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ime Mach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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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해요, 필비 씨

 

이런. . .

 

무례한 사람 같으니라고 !

 

좀 늦는 거겠죠

 

그가 안 오면 시간 낭비요

 

할 일도 많은데 말이야

 

어디 읽어 봐요

 

우리가 초대 받은 거 맞소 ?

 

맞습니다

 

집을 얼마나 비웠죠 ?

 

글쎄요, 며칠 됐어요

 

얼굴 뵌 지 꽤 된걸요

 

원래 실험실에서 사세요
식사 때만 빼고

 

저녁식사엔 오신댔어요

 

이 메시지도 주신걸요

 

고마워요, 와쳇 부인

 

뭐라고 써 있소, 필비 ?
잘못된 거라도 ?

 

아닙니다

 

8시까지 못 오면
먼저 식사하시래요

 

월터, 몇 시지 ?

 

저녁 준비됐습니다

 

오늘 들은 것 중
가장 반가운 얘기로군

 

이상한 일이야

 

보통 약속 시간을
칼같이 지키는데

 

초대해 놓고 안 오다니
우릴 물먹이겠다는 건가 ?

 

신사답지 못한 행동이야

 

- 시간만 낭비했어
- 시간 낭비고말고

 

영국 남부 최고의 포도주
저장실을 가진 것 빼면 시체야

 

와쳇 부인 요리 솜씨도 최고지

 

어디 마셔 볼까 ?

 

- 맙소사, 대체 무슨 일이야 ?
- 괜찮아

 

먹을 것 좀. . .

 

마실 것도요

 

몰라봤어요

 

와쳇 부인

 

꿀 먹은 벙어리인가 ?
무슨 일인지 말 좀 해봐

 

- 내버려둬
- 괜찮아요

 

지금 얘기해야 돼요
잊어버리기 전에

 

진정하고 좀 쉬게

 

시간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자네 말이 맞아, 데이빗

 

내가 가진 건 시간이야

 

닷새 전 만났을 때 있잖아요

 

1899년 마지막 날. . .

 

저 상자가 2년 간
노력한 결실입니다

 

신세기 전에 끝내고 싶었죠

 

거의 다 끝냈어요

 

- 건배
- 대단하군

 

이게 뭔데 ?

 

시간과 관련된 거죠

 

난 항상 믿을 만한 시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지

 

해군하고 육군에도 필요해
포병대를 위해서 말이야

 

성과가 있었나 보군, 죠지
그래서 숨겨 온 거야 ?

 

자네 꽤 똑똑한걸

 

죠지가 말하는 건
시계가 아닌 것 같아요

 

아냐

 

내가 말하는 시간이란
4차원을 뜻하지

 

계속해 봐

 

4차원은 설명하기 힘들어
보거나 느낄 수 없기 때문에

 

그럼 괜찮다면 3차원부터
설명해 주겠나 ?

 

필비, 학교에서 뭘 배웠나 ?

 

그럼 박사님이 설명해 보세요

 

그러지

 

예를 들어 내가 직선 상에서
앞뒤로 움직이면

 

이건 1차원이지

 

좌우로 움직이면 2차원이고

 

아래위로 움직이면
3차원이야

 

예를 들어, 저 상자. . .

 

저 상자는 길이, 넓이, 높이
즉, 3차원을 가졌네

 

그럼 4차원은 뭐죠 ?

 

그건 아직 이론에 불과해

 

아무도 4차원이 뭔지
실제로 존재하는지 모른다네

 

그 반대예요

 

4차원은 나머지 세 차원처럼
실제로 존재해요

 

4차원이 없으면 나머지도 없죠

 

무슨 뜻이지 ?

 

저 상자로 설명하자면

 

박사님 말대로 세 차원이 있죠

 

그럼 그 안에는 뭐가 있지 ?

 

보여 드리기 전에 먼저
우린 왜 4차원을 못 느낄까요 ?

 

4차원엔 다른 세 차원 같은
움직임의 자유가 없죠

 

박사님 말대로
위아래, 전후, 좌우가. . .

 

시간 속에선 꼼짝도 못해요

 

알겠소, 브라이드웰 ?

 

아니 !

