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ean Waves 1993 1080p BluRay AAC2.0 x264-EbP

4번선에 곧 열차가 들어옵니다
위험하오니 선로에...

 

바다가 들린다
(1993년 作)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본 비행기는
곧 이륙하겠습니다

 

나와 마츠노가
처음 리카코와 만난 때는

재작년 고교 2학년 때의
역시, 지금 같은 한여름이였다

 

그날 아르바이트가 끝날 무렵
마츠노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이! 아르바이트생
빨리 씻어! 잔뜩 밀렸다고!

예~!

 

타쿠! 전화다

아, 죄송합니다

 

여보세요

모리사키?

아아, 마츠노냐?

오늘 아르바이트 일찍 끝나지?
바로 학교로 와

지금 수업은 끝났지만
학교에 남아 있을 테니까

알았어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오늘 급한 일이 생겨

오후까지 도와드리진 못하겠어요

잠깐, 기다려!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이래서 애들은 도움이 안된다니깐!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마츠노

 

꽤 빨리 왔는데?

뭐야? 사람 불러놓고

잠깐 와서 봐

 

누구야? 저 애
잘 안보이잖아

이번에 우리반에 전학 온
여자애야, 무토 리카코라고 하지

이번이라면 2학기부터?

그래

별일이네, 고2 때 전학이라니
흔치 않은 일인데

하지만 들어오겠다는데 뭐
그것도 도쿄애라고

아까 담임선생님 부탁으로
내가 교내를 안내해 줬어

아아, 마츠노 넌 학급위원이니까

너, 어째 흥분한 것 같다?

흥분할 일이지, 그건
무토는 대단한 미인이니까

그래?

 

안 보이잖아?
교무실에 들어가 볼 수도 없고

그럴 맘만 있다면야 방법이 있지
어쩌네 해서 교무실에 가 봐도 되지

너, 따라올래?

에이 에이~ 그럴 것까지 있나
교무실은 가기도 싫다

내가 보충수업 다 빼먹고
아르바이트 하는 거

선생들 모두 알고 있잖아

 

너, 중학교 때 수학여행 사건
아직 신경쓰고 있는 거야?

신경 안 써, 하지만 중3 때는 갑자기
중지했다가 고교 수학여행 땐

'자, 하와이다, 이거면 불만들
없지?'라는 식은 맘에 안 들어

하와이에 간다니 모두들 좋아하고

게다가 학교 쪽에서도 학생들을
수월하게 다룰 수 있는 좋은 구실이 되잖아

하와이에서 다 풀어버리고

고3, 일년 동안은 수험 준비에
집중하라고 그러는 거지

 

하와이에 가려면 돈이 많이 드니까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해야지

 

쓸데없는 데에 고집을 부리긴

보충수업 빠지고 성적 내려가면
바보 취급당한다고

공부는 제대로 해 둬

그러지, 근데 오늘은 무슨 일이야?
무슨 상담할 일이라도 있는 거야?

아니, 너랑 좀 이야기가
하고 싶어져서

자전거 가지고 올 테니까
문 앞에서 기다려

그래

 

중학교, 고등학교를 통틀어

 

나와 마츠노는 한번도
같은 반이 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마츠노를
친구라고 느끼고 있었다

 

그 계기는 중3 때

3박 4일의 교토행 수학여행이
갑자기 취소되었을 때였다

갑작스럽지만

올해 중등부 3학년의 수학여행은
취소되었습니다

그리고 금후로 중학교, 고등학교를 합해
수학여행을 일 회로 한합니다

 

작년 진학률에서 우리 학교는
현립제일학교에게 뒤져버렸습니다

 

학부형들과 훌륭한 전통을 유지해 온
선배들에게 볼 면목이 없습니다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이번엔 꼭
고등학교 3학년 여러분! 분발을 바랍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중3의 희생이
무의미해져 버릴 것입니다

 

어이, 이따가 사야마 선생님께
가보지 않겠어? 어이! 타쿠!

그래

 

너무 어이가 없어서 반 대표들과 함께
담임에게 항의 하러 갔다

 

저어, 이번 조치는
납득할 수 없습니다

 

수학여행을 가지 않는다고

학생들의 성적이 오른다고
생각되지 않을 뿐더러

 

자세한 설명도 없었고 해서
모두들 불만입니다

 

그런 말은 전국 모의고사에서
100등 안에 든 뒤에 말해!

 

전 이전에 89등이었습니다!

 

이봐, 너! 사야마 선생이 여자라고
바보 취급하는 건가!

 

항의는 그걸로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1주일 후 조례시간에

 

중등부 수학여행의 중지 사안은
학부형들의 승인을 받았다

일부 학생들이
수군거리고 있는 듯한데

학교로서도 충분히
설명하고픈 용의가 있다

불만이 있는 학생은 확인하고 싶으니
지금 여기서 손을 들기 바란다

 

대단하다, 쟤

 

그가 바로 마츠노 유타카였다

 

좋아, 손을 든 학생들에게는
자세한 설명회가 있을 것이다

방과후 미술실에 모이도록 한다, 이상

 

설명회는 연기되었습니다

종이에 이름과 반, 그리고 수학여행
중지에 대한 의견을 써서 제출하도록!

 

3학년 3반, 모리사키 타쿠

 

수학여행 중지 조치는
아무 의미도 없으며

선생님들이나 부모님들을
안심시킬 뿐이라고 생각한다

 

아까 계단에서 애들을 만났어

 

너한테 미안하다고 말해 달라더군

 

용서해 주라고

 

바보 같긴

 

마츠노 유타카
3학년 4반

중지한 방법이 일방적이라서
납득할 수 없습니다

저는 이 학교를 졸업하고
10년, 20년 후에 이 일이 다시 생각나도

역시 선생님들의 방식이
부당했다고 생각할 겁니다

 

대단하구나!

