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5년 일본의 한 마을

 

안녕하세요?

 

피곤하시죠?

 

- 당신도 좀 들지
- 됐어요

 

- 더운물 더 드려요?
- 됐어

 

- 도요지가 왔었어?
- 네

 

자주 오는 것 같아

 

군대 제대했잖아요

 

그럼 일이나 찾아야지

 

녀석, 당신에게
마음 있는 거 아냐?

 

설마, 거의 엄마뻘인데...

 

당신 너무 젊어 보여

 

남들은 서른 살로도 안 봐

 

- 이거 좋아요?
- 오늘 집사람이 만든 거야

 

- 좀 싸게 해줘요
- 특별히 네 개 주지

 

손해지만 인심쓰지 뭐!

 

날씨가 참 좋네요

 

이것 좀 드세요

 

뭘 그렇게 매번 사와?
미안하게...

 

별거 아닌데요, 뭐!

 

- 어디서 난 거야?
- 오는 길에 샀어요

 

맛있어 보여서요
방금 만든 거래요

 

맛 끝내준다

 

그럼 먹어볼까?
매번 이래서 어쩌나!

 

- 차 한 잔 할래?
- 이것부터 드세요

 

'녀석, 당신에게
마음 있는 거 아냐?'

 

무슨 일 있어?
심각해 보이네?

 

하나 드세요

 

요즘 우리 집에 자주 오네

 

하나 남은 거 드세요

 

- 도요지가 먹어
- 누님이 드세요

 

난 됐어

 

그럼 반씩 나눠 먹을까요?

 

도요지도 참...

 

한 잔 받으시죠

 

- 한 잔 드세요
- 축하드립니다

 

세키씨, 우린 찬밥이야?

 

남편한테만 신경 쓰고...

 

세키씨는 남편한테
정말 잘해

 

세키씨 인기는 여전하네요

 

기사부로가 걱정되겠어

 

자제분 결혼식
축하드립니다

 

너무 과음하시진 마세요

 

전 아무리 취해도
밤일은 잘해요

 

잘 왔어, 한 잔 해!

 

도요지도 결혼할
때가 됐지?

 

- 올해 몇이더라?
- 신랑이랑 동갑이오

 

누님은 결혼식 날
아름다웠을 거예요

 

고마워요

 

또 그 성가신 녀석들이군

 

누님!

 

누님!

 

자고 있나?

 

네가 부럽다

 

내가 너라면
잠시도 놓지 않아

 

한순간도!

 

잘 자라 우리 아가...

 

엄마를 위해서...

 

누님!

 

누님!

 

도요지...

 

감기에 걸리겠어요

 

어깨가 아파서
누워있어야 해

 

제가 주물러 드릴게요

 

여기예요?

 

해가 솟을 때
아가는 운단다

 

안돼

 

그러지 마, 도요지!

 

왜요? 기분 좋게
해 주려는데

 

안돼!

 

아얏!

 

가만히 있어요
힘 빼고...

 

기분 좋죠?

 

이제야 잠잠해졌군요

 

너무 거칠게 하지마!

 

꽤 추운데!

 

오늘도 남편은
늦게 오나 보죠?

 

못 참겠어요
이걸 봐요

 

뭘?

 

멋있죠?
봐요!

 

뭐 하는 거야?
그러지 마!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데...

 

남편이 알면 어쩌려고 그래

 

세키...

 

처음엔 힘들었지만
당신도 좋아했잖아

 

- 싫다고는 말 못하겠지?
- 그만!

 

어렸을 때 마을노인이
해 준 얘기가 있어

 

무슨 얘긴데요?

 

눈을 뜨고 자는
여자가 있었대

 

자다가 강간을 당했기
때문이래

 

세키, 당신이 점점
좋아져요

 

같이 있으면...

 

도요지가 20살이나
아래라는 걸 잊어

 

나도 그래요

 

나이가 많은 건
문제가 안돼요

 

- 하지만...
- 하지만 뭐!

