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 전선 이상 없다 (All Quiet On The Western Front, 1930) CD2

어떻게 할지 알려줘?

 

큰 전쟁이 터지면

 

- 넓은 들판에 밧줄을 치고...
- 표를 팔아?

 

맞아, 그리고...

 

그 날이 오면

 

왕과 내각, 장군들을 잡아서

 

속옷만 남기고 다 벗겨서

 

몽둥이로 패주는 거야

 

강한 나라가 이기는 거지

 

캣이 다 마무리했으니까
케머릭 보러 가자

 

- 재밌을 거야
- 기운 좀 돋궈주자

 

내일 행군해야 하니까
제 시간에 돌아와

 

잊지 말고

 

- 알았어요
- 안부 전해줘

 

여기야

 

- 케머릭, 좀 어때?
- 괜찮아?

 

몸은 어때?
잘 돌봐주고 있니?

 

잘 대해줘? 프란츠?

 

도둑놈들이야

 

날강도라구

 

내 시계 훔쳐갔어

 

그렇게 좋은 시계
차고 다니지 말랬잖아

 

- 마취 됐을 때 가져갔어
- 프란츠, 돌려 받으면 돼

 

괜찮니?

 

- 내 손을 봐
-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그래

 

- 잘 먹으면 건강해질 거야
- 아냐

 

잘 먹어야 해
그래야 빨리 낫지

 

발이 너무 아파

 

발가락 마디마디가 쑤셔

 

어떻게 발이 아프냐?
다리가...

 

무슨 말인지 알아

 

안다구

 

내 다리를 잘랐어

 

왜 말을 안 한 거지?
왜?

 

- 프란츠, 프란츠!
- 이젠 걷지도 못하잖아

 

이나마 살아난 걸
감사해야지

 

산림감독관이 되고 싶었어

 

지금도 될 수 있어
인공 다리가 있잖아

 

넌 이겨낼 수 있어
집에 갈 수 있다구

 

네 짐 가져왔어

 

침대 밑에 넣어둬

 

근사해

 

가죽 좀 봐

 

정말 편해

 

혹시 말야...

 

이거 안 신을 거면
우리한테 안 줄래?

 

너한테 소용없잖아
내가 신을게

 

내 군화는 자꾸
물집이 생겨서...

 

우린 그만 갈게

 

가지 마
조금만 더 있어줘

 

- 금방 올게
- 또 올게, 프란츠

 

- 좋아질 거야
- 안녕

 

- 잘 가
- 잘 있어, 프란츠

 

괜찮을까?

 

- 글쎄...
- 그만해

 

너희들 먼저 가
이따 보자

 

먼저 갈게, 폴

 

미안해, 폴

 

프란츠가 쓸 거면
손도 안 댔을 거야

 

걔만 무사하면 난 맨발로
철조망을 건널 거야

 

그렇지만 병원에서
군화를 챙기면 아깝잖아

 

네 맘 알아, 뮬러
우리도 같은 생각이야

 

좋은 군화 구하기도 힘들고...

 

의사 좀 불러줘

 

옆 침대 환자가
선생님을 찾아요

 

모든 조치를 취했네
더는 어떻게 할 수가 없어

 

가엾은 친구 같으니...

 

다음에 봐주시겠대

 

살 수 있을까?

 

물론이지

 

- 정말 그렇게 생각해?
- 그럼, 수술도 이겨냈잖아

 

아냐

 

프란츠, 그런 소리 마
다시 건강해질 거야

 

너보다 더한 환자도
다 나았어

 

클로스터버그의

 

요양소로 가게 될 거야

 

창 밖을 바라보면

 

지평선으로 나무가 보이고...

 

옥수수가 익어가는 1년 중
가장 아름다운 시기지

 

혼자서도 얼마든지
나갈 수 있어

 

피아노도 칠 수 있고

 

프란츠, 우선 좀 자

 

신이시여

 

이 친구는
프란츠 케머릭이에요

 

19살밖에 안 먹었어요

 

죽음을 원치 않아요

 

제발 살려주세요

 

 

- 폴
- 프란츠

 

내 군화 뮬러한테 줘

 

아냐, 프란츠...