 

마츠노는 10년, 20년 후의
일을 생각하고 있다니

 

그 이후로, 내 마음속에서
마츠노의 자리는

언제나 다른 녀석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이 녀석은 4반의 모리사키 타쿠

 

이쪽은 이번에 우리 반에
편입하는 무토 리카코

 

그럼, 난 이만
2학기부터 잘 부탁해

 

너 벌써부터 헌팅이냐?

응? 아냐
금성서점이 어디냐고 묻길래

교과서가 왔을 테니 가지러 간다고

흐음

 

근데 아르바이트 하는 곳의
이타 씨는 폭주족 출신 같아

때때로 옛날 버릇이 나와서

담배 피울 땐, 자기도 모르게
쭈그리고 앉는다든지

 

흐응

 

왜 그래?

있지, 이런 때에 전학왔다는 건
뭔가 사정이 있었던 걸까?

 

그래, 그런 거였나? 난 마츠노가
날 불러낸 진짜 이유를 깨달았다

 

그거야 뭐, 아버지의
전근이라든가 그런 거겠지

 

그럼, 나중에

 

마츠노가 리카코에게 끌리고
있다는 걸 알고 난 괜히 화가 났다

 

그만둬라, 여자란 어차피
남자의 겉밖엔 보질 않는다

 

여자 따윈 네 장점은 모를 거라고

 

신학기가 시작되고

리카코는 우리 순박한
지방 남자애들 사이에서

상당한 선풍을 불러 일으켰다

 

어이, 모리사키
여자애들 좀 봐봐! 엄청나다

응? 아리가 말이야?

 

엄청난 건 알아

 

아니, 코트 저쪽!

 

응?

 

엄청난데?!

테니스부의 세리를
애 취급하잖아

 

보기 좋던걸, 무토
그거 진짜 실력이던데

정식으로 배운 솜씨였어

역시 도쿄애는 치는 법이 달라

화려해
거기다 각선미도 끝내줬고

하지만 저런 타입은
상당히 기가 세다고

 

저 무토란 애, 너무 튀던데?

 

튀다니, 무슨 소리야?

 

어이, 마츠노!

 

미안, 무토가 지금 반에서
따돌림당하는 건

 

아무래도 여러모로
눈에 튀어서겠지

으음, 따돌림이라고?

그래, 여러모로

 

12 무토 리카코

 

난 그렇게 공부했는데도

 

쟤, 엄청 튄다

느닷없이 12등!

스포츠에 공부까지
잘하는 슈퍼우먼인가?

 

에, 그리고 타쿠는...

92등

너도 중학교 땐
신동이라고 불렸는데 말야

 

뭐야? 저 태도!

으스대는 꼴하곤

그만둬! 그런 말 마!

수업 시작한다고

 

왜 그래?
무토한테 넋이 나간 거야?

아니, 뭐랄까, 쟤

그리 기뻐 보이지 않아서

뭐라는 거야?
12등이라고, 12등!

 

너희 학년에 무토라는 애가
전학 왔다지?

 

예, 왜요?

성적이 좋은가 보지?
역시 도쿄애는 잘하는가 보지?

어떻게 그런 일을 아시는 거죠?

농협 모임에서 들었지

하리기에선 유명한
무토 과수원의 무토 씨 여동생이래

그 리카코의 엄마가 말이야

흐음

가정 사정 때문에
여기로 돌아온 것 같거든

리카코하고 걔 남동생을 데리고

 

가정사정이라, 이혼한 건가?

무토 아버진 지금도
도쿄에 남아 있을까요?

글쎄다

잘 먹었습니다

아츠시!
넌 왜 그렇게 지저분하게 먹니!

무토도 불쌍해

그만큼 성적이 좋으면
어차피 도쿄 쪽으로 진학할 텐데

 

부모 때문에 애들만 고생하는군

 

그런 게 아냐

엄마 따라 아이들도
같이 가고 싶은 거라고

왜 그래요?
그렇게 화낼 일이에요?

사정이 있어서 친정에
돌아가는 것은 큰 일이라고

그런 때에 수험이 이러네 저러네 한다고
애들을 두고 올 수 있겠니?

무슨 일이 있어도
같이 데리고 와야지, 아무렴

 

흐음, 실감나네요

 

너, 무토란 애한테
친절히 대해 줘라

낯선 곳에 와서
여러가지로 힘들 테니까

예, 예

 

타쿠! 타쿠! 전화다

예에!

 

여보세요? 아! 마츠노냐?
음, 왜 그래?

아니

무슨 일인데?

응, 별로 전화할 일도 아니지만

아?

오늘 무토 집에 갔었어

응? 무토 집에?

무토, 오늘 감기로 결석해서
혼자 하숙을 한다길래 괜찮을까 싶어서

하숙을 한다고? 하리기라면
통학할 수 없는 거린 아닌데?

그래서, 문병갔던 거야?
혼자서?

응, 근데
무토 혼자 자고 있었어

자고 있었다, 그래서?

그것뿐이지만

 

그것뿐이야

 

그런 애가 좋은 거냐?
마츠노

 

새해가 지나 3월

기다리고 기다리던 이라기보다

기다리게 된
수학여행이 다가왔다

 

모리사키!

왜?

 

바다에 안 가?

