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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2smi: Daaak
20140804 MON

 

〈코스모폴리스〉

 

결국 ‘들쥐’를 화폐로 썼다
 
- 지그뇌프 허버트의
‘포위된 도시’ 중에서
 

 

어디 가시게요?

 

이발소 가려고

 

대통령 방문 중인데

 

관심 없어!
도심을 가로질러 갈 거야

 

곧 차가 막힐 텐데

 

그런데 말야
어떤 대통령을 말하는 건가?

 

미국 대통령이죠

 

바리케이드도 칠거고
도로도 곧 봉쇄됩니다

 

차나 대기시켜

 

보고해 봐

 

우리 시스템은 완벽해

 

- 호언장담하다가 괜히
- 걱정 마, 테스트 끝났어

 

우리 사이트
해킹할 놈은 없어

 

언제 검사했지?

 

어제 본부에서 움직였어

 

보험사에서도
확인했다고

 

얘기 끝난 거지

 

- 다 안심하라고?
- 물론

 

- 이 자동차도?
- 철통보안 안전 빵이야

 

- 내 차도 안전하다고?
- 그렇다니까

 

너는 처음부터
나와 같은 팀였고

 

처음엔 열정도
대단했는데

 

- 변치 않았겠지?
- 이 차는 안전해

 

우리는 이 바닥 최고야

 

월 스트리트
전설이 됐지

 

공격적인
큰손으로 뜬 거야

 

근데 유명세란 게 웃겨

 

말 한 마디로
쪽박도 차거든

 

- 근데 엉뚱한 게 궁금해
- 또 뭐야?

 

어젯밤 검사 끝나고
이 차 어디 있었어?

 

글쎄…
모르겠는데

 

리무진은
밤에 어디 주차하지?

 

뜬금없는
얘기인 건 알지만

 

나처럼 불면증에
시달리면 이렇게 돼

 

근데 리무진이 낮엔
도시를 헤집고 다니지만

 

밤엔 어디로 가지?

 

왜 그래?

 

뒤죽박죽인
내 기분 알기나 해?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

 

우리 완전 선수야
돈으로 돈을 벌잖아

 

한순간에 돈을 펑펑!

 

근데 만질 수
있는 건 없어!

 

넌 10분마다 1천 개 넘는
자료를 분석해

 

그래프, 통계, 숫자를
갖고 놀잖아

 

정보는 최고야
혈관을 흐르는 피 같아

 

우리에겐 정보력이
생명이지

 

그 힘에 묻어가는
인간도 널렸고

 

다 알겠는데…
이게 뭐지?

 

사무실 두고
왜 차에서 만난 거야?

 

왜 우리가 차에서
만난 거 같나?

 

- 대답할까?
- 뭐를 근거로?

 

근거 같은 건 없어
대충 말하는 거야

 

정확하지 않은
정보로 말할게

 

그럼 넌 나를 비웃겠지

 

머리 자르려고
차를 탄 거야

 

이발사를 사무실로
오라고 하지!

 

아님 차에서
자를 수도 있잖아

 

이발소 몰라?

 

벽에 달력 걸리고
거울도 있어야 돼

 

회전의자에
앉아야 한다고!

 

당신 차는?

 

못 찾았어

 

내가 태워다줄 수도 있고

 

차를 못 찾았다니까
당신은 바쁘고

 

난 택시가 좋아, 길도 익히고
운전사랑 얘기도 하고

 

택시기사는
죽는 소리만 해

 

맞아

 

택시기사가
세상 돌아가는 걸 알지

 

한동안 당신 못 봤군

 

오늘 아침에도
안 보이던데

 

당신 파란 눈이었구나!

 

아침식사는?

 

아직이야

 

잘 됐군, 나도
마침 출출했는데

 

파란 눈이라고
말한 적 없잖아

 

아무 말이나 해봐

 

내 건물옥상에서
헬기 타고 싶어

 

근데 이거 저거
허가받을 게 많네

 

당신 안 먹어?

 

엘리베이터 옆에
사격장도 만들고

 

우리 얘기하자

 

당신과 내 얘기?
그래, 말해봐

 

언제 다시 섹스하지?

 

언젠가 하겠지

 

한동안 안 했잖아

 

나 일할 땐
딴 신경 쓰기 싫어

 

글 쓸 때?

 

그래

 

근데 당신 왜 나를
피해 다녀, 엘리스?

 

난 숨는 게 좋아

 

어릴 때도 그랬어

 

엄만 놀라서
나를 찾으려고

 

하인들과 정원사를
총동원했지

 

내가 물에
녹아버린 줄 알았대

 

당신 엄마 맘에 든다

 

당신 가슴 엄마 닮았어

 

가슴?

 

유두 말이야

 

당신은 어디 가는
중이었어?

 

회의 있어? 사무실?

 

사무실은 어디야?
무슨 일을 하는 거야?

 

하긴 무슨 일인지 알겠다

 

미친 듯이
정보를 모으잖아

 

그 정보로
끔찍한 짓을 하고

 

당신 위험한
사람인 거 알아?

 

미래를 만든다고?

 

본부에서 경고
메시지입니다

 

시내를 가로지르면…

 

한두 번도 아닌데
새삼스럽게 왜 이래?

 

난 멀쩡하다고

 

위험한 건 그 분입니다

 

- 어떤 놈?
- 대통령이요

 

시내를 관통하면
안 됩니다

 

중간에 오도가도
못하게 될 수도 있고

 

대통령 말고도
죽일 놈들 많잖아!

 

다음 블록에 이발소가
두 개 있으니까

 

도심은 가로지르지
마세요

 

위험합니다

 

그래

 

웃는 거 보니
쓴 소리 하겠군

 

위안화 너무 뜬다
우리 베팅 너무 성급했어

 

- 곧 내릴 거야
- 그래, 늘 그랬지

 

- 부정적으로 보지 마
- 순간기록은 안 남지?

 

아니,
검색하면 다 나와

 

시장은 공식대로
가는 게 아냐

 

고정관념을 버려,
정신 차리고 지켜보라고

 

돈 덩치가 너무 커

 

너 왜 웃는지 알지만
위안은 이제 안 올라

 

잘 될 거다

 

너무 큰돈을 끌어왔어

 

공격적 투자는
처음엔 성급해보여

 

에릭, 이러다 알거지 돼!

 

그 성격 유전이냐?

 

아버지 닮아서…
썩은 미소 짓는 거야?

 

그래서 너 정신과
다녔잖아

 

융통성이 있어야지

 

전산 담당 샤이너는?

 

공항 가는 중

 

비행기는 왜
공항에서 뜨지?

 

그걸 질문이라고
하는 거야?

 

샤이너 말로는
우리 네트워크 안전하대

 

그럼 맞겠지

 

해킹 불가능이라…

 

그런데 시스템이
왜 이래?

 

- 너 몇 살이지?
- 22살

 

- 22살이라니까
- 어려 보여

 

한땐 내가 어린 줄
알았는데, 이젠 아냐

 

나도 어리진 않아
나이 개념 없어

 

이제 사업 접어야겠다

 

배운 게 도둑질인데
접긴 뭘 접어!

