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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에

 

엘라라는 소녀가 살았죠

 

엘라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상상을 통해 보았어요

 

약간의 마법을 더해서

 

우리 딸!

 

엄마, 아빠에게
그녀는 공주였죠

 

지위도, 왕관도
성도 없었지만

 

엘라는
작은 왕국의 주인이었어요

 

조상 대대로 살아온
숲 옆 언덕의 집이

 

바로 그녀의 왕국이었죠

 

거위 아저씨를 비롯한

 

동물 가족도 많았어요

 

안녕, 얘들아
뭐하는 거야?

 

동생들도 줘야지

 

그렇게 욕심 부리면
배탈 나

 

거스거스, 넌
마당쥐가 아니고 집쥐야

 

그치, 재클린?

 

넌 거위 아저씨
밥 먹으면 안돼

 

그렇죠, 엄마?

 

지금도 네 말을
알아듣는다고 생각하니?

 

못 알아들어요?

 

알아듣지

 

동물도 우리와 말이 통해

 

우리가 마음만 열면…

 

그래야 돌봐줄 수 있지

 

우린 누가 돌봐줘요?

 

요정대모님이 돌봐주지

 

엄만 요정을 믿어요?

 

난 모든 걸 믿어

 

그럼 나도 다 믿어요

 

무역상인 아버진
해외에 나가,

 

엘라 공주를 위한
선물을 가져오셨죠

 

엘라!

 

아름다운 숙녀분들
어디 계시나?

 

어디들 계시나?

 

보고싶어도
참을 수 있었죠

 

돌아오실 걸 아니까…

 

- 공주님
- 다녀오셨어요?

 

잘 지냈니?

 

많이 컸네!

 

그거 뭐예요?

 

이거?

 

나무에 걸려있길래…

 

이 안에
뭐가 있을 거 같은데?

 

너무 예뻐요

 

프랑스 말로 나비를
빠삐용이라고 해

 

아야

 

발을 밟았잖니

 

추실까요?

 

엄마
나 춤 춰요!

 

예쁘죠, 빠삐용?

 

더 바랄 게 없었어요

 

그들은 그렇게
서로 사랑하고 아끼며

 

행복하게 살았죠

 

내가 왕이 되면
딜리딜리

 

그대는 왕비가 되리

 

라벤더는 초록빛
딜리딜리

 

라벤더는 푸른빛

 

그댄 날 사랑할 거야
딜리딜리

 

내가 그댈 사랑하니까…

 

하지만
아무리 행복한 왕국에도

 

슬픔은 찾아오는 법이죠

 

엘라의 집 역시
그랬어요

 

유감입니다

 

감사합니다, 박사님

 

정말 힘드시겠네요

 

이리 와

 

엘라

 

엘라, 우리 딸

 

엄마가
비밀 하나 알려줄게

 

그 비밀만 알면
어떤 시련도

 

이겨낼 수 있단다

 

이 두 가질 늘 잊지마

 

용기와
따뜻한 마음

 

넌 작고 어리지만

 

마음은 누구보다 따뜻해

 

따뜻한 마음씨는
큰 힘을 갖고 있단다

 

- 마법과 같은…
- 마법?

 

그래

 

늘 용기와
따뜻한 마음을 잃지 마

 

약속해줄래?

 

약속할게요

 

그래

 

고맙다

 

이제…

 

엄마는 곧 가야 한단다

 

날 용서해다오

 

용서할게요, 엄마

 

사랑한다

 

사랑한다, 우리 딸

 

사랑한다

 

세월은 흘러
슬픔은 추억으로 변해갔죠

 

엘라의 고운 마음은
한결 같았어요

 

엄마와의 약속을
늘 기억했거든요

 

용기와 따뜻함을
잊지 말라는…

 

아버진 많이 늙으셨지만

 

새로운 행복을 꿈꿨죠

 

‘집에서 나는’

 

‘아내와 실컷
노래를 불렀답니다’

 

‘저처럼 행복한 남자는’

 

‘없었을 거예요’

 

오늘은 여기까지 읽을게요

 

전 해피엔딩이 좋아요

 

나도
행복한 얘기가 좋아

 

끝은 늘 행복해야죠

 

엘라

 

이제 우리도
새로운 삶을 시작할 때가

 

된 것 같구나

 

새로운 삶이오?

 

아빠가 여행 가서 만난

 

프란시스 트레멩 경
기억 나지?

 

 

포목상인 조합장 말이죠?

 

이젠 아냐

 

그 분은 돌아가셨어

 

그 미망인이

 

참 훌륭한 분인데

 

혼자가 되셨단다

 

아직 한창 나이에…

 

말하기 쑥스러우세요?

 

말씀하세요

 

아빠의
행복을 위한 일인데…

 

그래

 

행복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꿈꿔봐도 될까?

 

포기했던 그 행복을?

 

그럼요, 아버지

 

그냥
새 엄마 하나 맞는 거야

 

네 친구가 돼 줄
언니 두명과…

 

용기와 따뜻함을
잊지 마

 

환영합니다, 어서들 와요!

 

삐쩍 말랐네

 

머리 꼴 봐!

 

감사합니다

 

어서 와요, 언니들

 

머릿결 참 예쁘다

 

- 고마워요
- 근데 좀 빗어야겠다

 

알았어요

 

- 집 구경할래요?
- 뭐래?

 

구경 시켜준대

 

- 이깟 집을…
- 가축과 같이 사나?

 

멋지네
아주 마음에 들어

 

루시퍼

 

계모가 될 여자는
예민하고 까다로웠어요

 

그녀도 슬픔을 겪었지만

 

그 슬픔을
절대 보이지 않았죠

 

딸이 저렇게
예쁘단 얘긴 안했잖아요

 

자기 엄마를…

 

닮았군요

 

그렇군요

 

이 집이 멋지다고?

 

예의상 말 한 거야

 

조용!

 

대대로 여기서 살았나요?

 

200년 넘게…

 

그동안 한번도
손을 안 봤어요?

 

아나스타샤
조용히 해

 

진심인 줄 아시겠다

 

활달한 성격인
엘라의 계모는

 

밝은 분위기로
집을 꾸미기로 했죠

 

너무하시네요, 남작님

 

행운은 또 내 편이군요

 

너희끼리
또 파티하는 거야?

 

재클린, 테디, 마틸다
욕심쟁이 거스거스

 

이 녀석 좀 보게

 

너 이게 무슨 짓이야
루시퍼?

