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그럼에도 이 삶에서
얻고자 하는 것을 얻었나요?

 

그게 무엇이었나요?

 

내가 지구상에서
사랑받는 존재라고 느끼는 것

레이먼드 카버의
‘레이트 프래그먼트’ 중

 

버드맨

 

어쩌다 우리가
여기까지 왔지?

 

여긴 정말 끔찍해

 

거시기 냄새가
진동하잖아

 

우리가 있을 곳은
이 시궁창이 아냐

 

젠장

 

아빠, 무슨 꽃을…
시끄러워요!

무슨 꽃 사오랬죠?

‘레이 디스 맨틀’이 나
향기 좋은 꽃

- 부드러운 향으로
- 전부 김치 같은 냄새가 나요

그거 예쁘네
장미 빼곤 다 괜찮아

아빠 비서 짓
정말 싫어

 

리건, 1막 4장 리허설
준비됐어요

 

리건, 다들 기다려요

 

- 미스터 톰슨
- 스티브

- 대니얼이에요
- 알았어

 

리건, 좀 어때요?

좋아
훨씬 더 좋아질 수도 있지

랄프가 연기를
그만두면!

너무 그러지 마요

그가 고함쳤어요
‘사랑해, 이 나쁜 년아!’

이런 사랑을 어떡하죠?

그건 사랑이 아냐
왜 자꾸 사랑이라는 거지?

마음대로 생각해요
그건 사랑이었어요

어때요, 닉?
그게 사랑 같아요?

늦어서 미안해
사랑 같은데…

나한테 묻지 마
내가 아는 건 이름뿐이야

세세한 걸 알아야
판단하지

자네 말은,
사랑은 절대적이어야 한다?

그래요
정말 사랑한다면

사람을 죽이려해선
안 되죠

멜, 누가 뭐라든
에디한텐 그게 사랑이에요

그는 죽음도
불사했다고요

테리가 떠나자
그가 어쨌는지 물어봐요

입에 총을 넣고 쐈는데
살았어요, 불쌍한 에디

불쌍하다니!
위험한 자였다고

입에 넣고 쐈는데
어떻게 살았죠?

항상 권총을 휴대했었어
그땐 도망자처럼 살아서…

이봐, 랄프

도망자들은 겁에 질려있고
항상 도망다니잖아

좀 더 실감나게 해봐
두려움이 느껴지게

좋은 생각이에요

 

그때 우린
도망자처럼 살았어

그가 숲이나
차 뒤에서 튀어나와서

총질을 할까 봐
두려웠지

그는 미쳤어
무슨 짓이든 할 작자라고

맙소사
악몽 같았겠네요

내가 근무하는
병원으로 전화해선

이렇게 말했어
‘개자식, 널 곧 죽여주마!’

 

오버예요?
너무 나갔군요?

너무 몰입해서
격해졌었어요

 

911에 전화해!

숨쉬어요?

귀에서 피나요?

어디 가요?

- 911 불렀어요?
- 앰뷸런스 올 때까지 건드리지 마

젠장할!
소송 당하겠네

어디 가요?
금방 대역 부를게요

대역은 됐어
첫 프리뷰를 취소해

- 매진인데 환불해주려면…
- 그렇게 해

 

- 랄프는 어때요?
- 괜찮을 거야

잠깐만요
젠장, 좀 서봐요

연기엔 눈곱만큼도 재능 없는
삼류 배우였어

귀에서 피나는
연기만 잘하네

그 정도까진 아녜요

 

알았어요
정말 거지 같았죠

몇 시간 후면
기자들이 몰려온다고요

내가 대충 둘러댈게
잠깐만

 

우연한 사고가
아니었어

 

무슨 소리예요?

내가 그렇게
만들었지

아, 그렇군요

취했어요?

쓸만한 배우를 데려와
우디 해럴슨!

‘헝거게임’
찍고 있어요

마이클 패스벤더

‘엑스맨’ 속편의
속편 찍고 있죠

- 그럼 제레미 레너는?
- 누구요?

‘허트 로커’로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던 녀석 말이야.

‘어벤져스’ 찍잖아요

망할, 그 친구한테도
망토를 입혔어?

아무나 데려와

 

랄프를 해고하면
우릴 고소할 거예요

 

배역에서 빼

자넨 내 변호사이자
제작자이자 절친이잖아?

그러니까 시키는 대로 해
방법은 상관없어

대체 어떻게…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의
인터뷰가 이어집니다

아이언맨 시리즈의
대성공에 이어

어벤져스도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죠

 

네 재능의
반도 못 따라가는 광대가

깡통 수트를 입고
떼돈을 벌어들이고 있어

 

우린 진짜였어, 리건

 

그땐 모든 걸
가졌었는데

 

다 날려버렸지

들이쉬고…

 

가짜 배우들한테
왕국의 열쇠를 넘겨줬다고

내쉬고…

내 말 듣고있어?

 

들이쉬고…
분노를 포용하는 거야

그래
실컷 포용해

그래도 난 사라지지 않아
내 말이 옳다는 걸 알잖아

 

모든 것은 타인의 판단이 아닌
그 자체로서 빛난다

 

아빠가 원한
꽃이 없었어요 - 샘

 

보라고

 

사람들은
네가 가진 능력을 몰라

 

어느 코믹북 블록버스터
시리즈 주인공이

레이먼드 카버 연극에
출연하겠어요?

 

당신도 알겠지만
바르트가 말했죠

‘과거, 신화나 서사시에 의해
만들어진 문화가’

‘지금은
빨래 세제 광고나’

‘만화 주인공에 의해
만들어진다’

 

너무 갑작스런
변화네요

네, 그렇고말고요

당신 말처럼

바르트가 말했죠

 

버드맨도
이카루스처럼…

바르트가 누구죠?
‘버드맨’ 몇 편에 나와요?

바르트는 프랑스 철학가였소
역사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진짜 자신한테 새끼 돼지의
정액을 주사했었어요?

 

- 뭐라고요?
- 동안 피부를 가지려고?

그런 걸
어디서 들었어요?

‘@고환위스퍼러’의
트위터에 올라왔었죠

- 헛소문이요
- 그렇죠, 근데 진짜 했나요?

- 아뇨
- 부정했다고 쓸게요

쓰지 말아요
그런 걸 왜 쓰는거요?

받아적지 마요
난 새끼 돼지의 정액을…

퇴물 슈퍼히어로의
이미지를 벗으려고

이 연극을 한다는 시각이
두려우신가요?

전혀요
바로 그런 이유로

20년 전에 버드맨 4편을
거절했던 겁니다

 

버드맨 4편?
4편을 찍어요?

인터뷰는 이쯤 마치죠
홍보 좀 잘 부탁할게요

 

홍보팀 친구들이

 

‘타임’지에 기사를 내자는데
현재로선 최악의 아이디어죠

 

- 뭐해요?
- 이젠 꼴도 보기 싫어

조합 소속 촬영진이 준 선물을
버리면 안되잖아요

상관없어

 

- 인터뷰 어땠어요?
- 좋았어

랄프 얘기 꺼내던가요?
그 개자식이

우릴 고소하겠대요

- 그래서 뭐랬어?
- 이랬죠

‘개자식아, 지금 날 협박하냐?
변호사한테 연락 오면’

‘네 컴퓨터 속 사진을
언론에 뿌릴거야’

어떤 사진들인데?

기저귀 찬 수녀들에
집착하거든요

그건 됐고
아무튼, 고소 안 할 거예요

잘됐네

네, 잘됐죠
한 가지만 빼고요

배우가 없잖아요

프리뷰 취소하면
언론이 달려들 테고

더 날릴 돈도
없다고요

내가
어떡해야 돼?

- 대역 구했어요, 그를 써요
- 안돼

리건, 제발 부탁인데
말 좀 들어요

우리가 원하는 배우가
노크하고 들어와선

‘언제 시작해요?’
이럴 일은 없다고요

 

- 얘기 좀 할까요?
- 뭔데?

- 대역 구했어요?
- 아니

 

- 마이크가 시간 된대요
- 그게 누군데?

- 다른 작품 때문에…
- 그만뒀대요, 짤렸거나

마이크 누구요?

- 그만뒀어, 짤렸어?
- 둘 다겠죠

- 마이크 누구냐고요!
- 샤이너요

- 좋았어
- 제이크

- 그를 어떻게 알아?
- 나랑 자는 사이예요

그가 할까?

- 어떻게 알아?
- 나한테 한댔어요

- 제이크
- 그가 흥행보증수표냐고 물어봐요

흥행보증수표야?