 

너 같이 똘똘한 젊은 놈이
할 일은 딱 한 가지야

 

그게 뭘까, 마이클?

 

정보 굴려서
떼돈 버는 거

 

하긴 고교 졸업 후엔
못 할게 없다

 

어떤 폴란드 시인은
‘들쥐’를 화폐로 불렀어

 

그래? 재밌겠다

 

들쥐가
세계경제를 만들지

 

베트남, 잠비아
돈 이름보다 낫군

 

- 이름이 중요해
- ‘들쥐’!

 

오늘 ‘들쥐’는
유로보다 낮게 마감했다

 

러시아 ‘들쥐’가
너무 내려갔군

 

흰색 쥐도 있어!

 

임신한 들쥐

 

‘임신한 러시아 들쥐
폭락하다’

 

‘영국도
파운드 대신 들쥐’

 

어쩔 수 없지

 

미국도 들쥐를
돈으로 쓸 거야

 

1 US $는 쥐 몇 마리인지
정해야 돼

 

죽은 쥐지?

 

쥐 시체가 쌓이면
문제가 심각하겠군

 

그러는 당신은 몇 살?
어리지 않잖아?

 

오늘 우리
만나기로 했던가?

 

지나던 길이었어

 

그런 거 같더라
하여간 반가워

 

오랜만이야

 

그 소식은 들었어

 

TV에서 봤던가?

 

- 무슨 소식?
- 뭐냐고?

 

당신 결혼식…
왜 말 안 했어?

 

- 그게 뭐 대단해?
- 평범하진 않지!

 

거대 부유층의 결합

 

어마어마한 유럽왕족
결혼식 같더군

 

난 월 스트리트
재벌이잖아

 

너희 부부 재산이
수십억 달러지?

 

아내는 시인이야

 

아내가 시인?
재벌가 쉬프린 딸인 줄 알았는데

 

둘 다야

 

돈 많고 싹싹하고…

 

부인 거기도 만져봤어?

 

오늘따라 당신 멋있다

 

난 41년 인생 공부
제대로 해서 그런지…

 

그래서 뭐?

 

사는 게 너무…

 

빨리 변해

 

부인은 몇 살?

 

신경 쓰지 마
관심 없어

 

입 닥칠까?

 

질문 하나 더

 

섹스는 잘해?

 

리무진에서도?

 

아직 몰라

 

재벌집 애들은
성욕이 너무 없어

 

나 닥칠까?

 

참, 당신이 찾던 작품
구할 수 있겠어

 

어떤 거?

 

로트코 그림말이야

 

곧 살 수 있어

 

그림 봤어?

 

3~4년 전에

 

그림이

 

눈부시지

 

그림 걸린 교회는?

 

- 교회는 왜?
- 교회를 사려고

 

- 교회는 못 사
- 왜 안 돼?

 

우두머리랑 연락해

 

그림만 사면
좋아할 줄 알았는데

 

로트코 작품이 빠져서
구색이 안 맞는다며?

 

교회엔 그림이 몇 개?

 

글쎄

 

14~15개

 

난 교회를 통째로 사서
그림도 나만 볼 거야

 

- 어디 두려고?
- 그쪽한테 말해

 

내 아파트 넓다고

 

공간도 충분해

 

그 작품을 보려는
사람이 많아

 

그림 보고 싶으면
사라고 해

 

실망시켜서
미안하지만

 

로트코 교회는
개인 소유가 아냐

 

내가 사면 내 거야

 

얼마면 팔겠대?

 

교회는 안 팔아

 

사회적 책임
운운하지는 않을게

 

당신이 그 정도
또라이는 아니니까

 

얼마면 돼?

 

돈을 어떻게 써야 하지?

 

1달러? 1백만 달러?

 

- 그림 살 때?
- 뭘 사든지

 

내 전용 엘리베이터가
두 개야

 

한 개엔 사티의
피아노곡을 틀지

 

피아노곡은
힘들 때 도움 돼

 

마음에 안정을 줘

 

영혼이 치유되는 것 같아

 

다른 엘리베이터 음악은?

 

- 브루타 페즈
- 그게 누군데?

 

랩 가수, 몰라?

 

모르는 거 많아

 

이놈의 돈이란 게
뭔지 모르겠어

 

오늘 거래 쫄딱 망했어

 

위안화 하락에
베팅했거든

 

- 시장 닫았잖아!
- 환거래는 늘 있어

 

상해시장은 늘 돌아가
1주일 내내

 

그것도 몰랐네

 

난 모르는 게 많아

 

잃은 게 몇 백만?

 

수 억 달러야

 

당신 나이가?

 

- 28?
- 28살

 

교회 가서 팔라고 해

 

돈은 얼마든 낼게

 

교회 벽돌까지
내 걸로 만들고 싶어

 

예전 당신 말 기억난다

 

뭔데?

 

‘재능을 버리는 천재는
에로틱하다’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지?

 

- 잠시 얘기 좀
- 그래

 

보안강화 요청입니다

 

꾸물대지 말란 거군

 

대통령도
위협받고 있고

 

어떤 사태에도
대처할 수 있잖아?

 

IMF 총재가
공격당했습니다

 

- ‘아서 래프’ 말인가?
- 아서 래프, 맞아요

 

- 어디에서?
- 북한방송국에서

 

TV 인터뷰 중에
당했습니다

 

총재님, 위안화
정책이 달라질까요?

 

현재 위안화는
과대평가되어 불안하며

 

결국 떨어질 겁니다

 

지시대로 하죠!

 

시킨 대로 해

 

알겠습니다

 

리무진이 너무 많아서
한참 헤맸어

 

신혼여행 차량과
섞여서 말야

 

차에 표시 좀 하지!

 

나 같은 큰손은
그딴 짓 안 해

 

굳이 표시 안 해도
내 건데 왜?

 

그게 잘못이야?

 

하긴, 차 관리야
주인 맘이지

 

오늘 무슨 날인지
알기나 해?

 

- 알아
- 나 쉬는 날이라고!

 

- 알아
- 이 날만 목 빼고 기다렸어

 

- 알아
- 모르면서!

 

나 같은 싱글 맘이
얼마나 힘든지 넌 몰라

 

상황이 심각하잖아

 

공원을 달리는데
전화가 울리더라

 

애가 열이 펄펄 끓어서
유모가 전화한줄 알았지!

 

그랬더니 회사래

 

위안화가 올라서
작살나게 생겼다고

 

물마시고
저쪽으로 앉아

 

마주보고 말해야겠어

 

모니터 안 봐도
다 알아

 

- 위안은 떨어질 거야
- 맞아

 

소비심리도
위축될 거고

 

맞아

 

중국은행
이율변동도 없고

 

다 오늘 일이지?

 

상해 정보통이
연락했더군

 

조깅 중에?