 

재클린은 내 손님이야
손님을 잡아먹어선 안돼

 

어서 가
넌 먹을 거 많잖아

 

같은 여자끼리 도와야지

 

파티 참석 안 하세요?

 

파티야 늘 그게 그거지

 

나 새벽에 떠난다

 

또요?

 

다녀 오신지 며칠 됐다고…

 

꼭 가셔야 돼요?

 

두어달 밖에 안 걸려

 

선물 뭐 사다줄까?

 

네 언니들…

 

의붓 언니들은
양산과

 

레이스를 사다 달래

 

넌 뭐 갖고 싶니?

 

여행길에 스치는
첫 나뭇가지를 갖다주세요

 

재미 있는 부탁이구나

 

늘 그걸
들고 다니시면서

 

제 생각해주세요

 

그걸 갖고
무사히 오시는 거

 

제 바람은 그 뿐이에요

 

무사히 오시는 거

 

어떤 일이 있어도…

 

그러마

 

엘라
내가 없는 동안

 

새 어머니께 잘 해드려라

 

언니들한테도…

 

혹 널 힘들게 해도…

 

- 그럴게요
- 고맙다

 

내 마음은 늘
여기 있단다

 

그걸 잊지마

 

엄마도 이 곳에 있어
눈엔 안 보여도…

 

늘 우리 곁에 있어

 

엄마를 위해
이 집을 소중히 여겨야 돼

 

엄마가 보고 싶어요

 

아버진요?

 

너무 보고 싶지

 

레이스 잊지 말고
꼭 사오세요!

 

내 양산도요!

 

얼굴 타면 안 되거든요

 

그럼
잡티 생긴단 말이에요!

 

다녀오세요

 

안녕, 엘라!

 

사랑해요!

 

나도 사랑한다!

 

다녀오세요!

 

엘라

 

진정해
울면 안돼요

 

네, 새어머니

 

그렇게 부를 거 없어

 

그냥 ‘마담’이라고 부르렴

 

이 옷 좀 다 버려!

 

네가 살을 빼!

 

쟤들은 늘
방을 함께 썼단다

 

둘 다 참
순하고 착해

 

아예
내 눈 앞에서 사라져

 

누구 좋으라고?

 

눈을 뽑아버릴까 보다

 

침실이 좁아서
잘 방을 찾나봐

 

두 분 방 다음으로
제 방이 제일 커요

 

그 방에서 자면 되죠

 

그거 좋은 생각이네

 

너 정말 착하구나

 

전 그럼…

 

다락방에서 자게?

 

그러렴

 

다락방요?

 

그래

 

딴 방들을
새로 다시 꾸밀 동안만…

 

다락방은 시원하잖니

 

우리 떠드는 소리도
안 들리고…

 

이런 잡동사니를 갖다 두면
훨씬 아늑할 거야

 

심심풀이도 되고…

 

그래

 

오붓하고 좋네, 뭐

 

안녕, 거스거스

 

힘을 내
넌 할 수 있어

 

여기서 사는구나

 

응, 나도 그래

 

맞아

 

누가 도와줄래?

 

미쳤군

 

맙소사

 

이젠 혼자서
얘기도 해

 

정말 쾌적하네

 

고양이도 없고

 

의붓 언니들도 없고…

 

저걸 동생이라고!

 

너도 마찬가지야

 

다 들리거든

 

- 누구랑 말하는 거지?
- 미쳤어

 

노래해 보렴
예쁜 나이팅게일아

 

- 안녕
- 안녕, 엘라양

 

좋은 아침, 톰!

 

노래해…

 

안녕
하나만 가져갈게

 

예쁜 알이네
수고했어

 

고마워

 

- 좋은 아침
- 좋은 아침

 

고마워요

 

천만에요

 

엘라!

 

일어나
점심 먹어야지!

 

의붓 언니들은
아침 잠이 많았죠

 

집안 일에도
전혀 소질이 없었어요

 

아니, 어떤 일에도
소질이 없었죠

 

그들은 사랑에 빠진
청춘남녀였다네

 

헤이호 헤이호

 

헤이 노니노

 

푸른 풀밭 위로
사라져 버린

 

달콤했던 봄날의

 

사랑이여

 

달콤했던

 

사랑이여

 

조용히 좀 해

 

아버지 편지를 읽는 게
엘라의 유일한 낙이었죠

 

여행은 길어졌지만

 

두 사람은 늘 편지로
대화를 나눴어요

 

우편 마차예요!

 

그러던 어느 날 오후…

 

존 아저씨

 

엘라양

 

아버지 소식이에요

 

여행길에 병이 들어…

 

돌아가셨어요

 

떠나셨어요

 

끝까지
아가씨 얘기만 하셨답니다

 

어머님과…

 

이걸 전해 드리라고…

 

내 레이스는?

 

내 양산은?

 

지금 그런 게 문제야?

 

우린 망했어

 

이제 어떻게 살지?

 

고마워요

 

고생이 많으셨겠네요

 

정말
사는 게 문제였죠

 

이젠 절약해야 했어요

 

계모는 집안의 일손들을
해고했죠

 

이제 계모와 두 딸은

 

엘라를 부려 먹었었어요

 

그들은 점점 엘라를

 

가족이 아닌
하녀로 취급했죠

 

집안 일은 다
엘라 차지였어요

 

덕분에 슬퍼할 겨를이 없어
다행이었죠

 

물론 그건
계모가 한 말이지만…

 

세 모녀는
엘라가 슬픔을 잊도록

 

계속 엄청난
일거리를 만들어줬어요

 

그래도 먹는 음식만은
같이 나눠 먹었죠

 

정확히는
먹다 남은 찌꺼기지만…

 

엘라는 친구가 없었어요

 

아니
작은 친구들 뿐이었죠

 

여기 있었구나

 

같이 저녁 먹을래?

 

엘라는 따뜻한 마음으로
이들에게

 

사랑을 줬어요

 

네 식탁이야

 

때로 밤이 다가오면

 

다락방이 너무 추워
잘 수가 없어서

 

꺼져가는 벽난로 옆에서

 

밤을 지샜죠

 

아침 준비 아직 안됐니?

 

다 됐어요, ‘마담’

 

불을 지피느라고…

 

앞으론
다 준비되면 불러

 

알겠습니다

 

얼굴에 그건 뭐니?

 

네?