내일은 코오치로 돌아가잖아

응, 아침부터 배가 안 좋아서

불쌍하다, 야!
우리 간다

안녕

 

그리고 이 악연의 수학여행은
마지막까지 날 괴롭히는 일이 되었다

 

모리사키!

 

돈 좀 빌려주지 않을래?

 

돈?

 

무슨 일이야?
돈, 다 써버렸어?

응? 아니, 저

 

갖고 온 돈 모두
어디다가 흘려버린 모양이야

뭐? 그거 큰일이잖아?!

선생님께 말씀드렸어?

여행자수표라면 바로 연락하면
어떻게 되는 모양이던데

 

야단맞는 거 싫어

무슨 말 하는 거야?!

확실히 해야지!
중요한 돈이잖아!

 

미안해, 토사 사투리 억양은
어쩐지 사극 같아서

 

저기, 좀 앉지 않을래?

나도 당황했어
잘 설명할게

돈은 거의 현금으로 가지고 왔어

여행자 수표는 귀찮잖아
그래서

현금이라면 달러로?

응! 달러로, 400달러 정도

전혀 쓰지 않았는데, 없어졌어

전부 현금으로 가지고
온 게 잘못이야

현금은 2만엔 이내로
하라고 하지 않았어?

나머지 3만은 여행자 수표로
하라고 했잖아!

그런 건 아무도 안 지킨다고!

뭐야?
마치 선생님 같은 말을 하네?

모리사키가 그런 우등생이었어?

들은 얘기랑 전혀 다르잖아?
실망이야

 

도쿄사투리는 웬지
싸움거는 것 같단 말이야

응? 무슨 말이야, 그게?
난 싸움 거는 게 아니야

음, 나도 사극 배우가 아냐

 

너도 참 심술궂다

싸움건다는 말 들은 건 처음이야

내가 하는 말이 그렇게 들려?

응, 모두들 그렇게 생각해

무슨 말 한마디만 이상하게 해도
사극 같아서 웃을 것 같다고

이제 그만해
내가 나빴어

바보 취급하려는 건 아냐

 

하지만 드라마 같은 데서 일부러
지방사투리를 쓸 때가 있잖아?

그런 건 이젠 현실에선
사라졌다고 생각했어

 

근데 코오치에 와 보니 모두
태연히 쓰고 있는 거야, 놀랬지

하지만 사극이라 말한 건
오늘이 처음이야

그렇게 생각은 했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진 않았어

응, 그편이 나아

응, 말은 역시 중요해

귀에 익을 때까진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거든

몇 번을 되물어 봤더니
결국 미움만 산 모양이야

미움을 샀다니, 누구에게?

반 애들, 특히 남자애들은
전혀 말도 안 걸어

 

반장인 마츠노는 다르지만
그 애는 친절해

응, 마츠노는 좋은 녀석이지

무토는 내 얘기
마츠노에게서 들었어?

겨울방학 때
오비야 거리의 요리점에서

앞치마 걸치고 일하는 걸 봤어

같이 있던 마츠노가
'저 녀석 일 잘하는데'라고 말했거든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얘기를 들었어

중학교 시절의 반항끼라든지
둘만의 설명회라든가

 

그런 얘기까지 한 거야?

있지! 여름도 겨울도 아르바이트 했으니까
용돈 많이 갖고 왔지?

 

얼마나 필요해?

 

얼마나 빌려줄 수 있어?

엔화로는 6만엔
달러론 400불 정도쯤 될까?

아직 전혀 안 썼으니
300불 정도는 빌려줄 수 있어

정말?

그럼 6만엔 정도 빌려주지 않을래?

 

여기서 기다려

 

6만이라고?!

 

수고하셨습니다!
모리사키님!

어떻게 할까?
여기서 건네 줄까?

넌 주의가 깊구나
그럼 그쪽 의자에 앉아

 

돈을 이 손수건에 싸서
손수건째로 내게 줘

 

무슨 수상한 거래라도
하는 것 같잖아

 

일본에 돌아가면 돌려 주겠지만
금방은 사정상 안될 것 같아

돈 나올 데는 있어
하지만 금방은 안 돼

뭐, 언제라도 좋아

이거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아 줄래?

응, 그런데 왜?

마마가 아시면 야단 맞으니까

마마

 

뭐야? 저 녀석

 

저 녀석, 나에 대해
잘 알길래 당황했어

너희들 사이가 좋은 것 같던데?
데이트 했다면서?

데이트가 아냐

 

겨울방학 때 오비야 거리에서
우연히 만났었지

다메모토에서 영화보러 가쟀더니
쉽게 오케이해서 나도 놀랬어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몰라
쩔쩔매던 차에

네가 아르바이트하는
가게 앞을 지나가다

바로 네 얘길 화제로 삼았어
덕분에 살았지

그 화제 덕분에 방금 돈을
빌려주게 됐지 뭐야

돈을 빌려?
무토가 너에게?

응, 용돈을 잃어버렸다나

마침 내가 지나가니까, '아르바이트해서
알뜰히 벌었겠지'라고 생각했겠지

에, 용돈을 잃어버렸다고?
그것 참 안됐네

 

흐음, 저기
길거리나 돌아다니자!

좋지

그럼 수영복 좀 잠깐 방에
놔두고 올 테니 잠깐 기다려

 

응? 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랬더니
벌써 마츠노에게 말해 버렸잖아!

응? 마츠노가 왜?

용돈이 남는다고 빌려주겠대

마츠노 역시 좋은 녀석이지?