 

당신 만나려고
미친 듯이 달렸지

 

위안이 더 오르면 안 돼

 

하지만
이젠 어쩔 수 없어

 

어젯밤 못 잤어

 

- 빨리 말해
- 인그램 박사요

 

- 당신 뭐야?
- 인그램 박사요

 

네비우스 박사는?

 

개인사정으로
진료를 못 합니다

 

천천히 제대로 말해 봐

 

박사님이 갑자기
그렇게 됐어요, 가정문제죠

 

근데 저도 의사예요

 

전에 당신 귀지를
한번 파냈는데

 

- 검진하는 거야?
- 그래

 

매일 하지

 

무조건…

 

언제 어디에서나

 

매일 같은 일정이야?

 

조금씩 달라

 

그럼 주말엔
의사가 집으로?

 

주말에 죽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맞아,
그 생각은 못 했네

 

쉬는 날이 더 힘들지

 

차가 전혀 안 움직이네

 

대통령 때문에 난리야

 

공원 앞에서 본 게
대통령인 줄 알았어

 

살벌하게 엄호 받으면서
리무진이 5번가로 가더군

 

대통령 경호라
그런 줄 알았는데

 

장례식이었어

 

매일 누가 죽잖아

 

이건 뭐지?

 

- 그냥 두십시오
- 그냥 두라고?

 

그냥 두세요

 

일어서도 됩니다

 

유리한 루머가 두 개야

 

첫째, 고비는 6개월

 

중국회사 줄줄이 도산이다

 

위안화 떨어지겠군

 

중국 경제가
불안하니까

 

- 달러는 안정될 거고
- 외환담당 마이클은 뭐 해?

 

그래프 작업 중

 

- 그래프로는 안 돼
- 정보전이잖아

 

주가랑은 달라

 

외환시장은
복잡해서 안 돼

 

엄청 다르다고

 

그건 마이클 담당이야

 

당신이 최고잖아!

 

머리 염색하고
귀걸이 한 애를 시켜?

 

귀걸이는 안 했어

 

그런 어린 애를 믿어?

 

두 번째 소문은?

 

재무부장관 얘기

 

웃기는 스캔들이야

 

경제성명 발표하다
오해가 생겼지

 

사소한 한 마디에
전 국민이 난리야

 

사실 말도 아냐
잠깐 말을 쉬었는데

 

그 짧은 침묵을
그렇게 해석한 거야

 

천 마디보다 의미 있는
짧은 침묵

 

장관이 숨 한번 쉬었다고
나라경제가 휘청여

 

물병 세게 잡아서
뭉개지겠다

 

플라스틱인데 뭘

 

너무 꽉 쥐었잖아

 

그건 맞아

 

성적 긴장이지

 

누구나 긴장해

 

성적인 긴장이야!

 

매일 긴장해

 

왜 그래?

 

당신은 왜 벌 받듯
조깅만 해?

 

왜 그렇게 힘들게 살아?

 

몸도 풍만하고 섹시하고

 

충분히 남자를
흥분시킬 수 있을 텐데

 

우린 왜 이런 얘길
진작 못했지?

 

전립선 양쪽크기가
달라요

 

저 둘, 내 경호원인가?

 

추가했습니다

 

경로를 바꾸시죠

 

- 그 정도야?
- 걷잡을 수 없어요

 

거리마다
정신없습니다

 

대통령 이동방향을
따라서

 

모두 움직이는 거죠

 

대통령 움직임을
위성에서 잡으면

 

그대로 교통 통제합니다

 

서쪽으로 장례행렬까지
이어지고

 

차량에, 조문객까지
겹쳐 난리가 났죠

 

이 지역 작전에
들어갑니다

 

- 작전?
- 즉각 작전이요

 

자세한 건 모르지만
본부에서 조심하랍니다

 

나한테도 읽어 줘

 

당신 넥타이는?

 

초음파 검사 하느라고
벗었어

 

이런 말하기 싫지만

 

그런데?

 

당신한테
섹스 냄새가 나

 

의사 냄새겠지

 

당신 온 몸에서
섹스냄새야

 

왜 그래?

 

배고파

 

점심 먹고 싶어

 

당신도 점심 때 됐지?

 

우리도 사람인데
먹으면서 얘기하자고

 

- 배고픈지도 모르겠어
- 먹으면 알아

 

섹스에 대해 말해봐

 

우린 결혼한 지
겨우 몇 주 됐는데

 

‘겨우’라니!
매순간이 중요하다고

 

그렇게 따지지 마

 

심각한 얘긴 싫어

 

아니, 난 해야겠어

 

할 거야

 

그거 하고 싶어

 

섹스?

 

맞아

 

우리 서둘러서
섹스 해야 돼

 

이렇게 어물댈
시간이 없다고!

 

내가 그 서점
좋아하는 이유 알아?

 

반 지하잖아

 

하긴, 당신은
숨는 거 좋아하지

 

근데 왜 숨어?

 

너무 시끄러워서

 

어릴 때 숨어서
딴 사람 훔쳐봤군

 

- 당신은?
- 그런 짓 안 했어

 

기억나는 어릴 때
얘기 해봐

 

그래, 하나 있다

 

네 살 때, 별마다 몸무게가
얼마나 다를까 생각했어

 

재밌다,
맘에 들어

 

자기 중심적인
과학적 호기심이라

 

- 호숫가 별장 안 가?
- 집어치워

 

집도 다 지었는데
한번 가보자

 

둘만의 시간도 갖고

 

- 호숫가 조용하잖아
- 이 도시도 조용해

 

하긴, 우리 집은 그렇지

 

높고 적막하니까

 

당신 차는 어때?

 

조용해? 차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잖아

 

특별 제작한 거야

 

그래?

 

이런 리무진
어떻게 만드는지 알아?

 

기계로 차를
반으로 잘라

 

3~4미터를 덧붙여

 

원하면 7미터까지

 

그렇게 차를 아주
길게 만드는 거야

 

방음장치도 하지

 

멋지다, 맘에 들어

 

차에 갑옷을 입힌 거야
나무 코르크를 붙인 거지

 

의미 없는 일이지만

 

- 방음효과는?
- 전혀!

 

수백 년 째 도시는
소음에 쩔어있어

 

17세기부터 늘 그랬다고

 

소음이 어때서?
에너지를 주잖아

 

도시만 살아있으면 돼

 

- 그럼 코르크는?
- 붙였으면 됐어

 

그게 중요해

 

내가 주문한 거 맞아?

 

원하는 게 뭔데?

 

허브를 곁들인
오리고기 콩소메

 

당신 섹스 한 냄새가 나

 

내가 섹스를
한 게 아니라

 

섹스에 목말라
그렇게 보인 거야

 

당신을 보면 우리에게
뭐가 필요한지 알게 돼

 

무슨 의미지?

