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Eyes.2014.1080p.BluRay.x264-SPARKS

실화를 바탕으로 함

 

팀 버튼 감독 작품

 

에이미 아담스

 

크리스토프 왈츠

 

빅 아이즈

 

ⓒ 킨

 

'킨의 작품은 훌륭하다
반드시 그럴 것이다'

 

'아니면 그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을 리가' 앤디 워홀

 

'북부 캘리포니아
1958년'

 

50년대는 황금시대였다
남자라면 말이다

 

내 이름은 딕 놀란
지어낸 말로 먹고사는

 

즉, 기자다

 

내가 다룬 사건 중
가장 기이하고 특별했던 건

 

어느 날 마거릿 얼브릭이

 

남편의 구속에서
탈출하며 시작된다

 

그런 행동이 유행하기
한참 전 일이다

 

가자, 제인

 

감독/ 팀 버튼

 

'샌프란시스코, 노스 비치'

 

얘, 드디어 왔구나!

 

여기가 노스 비치란다!

 

너 맞아? 디어드레!

 

- '디앤'이라니까!
- 맞다, 디앤

 

좀 그렇다만
노스 비치에 와서

 

엄마나 부를 법한
이름을 쓸 순 없어

 

이곳 완전 죽이지?
집은 찾았어? 제인은 어때?

 

제인은 잘 지내
곧 학교에 갈 거야

 

아빠가 없어서
무척 힘들어해

 

- 이대로 과연...
- 그만 좀 해

 

잘 갈라선 거야
솔직히 난 프랭크 별로였어

 

결혼식 때
들러리였으면서!

 

맞아, 그래서
말 못 했잖아

 

이젠 또 실수할 것 같으면
꼭 말해줄게

 

지금은 좀 즐기자

 

재즈를 원하면
헝그리 아이

 

이탈리아 음식은
바네시

 

구원받고 싶으면
절에

 

예술은
식스 갤러리

 

- 거긴 현대미술 전시해?
- 요샌 다 현대미술만 해

 

지하층에
에스프레소가 있어

 

에스프레소? 그게 뭔데?
마리화나 같은 거야?

 

한참 배워야겠네

 

그 당시 여자들은
집을 나오지 않았다

 

직업이나 믿는 데가
없으면

 

그녀가 가진 건
차 트렁크의 그림과

 

뒷좌석의 딸뿐이었다

 

힘내요!

 

여자 지원자는 드물죠

 

남편분도 동의하셨나요?

 

남편이랑은 헤어졌어요

 

헤어졌다고요?

 

직장 경력은
전혀 없지만

 

꼭 취직해야 해요
딸을 키워야 하거든요

 

제 자랑은 잘 못하지만
그림 하나는 잘 그려요

 

제 포트폴리오를 보세요

 

내쉬빌에서
미술학교를 다녔고

 

뉴욕에서도
삽화를 공부했어요

 

이게 제가 그린
파스텔화고요

 

그리고

 

이건 목탄 초상화

 

여기가 가구회사란 건
아시죠?

 

마음에 드는 거 있어?

 

저 그림 맘에 든다

 

- 진짜 멋있다
- 그러게

 

- 그림이 예쁘네요
- 고마워요

 

- 얼마죠?
- 오늘만 2달러예요

 

1달러 드리죠

 

- 좋아요
- 앉아, 딜런

 

어서 앉아

 

- 이름이 뭐니?
- 딜런요

 

딜런... 몇 살이지?

 

- 9살요
- 9살이라...

 

- 모네 그림 같아요
- 모네요?

 

모네라니
과찬이시네요

 

하지만
감히 말씀을 드리자면

 

전 사실 피사로와
맥을 같이 하죠

 

조금만 가까이 와봐요
조금만요

 

좋아요

 

대담한 색채의
입자들이 보이죠?

 

만져보실래요?

 

어서요, 만져봐요

 

제가 두껍게 칠해서
망가지진 않을 겁니다

 

35달러입니다

 

잠시만 실례할게요

 

- 자, 여기
-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그깟 푼돈을 받다뇨?

 

그렇게 싸게 굴면
안 돼요

 

좋아해주는 것만도
기쁜데요

 

그런 수준이 아녜요

 

그림에 혼이 담겼어요

 

이름이 뭐예요?

 

마거릿요

 

작업은 저쪽 아가씨들이랑
계속 하시죠

 

아뇨, 당신이 좋아요
마거릿

 

'얼브릭'

 

얼브릭

 

마거릿 얼브릭

 

자신을 너무
과소평가하네요

 

어떻게 하면 되는지
제가 보여드리죠

 

꼬마야!

 

초상화 그려줄까?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는
마거릿 얼브릭 화가라고

 

샌프란시스코의 여왕님인데

 

순식간에 네 영혼을
사로잡을 거야

 

- 싫어요
- 싫다고?

 

이 아름다운 그림의
주인공이 되고 싶지 않니?

 

그건 전데요

 

저것도요

 

저것도 저였는데
엄마가 중국애로 바꿔버렸어요

 

실례했습니다

 

잘못 짚었군요

 

빨리 가봐야겠어요

 

부군께서 오셔서
한 방 날리기 전에요

 

부군은 그림에 없어요

 

잘 있었어요, 앙리

 

킨 씨!

 

미리 전화 못 해
미안해요

 

늘 자리를 비워두는데요
안녕하세요

 

환영합니다

 

돈은 안 내도 돼요

 

셰프에게 그림을 줬거든요

 

- 뭐라고 했는지 알아요?
- 글쎄요

 

월터 킨의 몽마르트르가
최고라고 극찬했어요

 

파리에 사셨다니
믿기지 않아요

 

내 인생의 황금기였죠

 

전 아직 비행기도
못 타봤어요

 

많은 경험을 하고
기회를 붙잡아야 해요

 

화가가 되고 싶어서
무작정 떠났어요

 

파리 미술대학에서
그림 공부를 하고

 

센 강 좌안의
원룸에서 살며

 

빵과 와인으로 버텼죠

 

낭만적이시네요

 

딱 맞혔어요

 

부유한 생활을 떠나기란
물론 쉽진 않았어요

 

일도 그만둬야 했고

 

아내와도 헤어졌죠

 

그래요,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었어요

 

전 한 번도 자유롭게
살아본 적이 없어요

 

딸이었다가, 아내였다가
이젠 엄마니까요

 

전 제인만 그렸어요
제가 아는 전부니까요

 

당신 작품을
과소평가하지 마세요

 

그림 솜씨가 타고났어요

 

누군가를 보고
캔버스에 살려내잖아요

 

사람을 그릴 수 있다니!

 

난 사물밖에 못 그려요

 

그래요, 내가 그린
거리 풍경은

 

매혹적이긴 하지만

 

결국 그저 건물과 길에
지나지 않죠

 

월터, 마음만 먹으면
뭐든 잘 그릴 거예요

 

날 그런 눈으로 바라보면
심하게 빠질지도 몰라요

 

미안해요

 

그나저나 너무 빠른데요

 

하도 오랜만의 데이트라

 

제인, 가만히 있어

 

엄마, 그렇게 많이 그렸으면
내 얼굴은 안 봐도 알잖아요

 

뭐야, 아저씨는 백지네요!

 

영감은 재촉할 수 없어

 

제인

 

아저씨 방해하지 마
창의력은 안에서 나오잖아

 

걱정하지 마요
방해하는 거 아니니까

 

궁금한 게 있는데

 

그 크고 이상한 눈은 뭐죠?

 

눈을 보면 모든 걸
알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눈은 영혼의 창이니까요

 

맞아요, 하지만...
무슨 팬케이크도 아니고

 

비례가 영 안 맞잖아요

 

글쎄... 눈의 감정이
표현이니까요

 

항상 이렇게 그렸거든요

 

어릴 때 수술 후유증으로
한동안 귀가 먹었는데

 

소리가 안 들리니까
응시하는 버릇이 생겼어요

 

사람들의 눈에 의존했죠

 

월터?
어이, 월터!