2만엔 빌리긴 했지만
이제 다른 사람들에겐 말하지 마!

정말 곤란해!
너 남자라면서 입이 정말 싸구나!

 

뭐야, 저녀석!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다음 날, 우리들은
코오치로 돌아왔고

스다라는 놈이 몰래 찍은 리카코의
사진을 난 화풀이 하듯 사버렸다

 

그걸로 리카코에 대한 반감을
잊을 작정이었는데

 

고3 반 편성에서 나와 리카코는
같은 반이 되어버렸다

 

유미! 도시락

 

리카코에게도 친구가 생겼다

 

같은 반이 된 고하마 유미라는

말하자면
눈에 잘 띄지 않는 여자애였다

뭐, 그건 괜찮다고 쳐도

황금연휴가 되어도 리카코는
그 돈을 돌려주지 않았다

 

마치 잊어버렸다는 듯이

 

타쿠! 전화다
고하마라는 애다

 

여어, 고하마냐?
공중전화야?

모리사키!
나 어쩌면 좋아? 난 몰라

왜 그래?

오늘 리카코하고 같이
오오사카의 콘서트에 가서

거기서 2박하고 오려고 했는데

근데 공항에 와서는

리카코가 사실은 도쿄에 간다잖아?
처음부터 그럴 작정이었다고

지금 나 화장실 간다고 하고
전화하는 거야

뭐야?! 그거

2박하고 오는 건 마찬가지니까
괜찮지 않냐고 리카코는 말하지만

리카코는 도쿄행 표를
2장 사뒀다 하고

그럼 난 엄마한테
거짓말 하는 게 되잖아!

진정해!
꼭 같이 가야 하는 건 아니잖아?

못 간다 그러고
무토 혼자서 가게 하면 되잖아?

하지만 리카코 엄마도
내가 같이 가니까 허락하신 거고

그러니까, 꼭 같이 가 달라고

응? 나 어쩌면 좋아?!

어쩌면 좋긴

잠깐! 어째서 나한테
그런 걸 묻는 거야?

하지만 리카코는 비행기 삯인가로

모리사키한테 돈을 빌렸다고 하잖아

그렇게 친하면 리카코를
설득할 수도 있겠지?

응? 모리사키
공항에 좀 와줘

우리가 탈 비행기는
11시 반이거든

아직 1시간 반이나
시간이 있으니까

부탁이야, 꼭 좀 와줘!

 

그 돈인가!?

 

하와이에서 돈 잃어버리고
빌려달란 게 모두 거짓말이었어

그게 오늘을 위한 계획이었다니

정말이지, 사람 바보 취급하는
것도 정도껏 해야지

 

모리사키! 와줬구나

무토는?

 

지금 화장실에

 

오늘 아침부터 기분이 안 좋더라고

이대론 몸이 나빠질 테니
여행을 관두면 좋을 텐데

어쨌든 무토가 하는 짓이 심하잖아?

너도 친구라면 한두 마디
충고는 해야 할 것 아냐?

하지만 리카코는 어떻게든
파파를 만나고 싶다고 하고

불쌍하다고 생각되서

파파라면, 아버지 말이야?

 

뭐야?
어째서 여기에 있는 거야?

유미가 연락한 거야?

리카코, 이렇게
거짓말해서 가는 건 그만두자

어머니께 잘 말씀드릴 테니

마마는 절대 가게 하지 않을 거야!

그래서 한참 전부터
준비해온 건데

 

자... 잠깐, 이렇게 하자

고하마는 집에 전화해서 공항에서

몸이 안 좋아서
집에 돌아간다고 말해

응? 하지만

사실, 무토도 정말 걱정은 되지만

콘서트 티켓이 아까워
혼자 가게 됐다고 말이야

고하마 부모님이 뭐라 하셔도
고하마 걱정뿐이니

무토에 대해서까지는
뭐라 말씀 안 하실 것 아냐?

그래! 우리 엄만
리카코 어머님을 모르니까

절대로 말하지 않을 거야!

됐어, 그걸로!

전화하고 올게

 

고하마도 귀하게 자란 애라고

기분이 바뀌어서 도쿄로
놀러가지 않은 것도 대단해

 

너, 몸 상태가 좋지 않다면서?

난 생리 첫날이 심해
빈혈로 쓰러진 적도 있었어

쓰러졌다고?

남자애는 모르겠지, 어차피

 

너 어떻게든 갈 거야?

빌린 돈은 파파한테서 받을 거야

꼭 돌려줄 테니까 걱정 마

 

너 혼자 가는 게 불안하면
내가 같이 가줄까?

정말?
정말로 그렇게 해 줄 거야?

 

저기 있잖아

응?

네가 가는 거
아버지께서 알고 있어?

하네다로 마중오실까?

분명 안 오실 거야

아버지께서 내가 머물 곳을
소개해 주실까?

 

물론이야, 부탁할게

 

저기, 파파 만나면
나 말씀드릴 작정이야

 

파파랑 함께 살고 싶다고

도쿄로 돌아가고 싶다고

 

여러분, 비행기가 곧
하네다 공항에 도착하겠습니다

 

리카코의 뒤를 따라
도쿄를 걸으면서

 

난 또 리카코에게
한방 먹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혼자 도쿄에
가게 해선 안 될 일이었다

 

사실 남쪽 입구 쪽이
벚나무가 있어서 정말 좋아

여긴 세조우의 번화가야

헤에

아빠의 부모님 댁이
이 근처에 있었어

옛날 여긴 밭이었대

호오

거기에 업자가 맨션을 만들었는데
가장 좋은 집을 얻었어

흐응

가족 4명이서도 넓었으니
파파 혼자서 쓸쓸했을 거라 생각해

그럼 무토가 가면
기뻐하시겠구나

 

오랜만이야

 

누구세요?