 

죠지, 설명은 명료하지만
나도 잘 모르겠어

 

월터, 잘 봐
세상엔 불가사의가 많지 ?

 

굉장히 많지

 

단지 이해가 안 된다고
존재를 안 믿진 않지 ?

 

내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건
안 믿네

 

바로 그거야

 

여러분

 

지금부터 여러분께
4차원에서 움직임이 있는지

 

가능성을 실험해 보이겠어요

 

- 도와 주겠어요 ?
- 물론이지

 

- 멋지군
- 대단해 !

 

아주 근사하네, 죠지

 

이게 뭔가 ?

 

실험용 모형입니다

 

사람을 나르려면
더 큰 게 필요하죠

 

사람을 나르다니 ? 어디로 ?

 

과거나 미래로요

 

이건 타임머신이에요

 

알겠네, 농담은 그만 하고
정말 무슨 장치인지 말해 봐

 

말했잖아요

 

큰 걸로는 사람을 태우고
시간 여행을 할 수 있어요

 

공간이 아니라 시간을 통해서

 

미래를 여행하다가
우리 미래를 망치면 어떡해 ?

 

미래는 이미 존재하는 거야
돌이키거나 바꿀 순 없어

 

그건 알 수 없지

 

나도 그 점이 가장 궁금해

 

인간이 운명을
거스를 수 있을까 ?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

 

이봐, 실성했다면 용서하네만

 

이런 얘기로 시간 낭비한다면. . .

 

아녜요, 증인이 돼 주세요

 

- 잘 봐요, 듣는 게 아니죠
- 보다니, 뭘 ?

 

제가 하려는 실험요

 

우선 작동법을 말하죠

 

앉는 데는 여기고
앞에 있는 건 조절 장치들이죠

 

잠깐, 제대로 해보죠

 

담배 한 대만요, 박사님

 

자, 이 담배가
시간 여행자라고 가정해요

 

그 앞에 움직임을 조절하는
장치가 있죠

 

앞으로 밀면 미래로 가고

 

뒤로 당기면 과거로 가요

 

세게 밀수록 빨리 가죠

 

실험은 한 번밖에 못해요

 

성공하면 모형이 사라지니
여러분이 증인이 돼 줘요

 

어서 해봐

 

준비됐나요 ?

 

박사님, 손 좀 빌려 줘요

 

세상에 !

 

성공했어 !

 

어디로 갔지 ?

 

없어진 게 아니라 여기 있어요

 

현재에 존재하지 않을 뿐이죠

 

시간을 뚫고 미래로 갔어요

 

그런 얘길 믿으란 말인가 ?

 

방금 봤잖아요

 

한데 사라진 게 아니라며 ?

 

- 맞아요
- 그럼 왜 안 보이지 ?

 

우린 1899년 12월 31일에 있고
모형은 백년 후로 갔으니까요

 

백년 후엔 이 방, 아니
이 집이 없을 수도 있죠

 

타임머신은 그대로 있습니다
여행 직전의 장소에요

 

여기 있다면 왜 안 느껴지지 ?

 

지금 있는 곳은
현재의 공간이니까요

 

미래의 공간은 느낄 수 없어요

 

공간은 변하지 않아 !

 

여긴 백년 후, 아니
천년 후에도 여기 있을걸세

 

그렇지 않아요
시간이 공간을 변화시키죠

 

아닐세 !

 

지금 서 있는 평지는
백만년 전 바다였을지 몰라요

 

백만년 후엔
산이 될 수도 있고

 

자네 말이 사실이라고 치세
이런 장치로 뭘 할 수 있나 ?

 

장치 ?

 

난 미래로 여행할 생각이야

 

박사님도 같이 가요

 

죠지, 자네가 15세기로 가서
길을 잃었다고 해 보세

 

어떻게 돌아오지 ?

 

그런 위험은 감수해야지

 

그럼 말이야, 죠지

 

뭘 하려는지 몰라도
우린 바보가 아냐

 

합리적인 사업가들이라고
내가 묻고 싶은 건 이거야

 

자네가 타임머신인지 뭔지를
발명했다고 하세

 

그래서 ? 누가 쓰겠나 ?