 

- 자네인 줄 알았어
- 던!

 

정말 반갑네!

 

벽 물리는 거에 대해서
시에서 연락 왔어?

 

1층에 가게를 하려면
그게 꼭 필요한데

 

목요일까진
허가가 나올 거야

 

그래? 그거 잘됐군!

 

건축사에게 전해야겠네

 

무슨 일이에요?

 

말 안 하려고 했는데

 

상업용 부동산을 취급해요

 

- 부동산 중개업자예요?
- 네

 

무지하게 성공해서

 

본사에서 3년째
최고 실적의 소유자죠

 

그런데 왜 창피해 해요?

 

글쎄요, 아무 바보나
임대는 할 수 있잖아요

 

난 화가로 사는 게
늘 소원이었어요

 

완전 전업도 시도했지만
쉽지 않더라고요

 

그저 주말화가로 지내요

 

고마워요
이리 들어오세요

 

여기다 내려놓으시면...

 

- 여기요?
- 네, 좋네요

 

한쪽에 치워두려고요

 

이게... 지금 작업 중인
그림이에요

 

보시다시피...

 

아직 작업 중이라...

 

우편물 가져왔어

 

우편물...

 

왜 그래요?

 

프랭크가
제인을 데려가겠대요

 

제가 엄마 자격이
없다고요

 

엄마로서 완벽해요

 

법원에 탄원서를 내길

 

제대로 된 집도 없고

 

싱글 맘으로 애 키우기가
역부족이랬대요

 

나랑 결혼합시다

 

월터, 전...

 

거절할 이유를
찾지 말아요

 

난 승낙할 이유를
얼마든지 아니까

 

말도 안 되는 것
나도 알아요

 

- 그러게요
- 하지만 얼마나 즐겁겠소?

 

내가 두 사람을
책임질게요

 

마거릿
나 무릎도 꿇었어요

 

어서 말해봐요
결혼합시다!

 

주말에 하와이로 가요

 

하와이에? 결혼요?

 

글쎄요, 나도 당신이 좋지만
지금은 너무 혼란스러워요

 

하와이는 왜 가요?

 

당신은 공주님이니까
천국에서 결혼해야죠

 

당신 말이 맞았어요!
정말 천국이네요!

 

이런 색들은 하느님만
만들 수 있을걸요

 

좋아할 줄 알았어요

 

여기서 영원히 살면
안 돼요?

 

글쎄, 영원히까진 몰라도

 

일주일쯤은 더 묵읍시다

 

'킨'

 

이게 그 폭포야
공기가 얼마나 상쾌하던지

 

여긴 고대 제단이고

 

이건 창조의 신이라는
케인의 동상

 

나도 케인에게 기도했어

 

이건 월터와 제인이
함께 쌓은 모래성이야

 

세상에, 빠르기도 해라

 

그동안 난 데이트 두 번인데
넌 결혼까지 했으니

 

내 삶에 빈 공간을
월터가 채워준 것 같아

 

월터가 채워준 건
너 말고도 수두룩해

 

지금 내 남편 얘기거든!

 

그러니까 하는 말이지

 

난 순진하지 않아

 

순진하긴 해도
누구랑 결혼했는진 알아

 

월터가 무모한 덴 있지만
돈은 잘 버니까

 

제인한테도 정말 잘해

 

새로 시작하려고 해도
난 애 딸린 이혼녀잖아

 

월터는 축복이야

 

고마워요

 

'엄청난 성공이 눈앞에 있다'

 

이 작품의 놀라운 점은
즉흥성이에요

 

시선이 집중되는
이미지의 중심이 없어요

 

손 가는 대로 그린 듯

 

맞습니다!
타시즘의 영향을 받았어요

 

탭 헌터가 여기 와서
그림을 봤다면서요?

 

그건 말씀드릴 수 없어요

 

맙소사!

 

여기 오지 마!
지금은 안 돼, 부탁이야!

 

루벤, 잘 지냈나?
잠깐 시간 좀 있어?

 

월터, '약속'이라는
예의도 모르나?

 

제가 다시 올게요

 

오늘 가져온 그림은
정말 마음에 들 거야

 

저건 이미 본 거 같은데

 

그럴 리가!
그때 건 파리 5번 구였고

 

이건 6번 구야

 

이해가 안 되네
파리에 고작 일주일 다녀오곤

 

어쩜 아직도 이렇게
계속 그려대지?

 

여기 다 들어있거든
그리고 여기에도

 

그래도 여긴 안 돼

 

구상화는 안 다루는 거
알잖아

 

너무 뻔해

 

- 미술은 패션이 아니잖아
- 아니, 패션 맞아

 

다들 칸딘스키나
로스코만 찾는단 말이야

 

이런 철 지난 풍경화는
찾지 않아

 

이건 어때?

 

맙소사!
새로운 화풍을 시작했구나!

 

아니, 이건
아내 작품이야

 

눈들이 왜 이렇게 커?

 

마치 특대 사이즈
묵은 젤리빈 같아

 

표현주의야
자네가 전문가잖아

 

둘이 서로 잘 만난 것 같아
나도 기쁘군

 

그래서 어때?

 

- 거절이야, 예술이 아냐
- 예술이 아니라니?

 

잡지 뒤에 나오는 그런 거야
'거북이를 그려서'

 

'5센트와 같이 보내면
상금의 기회가 있습니다'

 

어떻게 그런 말을!
다들 이 그림 좋아할 거야

 

이 갤러리 문턱을 넘는
사람들은 아냐

 

이제 빨리 가봐
취향검열관 도착할라

 

우린 발도 못 들여놔

 

갤러리 오너와 비평가들이
비밀리에 담합해서

 

일요일마다 그들끼리
브런치를 먹으며

 

뭐가 예술성인지
정한다니까!

 

청문회의 매카시처럼

 

'이 화가는 축복해주고
저 화가는 멀리 내쫓자'

 

그림은 감동하니까
사는 거예요

 

아직도 동화 속에서
사시는군

 

사람들은 스스로
아무것도 발견 못 해

 

그림은 그저
적재적소에 있어서 사는 거야

 

칼 제이더에게
박수 주세요!

 

아주 신나는
무대였습니다

 

1시 무대도
많은 관람 부탁합니다

 

잠시 다녀올게

 

안녕하세요, 반두치 씨
오늘 밤 음악이 끝내주네요

 

감사합니다

 

월터 킨, 화가입니다

 

여기 벽을 보니
너무 심심하네요

 

그럴지도 모르죠
무슨 색이 어울릴까요?

 

아뇨, 전 예술가입니다
파리에서 활동하다가

 

얼마 전 귀국했는데

 

제 작품을 전시할
공간이 필요해요

 

제 클럽은
이대로가 좋아요

 

그렇게 좋은 작품이면
미술관에다 거시죠

 

아, 예

 

그 입장 충분히 이해합니다
사업이 자선은 아니니까요

 

그럼 이 벽을
대여할 순 있을까요?

 

월터, 마거릿
이쪽 보세요

 

'킨 부부 작품전'

 

'숙녀 화장실'

 

미술애호가시군요! 멋져요!
뭘 도와드릴까요?

 

화장실을 찾고 있어요

 

고마워요

 

이 아이 좀 봐

 

아주 슬퍼 보여

 

가난해서 그런가?

 

버림받은 거겠지

 

절로 눈물이 나네

 

당신이 킨 씨인가요?

 

네, 맞아요

 

그림 솜씨가
뛰어나시네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림이 아주 강렬해요

 

눈에서 감정이 넘쳐요

 

- 뭐가 잘못됐나요?
- 아닙니다

 

그 아이를 말하는 줄은
몰랐네요

 

알았다, 작가는 원래
가장 아끼는 작품은 안 팔죠

 

자기야, 고마워!
이거 정말 맘에 들어!

 

금방 다녀올게

 

어이, 피카소 씨!
오늘 물이 좋죠?