 

그리고...

 

내 시계를 찾으면
집으로 보내줘

 

프란츠!

 

선생님, 의사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의사 어디 있어?

 

왜 의사가 없는 거야?

 

- 선생님, 케머릭이 죽어 가요
- 누구지?

 

- 다리 절단 환자요
- 오늘만도 수십 명 잘랐어

 

- 26번 침대요
- 자네가 봐. 난 수술실에 가볼게

 

새벽부터 계속 수술이야

 

오늘만 16명이 죽었어
네 친구가 17번째야

 

아침까지 20명은 될 걸

 

좋아보여
오늘은 특히

 

- 어딜 그렇게 뛰어가?
- 군화를 훔쳤나?

 

알았어요, 캣

 

등차 급수의 합계는

 

S=A+L*N 나누기 2

 

- 재밌지 않아요?
- 그런 걸 왜 배워?

 

총알만 피할 수 있으면
다른 건 다 필요 없어

 

재밌잖아요

 

군화다!

 

뮬러

 

프란츠가 죽는 걸 봤어

 

죽는다는 게 어떤 건지
전엔 몰랐어

 

그리곤 밖으로 나왔는데...

 

살아있다는 게 너무 기뻐서
걸음을 재촉했어

 

그런데 이상한 생각이 들더라구

 

마치 들판에 있는 듯한...

 

그런 기분

 

여자 생각도 나고

 

마치...

 

전기가 내 몸을 뚫고
지나간 듯 했어

 

그래서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지

 

병사들이 웃는 소리를 들으면서

 

뛰고 또 뛰었어

 

숨이 가쁘게 느껴졌어

 

근데 지금... 배가 고파

 

아무래도 좋아. 이런 군화를 신고
가면 날아갈 것 같아

 

아주 기막힌 생각이야

 

이 잡으면 바로 여기다
집어넣어, 보라구

 

태워 죽이면 돼

 

- 상황이 어때, 심각해?
- 추수하기 힘들었을 거야

 

체리나무를 보고 맛이 가더라구
겨우 끌어냈어

 

너무나... 근사했어

 

고향에 체리 나무
과수원이 있어

 

꽃이 활짝 피면

 

쫙 펴놓은 이불처럼...

 

새하얗지

 

- 곧 갈 수 있을 거야
- 농부로 돌아가면 돼요

 

여자 혼자선 농장을
이끌어갈 수가 없어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안 돼

 

또 수확의 계절이야

 

왜 저래?

 

어제 부인 편지를 받고
농장으로 가고 싶어서 저래

 

누군들 안 가고 싶나?

 

갑자기 전쟁이 끝나면
어떻게 되지?

 

술 마시고 여자들
찾아 다니겠지

 

난 양말대님을 신어줄

 

신데렐라를 찾아야지

 

그 뒤엔 한동안 난
못 볼 줄 알아

 

난 탄광으로 가겠어

 

맥주 파티나 벌여야지

 

탄광일보다 끔찍한 게 있어

 

봐, 우리 가족이야

 

얘기 꺼낸 놈
엉덩이를 갈겨줄 거야

 

세 분은 돌아갈 곳이나 있죠

 

처자식에, 일도 있고...

 

우린 뭐죠?
우린 어디로 돌아가요?

 

- 학교?
- 왜, 배울 게 남았나?

 

학교에서 가르치는
헛소리나 듣고 있으려고?

 

3년 동안 포화가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살아남았어

 

- 쉽게 적응이 되겠나?
- 정작 필요한 건 못 배웠어요

 

바람 불 때 담뱃불 붙이는 법이나
젖은 나무로 불 피우는 법...

 

갈빗대 말고 복부를 찔러
죽이는 법...

 

무슨 일이 더 생기겠어?

 

내가 말해주지
우리 반으로 들어와

 

20명 중엔 세 명이 장교인데

 

아홉은 죽었고

 

뮬러와 세 병사가 부상당했고

 

하나는 정신병원에 있지

 

우리도 언젠가는 죽어
다 잊어버리자구

 

어서, 들어가!

 

히믈스토스!

 

왜 그래?