 

저어, 무토 씨입니까?

그렇습니다만

저어, 파파 있어요?

리카코냐?

내려갈 테니
잠깐 로비에서 기다리거라

 

여어, 연락도 없이 와서 놀랬단다

혼자 온 거냐?

코오치에서 같이 온 남자친구에요

황금연휴라서 놀러 왔어요

그래? 리카코가 실례를 했군

어디 가서 차라도 마실까?

집을 보고 싶어요
제 방 어떻게 됐나요?

 

그럼, 올라갈까?

 

자네, 미안하네만

여기서 잠깐 기다려 주지 않겠나?

 

모리사키군

 

리카코가 버릇없이 구는데도
따라와줘서 정말 고맙네

아직 숙소를 정하지
못했다고 들어서

지금 연락해서 이 호텔을
잡아두었다네

그리고 리카코가 돈을 빌렸다고 하더군

정말 고맙네

 

'그녀석 정말 불쌍하군'
나는 진심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여보세요? 엄마?

아아, 타쿠?

슬슬 저녁먹어야 하니
빨리 들어오너라

아니, 잠깐 사정이 생겨
돌아갈 수 없게 생겼어요

그럼 먼저 먹을 테니
너무 늦지 마라

지금 저 도쿄에 있어요

도쿄? 무슨 말 하는 거니?
아침엔 있었잖아?

하지만 비행기로
슈웅~하고 도쿄까지

뭐야?

 

어떤 애를 따라 온 거라

어떤 애라니 누군데?

하여튼 모레 돌아갈 테니까

자세히 좀 말해 보거라!

여보세요?
여보세요?

아! 돌아가서 얘기할게요
그럼 끊어요!

잠깐, 타쿠!

 

무토

 

왜 그러는데?

나도 여기 머물겠어

청구서는 파파한테 가니까
나한테도 권리가 있겠지?

 

어이

 

이건 드라마보다 더 심하다
라고 난 생각했다

 

무토, 맥주 마실래?

 

안 마시나? 우리는 학교에서
몰래 마시곤 하는데

 

코크하이 만들어 줘

응, 응?

 

학예제 때인가 친구랑
집에서 마셨었어

 

파파말야, 이 연휴 때
친구랑 여행 가버렸어

아, 그래?
연휴니까, 하하하

내 방도 말이지
전부 모양을 바꿔버렸어

벽지도 진한 초록이라고

 

난, 초록은 정말 싫어!

음, 그래
초록은 안 좋지

 

냄비도 전부 법랑이야!

바보같아!
지금은 법랑같은 건 안 쓴다고!

 

나 말이지, 모리사키

부모님이 싸울 때
마마가 바보라고 생각했어

못 본 체하면 될 걸 가지고
마구 시끄럽게 구니까

파파도 오기가 나서 이혼같은

서로 안 좋은 일이 생겨버리고

나나 동생도 친구랑 헤어지게 되었고

그렇게 전학하게 된 거야
너무해

난 파파 편이었는데

하지만 파파는 내 편이 아니었어

 

편이라니, 너

나 불쌍하지

 

너도 불쌍하지만 돌아가면
어머니께 잘해드려

엄마한테 항의한답시고
일부러 하숙까지 하다니

 

하숙하는 건 엄마 친정에
셋이나 얹혀 산다는 게

나쁘다고 생각해서야
고집 부리는 건 아냐

그렇다면야 좋지만

모리사키는 관계 없어

 

 

안녕하세요
황금연휴 첫날은 어떠셨나요

아!

 

나야말로 정말 불쌍하잖아!

 

모리사키!

빨리 일어나

 

겨우 일어났네

화장실도 세면대도
못 써서 곤란했다고

1층 화장실까지 내려 갔었다고

 

미안

있지, 30분 정도 방에서
나가주지 않을래?

나 잠깐 만날 사람이 있어서
준비해야 해

아버지야?

이쪽 고등학교 친구야

아까 전화했더니 반갑다고
곧 호텔로 만나러 오겠대

헤에, 잘됐네

서둘러 준비해야 해
샤워하고 싶으니 빨리 나가줘

 

도쿄로 대학을 가자고 결심한 건

이 때였을지도 모른다

 

리카코가 기분을
잘 추스리고 있는 게 느껴져

안심했던 덕분이었을까?

 

마침 잘됐네, 지금 친구가 도착해
로비에서 전화가 왔거든

그래?

그럼 다녀올게

 

아, 열쇠 어떻게 할까?
모리사키 외출해?

방에서 잘 테니, 상관 마

정말? 안됐네

신경쓰지 말고 잘 놀다 와

 

네에

모리사키, 미안하지만
1층 티룸에 와주지 않을래?

왜 그래?
지갑 잊어버린 거야?

됐으니까 와줘!
도와준다는 셈치고 바로 와줘

 

그래, 이번엔 무슨 일일까

 

모리사키, 여기

 

여긴, 모리사키라고 해

도쿄까지 따라와줬어

모리사키, 여긴 같은 반이었던 오카다

안녕

 

리카코, 벌써 남자친구가 생긴 거야?

어째 쇼크인걸

 

누가 할 소리인데?