 

구석에 처박혀서
모르겠던데요

 

무슨 소리요?
거기가 가장 요지인데

 

- 술 마시면 가는 데잖소
- 모욕적인 언사시네!

 

예술을 보며
똥 생각이 나선 안 되죠!

 

어이! 댁이야말로
상스러운 말 삼가쇼!

 

숙녀들 앞에서
무슨 짓이야!

 

'클럽에서 벌어진 소동
반두치와 무명 화가의 난타전'

 

보석금을 내게 될 줄이야

 

미안해, 우리 작품을 비웃길래
한 방 날렸을 뿐이야

 

너무 민감한 거 아녜요?
예술가라면 비평도 감수해야죠

 

당신 말이 다 맞는데
워낙 울적해 있었거든

 

술도 몇 잔 한데다

 

어떤 사람한테 내가
빅 아이즈를 그렸다고 했어

 

뭐라고요?

 

이해가 안 돼요
왜 그랬어요?

 

처음엔 오해였는데

 

판매에 영향을 미칠까 봐
나중엔 말을 안 했지

 

다시는 그러지 마요

 

- 안녕하쇼
- 피차 힘들게 하지 맙시다

 

그림 가지러 온 것뿐이니

 

믿겨져요?
표가 매진됐어요

 

스타도 없는 날인데...
월요일이잖소!

 

월터, 신문 1면에
우리가 나왔어요

 

대체 어떤 그림을 두고

 

다 큰 사람들이 싸움질인지
보러 온 거예요

 

넌덜머리가 나네, 킨!

 

- 법정에서 보자, 나쁜 놈아!
- 얼마든지!

 

- 폭행죄로 고소할 거야!
- 당신이나 그림이나 신물 나!

 

명예훼손과 불법체포로도
고소하겠어!

 

월터 킨은 은근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은근해서는
물건을 팔 수 없다

 

네, 선생님

 

구경 잘했어요
두 분 죽이 잘 맞네요

 

이그재미너 신문의
딕 놀란입니다

 

걱정 마세요
안 까발릴 테니

 

이런 이야기가
얼마나 반가운데요

 

칼럼거리가 생기잖아요

 

유명인사 얘기만
쓰는 줄 알았는데요

 

반두치는 유명인인데
선생께서 폭행했잖아요

 

그러니 간접 유명인사시죠

 

술이나 한잔 사세요

 

어이, 개리
워드 에이트, 큰 잔으로!

 

내 친구도 같은 걸로

 

자, 월터 씨
이제 작품 얘길 해주시죠

 

- 제가 파리에 있을 때...
- 맙소사, 그것들 말고

 

집 없는 애들 말이에요

 

일어나!

 

일어나 봐!

 

- 왔어요?
- 대성공이야!

 

엄청난 밤이었어!
빅 아이즈를 다 팔았거든!

 

- 200달러쯤 되겠네요
- 다들 엄청 좋아해!

 

월터!

 

기사 때문에
클럽도 미어터졌어

 

유명 저널리스트도 오고

 

그림이 더 필요해!

 

지금 당장!

 

적어도 일주일은 걸려요

 

스케치도 해야 하고
색칠도 해야 하고

 

물론 그렇겠지!
하지만 이건 기회야!

 

우린 완벽한 팀이 될 거야

 

난 클럽에서 기름칠하고

 

당신은 여기서
좋아하는 그림 그리고

 

그거 치워요!

 

사랑해요

 

눈이란 강렬한 거죠

 

어느 시인의 말인데
눈은 영혼의 창이래요

 

그래서 눈을 항상 그렇게
크게 그려요

 

저 스타일이 마음에 드시면
몇 개 더 작업 중인데

 

노랑 드레스의 금발 소녀를 보면
가슴이 미어질 겁니다

 

월터

 

여보, 여긴 웬일이야?

 

왜 거짓말을 해요?

 

잠시 실례할게요

 

당신 그림도 아닌데
왜 당신이 그린 양 말해요?

 

판매를 매듭지려고
그런 것뿐이야

 

이 아이들은
내 일부예요

 

세일즈는 내 전문이야
작가를 만나면 값이 올라가지

 

날 만날 순 없겠죠
집에만 있으랬으니까

 

돈만 많이 벌면 돼
주머닛돈이 쌈짓돈이잖아?

 

너무 가볍게 생각하네요

 

그렇지 않아!
자존심 문제가 아니야

 

내 풍경화가 당신 거라 해도
난 아무렇지도 않아

 

원숭이가 그린들 어때

 

당신은 감정도 없이
그릴 수 있어 좋겠지만...

 

여보, 난 그저 당신 작품을
세상과 공유하려는 거야

 

당신이 그린 아이들을
벽장 속에 쌓아두고 싶어?

 

아니면 누군가의 거실에
걸어두고 싶어?

 

저 사람 누구죠?

 

올리베티 타자기의
디노 올리베티야

 

하지만 꿈도 꾸지 말게
영어는 한 마디도 못 하니까

 

어서 오세요!

 

반가워요, 반가워요

 

올리베티 씨가
그림이 마음에 드신대요

 

작가가 누구인지
궁금하시답니다

 

접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미술애호가이신가요?

 

5천 달러야!

 

5천 달러를 벌었다고!

 

당신 그림 중에
잘 그린 축도 아니었는데

 

당신 그림 중에
그런 게 아니고요?

 

아니, 아니야!

 

좋아, '우리' 그림 중에라고
해두자

 

이탈리아 사업가 디노 올리베티가
우리 작품을 구매했다고!

 

그런 사람이 후원하면
신뢰도가 생기고

 

신뢰도가 생기면
정당성이 생기지

 

정직함은 어때요?

 

왜 이래, 그림에 '킨'이라고
쓰여 있잖아

 

나도 킨이고
당신도 킨이고

 

이제부터 우린 일심동체야

 

'도시 뉴스
기자 딕 놀란'

 

한 정보통에 따르면 시장이
오늘 깜짝 선물을 받는다고 한다

 

이 세상 아이들을 대신해

 

이 그림을 샌프란시스코
시장님께 바칩니다!

 

소련 대사가 이번 주에
이곳을 방문한다고 한다

 

문화를 통한
평화를 위해

 

이 그림을 소련 국민들에게
기증합니다

 

퍼플 오니언, 9시 30분

 

조안 크로포드가
저녁 예약을 했어요

 

크로포드 씨!
영화 예술에 대한 공헌을

 

기리는 의미에서
이 그림을 바칩니다

 

사실로 밝혀졌다

 

지역 유명인사인 월터 킨이
갤러리를 연다고 한다

 

'최근 작품
킨'

 

루벤이 보면 기절할걸!

 

엄마가 그 그림을
그렸던 게 기억나요

 

확실해?
오래전 일일 텐데

 

물론이지
예전 아파트에서

 

엄마가 날 부엌 의자에
앉혀놨잖아요

 

아냐, 아가가 착각하는데
내가 그렸어

 

아뇨, 엄마가 그렸어요
난 블루 드레스를 입었고요

 

그런 옷은 워낙 흔해

 

눈이 예리하구나

 

내가 그린 건 맞는데
엄마 스타일을 흉내 냈단다

 

엄마가 그리던
스타일 알지?

 

정말 잘하셨네요

 

안녕하세요

 

죄송해요
고해성사는 처음이라...

 

감리교회를 다녔거든요
문제가 되면 그냥 갈게요

 

아닙니다

 

- 그냥 가시게 할 순 없죠
- 알겠습니다

 

뭐가 힘드시나요?

 

사실은...

 

제 아이에게 거짓말했어요

 

왜 그러셨나요?

 

남편이 시켜서요

 

애한테 거짓말한 적 없는데
전 그런 사람 아니거든요

 

남편이 그런 분인가요?

 

아닌 것 같아요

 

얘기하는 걸 좋아하고
다소 과장하긴 해도...

 

좋은 사람이에요
돈을 벌려는 것뿐이에요

 

우리가 살
집을 사려고요

 

하지만 아이는요?
그 거짓말이 해가 되나요?