 

- 미쳤어?
- 히믈스토스야

 

히믈스토스?
역시 정의는 살아있군

 

이런 이런...
여기 다 모여 있었나?

 

- 우리가 좀더 오래 있었죠
- 왜 친한 척하고 그래?

 

일어나서 똑바로 서라!

 

- 아저씨나 똑바로 서요
- 누구야?

 

누가 루덴도르프 장군한테
의자 하나 갖다주지?

 

상관으로서 명령한다!

 

- 군법을 받고 싶나?
- 그래요!

 

오늘밤 대대적인 공격이
있는데 제발 나 좀 빼줘요

 

명령에 복종해라!

 

놀고 있네

 

여기선 경례 따위 안 붙여요
내 말 똑똑히 들어요

 

전에 점령하려다 실패했던
도시를 공격할 거예요

 

사상자가 엄청났죠
진짜 재밌었어요

 

이번엔 아저씨도 같이 가요

 

죽기 전에 총알을
막을 수만 있다면...

 

아저씨한테 달려가서
똑바로 서서 경례를 붙이죠

 

'히믈스토스 하사관님'이라고!

 

두고보자

 

또 시작이네

 

정확하군

 

다들 준비하자구

 

다쳤어, 다쳤다구!

 

살짝 긁힌 거잖아
일어나서 달려가!

 

- 일어나
- 싫어, 싫어!

 

쥐새끼 같은 놈

 

빌어먹을 자식
너만 살겠다고?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진격해!

 

- 나와!
- 진격하라고...

 

진격하래!

 

진격!

 

진격, 진격하라!

 

진격!

 

진격하라!

 

반격이야

 

도와줄게요

 

도와줄게요

 

그만해!

 

더 이상 못 참아
듣기 싫어!

 

왜 안 죽어?
어차피 죽을 거잖아!

 

안 돼...

 

안 돼, 죽으면 안 돼

 

당신은 안 죽어요
부상을 입은 것 뿐예요

 

집으로 갈 수 있어요
괜찮을 거예요

 

집에 가게 될 거예요

 

난 도망갈 수 없었어
그래서 이렇게 된 거야

 

널 죽이고 싶지 않았어
살리려고 했어

 

또 여기로 뛰어들면
이러지 않았을 거야

 

네가 뛰어들었을 때
적군이라 무서웠어

 

너도 인간일 뿐인데
내가 널 죽였어

 

용서해줘, 동료

 

용서한다고 말해줘

 

안 돼, 죽어버렸잖아

 

넌 나보다 나아
넌 죽었어

 

이제 넌 평화로워

 

신이시여, 저들은
우리한테 왜 이런 거죠?

 

우린 살고 싶었을 뿐예요

 

왜 이런 곳에서
서로 싸우게 하는 거죠?

 

이 총과 군복을 버리면

 

너도 캣, 알버트 같은
동료가 됐을 거야

 

날 용서해줘
무슨 짓이든 할게

 

부모님한테 편지 써줄게

 

부인한테 편지 쓸게

 

걱정 마
부인을 도와주겠어

 

부인도, 부모님도 도와줄게

 

용서만 해줘, 용서해줘

 

제발 용서해줘

 

용서해줘

 

어제 끔찍한 일이 있었어요

 

내 손으로 어떤 남자를 찔렀어요

 

그 기분 알아
처음이라 그래

 

신경쓰지 마
부상병을 찾아올 거야

 

- 죽었어요, 내가 봤어요
- 너도 어쩔 수 없었을 거야

 

우린 사람을 죽여야 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그러려고 여기 온 거잖아
저길 봐

 

명중이야

 

공중으로 붕 뜨는군

 

벌써 몇 놈 째인지 몰라

 

사람을 죽이면
훈장을 받게 될 거라구

 

쓸데없는 생각 말고 자

 

그 사람하고 너무 오래
있어서 그런 걸까요?

 

그래

 

전쟁은 전쟁일 뿐이에요

 

행진, 앞으로!

 

앞으로 가!

 

행진!

 

정지!

 

해산하라

 

비임관 장교들, 사병들

 

해산이다!

 

빨리 나가자

 

- 소시지 줘요
- 두 개

 

맥주요

 

하나, 둘, 셋!

