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빨리!

서둘러!
늙다리!

 

이러다 늦겠는걸!

 

로켓 점화!
브라이언!

 

브라이언이
입구를 찾다!

 

어이!
초치지 말라구!

호킹의
마지막 순간!

 

고맙다
브라이언!

 

어이!
늙다리!

 

너무 느려!

 

우선 목부터 축이자
안녕!

 

우주의 비밀이 섹스와
관련이 있다면 어쩔겨?

 

이걸 박사논문 주제로 삼지?
사랑의 물리학이라고 말야

- 그쪽은 네가 더 정통할텐데, 브라이언
- 옛날 얘기지

빨리 결정하지 않으면
쫓겨날 수도 있다

내가 알기론 여기 애들이 다 ...
이궁!

세상에!
과학자들뿐이네!

 

걱정마! 조금만 있다 가면 되
참 지루하게들 생겼네.

 

- 따분해!
- 쟤는 누구야?

누구 말야?
아, 쟤?

 

좀 이상한 애야
딴엔 반핵운동가라더라

와이엇이야
제인 와이엇!

어, 데이비드다
데이비드!

다이아나?

 

- 안녕!
- 안녕!

- 과학 전공?
- 아니, 인문학

- 영어?
- 불어와 스페인어

 

너는?
넌 뭐야?

- 천체물리학, 난 천체물리학자야.
- 그게 뭔데?

- 지적인 무신론자들의 종교 같은 거야
- 지적인 무신론자?

 

넌 신앙인 아니지?
맞아?

성공회야

 

- 국교회라고
- 국교회! 그래!

 

누군가는 그래야겠지

천체물리학자들은 뭘 숭상하지?

우리가 뭘 숭상하냐고?

우주만물을 설명할 수 있는
단일한 통합 방정식

- 그래?
- 응

그 방정식이 뭔데?

 

그게 문제야

 

좋은 질문이긴 한데
아직 잘 모르겠거든

 

하지만 내가 꼭
알아내려고

 

그렇다면 왜 옥스포드에
머물러야 했다는 거지?

내가 최종 시험을 죽썼더니
시험관들이 바이바를 보라더군

- 거기서 2 등급을 맞으면
- 바이바가 뭔데?

얼굴을 맞대고 하는 짓거린데
은근히 피말리는 일이지

- 면접시험 같은 건가?
- 심문에 더 가깝지

 

만약 내게 2등급을 준다면

옥스포드에서 그들과 함께
연구를 하겠노라 했고

1등급을 주면 어쩔 수 없이
케임브리지로 가야 하니

다시는 내 꼴을 보지 않아도
될 거라고 말했고

 

- 그랬더니 일등급을 주었다
- 그랬더니 일등급을 주더라고

- 어련했을까
- 오늘 파티는 공식적으로 끝이다

 

가자
집에 갈 차를 알아봐 줄께

 

어서, 제인!
제인?

- 대화 즐거웠다
- 그래

 

그리고 그 방정식
꼭 찾아내길 바래

그래

 

- 잘 있어
- 잘가

 

- 스티븐?
- 어!

 

여러분 모두에게 조금
힘겨운 과제가 주어진다

각자의 박사 과정을 시작했으니
그게 뭐가 되었든, 호킹군

옆 사람에게
전달해라

여러분이 다 자란 어른인지 꼬맹인지
알곡인지 쭉정인지 구분해 줄 문제로

중간자와 파이 중간자,
쿽과 오리 울음은 구별해야겠지
*쿽: 원자내 소립자를 구성하는 물질

총 열 문항인데 각 항목이
지난 번보다 훨씬 어렵다

다들 행운도 필요할게야
금요일 세시에 다시 만나는 걸로

 

이거 풀려다간
입원하고 말겠다

 

영차!
노를 저어라!

힘껏 저어라, 브라이언!
영차, 브라이언!

저어라! 브라이언!
영차! 노를 저어라! 브라이언

팍팍 저어라!
브라이언!

 

이거 두 잔 더 줄래?

- 전화하게 잔돈도 바꿔주고
- 그래

 

- 데이트 신청을 해, 녀석아
- 제인

 

내가 요전 날 누굴 봤는지 알아?
캐롤라인이었다고

데이트를 하고 있던 것 같아
솔직히 걔도 그럴 자격은 있지

 

확률이 얼마나 될까?

 

상당히 낮겠지

 

아, 얜 스티븐이야

- 크로켓 좀 하니?
- 크로켓?

 

- 최근엔 없었는데
- 일요일 아침에 어때?

나 일요일
아침엔 바쁜데

 

아, 그분!

 

알았다!

 

야! 이런! 일어나!
몇개 풀었어?

 

- 잘잤냐 브라이언?
- 지금 오후다, 스티븐

문제 몇 개나 풀었나고?

무슨 소리하는지
한 개도 모르겠다

시아마 교수님 문제 말야
몆개나 해결했냐고?

- 없어
- 전혀 못풀었어?

- 나중에 하려고 했는데
- 아직 들여다 보지도 않았구만

그래

철학박사학위를 물리학 분야에서
따겠다고 네가 자청한 거 아니었냐?

그것도 영국에서
가장 권위있는 학교에서 말야?

그랬지

너라면 밤새 꿈속에서라도
계산을 해볼 줄 알았는데

 

브라이언?

 

- 뭐?
- 바그너 음악 좀 틀어줄래?

당꺼세요!
(당장 꺼지세요!)

 

- 어서 와라! 스티븐
- 죄송합니다

 

마이클! 글씨가 너무 엉망이라
해독은 어렵지만, 엄청 틀린 것 같다

브라이언꺼는
그저 당황스러울 따름이고

- 자네는 하는 시늉이라도 했나?
- 아, 죄송합니다

 

기차 시간표라!

