 없다고
느낀 어느 날

 

네가 다가왔어

 

내가 울고 있던 날
네가 미소 지으며 다가왔어

 

몬, 얘기 좀 하자
제발 말 좀 해줘

 

 

 

또 전데요
여쭤볼 게 있어요

 

여쭤볼...

 

저...

 

사너 선생님한테
벌써 다 들었어요

 

아줌마가 한 일을
사실대로 다 말해준댔어요

 

그 개자식
아직 살아있어?

 

뭐라디?

 

여기서 말해요?

 

들어와

 

남편은 공주 죽음하고
아무 연관도 없어

 

남편이 유언 집행인으로
결정되긴 했어도

 

그놈은 죽을 때까지
무일푼이었어

 

남겨준 돈이 하나도 없어

 

이 집 대출금도
내가 전부 냈단 말이야

 

난 위층에 가볼게
계속 얘기해 봐

 

다 옛날 일이야
다시 들추기 싫다

 

이제 말해 봐

 

그 돌팔이가 뭐라던?

 

위파 아줌마한테
다 들었어요

 

그 술주정뱅이 말
듣지 마

 

그 여자도 사기꾼 남편과
다를 거 없어

 

그 멍청한 여자는 남편이
바람피우는 줄도 몰랐지

 

바람피워요?

 

그래!
그 비서하고 말이야

 

내 생각엔 프라판이

 

자기 정부인 워라나트를
죽인 거 같아

 

워라나트가 사라진 날

 

도서관 바닥에서
그 여자 팔찌를 주웠어

 

프라판은 그날
굉장히 당황한 듯 보였지

 

그리고 셔츠 소매와 팔뚝에
시멘트가 묻어 있었어

 

당시에 공주가 그 의사를
좋아한다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었어

 

하지만 나이와
신분이 문제였지

 

결혼할 수 없었어

 

한 사람은 공주고

 

다른 한 사람은 천한
평민 출신 돌팔이였으니

 

왕실에서 허락할 리 없지

 

그러니 비밀연애를 한 거야

 

두 사람이 연인이었다고요?

 

둘 사이를 뭐라고 부르든
우리 때에 그건 '불륜'이었지

 

어느 날 그 의사가 병원에서
여아를 데려와서는

 

산모가 출산 중 사망해서

 

아이가 고아가 됐다고
공주에게 말했어

 

유서

 

타카다 병원
약제사

 

선배!

 

넌 누구야!
여기서 뭐 하는 거야!

 

걔한테서 떨어져!

 

선배!

 

그만!

 

그만해!

 

지겨워!
이제 더는 못 참아!

 

나가!

 

나가라고!

 

너희 둘 다!

 

나가!

 

다른 유언장을 찾았는데

 

집행인이 사너로 돼 있었어

 

근데 공주의 서명이 없더라

 

진짜 유언장에는
프라판이 집행인이었지

 

이젠 프라판이
유력 용의자야

 

어째서?

 

사너 말이 사실이라면

 

프라판은 아주 못된
사람이었어

 

사랑하는 사람을 죽였지

 

재산을 훔치려고 공주를
못 죽일 것도 없는 거야

 

나 그만 가봐야겠어

 

어딜?

 

데이트

 

여길 나갈 때까지 계속
쳐다보고 있을 거예요?

 

제가 부탁한 건요?

 

뭐?

 

그거!
내가 좀 알아봤지

 

티오펜탈 나트륨은
일종의 바르비투르산염이야

 

갑자기 의식을 잃게
만들 수 있지

 

적정량을 쓰면
의식이 혼미해져서

 

시키는 대로 다 하게 돼
최면 비슷하지

 

나랑 같이
저녁 먹어줘서 고마워

 

생각해보니까
우리 공통점이 많아

 

네 닉네임은 분명
도라에몽에서 딴 걸 거야

 

내 이름은 마노잖아
예전에 두꺼운 안경을 써서

 

친구들이 노비타라고
불렀었어

 

도라에몽과 노비타는
같은 만화에 나오잖아

 

이건 운명이야
그런 거 같지 않아?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그만 가볼게요

 

그리고 제 별명은
데몬을 줄인 거예요

 

또 따라오네

 

내가 누굴 만났는지 궁금해?

 

아니

 

그냥 예전에 걸었던 거리를
돌아다닌 것뿐이야

 

이 사진관은
우리 때부터 있었어

 

옛날 사진 좋아해?