 

이리 줘, 맥주

 

저리 가!

 

맥주 한 잔

 

맥주 달란 말야...

 

코가 삐뚤어지게 마셔보자

 

좋지

 

여자들이 이렇다는 것도
잊고 지냈어

 

다 이렇진 않지

 

작고 귀여운 신발 좀 봐

 

몇 걸음 걷지도 못할 거야

 

폴, 행진 얘기 좀 그만해
아가씨가 싫어하잖아

 

죄송합니다

 

- 몇 살일까?
- 22살쯤

 

안 돼, 우리보다 많잖아

 

그럼... 17살

 

이런 여자면...

 

훌륭해, 그렇지?

 

남자친구가 있잖아

 

- 목욕하러 가자, 옷도 빨고
- 그래

 

어디라도 찾아갈 수 있겠어

 

잠깐, 너무 멀잖아

 

날짜를 봐, 1917년 5월

 

- 넉 달 전이야
- 정말

 

아가씨를 위해

 

세상 모든 여자를 위해

 

알버트

 

- 목욕하러 가자
- 그래

 

난 큰 게 좋더라

 

우리까지 수준 낮아지는군

 

목욕하러 가야지

 

- 목욕?
- 뭐하러?

 

몰라도 돼요

 

물이 너무 차가워
못 해 먹겠어

 

아름다운 눈을 생각하라구

 

머릿결도

 

- 우리도 왔어
- 우리만 빼놓으려고?
- 저리 가

 

- 뭐하는 거야?
- 목욕

 

매주 목욕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더라구

 

여자다!

 

아가씨들, 수영할래요?

 

아가씨들!

 

아가씨...

 

안 돼, 가지 말아요

 

안 돼

 

- 가지 말아요
- 돌아와요

 

먹을 거예요, 먹을 거!

 

서라!
강을 건너면 안 돼!

 

강을 건넜다간
불상사가 생길 거다

 

- 뭐라는 거야?
- 밤에 건너오래, 기다린다고

 

- 좋았어
- 저 금발 나한테 꽂혔어

 

- 우린 넷인데 여잔 셋이잖아
- 내가 쟤들 붙잡았어

 

금발은 내 거야
나머지는 알아서 나눠가져

 

싸우지 말아요
다 뜻대로 될 거니까

 

무슨 소리야?
어떻게 할 건데?

 

두고 보면 알아요
이따 봐요

 

빠이

 

- 나에요,금발
- 친구! 친구!

 

문으로 오래

 

수수하고 편해, 딱 맞아

 

역시 옷이 날개야
너무 잘 어울리는데

 

고마워요

 

한 잔 더 해, 친구

 

오늘 자네 생일이야
내 생일이야?

 

왜?

 

자네가 두 시간째 계속
술을 사고 있잖아

 

근데 이유를 모르겠어

 

왜냐고?

 

왜더라?

 

애들이...

 

자네를 기쁘게 해주랬어

 

착하기도 하지

 

그래

 

이해할 거래

 

속았어!

 

그럼, 확실히 속았지

 

혼내줄 거야

 

한 방 더!

 

시끄러워

 

수잔느
당신을 알지 못했지만

 

앞으로 영원히
당신을 기억할 거야

 

영원히...

 

우리가 만나는 현실은
엄청나게 달라

 

내 말이 그 말이야

 

전쟁과 공포, 두려움이

 

너무나 멀리 느껴져

 

기적처럼...

 

믿어지지가 않아

 

가엾기도 하지...
가엾어...

 

 

간다, 폴

 

저것 봐
새 관이 왔네, 우리 거야

 

저걸 보니 기운이 넘치는군

 

속도 깊지
차덴도 머지 않았어

 

배신자들하고는
말도 하기 싫지만

 

- 난 관에 안 들어가
- 그럴까?

 

방수 이불 하나 넣어달라고

 

조르지나 말라구

 

옆구리 아파

 

옆구리가...