 

됐어,
말하지 마

 

당신과 섹스하고 싶어

 

섹스는 영혼을
깨끗하게 해줘

 

섹스는 헛된 망상을
깨워주기도 하지

 

당신은 뜨거운 걸
즐기잖아

 

오늘 어때?
저기 호텔도 있던데

 

서점만 가려고 했어

 

서점에서
정말 좋았거든

 

- 당신은 어디 가?
- 머리 자르러

 

- 머리 잘라야 돼?
- 제발 나를 위해 해줘

 

떼쓰지 마

 

살아있는 걸
느끼고 싶어

 

길 건너에 호텔 있잖아

 

강렬하고 뜨겁게
미친 듯 하고 싶어

 

시작은 별로였지만
다시 해보자고

 

호텔 두 개 중 골라

 

난 별로 안 내켜

 

당신은 별로겠지

 

먼저 나한테 잘해봐

 

더러운 쥐새끼들
또 시작이군!

 

이 세상이 망령에
사로잡혔다!

 

그 망령이 세상을
망치고 있다

 

돈 버는 기술을 생각해 봐

 

그리스어로는 이거야
‘크리마티스티코스’

 

근데 의미가 변했어

 

현실을 봐
돈이 달라졌잖아

 

돈은 돈을 위해 존재해

 

다른 의미는 없어

 

오래 전 그림이 그랬듯
돈도 변질됐어

 

돈은 살아있는 놈 같아

 

난 이 차를 좋아해

 

모니터도 멋지고

 

우린 이런 기술로
엄청난 돈을 벌지

 

근데 내가 아는 건 없어
이게 멈출까?

 

천천히 갈까?

 

몰라도 돼!
돈만 있으면 되거든

 

좀만 머리를 굴리면
안 되는 게 없어!

 

특히 미래라는
아이디어는 대단해

 

돈이 시간까지 만들지

 

예전엔 반대였거든

 

이젠 돈이 전부가 됐어

 

영원 따윈 없어
짧은 시간만 보잖아

 

시간당 임금부터
계산하고 말야

 

미래를 만드는 건
사이버 자본이 됐어

 

‘나노 초’가 뭐야?

 

- 10의 - 9승
- 그게 뭔데?

 

10억분의 1초

 

뭐가 뭔지 모르겠다

 

성공하려면 세상을
정확하게 측정해야 돼

 

- 10해분의 1초
- 좋아

 

1자분의 1초
24승분의 1초까지

 

기업은 시간까지 주물러

 

‘미래’란 상품을 만들면
‘현재’는 버리게 돼

 

결국 미래 시장이
미쳐 날뛸 거야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하라고?

 

이렇게 둘 수는 없어

 

광분하는 속도를
어떻게든 막아야 돼

 

제발 정신 차려

 

사람들은 이런 속도를
못 쫓아가

 

기술과 돈을 못 가진
사람들이 시위하잖아

 

사이버 자본이 설치면서
사람들은 처참해졌어

 

인간의 모순을 알아?

 

뭔데?

 

미래엔 공포나 죽음이
없는 척 하잖아

 

실은 미래가 두려워
못 오게 해

 

현재를 지키겠다는
몸부림이지

 

미래는 완전할 것 같고

 

모두 행복할 것 같지만

 

그래서 미래는 실패야

 

불가능한 모습만
상상하니까

 

에릭 패커 회장이 차에 탄 걸
알면 어떻게 될까?

 

무정부주의자가
하는 말 있지?

 

- 알아
- 말해봐

 

‘파괴는 창조에서
시작된다’

 

자본주의에선
‘필연적 파괴’라고 하지

 

‘오래된 산업은
제거한다’

 

‘시장을 새로 만들고
이전 시장은 버린다’

 

‘과거를 파괴하고
미래를 창조한다’

 

“자본주의 망령에
세상이 사로잡혔다”

 

천재는 세상을 바꾸잖아

 

첨단기술은
우리 운명까지 바꿔놓고

 

신도, 기적도, 마술도
필요 없어

 

어떤 미래도
가능하게 된 거야

 

하지만 그런 미래가
우리 숨통을 조여오지

 

난 이론을
분석할 뿐이야

 

새로울 것도 없어

 

그럼 뭐가 새롭지?

 

충격적 사건은 많잖아

 

이전에도 있던 거야

 

자기 몸에 기름 붓고
불붙였는데

 

수도승이 자신을 제물로
바칠 때도 그랬어

 

고통을 상상해 봐

 

그걸 느껴보라고

 

영생을 위해
몸을 던졌을 뿐이야

 

뭔가를 말한 거야

 

생각을 하라는 의미지

 

그게 새로울 건 없다고

 

- 잠시만
- 뭔가?

 

본부에서 회장님 안전을
걱정합니다

 

연락이 늦었군

 

긴급 상황입니다

 

위협이 있었나보군

 

적색경보
1호 긴급 상황

 

시위대 공격이
시작됐다는 건데

 

알아

 

그럼 규정을
따라야 합니다

 

그 전에 할 일이 있어

 

머리 잘라야 돼

 

재밌지?

 

영생을 꿈꾸는
인간 얘기 말야

 

당신은 바벨 탑에 살면서
벌도 안 받네

 

참, 비행기도 샀다며?

 

구소련 물건 말이야

 

도시 하나 날려버릴
폭격기라던데

 

- 맞아?
- 구형 Tu-160

 

별명은 블랙잭 A

 

1988년경 도입됐지

 

불법이지만
핵폭탄 운송도 가능해

 

조종은 할 수 있어?

 

무기 싣고는 안 돼

 

- 누가 못하게 해?
- 국무부

 

국방부
알코올 담배 무기국

 

- 러시아에서 샀어?
- 러시아?

 

카자흐스탄 암시장
벨기에 인한테 헐값에 샀어

 

사막 위에서
30분 동안 몰아봤지

 

3100만 US $

 

지금 어디 있어?

 

애리조나 창고

 

부품이 없으니
무용지물 신세야

 

바람이나 맞고 있지만

 

가끔 보러 가

 

왜?

 

확인하려고

 

내 거잖아

 

‘인간은 죽지 않는다’

 

신문화 개념 알지?

 

인간은 정보 흐름에
빨려들어갈 거야

 

잘은 모르지만

 

컴퓨터란 기계는
사라질 걸

 

다 없어지는 거야

 

부품도 필요 없어

 

본체, 모니터,
키보드 없어도

 

컴퓨터 기능은
삶에 녹아들 테니까

 

정말일까?

 

컴퓨터란 단어도 그래

 

그 말도 멍청해 보여

 

- 운동 많이 하네!
- 체지방 6%야

 

난 요즘 게을러졌어

 

그럼 어떻게 하려고?

 

아침엔 러닝머신
밤엔 조깅할 거야

 

- 그 친구 어딨지?
- 누구?

 

알잖아

 

로비에 있어, 토르발
경호 중이지

 

단코는 복도에 있고

 

누구?

 

단코, 내 파트너

 

신입이군

 

내가 신참이야
단코는 당신을 계속 경호했어

 

발칸반도 내전 참전한
베테랑이야

 

그 친군 뭐라고 할까?

 

토르발?

 

그 사람 말이야?

 

이름을 말해

 

너한테 뭐라고 할까?