 

응, 항상 사진 보러 와

 

나도

 

난 말이야
사진관이란 곳은

 

과거 세대의 좋은 추억이
살아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

 

이 사진 속 사람들 중

 

더 이상 사진 속 모습처럼
웃지 못하는 사람도 있어

 

어떤 이들은 이미
한 줌 재가 되었지

 

하지만 이곳에선

 

시간 속에 영원히
보존돼 있어

 

저게 우리 부모님
결혼 사진이야

 

- 진짜! 이런 우연이!
- 선배

 

그거 어떻게 한 거야?
멋지던데

 

뭘?

 

식당 전등
깜빡거리게 한 거

 

나도 몰라
일종의 에너지야

 

엑스맨 같네

 

내겐 아무것도 없다고
느낀 어느 날

 

네가 다가왔어

 

내가 울고 있던 날
네가 미소 지으며 다가왔어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을 때

 

사는 게 너무 지칠 때
네가 다가왔어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날 위로해 줄 누군가를
원할 때 네가 다가왔어

 

네가 멀리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

 

우리가 함께하지 못했던 게
다행이란 걸 알고 있었어

 

네가 멀리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

 

우리가 함께하지 못했던 게
다행이란 걸 알고 있었어

 

하지만 우리 마음은
서로에게 향해 있었어

 

바래다 줘서 고마워

 

너 혼자 돌아온 거지

 

난 그냥 따라왔고

 

오늘 재밌었어

 

모습이 보이면
더 좋을 텐데

 

안트!

 

 

 

사진 찍자

 

얼굴이 그꼴인데
사진이 찍고 싶어?

 

왜 항상 표정이 울상이야?
변비라도 걸렸어?

 

바보 같은 표정 짓느니
죽고 말지

 

 

미안해

 

우리 친구 맞지?

 

너 진짜 유별나

 

나 선생님 정말 사랑해

 

진정한 사랑이야

 

아직 화내지 마

 

선생님하고 내 인생을
보내는 게 꿈이야

 

- 부부처럼
- 안트

 

선생님 가까이 하지 마

 

아주 위험한 사람이야

 

어떻게 알아?

 

수상한 냄새가 나

 

선생님을 정말 싫어하는구나
그 남자는?

 

무슨 남자
아는 남자 없어

 

시치미 떼기는

 

너 수녀님한테 벌받던 날

 

네 옆에 어떤 남자
앉아 있는 거 봤어

 

정말 괜찮더라

 

그건 누군데?

 

안트

 

방금 뭐랬어?

 

그 남자 봤어?

 

남자친구 얘기
나한테 해주지도 않다니

 

살아생전에
날 벌레 취급 했지

 

날 속였어!

 

그러더니 병들었을 때
다시 기어들어왔지

 

이 빌어먹을 놈아!

 

선생님!

 

선생님!

 

정신 차려요!
죽으면 안 돼요!

 

어떡하지

 

정신 차려요!

 

심장병이야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아

 

와줘서 고맙다

 

사실은 여쭤볼 게 있었는데

 

괜찮아지실 때까지
기다릴게요

 

그냥 물어봐
원하는 거 다 말해줄게

 

공주가 원래 선생님을
유언장 집행인으로 지정했어요

 

근데 공주가 죽은 후

 

유언장엔 프라판
이름이 있었어요

 

맞아, 프라판이
유언장을 바꿔치기했어

 

혼자 독차지하고 싶었던 거야

 

난 댕이 그냥 사라졌다고
생각하지 않아

 

분명 프라판이
댕을 없앤 거야

 

뭐?

 

댕이 살해됐어?

 

 

점점 복잡해지네

 

사건을 정리해 보자

 

유언장엔 분명
바나와디궁은

 

팔지 않도록 되어 있어

 

그래서 프라판은 궁을
수년 동안

 

사립 실무 학교에
대여한 거야

 

그럼 댕이 죽어도 프라판은
얻을 게 없다는 뜻이 돼

 

맞아

 

댕이 살아있는 게
프라판에게는 이득이었을 거야

 

몬! 생일 축하해!

 

선물 가져왔어

 

마음에 들어?

 

몇 시간을 헤매서
발견한 거야

 

도라데몬!