내가 없다고 바로 료코하고
커플이 될 줄은 생각 못했어

뭐랄까?
배신당한 기분이야, 음

에? 하지만 리카코가
더 미인이라고

료코도 그랬어

리카코에게 비하면
꿩 대신 닭이라고

있지, 들어봐, 모리사키

쇼크라고 생각지 않아?

오카다와 난
일년 가까이 사귀었는데

헤어지고 2개월만에
벌써 여자애가 생긴 거야

그것도 내 친구하고

응? 뭐
그럴 수도 있지, 뭐

 

있지, 이 애도 꽤 쌀쌀맞지?

 

료코에게도 연락했지만

어때? 리카코도 이쪽하고 같이
영화보러 가지 않을래?

더블 데이트 말이야, 응?

 

가곤 싶지만

낮에 파파가 와서
점심 사주신댔거든, 그렇지?!

올 줄 알았으면 계획을
잘 짜는 건데, 안됐네

하지만 리카코 엄마는
좀 심한 것 같아

어차피 여기서 시험 볼 거면
리카코라도 놔뒀으면 좋았을 텐데 말야

무리해서 거기로 데려갔잖아
애들은 생각도 안하고

 

뭐가 애들을 생각하자는 거야!
중학생도 아니면서!

 

왜, 왜 그래? 모리사키

정말이지, 한심해서
너도, 그쪽 남자도

 

쟤, 나한테 질투하는 것 같은데
미안하게 됐는걸

 

나는 실망해버렸다

언제나 당당했던 리카코가
도쿄에선 억지 허세를 부리며

그 바보같은 녀석과 생글생글
웃기만 하는 여자애였다는 게

 

무토

 

오카다가 자기는
신경 안 쓴다고 전해달래

정말이지, 그 애도 바보야

사귈 때는 정말
친절한 애라고 생각했는데

 

후훗, 처음엔 허세로
모리사키를 불렀지만

모리사키가 가고 둘만 있게 되니까
별 볼일 없게 돼 버렸어

정말로 한심해
걔도, 나도

뭐, 걔한테 새 여자애가 생겨서
쇼크받은 건 이해 돼

몰라, 모리사키는

 

내가 쇼크라고 느낀 건 오카다가
이젠 전혀 남같이 느껴진다는 거야

걔, 자기 일밖에 얘기하지 않고
코오치는 어때? 라고는 묻지도 않았어

 

하지만, 원래 그런 애였어
결국 내가 깨닫지 못했을 뿐이지

헤에

오늘 밤은 할머니 댁에서 묵을 거야

생각해보면 둘이서 한 방에
묵는 것도 이상하고

내일 공항 카운터에서 만나

 

형편없는 도쿄 여행이 되버렸네

 

리카코는 마치 30분만에
어른이 되버린 것 같았다

 

에? 유미,
어디서 산 거야?

- 리카코도 살 거야?
- 하지만 980엔이면 싼 거야!

연휴가 끝나고 수업이 시작됐지만

리카코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날 무시했고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고하마 유미하고만 친하게 지냈다

 

오해하지 말고 들어줘

너에 대해 걱정해서 말하는 건
아니지만 이대로는 너 외톨이가 될 거야

뭐, 사정이야 있겠지만 좀 더

내버려 둬!

 

너, 기말고사 어땠냐?

 

완전 망쳤어

여름방학 때는
오사카 예비학교에 갈 거야

으음, 합숙이냐?

기분도 돌릴 겸 좋잖아?

 

이봐

아?

좀 이상한 걸 묻겠는데
화내지 마

너, 연휴 때 무토랑 여행 갔었지?

 

아아, 갔었어
그런데 어떻게 알았어?

어떻게는?
이미 소문이 퍼졌는 걸

너 모르고 있었냐?

모르고 있었어

너답구나

하룻밤 지내고 온 여행이라서

대놓고 놀리기는 뭐 하니까

뒤에서 쑥덕쑥덕 거린다고

저기 있지
어떻게 소문이 났는지는 몰라도

무토는 아버질
만나러 간 것뿐이야

그건 들었어

들었다니 누구한테서?
고하마에게서?

고하마?

웬 고하마?
무토 본인에게서지

응?

 

가끔 도서관에서 만나는데

돌아가는 길에
만나게 되서 물어봤지

 

또 그 얘기야?!

그래, 모리사키하고 도쿄에 가서
같은 호텔에서 하룻밤 묵었어

그게 너하고 무슨 관계가 있지?

 

나, 무토를 좋아해

 

 

코오치도 싫고 코오치 사투리 하는
남자도 아주 싫어

정말로 연애 상대도 못되고

그런 말 들으면 소름끼친다고!

 

소름끼친다고 말했냐?

그래, 와닿는 게 있더군

너 성적이 떨어진 건
그 때문이었어?

여름방학 기간에 기분이나 바꿔야지

 

소름끼친다는 건 심하잖아!

 

모리사키!

 

빨간 거하고 하얀 거
어느 쪽을 살래?

음, 빨강

 

잠깐 할 얘기가 있으니까
나와!

 

뭐야

 

어떻게 된 거야?

 

가능하면 학교에선
말 걸지 말아 줘

눈에 띄니까

너 마츠노한테 도쿄에서
같은 호텔방에 묵었었다고 말했다던데

말했어

불러낸 건 너잖아!

이상한 걸 말해버려
내가 곤란하게 됐다고!

 

뭐라고?

네 덕분에 아주 곤란해졌다고!

최저야, 너는!

 

꽤나 친구 생각해주는구나

이젠 됐겠지!

