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지오 (Anzio, 1968)

갑시다

 

- 총 받겠소?
- 싫소

 

화염방사기!

 

- 불길에 휩싸이겠군
- 놈들에게 곧 잡히겠어

 

저 뒤에 뭐가 있는지 봅시다

 

저 수풀까지 뛰어가면
괜찮을 것 같아

 

멈춰!

 

지뢰밭이야

 

천천히 돌아서서 자신의
발자국을 디디며 돌아가게

 

탱크를 막아야 해
바퀴라도 날려 버리자고

 

- 수류탄은 아끼고 돌을 모아
- 돌은 왜요?

 

그건 소용이 없다니까
지뢰밭이 오히려 나아

 

- 도대체 뭐하는 거예요?
- 모두들 엎드려!

 

다시, 엎드려!

 

- 어디서 배운 수법이요?
- 중국 노인한테

 

- 그 사람 살아 남았소?
- 아니

 

하지만 살 수도 있었지

 

좋아, 모두 돕자고!

 

- 누가 탱크 보고 있어?
- 예!

 

다들 엎드려!

 

엎드려!

 

항복하는 게 낫지
여기

 

모두 엎드려!

 

폭발음을 들었나 봐

 

자, 어서 건너자

 

주여, 굽어 살펴 주소서

 

자네 미쳤어!

 

쉬워요

 

녀석이 해냈다

 

가자!

 

우리가 있었던 곳이야

 

총 776명인데

 

완패를 하다니...

 

- 무전기 작동시켜 봐
- 완전 고물이 됐어요

 

그럼 고쳐

 

- 다들 어딨지? 급보는 없었나?
- 전혀요

 

- 적이 맹렬히 반격해 오는군
- 상륙거점, 여기는 대원 1-9

 

- 여기는 유격대원 1-9
- 대원, 어서 말하라

 

거긴 어디인가?

 

생존자입니다
금방 끊길 수도 있어요

 

상륙거점
여기는 딕 어니스

 

생존자들과 알반 언덕에
와 있습니다

 

전략 짜시는데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차트에서 점령 지역 표시를
몇 개 지우셔야겠습니다

 

제1, 제2 대대는 전멸했습니다
들리십니까?

 

767명 중
일곱 명 살아 남았습니다

 

또 한번 참패의 결과를
보게 됐습니다

 

이번엔 장군의 무모함이 탈이
됐던 게 아니란 점이 다르죠

 

장군이 너무 신중했던 게
탈이 됐죠, 안 그렇습니까?

 

장군이 소심한 탓으로
한 부대가 전멸했습니다

 

흔한 경우가 아닌데
이번 전투는 특이하네요

 

소심한 장군 덕에

 

들어갈 땐 꽃밭이었는데
나올 때는 묘지가 됐어요

 

신호가 약해지고 있어요

 

묘지...

 

- 방금 한 얘기는 못 들었겠지?
- 먹통이에요, 끊겼어요

 

방금 한 말로는 여기 상황을
이해 못할 거야

 

- 수신 끊겼어요
- 알아, 어차피 못 알아듣지

 

정말 욕 나올 일 아냐?
더럽고 추잡하고 쓸모 없어

 

왜 그러세요, 중사님?

 

군인이야 원래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직업이잖나?

 

왜 무전기에 화풀이 해?

 

다시는 무전 칠 일이
없길 바래야지

 

이미 모두 죽었어
어쩔 수 없잖아?

 

이리 온다

 

다들 숨 죽여

 

아군 전투기인데?

 

아군 전투기예요!
아군 전투기!

 

우리 전투기라고요!

 

폭탄을 투하해라! 어서!

 

- 몸을 낮춰! 낮추라고!
- 여기예요, 여기요!

 

바싹 엎드려
이 숲엔 독일군이 깔렸어

 

아무 것도 안 보이는데요

 

장담하건대 분명히 있어

 

트럭같이 보이는데요

 

- 보급소인가 봐
- 30마일이나 떨어진 곳에?

 

포로 수용소 같은데?
나무에 갈라진 틈 보여?

 

- 저건 철망으로 된 영창이네
- 세상에, 목재를 실어 나르잖아?

 

- 뭘 짓고 있나 본데
- 수천 명이 강제노역 중이야

 

- 무슨 공사를 하고 있지?
- 도로나 철도 같은 거겠지

 

인원과 장비를 보니
대규모인 것 같군

 

- 한번 조사해 봐야겠어
- 그게 자네 생각인가?

 

내 생각은 달라
우린 여길 빠져나가야 해

 

저 트럭은 로마 행일 수도 있고
유고슬라비아 행일지도 모르지

 

지금 오후 6시인데
콘크리트를 왜 나르겠어?