 

카톨릭 병원이야, 알버트

 

음식도 좋고
치료도 잘 해준대

 

- 우린 운이 좋아
- 죽어라 비만 맞고

 

온종일 기차 타고 왔으니
운이 좋아야지

 

난 하마커야

 

그래, 내 이름이라구

 

머리에 금이 갔는데
증명서를 써주더라고

 

'조셉 하마커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지지 못한다'

 

그 뒤로 이 몸은
신나게 즐기고 있다 이거지

 

자네들도 심각한 상태가
아니길 바라겠어

 

환자들이 죄다 죽어버려서
친해질 틈이 없어

 

우린 친해질 거예요
틀림없어요

 

고마워, 자네도

 

죄송하지만
그만 가보세요

 

그래요

 

잘 봐

 

옷을 가져가면 마지막이야

 

- 임종실로 가는 거야
- 임종실요?

 

죽을 때가 되면 다른 환자를
위해 비켜주는 거지

 

건물 구석에 작은 방이 있어

 

시체실 바로 옆에!

 

얼마나 편해
시간을 절약해 주잖아

 

나으면요?

 

임종실로 가는 환자들을
많이 봤지만

 

아무도 안 돌아왔어

 

수녀님

 

수녀님...

 

- 네가 벨 울렸어, 폴?
- 응

 

- 무슨 일이야?
- 피를 흘렸나 봐요

 

붕대가 축축해요
종을 울려도 아무도 안 와요

 

- 피가 흐르나봐요
- 살균제하고 얼음 좀 갖다줘요

 

- 왜 절 안 불렀죠?
- 계속 종을 울렸대요

 

아무도 못 걷잖아요

 

- 수녀님, 심각해요?
- 아뇨, 괜찮을 겁니다

 

아직 늦지 않았어요

 

뭡니까?
뭐하는 거예요?

 

붕대를 갈아드릴게요

 

어디로 데려가는 거예요?

 

치료실로요

 

싫어, 안 갈 거야
여기 있을래요! 폴, 폴!

 

- 괜찮아요
- 임종실로 안 갈 거야!

 

- 치료실로 가는 거예요
- 옷은 왜 가져가요?

 

거짓말하는 거잖아
돌아올 거야, 난 안 죽어!

 

돌아올 거야, 안 죽어

 

돌아올 거야, 안 죽어

 

안 죽어!

 

수녀님, 그 친군 어때요?

 

가엾게도...
다리를 절단했어요

 

폴, 폴...

 

 

그 친구는...

 

갔어

 

갔다구요?

 

안녕
잘 돌아왔어, 알버트

 

- 좀 어때?
- 괜찮아요

 

근데 너무 아파요

 

다리가...

 

하마커, 내 다리 잘랐어요?

 

천만에
자네 다리가 몇 개야, 두 개?

 

아직 그대로 있네
하나, 둘!

 

장난치지 말고 솔직히
말해줘요

 

아니라니까
아주 좋아 보여

 

보라구

 

- 다리 병신 되기 싫어요
- 괜찮아...

 

- 이러고 어떻게 살아요?
- 진정해

 

- 죽어버릴 거야
- 알버트!

 

- 죽어버릴 거야
- 괜찮아

 

알버트, 알버트!

 

알버트, 나 돌아왔어

 

돌아온다고 했지?
봐, 내가 돌아왔어

 

- 폴, 폴!
- 거긴 싫어요, 여기 있을래요

 

폴, 정말 반가워

 

하마커, 나 돌아왔어요

 

- 이런 경우는 처음이군
- 알버트, 빨리 나아

 

우리 고향으로 돌아가자

 

- 이젠 걱정 없어
- 그래, 폴

 

이젠 괜찮아...

 

폴! 폴!

 

 

- 왜 그래, 폴?
- 아무것도 아냐

 

아무것도...

 

 

손수건 좀 줘

 

- 엄마?
- 여기 있다, 폴, 여기야!

 

아프셔

 

- 다쳤니?
- 아뇨, 휴가 받았어요

 

이렇게 좋은 날 눈물이라니

 

안나, 블랙베리 병 좀 가져와

 

지금도 좋아하지?

 

네, 엄마
한동안 못 먹어봤어요

 

기다리고 있었어

 

- 감자케이크 만들고 있어
- 태우지 마

 

폴, 앉거라

 

옆에...