 

해요?
아뇨, 그건 아녜요

 

제 생각엔...

 

그냥 답을 좀 찾으려고요

 

요즘 세상이
워낙 복잡해서

 

가끔 아이들이 몰라도 될
진실이 있어요

 

아뇨, 그런 게 아니라...

 

남편분이 불완전한 세상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것 같군요

 

기독교인으로 자라셨으니
배우셨겠죠

 

남편이 가장이라는
가르침을

 

아마도 당신이...

 

남편의 판단을 믿어야겠죠

 

'킨 갤러리 오프닝
1960년'

 

기분 나쁘고 신파적이고
아마추어스러워

 

그러게! 완전 반했어!

 

우린 일찍 발견해서
벌써 세 개나 샀죠

 

고마워요

 

얘! 파티 끝내준다
대성황이야!

 

네 작품은 어디 있어?

 

이번엔 월터 작품만
내기로 정했어

 

누가?
왜 그렇게 정했대?

 

월터 이름이
더 알려졌으니까

 

이상하네

 

월터가 고양이 좋아할
타입으론 안 보이는데

 

어쨌든 만나서 반가워
와줘서 고마워

 

부군 재능이 대단해요

 

부인도 그리세요?

 

글쎄요

 

기법이 궁금한데요
저걸 그리는 데 얼마나 걸렸죠?

 

저거요?

 

몇 달 걸렸을걸요

 

처음에 구상하고
스케치하고

 

그리곤 유화 물감들과
씨름하고

 

유화 물감?
아크릴 물감 아닌가요?

 

그거요! 맞아요!

 

여러 아이디어가
머릿속에 뒤죽박죽 섞여서요

 

아이디어는 어디서 와요?

 

무슨 말입니까?

 

그러니까...
왜 다 애들 그림이냐 이거죠

 

로저스 양, 다시 말씀드리지만
아직 선서 중입니다

 

로저스 양이 증언하시길

 

저드슨 베일리를
코렐리에서 만났을 때

 

술집에서 한 남자랑
얘기 중이었다고 했죠?

 

이해가 안 가요

 

낯선 사람이 베일리 씨와
대화하던 것일 수도 있죠

 

아니에요!

 

감사합니다
이상 마칩니다

 

'페리 메이슨'은
잠시 후 계속됩니다

 

뉴욕 타임스 미술 평론가
존 캐너데이 씨가

 

월터 킨 작품에 대해
평을 하시겠습니다

 

킨의 작품은 전혀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그는 서부화가 협회의
회원도 아니고

 

수상 경력도 전무합니다

 

일부 신문의 가십 칼럼에서만
빈번하게 등장할 뿐이죠

 

킨은 평론가의 필요성을
입증하는 케이스입니다

 

평론가는 그 같은
잔혹행위를 걸러냅니다

 

엄마!

 

엄마!

 

들어가도 돼요?

 

아니, 안 돼
엄마 지금 바빠

 

안에서 뭐 하는데요?

 

제인, 우리 딸

 

엄마 프라이버시를
존중해 드려야지

 

어른들은 가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거든

 

저거 아이스크림 트럭이지?

 

아이스크림 사 먹으렴

 

끝내주는데!

 

잘 모르겠어

 

솔직히 좀 불편해
제인이랑 늘 가까웠는데

 

제인은 괜찮아
아이스크림 먹으러 갔어

 

새 신발도 샀고
대학 학비까지 준비 중이야

 

어쩌면...

 

종일 테레빈유 냄새를 맡으니까
머리가 띵한가 봐

 

당신 도움이 필요해

 

TV에 나가서
우리 작품을 변호해야겠어

 

뭐야, TV에 나간다고?

 

응, 뭐라고 말해야 하지?

 

이 그림을 어떻게
그리게 됐다고 할까?

 

어린 여자애들에 대한
불건전한 집착 때문에?

 

- 재밌다
- 미안해

 

자기 자신에 의해
궁지로 몰렸군

 

이번 겨울 따뜻하게 나려면
나 좀 도와줘

 

월터, 예술은 개인적이야

 

성인 남자가 이런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섯 명의 누이와 자라서?

 

보육원에서 자라서?

 

어른들이 버려둔
세상에서 살았는데

 

황폐한 풍경 속에 애들과
고양이만 제멋대로 자랐다?

 

거리 풍경화는 어떤데?
그건 왜 그렸어?

 

내가 살았던 곳이니까
겪어봤잖아

 

언제나 햇살 가득하고
거리에 꽃만 팔았어?

 

물론 아니지
전쟁 직후였잖아

 

모든 곳이 파괴되었지

 

유럽 전역을 다녔는데

 

약탈의 흔적이 끔찍했어

 

미술학도이던 저의 영혼도
심한 상처를 입었죠

 

제 인생을 통틀어
가장 충격적인 광경은

 

바로 아이들의 모습이었죠

 

전쟁으로 황폐해진 세상에
버려진 무고한 아이들

 

부모도 집도 없이
쓰레기더미를 뒤지는 아이들

 

제가 진정한 화가로 태어난 건
그때였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길 잃은 아이들과

 

그들의 큰 눈을 그렸어요

 

영원히 가슴에 맺히는
그 큰 눈들을요

 

오늘은 얼마나 팔렸어?

 

판매요?
이 사람들은 안 샀어요

 

그냥 보러 온 거예요

 

이런 그림 살 여력이
안 되거든요

 

하지만 포스터는
많이 빠졌어요

 

미친 짓이지만

 

포스터도 돈 받고
주기로 했어

 

처음엔 5센트
나중엔 10센트

 

그래, 여보
미친 짓인 거 나도 알아

 

그런데 문득 든 생각이

 

그림 하나를 500달러 받고
파는 게 나을까?

 

아니면 싸구려 포스터를
백만 장 파는 게 나을까?

 

사람들은 복제품도
상관없어해

 

미술 작품에
감동받고 싶을 뿐이지

 

그럼 아무 데서나
팔 수 있어

 

어디든 다!

 

'킨 그림 포스터 판매'

 

'숫자점'

 

여기 냄새나네
창문 좀 열어야겠다

 

- 몇 시야?
- 6시 30분

 

뒤에 뭘 숨긴 거야?
이리 줘봐

 

사적인 거야

 

사적인 거?
우린 부부야

 

서로에게 숨기는 게
있으면 안 돼

 

거기 올려놔 봐, 어서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네

 

그래, 맞아

 

이건 당신 같은데?

 

뭐, 자화상이니까

 

그럼 난 어떻게 설명해?

 

그냥 이 작품은

 

내 이름으로
서명할까 해서

 

헷갈리지 않겠어?

 

'킨'은 나잖아

 

알지만 사람들이 나한테
그림 그리냐고 물을 때마다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겠거든

 

이게 내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기도 하고

 

- 빅 아이즈가 그렇다고 했어?
- 아니, 안 그랬어

 

누구한테든 말하면
우리 사업은 끝장이야

 

돈을 돌려주고 싶어?

 

사기를 친 게 된다고

 

나도 알아!

 

맙소사, 나도 안다고!
한 번도 잊은 적 없어

 

약속을 어긴 적도 없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어

 

부탁이야
이거 하나만은 갖게 해줘

 

그림 그리시는 줄은
몰랐네요, 마거릿

 

네, 떠들 게 못 되니까요

 

아쉽게도 여류 화가들은
다들 안 사잖아요

 

조지아 오키프는요?

 

마거릿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죠?

 

제 주변에서 얻어요

 

- 모딜리아니 영향도 받고
- 모디 누구요?

 

- 모딜리아니요
- 여보, 딕은 가십 기자야

 

가족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제인도 조명해 주세요

 

재능이 대단하죠!

 

킨 가족 좀 보시죠

 

동맥을 자르면
물감이 나올 겁니다

 

아, 특별 손님이군!

 

그림 그리는 킨 가족의
네 번째 구성원입니다

 

릴리, 잘 지내지?

 

- 그럼요, 아빠
- 그래

 

- 이빨이 빠졌어요
- 그래?