 

정말이지 그 도쿄 여행은
리카코에게도, 내게도

좋은 결과가 되지는 못했다

 

가을이 되고

 

리카코는 언제나
반 애들에게서 따돌림당했다

 

하지만 성적만큼은
점점 올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고교 시절의
마지막 행사인 학예제 때

 

드세요! 우동 드세요!

 

얘들아, 그 애
오늘도 안 왔어

 

내일 댄스천국도
분명히 빼먹을 것 같아

민속무용 연습도
한 번도 안 나왔고

바보 취급하는 거일 테지

행사에도 참가 안하고 공부해서
좋은 성적이나 따려하다니

정말 못됐어

 

모두 본때를 보여주자

내일 불러낼까?

그래, 그러자!

저...

어서 오세요!

실행위원회에서 알려드립니다

마지막 날인 오늘은
댄스천국이 개최되니

뒷마무리가 끝난 반부터
교정에 집합해 주세요

반복합니다...

 

그걸로 하고픈 말은 끝난 거야?
나 바쁜데

잠깐, 기다려!
무슨 말이야? 바쁘다니

너! 반의 화합은
안중에도 없는 거야?

 

반의 화합이라니, 뭐야?
정치가 같은 말은 하지 마, 바보같이!

네 일만 생각하고

그러니 세상 사람들이
좋다 생각하겠어?

내 일을 생각하면 안되는
세상이 어딨어?

세상이 내 생각이나 해주나?

자기가 자기 앞가림하는 건
당연한 거야!

하지만 너! 남자애들에겐
흥미없는 척하고선 아양이나 떨고

야나기다에게 추파 던지지 않았어?

아나기다?

누구야, 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어

여기로 데리고 와 봐!
너 같은 앤 정말 싫다고 해줄 테니!

 

됐어! 그만 해!

네 내신성적에 흠만 생겨

 

이런 애 때문에
네가 울 필요는 없어

 

흥! 기억해 둘 거야!

 

내가 널 너무 높이
평가한 건지도 모르겠어

 

모리사키! 언제부터 있었어?

아? 이걸 버리러 왔다가
우연히 소리가 들려 오길래

너도 제법이야

그렇게 여럿에게 둘러싸여서도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다니

몰아세우던 쪽이 울어버리다니

 

굉장했어

 

바보! 너같은 앤 최저야!

 

어이!

 

아아

 

무토가 막 달려 가던데
울고있는 것처럼 보이더군

응, 아아
방금 몰아세우는 걸 봤어

우리 반 여자애들이 무토가
학예제를 빼먹었기 때문에

하지만 무토의 반격이 거셌다고

물러서지 않더라고

과연 무토야
기가 센 것이 정말 대단해

 

너, 말리지 않았어?

 

말리다니! 나선다고
말듣는 건 별로라고

조금은 혼났을 거야

하여튼 건방져, 걘

 

너! 이 바보자식

 

내일이 되면 역시 마츠노와
예전과 같이 얘기할 수 있겠지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마츠노와 나는 그 후로

한번도 입을 열지 않은 채
졸업을 했다

 

그리고, 리카코는 코오치대학에
마츠노는 교토의 대학에

나는 도쿄의 대학으로
각자 헤어지게 되었다

 

승객 여러분! 본 비행기는
방금 코오치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오늘 탑승해 주신...

 

여어, 모리사키!

 

마츠노

 

일부러 마중나온 거야?

아아, 면허를 바로
전 달에 땄었거든

교토에 가서 바로 교습소에
다닐 정도로 근성이 있다니

 

난 거리에 익숙해지는데 1달

대학에 익숙해지는데 1달

아르바이트에 익숙해지는데 1달

정신이 들고 보니 어느새
여름방학이 돼 있더라고

도쿄와 교토의 문화권의 차이랄까

교토 쪽이 여기와 문화권이
가까우니 바로 익숙해졌지

 

하지만 코오치는 사람이 적어서 좋아

어쨌든 이 도시는 그 안에서
일처리를 다 할 수 있어서 좋아

도쿄는 편리할지는 몰라도
어디 가려하면 1시간은 족히 걸린다고

1시간이면 카츠라항에 가서
산책도 할 수 있잖아?

그래, 신궁 야구장에 가는 데도

갈아 타고 뭐 하고 해서
1시간은 걸리지

그 점에 있어서 교토는
1시간이면 오사카든

비야호든, 나라든 휙휙 갈 수 있지

흐음, 어째 그 쪽이
더 좋다는 말처럼 들리는데

 

어이, 들렀다 가지?

뭐 오늘은 그냥 갈게
가족들도 기다릴 거고

그보다 내일 동창회 나올 거지?

 

아, 사과하려고
쭈욱 생각했었어

때린 거 미안했어

응? 아, 뭐야?

무료 승차는 그 때문이었어?

 

또 연락할게

잠깐 산책이나 하지 않을래?

 

오랜만에

 

그때 내가 화낸 건

네가 날 걱정해 주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야

 

그때까진 깨닫지 못했어

 

네가 무토를 좋아했다는 걸

 

마츠노와 나는 그곳에서
1시간을 보내고 나서 헤어졌다

 

메구미는 오사카? 가깝잖아?
난 고베야, 고베

- 자, 마시라고
- 그래 그래

 

정말 못 참겠어, 서클 하나 관두는 데
일일이 선배들을 찾아가야 하다니

 

그 사람이랑 디즈니랜드에 갔었는데

응, 응

늦어져서 전철이 끊겼지 뭐야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하지만 설마 스키 서클에 들어가서

종교활동을 하게 될 줄은
생각지 못했다고

집에 전화는 계속 오고
이젠 노이로제야

 

어이, 그렇게 마시지 마
야마오

 

후우~ 늦는데

늦다니, 누가?