엄청요, 비평가들이
그를 좋아하냐고 물어봐요

- 비평가들이 그를 좋아해?
- 다 질질 싸죠

- 사실인걸요
- 전화위복이 됐네요

- 저녁에 올 수 있을까?
- 전화해볼게요

그의 매니저한테
전화하죠

 

대박이야, 대박

 

애니, 배우들 저녁식사 보내고
무대 조명 켜

- 밤에 대역이 와
- 누군데요?

두고보면 알아

 

위압적이죠?

 

당신 앞서 누가 이 무대를
밟았는지 알아요?

 

제럴딘 페이지
헬렌 헤이즈

제이슨 로바즈, 말론 브란도
그리고 이젠 리건 톰슨

 

급히 와줘서 고맙네
마이크

연기가 제 일인걸요
직접 각색했어요?

그래

감독과 주연도 맡고?
대단하네요

고맙네

훌륭한 극장이에요

 

작품은 어떨지 모르지만…
조금만 해보죠

리허설까진
기대 안 했는데

첫 프리뷰가
내일이잖아요

처음이니까 대본 보고
해도 괜찮아

아뇨
일단 시작하자고요

 

20페이지를 봐

됐어요
필요 없어요

- 대본은 됐고, 큐 사인 줘요
- 뭐라고?

대사 줘요

- 대사 달라고요
- 알았어

좋아, 뭐가 좋을까…

 

나한테 묻지 마
난 그를 잘 몰라

내가 아는 건
이름뿐이야

세세한 걸 알아야
판단하지

자네 말은,
사랑은 절대적이어야 한다?

 

내가 그렇게 말해요?
사랑은 절대적인 거다?

 

맞아요
사랑은 절대적인 거예요

사랑한다면
사람을 죽이려해선 안 되죠

대사를 어떻게
알았어?

 

원래 잘 외워요
타고난 재능이죠

 

실은, 한달 넘게
레슬리 대본 연습 도왔어요

- 머릿속에 다 들었죠
- 그랬군

괜찮았어요
다시 해봐요

나한테 묻지 마
난 그를 잘 몰라

내가 아는 건
이름뿐이야

세세한 걸 알아야 판단하지
자네 말은…

- 제안 하나 해도 돼요?
- 그럼, 말이라고

대본 치우고 절 보세요

‘나한테 묻지 마’
이 말의 의도가 뭐죠?

주제가 식상해서?
아님 결혼에 대한 회의?

이후 네 마디 대사가
이어지는데

의미가 다 똑같잖아요
‘난 그를 잘 몰라’

‘내가 아는 건 이름뿐이야
잘 몰라’

‘세세한 걸 알아야지’
우리 할머니가 할 법한 말이죠

제 말은,
그를 잘 모른다는 건

대사 하나면 충분해요
‘난 그를 잘 몰라’

내 대사도 아는군?

그건 그만 따지고
대사를 다듬으면 어때요?

다 쳐내고 핵심만 말해요
해보세요

나한테 묻지 마

그게 뭘 뜻하는 거겠어요?
바로 ‘엿 먹어’죠

‘엿 먹어
날 곤란하게 만들지 마’

내 결혼 얘긴 하기 싫다고
내 아내가…

- 여기
- ‘여기 앉아있잖아’

- 앉아서 해도 돼요?
- 당연하지

‘엿 먹어’란 의미 담아서
대사를 해봐요

어서요, 대사 쳐요

- 생각 중이야
- 대차게 날려봐요

어서 대사 날려요!

나한테 묻지 마, 난 그를 몰라
요점이 뭐야?

- 요점이요?
- 그래, 요점을 말해

뭘 말하려는 거야?
사랑은 절대적이다?

맞아요, 바로 그거예요
사랑은 절대적이죠

진짜 사랑한다면
절대…

 

사람을 죽이려해선
안 되죠

 

그래, 좋아

어때요, 보스?
절 대역으로 쓰겠어요?

 

넌 어때?

의상 디자이너한테
데려갈게요

 

‘예스’란 말이네요

 

댁은 누구?

샘이야
내 딸이지

 

딸이 아빠를 전혀 안 닮았네
무슨 일 해?

내 비서야
나랑 일하지

말은 할 줄 아는거지?

그럼요, 먹을 것만 주면
구르기도 하는걸요

 

- 잘해보자고, 마이크
- 고마워요, 캡틴

 

마이크 샤이너야

누군지 알아요

‘핫하우스’ 공연 봤어요
연기 좋던걸요

고마워
엉덩이가 예쁘네

 

미치겠네
장난해요?

 

난 그냥…

래리?
래리?

 

여긴 연극 바닥이야
남을 의식하지 마

우리 왔어요

천만다행이군
의상 입힐 배우가 생겨서!

- 안녕하세요?
- 이제 안녕하지, 옷 벗어

 

거기 서있을 거야?

여긴 연극 바닥이에요
남 의식하지 마요

24시간도 안 남았는데
다시 만들어야 돼

이걸 입어봐

망할!
속옷은 어쨌어?

집 침대 밑에 있겠죠

 

됐어, 그냥 벗어
너무 작아

작은 거 확실하네요

이해해줘요, 래리
마이크는 우리 꼬맹이랑 똑같아요

깨끗한 속옷이 없죠

거기 털도 없고

재킷은 수선하고
바지랑 셔츠는 다시 만들어야겠어

속옷도…

 

- 뭐해?
- 래리 기다려

다 끝났어

내 거시기 내놓고
그냥 서있어

옷 입어
리건 딸이 보면 어쩌려고

그애 못 봤지?
들쑤시고 다녀서 진짜 짜증나

뇌가 마약에 쩔어서
그런건지…

자기가 거시기 꺼냈다고
아빠한테 이르면 큰일나

그럼 나가라고 해

 

맙소사, 진짜야?

- 새미?
- 샘이에요

샘, 여긴 레슬리야

 

저기, 내 말은…

괜찮아요
다루기 버거운 남자네요

 

창피 주는 방법도 가지가지네
어쩜 그래?

말실수한 게 누군데?

걔가 왜 여깄었어?

- 날 여기 데려왔어
- 그러곤 안 갔어?

보통내기가
아니더라고

여긴 브로드웨이고
난 힘들게 여기까지 왔어

이렇게 부탁하겠는데
제발 망치지 마

레슬리

 

이리 와, 어서

 

거시기 만져줘

 

그러지 마

그냥 싸인해

- 들어봐요
- 자네가 들어

그만한 돈이
없어요

- 또 쇼핑 가야 돼
- 대충 만들어요, 할배

- 원하는 대로 줘
- 출연료가 4배나 많아요

- 비상금 있잖아
- 안개랑 가짜 나무에 다 썼어요

꿈 장면이라
꼭 필요해

- 춤추는 난쟁이랑…
- 비하하는 단어 쓰지 마

아무튼
돈 없어요!

 

자네가 못 봐서 그래

진짜 재능있는 친구야
느낌이 온다고

우리가 기다려온
배우야

빨리 계약서 써, 제이크
돈은 내가 구할게

 

알았어요

 

웃지 마요
징그러우니까

알았어, 미안해

 

진짜예요?
샤이너요?

- 언제 만날 수 있죠?
- 지금 의상실에 있어

- 스타벅스 가는데 뭐 사다줘요?
- 난 됐어

엉덩이 예쁘네요
빅뉴스가 있어요

좋은 거야, 나쁜 거야?
왜냐면…

두 달째
생리가 없어요

 

드디어 생겼나 봐요

 

좋아요, 싫어요?
리건!

좋아
아주 좋아

다른 말 해봐요

 

내 아기가 확실해?

당신 아니면 제이크겠죠
안마사는 콘돔 썼고…

당연히
당신 아기죠

이 바보

 

- 기뻐요?
- 응

 

나두요

 

웃기지도 않아!

 

뭐야?
왜 이래?

 

첫 프리뷰가
내일이에요

 

시작하죠

 

앰뷸런스로
병원까지 같이 갔어

그 모습을
영원히 못 잊을 거예요

눈이 너무나 슬프고
외로워 보였어요

- 치료해줬어요?
- 그럼, 그럴 필요는 없었지만

뮤직 아웃
34, 35번 조명 준비

진짜 끔찍했어
머린 두 배로 부풀어올랐고

- 잘하지?
- 끝내줘요

지금 진짜로
술 마시고 있어요

뭐라고?

 

닉한테 물어봐
그게 사랑인지 물어보라고

그냥 저녁 먹으러
가면 안돼요?

