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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스”

 

- 트로이, 거짓말 그만해
- 거짓말 아니야

 

그 녀석이
이만한 수박을 들고 이랬어

 

‘무슨 수박이요?’

 

난 배꼽이 빠져라 웃었지
‘무슨 수박이요?’

 

수박이 빤히
보이는데도 말이야

 

- 위원장은 뭐래?
- 아무 말 없더라고

 

수박을 들고 있는 것도
모를 정도로 멍청하니

 

말이 안 통하리라
생각했던 거지

 

머리통만 한 수박을
옷 안에 숨기려고 했다니까

 

수박 좋아한다고
뭐라 할까 봐 말이야

 

그런 겁쟁이 놈들은
도저히 못 견디겠어

 

그놈이 또 불안해하는데

 

위원장이 노조 사람이랑
얘기하는 걸 봤다는 거야

 

너 때문에 다 해고당하게
생겼다길래 대꾸했지

 

‘나한테 와서
징징대지 마’

 

네가 항상 말썽이라며
말하곤 가 버렸어

 

위원장은 뭐래?

 

아무 말 안 했어

 

다음 주 금요일에
사람들 만나러

 

사무실로 오랬어

 

불만을 말했다고

 

자를 수는 없지

 

백인 직원도 그렇게 말했어

 

잘릴 걱정은 안 해

 

질문했다고 사람을 잘라?

 

그게 전부야

 

위원장한테 가서 물었어

 

‘왜죠?’

 

‘왜 운전은 백인이 하고
수거는 흑인이 하죠?’

 

‘전 자격이 없습니까?’

 

‘백인이 아니면
트럭도 못 모나요?’

 

‘사무직도 아니고
트럭이야 누구든 몰 수 있죠’

 

‘근데 왜 백인만 되고
흑인은 안 됩니까?’

 

그랬더니 노조 측에
불만을 말하래서 그렇게 했는데

 

이제 와서
보이는 태도를 봐

 

브라우니한테
누가 질문을 하면

 

사실대로 말하랬어

 

불만을 얘기했다고 해서

 

거짓말을 하다니

 

브라우니는 멍청해서 그래

 

생각이 없지

 

난 그저 모두 평등하게

 

트럭 기사가 될 기회를
얻길 바랄 뿐이야

 

브라우니는
그걸 이해를 못 해

 

그래놓고 술집에서

 

그 여자는 어떻게 꼬시겠어?

 

- 앨버타란 여자 말이야
- 누가?

 

브라우니

 

우리랑 마찬가지야
걘 여자한테 인기 없어

 

- 말할 필요도 없지
- 그래?

 

네가 나보다 좀
나은 것 같긴 하다만

 

나한테도 숨겨진
누가 있을지 모르지

 

내가 널 잘 아는데

 

혹시나 여자가 생기면

 

20분 뒤에
모조리 불어버릴 놈이야

 

그리고 누구보다도

 

제일 먼저
나한테 와서 자랑하겠지

 

진짜 그렇단 소린 아니고

 

쳐다보는 눈길이 남다르던데

 

난 지나가는 여자는
모조리 다 쳐다봐

 

트로이 맥슨은
항상 그렇지

 

그냥 보기만 한 게
아니잖아

 

술도 사 줬지

 

그래, 그게 어때서?

 

너한테도 사 주잖아

 

고작 술 한잔 갖고?

 

- 예의 좀 차린 거야
- 술 한 잔이야 괜찮지

 

네 말대로
인사치레라면 말이야

 

하지만 그게
두 잔이 되고 석 잔이 되면

 

그건 수작 거는 거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잖아

 

내가 여자 쫓아다닐
위인이냐?

 

그래! 넌 잊은 모양인데
난 다 기억해

 

로즈랑 결혼한 뒤를
말하는 거야

 

결혼한 뒤에는
아니라는 거지

 

- 그건 맞아
- 그럼 얘기 끝났네

 

그 여자 집 근처에
가는 걸 봤어

 

술집에 가기로 해놓고
그 집 근처로 가던데

 

날 감시했어?

 

난 너 감시 안 하잖아

 

한두 번이 아니던데

 

어디를 가든 내 맘이지

 

돌아다니는 데
무슨 의미가 있어?

 

어디 출신이래?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났잖아

 

탤러해시, 딱 보면
플로리다 출신이잖아

 

거기 여자들이
통통하고 건강하지

 

건강한 여자 천지야

 

원주민 혈통도 섞였어

 

플로리다 흑인은
대부분 원주민 피가 섞였지

 

원주민 얘기는
진짜인지 잘 몰라도

 

아주 튼튼해 보이긴 하더라

 

살집 있는 여자가 좋지

 

다리도 통통하고
엉덩이도 태산만 해

 

다리는 상관없어

 

그건 그냥 벌리기만 하잖아

 

하지만 엉덩이는

 

- 푹신할수록 승차감이 좋지
- 트로이, 말도 안 되는 소리!

 

진짜야, 굿이어 타이어랑
동급이라니까!

 

무슨 얘기 해?

 

우리끼리 하는 얘기인데
뭐가 궁금해?

 

남자들만의 대화야

 

그래, 알았어

 

저녁 먹고 갈 거예요?

 

괜찮아요

 

아내가 족발을
준비해놓는다고 했거든요

 

족발이라고?
나도 너희 집 가야겠다

 

자고 가는 것도 좋겠어

 

족발보다 더
맛있는 저녁 준비했어?

 

닭이랑 케일을 준비했어

 

하던 얘기 끝내게

 

당신은 먼저 들어가

 

남자끼리 얘기야
당신하고도 할 얘기가 있지

 

무슨 얘기인지는 알겠지

 

가서 몸단장부터 해

 

그만해!

 

이리 와

 

봐, 보노

 

이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막 출소한 참이었지

 

여기저기 둘러보다
로즈를 쫓아다녔지

 

그러다 내가 뭐라고 말했게?
사실대로 말해줄게

 

‘당신이랑
결혼하고 싶지 않아’

 

‘그냥 사랑이 하고 싶어’

 

그랬더니 아내가...
뭐라고 했는지 말해줘

 

결혼하고 정착해서
살 게 아니라면

 

그런 사람들이
날 찾게 비켜달라고 했죠

 

맞아, 그랬지
‘방해되잖아’

 

‘안 보이니까’

 

‘내 남편이나 찾게
저리 비켜’

 

- 두어 날 곰곰이 생각했지
- 두어 날은 무슨

 

그날 다시 찾아왔어

 

다시 가서 말했어
‘알았어’

 

‘닭 사줄 테니까’

 

‘뒷마당에서 키우자고’

 

‘낯선 사람이 오면’

 

‘날개를 푸드덕대고 울겠지’

 

내가 걱정된 건
앞문이 아니라

 

뒷문이었거든

 

그만 좀 해!
만날 거짓말뿐이지

 

근데 처음 결혼했을 땐
닭은커녕 뒷마당도 없었어

 

맞아

 

나랑 아내는
로건 가 밑에 살았지

 

방은 두 개에
화장실은 밖에 있었어

 

그건 상관없었지만

 

겨울에 바람이 불어오면

 

그게 그렇게 미치겠더라고!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6년이나 살았나 몰라

 

지금처럼 사는 건
꿈도 못 꿨지

 

실내 화장실은
백인의 특권인 줄 알았어

 

많은 사람이

 

지금 이렇게 살 줄
꿈에도 몰랐지

 

아직도 벨라네 가게에서
장 보는 사람이 많아

 

그게 어때서
물건도 신선하잖아

 

물건 문제가 아니야

 

가격이 문제지

 

A&P보다
10센트는 더 받는다니까

 

A&P는 별로야

 

난 제대로
대접받는 곳이 좋아

 

벨라네 가게에 가서

 

외상으로 빵을 달라 하면
기꺼이 주지

 

힘들게 벌어서

 

날 무시하는 사람한테

 

갖다 바쳐서 뭐해?

 

그런 얘긴 성경에 없어

 

성경 얘기가 아니야

 

값을 올려받는데
뭐하러 거기서 사?

 

당신 맘대로 해

 

난 친절한 사람들이
더 좋으니까

 

정당한 값을
받아야 한다는 소리야

 

난 가봐야겠어

 

아내가 난리 칠 거야

 

어디 가?
아직 술 남았잖아

 

비우고 가야지

 

네가 술병을
손에서 놓질 않잖아

 

코리가 A&P에서
일자리를 얻은 건 다행이야

 

돈 부담도 덜 수 있고

 

동생이 이사 가면서
살림살이가 빠듯해졌어

 

일자리를 얻었으니

 

제 앞가림은 할 수 있겠지

 

대학 미식축구팀에서
입단 제의를 받았어요

 

그 얘긴 이미 다 했어

 

백인이 그 녀석을
제대로 써줄 것 같아?

 

얘기를 꺼냈을 때
확실히 말했는데

 

이제 입단 제의
얘기까지 나오네

 

대학 갈 생각 말고
차 수리법을 배우거나

 

먹고살 일을 걱정해야지

 

미식축구로
먹고산다는 얘기 아니야

 

그냥 하고 싶다잖아

 

당신이랑 얘기하러
대학 사람이 올 거래

 

미식축구로
먹고살겠다는 게 아니야

 

제의를 받았다니
기쁜 일이잖아

 

그래 봤자 부질없어
보노한테 물어봐

 

실력이 너만큼만 돼도
문제없지

 

너보다 뛰어난 선수는
두 명뿐이었어

 

베이브 루스랑 조시 깁슨

 

너보다 홈런을
더 많이 친 건 둘뿐이지

 

그래서 뭐 어땠는데?
그래 봤자

 

목구멍에 풀칠도 못 했어

 

당신 시대랑 달라

 

전쟁이 벌어진 뒤로
상황이 많이 달라졌어

 

뭐가 달라졌는데?

 

흑인들도
시합에 많이 참가하잖아

 

야구랑 미식축구에서

 

맞는 말이에요
시대가 변했어, 트로이

 

넌 너무 일찍
태어났을 뿐이야

 

‘너무 일찍’ 같은 때는 없어

 

그 녀석...

 

양키스에서 우익수로
뛰던 녀석이 누구지?

 

알잖아

 

양키스 우익수 말이야

 

- 셀커크?
- 그래, 셀커크!

 

그 녀석은
타율이 0.269였어!

 

난 0.432에
홈런만 37번이었지!

 

녀석은 0.269밖에 안 되는데
양키스에 들어갔어!

 

어제 조시 깁슨 딸을 봤는데

 

낡아빠진 신발을 신고
동네를 돌아다니더라

 

셀커크 딸은 분명

 

그런 낡아빠진 신발은
신지 않겠지

 

지금은 흑인 선수도
많이 써

 

재키 로빈슨이 시작이었지

 

변화의 때가 온 거야

 

더 잘하는 흑인이
100명은 더 있어

 

놈은 상대도 안 될 만큼
잘하는 팀도 있었다고!

 

재키 로빈슨이라니?

 

재키 로빈슨은
아무것도 아니야!

 

실력만 있다면

 

경기에 나가게 해줘야지

 

인종에 상관없이 말이야

 

너무 일찍 태어났다니

 

실력만 있다면
경기에 내보내야 해

 

그렇게 마시다 죽겠어
그만 좀 마셔

 

죽음 따위 안 무서워

 

싸워본 적도 있으니
누구보다 잘 알지

 

죽음은 옆에서 들어오는
속구일 뿐이야

 

속구쯤이야 껌이지
안 그래, 보노?

 

홈 바깥쪽 모퉁이에서
허리로 들어오는 속구를

 

제대로 때리고

 

저 멀리까지

 

날려 보내는 거지

 

- 아니야?
- 그래, 맞아

 

내가 봤지

 

140m짜리 안타였어
죽음은 내게 그뿐이야

 

바깥쪽에서 들어오는 속구

 

왜 죽는다는 얘길
하는 거야?

 

그게 뭐 어때서?

 

죽음도 삶의 일부야!
사람은 누구나 죽지

 

나도 죽고, 당신도 죽고

 

보노도 죽고
모두 죽기 마련이야

 

굳이 얘기할 필요는 없잖아
난 얘기하고 싶지 않아

 

얘기를 꺼낸 건
당신이잖아

 

우린 야구 얘기를
하고 있었어

 

근데 당신이 그렇게
술 먹다 죽겠다고 말했지

 

맞지, 보노?

 

이젠 일주일에
한 번밖에 안 마시잖아

 

금요일 밤에

 

딱 조절할 수 있는 정도만
마시지

 

그다음엔 안 마셔

 

그러니 술 먹다
죽을 걱정은 하지 마

 

나도 죽을 걱정 안 하니까

 

이미 녀석이랑
만나서 싸워봤어

 

들어봐, 보노

 

어느 날 눈을 뜨니
행군하는 병사처럼

 

죽음이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어

 

죽음의 군대가
나를 향해 진군했지

 

1941년 7월 중순이었는데

 

겨울마냥
뼈가 시리게 추웠어

 

내 어깨에 손을 뻗는

 

죽음이 보였지

 

이렇게 날 만지자
몸이 얼음장처럼 식었어

 

날 보고 씩 웃더군

 

여보, 그 얘기는 그만해

 

‘원하는 게 뭐냐, 죽음아?
날 데려가려고?’

 

‘날 잡아가려고
군대까지 보냈어?’

 

난 똑바로 쳐다봤어

 

두려움은 없었지

 

지금처럼 싸울 준비가
돼 있었으니까!

 

성경에선 정신을
바짝 차리라고 하잖아

 

항상 적당히 마시고
주위를 지켜보지

 

머시 병원에
입원했을 때 기억하죠?

 

폐렴에 걸려서

 

고열 때문에
헛소리했잖아요

 

죽음이 날
쳐다보고 있었어

 

손엔 낫을 들고

 

‘1년 더 살고 싶으냐?’
하고 묻더군

 

진짜 그랬어

 

‘1년 더 살고 싶으냐?’