 

같이 있지 않을 때

 

당신과 기사부로를
생각하면 미치겠어

 

아빠, 시원해?

 

그래, 시원하다, 오싱!

 

좀 더 먹지 그래?

 

많이 먹었어요
일하러 가야 해요

 

- 일하러 가면 잘 먹니?
- 그럼요, 그래도 배고프지만...

 

- 일이 힘드니?
- 아뇨, 하지만 학교가 더 좋아요

 

엄마처럼 아이들 보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게다

 

학교는 시간 낭비지
돈도 없지만...

 

공부를 하면
더 어리석어 질 뿐이야

 

난 잘 살고 싶을 뿐이에요

 

네 엄마가 어려서
하던 얘기구나

 

항상 더 나은 삶을 원했지

 

현실에 만족하게 됐지만 말야

 

네 부모님은 서로
사랑하지 않아, 그렇지?

 

낮에는?

 

그녀가 뭘 하는지 보고
내게 말해다오

 

누구 있어요?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어요?

 

무슨 날씨가 이런 지 몰라

 

이렇게 비가 오는데
밖엔 왜 나왔어?

 

- 사람들 보러요
- 사람들이 어디 있어?

 

이런 날씨엔
인력거꾼도 없어

 

난 뭐하고 있는 지 알아

 

세키하고 그 짓하고 있을 거야

 

이런 날은 개도 밖에
안 나온다고

 

끔찍한 정월 초하루야

 

차 한 잔 하겠어?
들어 와!

 

아녜요

 

- 도요지
- 세키

 

여긴 위험해
사람들 눈에 잘 띄어

 

아무도 안 봐요

 

- 어디 갔었어요?
- 숙모님 병 문안

 

난 혹시 당신이...

 

빗 속에서 뭐 하는 거야?

 

보고 싶었어요, 가요!

 

- 어디로?
- 우리 집으로!

 

- 집엔 형이 있잖아
- 상관없어요

 

시간도 늦었고
집에서들 기다려

 

누가요?

 

깎는다

 

깎는다

 

깎는다

 

깎을 거야

 

죽일 거야

 

누굴?

 

그 놈을 죽여야 해

 

보여주고 싶진 않겠지?

 

음모가 깎인 거 말야

 

남편한테 용서를 구할 거야

 

과연 용서해 줄까?

 

죽이기 싫어
그럴 수 없어

 

싫든 좋든 죽여야 해

 

다른 방법은 없을까?

 

다른 건 없어

 

난 당신 없이는 살 수 없어

 

자살하는 게 나아

 

어떻게 해야 하지?

 

내가 뭘 어떻게 해야 돼?

 

그 놈을 죽여서
우물에 버리는 거야

 

시체가 발견되지 않을까?

 

거기서 썩을 거야

 

그리곤 진흙에 가라앉지

 

- 실패하면?
- 우린 실패 안 해

 

정말 잘 될까?
성공할까?

 

놈이 죽어야 우리가 행복해져

 

술 취하게 하고서 죽이는 거야

 

몇 병이면 될까?

 

두 병이면 충분해

 

- 남편은 술을 많이 마셔
- 술을 더 달라고 할까봐?

 

주량이 대단한 사람이야

 

내일 아침에 숙취로
고생하지는 않겠군

 

겨울이 빠른 건 나쁜 징조죠

 

여보!

 

첫 눈이야

 

엄청 쏟아지고 있어

 

아가야, 이젠 자야지?

 

뼛속까지 춥군

 

하마터면 눈 속에
갇힐 뻔했어

 

바람처럼 달려 왔지

 

여보, 따뜻한 술 들어요

 

가위를 그런 데 쓰면
녹슬지 않아요?

 

다시 갈면 되지

 

역시 대구보다
참치가 더 나아

 

소금에 절인
참치는 최고야

 

기사부로는 좋겠어요

 

당신 같은 부인이
있으니까요

 

정말 부러운 걸!