 

이건 받아줄 수 없다
유효기간 지난 지 한 달이군

그 뒤에 보시면 있어요
사고가 좀 있었거든요

 

아홉개 밖에 못 풀었어요

 

글쎄다, 이런!
하지만 ...

 

아홉?

 

들어와요

 

스티븐
좀 앉게나

 

자네 주제에 관해
얘기해 보고 싶었네

자네가 뭐로 정할지
다들 관심이 많다고나 할까

결정을 못하겠어요

 

전혀 모르겠니?

 

전혀요

 

여기서 톰슨이 전자를 발견했고
러더포드는 원자를 쪼갰단다

 

이 일을 하는 가장 큰 보람 하나는
아무도 모른다는 거지

어디서, 혹은 누구에게서 다음 번
위대한 도약이 이루어질지 말이다

 

다음 금요일에 성적 우수 대학원생을
데리고 런던에 갈거다

수학자 로져 팬로스의
강연을 들어 보려고

 

원한다면
같이 가자

 

그리고 나갈 때
문을 꼭 잠가주고

 

교회엔 처음
와 보는 거지?

- 아주 옛날에
- 믿어보고 싶지 않아?

하늘에 설계자가 있다는 전제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아서 말야

 

점심 어디서 먹을거니?
엄마가 고기 구워주신댔는데

 

제인은 뭘 공부중이니?

- 인문학이요
- 방울 양배추 좀 줄까?

고마워

 

불어와 스페인어고요
박사까지 따려고요

그래
주제는?

이베리아 반도의
중세 시문학이요

중세의 시인들이라...
화가는 누구를 좋아하니?

- 어, 터너요
- 터너라고, 정말?

그 사람 그림은 빗속에 한동안
내놓았던 것처럼 보이더라

 

그리고 윌리엄 블레이크요

 

- 제인, 내가 담근 엘더베라술을 맛보겠니?
- 그렇죠, 감사합니다

그거 마시지마!
마시지마, 제인!

고맙습니다
엄마!

스티븐은 내가 담근 술을
좋아하지 않는단다, 고얀 녀석!

돌아갈 때 두어병
챙겨 보낼테다

스티븐! 훌륭한 숙녀 분이랑
교회에 갔다왔다고!

자신이 조금 성결해진 것 같진 않고?

 

확실히 성스러워졌다고나 할까
고마워!

그러고 보니 왜 신을 믿지 않는지
네가 얘기한 적이 없었지

 

물리학자가 초자연적 창조자를 믿다 보면
계산을 망치게 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지

그건 신에 대한 반론이라기보다는
물리학자에 대한 반론에 가까운데

 

살짝 구운 것?
바짝 구운 것?

 

- 제인, 실짝 구운 것? 바짝 구운 것?
- 살짝이요

 

제인을 5월 무도회 파트너로
초대하고 싶어요

- 그거 감동적인걸!
- 그럼 춤을 춰야 하는데, 스티븐?

우리 엄마의 애인께서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안녕

 

안녕

 

- 미안!
- 괜찮아?

 

- 우리 춤출래?
- 아니

 

싫어

보고 있노라면 행복해지기는 하지만
내가 직접 추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

절대적으로 동감이다
세상에 누가 춤추는 걸 원하겠니?

농담 아니고
난 춤 않춰

 

그럼 춤은 없는 걸로 하자

 

저기 남자 아이들의
셔츠 앞부분과

나비 타이가 여자들 드레스보다
더 빛나는 게 보이지?

- 그래
- 왜 그런지 알아?

- 왜지?
- 타이드

 

세탁용 세제

자외선이 세제에 있던 형광물질에
달라붙어서 빛나는 거야

 

그런 건 대체 뭣 때문에
알고 있는 거니?

 

별이 태어날 때와 사멸할 때엔
자외선을 방출하거든

 

만일 밤하늘에서
자외선이 보인다면

거의 모든 별이
사라지는 날일테지

 

우린 별들의 탄생과 죽음의
장관을 목격하게 되는 거고

 

- 그 순간의 모습이 어쩌면 ..
- 저런 모습일거라고?

 

- 그런데 왜지?
- 왜냐니, 뭐가?

- 왜 스페인의 중세 시냐고?
- 나도 시간 여행을 좋아하거든

 

너처럼

특히 방문하고 싶은
시기라도 있고?

- 20세기라고 해 두지
- 격랑의 20세기?

 

별을 관찰하는 이들로부터
배우기를 추구하지 말라

그들은 별이 지나는 굽이치는 길을
좇고 있을 뿐이니
(윌리엄 B 예이츠 "행복한 목동의 시")

 

브라보!

 

와! 정말 장관이군
그렇지?

 

처음에는 하늘과 땅이 있었는데
땅엔 형체가 없었느니라

 

어둠이 그 깊음의 얼굴을
덮고 있었더라

 

나랑 춤추겠니?

 

3번 트랙에서 발차하는 열차는
런던과 킹스로우로 가는

9시 15분 기차입니다

 

서둘러 스티븐
빨랑 좀 타라!

넌 도대체 왜 그러냐?
빨리 타라고!

 

우리 태양보다 세 배 이상 더 큰
별 하나가

생명을 다하려 합니다, 어떻게?
붕괴되는 거죠

 

전체 질량이 지닌 중력이

개별 원자의 전자기력을 능가하며
안으로 붕괴해 들어갑니다

만약 그 별이 충분히 크다면
또 이런 붕괴가 계속된다면

블랙홀이 만들어지면서
시공간의 휘어짐이 너무 강해서

아무 것도, 심지어 빛조차도
빠져나올 수 없을 겁니다

그것이 점점 작아집니다

 

별의 밀도가 점점 커집니다
모든 원자나 아원자 입자가

말그대로 작은 공간 안으로
차츰 압축되면서 말이죠

 

그 마지막의 순간에
우리에게 뭐가 남을까요?