 

- 혹시 싸웠니?
- 아뇨, 그냥 빠졌어요

 

이빨 요정 선물은
아빠가 주는 거냐?

 

아니면
엄마가 이미 줬니?

 

엄마가 줬어요

 

그래, 잘됐구나!

 

제인, 이리 와

 

애들 방을 보여주렴

 

그리고 둘이 같이
놀고 있어

 

월터, 딸이 또 있다는 얘긴
한 번도 안 했잖아요

 

그랬나요?
릴리는 전처 소생이에요

 

아!

 

미안해요
죄송해요, 실례할게요

 

월터, 잠시 얘기 좀 해

 

- 대체 무슨 일이야?
- 쟤가 릴리야

 

전에 말했었잖아

 

아니, 말한 적 없어

 

- 우리랑 같이 살아?
- 아니야!

 

애 엄마가 라스베이거스로
주말여행을 갔어

 

한 달에 한 번은 내가
애를 맡기로 했지만

 

그동안 강요받지 않았었지

 

어떻게 그렇게 큰 거짓말을
할 수 있지?

 

- 정말 착한 애야
- 물론 그렇겠지

 

난 당신 딸 데리고 살면서
한 번도 뭐라 한 적 없어

 

그 말은
안 들은 걸로 할게

 

미안, 내가 심했어

 

일단 인터뷰나 끝내자

 

미술을 좀 아는 사람이면
누구라도 말할 거예요

 

월터 킨과 폴 고갱 간에
많은 공통점이 있다고요

 

둘 다 직장을 홀연히 그만두고
전 세계를 여행했죠

 

난 유명인들을
많이 만나봤는데

 

유명세의 집중조명에
끄떡없는 사람은 흔치 않다

 

월터는 그중 하나였고

 

마거릿?
그녀는 아니었다

 

- 그거 제가 그렸어요
- 정말요?

 

이 그림은 뭐랄까...

 

아주 감각적이에요

 

'MDH'?

 

뭔가 비밀스럽군요

 

네, 제 이름은
사용 안 해요

 

사람들이 여류 화가는
대접을 안 하기 때문에

 

약자를 대신 썼어요

 

그리고 또
숫자점에 관심이 많은데

 

7이 행운의 숫자잖아요

 

7요?

 

제 처녀 적 이름이
마거릿 도리스 호킨스인데

 

'M'은 13번째 알파벳이고
'D'는 4번째, 'H'는 8번째죠

 

13의 1과 3을 더해서

 

색채와 햇살의 난무죠
실례할게요

 

얻는 4에
4와 8을 더하면

 

16이잖아요
1과 6을 더하면 7이에요

 

여보?

 

잠시만요

 

맙소사!
대체 뭐라 지껄인 거야?

 

나눗셈이라도 한 거야?

 

조용히 있어 주는 게
도와주는 거야

 

저 남자 머릿속에 넣을
숫자는 가격뿐이야!

 

미치광이 하나도 못 봐주겠는데
둘씩이나!

 

저들은 돈을 찍어내는데
우린 왜 굶주리는 거지?

 

저 미치광이가 천재잖아
처음엔 그림을 팔더니

 

그림 사진을 팔다가
사진 엽서까지 팔잖아

 

저런 그림은
10분이면 그리고도 남아

 

하지만 저들의 멍청한
진지함까진 못 베껴

 

대중은 차이를 모를 거야

 

맙소사, 완전 대세군

 

'킨, 미술계에 도전장을 내다'

 

'눈 뒤의 남자'
'예술의 킹, 킨'

 

'캘리포니아, 우드사이드
1963년'

 

디앤!

 

맙소사!
주소가 틀린 줄 알았어

 

진입로가 좀 길긴 하지

 

나도 이런 곳에 산다는 게
솔직히 믿어지지 않아

 

8천 평방미터 대지에
수영장에, 침실 5개까지

 

우린 겨우 세 식구인데
지나치게 크잖아

 

정말 오랜만이다

 

그러게 말야

 

50km 거리 노스 비치가
500km는 되는 것 같아

 

너무 바빠서 그렇지
부자 친구들이랑 노느라고

 

너까지 왜!
다 월터 친구들이야

 

월터가 데려오는 거야
비치 보이스까지 왔었어

 

- 배고파?
- 목은 마르네

 

여기 이사 올 땐
집안에 웬 바냐고 했는데

 

얼마나 많이 사용하나 몰라

 

월터는 어때?

 

이보다 행복할 순 없지

 

자신이 꿈꾸던 걸
모두 다 가졌잖아

 

너도 마찬가지잖아!

 

근사하다

 

저기가 작업실이야?

 

들어가고 싶지 않을걸

 

조금만 볼게

 

엄청나게 성공한 화가의
작업실이 어떨지 궁금하거든

 

안 돼, 안 돼, 부탁이야!

 

디앤, 거긴 안 돼!

 

안 된다니까

 

월터도 여기서 작업하거든

 

월터 지금 집에 있어?

 

도대체 무슨 일이야?

 

아무것도 아니야

 

디앤을 초대했을 뿐...

 

작업 도중 누가 보는 거
싫어하는 거 알잖아

 

당신이랑 추상파 패거리들은
다 사기꾼이야!

 

닥쳐! 당신이야말로
거짓 덩어리야!

 

내 집에서 나가!
내 저택에서 사라져!

 

돌아가서 관광객 상대로
옷걸이로 만든 조각이나 팔아!

 

나쁜 놈!

 

다신 초대하지 마

 

알았어

 

공 잡아보겠다고?

 

귀여운 녀석!

 

제인, 엄마 일해야 해

 

나 봐도 돼요?

 

절대 안 된다는 거죠

 

안 물어봤어야 했는데

 

여길 어떻게 들어왔니?

 

못 들었어?
여긴 아무도 오면 안 돼

 

그래서 결국
이렇게 됐지

 

내가 비밀을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상대가 너구나

 

그래...

 

내가 그린 거야

 

내가 그렸어

 

빅 아이즈를 모두 다
내가 직접 그린 거야

 

나라고

 

너 말곤 아무도 모르겠지

 

이제 또 다른 작품을
그릴 거야

 

월터가 화내게

 

개랑 얘기하는
미친 여자애를 그려볼까?

 

'S. 세닉'

 

'S. 세닉'

 

오늘은 보람찬 하루였어

 

따끈따끈한 소문인데

 

장제스 총통 부인이
타이베이에서 직접 여기로 온대

 

그림 선물을 해야겠어

 

딕에게 흘리면
기사를 잘 써줄 거야

 

아니면 딕은 그만두고

 

UPI 기자를
새로 만났거든

 

어쩌면 당신 풍경화를
좋아할지도 모르겠네

 

글쎄, 그것보다는
차이나타운을 끄적거려 넣고

 

눈꼬리가 올라간 눈이 큰
여자애가 좋을 것 같아

 

안 돼, 고위인사잖아

 

당신이 직접 그린 그림을
헌정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해?

 

당신 말이 맞을지도 몰라

 

집에 파리 거리 풍경화가
없을지도 모르니까

 

장제스 총통 부인이
세닉 작품을 소장했다면 모를까

 

- 뭐라고?
- 세닉 말이야

 

당신 예전 작품을
그려준 사람 말이야

 

시닉이야!

 

내가 파리에서 쓰던
예명이거든

 

미술대 친구들이 다들
내 거리풍경화를 좋아해서

 

날 그렇게들 불렀는데
발음을 제대로 못 했거든

 

그래서 '세닉'이 됐어

 

거짓말하면 할수록
당신만 초라해져

 

감히 날
거짓말쟁이로 몰아?

 

세닉의 초기작들이 지금도
얼마나 자랑스러운데!

 

그럼 왜 그 이름에
덧칠한 거야?

 

조언 하나 하자면
유화에 수성물감을 덧바르지 마

 

긁으면 바로 벗겨지니까

 

무슨 헛소리야?

 

맙소사, 내가 그림 그리는 거
당신도 봤잖아!

