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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막: 아이(style_200.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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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이 말은 ‘이렇게 헤어지는게 힘들 줄
알았다면 친해지지 말 걸 그랬어’ 라며

슬퍼하던 어린 왕자에게
여우가 했던 말입니다

 

깜짝이야..

 

오래 전부터 존속 문제를 두고
고민해오던 도서관이 결국

 

아무래도 노후화되기도 했고
폐쇄하기로 결론이 났습니다

 

유서 깊은 도서관이기에
저로서도 참 유감입니다만

 

지금 도서관에 있는 책들은
빈 교실에 옮겨두는 것으로 하고

5월 3일부터 철거 작업을 시작합니다

 

「사직서」

 

시가 선생님!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아, 예

 

도서관의 책 정리를
선생님이 담당해주셨음 하는데요

 

-네?
-선생님께선 사서 자격증도 있으시고

이 학교에 재학하시던 시절엔
도서부원으로도 활동하셨죠?

 

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방대한 책들에 라벨을 붙여
분류하신게 시가 선생님이셨단 걸요

 

이미 12년도 더 된 일인데..

도와드릴 도서부 애들도 있으니
괜찮으실 거예요

 

그럼 좀 부탁드립니다!

아, 저..

 

135.5 사!

 

이건 일본 철학이니까...

12...

 

1

 

일본 철학은 121번이야

이건 근대니까 121.6

 

이거...

 

예전에 분류해뒀던 거 그대로네

 

완벽한 분류법이니까요

손댈 데가 없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

 

고마워

 

혹시 이걸 전부 정리했다던
도서부원이란게 선생님 얘긴가요?

 

 

그랬군요

 

근데 한명이 더 있었어

 

좀 성가신 조수였지만

 

그니까 거기가 아니라고

 

방해 좀 그만해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Let Me Eat Your Pancreas (2017)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췌장?

 

응, 췌장

 

먹고 싶다

 

뭐야, 갑자기

카니발리즘에 눈뜨기라도 한 거야?

 

어제 TV에서 봤거든

옛날 사람들은 자기 몸 어디가 안 좋으면
다른 동물의 그 부분을 먹었대

 

간이 안 좋으면 간을

위가 아프면 위를 먹었단 건가

그렇게 하면 병이
나을 거라고 믿었다나봐

 

그러니까 나도

췌장을 먹고 싶다는 거야?

 

바보같은 얘기구만

 

너무 대놓고 말한다

아무리 내 비밀을 알고 있다지만

 

어차피 췌장이 정확히
무슨 역할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췌장은 소화와 에너지 생산을
조정하는 기관으로

췌장이 없다면 사람은
에너지를 얻을 수 없어서 죽게 돼

검색이라도 해 본 거야?

 

조금은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는구나

 

그야..

 

중병에 걸린 같은 반 친구에게
관심이 없을 수가 없잖아

 

그럼 그런 거 말고

나라는 사람에 대해선 어때?

 

글쎄

 

우와, 여기 대단하다

여긴 도서부원 외엔 출입 금지야

너무해

그렇게 내가 있는게 싫어?

 

난 원래 다른 사람한텐 관심 없어
너라서 없는 게 아니라

 

그 ‘너’라는 호칭 재밌다

 

나도 따라해야지

 

뭐?

다른 사람에겐 관심이 없다니
그런 건 너무하잖아

 

아, 그래

 

「어린왕자」
넌 이 책이라도 읽고
공부하도록 해

내 책인데 특별히 빌려줄게

 

자!

 

야마우치 사쿠라와 나의 관계란

 

말 한번 섞어본 적 없는 동급생

 

그것 뿐이었다

 

그랬을 터였다

 

「공병문고」

 

공병문고..?

 

2003년 11월 29일

오늘부터 공병문고라고
이름붙인 이 노트에

매일 있었던 일들을
적어나가려고 한다

가족 이외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난 몇년 안에 죽는다

 

췌장..?

 

죽는다고..?

 

그거 내 노트야

 

내가 놀랐던 건 그 애가 반에서도
인기가 많은 애였기 때문이었다

 

왜 여기에 온 거야?

 

맹장 수술을 했었거든

 

호오

그러고보니 얼마동안
학교에 안 나왔었지

 

그런 것도 알고 있었구나

당연하지 같은 반 친구인데

다른 애들은 모를 걸

별 볼일도 없는 놈인데

 

니가 그렇게 생각하니까
그렇게 되는 거야

 

‘별 볼일 없는 같은 반 친구’군!

 

그럼 넌?

난 췌장 검사하러 왔어

매번 잘 체크해두지 않으면 죽으니까

 

이건 이미 읽어버렸지?

 

‘곧 죽게 된다’

 

그런 엄청난 비밀을

반에서 제일 별 볼일 없는
동급생에게 들켰는데도

그애는 평소와 다름 없는 얼굴로 웃고 있었다

 

그 다음날부터 내 일상이
바뀌기 시작했어

 

아니

그애한테 휘둘리게 됐다고 해야하려나

 

난 누구와도 엮이지 않으려 하면서
혼자만의 영역을 지켜왔으니까

 

알 것 같아요

 

방금 누구한테 인사한 거야?

 

누군데 누군데!?

 

무슨 꿍꿍이인지

그 애도 도서부원을 지원해서는

책 분류 작업을 같이 하게 되었다

 

네 비밀은 아무한테도
얘기 안 할 거니까

 

감시 안 해도 돼

 

그냥 재밌을 것 같아서
지원한 것 뿐이야

 

뭐야 이게

분류가 완전 엉망이잖아
분류표좀 제대로 보고 해

조금은 틀려도 되잖아

 

열심히 헤매다 찾는게
더 기쁠 거 아냐?

보물찾기처럼

 

얼마 남지 않은 목숨을
이런 데에다 써도 돼?

 

그럼 어디에 쓰라는 건데

뭐라도 있을 거 아냐

첫사랑을 만나러 간다든가

외국에서 히치하이크로
죽을 곳을 찾는다든가

그럼 그러는 너야말로
하고 싶은 거 안 하고 다녀?

 

어쩌면 내일 갑자기
네가 먼저 죽을지도 모르는데

 

사고라도 나서 말야

 

이거 봐 최근에 이 근처에서
묻지마 살인도 있고 말야

 

너한테든 나한테든
하루의 가치는 같은 거야

 

그래도 뭐

꼭 하고 싶은 일이라고 한다면..