 

당신 지키는 건
자기 임무라고 할 걸

 

남자는 소유욕이
강한 거 몰라?

 

소문은 들었어

 

내 근무시간은
한 시간 전에 끝났고

 

지금은 사생활 즐기는 중

 

- 재밌나?
- 뭐가?

 

나 같은 사람
목숨 지켜주는 거

 

왜 굳이 이런 일을?
위험하잖아?

 

할 만하니까

 

큰 돈 주잖아

 

위험?

 

위험한 건 내가 아냐

 

위험한 건 당신이라고

 

그게 재밌어?

 

당신 죽이려는 놈들
많으니 더 짜릿해

 

- 놈들이 뭐라는 지 알아?
- 뭐래?

 

‘살인은 사업의 연장이다’

 

왼쪽으로

 

왼쪽으로

 

아주 좋아

 

어떤 무기 받았어?

 

전기총

 

날 못 믿는지
진짜 총은 안 줘

 

최고 몇 볼트?

 

10만 볼트, 신경이
마비되면서 쓰러지지

 

맞아볼래?

 

나한테 쏴봐

 

나도 느껴보고 싶어

 

강한 자극이 필요해

 

새로운 거 말이야

 

내게 충격을 줘 봐
조준, 발사!

 

남은 전기 다 써버려,

 

어서 쏴

 

어서

 

- 회장님 행선지를 알아야합니다
- 기다리면 알아

 

담배는 언제부터?

 

15살 때부터

 

여자들은 어릴 때
이런 거 다 해

 

그럼 어른 된
기분이 들거든

 

뭔가 있어 보이고

 

그러다 사람들
눈에 띄고

 

남자 만나 결혼하고
같이 저녁식사도 하지

 

실크 드레스 입었네

 

그래

 

- 진한 곤색
- 맞아

 

은 액세서리에

 

맞아

 

그래, 연극은 어땠어?

 

쉬는 시간에 나왔잖아

 

누가 출연했는데?
당신이랑 대화하려고 하잖아

 

갑자기 가게 됐는데
관객도 별로 없었어

 

막 오르고 5분 후에
이유를 알겠더군

 

근데 당신 재킷은?

 

- 내 재킷 어딨냐고?
- 아깐 입고 있었는데 지금 없잖아!

 

난리 통에 없어졌어
차 보면 알잖아

 

시위대한테 당했거든

 

두 시간 전엔 전쟁이었는데
지금은 조용하네

 

당신 또 뭔가 이상해

 

나한테
그 냄새가 나겠지

 

당신 호텔에서
나오는 거 봤어

 

난 극장 앞에 서있었지

 

날 데려가려 했던
그 호텔이야?

 

호텔 필요 없어
화장실도 돼

 

골목 뒤에서도
얼마든 할 수 있어

 

난 어떻게든 당신과
잘해보려는 거야

 

당신 목소리 듣고
기분도 알고 싶고

 

스타킹은 신었어?
제발 잘해보자

 

당신 어떤 모습인지
관심갖는 거야

 

사람들 체취도
연구하고

 

듣기 싫어?

 

마누라 잔소리 같아?

 

문제인거 알아
난 무관심한척 못하지

 

고통에 예민하다고
그래서 상처가 돼

 

이건 좋다

 

보통사람 대화 같아
보통 사람도 이렇게 말하니?

 

내가 어떻게 알아?

 

- 내 전립선이 짝짝이래
- 무슨 소리야?

 

몰라

 

병원 가봐

 

의사 검진은 매일 받아

 

- 의사가 그랬다고?
- 그래서 아는 거야

 

패커 펀드가
이렇게 무너지다니

 

하루아침에 끝났어

 

수백억 달러도
넘었는데, 다 끝났어

 

내 인생 종친 거야

 

근데 괜찮아

 

마치 해방된 것 같아

 

끔찍하다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파산하고 죽는 게 자유야?

 

돈 문제는
내가 도와줄게

 

할 수 있을 건 다 할게

 

당신이라면
재기할 수 있어

 

뭐가 필요한지
말만 하라고

 

하지만 우리 결혼은
이걸로 끝이야

 

자유롭고 싶다며?

 

정말 잘됐잖아

 

미친 짓이군요

 

극장을 인수하다니
무슨 생각이죠?

 

- 몰라
- 잘은 모르지만

 

미친 짓입니다

 

애들이 다 마약하네, 봐요!

 

맞아

 

신제품 각성제죠
이름이 ‘노보’

 

고통이 사라지죠

 

흥분해서 난리잖아요?

 

- 애들이군
- 애들 맞습니다

 

뭐가 고통스럽단 거지?

 

음악인가?

 

음악이 시끄러워서
마약을 한다고?

 

춤추는 게 아름답군요

 

나이제한에 걸려
술 못 마시는 게 고통인가?

 

누구나 고통은 있어

 

여기서 뭐하는 건지

 

말씀만 하십쇼
모시고 나갈게요

 

그 친구 어딨나?

 

입구에

 

토르발 말이죠?
입구 지키고 있어요

 

사람 죽여 봤나?

 

어떨 거 같아요?

 

밥 먹는 것 같아요!

 

보고해

 

조직범죄가 아닙니다

 

조직 테러집단도
아닙니다

 

개인범행이군
신경 쓸 필요 있나?

 

이름은 모르고
전화기록만 있어서

 

본부에서
음성분석은 했는데

 

누군지 곧
찾아낼 겁니다

 

그런데 왜 난
궁금하지도 않지?

 

상관없으니까요

 

그게 누구든
범죄자일 뿐이죠

 

에릭!

 

무슨 일이지?

 

- 못 들었나?
- 무슨?

 

브루타 페즈

 

브루타가 왜?

 

죽었어

 

그럴 리 없어

 

오늘 죽었다고

 

몰랐어

 

하루 종일 장례식이야

 

전 시민이
조의를 표하고

 

음반사는 음반
팔려고 난리더군

 

거리마다
조문행렬이야

 

전혀 몰랐어
이럴 수가!

 

그 음악 사랑하는데
엘리베이터에서 그 음악 듣는데

 

어떻게 그 친구가!
총 맞았나?

 

고등학교 때부터
심장병이 있었어

 

병원치료, 민간요법
다 해봤지만

 

심장이 멈춘 거지

 

살인사건이 아냐

 

17살 때부터
무지 힘들어했어

 

실망했나?

 

- 실망?
- 총 맞아서 죽은 게 아니니까

 

병들어 죽은 거잖아!

 

차는 어떻게 된 거야?

 

이렇게 차를 뽀개다니

 

스캔들감이군

 

죽는 게 스캔들이잖아
누구나 죽어

 

자네가 죽는단 얘길
하다니 믿을 수 없군

 

거리로 몰려나와
다 같이 메카로

 

어디를 가든
죽음은 점점 다가와

 

이렇게 모두 모여
우리의 메카로

 

어디를 가든
죽음은 피할 수 없어

 

내 기분이 어떠냐고?