 

내가 말했지
‘당연하지! 지금 끝을 보자고’

 

그러자 녀석이 뒤로
물러섰고, 추위가 가셨어

 

몸을 숙여서 낫을 집고

 

저 멀리 던져버렸지

 

둘이서 결투를 시작했어

 

사흘 밤낮을 내리 싸웠어!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몰라도

 

녀석이 나를
이기려고 할 때마다

 

놈을 이길 수 있는
힘이 안에서 솟아났어

 

저 얘기를 할 때마다

 

얘기하는 방식이나

 

내용도 다 달라져요

 

지어낸 얘기가 아니야

 

진짜로 있었던 일이야

 

죽음과 사흘 밤낮을 싸운 덕에

 

지금 이 자리에서
그 얘길 하는 거라고

 

좋아, 마지막 날 밤에

 

서로 움직일 수조차
없을 정도로 지쳤어

 

죽음이 일어나서

 

뾰족 모자 달린
하얀 망토를 쓰더니

 

낫을 찾아서 사라졌지

 

‘다시 오겠다’
그렇게 말하더군

 

그래서 내가 그랬지
‘그전에 나부터 찾아라!’

 

내가 바보는 아니었거든

 

죽음을 제 발로
찾아갈 일도 없지

 

죽음은 분명
나를 쫓아올 테니까

 

결국엔 녀석의 군대에
동참하게 될 거야

 

하지만 힘을 잃지 않고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으면

 

녀석도 다시 한 번
나와 싸워야만 할 거야

 

쉽게는 못 가지

 

그래, 넌
정신 차리고 있어야 하니까

 

그 병은 나한테 줘

 

그 얘기는 하지 말걸

 

괜히 했네

 

항상 하는 얘기죠

 

반쯤은 본인도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몰라요

 

- 맞아, 보노가 잘 알지
- 그래, 잘 알아

 

자네 안엔
이야기보따리가 가득하지

 

지옥에 있는 죄인 수보다
더 많을걸

 

난 지옥의 악마랑도
맞붙은 사람이야

 

그런 얘긴 질색이야!

 

아버지

 

네가 웬일이냐?

 

안녕하세요

 

아저씨, 안녕하세요

 

그래, 라이언스
잘 지냈냐?

 

잘 지내고말고

 

일주일 동안
코빼기도 안 비치던걸

 

왜 그래
얼굴 보러 온 건데

 

그런 말은 그만해

 

그래, 여기 술이다

 

우린 서로 잘 알지

 

왜 날 보러 온 건지
둘 다 잘 알고 있어

 

왜 그러세요
그냥 잘 계신지

 

궁금해서 온 거예요

 

- 근데 꼭 오늘 왔지
- 저녁 먹고 갈 거니?

 

닭을 올려놨어

 

아뇨, 근처에 들른 김에

 

잠깐 온 거예요

 

그래, 그렇겠지

 

그냥 사실대로 말해

 

내 주급 날이라서
근처에 들른 거잖아

 

좋죠, 얘기 나온 김에
10달러만 주세요

 

맙소사, 너한테
10달러 주기 전에

 

죽어서 악마와
블랙잭이나 하련다

 

이미 서로 아는 사이거든

 

악마를 만나보셨다고요?
너무 가셨어요

 

- 진짜 봤어
- 악마는 무슨

 

악마랑 만날 일은
절대 없어

 

자기가 이해 못 하는 건
무조건 악마라고 한다니까

 

허츠버거 가게를 지나면서
가구 좀 둘러봤는데

 

방 세 개 채울 가구가
298달러라고 하더라고

 

‘방 세 개에 298달러’
노래까지 만들었어

 

근데 신용거래가
안 된다는 거야

 

매일 일하는데
신용도가 없어서 안 된대

 

그럼 어째?

 

낡아빠진 가구에
텅 빈 집뿐이었지

 

코리는 침대도 없어서

 

바닥 위에 누더기를
깔고 잤어

 

매일 일해도
신용도는 얻지 못했지

 

아내도 알 거야
잔뜩 열 받은 채

 

집에 돌아와서
어떻게 할지 생각했어

 

근데 누가 문을 두드렸지

 

이사 온 지
고작 사흘인데 누구지?

 

문을 열었더니
악마가 서 있었어

 

굉장했지

 

백인이었는데
아주 멋지게 차려입었더군

 

손엔 클립보드를
들고 있더군

 

내가 말할 새도 없이

 

악마가 먼저 말했어

 

‘가구가 필요한데
신용거래를 거절당하셨죠’

 

깜짝 놀라 주저앉을 뻔했어
‘제가 돈을 빌려드릴 테니’

 

‘대신 이자를
갚으셔야 합니다’

 

세 방을 꾸밀 가구만 주면

 

이율이야 상관없다고 했어

 

그랬더니
다음 날 트럭이 와서

 

온갖 가구를 내렸어

 

운전기사가 장부를 주더니

 

매달 1일에, 장부에 있는
주소로 10달러를 보내면

 

다 잘될 거라고 했어

 

하지만 날짜를 어기면

 

악마가 찾아와서
엄청난 벌을 줄 거라고 했지

 

그게 15년 전 일이야

 

지금도 난 매월 1일에
10달러를 보내고 있어

 

아내한테 물어봐

 

- 거짓말이야
- 그 뒤로 한 번도 못 봤어

 

악마가 아니고서야
뭐라고 할 수 있겠어?

 

난 내 영혼을
팔거나 하진 않았어

 

악마에게 영혼을
팔진 않았지만

 

그래도 가구를 얻었고
매달 10달러를 보내고 있어

 

매달 10달러를 보낸 지
얼마나 됐다고?

 

15년

 

근데 아직도 남았어?
대체 얼마나 빚진 거야?

 

빚은 10번이나 다 갚았어

 

이젠 멈추기가 무서워

 

거짓말이에요
가구는 글릭맨 씨한테 샀어요

 

매달 10달러씩
내고 있지도 않고요

 

나도 그렇게
멍청하진 않아

 

진짜인 줄 알았는데
아니라니 다행이네요

 

들어봐라

 

악마였든 아니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 어쨌든 돈은 생겼잖아
- 중요하고말고

 

악마와 거래한다고
동네방네 말하고 다니면

 

나중에 하나님의
물음에 대답해야 할 거야

 

심판의 날에
모든 걸 심판하실 테니까

 

네, 그냥
10달러만 주세요

 

갚을게요

 

보니가 병원에 취직했어요

 

보노, 내가 뭐랬지?

 

아쉬운 게 있을 때만
날 찾아온다니까

 

꼭 그럴 때만

 

아저씨한테
그런 얘기는 마세요

 

그냥 10달러만요
보니가 취직했다니까요!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진짜 취직했으면
가서 10달러 달라 해

 

그러는 너는
왜 일 안 하냐?

 

전 제대로 된 일자리
못 찾는 거 아시잖아요

 

어디 가서 일을 구해요?
전 못 해요

 

내가 아는 사람이 있다니까

 

우리 쪽에 자리를
구해줄 수 있어

 

지난번에 왔을 때
내가 얘기했잖아

 

말씀은 고맙지만 됐어요

 

남의 쓰레기 치우며
살고 싶지 않아요

 

누구 밑에서
일하고 싶지도 않고요

 

왜? 쓰레기 치우기엔
너무 잘나서?

 

네가 달라는 10달러는
어디서 난 건데?

 

네가 일하기엔
너무 게으르다는 이유로

 

남의 쓰레기 치우고
번 돈을 줘야 하냐?

 

넌 일하기도 싫어하고

 

현실 도피만 하지

 

취직한 데가 무슨 병원인데?

 

파사반트에서
세탁 일을 해요

 

너한테 10달러 주고 나면

 

난 일주일 동안
콩이나 먹으란 거냐?

 

어림도 없다

 

과장이 심하시잖아요

 

왜 그런 말씀을 하세요?

 

난 남는 돈 없다!

 

너희 작은 아버지가
나가면서

 

집주인에게 집세 내주느라

 

여력이 없어

 

주급 날마다
네게 돈을 줄 순 없다

 

그냥 10달러만
빌려달란 거예요

 

그 정도는 있잖아요

 

그래, 있지
왜 그런지 아냐?

 

난 돈을 길거리에
뿌리고 다니진 않거든

 

음악가랍시고 방탕하게 살고

 

클럽에서
시간이나 보내면서

 

인생을 살려고 하지

 

노력 없는 대가는 없어!

 

난 오랫동안 없이 살았다

 

아버지랑 전 달라요

 

난 실수를 통해
바른길을 배웠지만

 

넌 아무것도 안 하고
거저 얻으려고만 하지

 

삶은 너를 책임지지 않아

 

스스로 책임져야지
보노한테 물어봐라

 

아버지처럼 저도
저만의 삶의 방식이 있어요

 

저한테 중요한 건
음악이에요

 

그래, 네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이

 

누구 돈으로 산 건진
상관없지

 

그래, 옳은 말이야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살아야죠

 

매일 아침 살아 있다고
느끼게 해줄 만한

 

그런 존재가 필요하다고요

 

누구한테 폐 끼치지도 않고

 

그냥 음악이 하고 싶어요

 

제게 남은 삶의 이유는
음악뿐이니까요

 

음악이 없다면
무슨 짓을 할지 몰라요

 

아버지의 삶의 방식을
깎아내리는 게 아니라

 

그냥 10달러만 빌려달라고
부탁하러 온 거예요

 

제 삶을 평가받고 싶지 않아요

 

네 친엄마가 아들 하나
끝내주게 잘 키웠구나

 

절 바꾸실 순 없어요
이제 34살이라고요

 

절 바꾸고 싶었다면

 

어릴 때
제 곁에 있으셨어야죠

 

그냥 10달러만
달라는 건데

 

어린 시절
얘기까지 나오나요?

 

제가 어떻게 컸는지
하나도 모르시잖아요

 

그냥 10달러 줘

 

뭘 봐? 난 돈 없어

 

주급 받으면
다 어디로 가는지 알잖아

 

당신이 원하면 10달러 줘

 

그래, 내가 줄 테니까
나한테 줘

 

여기 있다

 

76달러 22센트야

 

고작해야 6달러밖에
못 돌려받을걸?

 

거짓말 좀 그만해
자, 라이언스

 

감사합니다

 

전 이만 가볼게요
나중에 봬요

 

잠깐, 저 사람한테는
그렇게 인사해놓고

 

돈을 번 사람한텐
눈길도 안 주냐?

 

- 봤지, 보노?
- 아버지 돈인 거 알아요

 

- 감사해요, 나중에 갚을게요
- 또 거짓말이군

 

10달러 갚을 때쯤엔
30달러 더 빚졌겠지

 

- 아저씨, 나중에 봬요
- 잘 지내라

 

감사해요, 아버지
나중에 봬요

 

왜 식구를 먹여 살릴 만한

 

제대로 된 직장을
찾질 않는지

 

괜찮을 거야
아직 어리잖아!

 

- 34살이야
- 또 그 얘기 꺼낸다

 

나도 이제 가야겠어
아내가 기다리거든

 

내 아내 보이지?
사랑할 수밖에 없다니까

 

너무 사랑해서
맘이 아플 정도야

 

사랑을 표현할 방법이
거덜 났으니

 

기초 중의 기초로
돌아가야지

 

월요일 아침에 출근할 때

 

우리 집에 얼씬도 마

 

- 그때까지 하고 있을 거니까
- 그만해!

 

그냥 헛소리인 거 아니까
괜찮아요

 

그래, 트로이!
월요일에 보자고

 

우리 집에 절대 오지 마!

 

뭐 하고 있을지 말했다!

 

화요일에 와!

 

잘 잤어?

 

아침 먹을 거야?
다 널은 뒤에

 

아침 차려 줄게

 

커피 끓이고 있어
오늘 아침엔 그거면 돼

 

어제 당첨 번호는 651이었어

 

이번 달만
펄 씨가 두 번이나 땄어

 

운이란 운은
있는 사람이 다 챙겨가고

 

가난한 사람한텐
떨어지는 것도 없지

 

숫자는 숫자일 뿐이잖아

 

라이언스도 그렇고
왜 그런 걸 하나 몰라

 

그냥 재밌잖아

 

돈을 길에 버리는 거나
마찬가지야

 

많이 거는 것도 아니고

 

숫자 두 개에
5센트씩 거는 거야

 

벌써 10센트나 버렸네

 

가끔 당첨될 때도 있어
그럼 본전치기지

 

돈을 따면 도움이 되잖아

 

그땐 당신도 불평 안 하지

 

불평하는 게 아니라
바보 같다는 거야

 

600가지 숫자 중에
뭐가 나올지 맞히려 들다니

 

사람들이 복권에 쓰는 돈이

 

나한테 있었다면

 

일주일 만에
부자가 됐을걸

 

아무리 바보 같다고 해도

 

사람들은 계속할 거야

 

그건 확실해

 

게다가 좋은 일도 있잖아

 

팝이 복권 덕분에
식당도 개업했지

 

맘에 안 들어
땡전 한 푼 없던 녀석인데

 

다 닳은 신발을
질질 끌고 다니고

 

담배 살 돈을
구걸하고 다니던 녀석이

 

숫자 한 번 맞혔다고...

 

그 얘긴 이미 들었어

 

어쨌든 돈을
계획적으로 잘 썼지

 

나흘 만에 2천 달러를
날리는 놈도 많은데

 

그 녀석은 식당을 지었으니까

 

아주 멋지게 꾸몄지

 

그리고 아무나
못 들어오게 하잖아

 

흑인 손님은
제대로 대접도 못 받아

 

백인이 가서
스튜를 시키면

 

고기를 아주 듬뿍 담아서

 

국물은커녕
고기밖에 안 보여!