 

우리 늙은 마누라와는 틀려

 

술 시중 들라고 하면
펄펄 뛰니 말 다했지

 

우리 마누라한테 얘기 좀 해줘요

 

손님이 왔나 보죠?

 

끈이나 밧줄을 가져와

 

그건 안돼!
너무 얇아!

 

밧줄 없어?

 

있는 힘껏 졸라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놓으면 안돼

 

알겠지?

 

당겨!

 

놓지마!

 

죽었어!

 

잘 들어!

 

우리만 아는 거야

 

그만 울어, 그만!

 

남편은 죽었어, 다 끝났다고!

 

우리만 말 조심하면
아무도 몰라

 

누가 물어보면?

 

돈 벌러 도쿄로
갔다고 해, 알았지?

 

시체는 어쩌지?
얼마나 데리고 있어야 해?

 

뭐라고?

 

저 시체 어떻게 하냐고

 

우물에 던지기로 했잖아

 

- 거기까지 어떻게 가져가지?
- 가져가야 해!

 

누가 보면 어쩌지?

 

이런 날씨에 누가
밖에 나와 있겠어?

 

그럼 서둘러!
벌써 새벽이야

 

난 못해!
도저히 못해!

 

여기서 멈추면 안돼

 

숲 속에 가을 바람이 분다

 

단풍잎이 떨어진다

 

땅 위로 조용히 떨어진다

 

농부는 낙엽을 긁어
땔감으로 쓴다

 

가난한 자의 지혜다

 

물론 산림에도 주인은 있다

 

사실 나뭇잎을
훔치는 건 도둑질이다

 

하지만 주인은 봐준다

 

그래서 가난한 자는
나뭇잎을 긁어간다

 

도요지에게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낙엽을 모은 바구니를
숲 속으로 가져가

 

낡은 우물에 털어 넣는다

 

자신도 모르게 그냥 그렇게 한다

 

무언가가 그를 그렇게 만든다

 

아무도 그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하지만 어느 날,
누군가 알게 됐다

 

애써 모은 걸 왜
우물에 넣는 거지?

 

땔감으로 모은 건데

 

불이 잘 안 붙을 것 같아

 

버리는 겁니다

 

낡은 우물은 조심해야 해

 

한번 헛디디면 그냥 끝이거든

 

젊은 산 주인은
가던 길을 갔다

 

도요지도 하던 일을 계속했다

 

낙엽 주우러 가나?

 

3년이 지났다

 

추석이 가까이 왔을 무렵

 

마을 사람들 사이에
기사부로에 대한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오싱 아니냐? 많이 컸구나

 

어머니 뵈러가니?
좋아하시겠다

 

- 수고했어요
- 고맙습니다

 

일이 아직 남았지만
아들이 기다려서요

 

기다리는 사람이
또 있는 것 아냐?

 

기사부로는 왜
코빼기도 안 비쳐?

 

돈은 많이 부쳐와?

 

돈은 커녕 소식도 없는 걸요

 

걱정도 안돼?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을 했겠죠

 

무소식이 희소식
이라잖아요

 

세키, 구라조씨가
기사부로 꿈을 꿨대

 

- 그렇죠?
- 응!

 

한 1 주일 전쯤이었지

 

세키가 걱정할까봐
얘기 안 했어

 

그냥 꿈이니까 신경 쓰지 마
기사부로가...

 

옷을 못 갈아입어
불편하다면서

 

갈아입을 옷을
갖다 달라더군

 

어디 있는 지 알았으면

 

구라조가 다음 날
갖다 줬을 거야

 

구라조!

 

술 때문에 그런 꿈을 꾸는 거야

 

어지간히 마셔야지

 

옷이라면 마누라가 갖다 줘야지

 

세키는 꿈을 잘 안 꿔
잘 시간이 있어야지

 

이시찌, 네가 불 지폈니?

 

제가 폈어요

 

오싱!