 

아니, 본 적 없어

 

항상 그런 줄 알았는데
무슨 신기루 같아

 

멀리서 보면
정말 화가 같은데

 

가까이서 보면
전혀 아니야

 

파리에 다녀왔다니까!

 

그랑 쇼미에르에서
미술 공부를 했어

 

루브르에서 대가의 작품을 보며
보낸 시간이 얼만데!

 

월터

 

파리에 가보긴 했어?

 

난 그저...

 

너무 화가가 되고 싶었는데

 

잘 안 되더라고

 

앞으로
이 방에서 자지 마

 

이 집에 여기 말고도
침실은 세 개나 더 있잖아

 

아무 데나 가서 자

 

이게 얼마나 남았지?

 

글쎄요, 3천 장 정도요

 

- 인쇄소에서 올 게 더 있나?
- 실례지만, 이 그림 얼마죠?

 

- 가! 밥값은 해야지
- 네, 사장님

 

내 것도 아니잖아
마거릿 거네

 

'1964년 뉴욕 세계박람회
4월 개관식 목표로 건축 중'

 

'1964년 뉴욕 세계박람회'

 

이런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

 

- 난 진실을 알아
- 알게 뭐야?

 

다시 사고 좀 쳐볼까 해

 

MDH에도
내 이름을 덧칠할까?

 

안 돼!

 

절대 안 돼! 빅 아이즈를
준 것도 얼마나 후회하는데

 

조용히 해!

 

큰 소리로 떠들지 마!

 

내 맘대로 얼마든지
큰 소리로 떠들래

 

절대 안 돼

 

그러면 없애버릴 거야

 

뭐라고?

 

아무한테나 입만 뻥끗해도
사라지게 한다고!

 

난 인맥이 넓어

 

반두치 사촌 기억해?
주류 도매업자

 

지금 협박해?

 

좋아, 죽여봐!

 

맙소사, 여태껏 비밀 지키느라
단 한 번도...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기나 해?

 

난 친구도 없어

 

내 딸한테도 거짓말했어

 

예술을 모방하는 삶

 

눈물 떨구는 진짜 킨!

 

월터, 뭘 원해?

 

당신은 계산이
밝은 사람이니까

 

우리 첫 데이트를
이곳에서 했지

 

그래, 난 당신이 필요해
재능은 당신 것이니까

 

지금 기회가 왔는데...

 

맙소사
너무 흥분돼서 떨려

 

뉴욕 세계박람회의
7천만 명의 관객 앞에서

 

개막식 날
내 걸작을 공개할까 해

 

- 무슨 걸작?
- 내 말이!

 

지금까지 무슨 말을
들은 거야?

 

다빈치 하면
'모나리자'

 

르누아르 하면
'보트 파티에서의 오찬'

 

나를 정의할
걸작은 뭐야?

 

완전 돌았군

 

그 누구도 자기 작품을
걸작이라고 발표하지 않아

 

왜 안 돼?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를 그릴 때

 

걸작이라고 안 믿었겠어?

 

그건 4년이나 걸렸어

 

그런데 진짜
안성맞춤인 건

 

이게 유니세프를 위한 거야

 

유니세프가
교육관의 주최야

 

우리가 전 세계 아이들에게
베풀 기회가 생겼다고!

 

'로웰 토마스의
세계박람회 보고서'

 

여러분, 안녕하세요
로웰 토마스입니다

 

전 지금
현대의 불가사의 중

 

하나로 기록될
작품 앞에 서 있습니다

 

사람들은 내게 물었다
'마거릿은 왜 가만히 있었지?'

 

'공포 때문에?
자신감 결여 때문에?'

 

마거릿은 자신도 동참한
거짓말에 포로가 되었고

 

이제 그 은폐가
범죄보다 더 심각해졌다

 

왜 그렇게 거대한 크기로
그린다고 약속한 거야?

 

모든 인종의 모든 아이들을
아울러야 하니까

 

수백 명의
고통스러운 얼굴이

 

무한대로 행진하는 그림

 

종결판 월터 킨이어야 해

 

출판사에서 커피테이블 책을
만들자고 하더군

 

고급스럽게 말이야

 

제목은
'내일의 거장'

 

내 초기 작품 포트폴리오도
준비해 달라더군

 

내 예술의 진화를 말이야

 

그러게, 당신이 초기에 그린
스케치는 모두 어디 있어?

 

미술대에서 보낸
그 많은 시간 동안

 

그렸음 직한 실험적인
습작들은 다 어디 갔나?

 

그 많은
미완성 목탄화들이

 

여기 어딘가에
있을 거 아냐

 

비아냥대는 건 알겠지만
아이디어들은 좋네

 

베를린 전쟁 고아들...

 

초기의 자화상들

 

여기에서 당장 나가!
나 일하고 있잖아

 

엄마!

 

저녁은 뭐예요?

 

엄마, 집에 있어요?

 

엄마?

 

엄마

 

제인, 여긴 월터 작업실이야
당장 나가!

 

엄마

 

나도 알아요

 

아니, 넌 아무것도 몰라

 

난 이제 애가 아녜요

 

제인

 

제인!

 

'뉴욕 타임스'

 

다섯, 여섯 페이지나!

 

내가 뭘 모르는 게 있나?

 

이 자는 훌라후프 같아서
멀리 할래야 할 수가 없군

 

'교육관의 거대 파빌리온에서
베일을 벗는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는
예술가가 선발되어'

 

'전 세계 아이들의 염원을
대변할 것이다'

 

기가 막히는군!

 

선발 위원은 누구였죠?

 

딱히 선발 위원회는
없었어요

 

그냥 오찬을 했죠
나랑 에드랑 제롬이랑

 

제롬 와이프

 

엄밀히 말하면
공모도 안 했어요

 

킨 씨 측에서
연락을 해왔어요

 

'뉴욕
1964년 4월'

 

이러지 말자

 

수요일엔
세계박람회 개막

 

목요일엔
우리 책 판매 개시

 

금요일엔
내 이혼소송 신청

 

왜 항상 그렇게
기분이 나쁜 건데?

 

어쨌든

 

난 즐거운 시간을
보낼 테야

 

티즈데일 부인!
월터 킨입니다

 

이런 멋진 파티를
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다 하시네요

 

어이, 킨
타임스 기사 봤어?

 

이 행사 준비하느라
온종일 바빠서 못 봤지

 

읽어보는 게 좋을 걸세

 

'미술: 세계박람회 파빌리온
테마 그림 선정'

 

'끔찍한'

 

'기괴한'

 

'천박한 난도질'

 

어떻게 사람이
이런 잔인한 말을 해?

 

당신이 무슨 상관이야?

 

진흙탕에 구르는 건
내 이름인데!

 

이 사람도 여기 왔어?

 

왔어

 

그래서 모두를 위해 아마...

 

이 헛소릴 누가 썼어?

 

킨 씨

 

오늘은 그 얘길 하는
자리는 아니잖소

 

편집장에게
편지를 쓰시든지

 

뭐가 두려워요?

 

사람들이 내 작품을
좋아한다고

 

자동으로 나쁜 게 돼요?

 

아뇨, 하지만 그렇다고
예술이 되는 것도 아니죠

 

예술은 끌어올려야지
낮춰서 맞추는 게 아닙니다

 

특히나 교육관에선 더더욱

 

당신은 아무것도 몰라!

 

평론가가 왜 될까요?
자신은 창조를 못 하니까요!

 

저런!

 

- 또 그 케케묵은 소리
- 말 끊지 마쇼!

 

자기감정을 발가벗겨
세상에 드러내는 심정이

 

어떤 건지
당신이 알기나 해요?

 

무슨 감정요?

 

작위적인 조작뿐인데

 

당신의 '걸작'은 킨 그림을
무한대로 늘린 것이니

 

천박함도 무한대로
늘어난 겁니다

 

뭐가 잘못됐다는 거야?

 

최소공통분모에 맞추는 게
뭐 어때서?

 

안 그래?