 

벽난로의 재네

 

가서 얼굴 씻어

 

차에 재 떨어져

 

쟤 이름은 이제…
‘재투성이’야

 

더러워 죽겠네

 

더러운 엘라

 

신데렐라

 

그게 네 이름이야

 

애들 참…

 

똑똑하긴!

 

이건 누구 자리야?

 

손님이 오기로 했든가?

 

제 자리예요

 

아침 준비에
상 차리기 바쁜데

 

어떻게 같이 먹니?

 

일 끝내고
먹지 그래, 엘라?

 

아니, 신데렐라든가?

 

신데렐라

 

이름엔 마법과 같은
신비한 힘이 있죠

 

계모와 의붓 언니들이
그렇게 부르니까

 

정말 재투성이 하녀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워, 워, 워!

 

달아나!

 

그러다 너 잡혀!

 

가!

 

워, 진정해!

 

언니들의 구박이
어쩌면 행운이었죠

 

그날 숲에 안 갔더라면

 

왕자를 못 만났을테니까요

 

진정해, 진정해
워워워!

 

진정해

 

천천히 좀 가!

 

아가씨!

 

아가씨, 괜찮아요?

 

꽉 잡아요!

 

저 괜찮아요!

 

워!

 

워, 워, 워!

 

괜찮아요?

 

전 괜찮은데
쟤가 많이 놀랐어요

 

누구요?

 

사슴이오

 

쟤가 어쨌길래

 

쫓아오신 거예요?

 

사실 처음 본 사슴이오

 

당신 친구예요?

 

좀 아는 사이죠

 

방금 만났지만…

 

저한테

 

눈으로 말했어요

 

자긴 아직 죽기엔

 

이르다고…

 

당신을
뭐라고 부르죠?

 

뭐라 불리든
중요치 않아요

 

혼자 숲속에
들어오면 안돼요

 

혼자는 아니죠
당신과 있잖아요

 

당신은 이름이 뭐죠?

 

내가 누군지 몰라요?

 

난…

 

키트요

 

아버지가 그렇게 부르시죠

 

기분 좋으실 때…

 

그럼…

 

사는 곳은요?

 

왕궁…

 

…에서 아버지의
일을 배우고있죠

 

견습생이세요?

 

그런 셈이죠

 

멋지네요

 

다들 잘 해줘요?

 

과분할 만큼 잘해주죠

 

당신은요?

 

나름대론 잘 해주죠

 

안됐네요

 

당신 탓이 아닌 걸요

 

당신 탓도 아니죠

 

그래도 지낼 만해요

 

더 힘든 사람도
많을 거예요

 

중요한 건

 

용기와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는 거죠

 

그래요

 

맞아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쟬 해치지 못하게
해주세요

 

사냥은 원래
다 그런 거요

 

다 그런 거라고 해서
꼭 옳은 건 아니죠

 

그것도 맞네요

 

그럼…

 

쟬 보내주시는 거죠?

 

그럴게요

 

정말 감사합니다
키트씨

 

여기 계셨군요, 전…

 

키트야, 키트!

 

나 키트라고!
지금 가

 

그만 출발하셔야죠

 

키트님

 

말했잖나

 

지금 간다고…

 

또 만나길 바라요,
아가씨

 

네, 저도요

 

누군 젊을 때
예쁜 처녀 안 만나봤니?

 

예쁘기만 한 게 아니에요

 

물론 예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에요

 

그럼 뭐가 더 있는데?

 

한번 보고 뭘 알아?

 

어머니도 첫눈에
아셨다며요?

 

네 어머닌 공주였어

 

신분은 상관 없어요

 

평민이었다면

 

만날 기회도 없었어

 

내 부왕도
나처럼 말씀했을테고

 

난 순종했겠지

 

- 안 하셨어요
- 했어

 

- 아뇨
- 했어

 

- 안 하셨어요
- 맞다

 

좀 어떠시오?

 

폐하…

 

괜찮네

 

망설이는 걸 보니
짐작이 가는군

 

아버지

 

사람은 다 죽는 거야

 

가자

 

늦겠다

 

시간 잘 지키는 건

 

- 왕자의 미덕이야
- 왕자의 미덕이죠

 

국왕 폐하 드십니다!

 

숲의 일로
꾸중 들으셨죠?

 

그게 대공과
무슨 상관이오?

 

왕자 저하의 일이
제 일이죠

 

사슴을
놔주신 건 잘못이에요

 

다 그런다고 해서
그게 꼭

 

옳은 건 아니오

 

궁정 화가 피니우스가
계속 기다리고 있습니다

 

멋지게 잘 그려주게

 

좋은 혼처가 나서게…

 

얜 내 말을 안 듣지만…

 

전 다만 최선을
다 할 뿐

 

기적은 못 만듭니다

 

캔버스가 멋지군요
피니우스

 

고맙소

 

자기가 예술을 알아?

 

정말 이걸 다

 

외국에 보낼 건가요?

 

왕족들을
무도회에 부르기 위해서?

 

소중한 왕실 전통입니다

 

그 날
신붓감을 골라야 돼

 

끝내주네

 

그냥 착한 시골 처녀와
결혼하면 안될까요?

 

그 착한 시골 처녀가
이 나라의 안위를

 

보장해 준답니까?

 

우린 강대국 속에 낀
약소국입니다

 

늘 불안에 떠는…

 

잘 듣거라

 

- 올려요?
- 응

 

다 너와 왕국의
안위를 위해서야

 

좋습니다, 아버지

 

다만 한가지

 

모든 평민들도
참석하게 해주세요

 

전쟁의 상처를
잠시 잊게…

 

어떻게 생각하나?

 

그럼 백성들이 좋아할까?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지면 좋죠

 

그럼 타협을 하죠

 

백성을 다 부르고

 

신붓감도 찾는 걸로…

 

제 생각엔
좋은 해결책인 듯합니다

 

누가 자네한테 물어봤나?

 

죄송합니다
삼류 화가 주제에…

 

내려, 샘슨

 

쿠션도 없네

 

더, 더… 아니…

 

앗, 바닥이네

 

바닥에 누워버렸네요
죄송합니다

 

이 각도 괜찮네요

 

콧구멍이 멋지십니다
긴 붓 줘!

 

안색이 안 좋네요
아가씨

 

창백해요

 

왜 구박 받으면서
거기 있어요?

 

엄마와 아빠께 약속했거든

 

행복했던 그 집을
끝까지 지키기로…

 

두 분을 대신해서

 

이젠 내가 그 집을
아껴줘야지

 

내 보금자리인데…

 

모두 들으시오, 들으시오!