 

진짜 덕후시네요

 

그래도

 

감사합니다

 

감사 인사 대신
이번에도 저녁 같이 먹자

 

안 된다고 하지 마!
벌써 예약했어

 

분명 너도 좋아할 거야
으깬 감자가 정말 맛있어

 

3년 연속 아이언 쉐프
우승한 식당이야

 

바람이겠지

 

근데 왜 방에
바람이 불지?

 

어떻게 찾아왔어?

 

냄새 따라왔지

 

저녁 식사하러 안 가?

 

거기 갈 거면
여길 안 왔지

 

말은 잘해

 

뭐 좀 물어봐도 돼?

 

살아있을 때

 

여자친구 있었어?

 

기억 안 나
오래전이잖아

 

내가 맞춰볼까?

 

선배는 잘생겨서
여자들이 줄을 섰을 거야

 

하지만 너무 잘난 척해서
여자들이 못 견뎠지?

 

까분다!
한 대 쥐어박을까보다

 

선배 시대에는 어떻게
여자친구를 만들었어?

 

핸드폰도 없고
인터넷도 없었잖아

 

집에 전화하든지

 

편지를 썼지

 

어떤 때는 몇 달만에
답장을 받기도 했어

 

여자가 결혼하고도 남겠다

 

설레임이 있었어

 

편지를 보내고
여자가 답장을 줄까

 

조바심내며 기다렸지

 

어떤 여자들은 편지에

 

자기가 좋아하는 향수나
파우더를 뿌렸어

 

남자가 편지를 열면
그녀의 향기가 나는 거지

 

로맨틱했어

 

선배도 했어?

 

뭘?

 

여자친구에게 편지 쓰는 거

 

기억 안 난다니까
너무 오래전이야

 

이후 정체불명
여성의 영혼은

 

벽 뒤에서
이상한 소리를 냈다

 

마치 무슨 얘기를
하려는 것 같았다

 

진짜 범인을 찾으려고
노력 중이에요

 

제발 도와주세요

 

도서관

 

여기는 바나와디궁의
도서관이었어

 

내가 학생이었을 때도
여긴 사용하고 있었어

 

하지만 학교과 함께
폐쇄됐지

 

그땐 벽이 있어서
두 곳으로 나뉘었었어

 

지금은 전체가
하나가 됐네

 

제일 끝이
사서 사무실이었어

 

거기 책장에
옛날 책들이 많아

 

그럼 난 현재 도서관 맡을게
선배는 예전 도서관 맡아

 

뭔가 발견하면 나 불러

 

그래

 

헨젤과 그레텔

 

바나와디궁 역사

 

파트너!
뭔가 발견했어!

 

뭔데?

 

선배!

 

선배, 도와줘!

 

지금 갈게

 

- 도와줘
- 제기랄

 

아디티 학생?

 

여기서 뭐 하는 거지?

 

지금껏 규정을 자주 어겼지만
이번엔 심각해

 

부모님이 살아계셨으면
지금 전화드렸을 거야

 

미안하지만
외출금지 벌을 내리겠어

 

반성의 방에서 하루 밤낮
머물도록 해

 

파트너!

 

거기 있어?

 

올라와

 

- 할 얘기가 있어
- 안 돼

 

여기 옛날엔 벽이었어

 

이 책에서 뭔가 찾았어
네가 좀 봐

 

벽으로 던져줄게 잡아

 

일기

 

내 이름은
워라나트 피타이다

 

증거를 남기기 위해
이 일기를 쓴다

 

일기는 워라나트와 프라판의
일이 기록돼 있었다

 

내 이름은
워라나트 피타이다

 

증거를 남기기 위해
이 일기를 쓴다

 

그의 도박빚 청산을 위해

 

오늘 밤 그와
얘기해 봐야겠다

 

계속해서 책임지길
거부한다면

 

이 일기를 공주님에게
건낼 것이다

 

그럼 진실이 전부
드러날 것이다

 

이제 알겠다

 

수녀님!

 

수녀님!
문 열어주세요!

 

미안해
널 잊고 있었다

 

끔찍한 일이 생겼어

 

쓰레기 관종

 

꼴좋다

 

독보적 창녀

 

몬, 어디 있어?

 

전화 열 번도 더 했어

 

너무 힘들어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아

 

너와 얘기하고 싶어

 

거기에서 기다릴게

 

안트

 

왜 그랬어?

 

왜?

 

왜 그랬냐고!

 

대체 왜!

 

거기 서요!
다 선생님 잘못이잖아요!