 

근데 흑인이 따라 들어가면

 

스튜엔 감자랑 당근뿐이야

 

복권의 좋은 점을
설명하려면

 

다른 예시를 들어야 했어

 

복권에 당첨되더니
전보다 더 끔찍한

 

멍청이가 돼버렸어

 

여보

 

어제 직장 일은 걱정하지 마

 

걱정 안 해

 

사무실에 불려간 뒤로

 

다들 내가 잘릴까 봐
걱정하는데

 

난 걱정 안 해

 

그럴 필요가 없지

 

코리는? 집에 있어?

 

- 코리!
- 나갔어

 

나갔다고?
당연히 그랬겠지

 

내가 또 울타리 세우게
도와달라고 할 테니까

 

다 알아
놈은 일을 무서워해

 

살면서 일이라곤
해본 적 없지

 

미식축구 연습이 있대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추가 훈련이 있댔어

 

그래, 알아

 

집안일 하기 싫어서
도망치는 거지

 

오늘 대체 왜 그래?

 

당신 너무 이상해

 

자꾸 투덜대기만 하잖아

 

내가 문제라고?

 

난 문제 없어

 

그래, 대신
세상에 불만이 많지

 

처음엔 복권
다음엔 남이 연 식당

 

마지막으로 코리까지

 

다음엔 또 뭐야?

 

하늘을 보고
날씨 불평을 하거나

 

뒷마당에 빨래가 널린 채로

 

어떻게 울타리를 치냐며
불평할 거야?

 

제대로 맞혔네

 

당신 머릿속은 훤해

 

들어와서 커피나 마셔

 

그럼 기분이
좀 풀리나 보자고

 

오늘 정말 이상하니까

 

이 녀석들!

 

형이구나, 안녕

 

그래, 게이브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오늘은 뭐예요?

 

뭐가 있게요?
과일이랑 채소예요

 

아까 얘기한 자두는요?

 

오늘은 없어요
그냥 노래 부른 거예요

 

내일 가져올게요
대량 주문해놨거든요

 

성 베드로 님과 모두가
먹을 만큼 많이요!

 

나한테 화났구나

 

화 안 났어
화날 일이 뭐 있겠어?

 

넌 아무 잘못 없는데

 

형한테 방해 안 되려고
펄 씨네 집으로 옮겼어

 

좋은 뜻에서 그런 거야

 

누가 뭐라 했어?
난 아무 말 안 했어

 

그럼 화 안 났어?

 

그래, 너한테 화나면
그때 말해줄게

 

자, 도로에서 나와야지

 

지하에 방도 두 개예요
내 전용문도 있어요

 

열쇠 보실래요?

 

단 하나뿐인
우리 집 열쇠예요

 

우리 집 열쇠예요

 

잘됐네
너만의 열쇠가 생겼구나

 

배고파요?

 

아침 준비 중이었어요

 

비스킷 먹을래요
비스킷 있어요?

 

천국에 있을 때
매일 아침 성 베드로 님이랑

 

천국 문 앞에 앉아서
엄청 큰 비스킷을 먹었어요

 

같이 비스킷을 먹으면서
즐겁게 놀았죠

 

근데 성 베드로 님이
주무시러 가면서

 

저한테 깨워 달랬어요

 

심판의 날에
문을 열 때가 되면요

 

비스킷 잔뜩 만들어줄게요

 

성 베드로 님이
형 이름도 적어놨더라

 

‘트로이 맥슨’이라고
적혀 있었어

 

그래서
아는 사람이라고 했지

 

‘저랑 이름이 똑같아요’

 

‘우리 형이에요’

 

그 얘길 몇 번이나
더 하려고 그래?

 

책에 내 이름은 없지만
괜찮아

 

이미 죽어서
천국에 다녀왔거든

 

그래도 형 이름이 있었어

 

어느 날 성 베드로 님이
책을 들여다보시면서

 

심판의 날에 천국에 갈
사람의 이름을 적다가

 

내게 이름을 보여주셨어

 

ㅁ 밑에 있었어
형수님 이름도 적혀 있어

 

제대로 본 건 아니지만
어쨌든 적혀 있어

 

엄청 커다란 책이야!

 

이제껏 태어난 사람의
이름이 모두 적혀 있어

 

그렇다고 하셨어

 

내 눈으로 직접
형 이름도 봤어

 

들어가자

 

형수가 식사를 차려줄 거야

 

난 배 안 고파
제마이마 이모랑

 

이미 아침도 먹었어!

 

팬케이크를
엄청나게 구워주셨지!

 

일단 집에 들어가자
형수가...

 

우리도 같이
팬케이크 먹었잖아

 

그래, 그러니까 가자

 

- 난 가야 해!
- 게이브!

 

- 가야 해!
- 이리 와!

 

자두 팔아야 해!

 

토마토 팔고
50센트 벌었어, 볼래?

 

저축해서
새 나팔을 살 거야

 

그럼 성 베드로 님이
문 열 시간을 알 수 있겠지

 

들려?

 

들려? 지옥의 개야

 

내가 쫓아내 버려야 해

 

어서 가! 저리 가버려!

 

도련님은?

 

가버렸어

 

밥을 챙겨 먹어야 하는데

 

펄 씨가
아무것도 못 먹였대

 

나보고 어쩌라고?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
저 녀석을 낫게 할 순 없어

 

머리 반쪽이 날아갔는데
어쩌라고?

 

그래도 뭔가 해야지

 

남한테 폐 끼치진 않잖아

 

머리에 들어 있는
철판 때문에

 

조금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거야

 

고마워, 하지만
병원에 보낼 정도는 아니야

 

그래도 밥은
제대로 먹어야지

 

병원에 들어가면
도움을 받을 수 있잖아

 

감금당하길
바라는 사람은 없어

 

왜 사람을 가두려고 해?

 

저 녀석은 전쟁에 나가서

 

일본 놈들이랑 싸우다가

 

머리 반쪽이 날아갔어

 

그 대신 받은 3천 달러를
내가 쓱싹해버렸지

 

또 그 얘기야?

 

동생 머리에 철판을 심었어

 

그 철판 덕분에 호의호식하며

 

내 집에서 살 수 있는 거지

 

당신이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

 

돈을 관리할 만한
상태가 아니었잖아

 

옳은 일을 한 거야

 

당신을 비난할 사람은
아무도 없어

 

이제껏 보살펴줬잖아

 

본인이 원해서
이사 가겠다고 할 때까지

 

그런 뜻이 아니라...

 

사실이 그렇다는 거야

 

내 동생 머리에
철판이 박히지 않았으면

 

이렇게 목구멍에 풀칠하며

 

편하게 못 살았겠지

 

난 이제 53살에...

 

어디 가?

 

일요일마다 밖에 나갔잖아

 

울타리 작업한다며

 

술집에 다녀오려고

 

엄마?

 

코리, 집안일 안 하고
도망쳤다고

 

너희 아빠가 단단히 화났다

 

괜찮으세요?

 

울타리 두르는 거
도와주기로 했다면서?

 

연습 있다고 했잖아요

 

아빠도 한 달 내내
말씀만 하시고

 

매번 술집에 가셨고요

 

- 대학 얘기하셨어요?
- 그래

 

- 뭐라고 하세요?
- 별말 없었어

 

아빠 돌아오기 전에
얼른 집안일 끝내라

 

돌아와서 쿵쿵 대면서

 

화내기 전에 얼른 닦아 놔!

 

얼른!

 

맙소사
간 떨어지는 줄 알았잖아

 

경기는 어떻게 됐어?

 

루실이 전화해서
제대로 못 들었어

 

경기가 무슨 상관이야?
이리 와

 

경기 중계 들으러

 

술집에 간 거 아니야?

 

울타리 치기로 했잖아

 

지금 손에 있는 것부터

 

끝낸 뒤에

 

안 돼, 이럴 시간 없어!

 

있고말고
이게 내 숙제인걸

 

그만 좀 해!

 

코리는?
아직 안 들어왔어?

 

위에서 집안일 하고 있어

 

코리, 당장...

 

- 어디 가?
- 금방 올게

 

- 언제?
- 저 밑에 가는 거야

 

어디 가는데? 누구 보러?

 

트로이, 집에 들어가!

 

아침에 나가서
이제 들어오는 거냐?

 

- 네, 연습이...
- 뭐라고?

 

네, 아버지

 

네 수법은 눈에 훤해

 

쓰레기통은
쓰레기로 넘쳐나고

 

집안일은 하나도 안 해놨지

 

근데 지금 들어와선
‘네’라고?

 

이제 하려고 했어요

 

토요일에 울타리
치는 것부터 도와야지

 

그게 최우선이야

 

판자 자르게
톱부터 가져와

 

아빠, 우린 TV 안 사요?

 

TV는 사서 뭐하게?

 

다른 집엔 다 있잖아요
얼, 바 브라, 제시도 있어요

 

그 뜻이 아니라
내가 TV를 뭐에 쓰냐고

 

보는 거죠
볼 게 얼마나 많은데요

 

- 야구도 있고요
- 그래?

 

월드 시리즈도
볼 수 있어요

 

- 얼마나 하는데?
- 몰라요

 

할인해서 200달러 정도예요

 

- 200달러?
- 그렇게 비싸지도 않아요

 

그냥 200달러가 아니지

 

네가 누워서 자는
우리 집 지붕 보이냐?

 

얘기 하나 해주마

 

지붕에 타르를 칠한 지
10년이 넘었어

 

겨울이 되면
지붕 위에 쌓인 눈이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점차 스며들지

 

어느새 정신 차리고 보면

 

온 집안의 지붕이 새고 있어

 

물에 젖어서 썩은 나무를
모조리 바꿔야 해

 

지붕 고치는 데
얼마 정도 들 것 같냐?

 

- 모르겠는데요
- 264달러다

 

네가 TV 생각이나 할 때

 

난 지붕이나 집 걱정을
해야 한다는 말이야

 

200달러가 있다면
넌 어떡하겠냐?

 

지붕이야, TV야?

 

TV요
지붕이야 나중에 새면

 

그때 고치면 되죠

 

그 돈은 어디서 나는데?

 

이미 TV 사는 데 썼잖아

 

새 TV가 물에 젖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을 거냐?

 

아빠한테 돈이 있잖아요

 

- 돈이 어디 있는데?
- 은행에요

 

계좌 잔액 보여줄까?

 

73.22달러가 찍혀 있는
통장이 보고 싶어?

 

한 번에 낼 필요는 없죠

 

조금씩 갚아가면 되잖아요

 

난 아니야, 남한테
빚지고 살진 않을 거야

 

한 번 돈을 못 내면
TV를 도로 가져가 버릴걸

 

그럼 뭐가 남겠어?

 

200달러가 남는다면야
TV를 사겠지만

 

지금은 264달러가 있다면
지붕을 고칠 거야

 

아빠

 

TV 갖고 싶으면
네가 벌어서 사라

 

난 내 돈으로
할 일이 많으니까

 

200달러를
제가 어떻게 벌어요?

 

그럼 이렇게 하자

 

100달러 벌어오면
내가 나머지를 보태주마

 

알았어요, 벌어올게요

 

그 전에
이 판자부터 잘라봐라

 

이거야말로
200달러 가치가 있지

 

- 오늘 파이러츠가 이겼어요
- 그래?

 

5연승이에요

 

관심 없어
백인 선수뿐이잖아

 

푸에르토리코 출신
클레멘테 있지?

 

경기 반도 못 나가더라

 

기회만 주면 제대로
실력을 보여줄 텐데

 

하루 내보내고
하루 벤치에 앉혀 놓지

 

그래도 자주 나가잖아요

 

매 경기에 출전해야

 

감을 잡을 수 있단 얘기야

 

매 경기에 못 나가는
백인도 많잖아요

 

전부 경기에
나갈 순 없어요

 

벤치에 앉아 있는
백인이 있다면

 

그놈이 실력이 없는 거지

 

흑인이 경기에 나가려면
두 배는 더 잘해야 해

 

그래서 운동 쪽은
생각도 말라는 거다

 

팀에 들어가서 뭐해?

 

영입은 해놓고
경기에 내보내지도 않지

 

없으니만 못한 거야
모든 팀이 똑같아

 

브레이브스의 행크 에런과
웨스 코빙턴이 있잖아요

 

행크 에런이
오늘 43호 홈런을 쳤어요

 

에런은 아무것도 아니야

 

그쯤이야 당연한 거지

 

때를 잘 잡기만 하면 돼

 

난 지금도 43번은
거뜬히 칠 수 있어

 

메이저리그 투수가
상대라면 불가능하죠

 

니그로 리그 투수가
훨씬 잘 던져

 

사첼 페이지 상대로
홈런을 7번이나 쳤지

 

이건 아무나 못 해

 

샌디 쿠팩스가
삼진 기록은 최고죠

 

샌디 쿠팩스는 별거 아니야

 

워런 스판과
류 버데트도 있고요

 

이미 끝난 얘기다

 

판자나 잘라

 

너희 엄마가 대학팀
입단 제의 얘기를 하더라

 

진짜냐?

 

네, 담당자가 아빠랑
얘기하러 올 거래요

 

입학 허가 서류에
서명받으려고요

 

A&P에서 일하기로
한 줄 알았는데

 

학교 끝나고
거기서 일하기로 했잖아

 

사장님이
경기 시즌 끝날 때까지

 

자리를 맡아두시겠대요

 

다음 주부터
주말에 일하라고 하셨어요

 

미식축구 얘기는
이미 다 끝냈잖아

 

집안일부터 끝내고

 

A&P에서 일해야지

 

토요일마다
밖에 싸돌아다니고

 

집안일도 안 하면서

 

일까지 그만두겠다고?

 

- 주말에 일한다니까요
- 그래, 그렇겠지!

 

그럼 내 서명은

 

절대 못 받아 가

 

그러실 순 없어요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여기까지...

 

어디서 오는지 관심 없어!