 

바로 '시공간적 특이점'입니다

 

시간과 공간이 한데
정지하게 되는 지점말입니다

 

팬로스의 이론을 우주 전체의
블랙홀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론이 옳다면
우주는 팽창하고 있는 거야, 그렇지?

그렇지?

- 그래
- 그러면

우리가 시간을 되돌린다면
우주는 계속 작아지겠지

- 그래
- 그러니까

만약 그 과정을 끝까지 돌이킨다면
시원적 시점에 일어난 일을 알 수 있겠지?

- 시간 자체의 시초라고?
- 그래.

우주가 작아지면서 밀도가 커지면
점점 뜨거워지겠지

우리가 시계를
되돌리면 되돌리수록

 

- 그래, 시계를 되돌릴수록
- 시계를 되돌려라

지금 그걸 하는 거야?
시계를 되돌리고 있구나

그래! 내가 지금 바로
그걸 하고 있다고

계속 되감아라!
갈길이 멀다! 계속 감아!

- 넘어질까봐 겁나
- 참아! 시간의 시초로 되돌아가야 해!

반드시 돌아가야 하니까
계속 되감아!

 

어디에 도달할 때까지냐 하면

 

특이점이지

시공간적 특이점에 도달하게 되요
즉, 우주는 블랙홀의 폭발로 생성된 겁니다

- 계속해라
- 계속하라니 무슨 말씀이죠?

우주의 시초보다
더 이전까지요?

아니! 아니지! 계속 밀어 부쳐서
수식으로 증명해 보라고!

 

최대한 세게 밀어봐요!
밀어요! 밀라고요!

- 최대한 세게
- 지금 최대한 세게 밀고 있어요

 

세 볼께요
하나, 하나, 둘, 하나, 둘

괜찮아요, 잘했어요.

 

넷째 손가락으로
네번째 집개요

 

'운동신경원질환'입니다

 

퇴행성 신경 질환으로
중요 근육의 움직임을 통제하는

대뇌속의 신경세포가
파괴되는 겁니다

 

말하고, 걷고, 숨쉬고, 삼키는 등의
의지에 따르는 움직임 말이죠

근육을 움직이기 위해 전달되야 하는
신호가 중간에 끊기는 건데요

 

결과적으로 근육이 죽어가면서
점차 소실되게 되죠

 

궁극적으로는 모든 수의 운동에 대한
조절 능력을 상실하고 맙니다

 

유감스럽게도
평균 예상 수명은 2년이네요

 

더 이상 해드릴 수 있는
일이 없어 유감입니다

 

뇌는 어떻게 되죠?

 

뇌에는 아무 영향도 없을 겁니다
사고력은 그대로 유지될 거에요

문제는

 

결국엔 당신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아무도 알 수 없게 되겠지만요

 

참으로 유감입니다

 

'자연 세계' 금주의 에피소드에
오신 분들을 한영합니다

이번 주에 탐험해 볼 내용은
캠브리지의 한 희귀한 물리학자가

이와 같은 멋진 깃털 속에서
겨울을 나는 기괴한 습성입니다

 

그래, 어땠어?
뭐라고 하던? 손목은 좀 어때?

병에 걸렸데, 브리

 

혹시 성병이냐?
스티븐?

 

운동 뉴런성 장애래

 

미안한데
내가 잘 ...

루게릭병말야
야구선수였지

미안! 요즘 나의 첨단 분야 연구가
별로 신통치 않아서 말야

그 기술적인 운동 야구성 장애라는
질병에 대해서 말이지

 

- 앞으로 2년 쯤 살 수 있을 거래
- 뭐라고?

 

막상 소리내서 말하고 나니
정말 이상하게 들린다, 그렇지?

 

그게 무슨 말이야?
지금 뭐하자는 거야?

 

뭐라고 ... 뭐라고 ... 대체 뭐라고
말했는데, 미안하지만 난 정말 ..

 

그만 가라
브라이언?

스티븐, 방금 전 내가 좀 멍청했지
하지만 난 너무... 내가 ...

 

가라고

 

스티븐 전화왔다
여자던데

 

- 조만간 다시 보자
- 그래

 

여자애 기다린다

 

스티븐?

 

- 제인!
- 브라이언

미안,
난 ...

일단 좀 앉아라

 

유감이다, ... 너도 만나봤겠지만
녀석이 입원해 있었거든 ...

 

교육적인 내용이니?

 

아주

 

존이 마르타와
관계를 맺고 있는데

마르타는 앨런을 사랑하게 되고
점퍼 모양을 봐선 앨런은 게이이고

그래서 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확률을 계산 중이지

 

계산은 끝났고?

영에 가까운 숫자인건 분명한데
정답까진 아직 멀었다

 

- 스티븐
- 걔랑은 길이 어긋났다

아까 왔다 갔거든

 

이러지마

 

가라

 

크로켓이라고 했지?

 

나랑 한 게임 하자!

 

가라고!

 

당장 일어서서
게임을 하지 않으면

 

나 다신 네게
돌아오지 않을거야

 

영원히

 

게임하자며?

 

이젠 가봐

그러지말고 나랑 얘기 좀 하자?

- 그냥 가주면 안되겠니?
- 그게 네가 원하는 거야?

그래! 그걸 바래! 그러니 제발,
내 생각을 한다면 그냥 가줘!

- 그럴 수 없어
- 나 2년 밖엔 못 산데

- 연구해야 해
- 사랑해

 

너 방금 성급하게 ...
그건 그릇된 결론이야

난 둘이 함께 하고 싶어
우리에게 얼마나 남았던

남은 시간이 별로 길지 않다면
그렇다면, 그냥 그러라지 뭐

앞으로 닥칠 일을 모르나 본데
그로 인해 만사가 꼬일거라고

 

네 안경은
항상 더럽더라

 

 

좀 나아졌지, 그렇지?

 

 

그러네

 

슈뢰딩거 방정식에 대한 해답은
상자의 경계면에서 사라지므로

 

'시간'이요

 

'시간'이라니
그게 자네 주제인가?