멜, 그쯤 해둬요

요즘 닉의 우울증이 심해서
너무 걱정돼요

내가 뭐?

 

잘 들어
진짜 사랑이 뭔지 말해주지

다 창피한 줄 알라고
사랑이 뭔지

잘 아는 것처럼
떠벌리잖아

맙소사, 취했어요?

취해서
그러는 게 아냐

- 그냥 몇 잔 마신거야
- 그렇지

- 몇 잔보다 많이 마셨어
- 세고 있었어?

안 취했다면서
말은 취한 사람 같네요

닥쳐!

 

제발 부탁인데
딱 1분만이라도 그 입 좀 닥치라고

 

어쨌거나, 내 말은…

 

진짜 사랑을 말해줘?
어느 노부부가

 

고속도로에서
차 사고를 당했어

 

아빠 차를 끌고 나온 애가
술에 취해선

 

그들 캠핑카를
들이받았지

 

병원에 도착하니
그 십대 애새끼는 죽었더군

 

그래서 노부부를
수술실로 옮겼고

밤새도록
미친듯이 수술했어

 

수술이 거의 끝날 때쯤에
우린 그들에게

전신 깁스를 해줬어

 

남편은
나이가 많았는데

 

아주 오랫동안
우울해했지

아내가 무사할 거라고
말해줘도 소용없었어

 

그래서 입에 난 구멍에 대고
왜 그러냐고 물어봤지

 

그랬더니
아내를 볼 수 없어서래

 

자기 눈으로
아내를 볼 수가 없어서…

 

상상이 돼?

그 노인네 가슴은 찢어졌어
왜냐면…

 

망할 고개를 돌려서
망할 아내를 볼 수 없었거든

젠장

 

그게 그에겐
죽음보다 끔찍했지

지루해죽겠네
이거 물이야?

죽음보다 끔찍했어

내 술을
물로 바꿔쳤어요?

 

마이크, 그만둬

- 뭘 그만둬요?
- 취했잖아

그래요, 당연히 취해야죠
당신은 왜 안 취했죠?

원작자 카버는
술 없인 글을 못 썼어요

당신이 뭔데
남의 술을 건드려요?

원작을 난도질해서
대사까지 독차지했으면

내 소품엔 손대지 마!

당신들 뭔데?
한심한 놈들!

스마트폰 속의 세상이 아닌
진짜 세상을 경험해봐

나 말고 아무도
진실에 관심 없는거야?

이 무대, 바나나
다 가짜야

우유곽엔 우유가 없고
당신들 연기도 가짜일 뿐이야

 

이 무대에서 유일하게 진짜인 건
이 치킨뿐이지

그러니까 난 얘랑
공연할게

 

타이밍 죽이네

커튼 내려

치킨이 끝내줘!

 

마이크 끌어내

어떻게요?

 

잠깐만요

- 당장 해고해
- 아뇨

- 그건 안돼요
- 왜 안돼? 우리 공연이잖아

- 들어봐요
- 아니, 자네가 들어

그 자식을
내 연극에서 빼

프리뷰잖아요
아무도 신경 안 써요

오프닝 때 오는 뉴욕타임즈의
비평가만 아니면 문제 없어요

당장 쫓아내

조용해요!
한번이라도 내 말 들어요

마이크 덕분에
예매율이 배로 뛰었어요

돈도 없는데
마이크를 잃을 순 없어요

 

나한테 그랬죠?
이 연극으로 인정받고 싶다고?

그 말로 이 난장판 속에
날 끌어들였잖아요

 

감독이잖아요
마이크를 통제해요

 

빌어먹을

 

지금은
90년대가 아녜요

 

남대문 열렸어요

 

빌어먹을

 

연기 끝내줬어요

 

- 10분 후에 극장 앞으로 나와
- 깊게 생각 마요

 

아까는
어떻게 된 거야?

 

당신 온 줄 몰랐어

그 배우
진짜 싸가지더라?

 

여긴 왜 왔어?

끝나고 샘하고
저녁 먹을거야

아니, 지금 여기 말야

이 공연, 당신한테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

 

고마워
위로 되네

 

어떻게 돼가?

- 아까 봤잖아
- 아니, 당신이랑 샘

 

아주 좋아

 

똑같지 뭐

- 둘이 대화는 해?
- 그럼

한동안 좀 정신 없었어

- 샘이 뭘 원하는지 알지?
- 말이라고

자길 재활원에
가게 만들었던

모든 것들로부터
피하려고 애쓰잖아

알아, 안다고

- 혼란에 빠져있어
- 그래, 알아

- 당신이 이딴 것에 빠져서…
- 이딴 것?

 

내 말뜻 알잖아

 

리건, 좋은 아빠일 필요 없어
그냥 아빠가 돼줘

죄송해요

 

둘이 어떻게 돼가?

 

그 얘긴 하기 싫어

술 다시 마셔?

 

맥주인걸 뭐

 

그래…

 

무슨 일 있어?

 

나?

 

아니

 

모든 게 똑같지 뭐

 

다시 교단에 설 거야

그래?

 

말리부 집을 담보로
대출 받을까 하는데

 

뭐라고?

- 대출 받으려고…
- 들었어, 잠깐 생각 좀 하고

 

그 집은
샘 주기로 했잖아

대체 왜…
이 연극 때문이야?

 

돈이 필요해

그게 얼마나
미친 소린지 알아?

 

그럼 어떡해?
벌어둔 돈 흥청망청 다 쓰고

이제 빈털터리인데

 

무슨 일이야?

 

리건, 날 봐

 

가치 있는 일을 할
기회인데

 

놓치기 싫어
반드시 해야 돼

 

웃기더라
여기서 당신 기다리는데

우리가 왜 헤어졌는지
기억이 안 나더라고

 

지난 번에 여기 올 때
비행기에서

 

조지 클루니가
내 앞에 앞에 앉아있었어

멋진 커프스 단추를 하고
섹시한 턱을 쳐들고…

 

그러다 대형 폭풍을
통과했는데

비행기가 요동치며
덜컹거렸어

 

승객들이 전부
울기 시작했지

울고, 기도하고…

 

우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난 조용히 앉아서

이런 생각을 했어
‘이런’

‘내일 아침에
샘이 신문을 보면’

 

‘첫 장에서 내가 아니라
조지 클루니 얼굴을 보겠네’

 

알지?
꽝!

 

파라 포셋이 마이클 잭슨과
같은 날 죽은 것 알아?

웃기지 않아?

 

우리가 왜 갈라섰지?

당신이 나한테
부엌칼을 던지곤

1시간 후에
날 사랑한다고 말해서

 

당신이 골디 혼이랑 찍은
그 코미디를 싫어했다고

당신을
사랑 안 한 건 아냐

 

당신은 항상 그러잖아
사랑과 존경을 혼동해

 

당신 집이니까 알아서 하고
우리 딸한테나 잘해줘

알았어

 

당신은 파라 포셋보단
유명해, 리건

 

그 리얼리티 쇼를 했어야 했어
‘톰슨네 가족’

닥쳐

- 히트쳤을 텐데
- 닥쳐!

약에 중독된 버릇없는 딸
가슴 탱탱한 섹시한 아내

사람들이
좋아했을 거야

- 닥쳐
- 이 쓰레기 연극보다는…

닥쳐!

 

- 태닝기계가 왔어요
- 무슨 소리야?

태닝기계가 여기로
배달돼 왔어요

누가 주문했는데?

마이크요, 자기 캐릭터에
꼭 필요하대요

촌놈처럼 까맣게
태워야 한다면서

이 망할 자식

 

가지, 걷자고

- 어디 가요?
- 커피 마시러

- 내가 자네한테 잘못했어?
- 아직은요

- 난, 이 작품에 많은 게 걸렸어
- 그래요?

그래, 다들 날 알고…

아뇨, 당신이 출연한
영화만 알죠

버드맨 수트를 입고

토크쇼 나와서 떠들던
남자만 안다고요

유명하지 않아서
미안하군

유명세 따위
관심 없어요

인기는 연기력의
헤픈 사촌과 같은거죠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이 연극에 내 명성이 걸렸어요
그건 아주…

- 중요하지
- 그래요, 엄청 중요하죠

이 연극이 망하면
당신은 영화판으로 가서

문화를 말살하는
영화를 찍으면 되겠죠

봐줄 놈들은
쌨으니까

그 옛날의
서커스처럼

아무리 저질이라도
제대로만 포장하면

사람들은 줄 서서
돈 내고 보죠

하지만 당신이 떠나도
난 무대에서

내 영혼을
불태울 거라고요

인간의 복잡한 감정과
씨름하면서!