 

너한테!

 

내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을
돕도록 해줄게!

 

뭐..?

일요일 열 한시에
역 앞에서 만나기!

잘 부탁해~

아니, 잠시만..

먼저 말 꺼낸 건 너였다!?

 

하지 마

 

이렇게 기특할 수가

병에 걸린 소녀를 도우려 오다니!

 

거스를 수 없어서 흘러갈 뿐이야

그래서?

어디 갈 건데?

 

*호루몬을 먹으러 갈 거야!
(*: 일본의 각종 내장요리)

뭐?

췌장은 ‘시비레’라고 부른대

 

내가 네 비밀을 안다고
일부러 그러는 거야?

설마 진짜 병이 나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진지하게 대답해

이제부터 어쩔 건데?

 

아, 미래에 대한 계획같은 거?

나한테 확실한 미래같은 건 없는데?

 

너 말야

니가 그런 농담을 하면
내가 난처할 거라곤 생각 안 해?

 

글쎄다

그치만 너한테만 이러는 거야

 

그야 같은 반 친구가
곧 죽을 거란 걸 알면

보통 엄청 놀라고 좀 그렇잖아

 

그런데 넌

완전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잖아

 

그야..

 

가장 힘들어할 본인이
밝은 모습만 보이는데

다른 사람이 되려
더 슬퍼한다는 건

경우가 아니니까

 

좋아

 

가자!

 

*「스위트 파라다이스」
(*: 일본의 디저트 뷔페)

 

실례합니다

 

이거 네 부탁을 거절한
벌 같은 거야?

 

전부터 와 보고 싶었어

쿄코가 단 걸 좋아하거든

 

누군지 알아?

 

맨날 너랑 같이 다니는 애?

 

중학교 때부터 친구였는데

여기가 요즘 완전
붐이라고 그랬거든

 

같이 가자면서

 

그애랑 같이 왔어야
했던 거 아냐?

 

아!

 

그러게 화내겠다

 

너 미움받을지도 몰라

 

뭐?

왜 내가..

 

여자란 그런 거야

베프는 연인이나 다름 없음!

근처에 다가오는 사람들을
질투하기도 하고

 

너는 베프 없어?

 

왜 그런 걸 물어보는 거야

 

왜냐니

 

알고 싶으니까?

 

사실은 나한테
별 관심도 없으면서

 

싸웠나봐~

 

뭐야?

 

나한테 베프같은 게
있을 리 없잖아

 

그럼 그냥 친구는?

 

친구도 없어

그럼 여자친구는?

-있을 리가..
-좋아했던 사람은 있었을 거 아냐

 

좋아하던 여자가 있었던 적은~!?

 

딱 한번!

 

왜 저래?

 

싸우나봐

 

어떤 사람이었는데?

 

어떤 거에든지
존칭을 붙이던 사람

 

서점씨, 점원씨, 만화가씨..

 

음식에까지 감자씨 라고
존칭을 붙이는 거야

 

뭔가 나에겐

 

그게 세상 모든 것에
경의를 표하는 것처럼 느껴졌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멋진 얘기네

 

좋은 애였던 거 같아

 

그게 아니라

 

좋아하게 된 이유가 멋지단 거야

 

그럼 그 애한테 고백은 했어?

 

설마

 

같은 반에 인기 좋던
남자애가 채갔지

 

사람을 보는 눈이 없었나보네

 

응?

 

그러는 넌 어떤데

 

남자친구라면 있었어

 

요 얼마 전까지

 

인기도 많고 친구로서는
괜찮은 사람이었는데 말이지

 

오늘 나랑 같이
놀아줘서 고마워

정말 재밌었어!

공병문고에도 적었어!

 

내 이름은 적지 마

 

알았어

 

이미 적어버렸지만
대충 지워둘게

 

그럼 잘 자!

 

앞으로도 계속 친하게 지내줘

 

그렇구나

 

우리가 친하게 지내고 있는 거구나

 

가자가자, 스위트 파라다이스!

 

벌써 갔다 와봤지롱~

 

딸기 케이크가 제일 맛있었대!

 

케이크 종류도..

 

왜 니가?

 

어..?

 

왜 사쿠라한테 들러붙는 거야?

 

뭐가 목적인데?

 

그러니까!

 

그런 게 아니야, 쿄코

 

그럼 대체 왜 너 같은 애가
갑자기 도서부원이 되고

 

반에서 제일 어두컴컴한 놈이랑
데이트 같은 걸 하는 건데!

 

음, 친한 친구니까..?

 

친한 친구?

 

갑자기 저게 뭔 소리야?

 

그치?

 

‘친한 친구’군!

 

자, 자!

 

이런 얘기 이제
그만해도 되잖아

 

야마우치는 누구하고나
친하게 지내니까

 

어쩌다 우연히 만나서
밥 한번 먹은 거겠지

 

그치?

 

아니아니, 아무리 그래도...

 

넌 쟤랑 밥 같이 먹을 수 있어?

 

난 절대 못 해!

 

화났나?

 

잠깐만!

 

잠깐만 기다리래도!

 

왜 그렇게 화내는 거야?

 

부탁인데

 

이 이상 날 말려들게 하지 마

 

말려들게 하다니..

 

애들이 오해하잖아

 

오해?

 

아, 친한 친구라고 말한 거?

 

그치만 남자친구도 아니고

 

그냥 친구나 베프같은
사이랑도 좀 다르니까

 

그 베프한테 병에 대한 건
말 안 해도 괜찮은 거야?

 

 

나 같은 놈하고 있는 것보단

 

소중한 친구랑 남은 시간을 보내는게
훨씬 더 가치있을 거라 생각해

 

괜찮아, 괜찮아

 

걘 엄청 감수성이 풍부해서

 

병에 대해 말하면 분명히
만날 때마다 울 거야

 

그렇게 시간을 보내봐야
서로 즐겁지 않잖아?

 

쿄코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죽기 직전까지 주변에는
비밀로 해두고 싶어

 

넌 말야

 

응?

 

정말 죽는 거야?

 

죽어

 

앞으로 일 년

그것도 장담할 순 없대

 

너한테만 얘기하기로 결심했어

 

너라는 사람, 딱 그 한명

 

나에게 평범한 일상을
선물해줄 사람이니까

 

의사는 병에 대해
진실밖에 말해주지 않고

엄마도 아빠도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날 대하려고 필사적이셔

 

내 병을 알게 된다면
쿄코도 그렇게 되겠지

 

하지만 너만은 달라

 

난 그냥..