 

누가 사겠냐고, 가치는 있나 ?

 

상업적 가치를 생각해 봤나 ?

 

아니, 아직

 

지금 남아프리카는 전쟁을 해

 

보어인들이 맹렬히 공격한다고

 

자네 같은 발명가가 필요하네

 

원한다면 담당자와 연결해 줄게

 

자넨 어떻게 생각하나 ?

 

내 생각엔 힐리어 박사 말이
옳은 것 같아

 

이제야 말이 통하는군

 

새해 첫 일로 처리하지

 

- 맙소사, 벌써 갈 시간이군
- 모두들 할 일이 있을 테지

 

괜찮나, 죠지 ?

 

- 괜찮아
- 같이 갈 텐가, 브라이드웰 ?

 

와 줘서 고마워요

 

- 안녕
- 새해 복 많이 받게

 

- 새로운 백년 축하하네
- 잘 가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보어 군 승리
아군 후퇴

 

죠지

 

걱정이 돼서 아직 안 갔네

 

그럴 필요 없었는데, 데이빗
난 괜찮네

 

자넨 한 달이 넘도록
이상한 짓을 해 왔어

 

무슨 꿍꿍인지 말할 때까지
안 가겠네

 

걱정해 줘서 고맙네만
혼자 있고 싶어

 

자넨 변했어, 죠지
변해도 많이

 

미안해

 

한 가지만 솔직히
말해 주겠나 ?

 

그러지

 

왜 시간에 집착하는 거지 ?

 

그럼 안 되나 ?

 

간단히 넘어가려 하지 마

 

진실을 알고 싶다면 말하지
난 이 시대엔 관심 없어

 

요즘 사람들은 너무 오래 살아

 

인구를 줄이려고 무기를 만들곤
그걸 과학이라고들 하지

 

나도 동의하네, 동의해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우린 최선을 다할 뿐이야

 

자넨 그럴지 모르지만
난 아냐

 

이 장치를 타고 여행을 간다면
뭐가 돼 보고 싶은가 ?

 

그리스인 ? 로마인 ?
이집트의 파라오 ?

 

난 미래로 갈 거야

 

정말 가능하단 얘긴 아니지 ?

 

오늘 실험한 것 봤지 ?

 

장난감이 사라지는 건 봤지만

 

그런 속임수는 얼마든지 있어

 

서커스단 마술사라면
누구든 할 거네

 

그건 속임수가 아냐

 

실물 크기 모형을 보여 줄까 ?

 

아니

 

신의 섭리를 거역하긴 싫어

 

자네도 그럼 안 돼

 

인간이 장난할 게 아니라고

 

자네도 힐리어 박사나 켐포와
다를 바 없군

 

그들의 상식적 태도도
일리가 있어

 

친구로서 얘기하겠네

 

아니 형제 같아서 하는 말인데

 

저 기계가 자네 말대로 된다면
없애 버리게

 

없애 버려, 죠지
기계가 자네를 망치기 전에

 

설날 전야에 할 게 많을 텐데
그만 가 보게

 

참, 메리가 몸이 안 좋아
아기랑 집에 있을까 하는데

 

나랑 같이 가지 그러나 ?

 

꼬마 제이미 본 지 오래됐지 ?

 

미안하지만 못 가겠네

 

왜 ?

 

그게. . .

 

혼자 연말을 보내고 싶어

 

그럼 그러게

 

죠지

 

오늘 밤 아무데도 안 간다고
약속해 주겠나 ?

 

약속하지
문 밖에도 안 나갈게

 

데이빗, 미안하네

 

무례하거나 외곬으로 보지 마
다음 주 금요일에 오겠나 ?

 

좋지

 

좋아
다른 사람들도 데려오게

 

자네가 원한다면

 

새해 복 많이 받아

 

새해 복 많이 받게

 

저녁식사

 

집에서 식사하시겠어요 ?