 

특별히 파고들고픈
측면이라도 있고?

'시간'이죠

 

들어와라
들어오렴

 

앞길에 어떤 역경이 놓여있을지
제인 네가 잘 모르는 것 같아서

 

녀석에게 남은 시간이
아주 짧을 거다

 

신중하거라
과학적 예측이 네게 절대 불리하잖니

 

네 앞에 놓인 건
전투 따위가 아니야

 

결과적으로 매우 참담한 패배로
끝나고 말거다

 

우리 모두에게
말이다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잘 압니다

 

제가 그리 강인해
보이지 않는다는 거죠

 

하지만 전 스티븐을
사랑합니다

 

스티븐도 절
사랑하고요

 

우린 함께 그의 병과 맞써
싸울 겁니다

 

우리 모두
함께요

 


셋!

 

행운을 빌어

 

- 잘잤나, 스티븐
- 안녕하세요, 목사님

 

알아요
안다고요

- 조금 더 다듬을 필요가 있겠죠
- 그래요 그래 바로 ..

압니다
먼치너 교수

 

들어오게
스티븐

 

모두가 우려하는 게 그거죠 ...
조건 말입니다

그걸 걱정했었잖아요

 

어쨌든
좀 두고 봅시다

- 어서 오게 스티븐
- 안녕하세요

- 자리에 앉겠나?
- 고맙지만 괜찮습니다

- 정말 괜찮겠나?
- 네

그래, 자넨...
요약하자면

 

자네도 알다시피
첫장은 허점 투성이야

 

수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네

- 쏜 교수님
- 둘째 장은 독창적이지 못하군

로져 교수의 아이디어를
많이 답습했더군

그래도 자넨 제대로 이해하고
사용하긴 했더군

 

셋째장은 해명되지 않은
문제가 너무 많고

동감입니다

그러고 나면, 물론
네번째 장이 남는데

시원적 시점에서의 블랙홀이라

- 시공간적 특이점?
- 네

실로 탁월하다!

 

굉장해!

정말 뛰어나더라!

그래서 결론적으로 하고 싶은 말은
'잘했다'는 말이다

아니,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 잘하셨소이다, 박사!
- 잘했다! 스티븐!

정말 참신한 이론이더구나

 

감사합니다

 

- 그럼 앞으론 어떻게 할 셈인가?
- 증명해야죠

 

단일한 방정식을 세워
시간에 시초가 있었음을 증명해야죠

 

정말 굉장하겠죠, 교수님?

 

단일하고 우아한 방정식 하나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면 말이죠?

그래, 그럴거야.
그렇고 말고!

 

존경받는
저명하신

- 박사님!
- 누구 얘기야?

 

스티븐 호킹 박사님을 위하여!

스티븐 호킹을 위하여!

 

고마워
제인

 

놀라운 건 녀석이 연구한 것도 없이
박사를 딴 최초의 인물이란 점이지

 

'연구'라는 말 자체가 스티븐에겐
큰 욕이야, 옥스포드 때부터 말야

특히, 이 녀석은 하루 평균
한 시간만 공부를 했거든

 

지난 육개월 동안 내가 네 편지를
몇통이나 커버해 줬는데?

네가 연구 여행을
나가있는 동안에

 

- 몇통인데?
- 넷

 

- 자기 괜찮아?
- 난 괜찮아

00:44:19,070 -- 00:44: 27.000
안녕! 로버트!
괜찮다, 아가!

 

잠시동안 만이다

 

당연하지

 

그래도 아침 먹을 땐
편리하겠는 걸!

 

고마워

 

미안한데!
방금 뭐라고 말했어?

 

내말은

 

응?

 

고마워

 

귀여운 녀석!

 

가봐
제인

 

금방 갔다 올께

 

루시!
아가야!

 

제인

 

스티븐

 

자기야?

 

아이디어가 떠올랐어

 

영감을 얻었다고

 

- 어서와
- 안녕하세요, 드니스 교수님

- 안녕하세요, 교수님
- 그래

 

됐다!
사랑해!

잘 해낼거니까
걱정마

 

- 미안
- 괜찮아요

 

그래서 일부 입자는 블랙홀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다는 예측이 가능하죠

따라서 블랙홀은 사실
검은색이 아닙니다

 

오히려 복사열로 인해
이글거리고 있죠

 

열에너지를 계속 방사하다보면
블랙홀은 질량을 잃게 되고

 

결국은 어마어마한 폭발과 함께
모두 사라져버리고 맙니다

이주 단순한 원리로서
뜨거운 물체가 열을 발할 때 ...

열역학 2법칙 말이군

그말이 맞아
열역학이라니까

 

불랙홀이 입자를 잃고 있다는
생각이 가능하다면

시간이 갈수록 사이즈가 줄면서
증발하게 될 거라고

- 그러다 결국엔
- 사라지겠죠

 

따라서

 

처음에는 별 하나가
블랙홀 속으로 사라지지만

 

그 후엔 블랙홀 자체도
사라지고 맙니다

 

가버린다고!
아무것도 남아나질 않는 거야!

- 무에서 시작해서 무로 돌아가는 거지
- 네가 못먹게 만든 맥주나 물어내지

 

친구가 시간의 시초가 있었음을
증명했는데 어찌 가만히 있겠냐?

- 뿐만 아니라 우주가 태어난 과정과
- 끝잘나는 모습까지 알아낸 거지

- 빵!
- 으깨질거라고 말야

 

멋있어!
굉장한걸!

헛소리 마시오!
말도 안되는 소리!

 

제 말씀에 기분이 상하신 건가요
교수님?