아까 그것도
복잡한 감정과 씨름한거다?

그건 내가 살아있는지를
확인해본 거죠

여긴 야외 촬영지가 아녜요
뉴욕이라고요, 리건

어디 가?

여기도
커피 있어요

 

고마워요, 토미

다 우릴 비웃었어

오늘은 비웃고 내일은 트위터 하고…
누가 신경 써요?

반값에 리허설 보러 온
사람들이니까 신경 꺼요

레이먼드 카버의
드라마라서…

- 아는 척 말아요
- 알아

아뇨, 몰라요
그래서 프리뷰가 있는거죠

프리뷰를 통해 어떤 작품인지
알아내는 거라고요

 

날 봐요

잘 들어요

저 끝에 앉은
여자 보여요?

홈리스의 거시기를
핥은 듯한 여자?

그래

 

중요한 건 저 여자가
타임지에 쓰는 비평이에요

- 저 여자가…
- 타비사 디킨슨이요

저 여자 말에
모든 연극이 좌지우지되죠

우릴 좋아하면, 대박
우릴 싫어하면, 쪽박

 

진짜 홈리스 거시길
핥은 여자 같네

부탁인데 제발 초짜처럼
프리뷰에 목매지 마요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도 말고

여긴 내 동네고
사람들은 당신한테 관심 없어요

- 리건 톰슨이죠?
- 방해해서 죄송해요

사진 한장 같이
찍어도 돼요?

 

좀 찍어줄래요?

밑에 버튼만
누르면 돼요

 

- 누구예요?
- 옛날에 버드맨이었어

 

감사해요
참 친절하시네요

핸섬하시고

 

여보, 가자고

 

얘기 끝났죠?

 

난 집에 갈래요

 

그래, 내일 봐

 

궁금한 게 있는데

 

왜 하필
레이먼드 카버죠?

 

고등학교 다닐 때

교내 연극을 하는데
그가 객석에 있었어

끝나고 내게
이걸 보냈지

 

짧은 메시지야

‘진실된 연기 고맙다
레이먼드 카버’

 

그걸 보고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어

 

왜 웃어?

냅킨에 썼잖아요

근데?

 

취했던 게
틀림없다고요

 

헐리웃에 가, 마이크?

아뇨

 

헐리웃이
여기로 왔죠, 태비

행운을 빌게

 

‘예술가가 되지 못해
비평가가 된 사람은’

‘군인이 되지 못한
정보원과도 같다’

 

플로베르가 한
말이죠?

그는 쫄쫄이 새 수트를 입은
헐리웃 광대야

네, 그렇죠
하지만 내일 밤 8시

연극 무대에
자신의 모든 걸 걸거예요

 

당신은
뭘 할 거죠?

 

내가 악평을 쓸까
걱정 안돼?

 

그러겠죠

내 연기가
허접하다면요

 

미스 디킨슨

미스터 샤이너

 

왜 아직 여깄어?

그냥요

 

아빠 의상은
분장실에 걸어놨어요

그래

아빠가 원한
코코넛 주스 사놨고

얼굴 크림은 아침에
가게 문 열면 사올게요

 

너한테 고맙단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뭐가요?

전부 다…
그동안 아주 잘해왔어

내가 연극 준비에
정신 팔려서…

 

그냥…
그걸 말하고 싶었어

 

뭐지?

 

이 냄새

 

뭐야?
날 봐, 날 보라고

왜요?

진짜 돌아버리겠네
어딨어?

 

그러지 말아줄래요?

 

아빠?

어딨어?
진짜 어이가 없네

 

- 이거 뭐야?
- 땅콩버터요

 

이거 말이야
뭐야?

 

대마초요
진정해요

- 나한테 이럴 순 없어
- 아빠한테요?

내 말뜻 알잖아

네, 아빠는
항상 자신만 생각하죠

- 또 그딴 짓을…
- 난 안중에도 없죠

난 중요한 일을
하려 한다고

- 이 연극, 안 중요해요
- 나한텐 중요해

너나 네 부정적인 친구들은
바이럴 따위에나 관심 있겠지만

나한테 이건
내 커리어가 걸린 일이야

 

마침내 뭔가 의미 있는 걸
할 기회라고

누구한테
의미 있는거요?

버드맨 3편 전까진
아빠도 잘나갔잖아요?

사람들 뇌리에서
잊혀지기 전까진요

이건 60년 전에 쓰인
책을 각색한

늙은 백인 부자들을
위한 연극이고

그들 관심사는 끝나고
어디서 커피 마시는지예요

아빠만 이 난리죠

솔직해져요, 아빠

예술이 아닌

아빠의 건재함을 알릴
목적이잖아요

그거 알아요?
아빠처럼 그런 사람들

세상에 쌨다고요

근데 아빠만
그걸 모르죠

아빠는 세상을
무시하지만

세상은 아빠를
벌써 잊어버렸다고요

아빠가 대체 누구죠?
블로그, 트위터를 싫어하고

페이스북도 안 하잖아요
아빠는 존재가 없다고요

이 연극 하는 건
밑바닥 인생 될까 두려워서죠

그거 알아요?
아빤 잊혀진 존재예요

이 연극도 아빠도 안 중요하죠
그걸 받아들여요

 

아빠

 

닉이 우울증으로
폐인이 되어가고 있을 때

그는 내가 임신한 걸 몰랐어요
알리고 싶지도 않았고

 

우린 살면서 선택들을 하고
그에 맞춰 살아가죠

 

아니거나…

 

난 아기를
원치 않았어요

 

닉이나 아기를
사랑 안 해서가 아니라

 

내 자신을 사랑할
준비가 안 됐었죠

 

이젠 다 지난 일이죠

애석한 지난날은
부드러운 산들바람과

배우들 준비해요

새들의 지저귐에

- 뮤직 아웃
- 다 묻혀버렸어요

- 레슬리
- 왜?

나, 뜨거운 거 같아

아냐, 가끔 자기는
남들한테 너무 차가워

아니, 내 거시기 말야
한번 만져봐

뭐야?
지금 장난해?

- 진짜로 하자
- 미쳤어?

완전 끝내줄거야

그만해
진짜야, 마이크

마이크라고 부르지 마
멜이라고 불러

저리 가

테리!
테리!

 

테리, 안에 있잖아!

비켜, 저리 가!

 

- 에드?
- 왜지?

- 어떻게 알고 왔어요?
- 이유를 말해줘

진정해
힘들다는 것 알아

닥쳐!

 

- 닥쳐!
- 바보 짓 하지 마

 

에디, 제발!

 

난 왜 항상
사랑을 구걸해야 되지?

에디, 제발
그 총 나한테 줘요

날 봐요

익사하는 것 같았어요
더는 도저히…

 

당신은 사랑 받을
자격 충분해요, 에디

난 당신이 원하는
남자가 되고 싶었어

내가 아닌 다른 남자가 되길
매순간 기도했다고

누구든지…

 

총 내려놔
테리는 당신을 사랑 안해

 

날 사랑하지 않아?

 

앞으로도 절대
안 할거고?

미안해요

 

난 존재하지 않아

 

난 여기에 없어

 

다 상관없어
난 존재하지 않아

 

- 에드
- 난 존재하지 않아

에드, 그러지 마!

 

이 나쁜 자식!

뭐라고?
자기 최고의 연기였어

대체 왜 그랬어?
무대였잖아

뭐야?
피가 너무 많이 튀잖아

고쳐놓을게요

모텔방에선
다들 하잖아

6개월 동안 못 세워놓고
무대에서 하겠다고?

연기가 아닌
진짜처럼 하고 싶었어

지랄하지 마!

 

자기도 원하는 줄 알았지
미안해

그만하랬잖아
이 짐승 같은 자식아

 

자기, 끝내줬어

사람이 대체
왜 그래?

 

집에서 짐 빼서 나가

뭐라고?
미안해, 좀 진정하고…

아니, 자긴 무대에서
진실을 떠벌리지만

진짜 세상에서 자긴
사기꾼일 뿐이야

진실을 안 기분이 어때?
나쁜 놈!

 

- 왜 그래?
- 완전 나쁜 놈이야

이번엔
뭘 어쨌게?

관객들 앞에서
나한테 진짜 하려고 했어

- 맙소사
- 내 말이!

진짜 섹시하다

 

왜 난 자존심도
없는 거야?