 

똑바로 보려고 하지 않을 뿐이야

 

아서라 아서!

 

그렇게 복잡한 얼굴 할 거 없어

 

어차피 언젠간 모두 죽는 법이고

 

그러니까

 

천국에서 만나자!

 

야, 시가

 

너 야마우치 사쿠라랑 사귀냐?

어?

 

쟤도 계속 뚱해있고 말야

 

무슨 애인 뺏긴 사람처럼

 

응?

 

아, 아니

 

다른 애들한테 이름으로
불려본게 처음이라

 

뭐?

 

사귀는 거 아냐

 

그렇구나

 

이렇게 유언비어만
가득한 채로 괜찮아?

 

사실이 아니니까 신경 안 써

 

그러셔?

 

껌 줄까?

 

아니 됐어

 

쿄코

 

쿄코!

 

왜 그러고 있어?

 

아니에요

 

‘미야타 잇세이’
‘타키모토 쿄코’

 

참석 여부에 표시해주십시오
참석 / 불참석

 

하고 싶은 일이 생겼어!

이번 연휴때 멀리 가보고 싶어!

 

어디 가보고 싶은 곳 있어?

 

왜 굳이 문자로 보낸 거야?

 

질려버렸어

 

십진법인지 뭔지도 모르고..

 

원래 막 소수점 이하까지
분류하고 그래?

 

그러니까

 

책이 미아가 되면 불쌍하잖아

 

그러니까

 

책도 분명 보물찾기처럼
찾아주는 걸 더 좋아할 거라니까

 

네가 죽기 전에 꼭 가보고 싶은 곳

 

어디 가고 싶냐며

 

약속했다?

 

꽤나 큰 가방을 가져왔네

 

기차 도시락 맛있어!

 

그것도 맛있어보여

이리줭!

 

슬슬 어디 가는 건지는
말해주지 않을래?

 

어딜 가는지 모르고
가는게 재밌잖아?

 

아무리 그래도..

 

맞다 나

 

처음으로 부모님께 거짓말 했어

 

쿄코랑 여행가서 자고 오겠다고

 

자고 오겠다고!?

 

들고 있어봐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 리스트
·남자랑 여행가서 자고 오기
·맛있는 라멘 먹기
·맛있는 호루몬 먹기
·술 마셔보기
·저금했던 돈 다 쓰기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 리스트
·남자랑 여행가서 자고 오기
·맛있는 라멘 먹기
·맛있는 호루몬 먹기
·술 마셔보기
·저금했던 돈 다 쓰기

리스트 적어왔어!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 리스트
·남자랑 여행가서 자고 오기
·맛있는 라멘 먹기
·맛있는 호루몬 먹기
·술 마셔보기
·저금했던 돈 다 쓰기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

 

다음 역에서 신칸센으로 갈아탑니다

 

당신도 각오를 다지도록 하세요

 

큐슈 첫 상륙!

 

*라멘 냄새가 나!
(*: 큐슈는 각종 라멘으로 유명)

 

그건 뇌가 일으키는 착각이지

 

즉, 기분 탓이란 거야

 

진짜 나거든?

 

코가 썩은 거 아냐?

 

썩은 건 네 사고방식이겠지

 

썩은 건 췌장이거든요?

 

주문하신 호루몬입니다

 

맹장이다, 맹장!

 

재밌는 곳이라는게 어디야

 

그거야 비밀이지!

 

무서워!

 

저거 봐, 저거!

 

아 너무 걸었나
이제 힘들어

 

환자가 그렇게 먹어대니까 그렇지

참배, 참배!

 

소원 빌어야지!

 

‘이 아이의 병이 나을 수 있게 해주세요’

 

-그렇게 빌었지?
-아니거든?

 

그건 네 소원이겠지

 

이제와서 그런 소원은 안 빌어

 

그럼 뭐 빌었는데

 

소중한 사람들에 대해서 빌었지

 

엄마, 아빠

 

친구들이랑 ‘친한 친구’군!

 

모두 건강하게
무병장수하길 빌었답니다

 

좋아!
이제 *오미쿠지 뽑으러 가자!
(*: 길흉을 점치기 위해 뽑는 제비)

 

더 좋은 운세를
뽑은 사람이 이기는 걸로!

 

오미쿠지는 이기고 지는게 아니라구

 

우와, *대길이다!
(*: 오미쿠지에서 제일 좋은 운세)

 

병, 마침내 치유!

 

그렇다네~

 

못 나을 병인데도 말이지

 

넌 뭐 나왔어?

 

*소길이네..
(*: 길 중에 가장 낮은 길)

 

패배 결정!

 

저기야

 

저기에 묵는다고?

 

농담이지?

 

저금했던 돈 다 쓰고
죽기로 결심했거든

 

얼른얼른 가자!

 

정말로 죄송합니다

 

현재 투숙객들이 매우 많아
남은 룸이 이쪽밖에..

 

있잖아

 

호텔 측에서
조금 실수가 있었나봐

 

원래 예약했던 방이 다 차서

 

그렇구나

 

그래서!

 

호텔 측 실수라고 원래보다
훨씬 더 좋은 방을 주시긴 했는데

 

잘 됐네

 

있잖아

 

같은 방인데

 

괜찮지?

 

뭐..?

 

넓어!

 

여기가 제일 좋은 방이래!

 

거실까지 있어!

 

쩔어!

 

야경이다!

 

지금 일부러 그러는 거지?

 

정말 부정적이라니깐

 

자기가 얻은 행운은 믿어야지!

방이 업그레이드 된 거 말고

 

같은 방이란 거 말야

 

푹신푹신~

 

같은 침대에서 잔다니
엄청 두근두근하다!

 

바보같은 소리 하지 마!

 

난 여기서 잘 거야

 

기껏 좋은 방에 묵게 됐으니까
좋은 침대도 누리고 가야지

 

나중에 한 번 뒹굴어 볼게

 

저기

 

여자랑 같이 자는 건데
기쁘지 않아?

 

그런 건 남자친구랑 해라

 

그럼 난 목욕이나 하고 와야지~

 

목욕, 목욕~

 

난 결백해

 

찔릴 것 따위 없어

 

우린 그냥 친한 친구인 거니까

 

있잖아, ‘친한 친구’군!