 

실례합니다

 

제 이름은

 

저는 칼라트니코프 교수입니다

소비에트 과학협회에서 왔죠

제 전공 분야는
뜨거운 우주의 진화, 즉

마이크로 배경 복사의 특성 및

블랙홀에 관한
이론입니다

솔직히 말해

오늘 여기 오면서

 

수많은 헛소리나 듣고

 

실망해서 귀국하게 될 거라고
각오를 단단히 하고 왔는데

 

여기 자그만 체구의 청년이
해냈군요

 

시로 대단한 일을
해냈어요!

 

- 만나뵙게 되서 반갑습니다, 교수님
- 나 역시 반갑다네

 

- 반응이 좋은 것 같네요
- 한 동안은 그럴게다

 

호킹 복사다! 이런 꼬마가 해내다니!
이 작은 체구가 해내다니!

 

- 이보게 천재 양반!
- 오, 정말 웃기는 녀석들일세!

 

이건 이제 좀 지겹지?
늙다라!

자, 노인네
하나, 둘, 셋!

 

세상에
제인은 어떻게 이짓을 매일 한다냐?

 

스티븐, 너의 그
"운동 '조둥이' 장애' 말야

 

뭐?

 

거시기에도 영향이 있냐?

 

그건 전혀 다른 시스템이지
불수의 시스템

그래?

그렇담 굉장하지 않냐, 그렇지?

 

왠지 남자에 대한 많은 의문이
풀리고 있는 것 같은 걸

 

꾸물대지마라!
빨랑해!

 

- 뭘 가지고 그래?
- 깜짝 선물이야!

 

눈 뜨지마!

 

- 짜-잔!
- 짜-잔!

아빠!
이것 좀 봐!

 

전동 휠체어야
맘에 안들면 반품하면 되

 

이해가 안가는게, 지난 수년간
불랙홀이 존재한다고 가정했고

시그너스 엑스 원이
인간이 관측할 수 있는

최초의 블랙홀로 판명될 수도 있다고
믿고 있는 자네가

그게 블랙홀이 아닐거라 하고는
킵 쏜과 내기를 걸었다고?

- 네
- 뭘 걸었는데?

일년치 잡지 구독권이요

 

- 어떤 잡지? 네이쳐지?
- 아뇨! 펜트하우스요!

 

- 펜트하우스라고?
- 네

잡으러 간다!

 

아빠 올라 와!
서둘러야 해!

 

엄마! 엄마!
이리 와봐!

 

내가 널 잡을 거다!

 

하루 종일! 하루 종일!
하루 종일! 하루 종일!

 

- 얘들아!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 드디어 왔구나!

안녕하세요
아빠

 

- 스티븐!
- 네

왔구나!

그래
올라가자

일단 꼭대기까지만 올라가고 나면
아주 아늑하단다

출발해 볼까

- 일단 돌려야겠다, 스티븐
- 밀어드려요?

아냐, 괜찮다
넌 짐을 가져오렴

간다
자, 출발

 

이거 봐라
별거 아니지

 

하나는 넘었고

 

어, 비가 내리는데 ...
몸이 떨리고, 춥고, 아냐? 어 ...

떨어지는 데 ...
떨어지는 게 ...

 

- 아주 춥고
- 도대체 뭘까?

내가 ...
내가 지금 어 ...

 

나왔어?

 

- 물 좀 줄까?
- 아니요, 걱정 마세요

 

됐어요
이제 괜찮아요

자자
이젠 됐어요

의사에게 가봐야겠어요
요즘 계속 저래요

 

- 의사는 안돼! 의사는 싫어!
- 그래 알았다, 의사는 관두자

 

물 좀 마셔라

 

스티븐?

 

나 말이야
도움이 필요해!

 

로버트만 해도
중요한 어린 시절을 놓지고 있고

계속 해쳐나갈 길을 찾고는 있지만
혼자서는 더 이상 어려울 것 같아

우리가 무슨 문제가 있다고 그래
우린 그냥 평범한 가정인 걸

우리가 어딜 봐서
평범한 가정이야

 

우린 절대 평범한 가정이 아니라고!

 

로버트! 네 엄마가 아빠한데
무지 화나셨다

 

고마워

 

제인?

 

제인!
멈춰봐!

 

앉아라!

 

저기 ...

 

제안 한 가지만
하자꾸나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게 특효가 있는 경우를 많이 봤거든

네가 교회 성가대에 참여하면
어떨까 싶은데

 

음 ...

가장 영국인다운
제안이신 것 같네요

 

괜찮겠네요

 

- 전엔 노래하는 걸 좋아했으니까
- 참 잘했잖니

 

- 그건 잘 모르겠네요
- 그냥 해 봐라

 

일주일에 한 시간뿐이니

 

모두들 정말 멋졌습니다
다음 주에 뵙죠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 노래하러 오셨군요
- 어, 전 그냥 단지 ...

 

- 소프라논가요?
- 메조요

잘됐네요
필요하던 참이었는데!

- 지금껏 어디 숨어 있던 거죠?
- 그러게요

이제라도 나오셨잖아요
딱 필요한 시기에 말이죠

흔한 말로 하자면 말이에요

 

- 다시 올거니까 열어 두죠
- 그래요

- 필요한 건 다 있나요?
- 네, 고맙습니다

와주셔서 고마워요
중요한 자산이 되실 겁니다

감사합니다

 

전 이제 가봐야겠어요

혹시 아드님이
피아노 레슨이 필요하면

- 네, 물론이죠
- 전화주세요

 

- 그럴게요
- 그러세요

- 남편도 음악을 좋아하거든요
- 와! 그분도 연주를 하시나요?

 

그분도 가르쳐 드릴 수 있거든요

 

얘기하자면 깁니다
아무튼


알겠습니다

- 감사해요, 죠나단씨
- 제가 고맙죠, 또 봅시다, 제인

- 안녕히 계세요
- 안녕히 가세요

 

와인 드려요?

 

좋죠
고맙습니다

- 자기도?
- 응

 

제인 말로는
멋진 이론을 세우셨다더군요

 

우주의 시초가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거라던가요?