 

조용!

 

‘들으라’

 

‘오늘부터 2주일 뒤에’

 

‘궁에서 왕실 무도회가’

 

‘열릴 것이다’

 

‘그 무도회에서’

 

‘오래 전부터의
관례에 따라’

 

‘왕자가 신부를
간택할 것이다’

 

‘더불어’

 

‘왕자의 요청에 따라’

 

‘이 왕국에 사는
모든 처녀를’

 

‘귀족, 평민 가리지 않고’

 

‘무도회에 초대하는 바이다’

 

이상은 존귀하신 국왕 폐하의
명이니라!

 

저기, ‘마담’…

 

키트를 만날 생각에
엘라는 무척 설레었어요

 

의붓 언니들은 왕자님을
만날 생각에 들떴죠

 

꼭 날 사랑하게 만들 거야!

 

이건 엄청난 뉴스야!

 

진정들 해

 

둘 중 하나는

 

왕자를 꼬셔야 돼

 

그래야
이 집에 올때 졌던

 

빚에서 벗어날 수 있어

 

내가 왕자비가 돼?

 

아니면, 내가…

 

왕자비가?

 

그 얘길 듣고도

 

뭘 멍하니 서있어?

 

당장 마을로 가서

 

가장 멋진 드레스
세 벌을 주문해

 

세 벌이오?

 

정말 자상하시네요

 

뭐가?

 

저까지 생각해주시고…

 

널 생각해줘?

 

한 벌은
자기 건 줄 아나 봐

 

가엾고 멍청한 것
어쩌나

 

진짜 꿈도 야무지구나

 

아뇨, 전 그저
친구를 만나려고…

 

확실하게 얘기해줄게

 

한 벌은 아나스타샤

 

한 벌은 드리젤라

 

또 한 벌은 내 거야

 

그 말 못 알아들어

 

뭐, 어쨌든

 

그 얘긴 끝났고…

 

자, 빨리 가!

 

모든 처녀가
왕자를 노릴 거야

 

재단사 예약 끝나기 전에
빨리 뛰어가!

 

쟤가 뭐라고 한 거야?

 

난 프랑스어 밖에 몰라

 

정신 차리세요
딴 생각 마시고…

 

미안

 

그날 일 때문이죠?

 

그 멋진 아가씨가
자꾸 생각 나

 

여잔 많습니다

 

그녀는 착하고 당당하고…

 

혹시 언니 없대요?

 

몰라

 

전혀 아는 게 없어

 

그 수수께끼의 아가씨도
무도회에 올 지 모르죠

 

그래서 다
부르신 거잖아요

 

근위대장

 

백성을 위해서였어

 

아!

 

그런 깊은 뜻이…

 

오면
뭐라고 하지?

 

신분을 말하셔야죠

 

원하는 신부를
고를 수 있다는 말도…

 

- 하!
- 하?

 

그래, 하!

 

아버지와 대공은
공주와의 결혼만 허락할 걸?

 

그 아가씨가 정말
그렇게 매력적이라면

 

마음 바꾸시겠죠

 

드디어
무도회 날이 되자

 

온 왕국은

 

기대감에 술렁거렸어요

 

절 아내로 맞겠다고요?

 

누구? 저요?

 

더 조여!

 

더!

 

더!

 

됐어

 

정말 예쁘네

 

너도 예뻐

 

왕자를 놓고
경쟁하게 됐네

 

서로 시기하고
그러진 말자

 

당연하지, 동생아

 

무도회 가기 전에
네 밥에 독약 같은 거 안 타

 

나도 널 마차에서
떠밀 생각 없어

 

나도 널 왕궁 계단에서
밀어뜨릴 생각 없어

 

우린 자매잖아

 

피는 물보다
훨씬 진하지

 

선택은 왕자님께 맡기자

 

근데 어떤 분일까?

 

그게 무슨 상관이야?

 

어마어마한 부잔데!

 

어떤 남잔지 알고
결혼해야지

 

아냐
알고 나면 마음 변해

 

넌 남자하고
얘기해본 적 없지?

 

해봤니, 못난아?

 

한번 해봤어

 

신사 분과…

 

하찮은 노동자겠지

 

견습생이나…

 

견습생 맞아

 

엄마가 남잔
다 바보랬어

 

그걸 빨리 알 수록
좋대

 

첫 춤은 그대와 함께?

 

어머, 왕자님
짓궂게!

 

- 나도 써보자
- 내 거야

 

안돼!

 

늘 그렇듯

 

엘라는 그들이
가엾게 느껴졌어요

 

겉모습만큼 마음이
예쁘질 않았으니까요

 

왕자님!

 

날 뽑을 걸?

 

아냐, 날 뽑을 거야!

 

계모가 드레스를
안 맞춰준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었어요

 

직접 만들어
입으면 되니까…

 

게다가 도와주는
친구들도 있었죠

 

어여쁜 내 딸들

 

이 모습을 보니

 

둘 중 하나가
왕자님을 사로잡을 것 같구나

 

경주에 두 마리 말을
출전 시키는 기분이네

 

이 나라 그 누구도
너희만큼 빛나진 않을 거야

 

신데렐라?

 

돈 안 썼어요

 

엄마가 입던
드레스를

 

조금 손 봤어요

 

신데렐라가 무도회에?

 

누가 하녀를
신부로 맞아?

 

다 된 밥에…

 

걱정마세요

 

전 왕자님 안 만나요

 

어차피 못 만나
넌 안 갈 거니까…

 

하지만 처녀는 다
참석해야 된다는 게

 

왕명인데…

 

그래서
안된다는 거야

 

누더기 입은 널

 

왕 앞에
어떻게 데려가?

 

누더기요?

 

우리 엄마 옷인데…

 

이런 말 하기
미안하다만…

 

네 엄마 취향이
좀 그렇구나

 

너무 한물 간
구닥다리야

 

게다가 너덜너덜하네

 

다 헤졌잖아

 

막 찢어져

 

다 낡은 걸레 쪼가리네!

 

어떻게 이런 짓을…

 

그럼 어쩌라고?

 

얘들이 너랑 있는 꼴을
보일 순 없잖니

 

누더기 입은 하녀와

 

어떻게 같이 왕궁에 가?

 

그게 바로
지금의 너거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고!

 

내 말 잘 들어

 

넌 절대
무도회에 못 가!

 

이랴, 어서 가자!