 

내 클렌징폼 좀 가져다 줘!

 

뭐..?

 

가방 안에 있어
노란 파우치 안에!

 

빨~리!

 

네~

 

뭐 마시는 거야?

 

인생 첫 술!

 

이것도 리스트에 있던 거야

 

어른이 되기 전엔
할 수 없는 일을 해두고 싶어서!

 

한모금에도 헤롱헤롱한 주제에

 

진실 혹은 도전!

 

뭐?

 

이 게임 몰라?

 

그럼 하면서 설명해줄게

먼저 숫자가 더 높은 사람이
진실인지 도전인지 물어볼 수 있어

 

알겠어?

 

하나, 둘!

 

좋아, 이겼다!

 

진실 혹은 도전!

 

그게 뭔데?

 

진실을 택하면
상대의 질문에 꼭 대답해야만 해

 

도전을 택하면
상대의 말대로 꼭 행동해야만 해

 

진실 혹은 도전!

 

진실

 

그럼..

 

우리 반에서 누가 제일
예쁘다고 생각해?

 

뭐!?

 

갑자기 뭘 묻는 거야, 넌

 

야야~ 그래서 누군데!?

 

나는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않아

 

겉모습에 대해 묻잖아

 

그래서

 

누가 제일 예뻐?

 

그..

 

수학 잘하는 애

 

히나!?

 

내가 아니구나

 

그렇구나!
그런 타입을 좋아하는 구나!

이제 됐잖아

 

진실 혹은 도전!

 

진실

히나가 반에서 제일 예쁘댔지

나는 몇 번째야?

 

어디까지나

 

내가 얼굴을 떠올릴 수 있는
사람에 한해서지만

 

세 번째

 

엄청나게 부끄러!

 

니가 물어본 거잖아

 

니가 이렇게 솔직하게
대답할 줄은 몰랐지

빨리 하고 끝내고 싶으니까

 

천천히 합시당~

밤은 기니까 말야!

 

하나, 둘!

 

지금까지 살면서
제일 기뻤던 적은?

겨우 그런 질문으로 만족하는 거야?

 

쓰리사이즈 정돈 알려줄 수 있는데~

 

됐으니까 빨리 해

 

네가 존경하는 사람은?

뭐야, 무슨 면접이야?

좀 더 재밌을 만한 걸
물어보란 말야

 

아싸, 이겼다!

 

그럼 이번엔

질문이랑 명령을 먼저 말할테니까
네가 선택해!

 

진실을 택한다면

 

나의 매력을 세가지 말하기!

 

도전을 택한다면

 

나를 침대까지 옮겨줘

 

이 손은 뭐야?

 

손 잡아줄 테니까 얼른 일어나

 

말했잖아?

 

‘옮겨달라’고!

 

있잖아 있잖아

 

어부바가 좋을까!?

 

아니면

공주님 안기..

 

공주님 안기 해줘서 고마워

 

어릴 때부터 꿈이었거든

 

다음! 마지막 판!

처음은 주먹, 가위 바위 보!

 

이럴 거면 트럼프 카드는
왜 필요했던 거야

 

뭐 어때~

 

진실 혹은 도전!

 

진실

 

내가

 

사실은 죽는 게
너무나도 무섭다고 한다면

어떡할래?

 

도전..

 

치사해

 

너도 침대에서 자

 

반론도 반항도
인정하지 않습니다!

 

여보세요

 

사쿠라, 너 지금 어디야?

 

나랑 같이 있다고 뻥 쳤지!?

 

어머님께 전화 왔었어

 

뭐 대충 둘러대긴 했지만

 

그래서 지금 어딘데?

 

누구랑 있어?

 

하카타에 있어

‘친한 친구’군이랑

 

뭐어!?

 

그게 지금 뭔 소리야?

 

하, 하카타? 그놈이랑?

 

 

나중에 다 설명할게

 

그러니까 이해가 안 되더라도
지금은 용서해줬으면 해

 

부탁이야, 쿄코

 

알았어

 

고마워

 

하지만 조건이 있어

 

뭐든지 말해봐!

내 선물 사오기

 

무사히 돌아오기

 

아, 그리고

그놈한테 전해

 

사쿠라한테 뭔 짓 했다간
쳐죽여버릴 거라고!

 

알았어

 

 

아무래도 쿄코한테
살해당할 거 같아

 

뭔 소리야?

 

내가 얼마나 결백한지
똑바로 설명하란 말야

 

진짜로..

 

꼭..

 

쿄코에 대한 일은 너에게 맡길게

 

뭐?

 

나한테 남자친구가
있었다고 했잖아

 

고백 받았다니까 쿄코가 사귀라고
하도 난리를 쳐서 사귀게 됐는데

 

작은 일로도 엄청 화내는데다
질척거리기까지 해서 말야

 

쿄코는 말야

 

남자를 보는 눈이 없어

 

강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엄청 여린 애기도 하고

 

혼자 두게 되는 게 걱정이야

 

그러니까 내가 죽으면

 

쿄코랑 사이 좋게 지내줬으면 해

 

부탁할게

 

우리 또 여행가자

 

여름이 좋으려나

 

여름..

 

좋네

 

어라?

 

의외로 솔직하구만?

 

실은 재밌었던 거지~?

 

 

재밌었어

 

뭐야

 

내 췌장이라도 뺏어가게?

 

니가 웬일로 솔직하니까 그렇지

 

나도 재밌었어

 

그 답례로

 

내가 죽으면 내 췌장
네가 먹어도 돼

 

뭐?

사양할게

애초에 난 췌장이 아픈 것도 아니고

 

누가 자기를 먹어주면

 

그 영혼이 그 사람 안에서
영원히 살아갈 수 있대

 

나, 살고 싶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안에서

 

이런

 

아직 답이 안 왔구나

 

있잖아

 

사쿠라가 보면 뭐라고 하려나?

 

우리 말이야

 

잘 어울린다고 해주려나?

 

축복..해주려나?

 

그야 당연히 그렇겠지

 

좋은 남편을 얻었다고 할 거야

 

혹시 몰라

 

사쿠라라면 반대했을지도

 

날더러 남자 보는 눈이
없다고 그랬었거든

 

뭐야 그게

 

참석 여부에 표시해주십시오
참석 / 불참석

 

야, 시가

 

있잖아

 

너 왜 실내화 버려놨냐?