 

아뇨, 와쳇 부인

 

쉬면서 좋은 시간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시킬 일 없으시면
일찍 잠자리에 들고 싶어요

 

- 안녕히 주무세요
- 잘 자요

 

다음 주 금요일 저녁에
필비와 친구들을 초대했어요

 

잘 알겠습니다

 

- 새해 복 많이 받아요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1899년 12월 31일

 

우선 레버를 조금 당겼다

 

그러자 실험실이
어두워지며 깜박거렸다

 

정지했다

 

아무 변화도 없다

 

좀 전과 모든 게 똑같아

 

아냐, 6시 31분에 시작했는데
지금은 8시 9분이네 ?

 

양초를 봐
아까보다 꽤 줄었어

 

내가 차고 있던 시계는
몇 초만 지났는데

 

1분 만에 태양이
한 바퀴 돌다니, 놀랍군

 

달팽이가 경주하고

 

꽃이 새로운 날을
껴안으려는 뜻 활짝 피었네

 

날이 빠르게 저물고

 

밤이 되자 꽃잎이 닫히는군

 

너무 멋있어

 

몇 시간 걸리는 변화가
수초 동안 일어나네

 

와쳇 부인은 늘
멋진 넥타이를 골라 줬지만

 

자기가 입을 옷은 잘 못 고르지

 

아주 천천히 여행하고 있다

 

만약 더 빨리 여행한다면 ?

 

자꾸 빠져들게 되는걸 !

 

더 빠른 속도로 레버를 밀면. . .

 

기계 조작이 능숙해질 거야

 

하루나 1시간, 혹은 초 단위로
정지시킬 수 있겠지

 

1, 2년 후의 미래로 가 보자

 

세상의 변화를 볼 수 있겠지

 

세상에, 저게 옷이야 ?

 

끝내주는군

 

대체 여자들은 얼마나 변할까 ?

 

저 마네킹 점점 맘에 도는군

 

나처럼 나이를
먹지 않아서 그런가 ?

 

13년이 지났다

 

14년, 15년, 16년

 

갑자기 불이 꺼졌다
무슨 일일까 ?

 

1917년에서 정지했다

 

개인 소유지, 출입금지

 

필비 !

 

뭘 하고 있나 ?
가면 무도회라도 가나 ?

 

콧수염이 없으니 바보 같아

 

저 말입니까 ?

 

날세, 죠지야
좀더 극적인 상봉을 기대했는데

 

아마 제 아버지와 절
착각하신 것 같습니다

 

많이 닮았다고들 했죠
전 제임스 필비입니다

 

닮았다고 ?

 

아버지 친구신가요 ?

 

그랬지

 

어디 멀리 좀 갔었네

 

전쟁 중에 돌아가셨습니다

 

1년 전이었죠

 

유감이네

 

길 건너 살던 신사 분은 ?

 

그 사람요 ?
이상한 발명가 양반인데

 

세기말쯤 사라졌죠

 

저 집에 관심 있으시면
구입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안에는 못 들어가요

 

왜지 ?

 

아버지가 그분의 재산 처분을
맡으셨는데

 

끝까지 팔지 않으시더군요

 

제가 늘 투덜댔지만
그가 들아올 거라 믿으셨어요

 

이웃들은 집에
귀신이 있다고 믿었죠

 

그런데 누구시죠 ?

 

잠깐 아버지를 알았던 사람일세

 

전방에 계셨나요 ?

 

전방 ? 전방이라니 ?

 

전쟁 때요

 

무슨 전쟁 ?

 

세상에 !

 

그럼 1914년부터 독일과
전쟁 중이란 걸 모르세요 ?

 

방금 프랑스에서 귀환했거나
어쩌면. . .

 

차 한잔 드릴게요

 

들어오세요

 

아니, 됐네

 

어디 편찮으세요 ?

 

괜찮아

 

그럼 안녕히 가세요

 

안녕, 제임스

 

1940년, 갑자기 기계가
좌우로 요동쳤다

 

처음엔 기계에 결함이 있거나
한 부분이 닳은 줄 알았다

 

1940년 06월 19일

 

아까 정지했을 때가
1917년, 23년 전이다

 

독일과의 전쟁이 안 끝났고
하늘엔 기계들이 날아다닌다

 

그게 아니다

 

이건 다른 전쟁이다

 

미래로 가서
결과를 보기로 했다

 

우리 집이 폭격을 받았다
불길이 치솟고 집이 날아갔다

 

난 야외에 앉아 있다

 

몇 해가 지나갔다

 

모든 게 낯설다

 

절대 늙지 않는 내 친구의
미소만 빼고

 

이건 뭘까 ?
이상한 소리군

 

뭘까 ?
호기심이 날 멈추게 했다

 

1966년 08월 18일

 

처음엔 기계 고장인 줄 알았다

 

한데 그게 아니었다

 

저쪽으로 가요 !