 

들어 봐라

 

미식축구를 해봤자

 

백인 놈들은 네게
기회를 주지 않아

 

글공부 좀 했으면

 

A&P에서 일하면서
차 정비 기술이나

 

집 짓는 법이나 배워

 

이런 건 누구도
네게서 뺏을 수 없는 거야

 

제대로 기술을 배우면

 

쓰레기 치우며
살 필요도 없지

 

전 성적도 좋아요

 

그래서 담당자가
찾아오는 거예요

 

대학에 들어가려면
성적을 유지해야 해요

 

그럼 대학도 가고
기회도 얻을 수 있어요

 

우선 A&P 일자리부터
도로 찾아와

 

이미 사장님께 말씀드려서

 

다른 사람 구하셨어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멍청하구나

 

고작 미식축구 하겠다고

 

일자리를 남한테 넘기다니

 

여자 친구인가 뭔가

 

먹여 살릴 돈은
어디서 나서?

 

대체 얼마나 멍청하면

 

일자리를 남한테 넘겨?

 

주말에 일한다니까요

 

아니, 다른 일자리 구해

 

저 연습해야 해요

 

학교 끝나고
일까지 할 순 없어요

 

코치님도
제가 있어야 한댔어요

 

남의 말은 상관없어
여기서 대장은 나야

 

우리 집 대장은 나니까
중요한 건 내 말뿐이다

 

- 제발...
- 알겠냐고 물었다

 

- 네
- 뭐라고?

 

- 네, 아버지
- 좋아

 

A&P에 가서

 

다시 일하겠다고 해

 

둘 다 못 하겠다면
미식축구는 관둬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법이야

 

네, 아버지

 

- 뭐 좀 여쭤봐도 될까요?
- 나한테 말이냐?

 

가서 A&P 사장님한테나
여쭤봐야지

 

왜 저를 싫어하세요?

 

뭐? 널 좋아해야 할
이유라도 있냐?

 

널 좋아해야 한다는
법이라도 있어?

 

내 눈앞에 서서

 

그딴 멍청한 질문이나 하다니

 

왜 싫어하냐고?

 

내가 말할 땐 이리 와라

 

똑바로 서!
내가 먼저 물어보마

 

- 널 꼭 좋아하란 법이 있냐?
- 아뇨

 

좋아, 넌 매일 밥 먹지?

 

물으면 대답해야지

 

- 매일 밥 먹지?
- 네

 

우리 집에서 사는 이상

 

나한테 얘기할 땐
무조건 아버지라고 붙여 말해

 

- 네, 아버지
- 매일 먹지?

 

- 잘 집도 있지?
- 네, 아버지

 

- 입을 옷도?
- 네, 아버지

 

- 누구 덕일까?
- 아버지요

 

당연히 내 덕이지
내가 왜 그렇게 해줄까?

 

절 좋아하셔서요?

 

‘좋아한다’라

 

난 매일 아침에 일터에서

 

멍청한 백인 놈들
상대하느라 진이 빠지는데

 

그게 널 ‘좋아해서’라니

 

너 같은 바보 천치는 처음이다
내 일이니까 그런 거야

 

내 책임이니까

 

가장이라면
가족을 책임져야 해

 

네가 내 집에서
내가 주는 음식을 먹고

 

내 침대에 누워 자는 건
내 아들이기 때문이야

 

좋아하는 게 아니라
널 돌보는 게 내 의무이고

 

책임이니까 그런 거야

 

말이 더 길어지기 전에

 

명확히 하자

 

난 널 좋아하지 않아

 

내 상사가 돈을 주는 건
날 좋아해서 그런 게 아니야

 

내게 빚이 있기 때문이지

 

난 너한테
해줄 만큼 다 했다

 

풍족하게 살게 해줬지!

 

너희 엄마랑
널 만들었다고 해서

 

널 반드시
좋아할 이유는 없어

 

인생을 살면서

 

남이 날 좋아하는지 아닌지
신경 쓰지 마

 

내가 제대로 대접받고 사는지
그거나 신경 써

 

- 알겠냐?
- 네, 아버지

 

그럼 밍그적거리지 말고
A&P에나 가봐!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주지그래?

 

그냥 당신처럼 되고 싶은 거야

 

난 나처럼 되게
하고 싶지 않아

 

나보다 더
잘나게 살기를 바라지

 

최대한 말이야

 

내 인생에서 자랑할 건
당신뿐이야

 

녀석도 좋은 여자를
만나길 바라고

 

다른 건 바라지도 않아

 

17년 전에 절대 운동은
안 시키겠다고 다짐했어

 

내가 그런 일을 겪었는데
절대 안 되지

 

메이저리그에 나가기엔
너무 나이가 많았던 거잖아

 

한 번만이라도
그냥 인정하지그래?

 

나이 얘기는 꺼내지도 마

 

흑인이라 차별당한 거야
지금은 53살이지만

 

0.269짜리 셀커크보다
더 잘 칠 수 있어

 

마흔이 넘었는데
어떻게 야구를 해?

 

가끔 당신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

 

제정신이고말고

 

그러니 내 아들이
운동을 하게 둘 순 없지

 

애를 너무 오냐오냐 키웠어

 

남이 나를 좋아하는지
아닌지나 신경 쓰잖아

 

전부 당신 때문에
그러는 거야

 

잘했다는 칭찬 한마디
듣고 싶을 뿐이라고

 

그럴 시간 없어
건강하게 잘 살아 있잖아

 

나처럼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야지

 

홀로 독립했을 때
도와줄 사람은 없어

 

시대가 변했어

 

사람들도 달라졌고

 

세상이 달라지고 있는데
당신이 못 볼 뿐이야

 

난 최선을 다하고 있어

 

매주 금요일마다

 

감자와 돼지비계를
사서 들고 오지

 

당신은 문가에서
그걸 기다리고 있고

 

난 내 피땀과 모든 걸
당신한테 주고 있어

 

눈물 따위 흘릴 틈도 없어

 

밤에 방에 올라가면

 

당신이 만족하게 하려고
최선을 다하지

 

월요일 아침에 일어나면
도시락 챙겨서

 

출근해

 

그리고 금요일까지
버틸 힘을 끌어모으지

 

그게 전부야

 

내가 줘야 할 건
그게 전부야

 

그 이상은 바라지 말라고!

 

맥슨 씨?

 

위원장님께서
보자고 하십니다

 

여보!

 

여보!

 

그 얘기 했을 때
위원장 얼굴을 보고 싶은걸

 

꿀 먹은 벙어리인 줄
알았다니까

 

위원장 사무실에
불려 나갔을 때

 

당연히 내가
해고당하리라 생각했겠지

 

난 그렇게 생각 안 했어

 

경위서를 쓰게 될 줄 알았지

 

여보! 아주 꿀 먹은
벙어리더라니까

 

아까 신나게
술집으로 달려가서

 

앨버타한테 말하던데

 

여보! 다른 사람한테도
전부 말했지, 여보!

 

수표 현금으로
바꾸러 갔던 거야

 

나 왔어!

 

다 들리니까 그만 좀 해

 

사무실에선 뭐래?

 

내가 부르면
당연히 나와야지

 

보노한테 물어봐

 

너희 아내도
네가 부르면 나오지?

 

조용히 해
난 개가 아니야

 

부른다고 달려오지 않아

 

들었어, 보노?
예전에 이렇게 건방진

 

개를 하나 키웠지

 

‘이리 와, 블루’ 부르면
누워서 쳐다보기만 했어

 

매를 들고 쫓아다닌 끝에
결국 말을 듣게 됐지

 

그놈의 개 얘기는 됐어

 

만날 노래하고 다녔잖아

 

노래 듣고 싶은 사람
아무도 없거든

 

코리한테 불러보라고
자주 시켰어요

 

저도 기억나요

 

우리 아버지가 지은 노래야

 

누가 지었든지
듣고 싶은 사람 없다니까

 

하는 짓을 보니
잘린 것 같진 않네

 

사무실에서 뭐래?

 

사람들이랑 얘기한 뒤에

 

위원장이 나를 불렀어

 

사무실에서 내게 말하길...

 

날 기사로 채용하겠대!

 

- 설마!
- 진짜야, 보노한테 물어봐

 

잘됐네, 이제부터

 

상사한테 불평할 일도 없겠어

 

이런, 오늘 널
볼 줄은 몰랐는데

 

감옥에 간 줄 알았다

 

네가 친구놈들이랑
어울려 놀던 클럽을

 

경찰이 급습했다고
신문에 다 떴더라

 

저랑 관련 없는 얘기예요

 

전 도박 안 해요

 

밴드랑 연주하러 가는 거죠

 

도박이랑은 관련 없어요

 

거기 음악이 아주 좋아요

 

범죄자 놈들이 많지

 

아저씨, 잘 지내셨어요?
안녕하세요

 

오늘 크로퍼드 그릴에서
연주한다면서?

 

보니는 왜 안 데려왔어?

 

같이 데려오지

 

얼굴 잊어버리겠다

 

그냥 근처에 온 김에

 

- 들른 거예요
- 그럼 그렇지

 

너희 아빠가
직장에서 승진했다

 

첫 흑인 운전기사가 될 거야

 

백인들처럼

 

앉아서 신문이나
읽으면 되지

 

글만 읽을 줄 안다면
잘하시겠죠

 

아니지, 운전할 줄만 안다면

 

잘하겠다고 해야지

 

운전기사 문제로 싸워놓고

 

면허조차 없단다

 

그쪽에서 면허 없는 건 알아?

 

운전, 그 까짓거

 

핸들만 잘 꺾으면 되지

 

별거 아니야

 

운전면허 없는 거
알고 있냐니까?

 

그걸 물은 거야

 

운전이 쉬운 게
문제가 아니라

 

운전면허 없는 거
위원장도 알고 있냐고

 

뭔 상관이야?

 

그 인간이 눈치챘을 땐
면허가 두세 개쯤 생겼겠지

 

- 있잖아요, 아버지
- 이럴 줄 알았어

 

얘기 꺼낼 줄 알았지

 

또 돈 얘기하러 온 거야

 

목요일이 내 주급 날이니까

 

남아 있는
범죄자 놈들과 어울리면서

 

저놈도 따라 들어가려고
안달이 났지

 

아버지

 

사람한테
말할 기회 좀 주세요

 

저번에 말한 대로
10달러 갚으러 왔거든요

 

여기요, 보니 월급 나오면
갚는다고 했잖아요

 

아냐, 도로 갖고 가서
저축이나 해

 

다음에 또 돈 필요하면

 

그때나 꺼내 써

 

받으시라니까요

 

제가 빌려 가는 거라고
말했잖아요

 

그냥 빌린 거예요

 

다음에 또 빌려달란 소리 말고
그냥 갖고 가라

 

그러지 말고 받으세요

 

여보, 그냥 받아

 

여기요, 안 드리고 가면

 

또 여섯 달 동안
닦달하시겠죠

 

당신도 주급 받은 거 줘

 

봤어, 보노?
내 대접이 이렇다니까

 

우리 아내도 똑같아

 

이게 누구야
우리 조카잖아!

 

잘 지내셨어요, 작은아버지?

 

라이언스!

 

밀림의 왕!

 

형수님 주려고 꽃도 땄어요

 

형수님 이름이랑
똑같은 장미예요

 

정말 고마워요

 

뭐 하면서 지내셨어요?

 

지옥의 개를 쫓으면서
천국 문이 열리면

 

성 베드로 님께 말씀드리려고
준비하고 있었어

 

지옥의 개를 쫓아다니셨어요?

 

아주 멋진 일을 하셨네요

 

- 누군가는 놈들을 잡아야죠
- 그래, 맞아

 

악마는 아주 강해서
대적할 자가 없지

 

지옥의 개가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어

 

하지만 심판의 날이 오면
내 나팔을 불 거야

 

아마겟돈을 준비해야죠

 

하나님께서 심판의 칼을
휘두르시면

 

싸움도 금방 끝날 거야

 

하지만 문이 열리지 않으면

 

다들 천국에 들어가려고
엄청 기다려야겠지

 

들으셨어요, 아버지?

 

- 작은아버지 말씀이 옳아요
- 라이언스

 

- 밀림의 왕!
- 저녁 먹고 갈래요?

 

자리 하나 더 놓을까요?

 

샌드위치면 돼요
상 차릴 필요 없어요

 

그냥 샌드위치를
손에 들고 먹을게요

 

라이언스, 넌 먹고 갈래?
소갈비 올려놨어

 

아뇨, 연주 끝난 뒤에
먹으려고요

 

아버지도 공연 보러 오세요

 

그런 이상한 음악은 별로야

 

가서 손 씻어요
샌드위치 만들어줄게요

 

형이 나한테 화났어

 

왜 화나셨어요?

 

펄 씨네로 이사 갔다고
미워한다고 생각해

 

화 안 났어
자기가 살고 싶은 데 살아야지

 

왜 거기로 갔어요?
펄 씨는 사람을 싫어하잖아요

 

상관없다고 했어
실제로도 잘 대해주고

 

노래만 못 부르게 할 뿐이지

 

집세를 내니까
신경 안 쓰는 거지

 

그 얘기는 이제 그만해

 

자신만의 공간을
원해서 이사한 거잖아

 

원하는 대로...

 

그래,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지
난 안 말렸어

 

뭐라고 강요하지도 않았고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이번이 마지막이야

 

더는 이사 문제로
얘기하고 싶지 않아

 

- 그리고 다음 주에...
- 먹을 준비 됐어요

 

다음 주에
대학 관계자 오면

 

서류에 서명하고
코리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줘

 

이 얘기도 이번이 끝이야

 

입단 제의를 받았어요?
어디로 간대요?