 

깜짝 놀랐다

 

올 줄 몰랐는데
어떻게 된 거니?

 

아빠가 죽는 꿈을 꿨어요

 

돈을 많이 벌어
설날에 온다더니

 

2년이 지나도
왜 안 오시죠?

 

영영 안 오시는 것 아녜요?

 

소식이라도 주면
좋을 텐데 말이다

 

아빠가 죽었을까요?

 

내 꿈에선 항상 죽어 있어요

 

세키...

 

세키...

 

여보, 왜 오신 거죠?

 

제발 저승에서 편히 쉬어요

 

기다리세요
술 사 가지고 올게요

 

세키씨, 이 시간에 웬일이에요?

 

기사부로가 왔나보죠?

 

세키!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여기가 집인 줄 알았어

 

누가 보면 큰 일 나
어서 가자!

 

밤에 우리 집에서 자!
혼자 자기 무서워!

 

안돼!

 

- 오싱도 와 있잖아
- 무슨 상관이야?

 

당신 집에서 자면

 

우리가 기사부로를
죽인 줄 알 거야

 

좀 더 기다려야 해

 

혹시, 내가 싫어진 건 아냐?

 

그럴 리가 있어?

 

이렇게 계속 만나고 있잖아

 

언제까지 이래야 해?

 

3년이나 지났는데
소문은 왜 떠돌고

 

남편 유령은 왜 나타나는 거야?

 

세키, 오래 가진 않을 거야

 

신경 쓰지 마

 

미칠 것 같아

 

혼자 자기 무서우면

 

주인 마님과 같이 자

 

기꺼이 와 줄 거야

 

무서워서 잠이 안 온다더니
잘만 자잖아

 

코만 잘 고네
귀신도 도망가겠다

 

세키랑 같이 자는 사람이 불쌍해

 

귀신은 무슨...
뭐가 무섭다고

 

기사부로도 날
나무라지 못하겠지

 

심약한 사람들이나
귀신이 눈에 보이지

 

주인마님...

 

절 아시죠?
기사부로입니다

 

마님, 제발 제 청을...

 

기사부로!

 

- 세키, 기사부로를 봤어
- 아빠 꿈을 꿨어요

 

깜깜한 구덩이에서
나오려고 했어요

 

도와 달라고 소리쳤어요

 

당신이군!

 

자꾸 피하는 것 같아서
내가 왔어

 

덴조가 있어

 

그게 아니라 귀신이
무서워서 왔어

 

여긴 안 나타날 것 같아?

 

여기까지야 나타나겠어?

 

- 무슨 일이야?
- 별 거 아냐!

 

덴조!

 

난 경관 호타요
말 좀 물읍시다

 

깜짝이야!

 

귀가 먹었소?

 

미안하외다
잘 안 들려서요

 

혹시 인력거꾼 집을
알면 가르쳐 주겠소?

 

내가 아는 것을
말해 주겠소

 

비가 좀 와야 해요

 

인력거꾼이오

 

크게 좀 말해 보시오

 

완전히 먹통이오?

 

귀신이 나타났다면서요?

 

귀- 신!

 

- 당신이 세키씨요?
- 네

 

- 성도 있겠죠?
- 물론이지요

 

- 남편 성함이...?
- 기사부로 데자예요

 

- 여기 안 삽니까?
- 먼 데 일하러 갔어요

 

- 어디서 일하죠?
- 도쿄요

 

- 도쿄 어디요?
- 몰라요

 

부인이 그것도 몰라요?

 

남편 직업은 뭡니까?

 

인력거꾼이오

 

간 지 얼마나 됐죠?

 

- 가끔 소식은 와요?
- 네

 

편지 온 거 있으면 보여 주겠소?

 

없어요, 남편은 까막눈이에요

 

그럼 거기 있는 지
어떻게 알죠?

 

본 사람이 있대요

 

본 사람이 있다...
누구죠?

 

딸인가요?