 

이 나라의 건국이념이
바로 그건데!

 

모두 다 고소할 거야

 

다 고소한다고, 모두 다!

 

호모 평론가부터 고소하고

 

세계박람회도 고소하고

 

유니세프도 고소해야지

 

유니세프를 망가뜨릴 거야

 

그 작은 모금함들도 모조리

 

하지만 당신을 고소할 순
없잖아, 안 그래?

 

당신이 가장 큰 배신자인데

 

바로 당신이 그 그림으로
날 물 먹였잖아

 

당신이 선을 넘었어

 

감상적인 것에서
천박한 것으로

 

월터, 그만해!

 

날 나쁜 놈으로
만들고 싶어?

 

다들 날 비웃는 걸
즐기는 거야?

 

열어! 열란 말이야!

 

들여보내 줘!

 

머리카락 보인다!

 

불질러 나오게 할 테야

 

원자폭탄처럼 터질 거야

 

어디 있니?

 

좋은 엄마가 되지 못해
정말 미안하구나

 

진작에 끝냈어야 했는데

 

근데 어디로 가는 거예요?
옷가지도 못 챙겼잖아요

 

옷이 많이 필요 없는
곳으로 가자

 

하와이

 

- 정말요?
- 그래

 

그래, 하와이
거긴 천국이니까

 

새와 꽃이 있고
얼마나 색이 고운지

 

우리끼리 새 삶을
시작하자

 

알았지?

 

역시 우리 딸이야

 

'호놀룰루
1년 후'

 

여보세요?

 

어찌나 꼭꼭 숨었던지
영영 못 찾는 줄 알았네

 

월터

 

속이 좀 울렁거리는데

 

오늘 정말 이상한 서류를
우편으로 받았거든

 

법적 별거 판결문이야
당신이 서명해주면 고맙겠어

 

너무 성급하게 군다고
생각 안 해?

 

월터, 난 이혼하고 싶어

 

당신한테 그런 말을 듣다니
마음이 아파

 

이렇게까지 되질
않기 바랐지만

 

정 이혼을 원한다면
합의할 수 있는데

 

대신...

 

지금까지 그린 모든 그림의
소유권을 나에게 양도해

 

그게 대가라면

 

정말이야?

 

좋아

 

그리고 향후의 수익원도
고려해야 해

 

맙소사, 월터!
돈이 얼마나 더 필요해?

 

나랑 이혼하고 싶으면
이게 내 조건이야

 

빅 아이즈 그림 100점,
월터 킨의 100점을 그려줘

 

제인?

 

우체국에 갈 건데
같이 갈래?

 

아뇨, 친구들이랑
서핑 갈 거예요

 

제인, 친구들이 좀
거친 것 같던데

 

걱정 마요, 엄마

 

엄마도 참!
하와이까지 데려와 놓곤

 

겨우 친구를 만들었더니
못마땅해 하면 안 되죠

 

엄마도 친구 좀 만들어요

 

사람들을 집에 초대할 수
없다는 거 너도 알잖아

 

그렇지, 집에 초대하면
그 귀한 그림을 볼 테니까

 

안녕하세요, 동네 분들께
좋은 말씀 전하러 왔어요

 

나누고 싶은 말씀은

 

하느님의 왕국이 인류를 위해
놀라운 일을 한다는 겁니다

 

지금 제 눈에는 좋은 일이
일어나는 곳이 안 보여요

 

그저 잘난 척하고 도둑질하고
서로 헐뜯는 사람들 천지죠

 

디모데후서 3장 1절에서
5절에 나오는 말씀 아시나요?

 

'말세에 고통하는 때가
이르리니'

 

'사람들은 자기를 사랑하며'

 

제 전남편 얘기 같군요

 

들어오실래요?

 

여기 이렇게 쓰여 있어

 

'여호와의 숭배자는 모든 일에
정직해야 한다'

 

엄마가 집에 사람을 들였다니
믿기지 않아요

 

이런 말도 있어

 

'거짓말을 하지 말라
진실만을 말하라'

 

'도적이 더 이상
훔치지 못하게 하라'

 

젠장, 굉장해요
이 엄청난 사본들이랑

 

- 워홀 같아요
- 아니

 

워홀이 나 같은 거지

 

초파리 같은 놈이
내 생각을 따라 했거든

 

미술 자료가 왔군

 

'더 팩토리'

 

놈이 수프 캔이 뭔지
알기 전부터 난 공장이 있었어

 

'MDH 킨'

 

오늘 세계적인 유명인사를
특별 게스트로 모셨습니다

 

큰 박수로 환영해 주세요

 

마거릿 킨입니다

 

부군이신 월터가 전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화가가 맞나요?

 

아뇨, 빅 롤로

 

방금 말씀하신 건
모두 거짓이에요

 

첫째, 월터와 전
더 이상 부부가 아닙니다

 

그리고 둘째
월터는 화가가 아닙니다

 

하지만...

 

좀 혼란스럽네요

 

빅 아이즈를 그린 분이
전남편 아니신가요?

 

아닙니다

 

지난 10년간 그 공을
차지하긴 했지만

 

제가...

 

우리 가족의
유일한 화가입니다

 

말도 안 돼!

 

내가 정말 화났던 건

 

마거릿이 특종을 빅 롤로라는
촌놈한테 줬다는 거다

 

설마!

 

나처럼 존경받는
저널리스트를 놔두고!

 

그럴 줄 알았어

 

공을 차지하래도 싫겠다!

 

마거릿이 완전 돌았어요
나 좀 도와줘요

 

스토리가 필요해요

 

보도자료로 배포해서
일단 수습을 시켜줘요

 

글쎄요, 월터

 

- 발언이 워낙 선동적이라
- 다 헛소리예요!

 

말도 안 된다고요

 

내가 파리에서
미술 공부를 할 때

 

그녀는 테네시에 살던
작은 꼬마였다고요

 

봐요!

 

내 초기 스케치

 

베를린 고아들, 1949년

 

마거릿이 왜 그럴까요?

 

정신이 나갔어요!

 

날 떠나
정글로 들어가더니

 

광신도가 돼버렸어요

 

여호와의 증인이라나

 

전 그거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는데요

 

크리스마스도 안 쇠고
국기에 경례도 안 하고

 

제인을 졸업파티에도
못 가게 한대요!

 

절 미치광이로
몰고 있어요

 

제가 자기를 모방하고
자기가 제게 그림을 가르쳤대요

 

'그녀는 슬라이드 영사기로
내 작품을 추적하고 색칠했다'

 

- 어떤 부분이 거짓말이죠?
- 모두 다요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저 자신에게 만족하는데

 

월터가 그것마저
빼앗아갈 순 없어요

 

혹시 고소하는 건
여호와께서 허락하시나요?

 

'미국 연방 지방법원
호놀룰루'

 

무려 1,700만 달러!
전 미술계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오늘 마거릿 킨 대
월터 킨과 가넷 통신의

 

첫 공판이 열리고
변호사들의 진술이 있습니다

 

서면 및 구두 명예훼손죄로
하와이 역사상 가장 큰

 

보상금이 선고될 수
있습니다

 

비켜주세요

 

- 킨 씨?
- 네

 

기소된 사실이
전혀 걱정되지 않으시나요?

 

몹시 화가 납니다

 

하지만 다행히 제 뒤엔
막강한 가넷통신이 있습니다

 

아마 오전 중으로
소송이 기각될 겁니다

 

제 유일한 걱정은 이 여자가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단 겁니다

 

여러분 실례할게요
실례하겠습니다

 

마거릿 킨은 공인이므로

 

우리 신문사가 거짓인 걸 알면서
보도했다는 주장은

 

스스로 입증하셔야 합니다

 

저희 편집국에서 이 사실이
허위임을 인지했다는

 

증거는 전혀 없습니다

 

여기 692건의 기사와
인터뷰를 제출하는데

 

매번 킨 부인은
킨 씨가

 

일명 '빅 아이즈' 그림들의
작가라고 발언하고 있습니다

 

언제 적부터의 자료입니까?