자긴 여배우잖아

내가 너무 한심해

 

날 봐

 

난 어려서부터
브로드웨이에 서는 걸 꿈꿨어

 

그리고 결국 해냈지만
난 아직도

브로드웨이 배우가 아니라
그냥 어린애일 뿐이야

 

내가 해냈다고 인정해줄
누군가를 기다리는 아이

 

자긴 해냈어

 

내가?

 

가짜 모텔방에서 마이크와
800명의 관객 앞이었지만…

시끄러

 

- 레슬리 괜찮아?
- 괜찮을 거예요

 

자네한텐
아무 잘못 없어

 

자넨 예쁘고
재능이 넘쳐

 

같이 공연하는 건
내게 행운이야

 

알았지?

 

 

참 자상하셔

그래

 

왜 그래?

 

그냥, 나한텐 지난 2년 동안
그런 말 해준 적 없어

 

자긴 예쁘고
재능이 넘쳐

같이 공연하게 돼서
내겐 행운이야, 알았지?

우리, 징그럽다

알아

 

- 뭐해?
- 아무것도

 

다시 해봐

 

예술가답게 얘기 좀 하자
뭐가 그렇게…

엿 먹어!

 

아직 화 안 풀렸군
괜찮아

 

망할 여배우들

전부 밥맛 덩어리야

 

리건?

 

총이 너무 허접해요
빨간 마개가 보여서

내게 겨눌 때
애들 장난감 같다고요

생명의 위협이
전혀 안 느껴져요

 

좋은 걸로 장만해요
자존심도 없어요? 제발요

 

그건 그렇고…

 

재밌는
관객들이었죠?

 

거기선 뛰어내려도
안 죽어

 

알아요

 

여기서 뭐해?

 

짜릿해서요

 

최근에 재활원 나왔는데
약하는 기분과 비슷하죠

재활원 갔었어?

 

멋있네

 

‘아메리칸 파이’에 나왔던
남자 주인공도 왔더라고요

뛰어내려!

까불지 마!

죽기 전에 한번 주든가

 

난 이 도시가
정말 좋아요

 

그래?

 

왜 항상 못되게 굴어요?
사람들 열 받게 하려고?

 

어쩌면…

당신을 좋아하든 말든
관심 없군요?

 

전혀

 

쿨하네요

그런가?
난 모르겠어

 

왜?

- 우리 게임해요
- 게임? 8살이야?

그쪽은
78살이에요?

 

- 진실게임 해요
- 관둬

뭘로 할래요?
진실 아님 벌칙?

 

진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내 엉덩이 얘길 했는데

 

왜 그랬어요?

 

예쁜 엉덩이가
내 눈길을 사로잡았거든

 

그래서 한마디
던진 거였어

 

- 네 차례야
- 벌칙 받을래요

- 진짜?
- 네

 

저 대머리가 지나갈 때
침 뱉어서 맞혀

- 싫어요
- 벌칙 택했잖아

- 진실로 할래요
- 너무 늦었어

 

- 됐어요?
- 응

 

당신 차례예요

- 진실
- 진짜 재미없다

진실은 항상
재미있는 법이야

 

나랑 할래요?

 

아니

 

진짜요?

 

왜요?

- 질문이 두 개잖아
- 첫 질문의 일부예요

 

안 설까 봐 두려워서

 

무대에선
잘 세우는 것 같던데?

 

난 무대에선
뭐든지 할 수 있어

 

- 하나 더 물어볼게요
- 벌써 물어봤잖아

- 하나만 더요
- 해봐

 

두렵지 않다면
나랑 뭘 하고 싶어요?

 

네 머리통에서
눈알을 뽑아선

 

좋아라

내 두개골 속에
집어넣고

 

주위를 둘러보겠어
내가 네 나이 때 그랬던 것처럼

 

굿나잇

 

나한테
화풀이 말아요

 

정말 못된
사람이에요

연극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다

내가 말했잖아

이 빌어먹을 자식

녀석이
널 갖고 놀고 있어

이게 다야?

 

12면 봐요

 

‘버드맨으로 알려진 리건 톰슨,
브로드웨이에 새알을 낳으려 하다’

- 다른 내용은?
- 그게 다예요

 

걱정 마요, 내일쯤엔 그걸로
개똥이나 치울 테니까

-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아?
- 그럼 어떡해요?

- 하나도 안 두려워?
- 뭐가요?

무대에서
망신 당하는 거

처음도 아닌데요 뭘

그건 그렇지

 

진짜
나쁜 놈이네요

 

참, 임신 아녜요
걱정거리 하나 줄었겠네요

 

그 여잔 잊어버려

 

마이크가 네 공연을 훔치고 있어
널 우습게 본다고

 

이젠 2백만 독자도
마이크와 같은 생각이지

그게 너일지도 몰라, 리건
그저 비웃음거리

 

무슨 일이에요?

 

- 일어나
- 아프잖아요

- 일어나!
- 저리 가요

카버 때문에
배우가 됐다고?

잘 들어
이건 내 공연이야

공연비도 내가 댔고
홍보도 내가 했다고

젠장, 인터뷰를 하자고
연락이 와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걸
말한 거예요

- 예술면 장식했잖아요
- 웃기지 마

머릿속에 떠오르는 걸
말했다고?

넌 무대 위에서 거시기나
크게 세우는 놈일 뿐이야

그게 진실이지

내 거시기
커보였어요?

닥쳐, 내 무대야
내 허락 없인 세우지 마

당신 무대요?
잘 들어요

이 무대는 명배우들의 소유고
당신은 명배우가 아니죠

네 대사를
직접 썼다고?

사실이잖아요

달랑 대사 몇개 고쳤지
이 이기적인 자식아

누가 할 소리!

넌 아무도 아냐

무려 5만 명이 유튜브로
내 큰 거시기를 봤거든요?

고양이 동영상도
그것보단 인기 많아

- 상관없어요
- 웃기지 마

- 난 연극배우예요
- 관심 없어

다들 그러지
‘마이크는 염병 졸라 진실돼’

 

진짜 네 아버지가
카버처럼 주정뱅이였어?

- 아뇨
- 우리 아버진 그랬거든

못되고 술만 퍼마셨지
알았어?

툭하면 우릴 때렸다고
차라리 맞는 게 나았어

때릴 땐
창고에 안 끌고 갔으니까

 

창고에 끌려가면
아버지가

웃으면서 이랬지

‘무릎 꿇고 내 혁대 풀러’

‘아님 내가 벗을까?’

 

시간이 지나면서
난 무뎌졌지만

 

내 여동생은…

 

알았어요, 알았어요
진정해요

 

맙소사

 

몰랐어요
정말 미안해요

정말 끔찍하네요
미안해요

 

이것도 사실이 아냐
봐, 나도 거짓말할 수 있어

 

날 열 받게 하지 마

그 광기를
무대에서 발산해요

리건과의 공연이
원숭이랑 춤추는 것 같다고?

- 그렇게 말했을지도…
- 죽었어, 덤벼

- 어서
- 진짜요?

날개 달고 버드맨 수트
입지그래요?

 

목 졸라서
기절시켜버리겠어!

저리 가!
뭘 봐?

어쩔 거죠?
날 짜르고 라이언 고슬링 쓸건가?

그랬다간 타비사가 타임지에
뭐라고 쓸 것 같아요?

 

참 한심하군, 리건

기생오라비 같은
연극배우 놈이랑

이딴 시궁창에서
싸움질이나 하고

 

이번엔
정말 큰 실수한 거야

유치찬란한 각색으로
천재의 작품을 망쳤으니까

이제 남은 네 커리어마저
망치게 되겠지

 

정말 한심해

숨 들이쉬고, 진정해

아직 기회가 있을 때
여길 뜨자

무시해버려
다 무의식의 산물이야

당장 집어치워

난 무의식의 산물이 아냐
난 너야, 이 등신아

 

- 날 내버려둬
- 넌 무비스타였어, 기억나?

- 가식적이었지만 행복했지
- 행복하지 않았어

무식했지만 매력적이었어
근데 지금은 밑바닥 인생이잖아

염병할!
난 불행했었어

하지만 헐리웃에서
떵떵거리며 살았지

대체 뭘 증명하려는 거야?
넌 예술가가 아냐

- 웃기지 마!
- 웃긴 건 너야, 이 겁쟁아

우리 영화가 수천 억을 벌어들였어
그게 창피해?

그럼 뭐해?
지금은 이런 허접 인생인데!