 

이 모든 게 받아들이기
너무 힘들어

 

꿈에도 생각 못한 일이
일어나다니

 

그 친구는 정말
신실한 신자였어

 

늘 성직자들을
가까이 했고

 

언제 어디서나
기도했다고!

 

LA 이슬람
모스크에서 살았잖아

 

그 얘기 들었어

 

그 친구 만나러 갔는데

 

모스크에서 살더군

 

거기를 집처럼 썼어

 

이 나라 이 땅을
전부 다 사랑하고

 

거리의 왕자처럼
맘대로 살았지만

 

지킬 건 지켰어

 

이 세상과 타인을
정말 배려했다고

 

새벽이 오면
동쪽은 눈물바다

 

영혼이 언제나
저 높은 곳을 향해

 

싸움은 너를 지치게 해

 

바로 그 행성에서
소식을 전했네

 

얼음 같은 진실이
너무 차가워

 

내 슬픈 영혼은
산으로 날아가

 

금이빨이 부서져도
나를 내버려 둬

 

나는 바보일 뿐
나는 멍청할 뿐

 

거리로 몰려나와
다 같이 메카로

 

어디를 가든
죽음은 점점 다가와

 

이렇게 모두 모여
우리의 메카로

 

어디를 가든
죽음은 피할 수 없어

 

너를 얼마나
쫓아다녔는데!

 

개자식…
골로 보내버릴 거야

 

얼굴을 크림 범벅으로
만들어 줄테다

 

난 권력과 부에
정면 대항한다

 

이 파이로 널 공격하려고
3년이나 기다렸어

 

오늘을 위해
미 대통령 암살도 포기했다

 

대통령보다 너부터
죽여야 하거든

 

근데 경호가 살벌해서
겨우 기회를 잡았어

 

듣던 대로
유머감각도 없군, 패커

 

이런 일 하다 보면
맞는 건 일도 아니다

 

영국여왕 경호대는
나한테 목줄까지 걸고

 

나를 변태동물
취급했다고!

 

이건 알아둬라

 

카스트로가 루마니아
왔을 때도

 

난 크림파이로
놈을 공격했어

 

마이클 조단도
나한테 당했지

 

동영상까지 찍었어
그 동영상 인기 짱이었다고!

 

목욕하던 브루나이 왕도
공격해봤어

 

난 결국 죽도록
고문당했지

 

됐다, 가자

 

농구하나?

 

농구는 별로

 

럭비는 좀 합니다

 

회장님도 하시나요?

 

약간

 

액션페인팅
그림도 그렸지

 

이젠 역기 들고

 

누군가 회장님을
노리는 건 아시죠?

 

날 죽이려고 난리군

 

아깐 겨우
빵을 던졌으니

 

암살시도라고
볼 순 없죠

 

알겠군

 

파이 공격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디저트는 끝났어

 

놈한텐 총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자네도
무기는 있지

 

사실입니다

 

무기 꺼내 봐

 

알겠습니다

 

물건 보여줘

 

보여 달라고요?

 

돈도 내셨는데
보셔야죠

 

오스트리아 제입니다

 

좋군

 

강력하고 똘똘하죠

 

음성인식?

 

맞습니다

 

자네 목소리를
알아듣나?

 

맞습니다

 

다른 목소리엔
총알이 안 나가죠

 

내 목소리만 됩니다

 

독일어로
말해야 하나?

 

아뇨, 하지만 목소리
말고 필요한 게 있죠

 

비밀번호도 있군

 

음성코드입니다

 

코드가 뭔가?

 

‘낸시 바비치’

 

다 왔습니다

 

“영업 끝났습니다”

 

한동안 왜 그렇게
뜸했니?

 

안녕하셨어요?

 

- 오랜만이구나
- 오랜만이죠

 

머리 자르려고요

 

머리 손 좀 봐야겠구나

 

들어와라

 

어디 보자

 

왜 이렇게
머리가 엉망인가?

 

- 아침에 알았죠
- 그래서 왔구나

 

머리를 꼭 잘라야
할 것 같아서요

 

출출하면 요기부터
하겠니?

 

먹을 거 있나요?

 

냉장고에 뭐가
좀 있을 거야

 

얼마 전에 결혼했지?

 

맞아요

 

엄청 부잣집 딸이던데!

 

네가 이렇게 일찍
결혼할 줄 몰랐어

 

콩 요리도 있고

 

쌀과 너트 섞은
가지 요리도 있다

 

- 너트 요리 먹을게요
- 그러렴

 

네 아버지는 마지막까지
엄마한테 병을 숨겼고

 

발견했을 땐
너무 늦었지

 

진단받자마자 죽었어

 

넌 겨우 4살이었고

 

- 5살이요
- 그렇구나

 

- 아저씬 괜찮아요?
- 그럼, 잘 알잖니

 

힘든 일은 많지만

 

앞으로 얼마나 살겠니?
다 접고 살련다

 

마실 게 뭐 있나 보자

 

수돗물이 있군

 

음료수 한 병 있는데
너무 오래 됐고

 

아무거나 마실게요

 

네 아버지한테
수돗물 마시랬다간

 

내 머리털 다 뽑힐걸!

 

밖에 있는 운전사
들어오라고 해주실래요?

 

그 친구도 요기 좀
하라고 하자

 

아주 큰 택시를
몰았는데

 

그땐 젊었고
매일 밤 운전했어

 

정말 무서울 게 없었지

 

밤은 위험하니 피해야죠

 

낮에도 사고가 많은데

 

난 택시가 좋아서
12시간 계속 운전하다가

 

오줌 마려울 때만 세웠어

 

어느 날 한 행인이
다른 택시에 부딪히더니

 

내 택시로 날아왔죠

 

차 앞 창문에 부딪혀서

 

피가 다 튀었어요

 

그래서 창문 닦는 건
늘 갖고 다녀야 돼

 

그래도 외무부 서기관까지
했던 몸인데

 

유리창에 시체 달고
운전할 수는 없죠!

 

차 안에서 샌드위치
까먹으며 일했어

 

나도 차안에서 먹으면서
운전만 했어요

 

소변은 어디에서 봤나?

 

난 맨해튼 다리
아래였지

 

바로 거기 맞아요

 

공원, 골목
그런 데가 좋았는데

 

애완동물 묘지에서도
한 번 했군

 

소변보려면 밤이 좋네요

 

나머지 시간엔…

 

매일 4시간씩 아버지
이발소 일을 도왔지

 

밤엔 내가 좋아하는
택시운전을 했고

 

배터리로 돌리는
선풍기가 있었어

 

그땐 에어컨
꿈도 못 꿨지

 

그래도 차안에
컵 홀더는 있었어

 

핸들은 천으로 쌌어요

 

잘 보이는 곳에
딸애 사진도 걸었죠

 

에릭 머리 처음
자른 것도 나야

 

자동차 카시트를
어찌나 싫어하든지

 

애를 자리에
끼어 넣었다니까

 

애는 싫다고 했지만

 

그 자리에
애를 밀어 넣었어

 

얘 아버지가
얘를 못 움직이게 했지

 

에릭 아버지
이발도 내가 했고

 

에릭 머리도
내가 잘랐어

 

이 상황에서
경호원은 어디 갔죠?