 

응?

 

이거 말야

 

화장실 쓰레기통에 있더라고

 

아직 그렇게 더러운 것도 아니잖아

 

고마워

 

없어져서 불편했거든

 

그래?

 

안 잃어버리게 조심해

 

껌 줄까?

 

아니..

 

그래도 고마워

 

 

너 또 노려본다

 

어라?

 

없어

 

뭐 잃어버렸어?

 

아니..

 

너도 참 고생이구나

 

혹시 무슨 일 생기면 말해줘

 

그래도 내가 반장이니까

 

 

어라? 야마우치 양은?

 

아, 프린트 전해주려고 왔는데

 

안 왔어

 

일부러 안 오는 게 아닐까

 

무슨 사이라고 오해받으니까

 

그렇구나

 

그럼 됐어

 

갈게

 

From. 야마우치 사쿠라
얏호~

 

쿄코가 보디가드마냥 옆에 있으니까

당분간 도서부원 일은 쉴게

 

대신 오늘은 네가 우리집에 놀러와

 

우리집..?

 

들어와, 들어와!

 

왜 내가 와야만 하는 거야

 

학교에서 얘기해봐야
소문만 더 커지잖아?

 

넌 이제 ‘주목받는 반 친구’군이니까

 

마실 거 내올테니까
책이라도 보고 있어

 

실은 네가 빌려준 그 책 말야

 

잃어버려서

 

오늘 집에 부모님 안 계셔

 

응?

 

그래서 오라고 한 거야

 

넌 나랑 사귈 생각은 없지?

 

갑자기 무슨 소리야

 

없어

 

절대로 없어

 

오케이, 합격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

 

마지막 한 가지

 

사귀는 사이가 아닌 남자랑

 

해선 안 되는 일 해보기

 

이건 그냥 안은 거야

 

그러니까

 

해선 안 되는 일이란 건 지금부터야

 

라느니~

 

장난이야, 장난

 

네가 아무 말도 안 하니까
장난이 아닌 것처럼 돼 버렸잖아

 

웃기지 마

 

웃기지 마!

 

아니, 장난이었다구

 

저기

 

이것 좀 놔줘

 

놓으라구!

 

미안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너네 집 이쪽 아니잖아

 

왜 이런 곳에 있어?

 

왜 네가 야마우치 집에서
나오는 건지 묻잖아

 

사쿠라는 대체 왜 이딴 놈이랑..

 

나랑 그 애는

 

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이가 아냐

 

그럼 대체 무슨 사이인데?

 

아무 사이도 아냐

 

야, 거기 서

 

얘기 아직 안 끝났어!

 

그 애는

질척거리는 타입
싫어하는 거 같더라

 

전 남친이 그랬었다고

 

누가 질척거렸단 거야!

 

너였구나

 

뭐 하는 거야?

 

사쿠라

 

대체 왜 그런 놈을..

 

두 번 다시

 

내 주변 사람들한테
가까이 가지 마

 

아빠 옷 빌려줄게
샤워하고 와

 

괜찮아

 

그보다

 

미안해

 

아까 있었던 일

 

나야말로

 

미안해

 

이거

 

더러워져버렸어

 

반장이 전 남친이었구나

 

나 같은 사람이
네 옆에 있어도 되는 걸까

 

반장이 한 말 틀린 거 없어

 

 

그냥 우연히 병원에서 널 만나서

 

흘러가는대로 갔을 뿐이고

누군가 좀 더

 

진심으로 널 생각해주는
사람하고 있는게..

그렇지 않아

 

그렇지 않아

 

우연이 아니야

흘러가는대로 간 것도 아니야

 

우리는 모두

 

자기가 선택했기 때문에
여기 있는 거야

 

너와 내가 같은 반인 것도

 

그날 병원에 있던 것도
우연히 아니야

운명 같은 것도 아니야

 

네가 해 온 선택들과

내가 해 온 선택들이

 

우릴 만나게 한 거야

 

우리는

 

스스로의 의지로 만난 거야

 

안녕하세요

 

쿄코!

이제 곧 결혼이지?

한참 바쁠텐데 미안해

아니에요

 

꽃은 살아있으니까

매일 애정을 담아 돌봐야죠

 

야, 거기 역병환자!

 

사쿠라

 

맹장으로 입원했대

 

뭐?

 

너랑 같이 다니곤
어딘가 이상해진데다가

 

그 건강하던 애가 아프다니
너 무슨 저주라도 건 거 아냐?

 

야, 듣고 있어!?

 

아무튼

 

너랑 만나고부턴 되는 일이 없으니까

앞으로 사쿠라한테
절대로 가까이 가지 마

 

저기

 

뭐야, 갑자기!

올 거면 미리 말이라도 하지

 

머리도 완전 엉망진창인데!

 

맹장 아니지?

괜찮아?

괜찮아!

 

그냥 검사차 입원한 거야

수치에 조금 이상이 생겨서

 

2주 후엔 퇴원할 거야

 

다행이다

 

 

수업 필기한 거 보여줄까?

 

시의 본질은

감정을 형태로 표현해내는 것

 

기도이자 바램

 

그래서 하나의 말이
떠오르는대로 쓰여져가는 거야

 

고마워

이런 거 가지고 뭘

 

 

선생님 해라

응?

 

가르치는 거 잘하잖아

 

난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데다

 

남이랑 엮이기 싫어하는데
그런 직업이랑 맞을 리 없잖아

 

난 사람 보는 눈은
좋다고 생각하는데

 

곧 쿄코 올 시간이다

 

뭐?

 

뭐 괜찮겠지

 

난 두사람이 더
친해졌음 하니까

 

아니 마음의 준비가 안 됐는데

 

됐으니까 해봐!

 

뭘?

 

친구 사귀는 연습!

 

연습?

 

‘저랑 친구가 되어주세요’

 

해봐!

 

싫어

 

말 안 하면 안 보내줄 거야

 

저랑 친구가 되어주세요

 

더 크게!

저랑 친구가 되어..

 

눈을 보고!

 

진심이 안 느껴져!

 

저랑 친구가 되어주세요

 

완전 꽝이야

 

이만하면 됐잖아

 

어차피 말해봤자
거절당할게 뻔하고

 

나 갈게

 

잘 있어

 

네가 왜 여기 있는 거야

 

그게..