 

모르겠어?
그건 1992년이었어

너만 원하면 버드맨 수트를
다시 입을 수 있어

날 봐
날 보라고, 이걸 봐

백혈병 걸린
칠면조 꼴이잖아

옛날 매력이
다 사라졌다고

 

이게 나야
모두가 잊어버린 퇴물 배우!

여기서 넌 사기꾼에 불과해
곧 들통날거야

왜 이해를 못하는 거야?
넌 죽었어

- 우린 죽지 않았어
- 제발 그냥 죽어있어

우린 죽지 않았어

‘우리’라고 하지 마
‘우리’는 없어!

난 네가 아냐
난 리건 톰슨이란 말야

 

아니
넌 버드맨이야

 

왜냐면 내가 없으면
넌 그저

과거의 인기를 못 잊는

슬프고 이기적인
그저그런 배우일 뿐이지

 

왜 그랬어?
내가 좋아하는 포스터인데

 

우린 영원히 우리야

웃기지 마!
아가리 좀 닥쳐!

날 내버려둬!

 

넌 날 돌아버리게 만들어
그러니까 닥쳐!

 

왔어?
무슨 일이야?

그게…

 

공연 1시간 전인데
좀 쉬지그래요?

그래
좀 누워야겠어

 

- 마지막 프리뷰예요
- 잘됐네

- 어때요?
- 좋아, 끝내줘

돈 들어왔어요
계좌로 넣기만 하면 되죠

그래, 잘됐네

그럼 난 가서
돈 이체할게요

와줘서 고마워

 

내가 자랑스러워
하는 것 알죠?

 

보통 용기론
못 하잖아요

- 근데 해냈어요
- 알아

 

프리뷰를
취소해야겠어

 

너무 피곤해
더는 못하겠어, 제이크

 

못하겠어

 

농담하는 거죠?

 

이건 내 길이 아닌 것 같아
세상 모두가

 

날 비웃잖아

세 블록이나 길게 늘어선 사람들이
당신을 기다려요

 

표가 다 팔렸어요
매진이라고요

 

- 진짜?
- 그래요

프랑스 대사도
온대요

사우디 왕자도
아내들 중 하나랑 오고

이건 말하기 싫었는데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신작 캐스팅을 해요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요

- 안 할게
- 알았죠?

 

- 알았죠?
- 알았어, 금방 준비할게

- 좋아요
- 고마워

 

좀 어때요?

 

괜찮을 거야

불쌍해라

진짜
스콜세지가 와요?

그래, 교황님이
오시는 것도 진짜고

 

진짜 못됐네요
제이크

 

내 덕분에
이나마 버티는거야

 

괜찮아요?

응, 면도하다가
손을 베었어

 

이 말을 하고 싶어서…
미안해요

뭐가?

 

제가 마이크를 잘 알면서도
공연에 끌어들였잖아요

무슨 소리!
잘했어, 그건 잘한거야

 

내일은 제게
브로드웨이 데뷔 무대예요

나도 그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감독님께
정말 감사해요

아냐
나도 고마운걸

 

신나지 않아?

 

제이크한테 들었는데
표가 매진됐대

 

네, 잘됐네요

 

맙소사…

 

젠장
뛰어내릴 때 됐잖아?

 

여기 있는 거
어떻게 알았죠?

 

몰랐어
있기를 바라긴 했지만…

 

왜 레슬리랑
안 있어요?

 

레슬리?
나랑 헤어지겠대

 

똑똑하네요

위로해줘서 참 고맙네

 

마지막 프리뷰 할
준비됐어요?

 

그럼

누구한테 맞았어요?

 

워낙 밉상이라
다 싫어하지만

그래

레슬리였기를
바라죠

 

레슬리가 아냐

 

맙소사

- 농담하는 거죠?
- 아니

 

하느님 맙소사

 

맞을 짓 했는걸

 

젠장

 

젠장

 

말해봐

 

아빠가 너한테 한
가장 최악의 짓이 뭐였어?

아빠는
항상 없었어요

 

그래서?

그게 다야?

아뇨
그걸 만회하겠다고

내게, 난 특별하다고
주입시킨 거죠

 

좋아, 좀 봐봐

 

날 봐

 

아빠가 옳았어

 

- 뭐가요?
- 네가 특별하다는 것

 

문제투성이처럼
굴면서

튀지 않고 투명인간처럼
지내려고 애쓰지만

그건 불가능해

 

감출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존재니까

 

매력 넘치는
문제아지

양쪽이 동시에 타들어가는
아름다운 촛불처럼

 

술, 마약, 못된 성깔로도
그걸 감추진 못해

 

작가가 아니라
배우라서 참 다행이네요

 

오프라나

 

홀마크 카드나

 

R. 켈리처럼
오글거리거든요

난 그저…

 

진실 아님 벌칙?

 

- 진실
- 안돼요

 

- 진실
- 안된다니까요

 

다시 해봐요

 

어딜 가는지 알긴 해?

아뇨, 전혀요

 

어떻게 해요?

 

뭘?

매일 밤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딴사람인 척하는 거요

 

딴사람인 척이 아냐
말했잖아

다른 곳은 몰라도
무대에선 안 그래

 

유감이네요

 

우리, 뭘 하는거지?

 

무슨 뜻이에요?

 

우리가
뭘 하는 거냐고

 

병원에 도착하니
꼬맹이는 이미 죽었더군

그래서 노부부를
수술실로 옮겨서

밤새도록 미친듯이

 

대수술을 했어

 

남편은 나이가 많았는데
아주 오랫동안 우울해했지

아내가 무사할 거라고
말해줘도 소용없었어

그래서 입에 난 구멍에 대고
왜 그러냐고 물어봤지

 

그랬더니
아내를 볼 수 없어서래

자기 눈으로
아낼 볼 수가 없어서…

상상이 돼?
그 노인네 가슴은 찢어졌어

왜냐면 망할 고개를 돌려서
망할 마누라를 볼 수 없었거든

 

그러니까

 

우리 자신한테 던져야 할
질문은 이거지

 

사랑에 대해 얘기할 때
우린 무슨 이야길 하지?

 

멜과 난
5년을 만났어요

‘사랑해’란 말을
수없이 들었지만

그날 밤엔…

피 주머니 고쳐놨어요
2분 후에 나가세요

 

정말 끝내줬어요

괜찮았지?

 

잘 돼가네요

그래

 

- 우리 얘기 좀 하지?
- 아뇨

그래

그냥,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

진심으로 미안해

 

우린 좋은 부모가
됐을지도 몰라요

- 아니, 끔찍한 부모겠지
- 어쩌면 애들이…

- 연쇄살인범이 될지도
- 저스틴 비버가 되든가

 

난 정말
엄마가 되고 싶었어요

 

근데 몸이
협조를 안 하네요

 

내가 브로드웨이에서 춤추는
사슴이 될 줄은 몰랐지만

기발한
아이디어예요

 

닉이 우울증으로
폐인이 되어가고 있을 때

그는 내가
임신한 걸 몰랐어요

 

알리고 싶지도
않았고

 

우린 살면서 선택들을 하고
그에 맞춰 살아가죠

아니거나…

 

난 아기를
원치 않았어요

 

닉이나 아기를
사랑 안 해서가 아니라

 

내 자신을 사랑할
준비가 안 됐었죠

 

이제 다 지난 일이죠

 

지미, 담배 있어?

 

지미!
지미!

지미!

 

젠장할!

 

염병할!

 

염병할

 

리건 톰슨이죠?
맞네, 싸인 좀 해주세요

그러지 말고 해줘요

 

당신이 최고예요!

버드맨!

 

이런 젠장!

 

세상에!
저게 누군지 알아?

 

사진 찍어도 돼요?

딱 한장만요
얘들아, 옆에 서

당신은 쓰레기야!

쓰레기라고!

 

버드맨!

 

리건, 좀 찍을게요

왕년의 버드맨이잖아
와서 봐

버드맨!
뛰는 꼴 좀 보라고

 

어디 가요?

실물은 엄청 늙었네요

웃기지 마!

 

이봐요!
어디 가요?

이봐요, 어딜…
이봐요!

- 여기서 뭐해?
- 제이크 기다려요, 제 변호사 로스씨죠

부상에 대한 보상금을…

난 공연해야 돼

들어가시면 안돼요

배우조합은
강력한 단체요!

 

똑, 똑, 똑
테리, 테리!

에드?

 

어떻게 알고
왔어요?

왜지?
이유를 말해줘

진정해
힘들다는 것 알아

넌 닥쳐, 닥쳐!

닥쳐!