 

네, 잠깐 온 거예요
다시 갈 거예요

 

- 이름이 뭐죠?
- 오싱이요

 

오싱, 아버지한테서 소식 없니?

 

그의 혼령이 나타났다던데
괴롭히지 않아요?

 

그 일을 수사 중이오
무슨 말인지 알죠?

 

3년간 무소식이라니

 

좀 이상하지 않아요?

 

제발 같이 있어 줘
무서워서 잠도 못자

 

세키, 무서울 것 없어

 

귀신은 위험하지 않아
해치지 않거든

 

하지만 경관이 눈치 채면

 

귀신을 못 봐서 그래
정말 피가 마른다고

 

기사부로가 다시
안 나타나는 게 이상하군

 

만약에 우물에 있다고
누군가에게 말하면...

 

세키, 마음 단단히 먹어

 

마음 약해졌다간, 우린
로프에 매달려 끝장날 거야

 

강해져야 해

 

경관이 있는 동안엔 오지 마
의심을 사면 안 돼

 

처음엔 당당하더니
이제 와서 왜 그래?

 

내 거길 깎을 때도
자신만만 했잖아

 

울지 말아!
울지 마!

 

난 안 갈 거야
여기 있겠어

 

걱정 말아! 이번 일만 넘기면
우린 같이 살 수 있어

 

더 이상은 못 견뎌!
난 못 한다고!

 

덴조, 뛰어!

 

그 경관이 그걸 줬어?

 

세키, 돌아 가!
눈에 띄면 안돼

 

귀신 걱정도 하지마
그냥 술이나 줘!

 

세키씨, 그거 진짜요?
남자가 생겼다던데

 

이 술도 그 남자 줄 건가요?

 

기사부로가 질투하면 어쩌죠?

 

기사부로 보이면
내가 잘 말해 줄게요

 

세키를 위해 저승에
얌전히 있으라고

 

안 좋아 보이는데
언짢았다면 사과하죠

 

나도 귀신 만나긴 싫어요

 

세키, 집에 가는 거야?

 

그럼 타, 나도 그 쪽이니까

 

걸어 갈래요

 

세키, 안 타겠어?

 

불쌍한 세키...

 

좋아요, 타겠어요

 

어디 가는 거예요?

 

엉뚱한 데로
가고 있어요

 

집으로 가는 길을
잊어 버렸어

 

당신이 가르쳐 줘

 

반대쪽으로 가요

 

여기가 아니에요
천천히 가요!

 

처음 와 보는 곳이에요

 

도대체 여기가 어디야

 

길을 모르면 가봐야 소용없어요

 

여보, 길을 잊었어요?

 

여보!

 

사람 살려!
사람 살려!

 

무서워요, 여보!

 

사람 살려!

 

당신, 기사부로 맞아요?

 

돌아 봐요, 얼굴 좀 보여줘요

 

엄마, 왜 그래요?

 

오싱!

 

엄마!

 

오싱!

 

난 지금 떠나요

 

- 떠나지 마!
- 빨리 가라면서요

 

네가 아빠 얘기만 해서 그랬지

 

제가 있으면 아빠생각이
더 날 거예요

 

아빠가 어디 있는 지
정말 모르세요?

 

오싱...

 

꿈 얘기는 저 혼자만 알께요

 

- 전 안 돌아와요
- 무슨 말이니?

 

몸조리 잘 하세요

 

이시찌를 혼자 두지 마시고요

 

- 안녕히 계세요
- 오싱!

 

- 세키, 일하러 왔네!
- 그래요

 

도요지가 도와 줄
시간 좀 없대?

 

수치심 없는 사람도 다 있지

 

그러다 들키면
남편까지 죽이겠지?

 

그런 소리 말아
아니면 어쩌려고?

 

근거 없는 얘기는
하지도 말라고

 

앞서가지 말란 말야

 

이상한 점이 보이는 데
못 본 척 할 건 없잖아

 

그건 그래!

 

매일 오후만 되면
숲 속으로 들어간다던데

 

가서 뭘 하는 지 알아?