 

독일은 전투기부대가 없으니
밤에 작업할 수밖에 없지

 

하여튼 정찰 전문가들은
날 애먹인다니까

 

- 심사가 뒤틀리나?
- 아냐, 이젠 질렸어

 

아니, 그럴지도 모르지
라비노프, 이리 와 봐

 

좋아, 하지만 내 식대로 해
그룹을 지어 정찰한다

 

첼리니, 자네와 앤디
도일, 무비는 나와 함께다

 

리차드슨과 라비노프
딕은?

 

- 기사 거리가 될지 모르니 가야지
- 저들과 같이 다니게

 

쓸모가 있을지도 몰라요

 

천만에

 

저건 도대체 뭐지?

 

커다란 함정이야

 

봐, 카시노 전열보다 낫군

 

미군이 해변을 떠나 이리로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군

 

대단한 걸

 

보였다가 안 보였다가 하네
사이렌 소리도 호각소리도 없어

 

사이렌 소리 나면 들통나니까

 

보긴 봤는데 이젠 어쩌지?

 

자세히 살펴보고
최대한 기억해 둬

 

자네는 밑으로 내려가 봐
내가 위에서 엄호해 줄께

 

중간에 누가 있으면
더 좋겠는데...

 

그럼 자네도 내려가
이따 여기서 보자고

 

어쩌다 들어왔니?
길이나 알려 줘

 

항복!

 

항복!

 

죽은 줄 알았잖아
리차드슨은 어디 있지?

 

기다리지 마

 

- 무슨 일 있었어요?
- 총에 맞았어

 

- 어쩌다가요?
- 알아서 뭐하게? 죽었는데

 

어쩌면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습니까?

 

죽으면 그냥 죽은 거야
그뿐이라고

 

명심해 둬
그래야 안 죽어

 

자네가 안 죽은 걸
다행으로 여겨

 

- 움직여도 되겠어?
- 물론 괜찮아

 

폭격 맞은 집이 안전할 테니
오늘 밤은 거기서 지내지

 

무비와 첼리니는 지하실을 뒤지고
도일은 위층에 가 봐

 

라비노프, 이리 와 봐

 

머리 좀 맞대 보자

 

여기가 연안이야
여긴 안지오, 로마, 시스테르나

 

여기쯤에 방위 전열이 있겠지
우리 위치는?

 

예, 거기쯤요

 

당장의 목표는 가능한 한
빨리 안지오로 돌아가는 거야

 

온전한 몸으로 말이야
남쪽이 어떨까?

 

카시노를 뚫고 나가자고

 

그럼 한 달은 걸릴 텐데
전열이 더 강화될 거요

 

빠른 방법은 단 하나야
안지오로 직접 가는 것

 

시체들과 뒹굴어야 할 텐데?

 

산 사람 걱정을 해야지
그 딴 걸 걱정합니까?

 

전쟁 덕을 보는 것도 있네요
근사한 거 보여 드릴께요

 

전쟁 덕을 보는 것도 있네요
근사한 거 보여 드릴께요

 

제가 뭘 발견했는지 보세요

 

두려워하지 말아요

 

해치지 않아요

 

제가 보호해 줄께요

 

어서, 나와요

 

무서워하지 말고요

 

정말 포근한 곳이군요

 

저 사람들은 뭐야?
왜 여기 있지?

 

에밀리아 시빌리오

 

여기 산대요
자기 집이래요

 

오늘 독일군을 봤는지 물어봐

 

혹시 안지오 소식을
아는지 물어 봐주게

 

독일군이 공격 중이래요
우리를 내모는군요

 

바다로 내몰고 있어요

 

아나

 

전 잘하진 못하지만
영어를 조금 해요

 

엄마 말씀이
여기 계셔도 좋대요

 

이곳엔 세 여자뿐이에요

 

음식도 형편없지만...

 

같이 나눠 먹도록 해요

 

듣던 중 가장 반가운 소리군
고맙소, 다이아나

 

- 아니, 아나였나?
- 아나예요

 

나머지 가족을 데리고
이리로 내려와요

 

배급받은 거예요

 

아주 좋아요

 

- 어디서 난 거야?
- 찾았죠

 

독일제네

 

독일은 장난감 잘 만들어요

 

- "검은 새"?
- 맞소

 

떠나는 것?
움직이라고요?

 

되도록 빨리 떠나는 게
좋을 거요

 

당신 집은 전쟁터
한복판에 있어요

 

어머님께 빨리
말씀 드리는 게 좋겠소

 

못 떠나요, 우리 가족은
늘 여기서 살았어요

 

이 집에서 벌써
4대째 살고 있는 걸요

 

그래서 못 떠나요

 

게다가 아버지를 기다려야 해요

 

- 어디 계시오?
- 테데스키가 끌고 갔어요

 

영어로 뭐더라?