에디, 제발

 

난 왜 이렇지?

 

난 왜 항상
사랑을 구걸해야 돼?

에디, 제발
그 총 나한테 줘요

 

난 당신이 원하는
남자가 되고 싶었어

매일
다른 남자가 되려고

애쓰면서 산다고

총 내려놔
테리는 당신을 사랑 안해

 

에디

날 봐요
익사하는 것 같았어요

 

더는 도저히…

 

당신은 사랑 받을
자격 충분해요, 에디

난 당신이 원하는
남자가 되고 싶었어

 

로스 변호사님?
가지 말아요

지금 협박해요?
무슨 휠체어요?

로스 변호사님
내 말 좀 들어봐요

끊지 마요
끊지 마요

금방 갈 테니까 10분만…
끊지 말아요

 

염병할, 이 새끼가
전화를 끊었네!

 

아빠

 

아빠

 

- 괜찮은 거예요?
- 왜?

 

그냥 좀…

아냐, 난 괜찮아
괜찮아

이거 아주 맛있어
먹을래?

아뇨

 

내일 오프닝 공연
할 수 있겠어요?

그래

 

걱정은 돼

 

프리뷰가 재앙이었잖아
별일이 다 있었고

 

성난 불이랑 성난 거시기…
난 무일푼이고

잠을 전혀 못 자

그리고
이 연극이 뭐랄까 마치…

내가 살아온 기형적인 삶의
축소판 같은 느낌이야

아주 작은 망치로
끊임없이

 

거시기 두쪽을 얻어맞는
그런 느낌

 

미안해
질문이 뭐였지?

됐어요

 

오늘 공연
나쁘지 않았어요

 

- 알아
- 좀 이상했지만 멋있었죠

- 그래?
- 관객들도 좋아했고요

 

근데 뭐하니?
숙제?

아뇨

재활원에서 하던 거예요

그래?
뭔데?

이 두루마리는
지구가 존재한 60억 년을 상징해요

각각의 마디가
천년쯤인 거죠

그리고 이만큼이
인간이 존재한 시간이에요

 

15만 년

 

우리의 근심, 걱정이
얼마나 덧없는지 일깨우는 거죠

 

난 형편없는 아빠였지?

 

아뇨, 아빠는…

 

그냥 그랬어요

 

그래
그냥 그런 아빠였지

 

난 정말…

아빠?

 

이런, 미안하다

방금 아빠가
인류를 몰살시켰어요

 

그러네
미안하다

 

아빠가 트위터에서
화제가 됐어요

정말?

 

다른 사람보단
내가 보여주는 게 낫겠죠

 

1시간도 안 돼서
35만 명이 봤어요

 

염병할

 

안 믿기겠지만
이런 관심도 힘이죠

 

저길 봐
리건 톰슨이야

보라고

지난 2시간 동안
130만 명이 봤어요

버드맨으로 유명한
리건 톰슨이죠

한잔 더 줘요

 

알았어요

용기가 참
대단하네요

 

- 거긴 작지만…
- 이런!

일 구하려고
저렇게까지 해야 돼요?

왜 배우들은
저런 방법을 쓰죠?

 

미스 디킨슨한테
갖다 드려

네, 잠깐만요

 

내가 계산하죠
친구라서요

 

네, 알았어요

고마워요

 

이거

망할 버드맨 수트를 입기
20년 전에 받은 거요

관심 없어요

 

난 그냥…

 

내일 공연에 오기 전에…

상관없어요

 

당신 연극을
박살낼 거니까

 

보지도 않았잖아요
내가 잘못한 거 있어요?

네, 있죠

다른 좋은 공연이 올라갈
무대를 차지했으니까

 

그렇군요

하지만 작품이
어떤지 모르잖아요

네, 기사를 읽거나
프리뷰를 보진 않았지만

내일 오프닝 끝나면

사상 최악의
악평을 쓸 거예요

 

그럼 당신 공연은
막 내리겠죠

 

이유 알고 싶어요?

 

난 당신이 싫어요
당신이란 존재의 모든 게

 

거만하고 이기적인
응석받이 같거든요

 

예술을 한다면서
배울 노력도 안 하고

준비도 안 돼있죠

댁들은 만화나 포르노로
상을 나눠 갖고

주말에 벌어들인 돈으로
성공을 측정하죠

 

연극 무대는
달라요

당신 같은 사람이
작가, 감독, 배우인 척

꼴값 떠는 꼴을
난 못 봐주겠네요

 

공연 잘해요

 

살면서 어떤 일을 겪어야
비평가가 되죠?

 

지금 쓰는 거
비평이에요?

좋은 평?

나쁜 평?
공연을 보긴 했어요?

- 경찰 부르겠어요
- 웃기시네, 읽어보자고

‘미숙하다’
낙인을 찍었네

 

‘흐리멍텅하다’
이것도 낙인이고

‘여백에 긁적임’?
무슨 헛소린지 모르겠구먼

다 똑같잖아
멋대로 낙인을 찍어놨어

자신이 너무 게으르다고
생각하지 않아?

게을러빠진…

이게 뭔지 알아?
이게 뭔지 알기나 해?

모를거야
왠지 알아?

낙인을 찍지 않고는
이게 뭔지를 보지 못하니까

머릿속의 잡음을
지식이라고 착각하면서

- 끝났어요?
- 아니

테크닉이나
구성 얘긴 없잖아

작품의 의도나…
그저 한심한 비교를 통해

한심한 의견을
나열해놓은 거지

이런 글 몇 줄 써봐야
당신한텐

아무 해가 안 되겠지

 

잃을 게 아무것도,
아무것도 없다고

근데 난
염병할 배우고

 

이 연극에
모든 걸 걸었어

 

제안 하나 할까?
이걸로…

사악하고 비겁하게

쓰레기 비평을
끄적거려놓은 이 종이로

당신의 쭈글쭈글한
밑이나 닦아

 

당신은 배우가 아녜요
연예인에 불과하죠

 

난 당신 연극을
죽일 거예요

 

내일

 

그리고 내일

 

그리고 또 내일

 

정해진 시간의

 

마지막 음절까지

 

하루하루

 

살금살금

 

기어서 가고

 

그리고

 

우리의 모든
과거의 일들은

 

바보들이

 

허망한…

 

위스키 한병 줘요

죽음으로 가는 길을
비추어왔다

 

꺼져라, 꺼져라

 

6달러 50센트예요

6달러 50센트요

 

여기, 얼만지
모르겠지만 받아요

 

잔돈은…

 

인생이란 걸어다니는
그림자일 뿐

 

뽐내고

 

떠들어대지만

 

시간이 지나면
말없이 사라져버리는

 

가련한 배우에

 

불과하다

 

인생이란

 

아무런 의미도 없는

 

헛소리와 분노로
가득한

 

바보의
이야기일 뿐이다

 

어때요?
내가 오버했어요?

 

너무 몰입해서
격해졌어요

너무 나갔군요
연기에 너무 몰입해서…

오버였어요
너무 지나쳤다고요

 

맙소사
완전 거지 꼴이구먼

 

넌 취하면
그런 저능아 표정이 나오지

 

일어나, 어서

 

날이 아주 화창해

 

타임지 따위 잊어버려
아무도 읽지 않는다고

 

어서
벌떡 일어나

 

명배우가 아니면 어때?
넌 그 이상이야

다른 연극 배우들보다
뛰어나다고

넌 무비스타야

세상 모두가 알아주잖아
모르겠어?

평생 번 돈과
인기는 날려버렸지만

괜찮아

신경 끊어

굵직한 영화로
화려하게 컴백하면 돼

그 얌체 같은 수염을 밀고
얼굴도 뜯어고쳐

60이면 아직 한창이야
개자식아

넌 오리지널이야
다른 광대들의 길을 닦아줬지

염세적이고 파괴적인
영화를 찍어

‘버드맨: 피닉스의 부활’

여드름 투성이 애들이
질질 쌀 거야

전세계 10억 달러는 거뜬해
넌 위대한 배우야

따분하고 비참한 일상에서
사람들을 구해주잖아

사람들이 놀라고 웃고
지리게 만들지

네가 할 일은 그저…

 

바로 그거야

크고 시끄럽고 빠르게
펑펑 터뜨려

사람들의 눈을 보라고
반짝거리잖아

이런 걸 좋아하지
피와 액션을 좋아한다고

말 많고 우울한 철학 따위엔
관심이 없어

 

그래

네가
다시 괴성을 지를 땐

 

수백만 명의
고막이 터져버릴거야

 

넌, 전세계 수천 개의
스크린에서 상영되는

블록버스터에서
빛을 발할거야

 

넌 신이야

 

봤지?
바로 그거야, 개자식아

너한텐 중력도
적용되질 않아

우리가 끝났다고 생각한
사람들의 표정을 보라고

잘 들어

다시 한번 사람들한테
보여주는 거야

우리 방식으로 아주 멋지게
종지부를 찍는거지

화염, 희생

 

이카루스

 

넌 할 수 있어

들었어?