 

낙엽을 잔뜩 모아 가지고는
우물에 쏟아 붓는다는 거야

 

그만해요!

 

숲 속에 있는 거 봤어요?
우리 집에 있는 것도요?

 

우린 아무 일도 없었어요
다 헛소문이라고요

 

오늘 수고 많았어요

 

계십니까?

 

주인 남자가 우물에
낙엽 던지는 걸 봤어

 

말할 것 같아?

 

들어봐야지

 

경찰이 오면 뭐라고 하지?

 

같이 있는 걸 들키면 안 돼

 

세키, 자나?

 

고구마를 좀 가져왔는데

 

들어오세요

 

들어갈 건 없고...

 

같이 있는 데
방해하진 않을게

 

여보, 용서해 줘요

 

집안에는 술이 없어요

 

피곤해서 사러도 못 나가요

 

하나 드려요?

 

여보!

 

왜 아직까지 절
고소하지 않았죠?

 

죽은 그 날 밤
누군지 봤죠?

 

저라는 걸 알고 있죠?

 

왜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아요?

 

대답해 줘요

 

여보, 어디 가세요

 

같이 갈래요
데려가 줘요

 

가지 마세요

 

세키, 나야!

 

세키!

 

도요지?

 

무슨 일이야?
문 열어!

 

- 도요지, 멀리 떠나!
- 뭐라고?

 

다시는 당신을
보고 싶지 않아

 

경찰이 우물에 대해
들었을 거야

 

어떻게 돼도 괜찮아
이젠 상관없어

 

체포돼도 좋아

 

세키...

 

지금 보다는 나을 거야

 

끝이 없는 고통
아무 희망도 없고

 

당신은 내게서
멀어지고 있고...

 

문을 열어!

 

가라고 했잖아

 

안 가면 경관에게
모든 걸 말하겠어

 

세키, 문 좀 열어봐
무슨 일이야?

 

안에서 뭐해?
미쳤어?

 

저리 가!

 

죽게 놔둬
죽고 싶어!

 

내가 죽으면 다 해결 돼

 

당신도 맘놓고 살 수 있고

 

여길 떠나서 새롭게 시작해

 

당신이 행복하길 바래

 

문 열어!
열라니까

 

안돼, 같이 죽으면
아무 소용없어

 

무슨 소리야
우린 같이 살아야 해

 

- 같이 살 거야
- 그건 불가능해

 

멀리 떠나, 경찰이
당신을 체포할 거야

 

난 안 갈 거야
문을 열어

 

너무 늦었어

 

당신을 위해서야
제발 가!

 

안돼, 난 안 가!
당신을 사랑해!

 

당신을 사랑한다고!

 

난 당신이 무섭지 않아

 

저리 가!

 

기사부로...

 

세키는 죽으면 안돼

 

세키!

 

세키!

 

세키, 날 용서해 줘!

 

제발...날 용서해!

 

단 사흘...

 

사흘만이라도

 

당신과 살고 싶었어

 

서둘러, 사람을 살려야 해

 

괜찮아?

 

조심해서 들어 가!

 

- 모두 괜찮아?
- 예

 

주인 나리시군요
숲에서 뭐해요?

 

산책 나왔어
여긴 우리 숲이잖아

 

자네는?

 

내가 우물에 낙엽을
던졌다고 말했죠?

 

난 한마디도 안 했어

 

본 사람은 당신 뿐인데?

 

오래된 숲엔
낡은 우물도 많지

 

날 본 장소를
기억 못할 거야

 

- 경관에게 말했지?
- 그래

 

그렇다고?

 

어느 우물인 지 몰라
확인차 오셨구만

 

넌 죄 값을 받고 죽을 거야

 

그럴 지도 모르지
하지만 네가 먼저야

 

안녕하세요?

 

도요지, 빨리 와!

 

벌써 5일째야

 

떨면서 모기에 뜯긴 지가...