 

독일군이 새 전열에서
일 시키려고 데려갔다고요?

 

예, 5일 전에요

 

하루만에 생이별한 거죠

 

안됐군요, 아나

 

처음부터 모두 같이 부르자고

 

시작합니다
함께, 함께, 다 함께

 

첼리니, 어서

 

왜 그러지?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자켓 좀 줘 봐

 

이거 물고 참아

 

조금만 참아요

 

진정해요

 

움직이지 말고 진정하라고

 

모두들 들어

 

이 자는 특별히 신경 써 줘야
되겠어, 안 그래?

 

- 뭐 도와 줄 일은?
- 반창고나 붙여 줘

 

잘났어

 

수류탄이 터진 것처럼

 

속이 뒤집어져

 

내장을 헤쳐놔서
다 쏟아질 것 같아

 

긴장하면 속이 죄어와서

 

숨을 전혀 못 쉬겠어

 

아마 긴장했었나 봐

 

자네는 전쟁에 나올 게 아니라
병원에 누워 있어야 해

 

본국에 소환될 때
그런 얘기 들었어

 

소환됐는데, 캐나다로
가서 이 부대로 합류한 거야?

 

맞아

 

- 의사는 어떻게 속였지?
- 나이를 속였거든

 

정신 나갔군

 

속은 완전 엉망인데
왜 다시 돌아온 거야?

 

- 인터뷰는 나중에 하지
- 뭐 바쁜 일 있어?

 

- 왜 재입대했지?
- 왜냐고?

 

좋으니까, 자네도 알잖아
이 생활이 그리웠어

 

진흙탕에 뒹굴며 싸우고
광대들의 명령에 따르고

 

이만한 것도 없지, 뭐

 

남들이 평생 겪는 것보다
더 강렬한 하루를 살잖아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느끼고

 

더 많이 경험하고
더 많이 생각할 수 있지

 

이해해?
더 사는 거?

 

숨만 쉰다고
사는 게 아니잖아

 

- 알아들어?
- 알아들어

 

자네도 마찬가지야

 

전쟁이 몸에 배였어

 

이 전투가 끝나면

 

자네는 다른 전투지를 찾겠지?
따라 가고 싶어

 

정말 힘들었다

 

분위기가 왜 이 모양이야?

 

샘, 어디 있어?

 

하던 일 마저 하자고
어서 이리 와

 

처음부터 다시

 

피부가 정말 곱군

 

조용해!

 

빨리 불 꺼!

 

다락방 있소?

 

다락! 다락 말이오!

 

나오세요, 부인

 

- 거기 있음 안돼요, 어서
- 어니스, 빨리!

 

빨리 와

 

- 전 못 가요
- 아나!

 

놈들이 당신에게
무슨 짓을 할지 아시오?

 

- 안돼요, 못 가요
- 빨리 와!

 

- 같이 갑시다
- 가세요

 

동료들이 기다리잖아요

 

- 빨리 와!
- 저들은 어쩌고?

 

우리가 알 바 아냐
안지오는 이쪽이야

 

사격 솜씨 좋은데

 

좀 비켜 봐

 

그냥 놔둬

 

- 맞았어요
- 이미 죽었어

 

총알받이로 쓰자

 

- 죽은 거 확실해요?
- 지금은 확실해

 

사격 솜씨가 좋긴 하군

 

내가 그렇다고 했잖아

 

도대체 어디 있는 거지?

 

50미터쯤 떨어져 있어

 

몇 명이죠?

 

네 명 정도인 거 같아

 

- 어디서 날아왔지?
- 11시 방향

 

완전 포위됐군

 

- 에이브!
- 응, 딕?

 

괜찮나?

 

- 다친 데는 없어
- 오른편에 누군가 있어, 조심해

 

봤다!

 

11시 방향에 있는 놈을
해치우자

 

자네가 던져

 

던지는 동시에
사격범위에서 빠져 나와

 

알았어

 

지금요?

 

- 지금이야
- 받아라

 

무비, 무비!

 

전 괜찮아요

 

움직이지 말고
거기서 스티믈러를 엄호해

 

상황이 너무 불리해

 

도랑으로 돌아가자

 

- 이봐, 앤디
- 응?

 

도랑으로 갈 테니
엄호해

 

좋아, 움직여

 

가자

 

좋아, 앤디!