 

내 아들...

 

내 새끼...

 

깜빡했는데
엄마 줄 선물 있어요

 

보세요, 엄마
빵하고 소시지, 쌀이에요

 

너도 못 먹었을 텐데

 

아빠한테 가서
오빠 집에 왔다고 할까요?

 

- 스토브는 오빠가 보면 되죠
- 내가 일어나마

 

폴, 이제 군인이 다 됐구나

 

네가 너무 낯설어

 

군복 벗을게요

 

옷 갖다줄게
옷장에 그대로 있어

 

정말 온 거니?

 

설마...

 

사라져버리는 건 아니지?

 

네, 여기 있잖아요

 

다 그대로야

 

- 이거 잡았을 때 생각나
- 그래

 

오빠가 뺏어갔잖아

 

그랬지

 

여긴 전선은 아니지만

 

군인을 환영할 줄은 알지

 

내 아들을 위해!

 

- 건배
- 건배

 

자네를 알게 돼서 기쁘네
정말 기뻐

 

그곳 상황은 어떤가?
끔찍하지?

 

하지만 계속해야 하네

 

적어도 거긴 좋은 음식이
나오지 않나?

 

여긴 심각해
아주 심각하지

 

병사들에게 최고의 것을
주자는 게 우리의 모토라네

 

병사들에게 최고의 것을...

 

하지만 말야

 

프랑스놈들을 혼내줘야 해

 

고향에 오고 싶으면...

 

고향에 오기 전에
해야 할 일을 말해주지

 

거기 좀 펴줘

 

자, 여기가 전선이야

 

달리는 거야, V자 형으로

 

여기가 성 퀜틴, 보라구

 

거의 다 왔어, 그렇지?

 

밀고 나가
놈들을 박살내 버리는 거야

 

모조리 쓸어버리면
평화가 오는 거라구

 

전쟁이 생각처럼 쉽게
되는 게 아닙니다

 

자네가 뭘 알아

 

물론 세세한 건 알겠지

 

하지만 이건 전반적인 거야

 

자네가 판단할 순 없지

 

물론 자넨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어

 

하지만 그걸로
최고의 명예를 얻게 되네

 

모든 병사들에게
철십자 훈장을 줘야 해

 

일단은 적군을 플랑드르로
내몰아야 돼

 

- 프랑스까지 밀어붙여야지
- 맞아

 

아니, 플랑드르는 아냐
어딘지 내가 말해주지

 

- 여기야
- 거긴 적이 너무 많아

 

- 플랑드르라니까!
- 성 퀜틴의 반을 점령했는데

 

뭐하러 그런 짓을 해?

 

플랑드르는 평평한 나라야

 

- 산도 장애물도 없어
- 강이 너무 많아

 

농장에서, 학교에서

 

공장에서...

 

용감하게, 숭고하게
전쟁터를 향해 떠났지

 

조국을 살리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깨달은 거야

 

폴, 잘 있었나?

 

반갑습니다, 교수님

 

딱 맞춰 와줬군, 바우머
딱 맞게 왔어

 

내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지원학생이 왔다

 

바로 앞자리에 앉아있던
학생이지

 

전쟁터에서 1년을 보낸
학생이다

 

독일을 강대국으로 만든
젊은피 중의 하나지

 

이 청년을 봐라
강건한 구리빛 피부를...

 

여러분 모두가
부러워하는 병사다

 

학생들한테 얘기 좀 해줘

 

조국을 지키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 아무 말도 하지 않겠습니다
- 얘기하게, 폴

 

한 마디면 돼, 조국이
얼마나 이들을 필요로 하는지

 

자네가 왜 갔는지
자네에게 어떤 의미인지...

 

못합니다

 

영웅주의와 숭고한 정신을
기억하지 않나?

 

얘기하게

 

너희가 모르는 얘기는
하지 않겠다

 

우린 참호에서 지내며
처절하게 싸운다

 

살아남으려고 애쓰지만
죽는 병사들이 많아

 

그 뿐이다

 

아니, 폴...