 

뭘 하든 관심 없어

 

내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고

 

이제 어른이 다 됐다며

 

으스대며 돌아다니지

 

보노, 오늘
사무실에서 나와서

 

A&P에 들렀는데

 

녀석이 거기 없더라
나한테 거짓말했어

 

다시 일자리 되찾고
주말에도 일하고

 

평일에도 일한다고 했거든

 

근데 사장 말이
가게에 나온 적이 없대

 

이제 다 컸잖아요

 

아버지처럼 되려고
노력하는 거예요

 

걔가 뭘 하든 관심 없다

 

내 말을 듣기 싫다면

 

이 집에서 나가라고 해
보노한테 물어봐

 

보노도 아버지를 거스를 땐
분명 대가를 감수했겠지

 

그럴 기회도 없었지

 

집에 붙어 있질 않으니
제대로 얼굴도 못 봤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디를 가는지도 몰랐지

 

그저 이리저리
신대륙을 찾아 돌아다녔어

 

노인네들이
그렇게 말하곤 했거든

 

여기저기 떠돌면서
새 여자를 만나는 사람에게

 

신대륙을 찾아서
돌아다닌다고 했지

 

정말 찾았는지는 모르겠어

 

난 어른이 되고
애를 낳고 싶지 않았어

 

아버지로서 애들을
올바르게 키울 수 있을지

 

확신도 들지 않았지

 

그래서 나도
신대륙을 찾아 나서기로 했어

 

결국엔 지금의 아내를 만나서

 

너희 아버지와 로즈만큼
오랫동안 함께 지내고 있지

 

16년째야

 

우리 아버지를 몰랐으면
하고 바랄 때도 있어

 

자식한테 손톱만큼도
신경 쓰지 않았지

 

걸음마만 떼고 나면

 

가서 돈이나 벌어오길 바랐어

 

식사할 때도 본인이 먼저 먹고
우린 남은 것만 먹었지

 

본인은 닭 두 마리를 먹고
고작 날개 하나를 주는 거야

 

됐어요, 세상에
그런 아버지가 어디 있어요?

 

아무리 힘든 시절이어도
자식만큼은 소중히 여기잖아요

 

뭐라도 반드시 먹여야죠

 

우리 아버지가 신경 쓴 거라곤

 

목화 할당량을
무사히 넘기는 거였지

 

그게 가장 중요했어

 

가끔 왜 악마가 와서
아버지를 데려가지 않았는지

 

왜 아직도 살아 있는지
의아할 때가 있었어

 

‘루빈 씨에게
목화를 상납해야 해’

 

하지만 그거로 모자랐어

 

어림도 없다는 걸 알았을 때

 

그냥 떠났어야죠

 

저라면 그랬을 거예요

 

애 11명을 데리고
어디로 가겠어?

 

농사밖에 모르던 양반은
거기 갇혀 버린 거야

 

자신도 알고 있었겠지
하지만...

 

우리에 대한
책임감을 느꼈을 거야

 

우리를 제대로
돌봐주진 않았지만

 

그만한 책임감이 없었으면
진작에 우리를 버리고

 

혼자서 떠났겠지

 

그런 사람이 많았지

 

그 당시엔 말이야, 그렇지?

 

현관문을 나선 뒤에

 

무작정 걷고 또 걷는 거야

 

맞아요, 제 말이 그거예요

 

뭔가 다른 걸 찾을 때까지
걷고 또 걷는 거지

 

워킹 블루스란 얘기
못 들어봤어?

 

사람은 그렇게 무작정
떠나고 싶을 때가 있어

 

워킹 블루스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쭉 가족과 살았지만

 

아주 악마만큼 악독했지!

 

우리 어머니도 못 견뎠어

 

내가 8살 때 집을 나갔지

 

날 데리러 오겠다고 하고
떠났지만

 

그 뒤로 한 번도 못 봤어

 

모든 여자가 떠났지
누구에게도 모자란 인간이었어

 

마침내 내게도
떠날 때가 왔어

 

14살 때

 

조 케인웰네 딸내미한테
작업을 걸고 있었어

 

‘그레이보이’라는
노새를 데리고

 

쟁기질하라고
아버지가 날 보냈지

 

난 조 케인웰네 딸내미와
노닥거리면서 놀았어

 

딱 좋은 곳을 찾아서
둘이 꼭 붙어 있었지

 

걔도 13살이었으니
둘 다 나이도 찰 만큼 찼고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개울 옆에서

 

같이 놀고 있었어

 

그레이보이를 묶은
목줄이 느슨해져서

 

집까지 혼자 돌아가서
아버지가 날 찾는 줄도 몰랐지

 

그래서 둘이 있는데
아버지가 들이닥친 거야

 

깜짝 놀랐지

 

노새의 목줄을 들고서

 

미친 듯이 날 후려쳤어

 

난 펄쩍 뛰었지
화도 나고 창피하기도 하고

 

아버지가 무서웠어

 

그래서 내게
채찍질을 하기 시작하자

 

자연스럽게 도망쳐버렸지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일을 안 해서 화난 것 같아

 

하지만 당시엔 여자애가
탐나서 그랬다고 생각했지

 

사태의 진상을 깨달았을 때

 

더는 아버지가 두렵지 않았어
난 어른이 됐지

 

14살에 말이야

 

내가 맞설 차례였어

 

날 때리던 고삐를
그대로 들었지

 

그리고 아버지를
채찍질하기 시작했어

 

여자애는 깜짝 놀라
달아나버렸고

 

아버지와 눈이 마주쳤을 때

 

왜 악마가 찾아오지
않았는지 깨달았어

 

아버지야말로
악마 그 자체였거든

 

그다음 일은 기억이 안 나

 

개울 옆에서 눈을 떴는데

 

늙은 블루가
내 얼굴을 핥고 있었지

 

눈이 퉁퉁 부은 나머지

 

아무것도 안 보여서
눈이 멀어 버린 줄 알았어

 

거기 누워서 펑펑 울었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랐어

 

하지만 집을 떠날 때가
왔다는 걸 알았지

 

갑자기 세상이
너무 커 보이고...

 

제대로 자리 잡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어

 

내 안에 있는
아버지의 존재와

 

멀어지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몇 년 뒤에 깨달았지

 

작은아버지, 그게 뭐예요?

 

햄 샌드위치야

 

형수님이
햄 샌드위치를 만들어줬어

 

동생 빼고 모든 가족과
연락이 끊겼어

 

하지만...

 

지금쯤 아버지가
죽었으면 좋겠어

 

편히 잠들었으면 좋겠어

 

굉장한 이야기네요

 

14살에 집을
나오신 줄 몰랐어요

 

혼자서 자립하기엔
아직 어린 나이죠

 

저라면 어쨌을지
상상도 안 돼요

 

결국 일어나서
모빌까지 걸어갔지

 

농장은 질렸으니
도시에서 살기로 했어

 

그래서 322km를 걸어갔어

 

잠깐만요, 사람이
어떻게 322km를 걸어요

 

그건 누가 와도 못 해요
322km라뇨!

 

그땐 그 방법밖에 없었어

 

전 차를 못 얻어 탔으면
그대로 끝났을 거예요

 

누구 차를 얻어 타게?

 

그땐 지금처럼 차가 없었어

 

그땐 1918년이라고

 

무슨 얘기를 하고 있어?

 

지금이 얼마나 살기
좋아졌는지 얘기해줬지

 

내 얘기를 전혀
이해 못 한다니까

 

라이언스, 보니가 전화했어
데리러 오기로 했다면서

 

네, 알겠어요

 

모빌까지 걸어갔어

 

방향이 같은 친구를 만나서
같이 걸어갔지

 

여기까지 와서

 

일자리도 얻고

 

살 곳도 찾았어

 

이게 자유구나 싶었지

 

집 꼴은 말이 아니었지만

 

강둑 근처에 흑인들이
보금자리를 찾았지

 

브레이디 가 다리
바로 아래에 말이야

 

나뭇가지와 타르 종이로
지은 판잣집에 살았어

 

나도 거기 살았지

 

밑바닥까지 내려가서
도둑질부터 시작했어

 

처음엔 음식이었고
다음엔 돈이었지

 

음식도 사고 신발도 샀어

 

그렇게 살다가
네 엄마도 만났다

 

난 얼른 어른이 되고 싶었어

 

네 엄마를 만나서 널 낳았어
내가 왜 그랬을까?

 

이젠 두 사람을
먹여 살릴 걱정을 해야 했지

 

세 배는 더 많이 훔쳐야 했어

 

길거리에 나가서
강도질할 대상을 물색했어

 

그래, 난 강도였어

 

사실대로 말하마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지만
그게 사실이야

 

쫓아가서 칼을 꺼냈더니

 

그 사람이 총을 꺼내서
날 쐈어

 

누가 뜨거운 다리미를
가슴에 댄 것 같더구나

 

그리고 난 칼을 들고
뛰어들었지

 

경찰은 내가 죽였다고 했어

 

15년형을 받고
교도소에 들어갔고

 

거기서 보노를 만났어

 

야구도 배웠지

 

출소한 뒤에 보니
너희 엄마는 널 데리고

 

새로운 삶을 꾸린 상태였어

 

15년은 기다리기엔
너무 긴 시간이었지

 

하지만 도벽 기질은 고쳤어

 

저 사람한테 물어봐라

 

처음 만났을 때

 

그런 멍청한 생각은
모두 접었냐고 물었지

 

그래서 대답했어
‘내게 중요한 건’

 

‘당신이랑 야구뿐이야’
들었어, 보노?

 

진심이었어, 그랬더니 되물었지
‘어느 게 우선인데?’

 

‘글쎄, 당연히 야구겠지’

 

‘하지만 둘이 같이 살다 보면’

 

‘우리가 야구보다
오래 살지 않겠어?’

 

맞지?

 

진짜야

 

됐어, 그런 말 안 했잖아

 

내가 항상 1순위라고 했지

 

그렇게 말했지

 

- 이래서 좋다니까
- 로즈가 네 등대야

 

네가 길을 잃어도
항상 옳은 길을 알려주지

 

라이언스
보니 데리러 가야지

 

기다리겠다

 

- 아버지
- 응?

 

크로퍼드 그릴에
공연 보러 오세요

 

난 안 간다니까

 

클럽에서 놀기엔
너무 늙었어

 

거기서 연주하다니
실력이 아주 좋은가 보구나

 

그러지 마시고요

 

-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해
- 잠깐 있다가 가세요

 

안 돼, 저녁 먹고 잘 거야

 

전 갈게요, 나중에 봬요

 

또 주급 날에 오지 마라!

 

다음번에 올 땐
미리 전화하고

 

보니도 데려와
내가 좋아하는 걸 알잖니

 

그럴게요, 잘 지내세요

 

- 갈게요
- 그래

 

안녕히 계세요, 아저씨

 

- 또 봬요, 작은아버지!
- 라이언스! 밀림의 왕!

 

저녁 준비됐어?

 

둘이 또 한 판 해야지

 

- 아주 끝내주게
- 그만하라고 했지

 

보노는 가족이 더 좋대
이 녀석을 만난 게...

 

- 우리가 얼마나 알고 지냈지?
- 아주 오래됐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부터
알고 지냈다니까!

 

같이 산전수전 다 겪었지!

 

그렇고말고

 

당신보다도 더
오래 알고 지냈어

 

지금도 여전히 함께지

 

더 바랄 게 뭐가 있겠어

 

사랑한다, 자식아

 

됐어! 나도 사랑해

 

근데 나도 아내 보러
집에 가야겠다

 

나도 집에 여자 있거든

 

왜 그러셨어요?

 

뭐야? 코리, 왜 그래?

 

아빠가 코치님한테
미식축구를 그만둔다고

 

말씀하셨대요

 

시합도 못 나가게 했어요

 

대학 관계자도
못 오게 하라고 하셨고요

 

- 여보
- 왜?

 

그래, 내가 그랬어
쟤도 이유를 알지

 

왜 그러셨는데요?
유일한 기회였어요!

 

미식축구 하는 게
뭐가 어때서?

 

거짓말을 했어

 

미식축구를 하고 싶으면

 

집안일도 하고

 

A&P에서도 일하라고 했지
그게 조건이었어

 

근데 가게에 들렀더니...

 

경기 시즌엔
학교 끝나고 일 못 해요

 

제 자리는 맡아놨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근데 듣지도 않으시고

 

어떻게 이러실 수 있어요?

 

다 네가 자초한 일이야

 

아빠한텐 기회가
없었으니까요!

 

제가 더 잘할까 봐
두려우신 거죠!

 

- 이리 와
- 여보

 

여보

 

집어

 

 

끈 매

 

좋아

 

네가 실수를 했지

 

- 전 아무 짓도 안 했어요!
- 뭘 실수했는지 말했잖아

 

배트를 휘둘렀는데
맞추지 못했어

 

원 스트라이크야
그리고 다시 타석에 섰고

 

휘둘렀는데 놓쳐버렸어

 

투 스트라이크야

 

삼진아웃은 당하지 마라

 

코리, 와서
찬장 치우는 것 좀 도와

 

전 그만두지 않을 거예요
아빠 말은 신경 안 써요

 

돌아오시면 얘기할 거예요

 

작은아버지 일로 나가셨어

 

경찰한테 또 체포당했대

 

치안을 어지럽혔다고 하더구나

 

바로 돌아올 거야

 

와서 찬장 치우는 것
좀 도와주렴

 

얼른

 

경찰이 뭐래?

 

아무 말 없었어
50달러 주니까 풀어주더라

 

그게 다야

 

코리는?

 

안에서 찬장 치우는 거
도와주고 있어

 

좋아, 당장 나오라고 해

 

원하는 건 돈뿐이지

 

거의 일곱 번이나
이 짓을 반복했어

 

내가 오면
돈을 달라고 손을 내밀지

 

그래, 놈들은
오직 돈 생각뿐이지

 

정의고 뭐고 상관없어

 

좀 더 단단한 목재를
구해오지그래?

 

이래서 울타리에
힘이 들어가겠어?

 

소나무 좀 구해와
그럼 되잖아

 

이게 외관용 목재야

 

소나무는 집안에 쓰는 거지

 

소나무는 안에
이게 바깥에 쓰는 거라고

 

울타리는 어디에 짓는 거야?