 

그건 박사 논문이었고

 

요즘은 그게 틀렸다는 걸 증명하는
연구를 하고 있죠

 

그게 틀렸다는 걸
증명하신다고요?

- 그래요
- 아!

 

그렇다면 더 이상
창조설은 믿지 않겠군요

개인적으로 무엇을 믿느냐는
물리학에선 중요하지 않아요

- 물리학에선 중요하지 않다고요
- 아!

 

그렇군요

 

스티븐은 사상적인
유턴을 단행했죠

우주에 경계 따윈 없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달았답니다

 

한계 따위가 없으니
시작도 없는 거고

그러니 신도 없다
아하!

그렇군요
제가 오해했네요

우주에 시초가 있었기 때문에
창조자의 필요성을 증명하신 줄 알았더니

 

- 제가 오해했군요
- 아니, 저의 오해였죠

 

스티븐은 우주의 모든 힘을 통합적으로
해명해 줄 단일한 이론을 연구중이에요

 

그러려면 신은
죽어야 하고요

왜 죽어야만 하는지
저로선 이해가 안되네요

 

물리학을 지탱하는 두 중요 기둥으로는
양자역학, 즉

전자와 같은 미립자의 운동에 관한 법칙과
일반 상대성 이론이 있어요

아! 그래요!
아인슈타인 말이죠

아인슈타인의 이론으로
행성처럼 아주 거대한

물체의 움직임을 설명하죠
하지만 양자론과 상대론은

제가 맞춰 볼께요
둘이 서로 다르다는 말씀이죠?

전혀 다른 규칙을
기술하고 있어요

 

만일 세상에 감자만 있다면
사정은 간단하겠죠

스티븐이 예전에 했던 것처럼
시초를 정밀하게 추적할 수 있거든요

창조의 순간까지 말이죠

 

할렐루야! 이 경우엔
신은 살아 계시죠

그러나 메뉴에 강남콩이 더해지면
모든 것이 약간

난잡해지죠

무질서해진다 할까요

- 세상은 신이 없는 난장판이 되죠
- 오! 저런!

아인슈타인은 강남콩을 싫어했데요

 

양자론에 대해 그는 말하기를
"신은 우주를 놓고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신은 주사위 놀이를
즐길 뿐만 아니라

주사위를 인간이 찾을 수 없는 곳에
던져버리는 고약한 존재죠

고로 신은 다시 멸종될
위기에 처하게 되었죠

 

그분 일이니까 그분이 알아서
잘 대처하시겠죠

요는 다시 물리학의 시대가 온 거죠

그래요
다시 물리학의 세계가 도래했죠

 

사실 저도
결혼했었어요

 

갑자기 아내가
세상을 떠났죠

 

거의 일년 전이었네요

 

백혈병이었습니다

 

아내는 열심히 싸웠고 저도 도왔지만
하지만 결국엔 ...

 

빈방의 적막함에 억눌릴 땐
정말 외로워요

헤어날 수 없을 정도죠

 

그런 제겐 음악이 구원입니다
가르치고 연주도 하고

직업으로까지는 아니고요
그 정도까지 야망은 없거든요

 

그것도 죄가 될까요?
잘 모르겠네요

 

그런 건
그 분께 물어야죠

 

- 환대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 와주셔서 고마웠는걸요

정말로 엄청 좋았어요

제가 여러분을 위해 해드릴만한
봉사가 없을까요

이 가족들을 위해, 가능하다면
전 영광으로 생각하겠습니다

저 역시 자식을 키우는
사람으로서 말이죠

다른 의도 없이 순수하게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제 처지를 잊을 만한 목적의식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 안녕히 주무세요
- 안녕히 가세요

 

난 이해해

 

당신에게 도움이 필요한데

 

누군가가 도와 줄 의향이 있다면

 

난 반대하지 않을게

 

너를 부르시고
모두를 부르시어

영원한 왕국을 삼으셨네

우리를 구원하시고자 주께서 나셨네
우리를 구원하시고자 주께서 나셨네

좋아요! 멋집니다!
잘하셨어요! 끝내죠!

 

- 일곱시 25분에 계속하죠
- 고마워요

 

저기... 어, 모두들
그 복사본은 남겨 두실래요?

 

드릴 말씀이 있어요

 

뭔데요?

 

저 임신했어요

 

세상에! 전 그런 줄도 모르고
당신과 스티븐은 ...

 

아무튼, 그거 좋은 소식이네요

- 그래요
- 네, 정말 잘됐군요

 

- 축하드립니다, 제인
- 고맙습니다

 

다들 '김치'하세요! 준비됐죠?
하나! 둘! 셋!

'김치!'

 

- 엄마
- 간다

 

저기, 있잖냐

입주 도우미를 들이지 않겠다는
네 결정을 줄곧 지지해왔다만

아무래도 장기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듯 싶구나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으니
즉시 적당한 입주 간호사를 구하거라

도와주는 사람이
있는 걸요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잖니

입주 간호사를 쓸
여유가 못되요

가족들을 위해 방법을 찾아 봐야지
넌 세계적으로 유명하잖아

블랙홀로 유명한 거지
락 스타까지는 아니잖아요

 

농담 아니다, 스티븐
시급한 상황이다

 

우리에게도 알 권리가 있단다

우리에게도 알 권리가 있다고, 제인

 

뭘 아셔야겠단 말씀이죠?

 

티모씨가 누구 아이인지
스티븐이니? 조나단이니?

 

제가 그 정도로밖에
안보이세요?

 

티모씨의 아빠가 스티븐이 아닌
다른 사람일 가능성은 절대 없을테니

적당히 해 두세요!

 

- 조나단, 제발 가지 말아요
- 가야 해요

난 순수하게 도우려는 건데
참 힘드네요

순수하게 도와드리려는 건데
뭐가 이리도 어려운건지

순수하게 도와주는거 잘 알고
너무나도 고맙게 생각해요

지금으로선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어쩌면 ..