 

있잖아, ‘친한 친구’군!

저번에 빌려준 아빠 옷이랑
팬티는 언제 돌려줄 거야?

비, 빌리다니..!

 

뭐어, 팬티!?

 

선생님이 되기로 하신 건
그분 덕분이었군요

 

우스운 얘기지

 

잘 맞을 거란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여선

 

교사가 된지 6년

 

그리고 여기 부임한지 1년

 

지금은 정말 이게
좋은 선택이었던 걸까 싶어

 

매일 출퇴근 할 때마다 생각해

난 학생들과 제대로
마주하고 있는 걸까 하고

 

그만두지 마세요 선생님

 

응?

 

아, 아니..

 

그치만..

 

그분이 슬퍼하실 거예요

 

「사직서」

 

사쿠라

 

겉으론 그래보여도
속으론 상처 잘 받는단 말야

 

어중간한 마음으로
곁에 있지 말아줘

 

넌 정말 사쿠라를 좋아하는구나

 

당연하지!

 

중학교 때는

 

친구가 한 명도 없었어

 

그런데

 

사쿠라는 항상 나한테
웃으며 말을 걸어줬어

 

사쿠라가 없었다면
난 계속 혼자였을 거야

 

아마 지금도 그랬겠지

 

사쿠라 외엔
친구 같은 거 필요 없어

 

만약에

 

니가 사쿠라를
상처입히기라도 한다면

 

절대 용서 안 해

 

소문 들었어?

 

스토커래, 스토커!

 

사쿠라가 입원한 병실 침대에
몰래 숨어있었다잖아!

사쿠라 팬티까지 훔쳤대!

 

스토커?

 

애들 웃긴다

 

있잖아

 

왜 그런 소문이
생기는 건지 알아?

 

그건 내가 알고 싶다

 

너랑 같이 다니니까 그런 거겠지

 

아니야

 

네가 애들이랑 말을 안 해서 그래

 

뭐?

 

애들이 너에 대해 잘 모르잖아

 

얘기도 좀 하고 그러지

 

그렇게 쓸데 없는 짓 안 해

 

네가 없어지면 난 다시
혼자였던 때로 돌아갈 거야

 

다들 나 같은 놈은
금방 잊어버릴 걸

 

그런 채로는

 

맘 편히 죽을 수 없어

 

너에 대해 알게 되면

 

다들 널 이해해줄 텐데

 

죽고 난 다음 일은
걱정 안 해도 돼

 

난 다른 사람들한테 미움받든
안 받든 신경 안 쓰니까

 

뭐야 그 태도는

 

예를들어 내가 널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하지 않아?

 

뭐?

 

난 널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 거 같아?

 

글쎄..

 

‘친한 친구’ 아니야?

 

 

그럼 어떻게 생각하는데

 

안 가르쳐줘!

 

뭐?

 

대답은 공병문고에 적어둬야겠다

뭐야 그게

 

내가 죽으면 읽어도 돼

너에겐 읽을 수 있는 권리를 줄게

 

약속이다?

 

 

대답 말구

 

약속할게

 

「공병문고」

 

췌장의 병은 대부분 드러나지 않아서

 

발견했을 때는 이미 늦는다

 

병의 진행속도도 완만해서

 

조금씩 쇠약해져간다

 

‘야마우치 사쿠라’

 

여보세요

 

있잖아

 

지금부터 병원에서 탈출해서
나랑 여행가지 않을래?

 

싫어

 

살인범이 되고 싶진 않거든

 

괜찮다니까

 

곧 죽을 처지인 소녀가
병원을 탈출했다가 죽는다면

 

그럴 운명인 거니까

 

절대로 안 돼

 

활짝 핀 벚꽃을
보러 가고 싶었는데

 

활짝 핀 벚꽃?

 

지금이 몇 월인데 그런 소릴 해

 

-벌써 다 졌지
-벚꽃은 말야

 

진 것 같아도
계속 피어있는 거래

 

진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때를 기다리며
잠들어 있는 거야

 

그러니까 진 게 아니야

 

나중에 모두를 놀래켜주려고
숨어있을 뿐인 거지

 

그러다 따뜻한 계절이 오면

단숨에 활짝 피어나는 거야

 

서프라이즈! 하면서

 

무슨 일 있었어?

 

말도 안 돼

 

나 보러 와 준 거야?

 

느낌이 이상해서

 

티 났구나

 

실은 입원이 연장됐어

 

그랬구나

 

있잖아

 

딱 한판 승부로

 

진실 혹은 도전

 

하지 않을래?

아니

 

물어보고 싶은 게 있으면
그냥 물어봐도 되는데

그거

 

용기가 많이 필요한 행동이거든

 

다들 겁쟁이라서
이런 거에 의존하는 거야

 

하나, 둘!

 

이런 땐

 

신이 병약한 소녀의 편을
들어주실 거라 생각했는데

 

어떡할래?

승부는 승부니까

 

그럼

 

진실 혹은 도전

 

진실

 

너에게 있어서 난

 

아니

 

너에게 있어서

 

산다는 건 어떤 거야?

 

엄청 진지하네

 

누군가와 마음을 주고받는 것..

 

이려나

 

누군가를 받아들이고

 

좋아하게 되고

 

싫어하게 되고

 

누군가와 함께하면서 손을 잡고

 

안아주고

 

엇갈리고

그게 산다는 거야

 

자기 혼자선 살아있는지 알 수 없어

 

그래

 

좋은데 싫어

즐거운데 뭔가 찜찜해

 

그런 답답함이

 

사람들과의 관계가

 

내가 살아있음을
증명해주는 거라 생각해

 

그러니까

 

이렇게 너랑 있을 수 있어서 다행이야

 

네가 나에게 준 일상들이

 

나에겐 더 없이 소중한 보물이야

 

한번 더 여행 가고 싶었는데

 

왜 이제 더는 못 갈 사람처럼 말해?

 

내가 그랬어?

 

그랬어

 

죽는 거 아니지?

죽지

 

당연히 죽어

 

나도 너도

그런 뜻이 아니라

 

췌장의 병으로 죽느냔 말이라면

 

그것도 당연히 죽지

 

그런게 아니라!

 

아직은 안 죽는 거지?