 

죄송해요, 엄마

 

죄송해요

 

용기를 잃지 않고
살려고 했는데…

 

이젠 못하겠어요

 

아무 것도
못 믿겠어요

 

실례해요

 

나 좀 도와주겠수?

 

빵 한 조각이나
우유 한 잔만 줄래요?

 

 

그럴게요

 

뭐 좀 있을 거예요

 

왜 울어요?

 

별 거 아니에요

 

별 거 아니다?

 

그래

 

우유 한잔 쯤이야
별 거 아니지

 

하지만 따뜻한 마음은
소중한 거야

 

재촉하긴 싫지만
시간이 없어, 엘라

 

절 어떻게 아세요?

 

누구세요?

 

나?

 

아직 눈치 못챘니?

 

난 네 요괴 대모란다

 

아니, 요정대모!

 

말도 안돼요

 

왜 안돼?

 

그런 게 어딨어요?

 

동화에나
나오는 얘기지

 

네 엄만 요정을 믿던데?

 

말하는 거 들었어

 

들었다고요?

 

자!
일엔 순서가 있는 법

 

우선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훨 낫네

 

어디까지 했더라?

 

어떻게…?

 

아, 참!

 

어디 보자

 

일단 마차 비슷한 게
필요한데…

 

저 여물통이요

 

마차랑 안 비슷한데?

 

과일이나
야채가 좋겠어

 

수박 키우니?

 

아뇨

 

붉은 멜론은?

 

그게 뭔지 몰라요

 

아티초크는?

 

금귤은?

 

비프 토마토는?

 

호박은 있는데…

 

호박?

 

이걸론 처음인데…

 

재밌겠네

 

원래 호박은 안 써

 

너무 물러서…

 

저게 좋겠다

 

좋아
칼!

 

여기요

 

고맙다

 

안녕
못생긴 오렌지색 야채야

 

잠깐 실례

 

됐어

 

무겁네!

 

조심해, 쥐들아!

 

이런…괜찮아

 

여기서 하자

 

뭘요?

 

마차로 둔갑시키는 거

 

보니까 신경 쓰여

 

- 눈 감아요?
- 그게 좋겠다

 

자, 진짜 시작한다

 

뭔가 좀 돼 가네

 

이제 주문을…

 

주문이 뭐더라?

 

이게… 아닌데…

 

만약 계속 커지면…

 

커지면?

 

조심해!

 

원래 이런 건가요?

 

그럴리가 있겠니!

 

뛰어!

 

어서 숨어!

 

좋았어

 

마차는 완성 됐고!

 

정말
제 요정대모님이시군요

 

물론이지

 

아무한테나
호박 마차 안 만들어줘

 

그 쥐들 어디 갔지?

 

쥐들?

 

 

쥐, 쥐, 쥐…

 

저기 있네

 

비비디 바비디 부!

 

흰 말 네 마리

 

거스거스, 너 정말 멋지다

 

대체 어떻게…?

 

이제 뭐가 남았지?

 

마차도 있고 말도 있고…
시종!

 

시종이오?

 

안녕
귀여운 도마뱀씨

 

비비디 바비디 부!

 

안녕하세요

 

부르셨나요?

 

이젠 마부가 필요해

 

마부요?

 

내가 마부랬나?
거위 말야

 

난 마차 못 몰아요
거위라서…

 

자, 이제…
슈!

 

모두 위치로!
시간 없어

 

서둘러!

 

요정대모님!

 

왜?

 

드레스요

 

이대로는 못 가요

 

- 좀 고쳐주실래요?
- 고쳐?

 

새 옷으로 바꿔줄게

 

그건 안돼요

 

제 엄마 옷이에요

 

이걸 입고
궁에 가고 싶어요

 

엄마와 함께
가는 마음으로…

 

알겠다

 

좀 손 봐도
이해하시겠지?

 

파란색 안 좋아하니?

 

아뇨

 

어때?

 

너무 예뻐요

 

엄마도 좋아하실 거예요

 

자, 이제 출발해
빨리!

 

늦겠다

 

나 마차 처음 모는데!

 

맙소사

 

어딜 가?
마차 세워!

 

고마워

 

잠깐만!

 

신발이 그거 뿐이니?

 

괜찮아요
안 보여요

 

패션의 완성은 구두야
벗어

 

어서!
신발 꼴하곤…

 

새 신발을 만들어주마

 

신발이 내 특기야

 

근데…

 

유리네요?

 

그래

 

발은 엄청 편해

 

이제 빨리 가

 

요정대모님?

 

왜?

 

계모와 언니들은요?

 

걱정 마

 

널 못 알아보게
해줄게

 

이제 가

 

무도회에 참석해야지

 

엘라!

 

깜빡했네

 

명심해, 마법은
몇 시간만 지속돼

 

자정에 시계 종이
12번 째 치는 순간

 

마법은 사라지고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와

 

자정이오?

 

자정

 

그때까지면 충분해요

 

- 그럼 가봐
-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거위, 출발!

 

다녀올게요!

 

푸찬성의 메이메이 공주!

 

셀주크의
샤라자드 공주!

 

자라고사의 셸리나 공주!

 

쇼나의 이마니 공주!

 

크리산시뭄 공국의
히나 공주

 

트레멩 부인과
그 딸들이에요

 

트레멩 부인과
그 따님들!

 

전 드리젤라

 

전 아나스타샤예요

 

제가 더 똑똑해요

 

전 더 예뻐요

 

매우 똑똑하신
드리젤라양과

 

매우 예쁘신
아나스타샤양!

 

어서 따라와!

 

베니어링 경!

 

누굴 찾니?

 

아닙니다

 

숲에서 만난
처녀를 찾는군

 

그래서 모두
초대한 거지?

 

백성을 위해서였어요

 

네가 백성을
사랑하는 건 알지

 

누군가에게
마음을 뺏긴 것도…

 

하지만 숲에서
딱 한번 봤잖니

 

어차피 처음 보는
사람과 결혼하라면서요?

 

공주와 하는 거지

 

공주 외엔
누구도 안돼

 

잠깐,
한 대 더 온다!

 

자라고사의 셸리나
공주 전하를 소개합니다

 

초상화만큼
실물도 멋지시네요

 

이 작은 왕국도 멋지고요

 

이 작은 왕국이
답답하지 않으실지 모르겠네요

 

엘라양

 

고마워

 

너무 떨려, 도마뱀씨

 

난 공주가 아닌
평범한 애잖아

 

저도 시종이 아닌
도마뱀인 걸요

 

그냥
이 순간을 누리세요

 

국왕 폐하, 왕자 저하

 

그리고
신사 숙녀 여러분

 

내외 귀빈 여러분
모든 백성 여러분

 

왕자님께서 첫 춤 파트너를
고르시겠습니다

 

이제 무도회를
시작합니다!