 

어서 대피소로 가요

 

이 공원을 친구 죠지를 위해
희생하신 아버지께

 

아들 제임스 필비가 바칩니다

 

필비즈

 

델비 면도기로 깨끗이 면도해요

 

이리 오게 젊은이, 어서 !

 

필비 !

 

필비 씨라고 해야지
공습경보 소리 못 들었나 ?

 

그 끔찍한 소리 말입니까 ?

 

듣기 좋으라고 만든
소리는 아니지

 

자네같이 멍청한 젊은이에게
대피소로 가라는 소리야

 

자, 어서 오게

 

전 여기가 편합니다, 필비 씨
만날 사람이 있어요

 

멋지네요
가게가 훌륭하군요

 

크게 성공했군
인류가 크게 진보했어

 

어서 와, 젊은이
따라오게

 

빨리 서두르지 않으면
버섯 구름이 터질 거야

 

버섯 뭐라고요 ?

 

얼굴이 낯익는걸
우리 전에 만난 적 있나 ?

 

그래요, 바로 여기서
오래 전이었죠

 

그런 것 같긴 한데
정확히 언제인지 모르겠어

 

2차대전 전이죠

 

1917년

 

그래, 생각나는군
아버지에 대해 물었던 청년

 

길 건너 집도 궁금해 했었지

 

아냐, 그건 불가능해

 

자넨 조금도 안 변했잖아

 

전혀 늙지 않았어

 

그 옷도 !

 

걱정 마세요

 

설명하려면 시간이 걸려요
하지만. . .

 

마지막 경보야, 빨리빨리. . .

 

- 제 말 좀 들어 보세요
- 봐

 

핵 위성이 우릴 조준하고 있어

 

지금 중요한 건 그거야, 어서 !

 

필비 씨 ! 필비 !

 

어서 숨게 !

 

어서 숨게 !

 

하지만 말씀드릴 게 있어요

 

수세기 동안의 노력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지구는 인간의 폭력에 항거해
화산 폭발로 응답했다

 

시간을 통과하는 속도 덕분에

 

바위 속에 생매장되는 걸
피할 수 있었다

 

녹았던 바위가 굳었다

 

난 기도했다

 

얼마나 긴 시간이 지나야
이 산이 비바람에 없어질까 ?

 

어둠. . .

 

수천 년 동안의 어둠

 

혹시 밖에선 아직도
전쟁이 계속되고 있을까 ?

 

다시 태양을 볼 때까지
사람들이 살아 있어야 할 텐데

 

몇 백년이 지났다

 

시간에 모든 희망을 걸고
바위가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

 

이제 자유다 !

 

수천 수만 년이 지났는데
지구는 아직도 푸르다

 

겨울도 없고 전쟁도 없다 !

 

인간이 마침내 환경과 자신을
조절하는 방법을 배운걸까 ?

 

멈춰서 알아봐야겠다

 

너무 빨리 멈췄다

 

끝내주는군

 

아름다운 꽃이 만발했어 !

 

자연은 비길 데 없이 아름다워

 

잡초나 가시덤불은 전혀 없네

 

형형색색의 과일이 열린
나무와 덩굴 좀 봐

 

자연이 완전히 길들여지고
그 어느 때보다도 풍성해

 

마침내 패러다이스를 찾았다

 

아냐, 여기 나만 혼자라면
패러다이스가 아니지

 

수천 년 동안 황폐화되어
아무도 안 사는지도 몰라

 

아무도 없어요 ?

 

그래, 이게 인류의 미래야

 

햇볕을 쬐고
맑은 시내에서 목욕하고

 

과일을 먹고
노동과 고통은 사라졌군

 

그럼 어때 ?

 

왜들 보고만 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