 

킨 부인께서 1958년부터
같은 말을 해왔습니다

 

아주 이상한 사건이군요

 

이 그림은 킨 씨 이름으로
전 세계 미술관에 걸려있잖아요

 

진실 여부를 떠나서

 

킨 부인이 문제의 발단에
큰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가넷통신의 행동을 명예훼손죄로
규정짓기엔 법적 증거가 약합니다

 

그러므로 가넷통신에 대한
기소는 기각합니다

 

감사합니다, 판사님

 

행운을 빕니다, 킨 씨

 

'행운을 빕니다'?
어딜 가는 거요?

 

우린 서면 명예훼손죄였고
킨 씨는 구두 명예훼손죄였죠

 

킨 씨?

 

변호사가
없으신 것 같은데

 

변호사 선임을 위해
재판을 연기하시겠습니까?

 

제 앞가림은 언제나
제가 알아서 했습니다

 

저따위 허수아비들에게
제 명예를 맡길 필요 없어요

 

진행하시죠

 

'호놀룰루, AP 통신
킨 재판, 뜻밖의 반전'

 

'호놀룰루, UPI 통신
화가 킨, 변호사로 변신?'

 

내 오랜 벗이었던
월터 킨이 걱정되었다

 

하와이의 열기 덕에
머리가 어떻게 된 모양이다

 

법정과 변호사에 대해
그가 아는 유일한 지식은

 

TV로 '페리 메이슨'을
시청한 것뿐이니까

 

제가 제 작품의
유일한 창작자입니다

 

이것은 제 일생이자
세상에 대한 제 기여입니다

 

킨 씨, 말씀드린 대로
증인심문을 요청해야 합니다

 

변호사의 역할이면
증인으로 진술할 수 없습니다

 

네, 좋습니다

 

이 모든 걸 염두에 두기가
쉽지 않군요

 

킨 부인

 

이런 허무맹랑한 이야길
누가 어떻게 믿을까요?

 

킨 씨

 

킨 부인

 

부인은 의식도 또렷하고
제법 지적인 여성입니다

 

근데 어떻게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일에

 

가담하게 된 거죠?

 

남편이 강요했거든요

 

바로 당신이...

 

남편이 제 위에 군림했어요

 

원하는 대로 하지 않으면
소리치고 난리가 났었죠

 

겁도 났고 달리 방법이 없어서
그대로 따라갔습니다

 

지금 증인선서를 하신 건
알고 계시죠?

 

전 그냥 포기를 했죠

 

빅 아이즈에 대한 모든 공을
남편에게 돌렸어요

 

제 감정에서 태어난 것이라
아이를 잃은 것 같았어요

 

하지만 전 약했어요

 

남편 없이 딸과 둘이 산다는 게
엄두가 안 났거든요

 

남편은 자기 유명세가 아니면
제 그림은 아무도 안 산다고 했죠

 

남편 말이 맞을지도 몰라요

 

당신은...

 

사람 마음을 뺏는 재주는
타고났거든요

 

판매와 홍보에 있어서도
가히 천재적이고요

 

지금 완전히 다른 두 남자를
묘사한 것 같군요

 

한 명은
사디스트적인 괴물

 

또 한 명은
밝고 인생을 즐기는 선남

 

그게 당신이잖아요, 월터
지킬과 하이드!

 

터무니없는 발언입니다!

 

기록에서 삭제해 주십시오!

 

기각합니다!

 

당신이야말로
터무니없는 사람이죠!

 

계속해서 날 비방하고
갖은 공격으로 날 꺾고!

 

진실을 말하면
'없애버린다'고 겁주고!

 

지금 진실을 말하네요

 

판사님!

 

무효심리를 요청합니다

 

당신은 거짓말쟁이야!
뭐가 진실인지 당신조차도 몰라

 

지금 증인석에 있다는 걸
자꾸 잊으시네

 

지금 부부싸움 하는 게
아닙니다!

 

그런 건지도 모르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당신들 부부싸움에 관심 없어요

 

감정을 주체 못 해
죄송합니다

 

전 예술가입니다

 

두고 봅시다

 

판사님

 

월터 스탠리 킨 씨를
증인으로 요청합니다

 

증인은 진실만을 말할 것을
하느님 앞에 맹세합니까?

 

네, 맹세합니다

 

킨 씨

 

빅 아이즈의 탄생에 관해
모함과 모순된 진실이 많은데

 

이 그림을 누가 그렸는지
이 법정에서 확인해 주시겠습니까?

 

물론, 이 아이들은
저의 창조물입니다

 

연출은 필요 없습니다
그냥 앉아서 진술하세요

 

제 인생은 끝내줬습니다

 

전 예술가였고

 

수많은 유명인사들의
친구였죠

 

하지만 지금 다시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제게 가장
의미가 있었던 건

 

이것이 전 세계 배고픈 아이들을
위한 것이었다는 겁니다

 

시작은 베를린이었어요

 

2차대전 직후였죠

 

가시철조망을 꽉 붙든
고아들이

 

몸은 상처투성이에

 

손가락은 뼈만 앙상했고

 

눈은 아주 컸죠

 

배우 조안 크로포드 양이
오더니...

 

킨 씨
착석하세요

 

마릴린 먼로와...

 

웨인 뉴턴과 제가...

 

제리 루이스가
전화를 걸어선

 

'광대 옷을 입은
우리 가족을 그려줘'라고 했죠

 

나탈리 우드가
제게 다가와 말했죠

 

'이렇게 근사한 그림은
내 평생 처음이야!'

 

이제 그만하세요

 

- 아직 안 끝났습니다
- 그건 내가 정해요

 

이런 가십거리 얘기는
더 이상 들을 힘이 없어요

 

진술하랬더니
지연작전을 펴고 있네요

 

가뜩이나 연방법원 업무가 과중한데
그런 시간 쓸 수 없어요

 

그걸 다 듣다가는
우리 모두 늙어 죽어요

 

어쨌든 피고와 원고의 주장이
다른 게 문제의 핵심인데

 

- 무효심리인가요?
- 아뇨, 무효심리가 아닙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한 가지 방법밖에 없어요

 

두 사람 모두
그림을 그리세요

 

이젤을 가져와서
판사석 양옆으로 세워요

 

걸작을 기대하는 게
아닙니다

 

저는 그림에 문외한이고

 

법관이지
평론가가 아닙니다

 

한 시간이면 충분한가요?

 

예, 판사님

 

좋아요, 그럼

 

두 사람에게 동일한 물품을
지급했으니

 

더 이상 긴 설명 없이

 

두 분에게
법정을 넘기겠습니다

 

킨 씨?

 

마음을 가다듬는 중입니다

 

뮤즈의 영감을
기다리고 있거든요

 

뮤즈한테
58분 남았다고 해요

 

킨 씨, 괜찮습니까?

 

빌어먹을!

 

어깨 상처가 도졌나 봐요

 

상한 근육이 있거든요

 

계속 약을 복용해 왔어요

 

오늘은 그림을 그리기
힘들 것 같습니다

 

배심원단은 마거릿 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명예훼손과 정신적 고통 등
모든 죄목에서 승소했습니다

 

축하해요, 마거릿!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마거릿, 그 그림 제목을
뭐라고 붙이시겠습니까?

 

'증거목록 224호'요

 

마거릿, 사인 좀
받을 수 있을까요?

 

마거릿에게 중요한 두 가지는
딸과 그림이었다

 

결국
황당한 사건의 결말은

 

마거릿이 마침내
둘 다 갖게 됐다는 것이다

 

월터는 재판결과에 불복하며
자기가 진짜라고 주장하다가

 

2000년에
무일푼으로 사망했다

 

생전 단 한 편의 그림도
더 이상 내지 못했다

 

마거릿은 행복을 되찾고
재혼했다

 

오랜 하와이 생활을 마치고

 

샌프란시스코로 돌아가
새로운 갤러리를 열었다

 

그리고 지금도
매일 그림을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