 

실례합니다

 

사과 드립니다
공주 전하

 

왜 저러시는지…

 

키트씨

 

당신이군요

 

맞죠?

 

그래요

 

공주님

 

괜찮으시다면…

 

아니…

 

혹시 허락해주신다면

 

굉장한 영광이겠습니다
저와의…

 

첫…

 

춤을요?

 

그래요, 춤…

 

맞아요

 

다들
당신을 쳐다 봐요

 

아뇨
다들 당신을 보는 거요

 

저 여잔 누구죠?

 

모르겠습니다

 

쟤 누구야?

 

몰라
어쨌든 불길하네

 

드레스 예쁘다

 

- 얼굴도 예뻐
- 뭘 봐?

 

왕자의 관심을 끌어야지
어서 나가!

 

파트너도 없이?

 

여러분, 제 두 딸
아나스타샤와 드리젤라예요

 

어서 나가렴!

 

웃어

 

따라와요

 

저 쪽으로 가
웃어

 

왕자님이셨군요

 

세상엔 왕자가
수두룩해요

 

난 그 중

 

한 명일 뿐

 

이름도
키트가 아니잖아요

 

아버지가 그렇게 불러요

 

나한테
화가 안 나셨을 땐…

 

견습생도 아니잖아요

 

견습생 맞아요

 

왕의 일을 배우는…

 

맙소사

 

날 용서해줘요

 

알면
다르게 대할까 봐…

 

당신은
시골 처녀인 척 했죠

 

평범한 군인이
너무 떨까 봐 그랬소?

 

그럴 리가요

 

더 놀랄 일은 없나요?

 

더는 없어요

 

이거 당신인가요?

 

초상화 너무 싫지 않아요?

 

전 누가 초상화
그려준 적 없어요

 

그래요?
멋질텐데…

 

누구야?

 

이름을 말 안 했습니다

 

안 물어봤나?

 

숨이 차서요

 

앞 손님 이름이
‘라펩블르윈글리로게르’라…

 

그만 닥쳐

 

 

어이가 없군

 

아니, 이 여자 아냐!

 

이제 들어가 보셔야죠

 

그래야죠

 

조금만 있다가요

 

걱정 있으세요?

 

날더러
골라준 여자와 결혼하래요

 

정략 결혼을 하라는 거죠

 

누굴 위해서요?

 

그거 좋은 질문이네요

 

마음이 원하는 대로
하세요

 

아버지의 뜻도
생각해야 돼요

 

훌륭한 통치자,
자상한 아버지세요

 

마음을 바꾸실 수도 있죠

 

아버지에겐 시간이 없어요

 

가엾은 키트

 

사람들 말로는
공주랍니다

 

왕자님께서
푹 빠지셨어요

 

왕자에게 곧장 가더군

 

아주 당돌한 여자야

 

진짜 공주라면
잘 된 거 아닌가요?

 

난 이미 셸리나 공주에게
왕자와의 결혼을 약속했네

 

하지만…

 

용서하세요, 대공님

 

방해하려던 건 아닙니다

 

아뇨, 제가
용서를 구해야죠, 부인

 

비밀은 지켜드릴게요

 

여긴 아무에게도
보여준 적 없소

 

비밀의 정원이군요

 

멋지네요

 

앉아요

 

제가 어떻게…

 

앉아요

 

- 안돼요
- 어서!

 

- 됐어요
- 어서요

 

알았어요

 

밀어줘요?

 

 

유리로 된 구두네요

 

그럼 안되나요?

 

신겨줄게요

 

고마워요

 

됐어요

 

 

당신이 진짜 누군지
말해주겠소?

 

말하면 모든 게
달라질 거예요

 

왜죠?
이름이라도 말해줘요

 

제 이름은…

 

가봐야 돼요

 

설명하긴 어려워요

 

도마뱀이니 호박이니
그런 거 다…

 

잠깐만!

 

어딜 가는 거요?

 

정말 고마웠어요

 

너무나 즐거웠어요

 

매 순간이!

 

도마뱀과 호박?

 

잠시만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맙소사!

 

왕자님!

 

저 여잔 아니에요!

 

저랑 추셔야죠!

 

이름을 알아 와

 

헌데 그게…

 

빨리 알아와, 멍청아!

 

되게 아프네!

 

폐하

 

아가씨

 

죄송합니다

 

됐어요, 괜찮아요

 

한 말씀만요

 

아드님은 정말
좋은 사람입니다

 

용기도 있고요

 

아버질 정말
사랑합니다

 

그럼 이만!

 

잠깐만!

 

잠깐만요!

 

어디 가요?

 

빨리, 빨리!

 

돌아와요!

 

출발해!

 

빨리 가, 거위 아저씨!

 

잠깐만!

 

비켜요!

 

내 말 끌고 와

 

안됩니다

 

궁 밖으로 유인하려는
계략일 지 몰라요

 

부친 곁을 지켜야죠

 

근위대장!

 

한창 즐거웠는데

 

왜 하필 그 분을
고르셔 갖고!

 

그래야만 했어

 

빨리, 거위 아저씨!

 

이랴!

 

조심해, 거위 아저씨!

 

오, 맙소사!

 

멈춰라!

 

국왕의 명령이다!

 

하필 이 순간에…

 

멈춰!

 

맞다!

 

옳지!

 

됐어!

 

빨리 문 열어!

 

맙소사

 

안돼, 안돼, 안돼

 

미안해

 

이젠 편하게 안고 갈게

 

조용히 해

 

신데렐라!

 

신데렐라!
가서 깨우자

 

신데렐라!

 

일어나, 게으름뱅이야

 

홍차랑 비스켓 좀 줘

 

잘 다녀왔어?

 

- 즐거워 보이네?
- 흠뻑 젖었고!

 

기분 전환 삼아
빗속을 좀 걸었어

 

너답다

 

홍차!

 

그건 단순한 말이 아닌

 

영혼의 대화였어

 

그래
나와 왕자님의 영혼

 

넌 먹느라 정신 없던데?

 

나랑 춤도 췄어

 

춤을 춰?

 

말도 안 걸던데?