 

난 전쟁터에 있었어요
제가 잘 알아요

 

그런 말을 하라는 게
아니네, 폴

 

똑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있군요

 

젊은 영웅들을 하나라도
더 만들어내려고요

 

조국을 위해 죽는 게
아름답고 달콤하다고 생각해요?

 

교수님은 아는 줄 알았죠

 

하지만 첫 포화를 보고
더 많은 걸 배웠어요

 

조국을 위해 죽는 건
추하고 고통스럽다는 걸요

 

조국을 위해 죽느니
살아남는 게 훨씬 나아요

 

조국을 위해 죽어가는 수백만
젊은이들이 다 무슨 소용이죠?

 

폴!

 

지원병들이 얼마나 필요한지
얘기하라면서요?

 

가서 죽으라고 하는 거야

 

가서 죽으라고 그냥
쉽게 말해 버리라구요

 

- 겁쟁이!
- 말은 쉬울 거다

 

너희는 몰라
그만, 학생들!

 

- 미안하네만...
- 그만두세요

 

무슨 말인지 모르실 겁니다

 

이 학급에서 자원한 뒤
꽤 시간이 흘렀죠

 

지금쯤이면 세상이 다
알 거라고 생각했어요

 

어린애들을 보내면
일주일도 못 버티죠

 

오지 말았어야 했어요

 

전선에선 죽느냐 사느냐
그것만이 문제죠

 

학생들을 영원히
속일 순 없을 겁니다

 

그곳에선 죽느냐 사느냐
그것만이 중요해요

 

3년을 견뎌냈어요
4년을요!

 

매일 매일이 1년 같고
100년 같아요

 

우리 몸이 땅이고
우리 생각은 흙이고

 

우린 죽음과 함께 자고
먹습니다

 

그러지 않고선
살아남을 수가 없으니까요

 

휴가를 오지 말았어야 했어
내일 돌아가겠어요

 

4일 더 남았지만 더 못 참아요
내일 돌아가겠어요

 

죄송합니다

 

여기 계시면 감기 걸려요
주무세요

 

잠잘 시간은 많아

 

네가 가면 잘게

 

꼭 내일 가야 하니, 폴?
꼭?

 

네, 엄마
명령이 바뀌었어요

 

두렵지 않니?

 

아뇨

 

너한테 할 말이 있단다, 폴

 

여자들을 조심해라

 

다 소용없어

 

저희 있는 곳엔
여자가 없어요, 엄마

 

전선에선 조심해야 한다

 

네, 그럴게요

 

매일 널 위해 기도하마

 

웬만하면 위험하지 않은
임무를 맡도록 해

 

네, 엄마
주방에 남아 있을게요

 

- 거긴 쉬워요
- 그래라, 남들이 뭐라고 하면...

 

제 걱정은 마세요, 엄마

 

그만 주무시고 저 돌아오기
전에 꼭 건강해지세요

 

새 속옷을 넣어뒀다
가방에 싸놨어

 

따뜻하고 좋을 거야

 

다 울이란다

 

고마워요

 

잘 자라, 아들아

 

주무세요, 엄마

 

엄마도 참...

 

내가 아직 어린애인 줄 아시나?

 

엄마 무릎 베고 울지도
못하는데...

 

- 여기가 2중대인가?
- 네

 

- 이게 전부야?
- 네

 

150명 있었는데
어제 우리만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곧 150명을
채워주겠답니다

 

몇 살이야?

 

16살요

 

소용없어
아무것도 없어

 

톱밥이나 먹어야겠어

 

싫어요, 배고파요
속이 뒤집어진다구요

 

진짜 전쟁이 터지겠군

 

폴, 좀 어때?

 

이렇게 왔잖아요

 

2중대 찾기가 힘들더군요
아무도 모르더라구요

 

찾아와서 다행이야

 

나만 먹을 순 없지

 

전엔 톱밥에 먹을 것도
있었는데 이젠 톱밥 뿐이야

 

농담이 아냐
먹을 게 없어

 

2중대도 옛날 같지 않네요

 

보충병력이 다 저래
어린애들 뿐이야

 

오자마자 죽어버려

 

살아남은 동료도 있겠죠?

 

폴, 날 못 잡아먹어서
난리들이야

 

웨스투스는요?