 

- 오다메씨, 고마워!
- 별 거 아닌데요, 뭐

 

안녕, 누님!

 

애는 자요?

 

지금 막 잠들었어

 

누님, 기분 한번 낼까?

 

누님이라니 갑자기 왜 그래?

 

3일만이라도 함께
살고 싶다고 했지?

 

어떻게 할 지 모르다가

 

누님과 함께 차를
마실 때가 기억났지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았던 시절이...

 

3일 동안 살아보자
경관도 말릴 자격 없어

 

누님, 좀 드시죠?

 

뭘 그렇게 매번 사와?
미안하게...

 

별 거 아닌데요, 뭘...

 

- 어디서 난 거야?
- 오는 길에 샀어요

 

맛있어 보여서요
방금 만든 거래요

 

맛 끝내준다!

 

하나 먹어 볼까?
매번 이래서 어쩌나

 

차 한 잔 할래?

 

먼저 하나 드세요
자요!

 

'녀석 당신에게
마음 있는 거 아냐?'

 

울지 마!

 

지금 실수하면 모든 걸 망치게 돼

 

바로 그거야
계속 떠들어라

 

무슨 일 있어?
심각해 보이네

 

왜 웃어?

 

마지막 하나를 나눠
먹던 게 생각나서

 

이번엔 마지막 걸
도요지가 먹어

 

누님 드세요

 

- 난 됐어
- 아녜요

 

도요지...

 

잠깐만!

 

누구야!

 

- 누구야!
- 뭐야?

 

밖에서 소리가 났어

 

난 아무 것도
못 들었는데

 

누군가 밖에 있어

 

아냐, 고양이일 거야
요즘 발정기잖아

 

발정난 건 너야

 

정말 이상해

 

스스로 목을 매다니

 

주인 나리가
기사부로를 죽였대

 

기사부로가 정말 죽었을까?

 

모르지!

 

구라조 꿈에서
우물에 빠졌대

 

그런데 살 수 가 있나

 

그건 그냥 꿈일 뿐이야

 

죽었을까, 살았을까?

 

주인 나리가
정말 자살했을까?

 

호타 경관님!

 

왜 기사부로의
살인범을 안 잡죠?

 

내 아들의 살인 누명을
벗겨야 해요

 

증거 없이 체포할 순 없습니다

 

사람들이 낡은 우물
얘길 하고 있어요

 

어느 우물인지 알아야죠

 

먼저 잡아다가
자백하게 해요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마님, 형법에 의하면...

 

무고한 사람은
체포할 수 없습니다

 

- 무슨 소리요?
- 법이 그렇소!

 

경관 나리, 독한 모기에
물리면서 숲에서

 

여자들이나 쫓아다닐 거요?

 

도요지, 떡을 좀 가져왔어

 

장례식 음식이군

 

경관이 오늘 밤에 또 올까?

 

세키... 결정했어
자백할 거야

 

당신은 관계없어
모르는 일인 거야

 

당신은 결백하다고 말할게

 

안돼, 그러지 마!

 

우습지, 이제 두렵지 않아

 

도요지, 솔직히 말해 줘

 

당신이 주인 나리를 죽였지?

 

도요지...

 

그래서 비밀이 지켜진다면

 

도요지가 자백할 필요 없잖아

 

그래, 내가 죽였어

 

하지만 이젠 아무 것도 상관없어

 

난 당신 없이는 못 살아

 

난 당신이 살길 바래

 

우리가 체포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곤장 백대는 맞을 거야

 

난 본 적 있어

 

발가 벗겨져 손과 발을 묶이고

 

곤장 백대를 맞았어

 

완전히 벗고?

 

맨 등을 내놓고
살은 찢어져버려

 

누구도 참을 수
없는 고통이야

 

잊어버려
그 생각은 하지마

 

이것만 생각해
'난 죽이지 않았다'

 

당신은 관계없어
전혀 모르는 거야

 

우물 속의 그를 잊으라고?