 

이 나무는 필요 없겠군

 

소나무로 지으면 되지

 

네가 죽을 때까지는
버티고 서 있을 테니까

 

내가 언제 죽을지
어떻게 알아?

 

평생 살지도 모르지

 

호슬리 영감보다는
오래 살 거야

 

매기도 그렇게 말했지

 

그놈은 멍청이였어
녹슨 펜치로

 

이를 뽑는 바보가
또 어디 있겠어?

 

노인네들이 그렇지

 

우리 할아버지는
펜치로 이를 뽑곤 하셨어

 

옛날엔 흑인들을 봐주는
치과가 없었거든

 

그럼 깨끗한 펜치를 쓰라고
알겠어? 깨끗한 거 말이야

 

소독을 해야지, 그리고
지금은 시대가 달라

 

지금은 그냥
치과에 가면 되지

 

그 탤러해시 출신 여자랑

 

둘이 아주 꼭 붙어 있던데

 

꼭 붙어 있다니?

 

둘이 농담하면서
내내 웃고 있었잖아

 

난 누구하고든
웃고 떠들어

 

그런 웃음이나 농담 말고

 

안녕하세요, 아저씨

 

코리, 보노가 들고 있는
톱 갖고 나무 좀 잘라

 

나무가 너무 단단하다고
불평하더라

 

물러서 있어

 

젊은 친구가
하는 거나 보라고

 

나야 환영이지

 

이거 보게, 조 루이스처럼
아주 힘이 장사구먼

 

톱질하는 모습을 보자니

 

내가 늙은 게 실감이 나네

 

왜 엄마가 울타리를 치자고
하시는지 모르겠어요

 

나도 모르겠다

 

누가 훔쳐갈 게 뭐가 있다고

 

그만큼 귀중한 것도 없는데

 

사람이 못 들어오게
울타리를 치기도 하지만

 

못 나가게 치기도 하지

 

두 사람을 사랑하니까
지키고 싶은 거야

 

아내가 얼마나
날 사랑하는지 나도 알아

 

코리, 안에 들어가서
다른 톱 있나 봐봐

 

어디 있는데요?

 

찾아보라고 했잖아
나올 때까지 찾아봐

 

대체 무슨 뜻이야?
못 나가게 지킨다니?

 

트로이

 

거의 평생
너를 알고 지냈어

 

너와 로즈 둘 다
아주 오랫동안 알고 지냈지

 

둘이 처음 만난 날도 기억해

 

야구 하면서
승승장구 잘 나가던 땐

 

여자들이 모두
너 좋다고 쫓아다녔지

 

선택권은 네게 있었어

 

네가 로즈를 선택했을 때
난 정말 기뻤어

 

그나마 네가 생각 있는
녀석이란 걸 알았지

 

‘이 녀석이 뭘 좀 아는구나’

 

‘같이 붙어 있다 보면
뭔가 배울 수 있겠다’

 

그래서 계속 같이 다녔지

 

널 보면서 인생에 대해
많은 걸 배웠어

 

덕분에 누가 거짓말을 하고

 

진실을 말하는지도
알 수 있게 됐지

 

네 덕분에 많은 걸 배웠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법도 배웠고

 

역경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법도 배웠어

 

- 로즈는 좋은 여자야
- 나도 알아

 

18년 동안 같이 살았다고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그냥 좋은 여자라는 소리야

 

다른 의도는 없어

 

좋은 여자라고 말해놓고

 

그냥 그게 다라고?

 

그 얘긴 대체 왜 꺼낸 거야?

 

로즈는 널 사랑해

 

난 모자란다는 거야?

 

그런 얘기지

 

다른 여자를 만난다고
내가 부족한 건 아니야

 

무슨 말인지 알아

 

로즈가 네게
어떤 의미인지 알아

 

네가 일을 그르치는 걸
보고 싶지 않아

 

그래

 

걱정 고마워, 보노

 

네가 같은 짓을 하려고 했다면
나도 똑같이 말했겠지

 

그뿐이야

 

둘 다 좋아하니까
말하는 거야

 

그래

 

날 알잖아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

 

로즈보다
더 좋은 여자는 없지

 

그런데 이 여자는
뭔가 통하는 게 있어서

 

떨쳐 버릴 수가 없어

 

떼어내려고 해봤는데

 

오히려 더 강하게
달라붙을 뿐이야

 

이젠 뗄 수 없게 돼버렸어

 

항상 네 일은
네가 알아서 한다며

 

행동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져야지

 

책임 회피하는 거 아니야

 

내 마음이 괜찮다고 하면
그거로 된 거야

 

뭐가 옳거나 그른지
마음이 항상 말해주니까

 

아내에게 나쁜 짓은
절대 하지 않아

 

사랑하니까

 

지금까지 나와 함께해줬고

 

그만큼 사랑하고 존중해

 

나도 알아

 

그래서 로즈에게
상처 주길 바라지 않는 거야

 

로즈가 알면 어쩌려고?

 

그땐 네게 남는 게 뭐야?

 

아무리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애써도

 

결국 한 마리는
놓치게 되어 있어

 

- 그게 세상의 법칙이야
- 무슨 말인지 알아

 

해결할 방법을
생각하는 중이야

 

제대로 해결해, 트로이

 

두 사람 일에
끼어들진 않을 테니까

 

그러니 제대로 잘 해봐

 

난 네 일에 끼어들 거야

 

아내한테 그놈의 냉장고는

 

대체 언제 사줄 건데?

 

돈 없다는 소리 마

 

너 돈 있잖아

 

은행보다도 네 아내한테
그 돈이 더 간절하거든

 

나도 안다고

 

- 그럼 이렇게 하자
- 뭘?

 

네가 로즈를 위해서
울타리를 완성하면

 

나도 아내한테
냉장고를 사 줄게

 

너 분명 후회할 거다

 

어디 가?

 

집에 가지

 

그럼 내가 도와줄 줄 알았어?

 

내 돈부터 지켜야지

 

너 혼자서 울타리
치는 모습을 보고 말 거야

 

난 그게 보고 싶거든

 

나 없이 여섯 달 동안
열심히 해봐라

 

그래, 네 말이 맞다

 

돈 문제에 관해서라면

 

독립기념일
불꽃놀이만큼이나 명확하지

 

두고 보자
네 은행 잔액을 털어 버릴 거야!

 

그래서 경찰이 뭐래?
어떻게 된 거야?

 

경찰서에 가서
50달러 주고 데리고 왔어

 

치안을 어지럽혔다나

 

3주 뒤에 열리는 공판에서

 

병원에 입원하지 않을
정당한 이유를 대야 해

 

당신은 판사한테
뭐라고 했는데?

 

내가 돌보겠다고 했지

 

다시 병원에 넣는다니
말이 안 되잖아

 

손바닥을 들이대면서

 

50달러 내라길래
주고 집으로 데려왔지

 

지금은 어디 있는데?
어디로 갔어?

 

자기 볼일 보러 갔어
그 정도는 혼자 할 수 있잖아

 

내가 볼 땐
병원에 들어가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아

 

당신이 뭐라고 할지 아는데

 

내가 볼 땐 그게 나아

 

인생까지 망치면서
전쟁터에서 싸웠는데

 

병원에 가둬 버리겠다고?

 

그냥 자유롭게 놔둬
누구한테 폐 끼치지도 않잖아

 

사람마다 시각이 다른 법이지

 

얼른 점심 먹어

 

리마콩이랑
옥수수빵 구워놨어

 

얼른 들어

 

걱정해봤자 소용없어

 

할 얘기가 있어

 

- 상 차린 뒤에 해
- 여보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모르겠어

 

설명할 도리가 없지만

 

그냥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어

 

처음엔 작은 덤불이었는데
어느새 숲이 되어버렸어

 

- 무슨 소리야?
- 말하잖아, 일단 들어봐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생각하는 중이야

 

애가 생겼어

 

그래, 애가 생겼어

 

장난치는 거지?
뭐가 생겼다고?

 

- 애가 생겨?
- 여보

 

아내한테 할 소리야?

 

이제...

 

형! 형수!

 

18년을 참고 살았는데
나한테 이런 얘길 해?

 

형수님

 

꽃 가져왔어요

 

형수님 이름이랑
똑같은 장미예요

 

고마워요

 

형, 나한테 화났어?

 

나쁜 사람들이 와서
날 가뒀어

 

- 그래서 화났어?
- 아냐, 화 안 났어

 

18년 세월 끝에
나한테 주는 게 이거야?

 

이것 봐요
새 25센트 동전이에요

 

여보, 그냥...

 

무슨 변명을 하든 소용없어

 

새 동전이 아주 많았어요!

 

광이 사라질 때까지
갖고 있을 거예요

 

거실에 가 있어요
수박 잘라 줄게요

 

얼른 가요

 

있죠, 제가
지옥의 개를 쫓고 있었는데

 

나쁜 사람들이 와서
저를 잡아갔어요

 

근데 형이 도와줬어요
그 사람들한테

 

맞고 싶지 않으면
날 풀어주라고 했어요!

 

맞아요!

 

거실에 가 있어요
수박 잘라 줄게요

 

나쁜 사람들은 이제 없어요

 

알았어요
형수님이 나한테

 

줄무늬 수박을 줄 거예요

 

왜 그랬어?

 

대체 왜?

 

그 오랜 세월 끝에
나한테 하는 소리가 그거야?

 

이 나이에 말이 돼?

 

10년, 15년 전이면 몰라도
지금은 아니지

 

나이랑은 상관없는 일이야

 

아내의 몫을 다하려고 했어

 

아내의 역할은 뭐든지

 

18년 동안 같이 살았는데

 

이제 와서 하는 소리가

 

바람을 피운 데다가
애까지 생겼다는 얘기라니

 

내가 이복형제 같은 거
싫어하는 거 알잖아!

 

우리 가족이
전부 그랬으니까

 

우리 4남매는 모두

 

아버지와 어머니가 달랐어

 

부모가 누구인지도
구분하기 힘들었지

 

엄마, 아빠를 제대로
얘기해본 적도 없었어

 

네 아빠랑 네 엄마가
내 아빠고 내 엄마였지

 

내 자식까지 그런 걸
겪게 하고 싶지 않았어!

 

근데 날 속이고

 

이런 얘기를 꺼내다니!

 

그만해
당신도 알아야만 해

 

알고 싶지 않다고!

 

여보?

 

이미 일어난 일이야
나도 어쩔 수 없어

 

그냥 없던 일이 되길
바랄 순 없어

 

그러고 싶지 않은 거겠지

 

나와 코리가 없어지길
바라는 거 아니야?

 

그게 진짜 바람일지 모르지

 

하지만 그럴 순 없어

 

18년을 당신에게 바쳤어

 

남의 침대에
들어가지 말았어야지

 

내 말 들어봐
해결책을 찾아보자

 

함께 대화로 풀면 돼
서로 이해해보자

 

이제 와서 ‘함께’라니?

 

다른 여자와 놀아날 때

 

우리 생각을 하긴 했어?

 

이런 짓을 벌이기 전에

 

미리 생각했어야지!

 

이해해보자는 얘기를
꺼내기에

 

한참은 늦었어

 

그 여자가 내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 줬어

 

또 다른 나를
볼 수 있게 해줬어

 

집에서 벗어나면
온갖 부담감을 털어 버리고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었어

 

지붕 고칠 일로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청구서 문제로...

 

이제까지 없던

 

또 다른 내가 될 수 있었어

 

내가 알고 싶은 건...

 

알고 싶은 건 하나뿐이야

 

계속 그 여자를 만날 거야?

 

그것만 말해

 

그 집에 있으면
웃을 수 있어, 알아?

 

크게 소리 내어 웃는데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달라지는 느낌이야

 

여보, 난...

 

그걸 포기할 수 없어

 

그 여자가 나보다 낫다면

 

그냥 그 집에서 살지그래

 

이건 우위를 가릴
문제가 아니야

 

당신은 잘못 없어

 

당신은 누구보다도
훌륭한 아내야

 

전부 내 책임이지

 

가족을 돌보는 데 집착하다가

 

나 자신을 잊어버렸어

 

그럼 난 뭐였는데?

 

당신을 옆에서 위로하는 건
내 역할이었잖아

 

깨끗하고 편안하게
살기 위해서

 

평생 온 힘을 다해 일했어

 

좋은 남편이 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잖아

 

내가 삐뚤게 세상에
태어났는지 몰라도

 

세상에 날 때부터
투 스트라이크 상태였어

 

본루를 지키려면

 

안쪽에서 들어오는
커브볼을 잘 지켜야지

 

볼을 놓쳐선 안 돼

 

무엇 하나
놓쳐선 안 되는 거야

 

헛스윙 한 방이면

 

모든 게 끝난다고!

 

그럼 어떡하겠어?

 

난 번트를 택했어

 

가족과 직장이 있으니
세이프였지

 

날 태그할 건 아무도 없었어!

 

더는 아웃당하지 않을 거고

 

교도소에 돌아가지도 않아

 

술에 절어 살지도 않았지

 

가족과 직장이 있으니 안전했어

 

마지막 스트라이크를
허용하지 않았어

 

1루에 서서

 

본루까지 돌아오게
누가 홈런을 쳐주길 기다렸지

 

집에 남았어야지

 

그런데 이 여자를 만났고
용기를 얻었어

 

2루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았어

 

- 알겠어?
- 날 안아줬어야지

 

- 날 붙잡아줬어야지
- 18년간 1루에만 서 있다가

 

이젠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야구 얘기를 하는 게
아니잖아!

 

당신이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운 얘기를

 

하고 있는 거야

 

야구 얘기가 아니라
그 얘기를 하는 거라고!

 

내 말을 안 듣고 있잖아

 

최대한 알아듣게
설명하고 있는 거야

 

나한텐 지난 18년간

 

한자리에만 서 있었다고
인정하는 게 쉽지 않아!

 

나도 같이 서 있었잖아!