 

너는…

버드맨!

 

진짜 뛰어내리려고요?
아님 촬영하는 거예요?

 

촬영이요

 

당신네 배우들
다 짜증나!

 

이봐요
도움 필요해요?

 

조심해요

얘기할 시간 없어
늦었어

 

음악 큐!

 

괜찮아요?

 

누구 불러줄까요?

 

어디로 갈지
알아요?

 

그래

 

어디로 갈지 알아

 

봤지?

 

네가 있을 곳은
바로 여기야

 

세상 모두의 위

 

레이먼드 카버의 ‘사랑에 대해 말할 때
우리들이 하는 이야기’

 

- 음악 끊어
- 뭐라고요?

 

손님!
요금 안 냈잖아요

당신 뭐요?
어디 가요?

요금을 안 냈어요
미친 놈이라고요

 

- 나쁘지 않지?
- 전혀

꽤 괜찮던걸

브로드웨이 연극까지
잘할 줄은 몰랐어

 

예상 밖이야

2막도 괜찮으면…

정말 장엄하더라

리건 톰슨을 말할 때
우린 무슨 이야길 하지?

휴식 시간이
얼마나 되죠?

버드맨이
연기도 잘하네

 

인사하러 왔어

사람들 반응이 아주 좋아
당신 연기 진짜 좋더라

마지막 장면
준비하세요, 리건

- 나가줄까?
- 아냐, 좀 앉아있어

장미들이 참 많네

- 난 장미 싫어해
- 당신 장미 싫어하잖아

 

당신 괜찮아?
뭐랄까…

 

글쎄, 평소하고 달라
너무 차분해

 

차분해지네

 

기분도 좋고

 

가끔 내게 말을 거는
목소리가 있어

진실을 말해주지

위로가 돼

 

무섭기도 하지만
위로가 돼

 

- 그 말, 못 들은 걸로 할게
- 알았어

 

엄청나게 많이 왔어
표값으로 500달러 낸 사람도 있대

 

정말?

 

웃긴 얘기 해줄까?

 

우리 마지막
결혼기념일 파티 기억나?

- 이 순간을 망치고 싶어?
- 기억나?

- 다른 여자랑 잤잖아
- 그 부분은 건너뛰어

기꺼이!

당신이 손님들을 쫓아내고
가구를 창밖으로 내던졌지

- 기억나
- 욕실에 틀어박혀서…

그 얘긴 왜?

하루는

 

말리부에 갔었어

 

백사장에 앉아서
바다를 바라봤지

리건

그러곤 물속으로

걸어 들어갔어

 

빠져 죽으려고

 

물이 가슴쯤 찼을 때
처음 물렸어

등이 달궈진 후라이팬으로
데인 듯이 따가웠지

순식간에 가슴이랑
다리에 달라붙더라

 

물속에 우글대던
해파리들이

 

날 물어뜯은 거야

간신히
백사장으로 나와선

미친놈처럼
모래 위를 뒹굴었어

 

울면서…

 

햇볕에 탄 거랬잖아

 

그랬지
당신은 믿었고

 

솔직히
관심 없었어

 

당신을 사랑해

 

- 샘도 사랑하고
- 알아

 

걔 태어나는 순간을
찍지 말았어야 했어

왜?

왜냐면…

 

그 순간을 놓쳤거든

기억이 안나
그냥 함께했었어야 했는데

알지?

 

우리 셋이…

 

근데 못 그랬어

난, 내 삶 속에
없었어

앞으로도 없을 테고

- 당신한텐 샘이 있잖아
- 아니, 걘 나한테…

아냐, 그앤 그저…

알아, 이해해
곁에 아빠가 필요한데

알몸으로
시내를 뛰어다니는

놈팡이만 있지
내 자신이 정말 한심해

그것보다 더
한심한 것도 많아

- 뭐?
- 이 수염

 

리건, 모텔 장면 들어갔어요
빨리 오세요

모두 자기 자리로
가세요

 

당신은
객석으로 돌아가

 

작은 표범 20마리가
큰 사자 2마리를 비웃었다

작은 표범 20마리가
큰 사자 2마리를 비웃었다

작은 표범 20마리가
큰 사자 2마리를 비웃었다

 

잘하세요, 톰슨씨

 

피 주머니
달아줄게요

 

리건!

 

테리!

 

테리!

 

에디!
어떻게 알고 왔어요?

왜지?
이유를 말해줘

- 닥쳐!
- 에디, 제발!

 

난 왜 이렇지?

난 왜 항상
사랑을 구걸해야 돼?

에디, 제발
그 총 나한테 줘요

익사하는 것 같았어요
더는 도저히…

당신은 사랑 받을
자격 충분해요, 에디

 

난 당신이 원하는
남자가 되고 싶었어

매일 다른 남자가 되려고
애쓰면서 산다고

총 내려놔
테리는 당신을 사랑 안해

 

날 사랑하지 않아?

- 네
- 앞으로도 절대 안 할거고?

 

미안해요

 

난 존재하지 않아

 

난 여기 없다고

 

난 여기 없어

 

빵!

 

빵!

 

깨어났어요?

막 깼어요

 

죽는 줄
알았잖아요

 

어떻게 된 거죠?

 

공연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당신 눈빛이
개구쟁이처럼 변하더니…

제정신이에요?
리건은…

좋아서 그래요
내 절친이 멀쩡히 살아있고

 

헤드라인도
장식했으니까

- 그게 뭐야?
- 말도 안돼요

 

읽어봐요

믿기질 않네
‘예기치 않은 무지의 미덕’

읽어요

- ‘타비사 디킨슨 씀’
- 크게 읽어요

 

‘톰슨은 자신도 모르게
새로운 예술 분야를 개척했다’

‘초사실주의’

‘그는 무대에서 실제적이고
상징적인 피를 흘렸고’

‘그가 흘린 진짜 피는’

‘미국 연극계의 동맥에서
사라져버린 피였다’

 

이 비평이 좋아요?

좋냐고요?
완전 째지는걸요

이제 리건은 살아있는
전설이 될 거라고요

총에 맞아
코가 날아갔어요

새 코를 달았잖아요
맘에 안 들면 바꾸면 되고

 

멕 라이언의
성형의사 쓰죠 뭐

사람들이 리건을 위해
촛불도 밝혔어요, TV 켜봐요

 

전국민이 기도한다잖아요
당신이 해냈어요!

 

난 다시 태어났어요
미래가 보인다고요

이 연극은 영원할 거예요
런던, 파리에서 공연하고

영화사랑 출판사에서도
연락 올 거예요

- 미래가 보인다고요?
- 네, 보여요

 

이거는요?
맞는 것도 보였어요?

 

왜 아무 말도 않죠?

 

이걸 원했잖아요?

 

원한 대로 됐잖아요

 

그래

내가 원했던 게
이거지

잘 들어요, 총기 사용 혐의로
기소될 거예요

누가 물어보면
사고였다고 해요

그런 거였어?

 

- 사고?
- 사고였죠

 

진짜 죽을
생각이었어요?

개자식들, 여긴 병원이야
당장 나가!

여긴 병원이라고!

 

꺼져, 개자식들아!

나가!
이건 어디까지나 사적인 일이야!

 

샘, 아버지가 자살하려던 날
기분 어땠어요?

 

라일락이네

 

지금 웃어요?

뭐가 웃겨요?

 

냄새를 못 맡겠어

 

- 뭐해?
- 아빠 트위터에 올리려고요

- 내게 트위터가 있어?
- 내가 오늘 만들었죠

 

- 어디 봐
- 안돼요, 모습이 끔찍해요

- 그래, 참 고맙다
- 농담이에요

아뇨
진짜 끔찍해 보여요

 

하루도 안 됐는데
팔로워가 8만 명이에요

- 그래?
- 겁 좀 줘야겠어요

- 보여줘
- 벌써 올렸어요

 

꽃 담을
화병 가져올게요

 

잘 있어
그리고 엿 먹어

 

아빠?

 

아빠?

 

아빠?

 

번역: 박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