 

도망가지 마!
네 잘못이야!

 

살인자!

 

선배! 어디 있어?
나와 봐

 

나도 선배 도와줬잖아
이젠 선배 차례야

 

뭘 해주면 돼?

 

패스를 해

 

대체 왜 패스를 안 하냐

 

자이안트

 

뜨거워

 

뜨거워

 

뜨거워

 

나한테 왜 그랬어?

 

뜨거워

 

뜨거워

 

왜 그래?

 

왜 그렇게 소리를 질러?

 

방금...

 

방금...

 

귀신 나왔어!

 

귀신?
약먹었어?

 

전자렌지 안에
머리가 들어있었다니까!

 

고름 같은 게 흐르더니
팝콘처럼 터졌어

 

이렇게?

 

자기야, 어디 가!
돌아와, 내 사랑!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자기야

 

어디 가는 거야?

 

나 사랑한댔잖아!

 

사랑해!

 

사랑해!

 

그날 밤

 

라티 선생은
반미치광이가 되어

 

경찰에 모든 걸 자백했다

 

그는 전날 자기가 겪은
그 끔찍한 공포보다는

 

차라리 감옥이 낫다고 했다

 

 

이제 만족해?
네가 주동자야

 

- 몬, 미안해
- 뭐가?

 

내가 안트에게
끔찍한 짓을 저지른 거 알아

 

이렇게까지 될 줄은
정말 몰랐어

 

안트가 죽고

 

환영이 보이기 시작했어

 

안트가 목 맨 모습이
계속해서 보여

 

밤이고 낮이고

 

미칠 거 같아

 

몬, 네가 날 용서할
필요는 없어

 

하지만 네게
사과는 해야겠어

 

안트도 그걸 바랄 거야

 

널 정말 사랑했잖아

 

안트는 행복이란 걸
모르고 살았다

 

그 인생에서
짧은 기간 동안

 

안트는 진정한 사랑을
찾았다고 믿었는데

 

그건 악몽이 되었다

 

그 기간 동안

 

안트는 자기만의 세상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았다

 

모두가 바보 같다고
순진하다고

 

문란하다고
욕하는 세상에서

 

하지만 안트는
신경 쓰지 않았다

 

안트

 

몬, 고마워

 

넌 내 인생의
유일한 친구였어

 

잘 있어

 

그 순간 안트가 좋아하던
향수의 향이 느껴졌다

 

눈이 맑은 절망의 향

 

마지막으로
작별인사를 하러 온

 

안트의 존재를 느꼈다

 

죽으면 어디로 가?

 

아무데도 안 가

 

시간이 될 때까지
영혼은 친숙한 장소에 머물러

 

다 똑같아?

 

그래

 

변하지 않아

 

지금까지 알아낸 게
뭐 있나 보자

 

일단 우릴 방해했던 악마는
프라판이었어

 

우리가 뭔가를 알아내는 걸
막으려던 거야

 

워라나트가 도서관에서
프라판과 얘기하면서

 

횡령에 대해 공주에게
다 말하겠다고 협박한 밤에

 

워라나트는 목이 졸려 죽었어

 

프라판은 범죄를 은폐하려고

 

시신을 벽에 숨기고
벽돌로 막아버렸어

 

건물은 리모델링 중이어서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어

 

그렇게 워라나트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거야

 

잠깐

 

뭔가 안 맞아

 

목졸려 죽은 게
아닐 거라고?

 

목이 졸린 건 맞는데

 

프라판이 그런 게 아니야

 

위파!
무슨 짓이야!

 

이 걸레는
이렇게 당해도 싸

 

프라판의 영혼이
우리를 막으려 했던 건

 

자기 아내가 살인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게 싫어서였군

 

그런 거 보면

 

그렇게 형편없는 남편은
아니었나보네

 

추론 계속해

 

사너하고 프라판은
공주의 재산을 훔치려고 모의했어

 

사너는 공주에게
티오펜탈 나트륨을 놓고

 

댕에게 모든 걸 남긴다는
유서에 사인하도록 유도했어

 

유서에는 사너가 관리인으로
지정돼 있었지

 

공주가 죽은 후
유서가 개봉되고

 

사너는 속았다는 걸 알게 돼

 

프라판이 공주에게 다른
유서에 서명하게 한 거야

 

그 유서에는 프라판이
집행자로 돼있었지

 

나누기로 했었잖아!
이 사기꾼아!