 

내내 당신과 함께 있었어!
나도 인생이 있어

 

18년간 당신처럼
똑같은 자리에 있었다고

 

나도 다른 걸
바라지 않았을 것 같아?

 

나라고 꿈이 없었을까?

 

내 인생은? 나는?

 

다른 남자를 만나고 싶다고

 

생각한 적 없었을까?

 

내 의무는 전부 잊고
다른 사람과 자고 싶다고?

 

날 웃게 해주는
사람을 만나서

 

행복한 기분을
느끼고 싶다고?

 

당신만 소망과 욕구가
있는 거 아니야

 

하지만 난 당신을 믿었어

 

나도 감정이 있고
욕구와 꿈이 있지만

 

전부 당신 안에 묻었어

 

씨앗을 심고
그게 자라나길 기다렸지

 

날 당신 안에 묻고
꽃 피우길 기다렸어!

 

근데 18년을 기다리고 보니
메마른 땅일 뿐이었고

 

꽃 피울 일은 없었어!

 

난 당신을 믿고 의지했어

 

내 남편이니까

 

내 모든 걸 줬어

 

하나도 남김없이 모조리

 

매일 밤 어둠 속에
잠들 때마다

 

내 마음속에 드는
의구심을 지우려고 했어

 

내가 사람을 잘못 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당신이 어디로 향하든
함께하려고 했어

 

내 남편이니까

 

당신 아내로 살아가려면
그 방법뿐이었으니까

 

당신은 자신이 준 것만
이야기하지만

 

당신이 받아가기도 해

 

누가 주는지도 모르고
그저 받아가기만 하지

 

내가 받기만 한다고?

 

아파

 

- 아프다니까, 놔!
- 당신한테 전부 줬어

 

거짓말할 생각 마

 

- 엄마!
- 거짓말 마!

 

아프다니까!

 

여보! 안 돼!

 

좋아, 투 스트라이크다

 

내 근처에 올 생각 마라
삼진아웃 당하진 마

 

넌 항상
아슬아슬하게 사는 거야!

 

삼진아웃 당하지 마!

 

“어머니
1885 - 1917”

 

얘기 좀 해

 

갑자기 왜?

 

이제 와서 얘기를 하자고?

 

몇 달 동안
말도 섞기 싫어했잖아

 

어젯밤에도 그랬고

 

얼굴도 보기 싫어했지

 

근데 왜 이제 와서?

 

- 내일이 금요일이야
- 그건 나도 알아

 

내가 모를 것 같아?

 

평생 금요일만
기다리며 살았어

 

근데 그런 얘기를 하다니

 

집에 오는지 알고 싶어서

 

난 매일 집에 가잖아

 

안 가는 날이 없었지

 

무슨 뜻인지 알잖아

 

일 끝나고 바로 올지
알고 싶어서 왔어

 

수표 현금으로 바꾸고
술집에서 좀 놀다가

 

체커도 좀 할지 모르지

 

난 이렇겐 못 살아

 

내게 남는 시간만 쓰고 있잖아

 

벌써 여섯 달째
집에도 제대로 안 오고

 

난 매년 매일
집에 들어가고 있어

 

365일 동안

 

내일 일 끝나고
집에 오면 좋겠어

 

주급 받은 거
허투루 안 쓰는 거 알잖아

 

난 주급 받으면
무조건 당신한테 줘

 

용돈 빼고는
따로 받는 돈도 없어

 

나만의 시간이 필요할 뿐이야

 

잠깐이나마 인생을 즐기게

 

그럼 나는?
언제 인생을 즐겨?

 

그건 나도 모르지
난 최선을 다할 뿐이야

 

집에 오진 않고

 

옷만 갈아입고 나가지

 

그게 최선이라는 거야?

 

앨버타 보러
병원에 가야 해

 

오후에 병원에 입원했어

 

애가 일찍 나올지도 몰라

 

오래 안 걸려

 

펄 씨네 집에
사람들이 와서

 

도련님을 데려갔어

 

당신이 병원 입원 동의서에
서명했다고 했어

 

난 그런 적 없어
분명 거짓말이야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하는 거야

 

거짓말이 아니야
내가 읽어 봤어

 

- 뭐라고 쓰여 있는데?
- 동생을 데려가도 된다고

 

놈들이 맘대로 꾸며낸 거야

 

서류 따윈 신경 안 써

 

지원금 중에
반은 병원으로 가고

 

반은 당신 몫이라더라

 

난 관련 없는 일이야

 

난...

 

코리한테 한 짓이랑 똑같아

 

코리에겐 서명 안 해주더니

 

동생은 서명하고
병원에 넘겨버렸지!

 

서명한 적 없다니까

 

난 석방 신청서에만
서명했어

 

글을 모르는데

 

무슨 서류인지 어떻게 알아?

 

난 그런 동의서에
서명한 적 없어

 

내가 병원에 보내자니까
자유롭게 두자더니

 

지원금 반을 받는 대가로

 

입원 동의서에 서명했지

 

말이 다르잖아
하늘에 손을 얹고 얘기해봐

 

집주인이랑 얘기한 거잖아

 

월세를 못 받게 되니까
화가 나서 그렇게 말한 거야

 

내가 당신 서명을 봤다니까!

 

보긴 뭘 봐!

 

그리고 그 여자가
서류는 어떻게 봤대?

 

그 여자가 거짓말하는 거야

 

내가 가서 얘기할 거야!

 

난 서명 안 했어!

 

난...

 

난 서명 안 했다고!

 

여보

 

여보

 

병원에서 전화가 왔는데
애가 나왔대

 

그래? 딸이래, 아들이래?

 

딸이래

 

그럼...

 

얼굴 보러 가야겠네

 

여보

 

지금은 얼굴 보러 가야지

 

왜 그래?
아기는 괜찮은 거지?

 

앨버타가 출산 중에 죽었대

 

죽어? 죽었다고?

 

앨버타가 죽었어?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는데...

 

어쩔 수 없었대

 

그럼 아기는? 괜찮대?

 

건강하대

 

누가 장례를 치르지?

 

가족이 있어

 

혈혈단신도 아니고

 

그건 나도 알아

 

그럼 보험은 있나
궁금하겠지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누가 장례를 치르냐는
말부터 꺼냈잖아

 

그게 내 의무라는 듯이

 

난 당신 아내야
그런 식으로 밀어내지 마

 

밀어낸 적 없어
시간이 필요할 뿐이야

 

숨 돌릴 시간 좀 줘

 

좋다, 죽음아

 

내가 이렇게 해주마

 

지금부터

 

뒷마당에 울타리를 두를 거야

 

내 울타리를 두를 거라고

 

그럼 너는 반대편에 서서

 

내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

 

그 뒤에 오는 거야

 

네 군대와 낫
전투 복장까지 갖추고 와

 

이번엔 정신을 잃지 않겠어

 

더는...

 

더는 내 뒤로
숨어들지 못할 거다

 

날 잡아갈 때가 되면

 

네 명부 위에
트로이 맥슨이 보이면

 

올라와서 현관문을 두드려

 

다른 사람은 상관없어

 

너랑 내 문제야

 

남자 대 남자로!

 

내가 준비될 때까지
반대편에서 기다려!

 

그럼 언제든 네가 원할 때

 

와서 날 때려눕혀도 되니까!

 

기다리고 있으마

 

‘밥 클레멘테가 4호 홈런과
24타점을 기록합니다’

 

여보?

 

지금 품 안에 내 딸이 있어

 

이 애는

 

아주 작고

 

작은 존재야

 

어른들 일은 아무것도 몰라

 

아이는 죄가 없어

 

그리고 엄마도 없지

 

무슨 말이 하고 싶어?

 

그게...

 

현관에 가서 앉아 있으려고

 

남자라면 자신에게
옳은 일을 해야지

 

내 잘못에 후회는 없다

 

내 마음을 따랐을 뿐이야

 

뭘 보고 웃니?

 

네 아버지는
아주 큰 어른이란다

 

손도 큼지막하지만
가끔 두려울 때가 있어

 

지금 아빠는 좀 무섭단다

 

왜냐하면 이젠 집이 없거든

 

전에도 그랬지

 

그땐 아이는 없었지만
집이 없었어

 

나 홀로
길 위에 서 있는 거야

 

기차가 왔다가

 

가는 모습을 보며 말하지

 

내 딸이야, 여보

 

내 혈육인 건
부정할 수 없어

 

두 아들 녀석과 마찬가지지

 

당신도 그렇고
모두 내 가족이야

 

세 사람과 이 아이가
내가 가진 전부야

 

이 말이 하고 싶었어

 

같이 이 애를
돌봐주면 좋겠어

 

알겠어

 

당신 말이 맞아

 

애는 돌봐줄게

 

당신이 말했듯이

 

애는 죄가 없으니까

 

아버지의 잘못을
아이에게 물을 순 없지

 

엄마 없이는
살기 힘든 세상이니까

 

이젠 이 아이에게
엄마가 생겼어

 

하지만 당신은 아내를 잃었지

 

내가 오니 다들 나가네

 

교회 바자에 쓸
케이크를 갖다 줄 거야

 

라이언스가 와서
20달러 주고 갔어

 

식탁 위에 올려놨어

 

여기 주급이야

 

식탁 위에 올려놔

 

언제 돌아와?

 

캐물을 생각 마
언제 돌아오든 상관없잖아

 

그냥 물어본 거야
질문도 못 해?

 

입씨름할 생각 없어

 

음식은 스토브 안에 있어

 

데우기만 하면 돼

 

안에 있는 케이크는 먹지 마

 

나중에 써야 하니까

 

내일 교회에서
큰 바자를 열 거야

 

“피츠버그 시
폐기물 처리국”

 

안녕, 트로이

 

웬일이야?

 

잠깐 보러 들렀는데

 

집에 아무도 없길래

 

뭐하러 들렀어?

 

한 달은 안 찾아왔잖아

 

돈이라도 빚졌나 보네

 

승진한 뒤로는
연락이 힘들잖아

 

전엔 매일 봤지만

 

이젠 어디서 일하는지도 모르지

 

계속 바뀌어

 

지금은 그린 트리에서
백인들 쓰레기를 치우고 있어

 

- 그린 트리라고?
- 그래

 

운이 좋네

 

그래도
쓰레기통 들 일은 없잖아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어

 

2년만 더 하고 그만두려고

 

나도 은퇴할까 해

 

넌 괜찮잖아

 

5년은 더 운전해도 될걸

 

달라, 보노

 

트럭 뒤에서
일하는 거랑 달라

 

얘기할 사람이 없으니
혼자서 일하는 것 같아

 

나도 은퇴할 거야
아내는 어때?

 

잘 지내

 

관절염 때문에
고생하긴 하지만

 

오는 길에 로즈 만났는데
교회에 간다고 하던데?

 

그래, 꾸준히 다니고 있어

 

교회 주머니를
두둑이 불려 주고 있지

 

이것 좀 들어

 

아냐, 됐어
인사하러 들른 거야

 

한 잔 정도는 괜찮잖아

 

네가 술을 거절하다니
별일이네

 

- 내일 일도 없잖아
- 그냥 들른 거야

 

스키너네 집에 가려고

 

매주 금요일마다
도미노 게임을 하고 있어

 

넌 도미노 못 하잖아

 

다섯 판에 네 판은
내리 지곤 했지

 

덕분에 많이 배웠지
지금은 더 잘해

 

그래?

 

그거 잘됐네

 

난 이만 가볼게

 

- 나중에 한번 들러
- 그래, 그럴게

 

새 냉장고 사줬다고
아내가 얘기 들었다던데

 

그래, 너도 드디어
울타리 완성했다더라

 

서로 비긴 거로 하자

 

- 사줄 줄 알았어
- 그래

 

좋아

 

- 또 보자
- 그래, 반가웠어

 

- 언제 한번 들를게
- 그래, 그렇게 해

 

“미 해병대 징병소”

 

- 지나갈게요
- 뭐? 뭐라 했냐?

 

길을 막고 계시잖아요
지나가겠다고요

 

어딜 지나가는데?

 

여긴 내 돈 주고 산
내 집이야

 

15년 전부터 그랬지
우리 집에 들어가고 싶은데

 

내가 계단에 앉아 있으면
실례한다고 해야지

 

엄마가 가르친 것처럼

 

아빠, 저 가야 돼요

 

날 짓밟고 가겠다고?

 

저도 여기 살아요

 

날 짓밟고서
내 집에 들어가겠다고?

 

아빠 안 무서워요

 

내가 무섭냐고 물은 적 없다

 

날 짓밟고서
내 집에 들어갈 거냐고

 

그렇게 물었지

 

실례한다는 말도 없이

 

그냥 짓밟고 가겠다는 거지

 

맘대로 말씀하세요

 

그게 아니면 뭔데?

 

아버지를 지나쳐서
들어가려는 거예요

 

술 취해서 노래 부르며
앉아 계시니까요

 

- 그렇게 말할 수도 있죠
- 실례한다는 말도 없이?

 

내가 물었다
실례한다는 말도 없이 말이냐?

 

그럴 필요 없으니까요

 

아빠는 이제
아무 힘도 없어요

 

그래, 아무 힘도 없구나

 

그러니 아빠한테
실례한다는 말도 필요 없지

 

갑자기 어른이 다 됐구나

 

그러니 아빠도
아무런 힘이 없지

 

피땀 흘려서 번 돈으로 산

 

집이나 뒷마당도
맘대로 못 하고 말이야?

 

갑자기 어른이 다 돼서

 

아빠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나 보다

 

이젠 네가 가장이냐?

 

내 집도 가져가고
바지도 가져가게?

 

들어가서 내 침대 위에
누울 테냐?

 

실례한다고 말하지 않는 게

 

더는 너희 아빠한테
힘이 없어서 그렇단 거지

 

- 맞아?
- 네

 

항상 헛소리만 하시죠

 

- 그냥 좀 비키세요
- 잘 곳은 딴 데서 찾아라

 

먹을 것도 알아서 찾아
알겠냐?