한 발 물러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제발요, 조나단! 애들도, 저도,
스티븐도 모두 당신이 필요하다고요

 

하지만 다른 문제도 있는 걸요
제인,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

 

저도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

 

고맙소, 제인

 

나 보르도에
초대받았어

- 어디로 초대되었다고?
- 보르도에

 

보르도에?

 

바그너군!

 

학생들이 날 데려가면 돼
당신 비행기 싫어하잖아

비행기 타는 건 정말 싫지

당신은 차로 와
보르도로 날 데리러 와

 

애들이 편하게
잘 보살펴 주면서

 

그건 너무 힘들어서 못할 것 같아
스티븐

 

조나단에게
도움을 청해

 

그가 허락할 것 같지 않아

 

어서와요
스티븐

 

- 괜찮겠죠?
- 글쎄요

 

당신만 함구하겠다면
나도 조용히 있을게요

 

단지

 

직접 운전해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만은 명심하세요

 

제인 좀 도와주세요

 

사라! 착륙하자마자 주사 놓는거
절대 잊으면 안되요, 알았죠?

호텔에 도착하면 제게
꼭 전화주고요

- 그럴게요
- 꼭이요? 약속해요?

- 네
- 좋아요!

 

스티븐?

 

아기는 엄마가 봐 주실거야

 

- 오실 때가 되었는데
- 보르도에서 봐

 

말 잘 듣어야 해

 

- 애들 자요?
- 네

 

조나단?

 

조나단!

 

조나단, 스티븐이 지금
아프다네요

지금 병원이라는데
의식 불명이래요

 

어떻게 된 거죠?

폐렴입니다

 

생명 유지 장치에
의존하고 있죠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의료진이 호흡 장치를 떼어 드리길
바라시는지 알고 싶습니다

 

무슨 소릴 하는 거에요?

 

이렇게 하면
고통없이 끝날 거에요

마취에서 깨운다고 해도
심폐소생술을 견뎌낼 보장은 없어요

 

무조건 마취에서
깨워내야 합니다

 

정말 그러길
원하십니까?

호흡기를 떼내려면
기관절제술을 할 수 밖엔 없거든요

 

기관지에 구멍을 내서
목구멍을 우회하는 방법인데

 

그 경우엔 다시는
말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여러 말 할 거 없어요
그 사람은 무조건 살아야 합니다

그가 필요한 모든 처치를 받도록
제가 조치할 겁니다

그 사람을 캐임브리지로
이송할 준비를 하겠어요

 

- 여정을 이겨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 아뇨, 이겨낼 겁니다

 

알아요

 

내가 ...

 

물러날게요

 

차에 다 실으셨나요? 휠체어랑
장비랑, 그 밖에 다른 것도요?

 

잘 가요

 

이건 글자판이야

 

자기가 원하는 글자를
눈을 깜박여서 알려줘

그 글자를 포함한 그룹의 색을
내가 말할 때

 

먼저 그룹부터 알려주고 나서
그룹에 있는 글자를 선택하는 거야

내가 그 글자의 색을 말할 때
눈을 다시 깜박여서 말야

 

분명하게

 

그럼 한번 해 보자

 

초록

 

파랑

 

분홍

 

검정

 

빨강

 

눈을 깜박여서 원하는 글자가 있는
그룹을 선택하는 거라고, 스티븐

 

초록

 

파랑

 

분홍

 

검정

 

빨강

 

- 여기서 좀 기다리세요
- 그러죠

 

오셨어!
아주 평판이 좋은 분이셔!

 

산채로 잡아먹지 않겠다고
약속해

 

알았지?

 

자 그럼
만나보시죠

 

일레인씨
스티븐입니다

 

스티븐
일레인씨야

정말 반가워요
교수님

 

필요한 건 다
준비해 놓았지만

혹시 필요하신게 있다면
전 바로 옆방에 있을게요

좋습니다
우린 바로 시작해야겠군요

고마워요
제인

- 그리고 문은 좀 닫아 주시죠?
- 물론이죠

 

그럼 시작해 볼까요

 

자 ...

 

빨강

 

노랑

 

'T'

 

녹색

 

검정
'E'

 

초록에 초록은
'A'

녹차군요

 

차를 드시고 싶다고요?

 

좋아요

 

평소에 즐기시는
취향이라도?

 

글자판 다 외운 거
알고 있거든요

 

자, 시간 없어요

 

초록, 초록,
초록, 노랑

노랑은
'B'

 

초록, 파랑, 검정, 분홍, 빨강

 

빨강?

초록. 노랑, 파랑
파랑?

'U'라면 혹시 빌더스 티
말씀이세요?

 

그 사람 어때요?
잘하고 있나요?

제가 만나 본 중에 가장
똑똑한 분 같아요

- 당신이 정말 부럽네요
- 고마워요

- 엎드려 경배하셔야겠더군요, 그분의
- 바퀴 아래 말이죠

 

정말 훌륭한 환자에요
재밌는 분이고

그분에 관한 글을 읽어보면
사람들이 ...

앞으로도 계속 잘 해내는지
조금 더 두고 보기로 하죠?

 

그 정도면 됐습니다

 

보시다시피, 어느 정도까지는
조절이 가능하죠

필요한 속도에 따라
각도 전환도 가능하고요

- 최첨단 기술입니다
- 어떻게 작동되는 거죠?

매우 간단한 인터페이스로
알파벳을 스캔하여

한 번에 한 글자씩
선택하게 됩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교수님께선

분당 네 단어 정도를 쓰실 수가
있을 겁니다

괜찮네요!
분당 한개보다는 낫잖아요

또 제가 무얼
해 놓았냐하면

전화의 자동 응답기
부품을 이용해서

쓰여진 글이 합성된 목소리로
전환되게 만들었어요

목소리가 약간 로보트처럼
들리기는 해도 ...