 

물러서

 

널 무너뜨릴 증거가
내게 있어

 

경찰이 이 처방전을 보면
넌 끝장이야

 

당장 여기서 꺼져
다신 돌아오지 마!

 

선배
누가 진짜 범인인지 알겠어

 

정말?

 

누군데?

 

먼저 선배에게
물어볼 게 있어

 

내가 전에 수영장에서
화약 냄새가 난다고 했지?

 

난 그게 공주의 살인사건과
연관있는 줄 알았어

 

근데 그건 20년 전의
또 다른 살인사건이었어

 

학생 살해되다

 

수영장에서 시신 발견

 

그 사건의 피해자는

 

선배야

 

영혼은 기억의 일부를
잃어버려

 

어떻게 죽었는지도
기억하지 못해

 

이제...

 

기억난다

 

난 사형된 정원사 지트의
먼 친척이었어

 

그 사건이 항상
신경이 쓰였지

 

사건 현장을 보려고
밤에 몰래 여길 들어온 거야

 

누가 날 죽였는지도
모른 채

 

내 영혼은
살인범을 찾으려고

 

30년 동안
이 건물을 방황한 거야

 

그런 거였어

 

선배?

 

선배!

 

한나 수녀님

 

한나 수녀님

 

 

때가 됐구나

 

이걸 어디서 찾았니?

 

이 책은 내 6살
생일 선물이었어

 

특별할 것 없는
어린 시절의

 

유일한 행복이었지

 

바나와디 공주는
잔인한 사람이었어

 

공개적으로는
날 자비로 대했지만

 

둘만 있을 땐
날 때리고 고문했어

 

날 옷장에 가뒀지

 

내 친구는
이 책뿐이었어

 

난 책을 읽고 또 읽었어

 

계속 읽을수록 공주가
그 마녀로 보이게 됐어

 

내 증오는 커져서
아이의 상상력에 불을 지폈지

 

어느 날 밤, 공주는 날 또
가두려고 했어

 

난 수영장으로 달아났지

 

못되먹은 것!
네가 숨어봤자야

 

찾으면 흠씬 때려주겠어!

 

댕!

 

그레텔은 마녀를 오븐으로
밀어 넣고 문을 닫았어요

 

댕! 도와줘!

 

댕! 도와줘!

 

난 몇 년 동안
충격 속에 살았어

 

내가 12살이 됐을 때
달아나기로 했지

 

난 방황하다가

 

신의 자비로
새로운 인생을 찾은 거야

 

난 수녀가 된 후
이름을 한나로 바꿨어

 

난 유서대로 바나와디궁의
주인이 됐어

 

난 궁을 교회에 기부해서
내 죄를 씻으려 했다

 

20년 후

 

난 이 수녀원의
원장으로 선택됐어

 

내 예전 집에 말이야

 

감사하게도 이제는
달아나지 않아도 돼

 

수녀님!

 

놀라지 마

 

그냥 안정제니까

 

사너 선생님

 

우리 얘길 못 듣게
하려는 거야

 

심장병 아니었어요?

 

내 심장은 멀쩡해

 

네가 참 마음에 들었는데

 

널 보면 내 딸이 떠올랐어

 

댕이 딸이었어요?

 

그래

 

하지만 내가 아빠라는 걸
알리고 싶지 않아

 

댕은 내 죄 많은 인생에
마지막 남은 아름다움이야

 

젠장

 

공주는 소유욕이 엄청났어

 

내게 임신한 간호사 아내가
있다는 걸 알고는

 

최후통첩을 해왔어

 

네 아이와 아내 중
하나만 선택해

 

아니면 네 일과 가족 전부
망가뜨려버리겠어

 

난 너무 무서웠어

 

공주는 협박한 대로
할 수 있는 힘이 있었어

 

난 딸을 선택했어

 

아기가 태어난 후
난 아내에게

 

심장을 멈추는
약을 주입했어

 

그날 밤
내가 갔을 때

 

댕이 피 묻은 삽을
들고 있는 걸 봤어

 

충격에 얼어 있었지

 

여기서 꼼짝말고 있어

 

사람들이 물으면
자고 있었다고 해

 

넌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해

 

댕이 사라진 후

 

그 애가 어떻게 됐는지
백방으로 알아봤어

 

댕이 수녀가 됐다는 걸
알았을 때

 

난 안심했다

 

사건의 비밀은 영원히
묻힐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어느 날

 

한 학생이 찾아와서
사건에 대해 물었어

 

그 학생은 댕의 존재를
알아내기 직전이었어

 

난 내 딸을
지키기로 결심했지

 

수영장까지 학생을 따라갔어

 

전부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30년이 지나서
다시 딸을 구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너 같은 애송이에게서!