 

걔 때문이야
그 여자애

 

수수께끼 공주

 

수수께끼 공주?

 

멋진 말이네

 

걔 공주 아냐

 

공주병 걸린
꼴불견 불청객이지

 

네?

 

그 당돌한 어린 게

 

혼자 나타나서

 

왕자한테 달려가
안기더라

 

왕자는 그 못난이랑
춤도 췄어

 

- 그래?
- 그래

 

점잖은 체면에

 

차마
막 쫓아내진 못하고

 

그렇다고 그 꼴을
두고 볼 순 없으니까

 

- 끌고 나갔지
- 밖으로…

 

걔가 버티니까

 

근위병들이 쫓아냈어

 

근데
왕자 취향이 왜 그래?

 

둘이 딱이야

 

어차피 상관 없어

 

무도회는 쇼일 뿐

 

왕자는 각본 대로

 

셸리나 공주와
결혼하기로 돼있어

 

대공한테 직접 들었어

 

그건 불공평하지

 

그래

 

세상은 그런 거야

 

안녕, 친구들

 

도와줘서 고마워

 

꼭 꿈 꾼 거 같아

 

꿈보다 근사했지

 

엘라는 무도회에서의 일을
일기에 썼어요

 

모든 순간을
잊지 않기 위해…

 

엄마 아빠에게 말하듯이

 

무도회와
왕자의 얘길 써내려갔죠

 

특히 왕자의 얘기를요

 

왔구나

 

잘 왔다

 

아버지

 

떠나지 마세요

 

가야 해

 

혼자 지내지 말고

 

결혼하거라

 

셸리나 공주와…

 

내가 그렇게 명하면
따르겠니?

 

아버질 사랑하지만
그럴 순 없어요

 

국력을 키우기 위해
굳이 타국 공주를

 

신부로 맞아야 되나요?

 

우린 우리가 지켜야죠

 

용기와 따뜻한 마음으로
이 나라를 지킬 수 있어요

 

그래

 

너도 이제 다 컸구나

 

듬직하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나마

 

나도 좋은 아비가
돼 보마

 

정략 결혼하지 말고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해

 

그 아가씨를 찾거라

 

꼭 찾아

 

다들 수근대는
그 아가씨

 

덤벙대서

 

- 구두나 잃어버리는…
- 구두나 잃어버리는…

 

얼굴 펴, 이 녀석아

 

고맙습니다, 아버지

 

고맙다, 키트

 

사랑한다, 아들아

 

사랑해요, 아버지

 

애도 기간이 끝난 뒤
포고령이 발표 됐어요

 

들으시오
들으시오!

 

모두 들으시오!

 

새 국왕 폐하께서

 

사랑하는 어떤 여인을
찾고 계시오

 

일명
수수께끼의 공주님!

 

무도회에

 

유리 구두를 신고 오셨던
분이오

 

이 소식을 들으면
왕궁으로 와 달라십니다

 

만약
그 분이 허락하신다면

 

국왕께선 그 분과
결혼하실 생각이십니다

 

성대한 결혼식과 함께!

 

이걸 찾니?

 

굉장한 사연이
있을 것 같구나

 

말해줄래?

 

싫어?

 

그럼 내가

 

얘길 하나 들려주지

 

옛날 옛적에

 

한 아름다운 처녀가

 

사랑만 보고
결혼을 했지

 

예쁜 두 딸도 낳고

 

행복하게 살았어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사랑하는 남편이
죽었어

 

그 다음엔

 

딸들을 위해
결혼을 했지

 

헌데 그 남자도
죽어버렸어

 

게다가 남편이 사랑하던
딸까지 떠안게 됐지

 

남은 희망은

 

예쁘지만 멍청한 딸 중 하나를
왕자와 결혼시키는 거였는데

 

그는 유리 구두 신은
여자애한테 반했지

 

그래서

 

난 영원히 불행하게
살게 된 거야

 

내 얘기가 끝났으니까

 

이제
네 얘길 해보렴

 

이 구두 훔친 거니?

 

아뇨

 

받은 거예요

 

받아?

 

세상에 공짜는 없어

 

다 대가가 있지

 

그렇지 않아요

 

친절함과 사랑엔
대가가 없어요

 

사랑은 거저가 아냐

 

네가 나한테
합당한 값을 치르면

 

원하는 걸 갖게 해주마

 

왕자가 널 사랑한다 해도
너 같은 고아의 말은

 

아무도 안 믿어줘

 

하지만 나같은 귀부인이
곁에 있으면

 

아무도 무시 못하지

 

결혼하면

 

내가 왕실의 가장 높은
지위를 갖고

 

내 두 딸은
부유한 귀족과 결혼시키겠다

 

그 남자애는
내 뜻대로 움직일 거야

 

그 분은 애가 아니에요

 

그러는 넌?

 

왕국을 어떻게 다스릴래?

 

내게 맡겨

 

그럼 모두
원하는 걸 가질 수 있어

 

싫어요

 

싫어?

 

아버진 못 지켰지만

 

왕자님과 왕국은
지킬 거예요

 

내가 어떻게 되더라도…

 

너 지금
큰 실수하는 거야

 

안돼요!

 

왜…

 

왜 그렇게
잔인한 거예요?

 

이해가 안돼요

 

난 친절히 대했는데…

 

네가 친절했다고?

 

그래요

 

당신은 말할 수 없이
날 괴롭혔지만요

 

왜 그러는 거죠?

 

왜?

 

왜?

 

왜냐면 넌 젊고
순수하고 착하지만

 

난…

 

안돼요!

 

안돼!

 

이걸 누가 갖고 있었소?

 

우리 집
거렁뱅이 하녀가요

 

그 수수께끼의 공주가
평민이다?

 

걔 비밀을 알았을 때
제가 얼마나 놀랐는지…

 

또 아는 사람은?

 

제 딸들도 몰라요

 

진실을 꼭
밝힐 필요는 없죠

 

당신 덕에 이 나라가
망신을 면했군

 

앞으로 쭉
그래야 될텐데요

 

협박하는 거요?

 

 

원하는 게 뭐요?

 

귀족 작위를 주세요

 

제 두 딸에게
좋은 혼처도 구해주시고…

 

알았소

 

그 여자애는?

 

좋으실 대로 하세요

 

저와 상관 없으니까…

 

어디서?

 

길에 버려져 있었답니다

 

- 그녀는 찾았소?
- 여자요?