한번
해 보실래요?

- 좋죠!
- 요놈을 클리하시면 됩니다

 

오른 손?

 

시작하시죠

 

미래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제 이름은
스티븐 호킹입니다

 

미국식 억양이잖아요!

 

그게 문제가 되나요?

 

세상에!
다른 목소리는 없나요?

 

지금으로선
이 목소리뿐인데요


좋은데요

 

데이지, 데이지
부디 내게 대답해줘

 

솔직히 말하자면
내 알 바가 아니라오

 

박멸하라!

 

박멸하라!

 

박멸하라!

 

나 책을 쓰려고 해

 

무엇에 관해?

 

- 시간?
- 시간!

 

시간의 본성은 무엇인가?

 

시간의 끝이 과연 존재할까?

 

시간을 거스를 수 있을까?

 

언젠가 지구의 공전을 인정하는 것 만큼
이 사실도 확실하게 인정하게 되거나

 

거북이로 탑을 쌓는 것 만큼이나
어리석은 생각이라 여기게 되겠지

 

어느 쪽이 될런지는
오직 시간만이 알려줄 것이다

 

교수님?

 

- 그건 친구를 위한 거요
- 물론 그렇겠죠

다들 그렇게 말하거든요

 

제 앞에선 부끄러워하실
필요 없네요

 

남자들에 대해
저도 좀 알거든요

 

같이 보실래요?

 

시작합니다

 

오!
미안합니다!

 

다음으로 넘어가죠

 

뭐요?

 

오랫동안 전우주적인 모델을
찾아해맸다고 내가 말했죠

 

드디어 그녀를
찾은 것 같네요

 

어련하시겠어요

 

스티븐, 당신을 잠시 훔쳐야겠어
계약서가 도착했거든

잠시만 더 기다려주면 안될까요?
제인?

 

다됐네요

 

새 사람 같네요

 

우리는 누구인가?
여기에 왜 있는 걸까?

이걸 알아낸다는 건
인간 이성의 궁극적인 승리로서

그 때가 되면 비로소 우린
신의 마음을 알게 될 것이다

 

- 이거 진심이야?
- 그래

 

- 물론이지
- 그분을 인정한다고?

 

하지만

 

"하지만"이라니
뭐가?

 

당신 정말 내게 이런 기쁨을
누릴 기회를 줄 작정인거지?

 

그렇게 고마워 할
필요까지야

 

미국갈 때 동행해 달라고
일레인에게 부탁해 놓았어

 

그녀가 날
보살필거야

 

그녀가
그렇게 하겠데?

 

그래

 

여태껏 초청이 들어오면
항상 내게 말했었잖아

 

또 상을 주겠다는데
어쩌겠어?

 

미안해

 

도대체
몇해 동안이었지?

 

사람들은 2년이라고 했었지

 

그러고 보니
당신 참 오래 살았네

 

다 잘될테니
걱정마

 

지금껏 당신을
사랑해 왔는데

 

최선을
다해서

 

조심하세요

 

- 아니, 그건 남을 거에요
- 알겠습니다

 

잘있어요
조나단

 

고맙습니다

 

제가 교수님을 처음 만난 건
1963년입니다

그런데, 그 많던 시간은
누가 다 먹은 걸까요?

 

그가 과학자로서나 생활인으로서
온갖 편견을 뛰어 넘는 매 순간을

곁에서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이
제 삶에 있어 큰 낙이었습니다

 

존경하는 제 동료를 무대로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나의 친한 친구인
호킹 교수이십니다

 

미리 선택되신 분들 중
첫번째 분 질문부터 시작하죠

 

제 말 들리세요?

 

이젠 어디서나
사람들이 알아볼텐데요

그 모든 관심에 어떻게
대처하시고 계신지요?

최근에 캠브리지에 오신
관광객 한 분이 저를 막아서더니

정말 스키븐 호킹이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아니라고 했죠
실제 인물은 훨씬 더 잘생겼다고요

 

1979년 통일장 이론의 가능성을
언급하시면서

금세기가 끝나기 전에
발견될 거라고 하셨잖아요

 

지금은 그 생각이 틀렸다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호킹 교수님께선
신을 믿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는데

 

신을 믿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는데

 

살아가는 데에 도움이 될만한
특별한 철학이라도 가지고 계신가요?

 

인류가 영장류 중에서
가장 진화된 종이긴 하지만

그저 평범한 별 주위를 도는
별볼일 없는 행성에서 살고 있죠

수천억 개나 되는 은하계 중
변두리 은하계에서 말입니다

 

그러나 문명이라는
동이 튼 이래로

인간은 우주의 근본적인 질서를
이해해 보려는 갈망을 품어왔습니다

 

만일 우주의 한계를 결정지어 줄
뭔가 아주 특별한 조건이 존재한다면

 

한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보다
특별할 수 있는 조건은 없지 않을까요?

 

인간적인 노력에도 마찬가지로
한계 따위가 존재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제각기 다릅니다

각자의 삶이 제 아무리
불리해 보여도

누구에게나 이룩해내고 성공할 수 있는
무언가가 반드시 있는 법입니다

 

생명이 있는 한
희망 역시 존재하니까요

 

스티븐이 보낸 거에요

 

세상에

 

당신 안경은 언제봐도 더러워

 

호킹 교수 내외분
여왕 폐하를 알현합니다

 

축하해

 

'명예 훈작'이라 ...

 

진보적인 늙은 사회주의자에겐
그리 나쁘지 않은 호칭이네

 

걱정마! 기사 작위는
싫으면 거절해도 되니까

 

오늘
고마웠어

정말 특별했거든

 

하긴, 돌이켜보면 매 순간이
꽤나 특별했었어, 그렇지?

 

뭐라고 쓰고 있는 거야?

 

봐봐
우리가 무얼 이루어 놓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