 

- 앤디!
- 잠깐

 

- 첼리니
- 예

 

이 도랑을 따라
20미터를 가

 

놈 뒤로 가서
신호를 보내

 

- 소리치면 놈을 쏴
- 예

 

지금이야!

 

에이브!

 

에이브!

 

왜, 딕?

 

괜찮아?

 

맞았어 딕?

 

앤디와 첼리니
둘 다 죽었어

 

한 사람씩 차례로 죽이는군

 

저 놈을 없애야겠어

 

- 무비!
- 예

 

4시 방향에 한 놈 있어
구릉에 첫 번째 구멍이야

 

놈을 없앨 거니까, 엄호해

 

염려 마세요

 

나간다!

 

가세요!

 

좋은 기사감이면 좋겠네

 

조심하게

 

이봐, 라비노프

 

준비됐으니 나와요!

 

놈이 보여요

 

좋아, 무비

 

놈에게서 시선을 떼지 마

 

염려 마세요

 

맞혔어요!
죽었어요!

 

또 한 놈 있어, 무비
시선 떼지 말고 엄호해 줘!

 

이쪽이야, 독일병사

 

드디어 총을 잡으셨군요
어니스 씨

 

우리 뿐이야?

 

반 마일은 더 가야 하니
서두르자

 

이쪽에 대포가 있습니다

 

여기 전체에 기관총 부대가
깔렸고요

 

이 근방에
탱크용 함정이 있습니다

 

이곳과 이곳은 지뢰밭이에요
지뢰가 안 묻힌 곳이 없어요

 

여기도 벙커, 저기도 벙커
이곳 전체가 벙커고요

 

어이가 없군

 

잘 들었지?

 

이 전열을 집중공격 하도록!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어

 

이 전열이 강화되면
절대 안돼

 

병력을 최대한 동원하게

 

어니스 씨, 고맙소

 

잭, 전열 쪽에 가볼 생각인데
함께 가겠나?

 

- 우선 여기 일 마치고, 루크
- 알겠네

 

- 정말 수고 많았소
- 예

 

나폴리에서 푹 쉴 생각이겠군

 

아뇨, 여기서 장군님을
좀 더 지켜 볼 생각입니다

 

난 이미 물러났소, 어니스 씨
난 돌아가오

 

해임됐소

 

이틀 전에 하워드 장군이
내 자리를 맡았소

 

당신이 해준 나폴레옹
말이 정말 맞는가 보오

 

내 비문이오

 

윈스턴 처칠에 버금가는
사람이 쓴 거요

 

"살쾡이를 해안으로
모는 줄 알았더니"

 

"알고보니 옴짝달싹
못하는 고래더라"

 

- 정말 말이 재미있지 않소?
- 그렇네요

 

내게 며칠만 여유가 있었어도

 

조금이라도 명예스럽게
안지오를 떠날 수 있었을 텐데

 

적어도 살아서 나가잖아요

 

다행으로 생각해야겠군요

 

- 이제 어떻게 되는 겁니까?
- 뭐가요?

 

전쟁이 어떻게 진행 되냐고요?

 

우리가 승리할 거요
꽤 시간이 걸리고

 

더 많은 피를 흘리겠지만
케설링을 몰아낼 것이오

 

카슨 장군이 로마에서
승승장구할 거요

 

그 다음은요?

 

다음? 적군을 물리치고
전쟁에 이기는 거지

 

그 다음에는요?

 

다시 편을 갈라
다시 시작하나요?

 

- 이게 무슨 게임인 줄 압니까?
- 사실 최고의 게임 아닌가요?

 

생존을 위한 게 아니고?

 

생존을 위한 게 아니죠
먹고살기 위한 게 아니잖습니까?

 

이제야 답을 찾았나 보군요

 

그런 것 같습니다, 장군님
살인을 즐기기에 죽이는 거죠

 

살인을 즐겨서라고?
그게 다요?

 

바로 그겁니다
아주 즐기죠

 

역사를 보면 전쟁으로
해결된 건 아무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총으로 사람을
겨누는 순간만큼은

 

인생의 어떤 다른 순간보다도
강렬히 사는 거죠

 

공포에 질린 채
상대방을 죽여야만 하니까

 

살인을 즐기기 때문에
죽인다...

 

인류를 지나치게
깎아 내리는군요, 어니스 씨

 

유감이지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점을 깨닫고

 

인정한다면,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겠죠

 

그러길 바래요

 

어니스 씨!

 

- 내 애인 됐어요!
- 축하해, 무비!

 

- 이봐, 무비!
- 저기 아치 좀 보세요!

 

2천 년이 흘렀는데

 

군복과 수송수단만 달라지고
모든 게 그대로군

 

새 정복자 구경은 했으니
그만 가지