 

나한테 뭐 숨기는 거 있지

 

다 티나거든

 

내가 무슨 일 있냐고 물었을 때
반응도 이상했어

 

이래봬도

 

이래봬도 난 널 걱정하고 있다고

 

내가 살았으면 좋겠어?

 

엄청

 

네가 날 그렇게나 필요로 해주다니

 

퇴원하면

 

또 여행 가자

같이 활짝 핀 벚꽃 구경하자

 

 

그러니까 꼭

 

퇴원해야해

 

 

그분은 뭘 물어보고 싶으셨던 걸까요

뭐?

 

진실 혹은 도전 말이에요

 

모르겠어

 

알 수가 없어

 

듣지도 못하고

 

끝나버렸거든

 

From. 야마우치 사쿠라

내일 퇴원할 수 있대!

퇴원?

 

그럼 내일 벚꽃보러 가자!

 

찾았어

봄이 지나도
벚꽃이 피어있는 명소

 

*에조 벚나무
6월 중순까지 절경이래
(*: 홋카이도에 있는 벚꽃 명소)

 

여기 경치 진짜 좋아

 

큐슈 다음은 홋카이도인가
(주: 두 섬은 일본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음)

 

고생 많다

 

정말 고마워

 

이런 곳도 다 알고 있었네

 

사진이 취미거든

 

껌 줄까?

 

 

왜?

 

아냐

 

-왜 뭔데
-아냐아냐

 

맛있냐?

맛있어

 

1. 스위트 파라다이스에서 만남

2. 비행기를 타고 쿠시로 공항으로 이동

 

3. 하나사키선에 타서 *카니메시를 먹는다
(*: 부드러운 게살로 된 명물 도시락)

 

From. 야마우치 사쿠라

퇴원했어용!

 

집에서 멋부리고 나오느라
시간이 좀 걸렸어

 

이제 도서관에 가서 빌렸던 책들
반납하고 올 거라 조금 늦을지도 몰라

퇴원 축하해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 걸?

 

좀 더 날 띄워주도록 해!

 

딱히 생각나는게 없는데..

 

자, 얼른!

 

넌 반에서 세 번째로 예뻐

 

아, 진짜..

 

병이 더 심해질 것 같잖아!

 

넌 강해

용감하고

 

삶을 사랑하며

 

이 세상을 사랑하고

 

타인을 사랑하며

자신을 사랑하지

 

넌 정말 대단해

 

고백하자면

 

난 너처럼 되고 싶어

 

다른 사람을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누군가와 좀 더 마음을 나누고

살아있다는 걸 느낄 수 있도록

 

난 너처럼 될 수 있을까?

 

아니

 

이런 말들로는 아무리 해도 부족해

 

나는

 

사실 난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발신 중’

 

그것을 끝으로

 

답장은 오지 않았다

몇 시간을 기다려도

 

다음 소식입니다

 

오늘 오후 두시경
키리오카시의 한 도로에서

 

시내에 거주하는 고등학생
야마우치 사쿠라 양이

 

괴한에게 날카로운 흉기로
찔려 사망했습니다

 

조사된 바에 따르면 여성이 쓰러져 있다는
119 신고가 한 남성으로부터 있었고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현장에 출동하여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는
야마우치 사쿠라 양을 발견

병원으로 이송되었지만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사쿠라는

전부터 세상을 술렁거리게 하던
묻지마 살인마에게 살해당했다

 

누군지도 모를 그 범인은

 

머지 않아 붙잡혔다

 

어리석었던 거야

 

얼마 남지 않은 그 시간을

 

사쿠라가 무사히
다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거야

 

멍청했지

 

내일 뭐가 어떻게 될진
아무도 모른다고

 

그러니 지금 이 하루를

 

이 순간을 소중히 해야한다고

그렇게 사쿠라가 말했었는데

 

한 달이

 

필요했었다

 

마음의 준비가 될 때까지

 

내가 죽으면 읽어도 돼

 

너에겐 읽을 수 있는 권리를 줄게

 

작별인사 잘 하고 오렴

 

이렇게 와 줘서 정말 고마워

 

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실은

 

사쿠라가 아프단 걸
알고 있었어요

 

그동안 너무 두려워서

 

올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하지만

 

꼭 보고 싶은게 있어서요

 

공병문고..

 

너였구나

 

자기가 죽으면 이 일기를
누군가에게 전해줬으면 한다고

 

딱 한명

 

공병문고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있다면서

 

그 사람은 겁쟁이라
장례식엔 안 올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언젠간 꼭
이 노트를 받으러 올 거라고..

 

그러니까 전해달라고 했어요

 

4월 12일

 

○○군에게 내 비밀을 들켰다

 

당황했다

 

하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했다

 

그랬더니 상대방도
태연한 표정을 하는게 아닌가!

 

놀랍다

 

놀랍도다, 놀라워!

 

이런 사람이 또 있을까?

 

실은 전부터 조금 궁금했다

 

계속 책만 보는게 마치
자신과의 싸움을 하는 듯해서

 

좀 더 이 아이에 대해 알고 싶다

 

‘내 비밀을 아는 반 친구’군과
같은 도서부원이 되었다

 

분류가 완전 엉망이잖아
분류표좀 제대로 보고 해

 

관심을 끌기 위해
일부러 엉망으로 분류했다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
리스트를 만들었다

 

남자랑 여행가서 자고 오기

 

맛있는 라멘 먹기

 

사귀는 사이가 아닌 남자랑
해선 안 되는 일 해보기

 

정말 나쁘면서도 좋은 날이었다

 

혼자서 조금 울었다

 

오늘은 울기만 한다

 

2주동안 검사차 입원을 하게 됐다

 

실은 너무 무섭다

 

너무너무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다

 

저기

 

그 애의 얼굴을 보면
왠지 안심이 되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와버리니까

 

당황한 척 하면서 숨겼다

 

하지만 입원을 했기에
가능했던 일들도 있었다

 

저번에 빌려준 아빠 옷이랑
팬티는 언제 돌려줄 거야?

 

뭐어, 팬티!?

 

실은 두사람을 계속해서
마주치도록 하고 있다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는데
꽤나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음식을 먹을 수가 없다

 

몸이 무겁다

 

한밤중에 그 애가
병원에 날 보러 와줬다

용기를 내어 진실 혹은 도전
게임을 하자고 했는데

 

져버렸다

 

그 애한테 꼭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그 애가 돌아가고 혼자 남아

 

울었다

엄청, 엄청 울었다

 

하루라도 더 오래 살 수 있도록

힘내자

 

오늘은 움직일 수가 없다

 

벌써 며칠째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아주 짧은 외출을 허락받았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한번 더
그 애와 여행을 가서

 

벚꽃을 보기로 했다

 

언젠가 쿄코랑 셋이서도
가보고 싶었는데..