 

거기엔 아직 시체가 있어

 

기사부로는 없어

 

우물 안에는 이제
아무 것도 없어

 

아냐, 있어!

 

우물 안에서 시체가 썩고 있어

 

지금쯤은...

 

우물에서 시체를 꺼내야 해

 

시체를 꺼내서 땅에다 묻자

 

그럴 수 없어

 

할 수 있어

 

기사부로의 영혼은
아직 당신을 사랑해

 

당신을 고통스럽게
하지 않을 거야

 

안 보여!

 

내 눈...

 

내 눈, 안 보여!

 

안 보여, 안 보여!

 

무슨 일이야?

 

도요지, 안 보여!

 

- 이거 보여?
- 안 보여

 

- 내 얼굴을 봐!
- 안 보인다니까

 

안아 줘, 도요지!

 

도요지...

 

세키...

 

도요지...

 

세키, 정말 안 보여?

 

난 나이가 많이 들었어

 

나이는 상관없다고 했잖아

 

아직 시간이 있을 때 도망가

 

내가 말했었지?
난 두려운 게 없어

 

나 혼자 기사부로를 죽인 거야

 

당신은 안 죽였어
도망가!

 

같이 도망가자

 

- 난 못 가!
- 왜, 왜 못 가?

 

당신 짐이 되기 싫어

 

날 질질 끌고
다녀야 될 거야

 

나랑 헤어지면 외롭잖아

 

당신이 떠난 후
난 죽을 거야

 

항상 함께 있을 거야
헤어질 수 없어

 

도요지, 그러지 마
당신은 살아야 해

 

혼자는 싫어!

 

그럼... 날 죽여!

 

그리고 당신도 자살해

 

싫어!

 

아무 것도 두렵지
않다고 했잖아

 

도요지, 그러면 나중에...

 

내가 잠들었을 때 날 죽여 줘

 

도요지, 날 봐!

 

난 더 이상
예쁘지 않지만

 

날 보고 항상 기억해 줘

 

세키...

 

도요지, 아직도 날 사랑해?

 

볼 수는 없어도 눈을 떠
내 쪽을 봐!

 

당신은 너무 아름다워!

 

도요지...

 

당신을 만지고 싶어

 

- 도요지!
- 세키!

 

날 죽여줘!

 

제발, 죽여줘!

 

죽이겠다고 약속해!

 

끝까지 잡아 뗄 거야?

 

난 안 죽였어요
안 죽였어요

 

두 사람은 체포되어
시바노 산에 끌려갔고

 

그들은 나무에 매달고
고문을 시작했다

 

호타 경관은 자백을
받아 내야만 했다

 

두 사람의 몸뚱이에

 

무자비한 매질이 가해졌다

 

세키는 정신을 잃었고

 

그 때마다 찬물이 끼얹어졌다

 

그녀의 머리칼이 얼굴을 뒤덮었고

 

피와 물로 범벅이 되었다

 

마침내 고통을 못 이겨
그들은 범죄를 인정했다

 

내가 죽였어!
나 혼자 죽였어!

 

아냐, 내가 죽였어!

 

하조산의 찬바람이
숲을 뒤흔든다

 

온 산에 물들었던
단풍잎들이

 

땅에서 소용돌이 칠 때

 

마을 사람들이
우물가에 모였고

 

천천히 시체가
끌어 올려지면서

 

기사부로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3년간 갇혀 있었던 것이다

 

그의 모습은
형체도 없었지만

 

목을 졸랐던 밧줄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도요지는 고개를
떨구고 있었는데

 

세키가 갑자기
비명을 질렸다

 

눈이 먼 그녀가
기사부로를 봤을까?

 

몇 년이 흐르고

 

숲은 초록에서 황금 빛
다시 흰 눈을 입었다

 

그리고 거의 잊혀졌던
두 연인의

 

이야기가 퍼졌다

 

소문에 의하면

 

세키와 도요지는
사형 집행을 받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