 

안 보여요

 

우리뿐이에요

 

오늘 밤 쉬라고 했어

 

그럼 보호 장비는
챙겼겠지?

 

- 보호 장비?
- 뭔지 알지?

 

- 총은 버렸는데
- 왜요?

 

미리 걱정하는 거 싫어
대책 같은 거 세우기 싫고

 

말하는 거 들으니
의외로구나

 

사람도 죽였다 살리는
거물인 줄 알았는데

 

변변치 못하게
들리는구나

 

마이클 패커의 아들이
총을 버리다니, 왜?

 

대체 왜죠?

 

이 동네에선
총 없으면 안 돼

 

살려면 당연히
총이 있어야 해요

 

여기가 어딘줄 알고!

 

밤길에선
그냥 당한다고요

 

조금만 방심하면
그대로 죽음이죠

 

고통스럽게
천천히 죽이면서

 

내장까지 꺼낸다고요!

 

자넨 눈이 왜
그 모양이 됐나?

 

운전엔 문제없어요
면허시험도 붙었죠

 

고문당했어요

 

정보원, 비밀경찰이…

 

얼굴에 총알 박고
죽은 줄 알고 떠났죠

 

난 택시가 좋아서
도시락 먹으며 운전했어

 

12시간씩 안 쉬고
밤마다 일했지

 

휴가는 꿈도 못 꿨지만

 

그래도 내 목숨은
내가 지켰다

 

- 가야겠어요
- 왜?

 

이유는 모르겠고
그래야할 것 같아요

 

양쪽 다 잘라야
균형이 맞지

 

꼭 다시 올게요

 

그때 다 잘라주세요

 

- 이브라힘, 말해봐
- 네

 

이런 리무진이
거리에 널렸잖아!

 

- 근데 궁금해
- 뭐가요?

 

밤엔 이 차를 어디에
주차하나?

 

공항 근처 공터인가?

 

푸른 풀밭?

 

롱 아일랜드, 뉴저지?

 

전 뉴저지가 집이라
리무진은 여기 둡니다

 

어디?

 

다음 블록에 리무진
전용 주차장 있어요

 

그리고 내 차로 더러운
터널 지나 집에 가죠

 

아침 일찍 여기 오면

 

다들 흰색 작업복 입고
리무진 세차해요

 

리무진 세차장 같아요

 

“차고”

 

에릭 마이클 패커!

 

‘낸시 바비치’

 

- 뭐 하는 거지?
- 질문은 내가 한다!

 

대답해
왜 날 죽이려는 거지?

 

그렇게 간단한 걸
묻다니 한심하군

 

인간답게 살려면
네가 사라져줘야 하거든!

 

너무 쉽지?

 

네 머리엔 똥만 찼지만
난 생각도 하고 살아

 

- 담배?
- 마실 거나 줘

 

- 날 알아보겠나?
- 얼굴 안 보여

 

앉아서 얘기하지

 

그러지

 

좋아

 

말해 봐

 

사람들에 치여
너무 힘든 하루였어

 

이젠 나를 돌아볼
시간이야

 

총 쏘는 게 영 서투시군

 

나도 그 총 쏴봤지
화력이 장난 아냐

 

근데 이건 좀…

 

집에 발사대를
설치할까 해

 

잘난 네 사무실에서
총을 쏘시지?

 

사무실?
우리 회사에서 일했었나?

 

내가 누구일거 같나?

 

몰라, 누구야?

 

이름이나 말해 봐

 

말해도 모를 걸

 

얼굴은 기억 못해도
이름은 알아

 

베노 레빈

 

가짜 이름이군
이름까지 지어내시고

 

근데 얼굴은 알겠어

 

낮 12시 쯤
현금인출기에서 봤어

 

- 나를 봤군
- 낯익어

 

어디선가 본 듯해서
내 직원인가 했네

 

나를 싫어해서
죽이려는 거 아닌가

 

드디어 우리가 만났군

 

돌고 돌아
여기까지 온 거야

 

그랬군

 

이제 맥주 마실래

 

당신 몇 살이지?
궁금하군

 

힘없고 돈 없다고
무시해?

 

- 몇 살?
- 무시하지 말랬지!

 

41살

 

좋은 숫자군

 

난 흥미 없어

 

42살이던가?
안 세어봐서 몰라

 

나도 나를 모르겠어

 

성 어거스틴 말처럼

 

영혼이 병든 거야

 

병든 걸 알았으면
치료를 해

 

내 얘기가 아냐

 

병든 건 너라고

 

네 삶은 모순투성이야

 

결국 추락을 자초했지

 

‘당신 여기서 뭐해?’

 

내가 화장실 나오면서
그렇게 말했지

 

그게 화장실 맞았군

 

이 집에선
화장실부터 보이더군

 

오물처리는?

 

아래 구멍 있어

 

바닥에 구멍냈어

 

그 위에 변기를
올려놨지

 

구멍에 대한
책도 있는데

 

똥에 대한 책도 있어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들어왔나?

 

내가 널 죽이려고
벼르는 거 알텐데

 

내가 왜 왔을까
네가 말해봐

 

네가 말해야지!

 

오늘 환시장에서
완전 깨지셨군

 

자존심이 짓밟힌 거야

 

위안화가 갑자기
뛰는 바람에

 

위안화라

 

베팅이 실패했어

 

어긋났어

 

그래서 자포자기군

 

전엔 이런 일 없었는데

 

- 무력감을 느껴
- 넌 원래 무능해

 

담배나 줘

 

담배 안 피워

 

넌 야망에 눈 뒤집혀서
인간을 멸시해

 

네가 한 더러운 짓
낱낱이 열거할 수 있어

 

인간을 짓밟고 죽이고

 

잘난 척에

 

반성이란 걸 모르고

 

- 타고났어
- 또 뭐?

 

넌 곧 죽을 거다

 

- 또?
- 또 뭐냐고?

 

비밀도 있지

 

넌 인정 못하겠지만

 

뭔가 아는군

 

담배도 피우면서!

 

너에 대한 기사는
몽땅 읽었거든

 

네 얼굴만 봐도 다 알아

 

몇 년이나 봤으니

 

당신 일한 부서가?

 

통화분석
태국 바트 담당였어

 

- 바트는 재밌지
- 난 바트가 좋았어

 

근데 네 시스템은
너무 빨랐고

 

난 도저히
쫓아갈 수 없었어

 

그때부터 일도
숫자도 다 싫어졌고

 

삶의 의욕도 잃었지

 

100사탱은 1바트

 

진짜 이름이 뭐야?

 

말해도 넌 몰라

 

말해봐

 

‘리차드 치츠’

 

의미 없는 이름이군

 

내가 네 아이디어라도
훔쳤다는 건가?

 

- 지적 재산권…?
- 상상이라고?