 

늦어

 

와아~ 뭐야~~

뭐지?

 

지금 말야
야마모토가 갑자기 고백했어

사실, 니시무라를 좋아했었다고

헤에, 제법인데

 

아무래도 커플 성립된 것 같아

 

좋아! 나도 확실히 말하겠어

 

사... 사실 난
고하마 유미를 좋아했어!

 

오오~~ 말 잘했다! 야마오!

 

고하마는 어딨어!?
아직 안 왔어!

난 계속 생각해 왔지만

화려한 무토의 그늘에
가려있었지만, 귀여웠어

넌 무토만 보고 있었지만 말야

무슨 말 하는 거야?

 

아!

 

좀 보자
어이, 화장실이냐?!

 

어이! 야마오!
괜찮냐?

 

무토, 아무래도
안 올 작정인가?

 

무토가 있지

마츠노에게 심한 말 했다고
후회하더라?

응?

 

안되겠어, 완전히 맛이 갔어
근데 시미즈, 예뻐졌네

후후, 정말?

하지만 무토도 미인이 돼 있더라
원래부터 미인이었지만

응?

시미즈가 무토를 만났대

 

안 왔잖아? 무토

어제, 다이마르의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우연히 마주쳤어

동창회에 오라했는데

이렇게 늦는 걸 보면
돌아갔을 지도 모르겠네

돌아갔다?

 

무토 혹시 도쿄에 있는 거 아냐?

응, 나도 코오치대라고 생각했어

근데, 엄마한테는
코오치대에 시험쳐서 붙었다하고

몰래 도쿄의 대학에 시험쳤대

 

혹시, 갑자기 마주쳐서

'꺄아, 반가워, 어쩐 일이야?'
라든가 그러진 않았어?

어떻게 알았어?

아니, 네가 무토를
싫어한다고 생각했거든

그래, 좋아하지 않았어
끔찍이 싫어했지

 

하지만 다시 만나니 반가웠어

 

뭐랄까
짝 바꾸기랑 같은 거야

초등학교 땐 싫은 애가
옆에 앉게 되면

실망해서 학교 가기도
싫을 때도 있잖아?

세상이 좁아서 싫은 애가
옆에 앉게 되었다고 콕콕 쑤셨지

 

뜻밖에 기숙사라든가, 피아노라든가
학교 이외의 세계가 생기면

싫은 애, 한둘쯤은 어찌돼도
좋다고 여기게 되지

 

음, 그럼 결국 시미즈는
세상이 좁아서 반성한다는 거야?

그래서 무토에게 반발했던 거라고

그건 피장파장이야

나도 나빴지만 무토도 꽤 세상이
좁더라고 직접 말하던걸

 

아! 유미!

아! 고하마!

 

고하마?

 

응?

 

고... 고... 고하마!

고하마아~~!

- 어이, 야마오!
- 진정해! 이봐!

고하마~~~

 

어이~ 빨리 안 올래?

 

야호~~~!

 

응? 고하마도 무토를 만났었어?

응, 왔으면 좋았을 걸
리카코

무토도 올 거라 생각했었어

그래

아! 그러고 보니 리카코

도쿄에 만나고픈
사람이 있다고 그랬어

응?

하지만 잘 모르겠어

누구냐고 했더니
욕조에서 자는 사람이라고

 

봐, 오랜만에 보니까
멋진 걸! 저 성

 

조명에 비친 코오치성은

혼자서 보면 전기낭비라고 밖에는
생각될 진 몰라도

혹시 리카코랑 함께였다면

분명 아름답게
보였을 게 틀림없었다

나는 고교 시절에 리카코와
여러 가지 잡담을 하고 싶었던 거다

리카코랑 이런 식으로
성을 올려다 보고 싶었던 것이다

모리사키
돈 좀 빌려 주지 않을래?

뭐야, 마치
선생님같은 말을 하네?

네가 그런 우등생이었어?

듣던 것과는 전혀 다른데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랬더니

벌써 마츠노에게 말해버렸잖아!

너 남자라면서 정말 입이 싸구나

난 생리 첫날이 심해

빈혈로 쓰러진 적도 있었다고

 

파파를 만나면
나 얘기할 작정이야

파파랑 같이 살고 싶다고
도쿄에 돌아가고 싶다고

나도 여기 머물 거야!

청구서는 파파에게 가니까
나한테도 권리가 있겠지!?

내 방 말이지
완전히 모양을 바꿔버렸어

벽지도 진한 초록이라고

난 파파 편이었는데

하지만 파파는 내 편이 아니었어

나 불쌍하지

정말로 한심해, 걔도, 나도

형편없는 도쿄여행이 되어 버렸네

꽤나 친구 생각 해주는구나!

이젠 됐지? 바보!
너같은 건 최저야!

후훗, 도쿄에 말이지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어

누구냐면 말이지

그 사람은 말야

욕조에서 자는 사람이야

 

아아, 역시 난 좋아했던 거야
그렇게 느껴졌다

 

엔딩 테마 - 바다가 되면

 

새하얀 꿈...
깨어나서 알았다

 

아무도 없는
파도사이를

 

유유히 몸을...
맡기고 떠다니면

 

생각한 대로의
내가 될 수 있어

 

상처 입지도 않고
허세부리지도 않고

 

평온한 바다가 되면

언젠가 너에게
좋아한다고 말해 줄게

 

말로 표현할 줄도
모르는 채

 

방에서 울고 있던
나에게 이별이란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