 

너한테 필요한 게
그거니까, 알겠어?

 

저에 대해서 모르시잖아요!
걱정도 안 하시고요!

 

맞아

 

네 말이 맞다

 

지난 17년간 너에 대해
걱정한 적이 없지

 

이젠 네 차례야
이렇게 하자

 

넌 어른이다
그건 둘 다 인정하지

 

다 큰 남자야
그러니 남자답게 굴어야지

 

뒤돌아서 밖으로 나가라

 

골목까지 닿으면

 

이 집은 잊어버려

 

이건 내 집이니까

 

가서 남자답게 네 집을 찾아

 

이건 내 집이니까
그냥 잊어버려도 돼

 

난 해줄 만큼 다 해줬으니
앞으로 네가 알아서 해

 

저한테 주신 게
뭐가 있는데요?

 

네 다리와 뼈
심장까지 내가 준 거지!

 

이 세상 누구보다
많은 걸 줬어

 

저한테 준 게
아무것도 없잖아요!

 

제가 아빠보다
더 잘할까 봐 두려워서

 

발목을 붙잡기만 했죠

 

그저 아버지를
두려워하게만 하셨죠

 

제 이름을 부르실 때마다

 

아버지 발소리가
들릴 때마다 겁에 질렸어요

 

이런 고민뿐이었죠
‘이러면 아빠가 뭐라고 하실까?’

 

‘저렇게 하면?’

 

‘라디오를 켜면
아빠가 뭐라 하실까?’

 

엄마도 그래요!
아빠를 무서워하죠

 

엄마는 내버려 둬라
너희 엄마는...

 

그런 짓을 당하고
어떻게 참으시는지 모르겠어요!

 

엄마 얘기는 하지 말라고

 

어쩌실 건데요?
때리시게요?

 

이젠 못 하겠죠!
늙었으니까요!

 

노인네일 뿐이니까요!

 

이 자식이!

 

이게 바로 네 모습이야
넌...

 

그저 길거리의
놈팡이일 뿐이지

 

- 아빤 미쳤어요!
- 그래, 가버려

 

어서 가버려라
악마 같은 녀석아

 

제가 악마 같다고요?
정말 단단히 미치셨네요!

 

그래, 미쳤다

 

당장 꺼지지 않으면
얼마나 미쳤는지 보여주마

 

내 집 마당에서 썩 꺼져!

 

아빠 집 아니에요!

 

작은아버지가 받은
보상금으로 사 놓고

 

밖으로 내쫓아버렸죠!

 

당장 꺼지지 못해!

 

전 아무 데도 안 가요!

 

해보세요, 안 무서우니까

 

- 그건 내 방망이야
- 해보세요

 

- 내려놔라
- 해보시라고요!

 

왜 그러세요?
해보시라고요!

 

휘둘러 봐라

 

날 협박하고 싶으면
한번 휘둘러 봐

 

와보세요!

 

어서!

 

그럼 날 죽여야 할 거야

 

그 방망이로 날 위협하려면

 

날 죽여야 할 거다

 

어서

 

어서 해봐, 내가 보여 주마

 

어서!

 

내 집에서 썩 꺼져

 

어서

 

물건 가지러 온다고
엄마한테 전해주세요

 

그건 울타리 바깥에
있을 거다!

 

아무것도 안 느껴져

 

아무것도 안 느껴져

 

할렐루야!

 

할렐루야

 

할렐루야

 

더는 아무것도 안 느껴져

 

 

너와 나의 싸움이야

 

언제든지 와라

 

난 준비됐다

 

쉽진 않을 거다

 

레이넬?

 

- 네?
- 뭐 하니?

 

아무것도 안 해요

 

들어와서 옷 입어
뭐 하는 거야?

 

싹이 돋았나 봤어요

 

하룻밤 새엔 안 자란다니까

 

기다려야지

 

이러다 평생
안 자랄 것 같아요

 

주전자는 지켜보고 있으면
더 안 끓어

 

주전자 같은 건 없는데요

 

얼른 와서 옷 입어

 

오늘은 장난치는 날 아니야

 

네, 엄마

 

잘 있어, 얘들아

 

안녕
네가 레이넬이겠구나

 

어머니 집에 계시니?

 

엄마, 어떤 아저씨가 왔어요!

 

엄마!

 

코리?

 

코리

 

코리, 너구나!

 

감사합니다, 하나님! 코리

 

다들 나와봐요

 

- 이게 누구야
- 어른이 다 됐구나

 

울지 마세요
왜 울어요?

 

네가 와서 기뻐서 그러지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어요, 아저씨?

 

정말 잘 컸구나

 

아주 훤칠하지 않아요?
상병까지 달았네요

 

왜 이리 오래 걸렸어?

 

해병대가 그렇죠, 뭐

 

뭘 하나 하기 전에

 

거쳐야 할 서류 작업이
산더미예요

 

너랑 라이언스
둘 다 올 수 있어서 다행이다

 

작은아버지는
아직 병원에 계셔

 

어떻게 될지
아직 확실치 않아

 

방금 병원이랑 통화했다

 

미 해병대 상병이라

 

너희 아버지도 네가
잘할 거라고 항상 말했지

 

아주 좋아 보이죠?

 

그래, 처음 만났을 때
트로이가 생각난다니까

 

로즈

 

아내가 교회에서
합창단이랑 기다리고 있어요

 

상여꾼도 대기시켜 놓을게요

 

이따가 봐요

 

고마워요

 

이따가 봬요

 

코리, 레이넬 좀 봐

 

아주 예쁘지?

 

남자깨나 울릴 거야

 

오빠한테 인사해야지
코리 오빠야

 

- 기억나?
- 아뇨

 

기억 못 할 거예요

 

항상 얘기해줬잖아

 

코리 오빠야, 인사해야지

 

- 안녕하세요
- 안녕

 

네가 레이넬이구나

 

어머니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

 

아침부터 든든하게 먹어야지

 

배 안 고파요

 

저 차려 주세요
금방 따라갈게요

 

정말 괜찮겠니?

 

군대 식사는 별로잖아

 

괜찮아요, 안 먹어도 돼요

 

나중에 먹을게요

 

레이넬, 가서 옷 갈아입어

 

네가 성공할 줄 알았다

 

넌 항상 자신의 길을
잃지 않았지

 

그럼

 

계속 군에 남을 거야?

 

20년 더 하려고?

 

잘 모르겠어요
6년이면 충분한 것 같아요

 

그냥 계속하다가
일찍 은퇴해

 

여긴 아무것도 없어

 

아마 어머니한테
얘기 들었을 거다

 

교도소 작업장에서
일하고 있어

 

수표를 현금으로 바꿔준다니
내가 똑똑한 줄 알았지

 

얼마나 받으셨죠?

 

3년형을 받았어

 

이제 거의 끝났어
9개월만 더 있으면 돼

 

그리 나쁘진 않아

 

뭐든 익숙해지기 마련이지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법이다’

 

아버지가 하시던 말씀이지

 

삼진아웃을 당했을 때
말씀하시곤 했어

 

한 번 삼진아웃 당했지만

 

다음번엔 관람석을 향해
볼을 쳐올리셨어

 

바로 홈스테드 필드에서

 

안타로 만족하지 않고
홈런을 날리고 싶어 하셨지

 

그리고 경기가 끝난 뒤에

 

관중 200명이
악수를 하려고 기다렸어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법이야

 

아버지는 특별한 분이셨어

 

아직도 연주하세요?

 

당연한 걸 묻는구나

 

이쪽에도 밴드가 있어

 

출소하면 뭔가
해보려고 생각 중이야

 

그래

 

아직도 연주해

 

아직도 많은 도움이 되지

 

삶의 원동력이 되는 한

 

계속해서 음악을 할 거야

 

라이언스, 달걀 다 됐다

 

난 밥 먹으러 가보마

 

아버지 보내드릴
준비하고 있어

 

어때?

 

괜찮아?

 

- 안녕하세요
- 안녕

 

여기가 오빠 방이었어요?

 

그래, 내 방이었어

 

아빠가 여기를
‘코리 방’이라고 불렀어요

 

옷장에 미식축구공도 있어요

 

레이넬, 옷 갈아입고
신발 갈아신어

 

그냥 이거 신으면 안 돼요?
그건 발이 아파요!

 

당연히 아플 수밖에 없지

 

가게에 갔을 땐

 

그런 말 안 했잖아

 

그땐 안 아팠어요
발이 커졌단 말이에요

 

말대꾸하지 마!

 

얼른 옷 입고
신발 갈아신어

 

바뀐 게 별로 없지

 

아직도 공을
나무에 매달아 놓았어

 

여기서 방망이로
공을 때리고 있었지

 

난 이만 집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방망이를 휘두르다
그냥 쓰러져버렸어

 

방망이를 휘두르는 순간
미소를 짓는 것 같았어

 

그리고 쓰러져버렸지

 

병원까지 데려갔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알았어

 

- 안에 들어오지 그러니?
- 드릴 말씀이 있어요

 

어떻게 말씀드릴지
모르겠지만 꼭 말해야겠어요

 

아버지 장례식엔 안 가요

 

그 입 다물어라

 

네 아버지야!

 

이런 날 아침부터
그런 얘기 듣고 싶지 않다

 

내가 이러라고
널 키운 줄 알아?

 

사지 멀쩡히 잘 커서는

 

아버지 장례식에
안 가겠다고?

 

- 엄마...
- 듣고 싶지 않다!

 

그런 생각은 그만해!

 

일생에 한 번쯤은
아버지를 거스르고 싶다고요

 

그런 얘기 듣고 싶지 않다!

 

아버지와 서로
안 맞았던 건 알지만

 

오늘 그런 얘긴
듣고 싶지 않아

 

아버지를 무시한다고 해서
어른이 되는 건 아니야

 

너만의 길을 찾아야지

 

아버지 장례식에 안 간다고
어른이 되는 건 아니야

 

이 집에서 크는 동안

 

아버지는 그림자처럼
저를 쫓아다녔어요

 

제 살을 파고들고
생각을 좀 먹었어요

 

내가 누구고
아버지가 누군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였죠

 

아버지의 그림자가
제 살을 파고들었다고요!

 

제 안으로 기어들어 와
기생하려 했죠

 

어딜 돌아보나 항상
아버지가 절 노려보고 있었어요

 

침대 밑에서, 옷장 안에서

 

아버지의 그림자를
떨쳐내야만 해요, 엄마

 

네 아버지랑
아주 똑 닮았구나

 

그런 말씀 마세요

 

- 아주 붕어빵이야
- 전 아버지처럼 되기 싫어요!

 

제가 되고 싶다고요!

 

넌 너일 뿐이다, 코리

 

그 그림자는 네가
직접 만들어낸 거야

 

받아들이든지 거부하든지
네 선택이지만

 

거부할 수 없는 일이야

 

세상 속에서 살아가려면
어쩔 수 없어

 

아버지는 네가 자신을
닮지 않기를 바랐지만

 

그와 동시에

 

모든 면에서
자신과 똑같기를 바랐어

 

그 사람이 옳았는지
틀렸는지는 몰라도

 

한 가지 확실한 건

 

오로지 네가 잘되기만을
바랐다는 거다

 

나를 어루만지면서
상처를 주기도 하고

 

날 껴안은 채로
맘을 아프게 하기도 했지

 

네 아버지를 처음 만났을 때

 

이렇게 생각했다

 

‘이 사람과 함께라면
아이를 낳아도 되겠어’

 

보자마자 그런 생각을 했어

 

‘로즈 리’

 

‘이 남자라면’

 

‘모든 걸 맡겨도 되겠어!’

 

‘이제껏 느껴왔던
네 마음속의 빈 곳을’

 

‘채워 줄 남자가 나타났어’

 

그 사람이
내게 걸어오는데

 

정말이지

 

아주 커 보였어

 

내 맘을 가득 채워버렸지!

 

그게 내가 저지른
첫 번째 실수였어

 

날 위한 공간을
남겨두게 하지 않은 거

 

하지만 노래 부르며
살 집이 갖고 싶었어

 

그걸 너희 아버지가 줬지

 

네 아버지에게 맞춰 사느라
나를 포기하기도 했어

 

그 사람을 받아들이고
나와 섞어 버리고 나니

 

뭐가 뭔지
알 수 없게 돼 버렸어

 

하지만 내 선택이고
내 인생이었다

 

꼭 그렇게
살 필요는 없었지만

 

인생이 내게 그런 삶을 줬고

 

난 받아들였어

 

두 손으로 받아들였지

 

레이넬이 집에 왔을 때...

 

남의 불행으로 인해
행복해지고 싶진 않았지만

 

레이넬을 품에 안는데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어

 

인생이 다시
시작되는 기분이었지

 

주님께서 허락만 해주신다면

 

난 레이넬을
네 아버지처럼 키울 거다

 

내 모든 걸
그 애에게 줄 거야

 

엄마!

 

목사님 전화예요

 

안녕하세요

 

안녕

 

- 육군이에요, 해병대예요?
- 해병대야

 

아빠한테 들었어요
블루 알아요?

 

블루? 그게 누군데?

 

아빠가 키우던 개요
항상 노래하셨잖아요

 

어서요

 

코리, 이제 갈 거야!

 

엄마 말씀대로 신발 갈아신어

 

그래야 아빠 장례식에 가지

 

이따가 다시 올게요

 

형수님!

 

형수님!

 

- 도련님?
- 제가 왔어요!

 

형수님, 저 왔어요!

 

- 라이언스, 이것 봐!
- 말했죠?

 

병원에서 보내줄 거라니까요

 

- 잘 지내셨어요?
- 잘 지내셨어요?

 

형수님! 때가 됐어요!

 

성 베드로 님께
문을 열라고 할 시간이에요

 

준비됐어, 형?
준비 다 했어?

 

성 베드로 님께
문을 열라고 할 거야

 

이제 준비해야지

 

형!

 

 

바로 그거지

 

Kore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