 

- 이리 와!
- 이거 놔요!

 

따라와!

 

- 뭐 하는 거예요?
- 사고사

 

호기심 많은 학생이
종탑에 올라갔다가

 

떨어져서 죽는 거야

 

이거 놔요!

 

놔줘요!

 

- 뛰어!
- 살려줘!

 

뛰어!

 

- 이거 놔요!
- 뛰어내려!

 

- 빨리
- 싫어!

 

- 뛰어
- 살려줘!

 

뛰어내릴래
아니면 총에 맞을래?

 

이 애송이 계집애야!

 

뒷발차기! 빨리!

 

뛰어!

 

난 애송이라고 불리는 거
싫거든요!

 

나쁜 놈아!

 

선배

 

우리 서로 만질 수 있네?

 

모든 규칙에는
예외가 있지

 

이 자식이!
그만 죽어!

 

당신...

 

선생님!

 

아내인 간호사 영혼의
냄새가 났다

 

그녀는 조용히
50년을 기다렸다

 

이제 기다림이 끝났다

 

선배

 

왜 선배 냄새가 약해져?

 

사람에겐 정해진 시간이 있어
영혼도 마찬가지야

 

나에 관한 진실을
알았을 때

 

영원히 사라질 때가 된 거야

 

선배

 

가지 마

 

선배

 

우린 서로 다른 세계에 있어

 

언젠간 난 사라지게 돼

 

이건 알아둬

 

내 사후 인생에
넌 최고의 추억이야

 

울지 마

 

내가 간 후에도
자신을 잘 챙겨야 해

 

선배, 나 두고 가지 마

 

잘 있어, 파트너

 

선배, 가지 마

 

선배

 

선배

 

제발 가지 마

 

선배

 

돌아와

 

53년이 지나서

 

바나와디 라스미 공주의
사건파일이

 

다시 열렸다

 

한나 원장 수녀님의
자백이 근거가 됐다

 

지트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부당하게 씌워졌던 누명이
벗겨지게 됐다

 

그후 그의 영혼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한나 수녀님의 경우는
우발적 사고로 판결났다

 

그리고 사건의 공소시효도
만료되었다

 

수녀님은 가르멜회 수녀원에서
신의 뜻을 행하기로 했다

 

여생을 세상과
등지고 사시는 거다

 

벽 속 유골의 DNA는
워라나트와 일치했다

 

이후 벽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아디티 학생

 

행운을 빌게
주님이 함께하실 거야

 

안녕히 계세요

 

선배는 그 뒤로
나타나지 않았다

 

왔을 때처럼 갑작스럽게
사라져버렸다

 

마치

 

원래 없었던 것처럼

 

선배

 

어디 있어?

 

선배에게

 

선배가 편지 쓰는 게
로맨틱하다고 했잖아?

 

한 번도 써 본 적이 없어
뭐라고 써야 할지 모르겠어

 

그냥...

 

보고 싶어

 

언제 다시 나타나서
나랑 놀아줄 거야?

 

머리 쥐어박게 해줄게

 

마음을 담아
선배의 파트너가

 

이 건물은 이제 곧
헐리게 되고

 

콘도미니엄 건축이 시작됩니다

 

환경보호단체는 시위를
준비하고...

 

옛날 사진관

 

맨 아래 줄
제일 오른쪽 사진

 

우리가 파트너였을 때
못 봤던

 

선배의 얼굴을
처음으로 봤다

 

사진 속 선배는 먼 과거에서
내게 미소짓는 것 같았다

 

사진관이란 곳은

 

과거 세대의 좋은 추억이
살아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

 

이 사진 속 사람들 중

 

더 이상 사진 속 모습처럼
웃지 못하는 사람도 있어

 

어떤 이들은 이미
한 줌 재가 되었지

 

하지만 이곳에선

 

시간 속에 영원히
보존돼 있어

 

또 만나

 

파트너

 

Korean Subtitle by
urmasunshine, aka plu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