 

난 1분에도 100가지
생각을 한다고

 

시작은 상상이지만
결국 진짜가 돼

 

다 현실이 되더군

 

말레이시아
사태도 그랬고

 

내가 믿는 대로
끝났다고

 

이 상황에서
이성적이긴 힘들군

 

내 성기가 몸 안으로
들어가고 있어

 

- 아니거든!
- 배 안으로 들어가

 

- 아냐
- 믿든 말든

 

보여줘

 

볼 필요도 없어

 

두려운 얘기나
유행병이 돌면

 

사람들은
공포와 고통에 빠져

 

그래, 알았어

 

당신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폭력이나 총을
쓰는 건 옳지 않아

 

넌 폭력하고 안 어울려

 

폭력도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돼

 

적의 공격으로부터
날 지킬 때

 

그땐 맞서 싸워야지

 

근데 넌 싸구려
모방범죄나 하잖아

 

쓰레기 망상이지

 

무식한 게 어쭙잖은
영웅흉내라니

 

엉터리 영웅 심리도
정신병이야

 

- 역사에도 그건 영웅은 없지
- 역사가 말해준다

 

넌 더러운 부자야

 

민중을 위해 어쩌고
그따위 소리 하지 마

 

- 난 그딴 거 몰라
- 알아

 

뭐를 알고 부자를
씹는 것도 아니잖나

 

그럼 내가
왜 이런다는 거야?

 

- 넌 무식한 실직자 신세거든
- 그래서?

 

- 살인하고 싶은 거뿐야
- 일 못 구한 건 그 때문이 아냐

 

- 왜?
- 난 냄새가 나

 

- 내 냄새 맡아 봐
- 내 냄새 맡아

 

넌 1등에 미친놈이야
망할 때도 1등 했잖아

 

하루 만에 돈 다 잃고

 

돈을 다 버렸으니
권력을 달라는 식이지

 

더 해봐!

 

넌 모든 걸 가졌고
난 거지야

 

그게 널 죽이려는
또 다른 이유지

 

- 리차드!
- 베노라고 불러!

 

넌 변변한 직장이
없어서 불안한 거야

 

누구 잘못인지
생각해봐

 

넌 이 사회를
싫어하는 게 아냐

 

- 생각해봐
- 생각?

 

폭력을 쓰려면
대의가 필요해

 

진실 말이야

 

인생의 진실은
인간과의 소통이야

 

그걸 알고
내 인생이 달라졌어

 

우린 더불어 살아야 돼

 

소비자가 없다면
잘난 대기업도 쓰러져

 

근데 난 지금
존재감이 없어

 

나 같은 거 없어도
잘 돌아가는 것 같아

 

이 세상이 이상해

 

어쩌다 이렇게
살게 됐을까

 

은행, 주차장, 공항…

 

식당마다
가득한 사람들

 

다들 지갑에서
신용카드를 꺼내

 

몇 장짜리
종이에 서명하고

 

고객용 영수증을 받지

 

신용카드는
다시 지갑에 넣고

 

이것만 봐도
분노가 치밀어

 

주치의한테 검진 받는
놈만 봐도 열받아!

 

누군 잘 처먹고
누군 못 먹어 죽고

 

너희는 놀고먹고
난 너희 노예냐?

 

- 내가 쓰레기야?
- 아냐

 

이놈의 사회가
편을 갈라버렸다고!

 

도서관 뒤 공원에 가 봐

 

평화로운 모습을 보라고

 

양심이 없어서
죄짓는 거야

 

이 사회가 너희를
범죄자로 만든 게 아냐

 

따져보면 알지

 

부자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어

 

좀만 노력하면
누구나 부자가 된다고!

 

넌 생각이 틀려먹어서
죄를 짓는 거야

 

총도 제대로 못 쏴서
벽이나 뚫지

 

못 봐 주겠군

 

암살하겠단 놈이
한심하기는!

 

그 총의 기능을
제대로 알기나 해?

 

네 말이 맞아

 

난 남자답지 않아서
총에 대해서 몰라

 

너랑은 다르지

 

남자로 살긴 커녕!

 

죽지 못해 산다고

 

폭력쓰긴 쉽지 않아

 

목적이 있어야 돼

 

뭐 하나?

 

몰라

 

아무 것도 안 해

 

내 전립선
양쪽 크기가 달라

 

내 것도 그래

 

무슨 소리야?

 

아무 의미 없어

 

전립선 크기는
걱정하지 마

 

넌 젊잖아!

 

근데 세상 이치가
전립선 같아!

 

뭐라고?

 

넌 규칙대로만
위안화를 예측했어

 

나무나이테
계산하듯 한 거야

 

꽃 피고 지는
자연의 이치처럼

 

그렇게 외환시장을
본 거야

 

그게 전부라고 했지

 

넌 겁나게 정확하게
분석했지만

 

중요한 걸 잊었어

 

뭐?

 

시장은 네 분석을 벗어나
움직일 수 있다는 거

 

완벽한 좌우대칭은
절대 없다는 거

 

그게 너야

 

넌 돈을 제대로
파악도 못한 거야

 

돈도 자기 멋대로
움직이거든

 

불규칙성?

 

네 전립선 모양에
정답이 있었던 거지

 

근데 난 너를 쏴야 돼

 

너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살 수 없거든

 

도서관 뒤 공원
산책해봤나?

 

평화롭게 차 마시는
사람들 봤지?

 

일과를 마치고
즐겁게 떠드는 사람들

 

그들을 죽이고 싶나?

 

아니

 

내 가슴엔 ‘한’이 맺혔어

 

긴 세월 분노를
삭이면서 생겼지

 

이젠 괜찮아

 

하여간 넌 죽어야 돼

 

하루 만에
상황이 변했군

 

난 상상력이 병이고
넌 오만한 게 병이지

 

넌 너무 태양 가까이 가서
녹아버린 거야!

 

추락을 자초했어

 

근데 시시하게 죽으면
영웅도 못되잖아

 

내 발가락 무좀균도
같은 생각일 거다

 

널 죽이라고 하는군

 

너 같은 건
사라져줘야 돼

 

넌 가진 게 너무 많거든

 

몸은 또 얼마나
끔찍이 챙기시는지!

 

매일 건강검진씩이나!

 

방글라데시 공기까지
오염시키며 리무진 타고

 

그것도 문제야

 

웃기는 소리군

 

웃기는 소리?

 

남 생각은 한 순간도
안 하는 주제에

 

좋아

 

공기 오염만으로도
넌 유죄야

 

정말 무좀균이 말해?
진지하게 묻는 거야

 

하긴 신의 소리를
듣는단 사람도 있지

 

하여간 넌 죽었어
죽은 거나 마찬가지야

 

100년 전 죽은 거야

 

수백 년 전 사라진
왕족들 꼴이군

 

자나 깨나
양고기만 처먹던 것들

 

살면서 이런 얘긴
처음 해본다

 

양고기라

 

너라면 내 병을
치료할 거라고

 

한땐 기대했었다

 

널 구세주로 믿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