 

하지만 충분히 행복하다

 

그 애랑 같이 있을 수 있어

 

그 생각만으로도 행복하다

 

좋아, 임시 퇴원이다!

 

오늘은 왠지 몸도
힘이 넘치는 것 같다

 

지금 만나러 갈게

 

-조심해서 다녀오렴
-다녀올게요!

 

잘 다녀와

 

2005년 6월 11일
좋아, 임시 퇴원이다!
오늘은 왠지 몸도 힘이 넘치는 것 같다
지금 만나러 갈게, 예이!

 

사쿠라는..

정말..

 

정말 고맙단다

 

네 덕분에

사쿠라는 마지막까지
열심히 살아갈 수 있었어

 

어머님

 

실례되는 행동이란 건
알고 있습니다

 

정말 죄송하지만

 

제가 좀 울어도 될까요

 

-선생님, 안녕하세요!
-안녕

 

안녕!

 

-이제 옷 갈아입으러 가실게요
-네

 

아, 완벽했었는데..

 

응?

 

분류표가 그렇게 완벽했는데

 

900번대 이후론 제대로
정리가 안 되어있더라고요

 

그랬구나, 미안

 

사쿠라가 그렇게 되고는
그냥 대충해버렸거든

 

그래도 그렇죠

아, 그러고보니

 

이거요 이거
낙서가 되어 있더라고요

 

책이 미아가 되면 불쌍하잖아

원래 막 소수점 이하까지
분류하고 그래?

 

분류가 완전 엉망이잖아

 

선생님?

 

보물찾기

 

조금은 틀려도 되잖아

 

열심히 헤매다 찾는게
더 기쁠 거 아냐?

 

보물찾기처럼

 

‘쿄코에게’

 

고다이사카 결혼식장까지요

 

벚꽃 모양 귀걸이 예쁘네요

 

친한 친구한테 빌린 거예요

 

야, 시가!

 

왜 이렇게 늦었어

 

조금 있으면 드레스 차림의
쿄코를 볼 수 있어

 

엄청 긴장되네

 

너도 볼래?

 

긴장되니까 같이 가줘

 

껌 줄까?

 

그럼 신랑분 들어오시게 할게요

 

들어오세요

 

시가

 

내가 데려왔어

 

 

갑자기 이런 차림으로
나타나서 미안해

 

네가 보내준 초대장에도
답장 안 하고...

 

정말 경우 없는 짓인 거 알아

 

그런데

 

꼭 전해줘야 할게..

 

전해주지 않으면
안 되는게 있어서

 

이거..

 

사쿠라가 쓴 거야..?

 

쿄코, 이건 내 유서야

 

갑자기 놀라게 해서 미안해

 

쿄코에겐 말하지 않았었지만

 

난 췌장에 병이 생겨서

 

이 편지를 그 애가
너에게 전할 때쯤엔

 

이미 죽어서 묻힌 다음이겠지

 

그 애가 누구냐구?

걔야

 

네가 늘 노려보는
내 ‘친한 친구’군!

 

먼저 이 말을 하게 해줘

 

정말 좋아해

 

내 병에 대해
말하지 않았던 거

 

정말 미안해

 

하지만 이것만은 믿어줘

 

정말 좋아했으니까
말할 수 없었던 거야

 

쿄코와 보내는 시간을
깰 용기가 나에겐 없었어

 

쿄코랑 같이 울고 웃고 화내고
실 없는 소리도 하는게 참 좋았어

 

행복해지렴

 

멋진 남편을 만나서

예쁜 아기도 낳고

 

누구보다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거야

 

고마워, 사쿠라..

 

P.S.

 

그 애랑도 친구가 되어줘

네가 늘 노려보는
내 ‘친한 친구’군!

 

저랑 친구가 되어주세요

 

더 크게!

 

저랑 친구가 되어주세요

 

눈을 보고!

진심이 안 느껴져!

 

이렇게 늦어져서 미안해

 

저기..

 

저랑 친구가 되어주시지 않을래요?

 

 

어떡해

 

왜 하필 이런 때..

 

바보

 

시가 하루키 군에게

 

드디어 이걸 찾아냈구나?

 

느려, 느려!

 

하루키

 

하루키라고 불러도 돼?

 

전부터 그렇게 부르고 싶었어

 

짧은 시간이었지만
곁에 있어줘서 기뻤어

 

고마워

 

친해지고 싶은 게 아닐까?

 

저 애 말야

 

아니 뭐 확실하진 않지만

 

모리시타!

 

내일 보자

 

내일 봐!

 

쿠리야마 군!

 

병원에서 진실 혹은 도전
게임을 했을 때

뭘 불어보려고 했었는지 알려줄게

 

뭐였냐면

넌 왜 내 이름을 불러주지 않니?

였어

 

그치만 하루키는 날
이름으로 불러준 적 없었잖아

처음부터 늘 너, 너, 너..

 

너무하다구

 

그치만 말야

 

날 보러 병원에
와 줬을 때 깨달았어

 

언젠가 잃어버릴 걸 아는 날

 

친구나 연인처럼

 

네 안에 특별한 존재로
두고 싶지 않았겠지

 

그래도 나는 그런 널
멋지다고 생각했어

 

누군가와 엮이려하지 않고

 

혼자 굳건히 살아가는

강한 하루키를

 

난 강하지 못해서 친구나 가족을
내 슬픔에 말려들게 해버려

 

그런데

 

넌 언제나 너 자신이었어

 

하루키는 정말 대단해

 

그러니까 그 용기를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눠줘

그렇게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어

손을 잡고

 

안아주고

뭔가 찜찜하고

 

어딘가 답답하더라도

 

많은 사람들과 마음을 나눠줘

 

내 몫까지

 

살아줘

 

난 네가 되고 싶어

 

네 안에서 계속 살아가고 싶어

 

아니

 

이런 흔한 말로는 부족하겠지

 

그래

 

넌 싫어할지도 모르겠지만

 

난 역시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번역/자막: 아이(style_200.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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