 

아뇨, 사라졌답니다

 

사라진 이유가 있겠지

 

누가 입을
다물랬다든가…

 

포기 마세요

 

아뇨, 지혜롭게
포기하세요

 

백성이
불안해 하지 않게

 

빨리 결혼해
후계자를 낳으셔야죠

 

나라가 바로 서도록!

 

나도 한 마디 하지

 

왕은 나요

 

난 그 수수께끼의 공주를
찾을 거요

 

그녀가 안 나타나도

 

꼭 찾아낼 거요

 

못 찾으면

 

왕국을 위해
셸리나 공주와 결혼하셔야 합니다

 

왕국을 위해…

 

그래요, 좋소

 

하지만 폐하…

 

제대로 찾으시오

 

물론입니다

 

약속 드리죠

 

다음!

 

유리 구두는
온 왕국을 다 돌았어요

 

처녀가 있는 집은
빠짐 없이 다 돌았죠

 

어머!

 

부인 먼저!

 

네, 신어볼게요

 

자…
어디서 신어볼까요?

 

여기 앉아요?

 

조심해요
발이 부어서…

 

이스트 냄새예요

 

대공은 약속대로
철저히 조사했죠

 

그런 공주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왕자에게
증명해 보이기 위해…

 

맞아요!

 

- 안 맞네요
- 맞아요!

 

- 안 맞아요
- 맞아!

 

- 내가 공주야!
- 구두 줘요

 

구두 뺏어!

 

내놔요, 제발!

 

내 구두야!

 

비켜요
구두 지나가요!

 

반대 쪽 신어볼까요?

 

아뇨, 됐습니다

 

아무리 찾아다녀도

 

마법의 유리구두는
누구의 발에도 안 맞았어요

 

수수께끼의 공주님
여기 있소!

 

왜 그러나, 근위대장?

 

못 찾았잖습니까?

 

폐하가 실망하실 겁니다

 

괜찮아
기운 내게

 

한 집 더 남았어

 

빠짐 없이 확인해야지

 

- 말이다!
- 왔어!

 

엄마, 우리 차례야!

 

어서 들여보내!

 

어서들 오세요
정말 반갑네요

 

시간 좀 내주시겠소?

 

물론이죠, 대공 나리

 

자, 이리 오시죠

 

엘라는
누가 왔는지 몰랐어요

 

관심도 없었죠

 

자길 보러 올 사람은
없었으니까…

 

그만해!

 

줄어들었네

 

다시 신어봐

 

그만해!

 

그대는 날…

 

엘라는 슬펐지만
용기를 잃지 않았죠

 

왕자와 함께 했던

 

무도회의 추억이

 

남아 있었으니까요

 

엄마 아빠와 함께 했던

 

행복한 어린 시절처럼…

 

꼭 맞아요!

 

유감이네요

 

라벤더는 초록빛
딜리딜리

 

라벤더는 푸른빛

 

그댄 날 사랑할 거야
딜리딜리

 

내가 그댈 사랑하니까…

 

이제

 

우리 일은 끝났군

 

하지만 운명은
아직 우리 편이란다

 

물론이죠

 

내가 왕이 되면
딜리딜리

 

그댄 왕비가 되리

 

라벤더는 초록빛
딜리딜리

 

라벤더는 푸른빛

 

그대가 날 사랑하면…

 

새는 노래하고

 

양들은 뛰노네

 

우린 평안하리
딜리…

 

저 소리 들리십니까?

 

그만 가세

 

잠시만요

 

부인

 

이 집에
처녀가 또 있나요?

 

아뇨

 

그럼 고양이가
노랠 한 건가요?

 

오늘 쇼는 충분히 했어
가세

 

거짓말 하는 겁니다

 

아니, 난 부인을 믿네
가자고!

 

대공!

 

폐하

 

저 아름다운 노랠
좀 더 듣고 싶군

 

폐하, 언제…

 

근위 대장
좀 찾아봐 주겠나?

 

기꺼이 명을 따르겠습니다
폐하

 

그대가 날 사랑한다면
딜리딜리

 

나도 그댈 사랑하리

 

봐요, 내 말 맞죠?

 

쟨 아무 것도 아니에요

 

그건 두고 봐야죠

 

아가씨

 

국왕 폐하를
만나주셔야겠습니다

 

그건 내가 허락 못해

 

당신이 뭔데 허락 못해?

 

왕명을 거역하시겠다?

 

당신이 황후요?

 

성자요?

 

신이오?

 

난 쟤 엄마예요

 

당신은
내 엄마가 아냐

 

지금도 앞으로도…

 

가시죠, 아가씨

 

주제를 잊지 마
이 거렁뱅이야!

 

그녀 본래의 모습
그 이상 뭐가 필요할까요?

 

이번엔 마법의 도움도
없었죠

 

사실 누구에게나
제일 어려운 건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거죠

 

‘용기와 따뜻한 마음을
잊지 말거라’

 

당신은 누구요?

 

전 신데렐라입니다

 

폐하

 

공주가 아니에요

 

마차도 없고

 

부모도

 

지참금도 없습니다

 

그 예쁜 구두도
안 맞을지 몰라요

 

하지만

 

맞는다면

 

절 받아주시겠어요?

 

당신을 사랑하는
이 시골 처녀를?

 

물론이오

 

그대도 날
있는 그대로 받아줘요

 

아직 일을 배우는
견습생으로…

 

자, 이리로…

 

신데렐라!

 

엘라!

 

내 사랑하는 동생아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갈까요?

 

당신을 용서할게요

 

용서는 받았지만

 

계모와 의붓 언니들은

 

대공과 함께 쫓겨나

 

다신 왕국에
발을 들여놓지 못했죠

 

좋은 사돈이
되셨을텐데…

 

그대의 초상화도
그립시다

 

누가 제 얼굴 그리는 거
싫은데…

 

친절을 베풀어요

 

용기를 갖고요?

 

그럼 다 잘 될 거요

 

준비 됐어요?

 

늘 돼 있지
그대와 함께라면…

 

나의 왕비

 

나의 키트

 

그렇게 키트와 엘라는
결혼을 했죠

 

요정대모로서
확신하건대

 

두 사람은

 

누구보다 어질고 공정하게
나라를 다스렸어요

 

엘라는 여전히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다

 

더 아름답게 바라봤죠

 

그녀는 믿었거든요
용기와

 

친절의 힘을…
그리고 때로는

 

약간의 마법의 힘도…

 

신데렐라

 

다들 어디 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