 

개가 다쳤는데
그거 주우러 갔어

 

- 휴전 얘긴 진짜야?
- 아닌 것 같던데요

 

- 계속 싸우라는 거야?
- 그렇던데요

 

미쳤군!

 

독일군도 곧 바닥날 거야

 

디터링은 어딨어요?

 

향수병이야
체리나무 얘기 기억하지?

 

헤어나기 힘들 거야

 

집에 가서 마누라
도와야 한다고 난리를 피워서

 

후방으로 데려갔는데
그 뒤로 소식을 못 들었어

 

향수병에 걸린 것뿐인데
그렇게 보질 않나 봐

 

캣은 어딨어요?
설마...

 

캣이 없으면
전쟁은 누가 해?

 

그 친구 말 기억나지?
최후는 자기 몫이라고

 

- 어딨어요?
- 먹을 걸 찾으러 갔지

 

- 어디요?
- 3킬로쯤 내려가봐

 

나갔다 올게요

 

캣!

 

폴!

 

반가워, 폴

 

- 다친 데는 어때?
- 이젠 괜찮아요

 

- 뭐 좀 건졌어요?
- 아니, 싹 쓸어갔어

 

앉자구

 

말해봐, 고향은 어때?

 

재밌었나?

 

- 별로요
- 왜 그래?

 

거기 가니까 전 아무
쓸모가 없더라고요

 

다 마찬가지겠지만
너무 오래 있었나봐요

 

학생들이 저더러 겁쟁이래요

 

조국을 위한 봉사보다
죽음이 더 강하다고 했거든요

 

노인들은 파리까지 밀고
가라고 하고요

 

아버지도 군복을 입고
있으라고 하더라고요

 

고향 같지가 않았어요

 

빨리 돌아가서 캣이나
만나야겠다는 생각뿐이었죠

 

저한텐 아저씨뿐이에요

 

나도 가진 게 없어

 

보고 싶었네, 폴

 

적어도 우린 이곳 상황을
알잖아요, 거짓도 없고

 

파리까지 밀고 가라고?

 

그쪽은 어떤지 봐야 해

 

거기선 흰빵을 먹어

 

비행기도 우리보다 훨씬 많아

 

탱크도...

 

근데 우린 뭐가 있어?

 

총도 낡아서
총알이 날아가지도 못해

 

음식도, 탄약도, 장교도 없는데

 

파리까지 밀고가?

 

거기선 그렇게 말한단 말이지

 

그만 가자구

 

어머니한테 거짓말을 했어요

 

심각한 상황도 아니고
우린 숫자도 많다고 했죠

 

아저씨하고 있으니까
그 말이 진짜처럼 느껴져요

 

엎드려!

 

또 못 맞췄어요
일어나요

 

잠깐, 어디가 고장난 것같아

 

- 더 못 걷겠어
- 맞았어요?

 

정강이가 부러진 것 같아

 

심각한 거 아니에요
괜찮아요

 

- 운이 좋았군
- 그럼요, 전쟁도 끝날 거예요

 

아냐

 

내가 죽기 전에
이 전쟁은 안 끝나

 

자...

 

천천히...

 

- 조심해!
- 천천히...

 

조심조심...

 

제가 부축할게요
손잡아요

 

조심조심...

 

됐어요

 

우리도 헤어지겠군

 

다시 만나야죠
전쟁이 끝나면요

 

- 그래
- 주소 적어줘요, 나도 적어줄게요

 

둘 다 죽이려고?

 

다시 만날 거예요, 캣

 

공장에 돼지 한 마리
가져온 날 기억해요?

 

숲에서 폭탄을 피하는 법
가르쳐주던 날도요

 

첫 포화 때 울었죠

 

그 땐 한참 어렸어요

 

다 왔어요...

 

이젠 됐어요, 캣

 

괜히 헛수고했군, 죽었어

 

아뇨, 기절한 거예요
정강이를 맞았어요

 

죽었어

 

급료책인데 가져갈 텐가?

 

- 친척은 아니지?
- 아닙니다

 

이름과 번호를 아나?

 

스타니슬라우스 카진스키
상병, 306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